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 만남 (2) (3/13)

1. 만남 (2)

“미친놈, 개새끼, 처죽일 놈, 짐승만도 못한 놈, 죽어, 죽어!”

“와, 무서워. 유나야. 너무 무섭다.”

지운이 싱글벙글 웃는 낯으로 발버둥 치는 유나를 가볍게 소파 위에 던졌다. 지운의 능력으로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묶인 유나가 어떻게든 그것에서 풀려나기 위해 안간힘을 다했다.

“미친놈, 개새끼, 처죽일 놈, 짐승만도 못한 놈, 그쪽, 당신, 야, 아니라 지운 씨.”

“우리 엄마한테 어떻게 그럴 수 있어? 그런 식으로 굴 거 없었잖아! 내가 당신네 엄마한테 그랬으면 당신 기분이 좋겠어?”

제 눈앞에서 나동그라진 엄마를 다시 떠올린 유나의 얼굴이 더욱 새빨갛게 달아올랐다. 제게 함부로 구는 것도 참을 수 없었지만, 더 참을 수 없는 것은 제 엄마에게 그리 함부로 굴었다는 것이었다. 도무지 용서할 수 없었다.

이 인간에게 인간의 상식, 감정이란 게 없는 건가? 아니, 한국에서 태어나 자란 한국인이 맞는 건가? 제 엄마가 아니라 하더라도 적어도 어른에게 그리 굴어선 안 되는 것이었다.

“와. 유나야. 네 아버지가 내 연락처를 어떻게 알았지?”

지운이 울리는 제 스마트폰을 내려다보며 고개를 갸웃했다. 그는 울리는 전화를 끊고는 길게 장문으로 온 메시지를 확인했다. 너무 길어서 확인하지 않았지만, 대충 유나를 다시 집으로 돌려보내 달라는 내용이었다.

“네 아버지가 너 돌려달라는데?”

“아빠…….”

유나가 중얼거렸다. 결국 엄마가 아빠에게 이야기를 한 모양이었다. 웬만해선 아빠와 말도 잘 섞으려 하지 않는 엄마인데. 그만큼 지금 이 상황이 심각하다는 걸 증명하는 것이기도 했다.

“지운 씨. 얘기 좀 해요.”

우선 유나는 제 행동을 달리하기로 마음먹었다. 저 미친놈은 싫다, 안 된다, 이런 거절의 말을 알아듣지 못하니 비위를 맞추는 척이라도 해야 제 말을 들어줄 것 같았다. 오빠 소리는 죽어도 싫으니 지운 씨라고 불렀다.

“우와, 설레. 유나야.”

씨발, 짜증 나……. 유나는 차오르는 욕지기를 참으며 반항을 멈추고서 침착한 목소리로 이야기를 이어 나갔다.

“가이딩이 필요하면 해 드릴게요. 해 드릴 테니까, 그 대신 각인만은 참아 줘요.”

“으음. 왜? 넌 내 가이드인데.”

“아무리 상성이 잘 맞다 해도…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았는데 이렇게 바로 각인까지 하기엔… 제 마음이 아직 준비가 되지 않았어요. 준비할 시간을 주시면 안 될까요?”

어떻게든 살살 구슬려 여기서 빠져나가고, 그다음을 생각하면 된다. 유나는 그리 생각하며 지운의 표정을 샅샅이 살폈다.

“그럼 가이딩이 필요할 때마다 내 옆에 있을 거야?”

“…….”

저 말인즉슨, 퇴사를 하고 제 옆에 꼭 붙어 있을 수 있냐는 소리였다. 죽어도 싫었다. 왜 내가 저 새끼 때문에 2년 동안 잘 다닌 직장을 그만둬야 한단 말인가. 하나 그래도 각인하는 것보단 나았다. 유나는 망설이다가 이내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평생 내 옆에 있겠다는 소리네?”

평생……. 유나가 할 말을 잃고 허, 멍하니 입을 벌렸다. 이 남자에겐 중간이 없었다. 극과 극이었다. 이런 미친놈을 어떻게 상대해야 하지? 병원 일을 하면서 가지각색의 진상과 미친 인간들을 만났지만 이런 식으로 미친 인간은 처음이었다.

유나는 대답을 회피하며 우선 어색하게나마 입꼬리를 올렸다.

“안 도망칠 테니까, 이거 좀 풀어 주면 안 돼요? 너무 답답하고 불편해요. 아님 부모님한테 연락이라도 좀 하게 해 줘요.”

“너 우리 집에 있다고 내가 대신 연락 드렸는데, 또 연락할 게 있어?”

“제가 직접 연락해야 걱정을 안 하죠.”

“그런가? 그러면… 음, 내 폰으로 전화해. 스피커폰 켜고.”

짜증 나……. 유나는 울며 겨자 먹기라고, 우선 고개를 끄덕였다. 부모님 번호를 외우고 있었으므로 유나는 지운의 스마트폰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내 딸 돌려주세요.

전화를 받자마자 엄마가 말했다. 유나가 떨리는 목소리로 엄마, 하고 불렀다. 스마트폰 너머로 엄마의 흔들리는 숨소리가 들렸다.

―유나야, 너 괜찮아?

“응. 나 괜찮아. 일단… 하루는 여기 있다가 갈게. 출근도 할 거고… 아무 걱정 하지 마.”

―…정말이야?

미심쩍은 목소리가 들렸다. 믿지 않는 게 뻔한 목소리였다. 하긴, 투명 장벽을 깔아 놓고 제 딸 명치에 주먹을 넣은 인간과 딸이 같이 있는데, 어느 부모가 괜찮다는 말을 곧이곧대로 믿을까.

“응. 걱정하지 마. 무슨 일 있으면 내가 꼭 연락할 테니까.”

―…알겠어.

엄마는 다행히 유나의 뜻을 알아차린 것인지 수긍의 대답을 했다. 남은 건 지운에게 요구하는 것밖에 없었다. 뚝, 전화를 끊은 유나가 지운을 바라보며 당당히 요구했다.

“자, 이제 풀어 주세요. 그리고 많은 거 안 바라요. 각인 안 하고, 출근 좀 하고, 네? 집에서 살고. 그게 다예요.”

“응, 안 돼.”

지운이 거절하며 묶여 있는 유나를 들었다. 지운의 어깨에 짐짝처럼 올라간 유나가 악 소리를 질렀다.

“뭐 하는 거예요, 지금?”

“너 방에 데려다주려고.”

지운이 어떤 방문을 벌컥 열더니 그곳에 있는 침대에 유나를 눕혔다.

“도망 안 친다니까?! 풀어만 달라고!”

“진짜? 도망 안 쳐?”

“안 칠게! 안 칠 테니까 이것만 좀 풀어 줘.”

“으음… 우리 유나, 거짓말 잘하는데. 믿고 싶어지네.”

“믿어 봐, 좀…….”

유나가 간절하게 말했다. 온몸이 보이지 않는 무언가에 묶인 채, 눈만 움직이고 목소리만 낼 수 있는 건 무척이나 불편하기 짝이 없었다. 진짜 짜증 나는 능력을 가지고 있는 새끼였다.

“으음… 알겠어. 이번 한 번만 믿을게.”

지운의 말이 끝나자마자 유나의 몸에 자유가 돌아왔다. 유나는 우선 후하, 크게 숨을 들이마시고는 고개를 돌려 주변을 살폈다. 사람이 사는 흔적이 보이는 넓은 방이었다. 침대까지 있는 걸로 보아 손님 방은 아니고… 정지운의 방인 듯했다.

“당신 방이에요?”

“응. 근데 유나야, 당신 말고…….”

“나는 어디서 자라고요?”

몇 번을 들어 지겨운 그 말을 잘라 내고 질문부터 했다. 지운은 제 말을 끊은 유나가 못마땅한 듯 눈을 가늘게 떴다.

“여기서 나랑 같이 잘 거야.”

“아…….”

유나가 짧은 탄식과 함께 눈을 감았다가 떴다. 남녀가 같이 자면 으레 일어나는 일에 대해 28년을 산 정지운이 모를 리도 없고. 유나는 단도직입적으로 물었다.

“그러다 덮치려고요?”

“왜? 그러면 안 돼? 그게 제일 효과가 좋은데.”

미쳤어. 유나는 입을 쩍 벌렸다가 바로 닫으며 고개를 저었다.

“천천히, 천천히 해요. 저는 아직 가이딩을 어떻게 하는지도 모르는걸요.”

“드라마만 봐도 나오는걸. 스킨십. 몸만 대고 있으면 돼. 제일 좋은 건 섹스지만.”

유나는 아직 경험이 부족했다. 스무 살 때, 잠깐 사귄 남자 친구와 몇 번 해 본 게 끝이었다. 하면서 느낀 건 소설에서 떠들던 건 과장된 거구나, 그런 비슷한 감상이었다.

그때의 경험도 남자 친구라서 한 거지, 아니었으면 하지도 않았을 것이다. 더더군다나 이제 만난 지 얼마 되지도 않은 에스퍼와 섹스를 한다고? 미치고 팔짝 뛸 노릇이었다. 실제로 유나는 지운과 대화를 나누다 화가 나서 몇 번 펄쩍펄쩍 뛴 적이 있었다.

“일단 씻을래? 여기 방 안에 욕조 딸려 있어. 나는 거실에 있는 욕실 쓸 테니까 편하게 씻어. 옷장에 있는 옷 아무거나 입어도 되고.”

좆 됐다. 지운이 방문을 닫고 나가자마자 유나는 생각에 몰두했다. 정지운이 씻고 있을 때를 틈타서 도망치는 건 어떨까……? 다시 잡힐 게 분명했지만, 그래도 오늘 당장 몸을 섞기엔 마음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말로 해서 들어 먹지를 않으니 도망밖에 답이 없었다.

그래, 도망치자.

유나는 욕실 문을 열고 샤워기 물을 틀었다. 일부러 씻는 척하려는 것이었다. 문고리를 돌리자 다행히 문이 열렸다. 밖에서 잠그는 게 아니라 다행이었다. 정지운도 씻고 있는지 거실에 딸린 욕실에서 희미한 물소리가 들렸다.

바로 나가면 들킬 테니까, 조금만 기다렸다가 가야지. 유나는 마음속으로 초를 셌다. 일, 이, 삼, 사, 오, 육, 칠… 오십구, 육십. 육십까지 센 다음 유나는 살금살금 걸어 중문 앞까지 다다랐다. 그리고 중문을 열려는 순간.

“유나야.”

바로 뒤에서 목소리가 들렸다. 유나의 동작이 그대로 멈췄다.

“유나는 거짓말쟁이.”

지운이 등을 돌리고 서 있는 유나의 어깨를 잡아 돌렸다. 지운은 속상한 듯 눈꼬리를 내려트리고선 입술을 삐죽 내밀었다.

“봐, 믿으면 뭐 해. 조금만 틈을 주면 도망가는데. 그렇지, 유나야?”

“어…….”

할 말이 없었다. 유나는 눈만 끔뻑거리며 지운의 눈치를 보다가 변명을 하기 위해 머리를 굴렸다.

“집, 집 좀 구경하려고 했죠…….”

“말도 안 되는 소리는 하지 말고. 이제 화도 안 나네.”

“…….”

“나랑 같이 씻자, 그냥.”

지운이 유나의 어깨에 팔을 두르며 거실에 있는 욕실로 이끌었다. 욕실에 도착하자마자 왜 자신이 들켰는지 깨달았다. 정지운은 그냥 욕조에 물만 받고 있었던 것이다. 바로 씻지 않고.

개같은. 유나가 입 속으로 욕을 중얼거리며 옷을 하나둘 벗기 시작하는 지운에게로 고개를 돌렸다.

“유나야, 너도 벗자.”

“…꼭 같이 씻어야 해요?”

“응. 따로 씻으면 유나는 또 도망칠 거잖아. 그렇지?”

“…….”

유나는 입을 다물고 그냥 옷을 벗기 시작했다. 쟤는 남자가 아니다. 무생물이다. 그냥 에스퍼다. 에스퍼다. 그렇게 머릿속으로 되뇌며.

하나 옷을 다 벗고 나니 부끄러움이 해일처럼 몰려왔다. 남자 앞에서 나체로 선 건 굉장히 오래간만이었다. 유나는 차마 지운의 몸을 보지 못하고 고개를 숙여 지운의 발끝만 바라보았다. 발톱이 가지런했다.

“유나야. 바닥이랑 키스하려구?”

지운이 웃으며 유나의 어깨를 감싸 쥐었다. 유나가 몸을 움찔, 떨었다.

“너무 그렇게 긴장 안 해도 돼. 나는 욕조에 몸 담그고 있는 거 좋아하는데, 우리 유나도 같이 담그고 있자.”

지운이 먼저 욕조에 몸을 담갔다. 그러고는 유나의 손목을 잡아 이끌어 제 몸 위에 유나를 올렸다. 유나는 맨살에 느껴지는 남자의 피부에 소름이 돋았다. 그리고 엉덩이 사이로 닿는 무언가… 때문에 더욱 소름이 돋았다.

“추워? 물 따뜻하지 않아?”

“네, 따뜻해요…….”

유나가 중얼거리며 물속으로 몸을 묻었다. 뽀글뽀글, 입으로 장난을 치자 지운이 웃으며 유나의 머리카락에 물을 끼얹었다.

“우리 유나는 거짓말도 잘 치고, 장난도 잘 치고. 변한 게 없네.”

지운이 유나의 머리카락에 물을 끼얹다가 이어 그녀의 머리카락에 입을 쪽, 맞췄다.

“머리 감겨 줄까?”

“…마음대로 하세요.”

“응, 그럼 여기 기대고 목의 힘 풀어 봐.”

지운이 하란 대로 욕조에 기대고 목의 힘을 풀자, 지운이 정성스레 유나의 두피를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제법 시원했다. 절로 긴장했던 몸이 이완되면서 편안해졌다. 정지운이랑 같이 있는데 편안하다니. 아이러니한 일이었다.

그렇게 마사지를 하던 지운이 유나의 머리카락에 샴푸를 칠했다.

“거품 안 들어가게 눈 감고.”

“…네.”

유나가 눈을 완전히 감았다. 완전히 감자 온 감각이 두피로 집중됐다. 머리를 시원하게 마사지해 주는 손길과 달콤한 샴푸 향이 코끝을 스쳤다. 오래도록 마사지를 해 준 지운이 샤워기 물을 틀어 혹여라도 귀에 거품이 들어갔을까, 유나의 귀부터 씻겨 주었다.

“물 온도 어때?”

“괜찮아요.”

왜 머리를 감겨 주는 걸까. 유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손길이 기분 나쁘지 않아서 가만히 있었다.

“몸도 씻겨 줄까?”

“몸은 제가 할 수 있어요. 그러니까 당신도 어서 씻어요.”

“당ㅅ…….”

“아, 여기 샴푸 향이랑 보디 워시 향이 좋네요.”

유나가 말을 자르며 몸에 보디 워시를 칠했다. 냄새가 좋긴 좋았다. 지운이 흠, 하며 어깨를 으쓱였다.

“우리 유나, 말 자르기 신공이네.”

유나는 무시하고 몸에 보디 워시를 빠르게 다 칠하고 물로 헹구었다. 발도 깨끗하게 씻었다.

“다 씻었으면 나가도 돼요?”

“아니? 기다려.”

그럴 줄 알았다. 유나는 하아, 한숨을 쉬고선 욕실 가장자리에 기대섰다. 어느새 긴장감과 부끄러움은 사라지고 없었다. 그제야 유나는 고개를 돌려 지운의 몸에 시선을 고정했다. 딱 벌어진 어깨와 넓은 가슴, 복근을 가로질러 있는 기다란 상처, 그리고…….

유나의 시선이 멈췄다. 몽둥이처럼 기다랗고 두꺼운 것이 그녀를 향해 곧추서 있었다.

“뭐야……?”

유나는 저도 모르게 소리 내 물었다. 머리를 다 감고 몸에 보디 워시를 칠하고 있던 지운이 고개를 갸웃하더니 유나의 시선을 따라 눈을 내렸다. 그러고는 웃었다.

“아, 이거? 자지지. 뭐긴 뭐야, 유나야.”

“제발 단어 선택 좀…….”

“자지를 자지라고 부르지, 뭐라고 불러.”

미치겠다. 유나는 끔찍하다는 듯 한 손으로 눈을 가리며 한숨을 내쉬었다. 지운은 유나의 그 반응이 웃긴지 하하 소리 내어 웃으며 곧추선 제 성기를 손으로 위아래로 만지며 훑었다.

“너 보니까 섰네.”

“…….”

“가슴이 크고 예뻐서.”

유나는 바로 선반에 있는 수건을 꺼내어 몸을 닦기 시작했다. 빨리 욕실에서 나가고 싶었다.

조금이라도 더 여기 있다간 욕실에서 한바탕하게 될지도 모른다는 예상이 들었다. 백 퍼센트였다.

“잠시만, 유나야. 너 양치해야지.”

유나가 자리를 벗어나려는 기색이 보이자 지운이 거품 물을 헹구며 선반에 있는 칫솔을 가리켰다. 그제야 유나는 양치는 물론이고 세수도 하지 않았다는 걸 깨달았다. 화장을 지워야 했다.

유나는 우선 지운이 가리킨 새 칫솔을 꺼내 치약을 짠 다음 양치를 시작했다. 몸을 다 씻은 지운도 따라 양치를 시작했다.

“유나야. 거울 보면서 해야지.”

지운이 유나의 손을 잡아 세면대 앞으로 끌고 왔다. 지운은 거울에 비치는 유나의 몸을 빤히 바라보며 양치를 했다. 그 시선이 따갑고 신경 쓰여서 유나는 하마터면 양칫물을 삼킬 뻔했다.

유나는 황급히 양칫물을 뱉고 세면대 탁상 위에 있는 클렌징 폼으로 세수를 했다. 어차피 화장이라고 해 봤자 파운데이션이 다였다. 클렌징 오일이나 워터를 쓰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다.

빨리 나가고 싶은 마음에 유나는 대충 마무리를 한 다음 수건으로 얼굴을 닦았다. 유나가 황급히 욕실 밖으로 나가려고 하자 아직 양치를 끝내지 않은 지운이 유나의 팔목을 잡아 말렸다.

“유나야, 왜 또 도망쳐.”

“도망 안 치게 생겼어요? 그런 눈으로 계속 내 몸을 보는데!”

“그러게 아까 따로 씻게 해 줬을 때 도망치지 말지 그랬어.”

유나가 지운을 죽일 듯이 노려보았다. 그 시선에 지운이 과장스럽게 무서운 척하며 한 손으로 입을 가렸다. 그게 더 짜증 나서 유나는 째려보는 시선을 거뒀다.

결국 유나는 지운이 양치와 세수를 모두 마칠 때까지 욕실 밖으로 나갈 수 없었다. 지운은 세수를 끝낸 다음 수건으로 제 얼굴을 닦기 전에 유나의 몸을 훑으면서 말했다.

“물기 제대로 안 닦였잖아. 제대로 닦아야지, 유나야.”

그러고는 수건으로 물기가 아직 남아 있는 유나의 몸을 꼼꼼하게 닦아 주기 시작했다. 꼭 하는 게 엄마와 똑같았다.

대충 살자, 라는 모토로 사는 유나와 달리 유나의 엄마는 계획적이고 꼼꼼한 편이었다. 떠오른 엄마 생각에 유나는 조금 시무룩해졌다.

유나의 몸에 있는 물기를 다 닦고, 지운 또한 몸을 다 닦은 뒤에야 유나는 속옷을 입을 수 있었다. 바지를 꿰어 입으려고 하자 지운이 고개를 갸웃하며 물었다.

“안 불편해?”

“뭐가요?”

“똑같은 옷 또 입는 거. 새 옷 있는데. 여자 속옷은 없어도. 어차피 잘 거면 잠옷 입어야 하잖아. 줄까?”

“…네.”

“응.”

지운이 유나의 손을 덥석 잡았다. 유나는 옷을 입지 않은 채 알몸으로 걷는 지운의 뒷모습을 보며 탄식했다. 꿈틀거리는 등 근육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고, 그다음으로 걸을 때마다 슬쩍 보이는 다리 사이의 무언가가 눈에 들어왔다. 저 사람은 부끄러움도 없구나. 여러모로 미쳤다. 그런 생각이 들었다.

“자.”

지운이 유나의 무릎까지 오는 기다란 티셔츠를 줬다. 유나는 키가 작아서 키가 큰 정지운의 티셔츠만 입어도 아랫도리가 다 가려졌다.

“작다. 유나 키 몇이야?”

“155cm요…….”

“어쩐지 작더라.”

유나는 저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지운을 노려보았다. 크다고 자랑하냐? 확 짜증이 났다.

“몇인데요?”

“나? 185cm.”

저보다 30cm는 컸다. 그렇구나, 하고 있는데 지운이 이상한 소리를 했다.

“섹스할 때 안 불편하려나? 키 차이 많이 나면.”

“…네?”

“유나 허리 밑에 베개를 깔고 해야겠다.”

“…….”

유나가 말을 잃었다. 그녀는 잠시 어안이 벙벙한 표정으로 지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친 지운이 눈을 휘면서 웃었다. 구김살 없이 예쁜 미소였다. 그래서 더 어이가 없었다.

“진짜… 할 거예요?”

“응. 하면 안 돼?”

“안 되죠. 당연히……. 제가 싫다니까요? 아직 준비가 안 됐어요.”

“그럼 넣진 않을게.”

미치겠네. 유나는 어서 이 화제에서 벗어나야겠다고 생각했다. 유나가 어색하게 웃으며 거실을 가로질렀다. 똥이 무서워서 피하냐? 더러워서 피하지.

“아~ 목마르다. 뭐 마실 거 없어요? 목이 마른데!”

“얼음물 줄까?”

“네.”

얼어 죽어도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외치는 유나는 얼음물 소리에 바로 대답했다. 지운이 기다려 봐, 하더니 정수기를 이용해 얼음물을 받아 유나에게 건넸다.

유나가 물을 쭉 들이켜고 얼음을 입 안에 넣고 굴리자 지운이 웃으며 말했다.

“섹시하다, 유나야.”

“푸읍…….”

유나가 먹던 얼음을 뱉었다. 지운이 쯧, 혀를 차며 휴지로 유나가 바닥에 흘린 얼음을 주웠다.

“먹다가 뱉으면 어떡해.”

“안 뱉게 생겼어요?”

허리를 구부렸다가 다시 일어서려던 지운이 그대로 동작을 멈췄다. 고개를 숙인 채 어딘가를 보고 있었다. 시선의 끝은 제 다리 사이였다.

“미쳤어요, 진짜?”

“사실 아까부터 네 아래, 계속 빨고 싶었거든.”

“변태예요?”

“응. 나 변태 맞아.”

지운이 허리를 곧게 펴고 유나에게로 가까이 다가갔다. 유나는 어, 어, 어, 하면서 뒷걸음질 쳤다. 싱크대에 등이 부딪혔다. 몸을 옆으로 틀어 도망가려고 하자 지운이 어깨를 잡아 저지했다. 그러고는 곧바로 고개를 틀어 유나의 입술에 입을 맞췄다.

“으읍……!”

당황한 유나가 입술을 벌리자 지운의 혀가 기다렸다는 듯 잇새 사이를 뱀처럼 파고들었다. 들어온 혀가 유나의 혀를 휘감았다.

“흣…….”

그가 여러 방향에서 혀를 휘감았다. 능숙한 솜씨에 유나는 저도 모르게 신음을 흘렸다. 유나가 키스에 정신이 팔린 사이, 지운의 손이 자연스럽게 티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으응!”

뒤늦게 눈치챈 유나가 저지하려고 했으나 순식간에 파고든 손에 브래지어의 훅이 풀렸다. 풀린 브래지어가 바닥에 툭, 떨어졌다. 지운이 키스를 이어 나가면서 티셔츠를 위로 끌어 올렸다. 가슴이 훤히 드러났다. 지운이 가슴을 보고선 활짝 웃었다.

“예뻐.”

그가 한 손으로는 유나의 뒤통수를 받치고, 다른 한 손으로는 풍만한 가슴을 움켜쥐었다. 커다란 손에 가슴이 한가득 들어찼다.

“부드럽네.”

그가 입술을 떼며 말했다. 그제야 입이 자유로워진 유나가 화를 냈다.

“왜 갑자기……!”

“기분 좋아, 유나야.”

그가 유나의 말을 무시하고는 고개를 내려 유나의 가슴을 빨았다. 마치 아이가 젖을 빨 듯 쪼옥, 빨아들이는 광경에 유나의 볼이 빨갛게 물들었다. 보는 것조차 민망했다. 유나는 제 가슴 둔덕에 파묻힌 채 열심히 입술과 혀를 움직이는 지운을 내려다보며 싱크대를 꽉 잡았다.

이상했다. 분명히 저 남자는 저를 여기에 강제로 가둬 두고, 엄마에게 함부로 굴고, 저를 가이드로만 보는 에스퍼인데… 기분이 좋았다.

유나는 신음을 참기 위해 아랫입술을 깨물었으나 참지 못하고 으응, 신음했다.

“듣기 좋아, 유나야.”

“흐으, 그만, 빨아…요…….”

“왜. 맛있는데.”

지운이 풍만한 가슴살을 베어 물 듯이 물었다가, 이내 정점으로 혀를 옮겨 쿡쿡 찌르듯이 눌렀다. 유나의 허리가 튀었다.

“아으응…….”

“가슴이 민감하네, 우리 유나.”

이번에는 지운이 유두를 혀끝으로 꾸욱, 눌렀다. 그러자 유나가 자지러지듯 신음하며 바르르 떨었다.

“하으으응!”

입으로 열심히 가슴을 빨고 유두를 핥는 지운이 손을 내려 유나의 팬티를 자연스레 벗겼다. 유나조차 벗겨지고 나서야 깨달았을 정도로 순식간이었다.

“젖었네.”

지운이 검지와 엄지로 유나의 아래를 잡아 벌렸다. 지운의 말대로 애액으로 흥건했다. 지운은 일부러 그 애액을 손가락에 듬뿍 묻히고선 유나의 유두에 발랐다.

“으응, 뭐, 하는, 거, 예요……!”

애액을 혀끝으로 맛본 지운이 눈을 접어 사르르 웃었다. 구름 같은 미소였다.

“맛있어.”

그러고는 고개를 완전히 내려 유나의 다리 사이에 얼굴을 들이밀었다. 안 된다고 말하려는 순간, 그의 입술이 유나의 아래에 완전히 파묻혔다.

“헉…….”

유나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입술이 조그맣게 솟아오른 살을 꾹 누른 순간,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밭은 숨만 나왔다.

지운은 능숙하게 혀로 클리토리스를 꾹 누르고 그 주위의 살을 핥았다. 싱크대를 쥔 유나의 손이 하얗게 물들었다. 과한 쾌락은 흡사 고통과 같다고 했나. 유나는 이제 고통스러웠다. 고개를 젖히고서 미친 듯이 고개를 저었다.

“싫, 어, 하앙! 그, 만……!”

밑에서 찰박거리는 물소리가 났다. 지운은 쉬지 않고 살에 입술을 비비고 혀끝으로 클리토리스를 꾹 눌렀다. 혀는 강약 조절을 쉼 없이 하며 유나를 들었다 놨다 반복했다.

유나가 참지 못하고 싱크대를 쥐고 있던 손으로 지운의 머리카락을 움켜쥐었다. 까만 눈 색만큼이나 까만 머리카락이 그녀의 손가락 사이로 삐져나왔다.

“히익, 흐! 아앙, 으!”

누군가 이렇게 아래에 얼굴을 파묻고 빨아 준 것은 처음이었다. 유나는 지운의 머리카락을 잡고 고개를 완전히 젖히며 몸을 달달 떨었다. 발가락이 절로 곱아 들었다.

“흐윽, 앙!”

“아, 어떡하지…….”

아래를 정성스레 빨던 지운이 고개를 위로 들었다. 입술이 타액 범벅이었다.

“나, 박고 싶은데.”

유나는 그제야 지운의 흉흉한 성기가 눈에 들어왔다. 이미 선단이 쿠퍼액으로 흠뻑 젖어 있었다. 유나의 눈길을 받은 그것이 더욱 꺼떡거렸다. 그가 제 성기를 손에 움켜쥐더니 유나의 그곳에 슬슬 문대기 시작했다.

“유나야, 넣으면 안 될까? 응?”

지운이 유나의 뺨에 제 뺨을 비비며 애원하듯 말했다. 입술은 그녀의 귓가에 바짝 붙인 채 혀로 살살 귓바퀴를 핥았다. 유나가 몸을 바르르 떨었다.

“흐으…….”

그가 귀두로 클리토리스를 꾹, 눌렀다. 손가락과 혀와는 다른 느낌에 유나가 신음을 삼켰다. 성기가 곧 내벽 안으로 들어올 것처럼 아슬아슬하게 입구 근처를 맴돌았다.

“제발, 응? 허락해 줘.”

“…콘돔…….”

“있어.”

돌려서 승낙한 것과 다를 바 없었다. 유나는 콘돔을 찾으러 간 지운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두 손에 얼굴을 파묻었다. 미친 거 아닐까? 이제 만난 지 3일 된 남자랑 섹스를 하다니. 미친 게 틀림없어. 그리 생각하면서도 유나의 아래는 여전히 벌름거리며 아직 들어오지도 않은 침입자를 반겨 댔다.

오래간만에 해서 그런가 봐……. 유나는 그리 생각하며 입에 콘돔 포장지를 물고서 걸어오는 지운을 바라보았다. 눈이 마주치자 지운이 해사하게 웃었다.

콘돔 포장지를 이로 찌익, 찢은 지운이 콘돔 끝의 공기를 빼고는 성기에 콘돔을 씌웠다.

“유나, 젖어서 바로 넣어도 될 것 같은데.”

지운이 유나의 귀에 바람을 훅, 불며 이야기했다. 유나의 팔뚝에 소름이 오소소 돋았다. 고개를 위로 들자 지운이 드러난 유나의 목덜미에 쪽, 쪽, 쪽 입맞춤을 흩뿌렸다. 그러고는 유나의 한쪽 다리를 들어 올려 제 어깨에 걸쳤다. 유나는 그의 성기가 제 아래에 조준되는 것을 보고서는 눈을 꾹 감았다. 흉흉한 크기에 두려움 반, 왠지 모를 기대감이 반 들었다.

“으으응…….”

예상대로 묵직한 이물감이 들었다. 안으로 서서히 들어오기 시작한 성기가 안에서 더욱 크기를 늘리며 유나의 안을 압박했다.

“좁아…….”

지운이 중얼거리며 만족스러운 한숨을 내쉬었다.

“작고, 좁고. 유나는 참 귀여워.”

그가 천천히 유나의 안으로 들어왔다. 유나는 차라리 그가 세게, 한 번에 박아 주었으면 싶었다. 감질나는 느낌에 유나가 고개를 도리도리 흔들며 재촉했다.

“그냥, 바로, 흐으…….”

“유나는 거친 게 좋아?”

“그게 아니라… 아으응.”

성기가 미끄러지듯 안으로 쑥, 들어왔다. 안까지 흠뻑 젖은 내벽이 부드럽게 지운의 성기를 꽉 물어 삼켰다. 유나와 지운이 동시에 느른한 신음을 내뱉었다.

“하아… 좋아.”

유나의 안에 완전히 파묻힌 지운이 기분 좋은 미소를 지었다. 그가 눈을 감고 있는 유나의 눈가 위에 쪽 키스했다.

“자기야, 왜 눈 감고 있어?”

이제 호칭이 자기로 변했다. 유나가 미간을 찌푸리며 눈을 떴다. 저를 바라본 채 싱글벙글 웃고 있는 정지운이 보였다. 도무지 성격을 종잡을 수 없었다. 제멋대로에, 또라이에, 사람 말은 귓등으로도 안 듣는 벽 같으면서도 이상한 부분에서는 다정했다. 도대체 어떤 삶을 살았기에 성격이 이 모양이 됐지? 사람이 꼭 짬뽕탕 같았다.

“우리 유나는 왜 웃질 않을까?”

“으읏…….”

지운이 천천히 허리를 움직이면서 유나의 뺨에 또 키스했다. 키스 귀신도 아니고, 지운이 또다시 뺨을 비비며 유나의 뺨과 귓가, 눈가, 콧등 곳곳에 입을 맞췄다. 그러면서도 허리 짓은 멈추지 않았다.

“아앙, 흐으……!”

쪽쪽거리는 소리와 퍽퍽 처박는 소리가 동시에 났다. 유나가 지운의 목에 팔을 두르면서 그를 꽉 껴안았다. 그러자 지운의 허리 짓이 더욱 격해졌다. 유나의 몸이 격하게 흔들렸다.

지운이 잠시 입맞춤을 멈추고 유나의 두 다리를 들어 제 허리에 휘감게 했다. 유나는 공중에 매달린 채 떨어지지 않기 위해 지운의 목에 두른 팔에 힘을 주었다. 포옹이 한층 깊어졌다.

“아, 아, 앗! 아!”

떨어질지도 모른다는 불안감과 그가 굳건하게 받쳐 주리란 믿음이 동시에 들었다. 그러면서도 뇌를 잠식한 쾌락에 유나는 참지 않고 신음을 내질렀다. 아랫배로 열기가 몰렸다. 안이 사정없이 수축하며 출납을 반복하는 성기를 죄고 또 죄었다.

“유나야. 침대로 가자.”

지운이 유나의 목덜미에 쪽, 키스하면서 그녀를 든 채로 성큼성큼 걸었다. 걸을 때마다 안에 있는 성기가 자연스레 움직이며 유나의 안을 비비듯 문질렀다. 그 느낌조차 이상하리만치 좋아서 유나가 으응, 신음하듯 대답했다.

“아, 귀여워.”

지운이 걸으면서 유나의 목덜미에 볼을 비볐다. 그러고는 유나의 엉덩이를 가볍게 토닥거렸다.

“저는 아기가 아니에요.”

유나가 그렇게 말하자 지운이 응응, 대답하며 여전히 엉덩이를 토닥거렸다.

“그렇지만 귀여운걸. 토끼처럼 생겨 가지구. 작고 귀엽고.”

“…….”

왜 이러는 거야. 유나는 끄응, 소리를 내며 지운의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낯뜨거운 말에 차마 고개를 들 수 없었다.

지운은 방에 도착하자마자 유나를 침대에 눕혔다. 그사이 성기가 빠져나가자 유나의 아래가 아쉽다는 듯 멀어지는 성기를 꽉 물었다가 놓았다.

“너무 조이네.”

지운이 그리 말하며 유나의 몸 위에 올라탔다. 유나는 자연스럽게 다리를 벌렸다. 그 사이로 자리 잡은 지운이 잠시도 참지 못하겠다는 듯 바로 성기를 내벽 안에 파묻었다. 아까와 달리 콱 거칠게 치고 들어온 것에 유나의 두 다리가 바르르 경련했다.

“좋아…….”

지운이 그렇게 말하며 위에서 아래로 찍어 누르듯 허리 짓을 했다. 그때마다 깊숙이 박히는 성기에 유나가 까무러치듯 신음했다. 너무 깊었다.

“깊어, 으응!”

“너무 맛있어, 유나야.”

사람을 보고 맛있다니. 기분 나쁘다고 생각하면서도 아래에 이어지는 감각에 말을 이을 수 없었다. 퍽, 퍽, 퍽, 연달아 계속해서 세게 박혔다.

“유나는 세게 하는 게 좋은가 봐.”

지운이 그리 말하며 성기를 더 깊숙이 넣고선 귀두로 내벽을 강하게 문질렀다. 너무 센 쾌감에 유나가 비명을 질렀다.

“아앙!”

“귀여워.”

지운이 허리를 돌리며 안쪽을 계속해서 자극했다. 유나가 끅, 숨을 참으며 시트를 그러쥐었다. 미칠 것 같았다. 지운은 거기서 그치지 않고 제 것을 꽉 물고 있는 입구를 지나쳐, 벌어져 있는 살 중앙에 자리 잡은 클리토리스를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쾌락에 반쯤 감겨 있던 유나의 눈이 번뜩 뜨였다.

“흐윽!”

“하아… 조여.”

지운이 클리토리스를 만지며 허리를 여러 방향으로 움직였다. 유나는 안에서 움직이는 것을 느끼다가 문득 찌릿, 하고 지나가는 쾌락에 숨을 헉 들이켰다. 지운이 빙긋 웃었다.

“우리 유나, 잘 느끼네.”

그러고는 유나가 느낀 부분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기 시작했다. 성기로 그 부분을 계속해서 비비며 손으로는 클리토리스를 꾹꾹 눌렀다가 떼기를 반복했다. 유나는 이제 신음도 지르지 못했다. 끄윽, 끅. 차마 내뱉지 못한 숨이 이상한 소리로 흘러나왔다.

“그, 흐, 그흐만, 아, 끄윽, 하, 아, 아, 아!”

공중에 매달린 유나의 두 다리가 미친 듯이 흔들렸다. 발가락이 마치 개구리처럼 천장을 향해 쫙 펴졌다. 극도의 쾌락에 유나의 입에서 침이 질질 흘렀다.

“하으, 으, 아읏… 아! 아! 뭔가, 뭔가 나와, 요, 아, 아!”

아래에 몰린 열기가 금방이라도 폭발할 것처럼 똘똘 뭉쳤다. 지나친 쾌감에 견딜 수 없어진 유나가 손으로 지운의 가슴을 밀며 벗어나려 애썼으나 단단한 가슴은 좀처럼 뒤로 물러나지 않았다.

오히려 지운은 성기를 더 깊숙이 파묻으며 계속해서 유나가 민감하게 반응한 부분을 꾹꾹 누르며 허리를 움직였다. 유나의 허리가 활처럼 휘었다.

“아, 너무 조, 인다. 하아… 나도 갈 것 같은, 데…….”

그렇게 말하면서도 지운은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유나의 몸이 사시나무처럼 달달 떨리기 시작했다. 요의와 같은 열기가 자궁에 뭉쳐 곧 터질 것 같았다. 유나가 고개를 저으며 흐느꼈다.

“안 돼, 안 돼, 으읏, 아, 아……!”

“헉…….”

“흐아아앙…….”

하나 거부는 소용없었다. 유나는 눈앞에 폭죽이 터지는 환상을 보며 그대로 분수처럼 물을 지운의 배에 쏘아 보냈다.

푸슛, 슛. 물이 지운의 배와 가슴, 허벅지에 튀었다. 절정에 달한 내벽이 미친 듯이 지운의 것을 조여 댔다. 지운이 하아, 한숨처럼 신음하며 눈을 감았다. 유나는 내벽을 꽉 채운 성기가 꿀렁이면서 무언가 토해 내는 걸 느끼며 눈을 감았다.

쾌락의 여운이 채 가시지 않은 아래가 아직도 내벽을 수축하며 사정한 성기를 꽉 죄었다. 유나의 감은 눈에서 눈물이 또르르, 흘러내렸다.

“흐읏, 하, 아아…….”

유나의 두 다리가 맥없이 시트 위로 쓰러졌다. 쓰러진 몸이 가냘프게 떨렸다.

사정을 끝마친 지운은 배부른 포식자처럼 만족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성기에 끼워진 콘돔을 벗기고는 끝을 묶어 휴지통에 버렸다. 그는 방에 비치되어 있는 물티슈로 유나의 물이 튄 제 몸과 성기를 깨끗하게 닦은 다음 감은 유나의 눈가 위에 쪽, 입맞춤을 했다.

“귀여워.”

“좀…….”

귀엽다는 말 좀 그만해요. 그렇게 말하고 싶었지만 정작 입 밖으로 나간 건 한마디밖에 없었다. 지운은 쓰러진 유나의 몸을 꽉 껴안고 온몸 곳곳에 뽀뽀를 하기 시작했다. 이마, 눈가, 콧등, 뺨, 턱, 목덜미, 어깨, 가리지 않고 뽀뽀를 해 댔다.

“지운 씨, 좀…….”

“지운 오빠는 안 돼?”

“하, 됐어요…….”

유나는 더 말하기를 포기했다. 그보다 아래가 축축한 게 계속해서 신경이 쓰였다.

“비켜요… 씻게.”

“내가 닦아 줄게.”

쪽. 지운이 뺨에 세게 뽀뽀를 한 다음 몸을 일으켰다. 그러고는 방 안에 딸린 욕실에 들어가서 젖은 수건을 들고 왔다.

“자기야, 예쁘게 누워 봐.”

옆으로 누운 유나를 보고 그가 말했다. 예쁘게 눕는다는 게 도대체 뭔 말인지. 그리고 아까부터 자기야, 라는 호칭은 또 뭔지. 유나가 인상을 찌푸렸다.

유나가 정면을 보고 눕자 지운이 옳지, 하며 유나의 두 무릎을 잡았다.

“다리 벌리고 손가락으로 보지 벌려 봐.”

“…진짜 미쳤어요?”

“닦아 주려고 그러지.”

유나는 속으로 미친놈, 중얼거리면서도 그의 말대로 아래를 잡아서 벌렸다.

“옳지.”

그가 벌어진 아래에 묻은 애액 덩어리들을 정성스레 닦아 주었다. 유나는 차마 그가 제 다리 사이에 시선을 고정한 채 아래를 닦아 주는 꼴을 보지 못하고 시트에 시선을 두었다. 저 사람은 원래 저런 사람이다… 원래 저런 사람이다… 그렇게 속으로 되뇌자 좀 나아졌다.

쏟아지는 피로함에 유나가 눈을 감자 지운이 콕콕 유나의 어깨를 찔렀다.

“자기야. 잘 거야?”

“…피곤해요. 말 걸지 마요.”

“이불 덮고 자야지. 그러다 감기 걸리면 어쩌려고. 잠시만 이불 좀 빼게 일어나 봐.”

“하아.”

유나가 몸을 일으키자 지운이 이불을 뺀 다음 그녀의 몸 위로 덮어 주었다. 그러고는 장하다는 듯 유나의 볼에 쪽, 입을 맞췄다.

“뽀뽀 귀신이에요? 아까부터 왜 이렇게 뽀뽀를 많이 해요?”

“귀여워서 그러지. 귀여운 네 탓이야, 유나야.”

“말을 말지.”

유나가 헛웃음을 터트리며 등을 돌렸다. 지운이 돌아누운 유나를 매정하다는 듯 바라보다가 이내 방에 딸린 욕실로 향했다. 물소리에 그녀는 그가 씻는구나, 짐작할 뿐이었다.

막상 그가 욕실로 들어가 씻자 오던 잠이 날아갔다. 유나는 눈을 감고 어떻게든 잠을 청했다.

하나 아까 언제 졸음이 몰려왔냐는 듯 잠이 오지 않았다. 씹. 유나가 속으로 욕설을 뇌까렸다. 그새 샤워를 하고 나온 지운이 몸에 있는 물기를 다 닦고서 유나 곁으로 다가왔다.

“아직 안 자네?”

“…갑자기 잠이 다 깼어요.”

“응, 내가 자장가 불러 줄게.”

“제발 그러지 마세요.”

“서운하다, 자기야.”

“제발 자기야 그 호칭도 그만 쓰시고요.”

“우리 유나는 전부 다 싫다, 안 된다, 그 소리밖에 안 해.”

지운이 입술을 삐죽 내밀며 유나의 옆에 누워 돌아누운 유나의 등을 뒤에서 껴안았다. 그러고는 유나의 맨가슴을 주물렀다.

설마 또? 오싹한 예감이 들었다.

“유나야, 너랑 하고 나니까 좆같던 두통이 많이 사라졌어.”

“…네.”

“한 번만 더 하면, 더 나아질 거 같은데.”

예감은 적중했다. 유나는 바로 제 가슴을 주무르는 지운의 손등을 짝, 소리 나게 내리쳤다.

“그럼 바로 여기서 뛰쳐나갈 줄 알아요. 오늘은 피곤하니까 좀 잡시다, 네?”

“매정해, 정말.”

지운이 흐응, 나른한 목소리를 내며 유나의 목덜미에 입술을 비볐다. 뺨은 유나의 어깨에 밀착하고서 떼지 않았다. 유나는 제 몸에 완전히 딱 달라붙은 지운의 몸이 불편하면서도 따듯한 체온 때문에 묘한 안정감과 편안함을 느꼈다. 이중적이기 짝이 없었다.

유나는 풀어진 분위기를 틈타서 슬쩍 하고 싶은 이야기를 꺼냈다.

“저 내일 9시까지 출근해야 하거든요…….”

“으음.”

“그리고 집에 들러서 엄마랑 아빠랑 이야기도 좀 하고…….”

“음.”

가슴을 주무르는 손에 힘이 들어갔다. 벽을 바라보고 있어 지운의 표정을 보지 못하는 유나가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그, 가이딩은 웬만하면 해 드릴 텐데요. 각인은 좀 무리일 것 같아요. 지금처럼 필요하다면 같이 자고, 서로… 포옹도 하고, 손도 잡고. 그렇게 해요.”

“싫은데.”

지운이 그리 말하며 유나의 유두를 꾹꾹 눌렀다.

“내일 당장 퇴사한다고 말하러 가자. 나도 같이 갈게.”

말도 안 되는 소리에 유나가 경악했다.

“아니, 정지운 씨. 상식이란 게 있긴 해요? 적어도 제 후임자가 올 때까지는 제가 일해야 해요. 인수인계라는 것도 있잖아요.”

지운이 돌아누운 유나의 몸을 돌렸다. 눈이 마주친 유나가 눈을 깜빡였다. 지운의 얼굴이 부루퉁했다.

“왜 우리 유나는 내 말을 바로 듣는 법이 없어?”

“말이 되는 걸 말해야 들어주든가 하죠. 맨날 상식 밖의 일을 해 달라고 요구하잖아요.”

“상식이 뭔데?”

말문이 턱, 막혔다. 그때 질문과 똑같았다. 그때처럼 참 설명하기 난감했다.

“사람들이 보통 생각하는, 그런 거요…….”

“보통은 뭔데?”

“아, 진짜!”

유나가 참지 못하고 소리를 질렀다.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부루퉁한 지운의 표정은 여전했다.

“사전을 찾아봐요!”

“사전적인 뜻은 알아. 하지만 보통이란 건 흔히 볼 수 있는 걸 뜻하잖아. 난 유나 같은 경우를 본 적 없는걸.”

유나는 얼이 빠졌다. 그래, 정지운은 직장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을 것이다. 에스퍼는 초능력자니까, 주변 사람들 모두 그의 비위에 맞춰졌을 것이고 국경에 세워 둔 벽을 통해 몬스터가 침입할 시 그 몬스터를 처리하기만 하면 그만이었다. 국가로부터 꾸준히 돈을 받는 데다, 저렇게 안하무인으로 생활해도 아무 무리가 없을 것이다.

저처럼 돈을 벌려고, 하루하루 삶을 평안하게 이어 가려고 아등바등하지 않아도 잘 살았겠지. 그런 사람이 왜 제 삶에 끼어들었단 말인가. 유나는 신이 원망스러워졌다.

“그러니까, 일단… 내일 출근부터 시켜 주세요. 말이라도 해야죠.”

“알겠어.”

지운이 선심 쓴다는 듯 대답했다. 유나는 지운의 입을 한 대 때려 주고 싶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우리 한 번만 더 하자.”

아… 때릴까. 유나는 진심으로 고민했다. 유나는 말없이 지운을 노려보다가 결국 지운의 목에 팔을 감고 먼저 입을 맞췄다. 유나가 먼저 입을 맞추자 지운이 놀란 듯 눈을 토끼처럼 동그랗게 떴다. 그 표정을 보고서 유나가 물었다.

“왜요.”

“먼저 해 줄 줄 몰랐어…….”

정말 놀란 듯 입술을 떼고 나서도 지운은 놀란 얼굴 그대로였다. 그러다 그는 제 기분을 표출하기라도 하듯 유나의 볼에 제 뺨을 마구잡이로 비비며 유나를 꽉 껴안았다. 유나는 아래에 느껴지는 곧추선 것에 윽, 인상을 찌푸렸다. 그걸 기민하게 눈치챈 지운이 바로 말했다.

“네가 뽀뽀해 주자마자 섰어.”

그것참 지나친 정보였다. 하나 정지운이라 그런지 그냥 그러려니 듣게 됐다. 유나는 그가 제 어깨와 등을 살살 어루만지는 걸 느끼며 눈을 반쯤 감았다.

얼마 뒤, 그가 유나의 한쪽 다리를 들고서 곧추선 성기를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까 한바탕한 덕분에 안이 매끄럽게 지운의 것을 삼켰다.

“유나야, 네 안 너무 좋아.”

유나는 남자가 아니라 여자이므로 그 감각을 알 리 없었다. 하나 황홀한 듯 미소 짓는 지운의 표정을 보니 기분이 묘해졌다. 유나 또한 제 안을 메운 그것이 기분 좋았으니까.

“우리 궁합 잘 맞는다. 그렇지?”

부정하고 싶지만 부정할 수 없었다. 유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빨리 움직이라는 듯 목을 껴안은 팔에 힘을 주며 먼저 허리를 움직였다. 유나는 제 내벽을 꾹 누르는 귀두의 느낌에 입술을 안으로 말았다.

두 번째 하는 건데도 느낌이 찌르르, 왔다. 움직일 때마다 스치는 살갗 때문에 감각은 더 배로 느껴졌다. 유나가 허리를 움직이며 쾌락을 좇았다. 멈출 수 없었다.

“아, 귀여워.”

지운이 열심히 허리를 움직이는 유나가 장하다는 듯 그녀의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그녀의 움직임에 맞춰 그 또한 허리를 움직였다.

“흐으… 으응.”

유나가 흐느끼듯 신음하며 손톱을 세웠다. 지운의 목덜미에 유나의 손톱자국이 빨갛게 남았다. 지운은 열심히 움직이는 유나가 귀여워 더 빠르게 움직이지 않고 그녀의 스피드에 맞췄다.

“내 자지가 유나 딜도가 된 거 같은걸.”

“흐읏, 개, 소리 좀, 그만…해요. 하아.”

“유나 욕할 때마다 섹시해. 얼굴은 귀엽게 생겨선 안 어울리게 욕하는 게 너무 귀엽고 섹시해.”

진짜 이 남자의 뇌 속엔 뭐가 있을까? 불현듯 궁금해졌지만 유나는 그냥 지운의 말을 무시하고 쾌락에 집중했다. 허리를 움직일 때마다 성기가 내벽을 꾹 눌렀다가 멀어지길 반복했다. 그 감각이 아쉬워 유나가 허리를 더 빠르게 움직였다.

찰박, 찰박. 물소리가 났다. 지운이 만족스러운 숨을 내쉬며 유나의 귓속에 혀를 넣어 핥았다.

“하으으…….”

“귀도 민감하고, 가슴도 민감하고, 보지도 민감하고. 유나는 온몸이 성감대야?”

“으응, 아, 아!”

귓바퀴를 핥아 주자 유나가 자지러지듯 신음하며 허리의 움직임을 멈췄다. 지운이 손을 내려 유나의 엉덩이를 꽉 쥐었다. 통통한 엉덩이 살이 손 안 가득 들어찼다. 짝, 내리치자 유나가 깜짝 놀라 아래에 힘을 주었다. 지운은 갑자기 확 조인 내벽에 답지 않게 늘 짓던 미소에 금이 갔다.

“후우.”

그가 유나의 허리를 잡고 앞뒤로 흔들었다.

“아, 아흐, 흐으……!”

“너무 조인다, 유나 보지.”

아까도 그래서 조루처럼 빨리 쌌잖아. 지운이 중얼거리며 유나의 허리를 앞뒤로 빠르게 흔들었다. 유나는 흔들리는 몸을 지탱하려고 지운의 목에 건 팔에 힘을 주었다. 퍽, 퍽, 퍽. 누운 자세임에도 거칠게 처박는 소리가 아래에서 났다.

“깊, 어……! 아, 아앙!”

기다랗고 두꺼운 성기가 자궁 경부 근처까지 다다랐다가 멀어지길 반복했다. 깊은 이물감에 유나가 몸을 경련하듯 떨었다. 지운이 거친 숨을 내뱉었다.

“헉, 후… 유나야, 힘, 좀, 풀어 봐. 너무 조여.”

그게 제 마음대로 되는 게 아니었다. 유나는 모르겠다며 고개를 도리도리 저었다. 그냥 미칠 것 같았다. 처박았다 멀어질 때마다 내벽이 어쩔 줄 몰라 하며 성기를 죄었다 풀기를 반복했다. 유나가 흐느끼며 눈을 질끈 감았다. 들려진 다리에 힘이 바짝 들어갔다.

지운이 허리 짓을 하며 거친 숨을 내뱉었다. 씨팔, 그가 작게 욕설을 내뱉었다.

“힘 풀라고 했, 지.”

“하으으… 흐으.”

지운이 유나의 엉덩이를 짝, 내리쳤다. 유나가 놀라 숨을 들이켰다. 저도 모르게 아래에 더 힘이 들어갔다. 잔뜩 죄인 내벽에 지운이 한 번 더 욕설을 내뱉었다. 그의 움직임이 더욱 빨라졌다.

유나는 미친 듯이 위아래로 흔들리는 시야에 흐느끼며 고개를 계속 내저었다. 이 흔들림이 끝났으면 하는 바람과 계속 이어졌으면 하는 바람이 이중적으로 들었다.

아까처럼 아래로 몰린 열기가 꼭 폭발할 것처럼 아랫배를 뜨겁게 달구었다. 유나가 지운의 몸을 꽉 껴안으며 그의 목덜미에 얼굴을 묻었다. 하악, 신음이 터짐과 동시에 절정에 다다랐다.

“아앙!”

온몸의 털이 쭈뼛 설 정도로 강렬한 쾌감이었다. 유나가 손톱으로 지운의 어깨와 등을 마구잡이로 긁었다. 제 행동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온 정신이 뒤흔들렸다.

지운은 애액 범벅이 된 유나의 아래에 계속해서 피스톤질을 했다. 절정의 여운에 벗어난 유나의 몸에서 힘이 빠져나갔음에도 그는 멈추지 않았다.

“그, 만… 하으으…….”

“나도 좀 즐겨야지, 유나야. 후우. 이제 좀 덜 조이네.”

지운이 싱긋 웃으며 유나의 볼을 사랑스럽다는 듯 쓰다듬었다. 그러고는 만족스러운 얼굴로 여유로운 허리 짓을 했다. 유나가 칭얼거렸다.

“그만, 해요… 나 힘들어.”

“안 돼.”

지운이 축 늘어진 유나의 어깨를 주무르다 손을 내려 커다란 가슴을 움켜쥐었다. 움켜쥔 손이 제법 억셌다. 유나가 아으, 신음을 흘렸다.

힘들었다. 자고 싶었다. 하나 계속해서 움직이고 죄였다 풀어지는 아래 때문에 쉽사리 잠들 수 없었다. 지운은 유나가 눈을 감고 온몸의 힘을 풀고 실 끊긴 인형처럼 흔들려도 허리 짓을 멈추지 않았다.

결국 유나가 잠이 든 건 새벽이 깊이 무르익어서였다. 잠이 들기 직전에도 유나는 제 위에서 허리를 흔드는 지운을 보면서 눈을 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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