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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tep. 2. (3/16)

step. 2.

켄의 허벅지에 떨어진 타액을 크리스가 핥았다. 허벅지에 전류가 흐르는 것 같았다. 입안에 있던 포도알과 손가락이 나가지 않아 켄은 등 근육을 잔뜩 좁힌 채 크리스의 손가락을 빨았다. 허벅지에 닿는 크리스의 입술과 혀와 숨결은 간지럽고 불길했다. 입안의 말랑하고 약한 부분들을 자극당하다가 오돌토돌한 입천장을 손톱으로 약하게 긁히자 작은 짐승이 끙끙대는 것 같은 소리가 나왔다. 기분이 너무 좋았다. 성기도 바짝 서 배에 닿았다. 크리스의 입술이 허벅지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단단해진 성기가 기대감으로 떨리고 있었다. 크리스의 입술은 성기 근처를 지나며 습기를 머금은 미지근한 공기만을 전해주고는 다시 아래로 내려갔다. 단 한 번도 경험하지 못한 자극인데도 켄은 그 행위가 얼마나 좋을지가 그려져 안타깝고 애가 닳았다. 딱 한 번, 한 번만 건드려주면 미칠 듯이 근질거리는 이 기분이 풀릴 것 같았다. 하지만 크리스의 입술은 가끔 스칠 듯이 가깝게 공기를 내뿜었다가 켄이 허리를 조금 흔들어 닿으려 하면 다른 곳으로 옮겨갔다. 열기는 위험할 정도로 켄을 궁지에 몰았다. 크리스에게 닿아 이 열기를 내보내고 싶었다. 사정감이 몰려들었다. 허리를 흔드는 것은 크리스의 기준 밖일지도 몰라 최대한 참는데도 제대로 참아지지 않았다. 또다시 크리스의 입술이 다가왔다.

“허리 흔드는 게 엄청 야하네. 아래위 둘 다 젖어선 물을 뚝뚝 흘리고.”

크리스의 음탕한 말에도 켄은 부끄럽지 않았다. 그보다는 성기에 와 닿는 크리스의 숨결이 더 중요했다. 숨결이 귀두를 간지럽혀 조금만 더하면 갈 것 같았다.

“…크리스.”

“응. 애원은 언제든지 환영이야, 유진.”

“한 번만…. 한 번만 만져주세요.”

“한 번만?”

크리스가 무서울 정도로 요사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엄지로 귀두를 꾹 눌렀다. 손가락이 떨어지는 것을 쫓듯이 나온 정액이 켄의 온몸을 불태웠다. 눈앞이 아득해질 정도의 쾌감이었다. 사정이 끝나자 켄의 온몸의 힘이 풀렸다.

“유진, 기분 좋아?”

“네.”

켄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대답하자 크리스의 손이 다시 움직였다. 사정 직후의 예민한 성기에 주어지는 자극은 무시무시했다. 아주 가늘고 짧은 침봉으로 귀두를 찌르는 것 같았다. 간지러우면서도 아픈 것 같은데 사정감이 몰려들었다. 켄의 눈이 경악으로 크게 열렸다.

“유진, 아파?”

“아니요. 하지만…아읏!”

곧 켄의 입에선 신음만이 나왔다. 요도 전체가 간질거리는 기분이었다. 당장 나올 것이 없는데 내보내고 싶어 올라붙은 고환까지 크리스의 커다란 손으로 건드려지자 미칠 것 같았다. 죽을 것 같은 쾌감 속에서도 켄은 행위를 피해선 안 된다는 것만은 놓치지 않고 있었다. 거부만은 절대로 안 되었다.

“…크…크리……앙!”

크리스의 손가락이 요도구를 조금 침입해왔다. 간지러움은 순식간에 사라지고 하얀 섬광이 눈앞에서 터졌다. 긴 사출에 쾌감도 길었다. 크리스의 손과 시트는 켄에게서 나온 체액으로 잔뜩 젖었다. 정액과는 양과 색이 달랐다. 생전 처음 보는 체액에 무서움과 놀람이 뒤섞인 눈으로 켄이 크리스를 찾았다.

“괜찮아, 유진. 곧 익숙해질 거야.”

처음 보는 체액의 방출이 크리스의 예상 안에 있었다니 무언가 잘못된 것은 아니었지만 익숙해질 거란 말이 켄에게는 너무나 무서웠다. 단 한 번도 느껴보지 못한 쾌감이었다. 순간적으로 눈이 안 보일 정도로 강렬한 쾌감에 익숙해진다니 있어서는 안 되는 일이 분명했다. 하지만 크리스가 말을 했으니, 켄이 탈출하지 못하면 이루어질 수밖에 없었다. 켄은 쾌감에 익숙해진 자신의 모습을 떠올리고는 몸을 떨었다. 끔찍했다.

크리스가 크게 들썩이는 켄의 가슴을 톡톡 두들겨주더니 입을 맞춰왔다. 손가락으로 잔뜩 헤집어져 타액으로 젖은 켄의 입안이 질척한 소리를 내며 달라붙었다. 조금은 거친 키스에 코로 약하게밖에 호흡하지 못하는 켄이 달콤함이 섞인 칭얼거리는 소리를 내며 앞으로 다가올 행위에 대한 각오를 다졌다. 남자끼리면 애널을 이용한다는 지식 정도는 있었다.

하지만 키스로 두 번이나 연거푸 사정하고 묽은 체액까지 잔뜩 내보낸 켄이 완전히 흐물흐물하게 녹아도 크리스는 더 이상의 진도를 나갈 마음은 없어 보였다. 기분 좋은 온도의 스팀타월을 들고 와 켄의 온몸에 묻은 체액을 닦아주었을 뿐만 아니라 힘이 이상하게 들어갔다 급하게 빠져 조금씩 떠는 허리와 다리를 마사지해주었다. 기분이 좋았다. 시트도 교체되어 어느 순간 켄은 보송한 몸으로 보송한 이불 속에 들어가 있었다. 켄은 의아함에 크리스를 바라보았다.

“유진은 처음이니까 천천히 기분 좋은 일들만 배워야지.”

“네, 크리스.”

“예뻐, 유진.”

크리스가 환하게 웃으며 켄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켄은 크리스의 손이지만 기분 좋음을 느끼며 자신도 모르게 잠이 들었다.

켄이 잠에서 깨어났을 땐 침실이 깜깜했다. 크리스의 존재도 느껴지지 않았다. 켄이 다리로 조심스럽게 크리스가 옆에 없는지 확인하고 몸을 조금 굴려 다시 확인하는 것을 반복해 침대 어디에도 크리스가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크리스를 불렀지만 대답도 크리스도 없었다. 켄의 심장이 거세게 뛰었다. 저번의 일이 떠올랐다. 그래도 기다려도 추워지진 않았다. 켄은 자신이 벌 받을 짓을 하지 않았다는 것을 생각하며 최대한 침착하게 있으려 노력했다.

외부에서 들어올 수 있는 빛은 모조리 차단된 데다 안에 조명도 없으니 아무리 어둠에 익숙해져도 보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다. 켄은 별수 없이 다시 잠에 들려고 애를 썼다. 꽤 많이 잔 모양인지 배까지 고파 와 잠이 안 들어 고생했지만 할 수 있는 일이 하나도 없고 눈도 보이지 않으니 어떻게든 잘 수 있기는 했다.

켄이 다시 눈을 떴을 땐 크리스가 곁에 있었고 조명도 환했다. 자기도 모르게 안도감을 느낀 켄은 자신을 다잡기 위해 크리스가 굉장히 기본적인 방법을 쓰고 있다는 것을 스스로에게 주지시켰다. 크리스는 나쁜 것과 자신의 부재를, 좋은 것과 자신의 존재를 묶어서 켄에게 제시해 켄의 무의식이 크리스의 존재를 원하도록 만들고 있는 것이었다. 머리로는 당연히 알지만 이것이 그것과 상관없이 얼마나 효과적인 방법인지 켄은 잘 알고 있었다. 지금도 안도감을 느꼈지 않았나. 사실 여기에 적절한 폭력만 동반되면 일반인의 경우 32시간, 훈련을 받았으면 72시간만 있으면 손끝으로 부릴 수 있는 사람이 되니 적절한 폭력을 쓰지 않는 크리스는 좀 더 더디게 켄을 자신의 통제 아래 둘 수 있을 것이었다.

켄은 계속해서 크리스의 행위를 예측했다. 예측이 정확할수록 수작이 보여 그나마 거리감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봐야 발버둥일 뿐이란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어쩔 수 없었다. 크리스는 곧 맛있는 식사와 충분한 수분을 제공할 것이었다.

“유진, 일어났어?”

“네.”

“쭉 잔 거야?”

“아뇨, 중간에 깨서 크리스를 불렀는데….”

“유진…….”

크리스의 눈동자에 이채가 어리고 눈꼬리가 처졌다. 마치 감동을 한 것 같은 표정의 크리스가 켄을 안아왔다. 목 쪽에 얼굴을 묻고 살 내음을 맡는 듯이 크게 숨을 들이켠 크리스가 켄을 부드럽게 앉히고는 식사를 가져오겠다며 나갔다. 크리스가 납치범이 아니라면 진심으로 사랑에 빠졌다고 생각할 만큼 훌륭한 연기였다. 금방 돌아온 크리스는 작은 트롤리를 끌고 왔다. 향부터 대단했다. 노릇노릇한 로스트 치킨에 그리스식 샐러드, 매우 부드러워 보이는 빵과 과일로 가득 찬 접시, 레몬과 허브가 띄워진 물이 준비되었다. 크리스는 정성스러운 손길로 켄에게 음식을 먹였고 켄은 포만감에 늘어졌다. 포상의 완벽함이 좋았다.

역시나 식사가 주어졌고 양도 배가 부를 정도였다. 다행스럽게도 크리스는 방법만은 교과서대로 나가기로 한 것 같았다. 허용되는 범위를 추측할 수 없게 해 켄 스스로 더 타이트하게 검열할 것을 유도한 것도 고급 교과서의 내용과 똑같았으니 켄에게는 아주 적은 시간만이 주어졌고 그나마 지식 때문에 떨어지면서도 한 번씩은 자신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깨달을 수 있을 것이었다. 그래 봐야 마지막에는 바닥에 떨어져 있겠지만. 켄은 입안이 썼지만 그 생각을 날리려 애를 썼다. 부정적인 생각은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았다.

그다음 행위는 씻는 게 되지 않을까 싶었는데 크리스가 웃으며 손을 켄의 성기에 가져다 대었다. 정말 비참하게도 켄은 크리스의 미소를 보자마자 어제의 행위를 떠올리며 발기했다. 크리스의 미소가 그의 잘생긴 얼굴을 가득 채웠다. 이번엔 아예 뜸을 들이지도 않았다. 바로 가장 예민한 부위를 자극해 빠르게 사정시킨 크리스는 정리를 해주고 켄을 뒤에서 끌어안고 도닥이기만 했다. 사정 후의 나른함에 몸에 닿은 온기가 기분 좋았다. 켄의 생각이 멈춰졌다. 둘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다 씻겨지고 화장실을 쓸 수 있었다.

다시 침대로 돌아오자 크리스가 켄의 양 발목에 족쇄를 채웠다. 다리를 넓게 벌려 고정시킨 크리스는 이상한 기계를 켄의 성기에 대고 테이프를 사용해 붙여버렸다. 윤활 젤이 켄의 귀두를 덮고 곧 기계가 작동했다. 덜덜 떨리는 진동에 켄이 불길함을 느꼈다. 뭔지도 모르는 기계에 불안해진 켄의 흔들리는 눈이 이런 일을 저지르는 장본인인 크리스에게 향했다. 켄에게 일어나는 모든 일은 크리스에게서 비롯되었다. 그것이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그래서 켄은 크리스의 의도대로 무슨 일이 일어나도 크리스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기분 좋게 만들어 줄게. 유진, 금방 좋아질 거야.”

크리스의 말대로 웅~하는 느낌만 오던 게 귀두가 천천히 발기하고 나자 몹시 성적인 쾌감으로 바뀌었다.

“읏…. 아……아흣!”

일정한 진동은 절정에는 도달할 수 없으면서 전신이 진동이 느껴질 정도가 되었다.

“아…아…. 크리스.”

크리스를 부르자마자 진동의 강도가 올라갔고 켄은 드디어 절정에 올랐다.

“하아 하아…. 히익! 갔….갔어요, 막 갔는데….앗!”

“지금부터는 잔뜩 갈 거야. 유진.”

“아…….”

켄의 눈이 절망으로 흐려졌다. 지나친 쾌감은 정신을 좀먹었다. 그렇다고 크리스가 아예 단언한 말을 거부할 수도 없었다. 지옥이 시작되었다.

기계는 지치지도 않고 켄을 자극했고, 켄이 사정을 할수록 더 밀착하여 진동이 속으로 들어오는 것 같았다. 쾌감이 너무나 강했다. 몸이 덜덜 떨릴 정도로 강렬했다. 거기에 사정 후에 쉬는 시간 없이 자극이 주어지자 귀두의 예민함은 점점 강해졌다. 켄은 교성을 내뱉는 중간중간 크리스를 부르며 울었다. 죽을 것 같았다. 몇 번의 사정 후에 완전히 지친 몸에도 지독한 쾌감이 주어졌고 켄은 묽은 체액을 쏘아내듯 방출한 후에는 아예 실금하며 기절했다.

익숙하고 그리운 향기가 켄을 감싸고 누군가가 머리를 부드럽게 쓰다듬어 주고 있었다. 눈물이 날 정도로 포근했다.

“엄마…?”

아니, 엄마는 아니다. 엄마는 아빠가 하늘나라로 간 뒤론 유진을 더는 안아주지도, 머리를 쓰다듬어 주지도 않았다. 아예 보이지도 않는 것 같았다. 그러면 이렇게나 따뜻한 손길은 누구의 손길일까. 맞다. 크리스가 있었다. 엄마만 들어가는 방의 형아. 엄마는 형아를 유진이라 부르며 안아주고 머리를 쓰다듬어 주고 웃어주었다. 유진이는 여기에 있는데. 그래도 크리스가 있었다. 엄마를 대신해 크리스가 유진에게 엄마한테 받은 걸 다 해준다고 했다.

너무 춥고 배가 고파서 몰래 들어간 방은 따뜻하고 깨끗했다. 처음엔 사람이 있는 줄 모르고 들어갔다가 사람이 있어 몸을 웅크리고 발길질을 기다렸는데 발길질 대신 목소리가 들렸다.

“왜 그래? 어디 아파? 내가 묶여있어서 갈 수가 없는데. 괜찮아?”

욕설만 듣다가 걱정해주는 말을 들은 것은 간만이라 유진은 고개를 조금만 들고 어떤 사람인지 보았다. 어린이다. 어린이가 여기에 있는 것은 처음이었다. 유진보다는 컸지만 그래도 작았다.

“괜찮은 거야? 이리로 와볼래?”

반짝거리는 머리카락은 아빠를, 환하게 웃는 게 엄마를 닮은 것도 같아서 유진은 저도 모르게 조금씩 다가갔다. 하지만 완전히 가까이에 가는 것은 무서워 조금 거리를 두고 멈췄다.

“몇 살…? 너 안 추워??”

“….”

“그리고 여자애가 그렇게 아래를 벗고…아 남자애네. 그래도 그렇게 안 입고 있으면 안 되는데….”

소년이 유일하게 자유로운 한 손을 움직여 침대 위의 담요를 던져주었다. 따뜻하고 좋은 향기가 났다. 유진은 한참을 소년이 던져준 그대로 담요에 묻혀 서 있다가 인기척에 놀라 빠르게 담요를 내려놓고 방을 나갔다. 문밖으로 나와 짐 더미 사이에 몸을 웅크리고 숨어있으니 엄마가 왔다. 엄마하고 부르려는 입을 양손으로 막았다. 엄마는 유진을 보지 못한다. 하지만 큰 소리를 내면 다른 아저씨들이 나타나 유진을 걷어찼다. 전에 그랬듯이 발가벗겨 겨우 주워 입은 티를 빼앗겨 버려질지도 몰랐다. 엄마는 한참 뒤에 웃는 얼굴로 방을 나갔다.

“꼬마야, 아직 있어? 추운데 들어와. 이제 아무도 안 올 거야. 내일 사람이 오기 전에 알려줄게.”

유진은 이끌리듯 방으로 들어가 구석에 콕 박혔다. 쭈그려 앉아 얼굴을 팔에 파묻고는 눈만 조금 들어 저를 부른 아이를 힐끔힐끔 보았다.

“담요라도 가져가. 배는 안 고파? 빵 숨겨놨어.”

빵. 말만 들었는데도 입에서 군침이 흘렀다.

“여기. 빵 맛있어.”

빵을 보이게 흔드니 참을 수가 없었다. 유진은 벌떡 일어섰지만 또 너무 가까이엔 갈 수 없었다. 침을 흘리며 간절하게 보기만 하는 유진에게 소년은 최대한 팔을 뻗어 빵을 놓아주었다.

“고맙습니다….”

“말할 수 있구나.”

소년이 방글방글 웃었다. 허겁지겁 빵을 먹던 유진이 잠깐 멍하게 소년을 바라보았다.

“이제야 제대로 보네. 천천히 먹어. 여기 물도 있으니까 마시고.”

소년이 천천히 먹으라고 말했지만 다시 먹기 시작하니까 도무지 천천히 먹을 수가 없었다. 소년이 굴려준 물병까지 완전히 비우고 숨을 몰아쉬는 유진에게 소년이 이름을 물었다.

“나는 크리스토퍼인데 너는 이름이 뭐야?”

“크리스…?”

“크리스라고 불러. 너는?”

“이유진.”

“이유진? 유진?”

유진이 고개를 끄덕였다.

“네가 그 유진이구나. 이렇게 있는데…….”

그때부터 둘의 기묘한 동거가 시작되었다. 처음엔 완전히 다가가지 못하고 어느 정도의 간격을 유지하던 유진은 며칠이 지나자 크리스에게 닿아왔다. 온기가 그리운 탓인지 항상 크리스의 풀린 손이 편하게 놓이는 자리에 머리를 대고 누워선 손등을 크리스에게 안 닿은 것처럼 약하게 대고 있었다. 그러면 크리스는 유진을 쓰다듬어 주었다. 빵이나 비스킷을 허겁지겁 먹으면 안 된다고 조금씩 뜯어 먹여주기도 했다.

“크리스…?”

“응. 유진. 일어났어?”

“…우리 예전에 만났었나요?”

“이제 기억이 난 거야? 유진은 말 잘 듣네.”

유진은 둘의 첫 만남을 떠올렸지만 전부가 기억난 것은 아니어서 크리스의 말이 정확하게 무슨 뜻인지는 알 수 없었다. 하지만 그가 미칠 정도로 좌절했던 경험이 자신과 엮여있다는 것을 깨달으니 이 미친 짓에 대해 비난을 하기가 조금 힘들어질 것 같았다. 원인이 자신이라니. 그리고 도와준 것도 크리스가 아닌가. 둘의 헤어짐이 어땠는지는 전혀 기억이 안 나고 크리스가 없을 때 힘들었던 것과 크리스가 해주었던 많은 일들만 기억이 났다. 다만 헤어짐의 기억이 없는 거로 봐서 헤어질 때의 기억이 딱히 좋았을 것 같지 않았다. 그게 아니어도 한 명은 묶여있고 한 명은 숨어지내야 한 데다 둘 다 어린아이였으니 좋을 수도 없었다.

“유진, 유진, 유진.”

녹안을 빛내며 크리스가 유진을 단단한 품에 끌어안고 노래를 부르듯 이름을 불렀다. 목소리가 좋아 정말 노래 같았다.

“너의 어머니가 매일 나를 안고 이렇게 이름을 불렀지. 정작 그렇게 예뻐하는 자신의 진짜 아이는 헐벗고 굶주려 있는데. 내 손도 묶여있어서 이렇게 제대로 안아 줄 수 없었어.”

크리스의 입술이 그의 이에 짓눌리고 주먹이 꼭 쥐여 손가락 부분이 하얗게 되어있었다. 힘이 들어간 몸에서 떨림이 느껴졌다. 유진은 그의 슬픔에 같이 마음이 아팠다가 그의 분노에 정신을 차렸다. 크리스는 유진을 납치해 감금한 상태로 성적인 것을 포함해 그에게 길들이고 있었다. 그의 슬픔에 아무리 유진을 특별하게 여기는 마음이 들어있더라도 그것은 의미 없는 감정이었다.

유진이 기억을 떠올린 것이 기뻤는지 아니면 어제의 실신이 기뻤는지 크리스의 기분이 매우 좋아 보였다. 식사도 아주 풍족하고 맛있었다. 여태껏 먹어온 그 어떤 스테이크보다 맛있는 티본이었다. 너무 맛있어 조금 과식한 유진을 조금 걷게 해준 크리스가 입을 맞춰오는데 어제의 기억에 유진의 몸이 티가 나게 굳었다. 어제의 쾌감은 너무나 지독했다. 몸이 불타는 것 같았다.

“아….”

“괜찮아. 유진. 진동기 때문에 놀랐던 거지?”

유진이 크리스의 온화한 반응에 약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그렇게 무서운 건 안 할 거야.”

크리스의 말대로 오늘은 이상한 기계가 없었다. 크리스는 유진이 마치 소중한 연인이라도 되는 것처럼 부드러운 키스와 따뜻한 포옹만을 해주었다. 욕조에선 한참을 뒤에서 끌어안고 정수리나 귀 끝에 잔 키스를 뿌렸다. 유진의 긴장이 좀 풀렸다. 신기하게도 크리스와 무슨 대화를 하는 것도 아닌데 시간이 참 잘 갔다. 편안하기까지 했다. 곁에 친한 사람을 두지 않는 유진에겐 신기한 경험이었다.

침묵 말고도 편한 것은 또 있었다. 배가 고파지면 크리스에게 배가 고프다고 말을 하면 됐고 그러면 맛있는 음식이 대령 되었다. 유진은 앉아서 크리스가 주는 것만 받아먹었다. 중간중간 크리스에게 입을 맞추면 몸이 녹아내릴 정도로 부드러운 접촉과 아름다운 미소가 돌아왔다.

유진은 그날 밤 처음으로 크리스의 품에서 기분 좋게 잠을 청했다. 다음날 크리스의 품 안에서 눈을 뜬 유진은 달콤한 키스 세례로 새로운 하루-유진은 자신이 길게 자고 일어났다 생각되면 하루가 지났다고 생각하기로 했다.-를 시작하였다. 이날도 어제처럼 보낼 수 있길 기도했지만 크리스의 생각은 다른 것 같았다. 맛있고 풍족한 식사나 부드러운 키스와 포옹은 같았는데 중간중간 손이 성기를 스쳤고 덕분에 유진의 성기는 반 발기와 발기 사이를 왔다 갔다 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유진이 항복하기를 기다렸다.

“크리스….”

“응, 유진.”

“하고 싶어요….”

유진은 결국 손을 들었다. 크리스가 온화하게 웃었다. 유진이 눈썹을 늘어뜨리며 약간 난처한 미소를 짓자 크리스의 얼굴이 내려갔다.

“앗!”

크리스의 입술이 유진의 페니스를 삼켰다. 뜨겁고 습한 입안에 들어간 페니스에 허리가 절로 튈 정도로 기분 좋았다. 젖은 혀가 귀두를 굴릴 때마다 몸이 죄여 들었다. 유진은 크리스의 머리가 움직이는 속도에 맞춰 허리를 조금씩 흔들었다. 잘 맞을 때마다 주어지는 쾌감에 유진의 허리에 힘이 들어갔다. 점점 뜨는 허리와 둥글게 말리는 발가락이 유진의 쾌감을 확연하게 보여주었다. 페니스의 기둥을 타고 타액이 흘러내리는 감촉도 유진을 몰아세웠다.

“기분 좋아…하….할 것 같아요.”

“해도 돼.”

크리스가 페니스를 문 채로 말하는 바람에 유진의 온몸이 덜덜 떨렸다. 그가 말할 때마다 입술과 혀가 움직이며 유진의 페니스를 자극했다. 그래도 입안에 사정하는 것은 부끄러워 좀 더 버티던 유진은 크리스가 페니스를 목 안으로 삼키자마자 사정했다. 목 안이 페니스를 세게 조였다. 눈앞이 하얬다. 사정 후라 가쁜 숨을 몰아쉬는데 페니스가 이상하게 무거웠다. 영문을 알 수 없는 갑갑함에 유진이 몸을 꼼질거렸다.

“아직도 서 있네?”

그랬다. 사정 후라 가라앉아 있어야 할 페니스가 그대로 발기해 있으니 당연히 무거울 수밖에. 유진은 대체 왜 발기가 풀리지 않는지 몰랐다. 어째서? 유진은 뭔가 잘못됐다는 것을 깨달았다. 공포에 몸이 떨렸다.

“…크…크리스….”

유진은 크리스를 찾았다. 크리스는 유진이 왜 이상한지, 어떻게 이상함을 해결할지 모두 다 알고 있을 것이었다. 역시나 예상한 일인지 크리스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크리스의 애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귀두 끝이 문질러지면서 기둥이 핥아지는 것은 엄청나게 기분 좋은 일이었다. 특히 귀두 끝이 크리스의 단단한 손가락으로 문질러지면 허리에 소름이 돋을 정도로 좋았다. 유진의 성기가 곧 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크리스는 그 물을 퍼 올리듯 요도구를 손가락으로 건드렸고 유진은 기세 좋게 사정한 후에 묽은 체액을 다시 방출했다.

“아읏…읏!, 아….”

기운이 완전히 빠져버린 유진을 크리스가 몸을 주무르고 쉴 시간을 주어 회복시키고 다시 또 같은 행위를 반복했다. 그것이 3번째가 되었을 때 유진은 사정하며 더 이상 그 진동기의 이상했던 자극과 지나쳐 고문 같았던 쾌락, 그리고 실금의 부끄러움이 생각나지 않았다.

대신에 묽은 체액을 대량으로 방출하는 쾌감을 몸이 기억하게 됐다. 크리스의 미소나 약간의 손길에도 아주 쉽게 발기했고 그렇게 발기하면 금방 사정을 하길 원하게 되고 사정을 해도 연거푸 하게 되어 묽은 체액을 방출할 때까지 계속해서 자극을 원했다.

거기에 크리스는 유진이 성적인 쾌감을 추구하면 보상을, 조금이라도 참으려고 하면 벌을 주었다. 보상이라 해봐야 맛있는 음식과 부드러운 손길, 조금 걸을 수 있는 것이 전부였고 벌이래 봐야 기분 나빠 보이는 표정과 접촉을 해주지 않는 것에 불과했지만 유진이 눈치를 보지 않기는 힘들었다. 안 그래도 기분이 좋은 일이라 당기는데 보상이 따라오니 점점 더 원하게 되고 거부감도 없어졌다.

“크리스…만져주세요.”

“유진은 부끄러움이 많아서 어떡하지?”

크리스가 흐뭇하게 웃으며 유진에게 입을 맞춰왔다. 생크림을 떠올리듯 부드럽게 혀로 입술을 건드렸다. 그 후 말캉한 입술이 눌러지니 자연스럽게 열린 입술과 다리에 크리스의 손이 유진의 페니스로 다가왔다. 입을 맞추려 다가올 때부터 단단하게 굳은 페니스가 크리스의 크고 따뜻한 손에 감싸지자 겹쳐진 입술 사이로 신음이 새어 나왔다.

“으응.”

“귀여워, 유진.”

유진이 채 삼키지 못한 타액으로 입가를 더럽힌 채 크리스의 품 안에 안겨 그의 손길에 떨었다. 선액으로 젖은 페니스가 문질러지는 게 너무 좋았다.

“크리스…크리스….”

“응. 유진.”

유진의 의미 없는 부름에도 언제나 부드럽게 답해주는 크리스에게 얼굴을 비비며 유진이 입술을 달싹거리자 크리스의 미소가 짙어지며 유진의 페니스에도 적절한 보상이 내려졌다. 크리스가 유진의 페니스를 세게 쥐었다. 사정감이 치밀어 올라 유진의 고개가 젖혀지면서도 혀가 나왔다.

“키스?”

“네에….”

“키스해주면 바로 갈래?”

유진의 고개가 아래위로 흔들리자 크리스의 눈이 예쁘게 휘어졌다. 유진은 너무나 예쁜 곡선을 그리는 크리스의 눈가를 만지고 싶었지만 자신의 손이 묶여있어 못한다는 것을 깨닫고 정신이 번쩍 들었다. 손이 묶여 있은 지 오랜 시간이 지났는데 손가락이나 팔이 저린 적이 없었다. 손가락도 편하게 움직였다. 크리스는 유진이 잠이 들었을 때 팔을 어떻게 해주는 것이 분명했다.

“유진.”

“아….”

딴생각하는 것을 들켰다. 유진의 숨이 멎었다. 크리스가 싫어하는 짓이었다. 차가운 크리스의 눈빛에 유진이 굳어버리자 크리스가 입을 다물었다. 굳게 다물어진 입술이 조금도 휘어지지 않았다. 시한폭탄이 째깍거리는 환청이 들리는 것 같았다.

“그…그게 눈을 만져 보고 싶다고 생각해서…. 근데 묶여 있으니까….”

“눈을?”

“예쁘게 휘어서요.”

“하하하.”

크리스가 녹을 듯이 달콤하게 웃으며 유진을 끌어안았다. 귓가에 노래를 부르듯 속삭이는 밀어에 유진의 귀가 새빨개지고 온몸이 간질거렸다. 유진만의 특별함이라든가, 유진만의 귀여움이라든가. 유진이 크리스에게 한 말은 별것 아닌 이야기였고 눈앞의 남자가 그런 이야기를 처음 듣는다고 믿기에는 외모가 말이 안 되어 부끄러웠다. 하지만 크리스가 기뻐했고 유진은 위기를 넘겼다.

크리스는 한참 동안 밀어를 귓가에 속삭여 유진의 몸에 소름이 돋게 하고는 정말로 달콤해 녹아내릴 것 같은 키스를 선사했다. 그와 동시에 요도구와 귀두 바로 밑의 잘록한 부분을 건드려 유진이 정신을 못 차리게 만들었다.

“하아, 하아, 가고 싶….”

“사정은 허락 없어도 된다니까.”

크리스의 웃음에 유진이 바로 하얀 정액을 뿌렸다. 언제나처럼 여전히 단단한 페니스에 크리스의 입술이 다가왔다.

“크…크리스!”

크리스는 유진을 보며 눈웃음만 치고는 유진의 정액을 핥았다. 부끄러움과 미안함에 유진의 몸이 바둥거렸지만 크리스는 아예 귀두를 물어 유진이 가장 예민한 귀두는 혀로, 바로 다음 예민한 연결 부분은 입술로 자극했다.

“아…안 돼!”

유진의 고개가 뒤로 넘어갔다. 크리스가 웃느라 떨리는 것이 직격타로 꽂혀 전신이 바들바들 떨리고 피부에 땀이 뱄다. 조각나 말이 되지 않는 소리들이 한참 나오고 결국 시트를 움켜쥔 발가락이 풀리면서 크리스의 입안에 사정했다. 유진의 눈가에 눈물이 비쳤다.

“유진, 벌써 울어서 어쩌려고.”

“…? 크리스?”

크리스의 애무가 다시 시작되었다. 또다시 열이 올랐다. 두 번이나 사정하고도 만족을 못 해 여전히 서 있는 페니스가 크리스의 입술 사이로 사라졌다. 크리스가 입술로 기둥을 긁자 쾌감으로 허리가 휘었다. 거기에 크리스의 혀가 움직였다. 사정으로 민감함이 배가 된 귀두가 찌릿찌릿했다. 요도 안까지 간지러웠다.

“으…으읏, 아, 제발, 아….아응!”

유진이 고개를 격렬하게 저어 밀려드는 쾌감에 저항했지만 열린 요도구는 참아주지 않았고 금방 다시 사정의 기운이 몰려왔다. 하지만 문제는 사정이 아니라 그 뒤에 오는 많은 양의 체액이 나오는 것이었다. 무엇인지 몰라도 그것을 크리스의 입에 내보내는 것은 안 됐다.

“크리스……으응, 제발…제발…그건 부끄러워요….”

싫다는 말을 하지 않기 위해 유진이 얼마나 노력했는지 크리스가 알까. 다행히 크리스는 부끄럽다는 말에는 화를 내지 않았다. 대신 정말 시선으로 유진을 꿰뚫을 듯 표정을 관찰했다. 오르가즘을 느끼며 예쁜 표정을 보이는 사람도 있을 텐데 유진은 그런 사람이 못 되었다. 숨이 차 입을 다물 수도 없었고, 찡그려지는 미간도 펼 수 없었다. 절대로 낼 수 없을 것 같은 높은 소리를 내며 사정과 연거푸 이어지는 체액의 방출이 시작되었다.

“아? 크…크리스! 아흣! 손…손 멈춰주…!”

질척한 정액과 묽은 체액 때문에 젖은 소리가 노골적으로 들리고 미끈미끈해져 마찰이 줄자 크리스의 손이 더욱 빨라졌다. 죽을 것 같았다. 페니스가 뜨겁고 저릿저릿해 눈앞이 번쩍거렸다.

“가…가고 있어요…. 제…제발…. 크리스…흣!”

“유진, 내가 얘기했잖아.”

뭐를? 유진이 중간중간 끊기는 방해에도 꿋꿋하게 크리스의 말을 떠올렸다. 아. 벌써 울면 어쩌려고가 오늘은 더 나가겠단 얘기였구나. 유진이 체념하는 것을 확인한 크리스가 웃으며 입술을 겹쳤다. 크리스의 키스에 살짝 감기던 유진의 눈이 커다랗게 열렸다. 무언가 오고 있었다. 유진이 크리스의 혀를 밀어내려 애썼지만 크리스가 완전히 얽어버려 앓는 소리만을 내다 결국 고개를 저어버렸다. 크리스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일지도 모르는 행위를 하는 공포보다 뭔가 내서는 안 될 것을 내게 되는 게 더 무서웠다.

“아…안 돼, 안 돼요. 안 돼. 안 돼. 안 돼.”

“괜찮아 유진.”

유진의 새카만 눈동자가 눈물로 젖었다. 크리스는 한 손으로 유진의 머리를 고정하고 다시 키스했다. 결국 유진은 다시 맑은 체액을 잔뜩 방출하고 이어 나오는 소변에 절망했다.

“아….”

이미 완전히 열린 입구가 제어를 하지 못했고 몇 년 같은 몇 초가 흘렀다. 이번엔 기절도 못 해 유진은 숨이 넘어가게 울었다. 크리스가 유도했다는 것을 머리로는 알고 있는데도 지켜야 할 인간의 존엄성이 떨어진 것 같았다.

“쉬이. 울지마 유진.”

크리스가 유진이 아래를 못 보게 자신의 품에 얼굴을 묻게 하고 머리나 귓가에 잔 입맞춤을 해주었지만 유진의 울음은 멈춰지지 않았다. 가슴까지 크게 들썩이며 우는 유진을 다독거리며 달래면서도 절대 미안하다고 하지 않는 크리스 때문에 유진의 심장이 보다 떨어졌다. 서러움에 울음이 좀 더 커졌다.

“유진, 괜찮아. 응? 바로 씻으러 가자.”

크리스가 유진을 커다란 수건으로 감싸더니 안아 들고 욕실로 향했다. 욕실에 들어서자마자 수건을 벗겨낸 크리스가 유진의 몸을 샤워기로 훑어내렸다. 따뜻한 물이 유진의 몸을 더럽힌 체액들을 완전히 흘려내고서야 눈물이 말라버려 유진의 울음이 멈췄다.

“눈이 완전히 부었어. 입술도.”

크리스가 황홀한 얼굴을 하고 붉게 부은 눈가와 입술에 입을 맞춰왔다. 평소라면 적당히 받아 주었을 유진은 못 볼 것을 보였다는 충격에 그냥 사라지고 싶다는 생각으로 가득 차 뻣뻣하게 굳어 있다가 계속해서 쪽쪽 거리는 크리스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입술을 열었다. 크리스의 혀가 조심스럽게 유진에게 다가왔다. 따뜻한 물과 부드러운 키스에 유진의 이성이 녹아내렸다. 어차피 이 정도로 스트레스를 받아서는 안 됐다. 여기서 완전히 무너져 자포자기한다면 크리스의 손아귀에 떨어지는 시간을 단축시킬 뿐이다. 유진의 두뇌는 유진을 지키기 위해 빠르게 돌아갔다. 그래도 남은 부끄러움과 긴 키스에 새빨개진 유진이 크리스의 입술이 떨어지자마자 으 하는 소리를 냈다.

“유진, 귀여워.”

크리스가 웃으며 코끝에 키스하고 유진의 자리와 자신의 자리를 바꾸고는 젖고 더러워진 옷을 벗었다. 크리스의 몸은 정말로 엄청났다. 옷을 입었을 때는 그저 체격이 참 좋구나 싶지만 벗으면 선명한 윤곽에 그의 몸이 얼마나 제대로 단련되어 있는지 한눈에 보였다. 원래 골격부터가 말이 안 되게 좋긴 했다. 긴 팔과 다리, 특히나 종아리 부분이 길었다. 거기에 쭉 뻗은 어깨. 근육으로 만든 어깨도 아니었다. 타고나야만 가질 수 있는 직각의 어깨에 군더더기가 없는 근육이 있었다. 쉽게 근육의 크기가 커지는 백인에게선 드문 몸이었다. 모양도 얼마나 아름다운지 유진은 자신의 체육관 사람들이나 현장팀 동료들이 크리스를 봤다면 부러움에 울 것이라 확신했다.

그리고 크리스가 하의를 완전히 벗었을 때 유진은 그 자리에서 튀어 오를 뻔했다. 이제까진 제대로 본 적이 없었는데 사람이 아닌 게 틀림없었다. 자신도 크기 때문에 부러움이 섞인 놀림을 받았었는데 크리스에 비하면 아예 언급을 못 할 정도였다. 유진의 눈이 경악으로 커지고 많이 놀랐는지 동공까지 크게 열린 것을 본 크리스가 소리 내어 웃었다. 그제야 정신을 차린 유진이 이제까지 크리스는 단 한 번도 스스로의 쾌감을 위해서는 움직인 적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그저 유진만이 그에게 매달려 애원하고 쾌감으로 눈물을 흘렸다. 유진은 그의 것을 잡거나 빤 적도 없었다. 납치되어 성적인 접촉이 있었는데 납치범의 것을 처음 본다면 누가 믿을까? 그냥 변태적인 성향이라 보는 것으로 만족하는 건가 아니면 다른 포인트가 따로 있는 것인가?

“크리스.”

“응, 유진.”

“크리스는…하지 않아도 괜찮나요?”

크리스의 웃음소리가 욕실의 벽에 부딪혀 울렸다.

“아직은 아니야. 그런 눈으로 보면 안 돼.”

크리스가 웃음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하며 유진의 턱을 살짝 들어 시선을 떼게 한 후 입을 맞췄다. 부드럽고 달콤한 키스에 유진의 다리가 풀려 비틀거리는 것을 크리스가 그의 허리를 단단히 안아 붙잡았다. 배 사이에 끼인 성기들이 살짝 문질러 눌러졌고 크리스에게서 작은 신음이, 유진에게선 놀란 탄성이 나왔다. 닿으니까 말이 안 되게 단단한 데다 혈관 때문인지 요철이 있었다.

“쉿.”

크리스가 손가락을 유진의 입에 가져다 대며 말을 못 하게 했다.

“무슨 얘기든 아직은 자극하면 곤란해.”

유진이 고개를 끄덕이자 손가락을 치운 크리스가 유진을 안아 들고 욕조로 옮겨 유진을 앉혀놓았다. 이것저것을 뿌려 좋은 향과 거품이 나게 만든 크리스가 잠시 기다리라는 말을 하고 욕실 밖으로 나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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