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고등학생 박기윤은 어느날 별다른 계기 없이 다른 세계에 떨어져 노예가 된다. 비참해진 상황에도 자신의 가치를 찾고 세상에 적응해 살아가던 기윤의 앞에, 제국의 아름다운 황자 벨라 이그라임이 나타난다. “먼, 북쪽의 먼 이국에서 왔습니다.” “북쪽? 그러고 보니 음색이 이상하군. 이름은 무엇이냐?” “박기윤이라고 하옵니다.” “성도 이름도 이상하군.” 노예의 목 따위는 단숨에 베어버릴 수 있을 정도의 권력자. 그의 시선에 들지 않기 위해 노력하지만 어째서인지 이그라임 황자의 눈은 기윤을 매번 발견하고, 매번 알 수 없게 그를 바라본다. “오후 내내 생각한 기윤의 얼굴이 떠올랐어. 고요한 물의 정령 쉴마를 보여주었을 때, 나를 올려다보던 기대 가득한 얼굴. 흥분에 반짝거리는 검은 눈동자. 내가 황제가 될 거라는, 진심이 담긴 노골적인 아부도 마음에 들었지. 그 얼굴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으련만.” 자신만이 가진 욕망을 깨달은 이그라임 황자는 결국 호곡의 3일을 이용해 노예따위, 손에 넣어 즐겨보기로 가볍게 생각하고... “제게 못할 짓을 했다는 것 알고 있으십니까? 당신이 잘못을 했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까? 그래서 제가 당신을 싫어하고, 죽이고 싶을 만큼 증오하고 있다는 것을 이해할 수 있겠습니까?” “이곳이 죽을 만큼 싫다면 죽어보거라. 죽여주지는 않을 테니 재주껏.” 기윤의 용서받지 못할 반항에도 불구하고, 어째서인지 손에서 놓을 수 없어지는데ㅡ “확인을 하는 거지. 내가 더 강하고, 내가 더 사악하다는 것을.” 깨진 거울도, 세상을 비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