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0078 3부 : 사랑의 증명법 =========================
저녁을 먹고 돌아온 이후에 도윤과 민혁이 또다시 몸을 겹친 것은 이제 당연한 같은 일이었다. 아주 많은 일이 있었기에 많은 시간이 흐른 것 같았지만, 지금은 재회한 지 고작 나흘이 되는 날이었다. 민혁은 문에 들어오면서부터 도윤과 격렬하게 키스하며 들어왔다.
“흐으, 오늘은 별로 안 하고 싶었는데...”
“싶었는데?”
도윤이 더 물어오는 조용히 하라는 듯 민혁을 끌어당겨 입을 맞추었다. 입술을 입술로 막아버리는 도윤의 급박한 몸짓에 민혁은 어울려주었다. 호텔 입구부터 손을 잡고 들어오며 손장난을 했을 뿐이었다. 민혁은 손을 잡으며 손가락 하나로 도윤의 손바닥을 긁어내렸을 뿐이었다. 그 장난에서부터 불이 붙었다.
성급하게 서로가 뜯어내듯 옷을 벗었다. 민혁이 검은색 스웨터를 위로 올려 벗자 잘 짜인 근육이 드러났다. 현관에서부터 서로가 엉켰다. 민혁이 도윤을 들어 올려 키스하면서 들어왔다. 민혁이 도윤을 내려놓았다. 민혁은 도윤의 다리를 벌렸다. 민혁의 이름을 부를 때 마다 민혁은 온 몸에 키스했다. 손가락으로 도윤의 뒤를 확인해 보았다. 구멍은 이미 녹진녹진하게 풀어져 있었다. 안쪽으로 손가락을 깊숙이 넣어 돌리듯 휘저었다. 따뜻하고 약간 부은 안쪽이 손가락에 달라붙는다.
“아아, 흐, 흐으, 아아아... 응...!”
“좋아?”
로맨티스트의 상체에 짐승의 하체를 가진 민혁이 도윤의 귀에 대고 속삭인다. 이제 이걸 넣고, 흔들고, 찌르고, 널 엉망으로 만들 거야. 도윤은 식전 포도주와 민혁의 애무가 주는 쾌락으로 인해 그저 잔뜩 엉망이 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일 뿐이었다. 민혁은 도윤을 들어 도윤을 엎드리게 하고서는 그대로 자신의 것을 도윤에게 밀어 넣었다. 두껍고 큰 좆이 들어오자 도윤의 숨이 밭아졌다. 도윤은 자신의 내벽이 몇 번 뒹굴었다고 익숙해져 좆을 환영하듯 받아들이고 있다는 사실에 몸을 떨었다. 아니, 술 때문인가? 도윤은 혼란스러운 표정으로 민혁을 바라보았다.
“앗...! 아! 아아”
“술이 잘 듣네, 민도윤.”
파빌리옹에서 마신 와인의 양이 많긴 했다. 민혁 자신에게는 별로 많은 양도 아니었지만, 도윤은 적당히 알딸딸해질 정도였다. 와인이 원래 홀짝홀짝 마시다 보면 금방 취하는 법이었다. 평소와 다르게 좀 더 자신을 수월하게 받아들이는 민도윤을 보면 얼마나 취했는지 알 수 있었다. 민혁은 퍽하고 소리를 내어 쳐올렸다.
“흐, 흐으, 아아아...! 아...!”
“하, 민도윤.”
아래가 정신없이 씹어대는 통에 민혁이 길게 숨을 내쉬었다. 그리고는 다시 허리를 움직였다. 살이 부딪히는 소리가 나고, 그 소리 사이로 도윤이 울 듯이 신음을 흘렸다. 도윤의 팔이 무너지자 민혁은 도윤을 힘으로 일으켜 세웠다. 뒤에서 안긴 채로 성기가 출입하는 느낌은 아주 야릇했다. 곧게 도윤의 안쪽을 밀어버리고 들어오는 성기가 약간 휘어져 다른 곳을 자극하는 느낌에 도윤이 안쪽을 꼭 조였다. 민혁이 찌르는 교묘한 감각에 도윤은 다리가 풀어지는 것을 느꼈다. 내벽 안쪽이 온통 성감대가 된 것 같았다. 민혁의 성기가 긁는 부분에 진하게 떨림이 남았다. 더 긁어줬으면 싶었다. 엉망이 되고 싶었다. 쾅쾅 성기가 자신의 안쪽을 두드려주었으면 싶었다.
“으응...더...민혁아...”
“하, 민도윤 미치게 할래?”
”핫... 앗! 응...! 핫...!“
민혁은 한국으로 돌아가는 즉시 도윤을 자신의 집으로 데려오고, 대공사를 실시할 계획이었다. 동거를 위한 납치였다. 그리고 대형 와인셀러를 꼭 만들겠다 다짐하며 뒤로 도윤의 팔을 잡고 허리를 움직였다.
…
아침 아홉 시, 도윤은 민혁이 깨우는 소리에 눈을 떴다. 늘 도윤이 늦게 자게 내버려 두는 민혁이 도윤을 깨우는 것에는 무언가 이유가 있을 터였다. 도윤이 졸린 눈으로 민혁을 쳐다보았다. 민혁은 오랜만에 양복이 아닌 옷을 입고 있었다. 셔츠와 면바지 차림에 작은 캐리어를 들고 있다.
“민혁아, 오늘은 또 어디야?”
도윤은 오늘도 무언가가 있을 거라고는 예상은 하고 있었다. 도윤에게 무언가를 해 주고 싶어서 잔뜩 안달이 난 민혁이 하루라도 그냥 넘어간 날이 없었으니까. 도윤은 침대 속에서 일어나기 싫어서 꾸물거리고는 무엇을 했는지 손가락으로 하루하루를 세어보았다.
첫날 만나고는 허리가 빠질 정도로 뒹굴었지. 둘째 날은 점심에는 테이트 모던을 빌리고 저녁에는 런던 자연사 박물관을 빌렸다. 셋째 날은 파리로 출국해서 쇼케이스를 하고 에펠탑에 올라가 밥을 먹은 다음에 스위트룸에서 허리가 부서질 정도로 뒹굴었다. 넷째 날은 오랑주리 미술관을 본 뒤에 파빌리옹에서 저녁을 먹고 허리가 녹아내릴 정도로 뒹굴었다. 도윤은 순간 울컥해져서 민혁에게 말했다. 광공으로 태어나 괴물 같은 체력을 가지고 있는 지민혁은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 힘들어, 지민혁.”
“힘들어?”
그리고 놀랍게도 그 한마디로 민혁은 순한 한 마리의 양처럼 캐리어를 놓아두고 도윤의 옆에 앉았다. 민혁은 도윤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마 힘들었을 것이다. 안 힘들면 그것도 미묘하게 민혁의 자존심이 상하는 일이기도 했다. 민혁은 전화를 들어 오늘의 약속을 취소하려 했다.
“Annuler le calendrier de Disneyland.”
“잠깐만, 잠깐만 지민혁!”
“Attends une minute s'il te plait.”
도윤은 불어라고는 하나도 모르지만 하나는 알아들을 수 있었다. 디즈니랜드. 도윤이 벌떡 일어나 민혁에게 말했다.
“디즈니랜드?”
“응, 오늘 디즈니랜드 빌렸는데.”
디즈니랜드를 빌렸단 소리를 무슨 가평 오리 보트 빌렸다는 소리처럼 태연하게 하는 민혁의 말에 도윤의 눈이 휘둥그렇게 떠졌다. 가평 오리 보트도 빌리면 일단 타고 본다. 그것이 디즈니랜드라면 말할 것도 없었다. 도윤은 벌떡 일어나 민혁을 잡고 흔들었다.
“민혁아, 아직 취소 안 했지?”
“응, 통화 안 끊었으니까.”
“빨리 간다고 해, 간다고!”
“알겠어, 도윤아.”
또 빌리면 되는데...라는 민혁의 말에 도윤이 민혁의 등짝을 때렸다. 파리에서 많은 것을 기대했지만 설마 디즈니랜드까지 통째로 빌릴 정도일 줄은 몰랐다. 도윤은 서둘러 샤워하고 옷을 갈아입기 위해 화장실로 들어갔다. 도윤이 들어가는 것을 본 민혁은 열심히 전화로 오늘 갈 테니 준비해달라는 말을 했다.
…
디즈니랜드와 한적하다는 말은 가장 어울리지 않는 말일 것이다. 보통 디즈니랜드란 사람들이 바글바글해서 애플리케이션까지 받아가며 어트랙션을 타곤 한다. 하지만 오늘만은 달랐다. 민혁과 도윤은 입장료 없이 디즈니랜드에 입성했다. 모든 캐스트들이 나와 도윤과 민혁을 반겨주었다. 어린아이처럼 좋아하는 도윤을 보고 민혁은 자신의 예상이 맞았음을 알았다. 비눗방울을 보고 좋아하는 도윤을 보고 문득 떠오른 생각이었다.
늘 디즈니의 만화영화 앞부분에 나오는 백설 공주의 성을 지난다. 로열 블루와 분홍색으로 꾸며진 아름다운 성을 마치 왕과 왕비가 된 것처럼 두 손을 잡고 지나고 있노라니 가슴이 두근거렸다.
“어떻게 이런 생각을 했어?”
“네가 비눗방울을 좋아하는 걸 보고.”
“어제 그 파빌리옹 식당?”
“응.”
“그건 또 언제 봤어.”
지민혁 네 눈썰미가 생각보다 좋구나. 도윤은 그렇게 말하며 차례차례 눈앞에 보이는 놀이기구를 향해 가기 시작했다. 자신들이 가는 곳마다 캐스트들이 따라다녀 보는 재미도 있었다. 광산 카트를 타고 달리는 빅 썬더 마운틴은 도윤이 두 번이나 탔다. 제법 스릴있는 놀이기구였다.
“이거 써 봐, 민혁아.”
“이걸?”
무심코 들른 디즈니랜드 샵에서 민혁의 머리에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씌우고 좋아하는 도윤이었다. 광공의 법칙에 위배 되는 거 아니냐는 말에, 수가 해 준건 다 예외로 치는 거 몰랐냐는 관리자의 답변이 돌아왔다. 도윤이 민혁 몫의 미키마우스 머리띠를 고르는 것을 시작으로, 도윤의 쇼핑카트가 폭주하기 시작했다. 스티치와 알린, 스타워즈 캐릭터를 고른 도윤이 수행원을 불러 넘겨준 뒤 검은색 카드를 들었다. 민혁은 의아해했다.
“그건 블랙카드 아니야?”
“응. 근데 한율이꺼야.”
엿 좀 먹어보라고. 도윤이 그렇게 말하며 시원하게 카드를 긁었다. 런던과 인천을 오갈 수 있는 왕복 비행기 푯값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물론 이 정도 되는 돈으로 한율에게 쥐톨만큼도 타격이 가지 않겠지만, 적어도 소소한 엿은 먹일 수 있는 금액이었으니까. 도윤은 블랙카드는 빙글빙글 돌리면서 말했다.
“오늘은 한율이 지갑도 털자!”
상큼한 웃음이었다. 민혁 또한 고개를 끄덕였다. 백 번 옳은 말씀이다. 민혁은 수행원에게 지금 당장 저 카드로 디즈니랜드에 있는 모든 스티치와 알린, 그리고 스타워즈 상품들을 사 놓으란 지시를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