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35화 (35/47)

7. 그래도 사랑이 있다면

100일 만에 한국 땅을 밟은 황경호는 무척이나 반갑고 기뻤다. 떠날 땐 7월 중순이라 더웠는데 이제 10월 중순이라 좀 선선한 것 같다. 강동현은 졸업 막 학기를 다니고 있어 데리러 온다는 걸 극구 말렸다.

가끔 통신환경도 좋지 않아 며칠씩 연락을 못 할 때도 많았지만 그래도 어쩐지 황경호는 떨어져 있는 동안 그와 정말 ‘연애’를 하는 것 같았다. 보지 못하면 뭔가 애틋한 것 같고 마음이 깊어지는 것 같은…. 그런 것 말이다.

‘…미쳤다….’

스스로도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누군가와 진정한 마음을 나누거나 같이 살거나, 가족이 되거나…. 그런 건 한 번도 제대로 꿈꿔 본 적이 없었는데, 그걸 다름도 아닌 ‘그’ 강동현이랑….

처음은 원래 있던 곳과는 완전 다른 환경에 떨어져 새로운 일과 새로운 사람들과 맞닥트려 정신이 없었다. 기후도 풍경도 사람도 전부 너무나 달랐다. 다른 사람들에게 피해만큼은 끼치고 싶지 않아서 열심히 했다. 그러니 다른 사람들과도 아주 친해지고 누군가를 돕는다는 뿌듯한 마음도 느끼며 지냈다.

“경호야, 푹 쉬고. 다음 주 주말에 너 친한 형이 한다는 거기에서 보자.”

“네, 형. 그때 봬요. 카톡 해요.”

하지만 모두와 헤어져 방에 돌아와 침대에 누우면, 항상 그가 생각났다. 그래서 사실 그가 보고 싶었다는 걸 부정하고 싶지는 않았다. 좀 민망하기도 하고, 그런 자신이 부끄럽기도 했지만 말이다.

‘진짜…. 정드는 게 제일 무섭다더니.’

같은 방향으로 가는 형 한 명과 택시를 같이 탔다. 그를 내려주고 황경호도 성수동으로 향했다. 차에서 내려 집으로 향하는 데 대전 집에 갈 때보다는 덜 어색하지만 그래도 오랜만이라 들뜬 마음으로 집으로 향했다. 짐이 많아서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가니 지쳐서 한숨이 나왔다. 집은 황경호가 있을 때만큼은 아니었지만 깔끔했다. 일단 세탁기에 빨래를 잔뜩 집어넣고 돌려놓은 후 아파트의 스파로 향했다. 씻을 힘도 안 났다. 가서 오랜만에 뜨거운 물에 푹 지지고 세신사에게 몸을 맡겨 쫙 묵은 때를 벗긴 후(신세계…. 비싼 거 받았다) 개운한 마음으로 집으로 돌아왔다. 문을 열고 들어가는데 아까는 없었던 신발 두 개가 놓여있는 게 보였다. 황경호는 반가운 마음에 입을 열었다.

“왔어?”

그러자 뭔가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만 누가 후다닥 나왔다. 강동현이었다.

“경호야…!”

그의 표정은 마치 궁지에 몰려있는 사람 같기도 했고 뭔가 잔뜩 원망스러운 게 있는 사람인 것 같기도 했다. 그가 달려와서 와락 끌어안자 황경호는 순간 다리가 풀릴 정도로 그 느낌이 좋아서 잠깐 아무런 행동도 하지 못하다가 겨우 그를 마주 안았다.

“…금방이었지?”

“금방 이긴 뭐가 금방이야!”

강동현은 화를 냈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눈을 마주쳤다. 강동현은 쪽 하고 가볍게 입을 맞추었다. 마치 조심스럽게 무언가를 물어보는 것 같다. 그리고 서로 뜨거운 눈빛을 주고받았다. 그러자 순식간에 둘 다 불이 붙어 서로 강하게 끌어안으며 깊게 입을 맞추었다.

“으응…!”

강동현의 숨결이 곧바로 거칠어지며 황경호의 옷 안에 쑥 손을 집어넣었다. 순식간에 깜짝 놀랄 정도로 스킨십이 진전되어 현관에서 거사를 치렀다.

현관문에 두 손을 짚고 한쪽 다리를 잡혀 들린 아슬아슬한 자세로 당했다. 이미 한참 전에 다리가 풀렸는데 강동현이 허벅지와 허리를 꽉 잡고 버티고 있었다. 앞으로 넘어질 것만 같다. 황경호는 흐물흐물해져서는 체액이란 체액은 다 흘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아흐윽…! 아윽…! 흐윽…. 강동혀언….”

손까지 덜덜 떨렸다. 엄청 갔다. 1, 2주만 안 해도 민감도가 확 올라가 죽을 것 같은데 100일 만이란 말이다. 자위도 저번에 한 번(?) 한 거 말곤 안 했는데…. 황경호는 현관문을 겨우 기어 올라가며 그의 자지를 빼려고 했지만 그가 허리를 들이밀며 따라왔다. 황경호는 그를 돌아보며 애원했다. 빨갛게 터서 어쩔 줄 모르는 얼굴로.

“나…. 더 못 하겠어…. 하아…. 나중에…. 나중에 더 하자…. 응? 제발…. 은혁아….”

강동현은 헉헉 숨을 몰아쉬다가 그의 얼굴을 보고 애원을 들으니 확 들끓어서 문으로 확 밀어붙였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얼굴을 깨물었다. 뜨거운 숨을 뿜으며 그의 한쪽 팔과 몸통을 꽉 끌어안았다. 살이 마구 부딪치는 소리가 다시 나기 시작했다.

“아아아…!!”

“미안…. 나중에 때려, 응? 하아…. 경호야…. 너무 좋아. 좋아서 죽을 것 같아. 이제 어디 가지 마. 응? 가지 마….”

“아윽…! 죽을 것 같아…. 하앗…!!”

…하여튼 그렇게 다시 1시간이 지나니 황경호는 질질 울면서 저린 다리를 경련하며 질질 울었다.

“흐윽…. 나쁜 놈…. 나쁜 놈….”

침대도 아니고 이런 곳에서…. 황경호는 현관 앞 바닥에 얼굴을 처박고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경련을 계속하고 있었다. 진짜 죽을 거다. 오늘이 진짜 제삿날인가 보다.

‘아니, 그냥 죽는 게 편할 것 같다….’

그냥 죽여 달라고 하고 싶었다. 그러니 원망스러움이 철철 넘쳐온다. 그를 때려눕히고라도 싶었는데 손가락 하나도 꿈쩍 못 하고 덜덜 떨고 있기만 했다. 무력하기도 했고, 억울하기도 했다.

이런 놈이 보고 싶다고…. 이럴 땐 감정이 더 예민해져서 말이다. 황경호는 눈물을 왈칵 쏟았다.

“흑…. 으흑…. 흑…. 윽….”

바보. 멍청이. 병신…. 그에게 하는 것인지 스스로에게 하는 것인지.

기분이 좋은 것과 기분이 좋지 않은 것은 정말 한 끗 차이다. 그걸 몰라주는 그가 미웠다.

“…이제 그만해.”

황경호는 겨우 그의 허리를 뒤로 밀어냈다. 강동현은 좋다고 들러붙었다.

“미안…. 응?”

강동현은 그제야 정신을 차리고 몸을 일으키며 엉망이 된 황경호를 일으켜 세워 주었다. 다리가 풀려서 제대로 일어나지도 못하니 번쩍 들었다. 아무리 그래도 황경호가 그렇게 가벼울 리가 없는데…

“너 없으니까 운동밖에 할 거 없더라.”

강동현도 그 차이를 느꼈는지 그렇게 푸념했다. 황경호는 아직도 마음이 안 풀려서 씨근대고 있었다.

“어디로 갈까? 침대? 거실?”

“욕실. 내려줘.”

황경호가 짧게 대답했다. 강동현은 그를 내려줬다. 황경호는 그를 찌를 듯이 노려보고는 욕실로 바로 갔다. 강동현은 슬 그를 따라갔다.

“반가워서….”

“…….”

“너도 처음엔 좋아했잖아.”

샤워부스에 들어가다가 확 그를 째려봤다. 강동현은 바로 꼬리를 내렸다.

“아니….”

살 딴청을 피우다가 옷을 벗고 샤워부스 안으로 들어갔다. 기분 좋을 정도로 미지근한 물을 맞고 있는 그의 머리를 적절히 적시고 샴푸로 거품을 내어 마사지를 했다.

“…금방 씻고 왔는데 너 때문에 다시 씻잖아.”

황경호가 불평을 했다. 강동현은 머리를 헹구어주며 실실 웃었다.

“미안.”

“안 미안하면 미안하다고 하지 마. 그게 제일 짜증 나.”

황경호가 그를 흘겨보았다. 강동현은 실실 웃으면서 그의 몸에도 비누칠을 했다. 황경호는 대충 씻는 그의 머리에 샴푸 칠을 빡빡했다. 근데 물로 헹구다가 또 키스했다. 황경호는 입맞춤이 너무 기분 좋아 그의 목을 끌어안고 혀와 입술을 움직이다가 핫 정신을 차리고 그를 떼어냈다.

“…안 해.”

“내일부터 추석 연휴잖아. 해.”

“안 해.”

“살살 할게.”

“벌써 지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놓고…!”

“야…. 너 나를 되게 우습게 보는데…. 나 진짜 많이 참는 거다, 어?”

“뭐라는 거야!”

황경호는 화를 냈다. 강동현은 물 때문에 미끈한 그의 허리를 끌어안아 만지며 이마를 마주 대었다.

“아깐 미안…. 응? 화 풀어. 내가 오버했어. 오랜만에 봤는데…. 갔다 오니까 좋아? 나 보고 싶었어?”

“…하나도 안 보고 싶었어. 속이 다 시원하더라.”

아까 물어봤으면 솔직하게 대답했을 텐데. 황경호는 고개를 돌렸다.

“왜!”

강동현이 이해가 안 간다는 얼굴로 그렇게 대꾸했다. 황경호는 그의 눈을 살짝 흘기며 말했다.

“왜긴 왜야. 다 씻었으면 나가.”

“왜?”

황경호는 대답하지 못하고 우물쭈물거렸다. 얼굴이 빨개졌다.

“왜?”

강동현이 다시 물었다. 황경호는 부끄러웠지만 그 티를 내면 그가 더 귀찮게 굴 것 같아서 그냥 그를 밀어냈다. 강동현이 계속 왜, 왜 거리면서 나갔다. 그가 나가는 걸 확인하고 약간 망설이다가 샤워부스의 문을 닫았다. 그리고 의자에 앉아 다리를 벌리고 샤워기에 물을 틀어 아래를 헹구며 손가락을 안에 넣었다.

“흐읏….”

아직 부어서 민감하다. 피가 몰려 푹신푹신한 느낌이 뭔가 부끄럽다. 벌려서 물을 넣었다. 항상 너무 깊이 넣어 사정을 하니까 이렇게 해도 잘….

“아응…. 으응….”

그러고 있는데 뭔가 섬뜩해서 고개를 들었다. 팬티만 입고 수건을 목에 두르고 있는 강동현이 투명한 창문을 통해 아주 유심~히 황경호가 하고 있는 짓을 지켜보고 있었다. 눈이 마주쳤다.

“…….”

“…….”

그렇게 가만히 있다가 강동현이 문을 스륵 열고 들어왔다.

“내가 해줄게.”

“싫어…! 앗!”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밖으로 나오고 강동현은 싱글벙글이었다.

“배고프지? 시차는 어때?”

“배고파. 시차는 아직 잘 모르겠어. 조금 피곤해.”

물론 피곤한 건 강동현 때문이 제일 크다. 황경호는 카우치에 털썩 앉았다가 세탁기를 돌려놓은 게 생각나서 자리에서 일어나서 세탁실로 가려고 하니 강동현이 자기가 하겠다며 가서는 세탁기의 내용물을 건조기에 넣어 돌리고 돌아왔다. 예전엔 시켜도 늑장을 부리는 게…. 그리고 같이 카우치에 앉았다. 환기를 시켜놓은 집안에 솔솔 바람이 불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옆에 들러붙어 앉아 지분거렸다.

“그래서 가서 재밌었어? 사진 찍은 것 좀 보여줘.”

강동현은 사진을 보겠다고 해놓고도 그냥 얼굴에다가 뽀뽀만 잔뜩 했다. 황경호는 그런 그가 약간 부끄러웠다. 100일이나 떨어졌다가 왔더니 스킨십이 약간 생소한 느낌이다. 원래도 스킨십에 아주 익숙한 것은 아니었지만…. 적응하는 데 좀 시간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와…. 아프리카는 한 번도 안 가봤는데. 얘들이 다 네가 돌보던 애들이야?”

“응. 처음엔 진짜 팔에 반지 들어갈 정도로 말랐던 애들이 잘 먹으니까 금방 보통 애들처럼 통통해지더라. 상황이 안 좋은데도 애들이 밝아. 어려서 그런지.”

“말은 통했어?”

“안 통하지. 근데 좀 배웠어.”

뺨과 뺨을 대고 휴대폰을 같이 바라보았다. 이런 스킨십에 자연스러운 걸 보면 그가 얼마나 사랑받으면서 크고 남들과 닿는 것에 별 두려움이 없는지 알 수 있었다. 강동현은 금세 사진에 흥미를 잃고 황경호의 뺨을 깨물었다.

“경호야~~”

“아, 좀…!”

“근데 나 진짜 안 보고 싶었어? 난 진짜 보고 싶었는데. 연락도 잘 안 되고…. 저번에 전화했을 때는 반가워하더니.”

“아니, 네가….”

뭐라고 하려고 했는데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피곤하다고 하니 강동현이 밥도 알아서 해주고 했다. 오랜만에 한국 음식이라 눈물 날 정도로 맛있었다. 어쨌든 그렇게 오랜만에 얘기를 하면서도 자꾸 만지작거리다 보니 결국 침대로 갔다. 다시 알몸이 되어 몸을 포갰다.

“아아…! 읏…. 강동현…. 하….”

황경호는 황홀감에 젖어 그의 몸 위에서 엉덩이를 천천히 흔들었다. 적응이고 뭐고, 그런 거 생각할 새는 없을 것 같다. 그런 생경함까지 합쳐 짜릿했다.

“윽…. 야…. 말이 씨가 된다고…. 나 또 전립선염 걸려서 병원 갔다고.”

“으응…. 진짜? 왜 말 안 했어? 하아….”

“젠장…. 쪽팔려서 안 했다, 왜.”

“그래도…. 팬티 안 빤 걸 놔두고 가는 것도 이상하잖아….”

“전에는 잘 줬잖아.”

“아, 싫어…. 변태 같아.”

그렇게 100일 만에 만난 둘은 진~한 해후를 침대 위에서 계속했다. 창문으로 해가 지는 게 보였다.

“하아…. 아앙…. 좋아…. 아앗…. 너무 기분 좋아…. 하앗….”

황경호는 황홀경에 젖어 아찔한 신음 소리를 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오랜만이라서 그런지 부끄럽다는 생각도 못 하고 있는 것 같았다. 다리를 M자로 대담하게 벌리고 자기 양 무릎을 잡은 채 앞뒤로 엉덩이를 밀고 당겼다. 기승전결과 강약이 있는 수준급의 테크닉이었다.

“경호야, 윽…. 하고 싶어. 싸게 해줘…. 으윽…! 경호야…. 아윽…. 황경호…!!”

강동현은 섹시하게 조급한 얼굴로 황경호의 이름을 계속 불렀다. 그의 아랫배에 핏줄이 엄청 섰다. 그의 얼굴이 확 상기되어서는 피가 몰려 남성기도 팽팽하게 더 팽창했다.

“죽을 것 같아…. 윽! 야…! 황경호…!!”

하여튼 상대가 리드를 완전히 잡아 버리면 반대쪽은 엄청나게 쥐어 짜인다. 강동현은 목까지 확 핏줄이 서서는 괴로워했다. 딱 직전까지 차올랐는데 끝내주지를 않았다. 아니, 그 한계를 점점 더 밀어 올리고 있는 것 같았다. 강동현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 황경호의 팔을 거칠게 잡아당겼다. 머리를 감싸고 입술을 훔치려니 어깨를 한 대 퍽 맞았다.

“아파, 좀! 살살 잡아당겨.”

황경호가 화를 냈다. 그는 방해를 받은 게 짜증이 나는지 핏줄이 잔뜩 선 그의 팔을 붙잡고 다시 엉덩이를 흔들었다. 그림으로 그렸다 쳐도 아주 잘생긴 그의 얼굴에 아찔할 정도로 관능이 흘렀다. 황경호는 그런 그의 얼굴을 보면서 엉덩이를 요염하게 잘 흔들었다. 그러다가 주륵 엉덩이를 들어서 그를 빼내었다.

“헉…. 윽…. 허억…. 황경호….”

강동현은 얼굴이 벌게져서는 섹시한 신음을 흘리며 애원했다.

“경호야…. 으윽…. 경호님…. 빨리 좀….”

황경호는 미추가 지르르 울릴 정도로 기분이 좋았다. 오르가즘이랑은 좀 달랐다. 뭐든 할 수 있을 것 같은 위력감이 느껴졌다. 강동현이 손을 쓰려고 하는 걸 꽉 잡아 못 움직이게 했다. 이럴 땐 또 말을 잘 들어서 말이다. 꼼짝도 안 하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경호야…. 좋아해…. 사랑해…. 응? 하아…. 나 좀 살려줘. 이리 와. 아까처럼 계속해줘라. 응?”

강동현은 반쯤 정신이 나간 채로 그렇게 속살거렸다.

“네가 하자는 대로 다 할게…. 나 말 잘 듣잖아. 으윽…. 헉…. 나 진짜 죽을 것 같아.”

황경호는 허리를 숙여 그의 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어…. 진짜. 진짜.”

“너 나한테 사기 많이 치잖아.”

“안 해. 응? 안 해. 경호야….”

강동현이 고개를 들어 입을 확 맞추었다. 혀가 짜릿하게 섞였다. 황경호는 다시 그의 자지를 꾸욱 몸속에 집어넣었다. 강동현이 기분이 좋은 건지 아픈 건지 도통 분간이 안 되는 얼굴을 했다.

‘섹시해…. 진짜…. 잘생겼어….’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만졌다.

“하아…….”

얼굴을 살짝 붉혔다가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면서 깊게 삼키고 엄청나게 조여서 쪼오옥 짜내듯 움직였다가 빠르게 트월킹을 했다.

“아윽…! 씨…! 아…!!! 크으으윽…!!!”

강동현이 그 잘생긴 얼굴을 확 일그러뜨리며 이를 꽉 깨물었다. 그의 단단한 허리가 파르르 경련하며 황경호의 안에다 끈적한 체액을 마구 지렸다. 황경호는 그를 이렇게 보내버린 것에 흥분하여 그 뒤 곧바로 절정에 이르렀다.

“기분 좋아…. 아아앗…!”

강동현의 손이 자신의 허리를 잡게 하고는 비명을 지르며 몸을 더 깊게 겹쳤다. 둘 다 아찔하게 하나로 경련을 하며 영원을 느꼈다.

얼마의 시간이 흘렀는지 모를 때 뻣뻣하게 경련을 하고 있던 황경호는 흐물 앞으로 쓰러졌다. 살이 쫀득하게 맞붙었다. 서로의 향기가 났다. 너무 향기로워서 서로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끌어안았다. 그렇게 십수 분이 지나자 강동현이 참을 수 없다는 듯이 황경호를 꽉 끌어안았다.

“경호야…!”

목소리에서 하트 표라도 튀어나올 것 같다. 아주 만족스러웠던 모양이었다.

‘100일 참을 만했다….’

죽어도 여한이 없다…. 오늘을 위해서 평생 살았나 보다. 하여튼 그런 바보 같은 생각이나 하면서 황경호의 얼굴에 마구 쪽쪽 거렸다. 슬 정신이 든 황경호는 약간 후회했다.

‘좀 오버한 거 같다….’

상대가 그러고 있는지 알 턱이 없는 강동현은 아주 좋아 죽으면서 아직도 황경호의 얼굴을 물고 빨고 있었다.

“경호야, 내가 진짜 사랑하는 거 알지?”

“…내가 할 때 그 말 하지 말라고 했잖아.”

“지금은 안 하고 있잖아. 완전 좋아. 사랑해~”

“…하지 마라.”

“사랑해용~”

“하지 말라고!”

*

“야…. 전화….”

“너도 오잖아…. 하아…. 으윽….”

아침이라기보단 오전이었다, 오전. 연휴 둘째 날, 추석이었다. 둘은 연휴 전날, 첫날을 오로지 집에 처박혀 지냈다. 전에 해외에 같이 놀러 갔을 때를 빼면 같이 이렇게 철썩 붙어 지낸 것은 처음이었다. 그것도 집에서 말이다. 긴장이 확 풀어진다.

“아앙…. 무거워…. 아앗….”

“미안…. 하아…. 괜찮아…?”

강동현이 팔이 더 힘을 주어 자신의 무게를 지탱했다. 더 붙어 있고 싶어서 저도 모르게 자꾸 들러붙으면 상대를 짓누르게 되었다.

“응…. 흐윽…. 하아….”

침대 위에 납짝 엎드려 머리와 가슴 조금만 들고 있는 황경호의 위에 강동현도 똑같이 납작 엎드려 찹쌀떡처럼 쫄깃하게 맞붙어 있는 두 사람이었다. 햇볕이 내리쬐고 있었다. 강동현은 더워서 아까 전에 에어컨을 튼 상태였다.

“아앙…. 하앗…. 강동현…. 아흑…. 너무 기분 좋아…. 녹을 것 같아…. 흑…. 아앙….”

“녹을 것 같아? 하하…. 기분 좋아? 더 어떻게 해줄까?”

“깊이…. 깊이…. 하아…. 더 꾸욱 눌러줘….”

“알았어…. 으윽…. 하아….”

“아아앙….”

황경호는 한 이틀 내리 섹스 삼매경에 젖어 있었더니 아프리카에서의 자연스러운 금욕 생활과 대비되어 확 빠져들고 말았다. 부끄러운 소리가 줄줄 나왔다.

“경호야…. 황경호….”

땀에 잔뜩 젖은 그가 뜨거운 한숨을 내쉬며 황경호의 귓가에 입술을 비볐다. 근사하고 섹시한 목소리였다. 황경호는 계속 찔끔찔끔 흘리며 우는 소리를 냈다.

“아흐윽…. 배가…. 배 아파…. 아앙…. 앞도…. 가슴도 아파…. 흐윽….”

“어디가? 응? 어디가? 여기? 여기? 아니면 여기?”

“하윽…! 하아아우으으……!”

황경호가 숨도 제대로 쉬지 못하며 또 절정에 이르렀다. 앞으로 꼬꾸라지는 걸 턱을 부드럽게 받치며 붙잡았다.

“귀여워…. 귀여워…. 하아…. 사랑해? 응?”

“아아앙…. 흐윽…. 앗…!”

황경호가 온몸을 파들파들 떨다가 축 늘어졌다. 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더 당하다가 강동현이 사정을 끝내니 우는 소리를 냈다.

“나 더 못 해….”

“아까도…. 그렇게 말하고 좋아했잖아….”

“하아…. 윽…. 강동현…. 은혁아…. 아앙….”

“경호야….”

뭐라고 입으로 지껄이든 오늘도 둘은 그냥 떨어질 생각 자체가 없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왼손등에 깍지를 꼈다. 황경호의 귓불을 사탕이라도 되는 듯 빨았다.

부우우우웅.

뚜루뚜루루.

황경호와 강동현의 휴대폰이 거의 동시에 다시 울렸다. 강동현은 아침부터 잊을 만하면 자꾸 울리는 휴대폰 때문에 대단히 짜증이 났다. 근데 황경호랑 떨어지기가 싫어서 자꾸 무시하고 있었다. 지금 꺼버려야겠다. 강동현은 상체를 들고 손을 뻗어 휴대폰 두 개를 다 잡았다.

“끊는다.”

“아…. 잠깐만….”

황경호는 그의 손에서 자기 폰을 뺏었다. 강동현은 자기 폰 화면을 대충 봤다가 바로 전원을 꺼버렸다. 황경호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하는 강동현의 엉덩이를 손바닥으로 철썩 쳤다.

“잠깐만…!”

그새 황경호의 폰은 다시 울렸다. 집이었다. 집에서 계속 연락이 오고 있었던 모양이었다.

“진짜 잠깐만…. 여보세요?”

황경호는 전화를 받았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날개뼈에 입을 맞추고 깨물거렸다.

[경호니? 너 왜 이렇게 연락이 안 돼?! 한국 들어오면 바로 연락줘야지!]

“아…. 죄송해요.”

황경호는 신음을 참기 위해 무진장 애를 썼다. 강동현이 등을 자꾸 지분거렸다.

[그리고 추석 땐 내려온다는 애가 지금 몇 신 줄 아니?]

“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휴대폰의 메인화면으로 돌아갔다. 오늘 연휴 첫날 아니었….

“죄송해요….”

아니었다. 황경호는 강동현과 날짜로 3일이나 들러붙어 있었다는 걸 처음 깨달았다. 날짜 가는 걸 몰랐다.

“피곤해서 계속 잠만 자서…. 네. 네. 죄송합니다. 네. 네. 네. 다음에 내려갈게요.”

원래 명절이라고 좋아했던 건 아니었지만 그래도 집에 하루 정도는 내려가서 제사도 지내고 성묘도 갔다 오고 했는데 완전히 까먹고 있었다. 그렇게 전화를 끊고 나자 진짜 좀 정신이 들어서 강동현의 팔을 잡고 흔들었다.

“야…. 너 집에 안 가? 오늘 추석이야. 아까부터 집에서 전화 온 거 아냐?”

“응…. 몰라….”

강동현은 이걸 대답이라고 하고 황경호의 뺨을 깨물었다. 그리곤 입을 맞추었다. 그리고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잡고 피했다.

“아읏…. 그래도 집에서 걱정해. 전화라도 해드려.”

“됐어….”

“너 진짜 집에 좀 잘해.”

“충분히 잘해.”

“야, 그래도….”

“아! 쓸데없는 데 신경 쓰지 말고 집중해.”

잔소리를 좀 했다고 강동현이 짜증을 냈다. 황경호는 좀 맘 상한 표정으로 그를 돌아보았다.

“안 해.”

그리고 그의 밑에서 빠져나오려고 하니 강동현이 그제야 확 태도를 낮췄다.

“아니…. 아, 진짜….”

황경호가 일어나려는 걸 잡고는 한숨을 쉬며 바로 누워 그를 위에 태웠다.

“알았어. 알았어. 전화할게.”

그 문제가 그 문제가 살짝 아니긴 했지만 강동현은 다시 휴대폰을 켰다. 그리고 바로 전화를 했다. 상대가 받은 모양이다. 강동현은 곧바로 말했다.

“이번 추석 때 집에 안 갈 거니까 전화 좀 그만해.”

“…!”

황경호는 그의 팔을 찰싹 쳤다. 전화를 안 하느니만 못하다. 강동현은 인상을 살짝 찌푸리고 이해가 안 간다는 듯이 왜? 이런 입 모양을 했다. 강동현의 전화 상대(아마도 엄마)도 그렇게 생각했는지 바로 뭐라고 큰 소리가 들렸다.

“뭘 또 집에 와? 오지 마. 오지 마. 와도 문 안 열어줄 거야.”

“야…!”

황경호는 목소리 크기를 최대한 낮췄다. 그리고 강동현은 그냥 전화를 끊었다. 황경호는 황당해서 그에게 물었다.

“어머니 아니셔?”

강동현은 휴대폰을 끄고 멀리 던졌다.

“맞아.”

“근데 전화를 왜 그렇게 받아? 그리고 이제 우리 나이가 몇인데 엄마한테 반말을 써?”

“뭐 그런 쓸데없는 데 신경을 써?”

“이게 뭐가 쓸데없는 거야? 가족이라도 예의는 중요한 거야.”

“우리 엄마는 그런 거 신경 안 써.”

강동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 할 말이 없었다. 강동현은 다시 실실 웃으며 황경호를 끌어안았다.

“경호야~~”

“이제 좀 그만해, 진짜…. 몇 번을 하는 거야.”

“100일 동안 쌓인 게 하루 이틀로 해결이 되겠냐? 응?”

“너무 많이 하는 것도 남자들한테 안 좋아. 진짜 명 줄어.”

“많이 하게 해주지도 않으면서.”

“야! 그럼 이건 뭐야?”

“경호야~~”

강동현은 그냥 황경호한테 다시 들러붙었다. 황경호는 그의 어깨를 잡았다.

“좀 씻자. 그리고 밥 좀 먹자. 배고파!”

황경호는 그를 밀어내고 일어났다. 그래도 좋은지 강동현은 그를 졸졸 따라갔다. 같이 씻고 시트도 다시 깔고 세탁을 하고 밥을 해서 먹었다.

“과식했다….”

황경호는 꾸역꾸역 과일을 넘기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욱 하고 넘어올 정도로 먹었다. 황경호는 카우치에 앉아 머신으로 내린 아이스커피를 홀짝 마시며 입가심을 했다.

“학교 오랜만에 다니니까 어때?”

강동현이 그동안 하도 뭐 했냐, 자기 안 보고 싶었냐, 이러다가 쪽쪽 거리고 하다 보니 그의 근황에 대해서는 물을 새가 없었다. 강동현도 같이 커피를 마시면서 황경호의 왼손을 만지작거렸다.

“뭐 나쁘지 않아. 졸업 학기에 몰아서 수업 다 들으니까 무슨 고등학생처럼 학교 가기는 하는데.”

“몇 학점 듣는데?”

“거의 30.”

“그 전에는 어떻게 학점 땄어?”

“나 일하는 것도 학점으로 인정해주는 과목들도 있으니까 그런 것만 전공선택으로 어떻게 해서 학점 채웠지. 기초 과목들은 1학년 때 다 들었었고. 지금은 교양이나 이것저것.”

“어때? 도움되는 거 같아?”

“그게 뭐가 도움이 되겠냐? 학점 딴다고 일이 더 들어오고 인기가 많아지는 것도 아닌데.”

“그런가?”

“아, 그래도 연출 관련 과목 하나는 좀 괜찮은 거 같기도 하고.”

“같은 학번은 있어? 너 완전 화석이겠다.”

“있기는 있어. 후배도 몇 명 아직 다니는 애들도 있고.”

“데뷔한 애들은 많아?”

“데뷔야 뭐…. 남아 있는 사람이 몇 명이냐가 문제지. 한 학번에 한두 명이야.”

“그렇구나….”

“그리고 올해 말부터 다시 일이 들어와서 대본 좀 보고 있어.”

“영화?”

“응.”

“이제 몸은 괜찮은 거야?”

전립선염 또 걸렸다면서…. 황경호가 걱정 반, 미심쩍음 반인 얼굴로 강동현을 보았다. 강동현은 그런 그가 귀엽다고 생각했다.

“컨디션 좋아. 진짜 좋아. 이것도 혼자서 열심히 하면 되긴 하는데 너랑 안 하니까 괜히 허무해서.”

강동현은 황경호의 어깨 위에 팔을 두르며 뺨에 쪽 입을 맞췄다.

“이제 돼?”

“응. 병원은 그래도 다닌다. 아, 그 김 뭐라고 하는 우리랑 동갑인 간호사가 너 대신에 하는데 진짜 하기 싫어.”

“…….”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잠깐 보았다. 강동현은 왜 그러냐는 듯 별생각 없는 얼굴이었다. 황경호는 고개를 돌렸다.

“…아니야.”

황경호는 자신의 왼손을 만지는 강동현의 손가락을 의식했다.

“근데 너 좀 탄 거 같긴 한데 생각보다 많이 안 탔다. 반지 자국만 좀 남았네.”

강동현은 황경호의 왼손에 껴있는 반지의 위치를 살짝 바꿔보며 말했다. 강동현이 말해줘서 처음 알았다. 황경호는 자기 손으로 반지의 위치를 이리저리 옮겨보았다.

“그러게. 자국 남았네.”

“내가 더 많이 남았어.”

강동현이 자기 왼손을 내밀었다. 그렇게 별 쓸데없는 얘기를 하고 있는데 초인종이 울렸다. 띵동. 쉬는 날인데 뭐지? 황경호는 또 귀찮게 지분거리는 강동현을 떼어냈다. 잠깐 거울을 봤다.

‘아…. 얼굴 엉망….’

결국 멍들었다. 황경호는 일단 오른쪽 뺨에다가 커다란 반창고를 붙였다. 그리고 인터폰으로 향했다. 아파트 공동 현관에서 초인종을 누른 사람이 화면에 떴다.

“누구세요?”

[아…. 저…. 은혁이 집 아닌가요?]

라며 고운 목소리로 말한 나이를 가늠하기 힘든 여성이 앞에 서 있었다. 황경호는 그녀의 얼굴이 제대로 보이자마자 아까 강동현의 통화와 더불어 많은 것이 한꺼번에 머리를 스쳐 지나가는 걸 느꼈다.

“아…! 네…! 네, 맞는데요…!”

황경호는 너무 당황해서 말을 더듬거리다가 강동현을 돌아보았다. 커피를 마저 마시고 있던 강동현이 대꾸했다.

“택배야?”

저 멍청이가 추석에 택배 같은 소리 하고 앉아 있다. 황경호는 얼른 공동 현관문을 열었는데, 열고 나니 더 문제다. 황경호는 엄청 허둥지둥거렸다.

“야…! 야…!! 너네 어머니 오셨어!”

“뭐? 엄마라고?”

강동현이 인상을 팍 찌푸렸다. 황경호는 이것저것 강박적으로 막 치웠다.

“아, 아니, 이럴 게 아니라…! 어, 어떡하지? 나 그냥 나갈까?”

“친구랑 같이 산다고 얘기해놨어. 그리고 네 집이라고도 내가 얘기했고.”

“뭐?!”

“친구가 산 집인데 마음에 들어서 같이 산다고.”

“야! 그걸 누가 믿어?!”

“왜 못 믿어?”

그래도 황경호는 불안해서 어쩔 줄을 몰라했다. 그리고 아차, 하더니 강동현이 집안 곳곳에 놔둔 러브젤을 전부 다 찾아내서 자기 방 옷장에다가 집어넣었다. 그리고도 패닉에 빠져서는 우뚝 멈춰 섰다.

“나 그냥 나갈래….”

그러는데 벌써 현관 초인종이 울렸다. 황경호는 거의 경기를 일으킬 뻔했다. 강동현은 느릿하게 카우치에서 일어나면서 한숨을 쉬었다.

“그렇게 싫으면 그냥 가라고 할게.”

“뭐?!”

강동현이 직접 현관으로 향했다. 황경호는 그가 현관문을 여는 걸 초조하게 보다가 그의 손에 끼워져 있는 반지를 보고는 식겁을 해서 자기 손에 있는 반지를 빼서 주머니에 넣었다. 강동현이 문을 열었다. 황경호는 진짜 반사적으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어머….”

“내가 오지 말랬잖아. 가.”

황경호는 너무 깜짝 놀라서 그의 등을 퍽 쳤다. 강동현은 네가 싫다며? 라는 뜻이 분명한 얼굴로 그를 돌아보았다. 황경호는 그가 이렇게 멍청하게 굴 때마다 진짜 짜증이 났다. 아주 전형적으로, 남의 눈치를 보면서 살아본 적이 한 번도 없는 놈이란 뜻이었기 때문이었다.

“안녕하세요, 은혁이 어머니. 말씀 많이 들었어요. 황경호라고 합니다. 들어오세요.”

황경호는 강동현을 옆으로 그냥 치웠다. 아까의 패닉이 뭐였냐는 양 아주 밝게 웃으며 강동현의 어머니를 집 안에 들였다.

“실례할게요. 이렇게 연락도 없이 와서 미안해요. 친구랑 같이 산다고 듣긴 했는데 생각을 못 해서….”

“아니에요. 아들 집인데 당연하죠.”

“그래도 경호 씨 집이라고 들었는데….”

“아…. 반반이라고 생각하시면 돼요. 같이 샀어요, 같이…. 하하….”

아들의 차가운 대응에 확연히 속상한 얼굴을 하던 그녀는 다른 사람의 앞이라 아들에게 뭐라고 한마디도 하지 못하고 일단 안으로 들어왔다.

“남자애들끼리만 사니까 밥은 잘해 먹나 싶어서…. 추석에 한 음식이라도 갖다 주려고 온 거야….”

어머니는 오히려 변명을 하듯이 말했다. 강동현은 인상을 썼다.

“잘 먹는다고. 얘 음식 잘한다니까? 나도 잘해.”

황경호는 또 그냥 강동현을 밀어내고 짐부터 받았다. 부엌으로 안내를 했다. 강동현의 어머니는 아들의 이번 집에는 처음 오는 거라 고개를 이쪽저쪽 돌리며 구경을 했다.

“집 좋네…. 아, 경호 씨 집이랬지…. 엄청 깨끗하게 하고 사네…. 일하는 아주머니 바꿨니, 은혁아?”

어머니는 고개를 돌려 아들에게 물었다. 강동현은 식탁 의자에 앉아서 짐을 정리하는 두 사람을 구경하며 성의 없이 대답했다.

“쟤가 해. 쟤 취미가 청소야, 청소.”

어머니는 음식을 넣기 위해 냉장고를 열었다가 진짜 깜짝 놀라셨다.

“어머….”

적지만 반찬들이 차곡차곡 정렬되어 있었고 우유나 과일, 채소 등의 신선식품도 갓 산 거로 잘 들어가 있었다. 냉장고 청소도 번쩍번쩍할 정도로 잘 되어 있었다. 냉동실도 열어보고 김치냉장고에 찬장까지 전부 열어보더니 어머니가 입을 딱 벌리셨다.

“살림하는 사람 따로 있는 거야?”

예전 아들 집도 몇 번 가보지는 못했지만 냉장고에 있어 봤자 맥주나 안줏거리나 좀 있었고 어디서 사 온 음식들이나 간혹 있으면 다행이지, 있는 것도 썩히고 있을 때가 대부분이었다. 그 말에 황경호는 식은땀을 흘렸고 강동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답했다.

“쟤가 한다니까.”

강동현의 어머니는 황경호를 돌아보았다.

“같이 연예계 일 하는 사람이라고 했었나? 요리 쪽으로 하시나 봐요? 아직 어린데 너무 대단하네. 집안일이 쉬운 게 아닌데.”

“아뇨. 아뇨…. 전 병원 쪽에서 일하는데 취미로….”

“아…. 그러시구나.”

“말씀 편하게 하세요, 어머니. 그리고 앉으세요. 제가 할게요. 야, 아니, 은혁아. 차라도 좀….”

황경호는 한사코 강동현의 어머니를 거실 카우치에 앉게 하려고 했지만 어머니는 가시방석에라도 앉는 듯 불편해하셨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옆구리를 찔렀다.

“얘 사흘 전 아프리카에 봉사활동 갔다 온 애라 피곤해. 적당히 하고 빨리 가.”

말을 말자. 황경호는 그의 등을 보이지 않게 꼬집었다.

“아! 왜 이래, 자꾸?”

“어머니~ 앉으세요. 앉으세요. 진짜 괜찮아요. 식사하셨어요? 아, 추석이라 하셨겠구나. 그래도 좀 있으면 저녁인데 드시고 가세요. 커피 드실래요? 녹차? 커피 맛있어요. 차갑게 해드릴까요? 뜨거운 거? 우유 넣어 드릴까요?”

황경호는 강동현 어머니의 외투를 받아서 걸고 안에서 신으실 슬리퍼도 드리고 아이스 카페라떼를 내고 식탁 앞에 앉아 있는 강동현을 얼른 그녀의 옆에 앉히고 부엌에서 순식간에 그녀가 들고 온 추석 음식들을 정리했다.

“친구가 엄청 싹싹하네…. 원래 친구들이랑은 완전 다른 타입이구나?”

원래 아들 친구들은 다소 차이는 있었지만 전부 아들 같았다. 다 자기 일이 중요한 애들이라 가족들한테 신경도 안 쓰는 애들이었다. 고등학교 때 친구들 엄마들이랑 가끔 연락이 되면 죄다 같은 소리들만 했다. 아들자식 키워봤자 아무 소용도 없더라.

“몰라.”

“요즘에 몸은 좀 어때? 쉬니까 좀 괜찮아? 일은 언제 다시 하는데? 집에는 언제 와?”

“아, 몰라. 알아서 해, 알아서. 집에는 나중에 갈게. 엄마는 내가 말하면 뭐, 알아?”

“아니…. 그래도…. 걱정되니까….”

“알아서 합니다, 알아서.”

“…….”

황경호는 어디서 강동현이 사 온 맛있는 디저트들을 종류별로 진열하여 과일과 함께 거실 테이블에 내놓았다. 어머니는 새삼 또 놀라셨다.

“손재주가 정말 좋네요. 병원에서 일해서 그런가. 예쁘네요….”

“아니에요, 아니에요. 그리고 말씀 놓으세요, 어머니.”

황경호가 웃는 얼굴로 그렇게 말하며 싹싹하게 포크도 하나 과일에 꽂아서 드렸다.

“제철이라 그런지 진짜 맛있더라고요.”

강동현의 어머니는 굉장히 미인이셨다. 게다가 머리나 화장이나 입고 다니는 것 전부가 다른 평범한 사람들이랑 달랐다. 정말 귀한 티가 났다. 전에 언뜻 본 누나도 굉장히 미인이었는데 어머니도 진짜 미인이셨다. 게다가 강동현이랑 닮았다. 입술이나 속눈썹 같은 거…. 신기해서 자꾸 쳐다보게 되었다.

“얘가 어머니 닮아서 잘생긴 거였네요. 어머니가 연예인 하셔야 되겠어요.”

“아니야. 애 둘이나 낳은 아줌만데. 친구들 중에는 벌써 손자 있는 친구도 있어.”

“누가 믿겠어요…. 진짜 대단하다….”

“아프리카까지 봉사활동을 하러 갔다면서? 그런 게 더 대단하지.”

“그냥 따라가서 시키는 일만 한 거예요, 시키는 거. 애 둘이나 낳고 기르는 게 훨씬 대단하죠. 아, 사진 보실래요? 가서 찍은 거 있는데.”

“얼마나 갔다 온 거야? 어머…. 애기들 불쌍하게….”

“100일 갔다 왔어요. 얘는 야스민이라는 앤데 나중에 이렇게 건강해져요.”

“어머…. 다행이네…. 애기 엄마는?”

“애기 엄마는 상태가 진짜 안 좋아서…. 일단 큰 병원으로 옮겼는데 아마 아직도 병원에 있을 거예요.”

“어떡하니…. 애가 이렇게 어린데….”

둘은 쿵짝이 잘 맞았다. 아니, 황경호는 누구한테든 저런 식으로 할 수 있었다. 강동현은 엄마의 다리를 발로 툭툭 건드렸다.

“진짜 밥까지 먹고 갈 거야? 이제 할 거 다 했으면 좀 가라.”

그러니 엄마는 속상한 얼굴로 아들을 쳐다보았고 황경호도 인상을 팍 찌푸렸다.

“쟤 진짜 왜 저래…. 아, 죄송해요. 어머니 아들 욕한 거 아니에요. 저녁까지 드시고 가세요. 제가 한동안 집에 없어서 어제 장본 거 말고는 음식 해놓은 게…. 장 좀 더 봐야겠다.”

그가 불편하게 고생하는 게 싫어서 좀 거들려고 했더니 되레 짜증을 받았다. 황경호가 자리에서 일어나자 어머니는 엄청 미안해하셨다.

“아니야. 내가 너무 미안하네. 쉬어야 하는데…. 은혁이 말대로 내가 가야겠다.”

“아니에요, 어머니. 아, 장 보러 같이 가실래요? 여기 마트 좋은데. 저 아는 형한테 양념게장 하는 법 배웠는데 엄청 맛있어요. 갈비도 해야겠다.”

“진짜 미안하게…. 근데 진짜 경호 씨 덕분에 우리 아들 호강한다.”

어머니는 자연스럽게 자리에서 일어나서 황경호를 따라갔다. 강동현은 한숨을 쉬었다.

‘일을 사서 해요, 사서….’

강동현은 그냥 TV나 틀었다. 그랬더니 황경호가 그의 어깨를 툭툭 두드렸다.

“뭐 해? 빨리 와.”

“엄마랑 둘이 갔다 와.”

“야, 미쳤어? 너희 어머니는 너 보러 온 건데 나랑 같이 있으면 무슨 소용이야?”

“귀찮아~”

“빨리 와. 짐이나 들어.”

둘이서 그렇게 쑥덕대고 있으니 어머니가 돌아보았다. 황경호는 반사적으로 활짝 웃으며 그녀를 따라나섰다. 강동현은 어쩔 수 없이 그들을 따라가야만 했다. 엄마가 있으면 아무것도 못 한다. 답답하기만 할 뿐이었다. 장까지 다 같이 한껏 보고 나니 저녁 5시 반이었다. 강동현의 어머니는 기분이 많이 풀리셨다.

“경호 엄마는 좋겠다…. 아들이 이렇게 착해서.”

“아니에요.”

“우리 아들도 반만 닮았으면 좋겠어.”

강동현의 어머니는 강동현의 눈치를 슬 보면서 그렇게 작게 말했다. 강동현은 들은 체 만 체했다. 황경호는 어머니의 눈치를 보고 강동현의 옆구리를 쿡 찔렀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눈치는 보고 있었지만 제대로 알아먹지는 못하고 있었다. 눈치도 보던 사람이나 잘 보는 거지. 그렇게 강동현의 어머니는 황경호와 강동현의 신혼집(?)에 좀 더 머무르시게 되셨다. 그리고 바로 이럴(?) 때는 차라리 일을 하는 게 마음이 편한 사람들이 있었다. 황경호는 확실하게 그랬다. 황경호는 장을 봐서 오자마자 아예 요리사를 자처하고 양념게장에 갈비까지 해서 내놓고 있었다. 식탁 위에 일체형 불판을 놓았다. 연기까지 흡수되는 거였다.

“야, 적당히 해.”

강동현이 슬 와서 말렸다. 황경호는 그에게 눈짓했다.

“가서 엄마 다리나 주물러.”

그래서 한 시간 만에 진수성찬을 차렸다.

“늦어서 죄송해요.”

“어머…. 진짜 요리 잘하네. 어디서 이런 걸 배웠어?

“아는 형이 음식점을 하는데 맛있어서 배웠어요.”

“정말. 장사해도 되겠다.”

강동현 어머니는 먹으면서 계속 감탄했다. 황경호는 여전히 긴장해서는 그녀의 시중을 들었고 강동현은 황경호를 자꾸 말렸다.

“우리 엄마 맛있는 거 많이 먹고살아. 아버지랑 누나랑 나도 돈 많이 번다고. 우리 엄마만큼 팔자 편한 사람이 어디 있다고 계속 사서 종노릇이야?”

“아! 너 입 좀…!”

황경호는 결국 한 번 폭발해서 강동현에게 버럭 했다가 어머니의 눈치를 보았다. 어머니는 웃으셨지만…. 어쨌든 식사를 다 하고 차곡차곡 정리를 하고 있으니 강동현은 말리다 지쳐서 그냥 거실에서 TV나 봤고 강동현의 어머니는 슬그머니 오셔서 정리하는 걸 도와주셨다. 버릴 음식물은 버리고 식기는 세척기에 넣었다. 어머니는 황경호와 같이 식탁을 닦았다.

“앉아 계세요.”

“아냐. 음식한다고 고생했는데 이거라도 도와야지.”

“괜찮아요. 괜찮아요. 힘들면 차라리 쟤, 아니, 은혁이 시킬게요. 앉아 계세요. 손님이신데.”

그러자 어머니는 얼굴이 약간 어두워지셨다.

“오늘 많이 불편했지? 괜히 중간에서…. 아까 갈 걸 그랬나 봐.”

“아뇨…! 아니에요. 어머니 봬서 진짜 좋았는데요. 완전 예쁘시고. 저 예쁜 여자 좋아합니다. 언제나 환영이에요.”

그제야 어머니가 웃으셨다.

“진짜 우리 애들이 경호 반만 됐으면 좋겠다….”

“왜요…. 은혁이도 그렇고 누님도 그렇고 그렇게 잘나가는데요. 자식들 그렇게 키우신 거 진짜 대단하세요.”

“그런가. 그렇겠지?”

어머니는 웃었다.

“쟤 어렸을 때는 어땠어요? 그때도 말 안 들었어요?”

“아니, 어렸을 땐 진짜 귀여웠어. 볼래?”

어머니는 손을 닦고 휴대폰 사진집에서 강동현의 어렸을 적 사진을 보여주었다. 잠깐 봤는데 사진집이 죄다 강동현의 사진들뿐이었다.

“어렸을 때는 어찌나 애교가 많고…. 진짜 엄마밖에 모르는 애였는데.”

어렸을 때의 강동현은 정말 깨물어주고 싶을 정도로 귀여웠다. 어렸을 때부터 또렷하게 잘생긴 얼굴이었는데 좀 장난꾸러기 같았다. 밝게 웃고 있는 개구진 사진들이 많았다.

“귀엽지?”

“그렇네요…. 어렸을 때 진짜 귀여웠네, 쟤….”

황경호에게 강동현이란 젊은 성인 남성의 이미지가 강했다. 비뇨기과 병원에서 처음 봐서 그런가…

“초등학교 때까지만 해도 엄마, 엄마하고 밤에도 항상 같이 자려고 하고 엄마 평생 지켜준다고 하고 애교도 많고….”

어머니는 그립다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은연이도 은혁이도…. 둘 다 컸다고 엄마는 본체만체…. 은연이야 어렸을 때도 비슷했지만 은혁이 쟤는…. 아무리 남자애들 사춘기만 지나면 무뚝뚝해진다고 해도…. 말도 항상 저렇게 하고…. 너무 섭섭해서…….”

그러더니 갑자기 어머니는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그리곤 깜짝 놀라서는 눈물을 재빨리 닦으셨다.

“아, 내가 갱년기라 감정 기복이 좀…. 미안해, 경호야. 아줌마가 좀 주책이야.”

“아니에요….”

황경호는 그렇게 말했다가 덧붙였다.

“쟤…. 가끔 진짜 말 못되게 하잖아요. 그냥 생각나는 대로 말하고…. 화내야 그만하고.”

“그러니까. 말 좀 예쁘게 하면 어디가 덧나? 걱정돼도 항상 귀찮아하니까 진짜, 진짜 가끔 안부 물어도 또 그런다는 듯이 대놓고 싫어하고 귀찮아하고….”

“아, 맞아요. 그런 거 따지면 또 그것도 엄청 귀찮아하고 싫은 티 팍팍 내고…. 대놓고 성가시다고 하고 예민하게 굴지 말라고 하고…. 내가 이상한 사람처럼.”

자기가 잘못해놓고. 황경호가 푸념하자 어머니는 눈을 동그랗게 뜨고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맞아. 자기가 싫어하는 주제 튀어나오면 그냥 말 끊고 돌리고. 사람 무안하게 하고….”

“아, 말 끊는 거. 진짜 어머니 앞이라 욕 안 하는데 가끔씩 그럴 때마다 한 대 쥐어박고 싶어요. 아, 왜 사람 말을 끊어. 자기 말 끊으면 노발대발하면서.”

“맞아. 맞아. 그런다니까!”

“딴 사람들한테는 안 그러면서 나한테만….”

“맞아…!”

어머니는 황경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흥분해서 그렇게 말했다.

“애 아빠한테도 은연이한테도 말해봤자 다들 모른다니까…! 다들 너무 과하게 생각한다고 하고 엄마니까 이해하라고 하고…!”

“아, 뭔지 알 거 같아요. 저도 쟤 병원에서 처음 만나서…. 그냥 진상 환자니까 참으라는 소리나 은근히 듣고….”

그렇게 어느새 의기투합하여 강동현 욕을 엄청 했다.

“자기가 잘났으면 얼마나 잘났다고. 그래 봤자 내 배 아파서 낳았는데.”

“잘난 건 알겠는데 그래서 나 보고 어쩌라고. 알아서 떠받들라는 거야, 뭐야.”

그러고 있는데 두 사람이 눈치채지 못하게 슬금 강동현이 오더니 뒤에서 와락 자기 엄마를 껴안았다.

“홍 여사.”

그리곤 깜짝 놀란 자기 엄마 뺨에다 쪽 뽀뽀를 했다.

“아니, 나한테 불만이 있으면 나한테 말해야지 왜 얘한테 그래?”

얘가 거실에 있다는 걸 잊고 있었다…. 욕하다 보니 목소리가 확 커졌다. 황경호는 입을 합 다물고 그의 눈치를 봤다.

“응? 내가 뭘 그렇게 잘 못 했는데? 어? 어?”

“아니…. 네가 속상하게 하니까…. 엄마는 걱정돼서 그러는데 항상 귀찮아만 하고….”

“또 그런다, 또. 좀 귀찮아 할 수도 있지. 다른 집 아들들도 다 그래. 내가 사고를 쳤어, 뭐 못하는 게 있어? 사람이 좀 만족하고 살 줄도 알고 그래야지.”

“그래도….”

어머니가 우물쭈물거리자 황경호가 오히려 못 참고 대꾸했다.

“넌 바라는 거 많잖아.”

“그래. 넌 엄마한테 바라는 거 많으면서.”

둘이서 그렇게 의기투합하자 강동현이 둘이 한 번 번갈아 보았다. 뭔가 약간 어이가 없기도 하고 웃기기도 해서 피식 웃었다.

“아, 알았어. 알았어. 뭐 어떻게 해달라고? 말해주면 그대로 할게.”

그러자 엄마도 섭섭한 표정이고 황경호는 ‘극혐’인 표정이 되었다.

“저 말 너무 많이 들어서 귀에 인이 박일 것 같아요.”

“나한테만 이 말 하는 거 아니었구나…. 진짜. 이 말 너무 속상해….”

“맞아요. 대충 때우려고.”

“그치? 그거 맞지? 나만 그렇게 느끼는 거 아니지?”

“네.”

그러자 강동현은 도리어 어이가 없는 듯 억울한 표정이 되었다.

“와…. 둘이서 나 나쁜 놈 만드는 거 봐.”

그러자 엄마랑 황경호가 동시에 정색을 하고 말했다.

“너 나쁜 놈 맞아.”

그렇게 강동현의 어머니와 황경호는 예상치 못하게 친밀해졌다.

“어머니, 나중에 연락하세요.”

“엄마, 아니, 아줌마가 주책 부린 건 아닌지 모르겠다. 진짜 연락해도 돼?”

“쟤한테 정 연락 안 되면 저한테 하세요.”

“진짜 고맙다, 경호야…. 그럼 나 갈게. 엄마 간다, 은혁아.”

“어, 잘 가.”

“야! 나와서 인사해…!”

그렇게 강동현의 어머니가 가시고 현관문을 닫자 황경호는 한순간에 인식하지 못했던 육체적, 심적 피로가 몰려와 잠깐 벽을 손으로 짚었다. 너무 피곤해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죽을 거 같아….”

아프리카 갔다 온 지도 얼마 되지 않았고 강동현한테 오전까지 시달리다가 오후엔 상 차리고 손님 대접한다고….

“야…. 그러니까 내가 일일이 상대하지 말라고 했잖아. 우리 엄마 가끔씩 진짜 피곤하다고.”

“야…. 진짜 말 좀 그렇게 하지 말라니까.”

“일단 이리 와.”

강동현은 황경호를 카우치로 데려와 자기 앞에 앉히고 어깨랑 팔을 주물러 주었다.

“으응….”

시원하다…. 그리고 뭔가 마음도 시원했다. 강동현의 엄마가 갑자기 집에 온 건 그 자체로 엄청난 스트레스였지만 마지막에 그녀와 한 얘기는 아주 속이 시원했다. 고난을 혼자 견뎌야 하는 것과 동지가 있다는 것은 마음가짐이 확연히 다르기 때문이다.

“야…. 너 진짜 엄마한테 좀 잘해라. 저런 엄마가 어디 있다고.”

황경호는 그를 돌아보며 핀잔을 주었다. 양상이 비슷한 거 같긴 한데 들어보니 황경호한테 하는 것보다 훨씬 막 하는 것 같았다. 강동현은 진짜로 잡은 물고기(?)한테는 밥을 안 주는 유형이었다. 엄마는 태어날 때부터 주어진 물고기(?)라고 생각하는 건가.

“나 정도면 잘하는 거라니까?”

강동현이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가 자꾸 그런 말을 하는 게 이해가 안 되는 모양이었다.

“어머니 아까 네 얘기 하면서 우셨어…. 진짜 말 좀 예쁘게 해라. 한국말은 아 다르고 어 다른 거 몰라?”

“엄마가 귀찮게만 안 하면 나도 그렇게 안 해.”

“그걸 귀찮다고만 생각하지 말고 엄마가 나 걱정돼서 그러시는구나, 하고 생각하면 되잖아.”

“그렇다고 귀찮은 게 안 귀찮은 게 되나.”

강동현은 심드렁한 태도였다. 황경호도 그런 그가 이해가 되지 않았다. 이런 걸 인정하는 게 여전히 좀 힘들었지만, 만약에 황경호의 어머니가 그녀의 반, 아니 반의반만 되더라도 황경호는 그녀를 업고 다녔을 것이다.

“복에 겨워 가지고….”

괜히 자기가 마음이 살짝 상해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강동현은 뒤에서 황경호를 끌어안고 그의 바지 주머니에 손을 넣어 반지를 꺼냈다. 그리고 황경호의 손에 다시 끼웠다. 아까 본 모양이었다.

“엄마 왔다고 엄청 후딱 빼더만.”

강동현은 아주 탐탁지 않은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럼 어떡해?”

“진짜 어디서 도장이라도 찍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집, 차, 반지. 강동현은 은근히 그런 것에 연연했다. 처음 황경호한테 들이댈 때도 돈이니 집이니 차니…. 반지를 끼워주고 나서는 손만 잡으면 반지를 만지작거리고 있을 때가 많았다.

“일 안 하면 이거 뺄 일도 거의 없을 거 아냐.”

“또 이런다.”

지금도 강동현은 뒤에서 황경호를 끌어안고는 뺨에 입술을 누르며 황경호가 낀 반지를 만지고 있었다.

“반지에 이름이라도 새겨 놓을 걸 그랬나? 새길까?”

“뭐? 내 이름?”

“네 거엔 내 이름.”

“싫어. 누가 보면 어떡해.”

안 그래도 황경호한텐 너무 비싼 반지라 알아보는 사람마다 물어보는데. 황경호 주변에는 강동현을 아는 사람이 너무 많다. 집까지 쳐들어와서 부모님께 인사까지 하고.

“항상 끼고 있으면 누가 볼 일도 없어.”

강동현은 그렇게 말했다. 그러다가 아, 하고 황경호의 얼굴을 다시 보며 물었다.

“엄마는 그렇다 치고. 넌 뭐가 또 그렇게 불만인데? 한국 들어온 지 얼마 되지도 않았으면서.”

“…….”

그런 식으로 물어보는 태도 자체가 문제다. 게다가 자기 엄마도 그런 식으로 생각하면서…. 황경호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그러자 강동현은 그의 얼굴을 보면서 괜히 지분거렸다.

“왜? 응? 왜~? 말해.”

“…됐어.”

아까 강동현의 어머니와 했던 얘기를 곰곰이 반추해보니, 동질감에서 오는 자기 긍정을 넘어 살짝…. 흠칫했다.

‘어렸을 때는 그렇게 엄마만 좋아했다는 애가 지금은 이렇고…. 전 여친도 헤어질 땐 울고불고 난리였지만 지금은….’

“…….”

솔직히 100일이나 아프리카를 갔다 왔는데도 여전히 그가 좋아 죽어서 달라붙는 데에, 약간의 질림과 안도가 동시에 들었다. 어느 정도 떨어진다든가, 아니면 자기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고 금세 정이 떨어지거나 할 건 아니라는 확신이 들기도 했다.

하지만 황경호는 그의 엄마도 아니었고 그와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는 여자도 아니었다. 아니, 설사 어떤 결실을 맺을 수 있더라도 이런 애정이 계속되는 건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아니란 말이었다.

‘…아니…. 이런 건 생각하지 말자. 그냥…. 생각하지 말자.’

멀리 떠나서, 한국에서와는 다른 삶을 살아보면서, 일어나지 않은 일에 대해 걱정하는 것만큼 무용인 일이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미래가 어떻게 될지는 아무도 모른다. 심지어 한국에서 황경호가 영위하는 삶은 아프리카에서 많은 이들이 꿈만 같이 여길 삶이었다. 가지고 있는 것에 감사하고 싶었다. 감사하다.

“이름…보다는 이니셜로 하면 괜찮을 것도 같다.”

황경호는 그렇게 말했다.

“어, 괜찮은 거 같다. 같이 갈까?”

“미쳤어?”

*

하여튼,

100일 동안 참은 남자의 성욕은 변태적이었다.

“내가 헛돈 쓰지 말라고 했잖아…!”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고 인상을 썼다. 강동현은 그에게 은근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아무리 이런 상황이라지만 환자한테 반말은 안 되죠, 간호사 선생님….”

강동현은 어디 환자복 바지에 황경호는 하얀색 간호사복을 입고 있었다. 카라가 달린 원피스형의 여자 간호사복이다. 입힌다고 애 좀 먹었다. 거기에 병원 십자가 마크가 박힌 머리띠 같은 것도 하고 있었다. 은근히 선이 섬세하고 귀여운 얼굴이라 그런가. 꽤 잘 어울린다.

목에는 청진기를 메고 하얀색 오버니삭스에 하이힐까지 신겼다(이것도 고생해서 신겼다).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고 다리 사이에 들어오는 강동현의 손을 저지하려고 했다.

“옷만 입으면 된다고 했잖아…! 앗! 하지 마!”

“그걸 믿으세요, 선생님?”

강동현은 황경호의 부드러운 허벅지를 한 손으로 주무르며 그의 엉덩이를 좀 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그리고 원피스의 단추를 풀었다.

“응? 선생님, 브래지어 안 하고 다니시는구나….”

원래 직업이 배우라서 그런가. 진짜 같다. 평소에 병원에선 황경호가 존댓말을 쓰는데…. 그가 존댓말을 쓰는 건 처음이다. 황경호는 자꾸 눈을 맞추면서 웃는(또 끼 부린다…) 강동현 때문에 뭔가, 그의 마음대로 다 되는 것만 같아 마음에 들지 않았다.

“계속 선생님이라고…. 으읏…. 하지 마…. 아앙…. 하지 말라니까….”

강동현이 셔츠 사이로 손을 넣어 가슴을 만지며 그의 뺨과 귓가에 쪽쪽 입을 맞추었다.

“장단 좀 맞춰봐. 재밌다니까.”

“하윽…. 변태….”

“원래 이렇게 환자들이랑 자요? 제가 몇 번째에요?”

그가 성급하게 굴지 않고 이렇게 전희에 공을 들이면 구름 위에 둥둥 뜬 것처럼 기분이 좋았다. 머리카락 끝까지 간질거렸다. 배 속도 근질거렸다. 피부를 만지는 느낌이 너무 좋아서 계속해달라고 조르고 싶었다.

“응? 내가 몇 번째야, 선생님? 말 안 해주면 더 안 해줄 거예요.”

머리카락을 살살 쓰다듬던 손과 뺨에 깃털 같은 키스를 하던 보드라운 입술이 떨어졌다. 황경호는 화를 낼 뻔했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아마 다분히 짜증이 나고 신경질이 난 얼굴일 것이다.

“선생님, 평소엔 청순한데 이럴 땐 진짜 야한 거 알아요? 반칙이야….”

“읏….”

허벅지를 만지던 손은 그대로 있어서 한 번 엉덩이 근처까지 꽉 주물렀다. 그래서 흠칫 움츠리며 인상을 썼더니 다시 물어보았다.

“그래서? 몇 명한테나 이런 얼굴 보여줬어요? 안 익숙한 척하면서 여기로 저 같은 환자들 잔뜩 잡아먹었죠?”

강동현이 스타킹을 지나 맨살을 주무르자 저도 모르게 야시시한 신음을 흘렸다.

“아앙…….”

“맞죠?”

“…아니야.”

강동현은 황경호의 허리를 자신의 쪽으로 눌러 좀 더 몸을 가까이했다. 강동현의 무릎 위에 앉아 있어 다리를 더 벌리게 되어 스커트가 위로 더 올라갔다. 강동현은 그의 턱에 쪽 하고 다시 입을 맞추었다. 잔소름이 인다.

“그럼 내가 몇 번째?”

“…처음….”

결국 그렇게 대꾸를 했더니 강동현은 살짝 인상을 쓰며 믿지 못하겠단 얼굴을 했다.

“사실대로 말해요. 지금 말하면 용서해줄게요.”

“…진짜 처음이야.”

이게 아닌가? 황경호는 이런 걸 해본 적이 없어서 어떻게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거짓말. 한두 번 해본 솜씨가 아닌 거 같은데.”

의심스럽다는 목소리다. 그는 가슴살을 쥐고 엄지로 젖꼭지를 희롱했다.

“속옷 안 입고 다니면서 살짝살짝 보여주고 다니잖아요. 나도 거기에 넘어갔는데.”

“내가 언제…!”

“게다가 팬티는 또 엄청 야해…. 와….”

강동현은 황경호의 스커트를 슬쩍 들춰보며 말했다. 황경호는 부끄러워서 확 치마를 내렸다.

“이, 이건 네가…….”

“그래서 제가 몇 번째라고요?”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혔다.

“처, 처음이라니까.”

“진짜?”

“응….”

“거짓말…. 내가 들은 게 있는데?”

황경호가 그게 무슨 소리냐는 듯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

“여기 의사랑 그렇고 그런 사이라든가, 조르면 누구랑도 한다든가….”

“그런 적 없어!”

“거짓말…. 이렇게 예쁜데? 남자들이 가만히 안 둘 것 같아….”

진짜 안 건드리는데도 온몸이 빨개졌다. 부끄럽다. 창피하다. 벌어진 옷깃을 감싸잡고 말했다.

“안 할래….”

그러면서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니 강동현이 잡았다.

“알았어요. 그만 놀릴게요. 어떻게 해줄까요? 말하는 대로 다 해줄게.”

“…….”

강동현은 부드럽게 말했다. 황경호가 갈등하자 강동현이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핥아줄까요?”

“뭐?”

그리고 강동현이 바로 치마 밑으로 머리를 들이밀었다.

“안 괴롭힌다면서…! 아아앗…!!”

황경호는 핥아주는 걸 그다지 좋아하지 않았다. 너무 부끄러웠다. 게다가 이런 옷까지 입고…

“아흑…! 아아앙…! 하앗…. 싫어…. 싫어…! 거기…. 아앗…! 깨물지 마아…. 흑…. 강동현…. 강동현…. 하읏….”

“진짜 여기 잘 느끼는구나….”

빨간색 레이스 팬티를 입힌다고 또 제모까지 싹 해놨다. 황경호는 그의 입에 하기 싫어서 필사적으로 참았다.

“그럼 이 다음은? 손가락 넣어도 돼?”

“하아…. 하아…. 읏….”

온몸에 털이란 털은 다 선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해소되지 못한 쾌감만 자꾸 쌓여갔다.

“응? 되면 치마 좀 올려봐.”

황경호는 강동현의 어깨에 얼굴을 묻은 채로 치마를 엉덩이 위로 올렸다.

“아…. 야하잖아. 역시 나 처음 아니지?”

“하으읏…. 아아…!”

차가운 젤이 들어오면서 강동현의 길쭉한 손가락이 쭉 들어왔다.

“도은혁 환자님~ 하고 평소처럼 나 불러 봐, 선생님.”

“하앗…. 으응…. 앙…! 하읏….”

기분 좋아…! 황경호는 온몸을 만져지고 핥아져 평소랑은 다른 느낌으로 확 달아올랐다. 게다가 계속 황경호만 부추기면서 자기는 깔끔하고…. 장난을 계속 치는 그를 그냥 덮치고 싶었다. 황경호는 살짝 풀린 눈으로 몽롱하게 그를 바라보며 그의 환자복 안에 손을 넣었다.

“도은혁 환자님…. 하으…. 빨리 넣어줘….”

“!”

강동현은 확 하고, 뭔가 화가 난 얼굴이 되었다.

“역시 나 처음 아니지? 다른 남자한테도 이렇게 한 거지? 왜 이렇게 잘해?”

그는 좀 과하게 몰입한 모양이었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코를 꼬집었다.

“너야, 너라고…. 어? 너 때문이잖아.”

“아, 그런가?”

강동현은 황경호에게 입혀놓은 빨간색 레이스 팬티를 살짝 옆으로 끌어당기고 자신의 남성기를 거기에 비볐다. 황경호는 핫 하고 몸을 떨며 눈을 지그시 감았다.

“아앙….”

“근데 너 진짜 잘 어울린다…. 원래 간호사라서 그런가…. 완전 좋다….”

강동현는 황경호의 가슴에 얼굴을 비볐다. 그리고 넣을 듯 말 듯 쿡쿡 장난을 쳤다.

“주사 놔줄까, 간호사 선생님? 응?”

“아아앙….”

황경호는 움찔움찔 엉덩이를 떨었다. 그렇게 흥분에 지고 말았다. 강동현의 머리를 감싸잡고 귀를 만지작거리며 속삭였다.

“놔줘…. 놔줘…. 찔러줘….”

“…아, 근데 너 더 야해진 거 같아.”

강동현이 갑자기 투덜거렸다. 그리고는 꾸욱 음부에 자지를 눌렀다. 잔뜩 만져댔더니 찌익, 쏙 하고 귀두가 들어갔다.

“하아…. 들어왔어…!”

황경호는 그대로 엉덩이를 파르르 떨며 체액을 잔뜩 흘렸다.

“흐으으으…. 아응….”

“경호야…. 아, 미치겠네. 너 아프리카에서 바람피운 거 아니지?”

“히익…. 흐아…. 말도 안 되는 말 좀…. 하지 마….”

황경호는 야시시한 얼굴로 느끼며 흐늘흐늘 강동현한테 달라붙었다.

“아니…. 윽…. 네가 너무 야하니까…. 아, 이게 의처증인가….”

강동현은 스스로 그렇게 진단하고는 진지하게 행위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윽…. 헉…. 하아…. 경호야…. 다리 좀 더 벌려….”

“흑…. 아아…. 강동현…. 강동현……. 아아앙…. 하앗…. 깊어…. 깊어어…. 아…! 뜨거워…. 흐읏….”

강동현이 황경호의 미끈미끈한 곳에다 아예 쑥 넣어버리니 황경호가 버거워하며 자지러졌다. 하지만 아까 너무 달궈놔서 황경호도 같이 엉덩이를 흔들었다.

“하아…. 으읏…. 아앙…. 아앗….”

“황경호 선생님…. 키스해주세요.”

온몸에 쾌감이 쫘악 달렸다. 머리카락, 손끝, 발끝, 젖꼭지, 아랫도리까지 전기가 달렸다. 황경호는 그의 머리를 끌어안고 입을 맞추었다.

“하앙…! 기분 좋아아…. 기분 좋아요…. 도은혁 환자님…! 핫…. 아앗…!”

“병원에서 환자 잡아먹는 거…. 큭…. 스릴 있지?”

“응…. 하으…. 응…. 기분 좋아….”

“다음에 또…. 해…. 하아…. 윽….”

빳빳하고 검붉은 살덩이가 빠른 속도로 하얗고 통통한 엉덩이 사이를 빠르게 들어왔다 나갔다 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젖꼭지를 번갈아 핥았다. 두 손으로 그의 양 엉덩이를 꽉 잡았다.

“하앙…! 은혁아…. 핫….”

“황경호…. 한다…. 윽…!”

딩동. 그리고 그 순간 초인종이 울렸다.

딩동.

“하앗…. 아앗…! 강동혀언…. 뜨거워…. 하윽…. 안 돼…. 하아아아앙…!”

딩동.

“헉…. 으윽…! 경호야…. 좀만…. 윽…. 너무 조여…. 큭…! 으으윽…!!”

딩동. 딩동. 기나긴 연휴를 알차게 쓰고 있는 신혼부부(?)는 벨 소리를 잘 알아차리지 못했다. 강동현은 반쯤 내려간 스타킹을 신은 황경호의 한쪽 허벅지를 꽉 잡아서 벌렸다. 야하게 다리를 벌리고 뜨거운 자지를 그사이에 꽂고 있는 게 그대로 보였다. 황경호가 질질 울었다.

“흑…. 흐으…. 아아…. 으읏….”

그대로 경련을 하며 구멍을 마구 움찔거렸다. 강동현은 완전 뿅 가서는 황경호의 얼굴을 깨물었다.

“최고예요…. 선생님….”

뜨거운 목소리로 그렇게 속삭였다. 그리고 서로 부둥켜안고는 헐떡거렸다.

딩동딩동딩동

그동안 바깥의 손님은 초인종을 왕창 누르고 있었다. 황경호는 헐떡거리면서 반쯤 정신이 나가 있다가 벌떡 일어났다.

“누구 왔어…!”

원래 긴장감이 많은 사람일수록 긴장이 풀렸을 때의 무방비함을 두려워한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어깨를 잡고 마구 흔들었다. 강동현은 약간 삐뚤어진 황경호의 머리띠를 제자리로 돌리며 입술에 쪽 입을 맞췄다.

“택배겠지…. 키스하자.”

그러면서 깊게 입을 맞추려고 하자 황경호가 그를 퍽 쳤다.

“추석에 무슨 택배야! 누구 오기로 한 거 아냐?”

“여길 또 누가 와…. 엄마면 모를까….”

강동현이 성의 없이 그렇게 말하며 다시 훅 들러붙으며 지분거렸다.

“…!”

황경호는 변태같이 자꾸 치마 속에 손을 집어넣는 강동현을 떼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의 것이 쑥 빠졌다.

“하으….”

황경호는 얼른 인터폰으로 달려갔다가 기겁을 해서 온몸의 털이 다 곤두섰다.

“우악! 너네 어머니 맞아…!”

강동현은 인상을 엄청 구겼다. 그리고 황경호 쪽으로 걸어갔다. 황경호는 자기 꼬라지를 내려다보고 온몸이 새빨개져서는 발을 동동 굴렀다.

“어떡해…! 어떡하지…! 일단 옷…!!”

저걸 어떻게 입혔는데…. 강동현은 드레스룸으로 달려가려는 황경호의 손을 붙잡았다. 그는 세상 이렇게 짜증이 날 수 없다는 얼굴로 인터폰의 버튼을 눌렀다.

“내가 연락 없이 오지 말라고 했지? 씨…. 내가 이래서 엄마한테 주소 안 가르쳐 준 거야, 알겠어? 가.”

[은…!]

강동현은 그렇게 인터폰을 툭 껐다. 황경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올려다보다가 그의 등을 철썩 쳤다.

“야!”

“아야.”

강동현은 그 정도 반응을 하며 황경호의 허리를 훅 끌어안았다.

“우리 간호사 선생님이 환자를 치네? 응? 고소 각이야, 이거?”

“농담하지 말고…. 잠깐만…. 앗…!”

“아까는 그렇게 귀엽게 조르더니. 진짜 선생님 안 되겠어요. 내가 잡아먹어야지~”

“야!! 엄마 밖에 계시잖아! 뭐 하는 거야!”

황경호가 화를 냈다.

“옷! 갈아! 입고! 빨리 나가!!”

황경호는 강동현은 철썩철썩 쳤다. 그렇게 강동현을 떼어내고 황경호는 옷을 벗으면서 드레스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 순식간에 옷을 다 갈아입고 강동현을 드레스룸에 집어넣고 현관으로 달려갔다.

“어머니~”

현관문을 열면서 친밀감 어린 목소리를 내는 황경호였다. 아주 짜증이 머리끝까지 나 있던 강동현은 옷을 갈아입으면서 투덜거렸다.

“지가 무슨 시집살이 하는 새색시도 아니고…….”

본인이 그렇게 말해 놓고 의외로 그 개념이 마음에 들었다.

‘그럼, 쟤가 우리 엄마한테는 며느린가….’

그렇게 생각하니 약간 짜증이 풀렸다. 강동현은 어슬렁 드레스룸에서 나왔다.

“경호야, 얼굴이 왜 이래? 전에도 반창고 같은 거 붙여놨더니….”

“손대지 마세요. 알러지라….”

“멍든 거 아냐?”

“아니에요…! 아, 은혁아, 어머니 오셨어. 인사 제대로 해.”

황경호는 그렇게 다급하게 말하곤 얼른 어디로 들어가 뺨에 반창고를 붙이러 갔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어디 들어가는 걸 확인하고 곧바로 엄마한테 화를 냈다.

“엄마 진짜 왜 이래? 이런 식으로 찾아오는 거 싫어하는 거 알잖아? 지금 장난해? 쟤가 모셔주니까 이제 내 말이 말 같지가 않고 막 그래? 어?”

“아니…. 그게 아니라….”

오늘도 예쁘고 세련된 강동현의 어머니는 아들의 다그침에 기가 죽어 변명같이 대답했다.

“은연이도 너도 연락이 안 돼서…. 경호도 연락 안 되고…….”

“그렇다고 말도 없이 이렇게 찾아와? 엄마 누나한테는 안 이러잖아.”

“은연이는 지금 바쁘잖아…. 그게….”

어머니는 눈물을 뚝 떨어뜨렸다. 강동현은 더 인상을 썼다. 엄마가 우는 건 딱 질색이었다. X나 성가시다. 어머니는 울먹거리면서 말을 이었다.

“너희 아빠 바람났나 봐…. 흑…!”

“…뭐?”

자초지종을 듣자 하니 이랬다.

이번 추석엔 강동현도 강동현의 누나도 집에 오지 않아 한적했다고 한다. 큰집에 들렀다가 오는 길에 남편의 휴대폰에 온 메시지를 우연히 확인했다고(“아니, 다른 사람 메시지를 왜 함부로 봐?”) 한다. 그리고 비서랑 둘이서 여행을 갈 계획을 세우는 것을 봤다고.

“…….”

“…….”

“…흑….”

누구한테 말도 할 수도 없고 창피하고 그런데 도저히 같이 못 있을 것 같아서 도망왔다고 한다. 황경호는 섣불리 뭐라고 해도 괜찮을지 알 수가 없어서 어머니의 등을 쓰다듬으며 위로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 강동현이 한마디 했다.

“제대로 본 거 맞아? 아버지가 그럴 사람은 아니잖아.”

어떤 말을 하더라도 지금 이 말은 안 하는 게 맞는 것이다. 황경호는 그를 노려보았다. 게다가 저게 지가 할 말인가.

“왜? 엄마가 잘못 봤을 수도 있잖아. 그리고 의심되면 바로 그때 아빠한테 물어보지, 왜 여기까지 와서 이 난리야?”

“…그래…. 네 말이 맞네….”

“…….”

모든 사람들이 강동현처럼 저렇게 강인할 수 있는 것은 아니었다. 황경호는 예전에도 몇 번 비슷한 논지의 말을 그에게서 들은 적이 있었다. 그때는 당사자가 자신이라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항상 생각했는데 다른 사람에게 하는 것을 보니 이건 폭력,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황경호는 그를 확 노려보았다. 강동현은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좀, 정떨어진다. 지금.

“…어머니, 잘 오셨어요. 커피 다 드셨는데 더 드릴까요? 물 드릴까요?”

“아니…. 괜찮아.”

황경호는 그녀가 그렇게 말해도 부엌에서 잔뜩 뭘 다 가지고 왔다.

“자세하게 말씀해보세요. 아버님이 하신 문자가 그 비서분이랑 여행을 가자는 거였어요?”

“아니…. 벌써 여행지는 정했고 거기 호텔을 어디서 지낼 거냐고…. 어디가 마음에 드냐고…. 그런 말 하고 있더라고.”

어머니는 많이 진정이 되셨는지 그렇게 차분히 말했다. 그리고는 황경호를 보면서 살짝 난처한 미소를 지었다.

“경호한테는 미안하네…. 자꾸 저번부터…. 안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아줌마가 자꾸 귀찮게 해서 싫지?”

“아니에요! 아니에요. 진짜 아니에요….”

황경호는 이렇게 해도 그녀가 믿지 않을 것 같아 더 덧붙였다.

“솔직히…. 동지 생긴 기분이었어요. 저 나쁜 놈 때문에….”

황경호는 아까부터 그에게 기분이 왕창 상해 있었기 때문에 대놓고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이 투덜거렸다.

“왜 갑자기 날 걸고넘어져.”

“그리고 쟤도 저번 여친 사귀고 있을 때 바람피웠어요.”

“야…!!”

그러자 어머니는 깜짝 놀라서 강동현을 보았다.

“너 영지한테 차였다고 했잖아….”

“들켰나 보죠.”

황경호는 모르는 척 덧붙였다. 그러자 어머니는 확 얼굴이 상기되시더니 다시 눈물을 훔치셨다.

“이 집 남자들은 정말 왜 이러니…. 이럴 거면 간이라도 빼줄 것처럼 잘해주지나 말던가….”

“…….”

어머니의 말씀에는 황경호도 약간, 아니 좀, 아니 좀 더 타격을 받았다. 몇십 년의 시간도 아무것도 아닐지도 모른다.

‘아니…. 이런 건 생각 안 하기로 했잖아.’

생각하지 말자. 생각하지 말자. 황경호는 그녀를 위로했다.

“그러게요…. 나쁘다….”

어머니는 물을 조금 마시고는 다시 진정하셨다.

“그래…. 그 비서가 진짜 예뻐. 젊고…. 똑똑하고…. 참 괜찮은 아가씨였어. 그런 젊은 여자랑 같이 일하는데 어떻게 눈이 안 돌아가겠어. 애 아빠도 남잔데….”

“아니에요. 그런 게 무슨 상관이에요. 진짜 바람피운 거면 둘 다 나쁜 거죠.”

“나…. 이제 어쩌면 좋지….”

“어떻게 하고 싶으신데요?”

“모르겠어….”

어머니는 잠깐 생각을 하시더니 말을 이었다.

“별로 싸우거나 하고 싶지는 않아. 그냥 애 아빠가 원하는 대로 하는 게 좋을 거 같아…. 그냥 애들한테 피해 안 주는 쪽으로…. 아마 그 정도는 해줄 거야.”

“그럴까요?”

황경호가 걱정스럽게 물으니 어머니는 약간 웃는 얼굴로 말했다.

“내 얘기밖에 안 들어서 그렇지 그렇게 나쁜 사람은 아니야. 좋은 사람이야.”

“…….”

뭐라고 해야 할지 알 수가 없었다. 황경호는 약간 울컥했다. 왜인지 알 수는 없었다.

“어머니 진짜 미인이시니까 인기 많을 거예요. 훨씬 더 멋진 남자 만나면 되죠.”

“하하…. 말이라도 고마워. 진짜…. 고맙다. 별로 좋지도 않은 얘긴데 이렇게 잘 들어줘서. 전에도 느꼈지만 진짜 요즘 애들답지 않게 착하네…. 싹싹하고…. 부모님께서 진짜 잘 키우셨다.”

“…….”

진짜 좀 울컥한다…. 황경호가 아무 말도 못 하고 그녀를 보고 있었다.

“…그냥 둘이서 소설을 써라, 소설을. 그냥 내가 아버지한테 물어볼게.”

강동현이 약간 신경질적으로 말하더니 휴대폰을 들었다.

“야…!!”

“은혁아…!”

둘이서 휴대폰을 뺏으려고 하니 강동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스피커를 틀고 아예 손을 위로 뻗었다. 다른 둘은 절대 손이 닿지 않을 높이였다.

“은혁아, 응? 잠깐만…. 잠깐만 엄마 마음의 준비 좀만 더 하고…. 응?”

“야! 진짜 갑자기 그러면 어떡해? 잠깐만! 잠깐만 기다리라고!”

[어, 아들.]

“아버지.”

어머니와 황경호는 곧바로 입을 다물었다.

[넌 논다는 애가 집은 왜 안 와? 할머니 너랑 은연이 안 왔다고 엄청 섭섭해 하시더라.]

“안 놀아요. 바빠요.”

[할머니한테 바로 전화해라.]

“네.”

[그래. 왜 전화했어? 은연이랑 싸웠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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