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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01 1부 : 광공이 되기 위하여 지켜야 할 규칙들 (1/82)

00001 1부 : 광공이 되기 위하여 지켜야 할 규칙들 =========================

[당신은 당신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10번째 사진으로 인해 죽었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돌아다니다 클릭한 흔한 게시글이었다. 카페 인기 게시글을 눌렀더니 한 육십 두번째 쯤에 있었던 그런 게시글. 제목이 "당신이 방금 뒈진 이유"라길래 이건 또 무슨 이상한 낚시글인가 해서 클릭해 보았다. 클릭해 보았더니 흰 사진에 "당신은 당신 휴대폰 갤러리에 있는 10번째 사진으로 인해 죽었습니다."라고 쓰여져 있었다. 그것으로 끝. 밑으로 스크롤을 내려보니 댓글도 꽤 달려있었다. 사람들은 연신 자판을 두드리며 웃은 흔적이 보이는 그런 평범한 게시글이었다.

[야 나는 양념치킨 때문에 죽었음ㅋㅋㅋㅋㅋ]

[나는 어젯밤에 술먹고 내 얼굴 찍었는데 그럼 나 진짜 내 얼굴보고 죽은거냨ㅋㅋ]

[윗댓쓴이=나]

피식 웃다가 그럼 나도 한 번 무엇때문에 죽었는지 확인해 볼까 싶어서 갤러리를 켰다. 첫째, 둘째, 셋째... 그렇게 사진을 손가락으로 넘겨가며 전체 갤러리의 열 번째 사진을 확인해보았다. 잘생긴 남자와 잘생긴 남자가 있는 사진, 아니 그림인가? 이런게 내 휴대폰에 있었나? 조금 더 눈을 찌푸리고 휴대폰을 가까이 들이밀었고,

"뭐야 이거...?"

약간의 의문과 함께 눈앞이 하얗게 변했다.

잠시 후 정신을 차리고 주위를 둘러보자 정말 아무것도 없는 흰 공간이었다. 단지 바닥이란 것만 존재하는 것 같은 공간. 황당할 정도로 깨끗하고 먼지하나 없는. 숨이 턱 막힐 정도로 결벽적인 공간에 나는 저도 모르게 손톱을 깨물며 일어났다. 뭐야, 나 진짜 어떻게 된거야? 여기 뭐지? 당황해 일어나서 고개를 돌려도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너무나 당황해 호흡마저 가빠져 갈 때였다.

"어, 저기요!"

"아아아아악!"

"진정하시고요, 비명 지르시지 마시고요."

눈 앞에 평범한 한 남자가 있었다. 굳이 말한다면 얼굴을 정면으로 쳐다보는 순간에는 제법 순진한 인상으로 잘 생겼다고 생각했는데, 어쩐지 존재감이 흐려보이는 그런 느낌 때문에 평범하다 생각이 드는 사람이었다. 입고 있는 옷도 엄청나게 평범해서 체크무늬의 셔츠에 청바지, 그리고 그 안에는 회색 티셔츠를 입고 있었다. 어느새 나타난거지? 방금 전까지는 분명 이 공간에는 아무것도 없었다. 사람은 커녕 그 어떤 것도 존재하지 않았는데! 이 사람이 아무리 존재감이 좀 희박한 느낌이라고 해도 이 아무것도 없는 하얀 공간에 있으면 눈에 띄기 마련인데!

"저는 방금 전에 나타난게 맞구요."

그 사람이 난처하게 웃었다. 오히려 그 사람이 웃으며 차분하게 긍정해주니 막혔던 숨통이 트인다. 숨을 몰아쉬며 놀란 가슴을 부여잡고 빤히 쳐다보고 있자, 그 사람이 민망한듯 얼굴을 붉히며 말을 이었다.

"제 이름은 민도윤이라고 합니다."

"아, 예 도윤씨."

"이름부터 지으셔야 겠네요."

"예?"

알 수 없는 말을 한다. 이름부터 지으라니. 내 이름은.....내 이름은? 갑자기 내 이름이 기억이 나지 않았다.

"도윤씨, 제 이름이 기억이 안 나네요."

"당연하죠."

"왜 당연하죠?"

"당신이 육백 사십 일곱번째 광공이 될 영혼이니까요."

"예?"

"당신이 육백 사십 일곱번째 광공이 될 영혼으로 선택받으셨다구요. 반가워요!"

"이....씨발...."

이름조차 기억나지 않는 이 막막한 현실, 산뜻하게 나보고 광 뭐시기가 되라고 하는 환장할 청년, 막 계약한 집도 찾지 못할 것 같은 이 공간, 그리고 나보고 영혼이라고 부르는 미친 소리에 나는 그만 정신을 잃어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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