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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에 세상에 계약서를 쓰는 소질이라는 게 존재한다면
황경호는 그 소질이 전혀 없는 게 분명했다.
<2. 섹스는 휴일 전날 8시부터 출근 전날 오후 2시 이전까지의 시간 동안, 하루에 두 번까지만.
1) 휴일당 한 번 을의 요구를 들어준다(누적)>
황경호는 총 15일의 휴가를 받았다. 그리고 그 날은 황경호가 직장 동료들과 술을 마신 날부터 시작했다. 강동현은 미리 그때 일주일 정도 한국에 있을 거라는 말을 했다. 강동현은 계약서상의 ‘휴일’이라는 단어는 법정 공휴일이 아닌 황경호의 직장 휴일을 기준으로 말하는 것이라고 역설했다. 그리하여 강동현은 한국에 있는 일주일 동안 1일 두 번의 섹스와 소원 한 가지까지 황경호에게 요구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그는 그걸 진짜 알차게 썼다.
황경호는 다시 어플로 방을 찾아보기 시작했다.
‘나갈 거야. 나갈 거야. 나갈 거야.’
역시 강동현 정도 되면 스케줄은 소속사에서 강요하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정할 수 있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는 지금 자기 소속사의 2대 주주이기도 했다. 앞으로 3월까지 일이 있다 하더라도 예전처럼 하드한 스케줄은 짜지 않은 것이다. 한국에 있는 동안 화보를 찍거나 예능을 찍기도 했지만 집에 꼬박꼬박 들어왔다. 하필이면 그 일주일이 황경호의 휴가랑 겹친다. 게다가 소원 1회를 섹스 한 번으로 돌리면 일당 세 번, 그걸 밤에서 다음 날 새벽에 걸쳐서 지르면 연속으로 여섯 번이나 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걸 어젯밤부터 오늘 새벽까지 당하고 나서야 황경호는 기어코 굳은 결심을 하고 말았다.
‘나갈 거야!’
살이 마르는 게 실시간으로 느껴진다. 언젠가 진짜 그 새끼 때문에 복상사할지도 모르겠다. 예전에는 너무 강압적이어서 대번에 나쁜 놈인 게 티가 났다면 요즘은 사람이 울고불고 싫어하면 막 달래고 감언이설을 쏟아내서 기어코 자기 양껏 해버린다. 진짜 나쁜 놈도 이런 나쁜 놈이 없을 것이다.
왜 이 개새끼한테서 벗어나질 못하고 또 이러고 있는지 모르겠다. 진짜 그 변태 새끼, 꼴도 보기 싫다. 색마. 변태. 임포. 고자. 불능!
“이사 가게?”
이신현이 물었다. 애인도 없고 심심하다며 징징거리길래 만나러 왔다. 어차피 술집 종업원이라 낮에는 비는 게 시간인 그였다. 황경호가 이야기를 나누다가도 간간이 매물을 보자 그렇게 물었다.
“근데 요즘에 집들 왜 이렇게 월세가 세지…. 갈 수 있는 데가 없어.”
“왜? 형네 지금 집 별로야?”
“아…. 어…. 좀….”
황경호가 좀 의뭉스럽게 대꾸했다.
“근데 여기 좋다, 형…. 어떻게 알았어?”
이신현이 주변을 둘러보며 말했다. 멋진 인테리어에 음식도 맛있었다. 이신현도 이런 데는 익숙하지가 않아서 여기저기 구경을 자꾸 했다.
“아, 누가 가르쳐줘서…. 가격도 괜찮은 것 같고.”
황경호는 블로그도 쓰고 있었고 강동현이 가르쳐준 가게들은 대부분 기억해놓고 있었다. 맛있는 음식을 내는 가게란 기억할 만한 가치가 있다.
“그러게. 엄청 맛있다.”
“여기 옆에 커피숍도 괜찮은 데 있어.”
그렇게 점심을 먹고 커피까지 한잔하면서 얘기를 나누다가 오후 4시쯤 각자 집으로 향했다. 집에 갔더니 강동현도 금방 돌아왔는지 아직 외출복을 입고 있었다. 황경호는 당황해서 다시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요새는 마주치면 무조건 당한다.
“야. 야! 나가지 마.”
강동현이 붙잡았다.
“와서 이거 좀 도와.”
강동현은 뭔가 엄청 들고 온 상태였다. 황경호는 주저하다가 슬그머니 그가 있는 부엌으로 향했다.
“다 뭐야?”
“먹을 것 좀.”
“좀이 아닌데….”
강동현은 바닥에 있는 것들을 번쩍 들어서 식탁 위에다 두었다. 한 번에 다 들고 올 수 있는 양이 아니었다. 두꺼운 종이 가방들이 많이 있었고 천으로 감싼 커다란 항아리 같은 것도 있었다. 황경호는 그중 커다란 검은색 상자 하나를 열어보았다. 굴이 한가득이다. 그게 두 개나 더 있다.
“야…. 사람이 둘밖에 안 사는데 이런 걸 이렇게 많이 사 오면 어떡해? 넌 집에도 잘 없잖아.”
황경호가 황당해서 그렇게 말했다.
“이렇게 많이 사 올 생각은 없었는데 엄마도 먹을 걸 보내서…. 일단 정리 좀.”
황경호도 손을 씻고 팔을 걷어붙였다. 굴, 한우, 토마토, 부추, 마늘….
“이건 뭐야?”
“흑마늘이라더라.”
황경호는 그걸 열어보았다가 깜짝 놀라서 다시 닫았다.
“아, 냄새!”
“너 그거 다 먹어야 돼.”
강동현이 말했다. 황경호는 눈을 크게 뜨고 반문했다. 그는 비위가 그렇게 강한 편이 아니다.
“내가? 왜!”
“먹어.”
흑마늘, 새우, 낙지, 복분자 엑기스, 양파, 사과…. 이쯤 되니 화가 나기 시작했다.
“야! 나 그냥 요리할 때마다 장 보는 게 좋단 말이야. 이렇게까지 사면 어떡해! 그리고 나 다음 주면 애들이랑 놀러 가는데!”
“그러니까 매일매일 꼬박꼬박 먹어. 너 여행 갈 줄 모르고 이렇게 산 거긴 한데….”
완전 막무가내…. 그날그날 신선한 식재료로 음식을 하는 게 좋아서 커다란 냉장고 안에는 딱히 물건이 없어 정연했는데 이걸 전부 넣으니 꽉 찼다. 두 명 사는 집에 시중에서 파는 것 중 가장 용량이 큰 냉장고가 꽉 찼다는 얘기다.
“아…. 태형이 형한테 좀 갖다 줘야겠다….”
황경호가 그렇게 중얼거리자 강동현이 갑자기 버럭 했다.
“아! 네가 다 먹어!”
“이걸 나 혼자 어떻게 다 먹어! 생각이란 걸 하고 뭘 좀 해!”
“너 먹으라고 사 온 거라고.”
그러면서 강동현의 주먹만 한 크기의 성나게 생긴(?) 굴들을 강동현이 하나하나 직접 뚜껑을 따서 접시 위에다 올렸다.
“뭐 하는 거야?”
“지금부터 먹으라고.”
“나 금방 밥 먹고 왔어!”
“먹어. 더 먹어.”
“싫어!”
굴이 제일 많아서 냉장고에 다 들어가지를 않아 테라스에다 둬야 됐다. 잘못하면 얼 텐데…. 강동현은 식탁 위에 있는 종이봉투들을 전부나 바닥에다 쓸어내리고 접시를 놓았다.
“먹자.”
“…나 너 이런 식으로 구는 게 제일 싫어….”
황경호가 그를 노려보면서 말했다.
“같이 사는 거면 이럴 땐 먼저 말이라도 하라고.”
“알았어. 다음부터는 그렇게 할게. 앉아.”
강동현이 대강 대답하는 게 느껴진다. 황경호는 한숨을 팍팍 쉬며 자리에 앉았다. 그의 막무가내에 대책 없는 행동에 볼멘소리가 절로 나왔다.
“아…. 일주일 만에 이걸 어떻게…. 진짜. 나 굴 별로 좋아하지도 않는데.”
“자.”
강동현은 그가 그러거나 말거나 나무 숟가락에 커다란 굴을 하나 올리고 레몬즙을 살짝 뿌린 후 황경호의 입 앞에다 들이밀었다. 황경호는 얼떨결에 받아먹었다.
“…….”
황경호는 그 순간 깨달았다. 그는 굴을 싫어한 적이 없었다. 다만 제대로 된 굴을 먹어본 적이 없었을 뿐이다. 입안에 들어가는 순간 비린 게 아니라 상쾌하고 시원한 느낌에 고급스럽고 부드러운 맛이 느껴졌다. 쫄깃한 듯하면서도 녹는 것 같은 식감 등 완벽했다. 거기에 좋은 레몬의 향기와 산도까지. 그냥 꿀떡 넘어갔다. 황경호는 뭔가 당한 것 같은 기분으로 물끄러미 수많은 굴들을 내려다보았다가 강동현을 보고 또 굴을 보았다.
‘그래…. 이걸 다 버릴 순 없지.’
강동현이 자른 레몬을 하나 건네줬다. 황경호는 못 이기는 척 받았다.
“…뭘 이렇게 많이 샀어?”
황경호는 레몬을 듬뿍 뿌려서 굴 껍데기를 들어서 후루룩 굴을 삼켰다. 그러면서 강동현의 얼굴을 보니 그도 하나 먹으면서 대답했다.
“아니…. 너 살 빠지길래.”
“야…. 그거 너 때문이야.”
황경호가 잘 말했다는 듯이 그렇게 그를 힐난했다.
“너 때문에 내가 제 명에 못 죽을 거다.”
황경호가 투덜거리자 강동현이 냉장고에 가서 토마토까지 꺼내 온다.
“이것도 같이 먹어.”
부엌에는 잘 들어오지도 않는 게 제법 예쁘게 잘 썰어서 갖다 바친다. 가만 보니까 사 온 것들이 죄다 스태미너 음식이다. 비뇨기과 간호사라 빠삭할 수밖에 없는 것들이다.
우리나라야 굴이 잘 나는 나라니 잘 모르지만 서양 세계에서나 동양 세계에서나 굴은 최고의 해산물이자 진미로 통했다. 테스토스테론과 여타 호르몬을 만드는 데 필요한 아연을 비롯하여 많은 영양소를 내포하고 있는 식품이었다. 피로 회복과 활력 증진에도 좋다.
토마토는 라이코펜이라는 항산화 성분을 함유하고 있고 면역력을 강화하고 심혈관 질환을 예방한다. 무엇보다도 라이코펜은 전립선암을 포함한 전립선 관련 질환을 예방하는 효과도 크다.
이런 걸 한가득 사 왔으니 너무 속이 빤히 보여서 도리어 할 말이 없을 정도다. 병 걸린 자기나 먹을 것이지….
“영양제랑 보약도 시키긴 했는데. 보약은 딱히 체질이랑 상관없이 먹는 거라 괜찮을 거 같고…. 나도 예전에 먹었던 거거든. 그리고 이것도 내가 멋대로 끊었는데…. 어떡해. 취소해? 취소하면 환불 90%밖에 안 되는데. 그냥 가라. 알았지?”
강동현은 어디 비싼 마사지 샵의 전신 경락 30회권과 회원증을 꺼내서 보여주었다. 황경호는 떠밀리듯 그것도 받고는 강동현을 물끄러미 쳐다보다가 식탁 밑으로 그의 정강이를 찼다.
“그냥 덜 해야겠다는 생각은 없어?!”
“아! 때리지 마! 네가 괜히 몇 번밖에 못 하게 하니까 사람이 오기 생겨서 더 하게 되잖아!”
“내 탓 하지 마!”
“진짜라고!”
“너 진짜 계속 이런 식으로 하면 나 나갈 거야!”
황경호가 결국 그렇게 소리치자 강동현은 완전 억울하다는 얼굴이 되었다.
“야…! 내가 네 말대로 안 한 게 어디 있어! 계약서대로 다 했는데!”
“그래도 사람이 정도가 있지…. 어젯밤엔 진짜 죽는 줄 알았다고…!”
황경호가 약간 얼굴을 붉히며 그렇게 말하자 강동현이 그제야 한발 물러선다.
“그건…. 인정. 미안…. 그래서 이런 거 사 온 거 아냐…. 빨리 먹어라.”
황경호는 강동현을 노려보면서 있다가 다시 먹기 시작했다. 그리고 강동현의 손을 찰싹 쳤다.
“넌 먹지 마. 너 또 이거 먹고 얼마나 사람 괴롭히려고.”
강동현은 굴에서 손을 뗐다. 손을 냅킨에다가 닦고 가만히 턱을 괴고 황경호가 야금야금 굴을 해치우고 있는 것을 보고 있었다.
“너…. 진짜 나랑 하는 거 싫어?”
그러다가 갑자기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자 황경호가 풉 하고 굴을 뿜을 뻔했다. 겨우 삼키고 물을 마셨다. 황경호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고 정말 믿을 수 없다는 듯이 그를 쳐다보았다.
“야…. 너 한시라도 그거 생각 좀 안 할 수 없어? 진짜….”
“아니….”
솔직히 강동현도 본인이 마누라에게 계속 섹스를 조르는 팔불출 같다는 건 인지하고 있었지만, 어쩔 수가 없었다. 얘 생각을 하거나 보고 있으면 자꾸 그런 생각만 나는 걸 어떡하는가.
원래 전 여자친구를 만날 때도 다른 여자를 보고 욕정을 하거나 하는 일은 거의 없었다. 애초에 강동현은 아무나와 섹스하는 건 적성에 안 맞았다. 발기부전 전에는 그래도 억지로 하라면 발기는 되니 할 수는 있었겠지만 정말 싫다는 기분이었고 지금은 발기도 안 되니 그냥 못 한다. 전 여자친구랑 한창때도 이 정도로 섹스에 사로잡힌 적은 없었는데 황경호는 좋아한다는 걸 인지하지 못할 때나 인지할 때나, 아니 인지하기 때문에 더 하고 싶은 것도 같고 그랬다. 이성적으로 설명할 수 있는 게 거의 없었다.
일단 정신 나가게 기분 좋단 말이다…. 그렇다고 치더라도 좀 많이 심각하게 빠져 있긴 했다. 이러다가 또 상대가 학을 떼고 나간다고 하면 이제 강동현은 정말 큰일 난다.
“그냥…. 진짜 싫냐고.”
황경호는 인상을 팍 찌푸리고 먹던 걸 마저 먹기 시작했다. 일단 따놓은 건 다 먹어야지. 20개나 되는 걸 혼자 다 먹으려고 하니까 벌써 배가 빵빵하다. 강동현이 식탁 밑으로 황경호의 다리를 툭툭 건드리면서 대답을 재촉했다.
“좋지?”
“…….”
“진짜 싫어?”
“…….”
“어?”
“…….”
“대답 좀 해 봐.”
“아! 가서 TV나 봐!”
황경호가 짜증을 냈다. 강동현도 완전 탐탁지 못한 얼굴로 툴툴거렸다.
“넌 나한테만 짜증 내더라.”
“…네가 짜증 나게 하잖아.”
그리고 강동현은 또 가만히 황경호를 보고 있었다. 잘 먹네. 결국 그걸 다 먹고 나니 황경호가 거의 앓는 소리를 내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배 터질 것 같아….”
이걸 다 먹다니…. 이런 게 두 박스 반이나 더 있다. 황경호는 껍질들을 싱크대에 쏟아 물로 다 헹군 후 쓰레기봉투에다가 넣었다. 쓰레기는 부르면 수거하는 사람이 온다. 식탁에 청소용 세제를 뿌려 냄새가 안 나게 싹 치운 후에 욕실에 가서 샤워를 하고 카우치에 옆으로 누워 늘어졌다. 저녁은 다 먹었다….
그런데 강동현이 또 사과를 가져온다. 엄청 알이 큰 걸 4개나 가져왔다.
“나 진짜 못 먹어….”
“먹어.”
안 해서 그렇지 과일도 그럴듯하게 잘 깎는 강동현이었다.
“너 일 안 나가?”
황경호는 강동현이 억지로 입에 물려준 사과를 할 수 없이 또 꾸역꾸역 먹었다.
“일하고 온 거 아냐.”
“그럼 쉬어, 좀….”
그러면서도 강동현이 주는 걸 꾸역꾸역 먹었다. 솔직히 본인도 좀 큰일이다, 싶을 정도로 살이 마르고 있었기 때문이다. 또 먹으려고 하니 계속 들어가기도 하고…. 갑자기 정기연이 한 말이 생각난다.
[아무리 배가 불러도 계속 먹으려고 하면 공간이 생겨.]
정말 그런가 보다. 게다가 사과가 맛있다…. 굴 같은 걸 먹다가 또 상큼하고 꿀이 잔뜩 든 사과를 먹으니 입가심이 된다.
TV를 보는 동안 결국 둘이서 그걸 다 먹었다. 그리고 저녁 먹을 시간이 되니 강동현이 자리에서 일어나서 부엌으로 갔다. 너무 배가 불러서 그러려니 하고 있던 황경호는 그가 음식을 하는 걸 알고 고개를 들어 그가 뭘 하는지 확인했다.
“나 더 못 먹어! 그리고 뭐 하려면 후드 켜! 문 열어!”
강동현이 쿡탑의 후드를 틀었다. 강동현은 잠깐 뭘 한다 싶더니 프라이팬째로 거실로 음식을 들고 왔다. 새우다. 커다란 대하의 머리를 따고 먹기 좋게 살만 버터에다가 구웠다. 은행과 아스파라거스, 부추, 마늘까지 같이 볶았다. 냄새가 고소하고 죽이긴 하는데….
예부터 ‘총각은 새우를 삼가야 한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대하는 정력을 증진시키는 음식이었다. 메티오닌, 리신을 비롯한 필수 아미노산 8가지와 새우의 붉은 빛을 내는 카로티노이드 계열의 천연 색소는 항산화 능력이 뛰어나고 키토산은 노화 방지와 콜레스테롤을 낮추는 효과가 있었다.
부추도 ‘기양초’라고 할 정도로 양기를 일으킨다는 음식이라 불가에서는 금기 식품이기까지 했다. 아스파라거스, 마늘, 은행 등도 전부…. 어디서 검색해보고 죄다 사 온 것이 분명했다.
“못 먹어….”
“먹어.”
“못 먹는다니까…. 읍.”
강동현은 황경호가 여행을 가기 전날까지 꼬박 닷새를 그런 식으로 굴었다. 첫 이틀은 먹는 것 때문에 죽을 것 같았는데 삼 일째부터는 확실히 느낌이….
‘먹는 거 진짜 중요하구나. 대박….’
피부가 다르다. 황경호는 여전히 얹혀산다는 감각이 강했다. 그래서 강동현이 집에 있으면 먹을 것도 해다 바치고 끼니 챙겨주는 걸 당연하게 생각했는데 반대로 그가 이렇게 해주니 진짜 편했다. 거의 떠먹여 주기까지 하니 손도 하나 까딱할 필요가 없었다. 물론 황경호가 하듯이 자연스럽게 했더라면 엄청나게 부담스러웠을 텐데 그답게 강압적으로 구니 그냥 떠밀려가듯 받아먹고 있었다. 물론 너무 많이 먹이려고 해서 죽을 것 같았지만….
“먹어. 여행 가기 전에 다 먹어야지.”
“…너도 참 대단하다….”
황경호는 새삼 강동현을 보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가 마음먹은 걸 하기 위해서라면 뭐든 할 수 있는 남자라는 건 익히 알고 있었지만, 그래도 그가 이렇게 굴 때마다 그냥 신기하다….
‘하긴…. 자기 가족한테 발기부전이라고 얘기까지 할 정도면…. 얘는…. 진짜 대단한 놈이야….’
새삼 감탄하는 황경호였다. 황경호는 비뇨기과 간호사였다. 그게 남들이 보기에도 큰일(웃겨서)이었지만 본인들은 죽고 사는 문제였다. 황경호는 그가 낮이나 밤에 일을 갔다 오고 시간이 남을 때는 무조건 집으로 돌아와 자신에게 뭘 해 먹이는 걸 보고 솔직히 혀를 내두를 수밖에 없었다. 요새 바빠서 자기도 힘들 텐데…. 같이 먹어서 괜찮은 건가. 이 정도면 정말 상이라도 줘야 할 정도다.
요리를 딱히 할 줄 아는 건 아닌 것 같은데 휴대폰으로 레시피를 찾아서 슥슥 해내면 또 맛이 괜찮다. 아니, 맛있다. 배가 그렇게 크지 않던 황경호도 강동현이 닷새나 이렇게 먹이니 배가 저절로 늘어났다. 단기간인데도 살도 얼추 좀 찐 것 같았다.
그렇게 둘이서 집에서 엄청 먹어대니 그 많던 식재료도 거의 해치웠다. 나머지는 일주일 뒤에 와서 먹어도 괜찮은 것들이었고…. 황경호의 휴가 첫 몇 날은 섹스만 하려고 굴다가 상대가 바로 바짝 말라가니 아예 방향을 전환하고 황경호를 찌우는 데 이번 휴가의 의미를 두려고 하는 게 보인다. 그래서 닷새 동안은 하루에 한 번 정도만 하고 진짜 먹이기만 했다. 깨어있는 동안은 끊임없이 먹어야 했다.
끊임없이 섹스를 하는 거나 끊임없이 먹는 거나 전부 강동현이 그렇게 만드는 것이었다. 황경호는 강동현 덕분에 자신이 꽤나 주변에 휘둘리는 성격이라는 것을 자각했지만, 강동현은 이렇게까지 다른 사람을 휘두르는 성격이 아닐 유형인데 꼭 황경호에게는…. 그러니까 그런 점이 황경호를 정말 좋아해서 그러는 건가 싶기도 하고 그냥 만만해서 그러는 것도 같고…. 여전히 애매하다.
여행 전날 아침에도 같이 요리를 해서 또 거하게 먹고(역시 그래도 황경호는 남이 일하는데 앉아서 구경만 할 수 있는 성격은 못 되었다) 자기 일하러 가기 전에 황경호를 헬스장에 태워다 주었다.
“아…. 나 이거 진짜 꼭 해야 돼?”
“너 체력 진짜 없어. 가.”
선글라스를 끼고 운전대를 잡고 있는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며 황경호의 엉덩이를 조수석에서 밀어냈다. 강동현은 결국 체력은 운동이라며 헬스 트레이너까지 붙여주었다. 헤비한 건 절대 못 하고 스트레칭과 유산소를 대부분으로 하고 근력 운동은 정말 마일드하게…. 유연성은 생각보다 괜찮은데 유산소와 근력 운동을 하면 자신이 얼마나 체력이 없는지 처절히 깨달을 수 있었다. 강동현은 회원권을 매일 가는 걸로 끊어놨다. 돈이 돈이라…. 아까워서 꾸역꾸역 왔다. 여행 갈 동안은 잠깐 정지해두고 돌아오면 또 매일 와야 했다.
그리고 김태형을 만나 점심을 먹고 마사지 샵으로 향했다.
“오늘도 운동 갔다 오셨어요?”
“아, 네….”
황경호는 본인이 립서비스를 많이 해야 하는 전문직 직군에 종사하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이들의 친절한 스몰토크가 약간 어색했다.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 것 같다. 호리호리하고 꽤 잘생긴 남자 마사지사가 황경호를 다 벗겨놓고 경락을 풀었다. 아파서 죽을 것 같은데 하고 나면 뭔가 욱신욱신하고 시원하다. 안 좋은 자세도 교정이 되고 뭉친 곳도 풀 수 있고 혈액 순환에도 도움이 된다고 했다.
황경호도 병원에서 그랬지만 이들도 손님들과 이야기를 나누는 것도 업무 중 하나였다. 마사지사는 축구 덕후였다. 듣다 보니까 관심이 생겨서 알아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녁 때쯤에 집에 돌아와서 책을 읽거나 TV를 보면서 빈둥거리다 보니 배가 고프다. 이렇게 딱 때가 되면 배가 고픈 체질이 아닌데 요 며칠 그렇게 먹어댔다고 금세 티가 난다. 뭐라도 해 먹어야겠다 싶을 타이밍에 귀신같이 강동현이 돌아왔다.
“배고프지?”
“어….”
그는 손에 또 뭘 사 들고 왔다. 뭔가 맛있는 거 같다. 황경호는 그를 따라서 부엌으로 들어갔다. 그는 냉장고에 들고 온 걸 넣고는 손을 씻고 팔을 걷어붙였다. 황경호가 물어보았다.
“저건 뭐야?”
“아, 저건 받은 건데 디저트야. 나중에 밥 먹고 먹자.”
“뭐 먹어?”
“낙지 다 해치울까? 너 할 줄 아는 거 있어?”
“어…. 태형이 형한테 물어보자.”
황경호가 휴대폰으로 전화를 걸기 시작했다. 그렇게 둘이서 널찍한 부엌에서 요리를 하자 금세 거하게 상이 차려졌다. 둘 다 제때제때 엄청 먹다 보니 시장기가 확 돌아서 엄청 먹었다.
“너 여행 갔다 와서도 제대로 먹어. 나 없다고 제대로 안 먹지 말고.”
강동현이 당부했다.
“어….”
황경호는 지금까지 소소하게 저녁을 챙겨 먹던 것도 예전에 비해선 많이 나아진 거라고 생각했는데 닷새 동안 먹여주는 대로 먹으니 정말 몸이 좋아지는 걸 느껴서 좀 반성했다.
오늘의 저녁은 일단 식전으로 굴을 한가득 먹고 연포탕에 커다란 갈치를 한 마리씩 각자 먹고 은행과 견과류로 만든 반찬에 보리와 흑미를 섞은 잡곡밥을 먹었다. 거기에 디저트로 비싼 딸기 타르트를 해치우고 목욕을 하고 나선 수제 요거트 아이스크림을 먹었다.
“짐은 다 챙겼어?”
강동현도 샤워를 하고 나와선 황경호의 옆에 앉았다. 너무 많이 먹어 엄청나게 나른한 기분으로도 아이스크림을 놓지 못하고 꾸역꾸역 먹고 있는 황경호였다.
“응….”
좋은 집, 맛있는 음식…. 이런 게 막 주어지면 사람이 바보가 되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만들기 위해서 남자들은 상대에게 그런 걸 주는 것일지도 모른다. 강동현은 TV를 보면서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황경호의 머리카락을 손가락으로 까딱까딱 건드렸다. 이런 건 이제 익숙한지 그냥 가만히 있다. 그는 곧 황경호의 뺨을 깨물었다.
“오늘은 좀 하자….”
이제 약간 살이 올라서 맨들맨들한 황경호였다. 나른해 보이는 얼굴로 강동현이 사 온 아이스크림을 먹고 있는 게 귀여웠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품에서 아이스크림을 뺏어 카우치 앞 테이블에 놓았다. TV에선 이름 모를 잔잔한 외국 영화가 방영되고 있었다.
“으응….”
입을 맞추니 입안이 시원하고 달콤했다. 방금 전의 아이스크림 때문이다. 카우치 위에 앉은 채 그를 위에 태웠다. 강동현은 그의 바지와 속옷을 벗겼다. 강동현이 황경호의 귓가와 뺨에 입을 맞추면서 점점 거친 숨소리를 냈다. 황경호는 과식 때문에 얼굴에 따끈하게 열이 올라서는 중얼거렸다.
“나 돼지 같다…. 네가 살찌워서 잡아먹는 거 같아.”
“맞는데…?”
“아, 진짜 싫어….”
둘 다 서로의 옷을 벗겨서 곧 알몸이 되었다. 맨살로 맞닿는 것이 너무나 기분이 좋다. 착 달라붙는 접촉감이 황홀하기 짝이 없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를 주물렀다. 점점 살이 빠져서 뼈가 만져지더니 이제 쬐~끔 살이 붙었다.
‘아, 더 먹여야 돼. 진짜 돼지 될 때까지 먹여야겠다.’
강동현은 그렇게 생각하며 황경호를 마음껏 지분거렸다.
“아앙…. 하응…. 아아앙….”
요 며칠 많이 먹여줬더니만 확실히 방어력이 낮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을 빨고 깊숙이 혀를 섞다가 그의 뺨에 얼굴을 문지르고 밑으로 내려와 가슴을 핥았다. 그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었다.
“아앗…! 아…! 으읏….”
“야…. 바로 싸지 말고 좀 참아 봐.”
그러라고 있는 곳이 아니라서 그런지, 진짜 성격과 체질 때문인지, 황경호는 정말 몸이 잘 안 풀렸다. 그래서 손가락으로 그나마 안을 벌리며 애무하다 보면 민감한 그는 꼭 한두 번 사정하고 말았다. 원래는 그가 그렇게 민감하고 잘 느끼는 게 좋아서 괜히 그를 더 보내버리곤 했는데 살 빠지는 거 보니 함부로 그렇게 하면 안 될 것 같다.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자 황경호가 얼굴을 벌겋게 붉히며 변명했다.
“나 조루 아니야.”
“누가 조루래?”
“…….”
자신의 몸을 자기 거처럼 여기저기 깨물고 만지고 주무르고 이래라저래라 …. 황경호는 또 모든 것이 그의 생각대로만 돌아가는 것만 같아서 또 슬슬 억울함이 샘솟기 시작했다.
“변태…. 너 때문에….”
“왜 또….”
강동현은 그간의 금욕과 노력을 보상받기 위하여 뻐근한 자기 남성기를 황경호의 엉덩이 사이에 꾹꾹 눌러 비비며 나른하게 대답했다. 그가 결국 힘으로 눌러서 음부를 벌리기 시작하자 황경호가 부들부들 떨면서 신음을 흘렸다.
“아앙…! 앗…! 흑…. 이거 제일 싫어…. 읏…. 아아…. 아아앗…!!”
그렇게 한참 누르다가 긴장이 극에 달했을 때 끝머리만 몸을 뚫고 들어오자 황경호가 비명을 질렀다. 엉덩이가 경련하듯 저절로 움찔움찔 움직였다. 황경호는 강동현의 어깨를 꽉 쥔 채 눈을 질끈 감고 엄청 버거워하며 몸을 떨었다.
“자, 잠깐만…. 아직…. 흑…. 움직이지 마…. 아아…. 아으….”
“알았어. 윽…. 힘 좀 빼…. 응? 괜찮으니까….”
강동현도 인상을 찌푸리며 황경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비볐다. 그의 커다란 손이 황경호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잡고 느리게 꾹꾹 주물렀다. 그러면서 강동현은 고개를 들어 부들부들 떨고 있는 황경호의 입술을 빨았다. 황경호도 강동현의 머리를 끌어안았다.
“으응…. 음…. 으으응…. 아…. 하아…. 음….”
깊숙이 입을 맞추어 혀를 맞대고 부드러운 입술을 비비고 빨고 깨물고…. 강동현은 그의 음부가 움찔대는 간격이 조금 느려지자 거기에 맞춰서 조금씩 안으로 자신을 박아 넣기 시작했다. 강동현이 이런 박자까지 알아차리고 쑥쑥 그의 대물을 집어넣자 황경호는 놀라서 허리를 파르르 떨었다.
“아으응…. 조, 좀만 천천히…. 아앙….”
이건 들어줄 생각이 없나 보다. 황경호가 주먹으로 그의 어깨를 때렸다.
“천천히 하라니까…! 앗…!”
그대로 더 때리지도 못하고 자신의 엉덩이를 잡고 있는 그의 두 팔을 손으로 꽉 잡고는 겨우 견뎠다.
“하아앗…!”
그대로 반 이상을 쑥 집어넣는다. 황경호는 눈을 내리깔고 속눈썹을 파르르 떨면서 입술을 몇 번 깨물고 엉덩이를 움찔거리며 겨우 그 버거움에 적응하려고 노력했다. 익숙해질 만도 한데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다. 이건 익숙하고 아니고의 문제가 아닌 것 같다. 그냥 크기가 안 맞는 거 같다.
“움직이지 마…. 윽…. 움직이지 마…. 흑….”
평소보다 빨리 넣어서 시간이 필요했다. 이럴 땐 그가 무섭다. 그는 지금처럼 황경호의 말을 들어줄 때도 있고 안 들어줄 때도 있었다. 그런데 이쪽은 몸도 마음도 가장 취약한 곳에 그를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란 말이다. 그가 여기서 조금만 마음대로 해버리면 바로 아프고 다친다. 게다가 그는 황경호를 괴롭히는 걸 좋아했다. 불안하다. 그래서 절로 몸이 긴장하는데 긴장하면 할수록 또 더 다친다.
“왜 그래…. 그런 얼굴 하지 마…. 심하게 하고 싶으니까.”
강동현은 섹시한 신음을 흘리면서 황경호의 턱을 깨물었다. 황경호는 그의 말에 움찔하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눈이 마주쳤다.
“…….”
“…나쁜 놈.”
황경호는 그의 눈을 보며 그렇게 말했다. 그러니까 강동현이 피식 웃었다. 기분 좋은 모양이다. 섹시하다.
“뭘 또 나쁜 놈이래.”
자기가 나쁜 놈이라는 자각이 없고, 있어도 별거 아니라고 생각하는 점이 이 새끼의 제일 나쁜 점이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면서 황경호의 다리를 더 벌리게 했다. 그리고 그의 엉덩이를 끌어당겨 더 깊이 박아넣어 황경호를 진저리치게 하더니 통보했다.
“이제 한다.”
“아…!”
황경호는 강동현의 양 무릎을 두 손으로 잡아 몸을 지탱하며 얼굴을 화악 붉혔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를 두 손으로 잡고 피스톤질 대신에 안을 꾹꾹 누르고 돌렸다. 처음 할 때는 몸이 안 풀려서 계속 긴장을 한다. 손에 땀이 잡힌다. 황경호는 긴장과 또 자극으로 부들부들 떨면서 느꼈다.
“아…! 아앙…! 으응…. 흐응…. 아아…. 흐읏…!”
긴장으로 온몸에 땀이 밴다. 전신이 심장이 된 것처럼 두근거린다. 뜨거운 손, 뻐근하고 버겁게 벌어진 몸, 배 속의 열기, 커다란 타인의 존재감.
“아아앙…. 변태…! 계속 넣지 마!”
처음엔 끝까지 못 넣는 걸 알면서도 계속 눌러서 들어오려고 한다. 그는 언제나 황경호에게 스스로의 기준치를 넘은 걸 강요한다. 황경호가 진저리를 치며 신음을 흘렸다. 황경호는 점점 배 속과 성기가 뜨거워지는 걸 느꼈다. 황경호는 그 감각을 누르려고 노력했다.
‘안 돼…. 지금 가면 얘 거칠게….’
안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모르겠다. 황경호는 인상을 찌푸리며 점점 파도쳐 오는 절정의 순간을 억누르며 참았다.
“힘 좀 풀어…. 윽. 아프다, 아파.”
강동현이 그렇게 말하며 황경호를 끌어당겨 안았다. 깊이가 좀 얕아져 한숨이 나왔다. 입을 맞추니 그가 가슴을 주무르며 애무를 했다. 황경호가 신음을 흘리며 그의 손을 잡았다. 가슴은 약하다. 황경호가 막아도 결국 만진다. 황경호는 부들부들 떨었다. 얼굴과 온몸이 빨개졌다.
“아앙…. 하지 마…. 앙…. 핫…. 싫어…. 아아아아앙…!”
“큭…!”
너무 참다가 결국 가버리니 사정이 시작되는 순간 정말 펄쩍 뛰었다. 온몸에 전기가 확 통한다.
“아…! 하으으…!”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엉덩이를 앞뒤로 움찔움찔 흔들며 숨을 멈추었다. 짜릿하고 강렬한 오르가즘에 울 듯이 신음했다. 강동현이 가슴과 성기를 세게 만지며 절정을 더 끌어 올렸다. 자지러지듯 몸을 떨며 비명을 질렀다.
“아아앙…!”
눈물을 주르륵 흘리며 강동현을 꽉 끌어안았다. 그리고 애원했다.
“그만…. 하앙…. 그만 만져…. 죽겠어….”
강동현이 웃는다. 황경호는 인상을 팍 쓰고 고개를 들었다. 아직도 바들바들 몸이 떨릴 정도로 느끼고 있었다. 아래가 엄청 뜨겁고 민감하다.
“읏…. 웃지 마, 이 변태.”
“기분 좋아서 그런다, 왜.”
“웃지 마.”
“아, 까다로워.”
황경호는 약간 기분이 상했는데, 강동현은 전혀 눈치를 못 챈 건지 입을 맞추며 다시 움직였다.
“흐읏…. 아앙…. 잠깐…. 하앙….”
“후우…. 큭….”
강동현도 얼굴이 꽤 상기되어서는 황경호의 엉덩이를 꽉 잡고 안을 꾹꾹 눌렀다. 그때 눈이 딱 마주쳤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에 쪽 입을 맞추고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그대로 서로의 눈동자를 바라보면서 키스를 하고 또 바라보고 그러며 살을 섞었다. 가슴이 너무 뛰어서 아플 정도였는데 그렇게 눈을 마주치고 있으면 온몸에 오싹오싹 소름이 돋고 황홀하고 기분 좋고 짜릿하고…. 그리고 강동현이 사정하기 시작했다. 인상을 확 구기면서도 그대로 눈을 마주치자 오히려 황경호가 온몸이 펑 터질 정도로 달아올라서 민감하게 마구 느끼기 시작했다. 그가 너무 야하고 섹시했다.
“앗…. 아앙…. 힉…. 뭐…야…. 으으응….”
사정을 하는 것도 아닌데 오르가즘이랑 비슷한 느낌이 나면서 아랫배가 왕창 당긴다. 강동현이 완전 섹시 다이너마이트 같은 얼굴로 입술을 빼앗자 더 아찔해서 눈을 질끈 감았다. 그렇게 온몸이 서로 가득 달라붙어 그의 근육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도 세세하게 알아차리며 그가 안에 사정하는 것을 느꼈다. 황경호는 온몸이 빨개진 채로 강동현과 서로 한참 끌어안고 있다가 이유 모를 부끄러운 기분에 화하게 심장이 조여드는 걸 느꼈다.
“너 진짜…. 콘돔이라도 해…. 맨날 안에다….”
빨리도 말한다 싶은 거였지만, 황경호는 이제야 겨우 그 말을 했다. 강동현은 사정감과 배설감에 푹 절어 완전 섹시한 분위기를 풍기면서 황경호와 눈을 마주쳤다.
“싫은데.”
말문이 막힌다. 황경호는 분명히 정당하게 요구할 수 있는 걸 요구한 것뿐인데도 그의 그런 태도에 뭔가 말하지 못할 걸 말한 것처럼 부끄러움을 느꼈고 그래서 화도 났다.
“앞으론 콘돔하고 해. 아니면 밖에다가 해.”
“싫은데….”
아무리 잘해줘도 이 새끼는 기본적으로 나쁜 놈이다. 예전에는 그냥 봐도 황경호에게는 나쁜 놈이었지만 지금도 나쁜 놈의 구성요소는 다 클리어한다.
기본적으로 자기가 하는 건 다 맞는다고 생각하고 고민하지 않으며 상대의 말을 종종 귓등으로 들으며 제대로 말하면 언제 그런 말을 했냐며 잊어버리고 있고 자기가 잘못한 게 뭐가 있냐고 당당하게 응수할 수 있으며, 결정적으로 항상 안에다 사정한다. 안에다 싸는 놈이 제일 나쁜 놈인 법이다.
강동현은 그렇게 숨을 섞은 목소리로 황경호에 귓가에 속삭이며 뺨에 입을 맞추었다. 순간 목을 잔뜩 움츠려야 할 정도로 소름이 돋았다. 강동현은 양손으로 황경호의 가슴을 잡고 엄지로 젖꼭지를 둥글게 문질렀다.
“하으응…. 아앗…. 힉…!”
자기 몸인데 마음대로 안 된다. 그리고 그가 드디어 피스톤질을 하기 시작하자 그의 어깨를 꽉 잡고 신음을 흘리기 시작했다.
“아아아…! 거기 안 돼…. 하악…. 싫어…. 아앙…. 아아앙…! 흐으응…. 앙…!”
황경호도 자기가 왜 이렇게 민감하고 잘 느끼는지 알 수가 없었다. 애초에 섹스 경험도 강동현뿐이었고(이덕재는 누가 해도 기분 나쁠 거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 않다) 그래서 항상 다른 사람들도 이런 건지, 다른 사람이랑 해도 이런 걸까, 라는 의문이 떠오른다.
딱히 성감대가 아니더라도 그가 만지면 기본적으로 다 느낀다. 소름이 돋고 몸이 떨리고 약간 무섭고….
“아…. 큭…. 후우…. 윽…. 씨…X…. 아욱…. 큭….”
강동현이 지금의 섹스에 흠뻑 빠진 게 느껴졌다. 눈을 지그시 감고 섹시하게 허리를 움직였다. 빨라진다. 아직 두 번째라 윤활감도 적어서 엉덩이가 불이라도 난 듯 화끈하고 따갑게 느껴졌다. 황경호는 강동현을 말려야 한다는 생각도 들었고 금방 하던 얘기도 마저 해야겠다는 생각도 했지만…
‘좀 더….’
황경호는 저도 모르게 다리를 더 활짝 벌리고 강동현의 목에 손을 둘러 깍지를 꼈다. 팔을 쭉 편 상태로 엉덩이만 잔뜩 파이는 자세가 되었다. 황경호는 숨이 넘어갈 듯이 신음했다.
“아아앙…. 하앗…!”
그가 퍽퍽 박아올 때마다 숨이 턱턱 막혔다. 이런 식으로 피스톤질을 빨리하면 머리가 핑 돌고 숨이 막히고 힘들었다. 그런데 너무 기분이 좋아서 죽을 것만 같아진다.
“아아…! 아아아…! 아아앙…! 아앙! 흑…. 강동현…. 하아앙….”
“아…. 젠장. 큭. 으윽…! 하아. 하아…. 윽…!”
찹찹찹. 퍽퍽. 찍찍찍찍. 첩첩첩. 점막이 서로 비벼지는 소리와 살이 부딪치는 소리가 적나라하게 난다. 절정에 이르기 전의 그 고조감, 기대감이 가열되어 갔다. 황경호는 결국 참지 못하고 강동현을 확 끌어안았다. 그의 귓바퀴를 잘근잘근 깨물었다. 그리고 눈물을 흘리며 속삭였다.
“하아아…. 조금만 더…. 더어….”
“으으윽…!”
강동현이 놀랐는지 황경호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황경호도 움찔했다. 그대로 강동현이 진짜 더 빠르게 박기 시작하자 황경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며 젖은 입술을 떨었다. 강동현이 그의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황경호는 정신을 빼놓고 신음하기 시작했다. 뼈마디가 징징 울릴 정도로 강하게 부딪친다.
“거기…! 하앙…. 거기 거기…. 아앙…. 미칠 것 같아…. 아앙…. 강동현…. 강동현…. 하아…. 나 죽어…. 죽을 것 같아….”
“미치겠네…. 윽…!”
“하악…! 앗…. 아아! 아아앗…. 흑…. 아아앙….”
잔상이 남을 정도로 마구 박기 시작하자 둘 다 말도 제대로 못 하고 신음만 흘리며 헐떡거렸다. 그리고 강동현이 끝까지 강하게 박아넣어 몸이 붕 떠오를 때 황경호는 곧 실금이라도 하듯 사정하기 시작했다.
“아아아앙…. 학…. 하아…. 힉….. 아우으….”
황경호는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싫다고 말 한마디 못 하고 그대로 더 파여서 연달아 오르가즘을 마구 느꼈다. 강동현도 곧 성대하게 파정했다.
“아…! 크으윽…! 젠장…. 윽…!”
그대로 몇 번이나 더 몸을 부딪쳐서 전부, 끝까지 안에서 내보냈다. 그리고 둘 다 블랙아웃이라도 된 것처럼 정신에 공백이 생겼다. 정신이 조금 들었을 땐 강동현도 카우치 등받이에 늘어져 눈을 감은 채 헐떡이고 있었고 황경호도 그의 품에 안긴 채 눈물을 줄줄 흘리고 있었다. 황경호는 정신이 드니까 더 눈물이 나왔다.
“흑…. 안 해. 이제 안 해…. 죽을 것 같아. 흑….”
섹스라는 거 이런 것인가. 까딱하면 정말 죽을 것 같다.
얘는 안 무서운 걸까.
그렇게 울고 있으니 곧 커다랗고 뜨거운 손이 황경호의 뺨을 감쌌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고개를 들게 하고 눈을 마주쳤다. 아직 그가 정신이 든 건지 아닌 건지 모르겠다. 그런데도 황경호는 그의 눈동자를 내려다보자 금방까지 그를 옥죄었던 불안과 두려움이 조금 가셨다.
많은 사람들 속에 있을 때보다 이렇게 세상에 단둘이 있는 것처럼 느껴질 때 오히려…. 그리고 기분이 좋고 황홀하고…. 완전한 느낌….
얘가 아닌 다른 사람들이랑도 이럴 수 있는 걸까? 모르겠다. 그러면 도대체 얘는 나한테 어떤 걸까. 얘한테 난 뭘까. 그렇게 생각하니 또 정체 모를 불안감이 마음을 옥죈다. 황경호는 그의 눈동자를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다가 입을 열었다.
“…꽉 안아줘.…. 숨 막힐 정도로….”
강동현은 여전히 정신이 안 든 것 같은데, 어쨌든 황경호의 말대로 그의 허리와 등에 팔을 둘러 꽉 안아주었다. 그의 품과 팔이 뜨거웠다. 황경호는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고 황홀감에 얼굴을 붉히고 멍하니 있다가 눈을 감았다. 그리고 그의 목덜미에 코를 파묻고 냄새를 맡았다. 향수와 그의 체취가 섞여 정말 향기로웠다.
“아…. 죽겠다.”
강동현도 슬슬 정신이 드는지 그렇게 탄식을 내뱉었다.
“괜찮아?”
강동현은 나른하고 관능적인 얼굴로 황경호를 살폈다. 근래 열심히 먹이더니 그걸 한 방에 날릴 생각은 없는지 천천히 황경호의 엉덩이를 잡아 들었다. 주르르륵. 황경호는 움찔움찔하며 몸을 떨었다. 찰싹 밀착해서 쪼옥 빨리듯이 빠져나온다. 그대로 그를 끌어안고 강동현은 황경호의 허벅지와 엉덩이를 주무르고 쓰다듬으며 그의 입술에 쪽 하고 입을 맞추었다.
“많이 힘들어?”
다정하다.
‘그러니까 이런 점이 엄청 나쁜 놈 같다….’
원래 나쁜 놈이지만…. 강동현은 원래 섹스 후에 스킨십이 많은 편이었다. 황경호랑 할 때는 원체 정신 나가게 하고 둘 다 나가떨어질 때까지 해서 좀 적었지만 원래는 그런 남자라는 것이다. 그는 기분이 좋으면, 특히 섹스가 만족스러워 기분이 좋으면 엄청 다정했다.
나쁜 놈이라는 건 항상 일관적으로 개새끼같이 구는 것보다도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가 관건인 것 같다. 둘은 최악부터 시작하지 않았던가? 황경호는 그가 어디까지 나빠질 수 있는지 알고 있었다. 아니, 솔직히 항상 예상을 뛰어넘었기 때문에 남은 잠재력을 짐작할 수가 없다. 그래서 그가 다정하게 굴면 어색할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다정하게도 할 수 있고 그렇게 나쁘게도 할 수 있는 남자였다. 그걸 선택할 수 있는 남자라는 게 결국 나쁜 남자라는 거 아닌가. 그래서 좋아한다는 걸 완전히 믿지 않는 건 이제 아니었지만…. 끝을 생각하자면 역시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었다. 그는 뭐든지 할 수 있는 남자였다.
“졸려?”
그가 부드럽게 만질 때마다 머리끝까지 찌릿찌릿했다. 황경호는 과하게 할 때보다는 당연히 나았지만 많이 느끼고 과식까지 한 상태라 나른하고 잠이 솔솔 왔다. 강동현이 물으면서 황경호의 뺨에 입술을 누르고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황경호는 약간 얼굴이 붉어져서 몸을 일으켰다.
‘아…. 진짜 또…. 조심 좀 하자….’
황경호는 중간에 또 말실수 비슷한 것을 한 걸 기억하고 그렇게 반성했다. 티 내면 놀릴 것이다. 그래서 조용히 일어나서 욕실로 향했다.
“씻을 거면 같이 씻자.”
강동현이 욕실로 가는 황경호를 졸졸 따라왔다. 강동현이 옆으로 슥 와서 그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지분거렸다. 놀린다.
“근데 너 왜 이렇게 부끄러워해? 응? 왜?”
“아, 꺼져!”
*
사이판에서의 일주일 동안 과소비를 하고 말았다.
외국에 나가는 건 처음이라 신기해서 이것저것 사다 보니 예상보다 돈을 많이 쓰고 만 것이다. 큰일 났다. 분명히 과소비를 조심하자고 몇 번이나 생각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왜 이러는가. 지금까지 한 번도 이런 적 없었다. 진짜 이러다가 보증금 받았던 걸 홀랑 다 써버리고 말 것이다. 다 쓰는 게 문제가 아니라, 그럼 그다음부터는 어쩔 것인가. 하지만 도저히 사지 말아야 할 것을 고를 수가 없었다.
요즘 같은 시대에 검색 한 번만 해보면 뭐든 다 알아볼 수 있으니 흔한 휴양지 사진 정도야 질릴 정도로 볼 수 있겠지만, 그래도 직접 가본 것은 차원이 달랐다.
첫날에 해가 지고 나서 사이판에 도착하는 바람에 숙소에 짐을 풀고 쉬는 것 말고는 다른 일을 할 수가 없었다. 비행시간이 지루할 만도 했는데 그 시간 내내 뭔가 기분 좋게 가슴이 두근거렸다. 숙소에 도착해서 짐을 얼른 풀고는 테라스로 가서 주변 풍경을 구경했다. 밤이고 서울만큼 불빛이 밝은 도시는 아니었지만 어디선가 불어오는 시원한 바다의 바람이 기분이 좋았다.
2일째에는 아침에 리조트에서 밥을 먹고 곧바로 바닷가로 향했다. 사이판은 아주 작은 섬이었기 때문에 마음만 먹으면 자동차로 한 바퀴 도는 건 일도 아니었다. 눈을 가로막는 것이 하나도 없는 탁 트인 해변이 너무 아름다워서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가슴이 두근거렸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이 있는 것이다. 성수기라 사람이 많기는 했지만 그런 건 상관없었다. 사람들이 많을 수밖에 없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곳을 사람들이 가만히 놔둘 리가 없지 않은가.
공기는 습기가 차서 무거운 것 같지만 바람이 불어서 어쩐지 상쾌한 기분이 들었다. 해수욕을 하러 온 것이 너무 오랜만이라 조금 쭈뼛거렸지만 아무도 그런 그를 이상하게 보지도 않았다. 일행들은 대번에 바다에 뛰어들어서 황경호도 같이 뒤따라 뛰어들었다.
하루 종일 해수욕을 하고 근처 맛집에서 밥을 먹고 나니 금방 지쳐서 숙소에 돌아오자마자 씻고 곯아떨어졌다. 원체 햇빛을 보지 않고 살다 보니 온몸이 따가웠지만 너무나 기분 좋은 숙면이 그를 찾아왔다.
3일째에는 그로토라는 블루케이브에 가서 스노클링을 했다. 물속에서 바라보는 빛은 정말 파랗고 예뻤다. 점심을 먹고 나서는 유명한 마이크로비치로 향했다. 마이크로비치는 고운 모래로 둘러싸인 해변이었다. 이렇게 부드러운 모래는 처음 느껴봤다. 처음 해보는 것들이 너무 많아서 신기한 하루였다.
4일째는 마나가하 섬이란 곳에 갔다. 수상스키를 타고 스노클링도 또 했다. 잠깐밖에 있을 수 없는 섬이라는 게 너무 아쉬울 정도로 아름다운 섬이었다. 이런 곳에 가만히 앉아서 바다만 바라보고 있으면 정말 아무런 걱정이 없을 것 같았다. 황경호는 그다음 날 일행과 떨어져서 혼자 다시 올 정도로 마음에 들었다.
모든 것과 떨어져 있는 아름다운 외딴 섬…. 하얀 모래와 녹색과 갈색의 야자수, 그리고 에메랄드빛 바다와 새파란 하늘…. 이 모든 색깔이 너무나 선명하면서도 잘 어우러져 있는 것이 놀라웠다. 자연이란 이런 것일까. 언제나 회색빛 건물과 검은 아스팔트에 둘러싸여 살던 도시인이던 황경호는 이 모든 색감이 너무나 놀라웠다. 태어나서 이런 걸 본 적이 있었던가. 보지 못했더라면 도대체 왜 그랬던 걸까. 보지 못하고 경험하지 못할 이유가 단 하나도 없었는데. 황경호는 앞으로도 이런 여행을 종종, 아니 휴가 때마다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니까…. 그러려면 돈 아껴 써야 한다고…. 진짜….’
황경호는 근래의 과소비에 대해 또다시 후회를 하며 한숨을 쉬었다.
5일과 6일은 오로지 스킨 스쿠버다이빙을 배우는데 투자했다. 정기연은 예전에 몇 번 해봤다고 했는데 나머지는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걱정했다. 하지만 막상 배우기 시작하니 걱정한 것이 이상할 정도로 정말 쉽게 배울 수 있었다. 뭔가를 새롭게 배운다는 것 자체가 이제는 어색하게만 느껴졌는데 너무나 재밌고 신났다. 바닷속을 그렇게 깊이 들어갈 수 있다는 게 신기했다. 조금 무섭기도 했지만 밖에서 바라보는 것과 다르게 바닷속은 굉장히 밝았다. 여러 색깔로 빛났다. 예뻤다. 거북이도 봤다.
마치 강동현의 집에서 살기 전까지는 좋은 집에서 산다는 느낌 자체가 뭔지 몰랐던 것처럼. 제대로 된 대우를 받기 전까지는 사람으로서 존중받으면서 산다는 것이 무엇인지 몰랐던 것처럼. 직접 보기 전에는 아름다운 바다가 정말 어떤 것인지 몰랐던 것이나 다름이 없었다. 아름다운 바다는 안도 밖도 모두 아름다웠다. 황경호는 지금까지 지냈던 그 어떤 날들보다도 충동적으로 결정했던 이번 일주일이 정말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국적인 분위기와 많은 외국인들도 주의를 환기시켰다. 황경호의 직장에는 생각보다 외국인들이 많이 오는 편인데도 그쪽이 다수고 이쪽이 소수인 외지에 있다는 게 긴장되기도 하고 생소한 기분이었다. 하지만 한국과는 다르게 다른 사람들에게 신경을 쓰지도 않고 신경을 쓰지 않아도 되는 그 분위기가 족쇄가 풀린 것처럼 마음을 가볍게 했다. 이런 세상이 분명 지구 어딘가에 있다는 걸 알고 있었으면서도 어째서 단 한 번도 나가봐야겠다는 생각조차 하지 못한 것일까. 그런 의문이 들었다.
“와…. 미세먼지 없는 풍경이 이런 느낌이구나.”
정기연이 매번 아침마다 감탄해서 주변을 둘러보고는 했다. 눈에 뭐가 끼기라도 한 것처럼 회색빛 우울한 풍경을 자아내는 서울과 다르게 세계에서 공기가 가장 좋은 곳 중 하나라는 곳은 시야가 밝고 선명해서 마음이 다 홀가분하다. 숨이 맑다.
‘이런 곳에서 아무 걱정 없이 몇 주라도 살 수 있으면 진짜 소원이 없겠다….’
황경호는 그렇게 생각하면서 매번 아침에 눈을 뜰 때마다 신나했다. 필요 이상으로 들떠서 풋내기처럼 보인다고 해도 그런 것 때문에 굳이 다른 사람들을 신경 쓸 필요도 없는 곳이었다. 성수동에 살기 시작하면서도 거기 사람들은 참 걱정이 없는 얼굴들을 하고 있다고 생각하곤 했는데 여기 사람들은 애초에 걱정이라는 게 뭔지도 모른다는 얼굴이다. 세상 참 뭘 걱정할 필요가 있냐는 듯 해맑고 순진한 얼굴이다. 외지인들을 대하는 태도도 정겹고 친절하다. 황경호는 그런 외국인들이 참 좋았다.
그렇게 7일째는 리조트에서 편하게 쉬었다. 그간 한 게 많아서 녹초가 되기도 했다. 근처를 산책하고 밥을 먹고 생각을 하고…. 그런 시간들이 좋았다. 기념품도 잔뜩 샀다. 예산을 오버하게 된 결정적인 요인이 되었다.
‘진짜 돈 많이 썼네….’
황경호는 이번 일주일을 돌아보며 그렇게 생각했다. 기념품을 사다가 중간에 강동현이 준 파란색 카드를 보며 또 ‘쓸까?’라는 충동이 들어 혼났다. 그렇게 혼자서 일주일을 돌아보다가 그에게서 일주일 동안 연락을 받은 적이 없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김태형과는 연락을 했는데 말이다. 그렇게 생각하면서 휴대폰을 가만히 보고 있으니….
“…….”
아직도 강동현을 여러 메신저 및 메시지 어플에서 차단을 하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로밍 비용이 너무 비싸서 와이파이 구간에서만 휴대폰을 쓰고 있었다. 보통은 전화만 하다 보니까 까먹고 있었다. 새삼 ‘이 새끼가 나한테 이런 놈이었지….’ 라는 생각이 들었다. 차단을 풀었다. 여러 메시지가 연달아 왔다. 본인도 알고 있었는지 설마 아직도 자기를 차단해놨냐고 난리다. 황경호는 그가 보내놓은 메시지를 보다가 좀 웃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차단 풀었어>
그랬더니만 답장이 바로 온다.
<야, 너 진짜 장난하냐? 로밍 차단 풀어. 지금 전화 건다>
강동현의 말에 황경호가 답장을 했다.
<데이터 로밍 비용 비싸. 하루에 만 원씩이란 말이야>
<나랑 통화하는데 만 원이 뭐라고 못 내냐?>
아시아 특급 스타인 강동현이었으니 그렇게 말할 수도 있겠지만 황경호는 단호하게 답장을 보냈다.
<비싸>
그러자 잠깐 답장이 바로 안 온다.
<니 휴대폰 요금 내가 앞으로 다 낼 거니까 그런 거 아까워하지 말고 지금 당장 풀어>
강동현이 그렇게 답장을 보냈다. 그리고 또 보낸다.
<아니, 내 카드 안 써?>
그리고 또 주절주절 보낸다.
<진짜 만 원이 아까워서 전화를 안 받겠다고?>
<내 전화를?>
<야, 누구는 내 전화 한 번이라도 받는 게 소원이야>
<빨리 안 풀어?>
<빨리 풀어>
황경호는 그 메시지들을 보고 있다가 결국 로밍 차단을 풀었다. 그리고 답장을 보냈다.
<풀었어>
그러자 바로 전화가 왔다. 통화 버튼을 스와이프하고 전화를 받았다.
[황경호….]
강동현이 나지막하게 이름을 불렀다. 언제나 그와 통화를 하면 느꼈던 소름이 인다. 황경호는 살짝 얼굴을 붉히면서 전화기에서 귀를 조금 뗐다. 목소리가 너무 좋은 것도 문제다.
[너 진짜 만 원이 아까워서 내 전화를 안 받겠다고 한 거야? 진짜? 나 차단도 안 풀어놓고?? 내가 너 가고 첫날에 연락 안 돼서 얼마나 기가 막혔는지 아냐?]
그는 억울함과 화가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가 변명하듯이 말했다.
“야, 그래도 일주일 동안 하루에 만 원씩이면 벌써 7만 원이야. 아깝잖아. 딱히 별일 있었던 것도 아닌데….”
[그런 거 아까워하지 말라고. 돈이 괜히 있냐? 너 돈도 많으면서 진짜 치사하게 그렇게 굴 거야?]
“내가 돈이 뭐가 많아.”
[많지. 네가 다 들고 있으면서. 그리고 나 이번에 돈 더 벌어서 통장에다 더 꽂아 놨는데. 관리 안 해? 내가 돈을 괜히 버는 줄 알아? 이럴 때 큰소리치려고 버는 거야.]
“잘났다, 진짜. 참나….”
황경호가 어이가 없어서 그렇게 픽 웃었다. 강동현도 더 뭐라고 할 생각은 없는지 그제야 다른 얘기를 했다.
[그래서. 재밌었어?]
“응.”
[스쿠버다이빙도 한다고 했잖아. 괜찮았어?]
“어. 처음엔 무서울까 싶었는데 괜찮더라고.”
[내가 그냥 다이빙은 해봤어도 스쿠버다이빙은 안 해봤는데…. 재밌었으면 다음에 같이 하자.]
“그래.”
그가 안 해본 게 있다는 것도 신기하다. 하긴 무명 때는 그런 걸 할 심적 여유가 없었을 거고 뜨고 나서는 그런 걸 할 시간적 여유가 없었을 것이다.
[지금 어디야?]
“이제 방에 들어가려고.”
[혼자야?]
“응. 오늘은 다들 따로 노네.”
[방에 가서 뭐할 건데?]
“씻고 짐 싸야지.”
[지금은 어디?]
“이제 리조트 엘리베이터.”
[방에 들어가면 영상통화 하자.]
“미쳤어? 그건 돈 더 들어.”
[아, 내가 낸다고. 내가. 몇백만 원이 나와도 내가 내요.]
“야…. 아무리 네가 돈이 많다고 해도 그렇게 돈 함부로 쓰는 건….”
[그 돈 다 네가 들고 있다고 아까워서 그러는 거야, 설마? 낼름 너 혼자 싹 먹게?]
“그 돈이 왜 내 거야, 진짜….”
[그럼 내 돈 내가 쓴다는데 왜 그래?]
“내 요금을 네가 낸다고 하니까 그러지.”
[아, 진짜! 그런 거 신경 쓰기 싫어서 돈 쓰는 거야. 그냥 해. 보고 싶어서 그러는데 왜 그렇게 토를 달아?]
“…….”
황경호는 뭐라고 더 하고 싶었지만 얼굴이 벌게져서 손으로 가리고 얼른 방으로 들어와야 했다. 황경호는 잠깐 말을 못 하다가 그에게 말했다.
“그럼 차라리 스카이프 깔고 전화해. 이것도 아까운데….”
[아…. 뭐야. 그런 어플도 있어? 귀찮은데….]
“깔아. 시간 얼마나 걸린다고.”
그러고 한 십 분쯤 뒤 둘 다 어플을 깔고 황경호는 그에게 전화를 걸었다. 강동현이 받자마자 바로 영상통화로 돌리란다.
“나 영상통화 거의 안 해봤는데…. 어색하잖아….”
그렇게 주저하고 있는 새에 강동현이 그냥 전화를 끓고 바로 영상통화를 걸었다. 성격 급하다…. 황경호는 어쩔 수 없이 그 전화를 받았다. 그러자 바로 화면에 잘생기고 훤칠한 남자의 얼굴이 보인다. 보통 사람들은 이렇게 화면으로 보면 바로 이상하게 보이는데…. 얼굴이 보이자 강동현이 씨익 웃었다.
[좀 탔어?]
“아…. 진짜…. 이상한데….”
황경호는 화면에 작게 비치는 자신의 얼굴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러거나 말거나 강동현이 황경호에게 본론을 말했다.
[일단 옷부터 벗어봐.]
“…….”
보고 싶기는 개뿔. 이러자고 영상통화 하자고 한 게 분명하다.
생각보다 마음 상한다. 전에도 이런 비슷한 걸로 그렇게 사람 힘들게 해놓고도 그는 자기 욕망에 여전히, 아니 아주 대놓고 솔직했다. 그의 이런 면이 괜히 마음을 상하게 했다. 황경호 본인도 그가 이렇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말이다. 그리고 이번엔 평소보다 더 상한다. 이럴 거면 보고 싶다는 말은 왜 해….
‘아니…. 보고 싶다는 말 자체가 얘한텐 원래부터 그런 말이었던 거겠지….’
그가 이런다고 예전처럼 황경호를 막 대해서 이런 게 아니라는 걸 알아도(진짜?), 괜한 기대 같은 거 하지 말자고 누차 다짐을 했는데도 불구하고. 뭔가. 괜히.
[빨리 옷 벗어봐. 나부터 벗을까?]
그러면서 자기부터 상의를 훌쩍 벗는다. 육감적이고 글래머러스한 그의 멋진 근육이 드러난다. 그리고 그가 바지까지 벗으려고 하자 얼굴을 붉히고 신경질적으로 인상을 찌푸렸다. 바로 눈을 감았다. 고개를 돌렸다.
“안 해. 끊는다.”
[아, 왜. 뭘 또 괜히 부끄러워해? 자위할 거 아냐. 어차피 하는 거 같이 하자는데….]
뭔가 그 말이 화가 나서 눈을 뜨고 그를 쳐다보았다가 그가 이미 다 벗고 있는 걸 발견하고 다시 시선을 다른 데로 돌렸다.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대답했다.
“안 해.”
[안 하긴 뭘 안 해. 남자라면 다 하는 건데.]
이미 그가 자기 대물을 만지는 소리가 들린다. 황경호는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어쩔 줄을 몰라했다. 황경호는 그가 자신에게 자위를 보여줄 때마다 눈도 못 떼고 엄청 휩쓸렸던 것을 기억해냈다. 지금도 전화를 확 못 끊고 있다. 황경호는 다시 눈까지 꼭 감았다. 침을 한 번 삼키고 다시 말했다.
“진짜 안 해….”
[뭘? 하아…. 야, 이쪽이라도 좀 봐라. 나 일주일 동안 이것도 못 했어. 죽겠다.]
강동현의 목소리가 섹시해지자 황경호는 다급하게 자세히 설명했다.
“지, 진짜야. 중학교 때 친구들이 그런 거 하는 거 알고 몇 번 해본 적은 있는데 부끄러워서…. 그 뒤로도 몇 번 안 했어…. 진짜야. 지금까지 10번도 안 해봤는데…….”
[…뭐라고?]
‘키스도 섹스도 안 해봤고…. 그건 그럴 수도 있겠거니 했는데…. 자위도 안 해봤다고? 도대체 얘 뭐냐….’
강동현은 그제야 놀라서 믿기지 않는다는 얼굴로 그를 쳐다보았다.
[거짓말. 나도 처음 해봤을 땐 완전 신세계라 매일 밤마다 했는데?]
그러니까 황경호는 얼굴을 빨갛게 붉히며 기어들어 가듯 작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냥 싫어서…. 남이 보기엔 이상할 수도 있는데….”
평범한 축에 들어가지 않는 게 부끄러운 걸까. 그의 얼굴이 붉다. 강동현은 작은 휴대폰의 화면으로 그의 표정을 제대로 관찰하려고 하니 조금 답답했지만 의외로 얼굴만 이렇게 보고 있는 게 나쁘지는 않다. 그렇게 물끄러미 그의 얼굴을 보고 있었다.
‘저번에 소원으로 억지로 자위하는 거 시켰는데…. 그것도 거기로…. 진짜 싫어서 울었던 걸까나….’
강동현은 갑자기 그런 생각이 들었다. 그도 약간 얼굴을 붉히고 일단 카메라를 올려서 자기 얼굴 부근만 비추게 했다.
[…….]
“…….”
둘 다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몰라서 영상통화를 틀어놓고 하염없이 시간을 보냈다. 강동현은 그동안 약간 후회했다.
‘진짜 이런 애를 데리고 처음에 그렇게 했었단 말이지….’
황경호는 그간 얼굴이 더 벌게지더니 겨우 입을 뗐다.
“끊자….”
[아니…. 잠깐만….]
그러고도 강동현은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한참 말을 고르다가 한숨을 쉬었다. 강동현은 카메라를 똑바로 바라보았다. 그는 그럴 줄 아는 남자였다. 황경호는 그가 자신을 바로 바라보자 약간 두근했다. 잘생겼다.
[내일 오는 거지? 빨리 와. 내일은 집에 들어가니까.]
그러면서 그는 한숨을 쉬며 살짝 시선을 돌렸다.
[너 때문에 괜히 나까지 부끄럽다. 끊자.]
“응….”
황경호는 얼굴이 더 벌게졌다. 그런데 강동현이 먼저 안 끊는다.
“먼저 끊어.”
[네가 먼저 끊어.]
황경호는 당황하다가 통화 종료 버튼에 손가락을 올렸다.
“끊을게.”
[내일 보자.]
“응….”
그렇게 통화를 종료했다. 그까지 약간 부끄러워하니 괜히 더 부끄러워서 황경호는 바로 씻고 짐을 싼다는 게 그냥 침대에 엎드려 누워서 부끄러움을 잠재우는 데 최선을 다해야 했다.
‘괜히 말했다….’
보고 싶다는 말에 괜히 설레고 그에게 자신이 어떻게 보이는지 신경이 쓰였는데 그는 결국 몸에만 지대한 관심을 보이니 또 실망하고…. 강동현을 대할 때면 언제나 기분이 널을 뛴다. 좋은 것 같은 것과 싫은 게 마구 섞였다. 기분과 생각이 왔다 갔다 하고 혼란스럽고…. 어찌 되었든 간에 그가 황경호의 정신 건강에 그다지 좋은 존재는 아닌 것 같다는 건 기정사실이었다.
한국에 들어와서는 다들 집으로 향했다. 다들 휴양지를 가서 뽕을 뽑겠다고 너무 뭘 많이 했다. 황경호도 성수동 T아파트에 들어오자마자 그냥 다른 건 다 필요 없고 딱 방에 가서 드러눕고 싶은 마음뿐이었다. 근데 일단 짐도 정리하고 여행 때 가져갔던 옷들을 세탁도 해야 했다.
황경호는 일단 로봇 청소기를 돌려놓고 실내 온도를 올렸다. 일주일이나 사람이 아무도 안 들어왔다 보니 보일러를 끄지 않고 갔는데도 집이 서늘했다. 황경호는 원래 집안 온도를 많이 올려놓는 편이 아니었지만(아니, 가스값 무서워서 마음 놓고 못 틀었다) 강동현이 집안이 추운 걸 질색을 하는 데다가 황경호도 겨울에 집이 따뜻하다는 게 사람의 정서에 얼마나 큰 영향을 미치는지 깨닫고는 그때부터는 돈 아깝다는 생각하지 않고 온도를 올려놓긴 했다.
‘그래도 12월 고지서 받는 게 무섭다….’
강동현이 그런 거 신경 쓰는 거 귀찮다고 처음부터 전부 자동이체로 해놓긴 했는데…. 일단 강동현의 통장이고 뭐고 황경호가 다 들고 있어서 그는 얼마가 나오는지도 모를 것이다. 황경호는 그 갈색 봉투가 그냥 무서워서 처음에 한 번 열어본 이후로 한 번도 안 열어보고 있으니…. 근데 진짜 집을 제대로 관리하려면 꺼내서 확인을 해보긴 해야 하나 싶긴 하다.
‘그래도….’
그래도 괜히 건드리면 안 되는 걸 건드리는 느낌이라 영 손을 못 대겠다. 황경호는 일단 가방에서 세탁물을 꺼내서 세탁기에다 넣고 돌리고 여행 용품들 중에 씻어야 할 것은 잘 씻어서 제자리에 정리를 해 넣었다. 사 온 기념품들도 잘 닦아서 황경호의 방이나 작은 방에다 정리를 했다. 선물들도 누구한테 줄 건지 확인을 하고 방 책상 위에다 정리를 해서 놔두었다. 출근을 하면 가져가야 할 것이랑 김태형과 이신현에게 줄 것이랑 Y대 병원 간호사들이랑 고아원 선생님들 것까지 샀다.
밖에 나갈 때는 작년이었는데 이제는 새해다. 연하장 같은 거 써본 적도 없었지만 같이 보내면 좋을 것 같아서 하나하나 썼다. 좀 오버한 걸까. 손이 다 아팠다. 그리고 거실을 다 돈 로봇 청소기를 강동현의 방에다 넣어놓고 주방과 가전, 가구들의 위를 청소용 티슈로 싹 닦은 다음 다시 스팀 청소기로 구석구석 다시 밀었다. 대리석 바닥이 아주 번쩍번쩍해진다. 강동현의 방에 있는 로봇 청소기를 자기 방에다 넣어놓고 강동현의 방은 청소용 커다란 티슈가 달린 밀대로 밀었다. 침실들은 전부 목재 바닥이라 스팀 청소기를 쓰면 안 되었다. 그렇게 자기 방까지 싹 밀고 작은 방까지 청소를 하고 드레스룸도 먼지를 털고 닦으니 벌써 저녁이 되었다. 여행까지 갔다 와서 지친 몸으로 대청소까지 한 판 하니 완전 녹초가 되었다.
“아, 빨래….”
빨래를 건조기에다 넣고 돌려놓고 욕조에 물을 받아 뜨거운 물로 목욕을 했다. 강동현은 늦을 모양이었다. 벌써 저녁이다. 황경호는 꾸벅꾸벅 졸면서 뜨거운 물에 몸을 담그고 있다가 물이 미지근해졌을 때쯤에 일어나서 스크럽으로 몸을 살살 문지르고(타서 아프다) 욕실까지 청소를 싹 한 다음에 나왔다. 그다음엔 진짜 배도 고프고 피곤해서 카우치에 늘어져 있었다. 저녁을 직접 할까, 하다가 전화를 했다. 바로 받는다.
[어. 집이야?]
운전하는 소리가 들린다. 황경호가 그의 질문에 답했다.
“응. 아까 왔어. 언제 와?”
[이제 다 와 간다.]
“배고파.”
황경호가 그렇게 말하자 강동현이 갑자기 웃는다.
[밖에 나가서 먹을까? 아니면 집에서 먹을래?]
“집에서. 피곤해.”
[들어가면서 뭐 사갈까?]
“집에 아직 뭐 많지 않아?”
[그래도 메인으로 할 만한 건…. 알았어. 알아서 사갈게.]
“응.”
황경호는 카우치에 엎드려 누워 발 두 개를 까닥까닥 움직이며 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살 빠진 거 아냐? 몸무게 달아 봐.]
강동현은 황경호의 몸무게를 관리하려고 집에다 체중계까지 사놓았다. 황경호는 꾸역꾸역 일어나서 거실 구석에 있는 체중계 위에 올라갔다.
“그대로야. 집에서 많이 먹다가 가니까 가서도 많이 먹더라. 돈 많이 썼어.”
[그래? 잘했어.]
잘 먹었다고 잘했다는 소리를 듣는 건 학생 때까지 아닌가. 황경호는 약간 쑥스러웠다. 강동현이 차를 세우는지 사이드를 내리는 소리가 들린다.
[일단 끊어. 슈퍼 좀 갔다가 올라갈게.]
“응.”
황경호는 그리고 전화를 끊었다. 그리고 괜히 TV를 틀어놓고 아무 채널이나 보고 있었다. 한 15분쯤 있으니 문이 열리는 소리가 났다. 황경호는 고개를 들어 현관 쪽을 보았다. 강동현은 두 손 가득 또 뭘 들고 와서는 카우치에 반쯤 누워 있는 황경호를 보고 약간 인상을 찌푸렸다. 황경호는 자리에서 일어나서 그가 사 온 물건을 들어주러 갔다.
“뭘 또 이렇게 많이 샀어?”
황경호는 슈퍼마켓 봉지를 들어보며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두 손에 들고 있던 봉지를 죄다 황경호한테 떠넘기고 그를 끌어안았다.
“너 엄청 탔네.”
“아얏! 아파! 아파 아파! 손 떼!”
강동현이 곧바로 티셔츠 안으로 손을 넣어 등과 허리를 만지자 황경호가 기겁을 해서 그렇게 소리쳤다. 햇볕 때문에 피부가 타서 아직 많이 따가웠다. 강동현은 아주 아쉬운 얼굴로 쩝…. 하고 손을 뗐다.
“뭐야…. 그렇게 많이 탔어?”
그러면서 부엌으로 물건을 들고 가는 황경호의 뒤를 졸졸 따라가며 그의 티셔츠를 올리고 바지를 조금 내려보았다. 선명하게 수영복 자국이 나 있고, 아직은 까맣게 탔다기보단 벌겋다.
강동현은 스테이크용 안심과 채끝을 사 오고 허브와 샐러드용 채소들을 사 왔다. 과일도 있다. 강동현은 겉옷을 거실 카우치 위에다 던져두고 부엌에서 손을 씻고 고기에 후추를 잔뜩 치고 허브를 문질러 재워둔 후 올리브 오일을 팬에다 잔뜩 두르고 팬을 데웠다. 그리고 엄청 달달한 레드 와인을 넣고 졸였다. 통마늘과 통후추도 넣고 좀 팬을 굴리다가 고기를 크게 두 덩이 얹고 굽기 시작했다. 황경호는 신기해서 그걸 보고 있었다.
“너 이런 거 어떻게 할 줄 알아?”
“몰라. 그냥 대충 하는 거야.”
의외로 강동현이야말로 요리에 재능이 있는 것일지도 모르겠다. 황경호는 옆에서 샐러드나 다른 사이드 디시들을 만들어서 식탁 위에다 올렸다. 밥도 조금 떠서 올렸다. 강동현이 금방 고기를 구워서 전자레인지에 돌려 따뜻하게 만든 접시 두 개 위에다 올렸다. 그리고 어디서 받아왔다는 스테이크 소스를 두르고는 앉았다.
“맛있다….”
황경호는 한 입 딱 먹자마자 그렇게 말했다. 고기가 구워진 정도도 아주 좋았고 소스가 특히 맛있었다. 한국 사람들의 입맛에 맞게 달짝지근한 게 맛있다. 안 그래도 배가 고팠던 황경호는 그렇게 큰 고깃덩어리를 하나 다 먹고 밥과 사이드까지 전부 해치웠다. 그리고 과식을 해서 끙끙거리다가 강동현이 사 온 디저트(블루베리 레어치즈 타르트)까지 먹고는 아예 카우치에 늘어졌다.
“죽을 거 같아….”
원래 이렇게 과식을 하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소화를 시키기 위해 온몸의 모든 능력이 위로 향한 것을 느끼고 있었다. 게다가 몸은 점점 더 피곤해서 꿈쩍도 못 하겠고….
씻고 온 강동현이 신난 얼굴로 카우치에 늘어져 있는 황경호의 위로 올려왔다. 과식과 햇볕 때문에 벌겋게 튼 황경호의 뺨에 입을 맞추곤 속삭였다.
“하자.”
“싫어…. 나 지금 죽을 거 같은 거 안 보여?”
황경호가 짜증스러운 소리를 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바지 안으로 쑥 손을 넣었다.
“여긴 안 탔을 거 아냐.”
“아! 아파 아파! 탔어!”
“뭐야…. 수영복 안 입고 수영했어?”
“입고 했어! 그래도 햇볕이 세서….”
황경호는 그가 이런 식으로 마음대로 몸을 만지자 이때까지 잔뜩 만져졌으면서도 괜히 부끄러워서 얼굴이 벌게졌다. 얼른 그의 손을 빼냈다. 만져진 곳이 영 창피하다.
어제 그런 식으로 전화도 끊었으면서 진짜 섬세함이라고는 눈곱만큼도 없다…. 황경호는 괜히 그를 노려보았다
“너 전 여친한테도 이런 식이었어?”
“응? 뭐가?”
“하고 싶다고 거기…부터 만지고 그러는 거.”
황경호는 얼굴을 붉히며 물었다. 이런 질문 실례이려나….
“아니?”
하지만 강동현은 별생각 없이 바로 사실대로 답변했다.
“…….”
괜히 물어봤다…. 황경호는 더 부끄러워서 온몸이 화끈하고 그래서 더 피부가 따가워지는 걸 느꼈다. 전에도 이랬던 적 있었지….
‘…뭐 하려고 그 여자랑 비교를 해.’
황경호는 뒤늦게 그렇게 후회를 했다. 그리고 창피함을 가라앉히려고 노력하면서 말했다.
“앞으론 이런 식으로 하지 마.”
그는 이렇게 말하지 않으면 잘 모른다. 아니, 말해도 까먹을 때도 많고. 최대한 단호하게 말해야 한다. 하지만 그렇게 말을 해야만 한다는 사실이 어쩐지, 좀…. 황경호는 더 이상 아무런 대화도 하기 싫었다. 그냥 방에 들어가고 싶었다. 그래서 그냥 가만히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아…. 미안….”
그제야 강동현도 어제 전화 통화했던 내용도 생각이 나고…. 약간 실수했다는 기분이 들었다.
“…….”
“…….”
강동현은 확실히 황경호를 좋아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그를 예전 사랑처럼 엄청 소중하게 대하진 않았다. 그걸 황경호는 예전부터 잘 알고 있었고 강동현은 소중하게 대해야 한다고 생각은 하면서 자꾸 그러지를 못하고 있었다.
도대체 왜인지는 둘 다 모른다.
그런 걸 자꾸 생각하다 보면 땅을 파게 되니까 황경호는 생각하는 걸 멈추었고 강동현은 원래부터 잘 생각하지 않았다. 강동현은 뭔가 답답해서 짜증이 좀 나기 시작했다. 그들 둘은 뭔가가 잘 전달이 되지 않았다.
강동현은 시선을 피하고 있는 황경호의 얼굴을 돌렸다. 그리고 눈을 마주쳤다. 그러자 가슴이 두근하고 뭔가 간질간질하고 뭔가 빨려 들어가는 것도 같고 빨려오는 것도 같고…. 참을 수가 없는 기분이 들었다. 강동현은 그대로 고개를 숙여 그와 이마를 맞대고 그대로 그의 눈동자를 바라보았다. 상대도 그랬다. 아무 말 없이 그러다가…. 둘은 동시에 눈을 감으며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는 겨울에는 입술이 꽤 거칠었는데 잠깐이라도 덥고 습한 지방에 갔다 왔다고 지금은 꽤 괜찮아졌다. 강동현은 그의 입술을 부드럽게 빨다가 안에 혀를 집어넣었다.
“으응….”
상대가 민감하게 반응하며 움찔했다. 일주일은 더 됐으니…. 항상 강동현만 스킨십과 섹스에 목을 매는 것 같지만 기본적으로 황경호도 이러는 걸 굉장히 좋아할 것이다. 직접 물어보면 본인은 부정하겠지만…. 강동현은 깊게 숨을 들이마셨다가 내쉬며 그를 꼭 끌어안았다. 죽겠다….
“으응…. 아앙…. 응…. 앗…! 아야! 아프다니까!”
“…….”
좀 만지려고 했더니만 황경호가 펄쩍 뛰었다. 강동현은 온몸이 뻐근하고 욱신거렸다. 욕구불만으로 눈빛이 곱게 안 나간다. 강동현은 그의 티셔츠를 끌어 올리고 그의 분홍색 젖꼭지를 사악 핥았다.
“아앙…! 따가워…. 읏. 하지 말라고…!”
황경호가 바로 그의 이마를 밀어냈다. 강동현은 포기하지 않고 손으로 그의 가슴을 만졌다.
“아앙…. 아프다니까! 아앗…!”
“아…. 진짜.”
강동현은 야한 얼굴을 한 채 계속 아프다고 하는 상대를 아~주아주 못마땅한 얼굴로 내려다보았다. 바디랭귀지랑 말로 하는 언어가 다르게 해석이 된다. 어떨 땐 바디랭귀지를 따라가도 되는데 어떨 땐 안 된다. 강동현은 그의 부드럽고 보들보들한 젖꼭지를 한참 엄지로 굴리고 문지르고 검지와 함께 주무르다가 손을 떼었다.
황경호는 완전 온몸이 새빨개져서는 강동현을 지하철 치한 보듯이 보며(비슷하다) 주먹으로 그를 퍽퍽 때렸다.
“변태, 변태, 변태! 아프다니까!”
“아. 알았으니까 그만 때려.”
젖꼭지만 만졌더니 또 그게 엄청 부끄러운 모양이다. 이제 어지간히 좀 익숙해지지….
‘뭐. 이런 점도 귀엽지만….’
강동현은 드디어 그의 위에서 일어났다.
“근데 그거 그대로 둬도 되는 거야? 껍질 벗겨지겠다. 오이랑 감자라도 갈아서 발라.”
강동현은 여행을 갔다 온 사람보다 더 뻑쩍지근하고 피곤한 얼굴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여전히 붉은 얼굴로 강동현이 괴롭힌 가슴 쪽을 손으로 누른 채 대답했다.
“귀찮아서….”
“내가 해줄게.”
“됐어. 귀찮게….”
“어디 바스타월 좀 깔고 누워.”
“됐다니까.”
“이거 얼마나 해야 하지?”
사람 말 안 듣는다, 진짜.
*
강동현은 옥미현 사장과 함께 글로벌 전자 회사의 광고 담당자와 미팅을 하고 있었다. 곧 여자 모델도 도착한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처음 뵙겠습니다.”
몇 달 뒤 출시 예전인 S전자 플래그십 스마트폰 광고를 찍기로 한 강동현이었다. 3월 이전에 출시 예정이고 새 학기를 맞이하는 대학생들을 비롯한 다양한 연령층 소비자들의 소비 욕구를 진작시키기 위하여, 또 아시아 전역에 브랜드 파워가 있는 강동현을 메인 광고 모델로 채택한 S전자였다.
메인 여자 모델뿐만 아니라 다수의 다른 여자 모델들도 나오는 CF 컨셉 설명을 들었다. 새 학기, 클러빙, 여행, 혼자만의 시간 등의 컨셉 광고의 설명을 듣고 질문도 하면서 미팅을 진행하고는 파했다.
“강동현 씨~ 저 진짜 팬인데 사인 한 장만 해주세요.”
모델계에서는 꽤 유명하고 인지도가 있는 여자 모델이었다. 요새 드라마나 예능에서도 활동을 하고 있는 걸로 얼핏 알고 있었다. 이름은 한빛나. 강동현이 옥미현과 함께 담배를 한 대 하려다가 웃는 얼굴로 대답했다.
“아, 예.”
강동현은 그녀가 내미는 수첩에 사인을 해주면서 말했다.
“나오시는 예능 프로 잘 보고 있어요. 운동 신경 정말 좋으시더라고요.”
“예? 아니에요. 하하….”
한빛나는 모델답게 늘씬하고 큰 키를 가진 미인이었다. 강동현이 꽤 키가 큰 편이라 그보다 머리 하나 정도만 작을 정도면 못 해도 170은 넘는다는 소리였다. 게다가 얼굴도 가느다랗고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섬세한 게 정말 미인인 얼굴이었다.
“저보다 네 살 오빠신데…. 오빠라고 불러도 돼요?”
그녀는 수줍게 물었다.
“아…. 그래? 그렇게 해.”
강동현도 뭘 굳이 빼고 그러는 성격은 아니라서 시원하게 그렇게 답했다.
“고마워요, 동현 오빠. 그럼 다음 미팅 때 봬요.”
“그래. 잘 가. 다음에 봐.”
그렇게 한빛나를 배웅하고 강동현은 흡연실로 향했다. 이미 한 대 거의 다 태우시며 전화를 하고 있던 옥미현이 강동현을 힐끗 보고는 몇 마디 더 하다 전화를 끊었다. 그녀는 립스틱이 묻은 담배꽁초를 재떨이에다 버리고 새것을 꺼내서 입에 물었다. 강동현이 라이터를 켜서 앞에 대주었다. 그녀는 담배를 빨아들여 불을 붙이곤 고개를 뗐다. 옥미현은 강동현의 너머로 힐끗 한빛나가 사라진 것을 확인하고는 강동현을 올려다보았다.
“저 기집애 너한테 홀라당 한 모양인데?”
“모르죠.”
“모르긴 뭘 몰라. 딱 보면 딱인데. 조심해라.”
“예.”
강동현은 자기 담배에도 불을 붙여서 빨았다.
“쉬고 싶다 노래 부르는데 못 쉬게 해서 미안하네, 우리 도 이사. 몸도 안 좋다는데 말이야.”
옥미현이 말했다. 강동현이 담배 연기를 뿜어내곤 말했다.
“괜찮아요. 3월만 지나면 뭐 없으니까.”
“그래. 그때까지만 잘하자.”
옥미현은 그렇게 담배를 몇 번 빨았다 뺐었다 하다가 갑자기 한숨을 쉬었다.
“야….”
“예?”
강동현은 황경호에게 문자를 보내며 집적거리고 있던 중(<오늘은 팬티 뭐 입었냐? 찍어서 보내봐>)이라 그녀를 쳐다보지도 않고 대충 대답했다.
“너…. 그…. 만난다는 걔랑은 잘 되고 있냐?”
“네? 예…. 뭐.”
강동현은 슬쩍 휴대폰을 주머니에다 넣었다. 강동현이 아이돌도 아니고 연애 사정까지 사장한테 꼬치꼬치 간섭당할 이유는 없었지만 그래도 썩 자세하게 알리고 싶은 사항은 아니었다. 옥미현은 담배를 뻑뻑 피우더니 대답했다.
“그…. 너, 그…. 예전에 나한테 고백한 적도 있잖아….”
“아, 네…. 근데 그건….”
“너 나이 좀 많은 여자도 괜찮은 거냐, 그럼?”
강동현이 뭐라고 변명도 하기 전에 옥미현이 강동현을 똑바로 올려다보면서 그렇게 물었다. 뭔가 저번에 고백한 걸로 뭘 어쩌려는 건 아닌 것 같긴 한데…. 강동현이 어리둥절한 얼굴로 그녀를 보자 옥미현이 영 껄끄러운 얼굴로 담배를 하나 더 문다.
“딱히 나이는 뭐….”
강동현이 뭐라고 하기도 전에 옥미현이 말을 이었다.
“아니…. 이 광고 말이야…. 너 S전자 사장 딸내미 아냐?”
“제가 그런 여자를 어떻게 알아요.”
“내가 그 사장은 옛날부터 좀 알던 사인데…. 그 딸내미가 35살인데. 아, 뭐 생긴 거나 관리한 거나 완전 20대로 보이니까 그런 부분은 괜찮고…. 얼굴도 그럭저럭…. 아, 근데…. 씨…. 머리 아프다. 아니, CF 계약은 그냥 너 보고 한 거 맞는데 그거 알고 그 딸내미 너 만나고 싶다고 난리인 거 같더라고…….”
옥미현은 그러면서 슬 강동현의 눈치를 보았다. 강동현이 어깨를 으쓱했다.
“사장님 선에서 커트할 수 있는 거 아니에요?”
강동현이 이제 그냥 A급도 아니고 슈퍼 S급이 되어버렸는데 그런 건 안 만나고 싶으면 안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요즘 같은 세상에 굳이 안 만나겠다는 걸 억지로 어떻게 할 수도 없는 법이다. 예전에 살짝 뜨기 시작할 때는 정말 그런 제안들이 많이 들어왔고 요새도 간간이 들어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전부 옥미현 선에서 잘랐다. 그녀는 강동현에게 오랜 연인이 있다는 것도 알고 있었고 이미 이런 건 안 받기로 합의를 봤다.
“아…. 그게…. 그 사장이 나 마지막 채권자다….”
“예? 그런 사람한테도 돈을 빌렸어요?”
개인 채권자가 십수억 단위의 돈을 빌려줄 수 있다니 대단한 사람이긴 하겠지만 그래도 그 정도 되는 사람한테서도 돈을 빌릴 능력이 되는 사람이었단 말인가. 강동현은 새삼 대단하단 눈길로 옥미현을 쳐다보았다. 옥미현이 한숨을 쉬었다.
“예전에 잠깐 사귀었다…. 우리 신랑 만나기 전에.”
“아, 진짜요? 대박.”
“우리 신랑한텐 비밀이다. 알면 완전 넘어간다, 그 사람.”
옥미현이 재를 재떨이에 떨구면서 인상을 찌푸렸다.
“그 남자 사귈 때도 속 많이 썩이던 놈이었어. 몰랐는데 나 사귈 때도 유부남이었더라고…. 바로 찼지.”
“아니…. 애가 35살이면 나이 차이 꽤 나는 거 아니에요?”
“어…. 내가 20살 때 잠깐 만났는데…. 열두 살 차이.”
“와. 대박.”
강동현은 흥미진진하게 그녀의 말을 기다렸다. 원래 돈, 권력, 사랑에 관련된 얘기가 제일 재밌는 법이었다.
“지금도 여자 문제는 꽤 벌이는 거 같은데 딸내미한테는 꼼짝도 못하는 모양이더라…. 그 인간 그런 얼굴 하는 거 처음 봤다. 어떻게 한 번만 안 되겠냐는데?”
“아…. 좀 그런데요…. 저 지금 만나는 애 올인이라.”
“사귀라는 것도 아니고 그냥 한 번 얼굴만 보자는 건데. 밥만 한 끼 해줘.”
작년 말 상장으로 옥미현은 다른 채권자들은 다 정리하고 이제 익명의 개인 채권자만 남은 걸로 알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그리고 지금까지 이런 건 그녀의 선에서 아주 잘 관리를 해주었기 때문에 강동현이 오로지 일에만 열중할 수 있기도 했다. 그녀는 강동현에게 딱히 이런 부탁을 한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렇기 때문에 단칼에 거절을 하기가 어려웠다. 의리라는 게 있었다.
“진짜로 밥 한 끼면 괜찮은데 그 이상은….”
강동현이 그렇게 답하자 옥미현이 살았다는 얼굴로 그의 등을 두드렸다.
“고맙다, 은혁아. 아…. 그 남자 진짜 치사하거든. 와, 씨. 이때까지 이자 명시해놓고 한 번도 안 줬는데도 별소리 안 했는데 딸내미 때문에 그거 내라고 들이밀더라…. 와, 나 아무리 어렸다지만 그런 놈이랑 어떻게 사귀었냐…. 와…. 대단한 놈이야. 그러니까 그 자리까지 갔지.”
십수 억의 십몇 년 치 이자면 그게 돈이…. 강동현은 그녀가 괜히 이런 것이 아니었다는 걸 알고는 내심 혀를 내둘렀다. 아마 강동현이 끝까지 안 한다고 했으면 그냥 그거 냈을 것이다.
“야, 그래도 혹시 사귀거나 하진 마라. 더 골치 아파진다. 그 딸내미 딱 보니까 그 새끼랑 똑 닮았을 거 같은데….”
“아, 당연하죠. 제가 미쳤어요?”
*
“…….”
하지만 힘을 가진 사람들의 생리란 그렇게 돌아가는 것이 아니었다. 한 번 만나서 밥을 먹었더니, 만났을 당시에는 아주 우아하고 매너있고 매력 있던 여자가 금세 또 아버지를 이용해서 압박을 해온다. 게다가 한빛나도 전에 한번 점심이나 같이 먹자길래 선선히 그러자고 했더니만 그 이후로 국내 및 해외 촬영 일정 내내 강동현에게 폭풍 매력 어필 및 연락 중이었다. 강동현의 사무용 휴대폰에는 S전자 사장의 욕을 하며 어떻게든 일을 해결해보겠다고 하는 옥미현의 메시지와 S전자 사장의 딸, 그리고 한빛나의 메시지가 넘쳐나고 있었다.
한 명은 엄청난 재력가의 딸에 한 명은 엄청난 미인이다. 새해가 되자마자 여복이 따른다.
‘아니…. 내가 여복이 없었던 적은 없는데….’
강동현은 원래 어렸을 때부터 여자가 엄청 따랐다. 고등학교 시절엔 선생님한테 고백을 받은 적도 있었다. 길 가다가 스폰을 해주겠다는 30대 재력가도 마주친 적이 있었다. 전 여자친구와 고등학교 내내 친하게 지내고 또 졸업할 때쯤 사귀었다 보니 그런 것은 철저하게 막으면서 잘 살았다. 게다가 어떤 여자인지도 모르는 여자들이랑 무슨 연애를 하겠는가. 취향이 아니었다.
S전자 사장 딸도 정말 골치 아프긴 한데 한빛나도 엄청 문제다. 만약에 스캔들이라도 뜨면 인지도가 좀 낮은 한빛나야 확 올라갈지도 모르겠지만 강동현은 타격이 클지도 모른다. 그런 부분까지 계산을 해서 들이대는 것일까? 모르겠다. 이렇게 막 들이대는 걸 보면 좀 칠푼이 같기도 하고…. 어쨌든 둘 다 엄청 부담스럽다.
강동현은 이제 시간이 날 때마다 오만 병원을 다 다니고 있었기 때문에 한국에 있는 동안에는 또 이강유 비뇨기과를 비롯한 많은 병원을 방문했다.
“그래도 자위를 하시면 어렵사리 사정이 되는 때도 이제 생기셨단 말씀이시죠?”
“네.”
“이제 민감도 검사기로도 얼추 발기는 되시는 것 같고….”
“네.”
“파트너랑은 어떠신가요?”
“괜찮습니다. 파트너는 너무 오래 걸린다고 싫어하긴 하는데…. 뭐 괜찮습니다.”
“좋습니다…. 더 좋아질 때까지 꾸준히 관리를 해보도록 합시다. 요즘 마음 편히 먹고 치료에 임해주셔서 다행이군요.”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강동현은 4번 치료실로 향했다. 저번에는 황경호가 피부가 타서 못 건드렸고 그 이후엔 해외 촬영 일정이 주말에 걸려 또 못 건드렸다. 지금은 주중이었지만 강동현은 마사지 기기를 들고 있는 황경호를 그냥 끌어당겼다. 입부터 맞추었다.
“으응…. 아앙…. 음…. 하아…. 흐으응….”
“하아…. 빨리 한 번 하자…. 응? 여기서….”
“안 돼…. 병원이잖아….”
강동현은 자신의 무릎 위에 앉아 있는 그를 꽉 끌어안아 그의 속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아앙…! 아, 안 된다니까!”
“알았어…. 만지기만 할게. 내 것도 만져줘.”
강동현이 황경호의 음부에 손가락을 넣어 슥슥 만지는 동안 황경호가 움찔움찔하면서 강동현의 자지를 손으로 만졌다. 부드러운 두 개의 손이 자신의 것을 열심히 만지는 것을 뿌듯하게 느꼈다. 역시 이쪽 계열(?) 애라서 그런지 정말 잘한다. 포인트를 안다.
젖꼭지와 음부를 만지면서 키스를 하고 있는데 황경호가 몸을 떨면서 입술을 떼었다. 울먹거리듯 말했다.
“왜 계속 거기만…. 앙…. 만져…. 흑….”
“뭐가….”
강동현은 뻐근하게 사정감이 올라오는 것을 느끼며 섹시하고 느른하게 목소리를 내었다. 황경호가 자신의 음부를 만지고 있는 강동현의 손을 잡았다.
“거기만 만지지 말라고….”
“왜 그래…. 잘 느끼면서….”
강동현은 황경호의 입술, 뺨, 턱 등등 눈에 보이는 대로 입을 쪽쪽 맞추었다. 강동현이 안까지 쑥 손가락을 집어넣자 힉 하고 놀란다. 그리고는 엄청 야시시한 얼굴로 강동현의 얼굴을 원망스럽게 쳐다본다.
“차라리 나도 앞에 만져…. 거기…. 응…. 싫어….”
그래서 강동현은 그의 젖꼭지를 만지던 손으로 그의 성기를 잡았다. 그러자 황경호가 파르르 떨면서 어쩔 줄 몰라했다.
“둘 다는 싫…어…! 힉…! 아우으…….”
“야…. 내 거 다시 만져줘…. 뭐 하는 거야?”
황경호도 오랜만이었다. 거기에 앞뒤로 둘 다 만지니 너무…. 강동현이 젖꼭지까지 핥는다. 죽을 거 같다. 황경호는 병원이라는 것도 잊고 비명처럼 신음하기 시작했다.
“아아앙…! 하앗…! 싫어…. 싫어어…! 으앗…! 아앙…. 싫어. 싫어…. 하으으…. 죽어…. 아앙…! 아…! 하앙…!”
“아…. 씨X….”
그가 미친 듯이 느끼며 끝장나게 요염해지자 강동현은 그의 엉덩이를 끌어당겨서 결국 자신의 남성기를 그의 음부에 삽입해버렸다. 황경호가 아찔한 표정을 지으며 몸을 바르르 떨었다.
“아…!! 들어왔어어…. 아아아….”
“크윽…! 젠장…. 윽…….”
황경호의 음부가 느끼는 대로 요분질을 해대자 강동현이 인상을 팍 찌푸리며 다시 그의 엉덩이를 들어 자지를 빼내었다. 황경호가 눈물을 주륵 흘리면서 신음을 흘렸다.
“아…. 빠졌…. 으응….”
강동현은 아쉬운 대로 마사지용 알로에 겔을 잔뜩 자기 자지에다가 바르고 손가락에 발라 황경호의 엉덩이 안에도 몇 번에 걸쳐서 집어넣고는 다시 상대의 몸속에 자신을 박아넣었다. 이번에는 아예 중간 이상까지 쑥 미끄러져 들어간다. 황경호가 엉덩이를 앞뒤로 움찔거리면서 비명을 질렀다.
“아아아…!”
“야…. 사람들 듣겠다…. 윽….”
이런 식으로 집어넣으면 들어가긴 잘 들어가는데 엄청 조인다. 미친다…. 그러니까 둘 다 몸을 섞는 건 거의 보름만이었다. 강동현이 밑에서 쑥쑥 넣었다 뺐다 하니 황경호도 엉덩이를 흔들어서 박자를 맞춘다.
“흐응…. 아앙…. 흑…. 아앙…. 아아앙…. 아앗…. 아아앙….”
만지기만 하기로 했는데 결국 넣어버렸다. 그것도 병원에서라 엄청 화낼 것 같았는데 의외로 엄청 느끼면서 반응이 기가 막힌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 강동현도 완전히 정신이 나가기 시작했다.
“좋아? 좋아? 응? 으윽…. 좋지? 응? 어떻게 해줄까?”
“하앗…. 아아앙…. 거기…. 흑…. 아앙…. 거기…. 거기 해줘. 더 해줘….”
“여기?”
“으아앗…! 하으응…. 아우으….”
말한 곳을 자지로 문질러주자 황경호가 펄쩍 뛰면서 엄청 야한 얼굴로 울었다. 그대로 슥슥 거기를 계속 문질러주니 뻣뻣해진 채로 온몸을 잘게 떨며 강동현에게 기대어왔다.
“흐으응…. 아으…. 으…. 으응…. 흐응…. 아….”
“그렇게 기분 좋아?”
강동현이 거칠어진 숨 사이로 웃으며 그의 뺨을 깨물어 빨았다. 황경호가 결국 먼저 사정하기 시작했다.
“하아아아앙…. 아앙…. 흐아앙….”
그는 강동현의 가운을 잔뜩 더럽히면서 왕창 흘리며 음부로 강동현을 빨아댔다. 강동현은 잔뜩 인상을 찌푸리고는 그의 음부에서 자지를 확 뽑아냈다. 강동현은 울면서 진저리를 치는 그를 의자에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그의 뒤에서 다시 끝까지 한 번에 박아 넣었다.
“아아아…!”
황경호가 비명을 질렀다. 강동현은 그의 성기와 가슴을 손으로 잡고 의자에 얼굴을 옆으로 기대고 있는 그의 입술과 뺨을 빨았다. 그리고 최대한의 빠르기로 그의 음부를 쑤셔댔다. 가슴이랑 성기도 주물렀다.
“하악…! 안 돼. 안 돼. 다 만지면…. 아아…! 지금 안 돼…! 아앙! 아아앙! 흐아앗! 아아아아아앙…. 하아아앙…. 흐아아…. 아…….”
황경호는 비명을 질러대다가 온몸의 긴장된 근육이 일순에 전부 풀려버리더니 끊어먹을 듯한 조임도 헐거워져선 비명도 못 지르고 멀티를 느끼기 시작했다. 그의 성기에서 정액도 뭐도 아닌 것이 분수처럼 마구 터져 나왔다. 강동현은 엄청 부드럽고 엄청 쫄깃해진 그의 음부를 자기 성에 넘칠 정도로 거칠게 파버렸다. 가슴도 성기도 마구 주무르고 문질렀고 입술도 빨고 어깨와 뺨을 엉망으로 물어뜯었다. 황경호는 반항도 저항도 일절 못하고 비명도 지르지 못한 채 덜덜 떨기만 하면서 미약하게 꿈틀거렸다.
“크으으으으윽……!”
그리고 강동현도 보름치나 되는 진득한 걸 사정하기 시작했을 때는 온몸이 터져버리는 줄 알았다. 자지가 찢겨져 나가는 것만 같다. 허리와 아랫배가 해머로 두드려 맞는 것같이 욱신거린다. 말도 안 되는 욕설과 고함을 지르고 싶다. 강동현은 그대로 마지막까지 퍽, 퍽, 퍽 박아서 끝까지 그의 깊은 곳에다가 끊임없이 지렸다.
황경호가 의자에 몸을 지탱하지 못하고 아래로 쓰러졌다. 강동현도 같이 쓰러져서 둘은 바닥에 포개진 채 널브러졌다. 둘의 몸은 정액과 애액과 마사지 젤로 범벅이었고 누가 들어오면 빼도 박도 못할 모습으로 정신을 잃고 있었다.
몇 번 노크 소리가 들렸지만 대답하지 못했다. 강동현이 처음에 문을 잠가놓은 게 천만다행이었다. 둘 다 정신을 한참 못 차려서 헐떡거리고만 있다가 십수 분이 지나고 나서야 황경호가 정신을 차렸다. 그는 자신이 아직도 강동현의 것을 음부에 깊이 머금은 채 정액 범벅이 되어 있다는 것을 깨닫고 정말 답이 안 나와 눈물을 왈칵 쏟았다.
“어떡해…. 흑…. 아….”
대형 사고다. 이렇게 되어선 어디도 못 나간다. 여기서 이런 짓, 저런 짓 한 건 많았지만 그래도 병원이라 안 들키려고 둘 다 노력을 했는데 이번엔 오랜만인 데다가 둘 다 정신이 나가서…. 이런 적은 처음이다. 옷은 물론이고 온몸에 잔뜩 정사의 흔적이 남았다.
“아…. 엉망이네.”
강동현도 그제야 정신을 차렸는지 황경호의 위에서 몸을 일으키며 천천히 그의 음부에서 자신의 남성기를 빼내었다. 황경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둘 다 온몸이 후들후들할 정도라 행동이 느리다.
“…….”
“…….”
둘 다 서로의 꼴을 보았다. 황경호는 금방이라도 다시 울 것 같아졌고 강동현은 웃었다.
“그러니까 내가 제때제때 좀 하자니까.”
“…농담이 나와….”
황경호가 완전 원망스러운 얼굴이 되어 온몸이 벌게져서는 울먹거렸다. 강동현이 일단 일어나서 원래 마사지 젤을 닦아내는 데 사용하는 수술용 천과 수건을 가지고 세면대에서 약간 물을 묻혀서 가져왔다. 그걸로 일단 황경호의 얼굴이랑 머리카락부터 닦아주었다.
황경호의 옷을 일단 다 벗겨서 강동현의 애무 때문에 잔뜩 온몸에 뭐가 묻은 것을 싹 닦아내었다. 그제야 황경호도 약간 정신을 차리고 옷을 세면대에서 어느 정도 씻어내고 짰다. 그리고 옷을 다시 입으니 대충 티는 나지 않을 정도다. 물론 얼굴이랑 목에 잇자국이 남아서 가리고 나가긴 해야겠지만….
강동현은 옷을 훌쩍훌쩍 벗고 세면대에서 간단히 씻고 한 번 물로 빤 수건으로 몸을 닦고는 탈의실로 가서 자기 옷을 다 입었다. 그동안 황경호는 치료실 안을 정리했다. 대충 어떻게든 됐다. 그제야 황경호는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가 다시 눈물이 핑 돌았다. 십년감수 했다…. 진짜 저 새끼 죽여버리고 싶다…. 근데 제일 죽이고 싶은 건 자기 자신이었다.
‘정신이 나갔지…. 미쳤다. 미쳤어. 여기서 그렇게….’
아직도 오금이 풀릴 정도로 몸이 이상하다. 강동현이 나가기 전에 다시 치료실 안으로 돌아와서 황경호의 뺨에 입을 쪽 맞추며 끌어안았다. 황경호는 몸을 부르르 떨었다.
“괜찮아?”
“…괜찮겠어?”
황경호는 날이 선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하지만 여전히 얼굴이 붉고 표정이 취약하다. 강동현은 끝내주는 섹스로 온몸이 나른하고 기분이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지만 여전히 갈증이 느껴졌다.
‘아. 진짜 며칠이고 그냥 껴안고 있을 수 있으면 소원이 없겠다….’
그리고 이런 얼굴을 한 그를 사람들 앞에 세우고 싶지도 않다. 강동현은 그의 얼굴에 입술을 꾹꾹 누르며 속삭였다.
“조퇴해…. 집에 가자. 응?”
“안 돼. 아직 일 안 끝났어. 그리고 좀 가.”
황경호는 그를 밀어냈다. 그리고 심호흡을 한 번 하고 문을 열었다. 그는 다른 간호사에게 미안하다는 사인을 하고는 얼른 간호사실로 들어갔다. 강동현은 마스크와 모자까지 장착하고 탈의실을 통해서 대기실로 나왔다. 황경호는 간호사실에서 새 간호사복으로 갈아입고 얼굴과 목에 반창고(여분을 항상 준비해놓는다)를 붙이고 밖으로 나왔다. 그리고 강동현을 아주 잠시 노려보고는 입원실 쪽으로 아예 내려가 버렸다. 강동현은 끝내주는 섹스의 욱신거림과 정반대의 뻐근함을 동시에 느꼈다. 더 하고 싶다….
강동현은 발을 질질 끌며 병원 밖으로 나갔다.
‘아…. 진짜 더 하고 싶다….’
강동현은 내일까지 일정이 없어서 집으로 바로 돌아왔다. 일단 씻었다. 그리고 황경호가 집에 돌아오기만을 하염없이 기다렸다. 오늘은 그가 뭐라고 하든지 간에 좀 더 해야겠다. 몸이 달아서 미치겠다.
분명히 예전에 비하자면 이건 엄청난 발전인데도…. 아니, 그래서 더 그런가? 강동현은 그와 사랑을 나누면 나눌수록 더 목이 마른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기본적으로 그가 정말 강동현의 성에 차게끔 하게 해주지 않아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하고 싶은 게 너무 많았다. 다 하려면 정말 그를 말려 죽일 정도로 많았다.
이번에 두 여자들도 그랬지만 강동현은 사춘기 이후부터는 항상 많은 유혹 속에서 살아왔다. 단 한 번도 흔들린 적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겠지만 그래도 제대로 알지도 못하는 여자들이랑 몸을 섞을 정도로 굶어본 적도 없었고 여자친구와의 섹스도 항상 만족스러웠다. 정말로 남들이 봤을 때 평범한 정도로 데이트를 하고 둘 다 외박을 할 수 있을 때 한두 번 정도 섹스를 하고 밤을 같이 보내고 꾸준히 그랬었다. 여자친구랑 오랫동안 사귀었지만 그런 쪽으로 질린다는 생각도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런데 발기부전에 걸리고 그를 만나고…. 강동현은 자신이 짐승이라도 된 것처럼 섹스에 대해서 오래 생각하고 그를 어떻게든 자빠뜨릴 궁리를 하고 그에게 차마 할 수 없는 것들을 상상하면서 입맛을 다시는 눈길로 그를 쳐다보고 있다는 것을 알았다.
그를 좋아한다는 것을 깨닫고 그가 귀엽고 사랑스럽고 좋은데도 그런 감정들을 예전처럼 말이나 행동으로 표현하려고 하기보단, 그냥 전부 그를 끊임없이 원하는 형식으로 표현되는 것도 알았다. 소중하게 대하고 싶다는 마음도 있고 그렇게 하고 싶은데도 그에 대한 애정이 거의 그런 식으로 표출된다. 그와 섹스하는 것은 강동현이 인생을 통해 이루고 싶어 하는 몇 가지들과 비견될 정도로 좋았다. 그는 강동현이 가진 것들 중에 최고였다.
[하앗…. 아아앙…. 거기…. 흑…. 아앙…. 거기…. 거기 해줘. 더 해줘….]
“하아…….”
강동현은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절대 인정하려고 하지 않았지만 그도 강동현과 섹스하는 것을 거의 강동현만큼 좋아할 거라고 추측했다. 강동현도 그와 할 때는 미친 듯이 기분 좋았지만 기본적으로 강동현은 불감증에 지루까지 있었다. 그는 강동현보다도 더 기분이 좋을지도 모른다. 그가 느끼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걸 보면 가끔 깜짝깜짝 놀랄 때가 있으니까 말이다.
강동현은 아랫배가 묵직하고 허리가 욱신거리고 온몸이 뻐근한 것을 느끼며 느릿하게 드레스룸으로 들어갔다. 그리고 어딘가 분명히 있을 검은색 박스를 찾기 시작했다.
*
황경호는 퇴근 시간이 되어서야 겨우 한숨을 놓았다. 지하철 단 한 정거장을 타고 오는데 사람들의 몸이 자신에게 닿을 때마다 깜짝깜짝 놀라며 몸을 움츠렸다. 그리고 얼굴을 벌겋게 붉히고 고개를 숙이고 있어야 했다.
몇 시간 전에 강동현과 병원에서 대형 사고를 치고 나서부터 온몸이 평소의 배 이상은 민감해져서 진짜 뭘 하는 게 불가능할 정도였다. 사람의 살갗을 만지거나 자신에게 닿으면 흠칫흠칫 놀라고 강동현과의 섹스가 계속 떠올라 설 것만 같고 그랬다.
평소라면 질색을 하면서 울고불고 앞으로 절대 섹스를 하지 않겠다고 다짐을 할 정도로 오르가즘을 느꼈는데…. 그건 강동현과의 섹스가 싫은 이유 중에 큰 부분을 차지하는 것이었다. 그런데 오늘은 계속 그게 생각이 나는 것이다.
부드럽게 하는 건 싫지 않았다. 그럴 땐 정말 싫다는 말도 하지 않는다. 근데 너무 격렬하게 하거나 집요하게 해서 정신이 나간다 싶을 정도로 느끼는 게 싫었다. 그런 건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눈물, 콧물 다 쏟고 몸도 정신도 엉망이 되어서 사리분간도 못하게 될 정도가 되는 게 싫었다. 무서웠다.
근데 오늘 그와 섹스하고 나서부터 계속 온몸에서 뻐근함이 사라지질 않았다. 야한 생각이 자꾸 난다. 태어나서 한 번도 이런 적이 없었다.
‘집에 들어가서 자위라도 한 번 해야 할 것 같다….’
황경호는 멍한 얼굴로 집으로 향했다. 집에 거의 도착해서는 거의 발을 질질 끌면서 걸었다. 병원에서 간신히 버티던 것도 이제는 힘들다. 그리고 카드키를 문에다 대고 안으로 들어가서 일단 씻으려고 욕실의 앞으로 향하는 데 강동현이 카우치에 앉아 있는 것을 발견했다. 눈이 딱 마주쳤다.
“…….”
“…….”
황경호는 그를 보자마자 머릿속을 스친 생각들 때문에 얼굴이 벌게졌다. 부끄럽다. 그리고 몸에 닿은 섬유를 한 올 한 올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촉각이 민감해졌다. 황경호는 얼른 욕실로 들어갔다. 옷을 벗고 물에 온몸을 문질렀다.
‘부끄러워….’
온몸에 비누칠을 마구 하고 머리와 얼굴도 마구 씻고 하반신을 내려다보는데 자신의 것이 서 있는 것을 발견했다. 황경호는 너무 부끄러워서 샤워부스의 한쪽 면에 얼굴을 박고 눈을 감았다.
‘창피해…….’
황경호는 분명히 집에 들어와서 자위를 해야겠다고 생각했지만 강동현을 보고 나니 그 때문에 자위를 하는 것만 같아서 부끄러워서 도저히 손을 댈 수가 없었다. 또 그를 생각하면서 자위를 하는 것이다. 본인이 저렇게 밖에 있는데 안에서 그렇게 하는 것은 너무나 부끄럽다. 황경호는 일단 한참을 물을 맞고 겨우 발기를 가라앉혔다. 그리고 드레스룸으로 이어지는 통로에서 몸을 닦고 속옷이 들어있는 서랍의 문을 열었다.
“…….”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져서는 일단 티셔츠를 뒤집어쓰고 드레스룸 바깥으로 고개를 내밀고 소리쳤다.
“내 팬티 다 어디다 뒀어!”
때를 기다렸다는 듯 강동현이 느른하게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가 드레스룸으로 오자 황경호가 기겁을 하며 뒷걸음질을 쳤다.
“오지 마…!”
그런 황경호를 지나쳐 강동현은 욕실과 이어진 통로로 들어갔다. 그리고 서랍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그 서랍 안엔 황경호의 속옷이 전부 사라지고 온갖 변태 같은 것들만 들어있었다. 손에 뭘 하나 들고 온다.
“넌 오늘 이거 입는 거야.”
“시, 싫어….”
강동현의 손에 들린 것은 병뚜껑만 한 커다란 모조 진주가 주렁주렁 달린(?) 검은색 팬티였다. 그리고 다른 손에는 같은 색깔의 시스루 슬립이 들려 있었다. 가슴 밑부터는 아예 나비 날개처럼 양쪽으로 벌어지는 아주 쓸모없기 짝이 없는 옷가지였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앞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았다. 황경호는 그런 그를 보고 침을 꿀꺽 삼켰다. 그는 황경호의 다리에 억지로 팬티를 끼워 넣었다. 그리고는 바로 끝까지 올렸다. 차가운 진주가 엉덩이 사이와 회음부, 성기까지 전부 닿는다. 황경호는 얼굴을 붉히며 다리를 오므렸다. 그랬더니 그것들이 더 살갗에 눌린다.
“흑…. 싫다니까….”
황경호는 강동현이 자신의 티셔츠도 벗기고 슬립을 끼워 넣자 그렇게 울먹거리면서도 강하게 저항을 하지 못하는 자신이 너무나 싫었다. 온몸이 민감해서 슬립이 피부에 비벼지고 진주가 눌리는 느낌 때문에 자꾸 흥분할 것 같았다. 그리고 강동현이 황경호의 손을 잡고 자신의 침실로 끌고 갔다. 걷는 동안 진주가 마구 다리 사이에 비벼지기 시작했다.
“아으…. 앙…. 아….”
황경호는 제대로 걷지 못하고 버티고 섰지만 그가 자꾸 끌어당겨서 어쩔 수 없이 걸음을 떼야 했다. 그러고 결국 아까 그렇게 필사적으로 가라앉혔던 발기가 다시 일어났다. 황경호는 눈물이 핑 돌았다. 너무너무 부끄러웠다.
“잠깐만…. 잠깐만, 잠깐만…….”
황경호가 그의 손을 두 손으로 잡고 걷지 않으려고 필사적으로 버티며 애원하자 강동현이 그를 돌아보았다. 그가 발기한 것을 보고 인상을 왕창 썼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 한쪽을 꽉 잡으면서 확 끌어안았다. 그리고 입을 맞추었다.
“으으음! 으응…!”
강동현이 황경호의 다리 사이로 자신의 무릎을 넣었다. 그것만으로도 진주 때문에 아랫도리를 잔뜩 자극당하고 말았다. 강동현의 숨소리가 엄청 거칠었다. 그도 아까 이후로 계속 흥분해 있었던 걸까.
“하…! 안 돼. 안 돼. 안 돼. 흑. 아아….”
황경호는 강동현의 얼굴을 겨우 밀어내고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아서 몸을 부들부들 떨었다. 강동현은 그를 번쩍 안아 들었다. 그리고 그를 들고 침실로 향했다. 걷지 않으니 겨우 사정감을 억누를 수 있었다. 황경호는 곧 강동현의 침대에 비스듬히 앉아 있게 되었다. 바로 음부를 커다란 진주 하나가 들어갈 듯이 꽉 누른다. 황경호는 온몸이 벌써 심장처럼 두근거리는 것을 느끼며 그가 천천히 황경호를 내려다보면서 옷을 벗는 걸 보고 있었다. 머리털 끝부터 발끝까지 민감하게 소름이 돋는다.
강동현은 저번에 왕창 사 온 러브젤을 수술을 할 때 식염수를 담아놓는 반투명한 튜브 같은 곳에다 대여섯 개나 마개를 아예 열어 전부 집어넣었다. 거기에다가 또 일본어로 뭐라고 적혀 있는 걸 비슷한 양만큼 집어넣었다. 그리고 몇 번 세게 흔들더니만 황경호를 내려다보았다.
“다리 벌려.”
“…….”
황경호는 얼굴이 벌게졌다. 그에게 뭐라고 하려다가 고개를 가로 돌리곤 눈을 질끈 감았다. 그리고 다리를 벌렸다. 강동현이 침대 위에 무릎을 얹자 값비싼 침대가 소리도 나지 않고 그냥 그 부분만 푹신하게 가라앉는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엉덩이를 잡고 들어 올렸다. 황경호는 덕분에 엄청 야한 자세로 그에게 아랫도리를 전부 훤히 보여주게 되었다. 어금니를 깨물고 눈을 감고 있었다. 곧 러브젤 혼합물이 음부의 안으로 들어온다.
“아아아….”
거기가 축축해지는 건 정말 이상한 느낌이다. 그가 안에다 사정하는 것 같다. 그런데 뜨겁지가 않고 차갑다. 필요 이상으로 젤을 잔뜩 넣더니 강동현이 곧바로 손가락 두 개를 넣었다.
“으읏…!”
처음부터 두 개를 비집어 넣으니 젤 때문에 들어오기는 하는데 이물감이 심하다. 강동현이 입을 맞추었다. 황경호도 잔뜩 흥분해서는 평소 때보다 훨씬 숨이 거칠어져 헐떡거렸다. 숨이 차서 강동현의 얼굴을 밀어내다가 뒤로 털썩 누웠다. 밀어내는 손은 이미 잡혀서 깍지를 끼워진 채 머리 부근에 짓눌러졌다. 다른 손은 자신의 음부 근처를 꽉 쥐고 부들부들 떨었다.
“하아…. 천천히…. 으읏…. 천천히….”
황경호는 색기가 아주 넘치는 목소리로 그렇게 신음했다. 강동현이 아까 전 병원에서 이미 멍이 좀 든 황경호의 얼굴을 다시 깨물었다. 그리고 물었다.
“너도 아까 거 부족했지…?”
강동현도 잔뜩 흥분해서는 숨소리가 잔뜩 섞인 목소리로 물었다. 황경호는 온몸을 새빨갛게 붉히곤 대답하지 않았다. 강동현은 그의 뺨을 잘근잘근 씹으면서 망사 천의 위로 그의 가슴을 만졌다. 평소랑 다른 감각에 바로 뾰족하게 서서는 희롱당하기 쉽게 되었다.
“아앙…….”
황경호는 온몸을 움찔움찔하며 느꼈다. 만지는 사람은 엄청 보람이 있다. 평소에는 엄청 싫어하는 티를 팍팍 내고 어떨 땐 마구 때리기까지 하는데 이렇게 가끔씩 사람이 뿌듯할 정도로 잘 느껴주니 말이다. 강동현은 그의 음부 안에 넣은 손가락 두 개를 최대한 벌리면서 밖으로 빼내었다. 황경호의 엉덩이가 그 손가락을 따라오면서 부들부들 떨었다.
“하으앗…!”
그리고 쑤욱 바로 조인 음부에다가 강동현이 자신의 남성기의 끝을 꾹 갖다 대었다. 아까부터 흥분 상태가 지속되고 있었기 때문에 핏줄 몇 개가 울끈 서서는 완전히 발기되어 있는 상태였다. 모양까지 잘생긴 매끈한 귀두를 상대의 음부에 꾸욱 눌러 비볐다. 옆에 있는 모조 진주가 같이 움직였다. 황경호는 진저리를 치며 애원인지 신음인지 모를 소리를 냈다.
“하아…! 안 돼…. 흑. 안 돼…. 아아앙…. 아아.…. 안…. 흐윽…. 하아…. 으으…. 죽을 것 같아….”
“하하…. 아직 아무것도 안 했어….”
이렇게 말했지만 강동현도 죽을 것 같다. 강동현이 깊은 한숨을 내쉬며 그의 음부에 꾸욱 눌러 자신의 남성기를 넣으려고 시도했다. 젤 때문에 미끌미끌하지만 처음 진입은 힘들다.
“아아…. 아아아…! 아윽….”
하지만 아까도 했고 금방도 잔뜩 만졌고 젤까지 흥건하니 평소 같은 저항이 없다. 강동현의 커다란 대물은 단번에 반이나 들어갔다. 황경호는 몸을 뻣뻣하게 뒤로 젖히면서 그가 더 밀고 들어올 때마다 움찔, 움찔, 하며 몸을 뒤로 당기듯 진동했다. 그리고 끝까지 집어넣으니 결국 사정해버린다.
“하아아아앙…….”
잔뜩 붉어지고 눈빛도 입술도 촉촉해진 채 음부로 강동현을 쪽쪽 빨면서 느꼈다. 강동현은 인상을 확 찌푸리며 섹시하게 신음을 흘렸다. 그대로 황경호의 양다리를 양팔에다 걸치고 상대의 몸에 가득 밀착했다. 그의 엉덩이가 들리면서 고환까지 그의 촉촉해진 살갗에 달라붙는다. 그대로 아무것도 생각 안 하고 본능이 이끄는 대로 박았다.
“하아앗…! 아앙! 아! 아아! 지금 안 돼…! 아아앙…! 아아…. 흑…. 아아…! 싫어…! 싫어! 안 돼! 아앙!”
금방 가버렸는데 퍽퍽 박아버리니까 엄청 느끼면서 죽으려고 한다. 황경호의 성기가 강동현의 아랫배와 진주에 잔뜩 비벼진다. 그는 벌써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아랫도리를 쳐다보았다가 고개를 치켜들고는 몸부림을 쳤다.
“하아…. 아앙…. 제발…. 제발…. 천천히…. 아앙…. 천천히 해줘…. 하앙…! 제발…. 아아…. 강동현…. 아아앙…. 아아아아앙….”
그리고는 벌써 또 절정에 이르렀다. 강동현은 약이라도 취한 것 같은 눈빛으로 그의 얼굴을 내려다보고 있었다. 황경호는 자꾸 오르가즘을 느껴서 완전 정신이 없었다. 황경호는 침대의 시트를 두 손으로 잡고 있다가 강동현의 목에 두 손을 둘렀다.
강동현의 취향대로 야한 속옷을 입고 그에게 잔뜩 애원하면서 그의 밑에 깔려서 잔뜩 박히면서 신음하고 느끼고 절정을 느꼈다. 황경호는 항상 빠릿하게 작동하던 제어장치가 완전 망가져선 어쩔 줄을 모르며 평소에는 절대 하지 않을 말실수를 하기 시작했다.
“아으…. 기분 좋아…. 하으으…. 기분 너무 좋아…. 강동현…. 강동현…. 아아아…. 더 해줘…. 더….”
“크으윽…. 윽…!”
“아아앙…! 흐읏…. 으으….”
강동현이 황경호의 얼굴을 꽉 깨물면서 겨우 참았다. 쌀 뻔했다. 찰싹. 찰싹. 차알싹. 느린 박자로 슥슥 크게 안을 문지르니 이것도 좋은지 야하고 귀여운 얼굴을 해서는 음부를 움찔움찔한다. 강동현은 그의 입술에 자신의 것을 문지르고 빨면서 그의 안을 한참 파면서 즐겼다. 그리고 안에다 잔뜩 사정하고는 그를 꽉 끌어안았다. 둘 다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한참 뒤에 정신을 차리곤 상대를 위에다 태웠다. 황경호는 민감하게 신음을 흘리며 강동현의 위에서 휘청거렸다. 눈이 마주쳤다.
“…….”
“…….”
강동현은 그의 팔을 끌어당겨 자신의 위에 엎드리게 했다. 그리고 입을 맞추고는 다시 움직이기 시작했다. 황경호가 엉덩이를 파르르 떨며 상대의 남성기를 잘근잘근 씹었다.
“오늘…. 큭…. 엄청 잘 느끼네…. 윽…. 하아…. 나 죽겠다.”
강동현이 신음을 흘리며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는 자기 엉덩이를 꽉 잡은 강동현의 두 손을 손으로 잡고 아예 강동현의 위에 엎어진 야한 자세로 마구 흔들리고 있었다.
“흐윽…. 기분 좋아…. 기분 좋아…. 거기 너무 기분 좋아…. 흑…. 아앙…. 계속해줘…. 하아앙….”
황경호는 그러고 강동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그의 냄새를 맡았다. 그리고 또 오르가즘을 느끼며 온몸을 덜덜 떤다.
“하윽…. 아아….”
황경호는 현기증이 핑 돌 정도로 느꼈다. 그리고도 계속 파여서 느끼면서도 약간 부족함을 느꼈다. 그냥 싸면서 오르가즘을 느끼는 것도 정신 나갈 정도다. 하지만 가끔씩 정말 죽는다 싶을 정도로 느낄 때가 있었다. 오늘 병원에서처럼. 평소에는 그렇게까지 느끼는 게 너무 싫었는데.
‘그렇게 해 줘…. 그렇게 해 줘….’
아마 지금 그렇게 하면 죽어버릴지도 모른다. 그리고 황경호는 곧 그가 그렇게 할 거라는 걸 알았다. 그래서 기다렸다.
강동현이 두 번째로 사정을 하고는 황경호를 꽉 끌어안고 지분거리면서 시간을 보내다가 죽을 것 같다는 얼굴로 황경호의 음부에서 자신의 커다란 성기를 쑤욱 빼냈다. 황경호는 살짝 인상을 썼다가 의아한 얼굴로 그를 내려다보았다.
“너…. 너무 많이 한 거 아니야? 또 살 빠지겠다….”
강동현이 헐떡거리면서 그렇게 걱정을 했다. 황경호는 그가 무슨 소리를 하나 싶었다가 온몸이 확 붉어졌다. 황경호는 엄청난 욕망에 휩싸여서 그를 내려다보았다. 그는 흥분을 가라앉히고 있다.
더.
‘지금 아니면 안 돼. 지금. 지금 해야 해. 다시 그거 나한테 넣어. 아까처럼 마구 찔러줘. 가슴도 앞도 만져줘. 내가 싫다고 해도 절대 멈추지 말고 끝까지 해줘.’
하지만 그런 말을 하는 건 너무 부끄러웠다. 황경호는 차라리 그가 미친 듯이 흥분해서 자신을 덮쳐주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리고 그렇게 생각하는 건 더 부끄러웠다. 황경호는 얼굴이 붉고 온몸에 핑크색이 돌고 어디든 민감하게 돋아나는 걸 느꼈다.
강동현은 스스로의 욕망을 자제하는데 아주 혼신을 다하다가 황경호의 성기와 가슴이 서 있고 사람을 확 당기는 얼굴로 자신을 가만히 내려다보고 있는 걸 알고 순간 심장이 펄떡 뛰며 뭐가 확 올라왔다. 강동현은 천천히 몸을 일으켜서 그와 마주 보고 앉아 그의 손을 은근히 잡아서 주물렀다.
“아….”
엄청 민감하다…. 강동현은 말없이 그를 끌어안았다. 서로의 몸을 붙이고 가득 껴안았다. 그것만으로 세상 무엇보다 황홀한 기분이 든다. 딱 맞춘 것보다도 더한 접촉감. 온몸의 피부가 섞일 듯 착 달라붙는다.
너무 좋았다. 강동현은 그의 귓가에 얼굴을 붙어 문질렀다. 그리고 속삭였다.
“더 할까…?”
고개를 들어 가타부타 대답을 하지 않는 상대의 눈을 바라보았다.
“말해…. 어떻게 해줄까?”
강동현의 것은 이미 쑥 커져서 황경호의 엉덩이 사이를 묵직하게 누르고 있었다. 몇 번 사정하면 혈이라도 제대로 도는 것처럼 더 발기가 잘 된다. 황경호는 얼굴이 빨개져서는 시선을 피했다. 강동현은 마음이 달아서 그의 얼굴을 따라서 고개를 가까이했다.
“말해. 말해줘….”
괜히 애틋한 분위기가 생긴다. 황경호는 한참 시선을 피하다가 슬그머니 강동현과 눈을 마주쳤다.
“…….”
“…….”
강동현이 엄청 좋아하며 황경호의 얼굴에 입술을 눌렀다.
“나랑 하는 거 좋지?”
“…너하고 밖에 안 해봤는데 어떻게 알아.”
황경호가 그렇게 대꾸하자 강동현이 완전 인상을 팍 쓰며 고개를 들었다.
“야…. 그런 건 척하면 척이지…. 나는 뭐 여자들 줄줄 겪어본 줄 아냐?”
“몰라.”
“할 때는 좋다고 난리면서…. 아, 자존심 상한다.”
황경호는 얼굴이 확 빨개져서 반사적으로 그를 주먹으로 퍽 쳤다. 어깨를 한 대 세게 맞은 강동현은 더 마음에 안 드는 얼굴을 했다. 그가 퉁명스럽게 을렀다.
“그래서 하자고 말자고.”
“안 해!”
황경호는 그를 확 밀어내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망할 속옷들을 벗을 생각도 못 하고 강동현의 방을 나왔다. 흥분은 가라앉지가 않고 부끄러워서 온몸은 벌겋고 근데 뭔가 화가 나고 마음에 안 들고….
자기 방에 일단 들어오고 나서야 뭔가 더 확 부끄러워진다. 이게 다 뭔가. 황경호는 일단 더럽게 야하기만 한 속옷을 벗으려고 했다. 그때 예고도 없이 방문이 벌컥 열린다. 강동현이 화가 난 얼굴로 나타났다.
“그냥 해.”
“잠깐만…! 싫다고!”
그대로 둘이서 바닥에 쓰러졌다. 옥신각신 싸우다가 결국 또 삽입 당했다. 또 한참 흔들리다 보니….
“아아앙…! 거기…! 하읏! 아! 더 세게…! 아우으…. 더 세게 해줘…. 더…. 더어…. 만져줘…. 만져줘….”
“아욱…! 큭…! 젠장…! 그것 좀 그만해…! 윽!”
“어떡해…. 하으…. 어떡해. 어떡해. 나와아아…! 하아아아아앙…!!”
“으으윽…! 아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