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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쥬지가 되었다-23화 (23/111)

〈 23화 〉 [ 두 번째 이야기 ] 흑인거근으로 소중한 딸을 범해버리는 엄마 ­ 정신자각, 타락 중기

* * *

스윽­

I컵 사이즈의 브래지어를 차고.

"이 정도 길이라면.. 이젠 내 보지에 넣고 다닐 수 있는 거 아닐까?"

천박한 농담과 함께 발기되지 않은 긴 남근을 허벅지 안 쪽으로 말아 넣는다.

철컥­

마지막으로 검은 색의 남근 정조대까지 팬티처럼 고간에 채운 아영은.

"오늘은 뭘 입고 나갈까~"

직후 옷장을 열고 안에 채워져 있는 옷들을 넘기며 외출에 입고 나갈 옷을 고르기 시작했다.

"아­ 그래! 오늘은 빨간 컬러에 오피스레이디처럼 검은 색 스커트 조합으로 가볼까?"

과거 입었던 수수한 컬러의 조합이 아닌 더 없이 자극 적인 빨강과 블랙으로 결정한 아영은 옷장에서 붉은 색 블라우스와 검은 색 짧은 미니스커트를 꺼내며 스타킹 역시 챙긴다.

"스타킹 먼저 신고.."

새하얀 발을 뻗어 검은색 반투명 스타킹으로 유려한 라인의 다리를 감싼다.

"후우.."

그 직후 블라우스의 단추를 힘겹게 채우고.

스윽­

검은 색의 H미니스커트에 두 발을 집어 넣고 한껏 다리 위로 끌어올린다.

"으윽.. 됐다!"

종아리는 전혀 문제없었지만 살이 붙은 허벅지와 98 사이즈에 달하는 엉덩이가 약간 끼기는 했지만 XXL의 미니스커트를 주문했기에 어떻게든 힘으로 우겨 넣는 게 가능했다.

"흥흥­ 구두는 뭘 신을까나~?"

즐거워 보이는 얼굴로 옷장 속에 배치 해놓은 명품구두와 블랙마켓 사에서 구매한 핸드백들을 살피는 아영.

"좋아. 이것들로 결정~ 후훗!"

아영이 꺼내든 것은 높은 굽의 붉은 하이힐과 화려한 보석이 붙어 있는 명품 핸드백들이었다.

"마지막으로.. 어울리나 확인도 해 봐야지?"

핸드백을 어깨에 걸친 채 옷장 옆에 있는 전신거울의 앞에 선 아영은 천천히 자신의 모습을 살폈다.

꽈악­..

단추가 터질 것 같이 부풀어 있는 가슴과 잘록한 허리의 라인.

이미 국내가 아닌 해외 사이즈의 골반이 미니스커트의 검은 천을 한계까지 늘린 채 엉덩이만을 겨우 걸치고 있었고.

미니스커트 치맛단의 아래로 검은 스타킹이 덧씌워진 허벅지가 바깥으로 음란하게 나와 있으며 뒤로는 엉덩이의 밑살 일부가 스커트 바깥으로 빠져나와 있다.

이것만으로도 충분히 불건전하기 그지 없는 복장이었지만.

"가슴이 조금 답답해보여. 단추 몇 개 열어보는 게.."

툭­ 출렁!

"더낫네."

아영은 자신의 블라우스 단추까지 몇 개 풀어 깊은 가슴골을 들어내면서 더욱 더 스스로의 모습을 천박하고 음란하게 만들었다.

"후후훗.."

만족스러운 미소를 띄우고 거울을 보고 있던 아영은.

"어라.. 조금 수수하지 않아?"

자신의 얼굴 쪽을 보고 중얼거리며 그 표정을 굳힌다.

충분히 아름다운 얼굴이었으나 화장기가 없고 머리스타일 역시 긴 생 머리로 청초하고 수수한 느낌을 준다.

'마음에 안 들어.'

목 아래쪽이 육감적인 느낌으로 가득 차 있는 것과 대조되어 욕구불만 상태인 아영에게는 도저히 만족이 되지 않는 외모였다.

툭­!

들고 있던 핸드백을 침대 쪽으로 던지며 휴대폰을 잡은 아영은.

"응~? 마침 고급 헤어샵이 재오픈했다고?"

자신이 사는 동네의 가장 비싼 헤어샵을 검색하고는 입가에 미소를 지으며 외출준비를 마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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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벅­ 저벅­

부스륵­ 부스럭­

식재료가 가득 든 봉투를 들고 걸음을 옮기고 있는 두 명의 여자.

"도와줘서 고마워. 다음에 디저트라도 한 번 살게."

"에이­ 나도 필요한 게 있어서 간 건데? 그래도 디저트는 사주기!"

단발머리의 여성이 말하자 옆에 있던 귀여운 인상의 여자가 웃음을 흘리며 대답한다.

"그런데 웬일로 마트에 가자고 한 거야? 보통 집에서 어머니가 음식 챙겨준다고 하지 않았어?"

"아, 그게.."

귀여운 인상의 여성, 산부인과 직장동료이자 친구가 묻자 단발머리의 여성, 아라는 바닥을 보며 잠시 말을 끌다가.

"..어린애도 아니고 매일 엄마가 차려주는 밥만 먹을 순 없잖아?"

"오~ 효녀 납셨네!"

"효녀는 무슨.. 늘 엄마한테 신세만 지는 불효녀네요."

놀리는 친구와 장난스러운 대화를 나누며 걸음을 옮긴다.

"어­? 저거 뭐야?"

"응? 뭐가?"

그 때 손가락을 뻗으며 앞을 가리키는 친구의 행동에 전방을 바라보는 아라.

[ 축! 노블레스 아뜰리에 재 OPEN! ]

분홍빛의 광고판이 길목을 막고 있다.

그 옆으로 시선을 옮겨서 보니 깔끔하게 세워져 있는 올라가는 계단과 함께 유리벽 너머로 미용실의 각종 설비가 꾸려져 있는 건물 내부의 모습이 눈에 들어온다.

"헤어샵..?"

"저기 유명한데잖아? 비싸기로 말이야. 메이크업도 같이 해주는 것 같은데.. 솔직히 유흥업 종사자나 부잣집 사모님 아니면 일반인은 갈 엄두가 안 나지."

“그렇구나..”

무언가 선망하는 것 같은 친구 다정의 말에 아라는 별로 탐탁치 않아하는 시선으로 건물을 쳐다본다.

"요즘 같이 힘든 세상에 저런 곳을 다시 오픈 해? 저런 사치스러운 장소.. 갈 사람은 없을 것 같은데?"

고등학생 시절부터 검소하고 절약정신이 투철한 아영의 밑에서 자란 아라는 사치에 대해서는 경계하는 성향을 지니게 되었다.

"그래도! 사람들 아무리 가난해도 부유한 사람은 부유한..어! 저기 한 명 내려오네."

다정의 소근거리는 말에 계단 쪽을 본다.

또각­ 또각­

높은 굽의 하이힐로 엉덩이를 씰룩이며 걸음을 옮기고.

살랑­..!

웨이브진 머리카락이 한 계단 한 계단 내려올 때마다 흔들린다.

그 흔들리는 머리카락 사이로 보이는 새하얀 얼굴.

연보랏빛으로 눈 화장을 한 아래로 속눈썹이 길게 뻗어있으며.

또각­

높은 콧대 아래로 진한 빨간 립스틱을 바른 입술이 번들거렸다.

촤륵..

비싸 보이는 명품백과 손목에 찬 보석 팔찌와 목에 찬 목걸이까지.

머리부터 발끝까지 사치와 화려함으로 가득 찬 여자가 계단을 내려오고 있었다.

"와­ 부잣집 사모님인가? 아니 몸 보면.. 연예인이나 어두운 일 하는 여자 같기도 하고? 어쨌든 뭔가 다른 세계에 사는 것처럼 보이는 여자네."

아라의 친구가 입을 벌리고 말하자.

"..엄마?"

"응? 엄마라니?"

"그럴 리가 없어.. 그런데. 우리 엄마인 것 같아. 저 사람."

"...?"

아라의 대답에 순간 친구의 표정이 어리둥절하게 바뀌며 다시 계단을 내려와 도로에 멈춰 서서 휴대폰을 만지작거리는 여자 쪽을 쳐다본다.

“저 사람이 너희 어머님이라고..?”

아라의 어머니인 아영을 직접 본 적은 없으나 평소 아라에게 들어서.

아영이 홀몸으로도 친 딸이 아닌 딸을 키워낸 검소하고 부지런한 이미지로 알고 있던 다정은 유흥업 종사자라고 해도 믿을 만큼 파격적이고 음란해보이는 아영의 모습에 뭐라 할 말을 잃었다.

"아..아니야. 내가 잘못 봤나봐. 저런 사람이 우리 엄마 일 리 없.."

어떻게 봐도 얼굴 형태가 아영이었으나 여지껏 보아온 어머니의 모습을 떠올리며 현실을 인정할 수 없었던 아라는 고개를 저으며 중얼거렸다.

허나 그 때.

"...음?"

저 멀리서 고개를 돌리다가 아라와 그 친구가 서 있는 것을 발견한 여성은.

"딸~!"

손을 들며 큰 목소리로 부른다.

'정..말로.. 엄마였어?'

상대방이 자신의 엄마라는 사실에 충격을 먹은 아라는 대답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근래 아영이 집에서 돌핀팬츠나 가벼운 복장으로 있으며 그 몸매 역시 이상할 정도로 변모했다는 걸 알고 있었지만.

설마 밖에서는 집안에서보다 더욱 더 자극적인 모습으로 돌아다니는 줄은 상상도 하지 못했다.

또각­!

그 때 아라와 그 친구 옆에 멈춰 선 아영은.

"어머~? 옆은 누구."

"아..아! 안녕하세요. 어머니. 아라 직장동료이면서 친구입니다. 네.."

아까 전 야해 보이는 여자라고 했던 것이 찔렸는지 말을 더듬으며 아영에게 인사하는 친구 다정.

"반가워요. 우리 아라한테 이렇게 예쁜 친구가 있었는지 몰랐네~후훗."

요염한 미소를 흘리며 말하는 아영의 모습에 다정은 부끄러워하며.

"제가 예쁘긴요..! 어머님에 비하면 전 아무것도 아닌 걸요! 솔직히 어머님이 아니라 아라 언니인줄 알았어요."

“에이 칭찬이 너무 과하다~"

"진심이에요! 처음 봤을 때는 연예인인 줄 알았는 걸요!""

"빈말이겠지만.. 그래도 기분은 좋네요."

쉽게 다가갈 수 없는 고급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면서도 활발하게 말을 받아주는 아영에게 아라의 친구는 계속해서 칭찬의 말을 건넸다.

"그런데 아라야.. 그 봉지는? 혹시 살 물건이라도 있었던 거니?"

뒤늦게 아영이 아라가 들고 있는 봉지를 쳐다보며 묻자.

"네! 아라가 어머님한테 요리를.."

아라의 친구가 대신 대답하려고 했지만.

"최근 들어서."

아라가 끼어들어.

"응?"

"..엄마한테 요리 한 번 해드리고 싶어서요."

알 수 없는 표정으로 아영을 쳐다보며 말했다.

"..."

그 투명한 딸의 시선에 마음 속 깊은 곳에서 불편함이 드는 동시에.

빠르게 아라가 들고 있는 봉지 속 식재료들과 근래 들어 한 번도 아라의 밥을 챙겨준 적이 없단 걸 깨달은 아영은.

'..뭐야 내가 식사 좀 안 챙겨줬다고 항의라도 하는 거야?'

"아..그래?"

눈은 웃으면서도 입 꼬리는 심기불편한 기색을 흘리며 움찔 거린다.

딸이 자신을 위해 요리를 해준다고 함에도 기쁜 마음보다 질책을 한다고 생각하며 속으로 짜증을 낼만큼 현재 아영의 심상은 온전치 못한 상태였다.

"다정아 여기서부터는 나 엄마랑 갈게."

"응? 같이 가도 상관 없는데?"

"방향이 완전히 다르잖아?"

"그렇긴 한데.."

그만 가보라는 이야기를 하는 아라의 가라앉은 얼굴에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낀 아라의 친구 다정은.

"알았어. 내일봐. 어머님도 안녕히 가세요!"

"그래요~ 다음에도 또 보면 좋겠네요."

그렇게 아라의 친구가 아영과 아라의 인사를 들으며 골목 쪽으로 사라지자.

"가요. 엄마."

"응? 아.. 응."

어딘지 싸늘한 딸 아라의 반응에 시무룩한 아영은 천천히 그 옆을 따라 걸었다.

"..."

"..."

그렇게 한 동안 말없이 길을 걷다가.

"그 봉지.. 무겁지? 엄마가 들어줄까?"

아영이 아라에게 바짝 붙으며 먼저 손을 내밀고 말하자.

화아악­

아영에게서 풍기는 진한 향수냄새에 아라는 이마를 찡그렸다.

‘엄마가.. 아닌 것 같아.’

그 체취 때문인지 아니면 자극적인 외모 때문인지 더 없이 친근했던 엄마가 낯선 사람처럼 느껴졌다.

“엄마.”

“응?”

결국 걸음을 멈춘 아라는 아영을 똑바로 보며입을 열었다.

“혹시 남자친구.. 아니지 사귀는 후타나리안이라도 생긴 거예요?”

“뭐? 그게 무슨 말이니? 사귀는 사람이라니..?”

“그게.. 엄마 요새 뭔가 몸도 변하고 옷도 그렇게 입으시고.. 오늘은 화장이랑 머리스타일까지 바꾸셨잖아요?

신경 쓰여서 미칠 것 같은 속내를 최대한 감추며 상대방이 기분나빠하지 않게 조심스럽게 묻는 아라.

"아­ 이거 말이니? 그냥.. 좀 꾸미고 싶어서 이미지 체인지를 해봤지."

"그렇다고 해도.. 갑자기 이렇게 바뀌는 건.. 조금 이상하지 않을까요?"

계속해서 바뀐 외모에 대해 묻는 아라의 질문에.

‘뭐야..얘. 아까부터짜증나게.’

그것 역시 아라가 자신을 추궁한다고 느낀 아영은 가슴 안 쪽이 화끈 거리는 걸 느끼며 입술을 움직였다.

"얘는 엄마도 여자야. 꾸미고 싶을 수도 있는 거 아니야? 너 그럼 뭐. 엄마는 계속 옷도 사 입지 말고 꾸미지도 말고! 그냥 있는 대로 추레하게 다니라는 거니!?"

처음에는 타이르듯이 말하다가도 속에서 화가 치밀어 오르자 아영은 분노조절을 못하는 것처럼 공격적으로 아라에게 소리쳤다.

“그..그게 아니라..”

“하! 그게 아니긴? 계속 아까 전부터 엄마 신경 거슬리는 행동이랑 말투만 하고 있잖아!”

'어..엄마 무서워..'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납게 노려보는 눈빛과 화난 얼굴에 아라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냥.. 엄마가.. 엄마.. 요즘 들어서 옛날 같지도 않고! 흐윽.. 뭔가 이상하단 말이에요.."

결국 감정이 북 받친 아라가 눈물을 터트리며 말을 잇자.

"아니, 울긴 왜 울어? 울고 싶은 건 난데. 그리고 네가 무슨 어린애니? 솔직히 말해서.. 그동안 피가 이어져 있지 않은데 챙겨준 것만으로도 감사하게 생각해야지. 엄마가 조금 집안일을 안 하고. 조금 꾸몄다고 해서. 이렇게 눈치 주면서 짜증나고 귀찮게 하고 말이야."

"엄마는.. 내가 짜증나고 귀찮아진 거예요?"

"그야..!"

홧김에 그렇다고 대답하려던 아영은.

쿠웅..!

"흐윽.. 흑.."

서럽게 울고 있는 딸 아라의 모습을 보며 심장이 철렁 한 것을 느꼈다.

'내가 지금 아라한테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홀로 남겨진 딸 만큼은 누구보다 잘 키우겠다고 다짐했었다.

아라는 소중한 하나뿐인 가족.

그런 아라에게 지금 화를 내면서 짜증을 내는 모습은 아영, 자신이라면 결코 하지 않을 행동이었다.

"아라야.. 엄마가..그게!"

"저! 먼저 가볼게요..!"

눈물을 감추며 뛰어가는 아라의 뒷모습을 보며 아영은 손을 뻗으며 따라가려고 했지만.

"..."

전신을 오싹하게 만들정도로 강렬한 이질감에 말을 잃은 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못했다.

“...?”

어깨에 걸쳐져 있는 명품 핸드백과 팔과 목에 걸려있는 보석 목걸이와 팔찌.

단추가 풀려진 블라우스의 목선으로 보이는 가슴골에.

"꺅..!"

아영은 뒤늦게 부끄러움에 비명 지르며 단추를 서둘러 잠갔다.

쿵.. 쿵.. 쿵..

"하아.. 하아.."

심장이 미친 듯이 두근거리며 머리가 어지러워져 옴에 아영은 당장 쓰러질 것 같았지만.

'아라한테.. 아라한테 가서 사과해야 해..'

툭­

아영은 달려가던 딸 아라의 뒷모습을 생각하며 들고 있던 가방까지 놓아버린 채 서둘러 집 쪽으로 걸음을 옮겼다.

띡­ 띡­ 띡­

덜덜 떨리는 손가락으로 아파트의 비밀번호를 누르고.

철컥­ 끼이익...

문을 열어 집 안으로 들어 선다.

“이게 무슨..”

불이 꺼져 어두운 집 안의 모습은 가히 난장판이나 다름 없었다.

현관에서부터 쓰레기들이 널브러져 있고 주방 식탁에는 점심 때 먹고 치워놓지 않은 음식 용기들이 가득 쌓여 있다.

"나 대체.. 여태 뭘 한 거야?"

아영은 덜덜 떨리는 눈으로 더러운 집안의 모습을 살피고는 자신이 했었던 이해가 가지 않는 행동들을 하나 둘씩 연상하며 손으로 이마를 부여잡았다.

"우욱..!"

아까 전 헤어샵에서 뿌려준 고급 향수의 지독한 향기가 자신의 몸에서 풍겨오기 때문인지 아니면 그동안 자신이 해온 행동에 대한 격한 거부감 때문인지 아영은 현관 선반을 잡고 허리를 굽힌채 계속해서 헛구역질을 해댔다.

'화장실.. 화장실로 가야해..'

결국 참지 못한 아영은 화장실까지 거의 기어가듯이 들어갔고.

"우웨엑­­ 우욱..!"

변기를 붙잡은 채 계속해서 토악질을 해댔다.

뚝.. 뚝..

"하아.. 하아.."

하지만 강화된 소화기관 때문에 음식물이 아닌 타액만 입에서 떨어진다.

"으읏..?"

그러다 천천히 고개를 들고 변기 커버를 잡고 일어서며 화장실 안 쪽 거울을 마주하게 된 아영.

"누구..야?"

거울에 비친 여자를 보고는 자신도 모르게 되묻는다.

물결치는 웨이브 머리카락과 기가 세고 도도해 보이는 인상으로 만드는 진하고 화려 해 보이는 얼굴 화장.

출렁­..

푸릉..­

가슴과 엉덩이는 발정 난 암컷 짐승처럼 한껏 부풀고 몸의 어느 한 구석 야하지 않는 부분이 없는 음란한 몸매를 달라붙는 옷으로 한껏 드러내고 있는 천박하기 그지 없는 여자가 놀란얼굴을 하고 마주보고 있다.

'이거설마.. 나야...?'

"시..싫어!"

아영은 그게 자신의 몸이란 걸 느낀 순간부터 얼굴을 화끈 붉히며 손으로 가슴과 엉덩이 부분을 가리려고 했다.

출렁­­ 출렁­­

흔들..!

허나 아영의 얇은 팔로는 이미 발육될 만큼 발육 된 풍만한 여체를 전혀 가릴 수 없었다.

'이런 꼴로 어떻게 돌아다녀..!? 옷을! 옷을 갈아입어야 해!'

결국 손과 팔로 가리는 게 불가능하다고 판단한 아영은 자신의 방으로 향했다.

끼익­!

"여기도 더러워.."

거실만큼이나. 아니 거실보다도 더욱 더러운 부부방의 모습에 자신도 모르게 경멸의 표정을 지은 아영은 우선 옷을 갈아입고 치워야 한다는 생각으로 옷장으로 다가가 문을 열었다.

그리고.

"뭐야 나 대체.. 옷을 왜 이렇게 많이 산거야?!"

옷장 안을 가득 채우고 있는 옷들에 경악하고야 만다.

'전부 이런 옷들 밖에 없잖아?!'

거기다 옷장을 채우고 있는 건 지금이랑 비슷한 수준이거나 혹은 더욱 심한 노출도를 가진 천박한 옷들뿐이었다.

"내가 입던 옷들은..?!"

원래 있던 수수한 의류나 남편인 진욱이 사줬던 원피스를 떠올린 아영이었지만.

"내 손으로.. 전부 버렸어?"

이내 그것들을 자신이 직접 버렸다는 사실을 떠올린 아영은 힘없는 목소리로 말하며 그 자리에 털썩 주저앉았다.

“...”

너무나 혼란스럽고 여태까지 행동 했었던 게 분명 스스로이면서도 자기 자신이 아닌 것 같은 괴리감에 아영은 머릿속이 새하얗게 변하는 느낌을 받았다.

"...진욱씨."

그러다 반사적으로 침대 옆 책상에 올려 져 있는 남편 조진욱의 사진을 본 아영은.

­ 엄마는 이제.. 내가 귀찮고 짜증난다는 거네?

"아아..!"

자신이 집으로 와서 가장 먼저 해야 했던 일을 깨닫고는 충격으로 자리에서 벌떡 일어난다.

타다닥­!

'바보야! 아라한테 사과하는 게 먼저 잖아..!!'

쓰레기장과 다름 없는 집안의 모습과 자신이 하고 있는 천박한 꼴에 잊고 있었던 스스로를 질책하며 빠르게 계단을 올라 아라의 방문 앞까지 달려간다.

똑똑똑.

"아라야? 아라 있니? 엄마랑 얘기 좀 하자. 우리 딸."

조심스러우면서도 다급하게 방문을 노크하며 최대한 상냥한 목소리로 딸 아라를 부른다.

"...."

하지만 전혀 들려오지 않는 대답에.

'혹시 방에 없는 걸까?'

아라가 집이 아닌 다른 곳으로 갔을 가능성을 떠올렸지만.

철컥­! 철컥­!

'있긴 있어.'

문고리를 돌려보자 잠겨 있다는 걸 확인한 아영은 아라가 안에 있음을 확인했다.

"아라야.. 제발 나와 줘. 엄마가 아까는 이상해서..! 아니, 아까 뿐만 아니라 근래에 계속 이상해서 그랬던 것 같아! 정말 미안해! 아까 말했던 우리 딸이 귀찮다느니 짜증난다느니 전부 엄마가 미쳐서 한 헛소리니까! "

아영은 거의 애원하는 목소리로 아라의 방문에 붙어 외쳤지만.

"조금만..! 저혼자 있게 해주세요!"

"아아.. 그래."

방문 너머에서 들려오는 아라의 울먹이는 목소리에 아영은 맥이 풀린 얼굴로 문에서 물러났다.

저벅.. 저벅.. 저벅..

'나 분명 계속 이상했는데.. 근데 바보 같이 이상한 것도 눈치 채지 못하고.. '

혼이 빠져 나간 얼굴로 한 걸음씩 계단을 내려오는 아영.

털썩­..

미쳐 계단을 다 내려오기도 전에 다리에 힘이 빠진 아영은 계단에 주저앉으며.

"으아아윽­­!! 미쳤어..! 정말 미쳤던 거냐고! 박아영 너 왜 그런 거야!! 왜!?"

자신의 머리를 움켜잡고 무릎에 이마를 기댄 채 울부짖으며 머리를 흔들었다.

"아.."

결국 세팅했던 머리카락도 완전히 헝클어지고 눈 화장과 입술 립스틱 역시 번져 처연한 몰골이 되고만다.

"치..워야지."

무언가라도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기계적으로 몸을 일으켜 움직이며 더러워진. 아니자신이 더럽힌 거실을 치우기 시작했다.

저벅. 저벅. 저벅.

계속 걸음을 옮기며 물건을 손으로 잡아 정리하던 아영은.

­ 고객님. 약의 설명서는 제대로 확인하고 복용하고 계시는 겁니까?

"...!"

벤 아서가 말했던 한 마디의 말을 떠올렸다.

타닥­!

'생각해보면 약을 먹기 시작했을 때부터야..!'

아영은 하고 있던 일을 멈추며 곧바로 자신의 방 안에 들어가.

드륵­..!

“설명서.. 설명서.. 아!”

서랍을 열고 약상자를 뒤져 설명서를 손에 집고 읽기 시작했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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