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step. 7. (8/16)

step. 7.

크리스가 유진의 말에 무서울 정도로 환하게 웃었다.

“주사는 따가우니까 약으로 먹을까? 유진.”

그 정도는 별것 아니라서 주사로 맞아도 상관없었지만 굳이 약 대신 주사를 주장할 만큼 유진이 주사를 선호하지도 않아서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가 잠시 나갔다가 물잔과 약을 가져왔다. 갈색의 마름모꼴의 약을 유진은 금방 입에 털어 넣고 삼켰다. 유진은 약효가 나기를 기다리며 크리스의 품에 안겨 키스를 받았다. 무릎을 세워 크리스의 허벅지 위에 앉은 유진이 연이은 키스에 다리가 점점 펴지자 크리스가 입술에서 볼을 지나 귓가에 입술을 옮겨 한참을 깨물다가 웃음이 섞인 목소리로 말했다.

“약효가 나왔네, 유진.”

크리스의 말을 들으니 힘이 더 없어진 것 같았다. 유진이 고개를 아래위로 움직이자 크리스의 키스가 다시 시작되었다. 따뜻한 물에 몸이 잠겨있는 것처럼 둥실둥실한 느낌이 온몸을 감싸고 있는데 몸속은 열기가 계속 올라왔다. 크리스는 유진의 몸을 유진 자신보다 더 잘 알고 있었고 유진의 몸은 많은 절정 뒤에도 금세 달아오르도록 재구성되어 있었다.

“음…읏….”

깊은 키스만으로도 충분히 달아오르는데 크리스가 유진의 젖꼭지로 손을 옮겼다. 한 손은 유진의 뒷머리를 감싸 유진이 좋아하는 쓰다듬는 느낌과 정말 얕은 곳에서 일어나는 간질거림을 주면서 다른 손으론 이제 기구를 끼워놓지 않아도 항상 꼿꼿하게 서 있는 젖꼭지를 엄지로 놀러 돌리니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오싹한 기분이 척추를 타고 내려갔다. 유진의 허리가 조금 들리며 가슴을 내미는 자세가 되었다. 크리스가 입술을 떼고 웃더니 유진에게 쪼듯이 짧은 키스들을 했다. 말캉한 입술이 몇 번이고 부드럽게 눌리다 크리스가 장소를 옮기자 아쉬움에 입술이 조금 나온 것을 본 크리스가 다시 입을 맞춰주었다. 일부러 긴 시간을 조금 세게 입술을 눌러준 크리스가 유진이 예민한 귀를 윤곽을 따라 그려내듯이 입술을 움직였다.

“하…응, 흣….”

유진의 잘 움직여지지도 않는 목이 완전히 꺾여 옆으로 기울어졌다. 너무 간지러워 소름이 돋았다. 크리스가 유진의 도망에 벌을 주듯 귓바퀴를 이로 깨물었다.

“아흣…귀, 귀만 계속….”

“계속?”

유진은 대답 대신 이미 선액을 줄줄 흘리고 있는 자신의 페니스를 보였다. 크리스가 견딜 수 없는 듯한 표정을 하고 유진의 양 볼을 큰 손으로 감싸며 키스를 했다.

“사랑스러운 나의 유진.”

크리스의 표정은 정말로 맑았다. 광신도의 미쳐버린 눈을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자신을 가둬 둔 사람에게서 보이는 사랑이라니, 집착인 것을 아는데도 사랑처럼 보였다. 그가 그렇게 믿고 있는 것이겠지. 이보다 더 역설적인 것이 있을까. 유진의 생각과는 다르게 크리스의 손은 보다 더 섬세하고 부드럽게 유진을 어루만졌다. 빳빳하게 서 떨리는 유진의 젖꼭지를 핥아 유진의 손이 주먹을 쥔 채로 떨리게 만들고 젖어 마찰이 적어지자 손가락으로 굴리며 유진의 쭉 뻗은 목덜미에 자신의 흔적들을 남겼다. 유진의 열려 있는 요도에선 계속해서 쿠퍼액이 줄줄 흘렀다. 쿠퍼액이 나오면서 그 감촉에 몸을 떠는 유진을 품에 안아 배나 옆구리를 큰 손으로 감싸 쓰다듬으면 발가락이 쫙 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쾌감에 따뜻함이 더해져 약으로 늘어진 몸이 아예 녹아서 어디론가 스며들 것 같았다.

“흐읏?”

크리스가 유진의 페니스를 입에 물었다. 계속해서 흘러나오는 선액에 유진이 말을 안 듣는 몸으로도 도망가려 애썼지만 약을 먹지 않아도 이긴 적이 없는데 근이완제를 먹고 이길 수 있을 리가 없었다. 유진은 그대로 크리스에게 잡혔다. 크리스의 혀가 유진의 귀두를 핥다 요도구에 닿았다.

“아읏, 아, 안 돼, 안 돼요, 거기, 거기에, 아, 안 돼.”

유진은 고개를 저으며 안된다고 애원했지만 크리스는 오히려 더 집요하게 요도구를 괴롭혔다. 유진의 손과 발이 동그랗게 말렸다.

“제, 제발, 흣, 안 돼, 흐읏!”

크리스의 손이 유진의 쿠퍼액으로 젖은 기둥과 고환을 만지다가 회음부를 따라 유진의 입구에 닿았다. 입구를 동그랗게 덧그리는 바람에 유진의 허리가 휘었다. 죽을 것 같았다. 유진은 지독한 쾌감에서 도망치고 싶었다.

“나와, 나와요, 제발, 제발, 크리스.”

크리스가 그제야 유진의 페니스를 빼내 주었다. 유진은 절정 직전에 애무가 없어졌는데도 크리스의 입술이 떨어지고 얼굴이 멀어지자마자 사정했다. 유진의 고개가 완전히 뒤로 넘어갔다가 유진의 몸에 힘이 빠지면서 허리와 함께 내려앉았다. 크리스가 유진의 몸이 잔뜩 긴장했다 풀어지는 틈을 타 손가락을 유진의 안에 삽입했다. 유진의 체액과 젤로 잔뜩 젖어 있던 유진의 안은 크리스의 두 손가락을 무리 없이 삼켰고 크리스는 한 손가락으론 유진의 통통한 전립선을 누르고 한 손가락은 이리저리 움직여가며 유진의 내벽을 안에서부터 풀었다.

눈앞이 새하얘질 정도의 쾌감이었다. 유진은 자극에 허리가 완전히 들려 한 번씩 몸이 쾌감으로 수축할 때만 잠깐 시트에 등이 닿았다. 하지만 허리에 이상할 정도로 들어간 힘도 인지하지 못하고 자신에게 쏟아지는 쾌락에 흔들렸다. 크리스는 유진의 온몸 구석구석에 애무를 하며 유진이 닥치는 쾌감 외에는 어떤 생각도 하지 못하게 만들면서 손가락을 하나씩 늘렸다. 유진의 손가락과 젖꼭지를 한입에 넣어 혀로 굴리자 손을 빼고 싶어 몸을 약하게 뒤트느라 바쁜 유진은 크리스의 손가락이 네 개가 되는 동안 자신에게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도 몰랐다.

“손가락, 흣, 간지러…간지러워요…아흣!”

크리스가 유진의 젖꼭지를 이로 조금 느낌이 올 정도로 세게 물었다. 유진은 갑작스럽게 자신에게 닥친 궤가 다른 자극에 몸을 튕겼고 크리스는 그 틈에 자신의 성기를 아주 천천히 유진의 안에 밀어 넣었다.

“아….”

커다란 귀두가 젤의 도움으로 아주 아주 느리게 유진에게 들어가는 것을 입구에 귀두가 밀고 들어오고서야 깨달은 유진의 눈이 커졌다. 드디어 크리스가 삽입해왔다. 유진의 안이 벌어지며 지끈거렸다. 크리스는 유진이 눈치채지 못하게 하려고 옷조차 제대로 벗지 않았다. 유진이 삽입되는 것을 보다 고개를 드는 것을 기다려 크리스의 입술이 유진의 입술을 덮쳤다.

키스든, 삽입이든, 유진은 경험이 없었지만 이것이 얼마나 부드러운지 알 수가 있었다. 크리스의 혀는 유진이 좋아하는 부분을 아주 잘게 건드려 터치가 새의 솜털 같았다. 입술도 닿은 부분에서부터 녹아 합쳐질 것 같이 접했다. 그런 키스에 유진이 녹아내리면 미세하게 크리스의 허리가 유진에게 눌러지고 그것이 크리스의 삽입이었다. 앞부분으로도 충분히 벅찬 데도 워낙 느리게 들어오니 유진의 내벽이 쓸리지도 않았고 급격히 벌어지는 것으로 인한 통증도 없었다.

그래도 눈을 내리면 시야에 들어오는 크리스의 것이 너무 커서 유진은 크리스와의 키스에 매달렸다. 키스는 무척이나 달았다. 몸이 녹아내릴 것 같았다. 크리스는 유진이 좋아하는 부드러운 키스를 하며 유진의 몸을 안아주었다. 볼을 감싸 피부를 쓸었다가 손을 넘겨 귀를 만지작거리고 목덜미를 손끝으로 스쳐 움츠리는 유진의 젖꼭지를 톡톡 두들겼다가 쾌감으로 유진이 가슴을 내밀면 또 세상에서 가장 부드럽게 젖꼭지를 문질러주었다. 유진의 페니스가 아예 고장이 난 듯이 선액을 흘렸다. 크리스의 성기가 어느 순간에 유진의 안쪽에 들어와 있었다.

“으응….”

“유진, 유진.”

“아…?”

놀란 유진이 움직이자 크리스의 것이 유진의 안에서 크기를 더 키웠다.

“흐읏…!”

인식하고 나니 배가 너무 꽉 차서 유진은 숨도 얕아졌다. 횡격막이 제대로 공간을 확보하지 못하는 느낌에 유진은 최대한 짧게 숨을 쉬려 애썼다. 크리스가 유진이 자신의 크기에 익숙해질 때까지 또 다정한 손길과 키스로 유진을 달랬다. 유진이 크리스의 것을 문 채로 할딱거리다 얕게 쉬는 숨에 적응하자 크리스가 상체를 세우며 입을 맞췄다.

“유진, 귀여워.”

입맞춤이 꽤 좋은데도 크리스가 상체를 세우는 것을 본 유진의 몸이 굳었다. 이제 제대로 움직임이 시작될 터였다. 눈을 세게 감자 눈꺼풀에 크리스의 입술이 떨어졌다.

“긴장 풀어, 유진.”

크리스의 말대로 몸을 굳혀봤자 위험성만 커질 뿐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었다. 유진은 크리스가 이끄는 대로 느리고 깊게 숨을 쉬었고 그것을 다섯 번도 하기 전에 몸이 덜컥 떨려왔다.

“하읏…!”

마치 차단되어 있던 신경이 연결된 것만 같았다. 크리스의 크고 단단한 성기가 유진의 통통하게 드러난 전립선을 눌러 밀고 있었고 입구는 굵은 것을 물고 있느라 잔뜩 벌어졌다. 유진의 민감하기 이를 데 없는 부분들이 그런 자극에 멀쩡할 리가 없었다. 유진의 눈앞이 색색의 불꽃으로 번쩍번쩍 빛났다.

“좋…좋아, 이거…좋아요.”

“아직 다 먹지도 않았는데 이러면 곤란한데, 유진.”

곤란하다니? 다 먹지 않았다고? 지금도 배가 가득 차 숨도 제대로 못 쉬는 상태였다. 그런데 다 들어가지도 않았다고 했다. 유진의 눈이 경악으로 커져 크리스와 자신의 결합부로 향했다. 불행하게도 크리스의 것은 3분의 1도 못 들어가 있었다.

“너…너무 커요…다 안 들어…가….”

유진의 호흡이 다시 가빠지기 시작했다. 크리스가 다시 입을 맞춰오는 것에 유진의 눈이 감기자 크리스가 바로 허리를 쳐올렸다. 엄청난 충격이 유진을 덮쳤다. 엄청나게 커다랗고 단단한 것이 유진의 안을 억지로 벌리며 한꺼번에 틀어박혔다. 갑작스러운 충격에 유진의 몸이 굳었다.

“!!!!!!!!”

안을 얻어맞는 것 같았는데 유진의 페니스에서 정액이 튀어 올랐다. 단 한 번의 움직임으로 사정에 이른 유진의 몸이 덜덜 떨렸다. 말도 안 됐다. 크리스가 전부를 넣지도, 피스톤 질을 하지도 않았는데 안쪽에 닿자마자 사정하다니. 제대로 움직이게 되면? 거기에 신음조차 내지 못하고 달한 몸은 고장 난 것처럼 크리스의 성기를 세게 물었다 놓기를 반복했다.

“유진, 유진. 힘 빼야지. 너무 조여.”

“…모…몰라요…이상, 이상해서…. 크리스…도와, 도와주세요.”

크리스가 유진의 젖꼭지를 입에 머금었다. 유진의 허리가 들리자 크리스가 쿠션을 유진의 허리 밑에 받쳐주었다. 쿠션 위에 떨어진 유진의 허리가 비틀리기 시작했다. 안이 욱신거려 참을 수가 없었다. 금세 치밀어 오르는 절정감이 유진을 미치게 만들었다.

“이, 이렇게 하면, 흣, 또, 또….”

“이번엔 같이 갈까? 유진.”

크리스가 다시 입을 맞춰오고 유진은 눈물이 차오른 눈을 감았다. 분명 여태까지와는 비교도 안 되게 힘든 시간이 시작될 것이었다.

그 뒤에 이어진 일들은 유진의 생각만큼 힘들지는 않았다. 아니 힘들긴 했는데 생각보다는 훨씬 부드러웠다. 유진은 크리스가 키스를 끝내면 퍽퍽 하고 소리가 날 만큼 격렬한 허리 짓이 이어질 거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크리스는 격렬한 허리짓 대신 유진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가 손가락으로 굴리고 꾹 누르는 것을 하며 유진이 달하기 직전으로 만들고 천천히 그러나 무겁게 허리를 밀어붙였다. 열기가 지글지글 끓어오르면서도 진득하게 달라붙었다. 유진의 고개가 끝도 없이 뒤로 넘어갔다. 유진의 몸이 미약하게 떨렸다.

이미 유진의 안쪽 끝에 닿은 것 같았는데 크리스가 계속해서 밀어 넣자 또 들어갔다. 안쪽에 돌기 같은 것이 있는 모양인지 크리스의 성기가 볼록 솟아오른 부분을 누르는 느낌이 났다. 아픈가 했는데 아니었다.

“아…. 흐?”

유진의 눈이 놀람으로 가득 차 크리스를 보았다. 정말 이상한 기분이었다. 간지러운데 긁을 수도 없는 그런 기분. 물론 아주 안쪽에 있으니 손으로 긁을 수 없는 부분이긴 했지만 손이 안 닿고 닿고의 문제가 아니라 피부의 안쪽이 간지러운 느낌이었다. 그것도 발바닥을 손가락으로 간지럽히는 듯한 기분이 아니라 저릿한 것처럼 그렇게 간지러웠다. 꼬리뼈 안쪽이 욱신거렸다.

“이상해, 이상해요…욱신거려요….”

“다 먹었네. 유진.”

크리스의 말에 유진의 눈이 자신도 모르게 둘의 결합부로 향했다. 크리스의 치골이 유진의 엉덩이에 닿아 있었다. 유진의 아래 팔의 가장 굵은 부분만큼 굵고 1피트는 되어 보이던 성기가 전부 들어갔다니 약효가 좋긴 좋았다.

“아….”

“유진. 아까 먹었던 약, 그거 위약(僞藥)이야.”

크리스가 생글생글 웃으며 입을 맞춰왔다. 하지만 유진의 머릿속은 엉망진창으로 뒤섞였다. 근이완제를 먹은 것이 아니라니. 그러면 자신은 그 큰 걸 문제 없이 받아들였다는 것인가. 말도 안 됐다. 그리고 무서웠다. 공포로 유진의 몸이 덜덜 떨리는 것을 크리스가 안고 달랬다.

“괜찮아, 유진.”

유진도 플라세보 이펙트를 모르는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그렇게나 쉽게 넘어간 것이 어이없고 분한데 근이완제를 먹지 않았다는 것을 깨달은 몸이 유진이 화를 내도록 해주지 않았다. 가짜 약효가 없어진 유진의 내벽은 안쪽까지 침범한 굵은 성기를 조이며 금방 절정에 이르려 했다.

“커….”

다 들어오기 전에도 얕았던 숨이 더욱 얕아져 고작해야 한 음절을 말하는 것이 끝이었다. 선액이 줄줄 흐르는 유진의 페니스를 가볍게 훑는 크리스의 손에 유진의 허리가 휘며 고개가 넘어갔다. 크리스가 유진의 움직임에 아주 조금 빠진 성기를 다시 밀어붙였다. 심장이 크게 뛰어 귓가에도 심박음이 들렸다. 혈관이 펄떡펄떡 뛰는 것에 맞춰 유진의 내벽이 크리스의 것을 물었다 놓기를 반복하고 그러면 꼬리뼈 안쪽이 지끈거렸다.

“히, 히잇, 아, 앗!”

크리스가 움직이지도 않는데 유진 혼자 달아올라 쾌감으로 허덕였다. 줄줄 흐르던 선액이 점점 하얗게 바뀌었다. 유진의 허리가 조금씩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주 조금만 움직였는데도 눈앞에 빛이 번쩍거릴 만큼 기분이 좋았다.

“크…크리스, 움직여 주….”

“어떻게?”

“마음…마음대로요.”

유진은 크리스가 원하는 답을 말하면서도 무척 힘들 것 같아 눈으로 크리스를 애원하듯 바라보았다. 크리스가 유진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는 천천히, 그리고 짧게 움직였다. 눈으로 봐도 확연히 느린 것이 보이는데 유진의 생각대로 힘이 들었다. 크리스의 귀두 끝에 유진의 튀어나온 부분이 걸리자 욱신거림이 심해져 다리에 힘이 들어갔다. 힘이 들어간 발등이 직선으로 뻗어 종아리가 단단하게 굳었다. 허벅지가 당기는 것 같더니 유진이 안으로 달했다. 죽을 것 같았다. 여태까지 안으로 느끼는 것과는 달랐다. 훨씬 크고 단단했으며 굵고 뜨거웠다.

“흐앗!”

유진의 안이 빠르고 세게 크리스의 것을 씹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이마에 땀방울이 맺히는 것이 유진의 흐려진 눈에 들어왔다. 좋았다.

유진이 바르르 떨리는 손을 들어 크리스의 땀을 닦으려 하자 크리스가 유진의 손을 잡아내려 손등에 정중하게 키스했다. 크리스의 입술이 닿은 손등에서부터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몸이 떨리는 와중에 중간중간 튀어 고장이 난 것 같은데도 크리스가 손등에 키스해주는 것이 아주 느리게 재생되듯이 보였다.

크리스의 입술이 떨어지고 크리스가 유진의 허리를 잡아 단단히 고정하고 허리를 움직일 때까지 유진은 영문을 모르는 정신적인 쾌감 속을 유영하고 있었다. 몸의 쾌감도 정신적 쾌감도 좋았는데 크리스가 허리를 붙잡을 때부터 커다란 쾌감이 쏟아졌다. 유진은 자신이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지도 잊을 정도로 쾌감에 시달렸다. 유진의 몸이 크리스가 움직이는 것에 맞춰 흔들렸다. 크리스의 몸과 부딪히는 유진의 몸에서 젖은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방을 채웠다.

“방, 방금 갔는데….”

“계속 가야지, 유진.”

“바로, 바로 가, 가요.”

“계속 갈 거야. 유진.”

크리스의 말대로 유진은 연달아서 안으로 달하기 시작했다. 틈이 없이 쏟아지는 절정에 유진의 시야가 번쩍거리며 빛과 어둠으로 바뀌었다. 하얀색의 비율이 컸던 체액은 다시 점점 투명해져 아주 약간의 점성이 있는 물 같은 것이 줄줄 흘렀다. 요도는 체액이 지나가면서 열이 올라 거기에서도 열기가 쌓였다.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페…페니스 안에….”

“만져 줄까? 유진.”

크리스의 물음에도 유진은 답을 하지 못했다. 유진은 정답을 몰랐다. 만져지고 싶은데 만져지고 싶지 않았다. 말도 안 되는 감각에 유진의 몸이 떨렸다.

“모르, 모르겠어요.”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의 찡그려진 미간에 입을 맞췄다. 크리스의 손은 유진의 허리에서 떠나지 않았고 유진은 곧 요도구를 만져주지 않았어도 앞뒤로 동시에 느꼈다.

“흐아, 또, 앗, 또, 가. 또 가요. 거기, 거기랑 흣, 앞에, 앞에 미쳐요.”

유진의 머리가 좌우로 빠르게 흔들렸다. 쾌감이 너무 강해 폭력적이었다. 크리스의 움직임은 점점 질척거리는 소리와 함께 강해졌다. 유진은 곧 크리스가 안을 찧을 때마다 하얀 정액을 쏘아 대기 시작했다.

“아, 안 돼, 계, 계속 사정하면, 나와 버, 버려요.”

크리스의 얼굴에 웃음이 떠오르더니 크리스가 짧게 움직이던 것을 바꿔 절반 정도를 빼내었다가 빠르고 세게 끝까지 박아 넣었다. 크리스가 뺄 때는 내벽들이 아쉬워 달라붙어 놓아주지 않으려는 것을 유진도 느낄 정도로 조밀하게 물었다가 내벽들이 물 준비도 하지 못했는데 거세게 치고 들어와 유진의 페니스에서 체액을 싸게 만들었다. 안을 맞을 때마다 감당할 수 없는 열기가 배 속에 돌고 체액이 나올 때마다 요도가 간질거렸다. 퍽 하는 소리와 함께 가슴께에 툭 떨어지는 정액이 몇 번이었을까 유진의 신음이 보다 높아졌다. 너무 좋은데 고통스러웠다.

“나와, 나와요, 나와 버려, 이, 이제 없…없는데, 안 돼, 안 돼.”

유진이 몸을 버둥거리며 쾌감에서 벗어나려 애썼지만 크리스의 큰 손에 잡힌 유진의 허리는 유진을 꼼짝도 하지 못하게 만들었고 유진은 투명한 액을 자신의 얼굴까지 쏘아 올렸다.

“지금 가고 있어요, 가고 있어요, 가고 있는데…!”

유진은 지나친 쾌감에 자신의 상태를 크리스에게 호소했지만 크리스의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유진의 눈에서 생리적인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다정하게 입을 맞추며 유진의 눈물을 나오는 대로 핥아 없앴다. 그래도 유진의 눈물은 멎지 않았다. 퍽퍽하고 젖은 피부끼리 부딪치는 소리는 멈추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쾌감이 계속해서 쏟아졌다. 일부러 유진이 느끼는 곳을 치며 박아대는 통에 유진의 내벽은 진탕으로 녹아 크리스의 성기에 들러붙었다. 지나친 쾌감은 고문 같았다.

“아, 안 돼, 나와요, 제발, 안 돼, 안 돼요.”

유진의 눈에서 두려움으로 가득 찬 눈물이 나왔다. 신음에도 울음이 섞였다. 이대로면 유진은 또 실수를 할 것이 틀림없었다. 하지만 크리스는 유진의 눈물로 얼룩진 얼굴을 안쓰러운 표정으로 보면서도 허리짓을 멈추지 않았다. 유진은 서러웠다. 거기에 무언가 속에서부터 올라오는 기운이 느껴졌다. 유진은 눈을 감았다. 버티지 못할 것이 틀림없었다. 무서움과 서러움에 유진의 울음이 신음을 덮고 얼마 안 되어 유진이 실금했다. 비참했다. 실금조차 쾌감으로 받아들여 조여드는 유진의 안에 크리스가 사정했다. 긴 사정과 사정 중에 더 격렬하게 움직이는 크리스에게 유진은 실금 내내 시달리다가 잠시 정신을 잃었다.

“유진?”

유진이 크리스의 부름에 정신을 차리니 욕조 안이었다. 그나마 다행이라 자위하는데 크리스의 것이 아직 유진의 안에 들어있다는 것이 느껴졌다.

“흐읏!”

크리스가 유진을 자신과 같은 방향을 보게 해 성기 위에 앉혀놓고 있었다. 유진의 몸이 튀는데 크리스의 손이 유진의 젖꼭지를 잡아당겼다. 쾌감이 척추를 타고 흘렀다. 유진의 등이 휘어지고 고개가 젖혀졌다.

“앙!”

“귀여운 소리네, 유진. 좋아?”

크리스가 유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귓가를 스치는 크리스의 숨결에 유진의 몸이 움찔거리며 안에 있던 크리스의 성기도 조였다. 여러 번의 사정과 긴 관계 내내 줄줄 흘렸던 선액으로 내보낼 것이 없어 내서는 안 될 것까지 내보낸 유진의 페니스가 다시 단단하게 섰다. 크리스가 유진을 자신의 위에 올리고도 부드럽게 움직였다. 유진은 나올 것도 없는데 또 절정감이 치밀어 올랐다. 기분 좋았다.

유진의 달콤한 소리가 욕실에 울렸다. 크리스가 허리를 돌려 유진의 녹은 안쪽을 휘저었다. 커다란 성기에 눌린 전립선에서 지속적인 쾌감을 보내왔다. 따뜻한 물에 몸이 담겨 있는 것에 합쳐져 유진이 흐물흐물하게 녹았다.

팔다리가 완전히 늘어져 물결에도 흔들리는 유진을 크리스가 삽입하고 있던 것을 빼지 않은 채로 들고 일어섰다. 자신의 상체가 숙여지는 것에 놀란 유진이 힘이 빠진 팔로 욕조 난간을 잡았다. 크리스가 유진의 허리를 붙잡아 유진이 완전히 처박히는 것을 막았다. 유진의 자세가 잡히자마자 크리스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발이, 흣, 발이 안 닿아요.”

유진의 세운 발가락이 욕조 바닥을 스치기만 했다. 어차피 닿아봤자 힘이 빠져 제대로 설 수 없었겠지만 그래도 닿는 것과 안 닿는 것은 천지 차이였다. 그러나 크리스는 괜찮다며 계속 움직였다. 유진의 페니스에서 체액이 한 방울씩 떨어졌다. 고갈된 체액 때문에 자극에 억지로 쥐어 짜이듯 한 방울씩 내보내는 것이었는데 그게 더 요도를 심하게 자극했다. 유진은 발이 닿지 않아 공중에서 흔들리는 불안감과 요도를 태우는 듯한 쾌감에 욕실을 신음으로 가득 채웠다. 미칠 것 같았다. 불안감에 바닥을 짚으려 다리에 힘을 줄 때마다 앞뒤 양쪽으로 번개가 번쩍였다. 유진은 전략을 수정했다.

“좋, 좋아, 거기, 거기, 기분 좋아요, 앗.”

유진이 크리스의 움직임을 졸랐다. 크리스가 유진을 조금 더 높이 들더니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연이어 들려왔다. 욕실의 타일 벽에 부딪혀 돌아오는 소리가 중첩되어 아래로 쏠려 붉었던 유진의 얼굴이 더 붉게 변했다.

“가요, 가요, 또 가, 같, 같이 가요. 크리스.”

“예뻐라, 같이 가고 싶어? 유진.”

“…네, 같이, 같이 가, 가요.”

유진의 말이 끝나기가 무섭게 크리스의 허리 짓이 강렬해졌다. 퍽하고 틀어박힐 때마다 유진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절정은 금방이었다. 유진의 안이 들어있는 크리스의 것을 절정으로 인해 마구 조였다 풀었다. 크리스의 성기가 꿈틀거리며 유진의 안에 뜨거운 것을 내어놓았다. 그 움직임에 또다시 가볍게 달한 유진의 팔도 힘이 풀렸다. 풀썩 가라앉는 유진을 받친 크리스가 유진을 세워 얼굴을 돌리고 키스했다. 부드러운 키스에 유진이 아직 빠지지 않은 크리스의 것을 물었다.

“흣…아?”

“잘 먹네. 착하기도 해라.”

크리스의 것은 분명 방금 사정을 끝냈음에도 불구하고 그대로 커다랬다. 믿었던 작전의 실패에 유진의 눈이 흔들렸다. 차마 입으로 낼 수도 없어 유진은 그저 떨기만 하다가 크리스에게 들려서 이때까지의 문이 아닌 쪽으로 나왔다. 벽인 줄 알았던 곳이 문인 것도 놀라운데 그 문을 열자 나온 공간은 더 놀라웠다. 원래의 침실과 똑같은 모습으로 꾸며진 침실이었다.

아주 똑같게 꾸며진 침실은 기괴하고 공포스럽기까지 했다. 유진은 그 기괴함에 질려 자기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침대로 향하던 크리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유진을 침대에 내려놓고 이불로 감싸 안은 크리스의 몸에서 따뜻한 온기가 느껴졌다. 유진이 추워서 그런 것이라 착각해 한 일인 것 같아 유진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유진에게 크리스는 정말로 어렵고 복잡했다. 유진의 생명의 은인이고 좋아했던 사람이며 동시에 유진을 스토킹하고 납치와 감금을 하는 사람이었다.

유진은 크리스의 품으로 파고들었다. 크리스에 대해 생각하는 것은 항상 힘들었다. 머리로는 자신이 어떤 생각을 해야 하는지 잘 알고 있는데 생각만 하면 그것이 흔들렸다. 지금도 그랬다. 크리스가 나쁜 것을 알면서도 점점 추가 좋은 쪽으로 기우는 것이 느껴졌다. 유진이 크리스의 가슴에 얼굴을 묻고 좀 더 몸을 붙이자 크리스의 큰 손이 유진의 뒷머리를 감싸고 다른 한 손은 유진의 등을 부드럽게 쓸어주고 있었다. 귀에 닿은 크리스의 가슴에서 조금 빠른 심장 소리가 들렸다. 크리스의 입술이 유진의 눈꺼풀에 내려왔다. 역시나 큰 힘이 들어가지 않아 온기만이 유진에게 남았다. 유진이 기어 올라가 크리스의 입술에 촉하고 키스했다.

“앗!”

크리스가 안고 있던 유진을 침대에 등이 닿게 돌려 눕혔다. 갑작스러운 변화에 유진의 눈이 크리스를 살피는데 크리스가 유진의 다리 사이에 앉아 웃으며 유진의 발을 잡아 입을 맞췄다.

“흐읏.”

간질거리는 기분에 유진의 목이 움츠러들었다. 크리스의 입술이 유진의 발등에서 종아리로, 종아리에서 허벅지로 올라왔다. 간질거리는 감각에 유진의 몸이 떨렸다. 크리스가 허벅지로 올라오며 유진의 다리를 접는 바람에 자세가 민망해져 유진이 크리스를 잡지도 못하고 시트를 쥐어뜯었다. 크리스의 입술이 종아리를 지날 때부터 곧추선 성기가 그대로 드러나는 것이 부끄러웠다. 부끄러워 몸에 힘이 들어가 단단해진 유진의 허벅지에 자국들을 남기며 쾌감으로 유진의 허리를 휘게 만들던 크리스가 손에 젤을 잔뜩 부었다. 크리스의 손에서 데워진 젤이 유진의 성기에 뿌려졌다. 촉촉하고 미끌거리는 감촉이 유진의 몸에 소름이 돋도록 만들었다.

“아…응!”

크리스의 손이 잔뜩 젖은 채로 유진의 페니스를 문지르기 시작했다. 그것만으로도 기분이 좋은데 젤은 계속 흘러내려 유진의 동그랗게 올라붙은 고환을 감싸고 약간 들어간 회음부에 고였다가 조금 열린 유진의 입구로 들어가 유진의 몸이 튀게 만들었다. 신음성이 터지자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의 안으로 들어와 입구를 벌렸다.

“…또…?”

경악이 섞인 유진의 물음에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의 손을 자신의 성기로 옮겼다. 유진이 한 손으론 제대로 잡을 수도 없게 발기해 있었다. 부끄러움과 열감에 유진이 손을 빠르게 떼어내자 크리스가 유진에게 입을 맞추며 서서히 삽입했다.

“흐…응….”

긴 시간 큰 걸 물고 있어 벌어진 안이 꽤나 부드럽게 크리스의 삽입을 받아들였다. 지나치게 굵어 약간 뻐근할 정도로 벌어지는데도 아프다고 말할 정도는 아닌 데다가 묘하게 기분이 좋은 욱신거림이 느껴졌다. 유진의 안쪽 통통하게 솟은 곳은 들어오는 크리스의 성기에 밀려 눌러지면서 아예 쾌감이 한계치에 올랐다.

“하아, 하아.”

나올 것이 없는 게 확실했고 아예 느낌으로도 느껴지는데도 유진의 요도 안쪽이 간질거렸다. 뭐라도 내보내고 싶은 것처럼.

“예쁘게 빠끔거리네. 유진.”

크리스가 유진의 요도구를 엄지로 간지럽히며 말하는 바람에 유진도 자신의 요도구를 보았다. 크리스가 기구들로 벌려 더이상 아주 좁지 않았지만 그래도 작은 구멍은 끊임없이 개폐를 반복하며 자신의 허기를 고했다. 유진의 볼이 발갛게 물들었다.

“그러면 여기도 닫히는데.”

부끄러움에 유진이 몸을 굳히자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에게 말했다. 크리스가 유진의 입구를 덧그리며 느끼라는 듯이 굴었지만 유진은 크리스가 그렇게 하지 않아도 충분히 자신의 내벽이 크리스의 것을 세게 조였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어떻게 생겼는지 그릴 수 있을 것 같은 정도로 느껴지는데 어떻게 모를 수가 있을까. 유진이 부끄러운 말을 잊고 싶어 고개를 흔들자 크리스가 계속 웃으며 입맞춤을 했다.

유진의 안은 분명 여러 기구들로 확장되었지만 크리스의 것이 가장 크기 때문인지 크리스의 것에 맞춰 열리는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그 감각을 느끼면 피부 안쪽 깊숙한 곳에 스멀스멀한 감각이 느껴졌다. 그게 아니더라도 길이가 달라 깊은 곳은 크리스만이 들어가긴 했지만.

“흐읏, 아, 벌, 벌써 느껴요, 아….”

또다. 크리스가 완전히 삽입을 끝내자 유진은 안으로 달하기 시작했다. 크리스의 끝이 비집고 들어가는 부분에 있는 곳은 무언가 닿아 벌리면 바로 절정에 오르는 것 같았다. 크리스가 부드럽게 허리를 움직였다. 격렬하지도 빠르지도 않지만 유진이 느끼는 곳은 반드시 긁어 누르는 바람에 유진의 몸이 미친 듯이 떨렸다. 무언가가 가득 차 터질 것 같았다.

“계, 계속 가…가요, 이상, 흣, 해, 크리스, 크리스.”

유진의 손이 크리스를 찾아 헤맸다. 크리스가 유진의 무릎을 잡고 있던 손을 떼고 유진의 손에 깍지 껴 맞잡아주었다. 크리스가 너무나 사랑스러운 존재를 보는 눈빛으로 유진을 나지막이 불렀다. 마치 기도문을 외는 것처럼 계속해서 유진의 이름을 부르는 바람에 유진의 정신이 혼미해지고 끝없이 달하는 절정으로 유진의 눈에선 눈물이 펑펑 쏟아졌다.

쾌감도 너무 강렬하면 괴로웠다. 그런데도 유진의 몸은 크리스의 것을 놔주기 싫다는 듯이 조이고 들러붙고 허리가 흔들렸다. 크리스는 작정한 사람처럼 유진이 기분 좋아하는 곳만을 긁거나 눌러주었다.

“아, 안 돼, 안 돼요, 계, 계속, 싸고 싶어요, 싸고 싶어, 싸게 해주세요.”

유진이 결국 내보낼 것이 없는데도 내보내고 싶은 것을 참지 못해 크리스에게 울며 애원했다. 사실 비어 없어진 것을 크리스라고 해서 어떻게 만들어 줄 수 있는 것도 아닌데도 펑펑 울며 크리스에게 매달렸다.

“싸면 되지, 유진.”

“안…안 나와요.”

크리스가 다정한 얼굴과 목소리로 유진에게 싸도 된다고 말해주었지만 나오지가 않아서 못 싸는 상태였던 유진에겐 도움이 되지 않았다. 유진의 말에 걱정스러운 표정을 한 크리스가 움직이던 것을 멈추고 자신의 것을 빼내려고 했다.

“빼, 빼면 안 돼요.”

자극이 멈추면 쾌감도 멈춰 사정의 욕구는 나지 않을텐데 유진은 크리스가 성기를 빼는 것이 싫었다. 엉엉 울며 빼지 말라고 하는 유진을 난처한 표정으로 보던 크리스가 유진에게 무언가를 물었다. 조금 긴 말이라 제대로 들리지 않는데 어쨌든 무언가 해준다는 얘기 같아서 유진은 고개를 끄덕였다.

크리스가 삽입한 채로 유진을 들고 조금 움직였다.

“흐읏!”

아주 조금의 움직임에도 유진은 다시 절정에 달했고 급기야 유진의 다리가 시트를 걷어차기 시작했다. 정말 뭐든 내보내고 싶었다. 요도 전체가, 안쪽 깊은 곳이 욱신거리며 쥐어짜듯 움직이는데 내보낼 것이 없었다. 유진의 발버둥을 본 크리스가 유진의 입술을 자신의 입술로 막아주며 손을 뻗어 서랍에서 무언가를 꺼냈다.

크리스의 키스에 절정을 이어가면서도 힘이 풀려 다리의 움직임이 약해진 유진은 크리스가 자신의 요도에 튜브의 입구를 삽입하는 것을 보고 반색했다. 뭔지는 모르지만 이 괴로움은 끝이 날 거라는 게 확실해 보였다.

“조금 차가워, 유진.”

크리스가 관이 유진의 요도에 잘 맞물렸는지를 확인하고 튜브를 눌렀다.

“!!!!!!!!”

유진의 눈앞이 하얘지며 허리가 완전히 들렸다. 요도에 차가운 액체가 지나가고 있었다. 허리가 완전히 뜬 채 몸을 떠는 유진을 보며 튜브 안의 내용물을 전부 넣은 크리스가 빈 튜브를 던져버리고 유진의 허리를 잡았다.

퍽 소리가 날 만큼 안의 돌기를 세게 얻어맞은 유진이 액체를 내보냈다. 자신의 것이 아닌데도 요도를 빠져나오는 액체에 유진의 목마름이 해소되었다.

“거기, 거기 좋아요, 계속, 계속.”

크리스가 유진의 요구에 따라 격렬하게 움직였다. 처음 몇 번은 쏘듯 나오던 액체는 곧 줄줄 흘러나왔고 유진은 울면서도 달콤한 목소리로 신음하다 마지막 한 방울이 나왔을 때 정신을 잃었다.

크리스는 기절한 유진을 안아 올려 다리를 펴주고 자신의 위에 눕혔다. 많은 횟수와 긴 시간의 오르가즘으로 인해 촉촉하고 맑은 분홍빛이 은은하게 감도는 유진의 피부에 몇 번이고 입을 맞추고 쓰다듬었다. 그것만으로도 행복했는데 유진이 크리스에게 좀 더 파고들거나 숨을 쉴 때마다 빼지 않은 자신의 것을 부드럽게 감싸오는 내벽에 정말로 기분이 좋아졌다.

20년에 가까운 시간 동안 단 한 사람을 그리며 사는 것은 괴로웠고 그 덕분에 크리스의 생활은 누가 봐도 좋다고는 할 수 없었다. 극심한 불면과 존재조차 하지 않는 식욕. 의식적으로 먹지 않으면 안 될 정도로 식욕이 없어 삶의 긴 시간을 의무로 식사를 해왔다. 그런 삶을 산다고 하기는 힘들었다. 그래, 크리스는 유진을 구해내고 함께하기 위해 긴 시간을 버텨왔다. 그리고 유진을 맞이하자 크리스의 삶이 달라졌다. 음식의 맛이 제대로 느껴지고 허기라는 것이 무엇인지 알 수 있었다. 유진과 헤어지고는 단 한 번도 느끼지 못해 어릴 때의 기억도 희미해진 감각이었는데, 다시 느끼고 보니 꽤나 괴로워서 자신은 대체 어떻게 이 감각을 잊을 수 있었나 싶었다.

좀 더 진행되어 유진이 완전히 크리스에게 속하게 되면 이렇게 달콤한 몸을 품에 가두고 제대로 된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이었다. 크리스의 애정을 받고 크리스에게 사소한 것 하나하나를 의지하게 되어 크리스가 없이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진이 되면, 크리스의 것을 전희 과정 없이도 부드럽게 받아들이고, 크리스의 것 없이는 허전함에 크리스를 찾는 유진이 되면, 그러면 크리스의 기나긴 불면도 끝이 날 것이었다.

그때가 되면 유진의 기억도 되찾아 줄 것이었다. 눈물로 젖고 붉게 부은 유진의 눈가에 입술을 대고 있던 크리스는 유진이 기억을 찾고 나면 어떤 모습일지가 그려졌다. 지금의 눈물과는 비교도 되지 않겠지. 크리스는 안쓰러운 마음에 유진의 결 좋은 머리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크리스의 손가락에 닿아 차르르 흘러내리는 검은 머리카락은 크리스가 파인더 너머로 보거나 멀리서 보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이렇게나 예쁜데 유진의 삶은 너무나도 힘들었다.

갑작스러운 사고로 사랑하는 남편을 잃은 유진의 어머니가 유진을 다른 모습으로 착각한 것은 슬픈 일이긴 했지만 치료를 받고 마음이 진정되면 깔끔하게 끝날 일이었다. 하지만 유진의 어머니는 너무나 아름다웠고 집에서 쫓겨나 옮긴 곳은 인간쓰레기들로 가득 차 있었다. 결국 유진과 함께 카르텔에 끌려왔고 좋을 대로 이용을 당했다. 어머니가 그렇게 고생하는 동안에 유진도 엄청난 학대를 받았다. 아직도 생생하게 떠오르는 첫 만남의 유진은 아주 작고 더러웠으며 멍과 피딱지까지 달고 있었다. 커다랗고 늘어진 원래는 하얬던 것 같은 얼룩진 티셔츠 밑으로 드러난 가는 다리가 선명했다. 그래도 너무 예뻐서 여자아인 줄 알았는데 티셔츠만 입고 있었던 유진이 움직이는 바람에 남자아이인 것을 알았다.

크리스 자신이 납치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의 절망감과 분노는 전부 유진의 존재로 사라졌다. 대신 그 빈 곳을 채운 것은 유진에 대한 연민과 애정이어서 크리스의 트라우마는 오로지 유진을 잃은 것에만 있었다. 납치를 당했고 살인을 목격했으며 손목을 스스로 탈골 시키고 어깨와 빗장뼈에 금이 가고 사람을 죽였는데도. 그로 인해 유진을 구해낸 것이 다행스러워서 자신의 고통은 전혀 자신에게 들어오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눈앞에서 죽어가던 어머니를 보던 유진의 표정은 크리스의 악몽 2순위였다. 1순위는 카르텔의 누군가가 유진을 찾아내서 죽이는 것을 보는 것이었다. 위험에 처하자 유진으로 착각하던 크리스가 아니라 유진에게 달려가던 유진의 어머니가 유진을 한 번 구해냈다. 그러나 스스로는 구하지 못했고 유진은 그 모든 것을 고스란히 보고 있었다. 그때의 유진의 표정이란…크리스는 그렇게나 아픈 장면을 본 것은 처음이었고 그 이후로도 한 번도 없었다.

빌어먹을 놈들이 유진의 어머니를 죽인 것으로 모자라 유진까지 죽이려는 것을 크리스가 손을 탈골 시켜 수갑에서 빠져나오고 다른 손으로 총을 쏴 죽여버렸다. 제대로 자세를 잡지 못해 반동으로 뼈에 금이 갔는데도 유진을 안아주는데 바빠 통증을 느끼지 못했다. 유진이 크리스의 품에서 눈물만 흘리다 정신을 잃었고 크리스 역시 자신을 구출하기 위한 침투팀의 모습을 본 순간 팽팽하던 긴장의 끈이 풀리며 기절했다.

병원으로 옮겨진 두 사람은 같은 병실에서 치료를 받았다. 크리스가 정신을 잃은 상태에서도 유진을 놓아주지 않았고 크리스보다 먼저 정신을 차린 유진은 크리스가 아니면 아예 말을 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때 유진이 중얼거리던 말을 전해주지 않았어야 했는데. 유진은 자주 들었던 말을 되풀이해 말했고 그 내용은 카르텔이 당시 쓰고 있던 창고들의 위치와 거래선들에 대한 정보였다. 그것이 그대로 경찰에게 흘러가 카르텔은 커다란 타격을 받았고 그 때문에 크리스는 유진을 지키기 위해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보호프로그램에 넣지 않으면 유진이 죽을지도 모른다는 말에 유진을 떠나보내며 충격으로 크리스에게만 말을 하는 유진에게 전날 밤 내내 다 잊으라고 계속해서 귓가에 속삭였다.

다음 날 크리스를 알아보지도 못하면서 예쁘다고 말하는 유진을 보안관의 손에 넘기며 크리스는 반드시 유진을 프로그램에서 빠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크리스가 어려서 아주 긴 시간이 걸렸다. 도중에 유진을 꼭 프로그램에 넣지 않아도 됐으나 크리스와 떼어놓기 위해 자신의 부모님이 그렇게 했다는 것을 알게 되었지만 유진의 생명을 위협하는 존재들을 놔둘 수도 없어서 크리스는 카르텔을 정리하는 데에만 집중했다.

크리스의 긴 노력은 빛을 발했다. 이제 오랜 시간 깔아놓았던 포석들이 제대로 움직여 정리를 마치고 유진이 프로그램에서 나오게 되는 그 날이 코 앞이었다. 크리스는 완전히 손꼽아 기다렸다. 그런데 끝의 끝에 와서 누구도 하지 않을 어리석은 선택으로 카르텔이 유진을 죽이려 돌진하는 것을 유진이 너무 보고 싶어 몰래 뒤를 쫓던 크리스가 보았다. 사고 직전 유진을 빼돌려 미리 준비한 집에 가두고 다른 시신을 유진인 것처럼 꾸며 모두를 속였다. 카르텔도, 크리스가 유진을 해칠까 걱정해 그때부터 십 년이 넘는 기간 동안 크리스와 유진 양쪽을 감시하던 크리스의 부모에게서도.

이제 카르텔 정리는 끝이 나서 유진은 생명의 위협이 없고, 자신의 이름을 되찾고, 도망 다니지 않아도 되는 일상으로 갈 수 있었다. 그저 크리스가 유진을 자유롭게 놔줄 수 없을 뿐이었다. 유진도 자신이 없이는 살아갈 수 없어서 제 발로 돌아오도록 그렇게 만들고서 놓아준 것처럼 행세하고 싶었다.

너의 불운은 나를 만난 것도 포함된 것이겠지. 크리스의 생각이 이어졌다. 그래도 유진이 자신이 없이 살 수 없게 되어 스스로 오게 된다면 유진의 불운 중 하나였던 크리스가 더이상 불운이 아닐 것이었다. 자신의 곁에 있어 주기만 한다면 세상에서 가장 잘해줄 자신이 있었다.

크리스는 유진의 살짝 벌어진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대고 유진의 숨결을 깊이 들이켰다. 어서 유진이 자신이 있는 곳까지 떨어지기를 기원하면서 유진의 목을 지분거렸다.

“음….”

유진이 크리스의 손길이 간지러운지 몸을 뒤척였다. 크리스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곧 유진의 눈이 열리고 새카만 눈동자가 드러났다.

“크리스…? 무슨 일 있어…흣!”

유진은 크리스의 표정이 꼭 우는 것 같아서 놀라 움직이다가 여전히 자신에게 묻혀있던 크리스의 존재를 인식했다. 계속적으로 주입받았던 쾌감이 인식과 동시에 느껴졌다. 유진의 등이 쾌감으로 약하게 떨리고 그것을 알아차린 크리스가 유진을 조금씩 흔들었다.

녹은 유진의 안은 크리스의 움직임으로 질척거리는 소리를 내며 휘저어졌고 유진은 또다시 쾌감으로 허덕였다. 강렬하지 않지만 완만하게 상승한 열기가 몸을 달궜다.

“조…좋아요.”

“부드럽게 하는 게 좋아? 유진.”

크리스의 미소 띤 얼굴에 멍청하게 고개를 끄덕이던 유진은 크리스가 웃는 것을 보고 크리스의 생각을 알아차리곤 얼굴을 물들였다. 크리스는 유진에게 성적인 쾌감이 무엇인지를 처음으로 가르친 사람이었고 그 때문에 유진은 크리스에게 배운 대로만 쾌감을 느꼈다. 그래서 크리스는 유진의 몸을 유진보다 더 잘 알았다. 그런데 부드럽게 하는 게 좋다고 했으니 얼마나 웃겼을까.

“내가 하는 것은 다 좋은 거지? 유진.”

유진은 강하게 고개를 끄덕여 크리스가 원하는 정답이자 스스로를 속이지 않는 답을 했다. 그런데 크리스가 조금 이상했다. 깨어났을 때의 표정도, 확인을 구하는 질문도 답지 않았다. 무슨 일일까? 상황이 바뀐 것일지도 몰랐다.

“흐아…앗!”

크리스가 밑에서 허리를 쳐올려 유진의 생각이 흩어졌다. 기분이 너무 좋아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했다. 크리스는 유진을 위에 올리고 있다는 것이 거짓말같이 자유롭게 허리를 움직였고 유진은 그저 크리스의 품에 안겨 흔들리며 달콤하게 우는 것만 할 수 있었다. 금방 유진의 한계를 넘은 쾌감에 유진은 눈이 빨개지도록 울다가 크리스에게 애원했다. 도저히 버틸 수가 없었다.

“크리스, 크리스, 흣, 이, 이제 더는, 더는 못가, 앗, 요, 죽어, 죽어버려요, 흐읏, 제발, 크리스.”

“좋다고 말하면. 유진.”

“아흣, 좋아, 좋아요, 앗, 좋아.”

유진의 풀린 혀와 짧은 호흡은 유진이 말을 제대로 할 수 없게 만들었지만 크리스는 그것으로도 충분히 만족한 것 같았다. 크리스의 얼굴이 풀어지는 것을 본 유진이 키스를 졸랐다. 좀 더 닿고 싶고 예쁨받고 싶었다. 입술에 꼭 붙어나온 혀를 귀엽다는 듯이 톡톡 건드려준 크리스가 고개를 살짝 틀며 깊이 입 맞췄다. 왠지 몸이 녹는 것 같아서 유진은 크리스의 어깨를 붙잡았다. 크리스의 몸이 웃음으로 몇 번 떨리고 유진은 굉장한 조종의 비행기 이륙처럼 부드럽게 절정에 달해 늘어졌다.

크리스가 천천히 삽입해 있던 성기를 빼내자 안을 채우고 있던 정액이 따라 흘러나왔다. 너무 거대한 것을 물고 있어 약간 벌어진 입구가 흘러내리는 정액을 멈추지 못했다. 유진은 정액을 빼낸다는 명분으로 내벽에 손가락을 넣어 움직이는 크리스의 품에서 몇 번이고 볼을 비볐다. 나중엔 얼굴을 조금 움직이는 것도 힘이 들어 볼이 눌려 벌어진 입가를 타액으로 더럽히기만 했다.

“깨끗해졌네. 예뻐, 유진.”

크리스가 유진의 땀이 난 이마에 붙은 머리카락을 뒤로 넘기며 드러난 이마에 키스해주었다. 그것도 이상하리만큼 좋았다. 유진이 힘이 전혀 들어가지 않는 허리와 팔에 끙끙거리며 고개를 들려고 했다.

“왜? 유진.”

“키…키스해주세요….”

크리스의 눈이 동그랗게 떠지며 놀라는 것이 왠지 귀여워 유진의 입술이 좀 더 나왔다. 크리스가 유진의 뒷머리를 잡더니 거칠게 입술을 덮쳤다.

거친 키스는 유진의 호흡을 힘들게 했지만 유진의 기분은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유진은 숨을 제대로 못 쉬는데도 크리스에 맞춰 혀를 움직이려 애썼다. 크리스가 갑자기 유진을 밀어냈다. 억지로 떨어진 입술에 유진의 혀가 제자리로 제때 돌아오지 못하고 조금 나와 있는 것을 크리스가 다시 자신의 입안으로 넣었다. 혀가 아릴 정도로 세게 빨리는데도 크리스에게 다가가려 꼼지락대는 유진을 크리스가 부드럽게 끌어안았다.

“예쁜 짓만 하네. 유진.”

유진은 크리스에게 베시시 웃어 보이곤 크리스의 품에 얼굴을 묻었다. 예쁨을 받고 싶다 말하면 기뻐하며 끌어안아 줄 크리스를 아는데도 그렇게 말하기엔 부끄럽고 아직은 제정신이 남아있었다.

크리스는 열감이 남은 유진을 그야말로 달콤하게 녹였다. 몸 위에 눕힌 유진이 무겁고, 뼈가 도드라진 부분이 닿으면 분명 아플 텐데도 그런 기색은 하나도 보이지 않았다. 그리고 묘하게 마음의 빗장이 허물어진 유진에게 끝없는 버드키스와 어루만짐과 밀어로 유진이 자신의 처지를 잊을 정도로 부드러운 것만을 주었다. 중간중간 유진이 여운으로 느끼며 가늘게 떨 때면 유진의 쾌감만을 위해 손을 움직여주었다.

유진이 젖꼭지를 크리스의 몸에 문지르면 아프지 않게 잡아당겨 주거나 눌러 돌려주었고 욱신거림을 호소하면 꼬리뼈 밑을 세게 눌러주거나 안의 느끼는 곳을 너무 세지 않게 눌러주었다. 그때마다 유진은 헐떡거렸고 그러면 크리스의 애정으로 가득 찬 눈길과 솜사탕보다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를 받을 수 있었다.

“흐아…아….”

유진의 신음도 유진의 몸처럼 늘어졌다. 긴 정사 내내 흥분으로 휘어있던 허리 근육은 아예 통증이 느껴질 정도로 뭉쳤고 덕분에 힘이 제대로 들어가지 않았다. 다리 역시 여러 번의 절정으로 풀려버려 자세를 바꾸고 싶어도 유진의 뜻대로 움직이지 않아 크리스의 도움을 받아야만 했다.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던 후희가 끝나고 유진이 목이 타 하는 것을 본 크리스가 침대 옆에 준비해 둔 물을 건네주었다. 뚜껑을 열어주는 크리스에게 역시 통제문제가 있다고 느끼던 유진은 물을 건네받으려 하자 덜덜 떨리는 손에 손을 도로 내리고 입을 벌렸다. 크리스가 웃으며 자신의 입에 물을 머금고 유진의 입으로 넘겼다. 고작해야 미네랄 워터인데 차가운 물이 입안에 들어오자 세상에서 가장 맛있는 물을 마시는 것 같았다. 유진이 크리스가 넘겨 주는 물을 마시고 싶어 빠는 힘이 강해지는 것을 크리스가 몇 번이고 물을 건네 가라앉혀 주었다. 차가운 물 때문에 두 사람의 입속이 조금 식고 촉촉해져 있는 것을 느끼자 유진의 눈가가 조금 달아올랐다. 그러자 크리스가 먼저 유진의 입속을 헤집었다.

물도 달았는데 더 단 것 같았다. 유진은 머릿속과 눈앞이 모두 몽롱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시간의 흐름도 뒤죽박죽이라 짧았는지 길었는지 모르는 키스가 끝나고 크리스가 멍한 유진을 세게 끌어안았다. 크리스의 거센 심장박동이 유진의 온몸으로 느껴졌다. 마치 엄청난 사랑 고백을 듣는 것 같았다.

유진은 자신이 이때까지 들어왔던 고백들을 떠올렸다. 어릴 때의 여자로 착각한 남자아이들의 귀여운 고백부터 성장기가 와 유진의 키와 몸이 커지고 난 이후의 쏟아졌던 여자들의 고백. 유진은 그 당시 쫓기고 있어 누구와도 깊은 관계를 맺고 싶은 마음이 없었다. 친구조차도 동급생 이상으로 친해지는 것을 꺼렸으니 연인은 더욱 아니 될 말이었다. 특히 유진이 사랑을 하기라도 한다면 그 사람은 훌륭한 인질로서 기능할 것이니 위험이 커질 것이었다. 아니 차라리 인질이라면 나았다. 그저 유진을 괴롭히기 위해 위협을 가할 수도 있어 항상 고백을 냉정하게 잘랐다. 그래서 어디든 초반의 고백은 산뜻하고 귀여웠지만 후반의 고백은 무거웠다.

“알렌, 네가 연인을 두지 않는 것은 잘 알고 있지만….”

“미안해.”

고백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사과로 말을 자르면 고백을 하던 여자애의 눈에 덮이던 눈물 막이 고마우면서도 안쓰럽고 부담스러웠다. 그랬던 고백들과 크리스의 고백은 어떻게 다를까. 단체에서 너무 자주 일어나는 일이라 그땐 이를 질투한 놈들과 주먹다짐까지 벌어져 더 힘들긴 했었다. 질투한 놈들의 시비가 없긴 했지만 그 누구보다 무거운 고백이었다.

우습게도 유진은 자신이 크리스의 마음에 부담을 느끼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가 자신에게 해놓은 일이 있어 부채감이 안 드는 것이 당연하지만 그 때문에 이런 상황에 빠져 있는 데도 나쁘지 않은 기분이었다. 그제서야 유진은 자신이 크리스에게 가졌던 대부분의 부정적인 생각들은 굉장히 이성적인 판단에 의한 것이라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가 자신에게 직접적으로 주었던 공포나 벌은 싫은데도 크리스가 싫냐고 물으면 싫지 않았다. 머리로는 분명 싫어해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정말로 싫냐고 묻는다면 아니었다. 훨씬 더 무거운 크리스의 고백 역시도 부담스럽지 않았다. 역시 의존성은 무섭구나. 유진은 한 발짝 떨어져서 자신을 그렇게 평가했다. 그러나 당장의 온기는 나쁘지 않았다. 아니 더할 나위 없이 좋았다.

크리스가 갑자기 품에 파고드는 유진을 도닥거렸다. 큰 손이 유진의 등에 닿을 때면 목 뒤로 솜털들이 서는 기분이 드는데도 나른했다. 유진은 고개를 돌려 크리스를 올려다보았다.

“왜? 유진. 허전해?”

크리스가 다정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냥 보고 싶어서 봤는데 크리스가 그렇게 물으니 허전한 것 같았다. 유진의 고개가 아래로 움직이자 유진의 입안으로 크리스의 손가락이 들어왔다. 유진은 갑자기 들어온 손가락의 형태를 혀로 조심스레 탐색하고는 아이처럼 빨았다. 묘하게 충족되는 기분이 들어 눈이 스르르 감겼다.

“귀여워, 유진. 배고픈가 보네. 뭔가 좀 먹을까?”

유진은 고개를 저었지만 때맞춰 배가 꼬르륵거렸다.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에게 빠르게 여러 번 키스를 했다. 쪽 하는 소리가 연신 들려왔지만 붉어진 유진의 귀는 제 색으로 돌아오지 않았다. 크리스가 유진을 아주 조심스럽게 침대에 내려놓고 가운을 걸치고 주방으로 향했다.

유진은 자신이 누워있는 침대의 시트가 아무리 자신이 뭘 잘 몰라도 아주 비쌀 것 같은 시트지만 사람의 살보다는 별로라는 것을 깨달았다. 자신이 어릴 때의 경험으로 애정결핍이 약하게 있어서일지 다른 사람들도 이런지 궁금해졌다. 유진이 자신에 대해 고민 하고있는 동안 크리스가 트레이를 받쳐 들고 들어왔다. 토마토 미네스트로네와 빵, 그리고 리코타 샐러드와 여러 가지 과일이 들어간 주스가 잡지의 한 컷처럼 세팅되어있었다. 크리스가 유진을 일으켜 자신에게 기대앉을 수 있도록 뒤에서 감싸 안으며 앉았다.

항상 그렇듯이 크리스가 가져온 음식들은 매우 맛있었다. 그리고 유진도 몰랐던 먹고 싶은 음식을 가져왔다. 유진은 미네스트로네를 한 숟갈 먹었을 때 자신이 따뜻하고 부드러운 요리를 먹고 싶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뭉근하게 끓여져 씹을 필요도 없이 녹아버리는 숏 파스타와 진한 국물의 맛, 중간중간 고소한 소고기까지 완벽했다. 거기에 산뜻한 발사믹이 뿌려진 리코타 샐러드는 산뜻함을 더해주었다. 빵은 또 드물게 매우 맛있는 바게트여서 크리스가 미네스트로네를 찍어 한 조각씩 입에 넣어 주면 그게 또 그렇게 맛있었다. 너무 뻑뻑하지 않으면서도 밀 특유의 고소한 맛이 진한 국물과 잘 어울렸다. 유진의 입이 빠르게 벌어졌다.

“잘 먹네. 유진.”

크리스가 오물거리는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진은 입안의 음식물을 삼키고는 대답했다.

“네, 맛있어요. 고마워요, 크리스.”

인사를 끝내고 크리스를 보기 위해 몸을 틀려고 하자 크리스의 손이 유진의 턱을 잡고 돌려 키스했다. 계속 쏟아지는 키스가 유진의 정신을 없게 만들었다. 유진은 완전히 몸에 힘을 빼고 크리스의 품에 갇혔다. 유진이 적당히 소화를 시킬 때까지 크리스는 유진을 품에 안고 짧은 키스를 하거나 머리를 쓰다듬어 주었다. 유진은 그저 크리스의 품에 늘어져 시간을 보냈다.

“좀 씻을까? 유진.”

“네.”

유진의 대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크리스가 유진을 안아 들었다. 미리 준비된 욕조가 유진을 반겼다. 좋은 향까지 나는 욕조에 크리스의 품에 안겨서 들어가 있으니 낙원이 따로 없었다. 유진의 눈이 조금씩 감겼다.

“유진, 졸려?”

“…네에….”

“잠깐 기대있어.”

크리스가 자리를 비울 모양인지 욕조의 머리 받치는 부분에 유진의 머리를 조심스럽게 내려놓았다. 유진이 고개를 약하게 끄덕이자 크리스가 빠르게 욕실 밖으로 나갔다. 멀어지는 크리스의 뒷모습을 감기는 눈을 힘겹게 들어 보던 유진이 잠이 들었다.

“음….”

유진은 잠에서 깨어나 눈을 깜박였다. 여전히 욕조 안이었지만 크리스가 유진을 품에 안고 있었다. 작게 앓는 소리를 하며 크리스의 품에 파고들자 크리스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크리스가 유진을 들어 올려 키스했다. 크리스의 솜털같이 부드러운 키스로 가뜩이나 노곤한 몸이 더욱 풀리고 크리스에게 매달리자 크리스가 유진을 데리고 일어섰다. 커다란 타월에 감싸져 욕실 밖으로 크리스에게 안겨 나가다가 알림 소리 같은 것이 들렸다.

“유진, 잠시 자리를 비워야 할 것 같아.”

“다녀오세요.”

“물기는 완전히 닦고 있어.”

크리스가 유진을 내려주고 침실 밖으로 나갔다. 유진은 조금 걷고 싶었다.

“어?”

유진은 제대로 일어서지 못했을 뿐만 아니라 주저앉았다. 크리스가 미리 라텍스 매트를 깔아놓은 것이 아니었다면 멍 정도는 들었을 것이었다. 황당함에 유진이 넋을 놓고 있다가 침대로 기어가려는데 크리스가 돌아왔다.

“유진, 뭐해?”

“아….”

“못 일어나겠어?”

“네…….”

크리스가 성큼성큼 걸어와 유진을 안아 들었다. 유진은 크리스에게 안겨 침대로 돌아와 쿠션을 받쳐 준 덕분에 반쯤 앉은 자세로 있을 수 있었다.

“안 되겠다. 유진.”

유진의 눈이 커졌다. 크리스가 갑자기 침실을 나가고 있었다.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지 파악을 못 한 유진이 멍청하게 있다가 크리스가 손에 들고 온 것을 보고 정신을 차렸다.

검은색의 공이 달린듯한 장갑과 기다란 스펀지처럼 보이는 무릎보호대였다. 크리스는 유진에게 그것들을 끼웠고 유진은 곧 그것들 역시 움직임을 제한하는 제품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공처럼 보였던 것은 안쪽에 손가락을 끼울 수 있게 되어서 유진의 손의 움직임을 봉했다. 팔을 움직일 순 있지만 손을 쓸 수는 없었다. 약하게 주먹을 쥔 상태로 고정된 데다 팔꿈치를 조금 넘게 올라오는 장갑 때문에 팔을 마음껏 구부릴 수도 없었다. 거기에 무릎보호대 역시 길이가 길고 꽤나 단단한 쿠션이 두껍게 되어있어 다리를 마음껏 펴지 못했다.

“유진, 좀 움직일까?”

크리스의 눈이 욕망으로 번뜩였다. 유진은 그제야 이것이 전적으로 크리스의 욕망에 기인한 것임을 알게 되었다. 매번 안고 다니던 것과 통제문제를 떠올리면 이해가 안 가는 것도 아니었다. 이만하면 차라리 다행일지도. 유진은 크리스에게 들려 침대를 내려가며 스스로를 달랬다.

네발로 기는 것에 속의 욕망을 드러낸 크리스는 유진의 생각대로 유진을 네 발로 엎드리게 한 자세로 내려놓았다. 크리스가 유진에게 채운 것들이 효과를 발해 유진의 손과 무릎은 아프지 않았다. 유진은 아주 느리게 손과 다리를 움직였다. 분명 사람보다는 사족 보행을 하는 동물처럼 보일 그 모습을 크리스가 눈 한번 깜박이지 않고 유진이 뚫어질 듯한 시선으로 훑었다. 그 시선이 너무나 뜨거워서 유진의 몸도 서서히 달아올랐다. 페니스에 피가 돌아 단단해지는 것이 느껴졌다. 이 자세로는 자신의 페니스가 노골적으로 보일 것이 뻔해 부끄러운데도 흥분은 가라앉지 않았다. 가뜩이나 느리던 움직임이 더 느려졌다.

“하아, 하아.”

고개를 숙이고 있는 것 때문에 호흡도 깊지가 못해 숨이 가빴다. 유진은 한 바퀴를 제대로 돌기도 전에 팔과 다리에 힘이 풀려 주르르 미끄러졌다. 크리스가 달려와 유진의 얼굴이 바닥에 부딪히는 것을 막았다.

“유진, 유진, 유진.”

유진의 달아오르고 땀이 조금 배어 촉촉한 피부에 크리스가 정신없이 유진의 이름을 되뇌며 키스하고 볼을 비볐다.

크리스의 행동에 유진은 가슴 한쪽이 서늘해졌다. 크리스는 드물게도 자신의 욕망을 투명하게 드러내고 있었다. 이때까지의 벌과 보상체계는 항상 의도를 담고 있어 뒤편에 존재하고 있는 이성이 느껴졌는데 이번에는 그런 것이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크리스는 유진이 제대로 움직이지 못해 기려고 하는 장면을 보고 눈빛이 변했다.

차라리 크리스가 포르노에서 흔히 보던 꼬리와 입마개, 귀 따위를 함께 가져왔거나 공을 던지며 물어오라고 지시했다면, 하다못해 멍멍하고 개처럼 짖어보라 했다면 유진이 그런 식으로 받아들이지 않아도 될 것이었다. 통제를 하고 싶어하니 충성스러운 개를 원한다는 것은 크게 문제도 없을 텐데 크리스는 보다 유진의 행동을 제어하고 몸에 손상이 안 가는 것들만 가져왔다. 항상 안아 들어 다니고 밥까지 먹이는 것까지 고려할 때 그의 취향에 맞는 유진의 몸이란 팔과 다리가 없는 것일지도 몰랐다. 지금도 크리스가 따로 움직여주거나 시간을 내어 걷는 것을 제외하곤 섹스를 하며 버티는 것이 다였다. 그나마도 유진이 버틸 일은 거의 만들지 않았다. 크리스의 취향이 팔과 다리가 없어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유진이라면? 유진은 공포로 미칠 것 같았다. 그러나 이 공포를 크리스에게 들켜서도 안 됐다. 유진은 크리스에게 들켰을 때의 반응을 상상할 수 없었다.

크리스가 항상 유진의 근육이 줄어들지 않게 관리하고 있으니 그것을 믿어야만 할 테지만. 아니, 유진이 믿든 안 믿든 크리스가 원하는 대로 이뤄지리라는 것을 알면서도 유진은 제대로 확인하고 안심하고 싶었다. 유진은 흥분 상태에 있는 크리스를 진정시키기 위해 입을 맞췄다. 다른 때보다 뜨겁고 젖은 입안이 유진을 반겼다. 유진을 완전히 잡아먹을 듯이 강렬한 키스가 끝나고 크리스가 더이상 유진의 이름을 주문처럼 연거푸 부르지 않을 때 유진은 뇌를 쥐어짠 한마디를 할 수 있었다.

“귀는 필요 없나요?”

크리스의 웃음이 터졌다. 꽤나 큰 소리로 웃는 크리스를 보며 유진은 다음에 이어질 말을 기다렸다. 돌아올 대답에 유진의 심장이 터질 듯이 뛰었다. 부디 크리스의 웃음이 말도 안 되는 자신을 귀여워해 나온 것이기를. 간절한 마음에 유진은 눈조차 깜박이지 못했다.

“뭘 보긴 봤네. 유진. 하지만 나는 동물에는 관심이 없어.”

크리스의 대답은 불길했다. 역시나 개를 원해서 유진의 팔과 다리를 이런 식으로 고정한 것이 아니었다. 그러면? 유진의 머릿속에 팔다리가 없는 자신의 모습이 떠올랐다. 유진은 몇 번이고 숨을 깊게 들이마신 후 뭉툭한 손을 강아지들이 자주 하는 자세로 들어 보였다.

“이건 유진이 다치면 안 되니까. 이렇게나 예쁜 몸인데.”

크리스가 아주 정중한 손길로 유진의 손에 채워져 있던 장갑을 벗기고 드러난 손에 입을 맞췄다. 손가락 하나하나에 내려오는 입술에 유진의 불안감이 서서히 사그라들었다. 가끔 마취를 시키거나 할 순 있어도 자르진 않을 것 같았다. 손가락 전부에 입 맞추는 것을 끝낸 크리스가 무릎보호대도 풀고 무릎에서 발등까지 쿠션에 닿아 붉어진 선대로 입술을 옮겼다. 안심한 유진은 크리스가 무릎을 꿇고 유진의 종아리를 들어 올려 키스하는 것을 영화를 보는 것처럼 보고 있었다.

그러고 보면 정말 동작 하나하나가 그림 같은 남자였다. 유진도 피부나 눈동자, 머리카락 색 때문에 완전히 동양계로 보이는 사람이지만 아빠의 장점을 물려받아 신비스럽게 잘생겼다는 평을 꽤나 들어왔었다. 하지만 크리스에 비하면 화려함이 좀 부족했다. 그는 흔히들 말하는 미인의 조건인 눈이 부실 것 같은 금발에 에메랄드보다 선명한 녹색 눈동자를 가지고 있었고 다른 부분들도 훌륭했다.

“유진?”

“아…예뻐서요.”

묘하게 자신을 분리해놓고 멍하게 잘생겼단 생각을 하고 있었더니 유진이 자신이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에 크리스의 얼굴을 쓰다듬었다. 의아한 크리스에게 예뻐서란 답을 하고 스스로도 합리화를 하고 있는데 크리스가 유진을 세게 끌어안았다.

“그때도 그랬어, 유진.”

어릴 때는 지금보다 좀 더 밝은색의 머리카락을 가지고 있었던 크리스가 떠올랐다. 아빠와 똑같다는 생각은 했는데 예쁘다고 했는지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하지만 크리스가 그런 것으로 거짓말을 할 리가 없었다. 다만 의아했다. 유진이 아니더라도 그때의 크리스는 아주 지겨울 정도로 예쁘다는 말을 들었을 것이었다. 가진 것도 꽤 있으니 더 그랬을 텐데. 유진은 크리스가 조금 안쓰러워졌다.

크리스에게 유진은 너무 중요한 존재였다. 정작 유진은 생명의 은인이나 다름없는 크리스를 완전히 잊고 지냈는데도. 유진과 크리스가 떨어져 있었던 십수 년간 이 남자는 계속해서 유진이 했던 것들을 반복해서 떠올리고 있었을까. 그도 아주 어렸다. 첫사랑을 말하기도 우스운 그런 나이였는데 스스로도 통제할 수 없었던 상황의 트라우마 때문인지 크리스는 유진에게 아주 강하게 집착했다.

유진은 자신을 세게 안고 있는 크리스의 팔을 조금조금 쓸었다. 힘이 들어가 매우 단단했던 팔이 조금씩 풀어지고 유진은 크리스에게 키스했다. 큰일이었다.

크리스는 당연하게도 유진의 변화에 민감했다. 덕분에 제대로 된 삽입 이후의 나날은 유진이 자신 앞의 미남이 납치범이라는 것만 잊고 있으면 매우 즐거운 시간이었다. 지나친 절정으로 풀린 허리와 다리 때문에 크리스는 유진을 긴 시간 마사지했고 원래도 움직이는 것을 거의 할 필요가 없었던 유진이 더욱 움직일 필요가 없게 만들어 주었다. 유진은 아예 크리스와 떨어져 있는 시간이 없을 정도였다.

크리스에게 안겨 잠이 들면 크리스가 유진의 전신을 움직이고 안마했다. 중간중간 떨어지는 키스 세례는 덤이었고. 유진의 몸이 열을 낼 정도로 움직여지고 나면 다시 한번 몸을 닦여 크리스의 위에 뒀다. 유진이 눈을 뜰 때까지 깨우지도 않았고 유진이 눈을 뜨면 키스와 함께 천장을 열었다.

식사는 언제나 맛있는 것으로 크리스가 한 입 한 입 유진에게 먹였고 아침 일과로 씻으러 가게 되어도 크리스는 떨어지지 않았다. 유진은 정말로 손끝 하나 움직이지 못하고 크리스의 시중을 받았다. 성적인 행위도 마찬가지였는데 다만 유진이 먼저 졸라야만 했다. 꼭 말로는 하지 않아도 되었지만 말이든 몸이든 참지 못하고 졸라야 하는 것은 너무 힘들었다. 하지만 조르지 않을 수도 없는 게 항상 통통한 젖꼭지가 어딘가에 안 닿을 수도 없었고 나신으로 있는 바람에 페니스 역시 시트나 크리스의 몸에 스쳤다. 아니 가장 큰 문제는 뒤였다.

분명 문제없이 돌아왔는데 안이 무언가를 물려달라 호소했다. 아무것도 없는 안이 갑자기 조이며 움찔거리면 반드시 크리스의 것을 넣어야만 했다. 유진은 크리스의 경계를 풀기 위해서 최고의 방법을 쓰고 있다며 스스로에게 세뇌하듯 말했지만 유진 역시도 그것이 얼마나 미약한 저항인지 알았다.

“크리스….”

크리스의 몸 위에서 잔뜩 늘어진 목소리로 크리스의 이름을 부르면 눈을 맞춰오는 크리스에게 유진이 계속해서 쪽쪽거렸다. 그 와중에도 젖꼭지와 페니스를 비벼대는 유진을 크리스가 좀 더 위쪽으로 당겨 깊은 키스가 시작되면 그것이 승낙의 신호였다.

키스는 하면 할수록 더 좋아졌다. 이제 키스만으로도 완전히 풀려 미약하게 떠는 유진은 자신의 선액을 크리스의 배 위에 문질렀다. 크리스가 유진을 침대에 눕혔다. 유진이 기대감에 매달리자 유진의 허리를 한 손으로 받친 크리스가 언제나 빨아주길 원하는 젖꼭지를 이로 긁었다.

“흣!”

유진이 더해달라는 듯이 가슴을 내밀고 몸을 흔들었다. 크리스가 손으로 다른 쪽 젖꼭지를 만져주자 유진의 입에서 신음이 노래처럼 연이어 나왔다. 신음 역시 점점 둥글게 뭉개졌다. 너무 좋았다. 유진이 젖꼭지에 가해지는 자극 때문에 선액을 줄줄 흘려댔고 유진의 페니스가 바짝 서 자신의 배에 올라붙는 바람에 상체를 세운 크리스에게 닿지 않자 크리스의 허리에 팔을 감아 잡아당겼다. 크리스는 버티려면 버틸 수 있는데도 단 한 번도 유진의 당김에 저항한 적이 없었다. 크리스의 단단한 상체가 유진의 페니스를 아프지 않게 압박하고 문질렀다. 예민한 귀두에 닿은 크리스의 젖은 피부가 좋았다. 선액으로 젖은 유진의 페니스가 마찰 없이 미끄러졌다. 유진의 신음이 터지고 크리스의 몸에 유진의 페니스가 아프지 않게 눌러졌다. 그 감촉에 유진은 눈앞에 번개가 치는 것을 느꼈다.

“조…좋아요, 좋아, 이거 좋아.”

“그럼 계속 이것만 해줄까? 유진.”

유진의 몸이 흔들리던 것을 멈췄다. 절대로 안 됐다. 유진의 눈이 경악으로 물드는 것을 본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에게 입술을 내렸다.

“뒤에도 찔러줄게, 유진. 내가 그럴 리가 없잖아.”

유진은 안을 찔려서 가는 것이 아니면 제대로 느낄 수도 없는데, 제대로 된 삽입 이후엔 정말 저 안쪽이 욱신거려 견딜 수가 없는데 알면서도 그러는 크리스가 미웠다. 하지만 그래도 크리스가 완전히 상체를 세우자 다리가 벌어졌다.

유진의 입구도 자신의 선액으로 잔뜩 젖어 미끌미끌하면서 넣어달라고 빠끔거렸다. 크리스가 젤을 손가락에 바르는 것을 가는 눈으로 바라보던 유진이 키스를 졸랐다.

“키스….”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의 안에 들어오는 것과 동시에 크리스의 입술이 겹쳐졌고 안으로 들어간 손가락이 바로 전립선을 뭉갤 때 크리스의 혀가 유진의 입안으로 들어왔다. 양쪽으로 쑤셔지는 감각에 유진의 신음이 크리스의 입술로 입이 막혀 있는데도 바깥으로 새어 나왔다. 미칠 듯이 좋았다. 거기에 충만함까지 느껴졌다. 유진이 몇 번 쑤셔지지도 않았는데 안으로 달하자 손가락을 늘린 크리스가 통통하게 솟은 전립선을 두 손가락 사이에 끼워, 가지고 놀기 시작했다. 유진의 발이 쾌감으로 곱았다.

“히잇, 거기, 흐, 그러면 안 돼, 안 돼요, 미쳐 버려.”

유진이 크리스의 손목을 잡긴 했지만 크리스는 전혀 지장을 받지 않았을 뿐만 아니라 오히려 유진의 다리를 접어 벌려 더 넓게 벌리도록 만들었다. 젖은 소리가 노골적으로 나는 데다 크리스의 손이 격렬하게 움직이자 흔들리는 페니스가 부끄러운데도 유진은 다리를 닫을 수가 없었다. 그러면 크리스가 멈출 것 같았다. 정말 애무가 끝나는 것은 싫었다. 계속 만져주는 것을 넘어서 삽입을 바라는데 지금 멈추면 자신은 죽을지도 몰랐다.

“크리스, 넣어, 넣어 주세요. 안, 안쪽에…욱신거려요.”

유진의 애원이 또 빨라졌다. 점점 더 참을 수 없게 되어가고 있었다. 아무리 애원해도 안이 완전히 풀리기 전이면 넣어 주지 않는 크리스가 야속해 벌써 눈물이 나올 것만 같았다.

“그러면 같이 풀까? 유진.”

유진의 눈물이 나오려다 쏙 들어갔다. 크리스는 유진의 대답을 듣지도 않고 자신의 손목을 붙들고 있던 유진의 손을 풀어 엉덩이에 대고 손가락 하나를 유진의 안으로 이끌었다.

안의 느낌은 생경했다. 따뜻한 데다 미끌미끌하게 젖고 녹아 흐물흐물한 내벽이 손가락에 달라붙어 조이는데 유진은 그것이 자신의 몸 속이라는 것을 믿을 수가 없었다. 아예 다른 생물 같았다. 크리스가 유진의 손가락을 놔주자마자 빼낸 유진은 크리스에게 입을 맞췄다.

“빨리…풀어주세요….”

키스로 크리스의 기분을 풀어준 유진이 이번엔 다른 단어로 삽입을 졸랐다. 이번엔 정답이었다. 크리스가 젤을 유진의 안에 직접 짜고는 아예 안에서 섞듯이 손가락들을 움직였다. 중간중간 전립선을 눌리는 데다 계속해서 같이 애무받던 내벽이 그 자체로도 쾌감을 느껴 내벽 표면만이 아니라 안쪽의 근육까지 풀어지는 것 같았다. 유진의 신음에 달콤함이 섞였다. 크리스의 손가락이 점점 거침없이 움직이자 젤이 녹아 흘러나오는 게 유진에게도 느껴졌다. 드디어 크리스가 삽입을 해줄 것이었다. 드디어. 유진의 입가에 약하게 어리는 미소를 크리스만 알았다.

유진은 아주 영리하게도 현실과 자신을 분리해 자신을 지키고 있었지만 무너지는 것을 막지는 못했다. 특히 크리스가 부드럽게 대할 때가 유진을 길들이는데 훨씬 효과가 좋았다. 자신이 팔과 다리를 어떻게 할까 봐 걱정한 것이 조금 괘씸했다. 하지만 유진이 워낙 그런 종류의 일들을 많이 봐왔다는 것을 알기도 하고 지금은 다정하게 해줘야 하고 그렇게 하고 싶은 시기였다. 그래서 크리스는 그것을 따로 경고하지는 않았다.

크리스에게 약하게 매달려오는 이렇게나 예쁜 팔과 다리를 어떻게 손상을 입힌단 얘기인지. 가뜩이나 이렇게까지 커오고 만들어온 유진이 예뻐 관리에 많은 정성을 들이고 있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자신의 것을 넣어 준다는 것 때문에 미소 짓는 유진이 사랑스럽고 예뻤다. 물론 유진이 제대로 서지 못해서 기려고 엎드렸을 때 그의 눈에 비친 유진은 정말로 사랑스러웠다. 기는 것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유진은 크리스가 놓아두는 대로 놓여있을 것이고 크리스가 없이는 정말로 살아갈 수 없을 테니까. 하지만 크리스는 동시에 유진이 갈 곳이 없어 어쩔 수 없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것은 싫었다. 그게 아니더라도 유진을 키워준 알렌 부부가 유진이 어떤 상황이 되더라도 돌볼 것이 틀림없었다. 유진을 지키기 위해 그들도 이름을 몇 번이나 바꾸고 지역을 옮겨 살아왔다. 돈은 어차피 자신의 부모가 얼마 든 내줄 것이었고.

유진의 헐떡거림이 심해져 크리스가 자신의 것을 아주 천천히 유진의 부드러운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

유진이 안을 빠듯하게 벌리며 들어오는 크리스의 것에 충족감을 느껴 칭얼대는 듯한 소리가 흘러나왔다. 크리스가 귀엽다는 듯이 유진에게 키스했다. 커다란 손이 유진의 머리카락을 헤집었다. 너무 좋았다.

“크리스, 크리스.”

유진의 팔이 크리스에게 둘러지자 크리스가 유진을 더 강하게 끌어안아 주었다. 적당한 압박감이 쾌감에 덧붙여졌다. 유진의 다리가 좀 더 벌어졌다.

“흐읏!”

유진의 벌어진 다리 사이로 삽입을 깊게 한 크리스 때문에 유진이 약하게 한번 달했다. 넣자마자 달하는 몸이 이제는 부끄럽기보단 당연해졌다. 달하자마자 크리스의 것을 쥐어짜듯이 세게 무는 내벽이 느껴졌다. 이제부터 눈앞에는 불꽃이 펑펑 터질 것이었다.

“하읏, 거기 좋아요, 흣, 좋아, 거기, 앙, 거기.”

크리스의 귀두가 깊은 안쪽의 융기한 단단한 것을 긁으면 계속해서 절정이 찾아왔다. 절정으로 크리스의 것을 조이면 내벽 전체가 뒤틀렸다. 그러면 굉장히 날이 서지 않고 묵직한 절정이 찾아왔다. 유진의 페니스는 이미 정액이 섞인 쿠퍼액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요도 안쪽도 간지러웠다.

“아흣, 아, 계, 계속 가요, 계속 가.”

유진의 머리가 좌우로 세게 저어졌다. 지나친 쾌감에 몸을 도망치지도 못해 움직이는 고개 때문에 유진의 결 좋은 머리카락이 시트에 잔뜩 문질러졌다. 크리스의 손이 유진의 뒤통수를 받쳐주었다. 두피에서 느껴지는 온기와 눌리는 것 때문인지 목을 타고 소름이 돋아 유진의 목이 조금 움츠러들었다.

“이러면 나중에 목 아프잖아, 유진.”

크리스의 손이 조금 내려와 잔뜩 좁아진 목 근육을 부드럽게 문질렀다. 그러자 유진의 몸 전체가 전류가 흐르더니 몸의 근육 전체가 완전히 풀려버렸다.

“흐으…? 아, 앙!”

유진의 팔도 크리스의 몸에서 떨어져 아무렇게나 침대에 흐트러졌다. 안도 그렇게 풀려버렸는데 크리스의 것이 워낙 커서인지 크리스의 것에 달라붙어 심장박동에 맞춰 오물댔다. 크리스가 피스톤질을 관두고 안을 휘젓기 시작했다.

“흐으, 안, 안 돼, 흣, 안 돼요…거기 계속 누르면…응, 미쳐버려요…앙!”

유진의 온몸이 눈에 보일 정도로 세게 떨리기 시작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새하얘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유진의 손이 시트를 긁는데도 크리스가 허리를 돌리는 것을 멈추지 않자 중첩해서 절정에 달한 유진이 묽은 액을 쏘아 올려 자신의 배와 가슴, 시트를 적셨다. 긴 방출에 요도까지 빠끔거리며 달싹이는 바람에 유진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그런데도 크리스는 움직임을 멈춰주지 않았다.

“아흐…아…흐읏….”

“예뻐, 유진.”

유진이 울며 중간중간 신음했다. 크리스가 유진의 볼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 행위조차 유진의 몸을 지피는 불꽃이 되었다. 유진의 다리도 시트 위를 이리저리 움직였다. 온몸이 쾌감으로 불타 터질 것 같았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어 가슴 위로 박동이 보였다.

크리스가 움직일 때마다 쿨쩍거리는 젖은 살이 저어지는 소리가 났다. 차라리 퍽퍽하고 앞뒤로 움직이면 조금이라도 쉴 수 있을 것 같은데 자신에겐 크게 흥분도 안 될 것 같이 안을 휘젓는 행위를 지속하는 것이 점점 얄미워졌다. 싫다는 소리는 크리스에게 거부한다는 인상을 줄 수 있을 것 같아서 계속해서 피해왔는데 단어를 고르기가 힘들었다.

“크리스…제, 제발, 제발……안에 이상해져요.”

유진이 보이지 않는 눈을 열심히 깜박였다. 눈물과 땀으로 얼룩진 유진의 얼굴에 입을 맞춘 크리스가 움직임을 멈춰주었다. 그래 봐야 전립선이나 안의 돌기를 눌리지 않는 것은 아니라서 유진의 떨림은 멈추지 않았지만 그나마 죽을 것 같은 느낌은 없어졌다.

“크리스, 키스, 키스해주세요.”

“미안, 유진이 너무 예뻐서.”

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미안이라 말하는 눈앞 남자의 표정을 너무나 보고 싶었다. 하지만 흐릿한 시야는 크리스가 키스를 해올 때까지 돌아오지 않았다. 꽤나 긴 키스가 끝나고 크리스가 멀어지자 돌아온 시야에는 그저 미소 짓는 크리스만이 담겼다.

유진이 떨리는 팔을 들자 크리스가 깍지를 껴왔다. 크고 단단한 손에 끼이는 데도 손가락이 눌리지가 않는 것에 유진의 눈꼬리가 아래로 처졌다. 그 손을 자신의 쪽으로 당겨 유진의 손등에 크리스가 입을 맞췄다.

“크리스…같…같이….”

부끄러움에 유진의 목소리가 작아졌다. 그래도 크리스는 그 소리를 들어줄 것이었다. 항상 그런 사람이었으니까. 유진의 생각대로 크리스는 웃으며 유진의 얼굴 곳곳에 입을 맞췄고 유진이 눈을 세게 감았다 뜨자 느리고 짧은 움직임을 시작했다.

“으응, 조, 좋아요. 좋아.”

크리스의 낮은 웃음소리가 들렸다. 유진에게 용기가 좀 더 생겼다.

“조…좀 더 빠르게….”

크리스가 유진의 요구에 따라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또다시 유진의 눈에 눈물이 고였다. 너무 좋았다. 유진의 소리가 달콤해지자 크리스가 속도를 높였다.

“아, 아흣, 아, 읏, 아.”

유진의 신음이 점점 무슨 말인지 알 수 없는 소리의 조각이 되고 유진의 손에 힘이 들어가기 시작했다. 큰 절정을 조르는 것이었다. 유진의 발등이 완전히 종아리와 수평을 이루며 단단해지고 발가락까지 곱아들자 크리스가 퍽퍽 소리가 나게 유진의 안을 짓찧었다.

유진의 입에선 더이상 신음조차 나오지 않았다. 연거푸 들이켜는 숨에 호흡이 새는 소리만 힉힉 거리며 내던 유진의 다리가 튀어 오르고 유진은 크리스의 사정과 동시에 하얀 정액을 분출했다.

“하아, 하아.”

유진이 모자랐던 숨을 한꺼번에 들이켜 허덕이는 것을 부드러운 손길로 몸을 쓰다듬어 주며 기다리던 크리스가 유진의 호흡이 안정되자 입을 맞춰왔다. 부드러운 키스였다. 유진의 입이 벌어져 타액으로 입가를 더럽히는 데도 계속계속 이어졌으면 싶을 정도여서 크리스가 키스를 끝내고 성기와 함께 유진을 빠져나가려는 것을 유진이 붙잡았다.

“계속….”

“곧 잘 거 같은데? 유진. 눈이 반으로 줄었어.”

유진은 크리스가 자신의 머리를 헝클며 하는 말에 눈에 힘을 주어 부릅떴지만 금방 내려왔다. 긴 오르가즘은 매번 유진을 잠이 들게 만들긴 했지만 키스도 크리스도 계속 받고 싶었다. 유진의 손이 약하게 크리스의 옷자락을 잡자 크리스가 다시 입을 맞춰주었다.

“귀여워라, 유진. 잠이 들 때까지 계속해줄게.”

유진의 의식은 크리스의 키스를 받으며 따뜻한 물에 잠기는 것처럼 부드럽게 사라졌다.

크리스는 키스 도중에 잠이 들어 타액을 좀 더 흘리는 유진에게 몇 번이나 쪼듯이 키스했다. 처음 만났을 때가 떠오를 정도로 맑고 순한 얼굴에 감탄도 했다. 아무리 양부모가 유진을 사랑했어도 도망치는 삶이 그렇게 녹록하진 않았을 것이었다. 유진이 알렌 부부를 제외하곤 깊은 관계를 아무와도 만들지 않은 것만 봐도 언제나 경계를 하며 살아온 것이 보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나 예쁘게 자랐다니. 유진의 머리가 좋은 것까지 더해 유진이 이뤄낸 현재의 모습이 사랑스럽고 마음이 아팠다.

크리스의 부모가 유진을 크리스에게서 떼어놓은 것이 올바르다고 생각한 그때 기억을 잃게 한 것이 얼마나 다행스러웠는지가 다시 떠올랐다. 크리스가 없는 곳에서 유진이 아파했다면 크리스는 견딜 수가 없었을 것이었다. 긴 기다림이 유진을 안전하게 보호해주었다. 크리스는 자신의 서투름이 유진에게 얼마나 위험한지 계속해서 곱씹었다. 그때 서툰 상태로 유진과 함께했다면 유진이 크리스에게 마음을 여는 지금 같은 기쁨은 느끼지 못했을 것이었다. 사례들에서 본 것처럼 유진을 망가뜨렸겠지. 유진의 팔다리를 잃는 공포가 현실이 되는 것도 어렵지 않은 일일 것이었다.

크리스는 위와 아래를 동시에 오물거리는 유진의 몸을 끌어안았다. 크리스의 몸 전체가 닿자 유진이 약하게 떨더니 크리스의 품을 파고들었다. 여러 번의 오르가즘으로 예쁜 빨간 색을 띠는 유진의 입술에 손가락을 물려주자 아이처럼 쪽쪽 빠는 것이 예뻐서 크리스는 유진이 깨어날 때까지 내내 유진의 잠든 얼굴을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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