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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셔가 마른침을 삼키자 그가 하체를 맞물리게 했다. 서로의 것이 온전히 닿
아 미끄러질 만큼 자극적인 행위 속에서 루크는 애셔의 입안을 헤집었던 손가
락을 빼고는 손끝을 할짝댔다.
“사람이란 자고로 갖고 싶은 게 있을수록 욕망이 더 짙어진다고 하더군요.”
“……하아.”
“저 역시 이번 봄이 얼마나 달콤할지 기대 중입니다.”
그는 실망하게 하지 말아 달라는 눈빛으로 애셔의 바지 사이로 손을 넣어 왔
다. 그러고는 반대 손으로 애셔의 척추를 쓸며 귓가에 입술을 가져가 대었다.
“애셔.”
그가 자신의 귓불을 건드리며 치아로 잘근 씹어 댔다. 몸이 움찔 떨릴 만큼
강한 자극이었다. 그는 기다렸다는 듯이 애셔의 배꼽 주위를 손가락으로 둥글
리며 귓가에 입을 맞췄다.
“그, 그만해요.”
애셔가 간절함이 서린 목소리로 그의 손목을 움켜잡았다. 제지하듯 한 행동이
었지만, 루크는 애셔의 손을 다시 고쳐 잡고는 골반 아래로 손을 끌어당겼다.
“저를 제어하기 전에 당신부터 제어하는 것이 어떻습니까?”
“이, 이건……!”
애셔가 뭐라 말을 하지 못하게 그가 중심 부위를 눌러 왔다. 덩달아 팽창했던
부위가 압력에 의해 자극이 되었고 그의 손이 닿는 것만으로도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몸은 이성과 다르게 불끈거리며 힘줄을 만들어 냈다.
“가끔은 자신에게 솔직해지는 것도 좋을 것 같습니다.”
루크의 입술이 긴 호선을 그리며 매끄럽게 휘었다. 보고만 있어도 달아오르는
기분에 애셔가 얼굴을 어깨 쪽으로 숨기자 그가 하체를 손가락으로 톡 건들었
다. 얼굴을 가리지 말고 자신을 바로 보라는 뜻이었다. 애셔는 루크의 짓궂음
에 허벅지 사이에 힘을 줘 머물러 있는 그의 손을 움직이지 못하게 했지만 그
게 더 그를 자극시켰는지 시원한 박하 향 페로몬이 숲길 사이로 풍기었다.
“……하으.”
진득한 페로몬의 농도에 애셔의 허벅지가 덜덜 떨렸다. 확실히 우성의 페로몬
이라 그런지 열성인 제 몸은 견디기 힘들었다. 결국 루크는 힘없이 풀리는 애
셔의 몸에 기다렸다는 듯이 엉덩이를 움켜잡고는 다리를 끼워 몸을 바로 세웠다.
“야외에서 만나는 걸 좋아한다고 했습니까? 딱히 좋아하지 않는 야외지만, 당
신과 이런 행위를 하는 거라면 나쁘지 않을 것 같군요.”
“그, 그건……!”
그때는 그와 밖에 나와서 밥을 한 끼 하며 시간을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한
말이었다. 하지만 그게 이렇게 역효과를 낼 줄은 꿈에도 몰랐다. 애셔는 서둘
러 그의 말을 정정하려 했지만, 루크는 그런 자신의 입술을 집어삼키고는 눈
매를 고혹하게 휘었다.
“기대하고 있겠습니다. 걷는 길 곳곳마다 당신과의 흔적이 새겨지기를 말입니다.”
*
한 해를 마무리한 게 엊그제 같은데 어느덧 일월의 끝자락이 다가왔다. 애셔
는 아리아에게 보낸 서신의 답을 받았다.
솔직히 말하면 자신이 서신을 보낸 날짜는 샤키와 헤어지고 난 직후였다. 하
지만 그녀는 자신과의 만남을 꺼렸는지 답을 하지 않았고 애셔 역시 사정이
있겠거니 하며 굳이 서신을 보내지 않았다.
“그런데 이제야 답이 왔다, 라…….”
아무래도 그녀는 건강했던 과거와는 다를, 아픈 모습을 제게 보여 주고 싶지
않은 듯했다. 입장을 바꾼다 해도 자신 역시 아프다면 남에게는 나약한 모습
을 보여 주고 싶지 않을 것 같았다. 애셔는 왠지 안타까운 마음에 시종에게
따뜻한 죽을 만들라 일러두고는 마차에 올라탔다.
아직 이월이 오기 전이라 그런지 눈은 여전히 길 곳곳에 가득했다. 애셔는 며
칠 전 만났던 루크의 모습을 떠올렸다. 곧 러트가 올 거라고 예고하고 떠난
루크는 밤을 함께 보낼지는 자신에게 결정하라 했다. 물론 애셔는 그 제안을
거절했고 루크 역시 알겠다며 억지로 강요하지 않았다.
“그 날짜가 아마 오늘이었지…….”
애셔가 생각이 많은 듯한 눈으로 마차 밖의 풍경을 바라봤다. 며칠 전 불독
왕국 서쪽 탑에서 애셔의 안부를 묻는 서신이 도착했다. 칸이 보낸 서신이었
지만, 자꾸만 서쪽 탑의 인장을 사용하는 것을 보니 그의 존재가 평범한 인물
은 아닐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애셔는 어느덧 제국과의 이별이 머지않았
다는 것을 깨닫고는 피식 옅은 웃음을 지었다.
마차가 숲길 어디론가 들어서더니 근처에서 멈춰 섰다. 오두막처럼 허름하게
지어진 집을 보니 그곳이 아리아가 사는 집인 것 같았다.
“분명 그녀는 기울어져 가는 백작가의 여식이라고 했는데…….”
조사했던 정보와 다르게 그녀가 사는 집은 곧 무너져도 이상할 게 없는 그런
집이었다. 어째서 이런 곳에서 살고 있는 걸까. 어쩐지 아리아에게 자신이 모
르는 사연이 있는 것 같았다.
“이곳이 형이 알려 준 장소가 확실한 거지?”
“그동안 제가 알아본 곳은 위장용 집이었던 것 같습니다.”
톰스가 말한 대로 아리아가 말한 집은 아네스트가로 들어오기 위한 위장용 집
이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애셔는 알겠다는 눈짓을 하고는 아리아가 있을
오두막 안으로 들어섰다.
“어서 오세요, 도련님.”
아리아는 아프다는 기색을 보이고 싶지 않았는지 화장을 말끔히 한 채로 침대
에 앉아 있었다. 평소에 보기 힘들었던 화사한 원피스를 입고서 그녀는 애셔
를 향해 예쁘게 웃어 주었다.
“이렇게 누추한 곳까지 방문해 주시고 감사합니다.”
“많이 아프다고 들었어요. 몸은 괜찮아요?”
“걱정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행히 몸은 괜찮아요.”
그런 말치고는 아리아의 안색이 좋지 못했다. 비록 화장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다고 하나, 그녀의 얼굴은 핏기조차 없었고 안 본 사이에 많이 수척해져 있
었다. 애셔는 움푹 파인 그녀의 볼을 보며 톰스에게 손짓했다.
“혹시 몰라 죽을 챙겨 왔는데 식기 전에 드세요.”
“……죽이요?”
아리아는 죽이라는 단어에 목소리를 떨었다. 마치, 죽에 감격한 사람처럼 그
녀는 입술을 한 번 깨물고는 애셔를 향해 포근한 미소를 지어 주었다.
“……감사합니다.”
“그런데 아까부터 궁금한 게 있는데…… 원래 머리 색이 옅은 핑크인 건가요?”
애셔의 말에 아리아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곱게 딴 머리를 들어 눈으로 확인
했다. 그러다 생각이 잠긴 듯한 표정으로 머리를 놓고는 잠시 말을 아꼈다.
“처음부터 제 머리카락 색은 핑크였습니다.”
“…….”
“그동안 다른 색인 척 속여 왔던 이유는 돌아가신 둘째 사모님의 유언 때문이
었습니다.”
이제 와 숨길 생각이 없다는 듯이 그녀는 죽을 옆으로 내려놓고는 고운 손을
하나로 포갰다. 그러고는 내리깔았던 눈을 천천히 떠 올리며 애셔를 빤히 응
시했다.
“둘째 사모님이라면 저희 어머니인, 다이올을 말하는 건가요?”
정확히는 브래든의 어머니였지만 애셔는 모르는 척 아리아를 응시했다.
“네, 맞습니다.”
아리아는 묻고 싶은 게 있다면 물어보라는 듯이 담담한 시선으로 응했다. 그
눈빛에 애셔는 어쩌면 자신의 친어머니가 아리아가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
심마저 들었다. 친부모가 따로 있을 거라곤 생각했겠지만 그 의심되는 이가
제 곁에 있었다는 사실에 애셔는 곤혹감을 감추지 못했다. 하지만 곧 표정을
지워 내고는 그녀의 대답을 기다렸다.
“참으로 이상합니다. 당신에게서 제 모습이 보인다니…….”
“제가 도련님과 많이 닮았나요?”
애셔의 물음에 아리아가 반문하듯 다시 물었다. 아직 확신되지 않는 상황에
돌려 말했을 뿐인데 그녀는 아리송한 눈빛으로 눈웃음만 지을 뿐이었다.
“저도 도련님께 질문 하나 드려도 될까요?”
아리아의 물음에 애셔가 말을 하라는 눈짓을 보냈다. 그제야 그녀는 애셔를
곧은 눈으로 응시하며 천천히 입술을 떼었다.
“제가 어머니인 둘째 사모님과 친분이 있다고 말씀을 드렸는데, 어째서 아무
것도 묻지 않으시는 걸까요?”
아리아의 말에 애셔의 푸른 눈동자가 흔들렸다. 확실히 그녀의 말대로 진짜
애셔였다면 어머니와 관련된 사람이기에 묻고 싶은 말이 많을 것 같았다. 하
지만 굳이 그 이야기를 묻고 싶지 않았다. 제게도 사연이 있는 사람처럼, 그
녀 역시 사연이 있을 것 같았으니까.
“제 질문이 무례하게 느껴졌다면 사과드리겠습니다.”
“괜찮습니다. 저 역시 어떤 이유에서 당신이 공작가에 들어왔고 왜 머리카락
색까지 숨겨야 했는지 궁금한 게 많습니다. 하지만 굳이 그 말을 묻고 싶지
않았을 뿐입니다.”
짐작하는 대로라면 그녀가 애셔의 생모일 가능성이 컸으니까. 굳이 그녀의 입
으로 확답을 듣고 싶지 않았다. 듣게 되면 정말 심적으로 부담이 될 것 같아
서 말을 아꼈지만, 아리아는 그런 자신의 행동으로 인해 상처 받은 사람처럼
손끝을 내려다봤다.
“괜찮은 모습을 봤으니, 이만 돌아가 보겠습니다.”
“도련님.”
“네.”
“……감사합니다. 이렇게 와 주셔서.”
“…….”
“진심으로 감사합니다…….”
감사를 표하는 아리아의 목소리가 울음에 차 있는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
목소리가 너무 슬퍼 보여서, 꼭 미안하다고 하는 것 같아서 애셔는 저도 모르
게 그녀에게 다가가 어깨를 가볍게 다독여 줬다. 그게 애셔가 할 수 있는 최
선의 위로라고 생각했으니까.
“꼭 나으셔서 또 뵈었으면 좋겠어요.”
“…….”
“혹시라도 도움이 필요하다면 언제든지 찾아와도 좋고요.”
“네, 그럴게요.”
아리아의 말에 애셔는 희미하게 웃어 주며 그곳을 빠져나갔다.
애셔가 나가는 모습을 조용히 보고 있던 한 남자가 방문을 열고 들어가, 앉아
있는 아리아에게 다가갔다. 그녀는 처음부터 그 남자가 있었다는 걸 알고 있
던 사람처럼 놀라지 않고 조용히 애셔가 전해 주고 간 죽 그릇만 응시했다.
“이대로 보내도 괜찮은 거예요?”
“응. 괜찮아……. 너는?”
“제가 괜찮다면 오히려 이상한 게 아닌가요? 내 인생을 허무하게 흘려보냈는데.”
남자의 말에 아리아가 치맛자락을 꽉 움켜잡았다. 아무리 다이올이 원했어도
절대로, 절대로 하지 말았어야 할 행동이었다. 하지만 이제 와 후회한다 해도
지금 상황이 변하는 건 아무것도 없었다. 아리아는 핏물이 섞인 기침을 토해
내며 손수건으로 입가를 닦아 내고는 희미하게 웃었다.
“그래도 고마워. 네 덕분에 그 아이를 한 번 더 볼 수 있었어.”
“…….”
“염치없지만 네게 마지막 부탁을 해도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