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그래서 사랑싸움은 개도 못 먹는다
그 이후로도 질리도록 싸웠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다시 집으로 들어오기를 원했고 황경호는 여전히 들어가기가 싫었기 때문이다.
“…….”
“…….”
강동현은 완전 짜증 나는 표정으로 팔짱을 끼고 있었다. 황경호는 단호한 얼굴이었다. 강동현은 정말로, 엄청, 완전 싫은 얼굴로 다리를 달달 떨다가 입을 열었다.
“…알았어, 젠장.”
“진짜?”
황경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고 그를 보았다. 강동현이 정말, 엄청나게, 존나게 싫은 얼굴로 답했다.
“어…. 씨….”
황경호는 기쁜 얼굴로 그에게 종이를 내밀었다.
“사인.”
“…….”
강동현은 그런 황경호의 얼굴을 잠깐 흘겨보았다가 펜을 집어 들고 사인을 했다. 둘은 이미 유명무실해진 저번 계약서를 폐기하고 새 걸 썼다.
<황경호(이하 갑), 도은혁(이하 을)은 다음의 내용에 합의한다.
1. 2항 이하의 조건을 만족시키는 대신에 갑은 집으로 돌아온다
2. 섹스는 갑이 제의할 때만 한다
3. 을은 담배를 끊는다
4. 을은 술을 끊는다
5. 을은 갑이 가사를 행함에 필요한 바를 적극적으로 행한다. 상세 내용은 다음과 같다.
1) 세탁물은 세탁물 통에 색깔별로 분리하여 넣는다
2) 밖에서 입은 옷은 드레스룸에 걸지 않는다
3) 씻고 난 후 물기를 제대로 닦고 나온다
4) 샤워나 목욕 후에는 욕실에 물기를 제거한다
5) …….
20XX년 4월 2일
황경호(갑) 서명
도은혁(을) 서명>
황경호가 원하는 대로 계약서라도 다시 쓰자고 먼저 말한 것은 강동현이었다. 어차피 집에 다시 들어가지 않으면 다 해결될 문제들이어서 황경호는 영 탐탁지 않은 얼굴을 했지만 강동현이 뭐든 그가 말하는 대로 듣겠다고 마구마구 공수표를 날렸다. 그래서 황경호는 반신반의한 얼굴로 기대 없이 몇 개를 질렀다. 강동현은 예상대로 완전 마음에 안 든다는 얼굴을 했다. 입씨름을 좀 할 줄 알았는데 잠깐 말없이 계약서를 쥐약 보듯이 보다가 순순히 콜을 불렀다. 황경호는 그의 그런 태도에 약간 감명을 받았다.
“이제 다시 들어오는 거지?”
강동현이 계약서를 잠깐 보다가 황경호를 바라보며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약간 미안해졌다.
“응….”
너무 오버했나…. 황경호는 다시 쓴 계약서의 내용을 반추해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다고 무르기도 우습고….
그렇게 황경호를 짐을 싸 들고 다시 성수동으로 들어왔다. 새로 쓴 계약서 덕분인가. 부담감이 없었다. 섹스도 안 해도 되고 강동현의 나쁜 버릇들도 좀 덜해질 것 같고. 게다가 새삼 실감이 나는 게….
‘이게 내 집이라고?’
땡 잡았다고 해야 하나…. 강동현은 자기 걸 다 명의변경 해줄 수도 있다는 식으로 말했지만 그런 건 원하지 않았다. 차라리 진짜 어디서 결혼을 한다면 모를까 법적으로 황경호와 강동현은 생판 남이었다. 증여세가 왕창 나온다….
강동현은 휴식기에 접어들어 밥 먹고 운동하고 병원 다니고 친구들이나 지인들을 만나거나 천천히 작품들을 받아보고 있었다. 연기학원도 일주일에 두 번은 가고 영어도 배웠다. 가끔 관광 홍보대사 일로 어디 참석해야 한다고도 했고 영화제나 시상식 같은데도 간다고 했다. 널널한 것 같으면서도 일은 항상 있는 남자였다. 강동현은 꼬박꼬박 자기 스케줄을 황경호에게 고해바쳤다.
황경호야 매일매일 출퇴근을 해야 하는 간호사였으니 말이다. 웬만하면 낮에 스케줄을 끝내고 황경호가 오면 끌어안고 물고 빨려고 하는 강동현이었다.
“청소 좀 하자, 청소 좀!”
“그냥 파출부 부르자. 응? 나랑 놀자.”
그리고 주말에는 데이트를 하러 나갔다. 얼굴이 팔릴 대로 팔린 남자라 사람들 많은 데는 못 갔지만…. 그럴 땐 또 돈이 돈이다. 여의도 벚꽃축제 때 63빌딩 레스토랑을 가서 벚꽃을 구경했다. 그다음 날에는 교외로 빠져서 한적한 곳으로 가서 벚꽃을 보았다. 사람들이 많은 게 싫어서 이런 식으로 벚꽃을 구경한 적이 거의 없었는데…. 예뻤다.
다시 같이 살게 되었지만 그날 이후로 섹스는 한 번도 하지 않았다. 강동현도 따로 조르는 말은 하지 않았다. 물론 엄청 만지고 물고 빨았지만 그냥 그 정도의 스킨십이었다. 황경호는 항상 그런 종류의 스킨십이 좋으면서도 어색했지만, 이제 그가 무릎에 누우면 얼추 그의 머리를 쓰다듬어 줄 정도는 되었다.
“으응…. 음…. 응…. 하아….”
키스는 많이 했다. 섹스할 때처럼 하는 키스만 아니라면 부담 없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키스하다 보면 둘 다 흥분하기는 하는데…. 왜인지 선뜻 하자고 할 수가 없었다. 강동현은 조르는 말없이 황경호의 눈을 보다가 참거나 가끔 화장실로…. 좀 미안하긴 하다.
금주는 별 어려움 없이 하고 있는 것 같았다. 하지만 금연은 힘든지 두 번 정도 걸렸다. 그 이후로 그가 돌아올 때마다 그의 손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아 확인했다.
“자.”
“…….”
근데 이상하게도 강동현이 이렇게 검사받는 걸 좋아했다…. 황경호가 아주 이상하다는 표정으로 지가 먼저 두 손을 내미는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황경호는 길쭉길쭉하고 잘생긴 강동현의 손가락에 코를 대고 냄새를 맡았다. 강동현은 손끝으로 상대의 입술을 살짝살짝 건드렸다.
“안 피웠네.”
“엉.”
강동현이 애교를 피워오며 황경호를 끌어안았다.
“아! 그래도 씻어!”
“같이 씻을래?”
“싫어.”
강동현은 얼른 씻고 와서는 카우치에 앉아 있는 황경호를 깔아뭉갰다.
“오늘 저녁은 뭐 먹을까?”
“뭐 먹고 싶은데?”
키스를 쪽쪽 하면서 그렇게 이야기를 나누었다. 황경호의 얼굴이 빨갰다. 안 그런 척하지만 부끄러운 것이다. 부끄러운데도 기분이 좋으니까 더 부끄럽다.
“배 많이 고파? 반찬도 많고…. 금방 해줄게.”
황경호가 그렇게 말하며 그를 밀어내려고 하자 강동현이 황경호의 쇄골쯤에 얼굴을 묻고 실실 웃었다.
“진짜 마누라 같네…. 이제 진짜 맞나?”
“…….”
황경호는 반박하지도 못하고 벌게져선 그를 한 대 때렸다.
“아! 할 말 없으면 때려, 왜!”
황경호가 부엌으로 가자 졸래졸래 따라와서는 귀찮게 했다. 뒤에서 허리를 끌어안고 음식을 하고 있는데 하나하나 입에 넣어 달라고 한다.
‘진짜 신혼도 아니고….’
황경호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다가 애꿎은 양파만 썰어댔다. 냉장고에 있는 반찬과 금방 갓 한 따끈한 불고기와 국을 내놓았다. 음식을 놓고 있는데 금붕어 똥처럼 엉겨 붙어 있던 강동현이 입을 맞췄다. 황경호를 자기 쪽으로 돌려 식탁에 밀어붙여 쪽쪽쪽.
“으으응….”
온몸이 간질간질했다. 황경호도 그의 목을 끌어안았다. 구름 위에 둥둥 떠 있는 것만 같다. 그와 몸을 마주 대고 있는 접촉감이 너무 좋아 식탁에 엉덩이를 걸치고 앉았다가 그의 허리에 다리를 둘러 확 조여 끌어안았다가 깜짝 놀라 입술을 뗐다.
“하고 싶지?”
강동현이 쪽쪽 황경호의 얼굴에 입을 맞추면서 다리를 풀려고 하는 황경호를 더 끌어안았다. 그의 반바지 다리 쪽으로 손을 집어넣어 허벅지를 만졌다. 포옹부터가 착 달라붙은 것처럼 접촉감이 황홀하고 기분이 좋았기 때문에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고 눈을 질끈 감았다.
“흐으응….”
역시 가끔은 이쪽도 참기 힘들어서 말이다. 황경호는 온몸의 피부가 오싹오싹하게 돋아나는 것 같은 느낌이었다.
‘안 돼…. 지금 하면 진짜 죽어….’
이게 안 하면 안 할수록 뭔가 엄청 쌓여서 말이다. 하면 진짜 죽을 것 같이 된다. 저번에도 그랬고 그 전에도 그랬다. 중간에 텀을 두면 도저히 다시는 못 할 것 같다. 전희라고 할 만한 것도 그다지 하지 않아도 몸이 이렇게 된단 말이다. 벌써 3주 정도 되었다. 황경호는 절대 복상사만큼은 하고 싶지 않았다. 그것만큼은 죽어도 싫었다.
“…밥 먹자. 떨어져.”
황경호는 그를 밀어내었다. 순간 강동현은 속으로 ‘참을 인’ 자를 수백 개를 쓰는 것 같은 얼굴이 되더니 떨어졌다. 그리고 털썩 의자에 앉았다. 둘 다 얼굴이 벌게져서는 밥그릇만 쳐다보았다.
“…먹자.”
“…어….”
그렇게 얌전히 밥을 먹었다. 뭐, 이런 일이 비일비재했다. 그리고 강동현은 이강유 비뇨기과도 다시 열심히 다니고 있었다.
“좀 포기하니까 오히려 마음이 편해져서요. 요새 파트너랑도 안 하고 자위만 하니까 이제 자위는 생각보다 잘 됩니다. 예전보다 느낌이 좀 덜하긴 한데…. 이제 뭔 일이 있어도 전립선염은 안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요령이 붙었습니다.”
“…다행이군요.”
발기부전이 사람을 만든다…. 2년 전에 자신의 앞에 앉아 있던 싹퉁바가지의 20대 청년을 기억하고 있는 이강유로서는 꽤 인상 깊은 일이었다. 무조건 빨리 나아야 한다는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의사 말은 귓등으로도 듣지 않던 젊은 환자가 50대 환자들보다 번뇌를 벗은 표정을 하고 있으니 말이다.
“요새 활동도 쉬신다고 하셨죠? 앞으로 관리만 잘하신다면 될 것 같습니다. 환자님이 만족하신다면 그걸로 충분하다고 말할 수 있으니까요.”
“그래도 아직 불안해서 관리 삼아 병원은 계속 다닐까 싶은데…. 별로일까요?”
“한 달만 더 지켜보도록 하죠. 그 뒤부터는 반년에 한 번이나 분기에 한 번 정도가 어떨까 싶습니다.”
“네.”
이강유는 나가는 강동현을 보면서 생각했다.
‘세상에 다 가진 놈은 없다더니만…. 애가 진짜 겸손해졌네.’
이 병원이야 원체 진상 환자들이 많아서 익숙했지만 그렇다고 잘잘못을 가리지 못하는 이강유가 아니니 말이다. 그렇게 판단하고는 곧 잊어버리고 다음 환자를 받았다.
강동현은 정말 좀 마음을 놓았기 때문에, 또 원체 그 자체도 미래지향적인 인물이었기 때문에 크게 걱정은 하지 않았지만 말이다….
‘…죽겠다.’
오히려 황경호가 옆에 없으면 별생각이 없는데 눈앞에 보이면 금세 초조해진다. 고행이라도 하는 기분이었다. 진짜 머리 밀고 절에라도 들어가야 하는지 가끔 진짜 못 참을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전에도 생각했지만 이렇게 사람을 감질나게 하니까 더 초조한 걸지도 모르겠는데…. 기본적으로 강동현은 황경호를 무의식적으로든, 이젠 의식적으로도 자기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있으니까 말이다. 더 참기 힘들었다.
‘오히려 질릴 때까지 하고 나면 괜찮지 않을까? 진짜 눈 한 번만 딱 감고 한 일주일…. 아니, 2주일 정도만….’
그러면 오히려 미련 없이 그가 기다리라고 할 때까지 기다릴 수 있지 않을까…. 강동현은 그런 생각을 잠깐 했다. 애매한 선까지만 만지게 해주니 또 에로틱한 상상에 박차를 가했다. 그렇게 한 달째가 되니 그렇게 스킨십을 좋아하던 강동현도 슬슬 황경호한테서 손을 떼기 시작했다. 그리고 집안일을 하는 그를 자주, 예의 황경호가 싫어하는 눈빛으로 뚫어져라 쳐다보기만 했다(황경호는 애써 무시했다). 황경호야 원래부터 그렇게 섹스에 대한 열망이 크지 않았다 보니 그가 만지지 않으니까 좀 더 편하다는 기분이었는데….
“…….”
“…….”
황경호는 청소를 하다가 강동현의 방으로 들어가 그의 방에 있는 욕실 복도 문을 아무 생각 없이 열었다가 그가 커다란 거울이 한쪽 벽면을 장식한 선반의 바로 앞에서 황경호의 옷에 코를 박고 자위를 하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상반신은 헐벗어서 그의 멋진 상체가 울끈불끈 드러나 있었고 그의 아랫배와 팔등에는 파랗게 핏줄이 올라와….
“미, 미안….”
황경호는 한 박자 늦게 문을 닫고 다시 나갔다. 그는 생각보다도 훨씬 당황해서 닫은 문 앞에 서서 짧은 시간 동안 장대하게 몰아치는 이미지와 싸워야만 했다. 알다시피 강동현이 자위할 때 뿜어나오는 섹스어필은 굉장히 강했다. 오랜만이라서 더 강렬했다. 황경호는 굉장히 갈등하다가 슬금 다시 문을 조금 열고 고개만 살짝 들이밀었다. 시선은 바닥을 향하고 있었다.
“손으로라도…. 해줄까?”
그리고 얼굴이 좀 벌게져서는 강동현을 쳐다보았다. 강동현은 아까 그대로 굳어서 그의 쪽을 보고 있었다. 그는 그제야 침을 꿀꺽 삼키더니 대답했다.
“어….”
강동현은 의외로 그대로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는 황경호를 말로든 뭐로든 괴롭히는 걸 굉장히 좋아했기 때문에 놀리는 말을 한두 마디 정도는 듣지 않을까 싶었는데 하지 않았다. 어색하기도 하고 이상하기도 했는데, 좀 배려받는 기분도 들기도 했다. 황경호는 주춤주춤 강동현에게 다가왔다.
“…….”
“…….”
둘이 쌓은 만리장성이 한두 개가 아닐 텐데 말이다. 둘은 뭘 처음 하는 연인처럼 어색해했다. 순서가 뒤죽박죽이고 서로 성격이 맞지 않고 사고방식이 다르고…. 그러니까 적절한 거리감을 재는 게 힘들다. 이렇게 해도 될지 모르겠다. 저렇게 하는 건 맞는지 모르겠다. 오히려 이것저것 다 겪고 나니 더 조심스러워졌다.
특히나 강동현은 어디까지가 그의 허용선인지 도저히 각을 잴 수가 없었다, 아니 오히려….
‘손으로만? 내가 만지는 건 아직 안 되나? 넣는 건 절대 안 되는 거고? 입으로 해달라고 해도 되나? 해달라고 하면 화내려나? 아니, 아니지. 해주겠지. 그리고 나중에 또 기분 나빠 하려나? 그럼 도대체 어떻게 해야 하는 거지?’
여기 이사 오고 나서 황경호는 강동현이 말하는 요구를 사실상 거의 다 들어줬었다. 심지어 스캔들이 나서 마음이 상해 있을 때도 티도 내지 않고 해달라는 대로 다 해주고, 싸우고 나서는 강동현이 웬만큼(아주) 무리한 걸 말해도 얼추 다 해주었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억지나 조름에 약하다는 것을 잘 알고 있었다. 하지만 그것도 애정이 있기 때문이라고 은연중에 생각하고 있었지만, 아무래도 강동현이 좋을 대로 생각하고 있었던 모양이고 그는 무리하고 있었던 것 같다, 아마도…. 황경호가 원하는 대로만 계약서를 썼더니만 도무지 더 이상의 진전이 있을 것 같지가 않았다. 그는 어린애 같은 스킨십은 은근히 좋아하며 받아들이지만 그 이상은 확실히 움츠렸다.
그래서 말이든 뭐든 하고 싶은데도 할 수가 없었다. 강동현은 그가 자신 때문에 더 이상 상처를 받지 않았으면 좋겠다고 진심으로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똑같이 마음의 정도로 그와 다시 사랑을 나누고 싶다고 열망하고 있었다.
지금까지 가졌던 많은 육체관계가 그에게 상처가 되었다는 것은 알고 있었다. 그러니까 그가 거기에 소극적일 수밖에 없다는 것도 이해할 수 있었다. 하지만 강동현에 대한 신뢰가 부족해서라든가 강동현의 마음을 의심한다든가 하는 것도 그 이유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는 게 이해도 안 되고 용납도 되지 않았다.
그 누구도 강동현만큼 그를 좋아할 수는 없었다.
그걸 왜 모르는지, 왜 알아주지 않는지 모르겠다.
황경호의 부드러운 손이 자신의 자지에 닿자 강동현은 섹시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는 진짜 손이 부드러웠다. 그런데 진짜 꼼짝을 못 하겠다.
‘키스는 해도 되나?’
해도 되냐고 물어보면 해도 된다고 할 것 같은데 그렇다고 지금 키스하는 걸 좋아할지는 모르겠다. 그를 상대할 때마다 매번 이런 걸 신경 써야 한다는 게 성가셔서 미치겠다. 근데 이제는 저절로 스스로의 언행을 검열하게 되었다. 그를 좋아하기 때문이었다.
황경호는 한 손으로 천천히 강동현의 남성기를 어루만지다가 두 손으로 만졌다. 자기가 만지고 있는 걸 얼굴을 붉히고 보고 있다가 고개를 들어서 자기가 먼저 입을 맞추었다. 강동현은 움찔했다.
‘혀는 넣어도 되나?’
미치겠다…. 마음이 동동거렸다. 그의 손이 진짜 엄청 기분 좋았지만 역시 그다음이 자꾸 땡긴다. 입술을 떼고 잠깐 서로의 눈을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이 꽤나 야하고 섹시했다. 강동현은 부글부글한 마음을 끌어안고 또 의문을 떠올렸다.
‘언제쯤 섹스하고 싶어질 거냐고 물어보면 당연히 안 되겠지?’
또 생각했다.
‘이런 얼굴 하면서 아직도 나랑 하기 싫다고?’
그리고 그가 해주는 수음에 신음을 흘리며 두 손으로 허리를 기댄 선반을 꽉 잡았다.
‘그냥 덮치고 싶다….’
역시 황경호도 이걸 한두 번 해본 게 아닌지라 그가 갈 것 같을 때를 잘 알아차리고 선반에 있는 티슈를 뽑아서 그가 사정하는 정액을 받아냈다. 그리고 손을 닦고 그것을 휴지통 안에다 넣었다. 탈력감에 숨을 몰아쉬며 아무 말 없이 자신의 행동을 눈으로 좇는 강동현을 쳐다보지도 못하고 자기 티셔츠를 끌어 내려서 자신의 거기를 가렸다. 그리고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했다.
“난… 나갈게.”
강동현은 반사적으로 그의 손목을 잡았다. 황경호가 크게 움찔하면서 말을 더듬거렸다.
“어…. 어? 왜?”
“…….”
지금 유혹을 하라면 할 수 있었다. 그를 단번에 자빠뜨릴 자신도 있었다. 그도 발끝부터 머리끝까지 자신을 원해서 마음이 애끓게 할 수도 있었다. 몇 번이나 절정에 이르게 해줄 수도 있었다.
‘아니, 이미 흥분해 있기도 하고.’
그런데 말이다. 지금까지 ‘그게 정답이다’ 라고 했던 게 전부 오답이었다. 남들이 바로 이런 오르가즘을 느끼기 위해서 별짓을 다 하는데 그는 싫어했다. 남들은 이런 집, 이런 물질을 누리기 위해 그 노력을 하는데도 그는 싫어했다. 그는 분명히 자신을 원하고 있는 것 같은데도, 강동현 본인을 전부 진심으로 주겠다는데도 믿지도 않고 싫어했다.
아니, 그는 좋아하는 것 자체를 무서워하고 싫어하는 것 같았다. 답답했다. 성가셨다. 어떻게 하면 이런 짜증 나는 성격을 가질 수 있는지 도무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그는 마치 약점을 훤히 드러내고 있는 사람처럼 취약하고 조금은 부끄러운 듯한 얼굴로 최선을 다해 괜찮은 척 자신을 숨기려고 하고 있었다. 강동현은 드디어 생각이 아니라 진짜 입을 열었다.
“좋아해.”
“아…….”
황경호는 순간 움찔하면서 강동현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강동현은 말을 이었다.
“나 싫어하는 거 아니지?”
“…….”
“나 미워하지 마. 네가 무슨 생각하는지 가끔 모르겠어. 또 갑자기 나가거나 할까 봐 무서워.”
강동현은 황경호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멍청한 얼굴을 하고 있었다.
“싫은 거 있으면 제발 싫다고 말해줘. 내가 알아들을 수 있게, 확실하게. 나 정말로 너 좋아해. 나 너한테 전부 올인인데 넌 계속 선 그으려고 하니까…. 미치겠어.”
“…….”
황경호가 아무 대답이 없자 강동현은 답답해서 그에게 손을 뻗어서 그의 얼굴을 손으로 감싸 잡았다. 그리고 좀 더 얼굴을 가까이했다. 그의 눈을 뜨겁게 바라보면서 나직하게 속삭였다.
“뭐라고 말 좀 해봐….”
“…!”
황경호의 얼굴이 확 붉어지더니 한 손으로 얼굴을 잡고 있는 그의 팔을 붙잡고 바르르 떨었다.
“으윽…. 아으…. 하으….”
그는 잇새로 미처 참지 못한 신음을 흘리면서 다른 손으로 티셔츠를 마구 끌어내려 자신의 거기를 가렸다. 강동현은 얘가 왜 이러나 싶어서 살피다가 그가 이유도 없이(?) 금방 절정에 이르렀다는 것을 알고 얼굴을 확 붉히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
“…….”
황경호의 온몸이 터질 것같이 빨개져서는 꼼작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강동현이 그런 황경호의 얼굴과 온몸을 쉴 새 없이 눈으로 더듬다가 드디어 입을 열었다.
“너…. 사실은 나 진짜 좋아하지?”
“아, 아니야…!”
“…….”
“마음에 들어?”
일부러 초인종을 눌렀다. 의아한 얼굴로 현관으로 나온 황경호가 딱 굳었다. 강동현은 훤칠하게 잘 차려입고 머리까지 말끔하게 한 후 커다란 꽃다발을 들고 서 있었다.
“마음에 안 들어?”
굳어 있는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또 일부러 살짝 나직하게 말하니 그가 펄쩍 뛰면서 뒤로 한 걸음 물러섰다. 강동현은 실실 웃음이 나오려는 것을 아주 잘 참았다.
역시 아무것도 안 하고 기다리는 것은 강동현의 성미가 아니었다. 얌전히 좀 기다려 보려고 마음을 다잡았는데 저번에 그러는 걸 보니 역시 못 참겠다. 뭐가 뭔지 이것저것 생각을 해보다가 역시 이거다 싶어서 한번 해봤다.
강동현이 확실하게 알고 있는 상대가 좋아하는 것들은 꽃, 자신의 목소리, 그리고 이런 있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애초에 강동현의 얼굴을 좋아하는(진짜 거의 확실하다) 황경호였다. 몸도 좋아하는 것 같은데 섹스가 연상되어서 그런지 자꾸 빼는 것 같고 큰 걸 안겨주는 건 부담스러워한다.
‘꽃 이런 거 아무것도 아닌데 먹히려나…. 한두 번 준 것도 아니고….’
그렇게 생각했는데 막상 보니 어쩔 줄 몰라하는 게, 좋아하는 것 같다.
“갑자기 이런 건….”
꽃을 받으니 꽃만 쳐다본다. 나 봐라, 나. 잘생기고 멋진 나를 봐라. 강동현은 그의 귓가를 감싸 고개를 들게 했다. 그가 자신의 얼굴을 올려다보아서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그가 얼굴이 확 하고 빨개져서는 강동현의 어깨를 퍽 쳤다.
“문도 안 닫았는데…!”
“아, 맞다.”
강동현은 문을 닫으며 집안으로 들어왔다. 빈틈 많은 얼굴로 꽃을 껴안고 시선을 피하는 그를 보니 역시 아랫배가 간질간질했다. 강동현은 그의 허리를 끌어안았다. 그들의 사이에 있는 장미와 백합의 향기가 코를 찌른다. 강동현이 그의 뺨에 입술을 누르자 그가 눈을 질끈 감으면서 부들 잠깐 떨었다.
엄청 민감한데 엄청 잘 참는 게 신기하다. 강동현은 애간장이 닳아 죽겠는데 얘는 뭘 이렇게 잘 참는가. 원래 자위도 안 할 정도였다지만 그래도 그 정도로 기분 좋으면 좀 그런 욕구도 생길 만하지 않은가.
‘아니, 이것도 생겼다고 봐야 하나.’
보통은 들어오자마자 만져대면 씻으라는 말부터 하는데 오늘은 그런 말을 한마디도 하지 않는다. 기분이 좋아졌다. 강동현은 그를 더 끌어안으며 그의 등허리를 매만졌다. 민감하게 움찔움찔 대는 게 느껴졌다.
아…. 진짜 착착 붙는다. 강동현은 낮게 신음을 흘리며 그를 더 꼭 끌어안았다. 꽃이 망가지지 않게 한 손으로 잡고 강동현의 어깨를 끌어안고 있던 황경호가 갑자기 물었다.
“향수…. 바꿨어?”
“바꿨어. 마음에 들어?”
“응….”
황경호가 이제 긴장은 많이 안 되는지 그대로 눈을 감으며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우리 선생님이 뿌리시는 향수 같은데…. 예전부터 좋아했어.”
“…….”
강동현은 왜인지 따지기도 전에 기분이 확 나빠졌다. 강동현을 자연스럽게 자신을 마주 끌어안고 있는 황경호를 밀어냈다.
“…씻고 올게.”
“어? 응….”
황경호는 오늘따라 유달리 멋있는 그의 모습이 사라지는 게 아까워서 물끄러미 시선으로만 그를 좇았다. 들어오자마자 씻는 건 이제 당연한 일과라 그러려니 싶긴 한데….
황경호는 작은 방에서 꽃병을 하나 찾아내서 꽃을 꽂아 잘 정리를 했다. 거실에 장미와 백합 향이 확 끼친다. 예뻤다. 기분이 좋다. 고맙다. 거실에 앉아서 그가 욕실에서 나오기만을 기다리며 가만히 꽃을 보고 있었다. 그리고 갑자기 두 손으로 얼굴을 잠깐 감싸고 고민을 하기 시작했다.
‘하자고 할까…? 너무 뜬금없을까? 좀만 살살해줬으면 좋겠긴 한데…. 진짜 완전 죽을 것 같이 될 텐데….’
황경호는 그렇게 걱정을 했다. 그냥 적당히 할걸. 왜 이렇게 미뤄가지고 일을 더 크게 만들었는지 모르겠다. 그래도 언젠가는 넘어야 할 산….
‘요즘 하는 거 보면 그렇게 해줄 것 같기도 하고…. 아, 좀 부끄러운데….’
아니, 좀 많이 부끄럽다…. 황경호는 혼자서 얼굴이 펑 터질 정도로 고민을 했다. 그가 그걸(?) 시키면 어쩌나, 저걸(?) 시키면 어쩌나 이런 걱정을 하고 있을 때쯤 강동현이 나왔다. 강동현은 아무 말 없이 카우치에 털썩 앉더니 심드렁한 얼굴로 TV를 켰다. 황경호는 얼굴을 붉힌 채로 그의 얼굴을 보았다가 바로 그의 기분이 별로 좋지 않다는 걸 캐치해냈다.
‘내가 뭐 했나?’
황경호는 순간 자신이 잘못한 것이 있는가 싶어 불안해졌다. 뭔가 했나 싶어서 생각을 해보아도 원체 짧은 시간 동안이라 감도 잡히지 않았다.
“밥은 먹고 왔어?”
황경호가 물었다. 강동현은 아주 심드렁하게 대답했다.
“어.”
황경호는 그렇게 물끄러미 강동현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보통 그는 기분이 나쁘면 바로 얘기를 하는 스타일이었다. 입을 다무는 건 보통 더 이상 싸우기 싫다고 생각할 때고 그때도 보통은 황경호가 먼저 입을 다물었다. 황경호는 보통 사람과의 관계에서 자신이 맞추는 게 익숙한 사람이었다. 그래서 자기 얘기는 하지 않아도 남의 얘기는 잘 들었다.
“왜 그래? 무슨 일 있었어?”
“…….”
그리고 강동현은 진짜 솔직한 성격이라서 금방 이렇게 티가 났다. 강동현은 잠깐은 참는가 싶더니 갑자기 황경호의 두 뺨을 손으로 꼬집어 잡았다. 그리고 얼굴을 바로 보았다.
“야, 씨…. 너 꼬시려고 힘 좀 줘서 차려입고 왔더니 거기서 깨게 너네 선생 얘기를 왜 해?”
“어? 언제?”
“내 향수. 내일 당장 버린다, 진짜.”
“어? 뭐? 그거? 왜? 아깝게? 나 그 냄새 진짜 좋아하는데….”
황경호는 영 핀트를 못 잡았다. 강동현은 부글부글한 얼굴로 손에 힘을 주었다. 황경호는 아파서 저절로 그에게 딸려갔다.
“아파. 아파.”
“너 그 선생 좋아하는 건 알겠는데 내 앞에서 얘기하지 마. 질투 나니까.”
“…뭐?”
황경호는 황당한 얼굴로 강동현을 보았다.
“야…. 우리 선생님이야….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아, 몰라! 짜증 나니까 내 앞에서 얘기하지 마.”
오랜만에 짜증을 있는 대로 내는 강동현이었다. 그 기세에 밀려 황경호가 얼떨떨하게 대답하긴 했다.
“알았어…. 이상한 애야.”
황경호가 덧붙인 말에 더 짜증이 나는지 하여튼 신경질 가득한 얼굴로 황경호를 내려다보는 강동현이었다.
“아파. 아파! 알았어. 놔!”
황경호는 볼을 꽉 쥐고 있는 강동현의 팔을 퍽퍽 쳤다. 황경호는 빨갛게 자국이 남은 자기 볼을 두 손바닥으로 누르며 불평했다.
“그리고 나 선생님 안 좋아해. 선생님이 얼마나 파렴치한 악덕 의산데.”
황경호의 그 말에 강동현은 깜짝 놀랐다. 그가 얼마나 그 의사를 친애의 눈으로 보고 있는지는 아마 강동현이 가장 잘 알 것이다.
“뭐? 그건 또 무슨 소리야?”
그러자 황경호는 약간 흥분조가 되어 설명하기 시작했다. 이 얘기만 하면 좀 이성을 잃는 황경호였다. 남의 일이라서 더 그랬다.
“아니, 금요일에 너 바로 전 예약 환자 있잖아. 아이돌같이 생긴 예쁜 남자애.”
“아, 어. 걔가 왜?”
“걔가 엄~청 인기가 많아서 남자고 여자고 죽자고 매달리거든. 걔 때문에 경찰에 잡혀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야. 성희롱, 성추행 이런 거 밥 먹듯이 당하고…. 아, 나 이 얘기 또 안 하려고 했는데.”
“아, 뭔데. 계속 얘기해.”
“걔도 거의 너만큼 병원 다녔거든. 걔가 진짜 사람 홀리는 게 있어서 다른 환자나 간호사들 중에서도 은근히 걔 노리는 애들 있다고 들었을 정돈데…. 아니, 세상에 우리 선생님도 걔한테 손을 댄 거야.”
“뭐? 거짓말. 남잔데?”
“걔 때문에 넘어선 안 될 선을 넘은 사람들이 얼마나 많은 줄 알아? 걔 여자친구 전투력이 장난 아니라서 그 여자한테 맞아서 고자 된 사람들도 부지기수야. 진짜 나 우리 선생님 경찰이 아니라 그 여자친구한테 찌를까 심각하게 고민하고 있었는데.”
“넌 왜 이런 얘기를 나한테 안 했어?”
강동현은 은근히 기분이 좋아졌다. 그는 엉덩이를 당겨 황경호 가까이에 앉으며 팔을 카우치 등에 둘러 그의 등 뒤를 감싸듯 한 자세를 했다.
“의사라는 지위를 이용해서 환자한테 그런 짓을 했다는 게 질이 너무 나쁘잖아. 여자친구도 멀쩡히 있는 앤데. 불쌍한 앤데. 치료니 뭐니 하면서 이상한 짓 하는 모양인데…. 솔직히 세상 다른 사람들 다 그래도 이강유 선생님은 안 그럴 줄 알았는데.”
“그러게. 그 선생님 그럴 사람으로는 안 보였는데.”
감정이입과 동질감으로 자기 일처럼 흥분한 황경호는 여기서 실언을 하고 말았다.
“선생님이 너 같은 놈도 아니고 진짜 어떻게 그런 짓을 할 수가 있어? 배신감이 완전….”
황경호는 뭐라고 말을 계속 이으려다가 자기가 뭔 말을 했는지 깨닫고 헉! 하며 강동현의 얼굴을 보았다. 강동현은 은근한 미소를 짓고 있다가 정색했다. 약간의 침묵이 그대로 흘렀다. 황경호는 변명이라도 해야 할 것 같은 기분이 그의 눈치를 보면서 입을 열 타이밍을 노렸는데 강동현이 불쑥 말했다.
“그런 짓이 무슨 짓인데?”
“아니…. 그러니까 내 말은….”
“나 같은 놈이 뭐?”
“아니이….”
황경호는 완전 난처하고 당황한 얼굴로 그를 보았다. 보통 처신을 엄청 잘하는 그라 이런 식의 실수는 정말 없는 그였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기세에 눌려 점점 자세가 낮아지다가 결국 그의 밑에 깔렸다.
“뭐? 이런 짓? 이런 거?”
“아…! 하지 마…! 앗!”
강동현이 서로의 하반신을 힘있게 눌러 허리를 그거 하듯이 움직이자 황경호의 얼굴이 확 빨개졌다. 황경호는 그의 티셔츠 등 부분을 잡아당겨서 그를 떼어내려고 했다. 황경호도 화가 좀 났다.
“이거 봐…! 진짜 자기가 잘못했다고는 절대 생각 안 하지!”
“인제 와서 어쩌라고. 너 이제 내 거야. 아니, 원래부터 내 거였어.”
“내가 왜 네 거야!”
“내 거야.”
강동현은 그렇게 말하면서 그의 입술에 입을 쪽 맞추고 그를 내려다보았다. 황경호는 억울함과 화가 섞인 얼굴로 강동현을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이런 얼굴 오랜만이다. 근래 내내 꼬리를 바짝 내리고 있던 강동현이었지만 절대 이럴 때 시선을 피하는 법이 없었다.
분위기가 아무리 좋았어도 사소한 걸로 마음이 상하고 싸운다. 아무리 서로 조심을 하려고 해도 ‘너’와 ‘나’로 나뉘어 존재하는 이상 어쩔 수가 없는 일일지도 모른다. 분명히 황경호는 스스로 그에게 잠자리를 가지자고 말하려고 할 정도로 마음이 열렸는데도 그게 삽시간에 다시 닫히는 걸 느꼈다.
“아니야.”
황경호는 그렇게 말하고 시선을 피했다. 싸움을 더 크게 만들고 싶지 않았다. 더 이상 말도 하고 싶지 않았다. 강동현은 언제나 이제 지나간 일이라는 식의 입장을 견지했다. 거기에 대해 계속 말을 하는 건 상당히 스스로가 바보같이 느껴져서 기분이 금세 나빠졌다. 이 주제는 피하는 게 낫다. 그래서 그냥 속으로 되뇌었다.
‘이런 놈이 좋다고? 진짜로? 다시 생각해보는 게 백번 나을 것 같은데….’
좋아한다고 진짜 확신하는 거야? 그렇게 생각하는 게 잘하는 짓인 거 같아? 황경호는 그렇게도 자문했다. 그렇게 황경호가 굳은 얼굴로 자신을 피하고 있자 강동현은 한숨을 쉬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알았어…. 미안해. 나도 좀 초조한가 보다.”
“…….”
“아…. 지금 안는 거 싫어? 떨어질까?”
황경호는 대답이 없었다. 강동현은 그냥 떨어지기로 했다. 그리고는 뭔가 상당히 풀이 죽은 얼굴로 카우치에 앉아 있었다. 강동현이야 뭘 하든 열심히 하는 종자다 보니 기대한 만큼 성과가 안 나오면 의외로 곧잘 저런다. 황경호도 자리에서 일어나서 앉았다.
“…….”
“…….”
이럴 때는 정말 서로 안 맞는 것 같다는 생각이 물씬 든다. 처음부터 아예 글러 먹었는데 억지로 이렇게 같이 있는 거 아닌가 싶기도 하고…. 황경호는 얼굴을 좀 붉혔다. 맞는 말이지….
‘멍청하다…. 나 진짜 멍청하다…. 이런 데 좋아한다고…? 좋아한다고…….’
그렇게 좀 창피해서 잠깐 가만히 있는데 갑자기 강동현이 황경호의 덥석 손을 잡았다.
“너랑 같이 있으면 기분이 좋았다가 나빴다가 롤러코스터 타는 것 같아.”
“…….”
“그래도 좋아해. 그래서 좋아하니까 이상한 생각 하지 마.”
황경호는 강동현을 돌아보았다. 그는 여전히 약간 풀이 죽은 얼굴이었지만 그래도 황경호처럼 땅을 파고들어 간다든가 하지 않는 사람이었다. 황경호는 가슴이 뜨거워지는 것 같다는 착각이 들었다.
그는 황경호와 달랐다. 그는 약하지 않았다. 그는 황경호를 좋아한다고 했다. 자기가 한 말은 전부 지킬 수 있는 남자였다. 그는 의연하고 강한 성격을 가졌다. 물론 가끔 이기적이고 제멋대로지만, 매력적이다.
황경호도 그랬다. 그래서 그가 싫은데 그래서 좋았다. 황경호는 얼굴이 화하게 붉어졌다. 그의 말이 맞았다. 그와 함께 있으면 기분이 널을 뛴다. 좋았다가 미웠다가, 미웠다가 또 좋고…. 황경호는 자신의 손을 잡은 그의 손을 자기도 힘을 주어 잡고 충동적으로 그의 입술에 입을 맞추었다. 강동현이 약간 놀라서(정확하게는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로) 황경호를 보았다. 황경호는 그의 얼굴 가까이에서 속삭이듯이 작게 말했다.
“아까 너 샤워할 때…. 너한테 어떻게 섹스하자고 해야 할지 고민했어.”
강동현의 얼굴이 굉장히 얼이 빠져서 웃겼다. 황경호는 역시 좀 부끄러워서 얼굴이 빨간 채로 말을 이었다.
“근데 진짜 살살해. 좀 무서워.”
강동현은 일단 그를 끌어안았다. 그런데 도저히 이해가 되지 않아서 머리를 한참 굴리는데도 답이 나오지가 않았다. 물음표가 온갖 곳에 산재했다. 하지만 혼자 고민을 해봤자 답이 안 나온다. 강동현은 얼떨떨한 목소리로 물었다.
“일단…. 뭐가 제일 꼴리는 거야? 꽃? 내 목소리? 아니면 향수? 차림새?”
“……가끔 너 이럴 때 진짜 싫어.”
동전을 넣으면 꼭 음료수가 나와야 한다고 생각하는 것처럼, 가끔 사람을 게임 공략이나 전리품처럼 생각하는 것 같아서 짜증 난다. 집이나 차를 주면, 정성을 다해서 비위를 맞춰주면 결국엔 그가 바라는 게 떨어질 것이라 여기는 것이다.
“응? 어? 또 뭐가?”
“됐어! 잠이나 자!”
황경호는 그를 밀쳐내고 자기 방으로 들어가서 문을 잠갔다.
*
황경호는 강동현의 팬 커뮤니티를 돌다가 한 달 전쯤에 촬영을 끝마친 중국 영화의 예고편이 있는 것을 보고 클릭을 했다. 강동현은 까메오 정도라서 예고편에 나올까 싶었는데 예고편에도 잠깐 나오고 파파라치 사진들이 같이 있었다. 중국풍 옛날 옷들도 진짜 잘 어울린다….
‘사람은 역시 잘생기고 봐야….’
아무래도 강동현도 사람이다 보니 집에 있을 때랑 일하고 있을 때랑은 확실히 달랐다. 집에 있는다고 그 미모가 사라지는 건 아니지만, 화장과 조명과 일하는 남자의 후광이 덧붙여지면 더 장난 아니다. 한 번쯤은 이렇게 일하는 그를 보고 싶다. 사인회 같은 건 몇 번 가봤지만 다른 건….
‘그렇다고 팬클럽 사람들 가는데 같이 가자니 영 걸릴 것 같고….’
게다가 팬클럽 사람들은 내가 남자라는 걸 모른다…. 내가 바로 말로만 듣던 넷카마……. 황경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노트북을 끄고 사람들을 구경했다. 5월은 가정의 달. 쉬는 날이 많았다. 황경호는 공항이었다. 징검다리 연휴까지 4일이나 놀아서 무려 해외로 놀러 가기로 했다. 한창 강동현이 애교를 부릴 때 이미 끊은 거라 얄짤없이 가야 한다. 둘이서 입씨름을 좀 해서 비즈니스로 끊었다. 자리를 나란히 잡지는 않았다. 강동현이 특히 그랬지만 황경호도 가끔 부주의(?)할 때가 많았기 때문에…. 어쨌든 한국에서 출발하는 비행기는 좀 위험하다.
둘이서 관광을 열심히 다닐 것은 아니라 3박 4일 정도 좋은 숙소에 처박혀서 수영하고 맛있는 걸 먹고 할 생각이었다. 강동현은 한국 사람들이 최대한 없는 곳으로(비싼 곳으로) 가자고 했지만 일단 너무 비싼 곳은 황경호의 허들에 걸렸다.
근데 이틀 전에 약간 싸운 것 때문에 약간 냉랭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었던 터라 가서 어떨지 모르겠다.
현지에 도착했을 때는 엄청나게 더웠다. 차에다 짐을 싣고 예정된 숙소로 가는 동안에 벌써 땀이 엄청났다. 그리고 숙소에 도착하고 입을 딱 벌렸다.
“이거…. 얼마짜리야?”
“얼마 안 했어. 호텔이나 리조트는 알아보는 사람 많아서 안 돼.”
바로 앞에 작은 프라이빗 비치가 있는 고급 풀 빌라였다. 안에 침실도 2개에 야외 욕조와 내부 욕조가 있고 가구나 인테리어도 비싸 보인다. 황경호는 너무 비싼 거 아닌가 싶어 그에게 뭐라고 하려다가 휴가를 와서까지 그가 황경호의 수준에 맞출 순 없는 거다 싶어 별 얘기는 하지 않았다. 아무리 24억짜리 집이 있다지만 황경호는 역시 서민이라서 뭐가 눈에 들어올 때마다 도대체 이게 얼마일까, 라는 생각을 떨칠 수가 없었다.
그런 걸 차치한다면 돈이 좋긴 한 지 정말 예쁘고 멋졌다. 해변의 하얀 모래와 아름다운 바닷물 색깔과 그 뒤에 야트막한 초록색 산들까지. 지상낙원이 따로 없었다. 그리고 이런 장소라면 강동현도 파파라치나 다른 것 걱정 없이 지낼 수 있을 것이다.
“짐은 나중에 생각하고 일단 수영이나 할까? 해변으로 나갈래?”
“해변은 해 좀 지고 가자 지금은 너무 더운 것 같아.”
“그럼 풀에 가자.”
이미 건물의 내부에는 제습기를 겸해 에어콘이 빵빵하게 돌아가고 있었다. 강동현은 옷을 훌렁훌렁 벗더니 수영복 팬티만 입고 얼른 물에 뛰어들었다. 그는 수영도 할 줄 아는 모양이었다. 황경호는 그냥 그걸 구경하면서 밖에 있는 선베드에 앉았다. 차양 밑에 있는 데다가 선풍기도 틀어놓으니 그럭저럭 있을 만했다. 책을 읽다가 가끔 눈을 들어 해변과 바다를 보면 현실감이 안 들 정도로 예뻤다. 좀 읽다가 약간 피곤한 거 같아 선베드에 누워 긴장을 쫙 풀었더니 서울의 공기와는 다른 후덥지근한 공기가 한차례 불어온다. 뭔가 노곤노곤하다….
황경호는 그대로 깜박 잠들었다가 뭔가 온몸에 후두둑 물방울이 떨어지자 깜짝 놀라 일어났다. 황경호는 강렬한 햇살을 등지고 자신의 위로 올라온 물에 젖은 강동현의 얼굴을 발견하고 순간 숨을 멈추었다.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황경호는 자기 옷은 물론이고 책도 젖고 있다는 걸 깜박하고 그의 얼굴을 못 박힌 듯 보고 있었다. 그가 그대로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피곤해?”
그의 부드러운 입술이 차가운 물기를 머금어 더욱 미끄럽고 촉촉했다. 그의 눈빛이 사람을 확 빨아들이는 것만 같다. 황경호는 펑하고 온몸이 빨개졌다.
그가 너무 섹시했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배 위에서 책을 집어 옆에 있는 선반에다 두며 다시 입을 맞추었다. 혀가 안으로 들어와 황경호의 것을 문질렀다.
“혀 내밀어 봐….”
강동현이 그렇게 속삭이자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하고 그의 말대로 혀를 내밀었다. 그가 예전에 하듯 혀끝부터 뿌리 끝까지 사악 핥았다. 황경호는 부르르 떨며 신음을 흘렸다.
“흐으응….”
다리가 비비 꼬일 것 같다. 서로의 눈을 마주치며 계속 그렇게 깊게 입을 맞추었다. 이런 키스는 정말 오랜만이라서 황경호도 삽시간에 빠져들었다. 옷이 젖는 것도 모르고 그의 목에 팔을 둘러서 끌어안았다.
“…….”
“…….”
입술을 떼고 서로의 이마를 마주 댄 채 서로의 눈을 빨려 들어갈 듯 바라보았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셔츠 밑으로 손을 넣어 허리를 손가락 하나로 스윽 훑었다. 황경호는 바르르 떨며 민감하게 반응했다.
지상낙원에 정말로 둘밖에 없었다.
황경호는 저번에 싸운 것 때문에 여행지에서도 어색할 것 같다고 생각했던 자신은 까맣게 잊었다. 새로운 곳이라서 그럴까. 그간 이번에 섹스하면 진짜 죽을 거라고 은근히 무서워하던 것도 잊어버렸다.
황경호는 생각보다도 대담하게 그를 끌어당기며 다리를 벌려 그의 허리를 감쌌다. 그대로 자세가 반전되어 강동현이 선베드에 앉고 황경호가 위로 올라왔다. 강동현이 그의 상의를 벗겼다. 바지도 벗겼다. 강동현도 수영복을 벗었다.
“으응…. 흐응…. 으….”
황경호는 맨살로 그와 이렇게 맞닿는 것만으로도 벌써 온몸이 찌릿찌릿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그의 허벅지 위에 앉아 두 개의 성기를 맞닿게 했다. 그대로 강동현이 황경호의 손으로 두 개를 다 잡게 했다.
“세게 잡아…. 흔들어.”
강동현은 그대로 눈을 감은 채 황경호한테 리드를 맡기고 그의 얼굴을 입술로 부드럽게 지분거렸다. 안 그래도 더운 곳이라 온몸에 땀이 흘렀다. 황경호는 음부가 민감하게 떨리는 것을 느끼며 손을 움직였다.
“아응…. 후으…. 응…. 하….”
황경호는 자기 박자대로 천천히 두 개를 만지고 비볐다. 강동현은 그대로 그가 만지는 대로 두었다. 황경호는 얼굴이 완전 엉망이 되는 걸 느꼈지만 그를 말리지 못했다. 그가 오랜만에 그가 이렇게 섹슈얼하게 만지는 게 너무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하아아아….”
황경호는 곧 절정을 느끼며 허리를 움찔거렸다. 저번처럼 강동현한테 박히자마자 첫 번째 오르가즘을 느꼈던 것보다 마일드하고 감당할 만했다. 경련도 없었고…. 그리고 약간의 탈력감을 견디고 강동현의 것만 쥐어서 강하게 잡았다. 그리고 한 손으로는 아래위로 잔뜩 흔들고 다른 손으로는 귀두를 엄지로 문질렀다.
“으윽…! 큭…. 젠장….”
강동현도 오랜만이라 그런지 몸이 엄청 뜨거워지는 게 느껴졌다. 황경호는 섹시한 그의 얼굴을 황홀한 표정으로 내려다보면서 그와 입을 계속 맞추었다. 엄지의 끝으로 귀두의 날개 쪽 민감한 아래위를 강약을 주어 자극하고 쿠퍼액이 엄청 나오는 끝머리를 검지의 끝으로 파듯 문질렀다.
“기분… 좋아?”
황경호는 처음으로 그에게 그렇게 물었다. 강동현은 미간을 심하게 찌푸리고 있다가 황경호의 뺨을 잘근잘근 깨물며 웅얼거리듯 답했다.
“미칠 것 같아….”
강동현이 자신의 손으로 부드럽고 야하게 황경호의 온몸을 쓰다듬었다. 등허리를 만지고 엉덩이를 주무르고 허벅지와 종아리를 쓰다듬었다. 귓가나 머리카락을 만지면 도리어 등골이 얼얼하다. 그렇게 그가 갈 때까지 그의 얼굴을 보았다. 잘생기고 남자답고 섹시하다. 황경호는 그의 섹스어필에 완전히 홀려서는 그의 자지를 아주 정성을 들여 애무했다. 그리고 그가 사정을 하고 자신을 꽉 끌어안자 황홀해서 실금이라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으응….”
황경호도 그를 꽉 끌어안았다.
좋아. 좋아. 기분 좋아. 좋아해. 너무 좋아.
더위와 열기로 두 몸이 녹아서 합쳐지는 것만 같았다. 그의 체취가 짙어서 취한 것만 같았다.
‘넣어줘. 박아줘. 안에 넣고 싶어. 해줘. 찔러줘. 빨리 해줘….’
배 속이 근질근질했다. 짐승이 되는 것만 같았다. 섹스를 못 하면 죽을 것만 같다. 그렇게 강동현에게 엉겨 붙어서 가쁜 숨만 쉬었다. 못 참겠다.
“들어가서 좀 더….”
그에게 입을 맞추면서 더 해달라고 조르려고 하는데 갑자기 어디선가 인터폰 소리가 요란하게 울린다.
삐리리리리.
둘 다 순간 깜짝 놀라서 서로를 보며 멍청하게 있었다. 문을 두드리는 소리도 들린다. 아니, 애초에 말소리가 들린다. 여긴 야외였다.
“!”
황경호는 자기가 야외에서 부주의하게 뭔 짓을 했는지 깨닫고 온몸이 확 빨개져서는 옷을 들고 얼른 그의 무릎에서 일어났다.
“미쳤어…!”
집안으로 통하는 문을 열고 안으로 들어갔다. 옷을 얼른 입고 인터폰을 받았는데 특유의 억양으로 영어를 뭐라고 한다. 황경호는 대충 사람들이 식사를 가져왔다는 것을 알아듣고 대문으로 향했다.
‘설마 외국인들도 들은(?) 건 아니겠지? 내….’
황경호는 국제적으로까지 이런 쪽팔림을 겪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어쨌든 식당에다 음식을 세팅해주는 걸 보았다. 아무래도 강동현은 얼굴이 팔려서 나오지는 않았다. 사람들이 가고 해산물로 이루어진 거한 식사를 보고 있으니 갑자기 긴장 탁 풀렸다.
‘위험하다….’
아까 진짜 정신이 나간 것같이 굴었던 자신을 기억하고 황경호는 창피해서 죽을 것만 같았다. 걔만 상대하면 왜 이렇게 정신을 못 차리는지 모르겠다. 울고불고 화내고 소리 지르거나 아니면 정신 나가서 부끄러운지도 모르고 들러붙고 다리 벌리고….
“으으….”
그리고 문득 거실 쪽의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을 봤다가 깜짝 놀랐다. 얼굴이 엉망이다. 이 꼴로 아까 사람들을 맞이한 것이다.
죽고 싶다….
이런 국제적 망신이라니…. 어글리 코리안이라고 생각하지 않을까…. 그러고 있을 때 강동현이 사람들이 간 걸 알고 바지만 입은 채 어슬렁 나타났다.
“먹고 더 할까, 바로 할까?”
강동현이 뻐근한 얼굴로 그렇게 물었다. 황경호는 그를 노려보았다.
“내 얼굴 좀 가만히 놔두라고, 이 변태 새끼야!”
황경호는 손에 잡히는 대로 그에게 집어 던졌다. 강동현은 디저트로 나온 차가운 푸딩을 머리끝부터 뒤집어썼다. 그런 취급을 받자 그도 곧바로 화를 냈다.
“갑자기 뭐 하는 짓이야?”
“아까 사람들한테 이런 꼴로 나갔잖아! 네가 나가든가!”
“내가 나갈 틈이라도 줬어? 지가 먼저 나가 놓고!”
그가 하는 말이 다 맞는 말이긴 했는데 엄청 열 받았다.
“앞으로 얼굴 또 깨물기만 해봐!”
“…!”
그러자 강동현도 엄청 열 받은 얼굴로 욱해서는 씩씩거렸다. 근데 뭐라고는 더 못 하고 구시렁거렸다.
“그게 조절이 되는 게 아니라고…. 정신 차리면 벌써 깨물고 있는데 나보고 어쩌라고….”.
강동현이 대충 들고 있던 수건으로 황경호가 던진 푸딩을 닦아냈다. 그러니까 황경호도 약간 미안해졌다. 근데 어떻게 해야 할지 모르겠다. 둘은 식탁에 마주 앉아서 또 약간 냉한 분위기로 식사를 했다. 커다란 게고 랍스터고 잔뜩 나온 호화로운 한 상이었는데도 무슨 맛인지 모르겠다.
밥을 먹고 나서 황경호는 실내에 있는 욕조에 물을 받아 샤워를 한 후 욕조 안에 들어갔다.
“후우….”
한숨이 절로 나왔다. 아까는 내가 쪽팔려서 괜히 화풀이한 거 같은데…. 황경호는 그렇게 후회를 했다.
강동현은 발코니로 나가 바다에서도 수영을 좀 하고 들어와서는 씻었다. 그새 약간 탄 것 같다. 황경호는 약간 주저하다가 카우치에 앉아서 책 같은 걸 보고 있는 그의 뒤쪽으로 다가갔다.
“저기…. 아직 화났어?”
그러니까 강동현이 깜짝 놀라서 펄쩍 뛰었다. 그는 한쪽 귀를 막으면서 그를 돌아보았다.
“뭐 하는 거야….”
“아, 미안…. 놀랐어?”
“…….”
“너 아직 화났나 싶어서…. 아깐 미안.”
황경호가 시선을 피하면서 그렇게 중얼거리듯 말했다. 강동현은 뭔가 허탈한 한숨을 짓더니 그의 손을 잡았다.
“야.”
“응?”
“…….”
“…….”
불러놓고 말이 없었다. 자기도 뭔가 어색한지 황경호의 손을 끌어서 소파의 앞쪽으로 오게 했다. 그리고 옆에 앉히더니만 그냥 또 가만히 보고 있다. 그리고는 뺨에 쪽 입을 맞추면서 물었다. 뺨에 아직 잇자국이 남았다.
“아파?”
“아니…. 조금.”
강동현은 그대로 부드럽게 황경호의 얼굴에 입술을 눌렀다.
“나도 앞으로 조심할게.”
“응….”
황홀하다…. 그가 부드럽게 입을 맞춰주니 구름 위에 둥둥 뜨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분이 이랬다저랬다…. 진짜 중증이다…. 강동현은 야시시한 얼굴로 자신의 입맞춤을 받고 있는 황경호의 얼굴을 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근데 자신은 없다….”
“…?!”
황경호는 뭐라고 하려고 했으나 입이 막혔다. 흐물…. 둘은 잠시간의 뜨거운 입맞춤 끝에 입맛을 다시며 입술을 떼고 서로의 눈을 보았다. 강렬한 햇볕이 내리쬐는 남쪽 나라에 왔더니 그 열기에 취한 것인지 둘은 서울에 있을 때보다 싸웠다 붙었다 불이 더 확확 붙는 느낌이었다.
둘은 금세 다시 알몸이 되어서 몸을 딱 붙이고 카우치에 몸을 포개고 누웠다. 에어컨의 소리와 멀리 파도 소리가 들린다. 밖에 있었을 땐 열기 때문에 더워도 멈출 수가 없었는데 시원한 실내에 있으니 또 서로의 체온이 견딜 수가 없다.
“으흑…. 죽을 거 같아…. 아앙…. 아직…. 아직….”
아까 한 번 뺐는데도 몸을 마주 대고 진짜 넣으려고 하니 긴장이 엄청 되었다. 너무 오랜만이다. 아까는 그렇게 몸이 달아올라 살을 섞고 싶어 죽을 거 같았는데 막상 하려니까 무섭다. 아니, 지금도 하고 싶긴 한데 이번엔 진짜 죽을 것 같다.
“나도 죽을 거 같다…. 윽…. 근데 그냥 하자…. 더 미루면 진짜 죽어….”
강동현이 결국 힘으로 눌러 들어오려고 하자 황경호가 비명을 질러댔다.
“잠깐만…! 흐아앗…! 아아앗…!! 아윽…! 싫어…. 하읏…. 싫어. 이거…. 아아앙…. 찢어질 것 같아아…!”
“으윽…. 큭…. 힘 좀 빼…. 괜찮아…. 윽….”
젤을 잔뜩 넣어서 오랫동안 핑거링을 했는데도 잘 안 들어간다. 황경호가 원체 처음에는 긴장을 못 풀었다. 그가 헐떡거리면서 강동현의 입술을 찾았다.
“키스해줘….”
아, 죽겠다…. 강동현은 오늘따라 그가 조르는 게 느껴져서 엄청 불끈거렸다. 강동현은 그를 온몸을 꾹 누르며 입을 맞추었다. 이제 들어갈 것 같은데….
삐리리리리.
“우앗…!”
황경호는 반사적으로 강동현을 확 밀쳤다. 강동현은 순간 균형을 잃어 억 하고 카우치 옆으로 떨어졌다. 쿠당탕!
삐리리리리.
벨이 또 울린다. 강동현이 첫날은 돌아다니기 귀찮다고 음식을 죄다 미리 주문을 해놨더니만 딱딱 시간에 맞춰 성실한 업자들이 나타났다. 눈 깜빡하면 또 먹을 시간이라더니 아까 점심 먹은 지 얼마 되지 않은 것 같은데 또 왔다. 황경호는 엉덩이라도 맞은 망아지처럼 허둥지둥 옷을 주워 입고 문을 열러 나갔다.
“Hello, Mr!”
“예, 예….”
남국 특유의 밝고 쾌활한 얼굴의 사람들이 들어와서 점심을 싹 치우고 저녁을 차리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무슨 정신으로 거기 있었는지 모르겠지만 가만히 앉아 있을 수는 없어 그들을 도우며 상을 차리고 그들을 보냈다.
“…….”
폭풍이 한바탕 몰아치고 갔다…. 황경호는 근처에 있는 의자에 털썩 앉아 얼굴을 감싸고 한숨을 쉬었다. 아직도 귀가 뜨끈뜨끈했다. 그리고 현관 앞에 있는 거울을 보았다. 아까보다 더 엉망인 얼굴이 보였다. 다시 얼굴을 감싸고 끙끙거렸다. 쪽팔려서 죽을 것 같다. 정신을 차리고 일어나서 강동현을 찾았다.
“밥 먹자.”
황경호가 겨우 평정심을 찾고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완전 삐친 얼굴로 황경호를 쳐다보았다.
“그렇다고 날 그렇게 던지고 가냐?!”
“내가 널 어떻게 던져. 네 덩치를 생각해봐라.”
“던졌잖아!”
“네가 미끄러진 거지.”
“아니거든!”
“…….”
“…….”
둘은 또 그렇게 대치했다. 황경호가 먼저 말을 걸었다.
“일단 밥 먹자.”
강동현이 바지를 꿰입으며 짜증을 냈다.
“그놈의 밥, 밥! 한 끼 안 먹는다고 안 죽어.”
“비싼데 식기 전에 먹어야지.”
강동현은 황경호를 따라오다가 뒤에서 그를 끌어안았다.
“그냥 한 번 하고 먹자, 응?”
“일단 밥 먹고!”
그렇게 또 밥을 먹었다. 더운데 왔더니 많이 먹었다. 밥 먹고 나니 또 해 질 녘이다. 둘은 해변으로 나왔다. 하늘이 온통 붉었다. 초록과 파랑까지 섞여 환상적이다. 서울과는 완전히 다르다. 너무 예뻐서…. 밖에 있으면 더워서 둘 다 해변의 물 안에 앉아 바다로 가라앉고 있는 해를 둘이서 가만히 지켜보았다.
“내일은 배 타고 나가서 볼까? 더 멋있을 거 같은데?”
강동현이 석양을 계속 보고 있는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눌렀다. 황경호가 화들짝 놀라서 그를 밀어냈다.
“야, 밖이야…!”
“내가 괜히 프라이빗으로 예약한 거 같아?”
“아, 그래도!”
둘이서 좀 씨름을 하다가 강동현이 황경호를 젖은 모래 위에 털썩 눕혔다. 해가 바다 아래로 들어갔는데도 하늘은 다채로운 색깔로 물들어 있었다. 이렇게 누워서 하늘을 본 게 도대체 얼마 만일까. 그리고 그 아름다운 하늘을 배경으로 그보다 아름다운 남자가 황경호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강동현은 물에 젖은 황경호의 손에 깍지를 껴서 잡으며 그대로 몸을 붙이고 입을 맞추었다.
“으응….”
바닷물에 들어가서 둘 다 입술이 짜다. 그래서 달게 느껴지기도 했다. 황경호는 그를 밀어내던 손으로 그의 머리카락을 매만졌다.
“하아…. 음…. 으음…. 응…. 하아…. 음….”
거친 숨이 섞이고 후덥지근한 열기와 젖은 모래의 차가움, 사람의 피부, 파도 소리 등 모든 감각이 예민하게 주위를 받아들였다. 강동현이 손으로 황경호의 가슴을 만졌다.
“응…! 따가워….”
모래가 묻은 손으로 만지니 자극이 거칠었다. 황경호가 그렇게 신음을 했지만 강동현은 이제 진짜 한계인지 마구 만졌다.
“하아…. 여기서 하자, 응?”
“안 돼…. 미쳤어? 아앙…. 여기서 어떻게 해.”
황경호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며 강동현이 몸을 붙여 문지르며 손으로 가슴을 만지는 것을 느꼈다. 그는 언제나 운동을 게을리하지 않았기 때문에 가끔은 진짜 벌크업이 되어 몸이 커질 때도 있었고 단단하고 무거워서 깔리면 진짜 꼼짝도 할 수가 없었다. 그래서 이럴 땐 체념할 수밖에 없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수영복 바지에 손을 대자 황경호가 움찔하면서 그의 팔을 잡았다. 강동현은 계속해서 황경호의 입술을 쪽쪽 맛보고 있었다.
“아으응…. 진짜 하게? 여기서…? 누가 보면 어떡해….”
“누가 좀 보면 어때….”
“창피하잖아….”
그가 얼굴을 확 붉히며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그 얼굴이 굉장히 돋군다고 생각했다. 못 참겠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귀를 깨물며 그를 뒤집었다. 그의 수영복 바지를 좀 내리고 자신의 것도 좀 내려 자지만 꺼내 황경호의 음부에 갖다 대었다. 황경호는 온몸이 다 벌게졌다.
“아앙…. 진짜 누구 안 오는 거 맞지?”
“안 와. 안 와…. 윽….”
“하아앗…. 으으윽…. 아우으…. 아앙…. 안 들어가…. 으읏….”
차가워서 기분 좋은 젖은 모래에 네 발로 엎드려 있으니 팔꿈치를 파도가 적셨다가 물러나곤 했다. 강동현은 상대의 엉덩이 한쪽을 한 손으로 벌리며 자신의 커다란 남성기를 잡아 꾸욱 힘을 주어 눌렀다. 황경호가 심하게 몸을 떨며 모래를 손으로 꽉 긁어 쥐었다.
“하아앙…! 아앗…! 아아앗…! 싫어…. 으앗…. 아…!”
“힘 좀 풀어…. 응? 크윽….”
“하앗…. 으….”
황경호는 어떻게 힘을 풀었는지 기억도 안 난다. 황경호는 최대한 긴장을 빼려고 했지만 야외라서 그런지 잘 안 되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음부에 엄지부터 쿡 찔러넣었다.
“앗…!”
그리고 그사이를 벌리면서 자지의 끝부분을 억지로 넣어버렸다.
“아아아…!!”
“으윽…. 큭…!”
황경호는 벌벌 떨면서 그의 몸이 자신의 등을 무겁게 덮어오는 것을 느꼈다. 그가 꽉 주먹을 쥔 황경호의 손을 잡아 왔다. 엄청나게 뜨겁다.
‘들어왔어. 들어왔어. 들어왔어…!’
황경호는 야시시한 얼굴로 부르르 떨었다. 온몸의 신경이 이상하게 된 것 같다. 뜨겁고 차갑고 아픈데 기분 좋고…. 전신이 갓 태어난 망아지처럼 떨렸다. 음부가 허용치 이상으로 확장되어서 점점 더 깊게 꿰뚫리고 있었다. 아까 하다 그만뒀을 때 젤을 엄청 넣어서 안은 미끌거린다. 괜히 부끄럽다.
“하아앙…. 아앙…. 잠깐…. 잠깐만….”
강동현이 자꾸 밀고 들어오니 황경호가 음부를 움찔거리며 앞으로 점점 무너졌다. 황경호는 두 손을 서로 꽉 모아 쥐고 거기에 자신의 입술을 꾹 누르며 눈을 질끈 감았다. 강동현의 것이 반 이상 들어와서 크게 안에 자리를 잡자 황경호는 울듯이 신음하면서 사정하고 말았다.
“하아아아앙…….”
전처럼 밖에도 보일 정도로 경련이 마구 일어나는 게 아니라 온몸에 힘이 쫙 빠져버렸다. 음부가 확장되고 황경호는 무아지경에 빠졌다. 눈물 콧물 할 것 없이 온 구멍에서 뭐가 나온다. 강동현이 거기서 끝까지 퍽 박고는 그대로 격렬하게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했다.
“으윽…! 큭…! 아우…. 윽…. 큭…. 후윽…!”
“하아아아…. 아아아…. 으아…. 하아아….”
황경호는 자기 팔에 얼굴을 얹은 채로 온몸에 근육이 싹 사라진 것처럼 손가락 하나도 까닥할 수가 없었다. 말도 할 수 없었다. 황경호의 것이 끊임없이 정액도 뭐도 아닌 걸 분수처럼 핏핏 쌌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귓불과 얼굴을 빨면서 그의 가슴을 만졌다. 첩첩첩첩. 퍽퍽. 찍찍찍찍. 찹찹찹. 물에 젖은 살이 격렬하게 부딪치면서 야한 소리를 마구 냈다. 강동현은 더 빠르게, 더 강하게 박다가 결국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할 수 있는 한 최대의 속도로 그의 음부를 마구 팠다.
“크윽…! 제기랄…. 아우, 진짜, 이거…. 죽을 것 같아. 씨발, 너무 좋아. 황경호. 황경호. 황경호…!”
“흐으윽…. 아아아…. 아아…. 아아아아…. 하아아….”
황경호는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털털털 상대에 의해서 마구 엉덩이를 두드려 맞는 것처럼 박혔다. 그렇게 영원처럼 쑤셔지고 나서야 강동현이 뜨겁게 사정하기 시작했다.
“으으윽…! 크윽…! 으윽…!!”
“아아아아앙…….”
황경호는 눈물 콧물 침 할 것 없이 줄줄 흘리며 바닥을 손가락으로 긁었다. 숨이 막힌다. 죽을 것 같다. 그가 사정하면서도 강하게 안을 쑤셔댔다. 삽입부터 지금까지 멀티 오르가즘에 무아지경에 드라이까지 마구 느끼고 있었던 황경호는 숨이 곧 끊어지는 사람처럼 이상하게 숨을 쉬었다.
‘숨을 못 쉬겠어…!’
진짜 죽을지도 모르겠다. 강동현의 자지가 가장 깊숙한 곳까지 꽉 박혀 들어와서 그의 하반신이 단단히 근육이 올라 황경호의 엉덩이에 있는 힘껏 꽉 붙어 있었다. 그의 남성기가 크게 맥박치면서 안에다 질펀하게 싸는 게 느껴졌다. 그렇게 둘 다 부르르 떨면서 꽉 달라붙어 있다가 강동현이 헉헉 숨을 몰아쉬며 앞으로 무너져내렸다. 그대로 황경호는 그에게 깔려서 모래에 바짝 엎드려 누워야 했다.
“하아아….”
온몸이 뜨겁다. 머리를 전자레인지에 넣어 돌린 것 같다. 배 속이 녹아내린 것만 같다. 그와 하나가 된 부위가 뜨겁고 뜨거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성감대가 모두 빨갛게 부풀어 부끄러움도 모르고 민감하게 느껴댔다. 그가 내리누르는 무게마저도 이상하리만큼 충족감이 든다. 뿌듯함이 전신을 달린다.
너무 오랜만에 하면 이제 경험치가 쌓여서 익숙할 법도 한데도 또 생소하게 느껴진다. 아무리 섹스해도, 섹스라는 것 자체가 타인과 내가 하나가 되는 행위다. 타인은 언제나 생소한 법이다. 강동현의 자지가 안을 마구 들쑤시면 머릿속마저도 뒤죽박죽이 되는 것 같았다. 너무 느껴서 괴로웠다. 죽을 것 같았다. 그래서 죽을 것같이 기분이 좋았다. 무서웠다. 그런데 황홀하다.
아직도 해변은 빨갛게 물들어 있었다. 바다가 아름다웠다. 물이 다가와 황경호의 입술을 부드럽게 적시고 다시 물러났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갑자기 큰 파도가 몰아쳐서 두 사람을 쓸어갔다.
“…….”
“…….”
찬물을 확 맞은 두 사람은 허둥지둥 몸을 일으켜서 서로를 보았다. 그렇게 급작스럽게 정신을 차리자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지고 강동현은 웃었다.
“하하하. 미치겠다. 큭큭.”
“…웃지 마.”
황경호가 바지를 끌어 올리며 그렇게 말했다.
‘밖에서 이런 걸…. 미쳤다. 미쳤어. 돌았지. 내가 돌았다. 내가 미친놈이지….’
강동현은 이 상황 자체가 유쾌한지 다시 황경호를 덮치려고 했다.
“아…! 야! 싫어! 밖이잖아!”
“금방까지 잘해놓고 또 이런다. 근데 진짜 웃기지 않냐, 우리? 하하. 금방 우리 바다에 빠진 거. 큭큭.”
강동현은 발목 정도 잠길 것 같은 물속에서 황경호에게 다시 입을 맞추면서 애무를 하다가 이번엔 진짜 큰 파도에 둘 다 또 쓸려가고 나서야 나머지는 집에 가서 해야겠다고 마음을 먹게 되었다.
황경호는 그 뒤 다리가 후들후들거려서 걸었다 멈췄다 하며 빌라로 천천히 돌아갔다. 중간에 강동현이 업어주겠다느니 하면서 엄청 놀렸는데….
“나 잘하지? 응? 잘하잖아, 그치? 제대로 걷지도 못할 정도지?”
“저리 가, 좀…!”
“좋으면서 또 그런다. 그래서 얼마나 좋았어? 응? 뿅 갈 정도?”
강동현이 자꾸 기분 나쁘게 웃으며 황경호를 지분거렸다. 한 번 제대로 했더니 기분이 엄청 좋아진 모양이었다. 황경호가 집에 돌아오고 나서부터는 잘 놀리지도 않고 조심하더니 한 번 했다고 완전 기고만장이다.
그는 항상 이랬다. 한 번 하고 나면 당연하다는 듯이 만지고 놀리고 실실거리고 괴롭히고…. 황경호는 항상 그게 싫었다. 사람이 부끄럽고 창피해서 입을 다물고 있으면 이럴 때야말로 배려를 해줘야 할 타이밍이지 더 놀릴 타이밍으로 생각하는 게 짜증 난다. 하기 전까지는 간이라도 빼줄 듯하다가 이러면 더 짜증….
“더 하자…. 응?”
강동현은 빌라 현관에서부터 아예 다시 입을 맞추며 황경호의 바지 안에 바로 손을 쑥 넣었다. 황경호는 고개를 피했다.
“싫어.”
“하자. 하자…. 응? 한 번 하니까 더 못 참겠어. 밤새도록 할 수 있을 거 같아….”
“싫어.”
“너도 기분 좋았잖아. 응? 더 하자. 응? 응?”
“싫어.”
“…진짜?”
황경호가 자꾸 입술을 피하고 그가 애무하려는 손도 둘 다 잡아서 자신을 못 만지게 한 채로 단호하게 몇 번이나 싫다고 하니 강동현이 얼굴을 떼고 그의 얼굴을 똑바로 보았다. 황경호는 좀 더 기분이 상했다. 그래서 그의 눈을 똑바로 보면서 말했다.
“기분 나빠.”
“뭐…?”
그리고 그를 뿌리치고 안으로 먼저 들어가 버렸다. 그리고 욕실로 직행했다. 진짜 저 새끼는 사람 맘 상하게 하는 데 도가 튼 게 분명하다. 몸을 아주 빡빡 깨끗하게 씻었다. 몸에서 온통 그의 냄새가 났기 때문이다. 그리고 나왔더니만 안절부절못하는 얼굴로 어정쩡하게 서 있는 그가 보였다. 영문을 모르겠다는 얼굴이다.
“……?”
“…….”
둘은 잠깐 그렇게 눈빛을 주고받았다가 황경호가 흥 하고 고개를 돌렸다. 강동현이 애가 달아서는 금방 가까이 다가왔다.
“왜? 응? 내가 뭐 잘못했어?”
“안 씻었어? 씻어.”
“알았어. 알았어.”
손을 대려다 말고 강동현은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황경호는 콧바람을 훅 내뿜었다. 꼭 사람이 이렇게 정색을 해야지 말을 듣는다. 안 씻고 만지는 것도 몇 번을 사람을 짜증 나게 하고 나서야 고친 거다.
‘내 말이라면 다 듣겠다고 말만 멋있게 해놓고 정작 진짜 들을 때까지 고생하는 건 나….’
그렇게 생각하니 또 슬 짜증이 난다. 속은 것 같다. 강동현은 십 분 만에 후딱 씻고 나와서는 풀장 앞의 선베드에 앉아 휴대폰을 만지고 있는 황경호를 찾아왔다.
“왜 그러는데?”
석양이 아직도 전부 다 떨어지지 않았다. 강동현은 황경호가 기대어 있는 넓은 선베드에 엉덩이를 비집고 들어와 앉았다. 그리고 초조하고 어린애 같은 얼굴로 황경호의 무덤덤한 얼굴에다가 입술을 눌렀다.
“말해. 말해줘.”
황경호가 얼굴에 이런 식으로 부드럽게 입을 맞춰주는 걸 알아차리고 있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그렇다고 이렇게 남발하는 게 다 먹힐 거라고 생각하면 오산이다. 오히려 더 짜증 난다.
“…….”
“…야, 나 너 이러는 거 진짜 싫어. 말을 해야지 알 거 아냐. 사람 바보 만들지 말고 진짜 말로 해.”
강동현이 결국엔 목소리를 깔고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울컥해서 그를 노려보았다.
“…!”
뭐라고 말을 확 하려고 했는데 너무 입 밖에 내기 부끄러운 말이었다. 황경호는 얼굴이 빨개졌다.
‘그래…. 말도 제대로 못 할 거면서 뭐 하려고 이래…. 말하면 더 놀리기나 하겠지….’
싫다…. 황경호는 한숨을 쉬었다.
“아니야…. 미안. 아무것도 아니야.”
그렇게 말하니 오히려 강동현이 인상을 팍 쓴다.
“네가 아무것도 아니라고 했다가 아무것도 아니었던 게 몇 번이나 있냐? 그냥 말로 하라고.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든데?”
하루 종일 같이 있으니까 진짜 하루 종일 싸우는 것 같은 느낌이다. 황경호는 그의 말에 일리를 느꼈지만 그래서 더 반발감이 들었다. 세상 사람들은 다 같지 않았다. 황경호는 그런 말을 하는 게 너무 창피했다. 그리고 그는 창피한 게 죽는 것보다 더 싫은 사람이었다.
황경호는 자신을 똑바로 보고 있는 강동현의 눈을 보았다. 얼굴이 확 붉어졌다가 가라앉았다가 다시 벌게져서는 시선을 피했다. 강동현은 그가 그러고 있으니 화가 또 슬 풀려서는 마음이 간질간질해지는 걸 느꼈다.
강동현은 가끔 황경호가 화를 내거나 말하는 걸 정말 하나도 못 알아먹겠다 싶을 때가 있었다. 아니, 뭔지 알겠어도 도대체 왜 그렇게까지 해야 하는지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인생을 너무 어렵게 사는 것 같다. 좀만 더 솔직해졌으면 좋겠다고 몇 번이나 생각했다.
하지만 이런 걸 보면 밑도 끝도 없이 확 끌림을 느꼈다. 이유를 모르겠다. 바로 이런 면이 성가신 건데 바로 이런 면이 뭔가 사람을 확확 당긴다.
황경호는 눈을 감고는 겨우 입을 열었다.
“내가…. 내가 하고 난 후엔… 부끄럽다고 했잖아…. 그런데 네가 하고 나면 꼭…. 놀리거나 괴롭히니까…. 창피해서 죽을 것 같아….”
강동현은 이런 말까지 들으니까 진짜 근질근질해서 못 참을 것 같았다. 그는 말하고 나선 더 새빨개져선 한 손으로 결국 얼굴을 가렸다.
“그러니까 앞으로 하지 말라고….”
강동현은 황경호를 마주 보고 선베드 위에 올라타듯 앉았다. 그리고 쭈욱 그에게 다가가니 황경호가 움찔하며 무릎을 자기 쪽으로 바짝 당겨서 방어적인 자세를 취했다. 강동현은 몸이 닿을 정도로 더 바짝 다가갔다.
“얼마나 창피하길래? 우리 좀 했다고 부끄러워할 사이는 아니잖아?”
강동현이 황경호의 손에 슬 입을 맞추면서 짐짓 진지한 척 그렇게 물었다.
“그렇긴 한데….”
정론을 말하면 반박하지 못한다. 황경호의 귀까지 화끈한 게 보였다.
“왜 그렇게 부끄러운데? 부끄러워할 일 아니잖아. 우리 둘 다 성인인데.”
“그것도 맞는데…….”
목까지 빨개진다. 강동현은 계속 얼빠진 웃음이 나오려고 하는 걸 잘 참으며 그의 손을 입술로 지분거리면서 그의 얼굴을 즐기듯 감상했다.
“뭐가 제일 부끄러운데? 뭐 하면 부끄러운데? 조심할게.”
“이건 네가 문제라기보단…. 내가 너무 정신을 못 차리….”
핫! 황경호가 눈을 동그랗게 뜨며 입을 합 다물었다. 지금 무슨 말을 줄줄 하고 있는가!
“흐응…. 그리고 또?”
강동현이 황경호의 손에 입술을 누른 채 얼굴을 가까이하며 눈을 마주치자, 그제야 또 강동현이 자신을 놀리고 있다는 걸 깨달은 황경호는 확 하고 온몸이 빨개졌다가 글썽하고 눈물이 맺혔다.
“이럴 줄 알았어….”
창피하다. 이해라도 받을 수 있을 줄 알고 변명이라도 하듯 줄줄 말한 자신이 바보 같다. 분명히 이렇게 될 걸 알고 있었는데 말이다. 황경호는 곧바로 자리를 피하려고 했다.
“어디 가? 가지 마.”
황경호가 눈을 주먹으로 세게 비비며 자리에서 일어나려고 하자 강동현은 그의 허리를 끌어당겼다. 금방 그의 눈이 새빨개지는 걸 봤는데 진짜 가슴이 다 뻐근하다. 좋아 죽겠다.
“놔…!”
“미안. 잘못했어? 응? 앞으로 안 그럴게. 하고 난 뒤에 안 놀리면 되는 거지? 좋았냐고 자꾸 안 물어보고.”
강동현은 황경호를 억지로 끌어안으며 그의 귓가에 속삭였다. 그가 엄청나게 움찔거렸다. 그리고 강동현의 등을 퍽 쳤다.
“하지 마!”
“그럼 지금 말해줘. 아까 한 거 얼마나 좋았어?”
“~~!!!”
“왜? 지금은 하고 난 후 아니잖아. 응? 말해 봐. 뭐 해주는 게 제일 좋아? 너 할 때마다 좋아하는 거 달라서 궁금하단 말이야. 응? 응?”
“하지 말라고!”
“너 할 때는 가끔씩 기분 좋다고 말 잘하잖아. 어디 좋다고도 하고. 처음 말하는 것도 아닌데 왜 그래?”
“으….”
적당히 해야 한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섹스도 이것(괴롭히는 거)도 안 한 지가 너무 오래되어서 조절이 안 됐다. 결국 진짜 울렸다.
그가 얼굴이 새빨개져서 필사적으로 눈물을 참으려고 하는 걸 보면 말이다. 가슴이 뻐근하고 간질거리고 가만히 못 있겠다. 완전히 울려버리고도 싶다. 부드럽게 위로도 해주고 싶다. 혼자서만 보고 싶다. 자랑도 하기 싫었다. 그는 강동현이 가진 것 중에 가장 좋은 것이었다. 누가 탐낼까 봐 가끔 짜증 날 때도 있었다. 그가 얼마나 주위에 잘 휩쓸리는지 강동현이야말로 잘 알고 있었기 때문이다. 그가 바보 같을 정도로 착하고 씹어 먹어버리고 싶을 정도로 귀여운지도 강동현만 알았다.
“네가 이런 얼굴 하면…. 진짜 못 참겠어….”
강동현은 얼굴을 벌겋게 하고 약간 정신 나간 얼굴을 하고는 울고 있는 황경호의 얼굴에 마구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가 그의 어깨를 주먹으로 퍽 쳤다.
“미안…. 응? 미안해. 귀여워서. 좋아서.”
“이게 뭐가 좋아하는 거야!”
황경호가 화를 냈다. 이럴 땐 그가 화를 내는 것도 좋다. 온몸이 근질거린다. 강동현은 절로 뜨거운 콧김을 훅훅 뿜으며 그에게 질척하게 들러붙었다.
“몰라. 나도 몰라. 응? 나도 몰라. 너무 좋아. 나 왜 이렇게 너 울리는 거 좋지? 미치겠다. 귀여워. 예뻐. 응? 좋아해. 조금만 더 울어봐.”
…이 새끼가 진짜 아까부터 정신이 좀 나간 게 분명했다. 원래 발기부전 때문에 섹스 못 하는 것에는 이골이 났을 건데도 불구하고 고작 한 달 참고 한 번 했다고 들떠서는 제대로 생각도 못 하고 자신을 마구 황경호에게 밀어붙였다.
생각해보니까 원래도 그는 황경호한테 다짜고짜 들이대긴 했지만 갈수록 그도 분명히 조심을 하려고 하는데도 잠깐만 고삐를 놓으면 또 이런단 말이다. 황경호는 약간 당황해서 눈물이 뚝뚝 흐르는 것도 잊고 그의 얼굴을 이상하다는 듯이 보았다. 본의 아니게 우는 얼굴을 그대로 보여주니까 강동현이 더 흥분해서는 자꾸 힘으로 끌어안으려고 했다.
황경호도 너무 오랜만에 그와 섹스하거나 하면 몸이 고장이라도 난 것처럼 사정을 전혀 참지 못하고 처음부터 비이상적으로 오르가즘을 심하게 느끼곤 했다. 부끄러워서 죽을 것 같은데도, 부끄러워할 새도 없었다. 죽을 듯이 느끼고 아무 생각도 못 하고 눈물 콧물을 쏙 뺀다.
‘애가…. 좀 이상해졌어….’
황경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그를 가만히 관찰하면서 점점 눈물을 그쳤다. 예전 같으면 그는 벌써 황경호를 덮치고도 남았을 것이다. 지금 그는 황경호를 자꾸 물고 빨고 끌어안으려고만 했다. 안절부절못하는 게 느껴졌다. 하지만 막상 옷을 벗기려고는 하지 않았다. 그러니까 흥분이 해소가 되지 않아서 사람이 좀 정신 나가게 구는 것이다.
“해도 돼? 응? 해도 돼? 안 돼? 하고 싶어.”
“너…. 전 같으면 그냥 했을 텐데….”
황경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강동현이 얼굴이 벌게서는 황경호의 뺨을 빨며 그의 몸을 꽉 끌어안고 우물거리며 대답했다.
“네가 계속 나중에 싫었다고 하니까… 함부로 손 못 대겠어. 그 말이 제일 싫어.”
전에 비슷한 말을 그가 했던 게 기억난다. 황경호는 왜인지 좀 놀라서 그의 얼굴을 돌아보았다. 그는 뜨거운 열기를 담은 눈으로 황경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나는 좋아서 죽겠는데 넌 자꾸 나중에 딴말하니까 쪽팔리잖아. 상처받아. 그러니까 하기 싫으면 그냥 말해. 네가 싫어하면 안 해.”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그의 얼굴을 보았다. 강동현은 여전히 약간 정신 나간 것 같은 태도로 황경호를 끌어안고 뺨과 목에 입술을 꾹꾹 눌렀다.
“너도 나 좀 좋아해 줬으면 좋겠어.”
황경호는 인상을 찌푸리고 황홀함을 견뎠다. 그의 어깨에 얼굴을 묻고 그의 옷을 꽉 쥐었다.
‘좋아해. 나도 좋아해. 좋아해. 좋아해.’
입 밖으로 소리를 내서 말할 수가 없었다. 아직은 못 하겠다. 아니, 언제 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 황경호는 그의 어깨를 같이 부둥켜안았다. 그리고 그의 뺨에 같이 입을 맞추었다. 그러니까 강동현이 고개를 들어 황경호의 눈을 바라보았다. 빨려 들어갈 것만 같다. 뭔가 빨려 들어오는 것만 같다. 누군가 신호라도 보낸 것처럼 동시에 서로를 끌어안아 입을 맞추었다.
“으으응…! 으응…!”
아까 했는데도 벌써부터 저릿저릿했다. 역시 한 번으로는 모자랐던 것 같다. 아까는 야외라서 잔뜩 긴장했었는데 둘밖에 없는 빌라에서(물론 지금도 반쯤 야외이기는 했다) 둘만의 시간을 가지니까 뭔가 억눌러지지가 않았다. 100m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숨을 헐떡거렸다.
“하아…! 하아…. 읏…. 하아…. 앙…! 금방 씻었는데…!”
씻는 게 의미가 없다. 아랫도리가 벌써 축축하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바지와 속옷을 훌렁 벗기고 티셔츠를 끌어올려 젖꼭지를 혀로 괴롭히며 그의 성기와 음부를 동시에 만지자 황경호는 그의 머리카락을 꽉 쥐며 부들부들 떨었다. 강동현도 잔뜩 흥분해서는 황경호의 얼굴을 보다가 갑자기 자기 티셔츠를 벗어서 던지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엄청 만져지다가 갑자기 그가 그만두니까 황경호가 의아해서 그를 올려다보았다. 그는 안으로 들어갔다가 금방 돌아왔다. 젤을 가져왔다. 그는 황경호의 안에 필요 이상으로 젤을 짜 넣으며 그의 뺨과 귓가를 지분거리면서 속삭였다.
“살살 못 할 거 같아…. 이거 없이 아까처럼 하면 다치잖아.”
“흐응…. 응…. 아우…. 으응….”
목소리가 너무 오싹오싹하다. 기분 좋다. 목덜미에 소름이 마구 일어났다. 강동현은 자기 바지도 쭉 벗어서 던지고 핏줄이 엄청 올라온 자기 자지를 황경호의 엉덩이 사이에다 바로 갖다 댔다.
“힉….”
황경호가 딸꾹질을 했다. 그리고 표정이 무너져서는 애원하기 시작했다.
“흐윽…. 살살해. 나 죽어. 죽으면 어떡해.”
“안 죽어. 아까도 했잖아. 넣는다.”
“아앙…. 앗…! 아아…. 무서워…. 으앗….”
두 번째 삽입도 원래 저항감이 있었다. 그래서 보통 강동현은 한 세 번째까지는 한 번도 안 빼고 해버릴 때도 많았다. 그러면 엄청 쫄깃하고 부드러워져서 다 뺐다가 넣었다 하는 섹스도 가능하다.
“윽…. 크윽…. 후…….”
강동현이 한 번에 밀어 넣으려다가 안 되니 허리를 빼고 한 손으로 상대의 음부를 쫙 벌리며 다시 진입을 시도했다. 분홍빛 구멍이 심하게 움찔거리고 있는데 이게 힘을 푸는 건지 오히려 힘을 더 주는 건지 모르겠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확 입을 맞추면서 그를 선베드에 꾹 눌렀다. 그리고 드디어 들어갔다.
“으으응…!”
황경호가 엄청 펄떡거렸다. 끝부분만 쏙 들어갔다. 강동현도 인상을 확 찌푸리며 상대의 입술을 깨물었다. 쥐어 짜이는 듯 조였다. 윤활제의 도움을 받아 그대로 힘을 주어 꾸욱 집어넣었다.
“하아앙…. 안 돼….”
황경호가 손으로 강동현의 얼굴을 밀어내며 야시시한 신음을 흘렸다. 황경호의 두 허벅지가 강동현의 단단한 양 허벅지 위에 올라가 바르르 떨리고 있었다. 강동현은 그 두 다리를 잡아서 들어 올려 더 깊이 들어갈 수 있도록 했다. M자 모양으로 다리를 치켜든 채 완전히 선베드의 등받이와 강동현의 사이에 끼인 황경호는 핏줄이 파랗게 올라온 그의 팔을 붙잡으며 몸을 꿈틀거렸다.
“잠깐만…. 한 번에…. 다 안 들어가…. 하아…. 기다려…. 하아….”
“진짜 죽인다…. 기분 좋아…. 하아…. 진짜…. 나 너 없으면 못 살아. 응? 알지? 나 진짜 너 없으면….”
“아우…. 앙…! 하앗…! 아아…! 기다리…! 라니까…! 우앗…!”
넣고 나니 확실히 더 정신이 나갔는지 싫은 건 안 하겠다더니 벌써 허리짓을 하기 시작했다. 찹. 찹. 찹. 천천히 들어갔다 나왔다 안을 문지른다. 황경호는 그의 양팔을 꽉 붙잡고 몸을 뻣뻣하게 하며 힘을 도저히 못 빼다가 순간 흐물하며 선베드에 등허리를 기대어 누웠다.
‘기분 좋아아….’
강동현의 자지가 단정치 못하게 잔뜩 벌어진 음부를 제일 안쪽까지 질척질척 부드럽게 문질러댔다. 사람의 살은 이렇게 부드럽고 기분이 좋은 것이었다. 그동안 어떻게 안 하고 살았을까.
“핫…! 앗! 아아…! 으읏…! 응…! 아앙…!”
강동현의 허리짓이 점점 더 빨라졌다. 황경호는 눈이 확 풀려서는 온몸에 힘이 쫙 빠져 이리저리 그에게 파이면서 신음을 잔뜩 흘렸다.
“강동현…. 아앙…. 강동현…. 거기이…. 하앙…. 깊어…. 깊어…. 아직 안 돼…. 하아앙…! 아파…. 아파….”
“…아프다고?”
강동현이 한 박자 늦게 갑자기 멈췄다. 그가 당황한 얼굴로 황경호의 얼굴을 살폈다. 황경호는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허리를 베베 꼬았다.
“아아앙…. 아니이…. 아픈 게 아니라….”
설명할 수가 없었다. 배 안이 욱신거리는데…. 아픈데…. 황경호는 헐떡거리면서 그의 허리를 손으로 잡아당겼다.
“계속해줘. 계속해줘….”
“윽…! 젠장….”
“아앙…!”
황경호가 야한 얼굴로 조르니 강동현이 섹시함이 줄줄 흐르는 얼굴로 간신히 참는다. 그는 상대의 얼굴을 또 못살게 굴며 변태처럼(맞다) 아까 하지 말라고 들었던 일을 또 하기 시작했다.
“기분 좋아? 기분 좋아? 어떻게 해줄까? 응? 뭐가 좋아?”
“하아앙…. 기분 좋아…. 기분 좋아…. 미칠 거 같아…. 아아응…!”
황경호는 여기가 반쯤 야외라는 것도 잊고 상대에게 매달려 정신없이 앙앙거리면서 답했다.
“아…. 윽…. 귀여워. 귀여워….”
“아아앙…! 거기…. 계속해줘…. 거기…!”
“여기 말이야? 여기? 여기?”
“아…. 아아…. 아아앗…! 후앗…. 어떡해…. 아앙…. 어떡해애….”
“왜? 뭐가? 갈 것 같아? 좋아?”
“흑…. 으흑…. 아아앙…. 가기 싫어…. 무서워…. 아앙…. 아아앗…. 후아앗…. 아앗….”
“괜찮아. 안 죽어. 죽어도 내가 죽지…. 하욱…. 죽겠다…. 한다….”
“으읏…! 아앗…! 아아앙…! 아아아…! 아앙! 흐읏…. 너무 빨라아…. 흐으으으으응….”
한계까지 참고 있었는데 갑자기 그러니 황경호가 엉덩이를 팍 들면서 등을 뻣뻣하게 뒤로 제쳤다. 그의 분홍색 성기에서 정액이 핏핏 흩뿌려 나왔다. 강동현은 상대가 절정을 느끼는 것을 알고 퍽퍽퍽 빠르게 박다가 변태같이 깊숙이 안을 휘저어대는 걸 반복했다. 황경호가 비명을 질러댔다.
“흐아앗…!! 지금 안 돼! 아아앙…!! 흑…. 죽어…. 하앗…. 안 멈춰어어…. 어떡해…. 죽을 것 같아…. 강동현…. 강동현…. 핫…. 아앗…. 아우….”
황경호는 눈물을 질질 흘리면서 자기를 그 꼴로 만드는 남자한테 더 매달렸다. 강동현은 오늘따라 착착 달라붙어 오는 그가 너무 좋았다. 게다가 엄청 잘 느낀다. 자지가 터질 것 같았다. 기분이 너무 좋다. 뿌듯하다.
“이렇게 좋아하면서…. 으윽…. 맨날 거짓말만 하고. 하아….”
강동현은 땀을 엄청 흘리며 황경호의 뺨과 귓가에 코를 문지르며 그의 체취를 맡았다. 들큰하고 아랫배가 근질근질한 냄새가 난다. 한 손으로 그의 머리를 감싸 잡으며 그의 등을 꽉 끌어안고 다른 손으론 그의 허리를 단단히 감싸고 엉덩이 한쪽을 꽉 잡아 온몸을 딱 붙였다. 그리고 최대한 빠른 속력으로 그의 음부를 팠다.
“흐아앗…! 아아아…!! 힉! 흐아앙…. 죽어…. 흑…. 아아아앙…!!”
“처음엔 이런 것도 못 했는데…. 하아…. 죽인다…. 진짜…. 너 진짜 여기다 꿀 발라놨지? 응? 완전 조여…. 쫄깃해…. 하아…. 부드러워…. 기분 진짜 좋아….”
강동현이 정신 나간 목소리로 황경호의 귀에 속삭였다. 황경호는 멀티 오르가즘으로 죽을 것만 같았다. 경련이 오는데도 몸을 움직일 수 있는 틈이 없다. 그가 너무 꽉 끌어안고 있어서 어디 도망갈 수도 없었다. 게다가 이 지루 새끼가 끝날 기미가 안 보인다.
“하우…. 우으…. 으읏…. 강동현…. 빨리…. 하앗…. 빨리 싸줘…. 빨리…. 빨리…. 안에 해줘….”
“아욱…! 큭…. 젠장…. 윽…. 야…. 더 야하게 말해 봐….”
왜 참아…! 황경호는 밖으로 표현이 안 되는 경련이 전부 배 안에서 뒤죽박죽 일어나는 것만 같았다. 진짜 죽을 것만 같았다. 그는 질질 울면서 강동현의 예쁜 입술에 입을 맞추며 눈을 마주쳤다.
“제발…. 응? 아앙…. 제발…. 나 죽을 거 같아…. 흐앗….”
엉덩이가 그의 고환과 쫙쫙 붙었다 떨어졌다가 그랬다. 서로의 아랫배가 꽉 달라붙어 서로의 맥박이 어지러워질 정도다. 안이…. 안이 녹아내려서 곤죽이 되는 것만 같다.
“하아…. 나…. 나 또…! 아…! 흑…. 하아아아앙….”
그대로 강동현의 눈을 바라보면서 가버렸다. 그러자 그도 한계인지 미간을 찌푸리고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피치를 끝까지 올렸다가 콱 들이박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으으윽…!! 아욱…. 으으윽….”
“하아…. 흐으. 아우…으읏…. 아아…. 흐앗…. 아으…. 앗….”
황경호는 상대에게 꽉 끌어안긴 채 경련도 겨우 하면서 그가 안에 사정하는 것을 느꼈다. 크게 맥박치고 있었다. 배가 욱신거려서 아프다. 커다란 쾌락이 그들을 밟고 지나간 것 같다. 그저 꿈틀거리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렇게 얼마나 있었을까. 황경호는 선베드의 등받이와 강동현에게 꽉 끼어 짓눌려 있었다. 무거웠다. 황경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강동현의 너른 등을 끌어안았다.
“다시는 안 해…. 절대 안 해…. 흑….”
황경호는 지금까지 몇 번이나 했던 다짐을 또 하면서 그에게 안겨 있었다.
“나쁜 놈…. 나쁜 놈. 나쁜 놈. 흐윽…. 또 마음대로 하고…. 나쁜 놈…. 변태…. 지루. 고자. 색마. 임포…!”
그렇게 욕을 하고 있으니 강동현이 슬며시 정신을 차리고는 고개를 들어 황경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왜 그래…?”
강동현은 땀에 흠뻑 젖어서는 나른하고 색기가 넘치는 얼굴로 황경호의 얼굴에 부드럽게 입술을 눌렀다. 탈력감이 심해 보였다. 황경호는 그 얼굴을 원망스럽게 올려다보았다.
미워 죽겠다.
“알았어…. 안 놀릴게….”
그게 아니다. 황경호는 그가 자신의 뺨에 입술을 누르며 후희를 즐기고 있는 것을 느꼈다. 짜증 난다…
“할 때…. 네 맘대로 좀 하지 마. 죽을 것 같단 말이야….”
황경호는 아직도 좀 헐떡거리면서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피부에 얼굴을 부비며 대충 대답했다.
“응…? 응….”
“나 하면 좀 기다리라고…. 알겠어?”
“응….”
짜증…. 황경호는 그의 양 뺨을 손으로 잡고 자기 목덜미에서 그의 얼굴을 떼어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