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네 뒷산에서 삵에게 목을 물려 죽을 뻔한 호연. 고양잇과 맹수를 유독 좋아하는 그를, 흑호의 모습을 한 금수의 왕이 구한다. “네게 사죄의 의미로 소원을 들어주겠다.” “그럼…… 한 번만 만지게 해 주세요.” 그렇게 만지게 된 폭신한 앞발과 털이 복슬복슬한 목, 도톰한 이마, 둥그런 입가, 봉긋한 귀, 두 손안에 착 감기는 꼬리. “어딜 만지는 거야! 이 건방진 인간, 아무리 무지해도 감히 반려도 아니면서 금왕님의 목을 핥다니!” “그냥 희롱 정도가 아니라, 사랑 고백을 하고 있다니!” 종족적 차이로 발발한 사소한 오해도 있긴 했지만, 호연은 그가 사랑해 마지않는 요소들을 몽땅 지니고 있는 금왕과 꿈같은 시간을 보내는데. “그렇게 맹수를 좋아하면서도 내 반려가 되고 싶지 않은 건, 역시 내가 싫어서인가?” *** 내게 끌어안긴 채로도 기분 좋게 살랑거리는 꼬리가 정말이지 너무 사랑스러웠다. “쪽!” 치솟는 충동에 살랑거리던 꼬리를 붙잡아 입 맞췄다. 요즘에는 정말 주체할 수 없이 애정이 샘솟아 꼭 이렇게 뽀뽀를 하지 않고는 견디기 힘들 지경이었다. “쪽, 쪽!” 털이 보송보송한, 도톰한 꼬리를 두 손으로 꼭 붙잡아 계속 입맞춤을 날릴 때였다. “호연…….” 내 손길에는 제법 적응을 했지만 뽀뽀에는 아직 익숙지 않은 금왕이 당황한 얼굴로 나를 보았다. 만류의 뜻인 걸 알면서도 입가를 간질이는 감촉이 너무 좋아서 멈추지 못하고 계속 쪽쪽거리자 금왕이 결국 자리에서 일어나더니 앞발로 토옥, 내 머리를 짚어 왔다. “이 녀석. 아직 혼례도 올리지 않았는데, 요즘 너무 짓궂구나.” 내 머리를 누른 손을 거두며 금왕이 한숨을 내쉬었다. 응? 나는 의아한 눈으로 금왕을 보았다. 그에 금왕이 다시 한번 한숨을 쉬더니 살며시 몸을 낮춰 내 머리 위에 동그란 입을 톡 맞췄다. “금왕님?” 머리에 더해진 중량감에 의문을 표해도 금왕은 아무런 말이 없었다. 그저 정신을 차리라는 의미인지 할짝, 내 얼굴을 그 크고 촉촉한 혀로 핥아 주었을 뿐. “하하.” 보드랍고 따스한 감촉에 절로 웃음이 터졌다. 그러자 동그래진 눈으로 나를 가만히 내려다보는 금왕의 모습이 귀여워서 그의 목을 힘껏 끌어안아 얼굴을 비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