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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쥬지가 되었다-64화 (64/111)

〈 64화 〉 [ 세 번째 이야기 ] 타락! 후타나리 여의사! [ 임산부 성교 주의! ]

* * *

"야! 넌 왜 그렇게 눈이 파랗냐?"

학창시절 가장 많이 들은 말이었다.

아버지는 이탈리아인. 어머니는 한국인.

이목구비는 혼혈아답게 동서양이 섞인 느낌이었지만 피부는 남들보다 좀 더 하얬으며 눈동자는 아예 외국인과 같은 푸른 눈동자를 지니고 태어났다.

"혹시 죠스바를 눈으로 쳐 먹었냐? 그렇지 않고서야 눈이 그렇게 파란색일리가 없잖아?"

"세나 눈은 파란색이래요~"

조금이라도 자신들과 다른 점이 있으면 그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아이들의 특성 상 내 푸른 눈동자와 서양적인 부분이 섞인 내 이목구비는 늘 놀림의 대상이었다.

"세나 눈은 시퍼렇..."

퍼억­­!!

"..으극..!"

물론 그럴 때마다 난 참지 않았다.

'어쩌라고!'라는 외침과 함께 상대가 덩치 큰 남자애든 뭐든 들이 박았다.

물론 싸우고 나면 이길 때도 있고 질 때도 있었지만... 죽어도 기를 꺾지는 않았다.

"저.. 파친년.."

어느새 나한테는 '파란 미친년' 줄여서 파친년이라는 별명이 붙어 있었다.

직접적으로 놀리는 애들은 없어졌지만 그래도 뒤에서 수근 거릴 때면 늘 파친년이라는 단어가 들려왔다.

그래서 아주 보란듯이 머리를 파란색으로 염색하고 등교했다.

"저기 세나야.. 머리 왜 염색 한 거니?"

눈에 띄는 파란색으로 염색했기도 하고 또 학교 규정 상 염색이 금지되어 있었기에 담임선생님이 날 불러다가 왜 염색한 거냐고 물었다.

"애들이 제 눈 파랗다고 놀리길래. 그냥 아주 파래지기로 했어요."

내 모든 설명을 들은 선생님은 눈을 부릅뜨며 선생님이 해결해줄 테니 가보라고 말했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내가 간 이후에 교무회의가 열렸다고 들었다.

"세나 눈 파랗다고 놀린 놈들..! 아니지 전부 눈 감아라. 난 한세나의 눈이 파랗다고 말한 적이 있다 조용히 손 들어라. 이번에 말하면 봐줄 테니까."

그 날 곧바로 내 눈이 파랗다고 놀린 애들에 대한 확인이 시작 됐다.

눈을 감고 몇 번이나 손을 들라고 했고 그것으로 모자라 한 번이라도 '한세나에 대해 파란눈이라고 놀리거나 놀리는 걸 본 적이 있다'로 설문조사를 했다.

그리고 걸린 애들은.

빠악­­!! 빠악­­!! 빠악­­!!

"흐어엉.. 어흑.."

"똑바로 안 엎드려!? 이 새끼들이 아주 친구의 부족한 점을 감싸주지는 못할 망정 신체적인 요소로 놀려?! 아주 버르장머리를 고쳐주마!"

담임 선생님은 물론 학생주임 선생님까지 겹쳐 엉덩이가 시퍼렇게 될 정도로 매를 맞았다.

지금이야 학교에서 아이들에 대한 체벌이 금지되었었지만 당시에는 아직 체벌이 남아있었고 심지어 우리 학교는 주변 지역에서 나름 빡세다고 소문이 난 명문 학교였다.

빠악­­! 빠악­­!

그런 상황에서 아이들 사이에서 혼혈아에 대한 인종차별이나 따돌림을 가했다는 이야기가 퍼지면 학교인식이 밑바닥으로 떨어질 가능성이 있기에 아예 말이 안 나오도록 엄한 체벌을 가한 것이다.

어쨌든 그런 일이 있는 뒤로 내 눈 색이나 이목구비를 가지고 놀리는 애들은 완전히 사라졌다.

그런데 놀리는 애들이 사라졌다고 해서 마냥 생활이 나아진 것도 아니었다.

"저 애들아.."

홱­!

내가 말을 걸면 일부러 피하거나 아예 상대를 안하는 애들이 많아졌다.

화장실을 가다가 '일름보'라고 욕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그렇다.

애들은 내가 선생님한테 말한 내용 때문에 아무런 이유 없이 체벌을 당했다고 생각한 것이다. 자신보다 힘이 쎈 어른들에게 비난을 할 수 없으니 만만했던 내가 타겟이 된 모양.

직접적인 가해대신 은근한 왕따를 당했다.

솔직히 놀림을 받거나 툭툭 치거나 그런 건 상관없다. 그냥 들이박으면 되니까.

그런데 사람이 바로 앞에 있는데 투명인간마냥 없는 것처럼 대하는 그건..!

내 성격 상 도저히 참을 수 없었다.

­ 세나야 아빠 일 때문에 미국으로 가야 할 것 같은데..

때마침 아버지가 사업 차 미국으로 가신다고 하셨기에.

"저도 갈래요."

나도 따라갔다.

=======

"hey! sena!"

미국에서의 생활은 그리 나쁘지 않았다.

나 말고도 혼혈아들이나 다른 인종의 아이들이 많았고 내 고집 세고 틀린 것은 틀리다고 말하는 성격이 이 곳 친구들에게는 제법 매력적으로 보였나보다.

"이 앞 펍에서 같이 놀래?"

"오늘 제이크 집에서 파티 있는데 올거야 세나?!"

한국에서의 놀림받거나 따돌림 받았던 생활과는 정반대로 이곳에서는 친구들이 많았다.

솔직히 하고자 한다면 매일 같이 친구들과 어울리며 방탕한 생활을 할 수도 있었을 것이다.

내 입으로 말하기는 뭐하지만.. 내 얼굴은 좀.. 음. 예쁜 편이었으니까.

어쨌든!

"미안. 해야 할 게 있어서."

나는 놀러오라는 친구들에게 늘 책 한권을 들고 거절의 말을 전했다.

그 책의 서적명은 '플로렌스 나이팅게일의 일생'.

미국에 와서 나는 나이팅게일.. 그녀에게 사랑에 빠졌다.

간호사라는 뭔가 유약해 보이는 직업으로 위험한 전쟁터에서 병사들을 치료하고 잘못된 의료 체계마저 나서서 개혁시킨 작지만 강인한 여성.

나도 그녀처럼 되고 싶었다.

"아빠. 저 간호대학 진학할래요."

"갑자기 간호사?"

"네!"

그래서 아빠에게 선언한 뒤 미국 최고의 간호대학에 진학하기 위해 죽어라 공부했다.

[ 12039 : Han se na ]

"제 이름 있어요!"

"난 우리 세나 붙을 줄 알았다니까? 하하!"

그리고 붙었다.

선망하는 그녀에게 한 발자국 더 가까워졌다.

2년 간의 간호대학 생활은 무척이나 즐거웠다.

하는 거라곤 그저 대학 강의를 듣고 연습을 하고 책을 읽는 것뿐이었지만.

누군가를 치료한다는 지식 그 자체를 쌓아가는 과정이 내게는 너무 즐거운 일이었다.

"저 이제 한국에 갈까해요."

..하지만 그 즐거웠던 대학 생활을 조기 졸업으로 빠르게 마무리하고 난 어린 시절을 보낸 대한민국으로 돌아가기로 결정했다.

그 시점의 내 머리색은 푸른빛과 검은빛이 뒤섞인 남색.

어린 시절에는 파란색으로 염색하고 다녔지만 반대로 미국에 와서는 남색빛으로 보이도록 염색했다.

비록 한국에서 이곳으로 올 때의 상황이 좋지 못했다고는 해도 내 피에는 분명 한국인으로서의 피도 섞여 있었고 그 증거로 숨길 수 없는 검은 머리카락이 자란다.

결국 간호사로서의 과정을 완성 시킨다면 한국에 돌아와서 완성시키자고 한국을 떠날 때부터 마음먹고 있었다.

[ 세나 학생이 나온 학교 정도면 한국 간호사 시험 금방 통과하고 대학병원에 다이렉트로 들어갈 수 있을 것 같은데 말이야. 그런데 의사면허도 도전한다고 했지 아마? ]

그 때 아버지의 지인을 통해 선택지가 주어졌다.

대학병원으로 바로 갈 지 아니면 지인이 아는 개인병원으로 갈지.

전자는 많은 경험을 쌓을 수 있겠지만 한국에 있다는 간호사들 사이의 '태움'문화를 무시할 수 없었고.

후자는 개인병원인만큼 다양한 경험을 쌓을 수는 없겠지만..

"장일후 박사님이 운영하시는 병원이죠?"

[ 그래. 듣자하니 세나 학생 오면 의사 면허 공부도 도와준다고 하는데? ]

미국에서도 여러 약품류 논문으로 유명한 장일후 박사가 의학 공부를 도와준다고 한다.

장일후 박사.. 그와 관련된 논문을 몇 번 읽어본 적이 있는데 같은 인간이 맞나 싶을 정도로 천재적인 사람이다.

몇 번 미국 의학상 후보나 심지어는 노벨의학상 후보로까지 올라갔다고 했는데 명예나 시끄러운 것을 싫어하는 성격인 것인지 올리면 논문 삭제와 연구결과를 비공개하겠다는 협박을 해서 미국에서도 아는 사람만 아는 괴팍한 천재가 되었다.

그런 사람의 밑에서 의학 지식을 전수 받는다? 너무나 매력적인 조건이 아닐 수 없다.

"저 장일후 박사님 병원으로 갈게요!"

그렇게 난 장일후 박사.. 아니 장일후의 병원에 가게 되었다.

=======

"한세나 씨라고..?"

"네! 열심히 하겠습니다."

"흐음. 그래."

직접 보게 된 장일후 박사는 내 상상과는 다른 이미지를 가지고 있었다.

나이 먹은 노박사 혹은 깔끔한 인텔리 같은 모습을 상상했는데.

"다른 간호사들한테 일 안내 받아. 귀찮게는 하지 말고."

"아..네..!"

직접 본 장일후 박사는 삐쩍 마른 얼굴에 눈빛이 날카로운.. 대하기 어려워보이는 사람이었다.

"우리 원장님. 참 이상하시다니까?"

"진료실이나 수술실 말고는 아예 나오질 않으세요!"

다른 간호사들에게 들어보니 성격 역시 남들과 어울리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즐기는 성격인 듯 하다.

역시 천재들은 뭐가 달라도 조금 다른 걸까?

"공부.. 잘 도와주실려나.."

걱정이 될 수 밖에 없었다.

허나 장일후라는 사람 하나만 보고 이 병원에 들어온 만큼 의학 공부에 대해서 넘어갈 수도 없는 일.

"의학공부? 아아.. 메일로 보내놔요."

그 말을 들었을 때는 장일후 박사가 알려주기 귀찮아서 그런 대답을 한 줄 알았다.

"하아.."

완전히 잘못된 선택을 했다고 생각하며 한숨을 쉬고 있을 때.

띠링­!

[ 메일이 도착했습니다! ]

오전에 넘겼던 질문에 대한 답이 돌아왔다.

딸칵­ 딸칵­

"와아..."

마우스를 클릭 할 때마다 상세하게 적혀 있는 해답과 설명에 입이 절로 벌어지며 감탄사가 터져 나왔다.

"진짜.. 천재야 이 사람..!"

인정 할 수 밖에 없었다.

그저 글 몇 줄로 머릿 속에 엉켜있던 문제를 전부 해결 해주는 사람.

이 사람은 천재다! 라고.

처음에는 꺼려졌던 사람이.. 이 해설지를 본 순간 절로 존경심이 생겼다.

그렇게 몇 번 질문하고 해설지를 받는 일이 늘어갈 때.

"이 정도면.. 흠. 오늘부터 수 간호사로 일해요. 그리고 내가 시키는 업무만 보고."

장일후 박사님.. 아니 원장님은 날 수간호사로 임명했다.

"아니. 원장님이 수간호사를 두셔..?"

"여기서 몇 년동안 일한 나도 일반 간호사인데.."

듣자하니 이 병원에는 수 간호사가 없었다.

당연히 다른 간호사들 사이에서 몸이나 얼굴로 꼬신 거 아니냐는 말이 튀어 나왔다.

허나 별로 상관 없었다.

당시 나한테는 장일후 원장에게 의학지식을 전수 받는 게 중요했고 '시키는 업무만 보라는' 말 덕분에 접수대를 보는 다른 간호사나 간호조무사들과 엮일 일 자체가 없었으니까.

매일 같이 장일후 원장 선생님이 지시한 업무나 의학지식에 대한 전수로 야근을 하고 병원에서 잠이 드는 충실하면서도 바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 때..

"오늘 저녁에 김현지 환자분 중요한 시술 있을 거니까 시술실에 혼자 들어와요."

돌연 원장님께서 그 누구도 함께 들여보낸 적 없는 시술실에 오라는 말씀을 하셨다.

드디어! 단순히 의학 지식 전달 뿐 아니라 실습을 시켜주시려는 거구나 난 그렇게 생각했다.

또각­ 또각­ 또각­

접수처를 지나 긴 복도를 따라서 건물 가장 안쪽에 있는 [시술실]이라고 적힌 문 앞으로 다가갔고..

끼이익­­­

노크를 하지말고 조용히 들어오라는 말에 따라 그 문을 열었다.

그리고 보인 것은 작은 방과.

"아으응..! 으읏.. 응!"

벽면에서 상체만 내놓은 채 붉어진 얼굴로 신음하는 임산부의 모습.

그래 외국에서는 진찰을 받는 환자가 부끄럽지 않도록 칸막이나 벽으로 하체를 가리고 진료를..

"아앙..! 흐으읏.. "

아니 지금 중요한 것은 왜 이 환자가 신음하고 있냐는 것이다.

물론 산부인과 특징상 질과 항문이라는 민감한 신체부위를 검진하기에 조금 신음할 수는 있지만.

"하악­­하악­­­아으응!?"

지금 이 환자의 모습은 성교를 나누는 여성의 그것처럼 얼굴과 드러난 젖가슴 골이 벌겋게 상기되어 있었고.

찔꺽­! 찔꺽­! 찔꺽­!

벽면 너머에서는 정체불명의 물소리마저 들려온다.

또각..­

“저..저기요?”

가까이서 다가가 말을 걸었음에도.

“하악..! 하악..!”

신음만 하고 있는 환자의 모습에 무언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받았다.

좀 더 가까이 다가가 그 눈앞에서 손바닥을 휘젓고.

스윽­­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그 눈꺼풀을 열어 환자의 상태를 확인했다.

..초점이 없다. 마취? 아니 이렇게 반응이 나올 정도면 약한 환각제?

수술 중이라면 이해가 가지만 이 ‘김현지’라는 환자는 애를 낳기까지 아직 시간이 남아있었고 큰 수술이 예정된 바가 없었다.

찔꺽­­! 찔꺽­­!

그러는 와중에도 계속해서 들려오는 불쾌한 물소리.

머릿속에서 빨리 이 장소를 벗어나야 한다는 위기감과 지금 앞에 있는 문을 열고 벽 너머에서 일어나고 있는 일을 확인해야만 한다는 생각이 교차했다.

덥썩­­!

내가 선택한 것은 후자.

내 성격에 결코 이 수상한 일을 못 본 척 하고 넘어갈 수 없었다.

끼이익­...

문이 열리며 은빛의 수술기구들 수술대 등 흔한 수술실에서 보이는 정광이 눈에 들어온다.

찔꺽­­! 찔꺽­­! 찔꺽­­!

"후욱­­! 후욱­!!"

허나 바로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오오­­! 역시 들어왔군!"

옷을 벗고 내 쪽을 쳐다보며 비열하게 웃고 있는 장일후 박사의 얼굴과.

찔꺽­­!! 찔꺽­­!!

바로 아래 분만 의자에 다리가 벌려진 임산부의 하반신과 그 앞에서 허리를 흔들어대는 장일후 박사의 하반신이 보였다.

“..!!”

너무 놀라면 아무런 생각이 들지 않고 몸이 굳어버린다고 하지 않나?

"훅­! 후욱..! 잠시만 기다리게 일단 한 발 쌀테니까!"

지금이 그랬다.

존경심마저 들었던 그 천재가 지금 환자인 임산부를 범하고 있다..!

심지어 상대방의 허락을 구한 것이 아닌 약품을 써서 '강간'을 하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지..지금 뭐하시는 거예요!?"

저 사람은 의사가 아니라 최악의 변태다.

"으윽.. 잠깐 기다리래도.."

신음하며 허리를 덜덜 떤 장일후는.

"후우.."

몽롱한 눈과 함께 천천히 임산부의 다리 사이에서 물러났다.

추욱­..!

그리고 바지를 입지 않아 하얗게 거품이 묻어 늘어진 장일후의 성기가 보인다.

그 끔찍한 하물은 일반적인 남성기에 여러 가지 부속품을 덧댄 '튜닝'이란 걸 했는지 귀두의 밑 부분이 튜브처럼 부풀어 있었고 그 막대 부분에는 구슬 같은 것들이 잔뜩 박혀 있었다.

“꺅?!”

더 이상 보기 싫은 성기에 반사적으로 비명을 지르고 눈을 돌렸다가.

홱­!

장일후의 얼굴을 똑바로 보면서.

"시..신고 할거예요!"

휴대폰을 꺼내 빠르게 112를 눌렀다.

혹시라도 바로 내게 달려들까봐 장일후에게 112가 눌려있는 휴대폰 화면을 보이며 뒤로 천천히 물러났다.

"신고? 흐음. 그러지 않는 게 좋을 텐데.."

허나 여유를 부리는 장일후.

그 모습이 괴물이라도 되는 것처럼 너무 무섭게 보이며 심장이 미친 듯이 쿵광거렸다.

..하지만 저런 범죄자.. 절대 그냥 둬서는 안 돼..!

스윽­ 그 때 장일후가 한 손을 들어올렸고 그 손에 쥐어져 있는 작은 리모콘 같은 게 보였다.

삑. 한 번 누름과 동시에.

철컥­.

그대로 잠기는 문.

"힉?!"

철컥­ 철컥­ 철컥­

놀라 문고리를 잡고 돌려봤지만 전혀 돌려지지 않았고.

파앗­!

갑자기 무언가 켜지는 것 같은 소음과 함께 다시 고개를 돌려보니.

[ 아앙­­ 아앙­­ 으응­­! 아으응..! ]

수술대 위 쪽 메인 모니터 화면에 재생되고 있는 한 장면이 내 시야로 들어왔다.

[ 아응.. 좋아앙..­­ 기분 좋아앗..! ]

[ 철썩­­! 철썩­­! 철썩­­! ]

어떤 남자의 위에서 방아를 찧는 것 같은 천박한 성교자세를 취하며 신음성을 내지르고 있는 여자의 모습이 보였다.

[ 하아악..­­! 아흐윽..!!! ]

곧 절정에 이른 것처럼 허리를 활대처럼 휘며 고개를 뒤로 꺾는 하얀 피부의 여성.

그런데.. 여자의 머리카락 색이... 나랑 같은 남색..?

[ 하아아.. 하아앙.. 아응.. ]

한 번도 본 적 없는 음란한 표정의 얼굴.

저거... 설마 나야?

"오늘 밤 12시까지. 내가 집으로 돌아가지 않으면 저 영상이 모든 동영상 공유 사이트에 뿌려질 거야. 그걸 원하나? 응? 한 간호사."

그 말을 듣는 순간 깨달았다.

이 병원에 온 순간부터 난 벗어날 수 없는 늪지에 빠졌다는 사실을.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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