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6화 (46/47)

4. 망상 외전 4 – On and on

황경호는 여느 때처럼 습관적으로 팬 커뮤니티를 확인하고 있었다. 기존 아이디는 탈퇴하고 다시 가입했다. 열심 멤버가 되기 위하여 열심히 게시글 및 댓글 작성 조건을 채웠다.

그에게 있어서 강동현의 팬 커뮤니티 <우리동현 누리동현>은… 뭐랄까, 익명의 공간에서 사람들과 만나 자유롭게 이야기를 나누는 소통의 장이자 좋아하는 배우를 함께 덕질할 수 있는 동지애의 공간이고 동시에 질질 흘리고(?) 다니는 남편(?)을 손쉽게 감시할 수 있는 방법이랄까.

<소처럼 일하는 배우, 강동현. 또 건강 적신호?>

요새는 활동도 자제하고 그저 그날그날 이슈만 확인하고 살고 있다가 이런 기사 제목을 보고는 깜짝 놀랐다. 1년의 휴식기 이후 활동기에 다시 들어간 지 어언 2년, 주변에서 말리고 있기는 하지만 강동현은 또다시 작품을 대거 받아 일을 하고 있었다. 1년에 드라마 1편에 한국 내외로 영화를 3편씩 찍었다. 요즘에는 수척해지는 주인공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15kg이나 빼기도 했다.

기사를 클릭해보니 다행히도 영화 내에서 주인공이 입원을 한 장면을 자극적으로 표현한 것이었다. 촬영 로케를 간지도 일주일이 넘었다. 사흘 뒤면 돌아올 거고 이제 그의 다이어트도 끝난다. 뭔가 해줄까, 싶어서 레시피를 정리해 놓은 자신의 블로그를 살펴보기 시작했다. 뭘 할지 정하고 대형 마트에 가서 장을 봐왔다. 미리 재워 둘 것을 재워 두었다. 청소를 하고 저녁에는 아는 사람들과 술을 한잔 하기로 해서 나갔다. 같이 봉사활동을 갔던 사람들과는 지금도 간혹 만나곤 했다. 같이 갔던 여자들은 같이 계모임도 만들었다고 한다.

“경호는 여자친구 오래 만나는 것 같은데 결혼은 안 해?”

누군가 그의 반지를 보고 그렇게 물었다. 황경호는 자신의 반지를 봤다가 대답했다.

“아마… 해도 결혼식은 안 할 거 같아요.”

“아, 진짜?”

이야기는 그 정도에서 끝났다. 다른 사람의 사생활을 그 이상 캐묻지 않을 정도의 양식은 있는 사람들이라서 그랬다. 그들 대부분은 남의 인생에 크게 오지랖을 떨지 않아도 스스로의 인생을 긍정할 수 있는 여유로운 사람들이었다. 그게 금전적인 거든, 심리적인 거든, 둘 다이든.

술을 한잔 하고 돌아오는 길에 황경호는 생각했다.

‘요즘은 결혼 안 하는 사람들도 많으니까 다행이다.’

양쪽 부모님은 싫든 좋든 이미 알고 계시고 주변 사람들은 크게 파고들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고용주는 본인 문제가 더 컸다. 가끔은 정말 믿을만한 가까운 사람들에게는 말을 할 수 있을까, 고민을 해보기도 했다.

‘그래도 걔가 그냥 연예인도 아니고… 최대한 숨기는 게 맞겠지.’

얼굴에 오른 열기가 아직 화끈거렸다. 좀 걷고 싶기도 해서 서울숲 언저리에서 내려 공원을 따라 T 아파트까지 걸어가는데 쓰레기통 근처에서 낑낑거리는 소리가 났다.

“?”

잘못 들었나 싶어서 그냥 지나가다가 다시 돌아갔다.

쓰레기통 옆에 무언가 있었다. 물에 젖고 구겨진 박스 안에 더러운 강아지 두 마리가 들어 있었다. 그가 다가가니 박스 가장자리에 다가와 꼬리를 흔들었다. 태어난 지 얼마 안 된 것 같았다. 아직 날씨가 쌀쌀하고 강아지들은 젖어 있었다.

“…….”

무슨 생각이었는지 모르겠다. 술김일까. 황경호는 그 강아지 두 마리를 한 손에 하나씩 들어 품에 안았다. 그리고 집에 데리고 들어와 현관으로 들어갔다. 품에 안은 강아지들을 내려다보았다. 강아지들도 황경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꼬리를 흔들며 황경호의 얼굴을 핥으려고 들었다.

“하하….”

귀여웠다. 품종도 모르고 태어난 지 얼마나 됐는지도 모르겠지만 정말 귀여웠다. 아직 귀가 접혀 있었고 약간 억울해 보일 정도로 순하게 생겼다. 황경호는 한 팔로 두 강아지를 안은 채 카우치에 앉아 강아지를 어떻게 씻겨야 하는지, 뭘 먹여야 하는지 찾았다.

“배고파?”

황경호는 강아지들에게 물었다. 물론 강아지들은 사람 말을 할 줄 몰랐다. 그가 뭐가 좋다고 이렇게 꼬리를 흔들고 애교를 피우는 걸까. 그게 귀여우면서도 어쩐지 가엽게 느껴졌다. 일단 물에 적신 수건으로 강아지들의 발과 더러운 부분만 깨끗하게 닦아준 다음 인터넷에서 찾아본 대로 강아지가 집 안을 돌아다닐 수 있게 해주었다.

일단 작은 방은 레고 조각이 많아 강아지에게 좋지 않을 것 같아서 문을 단단히 닫아 놓았다. 밤이 늦어서 먹을 건 살 수가 없었다. 물을 그릇에 담아 강아지들에게 주고 창고에서 담요를 찾아 먼지를 턴 후 거실 한구석에 잠자리를 마련해주었다. 다행히 싫진 않은 모양이었다. 집을 따뜻하게 하고 한참 강아지를 보고 있다가 잠들었다.

그리고 그 다음 날은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T 아파트 주민 전용 마트에 가서 강아지 사료를 샀다. 일요일이라 다행이었다. 강아지들에게 먹이를 먹이고 일요일에도 문을 여는 동물병원을 찾아갔다. 강동현이 타고 다니던 네이비색 BMW 조수석에 담요를 깔고 강아지들을 놔둔 뒤 조심조심 운전을 했다.

“생후 2개월 정도 된 것 같네요. 중이염도 없고 체중이 조금 적은 것 같지만 괜찮은 것 같습니다. 예방접종하고 데리고 가시면 되겠습니다.”

“제가 강아지를 키워보는 게 처음이라… 뭐 뭐 사면 될까요?”

그러자 수의사가 천천히 필요한 것에 대해서 설명을 해주었다. 그리고 덧붙였다.

“사실 너무 뭐 많이 안 사셔도 돼요. 사랑으로 키워주세요.”

황경호는 동물병원에서 새로 강아지 사료를 샀다. 강아지용이었다. 그리고 강아지 샴푸와 쿠션 등등을 잔뜩 사서 집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하루 종일 강아지만 쳐다보면서 어떻게 강아지를 키워야 하는지 잔뜩 찾아보다가(책도 샀다.) 잠들었다. 아침이 되고 강아지 사료를 잔뜩 놓아두고 마실 물도 준비한 후에도 걱정스러워서 발걸음을 못 떼다가 겨우 출근하러 갔다.

“강아지 샀어?”

강아지 모니터 사야겠다…. 황경호가 그런 생각을 하면서 찍어 놓은 사진을 보고 있었더니 정기연이 그걸 보고 물었다.

“아, 아니. 주웠어.”

“진짜? 요즘에도 강아지 버리는 사람들이 있어?”

“그런가 봐… 어제 술 한잔 하고 돌아가는데 얘네들이 박스 안에 버려져 있더라고.”

“키우려고?”

“어… 일단은….”

“에이, 그럼 나중에 버리기라도 할 거야? 키우려고 마음먹었으면 책임지고 키워.”

“응….”

맞는 말이다…. 일단 급급하게 강아지에게 필요한 걸 잔뜩 사놓고도 책임지고 키우겠다는 생각이 약했는데 정기연의 그 말을 듣고는 갑자기 더더욱 걱정이 되기 시작했다.

‘아프기라도 하면 어떡하지? 내가 잘할 수 있을까? 강아지 같은 거 한 번도 키워본 적이 없는데. 너무 생각 없이 집에 데리고 온 걸까? 그냥 놔뒀어야 했나? 잘못 실수하면 죽거나 하는 거 아닐까?’

어떻게 손을 대야 할지 몰라서 씻기지도 못했다. 강아지 미용실에 데리고 가서 씻기는 법부터 배워야겠다. 마음이 불안했다. 너무 충동적이었다. 아무것도 모르는 주제에 괜히 나댄 거 같다. 칼퇴근하자마자 강아지들을 데리고 가서 펫샵에 가서 강아지 목욕을 시키는 것을 배웠다. 아예 휴대폰 카메라로 찍었다.

“백구려나?”

씻기고 나니 둘 다 아주 새하얀 털을 가진 강아지였다.

“잘 모르겠어요.”

“믹스인 것 같긴 한데… 저희도 잘 모르겠네요.”

“얼마나 클까요?”

“보통 백구 정도 크지 않을까요? 중형견일 거예요. 많이 커도 얘만 할 거예요.”

직원은 울타리 안에 있는 중형견 하나를 가리키며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깨끗하게 씻기고 털을 말리고 있는 순한 강아지 두 마리를 내려다보았다. 쪼끄만 강아지들이라 저 정도로 클 게 상상이 안 갔다. 그렇게 한창 직원들에게 강아지를 어떻게 키워야 하는지에 대해서 얘기를 듣다 보니 시간이 술술 갔다.

“이게 다 뭐야?”

그리고 집에 돌아갔더니 강동현이 돌아와 있었다. 아차 싶었다. 강아지에게 너무 정신이 팔려 팔렸었다. 아니, 일단 그에게 허락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은 했는데 강아지들이 혹시 아픈 곳이 있거나, 먹이라도 먹여야 한다는 생각에 이리저리 바쁘게 다니다 보니 까먹고 말았다.

“그건 뭐고?”

“아니….”

황경호는 강아지 캐리어를 끌어안았다. 강아지들이 고개를 빠끔 내밀었다.

“그제 집에 오다가 봤는데… 너무 귀여워서….”

“그래서 그냥 주워왔어? 주인 있는 거 아니야?”

“아니, 버려진 강아지들이었어.”

강동현은 거실 한쪽에 강아지 집이며 쿠션이며 사료며 잔뜩 있는 것을 돌아보았다. 황경호가 지레 찔려 얼른 물었다.

“혹시 털 알레르기나… 그런 거 있어? 얘들 관리하는 건 내가 다 알아서 할게. 미리 말한다는 게 깜박했어. 애들 병원도 데리고 가고 펫샵도 데리고 가고 한다고… 혹시 많이 싫어?”

“아니…. 키우고 싶으면 키워. 귀엽네.”

“진짜?!”

황경호가 고개를 번쩍 들었다. 강동현은 캐리어를 드레스룸에다 갖다 놓고 카우치에 털썩 앉았다. 황경호는 강아지 캐리어를 열어 강아지들을 꺼냈다. 그는 상기된 얼굴로 강동현에게 강아지들을 데리고 갔다.

“귀엽지? 흰 강아진 줄 몰랐는데 씻기니까 하얗더라고. 애들이 밥만 먹이면 자꾸 잠만 자.”

강아지들은 사람이라면 다 좋은지 강동현을 보고도 헬리콥터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그는 강아지들 머리를 한 번씩 쓰다듬었다. 황경호는 쇼핑 가방에서 강아지들 목줄을 꺼냈다.

“이름은 뭔데?”

“아직 안 정했어. 뭐라고 부르지?”

“보통 백구보다는 털이 좀 긴 거 같다?”

“그치? 그래서 더 귀여워.”

둘은 고민하다가 강아지 이름을 복덩이, 대박이로 정했다. 복덩이에겐 초록색 목줄을 해줬고 대박이에겐 파란색 목줄을 해줬다. 이름은 나중에 펜던트로 만들어서 달아줘야겠다.

“강아지 키워봤어? 난 처음 키우는 건데.”

“난 어렸을 때. 한 마리 키웠는데 죽으니까 우리 엄마가 너무 힘들어하더라고. 그래서 그 뒤부터는 안 키웠지.”

“아… 진짜?”

“새끼 낳아서 계속 기르면 그런 것도 괜찮대. 걱정하지 마.”

강동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벌써 걱정스러운 얼굴을 하는 황경호의 이마에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슬슬 분위기를 잡았다. 그는 슬쩍 황경호의 허리를 감싸며 끌어안으려고 했다.

“야, 오랜만에 봤는데….”

“아, 애들 밥 먹어야지.”

황경호는 아차, 싶은 얼굴로 강아지를 새로 산 쿠션에 놓아주고 새로 산 사료를 부엌의 수납장에 넣은 후 복덩이와 대박이 밥그릇에 각각 정량의 사료를 퍼주었다. 그리고 가만히 강아지들이 밥을 먹고 있는 것을 보면서 간혹 머리를 쓰다듬었다.

“너무 귀엽다….”

가볍게 강아지를 기르는 것에 동의한 강동현이었으나 며칠이 지나니 약간 후회했다. 황경호가 영 강아지에만 정신이 팔려서 강동현은 아주 뒷전이었기 때문이다. 평소 같으면 오래 로케를 다녀왔을 때 말은 안 해도 차려주는 것부터 달랐는데 이번엔 그냥 아침엔 시리얼이다.

“잘 잤어?”

황경호는 일어나자마자 강아지에게 달려가서 끌어안고 쓰다듬었다. 강동현이 볼멘소리를 냈다.

“야, 강아지 손 너무 많이 타는 것도 안 좋다?”

“아, 진짜?”

그러자 황경호는 얼른 복덩이를 바닥에 내려주었다. 대박이는 황경호의 바짓단을 물고 잡아당겼다.

한 달쯤 지나니 강아지들이 슬슬 사고를 치기 시작했다. 몸도 쑥 자라서 카우치 밑을 물어뜯는 대형사고를 일으킨 것이다.

“야…! 이게 얼마짜린데!”

퇴근하고 그걸 발견한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카우치를 살펴보았다. 그리고 복덩이와 대박이를 모아 놓고 처음으로 혼내기 시작했다. 배변 훈련이나 다른 걸 할 때는 한 번도 혼을 낸 적은 없는데 말이다.

“야, 니들 물어뜯어도 얼마짜린지 생각하고 물어뜯으라고! 알겠어? 이런 거 물어! 이런 거!”

황경호가 진심으로 화를 내며 슬리퍼와 장난감을 흔들었다. 복덩이는 바짝 몸을 낮추고 엎드려서 눈치를 보았고 대박이는 황경호가 말을 할 때마다 와앙! 왕! 하고 반항을 했다. 그래도 계속 혼내니 낑, 하고는 다른 데로 도망갔다.

황경호는 바로 카우치 브랜드를 검색해서 AS를 받기 위해 전화를 걸었다. 업무시간이 지났단다. 내일 다시 전화해야 한다. 아, 속상해. 황경호는 몇 번이고 카우치를 살펴보다가 강아지들을 한 번 더 혼냈다. 복덩이는 황경호가 혼내는 대로 눈치를 봤고 대박이는 또 말대꾸를 하다가 더 혼나더니 집으로 도망갔다.

어쨌든 집에 강아지가 두 마리나 생기니 안 그래도 집안일을 책임지는 황경호는 출근해서 일하랴 집에 오면 강아지들이 사고 친 거 수습하랴 손이 네 개라도 모자라게 되었다.

“…….”

강동현은 오늘 스케쥴이 좀 일찍 일이 끝나 얼른 차를 몰아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황경호가 아직 9시밖에 되지 않았는데 곯아떨어져 있는 것을 보고 매우 심기가 불편해졌다. 그는 침대 위에 올라와서 벌렁 배를 까고 뒤집어 누워 자고 있는 대박이와 황경호의 머리에 얼굴을 올리고 자고 있는 복덩이의 뒷목을 잡아 거실에 있는 개집으로 쫓아냈다.

그리고 그는 황경호의 위에 올라탔다.

“야, 일어나. 일어나.”

강동현은 황경호의 티셔츠 밑으로 얼굴을 들이밀었다. 황경호는 피곤해서 끙끙거리다가 자신의 피부에 쪽쪽거리고 있는 강동현의 머리를 찾았다.

“뭐하는 거야….”

“아직 10시도 안 됐는데 왜 자.”

“아, 오늘 피곤해…. 저리 가.”

“야, 너 이런 식이면 강아지들 갖다 버린다.”

“…뭐?”

그러자 황경호가 눈을 번쩍 떴다. 그는 강동현을 확 밀어내며 정색을 했다. 어라… 강동현은 약간 당황했다.

“너 뭐라고 했어?”

“어… 아니….”

“애들 갖다 버린다고? 싫으면 너나 나가!”

“아, 아니, 난 농담으로… 니가 요새 너무 나 신경 안 써줘서….”

그렇게 변명을 했지만 황경호는 어떻게 그런 소리를! 이라는 얼굴로 받아주지 않았다. 황경호는 방에서 나와 거실에서 강아지들을 데리고 자기 방으로 가버렸다. 복덩이와 대박이는 아무것도 모르는 순진하고 멍청한 얼굴로 황경호의 팔에 대롱대롱 매달려 갔다.

“잠깐만 경호야….”

문이 쾅 닫혔다. 강동현은 약간 황당하기도 하고 실수했다 싶기도 해서 끙하고는 일단 씻고 가서 문을 똑똑 두드렸다.

“경호야, 자?”

그리고 슬쩍 문을 열었다. 황경호는 다시 잠들어 있었다. 강동현도 슬그머니 그를 뒤에서 끌어안고(강아지들은 좀 치우고) 잤다.

그 이후로도 황경호는 절찬리에 주인을 빙자한 노예를 자처했다. 때 되면 꼬박꼬박 비싼 사료 먹여, 털 빗겨줘, 산책은 새벽과 저녁에 꼬박꼬박 두 번씩 나가주고 애견 카페나 동호회에 데리고 가서 친구들도 만들어주는 등 황경호의 모든 생활이 품종도 모르는 백구 두 마리에게 맞춰졌다. 그는 이제 강아지 박사가 다 되었다. 그의 블로그와 SNS는 온통 강아지 사진 천지가 되었고 근본도 모를 똥개들은 나날이 반질반질하게 잘 크고 있었다.

“…….”

오전부터 오후까지 스케쥴을 마치고 돌아온 강동현이 집에 들어온 시각은 오후 6시였다. 황경호가 퇴근을 하려면 아직 1시간 정도 남았다. 강아지가 신발을 물어뜯는 걸 방지하기 위해 쳐놓은 펜스를 열고 들어가니 타타타타 소리가 들리며 강아지들이 달려 나왔다. 두 마리의 강아지는 이제 제법 커서 잘 뛰어다녔다. 강동현을 보고 또 모터처럼 꼬리를 흔들었다. 강동현은 쪼그리고 앉아 하아, 하고 한숨을 푹 쉬었다. 강아지 두 마리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니들 들어오고 나서 나는 완전 안중에도 없다, 내 마누라.”

강동현은 그렇게 한숨을 푹푹 쉬었다. 배를 까뒤집고 누운 복덩이를 쓰다듬다가 일어났더니, 황경호가 얼떨떨한 얼굴로 부엌에 서 있었다. 강동현은 어라, 하고 그를 보았다.

“벌써 퇴근했어?”

“아니… 대박이 아픈 거 같아서 병원 좀 데리고 가려고….”

자기가 아파도 조퇴 안 하는 애가 개가 아프다고 조퇴를 한 것이다. 뭔가 하고 있던 모양인데, 강아지들 줄 먹이를 만들고 있었던 것 같다. 예전에 뭘 하면 그건 전부 강동현을 위한 거였는데. 강동현은 그에게 곧장 다가갔다.

“경호야….”

“응….”

황경호는 물이 묻은 손이 그의 몸에 닿지 않도록 하며 안겨오는 그를 안았다. 강동현은 약간 미간을 좁힌 채로 얼굴만 들어 그와 이마를 마주쳤다. 황경호가 그를 올려다보았다. 강동현이 그의 코를 깨물었다.

“너 내가 좋냐, 얘들이 좋냐.”

강아지들이 어느새 발치에 다가와 앉아서 꼬리를 살랑살랑 흔들고 있었다. 황경호가 굼뜨게 반응했다.

“어….”

“야!”

강동현이 버럭 성질을 냈다.

“진짜 갖다 버린다!”

“아, 안 돼…! 버리지 마.”

황경호가 난처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자다가 들었을 때보다는 격하지 않은 반응이었다. 그도 이게 반쯤은 농담이라는 것을 아는 것이다. 황경호가 말했다.

“아직 새끼잖아. 손 많이 갈 때라 그래. 사고도 자꾸 치고….”

강동현의 명품 운동화 하나를 물어뜯고 난 이후로 펜스도 사서 설치했다. 강동현은 그의 뺨을 물었다.

“야, 우리 안 한 지 얼마나 됐을 거 같아? 어? 섹스리스 부부 그거, 어, 그거 얼마나 나쁜 건지 알아? 어?”

“그건 니가 바빠서 그런거지….”

“야…! 니가 저놈들한테 정신 팔려서 그런 거잖아! 난 집에 맨날 왔어!”

“아니….”

강동현은 황경호를 안은 채 움직여서 거실 한쪽에 떡 하니 있는 소파로 다가갔다. 강동현이 별 다섯 개의 후기를 남긴 섹스소파가 있었다.

“야…. 애들 좀 넣어놓고….”

황경호는 자신의 아지트 방을 싹 비워 그 방을 강아지 방으로 만들었다. 보통은 문을 열어놓고 강아지들이 자유롭게 다닐 수 있게 해뒀지만 신발을 물어뜯거나 벽지를 물어뜯으면 벌로 두 시간씩 가둬놓고는 했다. 그러면 애들은 두 시간 잘 자고 나왔다.

“아, 저것들 키운다고 우리가 이렇게 될 줄 알았으면 내가 절대 못 키우게 했을 건데.”

강동현은 황경호의 옷을 훌훌 벗기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황경호가 살짝 맘 상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왜….”

“너 쟤들 수발 든다고 몸이 두 개라도 모자라겠다. 너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쟤들 한 시간 동안 산책시키고 저녁에 와서 또 산책시키고 밥 먹이고 씻기고 빗기고, 아, 진짜… 나한테 그렇게 해라, 나한테.”

“넌 니가 알아서 할 수 있잖아.”

“쟤들도 밥만 먹이면 그냥 커, 어?”

“아! 하지 마!”

강동현이 가까이 와서 장난을 치는 대박이를 발로 툭 건드리자 황경호가 기겁을 해서 그를 잡았다. 강동현은 어이가 없었다.

“야… 너 진짜 고작 몇 달 산 저것들이 나보다 더 좋냐? 어?”

“귀엽잖아…. 그동안 너 신경 못 쓴 건… 미안.”

그가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도 옷을 다 벗어 던지고 소파의 골짜기에 앉아 편안하게 등을 기대더니 황경호를 끌어당겨 자기 아랫배 위에 앉혔다. 그리고 소파 밑에 얌전히 놓아둔 젤을 집어서 황경호의 앞에 두었다. 황경호는 얼굴이 좀 빨개져서는 한숨을 쉬었다.

“일단 복덩이랑 대박이 좀 방에 넣어놓고 하자니까.”

“쟤들이 뭘 알아. 그냥 해.”

“아, 진짜.”

황경호는 한숨을 쉬었다. 돌아보니 그간 강아지한테 정신이 팔려서 사실 강동현이 집에 들어오는지 안 들어오는지 신경도 안 쓰고 산 날이 꽤 많았던 것 같다.

‘밥도 제대로 안 차려줬네….’

매끼 밥을 차려줘야 한다는 법은 없었지만 그래도 황경호가 곧잘 챙기는 편이었다. 황경호는 손가락에 젤을 발라 손을 뒤로 돌려 음부를 더듬었다. 부드럽게 손가락을 넣으며 만졌다. 강동현은 젤이 든 통을 손에 들어 황경호의 엉덩이를 잡더니 그의 손가락 옆으로 비집고 입구를 넣어 쭉 짜 넣었다.

“으응….”

황경호가 얼굴을 붉혔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몸을 슬슬 쓰다듬었다.

“너… 밥은 어떻게 했어? 안 챙겨줘도 잘 먹어. 또 어디 아프면 어떡해. 스케쥴도 바쁜데.”

“그런 건 알아서 하는데… 아, 그것보다 그래도 좀 둘이 있으면 나 신경 좀 써라, 어? 강아지는 평소에 챙기라고. 쟤들 둘이 놀게 내버려둬. 봐, 얼마나 잘 놀아. 둘이서.”

이미 강동현의 바지를 물어뜯어 줄다리기를 하고 있었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허리를 숙여 그의 옷을 잡았다.

“옷 물면 안 된다고 했지!”

그렇게 혼냈더니 복덩이는 낑낑거리며 눈치를 봤고 대박이는 황경호의 손에 몸을 비비며 애교를 떨었다. 황경호는 어이가 없는데도 귀여워서 웃었다.

‘아니, 이 똥강아지들이 뭐가 그렇게 좋다고….’

황경호는 그렇게 쉽게 무언가에 애정을 주는 스타일이 아니었다. 사람은 물론이고 물건도 마찬가지였다. 그가 취미 삼아 하는 요리나 레고, 블로그 같은 것도 금세 사라지거나 손에 잡히지 않는 것이었다. 유일하게 무조건적인 애정을 품었던 게 초록이였다. 그런데 살아있는 동물에게 이렇게 마음을 줄 줄이야. 아니, 동물이라서 더 그런 걸까.

강동현은 그를 끌어당겼다.

“집중.”

강동현은 황경호의 가슴에 입을 맞추며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리고 그의 손가락을 빼고 바로 자신의 자지를 엉덩이골 사이에 비볐다.

“아… 오랜만이라….”

황경호가 살짝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동현이 그의 귀를 깨물며 속삭였다.

“살살 하면 되지.”

그리고 강동현은 천천히 그의 음부에 자신의 우뚝 선 남성기를 끈적하게 밀어 넣기 시작했다.

“아아으….”

황경호가 얼굴을 붉히며 인상을 썼다.

“아파?”

“아니….”

그의 음부가 움찔움찔 움직이며 한 입씩 강동현을 삼켰다. 강동현은 섹시한 한숨을 쉬며 점점 뜨거워져 갔다. 전부 집어넣자 황경호가 턱을 살짝 들며 허벅지를 움츠렸다.

“아….”

2주는 더 된 것 같다. 이 느낌… 황경호는 허벅지나 아랫배를 움찔거리면서 야한 얼굴을 했다. 강동현이 그제야 흐으응, 하고 만족스럽게 웃었다. 그는 황경호의 양 엉덩이를 떡 주무르듯 주물렀다.

“좋지?”

“하아… 살살….”

강동현이 슬슬 그의 엉덩이를 움직였다. 찔꺽찔꺽 하고 살이 비벼지는 소리가 나고 살이 찰싹찰싹 부딪치며 그의 몸이 아래위로 천천히 유려하게 움직였다. 그가 강동현의 복부와 탄탄한 가슴에 양손을 짚은 채로 끙끙거리는 소리를 냈다.

“하아… 으응… 하… 아응… 아흑….”

그는 팔을 꺾어 엎드리며 강동현에게 몸을 기댔다. 서로의 아랫배가 닿으며 더 기분이 좋아졌다. 강동현이 상기된 얼굴로 눈을 감은 황경호의 눈꺼풀 위에 입을 맞췄다.

“기분 좋지?”

“으응… 하…. 야, 근데… 빨리 해. 애들 밥 줘야 해.”

“야… 넌 좀….”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혀를 넣었다. 그의 뒷목을 감싸며 그의 혀를 할짝할짝 핥았다. 아래도 위도 동물적으로 섞여서 질척질척했다. 서로의 향기도 익숙해졌고 몸짓도 느낌도 전부 알았다. 황경호의 미끈하게 빠진 민감한 곳에 그의 대물이 푹푹 박혀오니 황경호가 앓는 소리를 내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성애에 어깨까지 빨개져서는 야시시한 신음만 자꾸 흘려서 남자의 마음을 닳게 한다. 강동현은 그의 어깨와 목에 입술과 코를 비비면서 불평했다.

“좀 편하게 있어. 왜 이렇게 가만히 있지를 못해?”

강동현이 집에 있을 때는 일하랴 가사 하랴 강동현 상대하랴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것 같다가 이제 강동현이 바빠져서 좀 쉴 만하니까 저런 것들을 데리고 들어와서 또 오롯이 노예 짓이다.

“편한데….”

황경호가 눈을 뜨고 그의 얼굴을 가까이에서 내려다보았다. 강동현은 이해가 안 된다는 얼굴이었다.

“아니, 뭐가 편해? 맨날 아침저녁으로 산책시키고 밥 줘, 씻겨줘, 아프면 조퇴까지 해서 병원까지 가. 야, 너 내가 아파도 조퇴해줄 거냐, 어?”

“아니… 넌 강아지랑 널 비교하고 싶어?”

황경호가 어이가 없다는 얼굴을 했다. 강동현이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내 마누라 편하게 살라고 일하는 거다, 어? 손에 물 좀 묻히지 마. 좀.”

“참나….”

황경호가 픽 웃었다. 그리고 강동현이 다시 어흥 하듯이 황경호의 입술을 훔쳤다. 그대로 입을 맞추고 속도를 올렸다. 황경호가 야한 얼굴로 속눈썹을 떨며 스스로도 엉덩이를 흔들었다.

“하앗… 거기. 아앙. 거기. 거기… 핫….”

“으음… 하… 윽. 경호야….”

강동현은 황경호의 젖꼭지를 핥고 빨았다. 황경호가 강동현의 머리카락을 쥐었다.

“으응… 아앙…! 갈 거 같아. 갈 거 같아. 은혁아… 도은혁. 하아…!”

“큭…! 진짜…!”

강동현은 황경호의 목덜미를 물었다. 뭐니뭐니해도 내 마누라가 최고다. 그의 음부가 강동현의 자지를 꽉 물고 주물렀다. 그의 피부가 뜨겁고 촉촉했다. 강동현은 그를 잡아먹을 듯 목덜미를 깨물고 혀로 핥았다. 황경호가 숨을 헐떡거리며 강동현의 뺨에 얼굴을 눌렀다.

“은혁아, 빠, 빨리… 아앙. 나 진짜 가. 가아… 아으응. 진짜아. 앗. 아앗.”

“헉… 그만 보채라. 빨리 싸줄 테니…까…! 으윽. 아… 죽인다. 큭.”

강동현은 자지에서 오는 느낌이 좋다 못해 아프다는 느낌이 들 정도였다. 하반신이 욱신욱신하고 저렸다. 그대로 퍽퍽퍽 박으니 황경호는 아슬아슬하고 야시시한 표정을 지으며 흔들렸다.

“으흑. 아…! 아흑. 은혁아. 하앗. 아. 아아. 아아아앗….!”

“윽. 이제 한다… 큭…!”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를 꽉 쥐고 위로 세게 올려치며 사정했다. 강동현은 온몸이 떨릴 정도로 강렬한 쾌감에 섹시한 신음을 흘렸다. 이걸 매일 하고 살아야 하는데. 하. 그는 아~주 만족스러운지 황경호의 입술을 물며 웃었다. 설상가상으로 그의 엉덩이까지 손바닥으로 칭찬하듯 토닥토닥 두드렸다. 황경호는 약간 질색을 했다.

“너 왜… 자꾸 아저씨 같아져.”

“뭐라고…? 내가?”

강동현이 실실 웃으면서 황경호의 귓가에 얼굴을 문지르며 후희를 즐겼다. 그는 자세를 바꾸어 자기가 누워있던 곳에 황경호를 눕혔다. 자연히 정상 위와 비슷한 자세가 되었다. 황경호는 좀 더 질색인 얼굴이 되었다.

“아, 싫어. 연달아서 하는 거 싫다니까. 아직…. 아!”

그냥 한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두 손목을 붙잡아 당기며 리드미컬하게 허리를 팡팡 튀겼다. 섹스소파의 곡선에 맞춰 누워 황경호는 금방 가버려 부풀고 예민한 음부 안을 그가 말뚝 같은 자지로 자꾸 박아대니 헐떡거리며 야한 신음만 흘렸다. 황경호는 아랫도리를 부르르 경련하며 취약한 표정을 지었다가 강동현을 올려다보았다.

“하읏… 오래만이라…서… 아앙. 은혁아… 하… 살살… 으응… 거긴…! 아….”

“하면 좋아하면서 자꾸 왜 빼. 하… 윽….”

강동현은 섹시한 표정으로 엄청 집중해서 허리를 흔들었다. 소파의 곡선에 맞추어 그의 체모에 엉덩이가 꽉 붙었다 떨어지길 반복했다. 오랜만에 섹스에 열중한 그는 굉장히 섹시했다.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홀린 듯 올려다보다가 말했다.

“키스….”

강동현이 씨익 웃었다. 그리고 몸을 낮춰 코를 마주쳤다가 입을 맞추었다. 그의 식으로 섬세하게 입술을 문질렀다. 아래는 아까보다 훨씬 거칠게 퍽퍽 박히면서 입맞춤은 부드럽고 순수해졌다. 쪽쪽 입술이 붙었다 떨어졌다 하며 숨이 섞였다.

“손 놔줘.”

그에게 두 손목이 붙잡히고 다리를 활짝 벌리고 박히고 있던 황경호가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이 그의 손을 놓아주었다. 둘은 온몸을 꽉 붙여 껴안고 섹스를 계속했다.

“으으응…! 기분 좋아. 하아… 너무 좋아. 너무 좋아. 아앙. 사랑해.”

“나도… 윽. 사랑해. 그러니까 너무 빼지 마라, 어?”

이 나쁜 놈은 꼭 이렇게 한 마디를 더 붙인다. 강동현은 그의 양 허벅지를 잡아서 눌렀다. 황경호는 그의 머리를 껴안고 헐떡거렸다.

“나 또….”

그때 갑자기 대박이가 왕! 하고 크게 짖었다. 둘은 신경 쓰지 않았다. 대박이가 왕왕! 하고 또 짖었다. 그때도 신경 쓰지 않았다. 복덩이도 같이 짖기 시작했다. 입을 맞추고 속도를 올리고 있던 강동현은 그 두 똥강아지가 점점 더 시끄러워지고 그의 발목까지 물자 고개를 확 들며 성질을 냈다.

“이 똥강아지 새끼들이!!”

황경호는 붉고 촉촉해진 얼굴로 눈을 감은 채 신음처럼 중얼거렸다.

“으응… 하… 바, 밥 줘야 해….”

“이건 마저 하고. 이건….”

강동현은 아주 열중한 얼굴로 황경호에게 다시 들러붙었다. 강아지들이 자꾸 짖자 몸을 배배 꼬며 느끼고 있던 황경호가 정신을 좀 차리더니 기어코 강동현을 밀어냈다. 졌다.

강동현은 어윽, 하고 저릿저릿한 자기 자지를 붙잡은 채 소파에 이마를 박았다. 그는 고통에 몸부림쳤다. 황경호를 따라 부엌까지 쪼르르 따라간 강아지들이 그가 사료를 들고 그들의 밥그릇이 있는 쪽으로 가니까 다시 막 달려갔다. 사료를 부어주는 황경호의 손을 살살 물었다.

“물면 안 된다니까.”

이갈이를 할 시즌이다. 무니까 약간 아파서 황경호가 대박이를 밀어냈지만 강아지는 황경호랑 놀고 싶어 했다. 사료를 붓고 황경호는 개 집과 물건들의 자리를 제대로 잡으며 강아지들이 허겁지겁 먹어대는 걸 부드러운 얼굴로 보고 있었다. 강동현은 소파 위에 턱을 올린 채 그런 황경호를 불만스러운 얼굴로 바라보았다.

“진짜 나야, 개들이야?”

“자꾸 왜 그래?”

황경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침실로 향했다.

“방에 가자.”

강동현은 어기적어기적 일어나서 그를 따라갔다.

“설마 진짜 쟤들이 더 좋은 건 아니지?”

“아, 진짜 계속 개랑 비교를 해.”

“난 니가 이렇게 말 돌릴 때가 더 빡친다….”

대부분 거짓말을 못 해서 하는 말이었다. 강동현이 그를 재촉했다.

“좋은 말로 할 때 내가 더 좋다고 해라, 어?”

강동현은 황경호를 침대에 납작 엎드리게 하고 그의 위에 올라탔다. 황경호의 옆얼굴을 보면서 계속 채근했다.

“빨리.”

“그래.”

황경호가 대답했다.

“뭐가?”

“니가 더 좋다고.”

그러자 강동현은 살짝 기분이 풀렸다. 그는 그대로 다시 자기 자지를 황경호에게 찔러넣으며 그의 귀를 빨았다.

“진작 그래야지.”

“아…! 으으응….”

황경호는 얼굴을 상기시키며 눈을 감았다. 그대로 한 번 더 기분 좋게 끝냈다. 강동현도 오랜만에 아주 만족스러운 기분으로 그의 엉덩이를 주무르며 잠들었다.

새벽에 깼더니 품에 황경호는 없었고, 하품을 하며 거실로 나가니 황경호가 강아지에게 목줄을 채우고 있었다. 강아지들은 순한 얼굴로 강동현을 보며 꼬리를 흔들었다. 그러자 황경호가 그를 돌아보았다.

“깼어?”

“…….”

저놈의 산책 때문에 즐겨 하던 모닝섹스가 싹 사라졌다. 강동현은 잠시 멍청한 얼굴을 하고 산책을 고대하는 4개월짜리 강아지들을 보다가 말했다.

“나도.”

그렇게 강동현은 모자에 후드티를 눌러 쓰고 목줄을 하나 잡고 황경호와 함께 아침 산책을 나왔다. 강동현이 입이 찢어져라 하품을 했다.

“아, 피곤하다….”

“더 자지.”

“넌 안 피곤해?”

“이제 습관 됐나 봐. 괜찮아.”

황경호는 그렇게 대답했다. 그렇게 서울숲을 한 바퀴 돌고 집으로 돌아왔다. 황경호가 샤워를 하러 욕실로 들어갔다. 강동현도 마스크와 모자를 바닥에다 아무렇게나 휙휙 던지고 그를 따라 들어갔다.

“나도~.”

오늘은 할 거다, 모닝섹스. 강동현은 그렇게 마음을 먹고 샤워부스 안에 있는 황경호를 끌어안았다.

“나 출근해야 한다. 출근.”

황경호는 강동현의 낌새를 바로 눈치채고 그렇게 심드렁하게 말했다. 그런다고 그가 언제 말을 들은 적이 있던가.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에 쪽 입을 맞추면서 속삭였다.

“사랑해~.”

황경호가 어이가 없어서 픽 웃었다. 그대로 30분 정도 시간을 보내다가 황경호는 헐레벌떡 샤워를 마무리하고 밖으로 나왔다. 스킨로션 바르고 옷 입는 동안 팬티만 입고 어깨에 수건을 걸친 강동현이 그를 따라다니며 머리를 닦아주었다.

“머리 말려, 머리.”

“시간 없어.”

“밥은?”

“시간 없다니까.”

그리고 곧바로 현관으로 직행했다. 강동현도 따라갔다. 황경호는 약간 짜증을 냈다.

“아! 내 머리 말고 니 머리나 닦아! 바닥에 또 물… 너 저거 옷 치워라, 어? 바닥에 저렇게 해놓으면 애들이 다 물어뜯는다고.”

“알았어. 알았어.”

강동현은 건성으로 대답을 했다. 황경호는 더 잔소리를 하고 싶지만 참는다는 얼굴로 한숨을 쉬더니 신발을 신었다.

“간다.”

그러고 그냥 나가려고 하니 강동현이 그의 손목을 잡았다.

“왜? 늦었어.”

그의 손을 뿌리치려는데 강동현이 입술을 쭉 내밀었다.

“뽀뽀해주고 가.”

얘는 진짜 얼굴에 철판을 깐 건지… 아니, 원래 이랬지. 황경호는 그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췄다. 그러자 만인의 극찬을 받는 미소를 활짝 지으며 강동현이 출근하는 황경호를 배웅했다.

“다녀오세요~.”

강아지들도 어느새 나와 꼬리를 흔들고 있었다.

“갔다 올게.”

황경호는 그렇게 대꾸하고 현관문을 열고 나왔다. 문을 닫고 나서 엘리베이터를 기다리다 다시 현관을 돌아보았다. 강동현과 강아지들이 문틈으로 고개를 빼꼼 빼고서 그를 보고 있었다.

“갔다 온다니까.”

“일찍 와. 나 오늘 오프다.”

강동현이 이런 날 왜 나가, 쉬어라, 일을 그만둬라, 이런 눈빛을 마구 보냈다. 안 들어도 오디오다. 황경호는 가당치도 않다는 듯이 픽 웃었다. 엘리베이터에 타며 고개를 저었다.

“나중에 애들 산책이나 잘 시켜.”

1층을 누르고 내려가는데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웃음으로 맞이하는 아침이 있었던가. 자신이 이렇게 가진 것이 많은 사람이었나.

강동현, 강아지들, 초록이, 그의 가족, 태형이 형이나 신현이, 병원 동료들, 같이 자원봉사를 갔던 친구들… 그의 세상이 다채롭게 채워졌다. 자신에겐 아무것도 없다고 생각했던 몇 년 전과 지금의 그가 이렇게 달랐다.

‘…행복하다.’

그렇게 생각했다.

<고쳐줄까?> 망상 외전 완결.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