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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전 3 : 다시 그곳…… (19/19)

ㅇㄱㅁㄷ

외전 3 : 다시 그곳……

오키나와 이시가키 공항을 바라보는 화준의 얼굴에 감격스러움이 묻어났다. 다시는 못 올 거라 생각한 이곳에 다시 시온과 함께 오게 되었다. 정말 감격스러웠다. 사실 아프기만 한 추억이 담긴 곳이라 다시 오는 게 망설여졌다. 혼자서 이별을 준비해야 했던 먹먹한 마음과 그를 등지고 돌아서야 했던 순간……. 생각만 해도 마음 한편이 시렸다. 그런 곳으로 다시 돌아간다. 화준은 고개를 저었다. 하지만 시온은 다른 생각이었다. 다시 돌아가서 안 좋은 건 훌훌 털어 버리고 좋고 행복한 추억을 담아 오자는 뜻이었다. 둘 사이의 견해 차이는 좁혀지지 않았고, 결국 시온이 침대에서 편법으로 여행 승낙을 받아 냈다. 그리고 오늘…… 시온과 함께 이시가키 공항을 밟았다.

“기분이 어때?”

“아직은 얼떨떨해요.”

갑자기 시온이 벤치 쪽으로 걸어갔다. 그리고 중간쯤 다리를 꼬고 앉았다.

“여기서 널 보냈지. 그게 마지막인 줄 알았다면 그렇게 보내지 않았을 텐데.”

시온은 씁쓸하게 웃으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그때와 아무것도 변하지 않았다. 다만 불안하게 뛰어 대던 심장이 그때와 다르게 잠잠했다. 입가에 잔잔한 미소를 머금고 제 눈앞에서 서서히 멀어져 가던 화준의 뒷모습이 또렷하게 기억에 남아 있었다. 그때는 행복한 날들이 지속될 줄 알았다. 아무것도 변하지 않고 이제 제 마음을 다 가져간 화준과 행복한 날들만 남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말도 안 되는 이유로 우리는 헤어졌고, 한 달이나 서로 다른 공간에서 서로를 그리워해야 했다. 시온은 이내 바지를 툭툭 털고 몸을 일으켰다. 이제 이 모든 기억은 삭제된다. 아프고 힘든 기억에 행복한 기억을 덧씌우기 위해 이곳을 다시 찾았다.

“이리 와.”

시온은 화준을 향해 두 팔을 벌렸다. 잠시 당황한 듯 주위를 두리번거린 화준이 눈을 질끈 감았다가 떴다. 그리고 결심한 듯 힘껏 품 안으로 뛰어들었다. 풀썩― 안겨 드는 몸을 소중하게 끌어안고 눈을 감았다.

다시 이곳으로 돌아왔다. 너와의 아픈 기억이 가득한 이곳으로.

시온은 그날의 기억을 곱씹듯이 그날과 똑같은 루트로 일정을 진행했다. 레스토랑에서 식사하고 나와 알지도 못하는 길을 따라 놀이터를 찾았다. 지도에 나오지도 않고 오직 감으로만 찾아간 곳이라, 찾는 데 꽤 오랜 시간이 허비되었지만, 아담한 놀이터는 여전히 그 자리에 있었다.

시온은 화준을 그네에 앉히고 천천히 그네를 밀었다. 후덥지근한 바람이 한차례 불어 머리카락을 흩날렸다. 그날의 화준은 이별을 앞두고 있었다. 정말 이 밤이 지나면 공시온과 헤어져야 한다는 게 믿어지지 않아 슬프기도 하고 불안하기도 했었다. 하지만 지금은 그렇지 않았다. 자신의 등 뒤에 서서 그네를 슬슬 밀고 있는 시온을 느끼는 것만으로도 마음이 벅차오르고 숨이 막혔다. 지금 이 기분을 말로 표현할 수가 없었다. 너무 좋아서, 너무 행복해서 그 어떤 말을 갖다 붙여도 설명이 되지 않을 것 같았다.

“제가 꿈을 꾸고 있는 걸까요?”

“아니.”

시온은 작게 웃으며 힘껏 그네를 밀었다. 발을 바동거리며 그만하라고 소리치는 화준의 목소리에 웃음기가 가득 묻어 있었다. 시온은 주머니에서 휴대폰을 꺼내 그네 앞쪽으로 이동했다. 그리고 환하게 웃고 있는 화준을 카메라에 담았다. 찰칵― 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다. 그네가 천천히 멈추어 섰을 때 화준은 비로소 몸을 일으키고 시온에게 다가왔다.

“저도 볼래요.”

시온은 말없이 휴대폰을 넘겨주고 그의 흘러내린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동그랗고 예쁜 이마가 드러나고 그 아래로 풍성한 속눈썹이 춤을 추는 게 보였다.

“저, 이렇게 안 생겼는데. 형이 찍어 주신 사진 속 저는 참 행복해 보여요.”

“그래?”

“어디서 봤는데, 사진은 찍어 주는 사람의 눈이래요. 피사체가 너무 예쁘고 사랑스러우면 사진도 예쁘고 사랑스럽게 나온다고…… 읍!”

시온은 화준의 턱을 들어 올리고 그대로 입술을 맞물렸다. 자연스럽게 벌어지는 입 안으로 혀를 밀어 넣고 허리를 바짝 당겨 안았다. 마음이 벅차올라서 참을 수가 없었다. 제 눈에 보이는 화준은 사진보다 열 배, 아니 천 배쯤 더 사랑스러웠다. 입 안 구석구석을 혀로 핥으며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 올려 화준을 바라보았다. 눈꺼풀이 내려앉아 풍성한 속눈썹이 파르르 떨렸다. 불쑥 입 안으로 밀려 들어오는 혀를 힘껏 빨아올렸다. 할 수만 있다면 도화준의 온몸 구석구석을 다 삼키고 싶었다. 아무것도 들리지도, 보이지도 않았다. 오롯이 도화준이 찬란하게 빛나며 제 마음을 간지럽혔다.

“호텔로 갈까?”

타액이 묻어 번들거리는 입을 손가락으로 문지르고 시온이 물었다. 화준이 천천히 고개를 끄덕였다.

* * *이ga맞dda

무슨 정신으로 주차하고 엘리베이터를 타고 왔는지 잘 생각나지 않았다. 정신을 차려 보니 화준이 고통스러운 신음을 쏟으며 제 품에 안겨 있었고 손은 그의 바지 속으로 들어가 아래를 지분거리고 있었다. 흥분감으로 가빠진 숨이 허공으로 흩어졌다. 지독한 기대감에 몸이 들떠 정신이 저만치 달아났다.

“혀엉, 으읏…… 드, 들어, 흣! 가요.”

가슴팍에 이마를 대고 힘겹게 흐느끼는 목소리를 듣고서야 주변을 눈으로 훑었다. 아직 객실 안으로 들어가지도 못하고 문에 화준을 밀쳐 놓고 그를 희롱하고 있었다. 작게 실소하고는 화준의 엉덩이를 받치고 번쩍 안아 들었다. 눈높이가 높아진 화준을 향해 시선을 옮기자, 그가 고개를 숙여 입술에 입 맞췄다. 짧게 떨어지는 입술이 아쉬워서 걸음이 빨라졌다. 익숙하게 객실을 가로질러 침실 문을 열어젖혔다. 내려오려고 발을 버둥거리는 화준의 종아리를 찰싹 때리고 침대에 걸터앉아 허벅지에 그를 내려놓았다.

“이 객실 예약한 거, 일부러 그런 거죠?”

“응.”

화준은 픽― 하고 웃었다. 시온은 정말 그대로 일정을 소화할 셈인지 같은 호텔, 같은 객실을 예약했다. 다리를 길게 뻗어서 몸을 밀착했다. 성이 잔뜩 난 시온의 성기가 엉덩이 아래로 느껴졌다. 하지만 화준은 일부러 모른 척하며 슬슬 엉덩이를 문질렀다.

“도발하지 않는 게 좋을 거야. 지금도 눈앞이 핑핑 돌아서 죽겠으니까.”

스스로 셔츠 단추를 몇 개 풀어내고 시온이 숨을 몰아쉬었다. 경고를 무시하고 화준이 요망하게 허리를 흔들며 그의 성기를 자극하고 있었다.

“내일 걸어서 이 방에서 나가고 싶다면 가만히 있는 게 좋을 텐데.”

“못 걸으면 형이 아까처럼 안고 나가 주시면 윽…….”

시온은 화준의 귓불을 깨물고 안으로 혀를 밀어 넣어 헤집었다. 뜨거운 혀가 숨과 함께 밀려 들었다. 늘 물리고 빨려서 감각이 둔해졌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정말 오산이었다. 물리고 빨릴수록 몸은 더 예민하게 반응했다. 어떤 느낌이 드는지, 어떤 온도를 가져다주는지 알기에 기대감으로 반응했다.

“도발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왜 무시해!”

“……으흣, 으, 자, 하윽, 잠깐만!”

두 팔로 화준을 꽁꽁 옭아매고는 귀만 집요하게 물고 빨았다. 안쪽으로 타액이 흘러들어 질질 떨어질 때가 돼서야 간신히 시온이 입술을 떨어뜨렸다. 단순히 귀만 빨렸는데 온몸이 흥분감으로 차올라 참을 수가 없었다.

“흣, 으읏, 으……!”

화준이 어깨를 한껏 올려 그의 입술을 피해 보지만 집요하게 물고 빨아 대는 행위는 멈추지 않았다. 숨이 할딱할딱 넘어갈 때가 돼서야 푹신한 침대가 등에 닿았다. 금방이라도 덮칠 기세로 흉흉하게 자신을 몰아가던 게 무색하게 몸을 겹친 채로 흘러내린 머리카락만 한 올, 한 올 넘겨 주었다. 그의 손길에 애정이 듬뿍 묻어났다.

“어디서 이렇게 예쁜 게 나타났어?”

“왜…… 갑자기…….”

잔잔한 미소만 머금고 화준을 바라보던 시온이 몸을 일으키고 무언가를 찾기 시작했다. 화준은 몽롱한 머리를 툭툭 두드리며 머리를 괴고 그의 뒷모습을 물끄러미 바라보았다. 한참 만에 몸을 일으킨 그의 손에는 슈트 케이스 하나가 들려 있었다.

“선물.”

“선물?”

화준이 늘어져 있던 몸을 일으키고 그의 손에서 슈트 케이스를 받아 들었다. 침대에 내려놓고 케이스를 열었을 때 안에는 네이비색 슈트 한 벌이 셔츠와 함께 들어 있었다. 무슨 의미인지 몰라 고개를 갸웃거렸다.

“남자의 기본은 슈트잖아. 정말 남자가 되었으니 슈트 한 벌은 가지고 있어야지.”

가슴속 무언가가 쿵 치받히는 느낌이 들었다. 남자…… 도화경이 아닌 도화준으로 살아가는 삶. 슈트의 낯선 감촉에 화준의 심장이 쿵쿵 뛰어 댔다. 아직까지 슈트를 입어야 할 일이 없기도 했고, 캐주얼을 선호하는 편이라 굳이 사야겠다고 생각한 적이 잆었다. 화준은 슈트와 시온을 번갈아 바라보며 희미하게 웃었다. 세심하게 신경 써 주는 시온이 고맙기도 하고 또 미안하기도 하고 마음이 좀 복잡했다. 화준이 두 팔을 허공으로 뻗자 시온이 가까이 다가와 몸을 숙였다. 두 팔로 그의 목을 감싸 안고 작게 속삭였다.

“정말 생각도 못 했어요. 감사합니다.”

“얼마나 근사할지 기대돼. 한번 입어 봐.”

화준이 몸을 떼어 내고 옷을 훌렁훌렁 벗어 던졌다. 신이 난 아이처럼 그의 얼굴에는 함박웃음이 피었다. 시온은 침대에 모로 누워 그의 얼굴을 눈에 담았다. 호적 정정 신청을 하고 나서 남들의 시선을 의식해서인지 외출을 거의 꺼리던 화준이었다. 아직 시간이 많이 필요하겠지만, 이것도 하나의 준비 과정이라고 생각했다. 바지와 셔츠를 입고 그 위에 재킷을 걸친 화준이 제 모습을 거울에 비추어 보며 연신 감탄사를 뱉어 냈다.

“아빠 옷 훔쳐 입은 애새끼 같군.”

“안 어울려요?”

“아니, 귀여워. 이리 와.”

시온이 몸을 일으키고 화준을 향해 손을 뻗었다. 화준이 앞으로 다가오자 주머니에서 버건디 컬러의 타이를 꺼내 화준의 목에 둘렀다. 얌전히 숨만 색색 내쉬며 신기한 눈으로 타이를 내려다보고 있는 얼굴에 살짝 홍조가 물들었다.

“넥타이 선물의 의미가 뭔지 알아?”

화준이 고개를 저었다. 매듭을 완성해서 적당히 조이고 헝클어진 머리카락을 손으로 매만졌다.

“당신을 곁에 두고 싶고, 갖고 싶어요.”

“아…….”

“내 마음이 그래. 널 내 곁에 두고 갖고 싶어.”

화준이 천천히 고개를 들고 시온과 시선을 마주했다. 커다란 눈동자에 물기가 맺혀 일렁였다. 와락―. 갑자기 품에 안겨 든 화준의 무게에 못 이겨 침대에 털썩 누웠다. 시온은 몸을 세우려다가 그대로 화준의 몸을 끌어안고 움직임을 멈추었다.

“형은 제게 너무 과분해요. 그래서 죄송하고 감사해요.”

“나, 엄청나게 나쁜 놈이야.”

“저한테는 엄청나게 착한 놈이에요.”

시온은 피식 웃고는 화준의 몸을 돌려 침대에 눕혔다. 순식간에 시야가 반전되자 화준은 눈을 끔뻑거렸다.

“이제 아까 못 한 거 해야지. 슈트 입은 애인이랑 보내는 밤은 좀 더 꼴리려나?”

매듭을 지어 놓은 타이를 단숨에 풀어 바닥에 떨어뜨리고 셔츠 단추를 하나씩 풀기 시작했다. 안에 아무것도 받쳐 입지 않아 금세 맨몸이 드러났다. 하얀 속살에 입술을 묻고 힘을 주어 빨았다. 능숙하게 옷을 벗기는 그의 손길에 몸을 맡기고 화준은 행복에 겨운 기분을 만끽했다. 상상조차 못 한 일들을 시온이 하나씩 제게 선물해 주고 있었다. 순식간에 바지와 드로어즈를 쥐고 끌어 내린 시온이 살짝 발기한 그의 것을 입에 담았다. 화준은 입을 벌리고 낮게 신음했다. 행복에 겨운 기분에 잠식당하고 아찔한 쾌감이 몸에 찾아들었다. 화준은 몸을 버둥거려 시온을 밀어 내고 몸을 뒤로 물렸다.

시온의 인상이 단박에 구겨졌다. 화준은 그의 손을 잡아끌어 침대에 눕히고 자신이 그의 몸에 올라탔다. 버클을 풀어 성기를 꺼내더니 화준이 귀두를 혀로 핥고 그의 것을 입에 머금었다. 입이 크게 벌어지고 반도 채 담지 못하고 캑캑거리는 모습에 시온은 실소했다.

갈수록 요망해진단 말이지. 시온은 화준의 뒤통수를 감싸고 약간 당겼다. 입 안을 파고드는 성기가 깊어지자 그가 허벅지를 다급하게 두드렸다. 뒤통수를 감싼 손이 떨어지자 화준이 성기를 뱉어 내고 숨을 들이켰다.

“오늘은 무리 좀 해 주면 안 될까?”

나른한 시온의 목소리를 들으며 다시 고개를 숙였다. 제가 뱉어 낸 타액에 범벅된 성기를 다시 입 안으로 삼켰다. 시온이 상체를 반쯤 세우고 화준의 뒤통수를 감쌌다.

“목구멍 열어.”

그의 성기가 입 안의 연한 살을 자극하며 한 손으로 목을 감쌌다. 다시 한번 화준이 허벅지를 다급하게 두드렸다. 시온은 아쉽다는 듯 뒤통수를 꾹 잡아 눌렀다가 손을 떼어 냈다. 푸악―. 소리를 내며 고개를 든 화준의 얼굴이 붉게 달아올라 있었다. 입가를 타고 정체를 알 수 없는 액체가 뚝뚝 떨어졌다.

“무서워서 안 되겠어요.”

“혀 내밀어 봐.”

화준은 시키는 대로 혀를 내밀었다. 시온의 손가락이 화준의 혀를 희롱한 듯 매만지며 살짝 잡아당겼다. 그리고 그 위로 흉흉한 기세로 발기한 성기를 문질렀다. 화준이 본능적으로 혀를 빼려고 하자 시온의 손이 그걸 막았다. 그대로 안쪽까지 매끄럽게 파고들었다. 목구멍을 자극당하자 구역질이 치밀었다.

“후우, 잘하네.”

“우웁! 으흑! 으……!”

헛구역질을 해 댈 때마다 목구멍이 귀두를 조여 물었다. 화준은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도 허벅지를 두드리지 않았다. 천천히 성기를 물렸다가 다시 한번 깊게 밀어 넣었다. 목구멍까지 닿은 성기가 입 안에서 흐물흐물 녹아 없어져 버릴 것 같았다. 욕심껏 입 안을 탐하고 제 성욕을 끌어 올렸다. 시온은 상체를 아예 일으키고 화준의 입에서 성기를 빼냈다. 눈물과 타액, 체액으로 범벅된 화준이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시온이 손가락을 미끌미끌한 입 안으로 밀어 넣고 문질렀다. 혓바닥에 묻은 체액이 손가락에 달라붙었다. 다급한 손길로 화준을 침대로 밀어 눕히고는 다리를 들어 구멍을 문질렀다. 기대감에 차오른 구멍이 숨 가쁘게 개폐를 반복하고 있었다. 시온이 틈을 벌리고 안으로 손가락을 밀어 넣었다. 타액에 젖어 단숨에 안쪽까지 파고든 손가락이 내벽을 자극했다. 따끈하게 달아오른 내벽이 손가락을 꽉 조여 물었다. 머릿속에 열이 끝까지 뻗쳐 오르고 욕구가 온몸을 집어삼켰다. 재킷과 셔츠를 그대로 입고 단추만 푼 채 누워 있는 화준은 뜨거운 숨만 색색 내뱉었다. 무자비하게 목구멍을 찔러 댄 탓에 침을 삼킬 때마다 목구멍이 따끔거렸다.

“하아, 아! 흐읍…….”

시온의 손가락이 예민한 부분을 긁어내릴 때마다 허리가 허공으로 튀어 올랐다. 오른손으로는 내벽을 쑤셔 대면서 왼손은 아래로 내려 엉망으로 열린 캐리어를 뒤적였다. 튜브 형태의 젤이 손에 잡히자 이로 마개를 제거하고 젤을 구멍에 꽂아 넣었다. 시온이 튜브를 누를 때마다 미끈하고 차가운 액체가 몸 안으로 흘러들어 왔다.

“흣, 차가워! 으읏……!”

“내 손가락에 달라붙은 액체는 뜨거운데? 네 몸속이 뜨거운가 봐.”

시온의 말에 귀까지 빨갛게 달아올랐다. 화준은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소매를 입에 물었다. 좀 뻑뻑한 감이 있던 아래가 완전히 젖어 질척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젤을 손가락으로 휘저으며 일부러 소리를 내는 시온 때문에 화준의 얼굴은 더할 나위 없이 붉어졌다.

“흣, 그만. 아후…… 읏!”

고집스럽게 얼굴을 가리고 있는 화준의 팔을 떼어 내고 천천히 제 성기를 문질렀다. 한껏 발기해 색이 약간 죽어 있는 성기를 구멍에 대고 가볍게 눌렀다. 구멍이 서서히 벌어지며 귀두를 살짝 물었다가 놓았다. 시온은 화준의 아랫배를 지그시 누르고 천천히 성기를 밀어 넣기 시작했다. 귀두를 시작으로 성기를 꽉꽉 조여 무는 내벽의 감각에 어금니를 사리물었다.

“아, 흣! 빨리, 윽, 빨리요.”

안으로 진입하는 성기의 핏줄 하나하나까지 다 느껴질 만큼 삽입은 지독스럽게 더뎠다. 안쪽 깊은 곳까지 벌리고 들어오는 느낌이 생생하게 전해졌다. 화준은 정신없이 시온의 목에 팔을 감고 매달렸다. 허겁지겁 입술을 찾아 물고는 혀를 밀어 넣었다. 시온이 기꺼이 입술을 열어 주고 혀를 내주었다. 화준은 입술을 모아 혀를 빨면서 치미는 울음을 삼켰다.

안쪽까지 꽉 들어찬 성기를 천천히 빼내면서 시온은 화준의 눈가를 혀로 핥았다. 화준의 사랑스러운 모습을 눈에 박아 넣으며 시온은 헛헛한 마음을 채웠다. 수없이 많이 몸을 섞어 왔지만, 오늘만큼은 마음이 달랐다. 1년 전, 이곳에서 화준과 마지막 밤을 보냈다. 그렇게 자신을 떠날 거라 예상하지 못한 채 화준과 몸을 섞으면서 사랑을 속삭였다. 자신의 곁에 누워 그런 말을 듣는 화준의 마음은 어땠을까. 마음이 둥실 떠올랐다가 차분하게 가라앉았다.

“화준아.”

“흣, 왜, 윽……! 요?”

“넌 그때 기분이 어땠어? 내 곁에 누워서 혼자 이별을 준비하던 그 기분이 어땠어?”

화준이 잔뜩 찌푸린 얼굴을 슬며시 풀며 시온을 바라보았다. 시온은 손으로 천천히 눈가를 쓸어 주고 그윽하게 눈을 마주쳤다. 느리게 한 번, 두 번 눈을 깜박인 그가 목에 두른 손에 힘을 주고 끌어당겼다. 서로의 숨이 닿을 만큼 가까워졌다.

“후우, 난 그때 생각 하나도 안 나요. 지금이 너무 좋아서 그때 생각 같은 거 다 잊어버렸어요.”

“하, 도화준.”

“그러니까 형도 다 잊어버리세요. 제가 지워 드릴 수 있으면 좋겠는데 그건 형 기억이니까요.”

화준이 씁쓸하게 웃었다. 오키나와에 오자고 했을 때부터 예상한 일이었다. 이곳에서의 기억이 하나씩 떠오를 때마다 마음이 시리고 아팠다. 시온을 두고 돌아서야 했던 감정들이 하나씩 떠오르고, 내색은 하지 않았지만 쓸쓸한 그의 눈빛을 마주할 때마다 깊은 한숨이 새어 나왔다.

“윽!”

갑자기 깊숙이 박힌 성기를 뽑아내고 푹 찔러 넣었다. 몸이 다 흔들릴 만큼 큰 충격과 쾌감이 한꺼번에 몰아닥쳤다. 입을 벌리고 목을 뒤로 젖혔다. 몸이 바들바들 떨렸다. 한껏 예민해진 내벽이 확 조여들며 아우성쳤다.

“나도 너처럼 다 잊어버릴 거야. 여기에서 기억은 오늘뿐이야. 딱 오늘.”

그 말을 끝으로 시온은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신없이 몰아치는 쾌감에 화준은 비명 섞인 신음을 한껏 내질렀다. 내장을 밀어 올리며 치받는 성기가 목구멍으로 튀어나올 것 같았다. 꾸역꾸역 삼킨 울음이 기어코 터져 눈물이 줄줄 흘렀다. 이건 기뻐서도 슬퍼서도 아닌 생리적인 눈물이었다. 허리를 감싸 끌어안아 제 허벅지에 앉힌 시온이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따끔한 아픔에 인상을 찡그리며 화준은 손등으로 눈물을 닦아 냈다.

“움직여, 얼른.”

화준은 그의 어깨를 두 손으로 쥐고 허리를 슬슬 움직였다. 앞뒤로 움직이며 포인트를 문질러 대며 성기를 바짝 세웠다. 하아, 얕은 한숨이 입술 사이를 비집고 흘러나왔다. 배 속이 우그러질 만큼 사정감이 몰아쳤다. 손을 아래로 내려 성기를 흔들면서 빠르게 허리를 흔들었다. 푹푹 쑤셔 박히는 성기가 포인트를 스칠 때마다 자지러졌다.

“아읏! 흣! 조, 으윽! 좋아!”

환희에 찬 신음을 내지르며 헉헉 숨을 내뱉는 화준의 허리를 바짝 당기고 허리를 약간씩 쳐올렸다. 성기를 쥐고 있는 그의 손이 빨라졌다. 뺨을 타고 흐르는 땀이 셔츠 깃에 흡수되었다. 시온은 화준의 상체를 감싸고 있는 재킷과 셔츠를 확 젖히며 목덜미에 이를 박아 넣었다. 화준의 몸이 경련하듯 부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배로 쏟아지는 뜨끈한 액체를 신경 쓰지 않고 혀로 핥고 빨아 댔다. 사정을 마친 화준이 가쁜 숨을 몰아쉬며 헐떡였다. 땀으로 흠뻑 젖은 얼굴을 손으로 쓸어 넘겨 주고 그를 침대에 밀어 눕혔다. 빠르게 그의 아래를 드나들면서 소리쳤다.

“앞으로 내 눈앞에서 절대로 사라지지 마. 무슨 일이 있어도! 후으, 절대로.”

“흐읏, 으으, 처, 천천히! 하윽!!”

“대답해, 도화준!”

화준의 얼굴로 땀방울이 후드득 떨어졌다. 방 안의 공기는 약간 서늘했지만 두 사람의 체온이 따끈하게 달아올라 후덥지근하게 느껴졌다. 화준은 정신없이 고개를 끄덕이며 다시 발기하는 자신의 성기를 손에 쥐었다. 끝나지 않을 것 같은 그 행위가 마침내 종지부를 찍었다. 허리를 깊숙이 밀어 넣고 허공에서 힘없이 흔들리던 화준의 발목을 세게 물었다. 시온은 화준의 안에 정액을 쏟아부으며 몸을 늘어뜨렸다. 화준이 싸질러 놓은 정액 때문에 배가 미끈거렸다. 시온은 성기를 빼지 않고 후희를 즐겼다. 얼굴에 입을 맞추고 하얀 목덜미에 잇자국을 새겼다. 화준의 이마를 덮고 있는 축축이 젖은 머리카락을 쓸어 올렸다. 드러나는 뽀얀 이마에 시온이 짧게 입 맞췄다.

“할 수만 있다면 네 몸 구석구석 다 씹어 삼켜 내 속에 넣고 싶어.”

화준이 열기에 붉어진 뺨을 더 빨갛게 물들이며 희미하게 웃었다.

**이게맞다**

서울로 돌아가기 위해 다시 이시가키 공항을 찾았다. 시온은 화준의 손을 꽉 붙잡고 함께 걸었다. 출국장으로 향하는 걸음이 비장했다. 다시 한번 같은 자리에 섰다. 서로 사랑함에도 어쩔 수 없이 헤어져야 했던 그 자리. 시온은 화준의 뒷모습을 바라보아야 했고, 화준은 남겨진 그를 애틋한 눈으로 바라보아야 했던 그 자리.

시온은 화준의 어깨를 감싸 품으로 끌어당겼다. 이 자리에서 헤어졌지만 우리는 다시 만나 이 자리에 섰다.

“이제 도망치지도 말고 숨지도 마.”

“네, 그럴게요.”

“가자, 우리 둘이 같이.”

화준은 시온의 품에서 빠져나와 그의 손을 쥐었다. 맞잡은 두 손에서 따뜻한 온기가 묻어났다. 성큼성큼 걸어 출국장으로 들어섰다. 혼자 이곳을 나와 공 회장이 보낸 사람들과 비행기를 타던 기억이 눈앞에 스쳤다. 화준은 고개를 작게 저었다. 이제 그런 기억은 모두 잊을 생각이었다. 이 길을 함께 걷는, 오직 공시온만이 제 기억을 채울 것이다.

“형.”

“응?”

“갑자기 하는 말은 아닌데.”

“……왜? 뭐? 불안하게 왜 그래?”

시온이 인상을 구기며 걸음을 멈췄다. 그러자 화준이 어색하게 웃으며 머리를 긁적였다. 입술을 달싹였다가 멈추고 또 달싹였다가 멈추고……. 꼭 해 주고 싶은 말인데 용기가 나지 않았다. 화준은 눈을 질끈 감고 소리쳤다.

“형, 사랑해요.”

“뭐?”

얼굴이 벌겋게 달아올라 잡고 있던 손도 뿌리치고 저만치 달아나는 화준을 바라보며 시온은 멍한 표정을 지었다. 지금껏 화준이 제게 사랑한다는 말을 한 적은 없었다. 언제나 마음을 표현하는 건 자신이었고 그 말을 듣는 건 화준이었다. 머릿속이 멍했다. 멀찍이 떨어져서 “형!” 하고 부르는 화준의 목소리에 가까스로 정신을 차렸다. 시온은 천천히 화준을 향해 다가갔다. 점점 거리가 좁혀지면서 얼굴이 선명해졌다. 그리고 마침내 화준의 앞에 섰다. 시온이 말없이 손을 내밀었다. 그러자 화준이 그의 손에 손을 겹치며 환하게 웃었다. 시온이 손가락 하나하나를 접어 손을 세게 쥐었다. 겨우 손을 잡았을 뿐인데 마음이 벅차올랐다.

너와 함께라서 행복해. 그리고 너와 함께할 모든 날을 기대해.

Fin.

그래서 난 미쳤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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