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외전 5장 네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르겠다 (40/40)

외전 5장 네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르겠다

유가와 위명하가 몰래 나가 술을 마신 게 송기연에게 발각되었다.

사실 그리 큰일도 아니었다. 두 친구가 나가서 술 좀 마시며 인생을 논하는 건 매우 일반적인 일이니 송기연도 점차 그들을 이해하고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유가가 술에 취했고 위명하 또한 마찬가지라는 것이 문제였다.

더욱 문제인 것은 유가가 위명하를 송기연으로 잘못 착각했는데, 위명하의 마음속에서 유가에 대한 사랑이 아직 완전히 사라진 게 아니었다는 점이다.

두 사람은 얼떨결에 주루의 침상에 올랐고, 다행히도 옷을 벗기는 중에 참혹한 마존의 얼굴을 한 송기연이 처들어왔다.

유가는 침상 위에 앉아서 흐릿한 정신으로 위명하를 가리키다가 다시 송기연을 가리키고 헤벌쭉 천진난만하게 웃었다.

“어째서 꼬마 녀석이 둘인 거야?”

송기연은 그와 함께 하하 웃으며 말했다.

“꼬마 녀석은 한 명뿐입니다. 사존이 취하셔서 잘못 보신 겁니다.”

송기연은 침상으로 성큼성큼 걸어가 유가를 번쩍 안아들었다. 검은 머리가 헝클어지고 옷이 반쯤 벗겨진 유가를 품에 꼬옥 안고서 송기연은 싸늘히 위명하를 내려다봤다.눈 속에는 음산한 살기가 숨기지도 않고 흘러나왔다.

“위명하. 전 줄곧 당신이 사존과 가까이 지내는 걸 용인해 왔습니다. 자신의 신분을 제대로 파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했으니까요. 그런데 지금 이런 일이 발생했으니 당신에 대한 신뢰도 이제 끝입니다. 앞으로 사존께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면 난 절대 당신을 가만두지 않을 겁니다.”

그는 살짝 두 눈을 감고 말했다.

“앞으로 자중하시길 바랍니다.”

송기연은 필사적으로 자신을 억누르며 스스로에게 암시를 걸었다. 덕분에 그 자리에서 위명하를 죽이고 싶은 충동을 참을 수 있었다. 방금 보았던 장면의 끝자락이라도 떠올리면 송기연은 머릿속에 무언가가 터져나가며 곧 폭발해 버릴 것 같았다.

그래도 또 참았다.

유가는 술에 취하면 말도 잘 듣고 성격도 온순해졌다.

송기연의 품에 안긴 채 밖을 거닐던 유가는 상대의 든든한 목을 가볍게 휘감았다. 유가의 뺨은 살짝 붉었고 내뱉은 열기에는 옅은 술 냄새가 풍겼다. 그의 목소리는 희미하여 잘 들리지 않았다.

“꼬마 녀석, 요즘에 계속 예전 일이 생각나더구나. 맨 처음 생에서 너와 백유리가 혼인하고, 나는 몰래 네 희복을 입어 봤었지. 비열하기 짝이 없었어.

그때 생각했지. 어째서 너와 혼인하는 상대가 내가 아닌 걸까? 어째서 우린 함께 할 수 없는 걸까? 훗날 너무 괴로워서 이런 생각도 했어…….”

웅얼거리던 유가의 목소리가 뚝 멈추었다. 유가는 작은 머리통을 송기연의 가슴에 기대며 상대의 힘찬 심장박동 소리를 가만히 듣고 있었다. 그리곤 씁쓸한 미소를 드러냈다.

“내가 왜 널 좋아해야 하지?”

송기연은 갑자기 가슴이 턱 막혀 걸음을 멈추었다.

마음속 불안이 목구멍을 뚫고 나올 것 같아 차마 입을 열지 못했다. 한참이 지나서야 송기연은 메마른 목소리로 결연히 물었다.

“그래서 사존, 후회하시나요?”

“후회? 그럴 리가.”

유가는 고개를 젓고 팔에 힘을 주어 송기연의 목을 끌어당겼다. 아니 제가 다가가 송기연에게 입을 맞추었다. 송기연의 눈동자가 놀란 듯 동요하자 기다랗고 붉은 눈꼬리가 새초롬히 접혔다. 흐드러진 눈동자, 말간 미소, 하얗게 빛나는 웃음이 퍽도 아름다웠다.

“널 사랑한 건 평생 후회하지 않을 것이다.”

여기까지 매우 고생스럽게 왔기에 지금의 행복이 너무 소중했다.

유가는 과거의 경험으로 고통을 느꼈으나, 그럴 때마다 송기연과의 미래를 더 확신해 갔다.

서로 한마음으로 백발이 될 때까지 함께해야지.

이렇게까지 아팠으니 더 아플 일은 없을 테지.

너와는 행복만 해야지.

송기연은 놀라서 얼떨떨했다.

너무 감동해서 지금이 언젠지, 여기가 어딘지도 구분하지 못할 뻔했다.

송기연은 지금 자신이 낼 수 있는 최고의 속도로 유가의 침궁으로 돌아가 그를 침상에 내리고 밀어붙였다. 유가의 겹겹이 겹쳐 입은 옷을 조급하게 풀어헤치며 거의 찢어 버릴 듯 잡아당기고 벗겨나갔다.

유가는 바보처럼 다급한 송기연을 보며 실실 웃다가 갑자기 정신이 맑아졌다.

유가의 수련의 경지는 매우 높다. 신이니까.

술을 마셔서 취하긴 했지만 오랫동안 취기를 유지하지는 않았다. 지금 밖에서 송기연의 품에 안겨 계속 찬바람을 쐬었기에 이제쯤 정신이 또렷하지 않은 게 이상한 일이었다.

술이 깼다는 건 즉, 자신이 위명하를 송기연으로 착각했다는 걸 깨달은 것이고, 또한 방금 자신이 한 일생의 고백도 생각난 것이었다.

유가는 조용히 몸을 돌리고 기가 팍 죽어 얼굴을 손으로 감쌌다. 침상에 짐승 같은 헐떡임으로 옷을 벗고 있는 송기연을 다시 볼 엄두가 나지 않았다.

유가는 계속 취한 척을 해야 할까, 아니면 계속 취한 척을 해야 할까, 그도 아니면 계속 취한 척을 해야 할까?

정답은 정해져 있었다.

“사존?”

송기연은 은관을 벗고 중의(中衣)를 벗다가 어딘가 이상한 유가를 발견했다. 잠시 생각하던 송기연은 유가가 술에서 깼다는 걸 눈치챘다.

어쨌든 두 사람은 이미 함께 몇십 년을 지낸 사이다. 사랑하는 사존의 작은 동작도 놓칠 리 없고 알아채지 못할 리도 없었다.

송기연이 바짝 다가가 유가의 머리맡에 앉았다. 송기연은 오히려 성급하지 않게 유가의 몸을 뒤덮듯 끌어안으며 애교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술 깨셨습니까?”

“아니다.”

유가는 즉답했다.

유가가 몸을 뒤집으며 재빨리 눈을 감고 이마를 짚으면서 매우 가식적으로 외쳤다.

“아이고, 머리가 엄청 아프네. 너무 피곤하다, 자야겠어. 자야겠네.”

“…….”

송기연은 유가의 곁에서 한참 동안 움직임이 없었다.

유가는 필사적으로 얼굴을 감싸고 있다가 너무 조용해서 슬며시 손가락 사이를 벌리고 눈알을 되록 굴렸다.

보아 무엇하리.

송기연은 유가를 등진 채 조용히 미동도 없이 침상에 앉아 있었다. 다만 그의 주변엔 마치 지옥에서 타오른 유황불의 검은 연기 같은 것들이 피어오르는 듯했다. 어둡고 무겁고 끝없이 가라앉아 위축된 기운이 육안으로 보이는 것 같았다.

유가는 심장이 덜컹해 차마 그대로 누워 있을 수 없었다. 유가는 얇디얇은 마지막 홑옷 하나만 입고서 누구보다 고뇌하고 있는 송기연을 손가락으로 쿡 찔렀다.

“왜 그러느냐? 어디 불편한 게야?”

“불편한 곳 없습니다.”

송기연은 여전히 유가를 등지고서 울먹이는 목소리로 답했다. 그는 힘껏 눈을 크게 뜨고 깜빡이지 않았다. 하지만 송기연의 눈가는 새빨갛게 물들었고 금방이라도 새까만 눈에서 눈물샘이 떨어질 것 같았다.

송기연은 더 이상은 무리였는지 몸을 홱 돌려 사존을 원망스레 쳐다봤다. 그리고 매우 매우 속상한 목소리로 말했다.

“사존! 사존은 제가 사존을 찾으러 주루에 갔다가 사존께서 그 위명하 아래에 누워 계신 걸 목격한 심정을 아세요?”

유가가 과장해 앓는 척을 하니 송기연도 똑같이 배워 과하게 토로했다.

그간 두 사람은 여러 번 현대에 가 보았다.

송기연은 타락의 온상인 사회 분위기에 영향을 받았고, 지금은 일찍이 청출어람을 이루어 아주 가련하게 연기를 잘했다.

“사존께선 제가 너무 지나치게 감시한다고, 자신을 믿어달라고 하셨잖아요. 위명하와사존께선 절대로 선 넘는 행동을 하지 않으실 거라고 하셨으면서, 오늘 일은 어찌 해명하실 겁니까?”

송기연은 자기 사존에게 강압적으로 대하기는 어려웠지만, 유가가 자신에겐 누구보다 쉽게 마음이 약해지는 걸 알고 있었다. 게다가 술에 취해 기억을 잃은 게 아니니 누군가는 지금 양심이 찔려 마음이 많이 힘들 터였다. 이때 자기가 조금만 더 불을 지피면 자연스레 원하는 걸 좀 얻을 수 있겠지.

이 완벽한 유책과 동정과 호소 어린 추궁에 유가는 두 손 두 발 다 들고 패배했다. 유가가 머리를 긁적이다 송기연의 어깨 위에 손을 올렸다. 마치 밖에서 집도 잊고 놀다가 부인에게 붙들려 온 남편처럼 착실하게 잘못을 시인했다.

“이번엔 내가 잘못했다. 내 잘못이야.”

“뭘 잘못했죠?”

“위명하와 술을 마시는 게 아니었다. 위명하와 술을 마실 때 경계하지 않은 것도 잘못했다. 떡이 되도록 마신 것도 모자라 그자를 너와 혼동하여 여러 번 입을 맞춘 것도 잘못했다.”

유가는 잘못을 시인하기로 결정한 이상 숨기지 않고 모든 걸 다 말했다.

“여러 번 입을 맞추었다고요????!!!”

하지만 그건 되려 송기연에게 의도치 않은 치명상을 선사했다.

차원을 넘어 궁극의 질투의 경지를 이룬 송기연은 정말 온몸의 구멍에서 피를 다 쏟고 죽어버릴 것 같았다. 순식간에 송기연의 안색이 새까매졌다.

그는 겨우겨우 숨을 들이마시고 영혼이 다 빠져나간 목소리로 유가에게 말했다.

“제 영혼이 다쳤으니 사존의 보상이 필요해요.”

“보상이라니?”

유가는 눈을 깜빡였다.

하지만 송기연의 끝없는 절망의 눈빛을 보고 망설이지 않고 답했다.

“좋다. 이 일은 내가 잘못한 것이니 어떤 보상이 필요한지 편히 말해 보거라. 되도록 다 들어주마!”

“지금부터 다음 날 이 시각까지 제가 명령한 대로 움직여 주세요. 제 말을 거역하면 안 됩니다.”

“그건…….”

송기연이 너무 칼같이 답하자 유가는 저 녀석이 진작 생각해 둔 게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었다. 유가의 말끝이 살짝 머뭇거린 순간 송기연은 그를 놓치지 않았다.

“아, 역시 안 되겠죠? 역시나 사존은 잘못을 시인할 생각이 없으신 거네요. 방금 그 말들은 그저 절 달래기 위해 그냥 해 보신 말이었네요. 그걸 진심으로 여기고 괜히 기뻐한 제가 잘못이죠.”

송기연은 이제 극한의 절망을 넘어 한순간에 모든 색이 빠져버린 모습이었다.

커다란 덩치의 제자가 무기력하게 두 눈을 훔치더니, 살짝 고개를 들어 하늘을 향해 금방이라도 사라질 것 같은 탄식을 흘렸다.

실망이 극에 달한 모습은 완전한 모습으로 구체화하여 유가의 양심을 사정없이 뚫어버렸다.

“좋아, 좋아! 그리하마. 그리하면 되지 않느냐!”

유 모 씨는 이마를 짚으며 패배를 인정했다.

송기연은 답을 듣자마자 영혼을 불사른 연기를 즉시 멈추고 하얀 꽃밭에 쏟아지는 햇살 같은 미소를 지으며 유가에게 말했다.

“사존께선 절대 말을 바꾸지 않으실 줄 알았습니다.”

유가는 그대로 심장이 꽝- 얼어붙는 줄 알았다.

불길한 예감이 온몸으로 퍼지며 머릿속에는 경고음이 머리통을 다 깨버릴 듯 울렸다.

송기연은 유가에게서 절대적인 ‘약속’을 얻어낸 후, 유가를 바로 덮치지 않았다. 바로 명령하지도 않았다.

그는 조용히 침상에서 일어나 미처 기대감을 숨기지 못한 발걸음으로 척척척 침전의 선반으로 향했다. 선반엔 언제부터 있었는지 모를 커다란 궤짝이 있었는데, 송기연은 능숙하게 금제를 풀고 궤의 뚜껑을 열어 머리를 깊숙이 넣었다가 뺐다.

궤에서 빠져나온 송기연의 손에는 홍백색의 메이드복, 고양이 귀장식, 딸기 삼각팬티, 방울 달린 검은 목걸이, 윗부분에 남성의 거대한 양물이 달린 부드럽고 긴 고양이의 꼬리가 쌓여 있었다.

송기연은 휘둥그레진 유가의 시선을 받으며 이 물건들을 침상 위에 차례대로 늘어놓았다. 그는 차분한 눈빛으로 침상에 위엄 있게 앉아 물건들을 가리켰다.

“사존, 이걸 다 입으시지요.”

“네 녀석 언제……, 이걸 샀……!”

유가는 예전에 두 사람이 현대로 가서 놀았던 기억이 떠올랐다.

어느 날 현대의 집에서 게임을 하고 있는데 택배가 온 적이 있었다. 아무 생각 없이 꼬마 녀석에게 대신 받으라고 했고, 송기연은 그게 뭔지 꽁꽁 감추고 보여주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나중엔 사라져 있었고 유가는 잊었다.

이럴 수가! 이건 진작 준비되어 있던 거잖아!

송기연이 인터넷으로 쇼핑하는 법을 배워서 이런 해괴한 물건을 살 줄이야!

“사존, 입으시죠. 보고 싶습니다.”

송기연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유가를 노려보았다. 유가가 거절하지 못한다는 걸 확신하고 있었다.

유가는 입가에 씁쓸함이 묻어났다. 송기연 녀석이 자신과 지내면서 점점 저질스러워지더니 아주 훌륭한 변태가 되었다.

하지만 결국 유가의 잘못이 컸다. 자업자득인 꼴이다.

하지만 노골적으로 섹스 판타지를 섞은 옷을 억지로 입으려니 얼굴이 불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음……. 그럼 뒤돌아 보거라.”

“좋아요.”

송기연은 매우 빠른 속도로 뒤돌았다.

다만.

유가가 딸기 팬티를 입을 때, 송기연이 물었다.

“사존, 도와드릴까요?”

유가가 짧은 치마를 입을 때, 송기연이 물었다.

“사존, 도와드릴까요?”

유가가 검정 무릎 스타킹을 입을 때, 송기연이 물었다.

“사존, 도와드릴까요?”

유가가 고양이 귀를 쓰고 고양이 방울을 달고서 남자의 양물이 달린 고양이 꼬리를 들고 인상을 쓰고 있을 때, 송기연이 물었다.

“사존, 정말로, 정말로 도움 필요하지 않으세요?”

유가는 그가 너무 시끄러워서 가까이 다가갔다가 얼굴이 터져 죽을 뻔했다.

알고 보니 이 녀석, 계속 떨어진 곳에 있는 거울을 훔쳐보면서 부끄러워하는 유가를 빠짐없이 보고 있던 것이다. 유가는 온몸이 새빨개지고 머리가 불타는 것 같았다.

“사존, 사존, 전……!”

거기에 고개를 돌린 송기연은 유가의 모습을 보고 흥분해서 혀가 굳어 말도 나오지 않았다. 그의 두 눈도 시뻘겠다.

유가는 본래가 경국지색, 천하의 절색을 자랑하는 미인이었다. 이목구비가 섬세하다 못해 정교하고 조화롭고 매혹적이고 고혹적이라, 그의 아름다움은 누구와도 견줄 수 없었다. 다만 평소에 유가가 그의 미색을 신경 쓰지 않고 푼수처럼 행동해 조금 옅어질 뿐이었다.

지금 천하 미색의 유가가 작정하고 유혹하는 하녀복을 입고 무방비한 매듭, 아찔한 레이스, 잘록한 허리, 새하얗게 빛나는 허벅지를 드러내니 송기연이라도 혀가 굳을 만했다.

유가의 검고 탐스러운 긴 머리가 찰랑였고 발칙한 고양이 귀는 도발적이었고 목에 달린 방울은 앙큼했다.

송기연은 온몸의 피가 정수리로 쏠려 얼른 고개를 돌리고 깊이 숨을 들이마셨다. 최대한 깨끗한 마음으로 갑자기 커진 욕망을 억누르기 위해 필사적인 묵념을 시작했다.

“너 취향이 참 독특하구나. 진작 알았다면 널 현대로 데려가는 게 아니었는데…….”

유가는 매우 불편한 얼굴로 치맛자락을 잡아당기며 속으로 인생이 순탄치 않구나, 재수가 없어서 나쁜 짓을 배운 송기연과 얽힌 거겠지, 라고 생각했다.

모처럼 유가에게 곤란한 상황이 닥치자, 그의 두 볼이 빨갛게 달아오르고 시선을 피하는 모습이 평소 오만하던 태도를 깨끗이 지워버렸다. 그 의도치 않은 귀여움은 순식간에 송기연의 심장을 거세게 치고 지나갔다.

송기연은 가슴에 손을 대고 눈을 감으며 열심히 호흡을 골랐다. 자신을 다독이고 기운을 냈다.

다시 오지 않을 수도 있는 이 기회를 놓칠 수 없었다.

이번에 사존과 한 번 하고 나면 다음에 이런 것은 더 힘들 수도 있었다. 송기연은 사존과 하고 싶은 게 많았다. 지금 이렇게 다 잡아놓곤 이제 와서 무기를 버리고 항복할 순 없었다. 이번에 하고 싶은 건 꼭 다 해봐야 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자 송기연의 머리가 빠르게 돌아갔다. 새빨개진 얼굴에 두 눈이 푸른 빛을 띠며 송기연은 매우 대담하게 말했다.

“사존, 지금부터 우리 놀이를 시작하죠.”

송기연은 자신을 한 번 가리키고 유가를 한 번 가리켰다.

“이 놀이에서 저는 주인이고 사존은 시종입니다. 시종은 주인의 명령을 어길 수 없습니다.”

그는 유가가 질문할 틈도 주지 않고 이어서 명령했다.

“그럼 지금부터 저에게 주인님이라고 부르시죠.”

“???”

어린 제자야 이렇게까지 크게 노는 거야?!

네 이 녀석 어디서 이런 요상한 걸 배운 거야!

웹소설 보지 말라고 했는데도 봤구나! 봤어! 지금 네가 저지른 것 좀 봐라! 괜히 널 키웠어!

송기연은 일찍이 저돌적인 강함과 여린 부드러움을 갖추어야 한다는 이치를 마음속에 새겼다. 유가가 머뭇거리자 제자는 바로 미간을 찌푸리며 작은 소리로 중얼댔다.

“사존, 원치 않으십니까? 역시 아까 하신 말씀은 전부…….”

“아, 아냐! 하마. 그리 부르겠다. 됐느냐!”

군자가 한 번 뱉은 말은 꼭 지켜야 했다.

유가를 군자라고 볼 순 없지만 그래도 그는 체면이 중요했다.

한 번 내뱉은 말은 엎지른 물과 같다. 메이드복도 입었으니 이 녀석과 더 언쟁을 할 필요도 없었다.

유가는 헛기침을 한번 하고서 연갈색 눈으로 속눈썹을 내리깔고 한참을 주춤거렸다. 그러다 눈가가 발갛게 달아오르고서야 송기연과 눈을 마주 보지 않고 작은 소리로 달싹였다.

“……주인님.”

“뭐라고?”

송기연은 들리지 않는 척하며 엄청 얄밉게 재촉했다.

“소리가 작아서 잘 안 들린다. 다시 말하라.”

“네 이 녀석!”

유가는 고개를 홱 쳐들었다가 입을 꾹 닫았다. 그리고 눈을 크게 크고 깊이 숨을 들이마신 후 큰 소리로 말했다.

“주인님!”

“좋군.”

송기연은 흐뭇했다.

‘현대’에서 읽었던 BL소설 속에서 주인수가 주인공한테 조련당하던 모습이 떠올라 설레면서도 두근거렸다.

만족스러운 송 모 씨는 유가가 아직 달지 않은 침상 위에 놓인 고양이 꼬리를 집었다. 아래엔 남근 모양이 있는 그 부분을 유가에게 향하며 커다랗게 눈웃음을 지었다. 그는 굳게 마음먹고 또박또박 다음 말을 꺼냈다.

“네 혀로 이걸 핥아 적시거라.”

“!!!!”

평생 써 온 타자기의 기호를 다 써도 유가의 놀란 마음을 표현하기에 부족했다. 심지어 유가는 놀란 나머지 엉덩이를 살짝 들썩이며 뒤로 물러났다. 그 바람에 까슬거리는 레이스가 엉덩이의 맨살을 더 적나라하게 간질였다. 유 모 씨는 그저 도망치고 싶을 뿐이었다.

“네 이 녀석 어찌! 꼬마 녀석……, 바꾸면 안 될……!”

유가가 다급히 하려던 말은 그를 누르고 올라오는 건장한 체구에 끊어졌다.

송기연은 한 손으로 유가의 허리를 잡고 몸을 내리누르며 유가에게 상체를 기대고 감쌌다. 송기연이 뜨거운 숨결을 내쉬며 서로의 눈을 마주 보았다.

송기연은 다른 손으로 고양이 꼬리가 달린 남근을 유가의 연분홍색 입술 옆에 대며 문질렀다. 나지막이 잠긴 목소리가 거역할 수 없는 목소리로 명령했다.

“핥아.”

송기연의 기세가 위압적으로 변하자 유가는 잠시 놀라 움직일 수 없었다. 두텁고 단단한 체구에 눌려 아래서 꼼짝 못 하고, 이상한 레이스 쪼가리들이 간질인 적 없는 곳을 간질이자 더 배짱이 작아지기도 했다.

그냥 맘대로 하게 둘까. 어차피 재미로 노는 거니까. 별거 아니잖아.

그렇게 생각한 유가는 마침내 마음을 내려놓았다.

유가가 오른손을 앞으로 뻗어 남근 모형을 잡고 있는 송기연의 손을 감쌌다. 하얀 손가락으로 마디가 굵은 송기연의 손을 감싸고, 송기연의 손가락 세 개 굵기는 될 것 같은 모형 남근의 끝부분에 여린 입술을 가져다 댔다.

연분홍 입술 사이를 가르고 더 짙은 선홍색 혀끝이 동그란 남근의 앞부분을 핥았다. 그리고 조금 더 내밀어 둥근 부분을 살짝 노골적으로 돌리며 송기연과 눈을 마주쳤다. 긴 눈꼬리가 붉어지고 깊게 흔들린 눈빛으로 유가가 나긋이 말했다.

“네. 주인님.”

“큭!‘

이제는 송기연이 침착할 수 없었다. 고양이 꼬리를 잡은 손까지 살짝 떨렸다.

유가 그는 원래부터 온몸에서 요염함이 넘치는 사람이고 생김새부터 목소리, 향기, 그의 매끄러운 피부와 몸선까지 모두 미혹이 넘치는 절색의 요마와 같았다.

평소 그런 절색을 흘리고 다니지 않았으나, 유가가 마음먹고 누군가를 홀리고자 작정한다면 그 누구도 대적할 자가 없었다.

한 손으로 모형 남근을 핥던 유가는 대담하게 두 손으로 감싸 쥐고 더 노골적으로 입을 놀리기 시작했다. 거의 송기연의 품에 파묻힐 듯 파고들며 입을 부지런히 놀렸다.

어깨를 살짝 구부리고 몸을 동그랗게 말아 혈관이 도드라진 모형의 위아래를 혀 전체를 사용해 쓸어내렸다. 기둥의 튀어나온 부분을 더 할짝였다가 다시 끝부분으로 돌아와 여린 입안으로 모두 감싸고 힘껏 빨아들였다.

색정적인 타액의 소리가 울리고 투명한 점액이 더욱 번들거렸다. 입 안을 가득 채웠던 모형이 나오자 축축히 젖은 표면은 유독 맨들거리며 젖어 있었다.

송기연의 눈빛이 떨렸다.

유가의 입술과 혀와 타액으로 범벅된 저 모형 남근이 자연스럽게 제 뜨거운 양물로 느껴졌다. 단지 그런 상상만으로 입이 마르고 혀가 타는 것 같았다. 내뱉는 숨도 이상하리만치 뜨거웠다. 얇은 홑옷은 그가 버티고 있던 강한 욕망을 가릴 수 없었다.

유가는 심상찮은 송기연을 느끼고 한쪽 눈썹을 추켜올렸다. 갑자기 이것도 꽤 재미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진짜 놀아보자는 생각이 든 유 모 씨는 자신을 철저히 내려놓기로 했다.

“주인님.”

유가가 한쪽 손을 내밀어 송기연의 드러난 쇄골을 닿을 듯 말 듯 쓰다듬다 이내 가슴을 지나 그의 허리까지 쭉 내려왔다. 허리, 그보다 더 아래로 손을 내밀어 두툼하게 솟아있는 홑겹의 옷감 위를 두 바퀴 정도 어루만지곤 탁한 목소리로 물었다.

“여기 이렇게 딱딱한데, 힘들지 않으십니까?”

유가가 등허리를 둥글게 말았다. 엉덩이가 올라가자 레이스 치맛자락이 들려 새하얀 피부가 더 적나라히 드러났다.

유가는 고개를 들어 송기연과 마주 보며 다른 한쪽 손으론 모형 남근의 끝부분을 잡았다.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에 요염함이 젖어 들었다. 유가가 가볍게 웃으며 제안했다.

“아니면 제가 핥아 드릴까요? 이것처럼 축축하게 핥아 드릴까 하는데 어떠세요?”

오늘 유가가 보여주는 모든 모습은 송기연에게 큰 충격이었다.

본래 주도권을 가진 사람은 송기연이었는데 그는 지금 숨소리를 내는 것도 조심스러울 지경이었다. 눈앞을 어지럽게 하는 유가의 모습이 한참 머릿속을 휘젓고서 송기연은 뒤늦게 고개를 숙이며 답했다.

“좋……다, 좋아.”

유가는 새어 나오는 웃음을 참았다.

유가는 송기연을 밀어 넘어뜨리는 대신 그를 일으켜 세우고 그의 위로 올라탔다. 살짝 엉덩이를 들고 허리를 오목하게 휘어뜨리며 송기연의 얇은 홑겹옷을 활짝 열었다.

상대가 부끄러워하는 시선이 느껴졌지만 아랑곳 않고 아래로 손을 뻗어 그 뜨겁고 딱딱한 것을 움켜쥐었다. 목표를 손에 넣은 유가는 이윽고 아래로 고개를 숙여 단단하게 일어선 것에 얼굴을 가져다 댔다. 그리고 혀끝을 내밀어 끝부분의 작은 구멍을 살짝 핥았다.

비릿하고 약간 씁쓸했다. 정액의 맛은 별로 좋지 않았다.

솔직히 지나고 보니 이렇게 오래 살면서 아직 누구에게도 입으로 해준 적이 없었다.

’나쁜 유가‘였을 적엔 늘 남이 자신의 것을 핥아 주었고, 송기연과 연을 맺고 나서는 늘 송기연이 제 것을 물고 빨기 바빴다. 항상 먼저 유가의 것을 먼저 머금으며 유가가 침상에서 느끼는 것을 가장 최우선적으로 행동했다. 집요하게 유가의 쾌감만을 공략하면서 송기연은 유가에게 이런 요구를 한 적이 없었다.

유가는 문득 약간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고개를 살짝 들어 송기연을 보니 송 모 씨는 거의 울 것 같은 표정이었다. 기쁘면서도 불안한지, 무엇에 마음을 놓지 못하는지. 하지만 그런 격정이 뒤엉킨 불그스름한 얼굴도 아름다워 유가는 짜릿할 지경이었다.

“풉!”

유가는 자기의 심장이 순간 무언가에 찔려 갑자기 터진 것 같았다. 이 꼬마 녀석이 그런 표정을 더 짓게 만들고 싶었다. 그는 송기연이 더 편안히 자신이 주는 쾌감을 오롯이 느끼게 하고 싶었다.

그리 생각하자 유가도 한결 마음이 가벼워졌다.

유가는 고개를 더 깊이 숙이며 송기연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파묻었다. 송기연의 단단한 허리와 침상을 붙잡고 지탱하며 흉물스럽게 솟아나 어쩔 줄 모르는 양물을 입속으로 삼켰다.

유가가 젖은 끝부분을 입술로 머금었지만 너무 큰 그것은 삼키는 것만으로 힘겨웠다. 그래도 고운 이마를 찌푸리며 유가는 조금씩 조금씩 점차 움직여 갔다. 유가의 작은 입안이 송기연의 것으로 가득차고, 유가는 진지한 얼굴로 열심히 입술을 옴죽거렸다.

그런 유가를 내려다보는 송기연의 호흡은 점점 거칠어지고 달아올랐다. 한 손은 이불을 움켜잡고 다른 한 손은 어디에 두어야 할지 알 수 없어 방황했다.

그는 유가가 자신을 위해 기꺼이 이렇게 하는 걸 꿈에도 상상하지 못했다.

이미 이 사람과 수십 년을 함께 했고 차원을 넘나들며 평온하게 지냈지만, 송기연의 마음속에는 줄곧 불안이 감추어져 있었다.

송기연은 과거에 이 사람에게 너무 많은 잘못을 저질렀다. 지금에 이르기까지 굴곡도 너무 많았다.

유가는 그 과거를 언급하지 않았고 홀가분하고 자연스럽게 송기연을 대했지만, 그는 마음이 무거워 줄곧 옛일을 마음속에서 놓지 못했다. 그런 불안 속에서 송기연은 끊임없이 사존을 위해 노력하고 갈구하며 마음속 괴로운 구덩이를 메우는 수밖에 없었다. 대부분이 아슬아슬 위태로웠다.

유가가 제 것을 열중이 빨아 넘기는 것을 보며 송기연은 이불이 찢어질 듯 움켜쥐고 다른 손으론 제 얼굴을 가리기 바빴다. 배 아래에서 세차게 위로 치솟는 쾌감을 느끼며, 차마 이 창피한 표정을 유가에게 보여주고 싶지 않아 열심히 얼굴을 숨겼다.

하지만 유가는 어떻게 하면 혀를 더 움직여 송기연의 쾌감을 더 극도로 올려줄까 고민 중이었다. 그런데 눈을 게슴츠레 떠 보니, 정작 송기연은 어린 색시라도 된 양 수줍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게 아닌가.

유가가 보고 싶었던 궁지에 몰린 잘생긴 얼굴이 길고 마디가 굵은 하얀 다섯 손가락에 가려져 있자 유가는 기분이 좋지 않았다.

유가가 볼을 뾰로통히 부풀리고 송기연의 남근을 톡톡 치며 끝 쪽에 후 입김을 불었다. 그리고 송기연에게 명령했다.

“뭘 부끄러워하는 거야? 손 치워라.”

주종관계가 뒤집힌 것 같았다. 명령을 받는 것에 익숙한 송 모 씨는 거의 순식간에 손을 얼굴에서 뗐다. 그러나 아직 눈을 감고 있었다.

유가는 그 모습이 웃겨 청년의 얼굴로 다가가 얇은 입술에 입을 쪽 맞추었다. 그리고 맞붙인 채 고혹적으로 말했다.

“눈을 떠야지. 내 얼굴 보면서 절정에 이르는 걸 원치 않느냐?”

마존이다!

치명적인 유혹의 향기가 너무 짙은 그 말에 송기연은 하마터면 허공에 피를 토할 뻔했다. 얼굴은 터지기 직전이었다.

송기연이 눈을 겨우 살짝 뜨자, 눈앞엔 고양이 귀를 쓰고 하얀 다리를 다 드러낸 채 레이스 치마를 입은 절색의 자태가 있었다. 유가는 온몸에서 요염함을 숨김없이 풍기며 샐죽하니 웃었다. 송기연의 머릿속에서 마지막 무언가를 지탱하던 팽팽한 끈이 탁-! 끊어지는 기분이었다.

“원하죠.”

목구멍에서 어렵게 한마디를 꺼내자 그다음은 훨씬 쉬워졌다.

송기연은 손으로 유가의 머리를 눌러 자신의 배 밑으로 향하게 했다. 유가가 다시 송기연의 양물을 입속에 넣으려 입을 벌렸고, 송기연은 유가의 머리를 지나 오목하게 휘어진 상대의 허리를 쓰다듬었다. 그리고 이내 엉덩이의 레이스 사이를 헤치고 들어가 팽팽하게 싸인 속옷 사이를 파고들었다. 말랑하고 익숙한 굴곡 사이 옴폭하게 파인 홈을 찾아내자 송기연은 조금은 조급히 그 사이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순간 유가의 몸이 굳었다. 수도 없이 송기연의 손가락이 드나든 곳이지만 오늘따라 약간 부끄러웠다. 유가의 손과 입이 잠시 멈추자 위에서 소리가 들려왔다.

“사존, 집중해야지요.”

송기연은 그리 말하며 다시 손가락을 빼낸 후 살짝 손가락에 진기를 내보냈다. 유가의 엉덩이를 가린 속옷 위를 살살 맴돌다가 그 은밀한 비문 위에서 자신의 양물의 두께를 가늠하여 원을 그렸다. 약 지름 3촌(寸)에 달하는 원을 그린 후 송기연이 손가락을 까딱하자 동그란 천이 힘없이 떨어져 나갔다.

유가도 엉덩이의 한 부분만 갑자기 한기가 도는 걸 느꼈다. 가장 여린 속살이 노출되자 유가의 몸이 살짝 움츠러들었고, 연분홍빛 주름들도 수축되며 하얀 엉덩이가 잘게 떨렸다.

송기연은 그 절경을 매우 섬세하게 관찰하며 눈에 가득 담았다.

송기연 다리 사이에 있는 사람의 얼굴이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칠흑의 비단 같은 머리칼 사이로 돋아난 고양이 귀와, 요염하게 잘록한 허리, 나른하면서도 긴장한 모습이 더할 나위 없이 귀여우면서도 매혹적이었다.

송기연의 숨이 점차 거칠어졌다.

송기연은 머릿속 가득 ’사존, 너무 사랑스러워요. 너무나도 사랑스러워요. 저 더는 안 되겠어요. 안 되겠어요.‘라는 심마가 뒤덮었으나 겉으로 침착한 얼굴을 애써 유지했다.

송기연이 낮게 침을 삼키고 손을 뻗자 떨어진 협탁에 있던 귀한 연고가 쏜살같이 날아와 그의 손아 안착했다.

송기연은 능숙하게 뚜껑을 열고 연고를 듬뿍 덜어내 따뜻하게 온도를 높였다. 그리고 손가락에 충분히 발라 바깥에 노출된 부드럽고 연분홍빛 주름을 찾아들었다.

입구의 주름들을 조심히 벌리고 듬뿍 연고가 발린 손가락을 깊숙이 집어넣자 안의 내벽들이 뜨겁게 달라 붙어왔다. 송기연이 극한의 인내심으로 연고가 뜨거운 장벽들에서 녹기를 기다렸고, 조금 수축이 이완되자 곧바로 두 번째 손가락을 찔러넣었다.

“으웁!”

두 손가락이 좁다란 주름을 헤치고 빡빡한 안을 드나드는 모습은 상당히 자극적이었다. 굵고 긴 두 손가락의 침입을 거북해하던 구멍은 어느새 다시 빠져나가는 손가락을 놔주지 않을 듯 달려 나갔다가, 그 자극이 채 가시기도 전에 손가락이 안을 급격히 침범해 왔다.

처음에 유가는 이 감각을 조금 더 버틸 수 있었다. 뒤에서 느껴지는 침범을 애써 무시하고 신음을 참으며 송기연의 양물을 정성껏 더 삼켜내려 했다. 하지만 송기연의 고약한 손가락이 정확히 그의 민감한 부분을 건드리자 유가는 도저히 참지 못하고 무너졌다.

“으으웁!”

두 손가락이 뜨거운 장벽에 압착 되었다. 본래 몸이 민감한 유가는 감각만으로도 송기연의 굵고 곧은 마디가 다 느껴졌다. 한데 단단히 심보가 뒤틀린 손가락이 불온한 의도로 유가의 깊은 곳의 돌기를 누르자 유가는 몸이 튀어 오를 뻔했다. 손가락은 물러나지 않고 다시 돌기를 눌렀다가 떨어지고, 손끝으로 간질이듯 문지르다 크게 원을 그리며 안을 넓혔다.

쾌감이 연이어 솟아올라 유가는 몸에 힘을 잔뜩 주었다가 녹진하게 풀려갔다. 눈물이 살짝 맺히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입안에 가득 물고 있는 것을 뱉고서 숨을 헐떡이고 싶었다. 하지만 입술을 열기도 전에 송기연의 다른 손이 더 꾸욱 유가의 머리를 눌러왔다.

“!!!”

뱉으려던 신음은 단단한 양물 때문에 목구멍에서 막혀 버렸다.

본래 가만히 유가의 시중이나 받던 송기연은 유가의 머리를 아래로 누르더니 그의 꼿꼿한 허리를 성급히 움직이기 시작했다. 물고만 있기에도 벅찼던 단단한 남근이 유가의 깊은 목구멍까지 연달아 빠르고 강하게 치고 들어왔다. 퍽퍽 박혀오는 기둥에 눈물이 차오를 정도였다.

질식감과 구역감이 몰아치고 목구멍도 아팠다. 하지만 뒤쪽 민감한 부위도 송기연의 손가락에 꿰뚫려 쉼 없이 자극되고 있었다. 고통과 쾌감이 상쇄되긴 커녕 뒤엉켜 더 극으로 유가를 휘감았다. 완전히 다른 두 감각이 유가의 의식을 전부 흐트러뜨리고 손과 발에서 힘을 앗아갔다. 유가는 정말 몸을 제대로 가누기 힘들었다.

코와 입 모두 비릿한 냄새로 가득 차 뜨겁고 단단한 양물이 입안을 터뜨릴 것 같았다. 유가는 입가가 찢어진 것 같은 통증이 느껴졌고 그보다 더 흉악하게 목구멍이 들이박혀 속으로 절로 비명이 터졌다.

송기연, 이 이 애송이 녀석은 강한 자극이 느껴질수록 더욱 폭주한다는 걸 알았지만 그래도 유가는 온 힘을 다했다.

잘 됐지 뭐.

어차피 힘든 건 그였다.

아프고 후련했다. 타는 듯하면서도 샘이 솟는 것 같았다.

정말 고통과 기쁨이 함께하는 느낌이었다.

얼마나 지났을까.

유가가 어쩌면 자신이 사랑하는 상대에게 퍽퍽 꽂히다 질식한 첫 번째 신이 될 수도 있겠다고 생각할 때, 짐승이 낮게 헐떡이는 소리와 함께 마침내 양물을 빼냈다. 며칠 동안 쌓인 욕망이 모조리 유가의 아름다운 얼굴에 뿌려졌다.

처음 입으로 양물을 받아내는 데 목구멍까지 박히고 끝내 얼굴에 정액까지 뿌려졌다.

유가는 조금 미묘한 감각이었다.

그도 화가 나는 건 아니었다. 다만 살짝 신기할 뿐이다.

얼굴에 뿌려진 탁한 정액을 손끝으로 쓸며 유가는 한 마디 중얼거렸다.

“아주 진하군.”

아직 여운이 남았던 송 모 씨는 순식간에 퍼득 정신이 들었다.

백옥을 다듬어 조각한 듯한 유가의 얼굴에 진한 자신의 정액이 주륵 흐르자, 배꼽 아래 자신의 못나고 무거운 그 물건이 다시 벌떡 일어나는 게 느껴졌다.

용맹하고 기세 당당한 하늘의 기둥이 두 사람 사이에 섰다.

“……사존, 죄송해요. 이러려던 건 아닌데…….”

송기연은 급히 자신의 우뚝 선 형체를 아래로 내리고 손을 뻗어 유가의 얼굴을 조심히 닦아주려 했다.

죄송하다고 미안하다고, 송구스런 얼굴로 제자의 손길은 부드럽게 자신이 뿌린 정액의 흔적을 지우려 했다. 하나 그 손길이 갈수록 미묘한 동작으로 변질되었다.

그 비릿하고 탁한 액체가 유가의 이목구비에 퍼지면서, 음탕한 정액에 긴 속눈썹이 젖고 붉게 부은 입술에 진한 욕망이 흘렀다. 살짝 상기된 얼굴에 덧입혀진 짐승의 욕망은 더없이 충동적이었다.

송기연은 유가의 부어오른 입술에서 눈을 떼지 못하고 목이 바짝바짝 마르다, 더는 참지 못하고 붉은 입술을 잡아먹을 듯 삼켰다. 사실 씹어먹었다는 게 더 적절했다.

송기연은 유가의 목덜미를 감싸며 자신의 품속으로 꽉 안았다. 소유욕 강한 모습으로 상대의 입술을 깨물더니 이를 비틀어 열어 혀를 넣고 더 깊숙이 목구멍 안쪽까지 침범했다. 그는 유가의 호흡을 제압하며 따뜻하고 부드러운 혀끝을 빨아 당기고 유가가 꼼짝도 못 하게 했다.

유가의 혀끝에는 아직 정액의 떫은맛이 남아 있었다. 송기연이 유가에게 남은 정액까지 남김없이 핥아 주자 그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숨이 교차하면서 숨은 더 가빠졌고 체온도 더 달아올랐다. 주변의 공기마저 혼몽하게 달디달아 유가는 약간 어지럽기까지 했다. 그리고 뒤쪽에 송기연이 손가락으로 잔뜩 자극해댄 구멍 안쪽에서 순간 소스라치는 간지럼이 찌릿 타고 올라와 괴로웠다.

“주, 주인님…….”

놀이 규칙을 완전히 파악한 ‘착한 아이’ 유가는 살짝 송기연의 어깨를 밀쳐 거리를 벌렸다가 송기연과 이마를 맞댔다. 눈꼬리가 긴 매혹적인 눈을 가늘게 뜨며 몹시도 요사스럽게 입꼬리를 올리고 송기연의 한쪽 손을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의 곧고 커다란 손을 제 뒤로 가져가 속옷의 구멍 난 부분을 누르며 속삭였다.

“여기가 너무 간지러워요. 주인님께서 만져 주세요, 네?”

풉 —— !!

순간 들린 것 같다. 머릿속 피를 뿜는 소리가.

송기연이 다급히 유가의 손을 잡고 침상에 밀어 눕혔다.

부드러운 검은 머리카락이 눈 깜짝할 사이에 깨끗한 이불 위로 퍼졌다. 홍백색의 치마가 나풀거리며 발라당 뒤집어졌다. 레이스 옷깃, 소매, 밑단이 유가의 하얗고 깨끗한 피부와 어우러졌다.

유가가 무릎까지 올라오는 스타킹을 신은 두 다리를 살짝 구부렸다. 마치 드러나는 치마 밑을 수줍게 가리는 것처럼 보였지만, 실제로는 적나라하게 유혹하는 것이었다.

아래에 깔린 사람은 이런 억눌린 상황에서도 그저 태연히 미소를 유지했다. 심지어 송기연에게 길다란 속눈썹을 게슴츠레 깜빡이며, 언뜻 죽음도 두렵지 않은 듯 결연히 말했다.

“주인님, 저의 이 몸을 마음껏 즐기시죠.”

송기연의 손끝에 살짝 진기가 감돌았다. 그리고 그가 손을 한번 휘두르자 유가의 메이드복이 산산 조각나 날렸다. 꽃잎 같은 천들이 사라지자 치마 속에 가려져 있던 마존의 졀경이 실오라기 하나 없이 드러났다.

“사존, 이번에 사존께서 멈추라고 소리치셔도 전 그럴 수 없습니다.”

잘생긴 청년의 얼굴엔 욕정이 가득 드글거렸고, 두 눈은 이성을 잃은 욕망에 물들어 붉게 타올랐다. 송기연은 말을 마치자마자 유가가 대답하기도 전에 유가의 길고 곧게 뻗은 종아리를 잡아 높이 올렸다. 그리곤 아까부터 너무 꼿꼿하게 서서 핏줄까지 전부 불거져있는 팔뚝만 한 기둥을 좁은 입구에 천천히 밀어 넣기 시작했다.

“흐으읏!”

두 사람이 함께한 후, 수도 없이 많은 관계를 가지고 서로의 몸에 대해 속속들이 다 알았으나 여전히 송기연의 크기를 유가가 처음 받아들일 땐 약간 버거웠다.

용암에 달궈진 것 같은 양물이 유가의 아래를 강하게 벌리고 좁다란 길에 머리를 드밀며 완전히 깊은 곳까지 박혔다. 원래가 하나인 듯 빠듯하게 열린 몸에 숨 쉴 여유도 없는 것이 빈틈없이 틀어막자, 여린 구멍은 주름 하나도 남기지 못하고 떨어댔다.

유가의 한쪽 손이 이불 위에서 송기연과 맞잡고 다른 손은 거북한 느낌을 참지 못하고 이불을 그러잡으며 미간을 찡그렸다.

“하아……, 하……!”

호흡이 약간 빨라지기 시작했다. 유가의 홍조가 더 어지럽게 빛나며 하얀 이마에 배어나 온 투명한 땀방울이 달빛에 반짝이는 진주처럼 빛났다.

송기연은 여전히 입이 바짝바짝 타는 듯했다. 천 년의 목마름을 갈구하듯 허리를 숙이고 유가의 입술을 탐하자 유가의 입술이 깊은 헐떡임과 함께 응하며 또 뒤얽혀 왔다.

그리고 송기연은 천천히 몸을 내리누르며 허리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구천일심(九淺一深).

아홉 번 얕게 움직이고 한 번 깊게 움직인다.

상대에게 극락의 절정을 선사하기 위한 밀접한 관계의 규칙이었다.

두 사람이 과거 처음 몸을 섞었을 땐, 그 과정도 그 행위도 마음까지 모두 상처투성이로 아름답지 못했다. 그래서 송기연은 그 후 유가와 환희를 나눌 때마다 그의 사존이 당시의 고통을 떠올리지 않도록 항상 최대한 부드럽게 그를 안았다.

굵다란 생명이 천천히 몸을 가르고 들어갔다가 다시 천천히 내벽을 긁으며 빠져나왔다. 두껍고 축축한 끝부분이 유가의 몸 안쪽 민감한 부분을 쿡 찌르듯 문지르더니 물러갔다. 너무 느린 속도 탓에 유가는 이상하리만치 애가 탔다.

몸속 간질거리는 느낌이 해소되지 않고 점점 답답함과 갈증이 생겨났다. 유가가 앓아 넘어가려던 그때 송기연의 짙은 눈과 마주쳤고 송기연이 유가의 이마에 입을 맞추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유가는 다가오는 청년의 곧은 턱을 살짝 깨물더니 의아해하는 제자를 보며 가볍게 웃었다.

“주인님, 너무 느려서 쾌감이 덜해요. 이 시종에게 좀 더 자극적으로 벌을 주세요.”

참고 있던 송 모 씨가 이 말에 혈기가 솟구치고 이마의 핏대가 불끈불끈 솟아올랐다.

사존은 대체 자기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아는 것일까?

침상에서 그런 말을 하는 건 그야말로 그의 이성의 끈을 끊어버리는 것이나 다름없었다.

“좋아, 그럼 좀 더 벌을 줄까?”

송 모 씨는 시뻘게진 눈을 겨우 한번 감았다 뜨고 침상에 흩어진 메이드복 장식 리본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 매우 교묘한 수법으로 유가의 아래쪽 우뚝 선 물건을 꽁꽁 묶고 입구를 꽉 막았다.

“뭐, 뭐 하는 게냐?”

“사존.”

사존의 물건을 꼼꼼히 예쁘게 잘 포장한 송기연은 만족한 듯 유가의 허리를 확 끌어안아 내렸다. 자기 품속에 앉히고 양물을 유가의 안에서 은근히 비비자 묵직한 쾌감이 마찰하며 전율로 퍼졌다.

“으하앙……!”

유가는 순간 허리에 힘이 빠지며 신음을 흘렸다. 유가의 진주 같은 피부색이 더 불그스름해졌다.

“지금부터 사정을 허락지 않는다. 넌 사정할 수 없다.”

송기연이 명령의 어투로 말했다.

유가는 송기연의 주종놀이에 상당히 잘 맞춰주었다.

“좋, 좋아요.”

유가는 두 손을 송기연의 양어깨 위에 올렸다. 그리고 벌써 정염에 젖은 매혹적인 눈꼬리에 깊은 온유함을 담아 송기연을 품듯 그의 얼굴을 담았다.

유가가 말했다.

“오늘은 네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르겠다.”

사실 송기연의 불안에 대해 그는 알고 있었다. 줄곧 알고 있었다.

그러나 유가도 어떻게 해야 이 아이가 지금 두 사람이 편하게 사랑을 하고 있고, 두 사람의 관계가 대등하며, 상하의 구분이 없다는 걸 알게 할지 알 수 없었다.

유가는 송기연이 항시 감시하며 마음 졸이는 게 필요치 않았다. 송기연 또한 모든 감정을 자신에게 쏟으며 매일 의심하고 불안해할 필요가 없었다.

늘상 그런 생각을 해오던 유가는, 유가 역시 눈길 한번을 떼지 못할 잘생긴 얼굴을 하고서 멍하니 있는 송기연을 지긋이 바라보았다. 그러다 자연스럽게 천천히 고개를 내려 그 향기로운 입술을 찾아 입을 맞췄다.

아찔하게 향기로운 찰나의 입맞춤 후 유가는 붉은 여우 같은 눈을 가늘게 뜨고서 더없이 달콤한 고백을 속삭였다.

“꼬마 녀석, 내가 가장 사랑하는 건 너다.”

“…….”

이번에는 정말 큰일 났다.

송기연이 미쳐 버렸다.

송기연은 잠시 무너지듯 유가의 가슴에 기대 흐느끼는가 싶더니 갑자기 두 손으로 유가의 허리를 높게 들어 올렸다.

“히익……!‘

그리곤 유가의 체중까지 싫어 서슴없이 유가를 관통해 버렸다.

”흐악!“

그 단단할 대로 단단히 일어선 물건이 분출하는 용암 같은 온도로 정확하고 매섭게 유가 몸속의 극점을 사정없이 찔러 올렸다. 유가는 갑작스런 격렬에 숨도 들이켜지 못하고 머리부터 발가락을 전부 움츠린 채 온몸을 경련했다.

“어, 어째서…… 갑자기……! 으흑!“

뒤이은 질문을 아직 입 밖으로 내지도 못했으나 유가는 다시 허리가 잡혀 위로 올려졌다가 다시 사정없이 내리꽂혔다. 아까보다 훨씬 강했다.

“아아앗! 아앙!”

송기연은 유가와의 틈을 주지 않으려는 듯, 더 빠르고 강하게 안을 파고들며 그의 안에 저를 모조리 새길 것처럼 유가의 배 속을 찧어댔다. 거의 짓이길 것 같았다. 유가의 옥석처럼 매끄러운 배 위로 불쑥불쑥 송기연이 나타났다.

송기연은 쉼 없이 아래를 쳐올리며 눈앞의 새하얀 가슴 위 매혹적이기 그지없는 붉은 점을 스스럼없이 깨물었다.

“핫, 아흥……!”

유가가 날카롭게 헐떡이자 송기연은 살짝 깨문 이에 힘을 빼고 입술로 달래듯 부드럽게 유두를 빨아올렸다. 혀로 그 작은 돌기를 말았다가 이리저리 입안에서 굴리다 젖이라도 나올 듯 빨고, 또 살짝씩 이로 한참을 잘근거렸다. 송기연이 거친 숨과 함께 번들거리는 타액을 묻히고 물러나자, 빨린 오른쪽 유두가 왼쪽 보다 훨씬 더 통통히 부어있었다.

지금은 어떤 말도 아무런 의미가 없었다. 지금 송기연의 머릿속에는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그건 바로 사랑해 마지않는 이 사람을 온전히 차지하고 그가 자신의 이름을 울부짖으며 절정에 달하게 하는 것이었다.

지금처럼 앉아서 유가를 위에 올린 체위는 그 안으로 깊숙이 들어갈 수 있어도 마음껏 움직이기 충분하지 않았다. 이렇게 유가를 안아서 꿰뚫으며 넣었다 빼는 걸 백 번 반복한 송기연은 유가의 몸을 빙글 돌리고 그를 내리눌렀다.

유가를 엎드리게 하고 송기연이 그의 팔 한쪽을 단단히 잡아챘다. 그리고 유가가 정신없이 헐떡이다 정신을 차리기도 전에 뒤에서 그의 몸을 단숨에 관통했다.

“흐아아악……! 으으읏!”

전신이 강력한 쾌감으로 꿰뚫리자 유가의 체온은 더 급격히 상승했다. 하얗고 투명한 피부에 가녀린 목덜미와 등과 뽀얀 허벅지에 투명한 땀방울이 송글송글 맺혔다. 진주 위를 굴러다니는 이슬 같아 유가의 하얀 몸이 더 눈부셨다.

송기연의 짐승의 것과 같은 목울대가 크게 울렁이고, 실핏줄이 터진 듯 새빨개진 눈이 일렁였다. 송기연은 정말 한 치의 자비도 없는 무서운 얼굴을 지으며 아래에 있는 유가의 잘록한 허리를 단단히 틀어쥐었다.

꽉 잡은 거대한 손은 심상찮았지만 그걸 인지하기도 전에 무시무시한 기세가 유가를 쳐들어왔다.

“흐아악! 앗, 아앗! 아악, 앙! ”

송기연은 정말 사정없이 유가를 박아댔다. 한번 박을 때마다 유가의 몸 전체가 흔들리고 배 속이 부서져 버릴 것 같았다. 침상도 무너지지 않는 게 다행이었다.

“앙! 아아! 앗, 아아앙! 으하앙!”

유가는 송기연이 박을 때마다 자지러지며 옴짝달싹을 못 했다. 이미 차오른 눈물이 튀어 나가며 눈앞에서 머릿속까지 하얗게 섬광이 번질 뿐이었다. 송기연은 정말 말뚝을 박는 기계처럼, 눈앞의 이를 잃어버릴 뻔한 성난 괴수처럼 집요하게 배 속까지 파고들었다.

그때마다 유가는 허리에 힘이 빠지고 다리가 후들거려 무너질 것 같았다. 하지만 상반된 그도 주체하지 못할 쾌감이 머리끝까지 곧장 뻗어와 뇌를 태워버리는 것 같았다. 다물지 못할 교성이 튀어나가고 송기연의 격정에 따라 한층한층 눈앞이 모호해졌다. 너무 달아 꿀에 빠져 죽을 것 같았다.

욕망이 적층되고 분출되지 못한 애욕은 배꼽 아래 리본으로 묶인 곳에서 탁한 액체로 스며나왔다. 절정 끝에 다다랐으나 속박 때문에 이 쾌락의 감옥에서 벗어나지 못한 유가는 저절로 나온 눈물을 흘리며 이불을 와락 움켜쥐었다.

그는 방금 자신이 내뱉은 말을 떠올리며 매우 매우 후회하고 있었다.

뒤에서 끝없이 가하는 충격은 조금도 지칠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이 순간, 유가는 두 사람의 경지가 하늘에 닿을 정도로 높다는 것이 마음에 들지 않기 시작했다.

매번 그가 먼저 견디지 못해서 먼저 나가떨어지는 게 아니라면 송기연은 그의 위에서 사흘 밤낮도 모자르다고 지속할 터였다. 참으로 잔인하기 그지없었다.

“사존, 사정하고 싶으세요?”

송기연도 당연히 유가 아래서 바르작거리는 걸 느끼고 굳세게 잡고 있던 손을 풀어주었다. 송기연은 유가의 허리를 한 번 더 단단히 감쌌다가 와락 품속으로 끌어당겨 안았다.

“흐으으응……!”

또 지독한 힘으로 뚫고 들어오는 마찰에 유가가 숨을 들이마셨다. 희락이 대뇌를 뚫고 지나가 영혼이 빠져나갈 것 같았다.

혀가 다 꼬였다. 온몸, 하다못해 혀끝까지 저릿저릿해 유가는 말도 잘 나오지 않았다. 유가는 자신을 꼬옥 끌어안고 있는 송기연의 팔뚝을 잡아당기며 애원했다.

“이, 이것 좀……, 풀어 줘어…….”

“사존, ‘주인님, 제발 이것 좀 풀어 주세요.’ 라고 말씀하셔야죠.”

반 시진 가까이 유가를 억누른 송기연도 폭발 직전이었다. 그러나 유가가 그렇게 자신을 그를 부르는 걸 듣고 싶었다. 마음씨가 고약했다.

유가는 가슴이 뛰었다. 자신에게 이렇게 고압적인 척 굴면서 사실은 애타서 고집을 부리는 송기연이 참 귀엽다고 느껴졌다.

유가는 사양 않고 송기연의 손을 끌어 예쁘게 리본으로 묶여 있는 자신의 중심으로 가져갔다. 그리고 송기연의 귓가에 입술을 부비면서 애원했다.

“주인님, 제발 이것 좀 풀어주세요. 너무 괴로워요.”

송 모 씨는 자신이 원했던 대로 사존이 애원하는 걸 듣고 곧바로 짐승의 피가 끓어올랐다.

유가가 자신을 보게 밀어 눕힌 후 순식간에 묶었던 리본을 풀어버렸다. 그리고 흠뻑 젖은 유가의 형체를 한 손에 감쌌다.

“하으읏!”

하지만 더는 유가의 반응을 살피지 않고 곧바로 다시 유가의 구멍을 제 짐승으로 막아 버렸다.

짐승이 수십 번 수백 번을 드나들었다. 둘의 몸은 하나가 되고 숨은 더 깊이 나누어 마셨다. 온도와 심장박동이, 눈빛까지, 우주를 지나는 눈 깜빡이는 찰나까지 둘은 열락 안에서 하나가 되었다.

더 부서질 수도 없게 부서졌던 둘이, 둘로서 하나가 된 둘은 그렇게 치유 받고 살아남았다. 서로를 사랑하기 위해 살아남았다.

송기연은 유가를 더 품에 끌어안았다. 한 조각도 먼지 하나도 놓칠 수 없다는 듯, 유가 역시 송기연의 너른 등을 부여잡았다. 다시는 놓치지 않고 더 품 안에서 내보내지 않겠다는 듯.

격정이 절정에 달하고 너무 깊이 강하게 들어온 송기연에 유가는 산산이 부서지듯 교성을 질렀다. 그의 안으로 뜨겁고 박동치는 정액이 콸콸 흘러들었다. 유가도 오래 막혔던 희락을 분출시키며 눈앞이 하얗게 부서지고 흩어졌다.

온통 하얗게 되었다가 차츰 돌아온 세상엔 그의 사랑해 마지않는 송기연이 있었다.

나의 제자. 나의 세계. 나의 기연(奇緣). 나의 인연. 나의……연인(戀人).

송기연은 그렇게 다시 부드럽게 입술을 맞대왔다.

송기연의 정액은 양이 너무 많아서인지, 아직 다 줄어들지 않은 송기연의 양물이 유가의 구멍을 막고 있어도 차츰 탁한 액체가 스며나왔다.

송기연이 조심스레 양물을 빼자 빨갛게 부어오른 유가의 구멍에서 다량의 정액이 흘러내려 이불을 모두 적셨다. 그야말로 음란하고 퇴폐적인 절경이었다.

송기연은 지쳐서 나른한 유가의 입술과 뺨에 다정히 쪽쪽 입을 맞추었다. 사존에게 어리광을 피우듯 치근덕대던 송 모 씨의 눈가에 아까 사용하려다 어느새 잊힌 고양이꼬리가 들어왔다. 검은 머리 짐승의 마음속엔 갑자기 매우 악랄한 색정이 차올랐다.

“사존, 오늘 하루 내내 제 말에 복종하신다고 하셨죠?”

유가는 아직 절정의 여운을 느끼고 있었다. 뺨이 발그레 올라 시야도 어지러웠다. 그래서 저도 모르게 기연의 질문에 바로 순종적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송기연은 유가의 곁에 살짝 앉더니 유가의 허리를 조심스레 들어 올렸다. 그리곤 고양이 꼬리가 달린 모형 남근을 아직 정액이 흐르는 유가의 구멍에 밀어 넣었다. 다 나오지 않은 다랑의 정액을 그렇게 막아 버렸다.

“???!”

송기연은 몹시 흡족해하며 지금 사존이 쓰고 있는 고양이 귀와 몸속에 넣어서 단 고양이 꼬리, 그리고 발가벗고 제 흔적으로 울긋불긋한 사존의 몸을 바라보았다. 그리곤 아직 어리둥절한 유 모 씨를 잡아당겨 침상에 무릎 꿇게 하고 아주 비릿한 미소를 지어보였다.

꿇어앉은 유가의 뒤로 고양이 꼬리가 빼꼼 널브러져 있었다.

송기연은 지금도 죽어 버릴 것 같았지만 죽음의 위협을 무릅쓰고 유가에게 부탁했다.

“사존, ‘야옹’ 한 번만 해 주시면 안 될까요? 듣고 싶어요.”

송기연의 눈이 평소보다 배는 반짝였다.

유가는 몸속의 확연한 불쾌감과 마음속 수치심을 느끼며 입을 꾹 다물다가 한 마디 하려 입을 열었다.

“야옹.”

“!”

다 큰 어른인 송기연은 그 야옹 소리를 듣고 감격의 눈물을 흘릴 뻔했다. 그는 제 입을 막고서 한참 말을 잃었다가 또 한참이 지나 자신의 목소리를 찾았다.

“다시 한번요!”

유가는 어처구니가 없었다.

“야옹.”

“다시 한번요!”

“야옹.”

유가는 살짝 눈이 뒤집힐 것 같았다. 그래도 참았다.

“사존, 사존! 정말로 너무 귀여우십니다!”

송기연은 바로 유가를 침상 위로 밀어 눕히고 유가의 얼굴에 자신의 얼굴을 문지르며 행복해했다.

“됐다, 됐어. 네가 행복하다니 좋구나.”

유가는 그의 바보 같은 모습이 웃겼다.

유가가 송기연의 조금 뻣뻣한 머리를 만지작거리다 넓은 품속을 파고들었다. 이제는 익숙해진 편안한 자세를 찾은 후, 유가는 작은 소리로 말했다.

“이런 것들은 시키는 대로 다 할 거다. 그러니 미안해하지 말거라. 우리 둘 사이는 누가 명령을 하고 듣는 것으로 나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 우린 언제고 연인이란다. 알겠느냐?”

“……알겠어요.”

송기연은 고분고분 대답하며 유가의 귀에 바짝 붙어 말했다.

“사존, 사랑해요.”

“그래, 나도 사랑한다.”

사랑하기 때문에 너의 말에 복종하는 것이다.

바보 송씨 녀석, 빨리 깨닫길 바란다.

내가 널 이토록 사랑한단다.

나의 숨이 막혀 죽을 사랑. 익애(溺愛)여.

외전 <네가 하자는 대로 다 따르겠다> 마침.

<그 사존이 제자를 구하는 법> 외전 완결 (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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