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일담
호연이 금왕의 반려가 되었다는 소식에 모두가 기뻐하는 가운데, 조금 특별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1. 아무도 모르게 방해했던 설왕과 그 반려의 대화
“……결국 이어졌군.”
“뭐야, 설왕. 너 왠지 별로 안 기뻐하는 것 같다?”
“당연하지. 내가 널 반려로 맞을 때 인간이라며 내켜 하지 않던 녀석이었어. 원래는 인간을 별로 안 좋아했으니까. 그런데 몇 달도 안 지나서 인간을 반려로 맞는군.”
“그랬었나……. 아, 혹시 너 금왕한테 무슨 쓸데없는 짓 한 거 아니지?”
“무슨 짓?”
“심술을 부린다거나. 너 보기에는 엄청 차갑고 냉정해 보이는데 의외로 짓궂잖아. 안 그래도 서로 말 없기로 유명한 너희가 저번에 웬일로 오래 대화했던 게 좀 수상했는데.”
“별로. 그냥 질문에 답해 준 것밖에 없는데.”
“어떤 질문?”
“인간을 반려로 맞으면 인간에게 해는 안 가느냐고 묻더군.”
“그래서 뭐랬는데?”
“단지 해가 가는 정도가 아니라고. 인간이 우리 같은 왕의 반려가 되려면 반려가 되는 왕과 또 하나만 빼고 자신이 가진 걸 다 포기해야 하는 엄청난 일이라고.”
“너 진짜. 아직도 그렇게 생각해? 난 포기한 거 없다니까. 애초에 가진 게 없었는데 포기는 무슨. 근데, 그 나머지 하나는 뭐야?”
“……사랑.”
“하하하. 뭐야, 반려가 될 때 내가 가지고 있던 건 너에 대한 사랑이 전부였다고. 그러니 너랑 사랑을 얻었으면 결국 포기한 것 하나 없이 오히려 더 많은 걸 가지게 된…… 야, 너 역시 심술부린 거지?”
“글쎄…….”
2. 알게 모르게 도움을 주었던 염왕의 혼잣말
“못난 놈. 그렇게 인간을 싫어했으면서 웬일로 며칠씩이나 곁에 둔 시점에 벌써 다 끝난 얘기였다고. 근데 답답하게 미적거리기나 하고. 지금도 이미 한참 늦었어! 덕분에 내가 30년 만에 외출까지 했다고. 그것도 한 번으로 부족해 두 번이나! 정말, 귀찮게. 뭐, 이 빚은 사막 여우의 몸을 백 년간 더 빌려 쓰는 것으로 받겠지만. 마침 대여 기한이 다 되어 가던 참이니. 에이, 역시 본체가 모래인 건 귀찮다니까…….”
3. 대놓고 지지해 준 사자와 설표의 대화
“근데, 설표. 금왕께서 인간형으로 변하면 나오는 페로몬 때문에 다른 인간들은 다 이상해졌는데, 의외로 반려님은 태연하지 않았나? 제 짝이라 그런가.”
“아니, 그건 그거 때문이야. 금왕님의 야성 페로몬이 본능의 말초 신경을 건드리는 것보다 더한 자극을 받으면 괜찮아지는 거.”
“인간에게 그보다 더한 자극이 있어?”
“어. 딱 하나 있지. 바로…… 사랑에 빠지는 것.”
“금왕이 인간형이 되면 마성 때문에 다른 인간들도 다 한눈에 반하지 않았나?”
“그건 그냥 페로몬 때문에 홀린 거고 진짜 사랑에 빠지는 건 아니지. 그래서 이게 엄청 어려운 거야. 보통 사람들은 금왕의 페로몬 때문에 정신이 없어서 사랑에 빠질 새도 없이 이미 홀려 버리니까. 뭐 애초에 그 인간, 아니, 반려님이 보통 사람은 아닌 것 같았지만.”
“아하. 결국…… 역시 처음부터 제 짝이었단 말이군.”
“뭐, 그렇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