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이드 인 더 시티 (89)화 (89/114)

#89

짧은 반바지 밑을 지분거리는 손길이 다소 농익었다. 탱글한 둔부를 손바닥으로 문지르던 승오가 의진의 입술을 물고 잇새를 갈랐다.

그러면서 성기를 감싸고 있는 얇은 속옷 쪼가리를 손등으로 밀어 재꼈다. 의진은 아래를 탐닉하는 손아귀 힘에 다리를 슬슬 더 벌리고선 입안으로 넘어오는 혀를 감쌌다. 제 자극점을 마구 주무르는 승오의 모든 게 좋았다.

“후으으….”

찔끔찔끔 새어 나온 애액이 구멍 주위에 흥건해지자 승오는 그걸 놓치지 않고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촘촘한 구멍 주름을 훑는 뭉툭한 손톱 끝이 자극됐는지 의진이 살짝 눈가를 찌푸렸다.

“간지러워, 으응.”

“넌 좋다는 말을 간지럽다고 하더라.”

늘어진 은사가 톡 끊김과 동시에 자잘하게 입을 맞췄다. 의진의 도톰한 입술이 승오가 멀어질 때마다 살짝 내밀어졌다. 촉, 초옥. 쪽. 푸스스 웃던 소리는 질척한 혀 섞임으로 변질했다.

“너는, 읏, 꼭 그걸 꼬집고.”

선 굵은 중지가 조붓한 구멍 안을 가로질렀다. 매일 밤 안을 들쑤시는데도 언제 그랬냐는 듯 이 안은 비좁기만 했다. 승오는 아직 벗기지 못한 상의 위로 입을 맞추곤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렸다.

“속마음 들켰을 때 네 표정 되게 예쁘거든.”

“…흐아, 응!”

검지와 중지를 굽혀 전립선을 푹 찔러주자 의진이 승오의 머리통을 끌어안았다. 뱃가죽에 스멀스멀 닿는 성기는 그새 빳빳해져 쿠퍼액을 내뱉고 있었다.

하얗기만 한 의진이 군데군데 붉어진 몸으로 신음을 내뱉을 때면 승오는 가끔 해일을 뒤집어쓴 느낌이 들었다. 의진의 흥분이 제게 전달되는 현상 자체가 자극이었다. 그게 나를 살게 하는 것도. 에스퍼와 가이드로 만난 게 천운이라는 생각까지 들었다.

“읏, 요즘엔, 천음 목소리가 안 들려서 너무 좋아.”

“아예? 먹먹한 것도 없어?”

“응, 응….”

구멍을 늘렸던 손가락을 빼내자 의진이 살짝 몸을 떨었다. 아예 속옷을 벗기자 귀두 주위가 동그랗게 젖어있었다. 의진은 흔적이 고스란히 남은 속옷을 승오가 쥐고 있는 게 부끄러웠는지 휙 뺏어 바닥에 던졌다.

“그, 그런 것 좀 가만히 보지 마….”

“부끄러워?”

아래는 잔뜩 세워놓고 고개를 느리게 끄덕거리는 게 미치도록 사랑스러웠다. 승오는 예전처럼 섹스에 거리낌 없던 의진도 좋았고 지금처럼 오만가지 감정을 흡수해 삐걱대는 의진도 좋았다. 그 간극에 천음이 존재하지 않았더라면.

승오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자 의진이 그의 허벅지 위로 올라탔다. 근육 잡힌 허벅지 위로 매끈한 엉덩이가 살랑살랑 비벼졌다.

“부끄럽댔지 하기 싫다고는 안 했어.”

의진이 승오와 비슷해진 시선을 맞추며 중얼거렸다. 승오도 순간 들었던 착잡한 감정을 지우고 의진의 골반에 손을 올렸다.

“나 안 한다고 말한 적 없는데?”

“치….”

소파 등받이에 기댄 승오의 어깨를 붙잡은 의진이 무릎을 굽혀 몸을 띄웠다. 그리곤 승오의 바지를 벗겨 딱딱하게 발기한 좆을 끄집어냈다.

두꺼운 좆대가리를 겨우 구멍에 맞추고 무게를 실어 몸을 내렸다. 엉덩이를 관통하는 둔중한 남근에 의진이 입을 살짝 벌렸다. 승오가 비좁은 안에 정신이 아찔했다면, 의진은 매번 뱃속을 어지럽히는 것에 발가락이 오므라졌다.

“너무, 커….”

“힘들면 누울래?”

“아니, 아니야. 내가 할래.”

승오를 끌어안은 의진이 조심조심 허리를 움직였다. 빠듯하게 구멍을 다 채운 좆이 동그란 엉덩이에 가려졌다가 나오기를 반복했다. 승오는 귓가에 닿는 의진의 얇다란 숨마저 삼키고 싶어 눈을 감았다.

“우읏, 응…. 아… 으응… 흣….”

길이 난 안은 어딜 건드려도 성기를 발딱 세울 만큼 자극이 됐다. 의진은 깊숙하게 승오를 삼킬 때마다 가이딩 에너지를 확 방출했다. 의진의 묵직한 에너지가 승오에게 전달되자 엉덩이를 쥐는 손등에 퍼런 핏줄이 비죽 솟았다.

앙앙대는 신음이 참기가 힘들었던 승오가 아예 엉덩이를 틀어쥐고 허리를 쳐올리기 시작했다. 느릿하게 이어가던 섹스의 장르가 뒤바뀐 셈이었다. 의진은 멋대로 들썩이는 몸을 늘어뜨리곤 마음껏 교성을 질렀다.

“앙! 응, 응! 응! 으흐, 응! 아… 스응, 응! 흣! 하응!”

“아, 씹….”

의진은 뿌리 끝까지 제게 박혀왔을 때 구멍을 확 조이며 승오를 자극했다. 그러자 허리짓은 더욱 거칠어졌고 의진의 성기에서 묽은 액이 분수처럼 쏟아졌다. 전립선을 하도 건드려 애액이 터져 나온 것이다.

“으으응!! 흐아, 아…. 하….”

승오의 어두운 훈련복이 의진의 선액과 정액으로 난잡해졌다. 그때 의진의 귀가 멍해졌다. 천음이 말을 걸어오면 늘 이런 식으로 모든 소리가 뭉쳐지곤 했다. 다급하게 의진이 두꺼운 어깨를 붙잡았다.

“흣, 으… 으응… 하읏…!”

우웅, 우웅. 뱃고동 같은 괴랄한 소리에 쾌락으로 젖었던 동공이 흔들렸다.

“아읏!”

그것도 잠시 소리는 빠르게 소거됐다. 승오가 의진의 목덜미를 물었을 때였다.

“이상해….”

“하아, 뭐가?”

의진의 판판한 가슴이 쉼 없이 오르락내리락했다. 승오가 의진을 살짝 올려다보자 급하게 입술이 맞물렸다. 혓덩이가 무방비한 입속을 가로질러 혀를 옭아맸다.

츄으읍. 츕. 추웁. 짙은 키스가 반복되고 천천히 입을 뗐다. 의진은 승오를 물끄러미 바라보며 말했다.

“너무 순식간이었어.”

의진은 제 귀에 손을 가져다 댔다. 그 말에 승오도 단번에 얼굴을 굳혔다.

“천음 목소리가 들렸어?”

“아니. 그건 아니었는데… 그 먹먹한 소음이, 들렸다가 갑자기 사라졌어.”

“이그노얼 능력 때문인가?”

“그럴지도 몰라.”

의진은 아직 정리되지 않은 호흡을 추스르고서 대답했다.

쿵쿵쿵. 심장이 뛰었다. 이제 정말로 의진의 몸 안에 있는 천음을 지울 날이 얼마 남지 않은 것만 같았다.

*

“그랬단 말이지.”

다음 날 승오는 여울을 만나 곧바로 전날 있었던 일을 이야기했다. 마른 턱을 쓱쓱 쓰다듬으면서 경청하던 여울이 고개를 끄덕였다. 유찬의 이그노얼 능력은 성인 에스퍼의 실력과 유사했다. 고작 보호소에 있는 아이의 에스퍼 검사 결과지를 보고 훈련 프로그램 결재 승인이 떨어질 정도였으니 다른 말은 필요치 않았다.

지금도 태준과 놀이를 빙자한 훈련을 진행하고 있을 터였다. 여울이 승오를 힐긋 바라봤다.

“전에는 접촉하는 시간이 길지 않아 순간적으로 사라진 거였을 거야. 벌써 이그노얼 영향이 간 모양이네.”

“그런 거 같아요. 천음 목소리뿐만 아니라 주기적으로 들리던 굉음도 잠잠해졌다고 했으니까요.”

“좋아. 그럼 이른 시일 내에 가이딩을 진행해보자.”

코빈 박사도 의진의 가이딩 조절 능력이 향상되었다고 말을 해주었으니 이제 실전에 돌입할 차례였다. 센터 안에서 은밀한 일을 꾸미고 있으니 꼭 비밀 조직이 된 것도 같다. 여울은 무조건적인 성공을 예감하며 쭉 허리를 폈다.

*

천음은 실험실 옥상에 서서 제가 세운 도시를 내려다봤다. 불쾌한 기분이 들면 이곳에 올라와 자기 뜻대로 움직이는 만물을 내려다보곤 했다. 회색 경기장에선 여전히 살기 위한 비명이 들려왔고 각성한 에스퍼를 받아내지 못한 가이드들이 시체처럼 들것에 이끌려 사라졌다.

“천음님, 날이 차갑습니다.”

감기 따위가 침범할 수 없는 천음인 걸 잘 아는 도훈이었다. 까만 코트를 어깨에 걸쳐주자 천음이 살짝 고개를 돌렸다.

“실험은 어떻게 되어가고 있나요.”

“수정한 물질화 공식을 대입해 한 번 더 테스트해볼 생각입니다.”

“이제 시간을 지체할 수 없을 거 같군요.”

의진이 제게서 멀어지고 있었다. 천음은 그것만으로도 그의 머리카락을 붙잡아 바닥에 내동댕이치고 싶을 만큼 짜증이 솟구쳤다. 감히 너 따위가 나에게서 벗어나려고 해? 천음의 붉은 입술이 잠시 씰룩였다.

“…지의진의 목소리가 잘 들리지 않습니다.”

도훈을 똑바로 바라본 채 말을 하던 천음이 고개를 저었다.

“나를 기만하는 거 아니겠어요?”

“……어차피 지의진은 ‘도시’ 사람입니다. 너무 염려하지 마세요.”

“아니요.”

날카로운 목소리에 도훈의 말이 댕강 잘려나갔다. 도훈은 올곧게 천음을 바라봤다.

“나를 배반하려 드는 놈까지 품고 싶지는 않아졌어요.”

덩어리진 찬 바람이 천음과 도훈을 스쳐 지나갔다. 살이 에일 만큼 차가운 공기에도 두 사람은 서로를 바라본 채 서 있었다. 햇살을 받아 더욱 밝아진 도훈의 눈을 바라보던 천음이 한 발자국 다가왔다.

“도훈 닥터가 하루빨리 실험을 성공시켜야 해요.”

“알겠습니다. 최대한 날을 당겨보겠습니다.”

“지의진도 당신처럼 내 말에 복종하면 참 좋을 텐데.”

차갑게 굳어있던 천음의 얼굴이 살짝 풀리며 손을 뻗었다. 얼음장보다 서늘한 손끝이 도훈의 얼굴을 훑어 내렸다.

“그럼 내가 당신을 사랑하는 것처럼 듬뿍 아껴줬을 건데 말이에요.”

“…저 하나로는 부족하십니까?”

처음으로 도훈이 의외의 질문을 던졌다. 천음은 살짝 놀란 얼굴로 손을 떼고는 입꼬리를 올렸다.

“일어나지 않을 가정에도 질투가 나나요?”

“……네. 천음님의 애정을 독점하고 싶은 건 당연합니다.”

“푸흐흣.”

의진을 향한 분노가 거짓말처럼 사그라들었다. 그렇다고 해서 용서하는 것은 아니었다. 다만, 지금은 저를 바라보는 도훈에게 집중하고 싶어졌을 뿐이다. 천음은 도훈이 둘러준 코트를 여미곤 살풋 웃음 지었다.

“당신은 제게 너무나 특별해요.”

“…….”

“덕분에 기분이 나아졌어요. 이제 몸 좀 녹여야겠는데.”

“제가 방으로 모시겠습니다.”

도훈이 천음의 뒤로 가 에스코트했다. 천음은 옆에 선 도훈을 만족스럽게 바라보곤 걸음을 옮겼다.

만일 의진의 몸에 있는 에너지가 지워진다면, 천음은 혹독하게 그를 벌할 생각이었다. 가장 끔찍한 지옥에 떠밀어 무릎이 갈리도록 빌게 할 것이었다. 의진의 비명을 상상하니 천음의 심장이 뜨거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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