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가이드 인 더 시티 (4)화 (4/114)

#4

“으아, 읏… 응… 츄읍.”

의진은 승오의 도독한 아랫입술을 빨며 왼쪽 다리를 허리 부근에 감았다. 자연스럽게 커다란 손은 골반과 엉덩이를 감싸다 다시 넓혀진 구멍으로 진입했다. 성기보다야 만족감은 덜 했지만, 손가락이 주는 또 다른 쾌락이 있었다.

“읏, 응, 아! 응, 아아… 승오야, 읏, 흐읏…!!”

꽤 집요했던 핑거링에 기어코 사정을 한 의진이 본인의 성기를 딱딱한 복근에 뭉근히 비비며 후희를 즐겼다. 승오는 잔뜩 젖은 손가락을 구멍 주위에 문질렀다. 조밀한 주름 하나하나를 스칠 때마다, 미끄덩거리는 구멍에 손가락 몇 개를 욱여넣고 내벽을 사그락 긁어낼 때마다 의진이 어지럽게 산란시킨 에너지가 느껴졌다.

옅은 흥분이 미풍에 긁힌 잔물결처럼 흔들거렸다. 승오는 모든 걸 느낄 수 있었다. 그의 에스퍼였으니까. 땀에 묻어난 체온, 열기 섞인 한숨, 끈적해진 피부로 의진의 상태가 실감 됐다. 극도로 흥분된, 승오의 것을 끈적이게 품을 수 있는 상태가.

“의진아, 좋아?”

“응… 하읏, 너무 좋, 흐응….”

샤워가 급하게 끝났음에도 두 사람은 욕실에서 벗어나지 못했다.

이어지는 키스에 의진은 몸이 달았다. 물에 젖어 육감적으로 빛나는 승오의 근육질 몸을 바라보자 이제 전희는 고문에 가까웠다.

어쩔 줄 몰라 움찔거리는 의진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승오는 무릎을 굽혀 매끈하게 발기한 의진의 성기에 입을 맞췄다. 가장 의진의 냄새가 깊게 밴 허벅지 가장 여린 살을 오래도록 희롱하자 의진의 성기에서 터질 듯 프리컴이 흘렀다. 볼 주위에 닿는 주름진 고환도 흥분 요소가 됐다.

“으아, 아… 얼른, 넣어줘… 응?”

“내 마음대로 할 거라니까.”

“아씨이. 일단 넣은 다음에…. 박히고 싶, 단 말야….”

의진의 구멍은 체액을 잔뜩 머금고 있었다. 엉덩이 사이를 잡고 활짝 벌리자 핑크빛 주름이 팽팽해지며 동그란 중심이 뻐끔댔다. 그 벌어진 안으로 빨간 내벽도 보였다. 성기를 파고들면 조금의 틈도 안 주고 곧바로 쫀득하게 물어오는 그 점성을, 승오는 너무나도 잘 알았다.

승오도 한계이긴 했다. 아까부터 저 음습한 내벽에 마구잡이로 성기를 넣은 다음 가장 깊은 곳까지 푹푹 찔러대고 싶은 욕망에 통증까지 몰려오고 있었다. 승오의 커다란 손에도 겨우 잡히는 굵다란 것이 의진의 다리 사이에 자리 잡았다.

“으핫, 아… 우읏…!! 앙!”

의진은 승오의 삽입을 이렇게 평했다. 가장 극한의 쾌락으로 치닫기 위한 첫 번째 단계. 승오는 잘 가공된 실리콘 딜도보다 성기가 예뻤다. 그리고 컸다. 그리고 굵었다. 매일 쉴 새 없이 세탁기가 돌아갈 정도로 섹스를 해도 다음 날 저녁이면 완전히 다물려버리는 구멍은 승오의 성기를 받아낼 때면 최대한으로 벌어져야 했다.

굵고 끝이 둥근 그러나 가운데가 살짝 갈라진 뜨끈한 귀두가 꾸욱 힘을 싣고 밀려 들어오자 의진의 허벅지가 한껏 거리를 벌렸다. 뽀얀 엉덩이 틈으로 흉흉한 좆이 꽉꽉 들어차고 있었다.

“미친. 너무 좋아, 읏…!”

“힘 빼. 너 다치는 건 싫어.”

천천히 선단 중간까지 밀어 넣은 승오가 여유롭게 허리를 찰박거리며 말했다. 의진은 눈가를 벌겋게 물들이고 급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후으, 응. 마음대로. 알지? 나 힘 빠져도…, 흣…!!”

단번에 끝까지 꿰뚫은 승오의 성기에 의진은 끝내 말을 다 잇지 못했다. 정수리까지 닿는 격렬한 쾌감이 의진의 머리속을 징징 울렸다.

“으흥, 하, 항! 히잇! 아…! 앙!”

“힘… 빼라니까.”

승오의 좆대를 기어코 끝까지 품어낸 의진이 풍랑처럼 휩쓰는 쾌락에 몸을 맡겼다. 승오가 구멍부터 안쪽을 쿵쿵 찧어댈 때면 두뇌를 강타하는 열락으로 이성이 해리되는 것 같았다.

“승, 오야아… 아! 하앙! 항! 읏, 응긋…! 아…! 아앙!”

매칭률 백 퍼센트에 빛나는 두 사람은 모락모락 피어나는 흥분을 숨처럼 들이마셨다. 처박아대는 성기가 집요하게 전립선을 스쳐 지나갈 때마다 의진의 선단에서 선액이 고장난 수도꼭지처럼 줄줄 샜다.

퍽, 퍽. 둔탁한 마찰음과 함께 자지러지는 신음이 허공으로 떠올랐다. 승오는 흥분으로 젖어가는 정신을 다잡고 의진의 허벅지를 고쳐 들었다. 승오의 의도를 알아챈 의진이 팔을 들어 승오의 목에 둘렀다.

“허억…!”

의진의 허벅지를 잡아 지탱한 승오가 단번에 허리를 쳐올려 스팟을 찍어 박았다. 승오의 품에 안긴 의진이 아득한 절정을 마주하자 단전을 움찔거렸다. 의진의 마른 상판이 학학대며 숨을 몰아쉬자 승오는 또렷해진 눈을 깜빡였다.

절정 끄트머리에 다다를 때면 의진과의 파장은 한 치의 오차도 허용하지 않는 이중주 같았다. 공중에 방사된 에너지가 쏟아지는 별똥별처럼 승오에게 스며들었다. 쾌락에 흐물거리는 의진의 몸에 상반되게 승오의 활력은 최고조를 향해 성큼 다가갔다.

“더… 더어….”

게슴츠레 눈을 뜬 의진은 승오를 바라보았다. 격정적으로 맥동하는 승오의 가슴 근육이 땀에 젖어 유려하게 반질거렸다. 심장이 거세게 뛸 정도로 의진의 지금 모습은 너무나 색정적이었다.

의진의 요청대로 점성 짙은 희뿌연 액체가 잔뜩 넓혀진 구멍 안과 밖을 가득 채워나갔다. 승오는 쥐고 있는 허벅지를 더욱 부여잡고 허리를 거세게 쳐올렸다. 여러 액이 뒤섞이며 나는 끈적이는 마찰음과 다소 조야한 신음이 넓은 방을 메꿨다.

“승오, 응, 응…! 아, 히익…!! 아, 아아…! 긋, 아으응!”

“하, 미치겠다… 크읏!”

검붉은 성기가 의진의 뱃속에서 빠져나올 때마다 탁한 액이 길게 늘어졌다. 승오가 허벅지를 더 활짝 들고 엉덩이 근육이 콱 조여질 만큼 세게 박았다. 들어 박는 자세라 곧장 스팟을 연신 자극당한 의진의 고개가 바짝 젖혀졌다.

“아…! 흐응, 읏…! 하앙, 앙! 응, 응긋, 하아앙!”

내지르는 의진의 신음과 함께 폭발적인 에너지가 승오의 체내로 쏟아져 내렸다. 절정에 닿아 의진이 전해오는 가이딩은 언제나 폭우 속에 내던져진 기분이었다. 범람하듯 밀려오는 에너지의 파장에 승오가 속절없이 젖어갔다.

“응, 응…! 아, 하응! 읏…! 항, 하앙!”

신음에 맞추어 의진의 스팟을 연신 내려찍자 끊어지는 신음에 따라 뇌를 두드리듯 가이딩 파장이 쿵, 쿵 전해졌다.

“지, 의… 진… 너무 좋아….”

승오가 허리를 뭉근히 움직이자 울컥거리는 내벽을 느껴졌다. 제 성기를 머금은 의진은 박아댈수록 밀어내긴커녕, 오히려 더욱 뻐근하게 집어삼키는 듯했다. 처음 삽입했을 때보다 수월해지긴 했지만, 여전히 조이는 건 마찬가지였다.

섹스시간이 길어질수록 승오의 컨디션은 최상을 향했다. 가이딩을 하면 회복되는 건 에스퍼 뿐인데도 의진의 체력은 승오의 컨디션과 방향을 같이 했다.

“흣…!”

“아, 아…!! 흐으읏…!”

가이딩의 탈을 쓴 섹스는 결국 가이딩이 완료된 시점을 한참 넘어 끝이 났다. 언제나 그랬듯.

“아, 최고야. 주승오 진짜….”

“그렇게 좋았냐?”

“응. 너무 좋아. 승오야, 네가 너무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얼른, 얼른 한 번 더 박아줘. 좀 더 세게. 더 깊이 들어와도 돼.”

울혈 가득한 목덜미에 한 번 더 이를 세운 승오가 의진의 말에 고개를 들었다. 조명 하나에 의지해 바라보는 의진의 얼굴이 사랑스러웠다. 그 말은 나와의 섹스가 좋다는 뜻인가? 아니면 내가 좋다는 건가?

“나도 지의진, 네가 좋아. 죽도록.”

새벽 중턱에 걸쳐진 시간까지 몸을 섞은 두 사람은 공동 숙소에 입소한 뒤 처음으로 같은 방에서 잠을 청하기로 했다. 대충 미끄덩거리는 아래만 정리한 의진이 승오에게 매달려 연신 입을 맞췄다.

“내가 좋아하는 건 너야. 네 섹스도… 물론 좋지만, 그게 다가 아니라고. 나도 너 좋아해. 한 번만 더 멋대로 해석하고 혼자 삽질하면 죽는다?”

의진이 타액으로 젖은 입술을 손등으로 문지르며 선수를 쳤다. 승오는 가만히 의진을 바라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럴게.”

승오의 대답에 의진이 수줍게 웃었다.

*

고작 세 시간밖에 못 잤음에도 불구하고 승오의 컨디션은 하늘을 찔렀다. 딛는 걸음걸음은 공기 중을 걷는 것처럼 가벼웠으며 눈은 밖으로 빼내어 오랫동안 공들여 닦아낸 듯 보이는 모든 게 선연했다. 강도 높은 훈련을 하고 난 다음 날이면 언제나 있었던 약간의 근육통도 전혀 생기지 않았다.

“좋은 아침입니다.”

가뿐한 몸으로 에스퍼 트레이닝실에 내려온 승오는 전례 없는 선 인사까지 건넸다. 먼저 도착해 체내 능력 수치를 체크 중이던 동료 연재가 입을 쩍 벌렸다. 승오가 도착하자 사무실에서 나오던 담당 트레이너 겸 닥터 여울도 이상한 표정을 지으며 승오 쪽으로 가던 걸음을 멈췄다.

“왜?”

“…너야말로 왜 그래.”

검사실에서 나온 연재는 소름 돋는다는 듯 몸을 오소소 떨며 말했다.

“오늘 승오 컨디션 좋은가 보네.”

애써 굳은 얼굴을 푼 여울이 승오에게 손짓했다. 검사실로 들어온 승오는 자연스럽게 훈련복 지퍼를 내렸다. 너른 몸 여기저기에 여울의 손길에 맞춰 동그란 전극이 붙어졌다.

전극과 연결된 모니터에 천천히 그래프가 그려지기 시작했다. 승오가 보유하고 있는 정신계 능력은 크게 소모하지 않는 이상 늘 평균 수치를 웃돌았는데, 오늘은 기이한 그림을 이어나갔다. 가장 높은 천장을 쭉쭉 치고 올라가더니 수치를 나타내는 숫자 색이 파란색으로 깜빡였다. 뚫어지게 모니터를 보던 여울의 표정이 심각하게 일그러졌다.

“주승오.”

“네.”

“등급 검사 좀 다시 해보자.”

─에스퍼 등급 검사를 시행합니다. 제한 시간은 40초. 117명의 가상 군인을 무력화시키십시오. 시작 3초 전. 3, 2, 1.

얇은 철조망 뒤에 서 있던 승오는 카운트가 끝나자 광활한 스크린에서 쏟아지는 군인을 차례대로 멈춰갔다. 짧은 시간 안에 백 명이 넘는 사람의 뇌를 지배해야 했다. 비록 가상이라 할지라도 현실과 다름없는 데이터들이었다. 한 사람, 한 사람 눈을 바라보며 빠르게 행동을 조작해나가는 그를 여울은 날카로운 눈빛으로 훑었다.

─상황 종료.

다리를 절거나, 방향을 틀어 달리는 위치를 바꾸거나, 제거해야 하는 목표 인물 설정을 뒤바꾸거나. 승오는 다양하게 타인의 생각을 뒤틀면서 성공적으로 심사를 마쳤다. 갑작스레 능력을 과다하게 사용했음에도 몸에 큰 변화는 없었다. 천장에서 내려왔던 철조망이 거둬지고 바닥에서 생수 하나가 올라왔다. 물병을 쥔 승오는 곧바로 목을 축였다.

“…이게 무슨 일이지?”

모니터링 실에서 두꺼운 검사기록표를 들고나온 여울이 땀 한 방울 흘리지 않은 승오를 바라봤다.

“무슨 문제 있나요?”

“너… 센터에서 네 각성 여부로 주목하고 있었던 거 알고 있지. 에스퍼의 각성도 가이드에게 달려 있는데 의진이랑 매칭률이 백 퍼센트였으니까.”

승오의 눈은 바라보지도 않은 채, 여울이 긴급 프로토콜을 통해 짧은 단어들로 보고했다. 에스퍼. 등급재심사. 승격. 한눈에 봐도 내용을 알 수 있을 정도로 간결했다.

“에스퍼 등급이 하향되는 일은 있어도 승격은 희박하거든. 더군다나 최상위 등급으로의 승격은 말야.”

여울의 모니터로 시선을 옮긴 승오의 눈에 마지막에 위치한 단어가 들어왔다.

esp grade : 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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