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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짜는 이만 퇴장합니다-51화 (51/9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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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지만 그 행위는 끝까지 이어지지 못했다. 두통이 밀려오는 것인지 루크가

머리카락을 부여잡으며 신음을 흘렀다. 그러다 험악한 욕설과 함께 애셔를 강

하게 밀쳐 내고는 앓는 소리를 냈다. 누가 봐도 이성과 본능 사이에서 혼란스

러워하는 것 같았다.

“제길……!”

살기 짙은 욕설에도 애셔는 반응하지 않았다. 오히려 풀려 버린 눈동자는 그

를 갈망한다는 듯이 젖어 있었고, 어서 저를 안아 달라는 듯이 몸만 들썩였

다. 잡고 있던 이성마저 온전히 놓아 버린 애셔는 그의 이름을 불렀다.

“……루크.”

애셔의 목소리에 루크가 고통스러워하던 동작을 멈추고는 애셔를 응시했다.

본인이 미쳐 버린 건지 아니면 여전히 꿈속 세상인건지. 루크는 혼란스럽다는

눈빛으로 다시 한번 확인하듯 그의 풀 네임을 불렀다.

“애셔 아네스트?”

루크의 말에도 애셔는 아무런 대답도 하지 않았다. 오히려 젖어 버린 아래를

주체하지 못한다는 듯이 헐떡이고 있었고, 눈앞에 있는 상대를 알아보지 못하

는 것 같았다. 그런 애셔의 모습에 루크는 허탈하다는 듯이 헛웃음을 짓고는

머리를 거칠게 쓸어 넘겼다.

“역시나……, 그럴 리가 없지.”

만약 눈앞에 있는 이가 허상이 아닌 진짜였다면 히트가 터진 그때처럼, 방 안

에는 복숭아 향이 가득해야 했다. 하지만 그에게는 그 어떠한 향도 나지 않았

고, 이름에도 반응하지 않았다. 비록 자신이 러트에 미쳐 버린 것일지라도 루

크는 이 행위를 멈추고 싶지 않았다. 눈앞에 있는 허상을 애셔라고 믿고 싶었

으니까. 그는 죄책감 따위 없다는 듯이 입고 있던 옷을 벗어 버리고는 애셔에

게 달려들었다. 겨우 잡은 이성 끈마저 놓아 버린 채, 그는 애셔의 위를 올라

타며 오랜 시간을 굶주린 짐승처럼 애셔를 집어삼켰다.

하루가 지나고, 이틀이 지나고 침대에는 온통 젖는 소리로만 가득했다. 해가

어떻게 뜨고 어떻게 지는지조차 모를 만큼 두 사람은 잠조차 자지 않은 채 행

위에 몰두하며 서로를 탐했고 방 안에는 루크의 페로몬인 박하 향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짐승처럼 엉킨 지 사흘이 될 때쯤, 히트가 끝나려는지 애셔가

서서히 이성을 차리기 시작했다. 분명 자신을 알아보지 못한 것 같았는데, 등

허리를 감싸고 있는 루크가 제 이름을 부르고 있었다.

“애셔.”

“흐으……!”

이성을 차리기 전까지만 해도 아픈 줄 몰랐는데, 정신을 차리고 나니 몸이 분

리되는 것처럼 통증이 일었다. 루크의 러트와 맞물렸던 히트가 어찌나 강하게

왔던지, 그간의 기억은 남아 있지 않았다. 하지만 정신을 차린 지금, 눈앞에

있는 이는 한 마리의 짐승이라고 표현해도 될 만큼 이성을 잃은 상태였다.

“아, 아파…….”

애셔의 말에도 루크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오히려 애셔의 허벅지를 강하

게 잡은 채로 몸에 힘을 실으며 귀 끝을 잘근잘근 씹었다. 그러자 살갗을 타

고 그의 감정이 전해졌고, 애셔는 그가 여전히 본능에 잠식되어 있음을 느꼈다.

“……제발!”

멈춰 달라고 애원했지만, 그는 무자비한 폭군처럼 자신을 극한으로 밀어붙였

다. 몸을 타고 전해지는 감각이, 텅 빈 그의 눈동자가 섬뜩할 만큼 무서워서

애셔는 침대 헤드 쪽으로 기어가 봉을 잡았지만, 그의 힘에 의해 속절없이 끌

려 내려와야 했다.

“애셔.”

히트 동안의 정사가 대체 어땠길래, 이성을 잃은 난폭한 그의 손길은 애셔에

게 공포로 다가왔다. 하지만 거친 손길과 다르게 이름을 부르는 루크의 음성

은 한없이 다정했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게 이름만 부르며 살을 깨물어 댔

다. 그럴 때마다 애셔는 가슴 한편이 욱신거리는 것을 느꼈다.

“……흣.”

우성의 러트는 오 일을 꼬박 앓아야 한다던데, 애셔는 힘이 넘치는 루크와 다

르게 조금씩 지쳐 가기 시작했다. 그러다 알파 특유의 사정에 까무룩 기절했

지만, 그는 다정한 음색으로 자신을 다시 깨웠고 그 행위를 반복해 갔다. 제

몸을 얼마나 물고 뜯었는지, 안 아픈 곳이 없을 만큼 욱신거렸다.

“…아파요, ……흐.”

참지 못하고 애셔가 눈물을 흘렸다. 하지만 그 눈물은 루크의 혀끝에 의해 사

라졌고, 애셔는 닷새라는 시간이 지나고 나서야 그에게서 벗어날 수 있었다.

이제야 기력을 다했는지, 그는 마치 한여름 밤의 꿈처럼 애셔를 꽉 끌어안은

채로 그대로 잠이 들었다.

“……하으.”

고통스러운 신음을 뱉어 내며 애셔가 묵직해진 배를 누른 채로 그를 밀어냈

다. 얼마나 꽉 아물렸는지 쉽게 빠지지 않는 상황 속에서 애셔는 다시 한번

힘을 준 채로 그를 밀어내고는 몸을 새우처럼 말았다.

“하아…….”

숨이 제대로 쉬어지지 않을 만큼 몸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그나마 자신이

버틸 수 있었던 건 그가 다정한 음색으로 제 이름을 부르며 행위를 이어 갔기

때문이었다. 그간 그를 만나 접촉할 때마다 루크에게선 자신을 향한 호감이

읽혔으니까. 애셔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기절해 있는 그를 바라봤다.

오뚝한 콧날과 함께 반듯한 눈썹. 보고 있기만 해도 아름다운 루크의 모습은

거의 반송장이라고 해도 될 만큼 고요하게 잠들어 있었다. 아마 자신이 옆에

서 떠든다고 해도 깨어나지 않을 것 같았다. 애셔는 울음기 섞인 목소리로 그

에게 천천히 말했다.

“어쩌다가 당신과 제가 이렇게 사고를 쳤을까요……. 당신은 제 것이 아닌데,

어째서 이렇게 꼬여 버리게 된 걸까요.”

애셔는 차마 만지지 못하는 얼굴을 눈물이 젖은 눈으로 천천히 훑어내렸다.

정말 이 모든 것이 마지막인 것처럼, 애셔는 그의 얼굴을 눈에 담고 또 담았다.

“……미안해요. 제가 또 망쳐 버리고 말았어요.”

더는 원작에 개입하고 싶지 않았는데, 루크의 동정을 자신이 가져가 버렸다는

죄책감이 애셔를 괴롭게 했다. 아리아의 죽음이, 브래든의 원망이, 모든 것들

이 다 저로 인해 틀어져 버린 것 같아서 애셔는 미칠 것 같았다.

“그렇다고 후회는 하지 않을 생각이에요. 왜냐하면 저는 당신을…….”

애셔는 차마 말을 잇지 못한 채로 입을 틀어막으며 울음을 삼켜 냈다. 그렇게

한참을 있다가 조심스럽게 몸을 일으켰다. 하지만 척추를 타고 밀려오는 통증

에 그대로 고개를 숙인 채로 아픈 신음을 토해 냈다. 그러다 결심했는지 다시

한번 몸을 일으켜 세우고는 일어서자 허벅지 사이로 따뜻한 것이 주르륵, 흐

르는 것을 느꼈다.

“어, 어떡하지?”

이런 경우는 처음이었기에 애셔는 당황한 기색으로 서둘러 테이블 위에 놓인

여벌 옷으로 닦았다. 그럴 때마다 느껴지는 쓰라림에 애셔는 미간을 찌푸린

채로 숨을 헐떡였다.

닷새라는 시간 동안 먹은 거라고는 그의 것이 전부였다. 힘을 쓰는 것조차 힘

겨웠지만 애셔는 방을 빠져나가 문가에 널브러진 옷을 주워입었다.

“……톰스.”

톰스라면 이상함을 눈치채고 문 앞에서 대기하고 있을 것 같아서 불렀다. 아

니나 다를까, 톰스의 대답이 들려왔고 애셔는 서둘러 문고리를 잡아 문을 열

고는 그대로 주저앉았다.

“부탁이 있어.”

“……목소리가 많이 쉬셨습니다.”

볼품없이 갈라진 애셔의 목소리에 톰스가 안타까운 눈으로 애셔를 응시했다.

그제야 애셔는 제 목소리가 많이 망가졌다는 것을 깨닫고는 목을 한 번 문질렀다.

“괜찮아. 그것보다 뒤처리 좀 해 줬으면 좋겠어. 내가 이곳에 있었다는 걸 아

무도 모르게.”

“네, 알겠습니다.”

긴 설명을 하지 않았는데 톰스는 알아들었다는 듯이 별장 안으로 들어와 애셔

의 어깨에 겉옷을 걸쳐 주었다. 그러고는 “밖이 꽤 춥습니다.”라는 말을 남겨

둔 채 루크가 잠들어 있는 방 안으로 들어갔다.

확실히 별장 안은 조용했다. 처음 이곳을 방문했을 때도 느꼈지만, 별장 안에

는 사용인은 물론, 루크를 호위하는 세인트마저 보이지 않았다.

“……그가 별장에서 러트를 보낸다는 것을 기억했어야 했는데.”

보통 히트나 러트 기간에는 사용인들을 곁에다 두지 않는다 들었다. 아무리

베타라 할지라도 따르는 호위까지 물리며 아무도 들이지 않는다고 했다. 애셔

는 이성을 잃어 텅 빈 그의 붉은 눈동자를 떠올리고는 고개를 작게 저었다.

“어쩌면 다행인 걸지도 모르겠네.”

그의 모습만 봐서 그는 분명 자신과 잠자리를 했다는 걸 기억하지 못할 것 같

았다. 쌓이고 또 쌓인 러트 주기로 인해 농축된 페로몬이 폭주하듯 터지게 되

면 그날의 기억을 기억하지 못한다는 말을 들었었다. 애셔는 제발 그래 주길

바란다는 눈빛으로 아무 향도 나지 않는 제 페로몬을 맡았다가 뒷정리를 끝낸

톰스를 보며 물었다.

“내가 부탁한 일은?”

“실은 그 일로 드릴 말씀이 있습니다. 도련님이 시키신 대로 공작 저하께 말

씀드리려고 했으나, 샤키 도련님께서 알아서 처리하겠다고 돌아가라 하셨습니

다. 도련님 곁에서 한시도 떨어지지 말라는 명도 함께 남기셨습니다.”

톰스의 말대로라면 샤키는 분명 공작에게 자신이 이곳에 머물러 있다는 것을

말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어쩌면 정말 다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애셔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샤키 형이 있는 곳으로 부탁할게. 마부는 입막음 확실히 해 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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