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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필로그 (8/18)

에필로그

한동안 비가 주룩주룩 내리더니 해가 반짝 떴다. 전날부터 아침이 오기만을 고대하던 티베인은 팔의 깁스를 풀자마자 일로델에게 달려갔다.

“이거 봐. 다 나았어.”

식탁 의자에 앉아 냅킨을 두르던 일로델이 고개를 돌렸다. 티베인은 잘 보라며 팔을 들이밀었다. 전보다 피부가 조금 하얘 보였지만 그래도 정말 말짱했다. 일로델이 신기한 얼굴로 팔을 꾹꾹 눌렀다.

“안 아파?”

“어.”

티베인은 자랑하듯 뻐기며 일로델의 옆 의자로 뛰어올라 앉았다. 그 날쌘 몸짓을 보며 일로델도 괜히 기분이 좋아 웃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였다. 식사가 시작되자 일로델은 한껏 울상을 지어야 했다.

“하지 마….”

티베인은 들은 체도 안 하고 일로델의 음식을 뺏어갔다. 샐러드, 방울토마토, 치즈, 로건이 잘라준 오리고기까지.

옆에서 하인들이 열심히 채워주려 했지만 손발이 맞지 않아 그것도 다 뺏겼다. 어째 다치기 전보다 움직임이 더 빨라진 듯했다. 속상한 표정의 일로델은 당연한 수순처럼 스푼을 들었다. 보다 못한 로건이 일로델을 불러들이려던 때였다.

“그만해!”

일로델이 스푼으로 티베인의 머리를 강타했다. 모두가 깜짝 놀라 일로델을 보았다.

“형이 잘라준 고기란 말야. 이리 줘!”

일로델은 정말 억울한 듯했다. 제가 때려놓고 울먹울먹하는 일로델의 얼굴을 보며 티베인은 할 말을 잃었다. 바보처럼 눈만 끔뻑이던 티베인은 곧 사나운 눈으로 로건을 노려보았다.

“…….”

눈앞에서 일어난 일을 의외롭게 바라보던 로건은 이내 피식 웃었다. 그 여유로운 태도에 티베인의 눈빛이 바뀌었다. 살기에 가까운 위험한 기색이 감돌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일로델은 티베인이 얌전해진 틈을 타 빼앗긴 오리고기를 되찾아왔다. 그리고 행복하게 꼭꼭 씹어 먹었다.

그날은 매우 화창했고 티베인이 오래 둘렀던 깁스를 푼 날이었다.

그리고 아무도 모르지만, 새로운 전쟁의 서막이 열린 날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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