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40화 (40/47)

3. 남자의 행복(1)

“와… 이거 끝내준다.”

강동현이 감탄사를 냈다. 한여름이었다. 성수동 T 아파트 로열층에 위치한 그의 스윗홈 거실에는 새로운 가구가 놓였다.

짙은 빨간색의 인체공학적인 소파였다. 엎어 놓은 W 같이 생겼는데 두 산의 높이가 달랐다. 높은 산은 섰을 때 엉덩이 정도의 높이고 훅 밑으로 꺼졌다가 다시 올라오는 산은 무릎보다 좀 낮은 높이다. 재질은 부드럽고 매끈하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높은 산턱에다 엎어 놓고 그 뒤에서 바닥에 발을 대고 선 채 황경호의 안에 쑥 넣고 섹스를 하고 있는 중이었다.

“아아앙… 핫…! 아응… 으응. 응… 핫… 그만….”

찍찍찍. 철퍽. 퍽퍽퍽. 찹찹찹찹. 에어컨은 시원하고 햇빛은 따끈따끈하다. 침대나 다른 데서 할 때처럼 막 밀려 올라가서 다시 자리를 잡거나 자세를 유지하느라 힘들 필요가 없었다. 황경호가 힘이 빠져 늘어져도 소파의 곡선 덕분에 강동현에게 딱 맞게끔 엉덩이가 들이밀어졌다. 그의 탱탱한 엉덩이가 기분 좋게 강동현의 아랫배를 눌렀다. 가슴 쥐고 하기도 쉽다.

과연, 과학적 근거(?)에 기반한 인체공학적인(?) 디자인!

“이거 있으니까 편하지? 응?”

후배위를 해도 나중에 열중한 강동현한테 막 짓눌릴 일도 없고 그러니 제대로 숨 못 쉬어 체력 다 소진할 일도 없었다. 황경호도 편하게 더 잘 느끼는 것 같고….

“아앙… 흣… 근데 왜 이걸 거실에다가….”

그것도 버젓이 한강이 훤히 내다보이는 라운드 형 통유리 앞에서 박히고 있었다. 햇빛에 빛나는 그의 피부가 예뻤다. 어깨와 도드라진 날개뼈… 예쁘다. 예뻐. 내 거. 거기에 강동현은 황경호가 부끄러워하는 걸 좋아하기도 했다.

“니가 카우치에서 잘 못 하게 하잖아. 난 거실에서도 하고 싶은데!”

“방에서 하면 되잖아… 핫… 아아앙… 너무 깊어. 핫… 조금만… 좀만 빼… 조금만… 아앗.”

너무 인체공학적인 것도 문제다. 침대나 다른 곳에서 할 때보다 조금의 틈도 없이 꽉 맞물려 들어왔다. 22센티짜리가 아주 다 들어오니 황경호는 숨이 턱턱 막혔다.

“싫은데.”

“앗… 앗앗. 앗… 거기… 아앗. 앗. 싫다니까…! 핫. 아아아아앙….”

황경호가 엄청 움찔거리다가 확 허리를 긴장하며 오르가즘을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엉덩이가 경련하면서 강동현의 자지를 야물딱지게 주물렀다. 하지만 우리의 인체공학적 섹스 소파!는 그럼에도 자세가 흐트러지지 않게 해주었다. 강동현은 아주 편하~게 그의 엉덩이를 계속 팡팡 쳤다.

“아… 좋다. 진짜 좋다… 윽… 하아….”

죽을 때까지 할 수 있을 것 같다….

강동현은 아주 마음 깊이, 흡족하게 감탄하며 황경호의 엉덩이를 단단한 아랫배로 빠르게 때렸다. 보통 경련하면 몸을 확 움츠려서 그를 꽉 붙잡아야 했는데 그럴 필요가 없었다. 소파가 아주 무거워서 그 정도로는 움직이지도 않았다. 설계자의 기막힌 안배가 보인다.

“흑. 아흑. 으흐윽. 으으… 읏… 하윽… 아아….”

황경호는 눈물 콧물 다 흘리며 도망가려고 해도, 강동현이 안 붙잡아도 소파가 몸에 아주 딱 맞아서 도망칠 수도 없었다.

“안 돼. 안 돼. 하아앙… 죽어. 죽어. 흐읏… 핫… 은혁아… 은혁아아… 하읏….”

황경호가 엄청 느끼며 애달픈 목소리로 강동현의 이름을 불렀다. 강동현은 갈비뼈도 아랫배도 엄청나게 뻐근해졌다.

“진짜 좋네, 이거… 윽. 하아… 이쪽 봐. 키스하자.”

“은혁아… 으읏… 음… 으읍… 빨리 싸. 핫… 빨리… 으음… 아….”

황경호가 애원을 하며 입을 맞추었다. 그의 몸이 계속 경련하고 있었다. 강동현은 뾰족하게 선 그의 말랑한 젖꼭지를 가지고 장난을 치며 허리만 움직여 빠르게 그의 음부를 팠다. 그가 아주 쪽쪽 빨아댔다.

“으음… 하… 알았어… 지금 좋으니까 좀만 더 기다려….”

강동현은 감각에 집중하며 황경호의 입술을 빨았다. 황경호는 소파를 짚고 있는 그의 팔을 잡았다.

“핫… 으으읏… 지금은…? 안 돼? 아직 안 돼? 아직이야?”

“헉… 윽… 아직이야. 보채지 마라. 좀 참아.”

강동현이 그의 엉덩이를 찰싹 때렸다. 강동현은 기분이 그냥 끝내주는지 아주 집중해서 움직이고 있었다. 그의 아랫배가 황경호의 엉덩이에 좀 더 빠른 박자로 부딪쳐 잘게 출렁거렸다. 황경호는 그의 입맞춤에 간신히 따라가며 조금 참다가 다시 애원했다.

“은혁아아… 흑… 나 이상해. 빨리 끝내. 빨리 끝내줘. 으흑… 아….”

“참아. 나 지금 진짜 좋으니까… 아, 돌겠다. 진짜 끝내주네… 죽겠다….”

“핫… 못 참아. 아앙… 못 참아. 흑. 앗… 아앗. 앗. 하윽… 읏… 아…! 으흐으으으…!!!”

황경호는 갑자기 몸을 뻣뻣하게 하고 소파를 짚고 튀어나갈 듯 몸부림을 치다가 손톱으로 으드득 소리가 나게 소파를 긁었다.

“안 돼…!!”

황경호가 그 길로 실금을 하기 시작했다. 강동현은 처음에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대로 그의 엉덩이를 괴롭히다가 거하게 한 발 싸기 시작했다.

“이제 한다… 아…! 크으윽…!! 윽…!”

“…!!”

황경호는 앞뒤로 엄청나게 축축해졌다. 황경호는 비명도 못 지르고 입을 벌린 채로 부르르르 떨었다. 강동현은 오금이 저려 휘청했다. 그대로 황경호의 등에 좀 기댔다. 그의 어깨와 등에 입을 맞췄다.

“아… 진짜… 경호야… 경호야… 사랑해… 사랑해. 사랑해. 진짜….”

그러다가 발치에 축축하게 물기가 느껴지자 그제야 황경호의 상태를 알아차렸다.

“흑….”

황경호는 부끄러워서 온몸을 벌겋게 붉혔다. 강동현도 슬 얼굴을 붉히며 옆에서 황경호의 얼굴을 보았다. 표정 죽인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팔 밑에 두 손을 넣어 소파에 기대며 그에게 더욱 달라붙었다.

“…부끄러워?”

그가 말없이 고개만 끄덕였다. 강동현은 싱글벙글 웃었다.

‘아~ 놀릴까, 말까.’

즐거운 고민이었다. 강동현은 미소를 지으며 그의 뺨에 입을 맞췄다.

“치우고 씻으면서 한 번 더 할까?”

“…빨리 나와.”

황경호는 너무 창피해서 좀 우울해진 모양이었다. 얼른 치우고 욕실로 쏙 들어가 버렸다. 몸을 아주 박박 씻고 있는 그의 뒤로 다가가 샤워 볼을 빼앗았다.

“살살해….”

강동현은 물기에 젖은 그의 뺨에 입술을 누르며 부드럽게 그의 몸을 만졌다. 거칠게 다루던 피부에 부드러운 손길이 닿자 황경호가 앗 하고 놀란 표정으로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강동현은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으응….”

그가 눈을 감으며 야한 얼굴을 했다. 뭔가 섬세하고… 몰라. 그냥 좋다. 강동현은 거품 덕분에 더욱 부드러워진 그의 몸을 만지는 게 기분 좋았다. 황경호는 그에게 부드럽게 만져지는 게 황홀해 보였다.

욕조에는 물이 점점 차고 있었다. 몸을 씻으며 거품의 부드러움을 윤활제 삼아 서로의 피부를 천천히 비비며 만졌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등과 팔을 아주 천천히 만졌다. 단단하고… 부드럽다. 피부가 간지럽고 오싹오싹하다. 기분 좋아… 그리고 비누를 씻어내고 욕조에 들어갔다.

“으음… 응… 으응… 읍… 하아… 음….”

황경호와 강동현은 서로 마주 보고 끌어안고 있었다. 비싼 입욕제를 푼 욕조에선 은은하게 향기로운 냄새가 났다. 거품이 몽글몽글 피어 딴 세상에 온 것 같다. 모든 게 다 부드럽다….

그와 입을 맞추는 게 세상에서 제일 기분 좋았다. 예쁜 입술. 도톰하고 정말 부드러웠다. 거기다 혀를 섞으면 온몸이 오싹오싹했다. 그때 강동현이 슬금 빳빳한 자기 자지를 황경호에게 넣으려고 하자 황경호가 움찔하며 눈을 떴다.

“앗… 안 돼… 물 속에서 하는 거 싫어….”

“난 좋은데.”

“아아…! 앗…! 으응… 싫다니까. 핫… 무, 물 들어와… 흣… 앗. 앗… 아앙.”

강동현은 미끈한 황경호의 음부에다 자기 걸 쑥 집어넣었다. 황경호가 얼굴을 확 붉히며 눈을 감고 예민하게 움찔거렸다. 하면 할수록 민감해지니까 말이다. 표정 죽인다. 강동현은 나사가 풀린 것처럼 실실 웃어댔다.

“아~, 좋~다.”

강동현은 무슨 변태 아저씨 같은 감탄사를 연발하며 황경호의 좋은 곳에다 슥슥 비벼댔다. 시련이 넘어가면 또 사이가 이렇게 돈독해진다. 같이 산 지도 1년 반이 지났지만, 아직도 신혼이다.

‘착착 붙는다, 붙어.’

“으음… 읍…! 읍… 하아… 아… 으응. 음….”

둘 다 입술이 벌겋게 부어오를 정도로 입을 맞추고 있었다. 황경호는 완전 흐물흐물해져서는 강동현의 얼굴을 뭐가 철철 흘러나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아앗… 하… 기분 좋아… 사랑해….”

그렇게 속삭이며 강동현의 목을 끌어안았다. 강동현은 입이 찢어졌다. 이제 내가 아주 좋아 죽겠지? 어? 강동현은 매~우 의기양양한 표정으로 한 팔을 떡 하니 욕조에다 거만하게 걸치고 다른 손으로 가볍게 황경호의 등을 받쳤다. 황경호가 스스로 엉덩이를 흔들었다.

“흐응. 얼마나 좋은데?”

“좋아… 좋아… 하읏… 진짜 좋아….”

둘이 하나가 된 부분도, 서로 마주치는 모든 구석이 전부 기분이 좋았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야시시하게 잘 흔들고 있는 그의 엉덩이를 한 손으로 터질 듯이 주무르다가 가슴을 움켜쥐었다. 검지로 젖꼭지를 간지럽혔다.

“진짜?”

“아앙… 진짜. 진짜로… 핫… 아앙… 왜….”

“뭐가.”

“왜 안 움직여… 앗… 아응….”

“기분 좋게 해주세요, 서방님~ 해봐.”

황경호가 야한 얼굴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

“죽어버려….”

아, 진짜 죽겠다. 강동현은 다시 슥슥 그의 엉덩이에 자지를 넣었다 뺐다 했다.

“힉… 아앙… 흣… 하아….”

그러자 황경호가 강동현의 양어깨에 두 팔을 걸치고 자신의 손목을 잡은 채로 눈을 지그시 감고 강동현이 잘 홀리는 끝내주는 얼굴로 엉덩이를 돌렸다.

“물속에서 하는 거 싫다고 했잖아, 어? 싫다며.”

강동현이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황경호가 야시시한 얼굴로 헐떡거리면서 말했다.

“괴롭히지 마… 멍청아… 핫… 아앗. 아아아….”

“우리 경호 괴롭히는 거 싫구나~ 응? 그럼 이건? 이것도 괴롭히는 거야?”

“앗! 아아아…! 아앗! 앗! 핫…!”

거의 끝까지 뽑아내며 퍽퍽 박았더니 황경호의 표정이 확 긴장하며 강동현의 팔을 잡았다. 그리고 강동현이 멈추자 엉덩이를 앞뒤로 움찔움찔하며 숨을 골랐다.

“아프잖아… 하아….”

“거짓말. 안 아팠으면서.”

“아팠어.”

그리곤 다시 쪽쪽거리면서 계속 섹스했다. 서로 박자가 착착 맞았다. 숨이 거칠어졌다. 황경호가 숨이 막혀서 푸하, 하고 키스를 멈췄다. 그는 한 팔로는 강동현의 목을 감고 다른 손으론 욕조의 테두리를 꽉 잡았다.

“나… 나 할 것 같아… 읏… 하앗… 가….”

황경호는 부르르 몸을 떨었다. 너무 기분 좋았다. 지금 이 순간이 영원히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온몸이 녹아내리고 있었다.

“하아… 나도….”

강동현이 아주 섹시한 목소리를 내면서 황경호의 다리를 만졌다. 황경호는 그에게 아주 착 달라붙었다.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끙끙 앓는 소리를 냈다.

“같이… 같이 하고 싶어….”

“알았어. 헉… 으윽… 나도 이제….”

“으응… 하앗… 나와. 나와. 나와. 흣. 아앙… 하아아아앙…….”

“아…! 으으윽… 큭…!!”

황경호의 엉덩이가 거의 본능적으로 구부러져 강동현을 더 깊이 삼키고 죄었다. 강동현은 섹시하게 인상을 쓰며 퍽퍽퍽 몇 번 더 박았다. 황경호는 그의 머리카락을 꽉 쥐고 헐떡거렸다.

“흐으응… 하… 아흑… 으으….”

황경호가 우는 소리 비슷한 것을 내며 강동현의 몸 위에 축 쳐졌다. 강동현도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주르륵 물속으로 미끄러졌다. 그대로 깊이 피부를 맞댄 채 쾌락의 속을 함께 유영했다. 강동현의 손이 황경호의 등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오싹오싹하다.

‘기분 좋아….’

황경호는 완전히 홀랑 정신이 나가서는 꾸물꾸물거리며 강동현에게 더 달라붙으려고 했다. 그래서 강동현과 함께 점점 더 욕조 안으로 미끄러져 들어갔다. 강동현은 물이 거의 턱밑까지 차오르자 그제야 조금 정신을 차리고 다시 기어 올라왔다.

“…….”

“…….”

둘 다 영 정신이 빠졌다. 둘이 서로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다가 입을 맞추었다. 부드럽고 섬세하게 입술을 비비다가 황경호가 깊은 한숨을 쉬었다.

“이제 입술 아파….”

“그래도 조금만 더….”

“으응….”

그 뒤 둘은 영 나른해서 아무것도 하기가 귀찮아졌다. 여름용의 시원한 옷차림으로 선글라스만 낀 채 나와서 밥을 사 먹고 스파에 가서 풀코스 마사지를 받으면서 둘 다 곯아떨어져 버렸다. 그리고 해 질 때쯤 나와서는 서울숲 한강변에 나갔다. 사람들 엄청 많다. 강동현은 모자와 마스크까지 썼다. 돗자리에 푹신한 빈백까지 두고 누웠다. 집이 가까워서 들고 걸어왔다.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하나 들고 있으니 세상 한가롭다. 영화 촬영은 드라마 촬영보다 훨씬 여유로웠기 때문에 강동현은 황경호와 함께 있을 시간을 많이 냈다. 황경호도 항상 습관처럼 병원에 늦게 남아 더 일을 하곤 했지만 이제는 그냥 6시 반이면 칼 같이 퇴근을 했다. 그리고 주말은 꼭 맞추려고 했고….

‘진짜… 부부 같다.’

황경호의 부모님은 황경호와 강동현처럼 지내지는 않으셨다. 오히려 정말 ‘평범한’ 대한민국의 부부셨다. 애정보다는 책임감. 언제나 무언가를 바쁘게 해야만 하는 일상. 딱히 다정다감하게 지내시진 않아 모든 부부들이 결국은 저렇게 되는 건가, 싶었는데.

강동현네 집은 부모님 사이가 정말 좋으시니까 말이다. 여유도 있는 집이고… 이렇게 아무것도 안 하는 시간을 같이 보내는 것만으로도 뭔가… 마음이 평화롭다. 강동현이랑 해외여행을 가면 가끔 느끼곤 했지만… 이런 일상 속의 작은 여유가 좋다. 이런 여유를 즐길 줄 아는 사람과 같이 살게 되어서 황경호도 이런 것을 느낄 수 있게 된 것이다. 언제나 서로 다르다고는 느꼈지만….

‘아마… 나랑 비슷한 사람을 만났으면 우리 엄마 아빠처럼 살았겠지?’

역시 돈인가… 황경호는 섹스와 스파, 마사지 등으로 나른한 얼굴로 가만히 누워서 하늘을 보았다. 날씨 진짜 좋다….

“저녁 뭐 먹지?”

“응? 몰라… 뭐 먹고 싶은데?”

강동현의 질문에 황경호가 나른하게 되물었다. 책은 들고 왔는데 읽지는 않았다. 강동현이 말했다.

“잘하는 소고깃집 있는데 소고기 먹자.”

“알았어….”

옛날 같으면 소고기 같은 거 비싸서 엄두도 못 냈을 텐데. 이제 황경호는 강동현이 하자고 하는데 돈으로 토를 안 달기 시작했다. 돈 관리를 황경호가 하고 있는데 이게 보니까 그런 짓을 할 필요가 없었다. 황경호 때문도 있지만, 강동현은 가진 거에 비해서 정말 검소(?)하게 사는 편이었다.

그리고 집에다 물건들을 가져다 놓고 지갑만 챙겨 들고 차를 타고 이동을 하는데 황경호에게 연락이 왔다.

“네. 어머니.”

[응, 경호야. 뭐해?]

“지금 은혁이랑 밥 먹으러 가고 있는데요?”

[좀 있으면 은연이 아빠 생일인데… 원래 애 아빠 생일 때는 같이 지리산 등산가고 했거든. 시간 되면 은혁이랑 같이 오라고. 은연이도 이번엔 시간 돼서 온대. 가족끼리 다 같이 가면 좋을 것 같아서….]

황경호는 깜짝 놀라 가슴이 두근했다. 가족끼리… 황경호는 급히 달력을 살펴보았다.

“아버님 생신이 8월 12일이셨죠? 주말… 네, 은혁이도 이날 스케쥴 없어요. 네. 네.”

“뭔데?”

강동현이 고깃집 앞에 주차를 하면서 물었다. 발레파킹을 하는 사람이 키를 받아갔다. 황경호가 휴대폰의 마이크 부분을 막고 말했다.

“아버님 생신 때 등산 가자고 하셔. 아, 네. 어머니.”

“아, 귀찮은데. 그거 은근히 힘들다. 너 알고 간다고 하는 거야?”

“아, 네. 네. 어머니. 네에. 네.”

황경호는 예스맨이 되어 어머니께 열심히 대답을 했다. 전화통화를 끝내고 나선 뭔가 조금 기분이 좋아 보였다. 그리고 강동현을 보았다.

“너 진짜 아버지랑 화해했구나?”

“뭐… 응.”

개인실로 들어온 강동현과 황경호는 자리를 잡고 앉았다. 제일 비싼 모듬을 시켰다.

“어떻게 한 거야? 아버님 진짜 화 많이 나신 것 같았는데.”

“아, 그냥 누나가 시킨 대로….”

그렇게 강동현이 아버지와의 담판의 그 날을 이야기하기 시작했다.

***

누님은 100억짜리 알바를 AS까지 확실히 해주셨다. 먼저 집에서 옛날 앨범들을 내놓고 어머니와 함께 보면서 밑밥을 쫙 깔았다.

[아, 이때는 귀여웠지. 지금은 진짜 징그러워 죽겠는데.]

[어머, 이건 스캔 안 한 건가 보다. 이때 은혁이 4살 때… 이때 정말 귀여웠는데. 너도 어렸을 때라 기억은 안 나겠다. 너랑 은혁이 데리고 나가면 사람들이 그렇게 예쁘다고 얼마나 칭찬을 했는데….]

[사람들이 너무 만져서 아빠가 둘 다 들고 다녔다면서?]

[그래. 그때 너네 아빠 허리 다 나갈 뻔했다.]

[…….]

아버지가 주말이라 뉴스를 보시며 거실에 있는데 보란 듯이 그렇게 판을 벌인 것이다. 그리고 점심을 준비할 때 치우지도 않고 부엌으로 모녀가 들어가니 나중에 슬그머니 사진을 보고 있는 아버지를 발견할 수 있었다.

그때부터는 굉장히 센치해지신 아버지는 그런 소리 세상 안 하시던 분이 예전이 좋았지, 하는 푸념을 간간이 하셨다고 했다. 며칠 낌새를 보던 도은연은 동생에게 신호했다.

[시간 될 때 아버지한테 죄송하다고 술 한 잔 하자고 해라.]

도은연은 어떻게 메시지를 써야 할지까지 다 보내주었고 거의 배우에게 어떤 배역을 해야 할지 설명하는 것처럼 역할을 지정해주었다. 또 시키는 건 잘하는 강동현이 아니었던가. 긴가민가하긴 했지만 누나의 말 고대~로 메시지를 보냈더니 연을 끊자고 그렇게 냉정하게 말하던 아버지가 그러자고 답장을 보냈다.

[…….]

[…….]

일단 왁자지껄한 가운데 캡모자를 쓰고 앉은 강동현과 그 앞에 앉은 아버지는 처음에 아무 말도 없었다.

[…일단 한 잔 하시죠.]

[그래. 요즘 일은 할 만하니?]

삼겹살을 구워 먹으며 그렇게 말문을 텄다. 그러다가 둘 다 소주 한 병 반 정도 먹었을 때쯤 타이밍을 노려 강동현이 아버지에게 사과를 전했다.

[아버지… 죄송합니다. 제가 아직 철이 덜 들었나 봐요.]

[…….]

[저도 제 가정 지켜야겠다는 생각에 마음만 앞서서… 아버지 엄마 생각을 못 했습니다. 부모님 걱정하시는 게 당연한데 반대하실 것만 생각해서… 지금 생각해보니까 나중에 혹시라도 가능하다면… 제 자식이 저처럼 할까 봐 겁나기도 하고….]

[…….]

거의 누나가 찍어준 대로 그대로 읊은 건데 아버지는 대꾸가 없으셨다. 그러다가 아버지가 술을 한 잔 더 하시며 조용히 물었다.

[그래… 애는 가질 생각 있고? 내가 찾아보니까 외국에선 합법인 곳도 많던데….]

[엄마 아버지 생각해도 그렇고… 경호는 외동이에요. 당연히 생각은 많습니다. 나중에 그냥 경호랑 애들은 외국에 보내서 작품 할 때만 한국 들어오고 외국 나가서 살까 싶기도 하고… 누나도 해외로 자주 출장 나가니까 어디 가까운 데 정착해도 좋을 것 같구요.]

[…그래….]

이렇게 보니 누나 말대로 아버지는 정말 처음부터 조용하게 대화로 풀어나가려고 하셨던 것 같다. 강동현이 처음부터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깽판을 피우니 아버지도 열이 단단히 받으신 것이다. 강동현이 저자세로 굽히고 들어오니 아버지도 더이상 강하게 반대하지 않으시는 것 같았다.

‘뭐… 내가 먼저 깽판 부려서 그러신 거일 수도 있고.’

그나저나 진짜 죽겠다고 앓아눕는 게 더 쉬웠으려나. 도은연 그게 하는 말은 보통 다 맞는데… 아, 괜히 힘 빼고 경호 고생만 시킨 것 같네….

강동현이 그렇게 생각하면서 전에 없이 아버지의 비위를 맞추고 있었다.

그러고 술이 한 병 더 드시더니 아버지는 엄청 감성적이 되셨다. 강동현이 그렇게 굴어서 자신이 얼마나 상처를 받았으며 모진 소리를 하는 자신도 너무나 마음이 아팠다며 강동현을 끌어안고 몇 시간이나 속내를 얘기하셨다. 몇 번 직원들이 와서 괜찮냐고 묻고 갈 정도였다.

[우리 아들, 우리 아들. 그래, 다 아빠가 잘못했다. 아빠가 마음을 더 넓게 먹고 이해를 하려고 노력을 했어야 했는데. 내가 생각이 짧았다, 생각이… 우리 아들이 아빠 때문에 마음고생 했을 거 생각하니 아빠가 막….]

[예, 예. 아버지. 아니에요. 제가 잘못했죠. 진짜 죄송해요. 이제 다 지났는데요. 네.]

아버지는 눈시울이 찡해져서는 그런 강동현을 보며 말했다.

[그래도 우리 아들이 이렇게 아빠한테 먼저 연락 줘서 아빠가 마음속으론 얼마나 좋았는데. 그거 알아야 돼, 우리 아들. 우리 아들. 아빠가 사랑하는 거 알지?]

[네, 네. 그럼요.]

[아빠가… 아빠가 막 경호가 밉고 싫고 그런 게 아니야. 알지? 애 착한 것도 알고… 그런데… 그런데 남자라서… 그걸 어떡해… 막 하늘이 무너지는 것 같고… 눈앞이 깜깜하고… 알지?]

[네, 알죠. 알죠.]

[그래도 니가 마음먹고 니 가정 지키려고 그랬다는 거 들으니까 아빠가 널 영 잘못 키운 것 같지는 않다. 그래. 그렇게 해야 돼. 남자는 내 마누라, 내 가정부터 챙겨야 하는 거야. 응? 알겠지? 딴 눈 팔고 그러면 안 돼. 어? 마음먹었으면 끝까지 가야 하는 거야. 아빠 말 알겠어? 알겠지?]

[네….]

…이렇게 되니 아버지가 엄마보다 훨씬 더 귀찮다. 막 뭘 더 가르치려고 드는 데다가, 아버지는 엄마보다 힘이 엄청 세다. 떨구기도 힘들었다.

그렇게 밤새도록 붙잡혀서 아버지가 어렸을 때부터 우리 아들을 얼마나 귀여워했으며 사랑하는지 그걸 잘 알아야 한다며 줄줄줄 얘기하는 걸 몇 번이나 반복해서 들어야 했다. 강동현은 새삼 우리 부모님은 참 팔불출이시구나, 하고 깨닫고 집에 들어 와선 지쳐 곯아떨어졌다. 아버지를 상대하는 게 제일 피곤했다. 앞으로 살아생전 아버지랑 다시 술 마시는 일을 없을 것 같았다.

“아… 끔찍했어. 우리 아버지 막 외동딸 시집 보내는 아빠 같았다니까? 도은연이 결혼해도 그러실까 싶다, 진짜. 어우. 그 사람들 많은 데서 아버지가 나한테 막 뽀뽀하고….”

“아버님….”

강동현은 질색을 했는데 황경호는 마음이 짠했다. 그렇게 마음고생을 하신 것이다. 그래, 저 집이 아들 사랑이 좀 지극한가. 묻기 어려우셨을 텐데도 아버지 어머니가 황경호에게 조심스럽게 강동현의 병세를 물을 때도 참 얘는 사랑받으면서 자랐구나 싶었다.

‘물론…….’

그래서 애를 영 버린(?) 거일 수도… 라고 잠깐 생각했다가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나마 그 정도 되는 집에서 커서 이 정도(?)에서 그친 거지.

“그래도 등산은 같이 가자. 효도해, 이제. 좀.”

황경호가 오히려 마음이 달아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여전히 탐탁지 않은 것 같았지만 그래도 황경호의 말에 따라주었다. 물론, 대신이라며 엄청 괴롭(?)혔지만….

그래서 8월 12일 새벽 어머니, 아버지, 누님, 강동현, 황경호까지 다섯 명은 다 같이 지리산 발치에서 등산을 시작했다. 강동현은 벌써 얼굴을 꽁꽁 싸고 하품을 하고 있었다. 사람들은 그렇게 많진 않았지만 그래도 해가 막 뜨려는 새벽치고는 사람이 굉장히 많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참 등산을 좋아했다.

“경호야….”

“바로 좀 서.”

강동현은 영 잠이 오는지 황경호의 어깨에 팔을 걸치고 계속 몸을 기대려고 시도했는데 이제 가족 공인(?)인 이상 황경호는 더 몸을 사렸다. 예전이야 이 정도 스킨십은 그냥 장난으로 받아들여질 수 있었겠지만 이제는 아닐 테니까.

‘아… 좀 속 쓰린 것 같아….’

어머니나 누님과는 어색하지 않았지만 아버님과는 어색했다. 그렇다 보니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과도 말을 하기가 눈치 보이고… 황경호가 적극 강동현을 설득하여 등산을 온 것이지만 역시 아직 이 집안 식구라고 보기에는 부족함이 많은 황경호였다. 겉돈다는 느낌이 들지 않을 수가 없었다. 그래도 이런 자리에 초대된 것은 기쁘다고 생각한다.

‘열심히 올라가야지.’

등산 같은 건 학창 시절 이후로 한반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도 근 1, 2년은 강동현을 따라 꾸준히 운동도 했다. 다른 사람들 발목 잡을 정도는 안 되게 해야지.

그렇게 아버지와 누님이 앞장서시고 어머니와 경호가 중간에, 강동현이 맨 뒤에서 따라 올라갔다. 30분 정도를 올라가니 정말 다리가 천근만근이었다. 운동을 할 때 쓰는 근육과는 다르다. 해가 뜨니 더 더웠다. 죽을 것 같다. 게다가 자기 사업하시는 누님이랑 아버님은 쉴 새 없이 사업 얘기를 하면서도 다리를 움직이는 데 무리가 없어 보이시고 어머니도 뒤에서 누님과 아버지의 가방을 잡고 올라가실 만한 것 같았다. 강동현은 뒤에서 피곤하다, 졸리다, 하면서도 황경호의 엉덩이를 밀어주면서 잘 올라왔다. 중간에서 앞뒤의 속도에 맞추어 계속 올라가야 하는 황경호는 진짜 벌써부터 죽을 것 같았다. 그런데 눈치 보여서 힘들다고 할 수도 없고… 황경호는 들고 있던 물을 한 모금 더 마셨다. 강동현이 황경호를 말렸다.

“물 그만 마셔. 더 힘들어. 차라리 이거 먹어.”

강동현은 황경호의 가방을 자기가 메고 먹을 걸 하나 꺼내서 황경호의 손에 쥐여 주었다. 가방이 어깨를 짓누르지 않으니 그것만으로도 살 것 같았지만 황경호는 정색을 하고 돌려 달라고 했다.

“줘. 내가 멜 수 있어.”

“됐어. 빨리 올라가. 뒤에 기다린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를 밀어 올렸다. 그렇게 계속 올라갔다. 중간에 한 번 쉬었다가 중턱까지 가니 사람들이 꽤 많이 쉬고 있었다. 황경호는 넋이 빠질 것 같았지만 그래도 뒤로 내려다보니 예쁘기도 하고 뿌듯하기도 하고 그랬다. 정오가 가까워져 오니 태양이 지글지글했다. 그늘에 들어가 쉬고 있으니 아버님이 슬그머니 오셔서 말을 거셨다.

“보기보다 체력이 좋네.”

“아, 아뇨….”

“건강이 최고야. 요즘 젊은 애들은 도시 생활만 해서 체력이 많이 안 좋으니까 이 기회에 좋은 공기도 좀 마시고….”

“네. 저도 와서 좋아요.”

아버님은 그렇게 산세가 좋다든가 건강의 중요성에 대해서 말씀하셨다. 아마 아버님 나름대로 다시 가까워지려는 노력이신 것 같았다.

“여기부턴 가파르니까 천천히 갈 거야. 너무 힘들면 말하고… 와줘서 고맙다.”

그렇게 말씀하시더니 아버님은 황경호의 얼굴도 보지 못하고 다시 누님이 계신 곳으로 가셨다. 황경호는 괜히 좀 뭉클하기도 하고 그랬다. 전에 한창 분위기가 안 좋을 때도 느꼈지만 참 이 집 어른들은 점잖으셨다. 물론 황경호가 섭섭할 일들이라면 있었지만… 이해는 충분히 되었다. 자식이 걸린 일인데 어떤 부모가 그 정도도 안 하겠는가. 아마 비슷한 일이 황경호의 집에서 일어났다면 부모님이 먼저 저렇게 대화를 하려고 하기보단… 아마 이성적인 모습을 찾는 것 자체가 불가능할지도 모른다.

부족하더라도 그것을 인정하고 노력하는 모습을 항상 보고 자랐기 때문에 강동현도 자신의 노력을 믿고 자신만만하게 살아갈 수 있는 게 아닐까, 라는 생각도 들었다. 역시 황경호는 강동현의 부모님이 좋았다. 상식적이고 참 따뜻하신 분들이다.

“야.”

“응?”

강동현이 어느샌가 묘한 얼굴로 다가와서는 황경호를 추궁했다.

“우리 아버지랑 무슨 얘기 했어?”

“응? 그냥 산 좋다고, 건강도 챙기고….”

“너 우리 아버지한테 가까이 가지 마.”

강동현은 황경호의 말을 뚝 끊고 말했다. 아니, 이럴 거면 물어보긴 왜 물어봐? 황경호가 황당해서 쳐다보니 그가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속닥거렸다.

“너 우리 아버지 보는 눈길이 수상해.”

“뭐라는 거야!”

황경호가 깜짝 놀라서 그의 팔을 퍽 쳤다. 강동현은 단호하게 말했다.

“하여튼 안 돼.”

“그냥 저리 가!”

이 웬수… 사람 힘 빠지게 하는 덴 도가 텄다, 텄어. 그렇게 좀 쉬다가 다시 올라갔다. 정상과 중턱의 중간쯤 왔을까. 갑자기 위쪽이 소란스러운 것 같은 느낌이 들었다. 그래도 별 신경을 쓰지 않고 올라가는데 웬 대머리 중년 남성 하나가 뱃살을 출렁거리면서 산을 뛰어 내려오고 있었다.

“어우…! 다칩니다, 다쳐.”

자신의 속도를 감당하지 못하는 그를 아버님과 다른 사람들이 붙잡아주었다.

“위에 무슨 일 있습니까?”

누군가가 물었다. 그러자 그 대머리 중년 남성이 헐떡거리며 물을 한 모금 받아 마시더니 말했다.

“곰…! 곰 나타났어요. 반달곰! 사람들 다 내려오고 있어요. 신고도 했고…! 집채만 합니다.”

그러자 이쪽도 웅성거리기 시작했다. 사람들이 당황해서 서로의 얼굴을 쳐다봤다. 이 중년 남성은 직접 곰을 본 모양이지만 여기선 보이지도 않으니….

‘큰일이네… 내려가야 하나?’

황경호도 위쪽을 살피면서 혹시 보이나? 하고 보고 있었다. 걱정은 좀 되는데 실감은 안 나서 그러고 있는데 갑자기 누가 황경호의 손목을 콱 잡았다.

“?”

뭐라고 반응할 새도 없이 강동현이 황경호의 손목만 잡더니 순식간에 아래로 뛰어 내려가기 시작했다.

***

이 손 쓸 수도 없는 황당함 속에서, 가장 먼저 반응을 할 수 있었던 사람은 AS까지 착실히 해주시던 누님이셨다. 그녀는 강동현과 황경호가 사라진 방향으로 손가락질을 했다.

“저거, 저거…! 저 부모 형제도 없는 놈!”

아무리 남동생을 소 닭 보듯이 하는 누님이시라지만 배신감이 드는 모양이셨다.

“지 마누라(?)만 쏙 챙겨서 도망가는 거 봐라! 와, 저걸 동생이라고…! 아들 키워봤자 소용없다더니, 와…! 진짜! 엄마, 아빠 봤어? 봤어? 우린 쳐다도 안 보는 거? 와, 도은혁. 와~. 진짜 내가 다시 봤다. 어? 다시 봤어. 와… 넌 대단한 놈이야. 인정한다. 와….”

지금까지 키워주신 부모나 같이 큰 누나는 나 몰라라 하고, 그야말로 부모 형제도 버리고 지랑 지 마누라만 살겠다고 뛰어 내려간 거 아닌가! 100억 받았다지만 그래도 동생 부처(?)를 물심양면으로 집과 화합할 수 있게끔 도왔던 누님이셨다. 어이를 아주 찾을 길이 없었다.

“…….”

“…….”

도은연도 그러는 마당에 부모님은 얼마나 더 충격이 크시겠는가. 그렇게 남겨진 피를 나눈 가족들은 그대로 터덜터덜 중턱까지 다시 내려갔다. 위로 헬기가 몇 번 오고 가는 게 보였다. 다친 사람이 있을지도 모르겠지만 도 씨 집 식구들은 영 거기에 관심이 가지 않았다. 부모님은 내려가는 동안 아무 말씀이 없으셨고 도은연은 하도 어이가 없어서 중간중간에 불평을 했다. 그렇게 중턱에 내려가서야 일찌감치 뛰쳐 내려간 강동현과 황경호를 찾을 수 있었다. 둘은 싸우고 있었다.

“넌 진짜 사람이 왜 그러는데! 어?”

“카톡 했으면 됐지, 뭘 또 찾으러 올라가? 곰 나왔다는 소리 못 들었어?”

“그걸 말이라고 해?!”

“아, 어쩌라고~”

저건 사람이 안 될 것이다. 도은연은 불신과 배신감을 가득 담은 눈빛으로 강동현에게 다가갔다. 그들을 발견한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낭패한 얼굴로 어쩔 줄을 몰라 했고 강동현은 아주 양심 없는 얼굴로 딴청을 피웠다. 도은연이 그의 가슴팍을 쿡 찔렀다.

“너 배우 때려치고 달리기 선수나 하지 그러냐, 어? 엄청 빠르더만?”

“어. 안 그래도 생각 중.”

말이라도 못하면 반이라도 갈 것이다. 황경호가 얼굴을 벌겋게 하고는 고개를 꾸벅 숙였다.

“죄송합니다. 죄송합니다….”

황경호는 얼굴을 들지 못했다. 강동현의 아버지는 터덜터덜 오시더니 강동현의 어깨를 어렵사리 두드리셨다.

“그래… 전에 아빠가 남자는 자기 마누라(?)만 잘 건사하면 된다고 했으니까, 그치? 남자가 그거면 된 거야. 그래….”

아버지는 좀 허탈하신 것 같았지만 그렇게 말씀하셨다. 강동현은 또 양심 없게도 아버지 말씀 한번 잘하셨다는 듯 환한 얼굴로 대꾸했다.

“그렇죠?”

그리고 어머니는 아버님의 뒤에서 중얼거렸다.

“그래… 사이 좋으면 된 거야. 그럼 됐지….”

어머니도 영 허탈감을 이기지 못하시는 것 같았지만 그렇게 자기합리화를 시도하고 계셨다. 이렇게 모든 사람이 배신감을 느끼는 와중에 이 모든 상황을 만들어 놓은 강동현만 아주 당당했다.

“아~, 움직였더니 배고프다. 도시락 먹고 이제 내려가자.”

그는 앉을 곳을 찾으며 두리번거렸다. 도은연이 이를 갈며 말했다.

“만약에 너 자식 낳으면 내가 반드시 말한다, 어? 너네 아버지가 이런 인간이다, 어?”

“밥 먹자, 밥.”

“부모 형제도 모르는 인간말종이다, 어?”

누님만 이 천인공노할 배신에 복수심을 불태우고 계실 뿐이었다. 황경호는 쥐구멍이라도 있다면 기어들어가고 싶었다.

좀 어색하긴 했지만 그래도 부모님이 공인해주시고 난 뒤의 첫 가족행사(?)였다. 황경호는 진짜 조용히 열심히 잘 따라다닐 생각밖에 없었는데 왜 일이 이렇게 된 것일까. 이제는 부모님이고 누님이고 얼굴을 볼 면목이 없다. 몸 둘 바를 모르겠다는 게 딱 이런 것일 테다. 강동현이 뻔뻔스럽게 나갈 때마다 그의 등을 아주 호되게 꼬집었지만 그는 아픈 척도 하지 않았다. 어떤 정신으로 하산했는지 기억도 나지 않았다. 앞으로 다시는 부모님 얼굴을 못 뵐 것만 같았다.

서울에 올라가기 위해 다 같이 6인승 차에 탔다. 강동현이 운전을 했다. 아까보다는 분위기가 좀 나아져서 다른 일상 얘기도 했지만 중간중간 여전히 배신감에 치가 떨리는지 누구 한 명은 아까 얘기를 꼭 꺼냈다. 그럴 때마다 조수석에 앉은 황경호는 그냥 죽어 버리는 게 낫지 않을까 생각할 정도였다. 아니….

‘그냥 이 새끼를 죽이고 싶다….’

너무 부끄럽고 창피했다. 그리고 부모님 댁에 도착하여 드디어 강동현의 차로 갈아탈 때야 한숨이 놓였다.

“…….”

부모님은 심지어 언제나와 같이 저녁을 함께 먹자는 소리도 하지 않으셨다… 오늘 그들의 배신감이 얼마나 깊었는지 알 수 있는 대목이었다.

“아, 피곤하다. 밥 먹고 스파 갈까?”

“…….”

…이 웬수!!!! 황경호는 후회는커녕 태평한 소리나 하는 그의 팔을 진짜 진심으로, 전력을 다해 주먹으로 퍽 쳤다.

“악! 왜 때려! 아프잖아!”

“넌 진짜 왜 사는데! 어?! 스파 소리가 나와? 나보고 어쩌라는 건데에!!!”

“아! 뭐가 또! 뭐!!”

“부모님한테 안 죄송해? 진짜 하나도???”

“아, 뭐가!”

그래, 이 새끼는 이런 놈이었다. 예전에도 얘는 지가 잘못한 건 하나도 없는 놈이었다. 이런 걸 믿고 진짜 평생 살아야 한다고 생각하니 눈앞이 깜깜하다.

“나보고 부모님 얼굴 어떻게 보라고!”

“아! 우리 아버지 말 못 들었어? 나는 너만 챙기면 된다잖아!”

“그걸 곧이곧대로 듣냐, 이 멍청아! 죽어! 죽어어!”

집에 가는 내내 그렇게 부부싸움을 했다. 그러니 집에 도착할 때쯤엔 강동현도 기분이 안 좋아져 있었다. 자기는 잘못한 게 하나도 없는데(…) 계속 황경호가 잘못했다고 하니까 그랬다.

“…….”

“…….”

또 영 서로 이해를 못 하고 입 다물고 있었다. 강동현은 짜증스러운 기색으로 혼자 스파에 가버렸다. 황경호는 욕실로 들어가 씻으며 그를 속으로 계속 원망했다.

‘알면서도 저러는 거 아냐. 알면서도. 진짜 화난다….’

자기가 버젓이 잘못했으면서도 저렇게 끝까지 인정을 안 하고 뻔뻔하게 구는 게 제일 화난다. 사람을 바보취급 하는 것 같다. 게다가 이럴 때 난처해지는 입장에 처하는 게 바로 황경호라는 걸 이해를 못 하는 것도 원망스럽다. 자기가 그러면 정말 자기 부모님이랑 황경호의 관계에 아무런 영향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는가.

‘어떡하지… 부모님한테 뭐라고 하지….’

황경호는 씻고 나온 후 내내 어머니께 보낼 장문의 메시지를 썼다 지웠다 하며 있었다. 두 시간 뒤에나 강동현은 집에 들어왔다. 황경호는 아주 그를 본체만체했다. 황경호는 아까전에 장문의 메시지를 여러 개 보냈지만 어머니는 읽지도 않으셨다. 속을 끙끙 앓고 있었다.

강동현은 부엌으로 들어가 열심히 요리를 해서 얼른 한 상을 차리곤 카우치에 앉아 있는 황경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놔라. 이럴 기분 아니다.”

“그때 너만 보이는 걸 어떡해… 응?”

강동현은 그렇게 변명을 시도했다. 택도 없다.

“좋은 말로 할 때 놔라.”

하지만 강동현은 포기하지 않았다. 그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내가, 어? 내 마누라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서 내 마누라부터 챙긴 게 그렇게 잘못이야? 똑같은 상황 백 번 와도 난 백 번 다 너부터 챙길 거야.”

“…….”

“화 풀어라, 응? 엄마 아빠한텐 내가 나중에 사과할게. 이해해주실 거야. 니가 잘못한 것도 아닌데.”

“…나중에 꼭 부모님한테 전화하는 거다?”

“알았어. 할게.”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누르며 약간 애교를 떨었다. 황경호는 그렇게 분기탱천해 있었는데 그 순간 흐물 화가 또 풀리는 걸 느꼈다.

“에휴….”

그래서 황경호는 한숨을 쉬었다. 이렇게 쉬운 자신이 쪼오끔 한심스러웠기 때문이다.

‘나도 얘 따라서 뻔뻔해지는 건가….’

강동현은 황경호를 일으켜 세웠다.

“밥 먹자, 밥. 배고파 죽을 것 같아.”

황경호는 못 이긴 척 일어났다. 강동현이 언제나처럼 황경호의 티셔츠 속에 쑥 손을 넣고 그의 허리를 만지면서 그를 식탁으로 데리고 갔다.

“먹자~”

산행을 하고 왔으니 둘 다 엄청 잘 먹고 후식까지 먹으며 늘어졌다. 그리고 쪽쪽거리면서 시간을 보냈더니 강동현은 물론이고 황경호까지 부모님께 연락 드리기로 한 걸 까먹고 말았다. 한동안 부모님은 강동현을 내놓은 자식 취급하셨다. 물론 강동현은 알아차리지 못했지만….

***

많은 직장인들은 주말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며 산다지만 황경호는 부지런한 습성을 버리지 못해 주말에도 일찍 일어나곤 했었다. 강동현이랑 같이 살기 전까지만 해도 말이다.

일어나면서도 분명히 10시는 넘었을 거라 생각하면서 눈을 떴다. 역시나 방 안이 환하다. 보통이라면 바로 햇빛이 얼굴에 닿아야 했을 텐데 얼굴 위로 그림자가 져 있었다. 바로 앞에는 남자의 헐벗은 가슴이 보였다. 시선을 그대로 올려보니 강동현이 옆으로 누워 가만히 황경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 눈빛이 정말 부드러워서, 황경호는 확 하고 창피해서 얼굴이 붉어졌다.

‘치, 침이라도 흘린 거 아냐….’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입가를 닦았다. 입가는 멀쩡했다. 강동현이 웃으면서 황경호에게 말했다.

“더 자지, 왜 일어났어?”

“넌 왜 자는 사람 얼굴을….”

언제부터 이렇게 보고 있었을까. 황경호는 괜히 얼굴 핫핫해서 엎드려 눈도 비벼서 눈곱이 있는지 없는지도 확인하고 머리카락도 만졌다. 강동현은 그런 황경호를 훌쩍 끌어당겨 안았다.

“예뻐. 귀여워.”

“아, 계속 예쁘다고 하지 마! 차라리 잘생겼다고 해.”

“아, 왜. 너도 나 예쁘다고 그러잖아.”

“안 예뻐.”

“진짜? 나 안 예뻐?”

강동현이 엎드린 황경호의 얼굴 밑에 자기 얼굴을 들이밀며 애교를 떨었다. 그는 자다 일어나도 당연히 예뻤다. 괜히 얼굴로 먹고사는 게 아니란 말이다. 황경호의 얼굴이 좀 억울한 듯하면서도 귀여워서 강동현은 그를 그대로 확 숨 막힐 정도로 끌어안았다.

“사랑해.”

“…응….”

황경호도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그렇게 대답했다. 그가 사랑한다고 말한 게 한두 번이 아닌데도, 뭔가 얼굴이 뜨겁고 가슴이 뭉게뭉게 부푼다. 뭔가 당황스러울 정도라 황경호는 좀 긴장했다. 그러고 가만히 있으니 강동현이 얼굴을 들고 황경호의 얼굴을 보았다.

“그렇게 대답만 하지 말고.”

“……사랑해.”

“응, 나도 또 사랑해.”

그러고 강동현은 다시 황경호를 안았다. 황경호는 뭔가 부끄러워서 얼굴이 터질 것 같았다. 그리고 황홀했다.

‘…행복하다….’

가끔은 정말 죽이고 싶을 정도로 미운 말만 골라서 하는 입술이 오늘은 아침부터 그를 행복하게 해주었다. 오늘은 무슨 바람이 불어서 이러는 거지? 또 차 같은 거 사고 싶은 거 아냐? 그렇게 속으로 또 대비를 해보았지만 소용이 없었다. 이런 기분이라면 그가 뭘 사고 싶고 하고 싶어하든 다 들어줄 것만 같았다.

사랑해. 사랑해. 너무 좋아. 행복해.

아침은 간단하게 샐러드로 때우고 욕실로 자리를 옮겼다. 오후엔 이르게 화보 촬영을 하러 가야 하는 강동현이었다. 같이 집에 있을 수 있는 주말 시간은 아주 소중했다. 둘은 따뜻하고 거품이 뭉게뭉게 부푼 욕조에 함께 몸을 담그고 입을 맞추었다. 조금 있다 촬영을 해야 하는 그라 혹여나 상처를 내거나 붓게 할까 봐 조심조심하는 황경호였다.

하지만 아주 쬐~끔 힘들었다. 저도 모르게 강동현에게 엉거붙여 그의 등을 긁을 뻔했다가 황경호는 울상을 지었다.

“하앗. 앗… 으, 은혁아. 뒤로… 뒤로 해줘.”

“응? 왜? 얼굴 보고 하고 싶은데….”

뒤로 박히고 싶다니. 야하다, 우리 바니… 강동현은 얼굴을 좀 붉히고는 그의 얼굴을 낼름낼름 핥았다. 강동현이 다시 말했다.

“얼굴 보고 싶은데.”

“뒤로 하자. 뒤로 할래. 하아으….”

황경호는 영 못 참겠다는 신음을 내며 그를 자기 몸 안에 넣은 채 자세를 돌려 강동현의 위에 앉았다.

“흐음….”

이렇게 하면 주무르기는 쉬운데… 강동현은 벌써 황경호의 가슴과 아래를 잡고는 그의 뺨을 쪽쪽 빨았다. 황경호가 자신에게 혹여나 자국을 남기지 않을까 노심초사하고 있을 거라고는 생각도 못 하는 게 분명했다. 자기는 마음껏 남겼기 때문이다. 황경호가 계속 움츠리려고 해서 강동현이 그의 양 무릎 안쪽에 자기 무릎을 넣고 양쪽으로 쫘악 벌렸다. 거품만 없었으면 엄청 야한 자세를 하고 있는 게 바로 보였을 것이다. 강동현은 슬금슬금 움직여 그의 안을 부드럽게 들락날락하며 그의 보드라운 회음부를 검지로 살살 문질렀다.

“힉… 아앙… 거기… 간지러워. 간지러워, 은혁아….”

“많이?”

“으, 응… 응….”

“왜?”

“왜긴 뭐가… 으응… 핫. 아… 아흑. 간지럽다니까.”

“여기도?”

“하아앗… 싫어. 싫어.”

그러면서 같이 젖꼭지를 문질렀더니만 강동현의 손목을 꽉 잡았다가 퍼뜩 욕조를 잡는다. 회음부를 잔뜩 간지럽히다가 그의 것을 쥐고 검지로 끝부분을 굴리니까 아예 혼이 빠질 것 같은 신음을 흘리더니 몸을 꿈틀거렸다. 강동현은 거기만 집요하게 주물럭거렸다.

“으흐응… 핫… 으으응… 도은혁… 앗. 앗… 아윽… 흐읏….”

“응, 왜?”

“뜨, 뜨거워… 아앙….”

“어디가?”

“거기… 으응… 거기….”

“거기 어디?”

“내… 내 거기… 배가….”

황경호가 음부를 파르르 파르르 떨었다. 순~해서는 저항도 제대로 못 하고. 아, 진짜 귀여워서 못 살겠다. 강동현은 아주 그냥 심장과 아랫배가 뻐근~했다. 이쪽도 못 참겠다. 그대로 황경호의 허리를 잡고는 좀 몸을 일으켰다.

“아앗… 잠깐. 앗앗. 아아! 핫. 천천히… 천천히… 앗. 아앙. 하읏. 아. 읏. 으읏. 흣. 앙…!”

황경호는 몸이 앞으로 쏠려 욕조의 테두리를 꽉 잡았다. 그대로 물살이 마구 출렁거려 욕조 밖을 흠뻑 적셨다. 물 밖으로 황경호의 엉덩이가 나왔다. 찍찍찍. 첩첩첩첩. 퍽퍽퍽. 쪽쪽 빨아대는 소리가 요란하다. 황경호의 엉덩이와 허벅지 살이 마구 엇박으로 출렁거렸다.

“경호야… 경호… 황경호… 하아. 우리 경호… 윽… 헉.”

강동현도 숨이 엄청 거칠어져서는 황경호를 마구 몰아붙였다. 황경호는 순식간에 반대쪽 욕조 끝까지 밀려나서 무릎으로 서 허리를 빠듯하게 세웠다. 욕조를 잡고 있는 황경호의 두 손을 강동현이 위에서 덮어서 같이 잡았다. 황경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교성을 질렀다.

“하아…! 아…!! 도은혁…! 하…! 흐윽… 아으…! 나 죽어… 죽어… 죽는다고…! 핫… 그만… 핫… 아앙…! 제발… 핫… 제발… 빨리…! 으윽… 빨리 해줘… 아앗… 앗…! 하으으읏…!! 살려줘… 아으… 제발… 아아으으으으…!!”

강동현이 빠르게 황경호의 것을 흔들어 욕조의 벽에 문질러버렸더니 황경호가 금방 사정했다가 또 오르가즘을 느끼며 몸서리를 쳤다. 강동현은 아주 딴 건 아무것도 생각이 안 날 정도로 열중해서는 다시 없을 만큼 섹시한 얼굴로 눈을 감고 황경호의 귓가에 얼굴을 눌렀다. 그가 속삭였다.

“하아… 진짜 기분 좋아… 경호야… 너무 좋아. 최고야….”

“흐윽… 흑… 으흑….”

황경호는 온몸이 새빨개져서는 신음을 참으며 겨우 견뎠다. 빨리 싸기나 하라고 한 마디 해주고도 싶었지만, 그가 기분이 좋다는 말에 황홀하기도 했다. 뭔가 뿌듯하고… 그래서 좀 부끄럽기도 하고. 황경호는 아예 넋이 빠져서는 눈을 감은 채 엉덩이에 불이 나게 박히다가 그가 확 하고 밀어붙여 꿀렁꿀렁 사정을 하기 시작하자 핫 하고 눈을 떴다.

“밖에….”

요즘 황경호는 강동현이 밖에다 하도록 교육(?)시키고 있는 중이었다. 콘돔은 느낌이 안 좋다며(개새끼) 끝까지 안 하려고 하길래 고육지책으로 말이다. 황경호는 얼굴을 붉히고는 끝내주게 기분 좋다는 얼굴로 자기 안에다 지리고 있는 강동현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섹시한 얼굴이었다. 완전 나쁜 놈인데. 그리고 강동현이 헐떡거리면서 황경호를 끌어안으며 기대어오자 황경호가 말했다.

“내가 밖에다 하라고 했잖아….”

황경호가 기운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부드러운 피부에다 자기 입술을 비비며 나른한 목소리로 대꾸했다.

“그냥 하게 해줘….”

“아, 싫어!”

“으윽… 소리 지르지 마. 조여서 다시 설 것 같아… 하아….”

강동현은 영 정신을 못 차렸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단단한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찰싹찰싹 쳤다.

“빨리 빼, 빨리.”

“아직…….”

강동현은 황경호의 몸을 만지면서 후희를 즐기고 있었다. 온몸이 저릿저릿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등도 다 물어 뜯어놓고 나서야 안에서 나왔다. 서로의 체액이 질척하게 연결되었다. 황경호의 구멍은 한 번에 다물어졌지만 그 느낌은 버겁다. 강동현이 그의 엉덩이를 만졌다. 그리고 손가락을 넣었다.

“아…! 하지 마.”

“내가 해줄게.”

샤워기의 물을 틀어 안을 만지며 헹구었다. 황경호는 앓는 소리를 내며 끙끙대었다. 결국 황경호가 한 번 더 오르가즘을 느낄 때까지 만져댔다. 다 끝나고 황경호는 강동현을 마구 때렸다. 화보 촬영이 있으니 조심해야겠다고 생각했던 것도 잊고 말이다.

“갔다 올게~”

강동현은 멍이 좀 든 황경호의 뺨에다가 쪼옥 또 뽀뽀를 했다. 황경호는 좀 지친 얼굴로 그를 배웅했다.

“빨리 가.”

“사랑해~”

강동현이 가고 나서 황경호는 나른해서 카우치에 늘어졌다. 오늘은 그냥 쉬어야겠다. TV를 튼 채로 휴대폰을 좀 보다가 강동현의 팬 커뮤니티에 들어갔다. 새로 베스트글이 올라와 있었다.

<고쳐줄까?> 3.5부 2권 이어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