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이드 인 더 시티 (40)화 (40/114)

#40

“지당하신 말씀입니다.”

“아, 읏… 하아….”

“저는 천음님만이 품으실 수 있어요.”

석류를 닮은 유두를 정성스럽게 할짝거리던 도훈은 싱긋 웃으며 천음을 올려다봤다.

“천음님만이, 저를 감당하실 수 있습니다.”

두 에스퍼의 열기가 방안을 후끈하게 만들었다. 천음은 젖어가는 구멍 안으로 얼른 도훈이 들어오길 바라며 고개를 젖혔다.

기다랗게 뻗은 하얀 목덜미에 정성스레 입을 맞춘 도훈이 흥분으로 아롱대는 천음의 골반과 허벅지를 문질렀다. 따뜻한 오금을 쓸어올린 후 허벅지를 붙드니 벌어진 엉덩이 틈으로 액이 번진 구멍이 열렸다. ‘도시’를 잉태하고 낳은 천음의 구멍은 늘 그렇듯 성스러웠다. 그 성스러운 곳에 천박한 욕정이 들쑤셔질 참이었다.

“얼른….”

쿠퍼액으로 번들거리는 귀두가 천음의 안을 파고들었다. 묵직한 좆대가 배 속을 가득 채우자 붉은 입술이 짓이겨졌다. 도훈은 잔물결처럼 흔들리는 몸을 내려다보면서 삽입을 이어갔다. 동물의 흡반 같기도 한 빨간 내벽들이 흥분한 성기를 주위로 혀를 내밀었다.

“우읏, 으… 더 깊이, 들어와요….”

팽팽해진 구멍이 오물거리며 도훈을 받아냈다. 처음 천음과 관계를 했을 땐 돌아와서 식도가 상할 만큼 토악질을 했었다. 속이 매스꺼울 정도의 흥분을 이겨내지 못했던 거다. 온몸에 힘이 빠졌고 분명 그 안을 들쑤신 지가 수 시간이 지났음에도 성기를 좀먹는 것 같았다.

“충분히, 깊이 들어와 있습니다. 하아… 이곳까지요.”

도훈의 고운 손가락이 천음의 배꼽 중앙부를 살살 어루만졌다. 그리곤 손바닥을 지그시 눌렀다. 납작해지는 배에 맞춰 허리를 콱 쳐올리자 살덩이가 희미하게 느껴졌다. 천음은 시트를 쥐고선 고개를 휙 돌렸다.

“느껴지시죠?”

“흣…….”

지금은 모든 게 당연해졌다. 과한 쾌락으로 토기가 올라오는 것도, 관계를 맺은 후에 잔상처럼 남는 향이나 촉감 같은 것도. 도훈의 몸엔 언제나 천음이 스며들어있었다.

뭉근하게 허리를 돌리다가 쉴 새 없이 추삽질을 했다. 성기가 안을 깊숙이 박을 때마다 애액이 피윳, 퓻- 터져 나오며 흥건한 소리가 연달아 이어졌다. 단단하게 발기한 좆은 계속해서 천음의 안을 쑤시고 박았다.

“읏, 응! 아, 도훈… 후으, 아…! 아아…!!”

“하아, 아름다우십니다. 정말요.”

격한 몸짓에 도훈의 은빛 머리카락이 관자놀이와 이마에 붙어 흔들거렸다. 천음은 숨소리가 섞인 부드러운 목소리를 좋아했다. 제게만 허락한 공간을 능숙하게 희롱하는 저 몸짓 또한 좋아했다. 도훈은 언제나 제 것이어야 했다. 누구에게도 줄 수 없는 소유물이었다.

“크읏, 아…! 응, 하아… 으응…!”

뿌리 끝까지 박아넣은 둔중한 좆이 잘게 박음질을 하더니 천음의 안에 길게 사정했다. 에스퍼와 가이드의 관계처럼 피부 접촉할 때마다 무의식적으로 에너지가 전달되고 생성되는 것은 아니었다. 도훈은 음습하고 진득한 안에서 빠져나왔다. 짙은 정액이 동그랗게 벌어진 구멍에서 느릿하게 흘러내렸다.

도훈이 에너지를 풀자 수풀 내음이 밤꽃 냄새와 섞여 진동했다. 아래에 깔린 헐떡임이 멎기도 전, 그는 빳빳하게 서 있는 천음의 좆을 입에 물었다. 프리컴과 정액이 튀어 비릿할 법한데도 선단을 핥아 올리자 꽃내가 났다.

“으응… 좋아요, 읏….”

츄읍, 츄웁, 초옥. 늘 고결할 것만 같은 얼굴이 불그스름한 좆을 물고 빨았다. 둥그런 귀두를 혀로 비비고 그 틈에 있는 요도구를 사탕 굴리듯 먹어대니 천음도 금방 사정감이 몰려왔다. 흥분으로 붉어진 몸 곳곳이 일렁였다.

“아읏, 응! 하, 읏, 응….”

혈관이 돋아난 기둥을 주무르며 귀두를 할짝이던 도훈은 파앗- 터지는 비릿함에 눈을 감았다. 긴 속눈썹과 높은 콧대에도 천음의 정액이 튀었다. 그는 성배를 받은 사람처럼 그것을 입에 고이도록 놔두었다.

“눈에만 담기에 아까운 모습이네요.”

밭은 숨을 내쉬며 상체를 일으킨 천음은 무릎 꿇은 도훈의 얼굴을 들며 말했다. 도훈이 살며시 눈을 뜨자 천음은 속 안에서 뜨거운 무언가가 들끓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인간의 모습이라기엔 지나치게 선연했다. 천음은 그 비릿한 입술에 입을 맞췄다.

소유욕과 욕정으로 자신을 집어삼키는 천음의 뒤통수를 쓸어 주던 도훈은 제 어깨를 깨무는 고통에 깊은숨을 내뱉었다.

“당신은 제 것이에요. 한 번만 더 내 심기를 건드렸다간.”

“…….”

“도훈 닥터가 그토록 보지 않으려 애썼던 그자의 처참한 모습을 보게 될 수도 있어요.”

“……천음님.”

“이런 건 어때요? 에스퍼들에게 실험하기 전, 제가 먼저 그자를 탐해보는 거예요. 재밌을 것도 같은데.”

심연을 떠도는 듯한 목소리. 천음은 나지막하게 도훈의 귓바퀴를 핥으며 속삭였다.

“어차피 당신도 나도, 에스퍼잖아요? 함께 테스트해보는 것도 나쁘지 않겠네요.”

도훈은 천음의 몸을 끌어안고서 눈을 감았다. 어떠한 대답도 불가능한 말이었다.

*

도무지 끝이 보이지 않는 길이었다. 승오는 정말 죽을 만큼 몸이 힘들지 않고서야 쉬어갈 생각이 없었다. 꿈에서 의진을 만나며 어느 정도 체력이 충전된 터라 앞으로 며칠은 더 나아갈 수 있겠다고 가늠했다. 매일 꿈을 꾸면 그를 만날 수도 있었겠지만, 승오는 꿈이 아닌 현실에서 의진을 만지고 싶었다.

어느 한 지점을 넘어서자 버려진 마을처럼 보이는 곳을 발견했다. 판자와 컨테이너로 이루어진 집 몇 채가 모여있었다. 승오는 귀에 꽂은 리시버를 빼냈다. 수일이 지났으나 정부에서 오는 연락은 단 한 건도 없었다. 상황을 파악 중이거나, 아니면 확실한 정보를 줄 때까지 중립을 지킬 생각인 듯 보였다. 그것도 아니면 이미 의진도, 승오도 제명이 됐거나.

귓구멍을 막고 있던 리시버를 빼내니 바람 소리가 선명하게 들려왔다.

“이런 곳에 웬….”

혹시 여기 사는 사람들이라면 ‘도시’가 정확히 어느 쪽으로 갔는지 알 수도 있었다. 희박한 가능성을 가지고 승오는 허름한 마을로 발길을 돌렸다.

“…….”

마을 어귀로 들어섰지만 어쩐지 사람의 흔적은 보이질 않았다. 여기도 폐허가 된 곳인가. 주변을 살피던 승오는 허탕을 친 건가 싶어 한숨을 쉬었다. 기괴한 그래비티가 그려진 컨테이너를 지나칠 때, 갑자기 문이 열리더니 누군가가 튀어나왔다.

“누구냐!”

승오의 키 반절 정도 오는 소년은 잔뜩 경계하는 낯으로 나무 꼬챙이를 들고 그 앞을 가로막았다.

“…….”

“너도 그 미치광이들이랑 한패냐?”

미치광이? 승오는 문 열린 컨테이너 안을 바라봤다. 널브러진 이부자리와 공책, 먹다 남은 주먹밥이 전부였다. 여기서 홀로 지내는 건가. 다시 고개를 돌려 소년을 바라보았다.

“그 미치광이가 누굴 말하는지는 모르겠지만, 혼자 지내는 거야?”

“…그렇게 말해놓고 또 누굴 데려가려고!”

소년은 승오의 말에 주춤거리다가 꼬챙이로 승오를 위협했다. 칼로 깎아 만든 나무 따위가 승오를 해칠 수 있을 리 없었다. 삐쩍 마른 소년을 한 손으로 방어한 그는 허리를 숙여 눈을 맞췄다.

“나는 EGI 소속 주승오 요원이라고 한다. 못 믿겠으면 신원 확인해 봐도 되고.”

“이씨이… 이거 놔!”

“묻는 말에나 대답해. 여기서 혼자 지내는 거야?”

패기 넘치던 소년은 자신에게 용건 없어 보이는 승오를 힐끔 바라보다가 컨테이너로 고개를 돌렸다. 그러자 승오도 쥐고 있던 손을 놔주었다.

“당연히 혼자 지내지. 내 누나를 미치광이들이 데려갔으니까.”

“뭐라고?”

“EG… 그게 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미치광이들이랑 한패는 아니라 이거지?”

“그래. 근데 어디서 봤다고 반말,”

“따라 들어와.”

확실히 승오의 옷차림은 저번에 왔던 그들과 달랐다. 경계심을 푼 소년은 승오를 컨테이너로 안내했다. 정확히는 혼자 들어간 뒤 승오가 오길 기다렸다는 표현이 맞았지만.

소년이 머무는 컨테이너는 열악하기 짝이 없었다. 더울 땐 덥고 추울 땐 추운, 모든 주변 환경을 흡수하고도 남을 곳이었다. 그곳에 이런 어린아이가 혼자 있다니. 승오는 도무지 이해가 안 갔다. 자세한 설명을 들을 필요가 있어 보였다.

“너희 집 말고도 몇 채가 더 있어 보이던데, 다른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로 미치광이들이 잡아갔어.”

“그 미치광이들이란 게, 정확히 누구지?”

“그건 나도 몰라. 이름을 말해주지 않았으니까. 아주 예쁘게 생긴 남자가 대장인 거밖에….”

승오는 그 상황을 떠올리느라 풀이 죽은 소년을 바라보다가 문득 천음을 떠올렸다. 만일 ‘도시’가 향한 곳이 이곳이 맞다면 맞닥뜨렸을 게 분명했다. 꾀죄죄한 손톱을 물어뜯는 소년의 손목을 잡아 내린 승오가 아까보다 누그러진 목소리로 물었다.

“왜 네 누나와 다른 사람들은 잡아간 건지는 알아?”

“…가이드, 라고 하면서 잡아갔어. 그게 뭔지는 몰라. 우리 누나 보고 그랬어.”

드문드문 상황을 설명하는 소년의 말을 들은 승오는 정확하진 않지만 대충 상황이 그려졌다. 세상에는 본인이 에스퍼인지 가이드인지 각성 한지도 모른 채 살아가는 사람들도 있었다. 에스퍼의 경우는 능력이 아주 미약한 경우였고 가이드는, 스스로 테스트해보지 않거나 주변에 영향을 받을 만한 에스퍼가 없을 때 그랬다. 이곳 사람들이 그랬던 모양이었다.

그래서 정부에게 선택받지도 못하고 평범한 사람들에겐 외면받은 채 살아왔던 거겠지.

“언제, 어디로 잡아갔어? 너는 여기서 혼자 지내도 되는 거야?”

“…한 달 정도 된 거 같은데. 일주일마다 먹을 걸 보내줘. 아껴 먹어야 하긴 하지만…. 그것보다 누나가 너무 걱정돼.”

꽤 씩씩해 보였던 소년은 누나를 말하자마자 닭똥 같은 눈물을 떨어뜨렸다. 이 어린아이가 낯선 사람을 상대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불안에 떨었을지 감이 잡히지 않았다. 천음이었다. 천음이 이곳 사람들을 잡아간 게 확실했다.

승오는 복잡한 머릿속을 최대한 잠재우고 떨고 있는 소년의 어깨를 다독였다.

“우리 누나를, 찾아줘. 그 미치광이들이랑 정말 한패 아니지?”

“…정말 아니야. 그러니까 믿어도 돼. 나도, 그놈들한테 되찾을 게 있어서 가는 길이었으니까.”

“그, 그럼 나도 같이 가도 돼?”

“안 돼. 위험해. 이곳에서 기다리면 누나가 올 거야.”

“…그게 언제인데?”

까무잡잡한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낸 소년이 승오를 바라보며 물었다.

“내가 데리고 올게, 네 누나. 열 밤만 자고 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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