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았어?”
“아~ 그럼 그냥 네가 하든가.”
방해를 자꾸 받으니 이쪽도 성가신가 보다. 이쪽도 짜증을 낸다.
“사람이 기껏 열심히 몇 번이나 기분 좋게 해줬더니. 다른 사람 같으면 12첩 반상이 나오겠다.”
또 사람 말 무시한다…. 황경호는 온몸이 확 빨개졌다가 그에게 곧바로 뭐라고 하려는데 할 말이 없었다. 그리고 자신이 오늘따라 그에게 바라는 게 많다는 걸 깨달았다. 기대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싸웠다.
‘뭐야…. 기대 같은 건….’
그런데…. 그래도 좋아서 살도 자꾸 섞었다. 그러니까 점점 상대가 다시금 제멋대로 되어가는데 그것도 모르고 자꾸 자신을 이해해달라고 조르고 있었다. 그는 전형적으로 잡은 물고기에겐 먹이를 안 주는 유형의 남자였다. 그것도 꽤 노골적으로….
‘얘 원래 이런 놈이라고…. 알면서 자꾸 왜 이래….’
원하는 걸 얻기 전에 하는 말은 술을 먹고 하는 고백이나 별다를 바가 없을지도 모른다. 역시 좋아한다고 안 하기 잘했다…. 황경호는 알면서도 자꾸 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자신에게 못내 실망했다. 한심하다. 황경호는 그가 자신을 지분거리는 게 끝나기를 조용히 기다렸다.
‘생각해보니까 진짜 멍청하네…. 이 새끼 또 사람 엄청 괴롭히고 있는데 거기서 좋다고….’
애초에 그가 전부 황경호의 마음에 들게 행동한다는 건 불가능에 가까웠다. 성격이 안 맞는 건 둘째 치더라도 둘은 애초에 서로 다른 사람이었으니까 말이다. 말을 하지 않으면, 설사 말을 하더라도 모든 것이 다 맞아 떨어진다는 건 불가능할 것이다.
‘얘도 노력하고 있으니까…. 나도 적당히 하자. 섹스만 좀 조심하면….’
그렇게 혼자서 좀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역시 외국 같은데 둘이 나와서 같이 있으니까 강동현뿐만 아니라, 황경호도 들뜬 모양이었다. 다른 사람의 눈을 의식하며 조심조심 다니는 데이트와는 다르니까 말이다. 석양을 바라보며 밖에서 섹스를 하기도 했다.
‘미쳤지….’
황경호는 한숨을 쉬었다.
“…나 씻을게.”
시간이 적당히 지난 것 같자 황경호가 강동현을 밀어내며 그의 것을 빼내려고 했다. 강동현이 그를 붙잡았다.
“더 안 할 거야?”
“응…. 피곤해.”
“더 하고 싶은데….”
강동현이 황경호의 뺨에 쪽쪽 입을 맞추며 다시 끌어안았다. 그는 기본이 서너 번이 훌쩍 넘어가니 말이다. 부족하다고 느낄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황경호는 마음을 좀 가라앉히고 싶었다.
‘이런 거 이혼 사유에도 들어가지 않나?’
문득 황경호는 그런 생각을 했다가 약간 어이가 없어 속으로 웃었다. 그를 다시 밀어내며 천천히 그의 것을 빼냈다.
“하읏…. 윽….”
길게 쭈우우욱 미끄러져 나온다. 황경호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한숨을 쉬었다. 강동현은 그런 그의 얼굴을 핥듯이 보고 있었다. 다시 구멍이 한 번에 조여지며 내장이 꿈틀거린다. 황경호는 그 느낌을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이런데도 공간감과 이물감이 심해서 하반신 전체가 뻐근했다. 이러면 적어도 한나절은 계속 불편하다.
‘나만….’
어쩐지 억울하다…. 역시 좀 마음을 가라앉힐 필요가 있었다. 황경호가 그대로 일어나서 욕실로 향하자 강동현이 졸졸 따라왔다.
“같이 씻자.”
“…혼자 있고 싶어.”
욕실 문의 틈 사이로 황경호가 조용히 말했다. 강동현은 깜짝 놀랐다. 뜬금없이 진짜 특급 위험 대사가 나왔다.
“응?! 왜? 잠깐만…!”
문을 닫으려는 걸 힘으로 버텨서 안으로 고개를 들이밀었다. 그냥 쳐들어가는 건 지금까지 여러 예를 보았을 때 그다지 놓은 선택이 아니다. 괜히 새집을 사고 황경호의 방을 만들어 놓은 게 아니다. 같이 살기로 마음먹은 이상, 특히나 황경호에게는 그가 자기 방에 들어오든 자기 물건을 전부 헤집어 놓든 일체 그의 소관에 맡긴 상태다. 아니, 애초에 집도 사주고 집안일 일체를 그에게 모두 일임한 상태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황경호는 자신의 영역에 강동현이 함부로 들어오는 것을 굉장히 싫어했다. 저번에 작은 방에 레고를 잘못 건드렸다가 한 이틀은 말을 안 한 적도 있었다.
“…왜 그래?”
강동현이 그의 눈치를 보면서 물었다. 황경호는 샤워부스 안에 들어가 물을 틀었다. 강동현은 슬슬 각을 재면서 안으로 들어갔다. 샤워부스 앞에 있는 의자에 앉으며 안에 있는 그를 보았다. 물이 묻어서 유리창이 어지럽다.
‘하고 나면 가끔 우울해하는 것 같다….’
강동현은 그가 너무 어려웠다. 가만히 기다릴까 안으로 들어갈까 고민을 하다가 슬 안으로 들어갔다. 황경호가 강동현을 살짝 돌아보았다. 뭐라 말로 설명하기 어려운 표정이다. 약간 우울한 듯, 취약한 듯한 얼굴이 마음을 끌었다. 강동현은 손에 샴푸를 짜서 그의 머리를 감겨주기 시작했다.
“미안….”
“…뭐가.”
“뭐든.”
강동현은 부드럽게 그의 두피를 마사지하며 그를 마주 보았다. 그러자 황경호도 강동현의 얼굴을 가만히 보다가 말했다.
“나도 미안….”
“뭐가?”
“나도 내가 왜 이러는지 잘 모르겠어….”
완전히 기색을 숨기는 것도 아니고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게 있다는 것을 티 내는 주제에 말은 제대로 하지 않고…. 강동현이 답답해하는 것도 이해가 되었다.
황경호는 자신의 우울증이 많이 나았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자살 충동에 마구 시달렸던 때와는 정말 다르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때 왜 그렇게까지 했어야 했는지 지금도 이해가 되지 않을 정도였으니 말이다. 하지만 초록이를 보면서 다시 살아갈 힘을 얻고 그때 연이 깊어진 많은 사람들과 어울리며 점점 안정감을 찾아갔다. 여전히 남들보다 잘살 자신은 없었다. 하지만 모두들 작든 크든 고민을 가지고 살아갈 것이다. 가끔 힘들 때면 그렇게 생각하면서 스스로를 바로잡곤 했다.
그래서 다른 일상에서 느끼는 우울감이나 다른 것은 빨리빨리 대처가 가능한 편인데 강동현에 대한 것만큼은 그렇게 잘 되지가 않았다. 제대로 몇 번 말하면 그는 확실히 황경호의 말대로 뭐든 해주었다. 강동현이 말한 대로 강동현만 나쁜 놈으로 생각하려고 하는 것 같다. 이상한 데서 계속 땅을 판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좋아했다. 황경호도 그를 좋아했다. 그런데도 왜 뭐든지 다 해결이 되지 않는 걸까? 가끔 너무나 좋은데 가끔은 또 너무나 밉다. 여전히 불안하다. 여전히 초조하다.
강동현이 피식 웃으며 황경호의 이마에 입술을 눌렀다.
“괜찮아. 그럴 때도 있는 거지.”
“그래도 좀 살살해. 진짜 죽겠어.”
“그것 때문이었어?”
강동현이 얼굴을 떼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황경호는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그럼 뭐 때문인 줄 알았는데?”
“가끔 너 하고 나서 우울해하니까.”
“…….”
알고 있었나? 황경호는 강동현을 올려다보았다. 강동현은 샤워기를 틀어서 그의 머리를 헹구어주었다.
“신경 못 써줘서 미안. 앞으로는 조심할게.”
“…안 귀찮아?”
황경호가 불쑥 물었다. 강동현은 그의 머리에 린스를 다시 발라주며 되물었다.
“뭐가?”
“나….”
“네가 뭐?”
강동현은 다시 그의 머리를 물로 헹구었다. 약간 주저하다가 황경호도 강동현을 씻겨주기 시작했다.
“내가 생각해봐도 가끔 성가실 거 같아서…. 내 성격….”
쉽게 상처받고 그러면서 말은 잘 안 하고 그렇다고 잘 풀리는 것도 아니다. 자존감이 낮아 끊임없이 최악의 상황을 상상하고 두려움에 쉽게 휩쓸려 방어적인 선택들만 해댄다.
“별걱정을 다 하네.”
강동현은 이상하다는 듯이 그를 내려다보았다.
“착해서 그런 거 아냐, 너. 싸울 때 보면 너 나 막 봐주면서 싸운단 말이야. 그러니까 맨날 나한테 지지. 참지 마. 참지 마, 뭐든.”
강동현은 거품을 내서 그의 손부터 문지르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네 성격에 제일 덕 보는 게 아마 나일 텐데.”
“…….”
알고 있네…. 황경호는 자신을 껴안아 등을 문질러 닦아주는 그의 손길을 가만히 받았다.
“집만 나가지 마라. 그리고 나중에 억지로 뭐 했다느니 이런 소리 하지 말고. 그것만 아니면 뭐…. 네가 뭘 하든 다 괜찮아.”
강동현은 정말 별거 아니라는 듯이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그의 이런 면이 가끔은 정말 싫었는데 지금은 뭔가 위안을 받는 느낌이다. 정말 별거 아니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다. 갑자기 뭔가 긴장이 풀리는 느낌이었다. 미끌미끌한 비누 거품 한 겹을 사이에 두고 그와 껴안고 있는 게 기분이 좋았다.
“졸려.”
“빨리 씻고 자자. 나도 이제 졸리네.”
그렇게 씻고 대충 머리를 말리고 같이 침대에 누웠다. 침실이 두 개이긴 했는데 그냥 자연스럽게 한 침대에 누웠다.
“자.”
“…….”
강동현이 한쪽 팔을 내밀며 씨익 웃었다. 이런 비슷한 구도를 그가 찍은 광고 중에서 본 것 같은데…. 황경호는 짐짓 아무렇지 않은 척 그의 팔에 머리를 베며 말했다.
“나중에 팔 저릴 텐데.”
“그때 가서 생각해야지, 그런 건.”
그리고선 좀 잡담을 했다.
“근데 그 나 전에 오는 환자. 걔 너네 선생님 고소할 생각은 없대?”
강동현이 뜬금없이 물었다. 황경호가 눈을 감고 대답했다.
“나 실직자 됐으면 좋겠어?”
“아니…. 그냥. 궁금해서.”
“넌 작품 언제 또 할 건데?”
“몰라. 슬슬 대본 받아보고 있긴 한데. 한 1년은 쉬어야지. 나 진짜 소처럼 일했다.”
“그래…. 뭐든 건강 챙기면서 해야지. 다 낫고 해. 다 낫고.”
“니네 선생이 이제 나 많이 나았다던데.”
황경호가 눈을 감을 채로 인상을 찌푸렸다.
“아니거든? 지루 좀 고쳐, 지루. 죽겠어.”
“아, 그거….”
강동현이 어물쩍하게 대답했다.
“선생님한테 못 들었어? 조루나 지루는 파트너한테도 엄청 스트레스라고?”
“어….”
“지루 나을 때까지 안 할까 보다.”
“아니, 그건 좀…. 그게…. 그렇게 힘들어? 응? 많이?”
“아, 몰라. 자. 피곤해.”
“아니, 그래도 말 좀….”
“일단 자. 내일 얘기해.”
“네….”
비뇨기과 간호사면서 말이다. 다른 환자들에겐 그렇게 상냥하면서 말이다. 강동현한테는 얄짤없다.
‘…파트너한테도 스트레스….’
강동현은 은근히 신경이 쓰여서 잠을 약간 설쳤다.
*
이튿날은 본의 아니게 그냥 둘이서 뒹굴거렸다. 같이 살아도 둘 다 일이 있는 사람이라 이렇게까지 같이 시간을 보낸 적은 처음인 것 같다.
“하아…. 으으응….”
황경호는 강동현의 위에 올라타서 엉덩이와 허리 양 언저리를 잡고 있는 그의 팔을 잡고 엉덩이를 흔들고 있었다. 강동현이 빨간색 레이스 팬티를 입혀놨다. 쿨쩍쿨쩍. 찹. 찹. 찌익. 찍. 첩. 느리고 야한 몸짓이었다. 거기가 뜨겁다.
“하우윽…. 으앗….”
많이 빠져나갈 일도 없이 안에 뭉텅하게 자리를 차지하고 있는 강동현의 자지였다. 뜨겁다. 배가 욱신거린다. 민감한 부위를 전부 강하게 압박하고 있었다. 강동현이 뿅 가는 얼굴로 황경호를 올려다보았다.
“아…. 진짜 좋다…. 내가 하는 것보다…. 윽…. 네가 하는 게…. 훨씬 좋아….”
서로 좋아하는 성인 두 사람이 일도 없이 외국에 놀러 나와 있으나 관광은 뒷전이고 결국 섹스 삼매경. 강동현의 커다란 손이 황경호의 배를 거의 다 움켜쥐듯 만졌다.
“아아앙…. 만지지 마.”
황경호가 예민하게 움찔거리며 그의 손 위에 자신의 것을 겹쳐 잡았다. 이런 거 하고 있을 때 그가 배를 만지면 이상한 게 막 나올 것 같다. 아랫배가 긴장되어서 금방이라도 실금을 할 것 같다. 그걸 아는지 모르는지 강동현이 황경호의 배꼽 근처를 엄지로 꾸욱 눌러 그렸다.
“흐읏…!”
황경호가 얼굴을 확 붉히며 앞으로 몸을 기울였다. 그의 요분질이 진득하게 느려졌다. 그리고 스스로 엉덩이에 깊게 넣었다 뺐다 움직였다. 어제오늘로 몇 번 했다고 꽤 부드러워졌다. 대담하게 깊게 쑥 넣었다가 뺄 때는 쪼오옥 빨아내듯 조였다.
“너 진짜 잘해…. 어디서 배웠어?”
강동현이 헐떡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는 다른 손으로 황경호의 팬티 끈을 튕겼다.
“이, 이런 걸 어디서 배워…. 으응….”
알다시피 어제의 강동현이야 오랜만이라 마구 밀어붙이면서 했는데 그는 일단 리드를 잡으면 강약이 있고 기승전결이 있고 클라이맥스와 안달남이 있었다. 진짜 잘했다…. 자신보다 훨씬 잘하는 것 같다. 황경호가 강동현의 아랫배에 엉덩이와 허벅지를 꾸욱 누르고 앞뒤로 엉덩이를 젓기 시작하자 강동현이 허억 숨을 들이켜며 황경호의 배를 움켜쥐었다.
“와씨…. 윽…. 아우…. 나….”
“아…! 거기 누르지 말라니까….”
황경호는 눈을 지그시 감고 부르르 떨었다가 다시 눈을 뜨고 강동현을 내려다보았다. 강동현은 분명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얼굴로 황경호의 밑에 깔려있었다.
이럴 때 그는 엄청 고분고분하다. 말을 엄청 잘 듣는다. 기본적으로 굉장히 남자답게 생겼고 섹스를 할 땐 엄청 섹시한 그라 귀엽다는 말이 잘 안 어울릴지는 모르겠지만 귀엽기도 했다. 황경호는 그의 잘생긴 얼굴을 손으로 만져 보았다. 가끔 너무 잘생겨서 실감이 안 나서 그랬다.
강동현이 그 손을 강하게 끌어당겨 황경호는 숨을 멈추고 끌려갔다. 깜짝이야….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입을 맞추고 혀를 진득하게 핥더니 황경호의 등허리를 쓰다듬었다. 강동현은 취한 것 같은 목소리로 뭔가 조르듯이 물었다.
“진짜? 다른 사람이랑 이런 거 안 해봤어? 진짜로?”
“진짜라니…. 아….”
황경호는 그렇게 대답하다가 순간 이덕재가 생각나서 말을 멈추었다. 그리고 그 순간 강동현도 같은 사람을 떠올렸는지 인상을 찌푸리며 욕지거리를 했다. 그리고 사과했다.
“…미안….”
“…….”
그대로 눈을 마주치고 있으니 갑자기 강동현이 근질근질한 얼굴로 달라붙어 왔다. 황경호의 박자에 맞추어 부드럽게 같이 움직였다.
“이런 건 안 해줬지?”
“안 했어…! 무슨 말을 하는 거야!”
“진짜지? 키스도 안 했다고 했고.”
강동현은 확실하게 할 요량이라는 듯 황경호의 입술을 마구 빨았다. 그리고 상대를 꽉 끌어안았다. 쑥 들어온다. 황경호는 부들 떨었다.
“아아앙….”
강동현 스스로도 스스로를 말리고 싶은 모양이었지만, 결국 맘에 걸리는 거나 하고 싶은 건 다 하는 남자라….
“안에다 하게 해줬어?”
“…!”
황경호는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쳤다. 화가 난 얼굴로 강동현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강동현은 자기도 잘못한 걸 아는지 복잡한 얼굴이었다. 하지만 부글부글하다는 듯 황경호를 더 꽉 끌어안았다.
“아…. 열 받아. 너 내 건데. 내 건데….”
“이제 와서 왜 이래?”
황경호가 좀 화가 나서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고 얘기하려고 했지만 강동현은 그냥 황경호를 더 꽉 끌어안으면서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네가 그때 화도 못 내게 했잖아. 그때 네가 한 말 다 맞긴 한데…. 젠장. 가끔씩 생각하면 울화통 터져서. 그런 새끼랑 너랑 이런 거 했다고 생각하는 것만으로 열 받아. 상상만 해서 더 그런 것도 같고.”
“그런 걸 왜 상상해! 변태야?!”
황경호가 어이가 없어서 그를 한 대 더 때렸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누르며 웅얼거리듯 말했다.
“아직도 나랑 그 새끼랑 같은 놈이라고 생각하는 거야?”
그러면서 눈을 마주쳤다.
“…….”
황경호는 아래위로 흔들리면서 진짜 짜증 난다는 표정을 했다. 진짜 이 상황에서 그런 얘기를 해달라는 건가. 이 새끼는 무드가 있는 놈인지 없는 놈인지 모르겠다.
‘지 여자친구한테는 절대로 안 이랬겠지….’
열 받는다…. 황경호는 확 음부를 조여 그의 것을 쥐어짜듯이 해서 그의 단단한 아랫배에 하반신을 딱 붙이고 엉덩이를 마구 흔들었다. 수준급의 트월킹이다.
“우앗…! 잠깐만…! 으윽…! 아…!!”
강동현이 깜짝 놀라서 황경호의 양 엉덩이를 꽉 쥐어서 멈추게 했다. 황경호가 그의 손을 엉덩이에서 떼게 했다.
“으윽…. 진짜?”
강동현이 봐달라는 듯이 그의 얼굴을 보았다. 그는 황경호의 등허리를 대신 꽉 끌어안았다. 그가 그런 식으로 끌어안으니 움직이는 게 불편했지만 그래도 엉덩이와 허리 근육만을 써서 엉덩이를 아래위, 앞뒤, 양쪽을 번갈아 가며(?) 움직여 그를 빨리 끝내려고 했다.
“우으으윽…! 아…! 큭! 좀만 천천히…. 우아…. 제기랄…. 윽…!!”
진짜 그쪽 업계(?) 애라 그럴까. 뭘 이렇게 잘하는가. 진짜 상스러운 말을 할 것 같다. 자지에 불이 붙었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양어깨를 끌어안고는 그렇게 빠르게 엉덩이를 움직였다.
“하아아…! 빨리…! 하앗…. 앙…. 아앗…. 읏….”
역시 컨트롤을 누가 잡느냐가 중요한 것이다. 강동현이 리드를 잡으면 황경호는 정신을 못 차리고 그에게 휘둘려야 했지만 황경호가 리드를 잡으면 딱 그 반대가 되었다. 황경호는 그의 벌건 귀를 깨물며 속삭였다.
“이 색마…. 변태. 빨리 찍 하고 싸. 싸고 싶어 죽겠잖아. 맨날 콘돔도 안 하려고 하고…. 나쁜 놈.”
헐떡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더니 강동현의 온몸이 부푼다는 착각이 들 정도로 움찔거리다가 결국 성대하게 파정하기 시작했다.
“아욱…! 으으으윽…!!!”
황경호도 참고 있던 것을 내보내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기분 좋아….’
죽을 것 같지도 않고 경련도 없었다. 예상치보다 약간 더 강한 정도의 오르가즘이 화하게 온몸을 떨리게 했다. 그렇게 딱 기분이 아주 좋을 정도로 느꼈다. 안팎으로 희끄무레한 정액으로 범벅이 되었다. 강동현이 허리를 꽉 눌러서 가장 깊숙한 곳에다 질질 사정을 길게 하자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그가 끝나기만을 기다렸다.
그가 안에 생으로 사정을 하는 것을 고집한다는 사실은 몇 번을 생각할 필요도 없이 부끄럽다. 진짜 완전 나쁜 놈이다. 근데 진짜 영역 표시를 하는 것도 아니고 꼭 이렇게 한다. 타협을 해서 그냥 바깥에다 싸주기만이라도 해달라고 해도 말이다. 끄떡도 안 한다. 하지만 꽉 끌어안겨 있는 건 황홀하다. 피부를 맞대고 비비는 것도…. 그래서 황경호도 구렁이 담 넘어가듯 지나가 버리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강동현이 온몸에 힘을 주어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끝내주는 한 발을 마저 다 싸고는 그대로 황경호한테 기대어 축 늘어졌다.
“하아…. 하아…. 윽…. 하아….”
그는 이런 식으로 사정을 하면 태반을 오랫동안 정신을 못 차렸다. 그는 덩치가 컸기 때문에 엄청 무거웠다. 황경호는 어렵사리 그를 다시 눕혔다. 그랬더니 눈을 감은 채로 헐떡거리고 있는 섹시한 그의 얼굴이 보였다. 황경호는 뜬금없이 입을 열었다.
“…걔는 엄청 빨리 끝났어. 콘돔도 했고…. 넣자마자 그냥….”
“…….”
“지금 생각해보니 콘돔도 해줘서 너보다 낫지 싶기도 하고….”
강동현은 헐떡거리면서 말도 못 했지만 인상은 좀 찌푸렸다. 그는 황경호의 손을 꽉 잡았다. 그리고 몇십 초 있다가 입을 열었다.
“…나뿐이라고 말해.”
“응?”
“나라고 말하라고. 그런 조루 새끼랑 하긴 뭘 해, 젠장…. 나밖에 없잖아, 너랑 섹스한 사람.”
“어….”
황경호가 의미 없는 소리를 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강동현은 심한 탈력감에 빠져 제대로 움직이지도 못하면서 손을 끌어당겨 황경호를 자신의 위에 엎드리게 했다.
“네가 그때 그 새끼가 해줘서 느꼈다길래 진짜 화나서 미치는 줄 알았는데…. 씨…. 너 처음에 내가 만졌을 땐 싫어만 했으면서.”
“그걸 좋아하는 게 더 이상한 거지…. 바보 아냐.”
황경호가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그런데 그가 옛일에 대해서 이런 식으로 말하는데도 적반하장이라고 화가 나거나 상처를 받는 게 아니라 어이가 없다는 감정이 강하다는 게 신기하다.
“그럼 그 병신 새끼 그러고 있었는데 넌 어떻게 느낀 건데?”
“그냥…. 내 거 빨더라고…. 머릿속으로 다른 거 생각하고 있으니까 사정이 되긴 해서…. 기분 좋다거나 그런 건 아니고 그냥 나오긴 나와서….”
게다가 어쩐지 그날 일도 덤덤하게 이야기하니 정말 별게 아닌, 아주 먼 옛날의 일을 얘기하는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그때의 불쾌함을 떠오르지 않는 건 아닌데 대체적으로 그랬다. 오히려 그 예전 일을 가지고 짜증이 엄청 난 강동현과 대비되어서 그런지 더 그렇게 느껴졌다. 그렇다. 그는 엄청 짜증이 나 있었다.
“아, 젠장. 이리 와봐.”
“뭐? 잠깐만…. 우앗…!”
강동현이 황경호를 마구 끌어올려 자기 얼굴 위에 올라타게 했다. 황경호는 자기 아랫도리를 손으로 가렸다. 세상에. 그의 그 잘난 얼굴에 이런 식으로 올라타고 있었다. 강동현은 그의 양 손목을 꽉 잡아서 떼어냈다. 그리고 이로 팬티를 물어서 옆으로 치웠다. 그의 것을 입에 넣었다.
“내가 더 잘하지?”
뭘 경쟁하려 드는 것인가! 바보다. 황경호는 펄쩍 뛰었지만 그에게 단단히 붙잡혀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서로의 체액이 잔뜩 흘러내리는 허벅지를 벌려 그의 잘생긴 얼굴 위에 올라타서 펠라티오를 당하고 있었다.
“아아앙…. 나 이거 싫다니까…! 하앙….”
황경호는 온몸을 핑크빛으로 물들이고 눈을 감고는 야시시한 신음을 흘렸다. 몇 번 쪽쪽 빠니 바로 섰다.
“하아아…. 그만해…. 아앙….”
“그래서 내가 더 잘하냐니까?”
“앙…! 아앗…! 네가…. 네가 더 잘해…. 아아앙….”
황경호는 얼른 대답했다. 꽉 붙잡힌 두 손의 주먹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온통 붉어져서는 평소에는 상상도 할 수 없을 정도로 성숙하고 요염한 얼굴을 하고 있는 그였다.
“진짜?”
“아아앙…! 당연하잖아…. 하앙…. 당연히 네가 더…. 아앙…. 강동현…. 강동현…. 흐앗…. 못 참겠어…. 그만해애…. 아앙….”
“기분 좋지? 내가 더 기분 좋지?”
“히익…!! 말하지 마…. 하앙…. 변태…. 변태…. 싫어. 싫어…. 아앙…. 입 떼줘…. 으으응….”
그의 입에다 싸는 것은 정말로 사양이다. 예전에 한 번 한 적이 있었는데 진짜 쥐구멍에 들어가고 싶었다. 강동현이야 황경호의 거기든 입이든 얼굴이든 잔뜩 뿌리고 싶어 했지만 황경호는 다른 사람한테 그런 짓을 한다는 것 자체가 무리였다. 황경호가 눈물을 주르륵 흘렸다. 강동현은 입술을 떼고 위로 쑥 올라와 그와 바로 마주 보았다. 그의 것을 손으로 쥐었다.
“그래서 내가 더 기분 좋다고?”
“으, 응….”
이런 얼굴로 빨리고 있었던 걸까. 엄청 야하고 엄청 귀엽다. 황경호는 약한 부분이 잔뜩 괴롭혀져서 취약하고 빈틈 많은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얼마나?”
강동현이 심술궂게 그렇게 물어보며 얼굴을 가까이하며 그의 것을 꽉 쥐었다. 그리고 젖꼭지를 꼬집어 살살 문지르자 황경호가 움찔거리며 눈물을 주륵 흘렸다. 강동현의 얼굴을 보며 원망스럽다는 어조로 말했다.
“또 괴롭혀…. 흑….”
아, 표정 죽인다. 강동현은 아까 끝내주는 한 발로 아직 반쯤밖에 안 선 걸 그냥 그의 음부에 문질렀다. 그리고 쑤욱 집어넣었다.
“하아아…!”
황경호가 섬세한 선으로 몸을 움찔거리며 강동현을 안으로 쑥 받아들였다.
“흐응.”
강동현은 뿌듯하고 자신만만 한 기분이 들었다. 이 정도까지 되면 그는 평소처럼 그렇게 어렵게 굴지도 못했다. 거기만 쫄깃하고 미끈하게 빠지는 게 아니라 본인 스스로도 아주 착착 달라붙어 오기 때문이었다.
‘얘는 하여튼 성격이랑 몸이랑 연관이 아주….’
강동현이 여전히 그의 것을 꽉 쥐고 있던지라, 황경호가 그의 근육이 울끈불끈한 상체에 매달려 애원하기 시작했다. 아까랑은 반대다.
“으응…. 나…. 하게 해줘…. 갈 것 같아…. 가고 싶어…. 아앙….”
귀엽다. 귀여워. 그의 표정도, 빨갛게 튼 얼굴도, 이지러진 눈빛도, 목소리도, 냄새도 전부 좋았다. 강동현은 가슴이 뻐근할 정도로 기분이 좋아서 그의 젖꼭지를 엄지로 슬렁슬렁 문지르며 그를 계속 쿡쿡 찔렀다. 강동현은 자신이라는 ‘자극’이 그에게 가해졌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좋아했다. 그게 뭐든지 말이다.
“그래서 얼마나 기분 좋다고?”
“흐윽…. 괴롭히지 마….”
“이게 왜 괴롭히는 거야? 내가 너한테 잘하고 있나 궁금해서 물어보는데.”
“말했잖아…. 네가 더 잘한다니까….”
“응. 그러니까 얼마나?”
점점 몸의 무게에 의해 그의 것이 깊숙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의 것도 점점 더 발기하면서 커졌다. 팽만감이 극대화되는 기분이다. 황경호는 자신의 배를 손으로 감싸며 부르르 떨었다.
“당연히…. 당연히 네가 더 기분 좋아…. 넌…. 강동현인데….”
“흐응.”
만족스러운 대답이었나 보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젖꼭지를 빨면서 허리를 움직여 질척질척 꿀이 흐르는 그의 안 깊은 곳을 쿡쿡 사정없이 찔렀다.
“흐앗…!! 아앗!”
그리고 그의 것을 쥐어서 아래위로 흔드니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같이 안…!!! 하아아아아아…!!”
그는 눈물을 질질 쏟으며 축 늘어졌다. 그의 음부가 확 풀어져 더 부드러워지는 게 느껴졌다. 그의 성기에서 하얀 정액보다도 투명한 물이 더 많이 분수처럼 뿜어나와 강동현의 손을 적셨다. 강동현은 그대로 그의 얼굴을 쥐어 똑바로 보면서 그의 음부를 강하게 쑤셔주었다. 그는 숨도 제대로 못 쉬면서 무아지경에 빠져 무방비하게 몸을 벌리고 있을 뿐이었다. 표정이 예술이다. 야하다. 다 씹어먹고 싶다. 빨아서 녹여 먹고 싶다. 그는 정말 잘 느꼈다.
“귀여워….”
강동현은 촉촉한 그의 입술에 부드럽게 입술을 눌렀다. 그렇게 한참 느끼다가 황경호는 숨을 확 들이마시며 온몸을 확 조였다.
“학…하아…. 아아…. 우으으….”
“윽….”
강동현도 갑자기 확 조여져서 인상을 찌푸리며 그를 추슬러 안았다.
“기분 좋았어?”
그는 부들부들 떨면서 강동현한테 기대었다.
“갑자기…. 갑자기 그렇게 하면 어떡해…. 하아…. 죽을 뻔했잖아….”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황경호는 뇌가 반쯤 익어버린 것만 같았다. 정신을 못 차리겠다. 그의 몸에 매달린 채 고개를 뒤로 돌려 자신의 엉덩이 쪽을 보았다. 뜨겁다. 음부가 마구 맥동치고 있었다. 피가 너무 몰렸다. 강동현이 다시 느릿하게 움직이기 시작하면서 황경호는 눈을 지그시 감으며 녹을 듯한 신음을 흘렸다.
“하아아…. 으으응…. 핫….”
기분 좋아. 기분 좋아. 너무 좋아. 자지 너무 좋아. 계속 찔러줘. 계속 비벼줘. 더 문질러줘….
한 번 굉장한 기세로 오르가즘을 느끼고 나니 그 여파가 계속 이어졌다. 그가 안을 찌를 때마다 기분 좋은 오르가즘이 계속 이어지는 것 같았다. 그가 들어오고 나갈 때마다 꼬옥 조였다가 풀었다가 했다. 그러면 더 기분이 좋았다. 스르륵. 스르륵. 질척질척. 살이 섞이는 소리가 났다. 황경호는 그의 몸에 온몸을 가득 붙였다. 접촉감이 굉장하다. 너무 황홀해서 숨이 막혔다. 그의 체취가 짙고 달콤하다. 저도 모르게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그의 살을 핥게 되었다. 강동현은 웃으면서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눌렀다.
“너 절대 여자랑은 못 하겠다….”
“넌 할 수 있고?”
제정신이었다면 이런 말 자신 없어서 절대 못 했을 텐데, 그의 말에 약간 울컥해서 그렇게 따졌다. 강동현이 그의 입술에 입을 쪽 맞추며 대답했다.
“난 너 말고 아무도 안 돼. 너 없으면 못 산다니까.”
“말은 잘해요….”
“진짠데.”
강동현도 기분이 좋은지 계속 웃는다. 웃는 것도 잘생긴 애들이 해야 이쁜 거다….
‘진짜 지가 잘생긴 줄 알고 계속 이러는 거야….’
100%다….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보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등을 손등으로 스륵 쓰다듬었다. 황경호가 부르르 몸을 떨었다. 강동현이 그의 뺨을 지분거리면서 말을 계속 걸었다.
“근데 너 진짜 어떻게 이렇게 잘 느껴? 신기해.”
“지는 발기부전이면서…. 나한테만 선다고 괴롭혔잖아.”
“아, 맞다.”
한 달이나 섹스를 못 해서 둘 다 약간 정신이 나가 섹스를 하던 시간이 지나가니 둘이서 섹스를 하면서 이야기를 하기 시작했다. 헐떡거림과 신음 소리가 섞이기는 했지만 말이다. 이렇게 하나가 되어서 서로의 말을 들으면 그게 뭐든 다 괜찮을 것 같고 이해가 될 것 같지 않은가. 그래서 오늘 하루 종일 몸을 섞고 얘기를 했다. 진짜 쓸데없는 이야기들도 다 말이다.
황경호는 강동현과의 이 거리감이 너무나 생소하면서도 뭔가 가슴이 뿌듯하게 느껴졌다. 그 누구도 이렇게까지 가까이에 있었던 적이 없었다. 누구도 이렇게 그를 이해하려고 하지 않았다. 그의 이야기를 들으려고 하지 않았다. 아니, 그에게 어떤 이야기가 있을 거라고 기대도 하지 않았을 것이다. 언제나 사람들은 황경호에게 자신들을 강요해왔다. 그들의 말을 황경호가 들어주기를 바랐다. 그중 제일이 바로 강동현이기도 했다.
그래서 그런가. 가장 황경호에게 자신을 강요하며 자신을 이해시키려고 했던 그였기 때문에 가장 적극적이고 열성적으로 황경호를 알아오려는 게 무섭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하고 좋기도 했다. 황경호는 그 누구에게도 자신을 설명하려고 했던 적이 없었다. 아무도 자신을 이해해주리라 기대했던 적도 없었다. 그래서 자신에 대해서 진심으로 말해본 적이 한 번도 없었다.
“아, 너랑 평생 이러고 있고 싶다….”
강동현이 탄식처럼 말했다. 황경호는 약간 인상을 쓰며 대답했다.
“사람이 이런 것만 계속하고 어떻게 살아.”
“왜 못 살아? 우리가 돈이 없어, 뭐가 없어?”
“…….”
어라…. 할 말이 없다. 돈이 있으면 이런 바보 같은 짓만 평생 하고 살아도 아무런 문제가 없다는 것을 처음으로 깨달았다. 사람은 항상 제 밥값을 하고 살아야 한다는 건 기본 명제처럼 생각하고 살던 황경호였다. 평생 밥값 이상의 재산이 생겼다는 걸 새삼 이런 걸로 깨달았다.
‘진짜…? 맨날?’
…그래도 못 해…. 이런 것만 하면 바보 된다고…. 황경호가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생각을 정리할 때 강동현이 뜨겁게 숨을 몰아쉬며 황경호를 꽉 끌어안았다.
“윽…. 야…. 나 하고 싶어….”
그는 황경호의 한쪽 다리를 자기 어깨에다 올렸다. 황경호는 허리를 움찔하며 침대에 팔꿈치를 대서 몸무게를 지탱했다.
“하읏…. 아…! 살살…. 아우….”
미끈미끈하게 엄청 잘 들어갔다 나왔다 했다. 강동현이 한 손으로 황경호의 것을 같이 만지며 허리를 움직였다.
“흣…. 으앗…. 아앙…. 하아앙….”
황경호는 자신의 몸을 잡고 있는 그의 두 손을 잡으며 뒤로 확 넘어가 누웠다. 결국 둘이서 거의 동시에 절정에 도달했다. 황경호는 몸을 마구 비틀고 싶었다. 쾌락에 온몸을 꽉 묶여버린 것 같은 느낌이었다.
“하아…. 좋아해…. 황경호….”
“으으응….”
하반신이 자기 마음대로 꿈틀거렸다. 황경호는 그의 손가락을 꽉 잡았다. 말하고 싶었다.
‘나도…. 나도 좋아해….’
겁쟁이…. 황경호는 눈을 감으며 침대 시트에 얼굴을 묻었다.
*
황경호는 서늘하게 에어컨이 돌아가는 방안에서 눈을 떴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가 들렸다.
‘…배고파.’
배가 엄청 고프다. 어제 끼니를 좀 대충 때우고 거의 침대 위나 풀장에서 강동현이랑 뒹굴었다. 배 속을 파먹히는 것처럼 배가 고팠다. 몸이 나른하고 좀 뻐근하다.
며칠 마사지랑 운동을 걸러서….
‘…진짜 생각하는 게 무슨 유한마담처럼….’
황경호는 잠깐 말없이 강동현을 돌아보았다. 베개에 그 잘난 얼굴을 파묻고 엎드려서 세상 걱정 없이 자고 있었다. 역시 이 새끼는 돈으로 황경호를 낚고 있었다.
외모나 성격이나 태도도 물론 사람을 평가하는 데 있어서, 아니 파트너를 정하는 데 있어서도 아주 중요한 바로미터지만 돈이 말해주는 바로미터도 세간이 강요하는 이미지보다 훨씬 많다. 물질에 대해 아주 관대하고 파트너와는 뭐든 공유할 수 있다는 식의 성격은 강동현의 재력과 능력에서 곧장 나온다고 봐도 될 것이다. 만약에 그가 이 정도로 부유하지 않았더라면 그의 그런 성격은 애초에 형성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자신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이나 가족을 능히 먹여 살리고도 남을 정도의 재력을 가졌다는 건 정말로 그들의 인생에 막대한 영향을 끼칠 수 있는 요소다.
세간은 돈이 미치는 영향을 최대한 축소하여 말하고 싶어 하지만 멍청한 인간들이나 그런 것을 곧이곧대로 믿을 뿐이다. 예전의 황경호처럼 말이다. 이제 황경호는 돈이 사람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이 정도나마 체험해보았기 때문에 비로소 조금이나마 그 힘의 잠재력을 가늠해볼 수 있게 되었다. 만약에 강동현과 헤어지게 된다면 과연 이런 생활을 잃게 되는 것을 아쉬워하지 않을 수 있을까? 그를 좋아하지 않는다는 게 아니라 정말로 솔직하게 자신이 점점 없어진다.
황경호는 목을 스트레칭하며 침대에서 일어났다. 강동현과 이렇게 되기 전에는 기억하는 한 한 번도 알몸으로 깨어본 적이 없었는데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 깨어나는 데 점점 익숙해지고 있는 것 같았다. 물론 아직 좀 어색하긴 했다. 게다가 다리 사이랑 온몸이 끈적끈적…. 오늘 밤에는 이 침대에서 못 잘 것 같다.
‘사람을 불러서 치우게 하는 것도….’
일단 여기 일하는 사람들이야 강동현의 얼굴을 못 봤으니 괜찮을까 싶기도 하지만…. 그래도 쪽팔린다. 황경호가 무슨 색마처럼 보일 것이다. 나중에 생각해야겠다. 황경호는 혹시나 싶어서 부엌으로 갔다. 냉장고에는 음료만 가지런히 정리되어 있을 뿐 먹을 것은 없었다. 어제는 그제 먹다 남은 거랑 주전부리 같은 거나 먹었다. 황경호는 주린 배를 부여잡고 일단 욕실로 향했다. 샤워부스에 들어가 미온수를 틀고 몸을 적셨다. 구석구석 씻느라 시간이 좀 오래 걸려서 나올 때쯤엔 배 속이 얼얼할 정도였다. 배가 홀쭉해져 있었다. 황경호는 씻고 나와 일단 속옷만 입고 수건으로 머리를 닦으며 밖으로 나왔다.
“야…. 배고파.”
황경호는 아직도 자고 있는 그의 어깨를 손으로 잡았다가 끈적한 게 느껴져서 바로 손을 떼고 수건을 손에 쥐고 그를 직접적으로 만지지 않은 채 다시 그를 흔들었다.
“일어나. 배고파.”
“응….”
“이 근처에 아무것도 없잖아. 어떡해.”
강동현은 약간 끄응 하다가 몸을 일으켰다.
“나도 배고프다….”
“빨리 씻어.”
오랜만에 텅텅 빌 정도로(?) 해서 그런지 강동현은 나른함을 떨치지 못하는 얼굴이었다.
미적미적 욕실로 향했다. 황경호는 집구석 어딘가에 있는 세면대에서 손을 씻고 옷을 입었다. 그리고 창밖으로 보이는 지상낙원을 잠깐 감상하고 어제까진 못 찍었던 사진을 좀 찍기도 했다.
‘진짜 예쁘다.’
사이판을 갔을 때도 진짜 좋았지만 그때가 성수기이기도 했고 정말 사람이 많아서 채 다 즐길 수가 없었는데 여기는 사람이 하나도 없었다. 항상 사람들이 필요 이상으로 많은 서울에서 살다가 이렇게 사람이 하나도 없는 곳에 있으니 그것만으로도 리프레싱이 되는 느낌이었다. 황경호는 풀장으로 나가 그렇게 사진을 찍고 파도 소리만 잔잔하게 들리는 풍경을 가만히 구경했다. 그러다 더워서 안으로 들어와 에어컨 밑에서 열을 식히고 있으니 강동현이 다 씻고 나왔다.
“배고파 죽을 것 같은데.”
“나도.”
“여기 근처에 뭐 있어?”
“아무것도 없는 것 같던데. 지도 한번 확인해볼게.”
황경호는 휴대폰으로 근처 음식점을 검색해보았다. 차로 10분 정도 나가면 뭐가 있는 것 같았다. 머리를 대충 말리고 선글라스를 낀 강동현이 빌린 차 키를 집어 들었다.
“가자.”
“몇 개 있는데. 하나는 여기 전통 음식집이고 일본 음식집도 있고 여러 개….”
“일식집으로 갈까? 이틀 동안 여기 음식만 먹었더니 한식 같은 거 먹고 싶네.”
“그래. 평도 안 나쁜 것 같고.”
“그거 내비 돼?”
“응.”
황경호도 이번에 면세점에서 산 선글라스를 꼈다. 강동현이랑 다니다 보면 가끔 사진에 같이 찍혔다. 이미 얼굴이 팔린 강동현은 선글라스 같은 걸 잘 끼고 다녀서 괜찮은 것 같은데 황경호는 선글라스를 끼는 것에 그다지 익숙하지 않아서 항상 맨얼굴이었다. 이 기회에 하나 장만했다. 강동현 카드로 긁었다. 그가 골라주었다.
‘확실히 연예계 물 먹는 애라 보는 눈이 있는 것 같다.’
황경호는 이런 것에 익숙하지 않아서 도대체 뭘 사야 할지 알 수가 없었는데 강동현이 사준 걸 껴보면 황경호의 얼굴에 어울리는 걸로 잘 골라준 것 같은 느낌이다. 강동현은 평소에 옷도 잘 입고 다니는 것 같고….
‘…나 옆에서 진짜 오징어처럼 보이겠지? 솔직히 나 옷 잘 입는 것 같지는 않은데….’
황경호는 문득 그렇게 생각하며 자기 차림새를 내려다보았다. 강동현이 운전을 하면서 황경호에게 말을 걸었다.
“너 운전은 할 줄 알아?”
“아니….”
“면허증 없다고 했지…. 한국 가면 따. 필요할 때 운전하고 다녀.”
강동현이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그를 돌아보았다.
“네 차를 어떻게 운전해. 다 비싼 건데….”
“다 네 건데 뭐 어때. 그나저나 이제 내 차들도 2, 3년 된 건데…. 새것 하나 살까? 사도 돼? 이번에 돈도 좀 벌었고 하나 사고 싶다.”
뭐라고 대답해야 할지 모르겠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얼굴을 보면서 뭐라도 말해야 할 것 같아 끙끙 댔다. 하지만 뭐라고 해도 될지 모르겠다.
지금 강동현이 가지고 있는 차들도 대당 2억 정도로 아주 비싼 차들이었다. 그 차들이 장거리를 뛰는 차들도 아니고 주로 수도권 내에서 끌고 다니는 거라 관리도 잘 되어 있었고 새것처럼 멀쩡한 차였다. 애초에 두 대나 있는데 왜 차를 새로 사야 하는지 모르겠다.
‘하지만 돈 많은 사람들 중에는 차 수집하는 사람들도 있다고 하고….’
강동현도 그런 케이스인가? 모르겠다. 하지만 쓰지도 않을 차들을 뭐 하려고 모아놓는단 말인가. 황경호는 짧은 시간 동안 열심히 생각을 하다가 대답했다.
“지금 차들도 멀쩡한데….”
“그러니까 네 거랑 내 거랑 새 거 하나씩만 사자.”
“두 대나?!”
“넌 어떤 차 끌고 싶은데? 한 대에 몇십억씩 하는 거 아니면 한 대 사는 것도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너도 여기저기 다닐 때 불편하잖아.”
강동현이 말했다. 황경호는 당황해서 대답했다.
“내 월급에 그런 거 끌고 다니면 사람들이 이상하게 봐….”
“뭐 어때. 애인이 사줬다고 하면 되지.”
“…….”
황경호의 주변 사람들은 황경호가 만나는 애인이 꽤 잘난 여자(?)라는 것은 다 알고 있었다. 항상 황경호가 고민을 말할 때마다 과분하다는 식으로 말을 해놓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런 여자(?)가 황경호에게 차까지 사줬다고 말한다면 다들 안 믿을 것이다.
‘얼굴도 엄청 예쁘다고 해놨는데…. 그런 여자가 뭐 하려고 나 같은 사람을 만나겠냐고 다들 속으로 생각할 거 같은데….’
황경호는 한숨을 작게 쉬면서 말했다.
“난 차는 좀….”
“그래? 그래도 면허는 따. 집에 있는 차 필요하면 끌고 다녀. 내가 가르쳐줄까? 운전하는 거?”
면허를 따는 거 자체는 문제가 아니었다. 황경호가 고개를 끄덕였다.
“응…. 고마워.”
“그럼 난 차 사도 돼? 내가 골라 놓은 거 보여줄게.”
“진짜 사고 싶어? 벌써 2대나 있는데? 올해 집까지 새로 사놓고?”
“갑자기 확 꽂힌 게 있어서? 응? 응?”
“일단 밥 먹으면서 얘기해.”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자연스럽게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일식집을 갔다. 생각보다도 꽤 제대로 된 일식집이었다. 둘 다 주린 배를 붙잡고 왔기 때문에 처음엔 단품을 시키려다가 강동현이 그냥 세트로 크게 시켰다. 배고파서 초조하게 음식이 나오길 기다리다가 접시가 하나씩 나올 때마다 허겁지겁 먹었다. 메인 디시가 나오고 그걸 반쯤 해치웠을 때 비로소 배가 고프다는 느낌이 사라졌다. 둘은 밥은 먹으면서 강동현의 휴대폰으로 차를 살펴보았다.
“…차에 진짜 이렇게 돈 써야 해?”
황경호는 강동현이 보여주는 차들을 가만히 보다가 결국 그 말을 하고 말았다. 강동현은 약간 뜨끔하면서 황경호의 얼굴을 보았다.
“안 돼?”
“너 돈 많이 버는 건 알겠는데…. 차가 부동산 같은 것도 아니고 사면 바로 값 떨어지는 건데, 이미 차도 두 대나 있으면서 이렇게 비싼 걸 사야 해?”
저번 차들은 대당 2억 정도였는데(옵션을 다 넣은 것들이었다) 지금 사고 싶다는 차는 5억짜리다. 옵션 넣으면 더 올라갈 것이다.
“너 집 살 때도 괜히 명의 내 걸로 해서 증여세 6억이나 냈잖아. 너 원래 돈 이런 식으로 헤프게 썼어? 아무리 돈 많이 벌어도 나중에 힘들어.”
여기저기 찾아보니까 지금 살고 있는 아파트 집값은 완만하게 오름세라 떨어지거나 할 것 같진 않은데 만약에 여기서 집값이라도 떨어지면 진짜 손해 보는 것이다. 그런 경우가 혹시 생길까 봐 생각할 때마다 가슴이 두근두근하는데….
“집은 저번 집 팔아서 반은 충당했고 이번에 <시크릿 블러드>랑 광고 찍으면서 돈 좀 벌었는데…. 응? 봤어? 그거 쪼~끔만 쓴다는 건데….”
“이게 뭐가 조금이야? 바보야?”
“그리고 우리 회사 주식도 꽤 올랐잖아. 응? 이 정도야~”
“아, 그런 거 몰라! 차에 무슨 5억이나 써?”
“황경호~ 경호야~”
“아! 애교 부리지 마! 사람들 봐!”
황경호가 그의 어깨를 퍽 쳤다. 다행히 시간이 일러서 손님들은 별로 없었다. 마저 밥을 먹으면서도 강동현은 시시때때로 발로 황경호의 다리를 건드리면서 졸랐다. 안 된다고 하니까 더 그러는 것 같기도 했다. 밥을 다 먹고 나서는 차와 내비가 있었기 때문에 천천히 관광지들을 돌기 시작했다. 그리고 한 5시쯤 배를 빌려주는 곳이 있길래 얘기를 하다가 선셋 세일링을 하려고 둘이서 배를 탔다. 다 예약이 되고 딱 한 대가 남아 있었다고 한다. 보통 여러 명이서 같이 타는 걸 그냥 강동현이 통째로 빌렸다.
황경호는 사람들이 없어지면 뭐라고 하려고 하다가 배를 딱 타고나니 이게 또 너무나 색다른 경험이라 입을 닥치고 있었다. 새하얗고 커다란 돛을 단 돛단배가 천천히 바다 한가운데를 향해 나아갔다. 이런 배를 타본 건 처음이었다. 사람들이 우글우글 타는 페리 같은 건 한 번 타봤는데. 파도가 오면 은근히 출렁거린다. 석양을 보기 제일 좋은 스팟이라며 선장이 배가 많이 없는 곳으로 운전을 해오더니 세웠다. 파도가 잔잔해서 수영을 해도 된다고 한다. 수영복을 가져오진 않았지만 강동현은 그냥 속옷만 입고 풍덩 들어가기도 했다. 은근히 수영하는 것 좋아하는 모양이었다.
“너도 들어와. 시원해.”
황경호는 들어가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으나 좀 주저했다. 수영장이나 얕은 해변은 상관없는데 깊은 물은 약간 무섭다. 사이판에서 스쿠버다이빙을 하고 나서 좀 나아지긴 했지만 말이다.
“들어와.”
강동현이 그렇게 웃으면서 불렀다. 황경호는 마지막까지 갈등하다가 옷을 벗고 들어갔다. 바닷물은 시원하고 맑았다. 하지만 발밑이 닿지 않는 게 약간 무섭긴 했다. 하지만 동동 떠서 수영을 하고 있으니 괜찮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런 것도 좋네.’
황경호는 좀 더 멀리 수영을 해보았다. 수경이 있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 그렇게 뒤로 드러누워 하늘을 보고 있는데 강동현이 갑자기 와서 황경호를 빠뜨렸다. 물 먹었다.
“하지 마!”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물 위로 올라와 허둥지둥하다가 그가 붙잡아주자 그렇게 화를 냈다. 강동현은 재밌다고 웃었다.
“하하. 미안.”
그리고는 입을 쪽 맞췄다.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누가 보면 어떡해…!”
“아무도 없는데 뭐.”
얘도 진짜 생각이 없는 건지, 걱정이 없는 건지…. 둘 다 다시 수영을 해서 배로 돌아갔다. 준비가 되어 있는 수건으로 몸을 닦고 팬티는 벗고 그냥 옷을 입었다. 황경호야 노팬티로 옷을 입는 것에 은근히 익숙해져 있었지만 강동현은 뭔가 고정이 되지 않는 느낌이(?) 생소한지 가끔 옷매무새를 바로잡았다. 그렇게 30분을 더 기다리니 해가 내려가며 사위가 색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아름답다.
가만히 뱃머리 앞에서 해가 지는 것을 나란히 앉아서 보고 있었다. 선글라스를 벗고 봤더니 눈이 아파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리기도 했다. 그래도 예뻐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태어나서 이렇게 아름다운 것을 본 적이 있었을까. 이야기도 간간이 나누었지만 입을 다물면 너무나 조용해서 마음이 평온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강동현이 슬 손을 잡아 왔다. 황경호는 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지만 선장은 선실에 있는지 보고 있는 것 같지는 않아서 그냥 다시 석양으로 시선을 돌렸다. 해가 다 들어가도 하늘은 붉게 물들어 있었다. 선장이 배를 출발시켰다. 황경호는 서쪽에 시선을 고정했다. 석양이 지고 있는 서쪽과는 반대 방향으로 배가 가고 있었다. 멀어지는 기분이다. 배에서 내리니 땅이 흔들리지 않아서 이상하다.
선장에게 감사의 인사를 하니 남쪽 나라 특유의 밝은 얼굴을 한 그가 엄지를 치켜들며 말했다.
“A beautiful couple.”
강동현은 못 들은 것 같다. 외국이라서 그런가.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는 선장의 표정이 황경호를 더 창피하게 했다.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강동현의 등을 마구 밀어 차로 향했다. 한마디도 안 했다. 쪽팔린다. 앞으로 진짜 조심해야겠다. 아무리 외국이라지만 얼굴도 잔뜩 팔린 놈이 지금 뭐하는 짓인가. 차에 타면서 황경호는 얼굴에 손으로 부채질을 했다.
‘이러다 아는 사람한테도 들키면 어떡하지….’
황경호는 무서워서 소름이 조금 돋았다.
“더워?”
“어? 응….”
황경호는 차에 탔다. 강동현은 시동을 걸고 곧바로 에어컨을 강하게 틀었다. 처음엔 뜨거운 바람이 나왔다.
“수영해서 그런지 배고프다.”
“나도.”
강동현은 황경호의 손을 잡은 채로 운전을 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역시 좀 어색하고 부끄럽다. 아니면 아까 그 선장 때문인가…. 황경호는 그가 손을 잡은 것을 그냥 놔둔 채로 창밖을 구경하는 척 고개를 돌렸다. 시가지로 들어가 이번에는 맛있는 로컬 푸드를 찾아 먹었다. 그리고 야경을 좀 구경하다가 아이스크림과 맥주, 안줏거리를 잔뜩 사서 빌라로 돌아갔다.
“아…. 잠깐만…! 이거 넣고…! 씻고…. 으응….”
안에 들어오니까 강동현이 바로 입을 맞추었다. 바닷물에 빠졌다 나와서 서로의 살이 짰다. 황경호는 끝까지 그를 떼어내고 일단 사 온 걸 냉장고에다 넣었다. 강동현이 그의 뒤에 딱 달라붙어서 그의 귀와 뺨을 입술로 지분거렸다.
“너 아까 물에 빠졌을 때 나한테 매달리는 거 엄청 귀엽더라.”
“네가 빠뜨린 거지. 아, 씻고…! 더러워.”
황경호는 그를 겨우 질질 끌고 욕실로 향했다. 정말로 샤워부터 하고 싶었다. 하지만….
“응…! 아앙…! 앗…! 거기…. 강동현…. 아앙…. 거기 기분 좋아…. 나와…. 갈 것 같아…! 아…! 하앗…!”
“아욱…. 씨발…. 죽겠다…. 황경호…. 황경호…! 으윽…!”
둘이서 들어가기엔 아슬아슬한 샤워부스 안에서 다 씻지도 않고 결국 마구 했다. 강동현은 한쪽 발을 턱 위에 올리고 황경호의 허리를 두 손으로 잡고 그의 뒤에 딱 붙은 채 허리짓을 강하게 했다. 샤워헤드에서 미지근한 물이 약하게 나오고 있었다. 체액이 씻겨 나가면서 찌걱거리는 소리가 크게 났다. 그의 허리를 꽉 잡은 채 최대한의 빠르기로 퍽퍽퍽 박으니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요란하게 나면서 황경호가 자지러지는 소리를 냈다.
“으아앗…! 아아앙…! 천천히…. 하앗…. 천천히 해줘…. 아앙…. 천천히…. 강동현…. 강동혀언…. 제발…. 아앙…. 제발…. 갈 것 같아…. 나와…. 나와아….”
선 채로 뒤에서 박으니 바로 배 앞쪽을 쿡쿡 찔러서 바로 뭐가 나올 것 같은 기분에 시달려야 했다. 그의 것은 진짜 컸다. 한 손으로 잡기 버겁단 말이다. 그런 게 그런 데 들어와서 이렇게 움직이고 있으니 여전히 무서운데 기분이 좋아서 온몸에 소름이 끼친다.
“해. 빨리해. 얼굴 보여줘.”
강동현은 억지로 황경호의 얼굴을 잡고 자신의 쪽으로 최대한 돌렸다. 황경호는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벽에 거의 딱 달라붙어서 흐느꼈다.
“이상해…. 아앙…. 배 아파…. 하앙…. 읏…. 안 돼…. 아아아아앙…….”
그대로 황경호가 하반신부터 경련을 시작하며 절정에 이르렀다. 강동현은 그의 아랫배를 커다란 손으로 꾹 눌러 끌어안으며 거의 다 빼고 퍽 세게 박는 식으로 그를 괴롭혔다.
“히익…! 핫…. 우으…. 아으…. 누르지 마…! 흐앗…. 지금 하는 거…. 으으…. 흐읏….”
“좋아? 기분 좋아? 응? 귀여워. 귀여워 죽겠어. 좋아해. 응? 좋아해, 황경호.”
“흐읏…. 난 싫어…. 아앙…. 손 좀 떼…. 목 아파…. 읍…!”
강동현은 그를 벽에다 납작 밀어붙여서 그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갖다 박듯이 누르고 쪽쪽 빨았다. 그리고 다시 허리짓을 빠르게 해서 본인이 될 때까지 왕창 허리를 흔들었다. 그리고 밀어붙인 그대로 상대의 안에 뜨끈하게 지렸다. 그리고 몇 번이고 더 움직여서 질척거리게 굴더니 둘은 평소처럼 몸을 연결한 채 몇 분이고 후희를 즐기다가 겨우 떨어졌다. 강동현이 천천히 자신을 상대의 몸에서 빼내었다. 황경호는 부르르 떨면서 음부를 움찔거렸다. 강동현의 체액이 안쪽 깊숙이부터 연결되어 실이 되어 이어졌다.
“하아…. 하아…. 으…. 하아아….”
황경호는 그가 나왔는데도 눈이 여전히 풀려서는 몸을 떨었다. 강동현은 그를 마주 보고 끌어안았다. 아직 정신을 못 차리는 그의 얼굴에 입술을 누르면서 서로의 몸을 씻겼다. 아주 오랫동안 샤워를 해야만 했다. 둘 다 약간 타서 찬물로 샤워를 했지만 서로의 몸을 마주 대고 있어서 춥게 느껴지지 않았다. 샤워부스에서 나와서 수건으로 황경호의 머리를 닦아주고 있으니 드디어 그가 손을 들어 그 수건을 잡았다. 힘없이 어깨에 얹고는 잠깐 무릎을 짚으며 몸을 숙였다.
“못 걷겠어….”
다리가 후들후들했다. 강동현이 입이 찢어지게 웃으면서 그를 마주 안아 번쩍 들어 올렸다. 그의 엉덩이를 단단히 받쳤다. 황경호의 다리가 자연스럽게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리고 침실로 향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면서 자꾸 말을 걸었다.
“그렇게 좋았어?”
황경호가 짜증을 냈다.
“하아…. 너 자꾸 그런 것 좀 물어보지 마.”
“왜?”
“쪽팔려….”
“흐응….”
“왜 자꾸 이런 거 물어보는데?”
강동현이 좋아하는 걸 느끼고 황경호가 인상을 찌푸리며 그렇게 되물었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뺨을 깨물면서 대답했다.
“네가 싫어하는 거 귀여워서.”
“진짜 짜증 나….”
그리고 원래 자던 침실로 돌아오자 황경호가 침대를 돌아보면서 말했다.
“아, 여기 더러워서 싫은데….”
근데 침대랑 방 안이 깔끔하게 정리되어 있었다.
“나갈 때 전화해서 치워달라고 했는데?”
강동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의 얼굴이 화끈해졌다. 한국이고 여기고 쪽팔려서 못 살겠다…. 그리고 새삼 강동현을 돌아보았다. 그는 아무렇지도 않은 얼굴이었다.
‘아니, 쪽팔릴 거면 얘가 더 쪽팔려야 하는 거 아냐? 나야 그렇다 치더라도 얘는 얼굴 팔릴 대로 팔렸으면서 왜 이렇게 괜찮은데?’
어쩐지 패배감마저 느껴진다…. 그런 황경호의 마음은 모른 채 강동현은 침대에 올라가서 그를 온몸으로 깔아뭉갰다.
“집에 가면 엄청 먹어야겠다, 너. 살 빠진 것 같은데.”
“보이면 좀 적당히 해야겠다는 생각은 안 들어?”
“좋으면서 또 그런다.”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져서 그의 어깨를 퍽 때렸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끌고 머리맡으로 조금 올라갔다. 그리고 자세를 반전하여 자기가 아래로 내려갔다. 강동현은 그렇게 제멋대로 굴고 싶어 하면서 결국 결정적인 순간에는 황경호가 리드를 잡는 걸 더 선호하는 것 같았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을 한 번 꽉 깨물고는 속삭였다.
“빨아줘.”
로맨틱하길 바라는 건 아닌데 그래도 좀 더 순화된 단어로 말해줄 수는 없는 걸까…. 강동현은 그저 황경호가 더 부끄러워하길 바라는 것이다. 그는 황경호를 괴롭히는 걸 좋아했으니 말이다.
“나쁜 놈.”
황경호는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며 그의 눈을 좀 원망스럽다는 듯이 내려다보았다.
“내가 뭐가 나쁜 놈이야.”
계속 나쁜 놈처럼 구니까 나쁜 놈이라는 건데 나쁜 놈이라고 하면 자기는 부정하고…. 황경호는 그의 뚜렷한 쇄골에 입을 맞추고 멋진 근육이 올라온 흉부와 아랫배를 차례로 입술을 미끄러뜨렸다.
“내가 말을 말아야지….”
“말을 해.”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을 손으로 감싸서 올려다보게 하였다. 황경호는 인상을 좀 찌푸렸다. 왜인지 모르겠는데 황경호는 자신을 제대로 대우해달라는 종류의 말을 한 번도 제대로 해본 적이 없었다. 처음부터 기대가 적었다. 부모한테도 친구한테도 그런 말은 안 해봤다. 그래서 그런지 말이 조금 삐죽하게 나갔다.
“말 좀 예쁘게 하면 어디가 덧나냐?”
“응? 뭐가?”
“됐어.”
황경호는 그 첫 시도를 아주 빠르게 포기하고 그냥 강동현의 자지에 입술을 갖다 댔다. 금방 씻어서 약간 이국적인 비누 향기가 나는 그의 선단에 입을 쪽 맞추고 혀로 핥았다. 그리고 눈을 감고 끝을 입에 물었다. 어차피 입안에는 많이 넣어봤자 3분의 1 정도밖에 안 들어갔다.
“으윽…. 큭. 좀 살살해.”
강동현은 처음부터 황경호가 이로 살짝 긁고는 아주 강하게 진공을 만들어 흡입하자 펄쩍 뛰면서 그의 뺨을 감싸 잡았다. 그대로 안에서 혀로 귀두를 빙글빙글 핥고 손으로 그의 고환과 기둥을 주물렀다. 그대로 움푹하게 파인 그의 요도 구멍을 혀끝에 힘을 주어 파니 그의 숨소리가 엄청 야해진다.
“황경호…. 경호야…. 사랑해….”
강동현은 완전 뿅 가서는 멍청한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이럴 때…!!”
황경호가 입술을 떼면서 화를 냈다. 얼굴이 확 빨개졌다. 손등으로 입술을 닦으면서 창피함을 참아야 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누군가에게 ‘사랑한다’는 말을 들었는데
그게 상대의 거기를 빨아주면서라니.
아니, 거기를 빨아주었기 때문일….
‘아, 아니….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말자…. 또 이런다. 별거 아니잖아. 별거 아닌데….’
그렇지만 진짜 부끄럽다….
창피하다. 창피해. 창피해…. 쪽팔려…. 황경호는 듣는 순간 그 말이 정말 별거 아닌 순간적인 ‘감상’에 불과할 뿐이라는 것을 알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가슴이 펄쩍 뛰어서, 그래서 창피했다. 부끄러웠다. 별거 아닌데 혼자서만 이러고 있으니 점점 더 부끄러워졌다.
‘어차피 얘는 좋아한다는 말도 가볍게 잘하고…. 아마 전 여친한테도 사랑한다고 많이 말했던 거 같으니까…. 그냥 자연스러운 거겠지. 그냥 이럴 때든 아닐 때든 그런 말 하는 거….’
꽃다발이나 반지를 들고 진지하게 사랑을 고백해주길 바란 적은 한 번도 없었다. 전 여자친구한테는 그렇게 잘했을지 모르겠는데, 아마 자신에게는 그렇게 안 할 것이다. 언제나 장난스럽고 괴롭히려고 들 뿐이니까…. 점점 온몸이 벌게지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졌다.
‘아, 잠깐만. 진짜. 잠깐. 아, 진짜 싫다. 잠깐만. 잠깐만….’
“왜 그래…?”
황경호가 갑자기 멈추고 입술만 닦아내고 있자 감을 못 잡은 강동현이 허리를 일으키며 그렇게 물었다. 황경호는 그의 시선을 피하면서 중얼거렸다.
“네가 금방….”
“내가 금방…?”
“…….”
아직도 정신 나가 있다…. 눈빛이 맛이 갔다. 강동현은 그대로 황경호를 끌어당겼다. 그대로 포옹했다. 황경호는 차라리 그에게 얼굴이 안 보여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물론 본다고 해서 뭘 알 것 같지는 않지만…. 뭔가 가슴이 답답하다. 아픈 것같이 뻐근하다. 저릿저릿했다.
이런 데서 연애 한 번 안 해본 게 티가 나는 것일지도 모른다. 진지하게 연애라도 한 번 해보았더라면, 아니 굳이 진지하게 할 필요도 없이 캐주얼한 연인이라도 몇 명 있어 봤다면 이렇지는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의 말 하나하나에 일희일비하고 어쩔 줄을 몰라 하고…. 강동현도 그도 이미 20대 후반이었다. 그런 식으로 연애하기엔 늦은 나이다.
‘순서나 방식이나…. 그런 거 따지긴 애초에 글렀던 거니까….’
하지만 그래도 좀…. 원망스럽다. 딱 이 상황만 아니었더라면 좋았을 것이다. 꽃이나 반지 따위 없더라도…. 그냥 평소에 지나가듯이 말했더라도…. 아마 정말 좋았을 것 같다. 아마도…. 분명히 황홀하다고 느꼈을 것이다. 용기를 내서 자신도 그를 좋아한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절대 말 안 해. 절대 말 안 해. 절대 평생 말 안 해….’
밉다…. 그는 절대로 황경호가 그를 편하게 좋아하게 해주지 않았다. 꼭 사람을 이렇게 바보로 만든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입술로 지분거리면서 점점 애무에 강도를 더 해갔다. 황경호는 결국 그를 밀어내었다. 별거 아니라고 스스로를 설득해보려고 했지만 실패했다. 분명히 별건 아닌데…. 별게 아니라서 더 문제다.
“아까 한 번 했으니까 다음에 하자…. 난 다른 방 가서 잘게.”
“…응?!”
강동현은 몇 개의 키워드를 알아먹고는 깜짝 놀랐다. 그를 쪽쪽 빨다가 몸을 떼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오 마이 갓. 표정도 확실히, 완전히 마음 상한 표정이다. 뭐지? 또 뭐 밟았지?!
“왜? 응? 나 또 뭐 했어? 왜 그래?”
“아니…. 그냥 좀….”
황경호는 일단 일어나서 옷부터 입었다. 아예 꽁꽁 싸매고 싶은지 옷장에서 긴 팔에 긴 바지를 꺼내 입었다. 시선을 피했다. 예전처럼 상처받아도 철저히 숨기는 것보다는 백배 나았지만, 애초에 그가 숨겼던 이유 중 하나도 강동현이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이었다. 티를 내도 말로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으면 모르는 건 매한가지다.
“말해줘. 응? 나 말 안 해주면 모르는 거 알잖아.”
“응…. 미안…. 근데 이번엔 좀….”
황경호는 먼저 자신이 사과를 하면서 슬슬 침대에서 멀어졌다.
“설명할 것도 아닌 것 같고…. 역시 네가 잘못한 것도 아니고…. 응. 네가 잘못한 거 없어. 내가 좀…. 하아, 내가 좀 마음을 다잡아야 하는데…. 미안…. 어이없어도 오늘만 좀 참아줘….”
그렇게 알아듣지 못할 변명을 하면서 벌써 문까지 갔다. 황경호는 문을 열고 밖으로 나갔다가 문을 닫기 전에 잠깐 얼굴을 내밀고 말했다.
“잘 자.”
그리고는 문을 닫고 나갔다. 뭔가 제스처가 조심스럽고 부드러워서 좀 억지로라도 잡지를 못했다. 눈 뜨고 코 베인 기분이었다. 애초에 황경호는 사람들을 잘 다루는 편에 속했다. 눈치도 빠르고 자기가 어떻게 하면 다른 사람들이 만족하거나 그 상황을 잘 컨트롤 할 수 있는지 아니까 말이다.
어안이 벙벙한 얼굴로 발기한 자기 것을 내려다보았다가 머리를 부여잡고 맹렬히 고민하기 시작했다.
‘오늘 아침에 밥 먹으러 나갔을 때…. 괜찮았고. 차는 당분간 너무 조르지는 말자. 화낼 것 같다. 관광지 돌면서 좀 피곤했나? 피곤했겠지? 엄청 덥고 햇볕도 너무 세서…. 그냥 아까 욕실에서 한 걸로 끝냈어야 했나 보다…. 괜히 빨아달라고 했나? 앞으로는 그렇게 말 안 해야겠다…. 아, 진짜 빨아달라고 한 거 때문인가 보다. 아, 미치겠다. 그런 말 할 때마다 반응하는 게 귀여워서 그런데. 조심한다고 해도 방심하면 자꾸…. 아, 말조심, 말조심….’
*
“…….”
“…….”
그래서 다음 날은 사실상 한국으로 돌아가기 전 마지막 날이었는데도 살짝 분위기가 가라앉아 있었다. 요새는 이런 일이 있더라도 곧잘 설명을 해주는 황경호였는데 이번에는 전혀 그럴 생각이 없는 모양이었다.
“…이제 안 놀릴게.”
“응….”
“할 때도 안 괴롭히고.”
“응.”
“집안일도 잘하고….”
“응, 고마워.”
“…….”
“…….”
스무고개라도 하는 것 같다. 오늘은 라차섬 투어를 예약해두어서 둘이서 기사를 따라 이동하며 다이빙, 스노쿨링, 해수욕 등을 할 계획이었다. 다른 사람들이 뭘 어떻게 하는지 가르쳐줄 때는 평소처럼 잘 웃으며 얘기를 하는데 강동현한테는 필요한 얘기를 할 때 빼고는 안 한다. 다른 사람들이 보기에는 전혀 문제를 알아차릴 수 없었지만 강동현만큼은 계속 의식될 정도였다.
‘여행지 와서 부부싸움 하면 이런 느낌이려나….’
그럼 뭐…. 괜찮으려나. 부부싸움은 칼로 물 베기라고도 하고….
강동현은 얼마 가지 않아 그렇게 슬렁 황경호의 화가 풀리기를 그냥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스쿠버다이빙도 처음 해보고 점심으로 맛있는 것도 먹고 우연히 돌고래 떼도 보았다. 스피드보트를 타고 본토로 돌아와 씻고 나와 풀장 테이블에 식사를 차려 밥을 먹었다.
“좀 더 먹어.”
강동현은 황경호의 접시에 음식을 더 올려주며 그렇게 말했다.
“재밌었어?”
“응.”
“모레부터 출근인데 괜찮겠어? 안 피곤해?”
“사이판 때보다 나은 것 같아. 계속 차 타고 돌아다니고. 잘 쉬었어. 고마워.”
“아니, 내가 고생시켰나 싶어서. 올 때도 네가 이것저것 다 챙겼으니까.”
“너 바쁘잖아.”
“그래도.”
식사를 배부르게 하고 와인 한 잔까지 하니 딱 알맞을 정도로 알딸딸했다. 둘이서 술 한 잔씩 들고 풀장 옆 벤치에 앉아 노을이 지는 해변을 바라보았다. 강동현은 자연스럽게 황경호의 손을 잡아 깍지를 끼었다. 뿌리치지는 않았다. 그리고 얼굴을 가까이했다. 황경호도 그를 살짝 돌아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강동현은 짧게 입을 쪽 맞추고는 미소를 지은 얼굴로 계속 눈을 마주쳤다. 황경호의 얼굴이 약간 붉어졌다. 몇 번 더 쪽쪽 맞추니 진짜 벌게져서는 그의 얼굴을 밀어냈다.
“하지 마.”
“왜. 좋아서 그러는데.”
강동현의 문제점은 아주 간단했다. 처음부터 지금까지 무의식적으로든 의식적으로든 황경호를 당연하게 생각한다는 것이었다. 이제는 아예 자기 거라며 상대에게 자연스럽게 말하기도 했다. 애정도 있었고 소중하게 생각하고 있었지만 세세할 정도로 신경을 쓴다든가 존중해주지는 않았다.
하지만 문제가 간단한 만큼 해결책도 간단했다.
“…….”
황경호는 그런 그를 복잡한 표정으로 보았다. 좋은 것도 같고 싫은 것도 같았다. 그 표정이 마음에 들었다. 강동현은 잔을 앞에 두고 그대로 황경호의 입술에 깊게 입술을 눌렀다. 그대로 입을 맞추면서 끌어안았다. 서로를 껴안으면 요철이 딱 들어맞는 것처럼 완벽했다. 서로의 배가 꽉 맞붙고 팔다리가 얽히면 절대 다시는 떨어지고 싶지 않아진다.
“하아…. 으음….”
강동현은 입맞춤에 열중했다. 황경호의 보드라운 귓불과 뺨을 엄지로 지분거리며 혀를 느릿하게 섞었다. 서로의 타액이 달았다. 강동현은 고양이 혀처럼 까칠한 상대의 혀를 사탕을 빨듯이 쪽쪽 빨았다. 예민하게 반응하는 게 바로 느껴졌다. 그의 몸이 기분 좋을 정도로 따끈해졌다.
기분 좋다…. 달큰한 냄새가 났다. 계속 맡고 싶었다. 그가 흥분하고 젖어들면 그 향기가 더 짙어지기 때문에 얼른 그도 흥분시키고 싶었다. 접촉감도 황홀하다. 온몸으로 그를 꼼짝 못 하게 짜부라뜨리고 싶을 정도다. 강동현은 금세 흥분했다. 본인도 인지하고 있다시피, 그는 마누라한테 시도 때도 없이 조르는 철없는 남편이었으니 말이다.
“여기서 할까…? 방에 가? 하아….”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누르며 뜨겁게 한숨을 쉬었다. 황경호는 그에게서 몸을 빼냈다. 아주 자연스러운 바디랭귀지였다. 몸이 떨어지며 서로의 얼굴 사이에 약간의 간격이 생겼다. 강동현은 뭔가 싶어서 색기만땅한 눈빛으로 그의 눈을 뜨겁게 바라보았다. 황경호도 그의 눈을 그대로 올려다보았다. 뭔가 기다리듯 그의 양쪽 눈을 번갈아 보다가 한숨을 쉬며 시선을 뗐다.
“…내일 아침에 공항 가야 하잖아.”
“아직 내일까지 시간 많이 남았어….”
“오늘 물에 많이 들어가서 피곤해.”
“한 번만…. 응? 한 번만 하고 바로 자자.”
강동현이 황경호를 더 꼭 끌어안으며 뜨거운 목소리로 그의 귀에 속삭였다.
“응…?”
다시 눈을 마주치며 아주 매력적인 얼굴로 졸랐다. 그래도 황경호는 꽤 단호하게 고개를 저었다.
“싫어.”
“…….”
강동현은 멋있고 매력적인 얼굴로 황경호를 계속 유혹하려고 했는데 그가 은근히 단호하자 표정이 바뀌었다.
“진짜…? 진짜로?”
“응.”
“황경호…. 아니, 경호야….”
강동현은 불쌍한 척 졸라왔다. 황경호는 그래도 고개를 저었다.
“서울 가서.”
“경호님….”
강동현은 안달복달한 얼굴로 그를 보며 어쩔 줄을 몰라했다.
사실 그의 문제점은 아주 간단히 해결될 수 있는 것이었다. 그는 무의식중에 황경호를 완전히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처럼 본인도 상대방의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상대가 바라는 것은 뭐든 해줄 의지가 있었다(의사소통 자체는 별개의 문제더라도). 자기가 리드를 잡는 것도 엄청 좋아하지만 상대가 리드를 잡아 본인을 휘두르는 건 더 좋아했다. 그래서 그냥 그가 무의식중에 바라는 대로 황경호가 그의 머리 꼭대기에 앉아 마음껏 그를 주무르고 가끔 상이나 주면 그는 정신을 못 차리고 더 빠져들 것이다.
섹스는 사람을 비참하게도 하지만 상대를 사로잡는 강력한 무기이기도 하니까 말이다.
강동현은 마구 뜨거운 눈빛을 발사했다. 사람을 확확 끌어당기는 매력을 뿜으며 말없이 유혹했다.
“…….”
“그래도 안 돼.”
“…네…. 그러면 서울 가서는 언제쯤….”
강동현이 아주 공손하게 물었으나 황경호는 그냥 그의 뺨에 가볍게 입술을 누르고는 눈을 마주치고 말했다.
“잘 자.”
“…….”
강동현은 그렇게 근질근질한 얼굴로 그를 보내줘야 했다. 벤치 등에 들러붙어서는 끈덕진 눈길로 그를 좇았다. 그리곤 끄응 하고 벤치 등받이에 이마를 누르고 또 맹렬히 생각했다.
‘참자. 참자. 덮치지 말자. 자는데 덮치면 분명히 울고불고 화낸다. 아, 그것도 귀여운데. 아니, 안 돼. 안 돼. 안 돼. 또 한 달이나 못 하면 진짜 죽음이다…. 참자…….’
뭐가 마음에 안 드는 것인지 도통 감이 안 잡혔다. 그래도 요새는 꽤 설명을 해주고 그랬는데 이번에는 그냥 입을 꾹 다물고 있는 황경호였다. 게다가 뭔가 본인이 잘못한 양 미안하다고 계속 그러면서 스킨십은 멀리한다. 그래서 뭔가 더 잘못한 것 같아 전처럼 캐묻지도 못하겠다.
‘뭐지….’
멍청이가 된 기분이다. 화가 나거나 삐쳤다고 보기에도 이상하고…. 강동현을 보면 복잡한 얼굴을 하는 황경호였다.
뭔가 좀 답답해서 친구들이랑 밥이나 한 끼 하고 술은 딱 한 잔만 마시고 집으로 돌아왔다. 담배도 한 개비만 몰래 피웠다. 그리고 냄새를 확인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황경호가 TV를 보고 있었다. 그거 보느라 강동현이 들어오는지 눈치도 못 챈 것 같았다. 그는 강동현이 나온 드라마 <시크릿 블러드>를 보고 있었다.
“아, 나쁜 놈….”
강동현의 배역 서이건이 여자 주인공에게 피 한 모금만(?) 하자고 졸라대는 장면이 나오자 그렇게 중얼거렸다.
“…….”
막장드라마 보면서 감정 이입하는 가정주부도 아니고 말이다.
근데 귀엽다.
황경호는 무릎 위에 있는 노트북에 두다다 타자를 치기 시작했다. 강동현은 조용히 뒤로 다가가서 그가 뭘 하고 있나 확인하려고 했다.
“…!”
황경호가 인기척을 느끼고 노트북을 확 닫고는 뒤를 돌아보았다.
“놀래켜 주려고 했는데.”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자 황경호는 진짜 놀랐는지 가슴을 부여잡았다.
“뭐 하는 거야….”
“내 드라마 보고 있었어?”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면서 황경호의 옆에 앉으려다가 욕실로 쫓겨났다. 씻고 나서야 카우치에 앉을 수 있었다. 돌아오니 TV 화면이 바뀌어 있었다.
“왜 딴 거 틀었어? 다 봤어?”
“그냥….”
황경호가 우물쭈물했다. 강동현이 물었다.
“내가 나온 드라마 처음 본 거야?”
“그런 건 아닌데….”
황경호는 시선을 피하며 어중간한 말투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옆에 앉아 IPTV에서 <시크릿 블러드>를 찾아 들어갔다.
“3편이었지?”
“아….”
확인 버튼을 누르니 아까 보던 장면으로 넘어갔다. 강동현이 흠, 하고 자기가 나오는 장면을 보았다.
“저 때 몇 번 너한테 얼굴 맞아서 가끔 얼굴이 이상하단 말이야.”
“…….”
“왜. 찔려?”
강동현이 황경호를 옆에서 꽉 끌어안고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경호가 약간 짜증을 냈다.
“네가 짜증 나게 했잖아.”
“나 연기 잘하지?”
강동현이 물었다. 황경호가 대답했다.
“아니. 하나도 못해.”
“응?!”
강동현이 깜짝 놀라서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경호는 TV 화면에 나오는 강동현을 보면서 말했다.
“지금까지 한 것 중에서 제일 못하는 것 같아. 넌 <서리> 때가 제일 잘했어. 애가 왜 발전이 없어?”
“…….”
강동현이 입을 딱 벌리고 있다가 황경호의 얼굴을 뚫어져라 봤다.
“진짜? 왜? 어디가? 이상해?”
“네 연기 좋았던 게 디테일하다는 거였는데 요즘은 많이 과장된 것 같아. 아니, 극 중 역할이 그래서 그런 것도 있긴 한데, 그렇게 치더라도 이제는 대충 하는 것 같아. 했던 연기를 또 하고 또 하는 것 같고. 그냥 코믹한 캐릭터니까 웃기게 하면 됐지, 하는 것 같기도 하고.”
“…….”
서이건 캐릭터는 강동현에게 철썩 붙인 것처럼 잘 어울리는 캐릭터였다. 재미있지만 약간 정신 나간 것 같고 가끔 멋있는, 요상한 매력이 있는 캐릭터였다. 감독도 시청자들도 호평 일색이었는데 왜 얘는 별로라는 걸까?
황경호가 말을 이었다.
“눈빛이 별로 안 진지한 것 같아. 물론 캐릭터가 그래서 그런 것도 있는데. 그래도 나중에는 유진아 좋아하잖아? 그런데도 눈빛이 안 진지해. 진정성이 없어. 건성건성…. 성격이 그러니까 행동은 그렇게 보이더라도 눈빛은 좀 진지해야 할 거 아냐.”
황경호는 그렇게 혹평했다.
“예전에 <세조> 아역 했을 때나 <하이스쿨 호러>도 그렇고 <서리>도 아직 덜 떴을 때라 그런지 손끝, 시선 처리 하나 허투루 안 하는 느낌이었는데 요새는…. 쯧. 떴다 이거지. 여러 번 보는 의미가 없어.”
황경호는 혀까지 찼다. 강동현은 일단 무슨 말을 해야 할지 감을 못 잡다가 얼떨떨하게 입을 열었다.
“너…. 내 팬이었어?”
“…!!”
황경호는 헉 하고 입을 틀어막았다. 강동현은 살짝 얼굴이 상기되어서는 더 질척하게 들러붙었다. 황경호는 그제야 그를 떨궈내려고 했다.
“언제부터? 내가 한 거 뭐 뭐 봤어? 다 봤어?”
“아니…. 아니야.”
황경호는 말을 더듬었다. 그는 온몸이 순식간에 시뻘게졌다. 그리고 본인도 그걸 아는지 두 손으로 얼굴을 가렸다. 강동현은 벌건 그 손등에 입을 쪽 맞추며 흐응, 하고 웃었다.
“왜? 내 어디가 그렇게 좋았는데? 연기? 얼굴? 몸? 목소리?”
“비, 비켜…. 저리 가.”
“이제야 좀 이해가 가네. 내 팬이어서 그랬던 거였어. 뭐야. 그럼 네가 먼저 나 좋아한 거 아냐?”
“으….”
황경호는 어쩔 줄을 몰라 하며 강동현의 입을 막으며 밀어냈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동현은 그를 슬슬 깔아뭉개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카우치에 눕게 되어서는 두 손으로 얼굴을 가리고 있었다. 얼른 뭐라도 얘기를 해서 오해를 풀어야 하는데 도저히 방법이 생각나지 않았다. 이렇게 궁지에 몰린 기분은 처음이었다.
『나 좋아하잖아, 그치?』
“나 좋아하잖아, 그치?”
현실과 TV 속의 강동현이 동시에 그렇게 말했다. 뭔지는 모르겠는데 황경호는 울컥 화가 났다. 지분거리는 그를 확 밀어내고 화를 냈다.
“너 같은 거 세상에서 제일 싫어!”
“아, 또 거짓말한다.”
강동현은 자꾸 황경호가 좋아서 지분거리려고 하고 황경호는 변태같이 집적거리는 그를 떨궈내려고 안간힘을 쓰고 있었다. 그러다가 카우치에서 떨어졌다. 강동현이 깔렸다. 강동현이 쪽 하고 황경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는 손을 대면 빨간 물이라도 묻어나올 것처럼 빨개져서는 입을 꾹 다물었다. 강동현은 실실 웃으면서 다시 입을 맞추었다.
“좋아해, 경호야.”
황경호는 이것마저도 놀림을 당하는 것 같은 모양이었다. 얼굴이 벌게져서는 뭔가에 화가 나서 떨었다.
“왜….”
강동현이 달래듯 부드러운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며 미소를 지은 얼굴로 다시 천천히 입을 맞추었다. 혀가 안으로 쑥 들어왔다. 일주일 만이다. 황경호는 얼굴을 붉히면서 천천히 눈을 감았다.
“으음…! 응…! 하…. 으음…. 으응…….”
그대로 끌어안겨서 오랜만에 깊은 입맞춤을 나누었다. 온몸에 따끈따끈하게 열이 올랐다. 강동현의 커다란 손이 속옷 안으로 들어와서 맨살을 움켜쥐었다. 그리고 다른 손으로 그의 가슴을 만졌다.
“하아…. 왜 갑자기….”
황경호가 신음을 흘리며 움찔했다. 강동현이 그의 턱을 깨물며 우물거렸다.
“이럴 타이밍 아니야…?”
“뭐가 이럴 타이밍이야…. 으응….”
“서로 좋아한다는 거 확인했으니까…?”
강동현이 웃음을 섞은 목소리로 간지럽게 속삭였다. 황경호가 얼굴이 벌게져서는 부르르 떨었다.
“하지 마….”
귀가 녹을 것 같다. 그가 귓가에 대고 부드럽게 웃음을 흘렸다. 큰일 났다. 엄청 흥분했다…. 황경호는 그의 손가락이 저항을 뚫고 안으로 들어오자 벌써부터 애원을 하기 시작했다.
“흐읏…. 손…. 아앙…. 빼…. 읏…. 손가락 빼줘…. 아앗…. 안 돼…. 흐읏…. 아앙…. 잠깐만…. 처, 천천히…. 아앙….”
“흐응….”
강동현은 또 슬 나쁜 놈처럼 웃더니 황경호의 뺨을 쪽쪽 빨았다. 그리고 기다란 손가락으로 황경호의 안을 깊게 들락날락거리면서 내벽을 손끝으로 힘을 주어 문질렀다.
“하앗…. 으응…. 거기…. 하지 마. 하지 마. 아앙…. 읏….”
황경호가 두 손으로 강동현의 손을 붙잡았다. 강동현과 완전히 몸을 맞붙이고 그에게 온몸을 기댈 수밖에 없었다.
“아, 귀여워 죽겠네.”
“흐윽….”
강동현이 몸을 일으켰다. 젤 찾아야 한다. 얼른 넣고 싶다. 강동현은 카우치를 손으로 짚고 힘을 주어 그를 안아 들었다. 꽤 무거울 텐데 잘도 이런 짓을 했다. 황경호는 그의 손가락이 빠져나가자 약간 안도의 한숨을 쉬며 그를 타박했다.
“하지 마. 허리 다쳐….”
“흐응. 내 허리 걱정되지? 응? 너 기분 좋게 해줘야 하니까?”
“…죽어버려.”
황경호는 걱정을 해줘도 꼭 이렇게 받는 그에게 그렇게 말하며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어 숨겼다. 강동현은 황경호를 놀리는 걸 좋아했다. 그래서 이런 말 몇 마디 하다 보면 진짜 부끄럽다. 강동현은 젤을 찾아들고는 다시 거실로 왔다. 이상해서 그의 얼굴을 보는데 그가 리모컨을 들고 TV 볼륨을 늘렸다.
“TV에 나오는 게 더 멋있어? 실제로 보는 게 더 멋있어? 나 실물이 더 낫다던데?”“…….”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졌다. TV에서도 그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었고 바로 앞에서도 나오고 있다. 황경호는 아무 말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뭐라고 해야 할지 모르겠다. 뭘 말하든 놀릴 것이다.
“응? 뭐가 좋아? 어떻게 해줄까?”
뭐라고 안 해도 놀린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허리를 만져 올리며 옷을 벗겼다. 목과 귓가에 입을 맞추면서 계속 속삭였다. 황경호는 결국 오늘은 당하겠거니 하고 슬슬 체념하면서 그를 끌어안고 신음했다. 서로 살갗을 맞대고 있으니 그가 놀리는 것도 그냥 귓등으로 넘어갔다.
“너 지금 여기 완전 쑥쑥 들어가. 갈 거 같지? 응? 기분 좋지? 젖꼭지도 다 서고. 만져줄까? 응? 만져줘?”
“하아…. 그냥…. 아앙….”
황경호는 약간 신경질이 나서 그의 목을 끌어안으며 말했다.
“그냥 빨리 넣어…. 아읏….”
강동현이 좋아 죽었다. 그는 질척질척해진 황경호의 엉덩이에 자신의 자지를 꾸욱 누르면서 계속 놀렸다.
“너 여기 진짜 부드러워. 혼자서 만져봤어? 응? 여기로 자위해봤어?”
“흐읏…. 아읏…. 아…. 잠깐만…. 천천히….”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고 그의 말을 흘려 들으며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그때 산 지 얼마 되지 않은 커다란 TV와 홈시어터 음향기기에서 강동현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너 진짜 걔 좋아하냐?』
『내가 미쳤어? 그냥 먹고 싶어서 그러는 것뿐이야.』
“…!!”
그 순간 몸이 확 수축하면서 살짝 들어올 뻔한 강동현의 것이 확 밀려 나갔다. 강동현이 신음을 흘렸다.
[황경호…. 경호야…. 사랑해….]
갑자기 푸켓에서 있었던 일도 기억났다. 황경호도 갑자기 몸에 힘이 들어가서 아팠다.
“아으….”
황경호는 강동현의 어깨를 퍽 쳤다.
“나쁜 놈.”
“왜 또?”
“몰라.”
황경호는 그를 밀쳐내고는 욕실로 가버렸다. 역시 아직 화가 풀리려면 좀 남은 모양이었다. 강동현은 고통스러운 신음을 흘리며 카우치에 퍽 엎어져서는 발을 굴렀다.
‘아, 왜. 왜. 왜.’
그리고 한참 뒤에 황경호가 나올 때까지 그러고 있었다. 드라마는 다음 편이 계속해서 방영이 되고 있었다. 전편을 다 구입한 모양이었다. 강동현은 그렇게 엎드려서 욕실 문만 보고 있다가 황경호가 나오자 완전 삐친 얼굴로 그를 올려다보았다.
“줬다 뺏는 게 제일 나쁜 거야.”
강동현이 말했다. 황경호는 그의 얼굴을 못 본 척했다. 황경호가 카우치를 지나갈 때 그의 손가락을 잡았다. 그리고 뚱한 얼굴로 황경호를 올려다보다가, 황경호의 약간 찔리지만 아무렇지 않은 척하는 얼굴을 보자 갑자기 피식 웃었다.
“예뻐서 봐준다.”
완전 느끼한 발언에 황경호가 뜨악한 얼굴로 강동현을 내려다보았다. 진심이냐는 듯한 얼굴이었다. 강동현은 그의 손을 끌어당겼다.
“안 해도 되니까 좀만 더 이러고 있자.”
“아, 잠깐만…! 나 금방 씻었잖아…! 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