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 잘난 그 남자의 문제는…
강동현은 자기 일을 아주 좋아했다.
데뷔하고 나서 거의 8년, 뜨고 나서는 4년을 전혀 쉬지 않고 일을 해서 연예계에선 소처럼 일하는 배우라는 별명이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그런 식으로 일을 하다 보니 아무리 건강한 젊은 남자라도 건강을 많이 해치게 된 것이 문제였다. 그는 익히 언급된 대로 갖가지 남성 병도 앓고 있었지만 그것 말고도 각종 통증 문제나 피로 문제도 많았다.
하지만 올해 초부터 본격적인 휴식기에 들어가 올바른 생활 습관을 유지하며 살고 있다 보니 컨디션이 아주 좋아졌다. 아프리카에서 황경호가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그랑 맛있는 것도 매일 먹고 놀러도 다니면서 아주 만족스럽게 살고 있었다. 졸업 학기를 너무 빡세게 다닌다는 게 좀 문제기는 했지만 어차피 강동현은 졸업만 하면 되는 것이기 때문에 적당히 학점을 받을 수 있을 정도로만 다니고 있었다. 내년 봄쯤부터 일을 다시 할 생각이라 들어온 일들을 확인하고 있었다.
“경호야, 나 갈치조림 먹고 싶어.”
강동현은 카우치에 누워서 대본을 보며 말했다. 거실 테이블 위에는 대여섯 개의 대본이 쌓여 있었다. 요즘은 케이블 드라마들도 드라마를 제작하다 보니 여기저기서 대본이 엄청 들어왔다. 영화 대본까지 생각해보면 더 그랬다. 사실 강동현은 아예 영화배우로만 포지션을 잡아야 할 정도의 급이었기 때문에 이제 소속사는 드라마를 그다지 추천하지 않기는 했다. 강동현의 건강이 한참 나빠졌던 적도 있기 때문에 더 그랬다. 하지만 강동현은 대본과 페이만 맞으면 드라마도 충분히 할 생각이 있었다. 그래서 영화 쪽 대본과 드라마 쪽 대본을 다 보고 있다 보니 요새는 시간만 나면 대본을 보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지금?”
“응.”
“알았어. 마트 가서 갈치 사 올게.”
“응, 땡큐.”
황경호는 자기 무릎에 누워 있는 강동현의 머리를 들어 올리고 일어섰다. 강동현은 일어나는 황경호의 엉덩이를 한 번 주무르고 허벅지를 만졌다. 황경호는 이젠 진짜 익숙한지 별 반응도 없이 지갑을 챙겼다. 이제 진짜 추워서 옷을 걸쳐 입었다.
“뭐 더 먹고 싶은 건 없어?”
“포도도 먹고 싶다.”
“알았어.”
황경호는 얼른 아파트 유기농 마트에 갔다가 돌아와서는 요리를 하기 시작했다. 금세 맛있는 냄새가 나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요리를 하다가 중간중간에 사진을 찍고 예쁜 그릇에다 디스플레이를 해서 또 사진을 찍었다. 황경호는 요새 요리 블로그를 운영하는 데 아주 열을 올리고 있었다. 매일 한두 시간을 붙잡고 있는 것 같았다. 자기 일에 참견하는 걸 싫어하는 그라 그다지 물어보거나 하지는 않았지만 말이다. 저녁을 먹고 과일을 먹으면서 다시 강동현은 황경호의 다리에 누웠다. 그리고는 잠깐 대본에서 눈을 떼고 휴대폰을 들었다.
“11월이 뭐가 제철이더라….”
갈치가 생각보다도 맛있었다. 날이 추워져서 그런 것 같다. 생선이 확 땡긴다. 강동현은 휴대폰으로 제철 음식을 찾아보았다. 예전에 혼자 살 때는 쉬는 게 그냥 잠이나 자고 배달 음식을 시켜 먹는 것이었다. 대체로 황경호가 집안일을 많이 했지만 음식은 둘이서 자주 같이했다. 서로 챙겨주면서(황경호는 강동현 건강 때문에, 강동현은 황경호를 찌우고 싶어서) 잘 먹다 보니 둘 다 때깔이 고와졌다. 이래서 결혼을 해야 하는 모양이었다.
“어, 네가 좋아하는 거 다 있네. 주말에 회 먹으러 갈까?”
“어디로?”
“강원도 갈까…. 또 부산 갈까? 포항?”
“음…. 부산.”
“그러면 너 고속도로 주행 연습하면 되겠다.”
“주말이라 밀리지 않을까? 나 주변 차들한테 엄청 민폐 끼칠 것 같은데….”
“우리 차에다 초보 운전이라고 붙여 놓으면 아무도 가까이 안 올걸? 괜찮아.”
강동현이 우스갯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대전 출신인데도 부산 음식들이 입에 맞는 모양이었다. 두 달에 한 번은 부산에 가는 것 같았다.
“내일은 회사 가. 저번에 말했던 대본 괜찮은 것 같아서 얘기 좀 해보게.”
“알았어. 늦게 와?”
“좀 늦을 것 같기도 하고…. 많이 늦을 것 같으면 미리 연락할게.”
“알았어.”
강동현이 신경만 안 거슬리면 확실히 황경호는 아주 순한 본성을 가지고 있었다. 강동현이 말하는 건 다 알았다고만 하는 황경호를 보니 뭔가 또 근질근질한 게…. 강동현은 대본을 테이블 위에다 던졌다. 황경호의 책도 뺏었다.
“응?”
황경호는 영문도 모르고 책을 따라 시선을 옮기다가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강동현은 몸을 반쯤 일으켜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며 말했다.
“뭐야…. 뜬금없이.”
“원래 이런 건 뜬금없는 거야.”
강동현은 황경호를 덮치며 그렇게 말했다. 두 시간쯤 그를 마구 괴롭히다 보니 가슴이 뿌듯할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행복하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그의 뺨을 깨물었다. 황경호는 완전 진이 빠져서는 헐떡거리고만 있었다. 그렇게 잠이 들었다. 다음 날에는 오전 수업까지만 듣고 회사에 갔다.
“요새 우리 도 이사 볼 때마다 얼굴이 좋아지네. 쉬니까 좋은가 봐?”
옥 사장이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이 웃으면서 대답했다.
“네.”
그렇게 소소하게 안부를 서로 물었다. 옥 사장은 힐끗 강동현의 반지를 보더니만 애매한 얼굴을 했다.
“야, 너…. 그 여자애는 네가…. 그거 안 된다는 건 아냐?”
저번에 협박 사건으로 인해 옥 사장은 강동현의 치명적인 결함에 대해 알게 되었다. 강동현은 그런 걸 물어볼 거라곤 생각도 못 했는지 약간 놀란 얼굴을 했다가 흠흠, 하고 목을 가다듬었다.
“전에도 말씀드렸지만…. 걔랑은 잘해요. 제가 그…. 완전히 그렇게 된 게 아니라 잠시 그…. 스트레스와 과로 때문에 그렇게 된 거라…. 딴 여자랑은 안 해봐서 모르지만 이제는 완전히 그런 것도 아니고….”
“그래….”
남자로서 말하기 힘든 부분이라는 생각이 드는지 옥 사장은 그렇게 애매한 대답을 했다. 강동현은 아주 열심히 변명을 하고 싶은 생각이 무럭무럭 피어올랐지만 간신히 참았다.
“안 그래도 박 사장이 안부 묻더라. 선물도 보내준다고 해서 그냥 회사로 보내라고 했다. 아마 네 사무실에 있을 거다. 어제 도착했던데.”
“아, 그래요?”
그래서 자기 사무실에 가서 확인을 해보니 여기저기서 온 우편과 소포들이 있었다. 그중에 하나는 진짜 S전자 사장 박기병이었다. 뭔가 싶어 안에 있는 물건들을 꺼내 보았다.
“…….”
물개부터 붕어까지….
온갖 보양 음식이 고급스러운 상자에 쌓여 있었다.
거기다가 매니저 형이 측은한 눈길로 강동현을 보며 어깨를 상냥하게 툭툭 두드렸다.
“내가 네 차에다 갖다 놓을게.”
“내가 해도….”
“아냐. 형이 해줄게.”
이미 매니저는 밖으로 나갔다. 강동현은 이 풀 길 없는 오해(?)를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다들 붙잡고 자세하게 설명이라도 하고 싶었다. 그렇게 내년에 할 작품에 대한 얘기를 하고는 집으로 가는데 전화가 왔다.
“네, 아버지.”
[어…. 어, 은혁아.]
아버지가 좀 부산스러우셨다. 어머니의 목소리도 들리는 것 같은데([괜찮냐고 물어봐봐.]) 무슨 말인지는 알 수 없었다.
[뭐 하니?]
“회사 갔다가 집 가는 중인데요?”
[그래? 그…. 저…. 아들아.]
“네.”
[너, 그…. 전에 몸 안 좋다는 건 어떻냐? 그…. 잘 안 된다는…]
“저 이제 잘 된다니까요. 된다고.”
강동현은 타이밍 좋게 연락이 온 아버지의 물음에 짜증이 물씬 나서 신경질적으로 대답했다. 그러더니 잠깐 엄마랑 아버지가 쑥덕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러지 말고…. 그래. 네가 어련히 잘하겠지…. 진짜 힘들면 말해라, 진짜. 아빠가 있다는 거 항상 잊지 말고, 응? 아빠랑 아들 사이에 못 할 말이 뭐가….]
“아! 이제 괜찮다니까!!”
[애 스트레스받으면 더 안 좋아져, 은연 아빠.]
엄마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렸다. 아버지도 어이쿠, 하며 말을 돌렸다.
[그래. 그래. 알았다. 아빠가 미안하다. 그래도 문제 있으면 연락하고. 우리 아들 화이팅!]
“…….”
강동현은 아무 말 없이 신경질적으로 전화를 끊었다.
‘이걸 보여줄 수도 없고!!’
황경호랑은 원래부터 잘 됐고 요즘은 그의 냄새를 안 맡고도 자위가 되긴 했다. 가끔 아침에 발기도 되고 말이다. 그래서 강동현 본인은 이제 됐거니 하고 아무런 생각이 없었는데 그의 흠을 알고 있는 여러 사람들은 그 진전을 모르다 보니 이렇게 걱정을 한답시고 사람의 성질을 긁는 것이다.
‘…근데 진짜 경호 말고는 안 되려나….’
근데도…. 참…. 이게…. 다른 사람들이 문제를 제기하는 것이 영 영문이 없는 소리는 아니었기 때문에 스스로도 이런 의문이 드는 것을 막을 수는 없었다. 물론 이미 결혼한 몸(?)이고 그 말고 다른 사람이랑 살고 싶은 마음은 추호도 없지만 말이다…. 그래도….
강동현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노트북으로 야한 영화를 검색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제일 취향인 것 같은 여자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선택하여 감상하기 시작했다. 좀 보다가, 기다리지 못하고 야한 장면으로 바로 직행했다.
‘이런 거 진짜 오랜만에 본다….’
강동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걸 주물거리기 시작했다. 커다랗고 물렁한 소시지가 아직 힘을 받지 못하고 흐느적거리고 있었다. 본격적으로 주인공들이 섹스를 하기 시작하는데…
‘이 여자보다 우리 경호가 더 잘하는 거 같다….’
강동현은 그렇게 평했다. 아무래도 여긴 연기를 하는 거니까 말이다. 작위적이다. 물론 여자가 어떻게 느끼는지에 대해 강동현이 알 턱이 없으니 더 그렇게 생각하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실제 섹스를 할 때 페이크 오르가즘을 연기하는 것도 예전엔 구분 못 했을 수도 있을 것 같은데 황경호가 워낙에 녹아나듯 잘 느끼다 보니 요새는 뭔가 알 것 같았다.
부끄럽거나 느끼면 금세 빨개지고…. 기분 좋으면 엄청 미끈하고 쫄깃해지고…. 엄청 천천히, 야하게 움직이다가 끝이 임박하면 참지 못하고 잔뜩 야한 소리를 내면서 마구 엉덩이 흔들어대는 것도 끝내준다.
게다가 피부도 좋고 젖꼭지 부드럽고 냄새 달달하고 목소리도 좋고 얼굴도 귀엽고…
“으윽…. 하아…. 윽….”
강동현은 어느샌가 눈을 감고 황경호에 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흑…! 아아…! 아아앙…! 거기…. 핫…. 거기…. 기분 좋아? 더 세게 찔러줘…. 하앗…. 너무 기분 좋아…. 강동현…. 강동혀언…. 너 여기 진짜 부드러워. 쫄깃해…. 더 세게? 응? 더 세게 할까? 아아앗…! 흑…. 안, 돼…! 아…! 하앙…. 하아아…. 아아아아앙…!
그가 경련하며 잔뜩 취약한 얼굴이 되어 오르가즘을 느끼는 걸 상상하자 온몸에 확 열이 돌면서 아랫배에 힘이 꽉 뭉쳤다.
“큭…. 아윽…. 으으윽…!”
영화 속 여자가 교성을 내질렀다. 강동현은 사정을 하면서 거친 숨을 훅훅 내뱉으며 자기 대물을 아래위로 흔들었다.
“으윽…. 하아…. 젠장….”
강동현은 자위를 시작한 걸 후회했다. 진짜로 하고 싶어졌다. 끝이 개운하지가 못했다.
“후우….”
강동현은 짜증스럽게 손을 닦고 창을 끄고 노트북을 닫았다. 그리고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었다. 안 받는다. 메시지를 보냈다.
<언제 퇴근해? 빨리 와>
그리고는 침대에 엎드려서 아직 가라앉지 않은 숨을 다스렸다.
‘….나 진짜 경호 없으면 못 살겠다….’
강동현은 엎드린 채 다시 휴대폰을 보았다. 그리고 또 메시지를 보냈다.
<보고 싶어>
<미안…. 오늘 회식>
근데 이렇게 답장이 왔다. 강동현은 어쩔 수 없다는 것을 알면서도 확 짜증이 났다.
<언제 들어올 건데?>
<모르겠어. 나 아프리카 갔다 오고 나서 처음 하는 회식이라>
더 짜증 난다…. 알았다고 대답을 하고 어디 다른 데 정신이라도 돌리려고 거실로 나가 TV를 보았다. 한참을 보다가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두 시가 지났다.
“지금 시간이 몇 신데!”
자기가 늦게 들어올 때는 별생각이 없었겠지만 원래 배우자(?)가 늦게 들어온다고 하면 걱정과 짜증이 나는 법이다. 강동현은 초조하게 다리를 떨다가 전화를 걸었다.
[응. 왜?]
술이 좀 됐군…. 목소리에서 바로 알 수 있었다. 강동현은 짜증을 내지 않으려고 노력하며 물었다.
“어디야?”
[응. 태형이 형네 가게…. 왜?]
“어. 아무것도 아니야. 언제 올 건데?”
[응? 몰라?]
많이 취했군…. 주변이 시끌시끌했다. 강동현은 한 시간가량 TV를 더 보다가 결국 못 참고 차 키를 들고 일어났다. 에 도착하자 김태형과 이신현이 반겼다.
“동현아.”
“어, 형님. 진짜 오랜만이에요. 잘 지내셨어요?”
강동현이 들어오자 시끌시끌하던 한 그룹의 소음이 딱 멈추었다.
“술 끊는다며?”
“지나가다가 잠깐 들렀어요.”
“경호랑 경호네 병원 사람들도 왔다.”
“그래요?”
안 그래도 강동현을 알아본 이강유 비뇨기과 사람들이 한 차례 입을 다물었다가 다시 이야기를 시작하는 게 들렸다. 어차피 저 사람들은 밖에서 환자를 아는 척하지 않는 게 철칙이었다.
“하하하. 선생님 그러다가 진짜 큰일 나세요. 선생님 여자친구 완전 연예인 같은데 바쁘다고 자꾸 그러시면 금방 차이실걸요.”
“그렇지? 네가 생각해도 그렇지? 그냥 빨리 동거부터 할까 봐.”
아니…. 저번에는 이강유가 파렴치한 악덕 의사라며 목에 핏대까지 세워가며 욕을 하더니…. 황경호가 방긋방긋 웃으며 이강유와 이야기를 하고 있는 것을 보니 이상하게 좀 배신감이 드는 강동현이었다.
‘그리고 아무리 다른 병원 사람들 있다지만 진짜 본 체도 안 하네.’
강동현은 인상을 팍 찌푸리곤 밍밍한 맥주나 한 잔 시켜서 마시고 있었다. 그 사이 황경호는 이강유가 휴대폰으로 뭔가를 보여주는 걸 열심히 보고 있었다.
“근데 진짜 선생님 여자친구 엄청 예쁘다…. 전에 실제로 보니까 무슨 모델 같았어요.”
황경호는 감탄사를 연신 내뱉으며 그렇게 말했다. 이강유는 입이 귀에 걸려서는 침이 마르도록 자랑을 했다.
“예쁘지? 예쁘지? 예전이랑 진짜 하나도 안 바뀐 것 같아.”
“성격도 좋으실 것 같아요.”
“좋아. 진짜 좋아. 장난기 많아. 같이 있으면 심심할 새가 없어. 진짜 좋아. 항상 밝고…. 나보다 훨씬 대범하다니까.”
이강유는 오히려 자기가 휴대폰에서 눈을 못 떼며 흐뭇해했다. 저 양반이 저러는 거 처음 보는 것 같다. 자기가 더 열심히 사진을 찾아보다가 황경호에게 물었다.
“네 여자친구도 엄청 예쁘다며?”
“아…. 아니에요.”
황경호는 그렇게 말했다. 이강유가 더 물었다.
“항간에 연예인이라는 소문이 있던데….”
강동현은 귀를 쫑긋 세웠다. 황경호가 슬쩍 이쪽을 쳐다보는 게 느껴졌다. 강동현은 모르는 척했다.
“그래서 예뻐? 응?”
이강유는 술이 약했다. 은근히 계속 캐물었다. 황경호는 한숨을 쉬면서 약간 목소리를 낮췄다. 강동현은 더 귀를 쫑긋 세웠다.
“예쁘긴 한데….”
“왜?”
“성격이 안 좋아요….”
황경호가 한숨을 푹 쉬었다. 뭣?
‘내 성격이 뭐 어때서!’
강동현은 인상을 쓰면서 그를 노려보았다.
“맨날 자기 마음대로만 하려고 하고 참을성도 없고…. 얘는 장난기가 있는 정도가 아니라 저한테 장난치고 저 괴롭히는 게 인생의 낙이에요, 낙.”
황경호가 한숨을 푹푹 쉬었다. 이강유가 웃었다.
“우리 하연이랑 비슷한 거 같은데? 그 정도야 뭐….”
그러자 황경호는 더 한숨을 쉬었다.
“에휴…. 그 정도가 아니라니까요.”
“왜? 어쩌길래?”
그러더니만 황경호가 주변의 눈치를 보고 이강유의 귀에다 속닥거렸다. 그러자 이강유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딱 벌렸다.
“진짜?”
“네…. 사실 지금도….”
황경호는 두 손으로 자기 얼굴을 감싸며 좀 부끄러워했다.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강동현으로선 알 수가 없었다. 이강유는 술을 한 잔 먹더니 대꾸했다.
“위생상 나쁠 건 없다 싶기도 하고.”
“선생님….”
황경호가 우는 소리를 냈다.
“진짜 대단한 애랑 사귀나 보네. 능력 있다, 우리 경호.”
황경호는 술을 꽤 먹어서는 결국 강동현이 저쯤에 있다는 것도 까먹었는지 또 푸념을 했다.
“어머니 몇 번 뵀는데, 엄마한테 하는 거 보고 깜짝 놀랐다니까요. 말 함부로 하고….”
남 뒷담은 하는 애가 아닌데, 진짜 저번에 말했던 것처럼 강동현의 뒷담은 여기저기 하고 다니는 모양이었다. 강동현은 인상을 팍 찌푸리며 김태형을 보고 물었다.
“혹시 황경호, 형한테도 자기 애인 욕해?”
“응?”
음식을 하고 있던 김태형이 무슨 뜬금없는 말이냐는 듯이 고개를 갸웃했다.
“뭐…. 욕이랄 것까지야. 그냥 얘기하는 거지, 얘기.”
이 형도 사람이 좋아서 나쁜 말을 안 하는 사람이다. 저번에 한 번 직접 들었는데도 불구하고, 강동현은 황경호가 진짜로 주변 사람들에게 자기 뒷담을 한다는 것을 알고 짜증이 확 났다.
‘내가 못 해주는 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좋아한다고 노래를 부르고, 떠받들어 줘, 해달라는 대로 다 해줘, 딴짓 안 하고 집에 재깍 재깍 들어오고, 돈도 잘 벌어, 잘생겼어…. 도대체 뭘 더 어떻게 하라는 것인가. 강동현은 부글부글해서는 황경호를 연신 노려보았다. 집에 가서 보자.
“그거…. 괜찮은 거야?”
“당연히 안 괜찮죠. 그래서 볼 때마다 뭐라고 하는데 이제는 저 있는 데서는 입 다물고 있고 저 없는 데서 그러는 거 같다니까요. 어머니는 완전 천사시던데 거기서 어떻게 그런 애가….”
“아직 어려서 그렇지. 나이 들면 또 다 괜찮아져 그런 거.”
“그렇겠죠? 어휴…. 걱정이에요, 진짜. 걔가 하도 연락을 안 받으니까 어머니가 자꾸 저한테 연락하시는데 짠해 죽겠다니까요.”
그러자 이강유가 하하 웃더니만 말했다.
“진짜 네가 이러다 덜컥 먼저 결혼하는 거 아냐? 사랑받는 사위 되겠네.”
그러자 황경호가 얼굴이 확 빨개져서는 마구 손을 저었다.
“아뇨. 아뇨. 어떻게….”
“아니, 반지 이것도 비싼 거잖아. 이거 커플링으로 하는 게 아니라 웨딩링으로 하는 거 맞던데, 어?”
이강유가 황경호의 왼손을 잡아서(‘만지지 좀 마라….’) 자세히 반지를 보았다.
“좀 자세히 봐도 돼?”
“아, 네. 그럼요.”
황경호는 자기가 반지를 빼서 이강유에게 보여주었다.
‘그걸 왜 네가 빼!!!’
강동현은 완전 빡쳐서 맥주잔을 씹었다. 이강유는 그걸 구석구석 살펴보았다.
“E.H? 이거 여자친구 이니셜이야?”
“네.”
“이거 네가 고른 거야?”
“아뇨. 걔가….”
“걔가 진짜 안목이 좋나 보다. 이거 진짜 예쁘네. 볼 때마다 예쁘다고 생각했어.”
황경호는 이강유에게서 반지를 받아 다시 손에 끼웠다.
“처음에는 반지 이렇게 끼고 다녀본 적이 없어서 어색했는데…. 이제는 빼고 다니면 어색할 것 같아요.”
끼고 다닌 지 이제 4, 5개월밖에 안 됐는데도 그랬다. 황경호는 불가해한 얼굴로 자기 반지를 보았다. 술을 마셨더니 더 잘 웃는 이강유가 허허 웃으며 황경호는 머리를 쓰다듬었다.
“우리 경호도 어른 다 됐네. 뭐라고 해도 좋으니까 붙어 있는 거지, 안 그래?”
“…….”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하다가 조용히 덧붙였다.
“좋긴 한데….”
“좋으면 됐지, 뭐.”
“근데 진짜….”
그리고 또 둘이서 쑥덕쑥덕…. 강동현은 뭔가, 대단히 빡쳤다.
‘쟤는 왜 다른 사람한테 가서 저러고 있냐고!’
강동현은 지금까지 그가 자기한테 좋아한다고 한 적이 한 번도 없다는 걸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별로 신경 쓰지 않았다. 좋아하지 않으면 이렇게 같이 살지도 못할 애라는 걸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원래도 솔직하지 못한 성격이라는 건 더 잘 알고 있었고, 괴롭히든 구슬리든 그런 말 같은 건 언제든 드러낼 수 있다는 자신도 있었기 때문에 정말로 별생각이 없었다. 강동현은 언제나 자기가 황경호를 어떻게 하고 싶은지에 지대한 열정을 쏟고 있었기도 했고 말이다.
근데 생판 남한테 가서 저러고 있는 것을 보니까 뭔가 엄청 빡친다. 본인이 여기 버젓이 있는데, 이쪽에는 한마디도 안 하면서 남한테는 저렇게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고…. 그것도 강동현이 껌뻑 죽는 얼굴을 하고선 말이다.
‘저런 얼굴을 하고 돌아다니니까, 어? 남자들이 주구장창 만지는 거 아냐. 어? 딱 봐도 만지고 싶은 얼굴이라고, 어?’
괜히 왔다 싶기도 하고, 안 왔으면 쟤가 저러는 걸 몰랐을 거라는 생각에 기분이 복잡해졌다. 이런 건 딱 질색이다. 회식은 점차 끝나가는 기색이 보였다. 다들 우르르 나가서 헤어질 때쯤 지켜보니 이강유와 오희연, 황경호가 사람들을 챙겨서 하나하나 집으로 보내고 있었다. 황경호가 가게와 연이 있는 사람이다 보니 결국 마지막까지 남았다. 그걸 보고 강동현이 계산을 하고 밖으로 슬 나갔다.
“야….”
“어, 아직 안 갔어?”
회식이 재밌었는지 아직도 기분이 좋아 보였다. 아까 무슨 말을 했는지도 기억도 못 할 것 같은 상태였다. 강동현은 그의 코를 꼬집었다.
“아야…. 왜?”
강동현은 말없이 그의 양 뺨도 꼬집었다. 황경호가 강동현의 손을 잡았다.
“아파. 아파. 왜 그래?”
“…집에 가서 얘기하자.”
“어? 어…. 근데 무슨 얘기?”
강동현은 대답 없이 대리를 불렀다. 뒷좌석에 둘이 타서 대리를 기다리고 있으니 황경호가 먼저 강동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대며 말을 걸었다.
“회사에선 뭐래?”
“뭐가?”
“그 사극 할 거 같아?”
“아직은 모르지.”
“재미있을 것 같은데….”
그렇게 말하며 자기가 먼저 강동현의 손을 쿡쿡 검지로 찌르다가 만졌다.
“너 손 진짜 큰 것 같아.”
“뭐….”
강동현이 손을 슬 펴주었다. 황경호는 자기 손을 대보았다. 이렇게 대보면 한 마디씩 차이가 나고 그런 건 아니었는데 주먹을 쥐어보면 확연히 크기 차이가 났다. 황경호는 순수하게 감탄하며 말했다.
“나도 이랬으면 좋겠다….”
술 냄새도 풀풀 나는 게, 진짜 많이 마신 모양이다. 강동현은 사실 좀 화가 난 상태였는데 뭔가 금세 흐지부지되는 걸 느꼈다. 강동현도 그의 손을 만졌다.
“왜? 너 손 진짜 예쁜데.”
간호사라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진짜 황경호는 손이 부드럽고 예쁜 편이었다. 원래 신체의 선 자체가 섬세한 편인데 그게 손에서 확 드러나는 것 같았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가느다랗고 길쭉한 손가락을 만지작거렸다.
“아니, 그냥…. 멋있어서….”
황경호는 강동현의 어깨에 머리를 기댄 채 중얼거렸다. 강동현은 슬쩍 그의 허리를 끌어안고 그의 머리카락에 얼굴을 부볐다.
“네 거야, 네 거. 네 거니까 됐잖아.”
“아…. 그런가?”
그러고는 황경호가 피식 웃었다. 정말 예전에 이 정도로 술 취한 걸 몇 번 본 적이 있지만 그럴 때는 강동현한테 화를 내거나 우울해하거나 할 때뿐이었다. 오늘은 굉장히 고분고분하고 순한 게, 방어력이 확 내려가 있는 게 느껴졌다. 솔직하고….
“나 봐봐.”
“응?”
황경호가 고개를 들었다. 코끝이 닿을 듯 얼굴이 가까웠다. 강동현과 같이 살게 되면서 황경호는 확실히 건강해졌다. 피부와 머리카락에 윤기가 돌고 얼굴이 더 좋아졌다. 강동현은 술기운이 도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내려다보며 눈을 마주치고 있다가 그의 코를 깨물었다.
“아.”
“너 진짜 내 뒷담 하고 다니더라.”
“응….”
황경호는 부정도 하지 않고 그렇게 대답했다. 강동현은 그의 허리를 감싼 손을 그의 옷 안으로 넣었다. 예전에는 이러면 무조건 손을 막고 봤는데, 이제는 정말 강동현에게 익숙해진 모양이었다. 그냥 몸을 맡겼다. 눈도 피하지 않고 계속 바라보았다. 강동현은 그런 그가 귀여웠다.
“뭐가 그렇게 싫은데? 어? 나한테 말하라니까.”
“네가…. 남편 욕은 다 하는 거라며.”
술에 좀 취했더니만 강동현이 전에 한 말을 그대로 읊는다. 강동현은 좋기도 하고 뭔가 근질근질하기도 해서 계속 캐물었다.
“뭔데? 응? 뭐가 싫은데?”
“싫다고 하면 더 하잖아, 너.”
황경호가 투덜거렸다.
“그래도 일단, 뭔데. 들어나 보자. 너네 선생한테 뭐라고 한 거야? 아까 귓속말했잖아.”
“그거….”
황경호는 웅얼거리며 얼굴을 붉혔다.
“네가 자꾸…. 내….”
“응?”
“거기….”
“뭐? 뭐? 어디?”
강동현이 자꾸 채근하자 황경호가 짜증을 냈다.
“네가 자꾸 내 거기…. 제모하잖아. 내가 싫다고 했는데.”
황경호가 그렇게 말했다.
“아, 그거…. 난 또 뭐라고.”
강동현은 아주 대수롭지 않다는 듯이 그렇게 반응했다. 황경호는 발끈했다.
“이거 봐. 이러니까 내가 밖에서 욕할 수밖에 없잖아. 말해봤자 들어주지도 않으면서!”
들어주는 건 들어주는데, 자기가 싫은 건 안 해준다. 거기다 자기가 하고 싶은 거라면 황경호의 말 같은 건 아예 귓등으로 흘린다. 이러니까 얘가 아무리 좋아한다, 사랑한다, 입에 침이 마르도록 말해도 머리로는 심드렁해진다. 선택적이라는 게 너무나 확연히 보이기 때문이다.
“난…. 난 싫어도 네가 말하는 거 다 들어주는데….”
황경호는 억울하다는 듯이 그렇게 중얼거렸다.
“내가 언제 네 말을 그렇게 안 들어줬다고. 다 해줬구만.”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자 황경호는 또 발끈했다.
“내가 이상한 것 좀 입히려고 하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어? 그런데 헛돈 좀 쓰지 말라고. 그리고 계속 나한테 이상한 짓 좀 하려고 하지 마, 이 변태!”
강동현은 실실 웃으면서 황경호를 더 끌어안았다. 강동현은 나쁜 버릇이 영 안 고쳐졌다. 황경호를 놀리고 장난치는 걸 좋아하는 건 죽을 때까지 안 고쳐질 것 같다.
“야, 그런 게 다, 어? 사랑 표현이지. 응? 좋으면서 또 왜 이러실까.”
“아! 이것 봐! 사람 말을 귓등으로도 안 들어!”
황경호는 쌓인 게 많은지 버럭 했다.
“그래. 뭐가 싫은데? 이런 거? 이런 거 싫다고?”
“앗…! 미쳤어…?! 아앗…!”
강동현이 황경호의 바지 속으로 손을 쑥 넣어 엄한 곳을 만지자 황경호가 깜짝 놀라서 창밖을 살폈다. 뒷좌석은 선팅이 잘 되어 있긴 했지만….
“으응…. 하읏…. 아…. 하지 마. 으응….”
쿨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티셔츠 속으로 들어간 손은 이미 젖꼭지를 괴롭히고 있었다. 강동현은 그의 얼굴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좋아하는데? 좋아하는데 뭐가 문제야?”
황경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신음을 흘렸다.
“또 바보 취급하고…. 나쁜 놈.”
황경호는 강동현의 팔을 붙잡으며 몸을 비틀었다.
“아…. 아아…!”
하지만 술도 취해서 저항력이 약하다 보니 강동현은 완전 마음대로 주물거리고 있었다. 왜? 내 건데. 내 마누라, 내가 마음대로 하겠다는데.
“우리 경호 이러다 바지에 실례하겠다, 응?”
강동현은 그를 놀렸다. 황경호는 얼굴이 시뻘게져서 참았다. 그렇게 강동현이 마음껏 즐기고 있을 때 누가 창문을 똑똑 쳤다.
“대리 부르셨어요?”
강동현과 황경호 둘 다 깜짝 놀라서 황경호는 그의 머리에다가 얼른 모자를 씌웠다.
“손, 손!!”
그리고 얼른 강동현의 손을 옷 안에서 다 빼내고 밖으로 창문을 내렸다.
“타시면 돼요.”
황경호가 어색하게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마스크까지 쓰고 가만히 있었다. 확실히 좀 오버했다…. 대리 기사가 운전석에 타기 위해 차를 돌아갈 때 황경호는 그의 팔을 주먹으로 퍽 쳤다.
“집에 가서 보자.”
“…….”
집에 들어오자 황경호는 바로 강동현에게 잔소리를 했다.
“진짜 너…! 밖에서 좀 그러지 마. 진짜 들키면 어쩌려고 그래!”
“아니…. 차 안이니까 괜찮을 것 같아서….”
“사람 없었으니까 망정이지!”
“앞으로 조심할게. 응?”
강동현은 황경호를 졸졸 따라갔다. 황경호가 씻으러 들어갈 때 같이 들어갔다.
“이제 밖에서는 안 그럴게. 조심할게. 응? 잘못했어.”
“…….”
그렇게 같이 씻고 머리를 같이 말리는 동안 내내 잘못했다고 하니까 좀 풀렸다. 침실에 들어가 같이 누웠다.
“흐응. 우리 경호.”
강동현이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아까 한창 기분 좋을 때 멈추어서 그런지 황경호도 싫지는 않은 것 같은 기색이었다.
따뜻하고 몰랑한 혀가 입안에 들어와 구석구석 핥았다. 이를 간지럽히고 혀를 빨고 입천장을 긁었다. 황경호는 인상을 찌푸리고는 자기가 다시 강동현의 입안에 혀를 넣었다.
강동현은 황경호로 어떻게 즐길 수 있는지 아주 잘 알고 있는 것 같았다. 게다가 새로운 시도도 잔뜩 한다. 황경호가 좋아하든 싫어하든 말이다. 그러면서 아주 뽕(?)을 뽑고 있는데. 예전보다는 나아지긴 했지만 그래도 황경호는 영 소극적이었다.
‘나도 내 맘대로 하고 싶어.’
황경호가 그러고 강동현의 위에 먼저 올라타자 강동현이 휘파람을 불었다.
“오, 적극적인데?”
강동현의 속옷을 끌어 내리니 반쯤 선 그의 것이 불룩 튀어나왔다. 그리고 황경호는 그의 단단한 어깨와 가슴, 허리를 쓸어내리며 간지럽게 애무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졌다. 강동현이 씨익 웃었다.
“기분 좋아.”
그가 말했다. 웃는 얼굴이 너무 예뻤다. 잘생겼다. 섹시하고, 그의 매력에 숨이 막힐 정도였다.
“예뻐….”
황경호의 손이 쭉 내려가 큼지막한 걸 잡자 강동현이 야한 얼굴로 더 미소를 지었다.
“잘생겼어….”
황경호가 그렇게 말하며 계속 강동현의 얼굴을 만지자 강동현이 웃음소리를 내며 황경호의 다리를 만졌다.
“언제는 맨날 봐서 감흥이 없다며?”
“…….”
잘생긴 건 그런 거 없다…. 다이아 반지를 보면 비싸고 예뻐서, 불안한데 또 좋은 것처럼. 강동현도 그랬다. 황경호는 그가 자신에게 해주는 것처럼 그의 얼굴에 쪽쪽 깃털처럼 입을 맞추었다.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
이런 사이가 될 줄은 정말 몰랐다. 황경호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강동현도 그의 얼굴을 만졌다. 가만히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훅훅 뭐가 끌린다. 그래서 다시 입맞춤을 깊게 하다가 강동현이 좀 급하게 황경호의 옷을 벗겼다.
“빨리…. 못 참겠어.”
“흣…. 아앙….”
젤이랑 손가락이 막 들어왔다.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며 움츠렸다.
“맨날 하면서…. 좀 천천히 해.”
“하아…. 미안. 아…. 큭…. 야, 안 되겠다. 이리 와.”
강동현은 황경호의 몸을 돌려서 서로 펠라티오를 해줄 수 있는 자세로 만들었다. 황경호가 얼굴을 확 붉히며 뒤를 돌아보았다.
“내가 변태 짓 하지 말랬지!”
“이게 뭐가 변태 짓이야…. 후…. 야한 냄새 난다….”
강동현은 완전 열중한 얼굴로 황경호의 아랫도리를 삭삭 핥았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는 앗, 앗 하고 비명을 질렀다.
“거기…! 아…! 싫어. 하지 마…! 읏…. 하앗…!”
“음….”
“아…. 힉…!! 아앙…. 은혁아…. 아앙…. 잠깐…. 흑…. 아앙….”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흔들며 느꼈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엉덩이를 깨물었다.
“내 것도 해줘.”
황경호는 온몸에 열이 확 돌아 불그스름한 얼굴로 강동현의 자지를 입으로 물었다.
“핫…. 거기 핥지 마…!”
강동현이 자꾸 이상한 곳을 핥아서 입을 떼고 간간이 화를 냈다. 그리고 다시 그의 것을 잡고 혀로 할짝거리고 입을 크게 벌려 입에 넣고 쪽쪽 빨았다. 숨이 막혔다. 아래가 너무 짜릿짜릿해서 가만히 있을 수가 없었다.
“흐으응…. 으응….”
황경호는 그의 것에 입술을 문지르다가 결국 취약하게 무너지는 얼굴로 헐떡거렸다.
“은혁아…. 하앗…. 나올 것 같아…. 아앙….”
“너 핥아주는 거 이렇게 좋아하면서…. 왜 맨날 싫다고 거짓말해?”
강동현은 뿌듯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남성의 냄새가 강하게 나는 그의 아랫도리에 얼굴을 묻은 채 바르르 떨었다.
“부끄러워서…. 핫…. 아앙….”
강동현이 회음을 삭 핥으며 질척한 음부까지 간지럽히자 황경호는 심하게 몸을 움찔거리며 신음했다. 동물들이나 서로를 혀로 핥아주는 거라 생각했다. 다른 사람이 해줬을 땐 불쾌하고 괴리감만 느껴졌다. 하지만 강동현이 해주는 건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만 같은 착각이 들었다. 안 그래도 강동현에게는 한없이 물러지기만 하는데 정말 바닥을 보일 것만 같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동현은 변태같이 웃으며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너 민감해서 진짜 할 때마다 뿌듯하네…. 나랑 해서 그런 거 맞지? 응? 나랑 할 때만 이러는 거지?”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랑 허벅지에 잔뜩 멍을 만들었다.
“예뻐. 우리 경호. 내 바니.”
“어딜 보고 말하는 거야!”
엉덩이에 뽀뽀를 쪽쪽 하며 말했다. 황경호는 창피해서 버럭 했다. 강동현은 다시 그를 핥았다.
“핫…. 으…. 간지러워…. 으응….”
다시 또 강동현의 것을 빨았다. 황경호는 벌써 갈 것 같은데 지루인 강동현은 아직 여유가 있는 모양이었다. 황경호는 정말 참기가 힘들어서 더욱 그를 정성 들여 물고 빨았다. 빨리 안 끝내면 먼저 가버릴 거고 그러면 또 엄청 괴롭힘을 당할 것이다.
“우윽…. 아…! 큭….”
반응이 바로 왔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허벅지를 꽉 잡으며 신음을 흘렸다.
“하아…. 읏…. 힘들어…. 빨리 좀 해.”
황경호가 턱이 빠질 것 같아 결국 입을 떼곤 그렇게 말했다. 손으로 쥐고 빠르게 흔들었다.
“내 거…. 어때? 응? 마음에 들어? 하아….”
“우읍…. 으읍…. 으응….”
“응? 어떤데?”
강동현이 자꾸 야한 말을 시키려고 했다. 그가 엉덩이를 핥으며 손가락 두 개가 빠르게 들락날락거렸다.
“흐으으….”
황경호는 약한 소리를 내며 다시 고개를 떨구었다. 그의 것을 꽉 잡고는 그의 허벅지에 얼굴을 뉘이고 엉덩이만 든 채 야하게 헐떡거렸다. 질 것 같다.
“하앙…. 하…. 강동현…. 하앗…. 아앙…. 거기…. 하앙. 거기이…. 으읏…. 나와…. 핫….”
“넌 여기 진짜 부드러워…. 미끈미끈해. 귀여워.”
“하앗…. 으응…. 넌…. 네 건…. 하아….”
황경호는 배 안이 근질거려서 참을 수가 없었다. 손은 열심히 움직였지만, 정신줄을 놓고 그에게 더 엉덩이를 들이밀고 있었다. 황경호가 헐떡거리며 말했다.
“죽순 같아….”
“…….”
졌다. 황경호는 결국 그의 배에 토정해서 잔뜩 흘리며 먼저 절정에 이르렀다.
“…무드가 없어!”
이건 강동현의 대사가 아닌 것 같은데 갑자기 그가 그렇게 힐난했다. 그리고 왜인지 그날따라 더 괴롭혔다.
*
그리고 강동현은 의외로 삐친 것 같았다.
“멋진 말도 많잖아. 응? 커다랗고 맛있는, 어, 뭐 그런 거.”
“소시지?”
“그런 거.”
죽순이나 소시지나 똑같이 먹는 거구만…. 황경호는 아침부터 야한 말을 시키려고 하는 강동현한테 질려서 좀 심드렁하게 대꾸하고 있었다.
“꿀방망이라든가.”
“아! 다 먹는 거구만!”
황경호가 귀찮아서 버럭 했다. 좋아하긴 하는데 말이다…. 뭔가 강동현이 황경호를 아예 잡은 물고기(?)로 생각하고 가끔 말을 흘려듣는 게 뭔지 조금 알 것 같았다. 근래 강동현이 황경호한테 너무 헤벌레(…)하니까 황경호도 가끔은(생각보다 꽤) 귀찮을 때가 많았다. 바니걸 옷 입었을 때도 내내 바니, 바니 노래를 불렀었던 걸 생각하면…. 집요하기로는 둘째가라면 서러운 놈이라 며칠 동안 자꾸 자기 그걸(?) 칭찬해달란다.
“너도 좋아하잖아. 응? 말은 중요한 거라며.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르다고 네가 맨날 얘기했으면서.”
병원에서 와서 치료를 받다가도 문득 이러니까 황경호는 좀 질려서는 심드렁하게 말했다.
“무식하게 크고 지루에 발기부전 걸린 시원찮은 거.”
“…아니! 그건…. 야…! 그건!”
강동현은 눈을 크게 떴다가 찔려서는 제대로 반박도 못 하고 발끈했다.
“너 치사하게!”
“뭐가 치사해. 난 사실만을 말했을 뿐이다. 아 다르고 어 다를 것 없는 팩트.”
황경호가 말했다. 강동현은 충격을 받은 표정으로 황경호를 쳐다보았다.
“야…. 진짜 아무리 그래도…. 진짜 그렇게….”
“할 말 없으면 그냥 입 다물어.”
…부부는 닮는다고. 강동현이 하도 괴롭히니까 황경호도 옮은 모양이었다. 강동현은 본전도 못 건지고 크게 타격을 입고 말았다.
“아니…. 그래도 나 이제 괜찮지 않냐? 어? 나 너한테는 원래 잘 섰고. 자위도 이제 얼추 되는데…. 아침에도 서는데…. 어? 어? 이 정도면 다 나은 거라며? 응? 경호야? 대답 좀? 어? 경호님? 대답 좀요!”
“내가 무슨 말을 해. 본인 더 잘 알겠지.”
“아니…. 내가 너한테만 잘 서면 됐지? 어? 그렇잖아? 내가 앞으로 딴 여자를 만날 거야, 어쩔 거야. 어? 그렇지? 맞지? 그럼 된 거지?”
“이제 끝났습니다. 가서 옷 갈아입으세요.”
“어? 된 거라고 말해줘. 응? 경호야?”
“다음 환자 들어옵니다~”
“야!”
황경호는 그를 탈의실로 밀어냈다.
‘재밌다….’
이 맛에 그가 자신을 놀리는 모양이었다. 황경호는 혼자서 쿡쿡 웃다가 진료실을 정리하고 다음 환자를 찾으러 밖으로 나갔다. 밖으로 나오니 동료 간호사들이 있었다.
“황 간호사, 여기 뭐 묻었다.”
“응?”
김형세가 황경호의 얼굴을 가리키며 그렇게 말하자 황경호가 자기 얼굴을 더듬었다. 황경호가 잘 차지 못하자 김형세가 직접 묻은 데 손을 댔다.
“뭐야, 이거. 볼펜 아냐?”
“아, 아까 차트….”
물건 챙기다가 아직 안 말랐을 때 얼굴에 댄 모양이었다. 김형세가 엄지로 얼굴을 슥슥 만졌다. 그래도 잘 안 지자 침까지 묻혀서 얼굴을 문댔다. 예전에는 남의 손길 자체에 항상 긴장을 했었는데, 이제는 그렇지는 않았지만 여전히 털이 솟는 느낌이다. 거기다가 이강유가 나오며 황경호의 등을 만졌다.
“경호야, 뭘 이렇게 묻히고 다녀?”
“…!”
이것도 볼펜이었는지 이강유가 등허리 부근을 손으로 문질렀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몸을 움츠렸다. 여긴 진짜 약하다…
“칠칠찮게 하고 다니기는.”
그리고 이강유가 웃는 얼굴로 황경호의 머리카락을 쓰다듬었다.
“제, 제가 알아서 할게요….”
황경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얼굴을 붉혔다. 좀 창피하다. 황경호가 식겁해서 두 사람 사이를 빠져나왔더니만 모자와 마스크 등으로 얼굴을 꽁꽁 감싸고 있는 강동현과 눈이 마주쳤다.
“아, 아니…. 이게….”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변명부터 하려고 했다. 강동현은 한 발자국 황경호 쪽으로 내디뎠다가 주변의 시선을 의식하고는 황경호의 귓가에다 작게 속삭였다.
“집에 가서 보자.”
“…….”
누가 부부 아니랄까 봐 집에 가서 얘기하자는 말을 서로 주거니 받거니 하는 둘이었다.
집에 갔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강동현이 과제를 하고 있었다. 30학점이나 듣고 있다 보니 아무리 졸업 학기라고 하더라도 종종 과제를 해야 하는 강동현이었다.
“나 왔어.”
“…어….”
진짜 삐쳤나 보다.
“밥 먹었어? 배고파?”
황경호가 그에게 물었다.
“아니.”
황경호는 손을 씻고 과일이라도 썰어서 강동현에게 주었다.
“먹으면서 해.”
그리고 황경호는 그의 눈치를 보다가 들어가서 씻고 나왔다. 그리고 그냥 그의 옆에 앉아서 책을 읽었다.
“…….”
“…….”
강동현이 과제를 다 했는지 노트북을 덮었다. 그리고는 소파 등받이에 팔꿈치를 걸치고 다리를 꼬고는 삐딱하게 황경호의 얼굴을 보기 시작했다.
“왜?”
황경호가 물었지만 강동현은 아무 말 없이 가만히 앉아 있는 황경호의 옷 안에 손을 집어넣었다. 황경호가 얼굴을 살짝 붉히며 움찔했다.
“왜?”
다시 묻자 강동현이 성질 나는 얼굴로 황경호의 배를 주물거렸다.
“너…. 딴 사람들이 만져도 기분 좋아? 예전엔 안 그랬잖아. 싫어하면 서지도 않았잖아.”
“아까 안 섰어…!”
황경호가 깜짝 놀라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느끼긴 했다는 거네.”
“아, 아니. 느낀 것도 아니야, 그건. 야. 무슨 말을….”
황경호가 당황해서 말을 더듬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허리를 아까 이강유가 했던 것처럼 슥슥 문질러보았다. 그러지 앓는 소리를 내며 강동현의 손을 잡았다.
“거기 하지 마.”
“너…. 전에 다른 사람이랑 하고 싶다는 것처럼 얘기하더니….”
“내가 언제…!”
“언제긴 언제야. 다른 사람이랑 해도 기분 좋냐면서, 어? 그게 딴 놈들이랑 하고 싶다는 말이지, 무슨 말이야?”
강동현이 짜증을 냈다. 황경호는 어이가 없어서 반박했다.
“아니, 그게 말이…. 그냥 궁금해서 물어본 거지.”
“그게 왜 궁금한데? 어? 너 너네 의사 선생님이랑 그런 거 하고 싶어?”
“뭐?!”
깜짝 놀라서 거의 소리를 질렀는데, 강동현의 말 때문에 순식간에 머릿속으로 이미지가 지나가긴 했다.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우리 선생님 가지고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너 옛~날부터, 어? 이강유가 만지면 맨날 좋다고 실실거리고 그랬잖아.”
“야, 선생님이랑 우리랑 나이 차이가 얼만데. 그렇게 부르지 마.”
“너나 말 돌리지 마. 그래서 아까 느낀 거 맞지? 어? 맞지?”
“아니라니까.”
“아니긴 뭐가 아니야? 막 얼굴 벌게져서 빠져나오더만. 너…. 이강유 좋아했지? 어? 맞지?”
“아! 진짜 뭐라는 거야!”
“맞지? 어? 맞지? 좋아했지? 좋아했지?”
“아니야!”
“맞잖아. 내가 다 봤는데. 너 다른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그 선생은 괜히 좋아하고, 어? 잘 따르고. 누가 시키지도 않아도 좋은 말 하고 다니고, 쳐다보고…. 만져주면 좋아하고. 그 선생이 환자 성추행한다고 생각했을 땐, 너 원래 남의 일엔 안 그러면서 며칠이나 괜히 화내고 속상해하고 그랬잖아.”
“…….”
알아차리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황경호는 말을 잃고 강동현의 얼굴을 쳐다보았다. 강동현은 그게 더 마음에 안 든 모양이었다. 인상을 좀 찌푸리더니 물었다.
“지금도 마음 남아 있고 그런 건 아니지?”
“아니…. 아니…. 야, 그건…….”
어디서부터 변명을 해야 할지 모르겠다. 이유 없이 당혹스러웠다. 그것보다도…. 내가? 선생님을?
“선생님한테 그런 생각 해본 적 한 번도 없는데….”
그런데 자신이 생각해도 뭔가 자신 없는 목소리 같았다. 황경호는 그런 자신에게 좀 놀랐다.
‘? ……?? ……???’
하지만 아무리 생각해보아도 머릿속에 물음표만 떠올랐다. 황경호는 얼떨떨하게 입을 열었다.
“그냥 선생님은…. 존경하는 거야. 우리 선생님 젊은데도 진짜 능력 있고, 사람들 많이 살리고…. 성격도 진짜 좋으시고…. 착하고…. 잘나도 전혀 거만하지도 않고…. 친절하고…. 좋은 말씀도 많이 해주시고…. 대단하니까…. 그래서, 그래서 존경하고 그런 거지. 네가 말하는 그런 건…….”
그러니까…. 한때…. 그가 삶의 등불 같을 때가 있었다. 진상 같은 환자들에게 매일 치이고, 가끔은 더 악몽 같은 사회에 눌리고, 세상에 어떤 기대도 걸 수 없을 것 같을 때…. 그냥 그를 보는 것만으로도 위안이 될 때가 있었다. 세상엔 저런 사람도 아직 있구나, 그렇게 생각하면 그냥 아무런 이유 없이…. 위로가 되었다.
“…….”
황경호는 솔직히, 너무 놀라서 눈을 동그랗게 뜨고 강동현을 쳐다보았다. 그는 인상을 팍 찌푸리더니 고개를 돌렸다.
“…….”
“…….”
황경호는 뭐라도 말을 해야 할 것만 같은 압박에 시달렸는데 그런데도 뭐라고 말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좋아했던 적이 없다고 말하면 될 것 같은데…. 지금은 쉽사리 그렇게 입이 떨어지지가 않았다. 얼떨떨하기만 했다.
그렇게 고개를 숙였다가 강동현의 왼손에 끼워진 반지가 보였다. 황경호는 얼굴을 살짝 붉혔다. 그리고 그의 손 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다. 그리고 조심스럽게 쥐었다. 그러고도 좀 침묵의 시간이 더 지나갔다. 강동현이 손을 뒤집어 깍지를 끼웠다.
“…일 그만두라고 하면 안 그만둘 거지?”
“…어….”
*
“휴가 때 어디 갈까? 크리스마스 이브부터 연초까지 쭉 이랬지? 또 따뜻한 데 갈까?”
“음…. 전에 푸켓 예뻤지….”
“유럽 갈까? 가봤어?”
“아니. 가보고 싶어. 가봤어?”
“어렸을 때 가족끼리 간 거랑 촬영차 몇 번. 좋긴 좋더라. 추울 때라 유럽은 별론가…. 호주 갈까?”
“호주…. 나 호주에 시드니 있다는 거밖에 몰라.”
“거기는 바다랑 산이랑 다 멋있으니까 너 좋아할 거 같다.”
“어딜 가도 다 좋을 것 같다….”
황경호는 강동현이 준 여행 책자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등 위에 올라타 같이 책자를 보다가 문득 물었다.
“그래서, 너네 선생님 아직도 좋아한다고?”
“…진짜 그만해라, 어?”
강동현은 끈질기기 짝이 없었다. 그냥 그렇게 잘 지나가나 싶었더니 생각이 날 때마다 물어보고 있었다. 이번은 진짜 끈질기다. 벌써 일주일이 넘었는데도 자꾸 이런다. 그때 이후로는 아니라고, 안 좋아한다고 몇 번이나 대답을 했는데도 계속 물어본다. 무슨 말을 해야 그가 만족할지 모르겠다.
“아니, 그냥 물어보는 거잖아. 왜 성질이야?”
“내가 아니라고 말했잖아. 그리고 선생님은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게 아니라니까. 존경이라고, 존경.”
“에이, 그게 그게 아닌 거 같은데. 어? 솔직하게 말해보라니까.”
“아! 아니라고!”
황경호가 진심으로 짜증을 내며 그를 돌아보았다. 강동현이 황경호를 끌어안으며 그의 뺨에 자기 얼굴을 기대며 꿍얼거렸다.
“말도 못 하게 해.”
“뭘 말도 못 하게 해? 네가 지금 며칠 동안 같은 얘길 계속하잖아.”
“좀 할 수도 있지.”
“그만하라고 했잖아.”
“좀 할 수도 있지!”
황경호는 더 이상 대답을 하지 않고 인상을 팍 쓴 채 그냥 책자를 보았다. 그만 다투고 싶었다. 그는 고집을 부리기 시작하면 아예 말이 안 통하는 족속이었다. 기분이 상해서 책자만 보고 있는 황경호를 강동현은 그냥 슬슬 건드렸다. 황경호는 반응하지 않았다. 강동현은 뒤에서 황경호의 귓가에 입술과 코를 묻은 채로 슬그머니 물었다.
“너네 선생님 무슨 단점은 없냐?”
“…….”
“그리고 솔직히 나이 너무 많잖아. 7살 차이면 세대 차이 엄청 난다, 진짜. 그런 것도 은근히 무시 못 하는 거 알지?”
“…….”
“혹시 조루라든가….”
“…….”
“그래도 돈은 내가 더 많이 벌겠지?”
“아! 자꾸 왜 그래, 진짜!”
황경호가 신경질을 냈다. 그리고는 강동현을 등 위에서 떨궈냈다.
“나와! 허리 아파!”
강동현은 자기 손으로 머리를 괴어 침대에 옆으로 누웠다. 그리곤 뚱한 얼굴로 물었다.
“야, 너는 내가 이런 거 좀 물어보는 게 싫냐? 어? 물어볼 수도 있지. 우리가 남도 아니고.”
“내가 뭘 더 얘기해야 하는데? 아니라고 말했잖아.”
“아닌 게 아닌 거 같으니까 그러잖아.”
“그럼 내가 뭐라고 더 해야 하는데?”
별거 아닌데…. 점점 정색을 하고 대꾸를 하게 되었다.
“너 사람 말 좀 들어. 내가 아니라고 하잖아. 아니라서 아니라고 하는데 자꾸 똑같은 걸 또 물어?”
“와…. 과민 반응하는 거 봐. 뭐 찔리는 게 있으니까 이러는 거 아냐.”
사람 성질을 이때까지 긁어 놓고 남 탓이다. 황경호는 점점 더 짜증이 났다.
“선생님 안 좋아해. 안 좋아한다고. 그런 식으로 좋아하는 거 아니라고. 선생님 그냥 존경하는 거라고! 솔직히 선생님 싫어하는 사람이 어딨어? 선생님 착하시지, 남한테 베풀 줄 아시지, 사람 구분 없이 잘 웃고 친절하지, 거기에 능력까지 있고 아랫사람들한테도 잘 해주시는데 안 좋아하는 게 이상하지!”
황경호가 성질을 내며 말했다.
“그리고 너랑 비교하지 마. 선생님이 너랑 같아? 네 성격이랑 완전 반댄데. 네가 남한테 베푸는 걸 좋아해, 남한테 친절하기를 해? 너야 너만 잘났지.”
“…….”
그러자 강동현은 아무 말도 못 하고 황경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황경호는 그냥 책자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동현은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는 침실을 나갔다. 그러자 황경호도 너무했나, 싶어서 그가 나간 문 쪽을 보았다. 그리고 슬그머니 거실로 나가보았다. 강동현이 드레스룸에서 옷을 챙겨 입고 나오는 게 보였다.
“…어디 가는데?”
벌써 시간이 꽤 늦었는데…. 강동현을 돌아보지도 않고 대답했다.
“술 한 잔만 하고 올게.”
“야…. 너 술…!”
황경호가 뭐라고 대답하기도 전에 현관문을 닫고 나갔다.
황경호는 내일 출근을 해야 하는데도 잠을 잘 수가 없었다.
‘왜 안 와….’
전화를 할까 말까 고민을 몇 번이나 했는지 모르겠다.
‘아니…. 내가 잘못한 거야? 왜? 지가 먼저 시작했잖아.’
황경호도 솔직히 기분이 팍 상했다. 자기가 먼저 그렇게 하지 않았으면 그렇게 안 했을 것이다. 그리고 일주일 동안 그가 계속 그렇게 괴롭히는 걸 다 참아줬다. 그런데도 강동현이 멈추지를 않으니까 화가 난 것이다. 그걸 앞으로도 계속 참았어야 했다는 것인가.
‘참지 말라며. 자기 앞에서는 참지 말라고 했으면서….’
자기는 그런 말 좀 할 수 있지 않냐고 계속 괴롭혔으면서 황경호가 좀 뭐라고 했다고 집을 나간다, 집을.
그러자 문득 전에 강동현한테 말도 안 하고 집을 나갔던 게 기억이 났다. 그러자 마음이 더 안 좋아졌다. 단지 잠깐, 그가 이런 식으로 아무런 설명 없이 집을 나가는 게 이렇게 마음에 걸리는데 그때 그가 얼마나 황당하고 상처받았을지 생각하니 갑자기 마음이 확 물러졌다.
‘마지막 말은 하지 말걸….’
지는 것만 같아서 전화를 걸 수가 없었는데, 역시 전화를 걸고 싶었다. 황경호는 조금 머뭇거리다가 전화를 걸었다. 한참 연결음이 가다가 끊겼다. 다시 걸었다. 이번에는 받았다.
[왜.]
“아니….”
황경호는 뭐라고 말해야 할지 조금 고민하다가 많이 누그러진 목소리로 말했다.
“언제 들어오나 싶어서….”
[먼저 자.]
“어딘데?”
[태형이 형네.]
“…많이 마시지 말고…. 담배 피우지 마.”
[알았어.]
“응….”
통화는 아주 짧았다. 미안하다고 할 걸 그랬나…. 황경호는 마음이 불편해서 한참을 뒤척이다가 겨우 잠들었다. 그리고 아침에는 일찍 깼다. 침대에는 강동현이 없었다. 마음이 더욱 안 좋아졌다. 해가 몹시 짧아져서 아직 어두웠다. 밖으로 나갔다. 혹시나 싶어 작은 방에 가보니 그가 자고 있었다. 마음이 살짝 놓였다.
“…….”
그래도 비교하는 말은 안 할걸…. 나 같아도 기분 나빴겠다…. 황경호는 또 그렇게 후회를 하며 조용히 침대에 앉았다. 가만히 그를 보다가 그의 앞에 누웠다. 잠들어 있는 그의 얼굴을 가만히 보고 있는데 그가 움찔하고는 눈을 천천히 떴다.
“…….”
“…….”
눈이 마주친 채로, 그대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경호가 약간 갈등하다가 입을 열었다.
“…네가 더 잘생겼어.”
그러자 강동현이 인상을 좀 쓰더니 황경호를 이불 속으로 끌어당겼다.
“그건 나도 알아.”
강동현은 황경호의 목을 깨물었다.
“아…! 야, 오늘 나 출근해!”
토요일 오전 근무가 있는 날이었다. 그래도 그가 목덜미를 쪽쪽 빨아대자 황경호는 그냥 포기했다.
“…그리고?”
“아으응…. 뭐가…?”
“내가 더 잘생기고, 또 뭐 있는데?”
아직도 더 비교를 하고 싶다 이건가…. 황경호는 이제 그냥 어이가 없었다.
“키도…. 네가 더 큰 거 같아.”
“큰 거 같은 게 아니라 내가 더 커.”
“선생님도 184 정도는 돼….”
“…야, 넌 너네 선생님 키가 얼만지까지 아냐? 뭐 하는 거야?”
“그럴 수도 있지…. 아앙…! 아…. 하으…. 은혁아….”
황경호가 야시시한 얼굴로 간드러지게 강동현의 이름을 불렀다. 강동현은 얼굴을 좀 붉히고 황경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너네 선생님이랑 이런 거 하고 싶다고 생각한 적 있어?”
“아…! 없다니까! 무슨 말을 하는 거야!”
황경호가 얼굴을 확 붉히며 짜증을 냈다. 강동현은 이미 홀딱 벗은 아랫도리를 서로 부비며 계속 물었다.
“이런 거, 응? 이런 거 말이야. 너 전에도 나한테 말했잖아. 다른 사람이랑 하고 싶다고.”
“내가 언제…! 그냥 다른 사람이랑 하면 어떻냐고 물어본 것뿐이잖아! 흣…! 아아앙…!!!”
들어올락 말락했던 게 훅 찔러 들어왔다. 황경호는 뻐근하게 몸을 벌리며 강동현을 맞아들였다. 황경호는 두 손으로 강동현의 허리를 잡으며 그가 더 밀고 들어오는 것을 저지했다.
“하앗…. 천천히….”
“으윽…. 하아…. 그래서…. 이런 거 다른 사람이랑 하고 싶다고?”
말 안 듣는다…. 황경호는 버거워서 몸을 뒤틀며 신음을 흘렸다.
“안 해…. 못 해…. 아응….”
“궁금하다며. 하고 싶다며.”
“아아…!! 하앗…. 아아앙….”
강동현이 억지로 꾹꾹 눌러서 들어오자 황경호가 몸서리를 치며 꿈틀거렸다. 다 들어왔다…. 예전에 할 땐 어떻게 해도 처음엔 끝까지 절대 못 넣었다. 아무리 요새 맨날 맨날 한다지만…. 진짜 여기 이상해진 거 아닐까…. 황경호는 살짝 겁이 났다. 그의 하반신이 다리 사이와 엉덩이에 딱 붙어왔다. 황경호는 자기 배 위에 손을 올렸다. 뜨거워…
“이제 너 이렇게 익숙해졌는데…. 응? 진짜 이강유랑 하는 상상 한 번도 해본 적 없어?”
네가 자꾸 말해서 몇 번 해봤다, 멍청아. 황경호는 그가 움직이기 시작하자 배 안이 바로 화끈해지는 걸 느꼈다.
“하앗…. 으응…. 못 한다고 했잖아….”
기분 좋아아…. 황경호는 온몸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는 눈을 감고 천천히 흔들렸다. 뜨끈뜨끈한 남성기가 새벽녘의 서늘함에 잠시 노출됐었던 몸을 덥혀주었다. 체액으로 끈적끈적하고 미끈하게 움직였다. 두껍고 단단한 게 배 속을 채웠다가 나갔다가 다시 채웠다. 다리 사이가 녹아내릴 것만 같았다.
“뭘 못 해?”
“이런 거 부끄러워서…. 다른 사람이랑 어떻게 해…. 하아…. 흐읏….”
점점 더 뜨거워졌다. 황경호는 온몸에 땀이 돌면서 혈액 순환이 빠르게 되는 것을 느꼈다. 그의 등에 팔을 두르고 다리로 그의 단단한 허벅지를 감쌌다. 딱 달라붙으면 더 기분 좋아진다.
“진짜?”
“응…. 하…. 못해…. 너도 알잖아…. 다른 사람이랑…. 난…. 하…. 못 해…. 못 해…. 창피해….”
황경호는 자기가 뭔 말을 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그가 원하는 대로 말하고 있었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만족스럽다는 듯이 섹시하게 신음을 흘렸다. 황경호는 헐떡거리며 그의 등을 끌어안았다.
“아앙…. 더 깊이….”
“으윽….”
“하아앗….”
황경호가 침대 위로 밀려 올라갔다. 회음부가 움찔거렸다. 엉덩이에 힘이 들어갔다가 흐물 풀렸다가 다시 힘이 꽉 들어가기를 반복했다. 강동현의 숨이 거칠어졌다. 자신의 몸을 감싸고 있는 황경호의 허벅지를 둘 다 끌어안아 어깨 위에 올렸다.
“응…! 아아…!!”
엉덩이가 들리고 강동현이 무게를 콱콱 실어왔다. 침대가 덜컹거렸다. 황경호는 완전 야한 얼굴로 강동현의 어깨를 한 손으로 잡았다. 다른 손으론 머리맡을 지지했다.
“하아…! 아아앙…! 강동현…. 강동현…! 하앗…. 앙! 아앗…! 앗…. 앗! 하앗…! 힉…. 아아앙…. 나 어떡해…. 아앙…! 핫…. 갈 것 같아…. 나올 것 같아…. 은혁아…. 아앙…. 더 빨리…. 흐으응….”
“경호야…. 경호야…. 사랑해…. 사랑해…. 으윽…. 경호야…. 사랑해. 진짜 사랑해…. 내 거야…. 내 거…. 하아….”
“앗! 앗! 아앗! 하앗! 아앙! 앗…! 아…. 하읏! 아…!”
강동현의 허리짓이 확 빨라지자 황경호는 버거워하며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역시 처음은 힘들다. 그의 것이 유난히 거대하게 느껴졌다. 황경호는 그의 양어깨를 두 손으로 꽉 잡고는 마구 흔들렸다.
“핫! 아앗…! 찢어질 것 같아…! 하…! 네 거 너, 너무 커…. 아앙…! 핫…!”
“응? 하아…. 커서 좋잖아? 그치? 응? 맞지? 어때? 어때?”
“아앙! 아아앗! 아! 하으…! 장난…! 치지…. 아…! 흐응…. 아으으으으….”
황경호는 뭐라고 하려다가 강동현의 머리카락을 뜯을 듯이 쥐며 절정에 이르렀다.
“핫…. 아앗…! 아아앙…! 으, 은혁아…. 잠깐…. 하으…. 아으으…. 잠깐만…. 은…. 아우으…! 아…!!”
경련을 하는 와중에도 역시나 자꾸 박혀서, 황경호는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애원도 제대로 못 하고 깨물리기만 잔뜩 깨물렸다. 강동현은 아주 신이 났는지 허리를 일으키고 황경호의 허리를 양손으로 꽉 잡은 채 퍽퍽퍽 세게 황경호의 엉덩이를 쳤다.
“흐아아아…!”
황경호가 강동현의 팔을 두 손으로 꽉 잡고 아예 뒤로 넘어갔다. 황경호의 엉덩이 살이 물결을 이루듯 마구 출렁거렸다. 침대가 엄청 흔들렸다.
“하으…! 큭…! 경호야…! 후윽…! 아윽…!”
“아아앙…! 하앙…! 그, 그만…! 그…! 아아아아앙…! 아…!! 아아…! 그마안…. 흑…. 아…!!”
“아, 진짜…! 터질 거 같아…. 윽…. 황경호, 나 봐. 눈 떠. 나 보라고!”
“힉…. 하으…. 아으…. 으으…. 아으으….”
황경호가 눈물 콧물 다 쏟으며 겨우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강동현이 다시 허리를 숙여 한 손으로 황경호의 이마를 감싸듯 잡았다. 그리고 그대로 눈을 마주친 채로 계속 스피드를 유지했다. 황경호의 엉덩이는 거의 하늘로 들렸다. 강동현이 부딪혀 오는 격렬한 진동이 온몸으로 퍼졌다. 황경호는 강동현은 마구 할퀴다가 왼손은 깍지가 끼워져서 침대에 눌러졌다. 오르가즘이 끝나지를 않았다. 황경호는 무척이나 괴로워하며 강동현에게 애원했다.
“빨리…! 빨리이…!! 하아…. 빨리해줘…. 하으으…! 빨리 싸! 이 지루…!! 아앗! 주, 죽을 거 같아…. 하…!! 은혁아아…! 흐아앙…! 빨리…. 하…. 빨리 줘어…. 흐아……! 당장…. 하아아아아…!!”
황경호는 꿈틀꿈틀 대며 계속 오르가즘을 느꼈다. 강동현은 몇 번이나 상대를 홍콩에 보내고 나서야 진득하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경호…야…. 크으윽…! 으으으윽……!!”
“…!!!”
황경호는 이를 꽉 깨물고 하반신과 배를 마구 경련했다. 눈물이 줄줄 흘렀다. 강동현의 이마가 뺨을 강하게 눌러왔다. 황경호는 괴롭고 힘들어서 앓는 소리를 내며 어디로 도망이라도 갈 듯 침대와 강동현의 사이에서 몸을 뒤틀어댔다. 하반신을 버겁게 뚫고 들어온 커다란 자지가 강하게 맥동 치듯 움직이며 꿀렁꿀렁 정액을 내뱉었다. 뜨겁다. 황경호는 그게 너무나 야하고 부끄럽고, 또 좋아서 정신이 쏙 빠졌다. 강동현의 몸에 힘이 빠지며 품에 가득 안겨왔다. 둘 다 잔뜩 헐떡거리며 정신을 못 차렸다.
“흑…. 아윽….”
황경호가 눈물을 줄줄 흘렸다. 요새는 안 이랬는데. 예전에 막 섹스를 좀 많이 하기 시작했을 땐 그는 섹스 후에 자주 이렇게 울었다. 모닝섹스치고는 너무 심하게 하긴 했다…. 강동현은 아주 만족스러웠지만 황경호가 너무 격렬한 섹스에 아직 저항감이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강동현이 그의 뺨에 입술을 묻고는 웅얼거렸다.
“괜찮아…?”
“하아…. 으….”
많이 힘들었나 보다. 황경호가 앓는 소리를 내며 여전히 정신을 못 차리자 강동현은 그를 끌어안은 채 자세를 바꾸어 그를 위에 태웠다. 그렇게 한참을 피부를 맞대고 시간을 보내자 황경호도 슬 정신이 들었다.
“죽는 줄 알았다…….”
황경호가 크게 한숨을 내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동현이 실실 웃으며 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그렇게 좋았어?”
“죽는 줄 알았다고 하는 말 못 들었냐, 멍청아….”
황경호는 손가락 하나도 꿈쩍 못 하고 강동현의 몸 위에 늘어져 있었다. 관절이란 관절은 다 저리다. 다 고장 난 것만 같다. 온몸이 녹다 만 떡처럼 흐물거렸다. 일어날 수가 없었다.
“어떡해…. 하아…. 나 못 일어나겠어….”
출근해야 하는데. 가위라도 눌린 것처럼 몸이 안 움직인다. 강동현은 더 좋아하며 실실거렸다.
“그렇게 좋았어?”
그리고 똑같은 질문을 또 했다. 황경호한테는 강동현만 한 ‘답정너’도 없을 것 같았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눈을 감고 헐떡이는 그의 얼굴을 보았다.
“보자…. 그래, 내가 더 잘생기고 키도 크고. 내가 더 어리고. 내가 더 잘하고.”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라고 한마디 해주고 싶었지만 너무 힘들어서 쏘아붙일 힘도 없었다.
“솔직히 이 정도 속궁합은 아무 데서나 나오는 게 아니라고. 인정해라.”
하지만 강동현은 그가 그런 식으로 반박할 거란 생각이 들었는지 먼저 그렇게 말했다.
‘…그건 맞을 거 같긴 해….’
솔직히 이것보다 더 궁합이 맞는 사람이 있으면 그 사람이랑은 즐기기 전에 그냥 복상사나(혹은 복하사) 하고 말 것이다. 이미 강동현이랑 하면서도 숱한 죽을 고비(?)들을 넘겨왔다.
“사랑해.”
“야…!”
“목소리도 내가 더 좋고.”
황경호의 귀에 시험 삼아 한 번 그윽하게 속삭여서 그의 반응을 보고 강동현은 그렇게 판단했다.
“그리고 말 잘 들어, 애교도 잘 피워, 그래, 말만 몇 마디 나눠봐도 내 매력에 사람들이 껌벅껌벅 넘어가는데. 연예인 우습게 보지 마라, 너.”
잘났다, 그래…. 황경호는 그의 어깨를 짚고 진짜 쬐~끔 머리만 들어 올렸다. 그리고 강동현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섹스에 나른하게 지친 얼굴로 말했다.
“어제는 미안…. 네가 자꾸 귀찮게 하니까 내가 너무…. 뭐라고 한 거 같아. 앞으로 조심할게.”
강동현이 말을 조금 함부로 할 때가 있다 보니 그런 게 좀 옮은 것 같다. 정말 조심해야 할 것 같다. 강동현한테, 혹은 다른 사람에게도…. 말로 상처 주고 싶지 않았다.
“그리고 선생님은 진짜 존경하는 거야…. 내가 좀 힘들 때…. 선생님 보면서 위안을 좀 많이 받았거든.”
“어떻게?”
“그냥…. 나 힘들 때…. 사람들 다 싫고…. 나도 싫고…. 그럴 때 선생님 보면 뭔가, 대단해서…. 남들한테 그렇게 손해 보면서 살아도 항상 의연하고…. 나쁜 일들이 있어도 사람이 바뀌지가 않아서…. 여전히 친절하고 남들 숨 쉬듯이 배려해주고…. 위로해주고…. 그런 거 진짜 멋져서…. 부럽기도 하고. 세상에 아직 저런 사람이 있구나, 라고 생각하면 좀… 좋잖아.”
“…….”
“그러니까 그런 거 아니야. 그리고 선생님 남잔데, 무슨…. 아무리 너랑 나랑 이런 사이 됐다고 해도…. 나 남자 안 좋아해.”
“…그럼 나는?”
“응?”
“나는 좋아해?”
“…….”
황경호는 완전 당황한 얼굴로 입을 뻐끔거렸다.
“가, 갑자기….”
“좋아해? 너 한 번도 말한 적 없잖아.”
“…….”
“안 좋아해? 별로야? 역시?”
‘역시’는 뭔가. 자기도 지가 잘못한 거 많은 거 아는 것이다. 황경호는 예상치 못한 추궁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안 좋아해? 어? 진짜?”
“…….”
“좋아하지? 응? 좋아한다고 해봐.”
“…….”
“좋아하지? 응? 좋아하지?”
“……으, 응…….”
그리고 황경호는 온몸이 새빨개져서는 다시 강동현의 쇄골에 얼굴을 묻었다. 강동현은 살짝 어이가 없어서 그의 옆구리를 쿡쿡 찔렀다.
“야, 우리가 만리장성을 몇 번을 쌓았는데, 어? 같이 산 지 벌써 1년이 다 되어 간다. 진짜? 진짜 그렇게 부끄러워? 나 다 알고 있었는데? 우리 결혼도 했는데? 반지 봐, 반지. 진짜? 어? 진짜 그렇게 부끄러워? 응? 다시 제대로 말해 봐. 응? 황경호. 야, 경호야. 경호야~? 응? 좋아한다고 말해 봐. 응? 대답 좀 해봐. 바니야?”
“…….”
하여튼 남의 기분을 배려하는 부분은 눈을 씻고 찾아봐도 찾을 수가 없는 놈이었다. 황경호는 지금까지 세워뒀던 고백 계획이 전부 물거품이 된 것을 깨달았다. 결국 제대로 받는 것도 실패, 하는 것도 실패….
*
또 건수(?)를 하나 잡은 강동현은 주구장창 황경호를 놀려댔다. 게다가 그게 사실상 황경호의 가장 취약한 부분 중 하나다 보니 황경호는 상대의 그런 태도에 자꾸 마음이 상하고 말았다.
“형….”
황경호는 심각한 얼굴로 입을 열었다. 김태형이 안주를 만들면서 대답했다.
“어, 왜?”
한참을 고민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이던 황경호가 드디어 입을 열자 김태형은 뭔가 싶어 황경호의 얼굴을 보았다.
처음 만났을 때만 해도 잔뜩 말라서는, 웃는 얼굴을 하고 다녀도 혼자서 술을 먹으러 오는 게 짠할 때도 있었는데 애인이 생기더니만 애 얼굴이 확 살아서 주변 사람들이 다 놀랄 정도였다. 피부가 반질반질하다.
“나 진짜 얘 어떻게 해야 하지?”
“왜 또.”
연애를 처음 해봐서 그런지 연인과의 의사 조율이 안 될 때마다 자꾸 스트레스를 받는 황경호였다. 김태형이 원래 그런 거라고 여러 번 일러줘도 매번 불평을 했다.
‘굳이 경호만 그런 게 아니라 연애하는 사람들 거의 대부분이 그렇겠지.’
내 주변 유부남들도 죄다 불평불만이지. 김태형은 그렇게 너그러이 생각하며 황경호를 보았다. 좋을 때다.
“사람이 하지 말라는 짓을 왜 자꾸 할까. 사람 좀 괴롭히지 말라니까.”
“좋아해서 그러는 거지, 좋아해서.”
“좋아하면 하지 말라는 짓 좀 하지 말라고. 좋아한다고 한마디 했다고 그거 가지고 사람을 내내 괴롭혀. 안 그래도 쪽팔리는데….”
“야…. 너네 사귄 지가 언젠데 너 좋아한다는 말을 이제 했어? 심술부릴 만하네.”
“…….”
그러자 황경호는 아무 말도 못 하고 씩씩거렸다. 뭐라고 반박을 하고 싶은데 형 말도 맞는 말이라 뭐라고 못 하겠다. 술을 한 모금했다가 변명 조로 입을 열었다.
“원래…. 원래 아프리카 갔다 와서 바로 말하려고 했는데…. 제대로 선물도 주고 꽃도 주고…. 경치도 좋은 데서…. 그렇게 말하고 싶었는데…. 걔가 조, 좋아하는 거 해주고….”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는 술잔만 쳐다보았다.
“그걸 왜 거기서 그렇게 캐물어 캐묻기를…. 아니, 애초에 지가 자꾸 방해만 안 했어도 진작에 했을 텐데…. 아….”
되는 게 없다…. 이것도 그냥 이렇게 얼렁뚱땅 넘어가 버리는 것일까? 처음 좋아한다는 말을 들었을 땐 술 마시고 하는 말을 그대로 믿고 홀랑 넘어갔다가 술 깨니 기억 안 난다고 사람 바보로 만들고. 그다음에 한 건 아주 그냥 피곤에 쩔어서 흘러가듯 말하고…. 처음 사랑한다는 말을 들은 건 그거… 빨다가…(그건 여전히 창피하다.) 반지는, 애당초 반지도 안 주고 혼자서 결혼을 했네 마네 단정 짓고 있다가 황경호가 싫어하니 그제야 줬고, 웨딩링도 상의 없이 사 와서 그냥 잠결에 취해있는 황경호의 손에 끼워버렸다.
그리고 나서는 그냥 사랑한다는 말은 입에 붙어서 무게감 없이 그냥 사랑한다…. 그래, 말을 많이 해주는 건 좋다고 해도…
‘진지함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다….’
그래…. 기대 안 한다. 그놈한테 기대하면 이쪽만 바보 되는 건 지금까지도 계속 있었던 일이었다. 그러니까 자신이라도 제대로 하고 싶었다. 진지하게, 제대로….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좋아한다고…….’
처음 그를 좋아한다는 걸 인정했을 땐 화가 나고, 겁이 났다. 그를 여전히 믿을 수가 없을 때였다. 그가 자신에게 했던 짓들에 대해서 앙금도 남아 있었고, 그런데도 그에게 끌리는 걸 주체할 수가 없어서…. 그래서 집까지 나온 것이었는데 결국…. 그리고 이렇게 시간이 지나고 서로의 사이가 깊어지니…. 불안이 제로가 된 게 아니더라도, 가끔은 마음에 안 들고 밉더라도….
나도 너와 오래도록 함께 있고 싶다고
그렇게 마음을 전하고 싶었다
황경호는 일렁이는 눈빛으로 잔을 보다가 스르륵 바에 이마를 박았다.
“다 망했어…….”
“뭘 또 망해. 그냥 또 하면 되지.”
“지금도 이렇게 놀리는데 제대로 하면…. 또 얼마나 놀리겠어.”
“그게 걔 애정 표현인가 싶은데.”
“싫어…. 진지하게 하고 싶어.”
“놀리지 말라고 해. 진지하다고.”
“그러면 더 놀려.”
“지금도 놀리냐?”
“자꾸 놀려서 피하는 중인데….”
“그래? 그래도 네가 그러면 걔도 맘 상하지 않겠냐?”
“흥, 상하라지.”
황경호는 며칠 그렇게 푸념을 하러 왔다.
그러고 하루는 강동현이 왔다.
“동현이.”
“형.”
“얼굴 좋다, 야.”
“안 좋아…. 내가 지금 이 나이에 기말고사를 치려니까 머리가 아프다.”
“그래도 이제 곧 대졸이네. 축하한다. 뭐 먹을래?”
“밥해줘.”
예전에는 술만 먹으러 오던 애라 새벽에나 왔는데 요새는 오면 저녁을 먹을 때쯤 왔다.
“그래, 여친이랑은 잘 지내고?”
“응? 뭐…. 평소처럼 빨래 제대로 안 넣어놓는다고 뭐라고 하고 집안일 안 한다고 뭐라고 하고. 그렇지, 뭐.”
전에 그 난리를 쳤던 상대랑 결국엔 잘 되어서 김태형한테는 아예 결혼을 한 거나 다름이 없다고 공공연히 말을 하는 강동현이었다.
“야, 잘해라. 좀. 요즘이 어떤 세상인데 그런 걸 제대로 안 하냐?”
“설거지 안 한다고 뭐라고 해서 식기세척기 사줬지. 빨래 안 넌다고 뭐라고 해서 건조기 사줬지. 청소 안 한다고 해서 로봇 청소기 샀지. 자기 힘들면 일하는 아줌마 부르면 된다니까 지가 부득불 하겠다고 해놓고.”
“음…. 하긴. 그걸 네가 왜 하냐. 아줌마 왜 안 써, 그럼?’
“집안일 하는지 소신이 있어서 까다로운데 사람 시키면 그런 거 일일이 어른한테 가르쳐야 할 테니까 그런 거 못 하는 거지.”
강동현은 황경호도 모르는 그의 사고방식을 그렇게 꿰뚫어 보며 그렇게 말했다.
“요즘에 나이 어린 애들도 있지 않나?”
“그런 건 또 불편하단다. 혹시 소문이라도 나면 어쩌냐고.”
“거참….”
김태형은 어깨를 으쓱하며 말했다.
“너 지금 집 좋다며. 빨래라도 외주 맡겨라.”
“아, 그건 될 거 같다.”
기말을 준비한다는 강동현은 그래도 공부를 꽤 하는지 렉쳐 노트를 들고 올 때도 있었다. 벼락치기를 하는 것이다.
“집에서 안 하고?”
“몰라…. 기분 나쁜 것 같아서. 나왔어.”
“뭐 잘못했어?”
“아니?”
아무리 생각해봐도 잘못한 건 없다…. 강동현이 한숨을 쉬었다.
“애 요리하는 거 좋아한다며. 그런 애들 이거 껌뻑 죽는다.”
“오, 뭔데?”
김태형이 추천해주는 걸 당장 주문했다. 그리고 그다음 날은 뚱해져서는 왔다.
“갑자기 섹스를 안 해주는데?”
“일단 왜 그러는지 물어보고 와.”
“몰라. 물어봤는데 화내. 꺼지래.”
“그냥 무조건 잘못했다고 싹싹 빌어.”
“어.”
*
“아니, 내가 좀 빡쳐서 며칠 있었는데 얘는 언제 싸웠냐고, 그게 아직도 화낼 일이냐고 그러는 거야. 이게 도대체 몇 번째야. 상의 없이 물건 좀 사지 말라니까.”
황경호는 오늘 또 김태형에게 가서 하소연을 하고 있었다.
“하긴…. 애인이 씀씀이 크면 좀 무섭긴 하지.”
김태형이 공감해주었다. 그러자 황경호가 고개를 끄덕거리며 말을 이었다.
“틈만 나면 남자가, 아니…!”
황경호가 황급히 말을 바꾸었다.
“여자가 돈 좀 쓸 수 있지, 이러면서….”
“여친 돈 많다며. 자기 돈 자기가 쓴다는데 그것까지 뭐라고 하는 건 좀…. 있는 사람이 괜히 궁하게 살면 가오 떨어진다. 쓰던 사람이 안 쓰면 또 티가 확 나서 주변에서 알아봐. 여자들끼리 흉볼라.”
“…….”
어…. 그런 것까진 생각을 못 했다….
‘그러게…. 지금까지 아껴 쓰라고만 하고 비상금도 다 통장에 넣었는데…. 괜찮으려나? 진짜 남들한테 없는 티(?)라도 나려나?’
그런 건 진짜 싫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갑자기 생각을 마구 하다가 휴대폰으로 이번 달에 강동현이 쓴 돈을 체크해봤다. 카드 명세서…. 학교랑 집이랑 회사 정도만 왔다 갔다 해서 그런지 저번 달보다도 돈을 덜 썼다. 게다가 전에 제멋대로 비싼 반지들을 사 온 것 때문에 이제 현금은 전혀 안 주고 있었다.
‘…어떡하지. 용돈 통장(?)이라도 하나 만들어서 다달이 좀 줄까…. 원래 쓰던 앤데 답답할 거 같다….’
혼자서 이렇게 저렇게 고민을 하고 있었다. 잔소리도 덜 해야겠다 싶기도 하고…. 괜히 요새 너무 잡았나 싶기도 하고….
황경호가 고민을 하면서 식사를 깨작깨작했다. 요새 강동현이 시험공부다 뭐다 해서 같이 저녁 식사를 못 했다. 항상 같이 먹다가 혼자 먹으려니까 적적해서 말이다. 오늘은 좀 나왔다.
가게 문이 열리는 소리가 들렸다.
“아, 형. 나 진짜 어떻게 해? 얘는 왜 맨날 나한테 화만 내냐?”
황경호가 화들짝 놀라 고개를 돌렸다.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강동현과 눈이 딱 마주쳤다.
“어, 동현아.”
하지만 저녁 시간이라 좀 분주한 김태형이 그를 제대로 보지도 못하고 말했다.
“잘 됐다. 서로 상담 좀 해줘라. 형 바쁘다.”
“…….”
“…….”
강동현은 인상을 약간 쓰며 황경호의 옆에 앉았고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혔다.
“야…. 남편 욕도 너무 하면 네 얼굴에 침 뱉는 거다.”
강동현이 조용히 경고했다. 황경호가 좀 화가 난 얼굴로 그를 흘겨보았다.
“지는.”
“야, 난 조언을 구하러 오는 거고. 네가 요새 나만 보면 화내잖아.”
“내가 언제.”
“그랬어. 이제 나 좋다며, 어? 좋아하는 애 괴롭히는 스타일이야, 너도?”
그가 황경호의 옆구리를 또 찔러댔다. 황경호는 누가 들었을까 봐 눈을 데굴데굴 굴리며 주변을 훑어보았다.
“그래도 너까지 형한테 그러면 어떡해. 형 눈치채면 어쩌려고.”
“내가 먼저다, 어? 형이 옛날 옛적부터 조언 많이 해줬다고.”
“뭐? 언제부터?”
“너 좋아한다고 쫓아다니기 한참 전부터.”
“진짜?”
“확실히 물장사라 그런지 사람 말을 잘 들어줘서…. 오히려 팁 많이 얻어갔지. 너랑 잘된 거 쪼금은 형 덕분이다.”
황경호가 입을 딱 벌렸다.
“…그, 그래도 내가 형이랑 더 친한데….”
“누가 그래?”
둘이서 좀 실랑이를 하다가 대화가 흘러갔다.
“이제 시험 두 개 남았다고?”
“어, 죽겠다. 토요일까지 무슨 시험이야.”
“그래도 공부 열심히 하네.”
“30학점이나 듣는데 이 정도 안 하면 F 떠. F 뜨면 한 학기 더 다녀야 해.”
강동현은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그리고 황경호가 강동현의 음식도 좀 가져가서 먹자 씨익 웃었다.
“너 말이야…. 살 좀 찌지 않았어? 더 먹을래?”
이제 12월이니 추웠다.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내내 먹는 게 일이던 황경호였다. 강동현은 슬쩍 그의 티셔츠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황경호가 기겁을 하며 그의 팔을 쳤다.
“형, 얘 살 좀 찐 거 같지 않아?”
“엄청 붙었지.”
“진짜?”
황경호는 자기 얼굴을 만져 보았다. 강동현이 다른 쪽 뺨을 꼬집었다.
“진짜. 이번 달 들어서 확실히 좀 찐 거 같다.”
“딱 적당했었는데…. 더 찌면 안 돼, 진짜.”
황경호는 설마 그렇게 쪘나 싶어서 자기 배를 만져 보았다. 그렇게 오랜만에 단골집에서 강동현이랑 식사를 하고 집에 갔다. 토요일이지만 시험이 있어서 강동현도 일찍 일어나고 황경호도 근무라서 일찍 나갔다. 다음 주 중반부터는 겨울 휴가를 받는다. 이번엔 뉴질랜드를 가기로 했다. 기대가 되었다.
‘예전엔 휴가 때…. 진짜 아무것도 안 했지.’
지루해서 차라리 일이라도 하면 좋겠다고 생각한 적이 많았는데. 새삼 격세지감을 느끼는 황경호였다. 그리고 강동현의 시험이 끝나고 같이 여행 준비를 하고 필요한 물건들을 사러 가기도 했다. 생각보다 촉박하게 준비를 했다.
뉴질랜드에서는 3일은 개인 패키지 투어를 다니고 8일 정도는 프라이빗 빌라에서 지냈다. 산을 등지고 넓은 호수를 바라보는 아름다운 마을이었다. 전에 푸켓을 갔을 땐 차를 타고 이동을 했는데 여긴 마을이 작아서 걸어 다녔다. 집 근처 서울숲이나 한강도 자주 산책을 했지만 그래도 맨얼굴로 같이 돌아다니는 건 신기한 일이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같이 외국으로 휴가를 나오면 진짜 둘밖에 없어서…. 서울에서는 언제나 일이나 다른 일 때문에 함께하지 못하는 시간을 보상하듯 딱 붙어 있었다.
“확실히…. 너 살 좀 찐 거 같다….”
부부 관계(?)를 끝내고 평소처럼 강동현의 위에 늘어져 시간을 보내고 있는데 강동현이 황경호를 주물거리면서 말했다.
“요새 자꾸 그 소리네….”
황경호는 나른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의 시도 때도 없는 스킨십에 절대 적응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냥 매일이 이러니 익숙해지지 않을 도리가 없었다. 눈에만 띄면 주무르니….
“무거워…? 내려갈까?”
황경호가 몸을 일으켰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 두 짝을 손에 쥔 채로 바로 대답했다.
“아니. 좋아서 그러는데? 더 쪘으면 좋겠다.”
“이 정도도 충분해. 나 돼지로 만들고 싶어?”
“귀여울 거 같은데.”
강동현은 황경호의 살을 만지는 걸 좋아했다. 잡을 만한 것들이 많이 생기니까 좋은 모양이다.
“아, 한국 가기 싫다. 맨날 너랑 이러고 살고 싶어.”
강동현이 황경호를 꽉 끌어안으며 그렇게 말했다. 휴가가 끝나면 강동현도 다시 활동기에 접어든다. 황경호가 얼굴을 홧홧하게 붉히며 입을 다물고 있었다. 이 소리를 처음 듣는 것도 아닌데 괜히 부끄럽다.
“넌?”
강동현이 황경호의 뺨에 입을 맞추며 부드럽게 눈을 바라보았다. 심장이 쿵쿵거리는 게 느껴졌다. 살짝 인상을 썼지만 황경호도 취약한 표정이 되어 그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의 두 눈을 번갈아 보다가 이끌림을 이기지 못하고 입을 쪽 맞추었다. 그러자 강동현이 환하게 미소를 지었다.
“부끄럼쟁이.”
강동현이 그렇게 놀리면서 황경호의 뺨을 깨물었다. 황경호는 움찔하며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가 황경호의 다리를 벌리며 다시금 자기 자지를 황경호의 다리 사이에 박아 넣었다.
“아아아….”
황경호는 다리 사이에 뜨거운 링이 생긴 것만 같은 느낌이었다. 예민하고 민감하게 타인의 살을 느꼈다. 황경호는 야시시한 얼굴로 다리를 더 벌리며 강동현과 배를 밀착했다.
“흐읏…. 움직여줘…. 깊이 넣었다가 뺐다가…. 하아…. 그렇게 해줘….”
강동현은 황경호의 얼굴에 깃털 같은 입맞춤을 하며 그의 가슴을 만졌다. 황경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달라붙어 왔다.
“흐응.”
강동현은 다른 손으로 부드럽게 황경호의 등허리를 쓸고 엉덩이를 주물렀다. 솔직하니까 얼마나 귀여운가.
황경호는 거기를 심하게 움찔거리며 강동현을 채근했다.
“빨리….”
“왜. 천천히 하는 거 좋아하잖아. 천천히 하자.”
“하…. 으으….”
황경호는 얼굴을 붉히면서 결국 자기가 먼저 엉덩이를 슬쩍 흔들었다. 그러더니 주체를 하지 못하고 스스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아앙…. 하…. 아앗…!”
보통 그가 위에 올라오면 강동현을 빨리 끝내려고 엄청 테크닉을 써서 움직일 때가 많았는데 오늘은 그가 스스로 기분이 좋아지려고 움직이고 있었다. 강동현은 허리를 일으킨 그의 앞을 쥐어서 만졌다. 황경호가 몸 전체가 벌게져서는 강동현의 손을 두 손으로 잡았다.
“아아…!”
찌푸린 얼굴이 엄청 야하다. 갈수록 점점 강동현의 앞에서 맨얼굴을 드러내고 솔직해지는 그가 정말 귀여웠다. 이렇게 될 때까지 진짜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귀여워…. 기분 좋아….”
강동현은 등을 일으켜 황경호의 입술을 빨았다. 싱글벙글 웃으면서 그를 쓰다듬었다. 기분이 좋았다. 맞닿는 피부가 전부 황홀하다. 충족감에 마음이 다 뿌듯하다. 그는 자신의 것이었다. 강동현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거. 착하고 순하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갈비뼈가 다 뻐근했다.
“우리 경호…. 그렇게 기분 좋아? 응? 내가 안 데리고 살았으면 어쩔 뻔했냐?”
강동현은 자세를 반전하여 황경호를 아래에 눕혔다. 스스로 안을 문지르고 있던 황경호는 핫 하고 눈을 떴다. 눈이 마주쳤다. 그의 눈빛에서 불안과 기대감이 동시에 읽혔다. 강동현은 허리를 숙여 그의 코를 깨물었다. 그리고 느릿하고 강하게 황경호의 음부를 찔렀다.
“아아앙…! 하앗…! 으, 은혁아…. 흣…. 아앙…! 앗…! 하아….”
황경호는 처음에는 긴장을 좀 하다가 흐물흐물해졌다. 강동현은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냄새를 맡으며 조금 더 속도를 올렸다. 그리고 그의 귓가에 입술을 묻고 속삭였다.
“사랑해. 사랑해, 경호야. 사랑해. 사랑해….”
황경호는 그의 등을 끌어안으며 부르르 떨었다. 귀가 녹을 것만 같았다. 몸이 녹고 있었다. 몸이 저절로 뒤틀렸다. 참을 수가 없었다.
“하아아아앙….”
황경호는 배와 엉덩이를 마구 경련하며 숨을 멈추었다. 강동현이 몸을 뒤틀어 도망을 가려는 황경호의 한쪽 다리를 어깨에 걸치고 그의 벌려진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고 슥슥슥 그의 안을 계속 문질렀다.
“하아앗…. 놔줘…. 놔줘…! 앗…! 못 해…! 아앙…! 하앗…. 으윽. 아으윽…!”
황경호는 침대를 손톱으로 마구 긁어내리며 침대 시트에 얼굴을 비볐다.
“하앗. 아윽…. 흑…. 아앙…. 은혁아…. 은혁아아…. 아앙…. 나 죽을 것 같아…. 핫…. 우으…. 흐윽…. 아…!”
황경호는 한 손으로 자신과 그가 합쳐진 곳을 손으로 감쌌다. 엄청 뜨겁다. 그의 남성기가 황경호의 손가락 사이도 긁으며 그의 살과 자신의 살이 꽉 맞붙는 게 느껴졌다.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이런 거…. 왜 기분 좋은 거야….’
황경호는 열이 확 오르고 뜨겁고, 계속 절정을 느끼고 있어서 취약하고 야한 얼굴로 몽롱하게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그가 엄청 섹시했다. 잘생긴 얼굴에, 몸에…. 황경호는 심장이 파르르 떨리며 다시금 아래가 확 뜨거워지자 그의 얼굴을 본 것을 후회했다.
“으으으응…!”
강동현은 황경호를 엎드리게 하고 등 뒤에 딱 달라붙었다.
“하하…. 진짜 잘 느낀다니까…. 뿌듯하다. 엄청 좋네, 진짜….”
강동현의 손이 가슴과 성기를 만졌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묻고 퍽퍽 소리가 날 정도로 흔들어 박고 있었다. 황경호는 허리가 징징 울리는 것을 느꼈지만 민감한 부분들이 전부 엄청 문질러지고 있어서 정신을 못 차리고 느끼고만 있었다.
“하앙…. 은혁아…! 하…! 거기…. 하앗…. 만지지 마…. 아앙…. 또, 또 갈 것 같아…. 흑…. 가기 싫어….”
“그럼…. 이렇게 하자.”
강동현도 정신이 나간 목소리로 섹시하게 속삭이며 황경호의 것을 꽉 잡았다. 황경호는 짧게 비명을 질렀다.
“아앗…!! 놔, 놔…!!”
“좀만 참자, 경호야. 하아…. 너 너무 싸면 금방 체력 떨어지잖아.”
“응…! 아앗…. 핫…. 아앙….”
황경호는 강동현의 손목을 두 손으로 잡은 채 침대에 처박혀서 마구 흔들렸다.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강동현을 욕했다.
“아앙…! 이 지루…! 하…. 또 괴롭혀! 하아아…! 안 돼…. 안 돼…. 아앙…! 나쁜 놈…. 하아…. 놔줘. 놔줘…. 아앙…! 거기 이상해…!”
황경호는 침대에 마구 비비고 뒤틀며 그를 벗어나려고 해봤지만 잘 안 되었다. 황경호는 헐떡거리면서 결국 포기하고 그대로 그에게 대주고 있었다. 거기가 너무 뜨거워서 화상을 입는 것만 같았다.
“하앙…. 은혁아…. 아아…. 이상해…. 아앗…. 이상해…. 놔줘…. 읏…. 괴로워…. 핫…. 힘들어….”
“알았어…. 큭…. 빨리할게….”
“아앗…. 하…. 안 돼…. 그만…. 아…! 하으으으으……!!”
황경호는 온몸을 사시나무처럼 떨면서 오르가즘을 느꼈다. 강동현의 손 때문에 사정을 하지 못하면서 느끼는 제대로 된 드라이 오르가즘이었다.
“!”
강동현은 가슴이 확 뻐근하면서 그가 좋아서 미칠 것만 같았다. 그대로 그의 팔과 몸을 같이 끌어안고 서로의 뺨을 댔다.
“경호야…. 경호야…! 황경호…. 크윽…. 윽…! 젠장…. 나 진짜 너 없으면 못 살아. 알지? 어? 사랑해. 사랑해. 으윽…! 한다….”
강동현도 무아지경으로 본능적인 움직임을 계속했다. 황경호는 거의 숨이 넘어갈 것 같았다. 강동현은 그의 고개를 돌려서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애원했다.
“빨리…! 빨리해줘…. 죽을 것 같아…! 하앙…. 은혁아…. 은혁아…!”
“알았어…. 으윽…. 내 이름, 계속 불러.”
“은혁아…. 흑…. 은혁아아…. 아앙….”
그렇게 뒤흔들리며 강동현이 퍽퍽! 하고 드디어 사정하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안도감마저 들어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끝났다…. 그가 강하게 허리를 털어 느린 박자로 퍽, 퍽 박는 것을 느꼈다. 강동현이 느리고 섹시한 신음을 황경호의 귓속으로 밀어 넣었다. 그는 황경호의 배를 만졌다. 강동현은 거의 정신을 잃고 황경호를 내리누르고 후희를 즐기고 있었다. 황경호는 그에게 깔려서는 숨도 제대로 헐떡이지 못하고 몽롱하게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그의 얼굴을 만지고 싶었는데 팔도 다 깔려서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래서 조금 움직일 수 있는 고개를 움직여 그의 얼굴에 입술을 대었다. 쪽쪽. 너무 예뻐서 계속 입을 맞추었다.
“…너도 애교 많아진 것 같다.”
강동현이 미소를 지으며 한쪽 눈을 떴다. 황경호는 핫 하고 정신을 차리고 얼굴을 붉혔다.
“…빨리 나와. 무거워.”
“흐응~ 무거워? 내가? 어?”
“아…! 야, 진짜 무거워!”
“경호야, 내가 엄청 사랑하는 거 알지?”
“알았어. 앗…! 진짜…. 허리…! 앗…! 하앙…. 아…. 은혁아…. 나 진짜 더 못 해……. 아아앙……. 변태……. 몇 번을 하는 거야….”
“흐응, 네 남편 절륜한 거 이제 알았냐?”
“아아앙…. 지, 지루 주제에….”
*
처음 같이 살기 시작할 때쯤, 강동현은 일이 많아서 집을 비우는 일이 많았다. <시크릿 블러드>에 이어 광고 등을 촬영하거나 예능 프로그램을 찍거나 해외에서 팬 미팅을 하는 듯 다양하게 일이 많았다. 2~3주씩 집에 못 들어왔던 적도 있으니까 말이다.
본격적으로 대본을 보고 미팅을 하고 행사에도 간간이 참여하다 보니 아침 8시 반부터 7시까지는 병원에 있는 황경호와는 스케줄이 안 맞기 시작했다. 아직은 이틀이나 사흘에 한 번꼴이긴 하지만 잠든 얼굴만 볼 수 있었다. 게다가 연예인들의 생활 패턴이라는 게 아침형 인간이 아니다 보니 더욱 그랬다. 혹여나 그가 깰까 봐 조심조심 침대에 눕고 일어나면 그가 없었다. 그가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난 뒤로는 쭉 붙어살아서 그런 날은 적적함이 이루어 말할 수 없었다.
‘같이 안 살 때도 한 달 못 보는 건 예사였지….’
그때는 운도 따르고 건강과 휴식을 핑계로 주말에는 그를 만났던 적도 있었지만…. 앞으로 드라마를 찍을 일을 많이 없을 것 같긴 하지만, 작품 활동을 전처럼 꾸준히 하게 된다면 지금보다 더 그렇게 못 만나게 될지도 모른다. 소위 주말 부부….
학교를 다닐 때는 그래도 스케줄이 잘 맞았는데 이제 슬슬 엇갈리는 게 보인다. 낮에는 꼼짝없이 병원에 있는 황경호고 강동현은 저녁에 약속이 많았다. 게다가 해외 작품을 하기 시작하면 정말 꼼짝없이 독수공방해야 할지도 모른다.
‘진짜 일 좀 그만뒀으면 좋겠다….’
마누라 하고 싶은 일까지 그만두게 만드는 남자들을 이기적이라 하지만, 뭐…. 그래도 그러고 싶은 걸 어쩌겠는가.
새해가 되고 한 달이 지났더니 더 적적하다. 학생들이 방학이라 병원은 바쁜 것 같았다. 아직도 2주에 한 번 정도는 병원에 다니고 있었다. 이게 더 제대로 얼굴을 보는 것 같아 아이러니하다. 예전에도 이 핑계로 얼굴 보러 왔는데….
“으음…! 하읏…. 야! 일 좀 하자…!”
강동현이 마사지를 해주는 황경호에게 자꾸 입을 맞추자 황경호가 얼굴을 뺐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턱을 잡고 안 놔줬다.
“좀만 봐주라. 내일부터 3일이나 나가는데.”
“3일 가지고 왜 그래? 전에는 3주 나간 적도 있었잖아.”
“또 매정하게 그런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얼굴에 잔뜩 입술을 문질렀다.
“손…! 손! 손 빼!”
“아, 왜.”
“왜긴 뭐가 왜야. 여기 병원이라고…!”
한 20분 잔뜩 주무르고는 강동현이 뻑적지근한 얼굴로 일어났다. 강동현은 한숨을 쉬며 말했다.
“더 쉴 걸 그랬나.”
“그럴 생각도 없으면서 말은.”
황경호가 손등으로 얼굴을 닦고 투덜거렸다. 이러니저러니 해도 강동현은 자기 일을 좋아했다. 학원도 다니고 관련된 공부도 하고 사람들도 만나러 다니고. 천성이 밖으로 돌 수밖에 없는 남자였다.
밥 먹고 운동도 갔다가 마사지까지 받고 집에 들어가니 밤 10시가 좀 넘었는데 그때까지도 강동현은 집에 안 왔다. 드레스룸에 들어가니 캐리어를 싸다 만 게 보여서 황경호가 마저 정리를 했다. 가져가려고 내놓은 옷들을 구겨지지 않게 잘 개서 종류별로 서브 팩에 집어넣고 세안 용품들을 넣었다. 휴대폰 충전기 등도 빼놓지 않고 챙겼다. 그리고 강동현이 내일 먹을 음식을 해놓았다. 그리고도 그가 들어올까 싶어서 좀 기다리는데 그에게서 메시지가 왔다.
<경호님, 오늘도 늦습니다>
진짜 늦을 모양이었다. 황경호는 침대에 누웠다가도 잠이 안 와서 뒤척거리다가 강동현의 베개를 끌어안고서야 잠이 약간 오기 시작했다.
‘진짜 어떡하지….’
고작 1년…. 강동현이랑 산 지는 그 정도밖에 안 됐는데 없이 어떻게 살았나 싶을 정도로 익숙해졌다. 처음 같이 살기 시작했을 때는 거의 각방을 썼는데 이제는 같이 안 자면 더 이상하다니. 오히려 내내 혼자 살았던 때보다 더…. 외롭다는 생각이 들었다. 외롭다는 기분이 이런 거구나, 라는 생각이 든다. 예전에는 비슷한 기분이 들어도, 그냥 당연한 건 줄 알았다. 그렇게 잠들었다가 새벽에 누군가의 기척이 느껴져 눈을 떴다.
“미안. 깼어?”
강동현이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금방 씻고 왔는지 비누 향이 났다. 황경호는 뒤로 돌아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는 잘 때 거의 아무것도 안 입었다. 그의 피부가 느껴졌다.
“내일 몇 시에 가….”
황경호는 자연스럽게 그의 향기를 맡으며 물었다.
“11시 비행기.”
“7시 반에는 나가야 하려나….”
“8시 정도면 됐지.”
“차 막혀….”
그 정도 얘기만 하고 둘 다 잠들었다. 둘이 시차가 맞지 않다 보니 요새 잠을 좀 설쳤다. 아침에 일어나서 그를 배웅할 생각이었는데 선잠으로 인사를 하고 그냥 자 버렸다. 그리고 나중에 잠에서 깨고 나니 쓸쓸함이 들었다.
‘다른 사람들도 이런 느낌이 싫어서 계속 연인을 만들고 결혼을 하는 걸까….’
하지만 있어도 이렇게 쓸쓸하다, 가끔. 전에는 없다고 홀가분해 했는데…. 사람이 이렇게 변하기도 하는 모양이다. 일을 하고 돌아오면 그가 무슨 기르는 강아지처럼 달려 나오곤 했는데 이젠 그가 더 바빠지니 그런 것도 없었다. 진짜 적적하다…. 사람 난 자리가 이렇게 티가 많이 난다.
그렇게 이틀 정도 우울하게 있으니 주변에서 다들 물어봤다.
“뭐 안 좋은 일 있어? 계속 얼굴 좋더니만.”
오늘만 세 번째 비슷한 말을 듣는 황경호였다. 황경호는 계속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지만 그렇게 얼굴에 티가 나나 싶어서 자기 얼굴을 만지며 한숨을 쉬었다.
“……여자친구 출장 갔어.”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그러자 김태형이 그냥 웃고 이신현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진짜 경호 형 여친 사귀고 나서 염장 지르는 거 장난 아니라니까. 좋아 죽네, 죽어.”
“…….”
…좀 쪽팔린다. 황경호는 말없이 밥을 먹었다. 그래도 다음 날이면 오겠지 싶었는데 하루 더 일정이 생겼다고 갑자기 연락이 와서 하루를 더 기다려야 했다. 매일 강동현의 베개를 끌어안고 잤다. 그런데 갈수록 더 적적해졌다. 그래서인지 그날 밤에는 야한 꿈을 꾸기까지 했다. 아침에 일어나니 허무하고 창피했다.
“왜 살아….”
죽자…. 황경호는 베개에 얼굴을 묻고 좀 괴로워했다. 그렇게 그날은 더 우울하게 일을 했다. 오늘은 아예 헬스장에서 운동을 더 하다가 김태형네 가게에 가서 밥이랑 술을 먹고 늦게 집에 들어왔다. 그리고 집에 와서 욕조에 물을 채워 목욕을 하기 시작했다. 술을 마시고 목욕을 하는 게 좋지 않다는 건 알지만, 그냥 하고 싶었다. 그렇게 몸을 물에 담그고 있으니 새삼 새록새록 많은 생각들이 났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목욕을 하고 있으면 자주 쳐들어오곤 했다. 처음에는 혼자 있는 시간을 방해하는 게 내심 성가실 때도 있었다. 그리고 그때는 시도 때도 없는 그의 스킨십이나 욕정에 잘 적응을 하지 못했을 때였다. 그가 자꾸 만져대면 괜히 또 그가 하고 싶어서만 이러는 건가, 라는 생각도 자주 하곤 했다. 지금에 와 생각해보면 정말 하고 싶어서만 그러는 거였다면 그의 말대로 같이 사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정말로 하기만 했을 것이다. 아무 데서나, 배려 같은 것도 없이….
‘그랬던 적도 있었지….’
그때는 싫고 기분 나쁘고 창피하고…. 그랬다. 지금도 그때를 떠올리면 그런 생각이 드는데도, 그와 지금까지 몸을 섞어왔던 것까지 떠올라 몸이 달아올랐다. 성적 욕구와, 그런 기억에 욕정을 하는 자기 자신에게 불쾌감까지 들며 복잡해졌다. 황경호는 찌푸리듯 눈을 감으며 벌써 반응을 하고 있는 자신의 성기를 손으로 잡았다.
“하아….”
자위는 진짜 몇 개월 만이다…. 아프리카 이후로 처음인 것 같다. 예전에는 강동현이 없다고 쉽게 섹스를 그리워하거나 하지 않았는데. 언제부터 이렇게 되었을까. 고작 사나흘인데. 내외적으로 흠뻑 외로움을 느꼈다.
“흣…. 아앗…. 앙…. 하…. 읏….”
황경호는 의외로 금세 열중해서 두 손으로 자신의 앞을 빠르게 만지다가 자세를 바꾸어 욕조에 엎드려 엉덩이를 물 밖으로 빼냈다. 그리고 욕조의 테두리에 얼굴을 기댄 채 한 손으로 자신의 음부를 만졌다.
“흐읏…. 아앗….”
뒤적뒤적 스스로 안을 팠다. 손가락을 넣으니 오히려 더 부족함을 느꼈다. 황경호는 강렬함을 원했다.
“강동현…. 하앗…. 은혁아…. 아앙…. 안고 싶어…. 아아…. 흐으….”
깊이, 가득…. 버거울 정도로 품어서 안을 마구 문질러서 가고 싶었다. 뜨거워서 녹아버릴 것 같아졌으면 좋겠다. 숨도 못 쉴 정도로 강렬한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었다. 그런 생각에 부끄러움을 느낄 새가 없었다. 그러기엔 하고 싶은 마음이 너무 강했다.
“하아…. 아앗…. 흣…. 아앙…. 은혁아…. 은혁아…. 도은혁…. 아앙….”
그렇게 한참 자위에 흠뻑 빠져 있는데….
*
‘아, 피곤하다…….’
중국인들도 술을 참 많이 마신다…. 어떤 중국 사업가가 합작 회사를 차리자면서 제안을 해왔다. 강동현의 도회적이고 세련된 느낌을 차용한 의류 브랜드를 중국에서 런칭하자는 것이었다. 강동현은 자기 이름을 건 사업에 대해서는 아직은 그렇게 관심이 없었지만 그 중국 사업가가 꽤나 대단한 사람이었기 때문에 다음 일이 어떻게 될지는 모르니 연이라도 만들자고 사장님이랑 열심히 술을 퍼다가 왔다. 게다가 중국 술은 독하다. 몸이 안 좋다는 이유로 겸양하면서 마시려고 했지만 또 그게 그러기가 쉽지 않아서 오랜만에 술을 진탕 마셨다. 그래도 간이 꽤 회복이 되었는지 죽을 것 같지는 않은데, 그냥 집에서 황경호가 해주는 해장국을 먹고 잠이나 푹 자고 싶었다.
그렇게 비행기를 미루고 다음 날 밤이 되어서야 탔다. 집에 도착하니 새벽 1시다. 강동현은 우리 마누라 잘 자고 있겠거니, 생각하면서 조용히 집으로 들어갔다.
‘씻고 빨리 자자.’
짐은 그냥 현관에다가 방치해두었고 강동현은 옷을 훌렁훌렁 벗으면서 욕실로 향했다. 바지를 벗기 전에 욕실로 통하는 복도 문을 먼저 열었는데 불빛이 나오고 있었다. 안 자나? 하고 반갑게 들어가는데 순간 뭔가 이상하다는 걸 캐치했다. 누군가가 끙끙거리고 있었다.
설마, 에이, 우리 경호는 안 하는데…. 그래도 강동현은 그때부터 숨을 죽이고 욕실 미닫이문을 부드럽게 슬쩍 열었다. 널찍한 욕실의 안에는 아이보리색 대리석으로 만들어진 욕조가 있었고 거기에 황경호가 엎드려 앞과 뒤를 동시에 만지고 있는 게 보였다. 왼손으로는 자기 걸 만지고 오른손은 뒤로 돌려 손가락을 열심히 움직였다. 눈을 감고 야한 얼굴을 한 채 부끄러운 줄도 모르고 잔뜩 신음을 흘리고 있었다.
“하앗…. 흐읏…. 아앙….”
하…. 강동현은 뭔가가 속에서 훅 밀려 올라와, 숨을 턱 내뱉고 문을 조금 더 열고 문틀에 등을 기댄 채 팔짱을 꼈다. 그리고 황경호가 혼자서 즐기고 있는 것을 아주 유심~히 감상했다.
“으응…. 핫…. 아앙…. 아으으…. 은혁아아….”
자기 이름까지 부르면서 하자 강동현은 저도 모르게 움찔하며 침을 삼켰다. 꿀꺽. 소리가 생각보다 크게 났다. 그러자 황경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눈을 번쩍 떴다. 딱, 하고 눈이 마주쳤다.
“…….”
“…….”
…저런 표정 처음 봤다.
황경호는 너무 놀라서 현실이라도 부정하는 듯 얼이 빠진 얼굴이 되었다가 점점 전신이 새빨개지기 시작했다. 천천히 팔로 얼굴을 가리더니 입을 꾹 다물었다. 강동현은 드디어 욕실로 제대로 들어갔다. 강동현은 한숨을 푹 내쉬며 욕조에 걸터앉았다.
“야…. 보여? 나 지금 섰다.”
발기부전 고치려고 지금 몇 년째 병원을 다니고 있는 남자인데 말이다. 이럴 때는 손도 안 대고 선다. 다른 사람이랑 할 생각도 없지만 진짜 얘 아니면 안 될 모양이었다.
“……나가.”
황경호가 목이라도 졸린 것처럼 말했다.
“아, 왜. 너도 내가 자위하는 거 많이 봤으면서. 난 왜 보면 안 되는데? 어? 어?”
뭔가 엄청 부끄러워하고 엄청 창피해하고 뭔가 또 상처받은 것도 같은 취약한 모습이 마음을 자꾸 끌었다. 괴롭히고 싶다…
“왜 안 되는데? 응? 너도 나 보고 싶었으면서.”
그래서 슬슬 손으로 그의 얼굴을 만졌다. 황경호가 진짜 약해진 목소리로 작게 말했다.
“지금은 싫어….”
“왜? 나랑 하고 싶었잖아. 본인이 왔는데 해야지요~”
강동현은 그의 얼굴이 보고 싶어서 억지로 고개를 들게 했다. 선이 섬세하고 부드러운 얼굴은 잔뜩 빨개지고 울 것만 같이 난처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눈은 마주치지도 못한다. 강동현은 그의 턱밑을 모두 감싸서 잡고는 의기양양 그를 내려다보았다. 강동현은 몸을 돌려 두 발을 욕조에 담갔다. 바지 밑단이 젖었지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리고 황경호의 몸을 다리 사이에 두었다.
“흐응.”
강동현은 만족스럽게 웃으면서 앞으로 당겨 앉았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그제야 그를 올려다보았다. 황경호는 취약하디 취약한 얼굴로 코앞에 다가온 강동현의 거시기 부분과 강동현의 얼굴을 번갈아 보면서 말했다.
“지, 지금 말고…. 일단 좀 나가…. 아니, 내가 나갈게.”
강동현은 황경호의 얼굴을 안 놔줬다. 황경호는 거의 울먹거렸다.
“싫어…. 나 지금 차, 창피하단 말이야.”
“뭐가? 이거보다 더 대단한 것도 잘하면서.”
황경호는 세상에서 창피한 걸 제일 싫어한다. 그걸 몇 번이나 들어놓고도 강동현은 대번에 흘려 들었다. 강동현은 뻐근한 얼굴로 황경호를 재촉했다.
“쌀 때까지 하는 거 보여줘. 거기로만 가는 거 보여줘.”
“시, 싫어.”
“보니까 나 없을 때 자위도 많이 해놓고 안 했다고 뻥 친 거지? 토끼인 줄 알았는데 여우야, 여우. 우리 바니.”
“아니…! 진짜 나….”
황경호는 진짜 어쩔 줄을 몰라했다. 이런 상황에서 뭘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는 것이다. 강동현은 자지가 아플 지경이라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렸다. 속옷 채로 불룩 앞으로 나왔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머리를 끌어당겼다.
“아니면 입으로라도 해줘. 미치겠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는 움찔했다.
“으, 은혁아……. 나….”
이렇게 빨리 올 줄은 몰랐다. 내일 온다길래 낮이나 올 줄 알았는데 날짜가 바뀌고 바로 올 줄이야. 그런 짓 하는 건 누구한테도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 그게 강동현이라도. 너무 부끄러웠다. 창피해서 계속 얼굴로 열이 오른다. 게다가 부끄러운 소리까지 잔뜩 하고…. 다 들었을까? 전부다? 누가 들어오는지도 몰랐다. 너무 창피하다. 그냥 그와 섹스를 하는 건 이제 그럭저럭 괜찮았지만 그래도…. 이런 건…. 그냥 너무너무 창피하다.
너무 쪽팔려서 거절을 할 수밖에 없었다. 혼자서 마음을 가라앉힐 시간이 절실하게 필요했다. 황경호는 도저히 못 참고 그냥 일어나려고 했다.
“싫어. 내가…. 흐앗, 앗…!”
싫다고 하며 일어나려는데 강동현이 젖꼭지를 꼬집어왔다.
“잠깐만…!”
“응? 뭐라고?”
강동현은 전혀 개의치 않으며 황경호의 등을 쭉 쓰다듬었다.
“흐아아….”
황경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몸이 이상하다. 황경호는 순간 나올 뻔해서 필사적으로 참았다. 강동현은 자기 속옷을 내리고 묵직하게 튀어 오르는 남성기를 황경호에게 향하게 했다. 강동현은 잘생긴 얼굴로 씨익 웃으면서 황경호를 놀렸다.
“이거 없어서 자꾸 나 찾은 거 아냐. 내가 딱 시간 맞춰서 잘 왔구만. 빨리 빨아줘.”
“…나쁜 놈….”
“그 나쁜 놈 거시기가 여기 있네? 응? 막 넣고 싶어서 혼자서 손가락으로 장난치고 그랬는데?”
흑. 우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강동현은 지금 황경호를 괴롭힐 기분 만만이었다. 아무리 뭐라고 해도 절대 안 멈출 것이다. 그래서 황경호는 창피해서 죽을 것 같은데도 체념하고 그의 것을 입에 물 수밖에 없었다.
“으…. 하아…. 잘해. 그래, 그렇게 잘해야지 여기다 상 주지.”
“흐으음…!”
강동현이 발등으로 황경호의 회음부와 음부를 꾸욱 눌러 올렸다. 황경호가 깜짝 놀라서 파르르 떨었다. 또 놀리는 것이다. 너무 창피하다…. 부끄럽다…. 아까 정말 하고 싶었던 건 맞지만, 그래도 머릿속에 그것만 든 사람처럼 취급받는 것 같아서 영 창피했다. 계속 얼굴과 귀가 화끈화끈했다. 창피하다고 아무리 말해도 그가 그만둘 것 같지가 않아서 쪽팔려도 그냥 그의 것을 정성을 들여 빨았다. 빨리 끝내고 도망가고 싶었다.
“큭, 그렇게 하고 싶었어? 진짜 엄청 열심히…. 하네…. 으윽…!”
이 멍청이는 그걸 진짜 지금 당장 하고 싶어서 황경호가 열심히 하는 것이라고 생각하는 모양이었다. 젖꼭지도 자꾸 만지고 발등으로도 민감하게 부푼 황경호의 음부를 자꾸 눌렀다. 황경호는 참고 참다가 결국 입을 떼고 화를 냈다.
“발로 자꾸 하지 마…!”
하지만 강동현은 뿅 간 목소리로 딴소리나 했다.
“하아…. 지금 넣어 줄까?”
“아아아…!”
그가 발등으로 강하게 문지르듯 누르자 황경호가 깜짝 놀라서 그의 허벅지를 꽉 잡았다. 심장이 떨어지는 줄 알았다. 싫어…! 황경호는 다시 그의 것을 입에 빨리 넣었다. 입을 크게 벌리고 그의 것을 최대한 깊이 넣어 진공을 만들어 빨고 혀를 그의 귀두에 정성 들여 문질렀다. 황경호는 거의 강동현의 종아리 위에 올라탄 것처럼 되었다. 그의 종아리뼈에 앞이 눌리고 발목과 발등은 회음과 음부를 계속 꾹꾹 눌렀다. 아까 혼자 할 때는 아무리 해도 그 느낌이 안 났는데 그가 그것도 고작 발로 만진다고 금세 갈 것만 같았다. 그것도 너무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았다.
‘빨리해…. 빨리….’
아까 전에는 그렇게 보고 싶었는데 지금은 꼴도 보기 싫었다. 자기 건 입으로 빨게 하면서 황경호에게는 고작 발로…. 그런데도 그에게 욕정 하는 자신이 바보 같았다. 황경호는 그의 것 때문에 목구멍이 눌려 생리적으로 눈물까지 흘리며 그의 것을 온갖 짓을 다 해서 빨고 물고 핥고 손으로 만지고 하다가 결국 그를 훌륭하게 사정시켰다.
“크으윽…!!!”
“으읍…!”
그가 황경호의 얼굴을 두 손으로 잡고 강하게 찔러넣어 사정했다. 숨이 막혔다. 그의 것을 먹는 것은 싫었다. 맛이 없다. 몇 번이나 뿜어져 나오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삼킬 수밖에 없었다. 그가 사정을 하며 그로기 상태에 빠지자 황경호는 그의 것을 입에서 빼내고 콜록콜록 기침을 했다. 그리고 얼른 입술을 닦으며 일어났다. 턱이 아프다.
“머, 먼저 잘게.”
그리고 얼른 도망갔다.
*
“…진짜?”
“응.”
황경호는 한동안 강동현을 잘 피했다. 하지만 강동현은 그걸 알아차리지 못했다. 요새 바빠서 애초에 얼굴 보기도 힘들었다. 강동현은 주말을 의도적으로 비워 집에 있었다. 그런데 황경호가 같이 있기 싫어했다. 당연히 강동현은 이유를 알 수가 없었다.
“같이 목욕할까?”
“싫어.”
“그럼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싫어.”
“그럼 바다 보러 갈까?”
“그냥 쉬자.”
“왜 화났어?”
“화 안 났어.”
말도 안 해준다. 강동현은 곰곰이 생각을 해보았다. 평소에 놀리고 좀 건드리고 하는 거야 원래 하는 거니까 그다지 문제가 될 건 아닌 것 같다. 저번 주에 그가 강동현이 보고 싶어 자위를 하던 걸 걸린 것도 결국엔 투닥투닥거리며 아주 분위기 좋았(?)었다.
‘아니…. 내가 시켜서 한 적도 꽤 있는데.’
별거 아닌데? 강동현은 긴가민가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오히려 괜히 건드렸다가 더 화나게 만든 적이 수두룩하다. 그래서 강동현은 그냥 시간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러다가 또 풀리겠지. 정 화나면 화내겠지. 그래, 피곤한데 쉬자. 그렇게 생각하니 강동현은 진짜 피곤해서 금방 카우치에서 잠들어 버리고 말았다. 한참을 자고 일어났더니 황경호는 책을 읽고 있었다. 강동현은 기지개를 켜며 벌떡 일어났다.
“잘 잤다. 하암.”
그리고 그를 뒤에서 끌어안았다.
“경호야, 배고프다. 밥 먹자.”
“…….”
대답도 안 한다. 강동현은 그러려니 하며 그의 뺨을 한 번 깨물고는 일어났다.
“뭐 먹고 싶은 거 있어? 내가 할게.”
그렇지만 일주일은 더 그런 식이니 진짜 뭐 때문에 이러는 건지 영 짐작이 안 되는 지경에 이르렀다. 중간에 또 뭘 했나 싶기도 해서 뭘 잘못했냐고 물어보면 또 괜히 짜증이다.
“?”
“…….”
강동현이 진짜 뭐냐는 듯이 눈빛을 보내면 짜증 난다는 얼굴로 더 무시했다. 그냥 그에게 더 시간이 필요한가 싶었다. 황경호가 스스로 생각을 정리하는 개인적인 시간과 공간이 중요하다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았기 때문이었다.
물론 강동현은 자기가 뭘 하는 타이밍이 전부 틀리고 있다는 건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강동현은 사과를 해야 할 타이밍에 제대로 알아차리지 못하고 가만히 내버려 둬야 하는 순간에는 건드렸다.
황경호는 저번에 자기 의사는 무시당한 채 계속 놀림을 받았던 일에 대해 앙금이 아주 많이 남아 있었다. 진짜로 집을 나갈 생각도 진지하게 했다. 수치스러움은 사람을 아주 극단적으로 만든단 말이다.
‘안 맞아!’
아프리카에서 돌아오고 나서는 둘 다 콩깍지가 한 무더기 씌어서 서로 쪽쪽 거리기만 하고 황경호도 고백을 할 생각에 머릿속이 완전 핑크빛이라 정신을 못 차렸다. 그래서 그가 원래도 무심하게 사람의 가장 아픈 부분을 밟아대는 사람이라는 걸, 그것도 황경호한테만!! 그런 놈이라는 걸 까먹고 있었던 것이다. 그 중요한 걸!
중간에 운전 연습 때문에 싸웠을 때도 한 번 정신이 번쩍 들었는데 또 멍청하게 슬 풀어지고 말았다. 멍청이는 그놈이 아니라 황경호인 모양이다. 또 몇 번 과소비 문제로 싸웠을 때도 그의 문제점은 고스란히 드러났었다. 저건 지만 잘난 줄 아는 놈이다. 사람 말을 듣고 싶은 것만 아주 선별적으로 듣고 지가 듣기 싫은 건 아예 모르쇠다. 그것도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라 숨 쉬듯이 그런다! 진짜로 기억을 못 한다!
분명히 진지하게 그 뒤로도 놀리지 말라고 몇 번이나 말했지만 하다가도 놀리고 지나가다가도 놀리고 병원에서도 놀렸다. 나중에는 화딱지가 앉아서 펄펄 뛸 정도였는데 강동현은 그게 귀엽다며 사람 성질을 아주 박박 긁었다. 그래서 섹스를 안 했더니 그제야 화가 났냐며 물어본다. 게다가 더 짜증 나는 건 한 번 물어봤다가 아니라니까 또 태평하게 앞에서 잠이나 처잔다. 무슨 신경 줄인 줄 모르겠다. 짜증 난다. 그 뒤로는 그는 눈치만 슬슬 보며 있었다. 그냥 흐지부지되기만을 기다리고 있는 게 눈에 훤히 보인다.
거기다가 바쁘다고 집안일은 이제 거의 안 하면서 황경호한테 미루고 애교 몇 번으로 어떻게 하려고 하고 금주, 금연은 철저히 지키기로 약속해놓고 일이라며 가끔 하는 것 같았다. 몇 번 들켜서 한소리 했는데, 또 애교로 어떻게 넘어가려고 한다.
그는 황경호에겐 정말 쉽게 퉁 치려고 했다. 노력이 없다, 노력이!
황경호는 자기가 잘못한 거 같거나 그가 기분이 상한 것 같으면 사과도 제대로 하고 끝까지 그의 기분을 제대로 풀어주려고 했다. 그가 해달라는 건 다 해줬다. 그런데 돌아오는 건 겨우 세월아 네월아 그냥 시간이 해결해주길 기다리는 것뿐이다. 진짜 보고 있으면 짜증만 난다. 한 대 쥐어박고 싶다.
그러면서도 중간중간 눈치 없이 장난을 자꾸 치고 놀리면 화가 막 솟구쳤다. 겨우 화를 안 내고 조용히 뭐라고 하면 그것도 좋다고 집적거리는데, 진짜 말이 안 통한다.
그래서 그가 또 중국에 사흘 정도 광고를 촬영하러 갔을 때는 전처럼 홀가분함마저 느꼈다. 눈에 안 보이니까 속이 다 시원했다. 저 눈치로 일은 어떻게 하는지 모르겠다.
‘아니, 저건 나한테만 그러는 거라니까! 진짜 일부러 그러는 거 아냐?’
일부러 그러는 거기만 해봐라.
바로 이혼이다.
그때 그 일이 아직도 창피하고 거기에 강동현이 잔뜩 괴롭히고 놀리기까지 하니 더 창피하고 화가 났다. 그게 쌓이고 쌓이니 단단히 마음이 틀어진다. 원래 큰 부부싸움은 사소한 데서 서로의 마음을 몰라주는 것부터 시작하는 법이니 말이다.
“수고하셨습니다.”
“월요일에 봬요.”
황경호는 사람들을 다 보내고 마지막에 정리를 하고 밖으로 나왔다. 진짜 추웠다. 그래도 예전과는 다르게 엄청 좋은 겨울옷을 입고 있어서 그나마 추위를 덜 탄다는 게 다른 것일까나…. 강동현 거 그냥 하나 입고 나왔는데 엄청 크고 두꺼운데 가볍고 따뜻했다. 몇백만 원 하는 거라고 들었는데…. 누가 못 알아봐서 다행이다. 황경호는 나오면서 혹시나 싶어 킁킁 옷의 냄새를 맡아보았다. 세탁을 해서 드라이클리닝 냄새가 난다…. 황경호는 한숨을 쉬면서 밖으로 나왔다. 길가에는 익숙한 차와 익숙한 남자가 서 있었다.
“…….”
선글라스를 낀 훤칠한 남자가 엄청나게 큰 꽃다발을 들고 있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입을 딱 벌렸다. 지금까지 그가 사 온 꽃다발 중에 제일 컸다. 양팔로 안아도 팔이 모자랄 정도로 보인다. 그는 황경호를 발견하자 씨익 웃으면서 전화를 끊고 그를 바라보았다.
“…….”
“…….”
황경호는 그렇게 그를 넋 놓고 쳐다보고 있다가 핫 하고 정신을 차리고 그에게 다가갔다. 그는 웃는 얼굴이 정말 근사한 남자였다. 그는 밝게 미소를 지으면서 말했다.
“너 전에 예쁘다고 했던 그릇도 샀다? 네가 좋아하는 블루베리 타르트랑 딸기 타르트도 사고. 새로 나온 것도 맛있다길래 그것도 사 왔어. 잘했지?”
“…….”
기껏 용돈 통장 만들어서 꼬박꼬박 용돈을 줬더니만 또 돈 지랄이다. 화가 나야 할 것 같은데 맥이 풀렸다.
결국 난 앞으로도 평생 얘가 하는 대로 휘둘리면서 살겠구나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기분 좀 풀려? 뭐 더 할까? 말해. 말해.”
강동현은 사흘 만에 황경호의 얼굴을 보는 게 마냥 좋은지 싱글벙글이었다. 황경호는 꽃에 얼굴을 묻고 향기를 맡다가 그 꽃을 계속 내려다보며 말했다.
“…섹스.”
“응?”
“너랑 지금 섹스하고 싶어.”
“…….”
강동현이 깜짝 놀라서(저런 얼굴 처음 봤다) 굳어버렸다. 황경호는 꽃다발을 들고 조수석에 먼저 탔다. 그리고 잠시 뒤 다시 문을 살짝 열고 말했다.
“뭐 해? 빨리 운전해.”
강동현은 잠깐 이마를 짚고 맹렬하게 뭐가 어떻게 된 건지 알아내려고 머리를 엄청 굴리다가 결국 포기하고 얼른 운전석에 타면서 말했다.
“자위하는 거 또 보여줘.”
*
강동현이 실실 웃으면서 황경호의 귓가에 얼굴을 비볐다.
“네가 섹스하자고 하니까 진짜 좋다….”
“하아…. 하아…. 하아…. 하…….”
황경호는 인상을 왕창 찌푸린 채로 천장을 올려다보고 있었다. 그리고 결심을 세우고 말했다.
“내가 너한테 섹스하자고 다시는 하나 봐라.”
강동현은 황경호의 밑에 누워 그를 꽉 끌어안아 괴롭혔다.
“흐응. 압구정 한복판에서 섹스하자고 한 게 누구실까? 어? 대담해, 우리 바니~”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혔다.
“그러니까 앞으로 안 한다고!”
몇 시간을 했는지 모르겠다. 이상한 체위를 잔뜩 했다. 마지막으론 강동현의 몸에 드러누워 다리를 활짝 벌리고 그사이에 그를 끼운 채로 애원이란 애원은 다 했다. 힘들어 죽는 줄 알았다.
“말로는 내 말 다 듣겠다고 하면서…. 진짜 사람을 왜 이렇게 못살게 굴어? 괴롭히지 좀 말라고. 내가 몇 번을 말해.”
황경호는 지쳐서는 짜증을 냈다.
“빼, 빨리.”
“좋으면서 또 그런다.”
“안 좋다….”
황경호는 앓는 소리를 내며 허리를 움직이려고 했다. 황경호는 겨우 그의 몸에서 내려와서 옆으로 누웠다. 강동현도 같이 옆으로 누우며 그의 얼굴을 뒤에서 내려다보았다. 황경호는 겨우 이불을 덮었다. 강동현은 그 속으로 손을 넣어 그의 배를 만졌다.
“잘 거야?”
“어….”
이런 섹스를 한바탕 하고 나면 진짜 노곤해서 잠밖에 안 온다. 기절할 것만 같다. 근데 강동현은 의외로 쌩쌩한 것 같았다. 그는 황경호의 뒤에 딱 달라붙어 그의 어깨너머로 은근슬쩍 속삭였다.
“한 번만 더 하면 나도 곯아떨어질 것 같은데….”
“미쳤어?”
황경호는 헉 하고 그를 돌아보았다. 휴식기 때의 그는 기본적으로 매일 하려고 하긴 했지만, 그래도 한 번이나 두 번 정도에서 만족하곤 했었다. 근데 슬슬 활동기에 접어들며 자주 같이 못 있다 보니 한 번 할 때마다 점점 뽕을 뽑으려고 했다. 예전에도 그가 이렇게 굴 때는 진짜 죽는 줄만 알았다. 그때는 믿음이 부족한 것도 있었지만 지금만한 체력도 아니었기 때문에 마음고생, 몸 고생에 살이 쏙쏙 마르곤 했었다.
“안 돼? 응? 한 번만 더 하자. 응?”
“야, 안 돼…. 나 힘들…. 읍…. 으응…. 핫….”
들어왔다. 벌써 할 대로 했기 때문에 아주 쉽게 들어갔다. 황경호는 움찔움찔하며 인상을 쓰고 눈을 감았다. 익숙해졌다면 익숙해졌지만…. 이렇게 뚫고 들어오는 느낌이 버겁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허벅지를 쓰다듬어 올리며 벌렸다.
“아앙…. 핫…. 은혁아…. 하아…. 도은혁…. 앗…. 아앗….”
황경호도 점점 헐떡거리며 음부를 움찔거렸다. 완전 미끈하게 빠져서는 그의 대물이 아무런 저항도 받지 않고 마음대로 안을 문질렀다. 어쩐지 몸도 마음도 다 이런 상태인 것 같았다. 그는 황경호의 몸도 마음도 다 자기 손에 쥐고 있었다. 그리고 둘 다 아주 마음껏 즐겼다.
“경호야…. 경호야…. 하아…. 기분 좋아…. 기분 좋지? 응? 하아…. 사랑해….”
“하앗…. 앙…. 핫…. 아아앙…. 이제 싫어…. 핫…. 그만…. 아앗….”
“알았어…. 윽…. 이건?”
“아아앗….”
강동현은 황경호의 가슴을 만졌다. 말랑말랑한 젖꼭지가 손가락에 착착 감긴다. 황경호는 벌겋게 튼 얼굴로 잔뜩 신음을 흘리며 느끼고 있었다. 원래도 잘 느꼈지만 이제 강동현과의 섹스에 익숙해져서 안을 이렇게 문질러주면 쾌락에 쉽게 휩쓸려버렸다. 아…! 온다…! 오르가즘이 막 올 것 같을 때 강동현이 갑자기 허리짓을 멈추었다. 그가 자기 자지를 뽑아냈다. 황경호는 안타까운 탄식을 내뱉었다.
“하아….”
강동현은 황경호의 몸을 자기 쪽으로 돌려서 서로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황경호의 다리를 자기 허리에 걸치고 다시 꾸욱 박아넣었다. 황경호는 자지러지며 부르르 떨었다.
“아아앙….”
그리고 그대로 전부 빼내었다가 다시 찔러넣고 다시 빼냈다가 찔러넣었다. 황경호는 숨을 들이켜며 절정에 이르렀다. 그가 경련을 하기 시작하자 그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안에 깊게 박고 잘게 흔들었다.
“아으…. 아으으…. 흐윽…. 아우…. 흐으….”
“황경호. 나 봐. 하아…. 윽…. 나 보라고. 눈 떠.”
강동현은 섹시한 얼굴로 허리짓을 계속했다. 황경호는 완전히 뿅 정신이 나간 얼굴로 그의 눈을 쳐다보았다. 너무 기분이 좋았다. 온몸이 사시나무 떨리듯이 떨렸다. 오르가즘이 끝나지를 않았다. 끝나지 않았으면 좋겠다.
“아앙…. 너무 좋아…. 하앗…. 좋아해…. 좋아해…. 사랑해…. 사랑해, 은혁아….”
황경호가 야시시한 얼굴로 정신이 나가서 속삭였다. 강동현은 눈을 크게 떴다가 그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아윽, 씨…! 으윽…. 큭…!!”
“하앗…!”
온몸에 땀이 주르륵 흘렀다. 그가 몸을 꽉 끌어안고 안에 사정하기 시작하자 몸이 더 화끈해졌다. 그가 자신의 몸으로 절정을 느끼는 것이 어쩐지 뿌듯하기까지 했다. 기분 좋았다. 온몸이 녹아내리는 것 같았다. 음부가 그의 자지를 쪽쪽 빨아대고 있었다. 더 정성을 다해서 오물거렸다. 스스로 엉덩이를 움직여 그를 짜냈다.
“아윽…. 젠장…. 하…! 으윽….”
황경호가 작정하고 요분질을 해대자 강동현이 벌게져서는 끝까지 쏟아내었다. 황경호도 다시 오르가즘을 느끼며 경련을 했다. 그리고 서로 꽉 끌어안고는 무한으로 늘어난 시간을 함께 보냈다.
“아…. 죽는 줄 알았다….”
강동현이 신음을 흘렸다. 그리고 황경호를 끌어안고는 좀 끙끙거렸다.
“거기서 좋아한다고 그러면 어떡해…! 하, 진짜 터지는 줄 알았잖아….”
강동현이 헐떡거리며 깊은 한숨을 쉬었다. 황경호는 흐리멍덩한 얼굴로 숨을 고르고 있다가 그가 무슨 소리를 했는지를 머릿속으로 정리했다.
‘좋아한다고…. 누가…. 좋다고…. 내가…….’
“!”
황경호는 헉 하고 숨을 들이켰다. 온몸이 순식간에 벌게졌다.
“사랑해. 사랑해, 경호야. 아, 진짜 좋다…. 사랑해. 사랑해.”
강동현은 좋아 죽겠는지 좀 정신 나간 듯이 굴었다. 황경호는 몸이 딱딱하게 굳어서는 눈을 동그랗게 뜬 채로 불타는 고구마가 되어 있었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깔아뭉갰다. 정신없이 입을 맞추었다.
“아, 안 되겠다. 진짜. 한 번만? 응? 한 번만 더 하자. 마지막? 응? 응? 경호님~”
“…….”
“사랑해. 사랑해. 경호야. 경호야. 사랑해~”
“…….”
“아까 그거 한 번만 더 해봐. 하아…. 좋아….”
“…….”
“괜찮아? 좋아? 으윽…. 하, 난 진짜 좋다…. 응…? 야. 경호야. 황경호? 왜 그래?”
“…….”
“야?”
“……나…. 내 방 가서 잘게.”
“어?! 왜?! 왜! 나 또 뭐 했어? 야, 잠깐만. 야! 잠깐만 그렇게…! 야! 황경호!!”
“…….”
“야!!!”
“…….”
[고쳐줄까?] 3부 완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