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이드 인 더 시티 (56)화 (56/114)

#56

의진과 나름대로 단란한 점심을 마친 승오는 훈련실로 돌아오자마자 먹은 게 몽땅 소화될 만큼 능력을 사용해야 했다.

훈련 종료. 딱딱한 기계 음성이 훈련 종료를 알리자 쏟아졌던 군사들은 정지 상태로 사라졌다. 승오가 거의 단독으로 사용하는 이 훈련장은 그간 공실 상태로 남겨져 있던 훈련 난이도를 조정하는 여울이 다소 신난 듯 보였다.

관리실에서 나온 여울은 대자로 뻗어있는 승오에게 수건을 건네고는 팔짱을 꼈다.

“전보다 더 빡세진 거 같은데요.”

“당연하지. 네 능력도 전보다 빡세졌으니까.”

“정확히 어느 정도요?”

상체를 일으켜 흐르는 땀을 닦아낸 승오가 여울을 올려다보며 물었다.

“비밀이야.”

“…네?”

훅, 숨으로 앞머리를 들어 올린 여울이 기지개를 쭉쭉 켜며 앉아있는 승오의 머리통에 손을 올렸다.

전날 테스트를 마치고 여울은 곧바로 센터장에게 달려갔다. 그는 ‘도시’와의 전투를 그다지 반기지 않는 사람이었다. ‘도시’의 정보를 알아내기 위해 선두로 나섰던 추적팀 실패를 은폐하기 급급했으며 실패 원인을 파악하기도 전 인력 개편을 한다며 가이딩 평가를 시행하여라 명한 것도 센터장이었다.

‘여울 트레이너가 무슨,’

‘센터장님. 당장 주승오 요원의 센터 내 활동 금지 명령을 풀어주셔야겠습니다.’

‘…아직 징계위 회의가 끝나지 않았습니다. 돌아가 주세요.’

고지식한 노인네는 이래서 싫었다. 여울은 후, 한숨을 쉬고선 승오의 ESP 능력 테스트 결과지를 턱 하니 책상에 올려놓았다. 지금이야 능력이 쇠퇴했겠지만, 그도 한때는 이곳에 몸 담갔던 에스퍼였으니 그래프만 봐도 알 거라 믿었다.

‘주승오 요원의 ESP 능력은 날이 갈수록 파워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센터장님도 아시다시피 싸이코메트리 능력도 사용할 수 있게 됐고요.

‘크흠….’

‘에스퍼의 능력을 조절하고 제어하는 방법을 가르치는 것 또한 중요합니다. 또 다른 불상사가 생기시길 바라는 겁니까? 네?’

‘하지만….’

센터장은 잠시 고민하는 듯하더니 여울을 힐끔 바라보곤 관자놀이를 긁적였다. 어쨌든 승오는 전국의 모든 센터를 통틀어 등급 높은 에스퍼였다. 징계위를 핑계 대고 있지만, 그도 승오를 오래 썩힐 생각은 없었을 거다. 그냥 곧바로 풀어주기가 뭐 했던 거겠지.

‘그럼 허락한 것으로 알고 내일부터 주승오 요원 훈련을 진행하겠습니다. 그럼.’

쌩하니 테스트 결과지를 집은 여울이 뚜벅뚜벅 쓸데없이 넓은 센터장 사무실을 나왔다. 흘러내리는 앞머리를 확 쓸어올린 그는 함께 들고 있던 패드로 스케줄 표를 부리나케 짜서 승오에게 전송했다.

‘…승오를 그놈 같은 괴물로 만들 순 없지.’

여울은 희미하게 기억되는 아주 머나먼 과거의 천음을 떠올리곤 고개를 흔들어 생각을 지워냈다.

어제 일을 회상하던 그는 승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아직 네 능력을 완벽하게 파악하지 못했으니까 비밀이라고. 앞으로 일주일 내내 훈련이다.”

“…그럼 의진이는 언제부터 훈련할 수 있는 거죠?”

승오가 500mL 물병은 한 번에 들이키고선 병을 구겼다. 자신이야 훈련을 일주일 내내 해도 상관없지만, 홀로 있을 의진이 걱정됐다. 아직 혼자 있는 두려움이 커 보였다. 이런 식으로 훈련 시간이 늘어나면 쉬는 틈을 타 가는 것도 나중에 한계가 있을 터였다.

“안 그래도 팀장님한테 보고 드렸어. 곧 팀을 꾸릴 모양이야.”

“…….”

“거기엔 의진이도 포함될 거고, 그렇게 되면 무조건 훈련도 병행해야 해.”

“…그렇겠네요.”

전에 말했던 것처럼 이번엔 ‘도시’가 아닌 ‘천음’을 노리는 팀이 될 것이었다. 의진이 그걸 견딜 수 있을까. 승오는 손안에 구겨진 페트병을 바라보며 의진을 떠올렸다.

“그러니까, 네 역할이 중요해.”

“…….”

여울은 무릎을 굽혀 승오와 시선을 맞췄다. 정신계 에스퍼 트레이너답게 그도 생각을 읽을 줄 아는 모양이었다. 어릴 때부터 봐온 저 단호한 시선에 승오는 고개를 끄덕였다.

“무슨 뜻인지 알겠어요.”

“똑똑한 자식. 다 쉬었지? 훈련 시작한다.”

승오는 자리에서 일어나 땀에 젖은 수건을 벤치로 던졌다. 의진을 지켜내기 위해, 그 안에 숨어든 천음을 지워내기 위해. 승오 또한 지금보다 더 강해져야 했다. 예전 의진이 승오를 지키기 위해 간절히 바랐던 것처럼.

─맵 217, 훈련 시작.

*

천음은 의진이 사라지고 나서 연구실에 박혀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도훈 때문에 심기가 불편했다. 눈에 띄게 어두워진 태도는 의진을 그리워하는 것이라고밖에 생각이 들지 않았다. 실험으로 핑계 대기엔 그의 눈동자가 공허해 보였다.

“제가 부르지 않으면 통 직접 오질 않는군요.”

“…천음님.”

고개를 돌리자 연구실 문에 빼뚜름하게 기대선 천음이 보였다. 도훈은 쓰고 있던 고글과 라텍스 장갑을 벗었다. 복사된 의진의 가이딩 에너지를 실신한 에스퍼에게 주입하고 있던 차였다.

“그 애송이가 보고 싶어서 제게 항의를 하는 건 아니겠죠.”

“아시다시피 실험에 몰두하느라 그랬던 것뿐입니다. 그렇게 느꼈다면 정말 죄송합니다.”

저 다정한 목소리는 제 것이어야 하는데. 천음은 소리에 민감했다. 너무나 민감해서 주로 주변 소리를 다 지워낸 채 하루를 보내는 편이 많았다. 목소리에 섞인 감정, 생각이 그대로 와닿았다. 지금도 마찬가지. 도훈이 제게 건네는 저 말들이 거짓처럼 느껴졌다.

“거짓.”

“…….”

“죄송한 마음이 하나도 느껴지지 않아요.”

“천음님.”

사실이었다. 도훈은 지금 천음에게 죄송스러운 마음이 단 한 톨도 들지 않았다. 그러나 사실대로 말할 순 없었으니 잘못을 빌어야 했다. 무릎을 꿇은 그는 주먹 쥔 손등에 입을 맞추고 고개를 들었다.

“앞으로 주의하겠습니다. 마음이 많이 상하셨나요?”

“…….”

천음을 미워하는 건 아니었다. 미워할 수 없었을뿐더러 그는 제가 평생을 섬겨야 할 세상이었다. 단지 그 세상을 잠깐이나마 등지고 싶었을 뿐이다. 살아가면서 한 번쯤은 자신이 사는 곳이 지겨워질 때가 있으니까. 다른 공기를 마시고 싶을 때가 있으니까.

“그럼 이곳에서 당장 저를 안으세요.”

“…….”

“내 몸이 당신의 수풀 냄새로 범벅될 때까지.”

도훈은 질투로 응어리진 천음을 올려다보고는 부드럽게 웃었다.

“으흣….”

연구 자료와 실험 계획서로 엉망이었던 도훈의 책상 위로 천음이 눕혀졌다. 천음의 너풀대는 옷 안으로 머리를 들이민 도훈은 빨간 유두를 쪼옥, 쪼옥 그가 자극할 수 있을 만큼 애무했다. 차가울 것 같은 흰 피부는 한없이 뜨겁기만 했다.

“천음님이 그자의 생각으로 기분이 불쾌해지지 않으셨으면 합니다.”

바지 버클을 풀고 곧바로 드러난 팽팽한 성기를 제 것과 맞물려 움직이는 도훈이 말했다. 천음은 시원하게 느껴지는 수풀 내음에 신음을 내뱉었다.

“천음님께서 말한 불멸은 이것이에요.”

“아흑…! 도훈….”

애액으로 젖어든 구멍에 성기를 박아넣고 매끈한 허벅지를 쓸어올린 도훈은 그의 손을 끌었다. 그리고선 틈 하나 없을 만큼 연결된 접합부를 만지게 했다. 천음의 가느다란 손이 살짝 움츠러들었다.

“흣, 응…! 아… 아아…!! 응!”

“하아….”

천음의 흥분은 꼭 붉은 꽃이 만개한 것과 비슷했다. 그만큼 자극적이고 아름다웠다. 별다를 것 없는 남근과 음낭도 그의 것이면 탐스러워 보일 지경이었다. 도훈은 후두둑 떨어지는 종이를 슬쩍 바라보다가 허리짓에 박차를 가했다.

끈적지게 붙어오는 새빨간 내벽이 제 것을 삼키는 것 같았다. 천음의 허벅지를 잡아 벌린 도훈이 아래를 내려다보며 허리를 콱 쳐올렸다.

“아흐응…!!!”

천음이 교성 하는 그 순간 도훈의 귀에 이명이 들렸다. 삐이이이이─ 소리와 함께 천음은 절륜했다. 제 좆을 꾸역꾸역 삼키고 핥았고 다신 나가지 못하게 잡아당겼다.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며 예민해진 전립선을 계속해서 건드려주자 천음의 것이 정액을 흘렸다.

도훈은 천음을 품에서 놓아주지 않았다. 그의 벌어진 구멍에서 제가 싸지른 정액으로 깔린 서류가 젖을 만큼 쉼 없이.

격렬했던 정사가 만족스러운지 천음은 도훈의 위에 올라타 몸을 흔들었다. 아래 깔린 도훈을 응시한 채 요염하게 허리를 돌린 그가 몸을 숙였다.

천음의 손길에 의해 찢어진 셔츠 틈으로 탄탄한 가슴이 보였다. 가슴을 꾸욱 쥐고 흔든 천음은 손가락 사이로 튀어나온 유두를 금지된 과실을 훔치듯 탐했다.

“읏….”

“나를 심통 나게 해놓고선 풀어주는 재주가 좋네요, 도훈 닥터.”

천음이 박힌 채 흔들릴 때마다 그의 성기가 도훈의 아랫배에 툭툭 쳐대듯 닿았다. 도훈은 천음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만지며 인상을 찌푸렸다.

가슴을 아프게 깨물다가 젖을 빨 듯 부드럽게 빨던 천음은 제 안에서 더 커지는 성기에 싱긋 웃었다.

“저를, 응, 소홀히 하지 마세요.”

구멍을 바짝 조인 천음은 신음하는 멱살을 쥐고 속삭였다. 단정하고 차분한 얼굴이 육욕에 물들 때마다 바닥으로 고꾸라졌던 기분도 단숨에 나아졌다. 도훈의 짐승 같은 면모는 지의진은 꿈도 못 꿀 광경이었다. 오로지 저만 볼 수 있었다.

“그깟 애송이 때문에, 저를, 흐으….”

엉덩이 아래 허벅지를 쥔 도훈은 허리를 퍽퍽 쳐올리며 천음의 말을 막았다. 지금은, 적어도 이 행위를 할 때만큼은 그 입에서 의진이 나오지 않았으면 싶었다. 제게 무너지는 천음을 끌어안은 그가 이를 까득 물었다.

“하, 도훈, 응! 아! 아… 빠릅, 응! 으응!”

“제게 집중하세요, 천음님.”

거의 동시에 절정을 맞았다. 천음은 거친 숨을 내쉬며 웃었다. 팔을 뻗어 도훈의 뒤통수를 감싸고 그대로 키스했다. 꾸덕하게 제 몸에서 흐르는 정액이 혈류 속 피가 되길 바라면서. 익숙하게 입을 열고 혀를 미끄러뜨리는 도훈이 완전한 제 것이 되길 바라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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