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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생쥬지가 되었다-3화 (3/111)

〈 3화 〉 [ 첫 번째 이야기 ] 히키코모리인 나와 완벽한 누나

* * *

왜 좆이 되었는 지 그리고 왜 이게 꿈이 아니라 현실인 것 같은 지는 제쳐두고.

천천히 걸음을 옮겨본다.

몰캉­­ 몰캉­­

"..."

원래라면 두 다리로 걷고 있어야 되었을 내가 지금은 주름진 탱탱고환으로 걷고 있다.

아마도 머리는 귀두고 몸은 음경.. 막대부분인 것 같은데..

..내 좆이 잖아?

어떻게 봐도 포경수술을 끝마치고 20여년 간을 함께한 내 아래 쪽 똘똘이 녀석이다.

문뜩 한 가지 의문이 스쳐 지나간다.

눈 코 입이 없는데 어떻게 난 주변을 볼 수 있고 심지어 청각이나 후각도 살아 있냐는..

..아니 씨발 사실 이런 건 중요한 게 아니지.

지금 중요한 건 단 한 가지 내가 좆이 되었다는 사실 뿐이다.

대체 왜?

뭘 잘못 먹은 걸까? 평소먹던 컵라면을 사다 먹었다.

병에 걸린 걸까? 이딴 좆이 되는 병이 있었다면 초시간베스트나 세상에 요런 일이에 나왔을 것이니 내가 모를 리가 없다.

푸릉­­!

그럼 대체 왜 난 좆이 되었냔 말이다!!

..설마 여태까지 누나한테 얹혀서 한심하게 살았다고 하늘에서 천벌을 준 거 아니야?

움찔­!

..잠깐, 누나?

순간 거울에 비친 좆 모드의 내가 몸을 떤다.

당장 좆이 된 것 때문에 생각 치 못 했지만 난 누나와 같이 살고 있다.

누나가 내 이런 꼴을 보면 뭐라고 할 것인가?

아무리 착한 누나라고 해도 왠 좆만 기어다니는 괴생물체가 집 안에 있다면 결코 가만두지 않을 거다.

..갖다 버리거나 경찰에 신고하거나 어쩌면 누나가 날 죽일지도 몰라.

오감은 다 느껴져도 입이 없어 말할 수 없는 것 같으니 난 누나에게 설명조차 하지 못할 거다.

온갖 상상을 끝낸 나는 누나에게 발견되기 전에 어딘가 숨어야 한다는 생각에 주변을 살피기 시작했다.

책상 밑..

서랍..

거울 뒤 편..

숨을 곳은 많아보였지만.

..침대 밑으로 가자!

지금의 육체.. 아니 좆체로는 높은 곳에 올라갈 수 없었다.

결국 바닥과 가까운 침대 뒷편을 선택해 기어 들어가기로 한다.

물컹­­ 물컹­­

이제는 완전히 발이 되어버린 고환을 움직여 열심히 이동한다.

..진짜 어둡네. 아무것도 안 보이잖아..?

내 방은 늘 불이 꺼져 있어 원래부터 어두운 편이었지만 침대 밑은 그것보다도 훨씬 어두웠다.

..으 먼지 겁나 묻잖아?!

거기에 평소 청소를 잘 안하는 편인 내가 침대 밑까지 청소를 할 리는 없었고.

..흐윽.. 이게 무슨 꼴인데?

먼지투성이 고추가 된 나는 음경을 웅크린 채 침대 밑에서 눈물을 흘리기 시작했다.

주륵..

꼴에 좆이라고 눈물도 쿠퍼액처럼 음경 끝에서 나오는 현 상황이 너무도 서럽기 그지 없다.

...원래대로 돌아갈 방법이 있을까? 아니면 계속 평생 좆인 지금의 상태로 살아야 하는 걸까?

아니.. 평생은 아닐 거다.

[ 당신의 수명... '30일' 입니다. ]

이 꼴로 변하기 직전 들려왔던 수많은 정보 중 내 수명이 30일이라는 내용이 섞여 있었다.

단순히 환청이라고 하기엔 이것이 가짜라는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근거는 없지만 본능이나 유전자 레벨의 정보라고 해야 할까?

마치 밥을 먹으면 똥을 싸는 순리처럼 내 수명이 무조건 30일 남았다는 생각이 든다.

..혹시 그 때 들려온 목소리랑 내가 이렇게 변한 거랑 연관이 있는 걸까?

거기까지 생각이 이어졌을 때 나는 한 가지 '실험'을 해봐야겠다고 느꼈다.

..분명히 이 상태로 여자를 마비시키는 분비물을 발사 할 수 있다는 내용이 있었지?

지금의 '좆'인 상태로는 여자를 덮쳐서 그.. 음부에 들어가는 게 쉽지 않기에 여자를 순간적으로 마비시키고 성기를 느슨하게 만드는 액체를 쏠 수 있다고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말해줬다.

그 정체불명의 목소리가 진실인지 그냥 환청인지는 이걸 실험 해보면 알 수 있을 것이다.

...어떻게 쏘는 거지? 힘주면 되나? 합!

기합을 내는 것과 동시에.

움찔­­불끈­­!

말랑거리는 상태였던 음경에 힘줄이 돋아 발기하며.

푸슈우웃­­!!

..커억..!

뷰루룩­­!!

머리에서부터 온 몸으로 피가 빠지는 느낌과 함께 격한 사정이 이어진다.

철퍽­..!

기세는 엄청났으며 바닥에 쏟아지는 양은 내가 평소에 사정하는 양의 수 십 배는 되는 것 같았다.

..허어...허어어..

그래서일까? 현자타임과 체력의 소모까지 정상적인 사정보다 훨씬 길다.

...

점점 눈 앞이 흐려져 가고 나른한 기분이 차오름에 정신적으로 몰려 있던 나는 더이상 참지 못하고 눈을 감았다.

"진성아­! 진성아 어딨어?! 응? 진성아!"

..누나?

다시 눈을 떴을 때 들려온 것은 다급한 누나의 음성.

타닥­ 타닥­

침대 밑의 시야로 분주한 발의 움직임이 보인다.

스타킹을 신은 것에 가느다란 발목이 어떻게 봐도 누나의 발이다.

"진성아 빨리 나와!"

...?

날 찾는 것은 이해가 되는 일이다.

"누나 미칠 것 같으니까.. 장난치지 말고 빨리!!"

그런데 누나의 목소리 톤이 이상하다.

늘 편안한 느낌을 주는 상냥한 음성으로 말하던 누나의 목소리가 지금따라 히스테릭하게 올라가 있으며 화를 내는 것처럼 날카롭다.

장례식장에서 친척들을 향해 외쳤던 냉정한 목소리와는 분명 또다른 목소리다.

..어떡하지 누나가 저러는 거 보면 분명 무슨 일이 있는 걸텐데..

순간 나가야 하나 하는 고민이 들었지만.

..애초에 숨으려고 여기로 들어온 거잖아? 지금 누나한테 꼴을 보일 순 없어.

이내 포기하고 말았다.

타닥­­ 타닥­­

그렇게 내가 숨어서 누나의 발이 움직이는 걸 지켜보고만 있을 때.

"그..그래! 밖으로 나갔을 수도 있잖아?!"

누나의 목소리와 함께 문이 닫히는 소음이 들려왔다.

...누나 갔구나..

차라리 밖으로 나가는게 맞지 않았나라는 후회감과 함께 또다시 지독한 고독이 찾아온다.

...살려면 기생하는 수 밖에 없는데.

어쩌면 그토록 착하고 상냥한 누나이니까 날 기생시켜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아주 잠깐 스쳤지만.

...염치도 없지. 그럴 수는 없잖아?

이미 내 인생 자체가 누나한테 있어 짐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흉측한 모습으로 누나의 그 곳에.. 절대 할 수 없다.

그건 인간쓰레기를 넘어 은혜조차 모르는 짐승이 되는 행위나 다름 없다.

..그래. 난 어차피 누나의 짐이었잖아? 그냥 이렇게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지도 몰라.

나의 죽음이 여태껏 내게 친절하고 상냥하게 대해준 누나에 대한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일일지도 모른다.

....

그렇게 나는 축 늘어져 한 달이 가기만을 기다리기로 했다.

움찔...

일주일이 지났다.

정확히는 일주일 밖에 안 지났다.

여전히 나는 '좆'인 상태다.

..힘이 없어..

그동안 달라진 게 있다면 눈에 띄게 체력이 줄어들었다는 점.

분명 처음만 해도 팽팽했던 고환이나 음경과 같은 부분이 조금은 메말랐다는 느낌이 든다.

..이렇게 죽어가는 거겠지?

계속되는 기력의 소모에 조금은 두려워지기도 했다.

몇 번이나 나가서 어떻게든 누나한테 도움을 요청을 해볼까 생각하기도 했지만.

챙그랑­­!

"어딨어?! 어딨는 거야 대체?! 아아악!!"

...?

누나의 이상행동을 목도하고는 그런 생각이 완전히 사라져버렸다.

챙그랑­­ 차창­­­..!

"강진성! 진성아? 진성아? 진성아?"

내 방에 있는 물건을 때려부수며 도저히 정상인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광기에 찬 목소리로 악을 지르는 누나의 음성.

처음에는 다급한 일이 있는데 내가 없어져서 그러는 거라고 생각했지만 그것이 일주일 째 반복되고 있는 걸 생각해보면 결코 정상적이지 않다.

"나와!! 나오라고!! 강!! 진!! 성!!!"

챙그랑­..!

분명 처음 침대 밑에 들어왔을 때만 해도 깨끗했던 바닥이 이제는 누나가 집어던진 모니터나 물건들로 가득 찬 상태까지 되었다.

그 중에는 내가 처음 내 모습을 확인했던 거울 역시 파편이 되어 퍼져 있었는데.

...어어..! 멈춰! 조각이..!

푸욱­­..!

...?

일체의 망설임도 없이 맨발로 날카로운 거울조각을 밟고 지나가는 누나의 발에 나는 순간 굳어버렸다.

혹시 밟지 않은 건가? 분명 조각이 있었는데..?

그런 생각을 할 때 누나의 멈춰 있는 발에서 흥건히 바닥으로 번지는 붉은 핏물을 보며 밟은 게 맞다는 걸 깨달았다.

보통 사람이라면 여기서 비명을 지르며 물러나야 맞을 텐데도..

저벅... 저벅... 저벅..

...어으으..!!

누나는 계속 피묻은 발로 방 안을 걸으며.

"강진성­­ 강진성­­ 강진성­­ 강진성­­"

내 이름을 부르면서 방 안을 돌아다녔다.

그 때 느꼈다.

외모며 능력이며 모든 것이 완벽한 우리 누나가 사실은 정상인이 아닐지도 모른다는 사실을.

...누나가 이상해. 이상하다고..!

처음에는 누나한테 짐이 되기 싫어서 침대 밑에 숨었던 나지만 지금에 와서는 누나가 무서워서 나갈 수가 없었다.

밖에 있는 사람이.. 수 년간 내가 알고 있던 사람이 뭔가 이상하다.

끼익­...

허나 어김없이 오늘도 문이 열렸고.

"진성아? 누나 왔어.."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저벅­ 저벅­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누나의 발은 붕대로 감겨 있는 상태였다.

전에 봤을 때 피가 많이 흘렀으니 그 사이 누나가 스스로 치료한 모양이다.

저벅­­.. 저벅­­..

역시나 물건들이 떨어져 있는 방을 그대로 치우지도 않고 걷는 누나.

유리조각 역시 치우지 않은 건 마찬가지지만 누나가 규칙적으로 바닥에 묻은 발자국만 따라 다녀서인지 다시 파편을 밟는 일은 없어 보인다.

"진성아.. 여기 있는 거 누나는 다 아니까.. 나와주면 안 될까? 누나가 우리 진성이 챙겨주고 또 사랑하는 거 알잖아? 응?"

마치 내가 이 방에 있다는 걸 안다는 듯이 말하는 누나의 목소리에 순간 음경과 고환이 떨렸다.

정말로.. 정말로 아는 것일까?

"사랑해.. 사랑한단 말이야.. 네가 살렸잖아? 너 때문에 살아 있는 거라고!!!"

그러던 중 발작이 시작되며 알 수 없는 말을 내뱉는 누나의 목소리가 들려온다.

..살렸다니 대체 무슨 말이야?

"아아악­­!! 강진성!!! 나 말고 다른 년한테 간 거면..죽여죽여죽여죽여죽여죽여!!! 죽여 버릴거야!!"

또 다시 악을 지르며 방에 있는 물건을 뒤지는 것처럼 뛰어다니는 누나.

파창­..!!

그러던 중 내 눈 앞. 정확히는 침대 바로 앞으로 무언가 물체가 하나 떨어진다.

...돼지 저금통?

저건 누나가 선물로 준 저금통이다.

아버지가 새엄마와 재혼을 한다고 했을 시점에 내 생일이었고 당시 도자기 공예 학원을 다니던 누나는 직접 빚은 도자기라며 선물로 저 도자기 저금통을 줬었다.

챙그랑­..!

완전히 파편조각이 나며 깨지는 도자기 돼지저금통.

또다시 누나가 저 파편 조각을 밟는 것은 아닐까 걱정스레 보고 있는데.

투욱­ 툭­!

저금통의 안에서 이상한 금속 물체 하나가 떨어진다.

사각형에 렌즈가 달려 있는 금속 물체.

그 정체가 무엇인지는 알 수 없었으나 어쩐지.. 카메라와 비슷하다고.

"..응? 아아! 이게 있었지?!"

그런 생각이 스쳤다.

스윽­

누나의 손이 내려와 금속물체를 잡는다.

저벅­ 저벅­

그리고 점점 멀어지는 발소리가 들려온다.

...뭐야? 대체 뭐야..?

누나가 생일선물로 줬던 돼지 저금통에는 동전을 넣는 투입구가 없었다.

유일하게 있는 구멍은 돼지코에 있는 아주 미세한 구멍 두 개 뿐.

당시엔 아무리 완벽한 누나라도 실수를 하는 구나 하고 넘기며 그래도 만들어준 것이니 방 한구석에 냅둔 물건이다.

근데 애초에 투입구가 없던 게 누나의 설계였다면..?

저 돼지 저금통에 또다른 용도가 있었다면..?

사실 생각해보면 그렇다.

누나는 늘 내가 숨으려고 할 때 괜찮다는 말을 했었다.

밖으로 나갈 필요 없다고. 자신이 전부 챙겨주겠다고.

..그 중에 할 수 있다는 응원의 말은 전혀 없었어.

내가 방에 은둔하게 된 것을 누나의 탓으로 하기엔 너무나 쓰레기 같은 짓이기에 부정하고 있었지만 누나는 내가 다시 학교에 나가보겠다고 하거나 밖에서 사회생활을 한다고 말할 때면.

[ 진성아.. 상처 받을 뿐이야. 너도 알고 있잖아? 바깥의 사람들은 누나처럼 상냥하지 않다는 걸. ]

연신 그런 말을 하며 내 의지를 꺾었다.

마치 이 방에 있으라고 세뇌를 거는 것처럼..

..잠깐 문이 닫히는 소리가 안 들렸어?

그 순간 바로 앞에 누나의 발이 보인다.

맨발과는 달리 슬리퍼를 신고 있는 발.

슬리퍼는 발 소리가 들리지 않...

털썩­!

그 순간 무언가 내려 앉는 소음과 함께.

"...여기 있었네?"

누나의 새하얗게 웃는 얼굴이 내 눈 앞을 가득 채웠다.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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