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권-Chapter 0 : Prologue (1/19)

**이게맞다** 갠소.공금.재업교환금지. 제발 혼자만 보세요

그래서 난 미쳤다 1

목차

Chapter 0 : Prologue

Chapter 1 : 계약의 시작

Chapter 2 : 조율

Chapter 3 : 계약 결혼

Chapter 4 : 우리 둘만 아는

Chapter 5 : 감정의 발현 (1)

Chapter 6 : 감정의 발현 (2)

Chapter 7 : 감정의 발현 (3)

**이게맞다**

Chapter 8 : 모든 날, 모든 순간

Chapter 0 : Prologue

“합시다, 결혼.”

“네?”

화준은 너무 놀라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남자는 희미하게 웃으며 다시 한번 했던 말을 그대로 반복했다.

“합시다, 결혼.”

손등으로 눈을 비비고 눈앞에 있는 남자를 바라보았다. 시야가 온전히 밝아져도 남자의 얼굴은 변하지 않았다.

이거 또라이 아냐?

기가 막혀 말문이 막혔다. 화준은 시선을 내려 천천히 제 상태를 훑었다. 머리는 사자 머리에 일부러 보란 듯이 다리를 쩍 벌리고 있었고 입에는 나무 이쑤시개를 물었다. 거기에 복장은 또 어떠한가. 촌스럽기 그지없는 일명 이소룡 추리닝을 입어 단무지 패션을 완성했는데, 근데 뭘 하자고? 호텔 커피숍 안에 있는 모든 사람이 자신을 바라보며 수군거리고 있었다. 화준은 어이가 없어 웃음도 나오지 않았다. 시선이 맞은편에 앉은 남자에게로 옮겨 갔다. 의식적으로 눈을 깜박거리며 눈앞에 앉은 남자의 몰골을 눈으로 훑었다.

몸에 착 달라붙는 스리피스 슈트로 몸을 감싸고, 감각적인 패턴이 그려진 넥타이를 목에 매고 앉아 있었다. 가슴엔 아이보리색 실크 행커치프를 무심하게 끼워 놓았다. 얼굴은 또 어떠한가. 연예인 뺨은 서너 대 칠 만큼 근사한 외모를 가진 남자의 얼굴에는 당당한 기백이 느껴졌다. 이 새끼 돌았어? 어디 나사 하나가 빠진 놈인가. 아니, 이 몰골을 보고도 결혼하자는 말이 나와? 화준은 어이가 없어 허허― 하고 웃었다.

“정식으로 인사하죠. 반갑습니다. KNN 의료 재단 이사장 공시온입니다.”

시온은 지갑에서 명함 한 장을 뽑아 화준의 앞으로 밀었다. 화준은 냉큼 명함을 집어 이름을 확인했다. 정자로 새겨진 이름 세 글자 공시온. 그가 맞았다. 선우 그룹의 장남 공시온. 화준이 짜증스러운 기분에 머리를 헝클어뜨리자, 고정해 놓은 가발이 흔들렸다. 미치겠네.

“이봐요, 공시온 씨. 나는!”

“부친이신 도창현 사장님께서 이번에 사업을 크게 확장하시더군요. 이래저래 제 입김이 필요할 겁니다. 도화경 씨가 협조만 잘해 주면 나도 어느 정도 힘을 보태 줄 의향이 있습니다.”

“이봐요! 나는…….”

“결혼식 세부 일정은 제 비서와 상의하시면 됩니다. 예물이나 예단은 생략하죠. 이 부분은 어머님과 합의된 사항이니 괘념치 마세요.”

“이봐요, 내 말 좀 들어 보라니까요.”

갑자기 시온이 의자를 밀고 몸을 일으켰다. 순식간에 화준의 얼굴 위로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화준은 반사적으로 몸을 물리고 눈동자만 데굴데굴 굴렸다. 그러자 시온이 허리를 숙여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라 입만 벙긋거리는 화준의 귀에 입술을 붙였다.

“당신이 뭘 말하려는지 알고 있으니까 입 다물어요. 이 결혼을 깨고 싶었다면 차라리 진한 향수를 뿌리고 분 냄새를 풍겼어야지.”

화준은 입도 다물지 못하고 눈만 크게 떴다. 그의 입김이 닿았던 귀가 더할 나위 없이 빨개졌다. 시온은 붉게 달아오른 귀를 깨물고 싶은 심정을 억누르고 허리를 바로 세웠다.

“결혼 생활이 즐거울 거 같군요, 도화경 씨. 또 봅시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