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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스의 용병군주-3화 (3/195)

<-- 용병 귀족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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웨일즈에서 벌어진 반란은 세율을 갑작스럽게 큰 폭으로 높혀버린 귀족들에 대한 항거에서 비롯된 것이었다. 카디프를 주도로 삼고 있는 웨일즈 백작은 서둘러 도움을 요청. 브리튼 왕국에서도 규모가 큰 용병단들을 포섭하였고, 그 중에는 내가 이끄는 용병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끼하하하하하!! 모조리 죽여라!"

"열 놈당 금화를 받을 수 있다더군!"

웨일즈 백작은 반란군 병사 10명의 수급을 가져오면 그에 맞춰서 금화를 지급하겠다고 말했다.

돈독이 올라버린 용병들은 그 말을 듣고는 눈이 뒤집어졌고, 달려드는 반란군 뿐만 아니라 그들과 협조하던 마을 사람들까지 처참하게 살해하면서 그 잔악함을 드러냈다.

웨일즈 백작은 분명 가져오는 수급에 따라서 대가를 지불하겠다고 선언했고, 용병들은 마을 사람을 살해하고 그 수급을 베어 반란군 병사라고 속였다. 간교한 용병들이 자주 사용하는 수법이다. 멍청한 귀족들을 낚아내기 위한 방편이라고나 할까.

"우리도 간다."

"알았어, 백작님!"

용병들이 일제히 민병대들을 학살하는 광경을 보며 나 또한 나서기로 했다.

우선 7백 명의 용병단원들 중에서 기마술에 능한 1백 명을 선출했고, 그들과 함께 말을 타고 전장을 누비면서 개미 떼처럼 덤벼드는 민병대들을 죽였다. 누더기에 가까운 옷에 고작해야 농기구를 들고 있는 민병대를 상대하는 것은 무엇보다도 쉬운 일이다. 말발굽 소리를 크게 내면서 기마대를 운용하자, 오히려 달려들었던 민병대 쪽에서 도망치기 시작했다.

고작해야 군사 훈련조차 받지 않고서 거병을 일으킨 민란 따위는 위협조차 되지 않는다. 그 규모가 장황하게 클 뿐이지, 너무도 손쉬운 상대였고 그 덕분에 두둑하게 보수를 챙길 수 있었다. 웨일즈 백작은 민란을 일으킨 시민들의 규모를 보고서 벌벌 떨고 있었지만, 그들의 정규군만으로도 제압할 수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유약한 성격을 가진 웨일즈 백작은 가장 큰 악수를 두게 되는데, 그것은 바로 브리튼의 용병단들을 자신의 영토로 불러들였다는 점이다.

"아아아악!!"

"사, 살려줘!"

살려달라면서 병장기를 버리고 투항하는 시민들이 보였다.

그들은 처음에 민란이 일어나자 그 분위기에 취해서 뒤늦게 반란을 일으킨 끄나풀에 지나지 않았다. 기마대가 전장을 누비자 이에 겁을 먹고는 항복을 요청했고, 우리들은 그 항복을 받아들였다. 그들의 위로 군마를 몰았고,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린 그들을 말발굽으로 짓밟아버렸다.

"알제스터, 크게 선회해서 우측을 노려라. 크기만 할 뿐인 민란을 곧바로 제압한다!"

"좋아!"

우리 용병단은 민란을 제압하는 용병들 사이에서도 가장 위용이 높은 세력이 속했다.

현재 전장에서 운용하고 있는 병력은 고작 1백 여명 밖에 되지 않았지만 그럼에도 가장 눈에 띄었다.

우선 1백 여명의 용병단들이 모두 기마를 운용하는 기마병이었다. 용병들 중에서도 기마술에 능한 녀석은 그리 많지 않았다. 칼을 휘두르는 실력은 우수해도 기마술에는 잼병인 놈들이 많았다. 하지만 우리 단원들 중에서는 일반 병사였다가 고용 관계를 맺은 영주가 급여를 수 개월이나 미지급함으로서, 그 계약을 파기하고 돈벌이를 하기 위해서 용병 업계에 투신한 놈들이다.

그들은 모두 정규적인 군사 훈련을 거친 자들이었고, 나는 용병들을 뽑을 때마다 정규군 출신이었던 녀석을 선호했다. 용병단을 이끄는 다른 단장들은 무식하게 칼을 잘 다루고 덩치가 큰 놈으로 뽑았지만, 나는 덩치가 작고 무예에 약하더라도 정규군 출신의 병사만 제 1순위로 뽑았다.

내 부관 역할을 하고 있는 알제스터라는 녀석도 사실은 정규군 출신이다. 그것도 군사 훈련과 전략까지 두루 배운 부대장이었다. 부하 병사들을 살리기 위해서 상관에게 항명을 하다가 도주 신분이 된 그는 용병계에 투신하였고, 나와 겹엄을 하게 되었다.

자신으로서는 대만족을 하는 듯하다.

이쪽이 돈벌이가 좋기 때문이다. 적어도 용병으로 한 달 동안 버는 수입이면 일반 병사가 받는 급여의 3개월 분에 해당되었다. 그 메리트 때문인지 용병단 중에서도 정규군 출신의 병사를 우대하는 우리 용병단으로 수많은 낙오병들이 몰려들었다.

"다 죽여라---!!"

"한 놈도 남겨두자 미라!"

"크하하하하하!!"

과거에는 시민을 지키는 병사들이었지만 지금은 거친 용병이 되어버린 남성들은 광오할 정도로 웃음을 터트리면서 시민들을 학살했다.

농장기를 어설프게 다루는 농민군은 그저 우습게 보이기만 할 뿐이다. 가죽 갑옷을 입은 용병에게조차 농장기를 휘두르기는커녕 도망치기에 바빴고, 용병들은 깔깔 웃으면서 그들의 뒤를 쫓아가서 등에 칼을 꽂아넣었다.

피의 축제가 벌어졌다.

죽이고 죽인다. 살점이 튀기고 핏물이 쏟아져 내렸다. 어느 농민군은 배의 상처에서 흘러내리는 장기를 부여잡으며 도망쳤지만 얼마 멀리 도망가지는 못했고, 그 필사적인 도주를 낄낄거리며 비웃는 용병도 있었다.

"목을 베어라. 돈벌이를 수확해야지!"

"마음껏 목을 베어버리자."

"머릿통이라도 생각되는 건 죄다 챙겨라."

끼릭거리는 수레를 질질 끌면서 신입 용병들이 전장에 도착했다.

정규군 병사 출신도 아니고, 그저 돈벌이를 목적으로 용병계에 투신한 젊은 소년들로 이루어진 집단이었다. 그들은 살인을 두려워하고 전투에도 서툴렀으므로 우선 수레나 끄는 수송대의 역할을 맡겼다.

지금까지 후방에 있던 젊은 소년들은 토악질을 하면서도 용병들이 베어넘긴 머릿통을 끙끙거리며 들어서는 수레 위로 집어던졌다. 잘려나간 몸뚱이는 전장터에 썩어버리도록 방치하고 오로지 목만 챙겼다. 용병들에게 있어 버려진 몸은 아무런 감흥조차 주지 못한다. 대충 까마귀 밥이나 되겠지. 그를 신경쓰는 사람이 없었다.

"대체 저게 다 얼마야?"

"역시 단장은 돈벌이 하나는 기가 막히게 물어온다니까."

"내 친구도 용병인데 그놈이 버는 돈보다 우리 수입이 훨씬 많더라고."

검은 뱁새가 그려진 문양을 상징으로 하는 용병단들은 추정 계산한 것보다도 훨씬 많은 수확에 웃음을 터트렸다. 그들에게 있어 잘려나간 목은 돈덩이에 지나지 않았다. 머릿통이 10개면 금화 한 닢으로 교환할 수 있다. 웨일즈 백작에게 돈을 받을 생각에 입가에 미소가 걸려 있었다.

피에 절은 롱소드를 대충 천조각으로 닦은 다음에 허리벨트에 매달린 홀스더에 집어넣었다. 찝찝한 느낌이 가시질 않는다. 어서 돌아가서 샤워라도 해야겠다.

웨일즈 민란 토벌전에서 벌어들인 금화는 644닢.

다시 말해서 며칠 동안이나 기마병으로 운용한 100명의 용병단원들이 죽이거나 그 목을 쓸어담은 갯수가 6440명에 육박하였다. 6천에 달하는 생명을 죽인 용병대들은 각자 금화를 3닢씩 나누어가졌고, 남은 것들은 내 수입원으로 들어오거나 용병단의 운영에 사용하기로 합의를 보았다.

토벌전을 마치고 웨일즈 백작이 제공한 근처 민가에 머물렀다.

오늘 벌어들인 금화로 술이나 마시는 용병단원들이 대부분이었고, 나머지는 짐을 지키거나 전투가 끝난 후 사색에 빠졌다. 아직까지도 살생에 대해서 연민을 가지는 놈들이 많았다.

"이봐, 백작님!"

"뭐냐."

근처 민가를 빌려서 한쪽에 마련된 침상에 누워서 군략서를 펼쳐보고 있던 나에게 알제스터가 다가왔다. 무슨 일이 있는지 그의 험상궂은 얼굴에는 미소가 걸려 있었다.

"이번에 카메란드라는 작은 영지에서 꽤나 기가 막힌 미인을 붙잡았는데. 엄청난 미인이더라고."

"이 병신들아, 적어도 귀족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잖아."

"그게 엄청난 미인이라니까?"

정규군 부대장 출신이었던 알제스터는 천한 용병들보다는 그나마 절제된 모습을 보이고 있었지만, 오늘따라 그가 과장된 몸짓을 하면서 내게 설명했다. 그의 모습에 나도 흥미가 동했다. 누워있던 침상에서 몸을 일으켰고, 내가 흥미가 생겼다는 걸 알아챈 알제스터가 다시 설명을 시작했다.

"어차피 카메란드는 작은 영지에 불과하고, 이번에 민란에 참전한 농민병들을 지원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어서 곧 역적죄로 처형될 가문이야. 뒷탈이 전혀 없지. 우리 기특한 녀석들이 제대로 일을 헤줬지 뭐야?"

"그래서."

"그 카메란드를 털었는데 기가 막히게 예쁜 여자를 낚은 거지. 우리야 천한 몸이니 대충 아무 여자나 껴안으면 되지만, 우리 백작님은 썩어도 귀족이잖아? 몸보신하라고 잡아왔지. 하지만 안심해. 아무도 손을 대진 않았으니까."

알제스터는 웃음을 터트리면서 "백작님이 우리 같은 놈과 겸상을 할 짬은 아니잖아?"라고 말했다. 아무래도 나는 충성스러운 부하들을 둔 모양이다. 알제스터가 저렇게 이야기를 할 정도이니 분명 상급 정도는 될 여자일 것 같았다. 요즘 여자와 관계도 뜸했고, 과장스러울 정도의 미인 소리에 흥미가 생겨버렸다.

"좋아. 한 번 가보지."

"그 년의 이름이 기네비어라고 하던데."

알제스터가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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