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02. 노은율 (35/43)

02. 노은율

꽤 다정한 손길이 어깨를 둥글게 쓰다듬고 목덜미를 매만진다. 은율아, 일어나자, 나지막이 부르는 것을 듣고 꿈틀꿈틀 옆으로 돌아누웠다. 맨정신이었으면 목소리로 잘생긴 척하지 말라고 옆구리를 찔렀겠지만 지금은 잠결이니까 한 번 봐주기로 했다. 뭉그적거리며 원우의 가슴팍에 이마를 비비는데 달갑지 않은 말이 들렸다.

“비 많이 오네.”

“…뭐?”

부스스 눈을 뜨고 고개를 들어 올렸다. 팔베개를 해 주고 있는 원우 너머로 보이는 창문 밖 풍경은 햇볕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화창한 아침이 아니라 장대비가 주룩주룩 내리는 궂은 날씨의 흐린 아침이다. 오만상을 찡그리며 일어나려다가 어제의 여파로 후들거리는 허리 때문에 앞으로 고꾸라질 뻔했더니 원우가 내 몸을 번쩍 들어 앉혔다. 침대 끄트머리에 아무렇게나 쑤셔 박혀 있던 티셔츠를 끄집어내어 입으면서 중얼거렸다.

“이상하다, 분명히 내가 날씨 확인했을 때는 주말까지 비 안 온다고 했는데….”

“서울 날씨로 본 거 아냐?”

나도 모르게 헉, 했다가 시선을 피했다. 아닌데, 제주도 날씨로 봤는데, 대답은 하고 있지만 자신감이 없어서 점점 목소리가 기어들어가는 걸 눈치챈 원우가 팔을 쭉 뻗고 스트레칭을 하면서 피식 웃었다.

“뭐 비가 오든 말든 어차피 제주도 올 거였잖아. 차로 다닐 거니까 신경 쓰지 말고 아침 먹으러….”

“잠깐만, 야, 배 안 뜨는 거 아냐?”

“응?”

“우도 가는 배. 이런 날씨면….”

나른하고 여유 있던 아침의 분위기는 거기서 끝났다. 멍하니 서로를 마주 보다가 나는 황급히 TV를 켰고, 원우는 얼른 핸드폰을 집어 들고 어딘가로 전화를 걸었다. 강풍을 동반한 폭우, 제주도 가까운 바다 풍랑 주의보, 뒤늦게 틀어 놓은 뉴스에서 알려 주는 제주도의 날씨는 한 마디로 최악이었다. 전화를 끊은 원우가 배가 안 뜰 것 같다며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원래는 미리 찾아 둔 숙소 근처의 식당에 가서 아침을 먹으려고 했는데 포기했다. 이런 돌발 상황에는 간단하고 편한 게 최고다. 남이 차려 주고 치워 주는 밥이면 더할 나위 없고.

호텔 조식을 먹으면서 여행 일정을 급하게 수정해야 했다. 첩첩산중이었다. 일기 예보에서는 오늘 하루 종일 비가 내린다고 했고, 심지어 우리가 제주에 있는 2박 3일 내내 제주도에 비가 올 예정이었다. 결국 우도로 건너가려던 계획을 없애고 코스를 바꿨다. 급하게 일정을 바꾸자니 동선이 맞지 않는 것들이 있어서 머리를 쥐어뜯고 있을 때 소정이에게 전화가 왔다. 비가 많이 오냐고, 하필 신혼여행 간 건데 날이 이렇게 안 좋을 건 뭐냐고 안타까워하길래 그놈의 신혼여행 소리 좀 안 하면 안 되냐고 하려다 내가 내 입으로 신혼여행 소리 하기 민망해서 참았다.

- 정 안 되겠으면 오늘은 그냥 호텔에서 쉬어. 좋은 숙소 잡았다며. 근처 산책도 하고, 정원 구경도 하고, 원우랑 뒹굴뒹굴하면 되잖아. 제주도에 그렇게 쉬러 가는 사람도 많아.

“뒹굴뒹굴 어제 실컷 했어.”

- 그럼 나가려고? 비 많이 온다며.

“걸어 다닐 것도 아니고, 여기까지 왔는데 호텔에 처박혀 있다가 갈 수는 없잖아.”

맞은편에 팔짱을 끼고 앉아 있던 원우가 내 말을 듣자마자 고개를 끄덕인다. 언제 또 올지 모르는 여행인데 이대로 시간만 허비하다 서울로 돌아갈 수는 없다. 입장권 끊고 딱 한 걸음만 딛고 오더라도 가 보기는 가 봐야겠다. 그렇게 말했더니 소정이는 한숨을 푹푹 쉰다.

- 날 안 좋은데 너무 무리해서 운전하지 마. 제주도 은근히 커서 운전하는 데 오래 걸리니까 꼭 교대로 운전해. 알았지? 조심하고.

“알았어.”

- 어휴, 물가에 애 내놓은 심정이네, 진짜.

“내가 애냐?”

- 제일 걱정되는 건 따로 있는데 설마 거기까지 가서 그러겠나 싶다.

“왜, 뭐가.”

- 제발 싸우고 누구 하나 먼저 서울 올라오는 비행기 타지 마라, 응?

“싸우긴 왜 싸우냐, 안 싸워.”

이번엔 원우가 움찔하더니 기계적으로 고개를 끄덕인다. 사실 자신 있게 대답은 했지만 나도 찔리기는 마찬가지였다. 각자 회사에서 시간을 보내고 집에 돌아와서 잠깐 얼굴 보고 밥 먹고 잠이나 같이 자는 평일에는 함께 있는 시간이 길지 않으니까 거의 안 싸웠지만, 이십사 시간 얼굴을 맞대고 있는 주말에는…. 아무리 예전보다 싸울 일이 줄었다고는 해도 어쨌든 나도 양심이라는 게 있는데 안 싸웠다고는 못 하겠다. 이번 여행에서는 2박 3일을 꼬박 붙어 있어야 한다. 과연 안 싸울 수 있을까. 전화를 끊고 내가 나갈 채비를 하는 동안 목적지를 확인하고 대충 시간을 계산한 원우가 차 키를 빙글빙글 돌리다가 불쑥 묻는다.

“너 솔직히 2박 3일 내내 나랑 안 싸울 자신 없지?”

“…….”

“우리 내기 하나 하자.”

“무슨 내기?”

나름대로 뭔가 생각한 게 있나 보다. 눈을 가늘게 뜨고 원우를 쳐다보자 가까이 다가온 원우가 말린 내 티셔츠 끝을 정돈해 주면서 조곤조곤 설명했다. 어차피 안 싸울 수는 없으니까 덜 싸우기라도 해야 되지 않겠냐, 좋든 싫든 2박 3일 내내 붙어있을 건데 처음 여행 왔다가 괜히 서로 마음 상할 일 없어야지, 그러니까 서로 핸디캡 하나씩 주자고. 구구절절 설명을 늘어 놓길래 오늘따라 혓바닥이 왜 이렇게 기냐고 배를 쿡 찔렀더니 그제야 용건만 간단히 정리한다.

“금지어 하나씩 정해 놓고 걸리면 벌금, 어때?”

“내가 너무 절대적으로 불리하지 않냐?”

“네가 유리하지. 금지어 정할 거 존나 많은데 내가 하나로 봐주는 거잖아.”

“…벌금 말고 다른 걸로 해.”

“소원 들어주기? 그럼 난 앞….”

“앞치마 소리 하기만 해.”

앞치마의 앞까지 입 밖으로 나왔다가 들어간다. 그 굴욕과 치욕의 순간을 두 번 당할 수는 없다. 흥정 하루 이틀 하냐며 눈을 찡긋거리면서 달라붙는 원우를 침대 위에 던져 놓고 빠트린 것이 있는지 방을 다시 한 번 둘러보았다. 짐짝처럼 침대 위에 날아갔다가 뭉그적거리며 다가오더니 슬쩍 뒤에서 내 허리를 안는다. 뭐 사람도 없는데 굳이 뿌리치려고 괜한 힘 쓸 필요가 있나 싶고, 사람 오면 그때 밀지 뭐…. 허리와 배를 자꾸 만지작거리는 걸 가만히 두고 원우를 매단 채로 방 밖으로 나왔다. 엘리베이터가 도착하길 기다리고 있었는데 원우가 뭔가 좋은 생각이 났는지 나를 돌려세운다.

“그럼 이렇게 하자. 금지어 하나씩 정해 놓고 그 말 할 때마다 사랑한다고 하기.”

“벌금 얼마 낼까?”

“아 왜, 벌금 싫다며.”

“그냥 벌금이 낫겠다. 너한테 너무 유리하잖아.”

“네가 벌금 싫다고 했잖아.”

“그래서 얼마?”

“야, 노은율, 나한테 사랑한다는 말 한 마디 하는 게 그렇게 힘드냐?”

움찔했다. 일부러 저러는 걸 아는데도 저런 표정을 지으면 하려던 말도 쑥 들어간다. 어깨는 잔뜩 움츠리고, 입술은 비죽 내밀고, 시무룩한 표정을 한 채로 내 눈치를 보며 낑낑거리기라도 할 것 같은 원우를 힐끔힐끔 보다가 한숨을 쉬었다.

“…그래서 금지어 뭐 하려고?”

다음엔 이런 이야기 할 때 눈 감고 있어야겠다. 원우가 저렇게 쭈굴쭈굴해질 때마다 매번 속는다. 한숨을 푹푹 쉬고 있자 잽싸게 옆으로 온 원우가 속삭이는 것처럼 작게 말한다.

“싫어.”

“뭐가?”

“그걸로 하겠다고.”

“…뭐라고?”

“넌 이제부터 싫다는 말 할 때마다 나한테 사랑한다고 해야 돼. 안 그러면 한 번에 벌금 십만 원이다.”

“뭐야, 벌금 안 하기로 한 거였잖아!”

“벌금 안 달아 놓으면 네가 사랑한다는 말 절대 안 할 거 아냐.”

“아 뭐래, 싫어.”

나를 뚫어져라 보고 있던 원우가 회심의 미소를 짓는다. 도끼눈을 뜨고 있다가 입술을 꽉 깨물었다.

“싫어?”

“…….”

“왜 다음 말이 없어? 벌금 내려고?”

“…….”

“십만 원 감사. 퍼피걸즈 화보집 사야지.”

엘리베이터가 주차장에 도착했다. 신이 나서 콧노래까지 부르며 내리는 원우의 뒤에서 부들부들 떨고 있다가 등을 후려쳤다. 십만 원이 아까운 것보다도 기껏 나한테서 뺏어간 돈으로 퍼피걸즈 화보집 나부랭이를 산다니까 그게 더 열 받았다. 차까지 가는 동안 머리를 굴리다가 운전석으로 가는 원우를 뒤로 끄집어내고 말했다.

“싫어?”

“뭐가?”

“난 이걸로 한다.”

“응?”

“네가 나한테 싫으냐고 물어볼 때마다 너 벌금이라고. 사랑한다고는 안 해도 돼. 돈만 내. 십만 원.”

“와, 돈만 내라니, 진짜 너무하네. 내가 사랑한다고 하는 게 그렇게 싫어?”

싫을 리가. 이번엔 내가 씩 웃었다. 얼결에 말을 뱉어놓고 십만 원을 고스란히 날린 원우가 곧 머리를 마구 헝클었다.

“아 씨, 내 퍼피걸즈 화보집….”

“비 더 쏟아지기 전에 출발하자.”

왠지 남은 2박 3일 내내 말조심 하느라 정신이 없을 것 같지만 그래도 내 돈으로 원우에게 퍼피걸즈 화보집을 사 주기는 싫었다. 아니… 생각하는 것도 조심해야지. 싫다는 생각을 하다 입 밖으로 튀어나오면 엄청 억울할 것 같다.

원래 오늘은 우도에 들어가서 구경도 하고 드라이브도 하고 맛있는 것도 사 먹고, 그렇게 시간을 보내다 올 참이었다. 배가 뜰 수가 없는 날씨라 망했지만. 그나마 천만다행인 건 우도에 숙소를 따로 잡지 않았다는 거였다. 숙소에서부터 배가 뜨는 선착장까지 거리가 꽤 되길래 아침 일찍 일어나서 운전하는 게 부담스러울까 봐 우도 안에 있는 숙소도 알아보기는 했는데, 원우가 여행 초보들끼리 괜히 짐 싸서 이리저리 옮겨 다니지 말자고 해서 지금 있는 숙소만 예약했었다. 솔직히 차원우에게 날씨까지 미리 알아채는 선견지명이 있을 것 같지는 않고 지가 짐 싸기 귀찮아서 그런 것 같은데 어쨌거나 최악은 피했다. 첫 목적지를 내비게이션에 찍어 놓고 원우가 아쉬운 듯 혀를 찼다.

“새벽에 나왔으면 성산일출봉 가서 일출이라도 봤을 텐데 너무 늦게 나왔다.”

“어차피 비 와서 일출도 제대로 안 보였을 걸.”

“하긴… 아, 저기 앞 편의점에 잠깐 세워 봐. 뭐 먹을 거 좀 사가지고 가자.”

아침에는 꼭 밥을 먹어야 하는 원우의 식성 때문에 늘 밥을 먹다가 오늘은 그래도 꼴에 호텔에 왔다고 빵과 베이컨, 소시지 같은 것들만 가득한 아침을 먹어서인지 나도 은근히 출출했다. 편의점 앞에 잠깐 차를 대고 내렸다. 그 사이에 얼른 우산을 들고 내린 원우가 내 쪽으로 뛰어오더니 우산을 씌워 주면서 어깨를 감싸 안으려고 하길래 나도 모르게 반사적으로 몸을 뒤로 피했다.

“뭐해, 싫어. 하지 마. 그냥 가.”

“와, 이번엔 진짜 퍼피걸즈 화보집 살 수 있겠다.”

“뭐? 아, 씨발, 아 나 진짜, 차원우!”

원우가 낄낄거리면서 내 머리 위에 우산을 씌워 주었다. 내가 무슨 말을 했는지도 인식을 못하고 있었다. 졸지에 지갑에서 십만 원이 털리는 소리가 들린다. 나는 뒤늦게 깨달았다. 이건 분명히 일부러 그런 거다. 고의가 가득 담겨 있는 행동이었다. 밖에서 이런 식으로 스킨십을 하려고 하면 내가 싫어할 걸 뻔히 알면서 왜 갑자기 챙기려고 하나 했더니…!

“…사랑해.”

편의점에 들어가기 직전에 무슨 욕이라도 하는 것처럼 얼굴을 잔뜩 구기고 내뱉었다. 뒤따라 들어오던 원우가 내 머리를 마구 헝클어뜨리고는 곧 부드럽게 쓰다듬는다.

“응, 나도 사랑해.”

“두고 보자.”

“그래, 계속 두고 봐라. 네 거니까 실컷 봐.”

“아오 저 주둥이 저걸 확 그냥!”

“어, 그래, 이 주둥이도 네 거니까 물고 빨고 네 마음대로, 으브븝!”

헤실헤실 웃으면서 얼굴을 들이밀길래 입술을 꽉 쥐어 잡고 마구 흔들었다. 입술을 손으로 가리고 뒤로 떨어지고 나서도 신나는 걸음으로 편의점으로 들어가더니 직원에게 큰 소리로 인사까지 한다. 이마를 짚은 채 터덜터덜 과자가 있는 쪽으로 향했다. 주전부리로 먹을 걸 대충 몇 개 집어 들고 계산대로 왔는데 원우가 계산대 뒤쪽에서 뭔가를 빤히 들여다보고 있다. 왜 안 오나 싶어 가까이 갔다. 그리고 원우가 뭘 보고 있는지 보자마자 나는 뒷걸음질을 쳤다. 계산대에 올려 둔 것만 얼른 계산을 하고 허겁지겁 밖으로 나왔다. 뒤늦게 따로 계산을 한 원우가 차로 뛰어온다. 좀 씌워 주지, 하고 툴툴거리는데 한 대 때릴 뻔했다.

“미친놈아, 그걸 왜 거기서 고르고 있어!”

“그럼 어디서 골라? 세 개 가지고 왔는데 어제 다 썼잖아.”

“그, 그러게 누, 누가 그걸 어제 하루 만에 다 쓰래?”

“야, 나 좀 서운하려고 그런다. 지가 먼저 뭐 먹을 거냐고 꼬셔 놓고 너무한 거 아냐?”

“…….”

“아, 콘돔 끼고 하는 게 싫어? 응? 그래서 사지 말라고 그러….”

내 눈앞에서 방금 전 사온 콘돔을 휘휘 흔들다가 원우가 헙, 하고 입을 다물었다. 나는 얼결에 웃음을 터뜨렸다. 이거 잘하면 제주도에서 한 몫 챙겨가게 생겼다.

“한 세 번만 더 해라, 차원우. 나 핸드폰 좀 바꾸게.”

뿌듯한 미소를 지으며 출발했다. 원우가 말없이 꿈지럭거리면서 안전벨트를 하더니 뭐 좋은 거라도 생각난 것처럼 대뜸 말했다.

“사랑해.”

“시끄러워.”

“사랑한다, 은율아.”

“넌 그걸로 안 돼. 무조건 벌금이야.”

“사랑한다니까. 이걸로 한 번만 봐주면 안 되냐?”

“좆까.”

“여기서?”

“야이씨, 뭐해, 미쳤어?”

“좆까라며. 뭐, 내 거 말고 네 거 까라고?”

신호에 걸린 틈을 타서 손을 뻗어 오길래 손등을 확 꼬집었다. 손을 부여잡고 몸부림을 치다가 원우가 큰 결심이라도 한 것처럼 혼잣말을 한다.

“사랑한다는 소리 백 번 듣고 가야지.”

“그러다 나한테 천만 원 땡겨 주는 수가 있다.”

솔직히 그거 몇 마디 해 주는 게 어려운 것도 아니었지만 왠지 지고 싶지 않았다. 차 안에 잠시 적막이 감돌았다. 원우가 머리를 굴리는 소리가 나한테까지 들리는 것 같다. 나도 나름대로 생각이 있었다. 내가 거절할 만한 짓을 골라하면서 기어이 내 입에서 싫다는 소리가 나오게 만들 건가 본데, 싫다는 말 말고도 거절할 말은 많다. 안 돼, 안 해, 그런 걸로 대충 때우면 될 거다. 그것보다 지 딴에는 날 배려하겠다는 생각으로 내가 마음에 안 드는 티를 내면 곧장 싫으냐고 물어볼 차원우가 나한테 얼마를 털릴지 은근히 기대가 됐다.

“기대되지 않냐?”

“어. 어? 뭐가?”

아무 생각 없이 대답을 했다가 옆을 슬쩍 돌아보았다. 창문에 고개를 기대고 있던 원우가 나를 슬쩍 돌아보더니 씩 웃는다.

“밤에.”

“…….”

“존나 기대되는데. 노은율이 싫다는 소리 안 할 거 아냐.”

“…죽을래?”

“아니, 죽여줄게.”

갑자기 등에 소름이 쫙 돋았다. 왠지 불길한 예감이 들어서 자꾸 오싹오싹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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