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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6. (7/16)

step. 6.

유진은 크리스가 다정한 것이 좋았다. 언제 급변하여 벌을 줄지 모르지만 어쨌든 지금은 유진을 괴롭게 만들지 않았다. 유진은 이 시간을 즐겨야만 했다. 언제 또 크리스의 마음이 바뀔지 몰랐다. 그리고 그 시작이 자신이 과도하게 겁을 먹은 것 때문이라 생각하면 더 좋았다. 크리스는 자신의 이상형에 대해 아주 뚜렷한 그림을 가지고 있었고 그 그림은 유진에게는 보다 안전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유진은 크리스가 좋아하는 것으로 보이는 응석을 더욱 많이 부렸다. 크리스의 경계심을 좀 더 낮춰 시도를 해보기 좋은 시기였기 때문이었다.

“크리스….”

“오늘은 어디를 만져줄까? 유진.”

“어디든….”

크리스의 큰 손이 섬세하게 유진의 피부 위를 움직였다. 목을 감싸자마자 간질간질한 감각이 퍼져나갔다. 유진은 크리스에게 바짝 붙어 볼을 비볐다. 크리스가 유진의 볼이 자신의 상의에 쓸리는 것을 보더니 옷을 아예 벗어주었다. 크리스가 나쁜 놈인 것과는 별개로 온기는 언제나 기분이 좋아 유진의 표정이 좋아졌다. 크리스가 유진을 귀엽다는 표정으로 끌어올려 입을 맞춰주자 거의 반 발기 상태로 있던 페니스가 완전히 굳었다. 키스만으로도 갈 것 같았다.

언제나처럼 안쪽을 만져지며 예쁘게 우는 유진을 크리스가 한참이나 만져주었다. 유진이 너무 느껴 기절하듯 잠이 들 때까지 만져준 크리스가 잠든 유진의 몸을 닦아주고 주무르고 있는데 알람이 울렸다. 크리스는 유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유진이 갈 수 없는 다른 서재로 옮겼다.

알람을 울린 것은 메세지로, 모든 것이 완료되었다는 소식이었다. 드디어 그 버러지 같은 것들이 모조리 죽거나 감옥에 갇혀 죽을 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이제 유진은 더이상 생명의 위협을 받지 않아도 되고 도망을 다닐 필요도 없어졌다. 크리스는 만일을 대비해 다른 사람들에게 여러 번의 교차체크를 지시하고 유진에게 향했다. 유진은 고운 숨소리를 내며 예쁘게 자고 있었다. 크리스가 침대로 들어가니 자면서도 크리스에게 다가오다 시트에 예민한 곳들을 스치자 얼굴을 살짝 찌푸리며 손으로 젖꼭지를 가렸다. 꼬물거리는 유진이 귀여워 크리스가 아예 유진을 들어 올려 자신의 위에 올려놓았다. 유진이 다시 크리스의 품에 파고들었다. 크리스는 유진이 깰 때까지 계속해서 유진의 몸을 쓸어주었다.

“으음….”

“일어났어? 유진.”

“네…. 아…?”

유진은 자신이 있는 위치에 살짝 놀랐다. 크리스의 위였다. 잠이 든 사람은 곱절로 무거울 텐데도 자신을 올려둔 크리스의 힘에 감탄하며 크리스의 목을 끌어안았다.

“유진, 배는 안 고파?”

“고파요.”

“먹고 싶은 거 있어?”

“오렌지 치킨이요.”

“그건 조금 걸릴 텐데 간단하게 배 좀 채우고 있을까?”

크리스가 유진의 이마에 입을 맞추곤 방을 나갔다. 유진은 천장을 열고 햇빛을 받으며 누워있다가 크리스가 돌아오자 팔을 벌려 안아주길 졸랐다. 크리스가 좋아할 행동이었다. 유진의 생각대로 크리스의 웃음소리가 귀를 때렸다. 트레이를 옆에 내려놓은 크리스가 유진이 벌린 팔 사이로 들어가 유진을 안아 일으켰다. 유진은 크리스의 품에서 크리스가 먹여주는 과일들을 먹었다. 종류가 다양해 질릴 일이 없는 데다 매일 새로 바꾸는지 항상 싱싱했다. 유진은 적당히 허기가 가시자 고개를 돌려 크리스에게 입을 맞췄다. 크리스가 웃어 떨림이 전해졌다.

만져지면 금방 성적인 것으로 빠지는 것을 알면서도 유진은 크리스가 자신을 만져주길 바랐다. 크리스가 매우 좋아한다는 변명도 있긴 했지만 스스로도 그것이 변명이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자신의 욕망이 더 컸다. 물론 크리스는 유진이 요구하자마자 유진의 어깨를 부드럽게 감싸주었다. 온기가 너무나도 기꺼웠다. 크리스의 손이 어깨에서 등으로 천천히 내려가고 유진이 약하게 떨기 시작했다.

“크리스…젖꼭지 만져주세요.”

“벌써?”

“…네에….”

크리스가 유진의 내리깐 눈에 입을 맞추며 젖꼭지를 눌러 당겼다. 유진의 페니스가 또 무거워졌다. 크리스의 손이 페니스로 내려오자 유진이 가슴을 내밀어 크리스의 몸에 비볐다. 도무지 견딜 수가 없었다.

“유진, 젖꼭지 간지러워?”

“…네.”

“그럼 이거 달까?”

다시 기구가 달리는 것일까. 예전처럼 기구가 계속 고정이 될지도 모르는데 유진은 참을 수가 없었다. 결국 무겁게 끄덕여지는 고개에 크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어렸다. 판 두 개에 나사가 양쪽에 있어 유진의 통통한 젖꼭지가 판 사이에 들어가고 나사가 조여졌다.

“흐읏!”

“좀 더?”

“조…조금만 더…하앙!”

유진의 몸이 크게 움찔거렸다. 눈앞에 별이 튀는 느낌이었다. 막힌 요도구 덕분에 겨우 사정을 하지 못하고 허덕이는 유진에게 다른 쪽 젖꼭지가 판 사이로 들어갔다.

“하아, 하아, 흐읏….읏!”

“잘 참았네. 예뻐, 유진.”

양 가슴에 이상한 기구가 달려 유진의 젖꼭지를 세게 옥죄고 있었다. 기구를 했다는 자체도 유진에게 약간의 흥분요소가 되어 유진은 크리스가 좋아한다는 핑계를 자신에게 말하며 크리스에게 좀 더 만져주길 청했다.

“안…안쪽이랑 페니스….”

“욕심쟁이네, 유진.”

크리스가 놀리듯이 말하면서 달콤한 미소로 유진에게 입을 맞춰왔다. 짧게 입술을 물었다 떨어지는 것을 반복하다가 유진이 혀를 내밀어 조르자 깊어진 키스와 함께 젤로 젖은 손가락이 뒤로 들어왔다.

“좋…좋아요….”

“통통한 곳은 아직 누르지도 않았는데?”

“…눌러주세요…아흣!”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이 느끼는 곳을 꾸욱 누르자마자 유진은 절정에 달했다. 앞이 막혀 있어 사정도 못 하는 데 기분이 좋았다. 크리스의 다른 한 손이 유진의 페니스의 기둥을 문지르다 고환을 손에 넣고 굴리기 시작했다. 유진의 눈앞이 번쩍번쩍 빛이 났다.

“가…가고 싶어요…가고 싶어….”

“가고 있잖아? 유진.”

“싸…싸고 싶어요….”

“손이 모자라서 벗겨주기 힘든데, 다른 걸로 바꿔줄까?”

“다…다른 거요? 아흣, 아, 네네, 바, 바꿔주세요.”

크리스의 손놀림에 유진이 제대로 된 생각을 하지 못하고 크리스의 말에 동의했다.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의 요도를 막고 있던 기구를 완전히 빼주었다. 안쪽을 누르는 손가락은 여전해 유진은 지속적인 절정으로 허덕이다 기구가 빠지자마자 예민한 요도구를 손가락으로 긁어주는 크리스 때문에 사정하기 시작했다.

“싸…싸고 있는데…계속, 계속 누…누르면…아! 또, 또 나와요, 아, 안 돼…안돼요, 안 돼, 흐앗!”

유진의 사정은 언제나처럼 묽은 체액을 방출하는 것으로 바뀌었다. 긴 방출에도 멈추지 않는 크리스의 손길에 불길함을 느낀 유진이 바둥거렸다.

“안 돼요, 안 돼, 안 돼, 여기선…제…제발, 제발요, 크리스…흐….”

유진의 눈에 눈물이 고이자 크리스가 유진을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손을 그대로 움직이면서 빠르게 걷는 바람에 자극이 보다 커져 유진이 최선을 다해 참았지만 결국 화장실 공간에 들어가기도 전에 내보내선 안 되는 체액을 내보냈다. 우는 유진의 얼굴을 자신의 품에 묻게 한 크리스가 유진을 다독였다.

“괜찮아, 유진.”

유진도 크리스가 일부러 그랬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이것만은 정신이 있을 때는 부끄러웠다. 더럽고 자신이 동물이나 아기가 된 것 같았다. 아무리 별일이 아니라 스스로 세뇌하듯 반복해 말해도 기절로 도망칠 수 없을 때는 눈물이 나왔다. 유진은 크리스의 품에 얼굴을 묻는 것도 모자라 눈을 세게 감고 있었다. 크리스가 모든 것을 전부 씻어낼 때까지 유진은 눈을 뜨지 않았다.

“이제 기구를 바꿀까? 유진.”

크리스의 얼굴에 떠오른 미소가 너무 환해서 유진은 두려움에 몸을 굳히면서도 고개를 끄덕였다. 또 무슨 이상한 기구가 오길래 저렇게 환한 미소를 띨까. 유진은 크리스가 기구를 가지러 갔다 오는 동안 몇 번이고 크게 숨을 들이켰지만 갑갑함을 풀 수는 없었다. 금방 돌아온 크리스는 미리 준비해놓았던 모양인지 작은 함을 가져왔다. 의자에 앉은 유진의 다리를 벌리고 그사이에 몸을 낮춰 앉은 크리스가 자리를 잡고 함을 열어 안에 들어있던 장갑을 꼈다. 유진의 페니스에 차가운 것이 뿌려지고 튜브가 꽂혀 요도에 튜브 속에 있던 내용물이 들어갔다.

“아흣!”

“조금만 참아, 유진.”

내용물이 마취성분이 있는지 점점 닿은 곳들이 굳어가는 기분이 들었다. 크리스는 이상하게 휘어진 관을 꺼내 거기에도 튜브의 내용물을 펴 발랐다. 관이 서서히 유진의 요도로 들어왔다. 무시무시할 정도로 굵어 보였는데 유진의 요도는 통증 없이 관을 삼켰다. 한 번 막히는 곳을 부드럽게 뚫어 지나는 관 때문에 유진의 페니스가 다시 단단하게 섰다. 이제 찔리면 기분 좋은 끝에 닿을 거라 생각한 유진이 눈을 세게 감고 충격을 기다렸는데 그 충격이 오긴 왔는데 끝이 아니었다.

“흐읏? 거…거기…거기….”

“오늘은 조금 더 들어갈 거야, 유진”

“네? 아…하읏!!”

관이 아예 기분이 좋은 그곳을 관통해 지나는 것 같았다. 처음이었다. 그 뒤에도 들어갈 곳이 있었나? 유진의 입이 벌어져 모자란 산소를 마시기 위해 뻐끔거렸다. 정신을 잃을 정도로 기분이 좋은데 계속해서 들어가는 관이 무서워 기절도 하지 못했다. 다시 관의 끝이 어딘가에 닿았다. 속이 간질거리는 기분에 유진의 허리가 흔들렸다.

“허리 흔들면 안 돼, 유진.”

크리스가 일어나서 유진을 뒤에서 단단하게 끌어안아 고정했다. 그리고 관을 조금씩 흔들며 막힌 곳의 틈에 비집어 넣었다.

“아, 안 돼요, 이거 이상, 이상해요, 이상해, 안 돼, 안돼요.”

유진은 저도 모르게 크리스의 손을 붙잡고 고개를 저었다. 다른 때라면 크리스가 싫어할 게 뻔해 절대로 하지 않는 일인데도 주체가 안 되었다. 그래도 크리스의 움직임을 막을 정도로는 세게 붙잡지 못했다. 결국 관이 막힌 곳을 지나 들어갔고 유진은 관 밖으로 유진이 부끄러워했던 액체가 흘러나오는 것을 목격했다. 싫었다.

“안 돼!”

“괜찮아, 유진.”

괜찮지 않다고 쏘아붙이려고 하는데 크리스가 유진의 페니스를 감싸는 이상한 기구를 관과 연결시키고 거기에 있던 네모난 장치에 손을 대자 흘러나오는 것이 막혔다. 유진은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지 이해가 안 됐다.

“내 지문이 닿으면 열리는 거랑 닫히는 걸 조절할 수 있어. 이렇게 만지면서도 쉽게 바꿀 수 있고.”

크리스가 유진의 고환을 손에 굴리면서 다시 장치에 엄지손가락을 대자 관이 열렸다. 유진의 눈이 커다랗게 열리는 것을 본 크리스가 다시 관을 닫아주었다.

유진은 정신이 혼미해질 정도로 당황스러웠다. 분명 자신은 막 실금을 했는데 관이 꽂히자 또 나오고 있었다. 더 문제는 유진이 나오는 것을 느끼지 못한다는 것이었다. 눈으로 보거나 아예 관의 끝에서 나와 몸에 흐르지 않으면 나오고 있는지 아닌지도 모를 게 분명했다. 그런 상태에서 크리스가 장치를 열어놓은 채로 방치하면 자신은 어떻게 될지 훤히 보였다. 그리고 만약 관을 제거하고도 문제가 계속된다면 자신의 일상은 과연 돌아올 수 있을까. 너무나 무서웠다.

이때까지 젖꼭지의 모양이 변하고 민감도가 변하고 페니스나 애널도 크리스가 원하는 대로 변했고 그것들도 나름의 일상에 방해가 될 것을 알았지만 그래도 유진은 자신이 그 모든 것을 되돌리거나 관리하며 살아갈 수 있을 거라 생각하고 있었다. 사실 나가기만 한다면 문제가 될 거라 생각도 안 했고. 하지만 이번은 달랐다. 더러운 것이었다. 처음부터 크리스가 유진에게 이런 더러운 것을 보이게 했더라면 오히려 지금의 충격은 없을지도 몰랐다. 납치를 당한 처음에 유진은 덜 아프게 죽을 수 있다면 이라 생각할 정도로 공포에 질려있었고 크리스가 어떤 짓을 하더라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달랐다. 계속해서 스스로에게 크리스와의 거리감을 다짐했지만 그래도 가까워져 있었고 약간의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더 모든 것이 유진에게 충격으로 다가온 것이었다. 그런 유진의 상념은 부드러운 음악 소리와 함께 깨졌다. 유진이 처음 듣는 듯한 소리에 놀라 몸을 살짝 튕겼다.

“식사가 준비됐다고 하네. 나가자, 유진.”

크리스가 유진을 안아 들고 침실로 돌아와 유진을 내려놓았다. 크리스의 팔이 떨어지기가 무섭게 이불 속에 숨어버리는 유진의 등을 토닥여 주고 크리스는 유진과의 집에서 나갔다. 나가는 동안 크리스의 입가에선 웃음이 떠나지 않았다.

유진에게 지금의 기구를 써 방광 입구의 근육을 조금 손을 보면 마개 없이는 생활이 불가능한 데다 마개를 빼놓으면 이미 요도가 조교가 끝나있어 계속해서 느끼게 될 것이었다. 그것 때문에 마개를 해달라고 애원할 유진을 생각하면 크리스는 터치 없이도 사정에 이를 수 있을 것 같았다. 이것을 위해 일부러 유진이 부끄러워하는 일들을 혼자 처리하게 놔두지 않았나. 당장 자신의 지문이 없이는 사정도, 볼일을 보는 것도 불가능하다는 것도 좋았다. 그전에 체액이 나오는데도 요도에 자극이 없어 당황하고 허전해 할 것도 매우 좋았다. 문제가 있어 카테터를 연결하면 다들 허전함에 불편해하는 것을 크리스는 잘 알고 있었다. 그래도 유진의 존엄을 위해 마개를 합친 장치를 주문 제작했다. 유진의 페니스에 채우자 딱 들어맞던 기구는 유진에게 몹시도 잘 어울렸다.

현관에 도착한 크리스는 배달원에게서 유진이 자주 먹던 싸구려 중국식 패스트푸드점의 판다 그림이 그려진 테이크아웃 팩과 제대로 된 레스토랑에서 주문한 것을 넘겨받았다. 유진은 둘 중 어떤 것을 좋아할까, 중식이 먹고 싶은 것 같아 함께 주문한 차우멘과 볶음밥 반반, 허니 소스의 새우도 좋아할까. 크리스는 몇 개의 문을 지나치고 복도를 걸으며 유진을 그렸다. 중간에 주방에 들러 탄산과 맥주를 준비하는 것도 잊지 않았다. 주방과 복도를 연결하는 문이 열리고 유진이 이불 속에 그대로 있는 것을 본 크리스의 발걸음이 빨라졌다.

“유진, 나와 봐.”

“…아, 이거….”

유진은 질리도록 보았던 판다 그림이 그렇게 반가울 수 있을지 몰랐다. 일상에서 멀어진 것 같았는데 다시 원래의 생활이 돌아온 것 같았다. 친구들과도 자주 테이크아웃해 먹었던 그것이었다. 얇은 스티로폼 도시락과 네모난 종이 상자에 담긴 메뉴 역시도 똑같았다. 옆에 같은 메뉴이지만 완전히 다른 모습의 고급스러운 음식이 준비되어있는데도 유진은 너무나 잘 알고 있는 맛의 싸구려 음식이 당겼다. 크리스가 옆에 앉아 탄산과 맥주를 들어 보였다. 원래라면 유진은 술을 그다지 하는 편이 아니었지만 지금은 맥주를 골랐다. 술을 먹고 모든 것을 잠시라도 잊고 싶었다. 유진의 눈이 향하는 곳을 본 크리스가 젓가락을 들어 유진에게 먹고 싶었던 오렌지 치킨을 먹여주었다. 아주 자연스러운 젓가락질에 잠시 놀란 유진은 입에 들어온 오렌지 치킨의 맛에 모든 것을 잊었다. 바로 그 맛이었다. 크리스가 맥주도 한 모금 먹여주었다. 자잘한 거품이 입안과 목을 톡톡 쏘는 것이 상쾌했다. 크리스가 부지런하게 유진의 입에 음식들을 날랐다. 어느 정도 마음이 차고 나자 다른 음식이 궁금했다.

“크리스, 이것도 맛보고 싶어요.”

크리스가 미소 지으며 레스토랑의 오렌지 치킨 한 조각을 유진의 입에 넣어 주었다. 유진의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너무 맛있었다. 포장해오면 어쩔 수 없는 거라 믿고 있었던 기름 맛도 전혀 나지 않았을 뿐 더러 꽤 긴 시간 소스에 버무려 있었는데도 파삭했다. 거기에 닭고기와 어우러진 풍부한 오렌지의 향이라니.

“말도 안 돼요. 둘이 같은 음식이라니!”

크리스가 유진에게 꿀과 견과류로 버무린 새우도 먹여주었다. 유진은 살면서 그렇게 탱글한 새우는 처음이었다. 다음으로 넘어온 챠우멘과 볶음밥도 여태까지와는 전혀 달랐다. 맥주가 술술 넘어갔다. 배가 부른데도 너무 맛있어 계속 먹는 유진에게 크리스는 그만 먹으라는 말을 하지 않고 유진이 만족할 때까지 음식을 먹여주었다. 맛있는 음식에 맥주도 다른 때보다 많이 마신 유진이 더이상 먹었다간 배가 터질 것 같아 먹는 것을 멈췄다. 알딸딸한 술기운에, 맛있는 음식에 기분이 좋아졌다.

“맛있었어요, 고마워요.”

“별말씀을.”

크리스가 자신의 볼을 톡톡 두들겼다. 유진은 몸을 살짝 일으켜 크리스가 가리킨 곳에 쪽 하고 소리를 내어 뽀뽀했다. 크리스의 키스가 다시 되돌아왔다. 너무 배가 불러 식후의 걷기도 잠깐 미루고 크리스에게 안겨 한 것도 없는 손을 마사지 받고 있으니 잔뜩 먹은 맥주 때문에 유진에게 신호가 왔다. 유진의 머리에 기구의 존재가 스쳤다.

“…크…크리스….”

“응, 유진.”

“…저…화장….”

유진은 분명 매번 하던 일인데도 기구를 바꾸니 말하기가 무서워졌다. 하지만 다행스럽게도 크리스는 유진을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고 유진은 변기에 앉혀졌다. 혹시나 기구를 바꿔 다른 방법이나 다른 장소를 쓸까 긴장했던 유진이 조금이나마 안심한 것과는 별개로 아직 문제가 남아있었다. 크리스가 세면대의 물을 세게 튼 후 유진에게 다가와 빠르게 장치를 해제하고 돌아서서 나가주었다. 유진은 아주 많이 안도했다가 끝나지 않는 방출에 당황했다. 배출의 실감은 그저 압박감이 서서히 주는 것밖에 없더니 압박감이 사라지고도 느리게 끊기지 않았다. 곧 크리스가 돌아올 텐데 크리스의 손으로 다시 막지 않으면 계속 나올 것만 같았다. 어떡하지. 유진은 감당할 수 없는 현실에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욕실의 문이 열렸다. 유진은 눈물을 흘리며 크리스가 다시 막아주는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막고도 문제가 있었다. 관을 통과했기 때문인지 끝난 후의 시원함이 전혀 없었다. 이대론 안 됐다. 유진의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몸이 고장 났다.

“유진?”

“이…이거 빼…빼고 싶어요, 크리스….”

“많이 힘들어?”

크리스의 걱정 어린 얼굴을 위선이라 비웃을 정신도 없는 유진이 빠르게 고개를 끄덕였다. 힘들다기보다는 무서웠지만 어쨌든 계속하는 것이 힘들었다. 크리스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어 주더니 유진을 안아 들고 샤워부스로 자리를 옮겼다. 크리스가 장치를 해제하고 마개가 설치된 기구를 빼내자 관으로 나오는 부끄러운 체액에 유진의 눈물이 터졌다. 크리스가 아예 샤워기를 틀어 유진의 배 쪽에 물이 떨어지도록 한 후 천천히 관을 뽑았다.

“흐…흐으, 아….”

요도 전체가 민감한 건 그대로라 관이 빠져나오는 것이 유진에게 엄청난 쾌감이 되어 신음이 쉴 새 없이 흘러나왔다. 중간중간 벽을 지나거나 할 때는 유진의 눈앞이 번쩍번쩍 빛이 터졌다.

“하아….하아…하읏, 거, 거기 안 돼요, 안 돼……!”

찔리면 기분이 매우 좋아지는 곳을 관이 다시 뭉개며 나오고 크리스가 아주 천천히 빼내는 바람에 자극을 받는 시간이 길어져 유진은 묽은 액을 관으로 내보내며 사정없이 달했다. 몸이 덜덜 떨렸다. 그러나 관은 아직 유진의 몸에 꽤 남아있었고 가장 극심했던 부분이 아니더라도 요도를 통과해 나오면서 벽을 뭉툭하게 긁어대는 바람에 유진의 몸은 절정으로 몇 번이나 튀어 올랐다. 미치는 줄 알았던 관을 꺼내는 작업이 완전히 종료되고 유진은 드디어 쉴 수 있구나 하고 생각했지만 그것은 시작이었다.

“으읏? 또, 또 가요, 안, 안 돼…요, 안 돼, 이거 미쳐요, 안 돼.”

관이 빠지고도 유진의 요도가 유진의 짐작대로 완전히 열려버려 체액이 한 방울씩 흐르고 그 한 방울이 요도를 지날 때마다 요도에 전류가 흐르는 듯한 자극이 유진을 덮쳤다. 가뜩이나 관을 빼며 몇 번인지 세지도 못할 만큼 갔던 유진의 민감한 몸에는 고통으로 느껴질 만큼 강렬한 쾌감이었는데 그나마도 언제 끝날지 몰랐다. 한 방울씩 한 방울씩 느리게 떨어지는 체액은 곧 쿠퍼액과 뒤섞여 양을 불렸고 유진은 크리스가 잡아주는 것에 겨우 기대 잠깐씩 의식을 잃었다가 다시 강렬한 쾌감에 정신을 차리고 또다시 쾌감에 짧게 의식을 잃었다.

“크리스, 제, 제발…제발, 살, 살려 주, 세요, 이, 이거 정말로 미, 미쳐버, 버려요. 읏!”

“마개를 하는 수밖에 없는데 어쩌지? 유진.”

“마, 마개, 흐읏, 해, 해주세요.”

크리스가 요철이 있는 긴 마개를 유진의 벌어진 요도에 천천히 넣어 주었다. 마개가 들어가는 동안에도 유진은 몇 번이나 절정에 달했지만 그래도 안쪽의 푹신한 곳 직전에서 삽입이 멈추자 그나마 제대로 숨은 쉴 수 있을 것 같았다.

“고마워요.”

지옥을 끝내준 크리스에게 감사 인사를 하는 유진의 눈에서 눈물이 뚝 떨어졌다. 고장 난 몸이 서러웠다. 이제 원래대로 돌아가지 못한 채 기구가 없인 생활이 불가능한 사람이 되었는지도 몰랐다. 천천히 유진의 눈이 감기고 유진의 의식은 어둠으로 가득 찼다.

크리스는 정신을 잃은 유진에게 마개를 고정하는 장치를 다시 씌우고 마저 씻기고 안아 올려 침대로 옮겼다. 커다란 타월을 깔고 유진을 조심스럽게 눕히자 유진이 몸을 웅크렸다. 타월을 가져와 덮어 물기를 제거하고 유진을 옮겨 젖은 타월들을 치우고 품에 안고 이불을 덮었다. 눈가가 발갛게 부어오른 것이 안타까우면서도 스스로 제어가 안 되는 유진이 좋았다. 결국 크리스에게 요청해 자신의 통제권을 넘겨 준 것은 더 좋았다. 유진은 인간이라면 살기 위해 꼭 필요한 행위를 크리스가 없이는 할 수가 없게 된 것이었다. 거기에 원래도 제어를 할 수 없는 발기도 고정 장치의 한계에 맞춰져 그보다 더 커지면 불편할 것이었다. 크리스는 유진의 늘어진 팔을 자신의 어깨에 두르게 하고 유진의 등을 토닥였다. 유진의 입술이 살짝 오물거리는 게 귀여워 손가락을 물려주자 입술로 물기만 하는 순함에 몇 번이고 입을 맞췄다. 시간은 참으로 빨랐다.

“으음….”

“유진?”

“…아!”

유진은 정신을 차리자마자 자신의 아래를 확인했다. 그만큼 충격이었다. 제대로 참지 못한다는 것도 엄청나게 충격이었고 그걸로 느끼는 것은 더욱 충격이었다. 사람이 어떻게 그럴 수가 있을까. 다행히 유진의 요도구는 제대로 막혀 있었다. 그제야 다시 공포가 돌아왔다. 이제 계속 이런 몸으로 사는 것일까. 마개가 없이는 흘리고, 흘리면서 절정 하는 인간 이하의 몸으로. 멀쩡한 성인이 흘리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끔찍한데 그걸로 쾌감을 느낀다니 다른 사람들에게 들킨다면 버틸 수 없을 것 같았다.

크리스는 유진이 공포에 빠진 것을 알면서도 내일만 되면 정상으로 돌아온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대신 며칠만 있으면 나아진다고 말을 해주었다. 이것도 말해주지 않으면 겁이 많은 유진은 언제까지고 마개를 빼달라는 이야기를 하지 않겠지만 유진이 망가지면 안 됐다. 기간이야 조금 길어지더라도 제대로 돌아간다는 희망만 있으면 유진은 계속해서 버틸 것이었다.

“며칠, 며칠만 있으면…. “

“내가 유진을 망가뜨릴 리가 없잖아.”

“…고마워요, 크리스.”

크리스가 항상 경고로 하던 말을 이번에는 경고의 의미가 아니라 진심을 담아 이야기하고 있어서 유진은 조금 당황했다. 납치해 가둬 놓고 유진의 몸을 바꾸고도 정말로 그것이 당연한 것처럼 얘기하다니 말이 되냐 물어야 하는데 조금은 믿고 싶어졌다. 이번의 일이 특히 그랬다. 이제 평범한 일상으로는 돌아가지 못하는 건가 싶어 너무나 두려웠는데 며칠만 있으면 멀쩡해진다니. 나아진다면 잠깐의 이상함은 견딜 수 있었다. 그러고 보면 묶어 놓고도 마사지로 근력을 유지해주고 광치료기와 햇빛을 고려해주기도 했다. 음식도 처음에 몇 번 양이 적었지만 그조차 한동안 음식을 먹지 못했었던 것을 고려했을 수도 있었고 그게 아니어도 그때를 제외하고는 영양소까지 고려한듯한 음식이 다양하고 정성스럽게 준비되었다.

유진은 당황으로 감사 인사를 하는 것을 놓칠 뻔했으나 다행스럽게도 너무 늦지 않게 감사 인사를 했다. 크리스가 유진의 얼굴을 양손으로 감싸고 눈을 맞춰왔다.

“절대로 유진을 상하게 하는 일은 없을 거야.”

유진은 왠지 눈물이 났다. 바로 떨어지는 눈물을 부드럽게 삼켜버린 크리스가 유진을 안고 얼렀다.

“유진, 아프게도, 다치게도 하지 않을 거야. 기분 좋은 일만 해줄게. 무서운 일도 없을 거야.”

유진은 울음으로 인해 짧아진 호흡으로도 크리스에게 입을 맞췄다. 크리스의 눈이 예쁘게 휘면서 그대로 감겼다. 키스는 몹시도 부드럽고 달콤했다. 유진이 가쁜 호흡으로 중간중간 힘들어하면 크리스는 유진이 숨을 쉴 시간을 주거나 산소를 넘겨 주었다.

분명히 부드러운 키스였는데 유진의 몸에 서서히 열이 올랐다.

“읏.”

“기구가 좀 작네. 유진. 풀어줄게.”

크리스가 유진의 신음에 입술을 떼고 유진을 살피더니 상태를 알아차렸다. 유진의 몸이 부끄러움으로 움츠러드는 것을 조심스럽게 펴준 크리스가 유진의 페니스를 옥죈 장치를 풀어주었다. 갑갑하게 조여있던 것이 사라지자 더 커진 페니스가 마개를 약간 내보냈다.

“하읏!”

정말 조금이었는데 너무 큰 쾌감이 유진을 덮쳤다. 요도 속이 간지러웠다. 하지만 크리스는 조금 빠져나온 마개를 넣어 줄 생각은 하지 않고 페니스를 부드럽게 문지를 뿐이었다. 유진의 발가락이 곱았다. 간질거려 버틸 수가 없었다.

“크…크리스….”

“응, 유진.”

“페…페니스 안이 간…간지러워요….”

크리스가 어쩔 수 없다는 표정으로 마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요철이 요도를 훑을 때마다 기분이 좋은 데다 시원한 느낌까지 있어 유진의 허리가 흔들렸다.

“이거 좋아요….”

“좋아? 그럼 계속해줘야겠네. 유진.”

크리스가 웃으며 말한 대로 계속 계속하고 싶었다. 그전까지 존재를 잊고 있던 기구에 물린 유두도 바짝 서 더 조이는 것 같았다. 유진의 전신이 쾌감에 휩싸였다. 점점 유진의 체액으로 유진의 페니스가 젖고 크리스가 마개를 움직이며 유진의 동그랗게 올라붙은 고환을 굴리자 허리가 점점 빠졌다. 크리스를 붙잡고도 상체가 앞으로 숙여져 엉덩이가 뒤로 빠지는 유진을 한 팔로 허리를 감싸 자신에게 끌어당긴 크리스의 행위에 유진의 신음이 터져 나왔다.

“하읏, 아, 아앙! 마, 마개 빼고 싶, 싶어요.”

“천천히? 빠르게?”

“잘, 잘 모르…흐읏!”

마개가 유진의 요도를 긁으며 빠져나오고 유진의 체액이 줄줄 흘렀다. 그런데도 유진의 몸의 열이 식지 않았다.

“이, 이상해요. 가고 싶어…가고 싶어요….”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의 뒤로 들어왔다. 유진의 허리가 기대감으로 떨렸다. 크리스의 손가락이 통통한 부분이라 지칭되는 곳을 꾸욱 눌렀다. 유진의 눈앞이 하얗게 빛났다.

“가요, 가요, 가요.”

“기분 좋아?”

“네, 네.”

유진이 초점을 잃은 눈으로 쾌감에 적극적으로 반응하자 크리스의 손이 바빠졌다. 유진의 젖꼭지에 물린 기구를 튕겨주거나 유진의 미끌미끌한 페니스를 흔들어 주거나 예민한 피부들을 스치듯 쓸어주었다. 그 모든 행동이 안쪽의 느끼는 곳을 누른 채로 이루어져서 유진은 곧 고장 난 카세트처럼 말이 되지 않는 소리를 냈다. 한참을 안으로 달하면서 묽은 체액을 내보내던 유진이 고개를 저었다. 더이상 갔다가는 자신의 뇌가 모조리 타버릴 것 같았다.

“이, 이제 흣, 더는 안, 안 나와요.”

크리스의 손가락이 하나가 늘어 안의 성감대를 좀 더 강하게 눌렀고 그제야 유진의 페니스는 체액을 흘리는 것이 아니라 쏘듯 내보냈다. 묽은 체액을 방출한 유진의 시야가 하얗게 번졌다가 돌아오자 크리스의 손가락이 안에서 빙글빙글 돌아갔다. 두 개의 손가락이 다른 방향으로 움직이자 유진이 놀라 몸이 튀었다.

“하으? 그러면 안, 안에 넓…넓어져요….”

“유진은 너무 조이니까 넓혀놔야지.”

유진은 크리스의 어깨에 기대 약하게 호흡하며 크리스가 손가락을 움직이는 것을 받아들였다. 다행히 손가락이 더 늘지는 않았지만 점점 기분이 이상해졌다. 분명 통통한 곳을 누르거나 입구를 매만지는 것이 기분 좋았는데 뭔가 피부 속이 욱신거렸다.

“…크리스….”

“오늘은 여기까지만 할까? 유진.”

“네….”

크리스가 손가락을 빼려는데 유진 스스로도 안이 크리스의 손가락을 세게 무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아읏.”

“유진, 손가락 빼려면 안에 힘 풀어야지.”

“…안, 안 풀려요.”

“안 풀면 이렇게 빼도, 다시 들어가잖아?”

유진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수치심에 유진의 몸에는 점점 힘이 들어갔고 크리스의 손가락을 물고 있는 안도 역시 힘이 들어갔다. 그러자 다시 유진의 몸이 절정에 올랐다.

“유진.”

“어, 어떻게, 아, 안 돼요, 또 가, 가요.”

유진은 크리스의 손가락을 조이면서 절정에 달했고 절정에 달한 유진의 안쪽은 크리스의 손가락을 오물거리듯 조였다 풀기를 반복했다. 크리스는 유진의 안쪽이 완전히 풀릴 때까지 감촉을 즐기다가 손가락을 빼냈다.

“하아, 하아.”

“너무 조이니까 조금만 풀자, 유진.”

유진은 몸에 힘이 하나도 없이 늘어져 크리스의 통보를 받아들였다. 크리스가 유진을 마주 보게 한 자세로 자신의 무릎 위에 올려 뒤에 막대를 천천히 밀어 넣었다. 크리스의 손가락보다 조금 짧게 들어온 막대는 크리스가 펌프를 몇 번 누르자 부피를 늘렸고 크리스의 손가락 두 개만큼 굵어지자 크리스가 펌프를 누르는 것을 멈췄다. 유진은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었다. 배에 힘이 들어가면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유진의 뒤가 막대를 단단하게 문 것을 확인한 크리스가 펌프 연결을 해제하고 유진을 침대에 눕혀 주었다. 크리스가 스팀타월을 만들어 잔뜩 더러워진 몸을 꼼꼼히 닦아주는 것을 느끼며 유진은 잠시 잠이 들었다.

유진의 몸엔 다시 기구들이 채워졌다. 크리스는 이번엔 뒤쪽을 넓히는 데 집중했다. 며칠 간은 요도쪽 마개는 크리스가 빼준다고 해도 유진이 거절할 것이었고 젖꼭지는 더 이상 무언가를 할 필요가 없었다. 하지만 유진의 뒤는 몹시 좁았고 크리스는 언제든 유진과 연결되고 싶었기 때문에 넓힐 필요가 있었다. 유진은 크리스가 물려주면 바로 바로 물어야 했다. 사실 크리스의 욕심이 아니더라도 유진은 조금 넓힐 필요가 있었다. 가뜩이나 처음이라 걱정스러운데 크리스의 성기가 너무 컸다. 크리스는 유진의 첫 경험에 통증은 한 조각이라도 넣고 싶지 않았다. 유진의 처음은 반드시 기분 좋음으로만 채워져 있어야 했다. 크리스는 유진에게 넣은 기구의 펌프 횟수를 조금씩 늘렸다.

“이…이거 너무 커…커요.”

“어제 저녁이랑 똑같은데. 유진.”

자고 일어났는데 안에 너무 큰 게 들어있어 크리스에게 말했더니 어제와 똑같단다. 유진은 크리스가 시키는 대로 천천히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마셨다. 몸의 긴장이 풀리니 압박감은 좀 덜했지만 그래도 너무 큰 것 같았다. 계속 거기에 신경이 쏠리니 또 몸에 열기가 오르기 시작했다.

“크리스….”

유진이 입술을 작게 벌리고 크리스에게 매달리는 눈으로 키스를 졸랐다. 아침마다 일어나는 일에 크리스의 얼굴이 환했다. 부드러운 키스를 하면 이미 오른 열기를 어쩌지 못하는 유진이 젖꼭지를 내밀고 붉게 익은 젖꼭지를 혀로 굴려주면 금방 예쁘게 울었다. 스스로는 자신의 몸에 손도 대지 못하고 크리스가 만져주기만을 기다리는 유진을 어루만지면 허리를 흔들며 안을 만져달라 졸랐다.

“오늘은 손가락을 하나 더 넣을까? 유진.”

유진이 계속 허리를 흔들기에 슬쩍 던져본 말에 유진의 고개가 약하게 아래위로 흔들렸다. 사랑스러운 모습에 크리스가 유진에게 입 맞추며 이미 두 개가 들어가 있는 안쪽에 또 다른 한 개의 손가락을 천천히 넣었다. 입구가 벌어지는 느낌을 쾌감으로 받아들이는 유진의 입술이 벌어져 타액이 흘렀다.

“아음…응….”

크리스의 입으로 넘어온 신음이 동글동글했다. 크리스의 손가락이 제대로 자리를 잡자 유진의 몸이 옅은 분홍빛으로 열이 올랐다. 크리스가 유진이 부피에 익숙해지도록 기다렸다가 손가락을 구부려 유진의 쾌감점을 찾아 눌렀다.

“흐앗! 바, 바로 가요, 흣, 안 돼, 가, 가 버려요”

“참지 마, 유진.”

“안, 안 되는데, 아, 또, 또 느껴요.”

이제는 연이은 오르가즘에 익숙해질 때도 되었는데 유진의 머리가 세게 흔들렸다. 안으로 가는 것은 너무 좋아서 힘들었다. 횟수도, 속도도 도무지 익숙해질 수가 없었다. 유진의 눈앞이 형형색색의 불꽃으로 번쩍번쩍 빛났다. 유진의 허리가 완전히 휘어져 뜨는 것을 크리스가 쿠션으로 받쳐주었다.

“안, 안돼요, 또 가면, 앗, 미, 미쳐요, 안 돼, 제, 제발, 흐읏!”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의 통통한 부분을 누르는 것을 멈추고 격렬하게 수축과 이완을 반복하는 안을 휘저었다.

“지, 지금 그, 그러면 또 가요.”

“또 가면 이거 끼고 있어야 하는데?”

크리스가 금색의 링을 들어 보였다. 뭔지 몰라도 유진에게는 썩 좋은 일이 아닐 걸 알았지만 가는 것을 참을 수는 없었다. 유진의 동공이 완전히 열렸다. 쾌감이 쏟아졌다.

“흐읏!”

“가버렸네?”

너무 강한 쾌감 때문에 초점을 잃었던 유진의 눈에 크리스의 미소가 들어왔다. 어차피 하고 싶은 대로 하는 것이면서 유진이 잘못했기 때문이라는 구실을 붙이는 게 대단했다. 문제는 그 말이 그럴싸하게 들린다는 것이었다. 자신이 가지 않았다면 기구를 넣지 않을 것 같았다. 유진은 그렇게 생각하는 자신을 타일렀다. 어차피 크리스는 언제든 그 기구를 넣었을 것이다. 유진은 크리스가 들고 있는 금색의 기구를 보았다.

굵기가 유진의 페니스를 넣기엔 좀 작아 아무래도 페니스에 쓰는 기구는 아닌 것 같았다. 너비도 넓은 편이라 대체 어디에 쓰는 건가 고민하는데 크리스가 기구에 젤을 잔뜩 발랐다. 크리스의 손이 향하는 곳을 보던 유진의 눈이 크게 떠졌다.

“크리스!?”

“응, 유진. 여기에 넣을 거야.”

크리스가 유진의 뒤쪽을 덧그리며 말했다. 유진은 심호흡만 계속했다. 딱히 아플 것 같진 않았지만 용도를 제대로 알 수 없어서 무서웠다. 크리스의 체온으로 데워졌는지 차가움 없이 세 손가락을 받아들인 입구에 부드럽게 들어와 자리를 잡았다. 유진은 그제야 이 기구의 용도를 깨달았다.

“유진은 안쪽도 예쁘네.”

크리스가 유진의 안을 보며 황홀하다는 듯이 말했다. 유진의 몸이 떨려왔다. 넓은 팔찌 같은 것이 끼워져있으니 벌어진 안이 그대로 보였다. 공기가 들어오는 듯한 느낌에 유진이 작게 신음성을 내자 크리스가 안이 움직인다며 손가락을 넣어왔다. 기구로 벌어진 유진의 입구는 어떤 저항도 없이 크리스의 손가락을 받아들였고 유진은 그때부터 허전함과 크리스의 괴롭힘에 시달려야만 했다.

기구는 길이가 길지 않아서 여태껏 막대같이 생긴 기구나 크리스의 손가락으로 길든 유진의 안쪽에는 절반도 오지 않았다. 유진 스스로도 자신의 안쪽이 물고 있을 무언가를 기다리느라 조이는 것이 그대로 느껴질 정도였다. 그 와중에 공기가 들어와 내벽을 스치면 간질거리고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원래라면 절대로 노출될 일이 없는 내밀한 부분인데 지금은 공기뿐만 아니라 크리스가 넣는 손가락에도, 크리스의 시선에도 노출이 되어있었다.

“하으…. 또….”

“예뻐서 참을 수가 없는걸. 유진도 좋아하고.”

크리스는 정말 걸핏하면 유진의 안에 손가락을 넣어 유진을 괴롭혔다. 조금 깊게 넣어 뭔가를 조이고 싶어 안달이 난 안쪽에 물려주거나 유진의 성감대인 통통한 곳을 눌러주거나 했다. 굉장히 마음에 든 모양인지 서재에서 책을 읽게 해줄 때도 자신의 무릎 위에 앉혀놓고 만지거나 식사를 하는 도중에도 만졌다. 자기 전에도 몸 위에 올려두고 한참을 만져 유진이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기절을 하게 만들었다.

“흐읏….”

“일어나버렸네, 유진. 잘 잤어?”

“네…흐아, 거기, 거기 좋아요.”

“유진이 여기 누르는 거 너무 좋아해서 그런가 더 통통해졌어. 이제 눈으로도 보이네. 느껴져?”

크리스의 손가락이 내벽을 훑는데 탁구공 반을 쪼개놓은 것처럼 반구형으로 솟은 것이 느껴졌다. 유진의 페니스에 박힌 막대가 갑갑했다.

“앞에 빼고 싶어요….”

“어디?”

크리스의 손가락이 유진의 젖꼭지를 한 번, 요도에 꽂힌 막대를 한 번 튕겼다. 찌릿찌릿하게 전기가 흐르는 것 같았다.

“아흣! 페, 페니스요.”

크리스가 유진에게 가벼운 키스를 해주고 고정 장치를 풀어주었다. 이제는 발기한 페니스가 고정 장치에 눌려 갑갑한 것도 약간의 쾌감으로 느낀다고 생각했는데 장치가 풀리니 피가 도는 게 느껴지면서 더 좋았다. 유진의 요도 마개가 천천히 밀려 나왔다.

“간지…간지러워요….”

“긁어줄까? 유진.”

긁어주는 것이 얼마나 짧은 시간의 안식인지 잘 알고 있는데도 유진의 고개는 아래위로 움직였다. 크리스의 입꼬리가 위로 올라갔다. 아름다웠다.

“히이, 아, 좋아, 좋아요, 안 돼, 넣, 넣으면.”

“유진은 뺄 때가 좋아?”

크리스가 마개를 천천히 빼내며 유진에게 물었다. 유진의 고개가 좌우로 흔들렸다.

“그러면 넣을 때?”

마개가 요도로 나가는 체액을 역류하며 안으로 들어왔다. 유진의 고개는 다시 좌우로 흔들렸다.

“유진, 유진. 사랑스러운 유진.”

크리스가 아주 환하게 웃으며 유진을 끌어안았다. 유진이 힘이 풀린 팔을 들어 크리스의 목에 감자 크리스의 근육이 움직이더니 빠른 속도로 마개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하, 하아, 이거 좋아, 좋아요, 계, 계속.”

“응. 계속해줄게. 유진.”

크리스가 유진의 볼에 입을 맞췄다. 유진은 몸 전체가 저릿함을 느끼면서 크리스의 품 안에서 달콤하게 울었다. 정말로 중독이 될 것만 같은 쾌감이었다. 크리스의 다른 손이 유진의 안쪽 성감대를 세게 눌렀다.

“하읏! 크, 크리스, 마개, 마개 좀 더 넣어, 넣어 주세요. 안에….”

“앞뒤로 쑤셔지고 싶어?”

“네, 네에.”

“귀여워라. 유진이 해달라고 하면 해줘야지.”

“아응!!!”

요도 마개가 깊게 들어오는 동시에 뒤쪽의 통통한 곳이 세게 눌렸다. 크리스의 손가락과 마개가 닿을 듯이 피부를 사이에 두고 만나자 유진의 눈앞이 하얗게 빛났다.

크리스는 정신을 잃은 유진에게서 모든 기구를 제거했다. 요도 마개를 뽑자마자 정액과 쿠퍼액이 섞여 옅은 흰색의 체액을 주르륵 흘리는 유진의 몸이 약하게 떨렸다. 한참 막혀 있던 요도는 아주 긴 시간의 사정을 했고 그동안 유진의 뒤를 벌려 고정하던 기구를 빼자 유진의 몸이 움찔거렸다. 장시간 벌어져 있던 뒤가 제대로 안 닫히는 것이 기뻤다. 입구의 얇은 피부가 떨리는 것을 보니 금방 또 다물어질 것이 뻔했지만 크리스는 닫힐 시간을 줄 마음이 없었다. 젖꼭지를 조이고 있던 기구를 제거하자 한참 조여져 있던 곳에 피가 쏠려 좀 더 통통하게 붓는 것이 보였다. 크리스는 이끌리듯 유진의 붉고 통통하게 익은 젖꼭지를 입안에 머금었다. 유진의 배에 힘이 들어가 올라붙었다. 민감하고 쾌감에 유순한 유진의 몸이 사랑스러워 크리스는 유진의 몸 곳곳에 입술을 내리다가 유진을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물이 가득 차 있는 욕조에 유진을 안고 들어간 크리스가 유진의 몸을 부드럽게 씻겼다. 유진은 이동 중에도 정신을 못 차리더니 물에 들어와서도 전혀 일어날 기색이 없었다. 크리스는 자신이 손을 놓으면 축 처지는 유진의 몸을 돌보는 것이 매우 기꺼웠다. 유진은 버티는 것도 스스로 할 수 없었다. 반드시 크리스가 있어야만 했다. 욕조의 물을 갈아가며 유진의 몸을 씻긴 크리스가 유진을 타월로 돌돌 감고 다시 침실로 향했다. 유진의 체액들로 지저분한 시트를 갈고 유진을 침대에 올리자 감촉이 기분 좋았는지 유진이 시트에 볼을 비비며 엎드렸다. 크리스는 유진의 동그랗게 올라 붙은 엉덩이를 아프지 않게 깨물다가 자국을 남기곤 양쪽으로 벌려 기구를 넣었다. 이전에 쓰던 것과 같은 모양이지만 크기는 달랐다. 크게 힘들이지 않고 넣을 수 있는 것에 만족한 크리스는 유진에게 이불을 덮어주고 침실을 나섰다. 환자를 볼 시간이었다.

유진이 정신을 차리고 주변을 보니 크리스가 없었다. 안을 벌리는 기구만이 있는 몸에 어색함을 느끼다가 자신이 마개 없이도 흘리지 않는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의 말대로였다. 물론 여전히 벌어진 요도구가 자극을 받으면 쿠퍼액을 흘려댔지만 쿠퍼액만이었다. 유진은 아주 많이 안심했다. 뒤를 벌리는 기구가 불편했지만 이것 역시 문제가 생길 정도는 아닐 것이었다. 안심하자 배가 고파졌다.

“크리스…저 일어났어요.”

유진이 자신의 기상을 알리고 조금의 시간이 지나자 크리스가 돌아왔다. 손에 들린 트레이에 볼륨감 있는 샌드위치가 유진이 좋아하는 주스와 함께 올려져 있었다. 유진은 저도 모르게 미소 지었다.

“몸은 어때? 유진.”

“아, 저…. 흘리는 거…괜찮아졌어요. 고마워요, 크리스.”

유진이 크리스에게 쪽하고 키스했다. 크리스가 웃으며 유진을 안았다.

“내가 말했잖아.”

“네.”

크리스의 말에 고개까지 끄덕이며 긍정한 유진이 크리스의 입맞춤을 받았다. 부드럽고 촉촉한 입술이 얼굴 곳곳에 닿았다 떨어지는 것이 기분 좋았다. 흐물흐물해지는 유진의 머리와 목덜미를 가볍게 쓸어준 크리스가 유진에게 샌드위치를 먹여주었다.

유진이 좋아하는 재료들로 채워진 샌드위치는 조금 커서 유진은 최대한 입을 벌려 받아들였다. 입안 가득 들어온 게 맛있고 기분이 좋았다. 크리스는 어떻게 아는 것인지 유진이 주스를 마고 싶어 할 때마다 입으로 주스를 넘겨 주었다. 그리고 크리스는 유진의 안을 한 번씩 만졌다. 덕분에 유진은 식사 내내 마개가 없어진 페니스를 젖게 한 채였다.

“크리스…이제…배불러요….”

“배불러? 그리고? 유진.”

“제대로 만져주세요.”

유진이 크리스를 끌어안았다. 크리스의 눈이 호선을 그렸고 곧 크리스는 유진에게 입을 맞춰왔다. 유진이 좋아하는 경구개를 한참 혀로 쓸어주는 크리스 때문에 유진의 입안이 간지러웠다. 유진이 저도 모르게 크리스의 입술을 빨아들이자 크리스의 웃음이 유진의 입으로 넘어오고 유진의 간지러움은 사라졌다. 타액을 제대로 삼키지 못해 유진의 입가가 젖었다. 크리스의 커다란 손들이 유진의 몸을 어루만지기 시작했다.

“아…좋아…젖꼭지 당겨주세요…흣!”

“젖꼭지만으로도 이렇게 줄줄 흘려서 안쪽에 제대로 만져주면 어쩌려고?”

“나, 나와요, 나와…앗!”

“벌써 싸버리면 힘들 텐데. 유진. 그래도?”

“아, 아니요.”

크리스의 질문은 대부분 명령이었지만 이번 것은 명령이어도 상관없었다. 크리스의 경고대로 힘들 것이 분명했으니까. 유진이 아니라고 말하자마자 크리스가 마개로 유진의 요도를 막아주었다. 요도 안을 긁어주고 채워주는 마개가 고맙게 느껴질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마개가 완전히 들어가고 링이 귀두 바로 밑에 걸려 고정이 되자 유진은 안을 만져줄 것을 기다렸다. 하지만 크리스는 유진의 안을 만지는 것이 아니라 어떤 스위치를 만졌다.

“히익, 이, 이거.”

“요도 바이브야. 유진.”

마개에 약한 진동기를 붙였던 것과는 차원이 달랐다. 바이브가 떨리는 만큼 유진의 몸도 떨리는 것 같을 정도로 바이브의 진동이 크게 느껴졌다. 유진의 눈앞에 별이 튀는데 크리스의 손가락이 기구로 벌어진 안을 만지기 시작했다. 처음 삽입부터 손가락이 두 개였다.

“흣! 뒤, 뒤에도….”

“두 개도 잘 먹네, 착하지. 유진.”

“금, 금방 가요…바, 바이브….”

“막혀 있으니까 괜찮아.”

“안, 안으로 가는데….”

“갈 때마다 손가락 늘릴 거야. 유진.”

크리스가 예쁘게 웃었다. 유진은 조금 무서운 미래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가, 가요, 가, 제, 제발, 흐앗!”

“안이 난리네. 하나 더 물려 줄게.”

“아, 안돼, 안돼요, 가는데, 가고, 있는데에, 또, 안 돼.”

분명 갈 때마다 손가락을 늘린다고 했다. 막 들어온 세 개도 벅차 안이 벌어지며 성감대가 눌렸다. 그것 때문인데. 유진의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하게 차올랐다.

“하나 더 먹어야겠네? 유진.”

크리스의 말에 유진의 눈에 가득 찼던 눈물이 기어이 눈에서 나와 흘렀다. 크리스가 유진의 눈물을 핥아 없애곤 유진의 눈꺼풀에 입을 맞추며 속눈썹에 매달린 눈물방울까지 없앴다.

“천천히 먹여줄 테니까 울지 마. 유진.”

크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느끼는 것인데 손가락을 늘린다니 유진의 눈물이 설움과 쾌감으로 계속해서 나왔다. 크리스는 유진의 눈가에 자잘한 키스를 하며 천천히 먹여주겠다고 말한 것을 지킬 모양인지 유진의 안에서 손가락을 조금씩 벌리기 시작했다. 유진의 벌어진 내벽은 크리스의 작업을 환영해 흐물흐물하게 녹았고 크리스는 유진의 내벽이 녹자 입구를 벌리고 있던 기구를 빼며 유진의 내벽을 손가락의 둥근 부분으로 긁어댔다.

“아흣!”

“완전히 흐물흐물하네. 유진.”

“…네….”

“뜨겁고 미끌미끌하고.”

크리스의 목소리가 미묘한 열기를 품고 있었다. 유진은 너무 부끄러워서 어디론가 사라지고 싶었다. 하지만 유진의 허리를 단단하게 붙잡은 크리스가 유진의 몸이 조금도 크리스의 손길에서 벗어나지 못하게 했다. 유진의 귀에도 질척하게 젖은 내벽이 쑤셔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야했다. 유진의 몸에 소름이 돋는 것을 알아차린 크리스가 좀 더 소리가 많이 나게 손을 움직였다. 유진의 다리가 점점 풀려 몸이 낮춰졌다.

“기분 좋으면 허리부터 빠져선 다리도 풀리고, 귀여워. 유진.”

크리스가 유진을 완전히 엎드리게 해 유진의 아랫배 쪽에 쿠션을 받쳐 유진이 엉덩이만 살짝 든 자세로 고정시켰다. 크리스가 유진의 뒤쪽으로 자리를 옮기는 것에 유진이 얼굴을 시트에 완전히 파묻었다. 계속해서 부끄러운 일들만 일어났다. 다들 어떻게 이런 행위를 할 수 있는 것일까. 유진은 세상 사람들이 존경스러웠다. 유진의 생각대로 크리스는 유진의 안을 벌려 녹은 내벽을 관찰했다.

“부…부끄러워요….”

유진의 귀가 새빨개져 부들거리는 바람에 크리스는 관찰하던 것을 관두고 유진의 빨간 귀와 목덜미에 키스를 하며 다시 손가락을 넣었다. 뭉그러진 유진의 입구가 크리스의 손가락을 맛있게 빨았다.

“흣.”

“바로 하나 더 먹을 수 있을 것 같은데. 그래도 유진은 처음이니까 천천히 먹어야지?”

귓가에 속삭이는 통에 유진은 크리스가 뭐라고 하는지 전혀 못 알아들었다. 울림이 좋은 목소리가 공기를 품고 귀에 와 닿으면 있는지도 모르고 있던 솜털이 전부 일어서 공기에도 몸이 떨렸다. 크리스가 손을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흐아, 앗, 그, 그렇게 하면.”

“하면?”

“또 가, 가요, 다, 다섯 개는 안 돼, 안 돼요, 제, 제발.”

크리스가 귀여워 죽겠다는 듯이 유진의 목을 쪽쪽거렸다. 그러나 그러는 중에도 크리스의 손은 멈추지 않았고 유진은 잔뜩 겁에 질린 채로 또 한 번 절정을 느꼈다.

“히…또…또….”

“응, 또 가버렸네. 그러면 다섯 개.”

“크리스….”

유진이 시트에 아예 파고들듯이 묻고 있던 얼굴을 들어 크리스를 보며 손을 크리스에게 뻗었다. 크리스는 이 순간이 좋았다. 유진이 크리스에게 기대는 것. 심지어 지금은 유진의 모든 괴로움이 크리스에게 비롯되는데도 크리스에게 의지하는 것이라 마음의 크기가 큰 것처럼 느껴졌다. 크리스는 유진이 계속 자신에게 의지해 나중에는 아무것도 할 수 없게 되길 바랐다. 크리스가 유진의 뻗은 손에 깍지를 끼워주자 유진의 손가락이 크리스를 세게 붙잡았다.

“예뻐, 유진.”

“크리스…키스, 키스해주세요.”

유진이 입술을 벌리고 크리스의 키스를 졸랐다. 달싹달싹 움직이는 입술이, 매달리는 시선이 너무 귀여워 결국 크리스가 꺾였다. 크리스의 입술이 유진의 입술에 겹쳐지자 유진의 볼이 조금 올라갔다. 안심한 것이 기특해 크리스가 유진의 몸을 유진이 좋아하는 방식으로 애정을 담아 부드럽게 어루만졌다. 유진의 고개가 점점 바닥으로 처지는 것을 크리스가 붙잡아 아예 자신의 허벅지 위에 앉혔다.

“아!”

유진은 자신의 등에 닿는 크리스의 성기에 놀라 몸을 튕겼다. 전혀 도움이 되지 않은 그 행위는 크리스의 크기를 보다 키워주는데 일조했고 유진의 등이 앞으로 동그랗게 구부러졌다. 도대체 이런 걸 어떻게 넣는단 말인가. 굵기도 길이도 말도 안 됐다. 흐물흐물하게 녹아 질척거리는 소리까지 내던 유진의 안은 고작해야 크리스의 세 손가락을 받아들이는 것도 힘들었는데 그것의 네 배는 충분히 넘을 것 같았다.

“벌써 무서워하면 안 되는데. 유진.”

크리스의 목소리에 웃음이 섞여 있었다. 그러고 보면 크리스는 아직 바지조차 벗지 않고 있었다. 속옷을 안 입었을 리도 없는데 그러면…. 유진의 눈이 경악으로 커져 크리스를 돌아보았다.

“그냥 다섯 개도 할까? 유진.”

다섯 개로도 어차피 안 될 것이 뻔해 그냥 도망가고 싶었다. 유진은 고개를 끄덕이지도, 좌우로 젓지도 못했다. 크리스는 계속해서 유진을 바라보며 미소를 머금고 있었다. 유진은 정답을 찾았다.

“아프지 않게 해주세요…읏!”

억지로 올린 입술은 자연스러웠을까. 유진이 자신의 상태를 파악하기도 전에 크리스가 난폭하게 유진의 입술을 덮쳤다. 숨을 제대로 쉴 수 없어 점멸하는 유진의 의식에 또 한 번의 충격이 찾아왔다. 크리스가 다시 자신의 손가락을 유진의 안에 삽입한 것이었다. 손가락 역시 움직임이 격렬했다. 유진의 안쪽 성감대를 눌러 돌리는 바람에 유진은 눈앞에 불꽃이 터지는 것을 느끼며 긴 절정에 올랐다. 하지만 유진의 몸이 커다란 절정에 떨려도 크리스는 멈추지 않았고 곧 유진의 뒤는 크리스의 손가락 네 개를 힘겹게 받아 물었다.

“으읏.”

크리스는 유진이 익숙해지길 기다리며 손가락을 천천히 돌렸다. 한 덩어리가 되어 느리게 돌아가는 움직임은 부담이 적었고 크리스의 키스와 요도 바이브가 유진의 성감을 서서히 올렸다. 압박감이 줄어들자 유진의 어깨도 내려왔다. 유진의 변화를 기민하게 알아차린 크리스가 안쪽 성감대를 눌렀다.

“흐앗, 흐, 아, 거, 거기.”

“더 통통해졌어. 유진.”

배출되지 못하는 쿠퍼액이 쌓여 크리스의 말대로 더 커진 유진의 성감대는 좀 더 민감해져 있었다. 크리스가 유진의 성감대를 누른 채로 잘게 흔들었다. 유진의 몸이 이리저리 흔들렸다. 흔들리는 것을 자제할 수가 없었다.

“계, 계속 느껴요….”

“느끼면 되지. 예뻐, 유진.”

“죽…죽을 것 같아요. 이상해져….”

유진의 절정에 맞춰 크리스가 요도 바이브를 뽑았다. 급하게 뽑혀 나오는 바이브에 유진의 요도가 들러붙었지만 이미 넓어진 요도가 뽑히는 것을 막을 수 있을 리 없었다. 안으로 달하는 절정이라 정액 대신 맑은 쿠퍼액만 줄줄 흘렀다. 요도 전부에 전류가 흘렀다.

“나, 나오는 거, 흐읏, 느껴서 이상, 이상해요, 앗, 가고 있는데 또, 또 가, 뒤에, 안 돼요, 안 돼ㅅ!”

유진의 몸이 덜컥하고 느껴질 만큼 뛰더니 크리스의 손가락을 자를 듯이 세게 물었다가 일시에 늘어졌다. 크리스가 늘어지는 유진을 그대로 침대에 내려놓고 계속해서 안을 넓혔다. 아예 의식이 없을 때가 기회였다. 크리스는 바로 약한 근이완제까지 주사했다. 하지만 그래도 유진의 안은 크리스의 것을 넣기엔 모자라 보였다. 크리스는 손바닥의 일부까지 들어갔던 손을 빼내고 펌프가 연결된 기구를 꺼내었다. 기구에 점성이 높은 젤을 잔뜩 바르고 유진의 안에 천천히 넣은 후 중간중간 시간을 줘가며 펌프질을 했다. 펌프로 인해 기구가 커질 때마다 유진의 몸이 약하게 흔들렸다. 기절한 상태에서도 반응하는 것이 기특해 크리스의 입술은 유진의 피부에서 떨어질 시간이 없었다.

유진이 정신을 차렸을 땐 자신의 배 속이 가득 차 있었다.

“정신 차렸어? 유진.”

“네…읏…아?”

가득 차 있다는 것을 인지하자마자 유진의 몸에 힘이 들어갔지만 이상했다. 물먹은 솜처럼 무거워져 튀어 오르지도 않았고 무엇보다 제대로 조이지 못했다. 유진의 눈이 바로 크리스를 향했다. 크리스는 유진의 반응에 웃으며 유진을 끌어안았다.

“조금 지나면 사라질 약한 근이완제야. 유진이 다치면 안 되니까.”

유진은 순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아픈 것보다는 약물의 도움을 받는 것이 훨씬 나았다. 아주 미약하게 아래위로 움직이는 머리에 크리스가 유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유진의 눈이 가늘어지는 것을 본 크리스가 유진을 세게 끌어안았다.

“역시 유진은 사랑스러워. 어떻게 이렇게나 사랑스러울까. 유진, 유진.”

절실함까지 느껴지는 크리스의 행동에 유진은 조금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이렇게까지 할 일인가? 납치해 감금을 당하고 약물을 맞은 데다 기구까지 삽입 당한 자신인데, 모자랄 것 하나 없어 보이는 눈앞의 미남이 안쓰럽게 보였다. 어릴 때부터 그가 유진을 잊지 않고 있었던 시간 때문일까, 아니면 이 미친 짓의 이유에 유진이 크게 차지하고 있기 때문일까.

크리스가 만약 유진을 처음 봤는데 이렇게 납치를 했다면 조금 다르게 보였을까. 크리스가 여태껏 유진에게 했던 일들을 납치범이 했다고 생각하면 꽤나 나쁘지 않은 편이긴 했다. 그러니 조금쯤은 자신의 행운에 감사하긴 했겠지. 아니다. 유진은 생각을 중단했다. 지금의 자신은 크리스를 판단해서는 안 됐다. 이미 객관적인 사고력을 잃었다. 크리스는 아주 영리하게 사람을 조종할 수 있는 제대로 된 포식자이고 자신은 의도적으로 그에 순응하려 노력해왔다. 이제까지 쌓아왔던 지식으로 자신의 상태를 조금이나마 객관화할 수 있는 것이 유진이 가진 유일한 무기였다. 그런 자신이 크리스를 어떻게 판단할 수 있을까.

거기에 유진 스스로도 알고 있는 공의존에 취약한 과거가 문제였다. 아무리 치료했다고 해도 어릴 때의 커다란 트라우마가 완전히 없어질 수는 없다. 애초에 미지의 고통에도 극도로 공포심을 느끼는 것 자체가 아직 치료가 덜 됐다는 얘기였다. 그러니 크리스가 보이는 다정함에 유진은 약할 수밖에 없었다. 유진은 크리스가 공포를 조성해 자신이 해주는 것들에서 어떻게든 애정의 한 조각을 찾게 만드는 것을 알고 있으면서도 그 조각을 찾아 가지면 마음을 먹여 그것을 무럭무럭 키워 크게 만들었다. 유진은 아주 쉬운 존재였다. 이 쉬움이 크리스를 미치게 만든 것을 잘 알고 있는데도,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을 알고 있는데도 유진을 끌어안고 절절하게 유진을 부르는 이 남자가 불쌍했다. 그가 처음부터 유진을 만나지 않았더라면….

그랬더라면 크리스가 이만큼이나 미치지는 않았을지도 몰랐다. 원래 성향상 문제를 일으킬 확률이 매우 높긴 했지만 그 피해자가 유진은 아니었을 것이었다. 아니면 교육받은 자제심으로 문제가 될 만한 상황을 피하거나. 하지만 유진이 그때 크리스를 만나지 않았더라면 유진은 틀림없이 거기서 죽었을 것이다.

“유진.”

“네, 크리스.”

“무슨 생각해?”

“…크리스에게 고맙다는 생각이요. 고마워요.”

“뭐가?”

“예전에 크리스가 없었다면 제가….”

“기억이 난 건 아닌 거 같고…여유롭네?”

크리스가 유진의 말을 자르고 자신이 하고 싶은 말을 하더니 불길한 미소를 띄웠다. 유진의 등이 싸늘하게 식어 크리스의 말을 제대로 생각도 못 하고 불쌍한 표정을 지었다.

“내 생각을 한 건 기특하지만 이렇게 큰 걸 넣고도 다른 생각을 할 수 있다니. 좀 더 키워도 될 것 같아. 그렇지? 유진.”

유진은 얌전히 크리스의 행위를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크리스의 손이 펌프를 몇 번이나 눌렀다.

“하아, 너…너무, 하아, 커요….”

배까지 부푼 것 같아서 유진은 크리스에게 겁을 먹은 상태로도 자신의 아랫배에 손을 얹었다. 피부밑으로 빵빵하게 부푼 기구가 만져졌다.

“여…여기.”

“여기?”

“…크리스”

“나의 유진은 머리도 좋지.”

유진이 크리스를 부르며 팔을 조금 벌리자 크리스가 유진을 안아주며 웃었다. 품에 안은 유진의 볼에 입술을 꾸욱 누른 크리스가 유진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래도 좀 더 늘어나야 안 아프니까.”

크리스의 웃음에 유진의 두려움은 많이 줄어들었다. 유진이 눈을 내리깔고 고개를 조금 끄덕이자 크리스가 다시 유진의 볼에 입을 맞췄다. 펌프가 한 번 더 눌러졌다.

“하아, 하아.”

들어간 것이 너무 커서 그런지 페니스가 서 있는데도 안에 기구를 넣었을 때의 쾌감은 거의 느끼지 못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크리스가 유진의 젖꼭지를 건드리기 시작하자 상황이 완전히 바뀌었다.

“읏, 그렇게 비, 비틀면, 나와, 나와요.”

“이번엔 참는 게 좋을 것 같은데, 유진.”

크리스의 충고에 유진이 자신의 요도를 손가락으로 눌러 막았다. 약효가 끝났다면 아예 쥘 수 있었을 텐데 아직은 약효가 남아있어 쥐었다간 사정을 막지 못할 것 같았다. 사정감이 끝까지 치밀어 올랐다. 그런 유진을 본 크리스의 표정이 환해졌다.

“유진, 유진, 나의 사랑스러운 유진.”

크리스가 소리 내어 웃더니 유진에게 달콤한 말들을 속삭였다. 이미 느끼고 있는데 유진이 민감한 귓가에 속삭이는 바람에 유진의 목이 자꾸자꾸 옆으로 빠져 크리스의 입술을 피했다. 솜털들이 바짝 섰다. 크리스가 솜털들을 입술로 훑어 결국 유진은 더 늘어졌다. 정말로 몸에 힘이 하나도 없었다. 펌프는 또 한 번 눌러졌다.

“너, 너무 커요.”

“아직 멀었어. 유진.”

유진도 기구가 많이 커져야 한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버티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키…키스…해주세요.”

크리스의 눈이 예쁜 호선을 그렸다. 유진이 눈을 감고 입술을 조그맣게 열자 크리스의 입술이 와 닿았다. 유진이 힘든 것을 알았을까. 크리스의 키스는 녹을 듯이 부드럽고 열이 오르게 질척했다. 유진의 페니스에서 선액이 줄줄 흐르기 시작했다. 그걸 따라 쾌감도 줄줄 흘렀다. 크리스는 젖꼭지를 만지던 손 중 하나를 내려 유진의 손을 치우고 젖어 맨들거리는 귀두 위에서 뱅글뱅글 돌렸다.

“흐읏!”

키스로 녹아 감겼던 유진의 눈이 번쩍 뜨였다. 자잘한 전기 충격이 계속해서 오는 것 같았다. 줄줄 흐르던 선액이 중간중간 왈칵 터져 유진은 작은 절정을 몇 번이고 맞이하는 것처럼 느껴졌다.

“나, 나와요, 가, 가고 있, 흣, 어요.”

숨이 벅찬 유진이 헐떡거리며 힘겹게 말을 마치자마자 다시 입술이 겹쳐졌다. 이제는 익숙해질 때도 된 것 같은데 키스가 조금만 진해져도 유진은 크리스를 따라가지 못했다. 크리스의 입술까지 자신의 타액으로 적신 유진의 눈이 몽롱했다. 줄줄 흐르다 한 번씩 뿜어져 나오던 선액에 정액이 섞여 색이 하얗게 변했다. 크리스가 입술을 떼고 조금 뒤로 상체를 빼니 유진의 몸이 떨어지듯 크리스의 몸에 기대졌다. 크리스가 유진의 몸을 받쳐서 앞으로 숙이게 만들어 유진은 쿠션에 상체를 기댔고 크리스는 유진의 엉덩이를 완전히 들어 무릎을 세워 엎드리게 한 후 쿠션을 밑에 깔아 다리에 힘이 풀려도 그대로 있을 수 있게 해주더니 또 펌프를 몇 번 눌렀다.

“이, 이제 정말 배가 불, 배불러요….”

“더는 못 먹겠어? 유진.”

유진의 고개가 빠르게 아래위로 움직였다. 크리스가 유진의 등을 천천히 쓰다듬어 주었다. 무게라곤 하나도 실리지가 않아서 간지럽기까지 한 손길에 유진은 몇 번이고 등 근육을 좁혔지만 약효가 남은 몸은 그저 미미하게 떨릴 뿐이었다. 유진의 호흡이 조금씩 가빠져 날개뼈까지 움직이자 크리스의 입술이 내려왔다. 뼈를 이로 긁으며 빨아들이는 바람에 유진의 다리가 벌어졌다. 긁을 수도 없는 곳이 간지러우면서 안이 조여들었다.

“흐읏!”

안이 조여들자 커다랗게 부푼 기구가 자신의 존재를 알렸다. 기구에 밀려 억지로 벌어져 있는 내벽이 원래대로 돌아가고 싶어서 기구를 조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유진이 배웠던 대로 내벽의 쾌감이 서서히 일어났다. 안이 끝까지 달하고 싶어 엉망이었다. 조이면 기분이 좋아진다는 것을 아니까 계속 조이는데 기구가 들어있으니 양껏 조이지는 못하고 양껏 조이지를 못하니 들어갔던 힘이 안정되지 못하고 기운이 빠질 때 함께 이완되었다. 쾌감이 계속해서 증폭되고 유진의 내벽은 곧 유진의 의지를 완전히 벗어났다. 유진의 내벽이 기구를 계속해서 오물거리자 펌프와 연결된 관이 끄덕였다.

“꼬리 같네. 그러고 보면 유진은 강아지 같지. 순하고 눈동자가 크고 까매서.”

크리스가 하는 말이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생각을 해야 나중에 놀라지 않을 텐데 당장은 그저 크리스의 손길이 급했다. 사실 크리스가 안의 기구를 빼주었다면 모든 것이 해결될 테지만 그런 일은 아예 없을 거라 유진은 기대의 수준을 대폭 내렸다.

“크…크리스….”

유진이 손을 뒤로 뻗는 것을 본 크리스가 유진을 들어 올려 자신의 품에 안았다. 마주 보게 된 자세에 유진이 크리스의 입술을 찾았다. 크리스가 벌려준 입술에 매달려 자신의 젖꼭지와 페니스를 밀어붙이자 크리스가 웃는 것이 느껴졌다.

“아….”

“응석은 언제나 환영이야, 유진.”

크리스가 말을 다 끝마치기도 전에 유진의 젖꼭지를 튕겼다. 거기서부터 시작해 유진이 민감하게 느끼는 모든 부위를 건드리는 크리스 때문에 유진은 눈을 뜨고 있는데도 앞이 하나도 안 보였다.

“아…또, 또 느껴요, 계속, 계속 나와.”

“느끼면 되지. 유진.”

“방, 방금 전에도 느꼈는 데에.”

유진이 크리스의 팔을 세게 움켜쥐었다. 연달아 사정하는 것이 너무 힘들었다.

“약효가 다 끝났네?”

“네? 아….”

“그럼 이거 빼낼까? 유진.”

유진은 고개를 끄덕여 크리스의 말에 동의하고 다가올 충격에 대비했다. 하지만 크리스의 손은 유진을 괴롭히던 것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

“내보내 봐. 유진.”

유진은 자신이 들은 말을 믿을 수 없어 되묻고 싶었다. 하지만 크리스의 얼굴은 농담을 하거나 유진을 놀리는 것이 아니었고 자신은 어떻게든 이것을 내보내야만 했다. 배를 가득 채운 이것을 꺼내려면 무척이나 힘이 들 텐데. 앞이 캄캄했다. 그러나 크리스의 미소는 계속되었고 유진은 벌벌 떨리는 손으로 관을 잡았다.

“손은 쓰지 말고. 유진.”

손을 안 쓰고 어떻게 이걸 빼내지? 유진이 저도 모르게 갸웃거리는 것을 본 크리스가 유진의 볼에 가볍게 입을 맞추곤 귀에다 속삭였다.

“알을 낳는 것처럼, 그렇게.”

유진의 떨리는 눈이 크리스를 애원하듯 바라봤다. 크리스가 펌프와 연결된 부분의 나사를 풀어 크기를 약간 줄여주었다. 크리스가 조금 봐줬으니 유진도 시도는 해야 했다. 생각만으로도 몸이 떨렸다.

무릎을 꿇고 허리를 세워 크리스의 목을 끌어안고 얼굴을 크리스의 어깨에 묻고는 힘을 주었다. 유선형의 기구는 조금 눌리기만 하고 꼼짝을 안 했다. 유진의 몸에 땀이 배기 시작했다. 크리스를 만족시키기 위해 유진은 계속 애를 썼지만 겨우 조금 내보내면 숨을 쉬는 동안 그 두 배가 다시 들어왔다. 거기에 힘이 들어간 내벽은 서서히 몸에 열을 지폈다. 유진의 온몸이 분홍빛으로 물들고 숨소리가 커졌다.

“하아, 하아.”

“유진, 고개 들어.”

크리스가 유진의 젖은 앞머리를 부드럽게 넘겨 주며 명령했다. 유진의 얼굴은 쉽게 들리지 못했다. 너무 부끄러웠다.

“유진.”

재차 떨어진 경고에 유진은 어쩔 수 없이 고개를 들었고 크게 열린 동공에 녹색 빛의 띠가 둘러진 크리스의 눈과 마주쳤다.

“이, 이거 힘들어요. 크리스….”

크리스가 얼굴을 볼 수 있게 하려고 목을 감았던 팔을 풀어 크리스의 어깨에 팔을 대니 팔에도 힘이 들어가는 바람에 작업이 더욱 힘들어졌다. 유진의 빠른 백기와 응석에 크리스가 한숨을 쉬며 유진에게 버드키스를 하고는 기구를 조금 꺼내주었다. 관만 물고 있던 유진의 입구가 기구에 맞춰 벌어졌다.

“고맙…고맙습니다.”

유진이 감사를 표하기 위해 크리스에게 입을 맞추려 입술이 나오는 것을 본 크리스가 고개를 숙여 유진의 내민 입술에 쪽 소리가 나게 입을 맞춰주었다. 아양을 떤 유진의 노력은 다행히도 빛을 발해 크리스의 도움을 받을 수 있었고 덕분에 아까보다 훨씬 수월해졌다.

온몸이 바들바들 떨릴 정도로 힘들어도 겨우 절반쯤을 내보냈다. 하지만 가장 굵은 부분이 입구를 통과할 때 짧게 한번 안으로 달한 유진이 저도 모르게 안을 조여 기구가 다시 들어가려는 것을 크리스가 관을 붙잡아 막아주었다.

“예쁘긴 하지만 이렇게 조이면 힘들 텐데, 유진.”

유진은 크리스의 말을 듣고 몸이 조금 진정되자마자 나머지를 밀어내었다. 일단 이것이 끝나야 크리스에게 뭐라 말을 할 수 있을 것이었다. 막바지에 부피가 줄어드는 부분이 오자 이때까지가 거짓말이었던 것처럼 빠르게 빠져나갔고 그 순간 유진은 짧고 강렬한 절정과 찰나의 기절을 경험했다.

“하읏!”

긴장 때문인지 익숙해져서인지 유진은 금방 정신을 차렸고 크리스의 옷과 자신의 배, 그리고 시트까지 자신의 체액으로 더럽힌 것을 보고는 새빨개졌다. 기구를 내보내며 내뿜은 데다 양이 너무 많았다. 유진이 정신을 차려 새빨개진 얼굴로 자신을 난처하게 바라보는 것을 확인한 크리스가 그제야 준비한 천으로 유진의 몸을 닦아주었다.

“느끼는 건 예뻤는데 또 닫혔네. 유진.”

크리스가 유진의 뒤를 손가락으로 확인하며 말했다. 한 손가락은 쉽게 들어가긴 했지만 기구의 크기와 들어가 있던 시간을 고려하면, 아니 넣어야 할 것을 고려하면 한참 모자랐다. 유진은 조이면 힘들 거라는 얘기를 들었을 때부터 생각한 방법을 말했다.

“주사 맞혀주세요, 크리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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