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이드 인 더 시티 (22)화 (22/114)

#22

“다 울었어?”

“…응.”

울음을 그친 의진이 고개를 들어 승오를 바라봤다. 그가 작게 고개를 끄덕이자 승오는 작게 웃으며 그를 안아 들었다. 거의 매일 밤 사랑을 속삭였던 방으로 걸음을 옮기자 의진이 부끄러운 듯 눈을 내리깔았다.

침대에 의진을 조심스럽게 눕힌 승오가 열 오른 이마에 입을 맞췄다. 침대 시트에 널브러진 손에 깍지를 끼고 처음 관계를 맺는 것처럼 천천히. 피부의 열감을 다 느낄 수 있도록 오래오래. 맞물린 입술을 오물거리며 키스하던 두 사람은 손깍지를 풀어 서로의 셔츠 단추를 풀어냈다. 그 작은 떨림만으로도 의진에게서 강한 에너지가 흘러나왔다.

“왜 이렇게 떨리냐. 처음도 아닌데….”

승오가 먼저 셔츠를 명치까지 벗기자 의진이 조그맣게 중얼거렸다. 며칠 전 잠깐 맛봤던 하얀 피부는 흐릿한 하늘에도 빛이 났다.

“처음이랑 비슷하지. 우리 안 한 지 오래됐잖아.”

승오에게서 흘러나온 낮은 목소리는 의진의 상판으로 쏟아 내렸다. 셔츠가 아예 젖혀지자 의진이 슬쩍 몸을 뒤틀었다. 드러난 벚꽃색 유두는 마른 상판에 열린 열매 같기도 했다.

“아무 생각 말고,”

“…….”

“여기에 집중해. 알았지?”

“…응, 그럴 거야.”

의진은 고개를 주억거리며 승오의 단추를 톡톡 풀어갔다. 의진이 애써 풀어낸 셔츠를 한 번에 벗은 승오가 이번엔 검은 슬랙스를 벗겼다. 좁은 골반에 맞게 입은 속옷까지 벗겨내니 아직 발기하지 않은 매끈한 성기가 모습을 드러냈다. 승오는 의진의 나체를 보자마자 귓바퀴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수없이 몸을 섞고 에너지를 받아도, 대체 이 감정은 어디에서부터 시작되는지 알 수 없었다. 가슴이 불에 덴 듯 뜨거웠고 맞닿고 싶은 입술이 저절로 벌어졌다. 오묘한 기운이 승오의 전신을 덮쳐갔다.

완전한 전라가 된 두 사람은 비를 배경 삼아 키스를 나눴다. 피부끼리 닿는 체온이 얼마나 그리웠는지 모른다. 의진은 다리를 벌려 승오를 감싸 안고서 그의 목에 팔을 둘렀다.

“흐으….”

맞붙은 성기끼리 쓸리며 자극이 파생됐다. 묵직하게 짓누르는 무게감이 좋아 의진이 눈가를 찌푸리자 승오는 살 없는 옆구리와 흉통을 손바닥으로 쓸어주었다. 후으으… 요동치는 숨소리를 삼킨 승오의 폐가 찌릿했다. 의진의 에너지는 간혹 뭉툭하면서도 첨예한 무언가 같기도 했다. 몸 안을 휘저을 때면 온 감각이 예민해졌으니까.

키스로 달궈진 혀를 젖꽃판 위에 올려놓은 승오는 원을 그리듯 혀끝을 세웠다. 의진의 몸에선 늘 단맛이 났다. 어디를 핥아도 침샘이 아렸다. 봉긋해진 유두를 입에 담고 쪼옥 빨아들이니 바로 신음이 터져 나왔다.

“흣!”

“듣기 좋아, 의진아.”

물컹했던 좆은 어느새 딱딱하게 발기된 채 비벼지고 있었다. 곧 섹스할 거라는 생각만으로도 아래가 팽팽해졌다. 의진은 쿠퍼액을 주르륵, 흘리면서 승오의 애무에 녹아들었다.

“혼자 있을 때 자위했어?”

“으응, 안 했어….”

“한 번도?”

베개에 머리를 비빈 의진이 입을 벌렸다. 가슴을 한 움큼 쥐어 펠라 하듯 빨아대는 승오 덕분에 뒷구멍에서도 액이 흐르는 것 같았다. 아무것도 받지 않은 주름들이 절로 오물댔다.

“가, 가슴, 그만…. 으응, 아…. 흐으응…!”

“오랜만이잖아. 봐주라.”

승오는 아담한 유두가 퉁퉁 부어오를 때까지 괴롭혔다. 짓궂은 자극에도 잔뜩 흥분한 의진의 에너지가 몽땅 승오에게로 전달됐다. 고장 난 수도꼭지처럼 쉼 없이. 섹스할 때만 느낄 수 있는 남다른 힘이 있었다. 아마 수치상으로도 기록되기 힘들지 않을까 싶었다. 팔과 다리에 은은하게 있던 통증마저 순간적으로 사라졌다.

“풀어줄게.”

의진의 뽀얀 무릎을 모은 후 올린 승오가 제 성기에 맺힌 쿠퍼액을 훑으며 말했다. 이미 의진의 구멍에도 애액이 맺혀 있어 젤까지는 필요 없어 보였다. 핑크빛 구멍 주위 촘촘하게 자리한 주름 하나하나를 만지던 그는 검지와 중지를 동시에 밀어 넣었다.

“아, 으응!”

“의진아, 힘 빼.”

자위조차 안 한 게 맞았는지 의진의 아랫입이 손가락을 꽉 물어왔다. 조붓한 내벽을 파고들며 천천히 긁어주자 의진이 허리를 천장으로 올리며 헉헉댔다.

“앙! 아…! 아, 좋….”

“좋아?”

지금 저렇게 손가락을 조여와도 금방 길이 틀 걸 알았다. 승오는 저 촘촘한 주름이 팽팽해질 때까지 좆을 쑤셔 박고 허리를 흔들고 싶었지만, 꾹 참았다. 아까까지 의진이 감정을 주체 못 해 울기도 했고, 지금 이 정사를 일찍 끝낼 생각이 없었다. 약지를 하나 더 넣으며 종아리에 입을 맞춘 승오는 쿨쩍거리는 구멍을 보며 손목을 움직였다.

미끈한 애액이 손가락을 타고 흘러나올수록 승오의 정신과 육체는 또렷해져 갔다. 마치 의진이 승오의 페어 가이드라는 걸 증명하듯.

“흐, 그냥, 그냥 넣어주면… 안 돼?”

“너 힘들까 봐 그러지.”

“얼른 들어왔으면 좋겠어….”

의진은 어서 승오가 제 안으로 들어와 온몸을 꿰뚫어주길 바랐다. 그래야 살고자 했던 욕심이 이해될 것 같았다.

승오는 손가락을 깊숙하게 넣었다 빼는 것을 몇 번 반복하고는 뒤로 물러났다. 빼낸 손가락이 애액으로 질척해져 있었다. 통증을 자아낼 만큼 발기해있던 둔중스런 좆을 두어 번 쓸어올린 승오가 의진의 허벅지를 쥐고 자리를 잡았다.

“아프면 말해.”

“으응.”

압도할만한 크기의 좆대가리가 벌름거리는 구멍에 맞춰 서서히 삽입됐다. 고작 귀두만 들어왔을 뿐인데도 의진의 구멍은 입을 크게 벌리고 있었다. 의진은 고개를 확 젖히고 앓는 소리를 냈다.

“아, 커… 으흥, 응….”

“의진아, 힘 빼. 조금만.”

승오는 아랫입술을 물고 선단 중앙까지 밀어 넣었다. 정말 의진의 처음을 가져간 듯한 착각이 들 만큼 조여왔다. 그만큼 이성도 아득해졌다. 반절 정도 넣은 상태로 추삽질을 하면서 점차 깊숙이 들어갔다. 의진의 납작한 아랫배가 한눈에 보일 만큼 불룩해졌다. 오로지 성기로 채워진 부피감이었다.

“다, 다 들어왔어…?”

“아니, 아직.”

의진이 눈을 질끈 감으며 숨을 내쉬었다. 아래가 승오로 꽉 차다 못해 찢어질 것 같았다. 촘촘하게 주름졌던 구멍 주위는 팽팽해졌을 것이고 좆을 받아내는 아래는 있는 힘껏 벌어졌을 거다. 아랫배에 붙어있던 성기가 흥분감에 귀두를 부풀리고 꺼떡댔다.

“나 괜찮으니까 그냥, 아무렇게나, 응, 움직여줘.”

“그래도 돼?”

“으응, 괜찮아. 금방 익숙해져.”

승오는 의진의 말마따나 곧바로 무릎을 쥐고 뿌리까지 삽입했다. 그리고선 빠르게 허리짓을 시작했다. 구멍 가까이에 있는 내벽이 성기에 붙어 나오는 게 미치도록 조야할 따름이었다.

“응, 응! 응! 아, 응, 아! 앙! 승, 흐으… 아흣!”

깊숙하게 안을 찔렀다가 빠져나온 승오는 의진의 몸을 더 말고 허리를 쳐올렸다. 쿠퍼액과 애액으로 점철된 접합부는 벌써 찌걱거리는 소리로 시끄러웠다. 만일 에너지가 눈에 보이는 유기체였다면 지금쯤 이 방을 채우고도 남았을 거였다. 처박을수록 의진은 마구잡이로 에너지를 분출했다. 조절 기능을 상실했으니 뿜어낸다는 게 맞을지도 몰랐다. 의진의 성기가 빠른 박자에 맞춰 아랫배에 통, 통 튀어 흔들렸다.

“하아, 큿…!”

“으, 응! 응! 응! 아, 아아…!! 우으, 응! 응!”

의진은 스스로 가슴을 매만지며 신음했다. 곱절이 된 쾌락은 머릿속을 징징 울렸다. 아프면서도 좋았다. 좋은데 아팠다. 아래를 꽉 채운 승오의 성기가 마치 온몸을 관통해 입 밖으로 나오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깊었다. 전립선을 찌르지 않아도 사방이 성감대였다. 의진은 벌린 입으로 침이 새어 나오는 것도 모른 채 교성을 질렀다.

“아, 더, 더…! 응, 응, 아흥! 세게, 응? 으응…! 앙!!”

발긋한 유두를 비틀어 쥐는 손을 내려보던 승오는 철썩, 철썩 소리가 날 만큼 박아대다가 의진의 허벅지를 잡아당겼다. 깊게 박히면서 전립선을 찌른 모양인지 의진이 발꿈치를 들고 잠시 전율했다. 그때를 놓치지 않고 승오가 추삽질을 이어갔다.

“아, 승, 승오, 응! 아! 아, 진짜, 응, 응, 힉…! 아, 아흐읏…!”

“하아, 하아….”

정교하게 짜인 침대 프레임이 끽끽, 소리를 내며 삐걱거렸다. 의진은 쥐고 있던 가슴을 놓고 마음대로 신음을 내뱉었다. 굵고 단단한 성기가 사정없이 전립선을 건들자 아랫배를 쳐대던 성기에서 정액이 터져 나왔다.

마른 상판과 턱 언저리에 튄 정액을 갈무리할 틈도 없었다. 승오는 곧바로 의진의 허벅지를 더 벌리곤 꽉꽉 물어오는 내벽을 쑤셔댔다. 한껏 벌어진 허벅지 틈 여린 살도 예뻤고 부딪히느라 불긋해진 고환도 예뻤다. 접합부가 맞붙을 때마다 퐁퐁 터지는 에너지의 자극도 더할 나위 없었다. 의진의 하얗고 붉은 몸을 감상하던 승오도 그의 안에서 길게 사정했다.

“승오야, 너무 좋아… 아무 생각도 안 나.”

“나도, 나도 그래.”

안에서 나오지 않고 뭉근하게 허리를 돌린 승오는 손을 뻗어 젖은 의진의 성기를 만졌다. 한 손에 들어오는 살구색 것을 쓸어주니 의진이 눈을 감았다. 기다란 중지가 갈라진 귀두 틈을 매만졌다. 그러자 의진은 물고 있는 승오의 좆을 조이며 자지러졌다.

“아흐응! 아… 응….”

승오의 피부밑으로 순환하는 에너지를 시각화하고 싶었다. 얼마나 예쁠까. 구름 한 점 없는 밤하늘에 뿌려지는 은하수보다 절경일 것이다. 승오는 이제 완전히 회복된 것을 알 수 있었다. 고작 한 번의 섹스만으로 정신을 잃을 만큼 고통스러웠던 상처가 아물고 새 피부를 입었다.

“자위 안 한 거 많나 보네. 맛도 진해.”

“아, 그런 거 왜 먹어!”

의진의 정액을 손가락으로 닦아 맛본 승오가 대수롭지 않게 말했다. 수치는 의진의 몫이었다. 목덜미까지 잔뜩 붉어진 의진은 손바닥으로 얼굴을 가렸다. 미처 가려지지 못한 귀 끝을 본 승오는 피식 웃으며 몸을 숙였다.

“키스하자.”

“너, 그거 먹어 놓고 키스하자는 말이 나와?”

“그럼 안 할 거야?”

손가락을 벌려 빼꼼 눈을 마주친 의진은 지나치게 잘생긴 승오의 얼굴에 결국 백기를 들었다. 물론 저도 승오 정액을 먹으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었다. 피차일반이지. 합리화를 마친 의진이 손을 내리고 승오의 두꺼운 어깨를 잡았다.

자잘한 입맞춤을 반복하던 승오가 의진의 짓무른 눈가를 조심스레 만졌다.

“사랑해.”

“……나도.”

아, 이래서 내가 살려고 했구나. 너랑 이러고 싶어서. 의진은 이제야 제 욕심을 받아들였다. 더는 죄책감에 울지 않을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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