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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32
루크가 알약을 하나 꺼내 들고는 애셔의 입가에 가져다 대었다. 애셔는 그가
시키는 대로 입을 벌려 내민 약을 입안에 넣었다. 그러다 느껴지는 쓴맛에 그
대로 입을 다물자 루크의 손끝 역시 함께 다물렸다.
“…….”
당황한 애셔가 눈을 동그랗게 떴다. 의도치 않게 입에 넣은 루크의 손가락에
어색하게 미소 지으며 붉은 입술을 살짝 벌렸다. 아주 작고, 또 좁은 크기였다.
“죄송해요…….”
화들짝 놀란 애셔가 작게 중얼거렸지만 루크의 시선은 입가에 닿은 손가락에
멈춰 있었다. 마치, 다시 한번 느껴 보고 싶은 사람처럼 보이는 모습에 애셔
는 약을 머금은 채로 그를 불렀다.
“전하?”
애셔의 말에 뒤늦게 정신을 차린 루크가 하……, 하고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평소보다 조금 가라앉은 듯한 모습에 애셔가 살짝 시무룩한 표정을 지었다.
“야, 약이 너무 써서…….”
약을 치아 끝으로 물며 애셔가 들뜬 열기만 뱉어 냈다. 루크는 더는 인내하기
힘들다는 듯이 머리를 쓸어 넘기며 보조 테이블 위에 놓인 잔에 물을 담고는
애셔에게 내밀었다.
“마십시오.”
듣는 이조차 서운할 만큼 딱딱한 경어체에 애셔가 그의 눈치를 살피며 내민
잔을 받았다. 하지만 몸엔 생각보다 힘이 들어가지 않았고 때문에 그대로 물
잔이 쓰러져 옷에 물이 쏟아지고 말았다.
“죄, 죄송해요.”
애셔가 서둘러 자리에서 일어나 떨어진 잔을 집으려 했다. 하지만 루크는 서
둘러 이불을 그대로 끌어당겨 와 자신의 몸을 감쌌다.
“왜 그렇게 저를 자극하시는 겁니까?”
“제가요? 저는 그런 적 없는데요.”
애셔는 억울하다는 듯이 약을 물 없이 삼키며 루크를 올려다봤다.
“방 안에는 온통 당신의 페로몬으로 가득 찼습니다. 분명 저와 선을 넘고 싶
지 않다고 한 건 당신이었습니다.”
“제, 페로몬이요?”
애셔는 그제야 자신에게서 옅은 복숭아 향이 나는 것을 느꼈다. 아주 미약해
서 자세히 맡지 않으면 모를 그런 미세한 향이었다.
“히트인 걸 알면서도 이곳에 방문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집안에 고용한 이들
이 베타라 망정이지, 어쩌려고 했습니까?”
히트라는 말에 애셔의 커다란 눈이 동그랗게 떠졌다. 그냥 빙의 전 세상처럼
몸이 좋지 않길래 단순한 몸살감기라고 생각했다. 히트라는 건 단 한 번도 경
험해 본 적이 없었고 어떤 느낌인지 몰랐다. 그냥 책에서 읽은 대로 열이 오
르고 성욕이 생기면 그게 히트라고 생각했었다. 하지만 루크는 섣불리 답을
하지 못하는 자신을 보며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이번 일은 정말 죄송해요…….”
“차라리 약속을 늦추자 하지 그러셨습니까? 이런 식으로 하지 않아도 당신과
약혼할 텐데 말입니다.”
그는 자신이 이곳을 방문한 이유에 불순한 동기가 함께 내포되어 있다고 생각
하는 것 같았다. 그도 그럴 게, 오메가로 태어난 애셔가 히트를 모를 리 없을
테니까. 애셔는 실망감이 가득한 루크의 얼굴을 보며 억울하다는 듯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아무래도 바르한이 페로몬을 마구 뿜어 댔던 그날과 연관이 있
는 것 같았다. 그 후로 몸이 계속해서 좋지 못했던 걸 볼 때, 그 일이 열성인
자신의 히트 주기를 일찍 앞당긴 것 같았다.
“전하께서 그랬죠? 제가 과거에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고 했다고요. 제게는
아직도 그 말 유효해요. 전하에게는 분명 좋은 사람이 나타날 테니까요.”
“당신이 생각하는 좋은 사람은 어떤 사람입니까?”
“전하.”
“그게 아니면 저를 도발하려고 일부러 그러는 겁니까?”
방 안을 가득 채우는 낮은 음성에 애셔는 피부 결 위로 닭살이 오소소 돋는
것을 느꼈다. 왠지 지금 당장 이 자리를 피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정말 그 어떤 것도 의도하지 않았어요. 안 믿으시겠지만, 저도 제가 히트인
걸 몰랐거든요.”
애셔는 계속해서 치미는 열기를 억지로 참아 내며 눈꺼풀을 살짝 내리깔았다.
하지만 모든 것들이 변명처럼 느껴질 것을 알기에 그는 덮고 있던 이불을 치
워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먼저 일어나 볼게요. 오늘 일은 다음에 멀쩡한 정신으로 사과드리겠습니다.”
“제 이야기는 아직 끝나지 않았습니다.”
루크가 애셔의 팔목을 잡은 채로 그대로 침대에 눕혀 버렸다. 순식간에 바뀌
어 버린 눈앞의 상황에 애셔가 많이 놀란 표정을 지었다. 그러다 자신을 내려
다보는 서늘한 눈빛에 그대로 숨과 함께 마른침을 꿀꺽 삼켜 냈다.
“당신은 분명 축복받지 않는 아이가 태어나는 걸 원치 않는다고 했습니다. 그
래서 제게 임신을 하지 않겠다 했었고.”
“…….”
“그 역시 저도 동의했습니다. 축복받지 못한 아이가 앞으로 자라나기엔 이 세
상이 얼마나 험난한지 누구보다 잘 알고 있으니 말입니다. 하지만 지금 이야
기를 다시 들어 보니 전과 생각이 많이 바뀌신 듯하군요.”
“…….”
“아이를 갖지 않겠다는 말이 이런 뜻일 줄 일이야…….”
차갑게 내려앉은 공기가 애셔를 몸을 타고 무겁게 짓눌러 왔다. 더는 참지 않
겠다는 듯이 일렁이는 붉은 눈동자에 애셔가 참지 못하고 시선을 피해 버렸다.
분명 페로몬을 풀지 않았는데, 어째서인지 그에게서 알 수 없는 위압감이 흘
렀다. 심상치 않은 분위기에 애셔는 눈꺼풀을 파르르 떨며 천천히 입술을 뗐다.
“저희 지금…… 위험한 것 같아요.”
“무엇이 말입니까?”
“저는 지금 히트인 상태기도 하고…… 자칫 잘못하면……,”
선을 넘을지도 모른다고 하려 했다. 하지만 그는 조금 느슨해진 표정으로 제
게 부드럽게 물어 왔다.
“정말 그렇게 생각합니까?”
분명 제게 조금 전까지만 해도 화를 냈던 루크였다. 하지만 지금은 그의 목소
리 사이로 온화함이 가득 느껴졌다. 확연히 달라진 분위기에 애셔가 고개를
돌려 그를 마주하자, 루크가 눈매를 가늘게 휘었다.
“오메가가 알파를 찾는 건 당연한 일입니다. 아주 자연스럽고 본능에 가까운
것들이죠.”
“…….”
“그러니 당신 역시 당연한 겁니다. 당신이 제 오메가이듯이 저는 당신의 알파
니까요.”
애정이 묻어나는 눈길로 그가 애셔의 얼굴을 천천히 쓰다듬었다.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아도 느껴지는 얼굴의 감각에 애셔의 긴 속눈썹이 애처롭게 흔들렸다.
“그러니 오늘은 그냥 돌려보내기 힘들 것 같습니다.”
“……전하.”
“저를 유혹했으면 책임은 지셔야지 않겠습니까.”
당연하다는 듯이 그가 애셔의 붉은 입술을 엄지로 훑어 내렸다. 아주 천천히,
느릿하게 손끝으로 문지르며 루크는 말캉한 애셔의 입술을 뜨거운 시선으로
응시했다.
그 시선이 얼마나 강렬한지, 애셔는 그 부위가 홧홧 달아오른 것을 느꼈다.
“후회하실지도 몰라요.”
“후회하십니까?”
먼 훗날 나타날 진짜를 생각하며 한 말이었지만, 루크는 덧없이 다정한 말투
로 제게 물었다. 애셔는 당연히 그럴 리 없다는 듯 웃고는 천천히 답했다.
“……아니요.”
애셔의 답이 떨어지기 무섭게 루크의 입술이 맞닿았다. 느껴지는 포근한 온기
에 애셔가 천천히 루크의 어깨를 손으로 감쌌다. 페로몬을 풀었는지 느껴지는
박하 향에 애셔가 움찔 몸을 떨었다.
“……하아.”
애셔의 입에서 새어 나온 더운 열기에 루크가 치아 끝으로 입술 표면을 잘근
씹어 댔다. 아프지 않게 작게 깨물며 그는 애셔의 입술을 자극했다. 덕분에
애셔는 잘 익은 열매처럼 통통한 입술을 툭, 하고 벌리며 작은 구멍을 만들어
냈다.
루크가 조금 더 각도를 틀며 굴곡진 애셔의 입술을 혀끝으로 문질렀다. 아주
느릿하고 야릇하게 문지르자 벌어진 애셔의 입술 사이를 붉은 혀끝으로 훑어
간격을 조금씩 넓혀 갔다. 그러다 순간 애셔의 아랫입술을 빨며 질척거리는
소리를 만들어 냈다.
금방이라도 과즙을 만들어 낼 것처럼 입술을 빨아 대는 루크를 보며 애셔는
발끝이 곱아드는 기분이 들었다. 몸에서 열꽃이 피어나듯 몸 안에는 열기가
가득 차는 것을 느꼈다.
“흐응……, 흣,”
음탕한 소리와 함께 섞인 애셔의 신음이 방 안을 가득 메웠다. 덕분에 애셔의
입술은 열매처럼 톡 하고 벌어지며 작은 구멍을 만들어 냈다. 루크는 기다렸
다는 듯이 그 주위를 혀끝으로 훑으며 둥근 원을 그려 냈다.
아찔할 만큼 흐릿해지는 시야에 애셔가 고개를 살짝 물리자 루크의 큼지막한
손이 애셔의 뒷머리를 받쳤다. 그러고는 미끄러지듯 입안으로 들어왔다.
“흣……, 전, 전하…….”
말캉하고 보드라운 붉은 혀끝이 애셔의 입안 천장 끝을 문지르며 톡 하고 건
드렸다. 그러더니 그의 혀가 참지 못하겠다는 듯이 비벼지고 눌러지며 애셔의
여린 점막들을 건드려 댔다. 거의 유린하는 쪽에 가까워질 만큼 움직이는 혀
끝에 애셔는 숨을 어떻게 쉬었는지 잊어버린 사람처럼 헐떡여야 했다.
“수, 숨을……, 흣……,”