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12/47)

10. 썅X이 되자.

[어디야.]

“마포대교….”

[끊지 마.]

그대로 귓가에 뭐라고 말하는 소리는 계속 들렸으나, 황경호는 제대로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그대로 넋을 놓은 채 한강 물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많은 시간이 흐른 것도 같고 아주 짧은 시간이 흐른 것 같은 기분을 느끼고 있을 때 누군가 어깨를 거칠게 잡아 돌렸다. 한쪽 귀에 마스크가 매달려 덜렁거리고 있는 선글라스를 낀 키 큰 남자가 숨을 거칠게 몰아쉬며 서있었다. 황경호는 우습게도 그를 보자마자 눈물이 주륵 흘렀다. 순간 자신이 천 길 낭떠러지 끝에서 자고 있었다는 걸 깨달은 사람처럼 섬뜩하고 무서우면서 기묘한 안도감이 섞여 피어올랐다. 다리가 후들거려서 일어설 수가 없었다.

“젠장….”

강동현은 작게 욕설을 내뱉으며 황경호의 양쪽 겨드랑이 밑을 받쳐 잡으며 번쩍 일으켜 세웠다. 계속 꼬꾸라지려는 그의 허리를 끌어안아 제대로 세우려고 했으나 그는 자기 몸을 하나도 가누지 못했다. 강동현은 그의 엉덩이를 받쳐서 아예 안아 들었다. 마른 몸은 사지가 바들바들 떨리고 있었고 맞닿은 가슴으로 느껴지는 심장박동은 미친 듯이 빨랐다. 차들이 간혹 속도를 낮추고 이쪽을 보다가 지나갔다. 강동현은 자신의 하얀색 벤츠 SUV로 돌아갔다. 사람을 안고 난간을 넘어가기란 꽤 힘들었지만 어떻게 넘어가고 한 손으로 그의 엉덩이를 받쳐 든 채 조수석의 문을 열어 황경호를 자리에 앉혔다. 안전벨트까지 해주고 운전석으로 돌아왔다.

서로 아무 말이 없었다. 강동현은 차를 출발시키자마자 담배를 입에 물었다. 그대로 삼성동에 있는 강동현의 고급 아파트에 도착할 때까지 줄담배를 피웠다. 그의 휴대폰 두 개가 계속해서 메시지를 받아서 울렸다. 그는 곧바로 두 개 다 무음으로 돌리긴 했지만, 불빛은 계속 반짝였다. 황경호는 멍청하게 그것만 쳐다보고 있었다. 주말에 서초와 강남 한복판을 가로질러 삼성동으로 오니 사위가 컴컴해졌다.

차를 타고 어떤 목적지를 향해 계속 움직이는 것은 사람의 마음을 진정시킨다. 황경호는 여전히 너무나 쨍쨍한 각성상태에 고통스러웠지만, 차츰 최고점에서는 벗어나게 되었다.

“밥은?”

집에 들어오자마자 그렇게 강동현이 물어보았지만 꼬라지를 보니 들을 필요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냉장고부터 열었다. 근데 별게 없다. 바로 휴대폰을 들어 어딘가에 전화를 해서 음식을 시켰다. 그리고 투명한 컵에 정수기에서 미지근한 물을 받아서 황경호에게 건넸다. 그리고 어정쩡하게 서있는 황경호를 고급스러운 카우치에다 앉혔다. 앉는 느낌이 좋다.

‘우리 병원 카우치보다 좋은 거 같은데….’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며 푹 기대어 앉아서 물을 홀짝였다. 강동현은 물을 두 잔이나 벌컥벌컥 마시고는 카우치로 왔다. 그리고는 황경호의 옆에 대충 걸터앉아 그를 바라보았다.

“이제 좀… 괜찮아?”

“네….”

“넌 좀 먹고는 다니냐? 볼 때마다 살이 빠져?”

“네….”

그리고 또 그대로 침묵이 흘렀다. 강동현은 한숨을 쉬며 그대로 황경호를 보고 있다가 다시 물었다.

“그래서… 내가 어떻게 해줄까?”

황경호는 그제야 그를 돌아보았다. 가진 게 많은 남자라서 그럴까? 동갑인데. 뭔가를 어떻게 해줄 수 있는 남자라는 건 지금 다니는 병원의 원장 말고는 이 인간이 처음이다. 둘의 인품은 천양지차이지만, 단지 돈이 많다고 해서 저런 말을 내뱉을 수 있는 건 아닌 거 같다.

‘그나저나 우리 쌤이랑 이놈이랑 둘 중에 누가 더 돈이 많을까….’

“때려도 돼요?”

그런 멍청한 생각을 하던 와중에 불쑥 그 말이 나왔다. 황경호도 자기가 무슨 말을 했는지 순간 헷갈렸다. 그런데 강동현이 잠깐 인상을 썼다가 대답했다.

“얼굴은 피해라.”

황경호는 빈 물컵을 테이블 위에 두었다. 그리고 강동현을 지그시 보다가 그의 어깨를 살짝 주먹으로 눌렀다. 그리고는 툭툭 그의 어깨를 때렸다. 점점 강도가 강해졌다. 어느샌가 그의 위에 올라타서 그의 어깨를 마구 세게 때렸다. 그를 때리기 시작하자 뭔가 울컥하며 눈물이 차올랐다. 몸이 부들부들 떨렸다.

“나쁜 놈… 고자 새끼… 병신… 지루… 임포… 변태…!”

누군가에게 먼저 이런 식으로… 폭력적인 행동을 하는 건 처음이다. 아니, 애초에 이런 식의 폭력적인 관계에 노출된 건 강동현이 처음이자 마지막이다. 누군가를 때려본 것 자체가… 그가 했던 일들이 떠오르며 화가 나기도 했고 이런 식으로 그를 대하는 것 자체가 무섭기도 했다. 이런 면모가 자기 안에 있었다는 것이 놀랍기도 했다. 마지막에는 얼굴은 피하라는 그의 말도 잊고 따귀를 세게 올려붙이기까지 했다.

“하아… 하아… 으… 하아….”

황경호는 전속력으로 100미터 달리기를 한 사람처럼 헐떡거렸다. 눈물이 한 방울 뜨거운 얼굴 위로 흘러내렸다. 숨을 헐떡거리며 그대로 몸에 힘을 빼고 그냥 강동현의 위에 앉아있었다. 물론, 강동현은 굉장히 기분 나빠하고 있었다. 이 덩치에 누군가한테 이런 식으로 맞아본 적이 있을 리도 없을 거고.

“속이 시원하나 보네.”

강동현이 그대로 황경호를 올려다보았다. 기본적으로 좀 짜증이 난 것 같은데 어쩐지 관찰하는 듯한 시선이 미묘하다. 기본적으로 인력이 엄청난 남자이지 않은가. 그의 너무 단정하다 못해 화려한 얼굴은 완벽하게 다듬어져 매력이 넘친다. 그것이 황경호한테 작용을 하지 않는 것이 아니었다. 황경호는 이미 그를 만나기 전부터 ‘배우 강동현’을 좋아했었다. 단지 그를 좀 더 잘 알기 때문에 그의 매력이 느껴질 때마다 매력적이라고 느끼는 것보다 오히려 더 기분 나빠했을 뿐이다. 바라보는 미묘한 시선의 인력이 황경호에게 다시 경계심을 일깨웠다.

“네… 많이 아팠어요?”

“아니.”

강동현은 딱 잘라 그렇게 대답하며 조금 몸을 일으켰다. 황경호는 곧바로 강동현의 위에서 내려오려고 했으나 강동현이 잡았다. 언제나처럼 팔을 잡은 것이 아니었다. 그는 황경호의 다리 사이를 잡았다.

“!”

“나 때리면서 흥분했어?”

“놔, 놔요…!”

황경호가 기겁을 하며 그의 어깨를 밀어내려고 했으나 강동현은 그의 급소를 쥐고 있었다. 황경호는 굉장히 당황해서 그의 손을 보았다가 그의 얼굴을 보았다. 황경호의 것은 진짜로 발기해 있었다. 그도 깨닫고 있지 못했기 때문에 진짜 기절할 정도로 놀랐다.

“니 거 선 거 처음 봐.”

“싫어… 윽… 만지지 마…!”

강동현은 황경호의 바지 버클을 풀고 지퍼를 내리고 팬티 안으로 손을 집어넣어 그의 것을 잡았다. 강동현이 만질 때마다 엄청나게 싫어하며 한 번도 선 적이 없던 것이었다. 옅은 분홍빛에 부드럽다. 강동현은 흥분했다. 그의 귓가에 바람을 불어넣으며 속삭였다.

“어떻게 만져줄까?”

“흐앗…! 앗…! 아앗…!”

강동현이 손을 움직여서 귀두를 전체적으로 문지르고 꽈악 잡아 압박한 다음에 움켜쥐어 아래위로 흔들자 황경호가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어쩔 줄 몰라하는 얼굴로 강동현의 손목을 두 손으로 꽉 잡았다. 귓가에 속삭이니 단박에 그의 양팔에 소름이 쫙 돋는 게 보였다.

경험이 별로 없는 것 같다. 강동현은 다른 손으로 황경호의 얼굴을 잡고 자신 쪽으로 돌려 감상했다. 눈을 크게 뜨고 깜짝 놀라고 당황해서는 얼굴을 새빨갛게 붉히고 시선을 피한다. 그런데 손을 움직여서 자극하면 신음을 거의 참지 못한다.

“놔요…! 놓으라고…! 으앗…!”

“바보같이 굴지 마. 내가 안 그만둘 거 알잖아.”

강동현은 얼굴을 곧장 들이대고 약간 위협적으로 그렇게 말했다. 황경호가 숨을 헐떡이며 두려움 반, 놀람 반의 얼굴로 입을 꾹 다물었다. 이 표정 좋아…. 강동현은 키스를 하기 전에 말했다.

“싫으면 눈 감아.”

황경호는 이제 좀 사태파악이 되는지 부글부글한 얼굴이 되었다. 이놈을 조금이라도 믿은 내가 병신이지, 뭐 이런 생각을 하고 있으려나. 강동현은 눈을 감기를 기다리지 않고 곧장 입을 맞추었다.

“흐응… 읏… 응… 읍…! 음…!! 푸핫, 잠깐만…!”

거친 입맞춤과 커다란 손에 짓이겨지는 성기의 느낌에 정신을 못 차리고 있는데 갑자기 뜨거운 살덩이가 닿아왔다. 강동현이 반쯤 발기한 자기 것을 꺼내서 황경호의 것과 같이 문지르기 시작한 것이다.

“흐읏… 싫어… 이런 거….”

“하아… 난 좋으니까… 허리 좀 빼지 마.”

강동현이 황경호의 허리를 확 잡아당겨 서로의 하체가 꽉 맞물리게 했다. 황경호가 카우치에 앉은 강동현의 무릎 위에 앉은 형상이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한쪽 손을 억지로 두 성기를 잡게 한 후 그 손 위를 덮어서 잡아 마구 문지르기 시작했다.

“하으…! 앗…! 아앗…! 으으응….”

황경호가 얼굴을 확 붉히며 앓는 소리를 냈다. 항상 소년 같은 느낌의 그의 얼굴이 어쩐지 성숙해 보인다. 그 청결한 얼굴이 이런 표정도 지을 줄 안단 말인가.

‘아, 젠장. 넣고 싶다.’

대신에 강동현은 황경호의 뒤통수를 잡아당겨 다시 입을 맞추었다. 까슬한 혀를 괴롭히고 입술을 깨물었다. 황경호의 손으로 마구 자신의 남성기를 만지게 하면서 황경호의 선단의 출입구를 엄지를 세워 마구 문질렀더니 황경호가 허리를 바들바들 떨며 매달려왔다.

“흐아앙…! 아앗…! 아앙…! 잠깐만…! 아아앗…!”

“기분 좋아?”

“잠깐만요…! 아앙…! 흑… 아… 아앗…! 싫어…! 싫다니까…! 으으응…!”

“쌀 거 같아?”

“진짜 잠깐만…요…! 힉! 아… 거기 싫어어… 아아아앙….”

그는 마지막에 진짜 야시시하게 울면서 사정하기 시작했다. 눈물을 주르륵 흘리면서 눈을 질끈 감았다. 엉덩이를 움찔움찔 앞뒤로 경련하며 강동현의 손과 남성기에 자신의 것을 문질러지며 하얀 체액을 녹진녹진하게 흘려댔다. 어깨까지 빨개졌다. 붉은 입술도 젖은 눈가도 전부 마음에 든다. 느껴서 야한 얼굴이 제일….

“아, 젠장….”

강동현은 정말 그를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었다. 이대로 짓누르면 분명 끝까지 해버릴 수 있을 것이다. 그의 분홍색 성기에다가 자신의 것을 마구 문질렀다. 금방 가버린 그는 저항도 하지 못하고 가쁜 신음만 흘렸다.

“아… 씨… 윽… 하아….”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을 깨물었다. 그의 귓가에다가 입술을 묻고 온갖 야한 말을 다 했다. 단 한 번도 누군가에게 직접 내뱉어본 적 없는 그런 단어들도 마구 나왔다. 누구한테도 그런 상스러운 말은 쓴 적이 없었다. 그냥 술술 나왔다. 그의 목소리가 다이렉트로 청각을 울릴 때마다 황경호는 강동현을 밀어내려고 했다. 하지만 억지로 끌어안아서 한 손으로 두 성기를 꽉 쥔 채 마구 흔들었다. 강동현과 이렇게 맞닿아 있을 때 단 한 번도 뜨거워진 적이 없었던 피부가 강동현만큼이나 뜨겁게 달아올라 있었다. 땀이 배어나와 촉촉해졌다. 강동현은 머릿속이 점점 엉망이 되는 기분이었다.

‘하아… 진짜 어떻게든 해버리고 싶어….’

그래서 강동현이 성대하게 사정을 해서 서로의 하반신을 온통 더럽혔을 때 황경호는 연속으로 두 번이나 사정을 해서 정신을 못 차리고 헐떡이고 있었고 그의 티셔츠는 이미 못 쓸 정도로 늘어나 있었다. 그의 뺨과 귀, 목덜미와 어깨는 물리고 빨려서 시뻘겋게 엉망이었다. 강동현도 몇 개월 만에 사정을 한 것으로 사정감에 현기증에 여러 가지로 무슨 뽕이라도 맞은 것처럼 정신이 나가서 카우치에 푹 누워 자신의 위에서 흐느적거리는 황경호의 맨살을 만져댔다.

딩딩딩. 딩딩딩.

인터폰이 울렸다. 아파트 공동현관에서 음식 배달부가 초인종을 누른 것이다.

두 번째 차임벨이 울렸을 때 황경호가 먼저 깜짝 놀라 몸을 일으켰다. 대체 무슨 일이 일어난 것인가. 아예 도망가려고 했으나 그러기엔 옷이 너무 엉망이다. 멋대로 엉덩이를 만져대는 변태의 손부터 떼어냈다. 그러자 강동현도 약간 정신이 들었는지 몸을 일으켰다. 황경호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야… 한 번만 더 하자.”

아니, 정신이 더 나갔다. 황경호는 인상을 확 쓰고 그의 어깨를 퍽퍽 쳤다. 황경호는 그를 밀어내고 바지춤과 티셔츠를 대충 올려잡았다.

“누구 왔어!”

그렇게 소리치고는 그는 침실로 들어가 숨었다. 인터폰이 한 세 번은 더 울리고 나서야 강동현이 밍기적밍기적 걸어가 문을 열어주었다. 황경호는 그사이에 침실의 욕실에서 씻기 시작했다. 고급 샤워용품을 아낌없이 써서 박박 문질러 씻었다. 저번에 그가 뒤적거리던 서랍을 열어서 옷도 싹 챙겨 입었다. 죽어도 저놈 정액이 묻은 옷을 다시 입을 생각은 없었다. 욕실 밖 화장대가 길게 있는 복도의 쓰레기통에 집어넣었다. 그리고 드디어 거울을 발견했는데.

‘이게 뭐야…!’

황경호는 깜짝 놀라서 거울로 후다닥 달라붙었다. 뺨에 선명하고 빨갛게 잇자국이 나 있었다. 귀도 손대는 게 아플 정도로 짓이겨 있었다. 목덜미도 마찬가지고 어깨도 엉망이었다.

“무슨 개새끼야? 사람을 죄다 물어뜯어 놨어!”

황경호는 어이가 없어서 볼을 만져보았다. 아까도 아팠었던 게 기억났다. 지금도 만지니 욱신거린다. 갑자기 복도의 문이 열렸다. 옷만 대충 갈아입은 것 같은 강동현이 여전히 그렇고 그런 분위기를 물씬 풍기며 말했다.

“밥 먹어.”

“밥은 무슨…!”

화를 내려고 했는데 그 소리를 듣자마자 배가 엄청 고프다는 걸 자각했다. 배가 고프다고? 오늘 하루종일 아무것도 먹지 않은 데다가 두 번이나 사정을 했다(사실 계속 식생활도 안 좋았다). 황경호는 그런 자기 자신도 당황스러워서 입만 뻐끔뻐끔거렸다. 강동현은 먼저 부엌으로 갔다.

‘도대체… 이거 어떻게 된 거야?’

황경호는 모든 게 혼란스러웠다. 그래서 한참 뒤에 결국 엉거주춤 나갔다. 강동현은 앉아서 이미 먹고 있었다.

“뭐해? 앉아. 먹어.”

“저… 집에 갈게요.”

강동현이 인상을 찌푸렸다.

“가긴 어딜 가.”

‘가긴 어딜 가긴. 집에 가지, 미친놈아.’

황경호가 슬슬 뒷걸음질을 치자 강동현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너 또 죽으려고 그러는 거 아냐?”

“아뇨. 이제 좀 괜찮아졌어요.”

강동현은 황경호를 잠깐 관찰했다. 그러고는 가까이로 걸어왔다. 손목을 잡았다.

“못 믿겠어.”

그가 가까이 오자 황경호는 당황스러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얼굴이 화끈거렸다. 그를 때리고 발기했다. 그리고 만져져서 사정했다(그것도 두 번이나).

‘말도 안 돼.’

그런 상태로 강동현을 마주하고 있기란 너무 힘들고 불편한 일이었다. 도대체 이 인간은 왜 이렇게 태연자약인가. 하긴 태연하지 않을 인간이면 이런저런 것들을 황경호에게 그렇게 당당하게 요구하지 못했을 것이다. 그래, 저 인간이야 언제나 기대 이하였지만 그는 그렇지 않았다. 이런 인간한테….

“야, 이거 어떡하냐.”

강동현이 웃었다. 황경호는 잠깐 잊고 있었다가 퍼뜩 깨닫고 자신의 뺨을 만져보았다. 인상을 찌푸리며 그의 손을 쳐냈다.

“뭘 어떡해요. 저 이제 좀 갈게요.”

“간다, 간다, 그 얘기 좀 그만하면 안 돼? 항상 나만 보면 그 말밖에 안 하는 것 같다.”

“그 말밖에 할 말이 없어요.”

강동현은 자신을 제대로 보지도 않는 황경호의 얼굴을 내려다보았다. 시선도 피하고 표정도 별로 안 좋고 태도에서 풍기는 거부의 뜻도 명확하다. 평소랑 별반 다를 게 없다. 하지만 자기 품보다 훨씬 큰 강동현의 티셔츠를 입어 왼쪽 뺨뿐만 아니라 귀와 목, 어깨까지 죄다 강동현이 남긴 잇자국투성이였다. 왜일까. 볼 때마다 웃음이 나오고 뿌듯하다.

“아프니까 만지지 좀 마요.”

계속 손을 쳐내는 대도 어깨랑 뺨을 만져서 황경호가 버럭 화를 냈다. 강동현은 실실 웃으면서(재수 없다) 화제를 돌렸다.

“그래서.”

“네… 네?”

“내가 어떻게 해주면 되는데.”

“뭘요?”

“도와달라는 거 아니었어? 살고 싶다며.”

“…….”

강동현이 잠깐 아무 말 없는 황경호를 보다가 말을 이었다.

“보니까 너, 평소에는 그럭저럭 괜찮다가 한 번씩 맛이 가는 거 같은데.”

아무리 괴롭혀도 잘 참다가 한 번씩 이상한 데에 꼴이 받아서 미친놈처럼 화를 내고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았는데 눈물을 줄줄 흘리거나 일상 속에서 문득 죽고 싶어 한다.

“내가 어떻게 해줄까? 말해.”

“지가 뭐라도 되는 것처럼 계속….”

황경호가 어이가 없어 중얼거렸다.

“됐어요. 오늘은… 저도 왜 연락했는지 모르겠으니까요. 딱히 뭐 해줄 수 있는 것도 없잖아요.”

딱 1년 전 이맘때쯤 둘은 계약서를 쓰면서 비슷한 말들을 했었다. 강동현도 막연히 황경호가 필요하다는 것을 깨닫고 있으면서도 뭘 요구해야 할지 잘 알지 못했다. 황경호는 강동현이 필요하다고도 생각하지 않았고 그렇기 때문에 그에게 뭘 요구해야 할지도 몰랐으나.

“그래. 그럼 이럴 때 그냥 전화해라.”

“네?”

강동현은 카우치의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팔짱을 낀 무슨 모델 같은 포즈로 황경호를 바라보았다. 뭔가 또 짜증 난다. 황경호는 한 걸음 물러났다. 강동현이 말했다.

“힘들면 전화하라고. 어떻게든 갈 테니까.”

*

그는 황경호를 보자마자 미소를 지었다. 재수가 아주 없다. 그래서 황경호도 똑같이 미소로 응대했다.

“오랜만에 오셨네요, 도은혁 환자님.”

황경호는 뺨과 목에 덕지덕지 반창고를 붙이고 있었다.

“아직도 안 나았나 봐.”

카운터에 서서 태블릿에 무언가 정리하고 있는 황경호의 옆에 서서 그의 반창고를 하나 슬쩍 뜯으려고 했다. 황경호는 그를 태블릿으로 퍽퍽 쳤다가 사람이 지나가자 금방 아무것도 일어나지 않은 척했다.

“얼마나 더 기다려야 돼?”

“대기실에서 조금만 대기하세요.”

“별로 안 바쁜 거 같은데.”

“바빠요.”

그는 진상 아저씨 환자들마냥 옆에서 계속 귀찮게 굴었다. 그리고 강동현은 선글라스 밑으로 황경호를 한 번 보았다가 의사가 있는 오피스로 들어갔다. 오랜만에 의사와 면담이다.

“오랜만에 뵙습니다, 도은혁 환자님.”

“아, 네.”

“많이 바쁘셨나 봅니다.”

“네.”

의사 이강유는 언제나처럼 인텔리한 분위기를 여실히 풍기며 미소를 지었다.

“성생활은 많이 좋아지셨습니까?”

“좋아졌다고 해야 할지….”

여자친구는 임포인 강동현을 버리고 떠났으나 황경호 덕분에 정말 오랜만에 한 발 빼기도 했다. 강동현의 애매한 표현이 의사는 그냥 고개를 끄덕이더니 말을 이었다.

“오랜만에 오셨으니 민감도 검사를 한번 해보면 좋을 거 같습니다.”

그러더니 간호사를 불렀다. 황경호였다. 검사장비와 진동극이 달린 기계 등을 가져왔다. 의사의 앞이긴 했지만, 그가 있다 보니 살짝 설 것 같다.

“엉덩이 만져도 돼?”

슬쩍 기회를 봐서 귀에다 속삭였더니 질색을 하는 표정으로 강동현의 거시기를 콱 잡고 진동극을 달았다. 진동 수준을 10 정도를 하고 간호사를 보며 엄청나게 야한 생각을 하고 나서야 겨우 좀 섰다.

“전보다는 확실히 좋아지신 걸로 보이는군요. 치료가 효과가 있어 다행입니다.”

치료보다는 이 병원 간호사 덕분이다. 그렇게 몇 마디를 하고 의사는 다시 자기 오피스로, 환자와 간호사는 4번 치료실로 갔다.

“좀! 좀! 좀!”

“아야! 아프잖아!”

아까부터 계속 성희롱과 성추행을 하는 강동현이었다. 황경호는 강동현을 마구 때렸다. 그러다 한순간 두 손목을 잡혔다. 그가 씨익 웃었다.

“이거 봐. 나 때리는 거 좋아하지?”

“누굴 자기 같은 변태로 아나!”

“좋아하잖아.”

그러면서 확 끌어당겨 얼굴을 가까이했다. 잘생긴 얼굴이다. 황경호는 인상을 찌푸렸다. 강동현은 후후, 하고 기분 나쁘게 웃더니 황경호의 바지를 쭉 내렸다. 황경호는 기겁을 했다.

“지금 뭐하는…!”

“조금만 하자.”

“조금은 무슨…!”

그렇게 20분 뒤,

강동현은 치료용 의자에

황경호는 그 위에 늘어져 있었다

“으흑….”

우는 소리가 절로 나왔다. 이게 뭐야. 황경호는 강동현보다 정신을 빨리 차리고 무거운 몸을 일으켰다.

‘진짜 때리는 게 문제인 건가….’

맘에 안 드는 놈을 때리는 게 오히려 그 남자한테 낚이게 되는 원인이 된다니. 아이러니도 이런 아이러니가.

얼른 옷을 주워 입으려는데 뭐가 어디에 있는지도 모르겠다. 설상가상으로 시간이 지나 밖에서 노크를 한다. 황경호는 얼른 바지를 추슬러 올리고 강동현을 억지로 일으켜 탈의실에 처넣었다. 그리고 방을 빨리 정리했다. 한 번 더 둘러보았지만, 시간이 없어서 빨리 나가야 했다.

“죄송합니다. 정리하느라….”

“황 간호사, 얼굴이 왜 그래?”

오 간호사가 그렇게 물었다. 설마 반창고가 떨어졌나 싶어서 황경호는 황급히 왼쪽 뺨을 만져보았으나 반창고는 멀쩡하게 붙어있었다.

“아니, 반대쪽.”

만져보았다. 욱신하면서 선명한 잇자국이 느껴진다. 황경호는 부글부글한 얼굴로 얼른 손으로 가렸다.

“죄송합니다, 오 간호사님. 별거 아니에요. 쓰세요.”

황경호는 얼른 나와서 간호사 휴게실로 갔다. 거울을 보며 오른쪽 뺨과 목덜미에 반창고를 붙였다. 마음대로 만져져서 하반신이 아직도 욱신거린다. 육체적인 쾌감과 수치스러움, 불쾌함이 하나로 뒤섞인다.

“망할 새끼….”

이를 박박 갈았다. 게다가 팬티는 어디 갔는지 도저히 찾아도 보이지가 않아 지금도 노팬티였다. 그놈이 잘못 챙겼나….

“도은혁 환자는….”

황경호는 카운터로 나가서 이렇게 물었으나 벌써 갔다는 소리만 들었다. 결국 중간에 나가 편의점에서 팬티를 사와야 했다.

*

“그래도 한 달 정도 쉬고 와서 그런 거야? 얼굴 되게 좋아졌다, 동현 씨?”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그렇게 말했다. 강동현은 거울 속에 비친 자신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그래요?”

“약간 전에는 피곤해서 그런지 날카로운 느낌도 있었는데… 그런 것도 좀 사라진 것 같고. 스트레스받아서 머리 아프다는 말도 자주 했었는데 요즘은 안 하고.”

“아, 그런가.”

“봐봐. 사람이 유해졌어.”

“하하.”

강동현 본인도 느끼고 있었다.

근래 심신이 아주 편~하다.

삶이라는 게 이렇게 아름다운 것이었지. 발기부전 및 여타 남성병에 시달려왔던 한 남자의 깨달음이었다. 세상은 아름답다. 남자의 인생이란 자지만 멀쩡하다면 어떻게든 되는 것이었다.

그는 저번에 엄청나게 호평을 받았던 시리즈 형식의 광고의 다음 버전을 찍으러 왔다. 사실 예전에 그 광고를 찍었을 땐 다음 버전 같은 건 없었으나, 광고 자체가 원체 인기가 있고 그와 더불어 매출이 수직상승하여 한 번 더 비슷한 컨셉으로 찍게 되었다.

여자의 하루를 화장품과 남자친구로 나타냈던 화장품 브랜드 I의 광고 <그 여자, 그리고 남자> 5부작은 그 당시 광고 조회 수 공략을 거는 신선한 시도와 내러티브가 있는 내용, 그리고 뛰어난 영상미로 호평받았다.

1편에선 ‘그 여자’인 모델 이민아가 잠에서 깨며 밤을 보낸 남자친구와 포옹을 하는 장면에서 내추럴한 여성의 아름다움을 빛낼 스킨케어 제품을 선전하고, 2편에서는 샤워를 하며 남자친구와 장난을 치며 샤워용품을 광고했다. 3편은 출근 준비를 하며 필요한 메이크업 제품들. 4편은 회사에 있을 때 피부를 지키는 수분 보충용 제품들. 5편에서는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기 전 빠른 수정화장과 향수를 선전했다.

철저히 이민아가 주인공이었기 때문에 강동현이 원샷을 받거나 클로즈샷을 받는 장면은 없었다. 1편에서는 목소리와 등만 나왔고, 2편에서 드디어 샤워부스에 가려진 이민아와 장난을 치는 강동현이 투샷으로 나왔다. 3편에서는 립스틱을 발라주었고 4편에서는 나오지도 않았으며 5편에서 멋있게 안아주며 빙글빙글 돌고 데이트를 하는 장면이 리얼감 있게 나왔다. 광고를 찍을 당시에도 이미 톱배우의 반열에 오른 강동현이었으니 이상할 법도 했지만 그를 전면에 내세우지 않고 무명의 모델을 전면에 세운(물론 여성 화장품이니까) 카메라의 움직임이 오히려 정말 강동현을 남자친구로 둔 여자의 삶이라는 느낌이 나서 좋았던 모양이다. 등연남(등짝으로 연기하는 남자)라는 별명도 얻었다.

그래서 이번엔 강동현을 메인으로 한 <그 남자, 그리고 여자> 5부작을 찍게 되었다.

저번엔 여자의 집이었지만 이번엔 남자의 집이다. 짙은 코발트 색의 침구. 우선 누워 있는 강동현을 이 각도, 저 각도로 찍어댔다.

“응~ 동현 씨 조금만 고개 옆으로 더 돌리고 있다가 천천히 뒤척이면서 옆으로 누워. 응. 그래. 그렇게. 다시 가자.”

남자는 누워서 자고 있고 여자는 그의 팔을 베고 있다가 일어나고 잠시 화면 밖으로 사라졌다가 샤워를 하고 다시 침대 위로 올라가 그를 깨운다.

“저번에 찍었을 때보다 훨씬 잘생겨진 거 같다, 동현이.”

감독이 마지막으로 강동현과 모니터링을 하면서 그렇게 말했다.

“전에도 좋았지만, 진짜 오늘은… 뭐 좋은 거 먹냐? 혼자만 먹지 말고 나눠 먹자, 좀.”

감독이 팔을 툭툭 쳤다.

“하하하.”

강동현은 그저 그 멋진 얼굴로 매력적이게 웃을 뿐이었다. 근래 기분이 좋은지 엄청 잘 웃고 다닌다. 아무래도 광고가 시리즈 형식이다 보니 한 번에 촬영이 끝나지 않았다. 모레 한 번 더 촬영을 하기로 되어 있어 뒤풀이 없이 빨리 해산했다.

스케줄을 마치고 대본을 읽으며 콧노래를 흥얼거리는 강동현이었다. 매니저가 차를 운전하며 물었다.

“너 여자친구랑 처음 헤어졌을 때는 거의 죽으려고 하더니… 새 여자친구 생겼어?”

강동현의 콧노래가 딱 멈추었다. 인상을 조금 찌푸리며 답했다.

“사람이 물건도 아니고 새 거, 헌 거 이렇게 이름 붙이는 거 별로지 않아? 헤어진 지 얼마나 됐다고….”

강동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딱히 착하다, 말할 만큼 순한 성격은 아닌데도 확실히 예술계통으로 일하는 애라 그런지 사랑 쪽으론 도덕관념이 꽤 강한 강동현이었다.

“좋은 땐데 그래도 연애 많이 해. 내가 너면 진짜 여자들 후리고 다녔다.”

그런 소리는 귀에 딱지가 앉게 듣는 강동현이었다. 강동현은 매니저의 말을 무시하고 다시 대본에 집중했다. 애초에 자기 일과 자기 자신이 제일 중요하고 여자친구가 중요했던 남자였다. 오히려 여자친구가 헤어지고 마음을 다잡으니 사생활에 방해받을 것 없이 일에 완전히 몰두하는 강동현이었다. 이런 걸 알았기 때문에 여자친구도 부담을 느껴서 먼저 강동현 같은 남자를 찼던 것일지도 모른다(아마 몇몇이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발기부전 때문이라고 답할 것으로 예상된다).

집에 도착하자 밤이 꽤 늦었다. 강동현은 바로 잘 생각으로 씻고 이것저것 잘 바르고 영양제 같은 것을 잘 털어 넣어 삼키더니 무언가를 들고 침대에 누웠다.

그가 손에 든 것은 팬티였다

딱히 이상할 거 없는 사각팬티였다. 스판끼가 있어 딱 달라붙는 재질로 강동현의 덩치에는 꽉 낄 정도로 작았다. 그는 그것을 자신의 코로 가져갔다. 체취는 거의 나지 않았다. 청결한 섬유유연제의 냄새에 사람의 살 내음이 살짝 섞여 있다. 강동현은 곧바로 화끈하고 몸에 열이 오르는 게 느껴졌다.

물론 그라고 처음부터 선뜻 이렇게 할 수 있었던 건 아니다. 강동현이 어떤 남자던가. 말한 것은 죄다 지키기는 하지만 기본적으로 자존심이 강하다. 자기애가 강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고작 그 간호사의 팬티로 뭔가를 한다? 원래라면 말도 안 되는 일이었다. 하지만 남성병은 그런 남자마저도 말도 안 되는 짓을 숨 쉬듯 저지르게 만든다.

처음은 황경호가 술을 먹고 강동현의 집에서 잔 날 속옷이나 다른 옷을 강동현의 집에 두고 갔는데 이상하게도, 묘하게 그 옷들의 냄새를 맡고 싶어졌다. 진짜 맹세코 다른 사람들 옷을 보고는 그런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래서 냄새를 맡아봤는데 기분이 묘했다. 그러다 결국 팬티에까지 손을 뻗었는데, 만 1년 8개월 만에 자위에 오롯이 성공한 것이다.

하지만 사람의 체취라는 게 금방 사라지는지라 한 번 하고 나서는 안 되길래 긴가민가했는데 저번에 또 그 간호사가 죽겠다고 지랄했을 때 두고 간 속옷으로 다시 한번 성공하고는 확신했다.

팬티다.

일단 그 간호사가 꼴에 받아서 또 미친 짓을 하든 그를 피하든 일단 팬티만 일정 수 이상 확보되면 최악의 상황은 면하게 된다는 것이다. 최소 10일에 한 번 정도 자위를 하면 적어도 전립선염은 안 걸린다고 볼 때 1년에 36개만 확보하면 되는 것이다. 할 만하다.

게다가 처음 몇 번은 아예 팬티를 못 쓰게 될 정도로(?) 자위를 했지만 요즘엔 곱게 쓰고(?) 밀봉 팩에다가 보관하기(?) 때문에 연속으로 3~4일 정도는 쓸 수 있었다. 한 번 쓰고 보관을 잘하면 아슬아슬하게 일주일은 간다. 2주에 하나를 쓴다고 보고 1년에 26개만 있으면 된다. 정말 할 만하다.

여기에다가 아예 진공포장기를 사서 한 달 정도 갈 수 있을지 실험 중이었다. 그렇다. 이 남자는 지금 진지하다.

물론 이것은 최악을 상정했을 경우다. 건강한 성인 남자라면 사실 아무리 강동현처럼 일에 빠져있는 남자일지라도 하루에 한 번 이상은 무조건 하고 싶다. 일주일에 두 번 정도로 건강한 성생활을 한다 하더라도 한 번 할 때 2~3번은 하고 싶은 남자라는 말이다.

게다가 피곤하면 더 땡긴다. 강동현은 얼굴을 붉히며 부드러운 면 팬티에 얼굴을 문질렀다.

‘제길. 남자 주제에 왜 이런 냄새가 나는 거야….’

청결한 섬유유연제의 꽃향기 사이로 달큰한 체취가 난다. 몇 번이고 물고 핥아봐서 바로 알아차릴 수 있는 냄새였다. 살 냄새가 향기롭고 섹시하다.

게다가 만 1년 8개월을 쫄쫄 굶던 강동현이다 보니 요새는 일단 병원을 가서 그 간호사를 어떻게든 자빠뜨려 한 번 하고 나면 강박적으로 속옷을 강탈해왔다. 그 간호사도 처음에는 긴가민가하더니 요즘에는 정말 변태니 도둑이니 난리도 아니다.

게다가 아이러니하게도 병원에서 한 번 하고 나면 그날 밤은 꼭 필요 이상으로 팬티의 수명(?)을 깎아 먹고 말았다. 팬티 하나당 하트가 3개가 있다고 볼 때 하나 이상을 까먹고 마는 것이다. 아깝다.

하지만 이것도 결국 임시방편에, 목말라 죽기 일보 직전에 물 한 방울씩 먹는 것밖에 더 되겠는가.

“하아….”

팬티 이상이 필요해…. 이렇게 자지가 멀쩡하지 못한 남자는 변태 일로에 박차를 가하고 있었다.

*

황경호는 폭발했다. 그가 치료실에 들어가자마자 강동현이 또 덮치려고 했기 때문이다. 그는 악을 쓰면서 욕을 했다.

“손대지 마! 이 고자 새꺄!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사람을 뭘로 보고!! 이거 놔!”

그래, 15분만 시간을 보내고 나면 그냥 이 치료실 문을 박차고 나가도 아무도 이상하게 생각하지 않을 것이다. 황경호는 주둥이를 들이대는 강동현의 턱을 손으로 강하게 밀어냈다.

“잠깐만…! 빌려(?)준다고 생각하면 되잖아!”

“뭐래, 이 미친놈이! 빌려줄 게 있고 없는 게 있지!”

“세상에 못 빌려주는 게 어딨어!”

강동현은 억지를 부리며 황경호의 바지를 벗기려고 했다. 황경호는 두 손으로 바짓단을 꽉 잡고 저항했다.

“이러니까 여자친구가 도망가지, 이 변태 새끼야!”

“여자친구한테도 이렇게 해주고 싶어도 못했어!”

“자랑이냐!”

둘은 거의 치료실을 데굴데굴 굴러다니고 있었다. 황경호는 엄청나게 저항해서 결국 15분을 거진 흘려보냈다. 그리고 강동현을 밀어내고 밖으로 나가는 문으로 가려고 안간힘을 썼다. 그의 가슴팍을 발로 밀어내며 손을 떼어내려는데 강동현이 인상을 팍 쓰더니 말했다.

“야.”

“뭐!”

“내가 항복할게.”

그는 여전히 황경호를 꽉 잡은 상태였지만 말은 그렇게 했다. 그래. 이제 시간도 다 지났는데 이런 식으로 10분만 더 있어도 사람이 들어올 것이다. 그러면 개 쪽 파는 것은 강동현이지 이쪽이 아니다. 드디어 이겼다. 황경호가 의기양양한 얼굴로 요구했다.

“그럼 빨리 손 놔.”

“알았어. 대신에….”

대신에? 황경호가 인상을 썼다. 강동현은 아주 심각한 얼굴로 말했다.

“팬티 좀.”

황경호는 잠깐 무슨 말인가 했다가 뜨악한 얼굴로 소리쳤다.

“진짜 이때까지 팬티 다 댁이 들고 간 거였어요?!”

몇 번 팬티가 사라지는 일이 일어나니 당연히 강동현을 의심했으나 그는 딱 잘라서 자기는 아니다, 내가 그런 변태로 보이냐, 거리며 오히려 그런 의심을 하는 황경호를 변태스럽다는 얼굴로 쳐다보아 황경호를 괜히 부끄럽게 만들었었다. 하지만 결국 진실은 이것이다.

황경호가 거짓말을 밥 먹듯이 잘해서 싫다며 강동현이 자주 말했지만 보통 보면 황경호의 거짓말은 남을 해하려고 하는 거짓말이 아니라 그저 자신을 숨기기 위한 거짓말이 대부분이었다. 남에게 피해를 주는 거짓말은 하지 않는다.

하지만 강동현은 대체로 자신의 감정에 솔직하고 적어도 황경호한테는 스스로를 드러내는데 거리낌이 없어 거짓말을 하는 수고조차도 들이지 않았지만, 거짓말을 할 땐 꼭 이렇게 이기적인 이유와 방식으로 거짓말을 한다. 오히려 합리적 의심을 하는 상대방을 비난하는 것. 한국의 많은 확신범들이 모두 그런다. 정말 저질이다.

“남의 팬티를 왜 들고 가요!”

강동현이 뻔뻔하게 거짓말을 했다는 것, 황경호의 의심을 피하기 위해 오히려 황경호를 비난했던 것 등등 피가 거꾸로 솟는 많은 이유로 화가 머리끝까지 나서는 소리쳤다.

“시간 없으니까 다음에 얘기해줄게.”

그렇게 이유가 많단 말인가! 황경호는 결국 그의 어깨를 퍽퍽 치면서 화를 냈다.

“저질! 변태! 도둑놈! 진짜 연예인 생활 말아먹고 싶냐, 이 양아치야!”

“아, 알았어. 미안. 미안하다니까. 일단 팬티부터 벗어줘 봐.”

이 새끼 말하는 거 봐라. 진짜 죽었다 깨도 정신 못 차릴 놈이다. 황경호는 그냥 눈 딱 감고 강동현의 가슴을 두 발로 뻥 차 냈다. 다치든 말든 모르겠다. 이 고자 새끼 계속 상대하다간 진짜 화병 나서 돌아가시겠다. 황경호는 씩씩거리며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서는 문으로 달려갔다. 그리고는 이제 막 자리에서 가슴을 부여잡고 일어나는 강동현에게 가운뎃손가락을 치켜들며 욕을 퍼부었다.

“나가 죽어, 이 고자 새끼야! 지루 임포 고자 변태 범죄자!”

이러고는 문을 열고 나가서는 쾅 닫았다. 강동현은 잔뜩 신경질이 난 얼굴로 땅바닥을 마구 뒹구느라 먼지를 뒤집어쓴 자신의 옷을 털었다. 그는 터덜터덜 탈의실로 향했다. 오늘은 일용할 팬티를 확보하지 못한 남자의 뒷모습이었다.

*

황경호의 모순은 이것이었다.

아무런 변화가 없는 평화로운 나날들을 계속 지나치다 보면 자연히 점차로 우울해진다. 그래서 잘 알아차리지 못하다가 어느 날 갑자기 덜컹하고 스스로도 알아차릴 수 없는 신호에 의해 격발하여 불나방이 불에 뛰어들 듯 죽음을 향해 돌진해버리려고 한다. 그래서 평화로운 와중에도 문득문득 우울하며 무섭다.

그러다 평화가 깨지고 그 고자 새끼가 엮이기 시작하면 자다가도 깰 정도로 이가 박박 갈리고 스트레스를 받는 삶이 전개된다. 그런데 그가 너무 싫어서 복수할 방법만 생각하다 보면 우울에 대해 잊는다. 산다는 게 정말 뭐가 뭔지.

“아, 저거 봐. 저런 표정 지으면 진짜 얄밉지 않아?”

김태형의 가게에 가서 밥을 먹는데 TV에 틀어놓은 채널이 하필이면 강동현이 나오는 드라마가 재방송되는 채널이다. 예전의 황경호라면 본 척도 안 하고 그저 속으로 불편함을 삼켰을 것이다. 생각도 전에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연기를 잘해서 그런 거지.”

김태형이 설거지를 하다가 힐끗 보고는 아무렇지 않게 그렇게 답했다. 하지만 황경호는 연어 덮밥을 마저 먹으면서 다시 볼멘소리를 냈다.

“아, 진짜 아구창 한번 날리고 싶다.”

“너 왜 그렇게 강동현 싫어하냐? 친한 거 같더만.”

“안 친하다고. 사이 나쁘다고.”

“원래 친구 아니었어?”

아, 저 새끼 발기부전이라고 말하고 싶다. 그는 비뇨기과 간호사로서 아주 투철한 소명의식과 환자들에 대한 큰 연민과 동정을 느끼고 있었지만, 진짜 강동현은 아니다. 진즉에 눈 딱 감고 빵에 집어처넣었어야 했다….

“원래도 친구 아니었고 지금도 아니고 앞으로도 아니야.”

“애 싹싹하고 괜찮던데… 어른스럽고. 일을 일찍 해서 그래. 확실히 남자는 일을 빨리해야 철이 드는 거 같아. 남자답고. 게다가 여자친구 생각하는 거 보니까 애가 생각도 꽤 똑바른 거 같고. 뭐 성격이 막 엄청 유하다, 이런 건 아닌 것 같긴 했는데. 남자가 성격도 좀 있고 해야지. 지 사업하는 사람이나 똑같은 건데, 연예인도. 예의도 있으니까 됐고.”

황경호가 인상을 팍 쓰고 김태형을 보았다가 TV를 다시 보았다가 약간 화난 얼굴로 밥을 퍽퍽 먹었다.

‘저게 기본적으로 저 인간을 맞대하는 사람들이 하는 생각이겠지?’

사람이란 하나로 정의할 수 없는 것일까? TV에서 나오는 연예인 강동현은 드라마나 영화 속에서는 굉장히 멋있고 남자답고 매력적이다. 구도를 잘 잡은 웃는 얼굴은 많은 사람들을 시선을 사로잡고 진심을 담은 사랑의 언어는 많은 여자들을 유혹한다. 실제 사람들을 대하는 강동현도 금방 김태형이 얘기한 것처럼 약간의 거리감을 둘 줄 아는 어른스러운 남자다. 빨리 성공했다고 그다지 그걸로 거만하게 굴지 않는다. 성격이 좀 있을 것 같지만 오히려 그래야지, 라고 인정받는 경우가 더 많다. 팬들에게는 싹싹하다. 그리고 인간 도은혁이란 여자친구에게 성실한 꽤 괜찮은 남자다. 그의 사생활적인 면은 그렇게 잘 알지 못하지만… 하지만 이 모든 걸 차치하고 이 남자가 황경호한테 대하는 것을 보라. 그는 정말로 이기적이고 자기밖에 모르고 안하무인에 황경호에게 피해를 끼치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생각하고 자기 마음대로 하려고 한다.

앞서 말한 남자나 황경호에게 이러는 남자나 다른 사람이 아니다. 그러면 그는 좋은 사람인가, 나쁜 사람인가?

“초록이는 잘 지낸대?”

“응… 잘 적응하고 사나 봐. 아무래도 어리니까. 나중에 크고 나면 이쪽 일을 다 잊을 수도 있겠다 싶기도 하고. 그게 초록이한테 더 좋은 건가 싶기도 하고.”

“후회돼?”

“잘 모르겠어. 하지만 초록이한테는 분명히 그쪽 부모님이 훨씬 낫겠지.”

황경호는 그렇게 말했다.

“너도 그렇게 애 좋아하면 얼른 결혼해서 애 낳아야겠다.”

“애를 내가 낳나. 여자가 낳지. 내 맘대로 그게 되겠어?”

형도 결혼 못 하는 주제에. 황경호가 중얼거렸다. 김태형은 끙, 하고는 입을 다물었다.

“애들 귀엽긴 하지만… 초록이는 그런 거라기보단….”

황경호는 덮밥을 뒤적이다가 그냥 입을 다물었다.

“여자친구를 만들어, 여자친구를. 계속 없이 살면 습관 된다.”

황경호는 이런 주제들 자체가 꺼려지는지 그냥 인상을 찌푸렸다. 형은 좋다. 하지만 역시 한국 사람들 특유의 이런 오지랖을 자신이 싫어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내 얘기를 다른 사람들한테 잘 안 하고 살았었지….’

문득 그렇게 뒤돌아보았다.

“내가 만들고 싶다고 그게 그냥 턱 생기는 거야? 사람이 마음이 맞아야 하는 거지….”

황경호가 말했다. 그러자 김태형이 오히려 펄쩍 하면서 대꾸했다.

“야, 너 그런 소리 하다가 좋은 시간 다 간다.”

“그러면 딱히 좋아하는 것도 아니고 딱히 마음에 드는 게 아니라도 여자 하나는 옆에 있어야 하니까 사귀는 거면… 그게 무슨 시간 낭비야? 게다가 그 여자는 무슨 죄야?”

“신현이 봐라. 여자 만나고 싶다고 노래 노래 부르면서 다니는데도 안 생기지 않냐. 가만히 있으면 절대 안 생긴다. 그래도 넌 번듯한 직장도 있고 생긴 것도 멀쩡한데. 그러다가 진짜 청춘 다 간다니까. 내가 니 나이면….”

김태형은 마치 자기 일마냥 흥분했다.

‘형… 형 친하지만 아마 나이가 문제가 아니었을 거야….’

황경호는 그런 속마음을 숨기고 고개를 저었다.

“형이나 능력껏 많이 만나.”

황경호는 맥주를 한 잔 걸쳤다.

“기본적으로 난 누가 내 생활에 간섭하거나 그런 거 싫어해. 잔소리하고 안 하고가 문제가 아니라 그냥… 내가 누군가한테 계속 신경을 써야 한다는 게 싫어. 가족이든 뭐든.”

“그걸 뭔가 의무적으로 생각하는 모양인데. 진짜로 좋아하면 니가 그걸 해야겠다고 생각해서 하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 차리면 계속 상대방을 신경 쓰고 있는 거야.”

“에이.”

황경호가 고개를 설레설레 젓다가 문득 누가 떠올랐다. 여자친구랑 헤어졌다고 백날천날 술 처먹고 질질 울어대던 어떤 병신이 말이다.

[너한테도… 미안하다.]

“내가 여자를 안 사귀고 싶다는 게 아니라….”

황경호가 TV로 시선을 돌리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인생의 사랑 같은 건 사람을 바꾸기도 하는 걸까?”

“그렇지. 정말 그런 사랑 해보고 안 해보고는 차이가 크지.”

김태형이 마치 그런 사랑을 해봤다는 느낌으로 고개를 크게 끄덕거렸다. 황경호는 그를 힐끗 보았다.

“그런 거라면 나도 해보고 싶을지도….”

*

“황 간이 다른 환자분을 이 시간에 담당하게 되어서요.”

‘이거 또 도망간 거야? 아, 나….’

생각이 표정에서 드러난 것일까. 덩치가 건장한 남자 간호사 하나가 웃으면서(이 병원은 간호사고 의사고 영업용 미소가 판박이다) 말했다. 상쾌한 느낌의 꽤나 잘생긴 남자 간호사다. 그는 마사지기를 들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원래 간호사 불러와요.”

지금 내가 저 우락부락한 덩치가 만져주는 걸 15분이나 견디고 있어야 하는 건가… 라고 생각을 마저 하기도 말이 먼저 튀어나왔다. 그는 전혀 당황하지 않으며 대꾸했다.

“지금은 맡고 있는 환자분이 있어서….”

“아, 됐고. 원래 내 간호사였는데 왜 마음대로 바꿔? 그 환자한테 다른 간호사를 붙이면 될 거 아냐.”

예를 들어 너, 같은 노골적인 눈빛을 보내자 역시나 영업용의 난처한 미소를 장착한 채 그는 양해를 구하고 밖으로 나갔다. 그러자 조금 뒤 황경호가 웃는 얼굴로 예의 그 간호사와 얘기를 하면서 치료실 안으로 들어왔다. 들어와서는 표정이 싹 바뀌었다.

“아, 왜 그래요, 진짜! 진상 환자로 소문나고 싶어요?”

“이미 소문난 거 다 알아. 새삼스럽게.”

강동현이 뻔뻔하게 말하자 황경호가 알면서도 이런단 말이야? 라는 얼굴로 더 뭐라고 했다.

“다른 간호사들한테 예의 없게 굴지 마세요. 사람이 개념이 있어야지…!”

“너 계속 도망가면 다 그럴 거야. 내가 이 병원에서 더 깎일 이미지가 있냐?”

황경호는 정말로 극히 혐오스럽다는 눈으로 강동현을 흘겨보았다. 그리고는 한숨을 푹푹 쉬고는 장갑을 끼고 마사지기를 들고 왔다. 가까이 오니 황경호는 그의 손목을 잡아 더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겼다.

“장갑은 왜 껴… 어차피 벗을 건데.”

그렇게 속삭이며 그는 미소를 지었다. 기분 좋아 보인다.

‘이겼다 이거지….’

황경호는 슬슬 뺨에 입을 맞추고 목덜미에 얼굴을 묻으며 성추행을 하는 이 변태 새끼를 냉정한 눈빛으로 내려다보았다.

“…야, 너 왜 이래?”

여전히 옅은 분홍빛의 성기다. 황경호의 바지를 벗기고 자기 거랑 같이 비비는데 황경호의 것이 자꾸 축축 늘어져 제대로 같이 애무를 할 수가 없었다. 황경호의 상의를 제껴 젖꼭지를 괴롭히고 입을 계속 맞추었는데도 말이다.

“뭘요.”

“아니….”

황경호의 것과 살을 맞대고 비비니 강동현의 것은 이미 서서 체액을 마꾸 뿜어 서로의 하체가 질척질척했다.

“왜 안 서? 너 임포 됐어?”

황경호가 불쾌감을 가득 담은 얼굴로 말했다. 그러고 보니 오늘은 이 간호사가 자기를 물리적으로 때리지도 않았고….

“원래 니가 만지면 안 서.”

“…….”

강동현은 성기랑 똑같이 옅은 분홍빛의 젖꼭지를 만지고 엉덩이를 주무르고 입을 다시 맞춰보았지만, 그는 전혀 서지 않고 말랑말랑했을 뿐만 아니라 싫어했다. 물론 그는 강동현이 만지는 것을 항상 싫어했다. 하지만 예전에는 싫어하는 모습만으로도 쌀 수 있었는데 오늘은… 참고 견디는 것도 다 똑같았지만, 현실도피 하듯 눈을 감아버리지도 않고 강동현을 똑바로 보고 있었다. 강동현한테 휘둘리지 않고 있는 것이었다. 뭔가 강동현도… 발기가 죽어버렸다. 황경호가 그것을 보고 픽 비웃었다(굉장히 타격이 컸다).

“시간 끝났어요.”

그렇게 말하더니 마치 엄청나게 닳고 닳은 그쪽 종사자마냥 자신의 아래를 아무렇지도 않게 잘 닦아내고 옷을 입더니 아무런 일도 일어나지 않은 사람처럼 쏙 나가버렸다. 치욕적이었다. 지금까지 그 어떤 행위보다도 굉장히 굴욕적이었다. 이게 뭐냐고. 강동현은 스스로 대충 닦고 탈의실로 갔다.

‘…그러니까 날 때린다는 조건을 빼면 예전처럼 안 선다, 이거?’

예전에는 황경호가 굳이 서지 않아도 잘만 했던 주제에. 황경호 자체도 뭔가 반응이 오지만 일단은 황경호한테 무슨 짓을 했을 때 돌아오는 반응을 즐기는 것이었다(뭐 때문인지는 모르겠지만). 예전에 그가 강동현에게 휘둘리며 그의 손길을 싫어하며 참는 걸 보면 정말 더 괴롭히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그런데 요새의 그는 아주 싫어하면서도 아주 느낀다는, 한 차원 더 높은 곳을 보여주었다. 그가 느끼는 모습은 평소와는 완전히 딴판으로 야시시한 게 딱 마음에 들었다. 이제는 느끼지 못하는 걸 만지고 싶지 않아졌다.

오히려 그냥 매일 안 됐던 날들보다 일주일에 한 번이라도 제대로 뺄 수 있는 시간 중에 금욕이 더 괴롭다. 아예 쫄쫄 굶을 때는 다른 곳에 온전히 집중해서 이쪽 관련 생각은 덜 할 수 있었는데 일주일에 한 방울씩 아주 약간 갈증을 해소하는 것만으로도 벌컥벌컥 마시고 싶다는 욕망이 더 이글거리는 것이다.

그 이후로 강동현은 다음날 광고 촬영 중에도 내내 그 생각뿐이었다. 발기부전이라 다행이다. 야한 생각을 좀 한다고 일하던 와중에 서거나 하진 않으니까 말이다.

강동현의 저번 한중일 합작 드라마가 엄청 잘 되어 요즘은 일주일의 대부분을 중국에서 보내고 있었다. 어제 잠깐 한국에 들어갔다가 다시 중국인 것이다. 그래서 요새 중국어 개인과외 선생님도 붙여 과외 중이었다.

사실 강동현의 스타일은 키가 크고 몸이 좋고 굉장히 남자답게 생겼기 때문에 근 10년 넘게 득세하는 한국의 남자 연예인 스타일이랑은 확연히 다르다. 요즘 한국 남자 연예인들은 스키니하고 여성스럽고 미성숙한 소년 같은 스타일이 득세다. 그 와중에 혜성 같이 나타난 강동현이라 당연히 남자다운 스타일을 좋아하는 중국에서 더 좋아했다. 중국 시장에서의 인기는 한국에서의 인기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돈이 되었다. 소속사는 갈고리로 돈을 끌어모으는 격이라 아주 좋아했다.

얼마 후에는 한중일 팬 미팅 투어도 잡혀 있었다. 서울을 시작으로 도쿄를 갔다가 중국 주요 도시를 돈다. 저번 드라마의 중국 시청자 수는 전편을 합치면 10억 뷰가 넘었기 때문에 과히 열풍이라 할만 했다.

당연히 통역이 붙어있었지만 한 박자 늦게 대화가 이루어지는 것은 커뮤니케이션상 조금 불편하게 느껴졌다. 중국어가 어렵기도 하고 중국에 와서 활동하는 한국 연예인들 중 중국어를 자유롭게 말할 줄 아는 이들은 많이 없는 편이다. 중국어를 배워놓으면 확실히 굉장한 이점이 될 것 같다. 게다가 강동현은 기회가 된다면 할리우드도 당연히 진출하고 싶었으므로 영어도 언젠가는 배워야지, 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한국이든 외국이든 좋은 작품을 하고 싶다. 확실히 외국에서는 한국에서는 할 수 없는 종류의 작품을 할 수 있기 때문에 꼭 언젠가는 외국에, 특히 미국에 진출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지금까지 중국에서 꽤 많이 광고를 찍었지만, 한국이랑은 스타일이 달라서 어떤 부분은 약간 촌스럽게 여겨지기도 했다. 하지만 여기는 지역이 넓고 지역마다 색이 달라서 어떤 곳은 또 한국보다도 더 세련되기도 했다.

어쨌든 이렇게 바쁘게 중국에서 광고와 화보 일정을 소화하고는 한국으로 돌아왔다. 병원에 갔더니 황경호가 웃는 얼굴로 맞이했다.

“진짜 포기를 모르시네요, 이 변태 새끼.”

“너… 성격 많이 변했다?”

강동현은 선글라스를 벗으면서 황경호를 쳐다보았다.

“누구 덕분에요.”

1년 넘게 꾸준히 강동현한테 주물러지던 황경호라 이제 처음처럼 좀 주물러졌다고 완전히 우울해지고 그러진 않았다. 오히려 복수심이 솟아올라서 사람이 독해질 뿐이었다. 옷을 갈아입고 치료실로 가니 얌전히 의자에 앉아서 마사지를 받았다. 황경호가 흥, 하고 콧김을 뿜었다. 당연히 이래야지. 이겼다.

“요즘은 좀 어때?”

“뭐가요.”

“기분 말이야.”

강동현은 팔걸이에 팔꿈치를 대고 턱을 가볍게 괸 채 황경호를 쳐다보았다. 약간 피곤해 보인다. 다시 일이 많은가. 황경호는 안부를 묻는 강동현을 힐끗 보았다가 다시 마사지에 집중했다.

“괜찮아요.”

“나 요새 중국에 자주 가있어서 아마 전화하면 거의 국제전화로 넘어갈 텐데….”

“그래서요?”

너한테 전화할 일이 또 있겠냐… 라는 식의 심드렁한 반응이었다. 강동현은 그러든지 말든지 황경호를 보면서 말했다.

“폰 하나 새로 사줄까? 마음에 드는 기종 있어?”

황경호가 황당해서 그의 얼굴을 다시 쳐다보았다. 강동현은 역시 살짝 피곤한지 하품을 했다. 어쨌든 기본적으로 마사지는 기분 좋으니까 말이다.

‘아, 왠지 얘가 전신마사지 해주면 진짜 기분 좋을 거 같은데….’

“국제전화든 뭐든 그냥 할 수 있게. 요금은 내가 낼 테니까.”

“그런 걸 왜 댁이 나한테 사줘요?”

황경호가 여전히 손을 멈춘 채 그를 쳐다보았다. 강동현이 되물었다.

“왜? 싫어? 평소에도 그냥 써도 돼. 그냥 지금 쓰는 거 버리고 내가 사준 걸로 쓰면 되지.”

“아니, 왜 그런 걸 나한테 사주냐구요.”

“사줄 수도 있지.”

황경호는 인상을 팍 구기고는 그냥 입을 다물었다. 금방까지만 해도 기분이 그닥 나쁘지 않아 보이던 그가 강동현이 뭘 사준다는 말에 기분이 나빠진 것 같았다. 강동현은 이해할 수 없었다. 그대로 짧은 15분이 끝날 때까지 황경호는 기분이 안 좋았다.

“끝났습니다. 옷 챙겨입으시고 나가시면 됩니다.”

황경호는 그렇게 말하고는 물건을 정리해 들고 나갔다. 강동현은 탈의실로 가서 옷을 갈아입고 나왔다. 수납은 예전에 한꺼번에 20회 치를 했기 때문에 일일이 계산을 할 필요가 없어 그대로 병원 밖으로 나가면 됐다. 강동현은 선글라스와 마스크, 캡모자를 쓴 채 잠깐 미적거리며 대기실에 앉아있었다. 그리고 황경호가 어디선가 나타나 간호사 휴게실 쪽으로 향하자 몰래 그 뒤를 밟았다. 그가 휴게실 문을 열 때 뒤에서 그의 등을 밀고 들어갔다.

“우앗….”

황경호가 놀라서 뒤를 돌아보았다.

‘얘는 참 이럴 때 소리를 못 지른단 말이야….’

강동현은 씨익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뭐하는 짓이에요…? 여기 들어오면 안 돼요.”

“그러니까 협조해.”

“네?”

강동현은 황경호의 허리를 끌어당겨 금방 닫은 문에 그를 밀어붙였다. 황경호는 기겁을 했다.

“설마… 여기서….”

세상사 설마가 제일 무서운 거 아니겠는가. 강동현이 바지춤을 잡아 오자 황경호는 돌마냥 아무 반응 안 보인다는 작전을 여기서도 실행할 수가 없었다. 황경호는 그를 마구 밀어내며 때렸다.

“싫어 싫어! 이 미친놈아! 죽어도 싫어! 여기… 금방 사람들 온단 말이야!”

“그러니까 협조하라고.”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를 뒤집어서 문으로 꽉 밀어붙였다. 그러면서 그의 바지를 내리고 자신의 성기를 꺼내 그의 엉덩이에 갖다 대었다.

“힉…!”

황경호가 소스라치게 놀라며 자신의 배를 만지고 있는 강동현의 손을 잡았다.

“아으… 이건… 아….”

황경호가 바들바들 떨기 시작했다. 강동현도 조금 놀랐다. 잠깐 멈추었다가 그를 천천히 끌어안았다.

“왜 그래… 너무 떨지 마. 안 넣어.”

그의 귀에 속삭였다. 그러면서 그의 몸을 부드럽게 쓰다듬었다. 그의 턱을 살짝 돌려서 얼굴을 보았다. 소년 같은 얼굴. 전체적으로 피부도 뽀송뽀송하게 부드럽다. 그런 피부가 전체적으로 나이보다 어린 느낌을 준다. 오랜만에 겁먹어서 떠는 모습. 애처로운데 마음을 끈다. 어쩌지, 진짜. 큰일이다. 이상한 페티쉬 생긴 것 같다.

“아앗… 만지지 마요… 하읏….”

금방 마구 강동현을 밀어내고 때려서 그런지 반쯤 힘을 받은 황경호의 성기였다. 강동현은 그의 것을 부드럽게 주물렀다.

“눈 감아….”

귓가에 숨을 불어넣으며 부드럽게 속삭였다. 황경호가 부르르 떨며 저도 모르게 눈을 감는 게 보였다. 자신의 목소리 좋아하는 거 같다는 느낌은 예전에도 몇 번 받은 적 있는데….

“괜찮아… 다 잊어버려….”

부드럽고 여린 볼을 살짝 깨물었다. 그가 또 떤다. 살짝 핥으며 오른손으로 그의 다리 사이를 부드럽게 매만지고 다른 손으로 가슴을 만졌다. 부드럽고 여린 젖꼭지는 생각보다도 만질 맛이 났다. 몇 번 만졌더니 유두가 힘을 받아 뾰족해졌다. 그러자 그가 몸을 조금씩 뒤틀면서 신음을 참지 못했다.

“기분 좋은 것만 생각해… 내 목소리만 들어….”

성기가 완전히 섰다. 움켜쥐어 엄지로 귀두를 문질렀다.

“흐응… 아앙… 잠깐만… 하응… 하으….”

그의 다리 사이에 강동현의 대물을 끼웠다. 그리고 그의 다리를 오므리게 했다. 그대로 강동현이 허리 짓을 시작했다. 그의 커다란 성기가 허벅지와 항문, 회음부, 고환까지 여린 살을 전부 문질렀다.

“하으… 말도 안 돼… 싫어… 앙… 아으응….”

“쉬….”

그러면서 손톱으로 요도를 긁었더니 오히려 엉덩이를 뒤로 빼며 강동현에게 문질러댔다.

“아앙…! 아앗…! 힉! 아…! 아아…!”

황경호는 목소리를 참을 수 없는지 자기 손가락을 깨물었다. 강동현은 잔뜩 흥분해서는 유두를 만지던 손가락을 그의 입속에다 집어넣었다.

“으음…! 음… 응….”

손가락으로 그의 입안을 휘저었다.

“하… 젠장… 부드러워….”

그는 황경호의 성기와 고환을 만지다가 그의 허벅지를 만지고 그의 엉덩이 살을 움켜쥐어 주물렀다. 강동현은 옷을 벗지 않았지만, 황경호의 바지와 팬티는 이미 그의 발목까지 내려가 있었다. 엉덩이에 강동현의 하반신이 부딪치며 출렁거렸다. 강동현도 점점 정신을 놓았다.

“윽… 읏… 아… 넣고 싶어… 젠장… 어떻게 해줄까? 뒤치기? 정상위? 가위 치기? 니가 올라탈래?”

“흐으… 전부 싫어… 미친놈아… 하응… 아앗….”

그의 귓속으로 혀를 밀어 넣었다.

“전부 할 거야… 하아… 전부 할 거라고….”

강동현을 황경호의 얼굴을 돌려 입을 맞추었다. 입을 맞추는 소리와 거친 숨소리가 방안 가득했다. 게다가 절박할 정도로 필사적인 허리 짓이 만드는 소리까지 비밀스럽고 야했다.

“아흐응… 싫어… 아앙….”

입술을 떼고 숨을 몰아쉬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뺨을 깨물고 빨아들였다. 황경호의 다리 사이로 강동현의 체액이 잔뜩 흘러내렸다. 발기부전이 되어서 그런지 그는 한 번 흥분하면 쿠퍼액이 엄청 나왔다. 이러니 안 빼면 바로 전립선염 행인 것이다. 그는 엄지와 다른 손가락으로 가볍게 황경호의 것을 쥐고 검지로 황경호의 귀두를 둥글게 그렸다. 황경호가 가쁜 숨을 내뱉으며 우는 소리를 냈다.

‘아, 집이었으면 좋겠다.’

침대가 있었으면 하루종일 안고 있었을 것이다.

“아앙… 으아앙… 흐응….”

그가 가려고 하면 손을 떼고 가슴이나 엉덩이를 주무르다가 다시 그의 것을 만졌더니 목소리가 점점 더 애달파진다. 강동현은 그를 문에다 꽉 밀어붙이고 그의 살을 마구 깨물었다. 먹고 싶었다. 정말로 그를 깨물어서 다 뜯어 먹어버리고 싶었다.

“하아앙… 정말…! 이제 그만 해요… 하앙… 아앗… 이제 그만….”

강동현이 웃었다.

“가게 해달라는 거야?”

그의 뺨과 귓불과 목과 어깨를 이미 죄다 깨물어놓았다. 잔뜩 빨아서 자국을 만들었다. 한동안 그의 몸에서 강동현의 흔적이 사라지지 않을 정도였는데 한 2주 못했다고 금방 깨끗하게 사라져있었다. 그래서인가. 강동현은 그의 어깨 깃을 전부 내려 그의 날개뼈 근처까지 전부 깨물었다.

“하앙… 아아앙… 으응… 아… 하으… 앙….”

“하아… 큭… 후… 으….”

강동현은 황경호의 것을 꽉 잡아 한 번 쭉 쓸어올렸다. 그러자 황경호의 무릎이 살짝 꺾이면서 눈물을 흘렸다.

“흐응… 그냥 빨리 끝내요… 아앙… 흑….”

이거 좋은데… 강동현은 웃으면서 그를 끌어안았다. 그러면서 속삭였다.

“가게 해달라고 해봐.”

“흐읏… 흐응… 아앙….”

“빨리.”

강동현은 황경호의 손으로 자기 것의 끝을 잡게 했다. 그리고 허리를 계속 흔들었다. 황경호는 짜증이 나서 얼굴을 찌푸렸다. 혼자서 지 맘대로 즐기고 난리가 났다. 황경호는 손을 뻗어 부드럽게 강동현의 뒤통수를 잡아 끌어당겼다. 그의 부드러운 손이 뺨을 스쳐 지나가며 머리카락 속으로 파고들었다. 강동현은 미간을 살짝 찌푸렸다. 좋은데, 이것도… 뭔가 다 좋다. 강동현은 순순히 그가 끌어당기는 대로 끌려갔다. 자신의 머리를 잡은 그의 손을 매만졌다. 허리 짓이 더 가열 차졌다. 갈 것 같다….

“왜….”

강동현은 부드럽게 목소리를 내며 그의 뺨에 자신의 뺨을 비볐다. 황경호는 고개를 돌려 강동현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 젠장… 강동현은 진짜 갈 것 같았다. 그를 꽉 끌어안고 사정하기 시작했다.

“크으으윽….!”

지금까지 중에 가장 오래 그를 만져댄 것 같다. 황경호가 그의 목을 물었다. 애무를 위한 행동이 아닌 게 분명했다. 날카로운 고통이 느껴진다. 하지만 잔뜩 정액이 나오고 있는 중이라 강동현은 그를 밀어내지 못하고 오히려 더 끌어안으며 낮은 신음을 흘렸다. 그는 황경호의 부드러운 허벅지 사이에 자신의 것을 비벼대며 그의 사타구니에 자신의 체액을 잔뜩 발랐다. 황경호의 손으로 강동현의 성기를 만지게 하며 그의 손에 정액을 잔뜩 묻혀 그의 배와 가슴에 발랐다.

“이제 떨어져요….”

황경호는 강동현의 목을 놓아주며 말했다. 강동현은 황경호의 목덜미에 얼굴을 파묻었다.

“아프잖아….”

강동현은 힘 빠진 목소리로 그렇게 말했다. 그의 다리가 꺾이면서 체중을 기대어왔다.

“무거…워요…!”

“너 안 갔잖아….”

“잠… 읏… 아앙…! 아… 만지지… 흐앗…! 하아아앙….”

그렇게 잠시 뒤, 간호사 휴게실에서 두 손으로 얼굴과 목덜미를 가린 간호사 하나가 황급히 걸어 나와 화장실로 향했고, 그 후 몇 분 뒤 선글라스를 낀 남자가 느긋하게 목을 주무르며 걸어 나왔다.

*

“자.”

“뭐…뭐예요?”

마사지기를 무슨 무기처럼 들고 있는 간호사에게, 강동현은 선물을 던졌다. 듣도 보도 못한 브랜드 이름이 적혀 있는 고급스러운 쇼핑봉투였다. 황경호는 안에서 족히 가로 30~40cm 정도는 되는 상자를 꺼냈다. 뭐지… 뚜껑을 열어보았다.

형형색색의 팬티가 담겨있었다.

그는 뚜껑을 닫고 그걸로 강동현을 때렸다.

“죽어! 죽어! 왜 살아! 죽어!”

“아, 왜! 어차피 계속 사야 할 거 아냐! 어차피 내가 가져갈 거 내 취향으로 좀 사겠다는데!”

그러다가 팬티 상자가 열려서 팬티가 우수수 떨어졌다. 족히 30벌은 넘었다. 도대체 이 인간이 얼마나 황경호의 팬티를 가져가고 싶어 하는지, 그 열망이 느껴진다. 게다가 팬티 종류는 또 엄청나게 마니악하다…. 덜렁거리는 걸(?) 싫어해서 브리프밖에 안 입어본 황경호였다. T팬티, 레이스팬티, 실크팬티, 삼각팬티, 밑에 구멍이 뚫린 팬티, 스타킹 등등 오만 종류의 팬티가 쏟아졌다. 황경호는 얼굴을 확 붉히며 얼른 주저앉아 그걸 상자 안에다 쑤셔 넣었다.

“그냥 내가 죽자. 내가 죽어야지.”

“죽긴 왜 죽어.”

그러면서 강동현은 어느샌가 새카만 레이스 티팬티를 손에 들고 다가왔다. 진짜 손 반 뼘도 안 될 거 같은 작고 야한 속옷이었다. 강동현은 그것을 황경호의 얼굴 근처에서 흔들었다.

“어때? 예쁘지? 입고 싶지 않아?”

“진짜 임포들은 다 변태라더니만…! 이러니까 여자친구가 도망가죠!”

그러자 강동현이 인상을 쓰면서 대꾸했다.

“내가 여자친구한테 이런 변태 같은 짓을 왜 해.”

뻔뻔하기로는 이 남자를 따라갈 수가 없다. 아직 팬티들을 다 주워 담지도 못했는데 강동현이 슬금슬금 옷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하아… 나 내일까지 한국 있는데… 우리 집에 가자. 응?”

“미, 미쳤어요? 아…! 으… 손 빼, 이 미친놈아!”

“이제 좀 포기할 때도 됐잖아? 그냥 편하게 하자… 응?”

“포기는 너나 해!”

“이거 입고… 우리 집에 와라….”

변태 같은 숨소리를 내며 황경호한테 집적거리는 강동현이었다.

“우앗…! 잠깐만…!”

그는 황경호를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쑥 벗겼다. 그대로 한쪽 무릎을 꿇은 채 올려다보았다. 황경호는 순간 기분이 묘해서 그를 걷어차지 못했다. 자신의 앞에 마치, 마치 복종하듯이 무릎을 꿇고 있는 강동현이었다. 뭐야… 약간 미추가 간질간질하다.

“잘 어울리네.”

“…!!”

강동현은 그새 황경호에게 그가 손에 들고 있던 검은색 레이스 티팬티를 입힌 것이다. 엄청나게 작아서 강동현이 황경호의 것을 모아서 자리를 잡아 겨우 그 코딱지만 한 팬티 안에 정리해 넣었다.

“으… 하으….”

너무 부끄러워서 얼굴이 확 붉어졌다. 다른 곳도 아니고 직장에서… 문 한 짝만 지나가면 사람들이 우글우글했다. 황경호는 어깨까지 빨개져서 자신의 바지를 찾았다.

“진짜… 변태… 흑….”

얼굴이 너무 빨개서 손대면 빨간 물이 나올 것 같았다. 강동현은 그런 그가 굉장히 마음에 들었다. 강동현은 그를 끌어안았다. 그의 엉덩이 양쪽을 꽉 잡고 자신의 쪽으로 끌어당긴 것이다. 맨손에 닿은 그의 살결이 환상적이다. 강동현은 음흉하게 웃으며 그의 엉덩이를 쪼물딱거렸다.

“진짜 하지 마요….”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지 강동현의 두 손목을 꽉 잡고는 그의 어깨에 얼굴을 파묻듯 얼굴을 숨겼다. 강동현은 그의 귓불을 깨물며 속삭였다.

“흐응. 왜 이러실까. 바락바락 대들어보지?”

위에는 하얀색의 간호사복에 아래는 새카만 레이스 티팬티다. 무슨 야동에서나 나올 법한 시츄에이션 아닌가. 강동현은 자신의 다리 한쪽을 그의 다리 사이에 넣어 그의 성기를 꾹 눌렀다. 황경호가 강동현의 팔뚝을 주먹으로 쳤다.

“팬티 하나 가지고 이래? 이거보다 야한 것도 많은데.”

“진짜 이 변태가….”

“귀엽네.”

부끄러워하는 그가 귀엽다. 강동현은 반창고를 뜯어서 다시 그의 뺨을 깨물었다. 그가 인상을 팍 찌푸리며 참았다. 멍든 곳을 또 물었으니 엄청 아플 것이다. 두 손 가득 들어오는 그의 엉덩이를 마음껏 주물거렸다.

“으… 싫어… 싫다니까… 하으… 이런 거 싫어….”

부끄러워서 울 것 같다. 아, 이런 데 진짜 약하구나. 진짜 울겠는데. 강동현은 씨익 웃으면서 키스했다.

“알았어. 오늘은 이 정도만 할 테니까….”

그는 장난기 가득한 얼굴로 황경호가 입은 팬티 끈을 잡아당겼다가 탁 놓았다.

“우리 집에 가자.”

“싫어요.”

강동현은 있으나 하나 끈 사이로 한 손을 넣어 다시 엉덩이를 주물거렸다. 한 손은 아까 그대로 엉덩이를 잡고 있었고 말이다. 끈이 거기를 조였다. 황경호는 진짜 얼굴이 토마토 같아졌다.

“가자.”

“싫다니까!”

황경호는 강동현을 확 밀어내고는 바지를 입었다. 하지만 나갈 수가 없었다. 여전히 치료실 바닥은 팬티투성이였기 때문이다. 저걸 치워야 했다.

“빨리 나가요. 치워야 돼요.”

강동현은 선글라스를 썼다. 그러면서 여전히 티팬티를 입고 바지를 끌어올린 황경호의 붉은 얼굴을 보았다. 씨익 웃으며 그의 뺨을 감싸 입을 맞추었다.

“기다린다.”

그러면서 아까 벗긴 팬티를 흔들었다. 황경호는 그걸 낚아채려고 했으나 강동현이 빨랐다. 그는 탈의실로 향했다. 황경호는 움직일 때마다 빠져나올까 봐(?) 조마조마하며 치료실을 정리했다.

‘아으… 진짜 죽여버리고 싶어….’

죽고 싶다… 팬티로 가득한 선물상자를 간호사 휴게실의 락커에다 집어넣었다. 그리고 팬티를 새로 사러 가려고 했으나, 오늘 하루종일 왜 이렇게 바쁜지 사러 갈 새가 없었다. 그래서 병원이 끝날 때까지 계속해서 그 조그마한 팬티에 그의 모든 것을(?) 의지해야 했다. 겨우 7시쯤에 도망치듯 병원을 나왔을 땐 그 변태가 한 말 따윈 까맣게 잊고 얼른 집에 가야 한다는 생각으로 가득했다.

그때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화면을 보고서야 그게 기억났다. 바로 끊고 지하철역으로 향했다. 누군가가 등 뒤에서 손목을 잡았다.

“앞에 차 세워뒀는데 어디 가.”

“…….”

진짜 기다렸나 보다. 황경호는 그의 손을 뿌리치고 가려고 했다. 강동현은 그의 허리춤을 잡아끌었다. 혹시 팬티가 보일까 봐 황경호는 황급히 바지춤을 잡고는 강동현에게 질질 끌려갔다.

“사람 많다. 힘쓰지 말자.”

“아… 진짜… 아….”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소리를 질러 자신을 지킬 수 있을 정도로, 황경호는 자기애가 강하지 못했다. 그렇게 간단히, 많은 사람들의 가운데서 황경호는 납치됐다.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