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 망상 외전 - 이것도 언젠가 (3부 중반 시점)
“움직이지 마… 아앙… 움직이지 마… 하응… 움직이지….”
“알았어… 알았어… 하아….”
강동현은 온몸이 불덩이 같이 달아올라서는 멍청하게 대답하며 그의 말을 홀린 듯이 들었다. 손가락 하나도 움직이지 않았다.
섹스로 느낄 수 있는 쾌락이 이렇게 컸던가.
정말 아무것도 생각이 나지 않았다. 이 섹스를 하기 전에 뭘 하고 있었는지도 모르겠다. 지금의 강동현은 오로지 황경호와 섹스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 같았다. 아니, 그랬다.
그는 아직도 실현하지 못한 판타지가 수두룩했다. 상대도 협조적이지 않지만 무엇보다, 그의 구멍이 너무 작았다. 조금만 속도를 올릴라치면 진짜 죽으려고 했다. 그래서 상대는 피스톤질을 심하게 하는 것보다 천천히 하는 걸 편하게 여기는 것 같았다.
할 때마다 미친 듯이 기분이 좋은데 사람이 자꾸 욕심이 생겨서 더, 좀 더 자극적인 걸 하고 싶었다. 그래서 요새 그의 판타지는 점점 더 하드코어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엄청 울려서 까무러치게 하겠다, 이게 기본적인 목표였다. 그는 황경호가 숨이 넘어갈 듯이 느끼면서 울고불고 애원하는 게 정말 좋았다.
그런데….
“하아. 하앗… 읏… 으으응….”
강동현은 앉은 자세로 두 손을 뒤로하여 약간 기울어진 자신의 몸과 위에 탄 상대의 무게를 지탱하고 있었다. 그리고 황경호는 강동현의 위에 올라타서 그를 깊이 머금고 다리를 M자로 하여 자신의 무게를 발로 어느 정도 지탱하여 힘을 주고 있었다. 허리를 빳빳하게 세우고 강동현의 어깨에 느슨하게 두 팔을 걸쳐 자신의 손가락을 지그시 잡았다. 그리고는 강동현을 쥐어짜듯이 엉덩이를 돌리고 있었다.
“하앗… 아앙… 하읏… 아으응….”
강동현은 헉! 하고 숨을 삼켰다. 피스톤질은 하지 않은 채 그저 안쪽에 깊이 머금고 천천히 은근하게… 엉덩이를 놀리는 게 엄청 야하다. 누가 그의 위에 올라타서 이런 수준급(?)의 엉덩이 놀림을 보인 건 황경호가 처음이었다. 뭔가 섬세하고 야시시하고… 진짜 엄청 깜짝 놀랐다. 충격에 가까운 놀라움이었다.
이런 걸 할 줄 아는 애였단 말인가!!
이런 걸……!!!
“흐으응….”
“으윽….”
그가 또 엄청나게 짜부라뜨릴 듯 쥐어짜며 작은 원을 그리다 좀 더 큰 원을 그리며 강동현의 아랫배를 농밀하게 압박하자, 강동현은 결국 백기를 들었다.
“나… 죽을 것 같아… 하아… 하아….”
이렇게 느리게 하는데 이렇게 미칠 것 같은 기분이 들 거라곤 상상도 한 적 없었다. 강동현은 온몸이 불덩이처럼 달아올라 땀이 비 오듯 쏟아졌다. 정신이 나갈 것 같다. 자지가 터질 것 같다.
하도 강동현이 쑤셔대니 죽겠다면서 그가 올라탄 것이었다. 그래서 오늘의 섹스는 그냥 욕구불만 상태로 끝나겠거니 생각했는데 이건 진짜… 미친. 말로는 설명할 수가 없었다.
강동현이 상상해오던 섹스 판타지와는 완전 반대 방향에 있었다. 예상도 기대도 아무것도 해본 적이 없었다. 기대하지 않았다는 사실 자체도 몰랐다. 그런데 완전 생각지도 못한 엑스터시가… 강동현은 거칠게 숨을 몰아쉬면서 말했다.
“나 진짜… 터질 것 같은데… 윽… 조금만 더 빨리 움직여… 하아.”
새빨갛고 야시시한 표정으로 강동현의 위를 타고 있던 황경호는 눈을 지그시 감은 채 그냥 강동현에게 입을 맞추었다. 촉촉하게 입술을 부드럽게 부빈다. 제기랄. 진짜 죽겠다. 강동현은 아랫배가 돌처럼 단단해지고 단전에 열기가 너무 몰려서 미칠 것 같았다. 빨리 사정하고 싶었다.
“나 진짜 죽는다니까… 하… 터질 것 같아. 싸고 싶어… 윽….”
강동현이 섹스를 할 때 황경호에게 애원을 한 건 처음이다.
“내가 움직인다…?”
강동현은 몸을 일으키며 두 손으로 황경호의 엉덩이를 잡았다. 황경호가 야시시하게 신음을 흘리며 도리질 쳤다.
“응… 뜨거워… 하아… 움직이지 말랬잖아….”
“아… 그렇긴 한데… 으으윽….”
황경호가 또 엉덩이를 돌리며 비틀어 짜자 강동현은 진짜 펄쩍 뛸 뻔했다.
“너… 윽. 하아. 야… 나 좀 살려줘… 하아… 윽… 헉.”
원래의 강동현은 남자다운 화려함이 강한 생김새를 가지고 있었다. 큰 키, 큰 체구, 훤칠한 느낌, 매끄럽고 음영이 진 남자다운 수려함, 강한 눈매와 시원한 입매. 원래도 엄청 잘생긴 남자였다. 근데 지금 성애에 젖어 괴로운 듯 미간을 찌푸리는 그는 오금이 저릴 정도로 섹시하기까지 했다.
원래 발기부전에 불감증, 지루라서 이래저래 끝을 내는데 안 좋은 조건을 가지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자위도 불가능할 정도로 심각한 발기부전인데 오로지 황경호한테만 자연히 발기가 되고 섹스하고 사정하는 게 가능했다. 거기에 예전과는 다르게 사정하기까지 시간이 엄청 많이 걸리게 되었고 사정의 방식이나 쾌감의 느낌도 완전히 달라지게 되었다.
그래서 황경호와 기분 좋게 섹스를 하더라도 마지막의 순간에 약간의 변화라도, 가령 상대의 절정이나 상대가 울고불고 욕을 하며 질질 짜거나, 아니면 피스톤질을 좀 더 세게 하거나 하는 식의 트리거가 있어야 그나마 사정이 확 되지 안 그러면 계속 폭발할 걸 억누르듯 고조되어 가기만 했다.
“윽… 아윽… 황경호… 나 진짜 죽는다니까… 헉. 으으윽… 야…!”
황경호는 온몸의 피부가 확연한 붉은 색으로 바뀌어 있었다. 그는 헐떡거리면서 움직임을 계속했다. 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움직이고 있는 데다가 자신의 감각에 집중하고 있어 위급한(?) 상황에 빠진 강동현 따위에는 관심도 없었다.
“싫어… 니가 하면 나중에 엉덩이… 아프단 말이야… 하응….”
“윽… 아윽… 큭… 헉… 윽… 황경…호….”
강동현이 눈을 감고는 아찔한 목소리로 황경호의 이름을 불렀다. 평소와는 다르게 숨이 끊어질 것 같이 된 것은 황경호가 아니라 강동현 쪽이다. 황경호가 갑자기 움찔움찔거리며 신음을 흘렸다.
“하아앙… 뭐야… 엄청… 커졌…어… 앙….”
황경호는 눈을 지그시 감고 움직이고 있어 상대의 상태를 잘 모르고 있다가 힉! 하고 눈을 떴다.
“…….”
얼굴이 잔뜩 붉어진 채 미간을 엄청 좁히고 호흡이 무진장 거칠어져 있는 강동현이었다. 황경호는 더 화륵 빨개졌다.
‘엄청… 섹시해…’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양손으로 잡았다. 강동현도 눈을 뜨고 그를 올려다보았다.
“…….”
“…….”
서로의 눈을 바라보면서 황경호가 여전히 엉덩이를 느릿하고 천천히 쥐어짜듯 움직였다. 강동현이 뜨거운 한숨을 내뱉으며 부르르 떨었다.
“제발… 으윽… 죽을 것 같아.”
강동현이 애원했다. 황경호가 그의 쭉 뻗은 탄탄한 목을 쓰다듬었다. 그가 이러는 건 처음 보았다. 오늘의 섹스는 솔직히 직접 엉덩이를 흔들어야 해서 좀 많이 쪽팔릴 줄 알았는데… 일단 처음엔 강동현이 놀려서 엄청 창피했다(그래도 내 엉덩이를 위해서라면). 그런데 좀 지나니 얌전해졌다. 그리고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보니 이 꼴….
강동현은 숨이 넘어가듯이 헉헉 몰아쉬고 있었다. 그의 근육질로 꽉 찬 멋진 몸이 안달이 나서 꿈틀거린다. 그렇게나 미워도 언제나 황경호의 시선을 사로잡던, 뭘 해도 태가 나는 남자가 그의 밑에 깔려서 황경호만 바라보며 어쩔 줄 몰라하고 있는 것이다.
“으으응….”
황경호는 순간 온몸에 짜릿하게, 오르가즘과 닮은 짧은 쾌감이 달리는 걸 느끼고 움찔움찔하며 그를 죄었다. 성적인 쾌락과 우월감이 뒤섞인다.
섹스라는 거 이런 걸까?
‘내 거 같아….’
누가 봐도 우월하고 많은 사람들이 사랑하는 바로 이 남자가 말이다. 황경호는 너무 흥분하고 말았다.
“응…! 핫…! 아앗! 힉! 아! 아! 아! 아아아!”
점점 엉덩이를 흔드는 속도가 빨라지더니 엄청 빨리 흔들기 시작했다. 그의 자지를 엉덩이로 꽉 물고 그의 단단한 아랫배 위에 엉덩이와 허벅지를 딱 붙이고 세게 비볐다.
“큭…! 아윽! 헉…! 씨발…!”
강동현이 기겁을 하며 황경호의 양 무릎을 꽉 잡았다. 엄청 야한 얼굴로 헐떡거리면서 그의 몸에 핏줄이 확 돋았다. 황경호는 그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움직이다가 본인도 견딜 수가 없었다. 그의 머리를 확 끌어안고 정신을 놓고 앙앙거리기 시작했다.
“흐앙! 기분 좋아…! 강동혀언… 아아앙! 흑! 아! 갈 것 같아. 갈 것 같아. 힉! 아아앙. 기분 좋아아…!”
“아!! 씨…! 으으으으윽…….!”
“하아아아앙…!!!”
강동현이 드디어 성대하게 사정하면서 황경호의 엉덩이를 꽉 잡고 뭉개듯 자신의 남성기를 밀어붙였다. 황경호는 결국 못 참고 뒤로 고개와 허리를 꺾으며 가버렸다. 온몸이 새빨갛고 얼굴은 색기가 가득해 보는 사람의 마음을 애타게 할 정도다. 그는 눈물을 후두둑 떨어뜨렸다. 둘은 심하게 경련하며 서로의 하반신을 꽉 옭아맸다. 황경호의 허벅지가 강동현의 갈비뼈를 강하게 압박했다.
“히앗… 아으응….”
강동현의 자지가 뜨겁게 맥동하고 있었다. 두근두근. 완전 뜨거웠다. 게다가 사정액도 너무 많아….
‘흘러나와….’
황경호는 부들부들 떨면서 엉덩이를 계속 움찔거렸다. 그와 섹스를 하면 언제나 영원히 끝나지 않는 오르가즘이 왔다. 황경호는 거의 본인이 기절한 줄 알았다. 그대로 하반신을 겹친 채 천천히 뒤로 누워 서로가 겹쳐진 부위를 두 손으로 감싸듯 손가락 사이로 잡았다. 뜨거웠다. 황경호는 고개를 가로 돌리고 움찔움찔 떨며 계속, 계속 느꼈다.
그리고 몇 십 분인지 몇 시간인지 모를 시간이 지났다. 강동현은 어느샌가 황경호의 위에 겹쳐 엎드려 누워 있었다. 황경호는 속눈썹을 파르르 떨며 희미한 시선으로 흐트러진 침대 시트를 보면서 여전히 느끼고 있다가 점점 정신을 차렸다.
‘나 금방….’
황경호는 온몸이 순식간에 새빨개지면서 눈만 동그랗게 떴다.
쪽팔려. 쪽팔려. 죽고 싶어. 쪽팔려. 죽고 싶어. 죽고 싶어. 죽고 싶어!
그렇게 한참을 자학을 하며 고통스러워 하다가 입을 꾹 다물고 미간을 찌푸리며 작게 신음을 흘렸다.
‘창피해…….’
아, 분명히 이 새끼 엄청 놀릴 텐데. 아… 미쳤다. 미쳤어. 죽고 싶다, 진짜… 미친놈. 아, 쪽팔려… 창피해….
강동현도 곧 정신을 차릴 것이다. 황경호는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어 꼼짝도 못 하고 있었다. 건드렸다가 정신이라도 차리면 진짜….
“…?”
근데 뭔가 이상했다. 보통은 엄청 헐떡거리면서 신음소리라도 들려야 하는데… 그렇게 생각하면서 고개를 조심조심 돌리니 눈을 감고 있는 참 잘생긴 얼굴이 보인다.
“…….”
기절했다.
‘…그래… 얘 오늘 엄청….’
…뭔가 기분이 굉장히 복잡했다. 남자로서 상대를 기절할 만큼 기분 좋게 만드는 건 최고의 자랑이라고 하지만… 이 경우에도 자랑스러워 해야 하는 건가… 아니… 잠깐만….
언제나 죽을 정도로 짜이는 건 사실 황경호였기 때문에 섹스 후 녹초가 되어 죽어 나가는 것 언제나 그였다. 강동현은 마치 황경호의 기운이라도 빨아간 것처럼 엄청 팔팔해지고 말이다.
그렇게 기절한 그의 얼굴을 물끄러미 보고 있었다.
보고 있으니까 어쩐지… 너무 잘생겨서 말이다. 저도 모르게 눈을 감으며 그의 예쁜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쪽. 쪽쪽. 촉. 쪼옥. 쪽. 그렇게 섬세하고 그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부비고 부드럽게 빨다가 얼굴이 좀 상기되어 입술을 떼었다.
“…….”
‘이건… 죽을 때까지 비밀이다.’
황경호는 정말로 쪽팔려서 죽을 것만 같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