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화 〉 [ 첫 번째 이야기 ] 히키코모리인 나와 완벽한 누나
* *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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삐빅 삑
"..."
어두운 방, 빛을 내고 있는 모니터를 뚫어져라 바라본다.
촤확!
키엑..!!
화려한 갑주를 걸치고 흉측한 괴물들을 도륙내는 전사형 캐릭터.
"...앞으로 10마리 남았나."
기계적으로 키보드를 두들겨 캐릭터를 조종하고 몬스터를 사냥하기를 반복한다.
[ LEVEL UP !! ]
그럼 캐릭터는 계속해서 쌔진다.
경험치를 얻어 강해지고 몬스터를 잡은 돈을 사용하여 새로운 장비를 구매한다.
점점 더 화려해지고 더욱 더 강해진다.
삑
"아 씨..! 또 전기 나갔.."
갑자기 꺼진 모니터에 비친 얼굴.
삐쩍 마른데다가 피곤 해 보이는 눈매의 한심한 면상이다.
"하..."
게임 속 캐릭터는 계속해서 발전해나가는데 화면에 비친 이 '녀석'은 조금도 발전이 없다.
아니.. 오히려 계속해서 퇴화해 간다는 게 맞을 것이다.
"한심한 새끼.."
뭘 숨길까? 난 은둔형 외톨이다.
고등학교 2학년을 마지막으로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야! 호빵맨! 배고픈 친구를 위해 매점 가서 빵 좀 하나 가져와라? 뭐, 싫어? 그럼 니 얼굴 패서 빵 나오게 해야겠네?
그 이유란 흔하디 흔한 학교 내 괴롭힘 때문이었다.
당시 비만에 키도 작았던 나는 호빵맨이라는 별명으로 불리며 빵셔틀로서 매 점심시간 일진들에게 빵을 사다 갖다 바쳐야만 했다.
매일매일 이어지는 끔찍한 학교생활에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난 어느 순간부터 등교를 하지 않고 방에 처박혔다.
아니! 이놈아! 왜 학교에 안 가겠다는 거야? 응? 아빠한테 말 좀 해봐라.
여보.. 그렇게 다그치지 마세요. 진성아? 들리니? 엄마랑 얘기 좀 할까?
친 아버지와 새 엄마는 그런 나의 방문을 두들기며 계속해서 내가 밖으로 나오기를 요구했다.
"안 가! 안간다고! 크흑...!"
허나 난 다시는 그 지옥 같은 학교에 돌아갈 생각이 없었으며 몇 번이나 찾아와 나오라고 말하는 부모님이 악마처럼 느껴졌다.
똑. 똑.
그 누가 찾아와도 절대로 문을 열어주지 않았지만.
..진성아? 누나야.
"..누나?"
단 한 사람 누나만큼은 예외였다.
끼익
"배고프지? 우리 진성이 좋아하는 피자 토스트 사왔는데.. 누나랑 같이 먹을래?"
단아한 흑발에 도도한 인상을 가진 미인이 손에 든 비닐봉지를 흔들며 말한다.
"정..정말?!"
"응. 그래서 두 개 사온 거니까."
누나는 다른 사람과 대화할 때는 늘 무표정이었지만 나와 마주할 때는 늘 상냥한 얼굴로 다가왔다.
내가 배고플 시간에 내가 좋아할 만할 음식을 사오고 또 내가 필요하거나 갖고 싶은 게 있으면 말하기도 전에 알아와서 구해다 준다.
"난 진짜 학교 가기 싫은데 자꾸 아버지랑 새엄마가.."
"그랬구나. 누나는 진성이 마음 전부 이해해."
거기에 누나는 한심하다는 듯 쳐다보는 이들과는 다르게 늘 내 이야기를 진심어린 태도로 귀 기울여 들어줬다.
"이리와 누나가 안아줄게."
그리고 가끔씩 나를 안고 머리를 쓰다듬으며..
"진성이가 싫은 일은 하지 않아도 좋아. 이렇게 방 안에만 있어도 누나는 진성이만 괜찮다면 전부 괜찮은 거라고 생각하는 걸?"
내가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부드러운 미성으로 속삭이며 말해준다.
누나의 목소리를 들으며 점점 잠에 빠져 들때마다 생각한다.
누나가 내 친 누나였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그렇다. 누나는 나랑 피가 이어져 있지 않다.
새엄마와 아버지가 재혼할 때 새엄마의 딸로서 함께 왔던 한 살 차이의 누나다.
만약 누나가 나와 피가 이어진 친 누나였다면 얼마나 좋을까하고 생각 한 적이 한 두 번이 아니다.
'아니.. 누나는 친 누나가 아니라서 저런 걸지도 몰라.'
하지만 동시에 누나가 내 친 누나가 아니라 저렇게 완벽한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 잘나지 않은 외모에다가 왕따, 찐따에 학교도 나가지 않고 방에만 처 박혀 있는 나와 다르게 누나는 학교에서도 유명할 정도로 뛰어난 외모에 공부, 체육까지 잘하는 완벽한 미인이었으니까.
피가 섞이지 않았기에 누나와 내가 저렇게 다른 것일 거다.
"그래도 누나는.. 친 누나보다도 더 나한테 잘해 주니까."
저런 사람이 내 누나가 된 것이 불행으로 가득 찬 내 인생의 유일한 행운이라고 나는 진심으로 생각했다.
허나 그런 행운도 끝나버릴 것 같은 일이 일어났으니..
끼이익 콰앙!
"보험사에서 나왔습니다. 강성찬님 유은혜님 안타까운 일이지만 두분은..."
어느날 찾아온 검은 정장을 입은 사람들의 말.
"아버지랑.. 새엄마가.. 돌아가셨다고요?"
"갑작스러운 사고였습니다."
어른들이 무언가를 계속 설명해주기는 했지만 전혀 귓가에 들려오지 않았다.
"으허엉..."
나는 아버지와 새어머니의 장례식장에서 하염없이 울기만을 반복했다.
친 어머니는 날 낳고 쇼크로 돌아가셨다 하셨으니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아버지.. 아빠..!! 날 혼자 두고 가면 어떻게 하는데..!!"
그러니 하나 뿐인 가족인 아버지의 죽음은 너무나 큰 충격으로 다가왔다.
"진성 학생. 지금 제 얘기가 잘 귀에 들어오지 않겠지만.."
"..."
"상대편 운전자 측의 비주의로 인한 사고로 측정되어 보험사에서 보험금이 나올 예정이니."
"..."
충격이 가시기도 전에 현실이 내게 다가왔다.
"@#*$(#@"
보험사 직원이 무언가를 말하는 지는 알 수 없었지만 나중에 알아보니 부모님의 사망에 상대편 잘못이 크니 막대한 보험금과 피해보상금이 지불된다는 내용이었다.
거기에 추가로 앞으로 내 거처와 보험금 수령인에 대한 내용까지 끼어 있었다고 하는데..
"진성아 이 큰아빠만 믿어라! 응? 너 앞으로 대학교도 보내고 직장도 보내고 다 할테니까!"
"아니! 아니야! 고모 따라와라 진성아. 어렸을 때 고모랑 친했잖니?"
친척들에게는 내가 아무리 한심한 놈이여도 큰 돈이 딸려 있다는 사실에 보물 고블린처럼 보이기라도 한 것인지 어떻게든 내 보호자가 되어 큰 돈을 수령할 생각에 눈이 돌아가 있었다.
"진성이는 어디에도 안 가요."
아직까지도 잊혀지지 않는다.
"저랑 함께 살 거에요. 진성이는."
내 앞을 막아서며 어른들에게 차가운 어조로 말하던 누나의 모습을.
"아니 넌.. 우리 집안도 아니고 뭔.."
"게다가 미성년자 잖아? 무슨 고집이야 그게."
어른들은 피도 섞이지 않은 데다가 아직 학생 신분인 누나가 나선 것에 불편한 기색을 보이며 반대하려 했지만.
"저 이번 년도로 성인이에요. 그리고 가족 관계에 진성이랑 같이 이름 올라가 있기도 하고요."
누나는 그렇게 말하며 보험사 직원에게 살벌한 눈빛을 보냈고.
"예.. 맞..맞습니다. 강시온양은 강진성 군과 가족 관계로 되어 있는 데다가 성인의 나이이기도 하여 충분히 보호자의 자격을 가질 수 있습니다."
보험사 직원의 말이 끝나자 자신들이 만만히 봤던 여자애, 누나가 만만치 않은 상대라는 걸 느꼈는 지 큰 아버지와 고모는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그래도.. 시온이? 너도 애인데.. 둘이서는 무리지 않겠어?"
"거기다 이야기 들어보니까 시온이 너는 뭐든 잘한다며..? 짐을 얹는 것보다 재산 어느정도 갖고 독립하는게 훨씬 더.."
이제는 누나를 설득 해 보려고 온갖 이야기를 꺼냈지만.
"소중한 진성이를.. 짐이라고 말하지 마요."
누나는 단 한 번도 본 적 없는 살벌한 표정으로 말하며 큰아버지와 고모의 입을 다물게 만들었고...
"진성아. 오늘부터는 우리 둘 뿐이네?"
그렇게 내 보호자는 시온 누나가 되었다.
=====
"진성아. 누나 다녀 올테니까."
하얀 셔츠 상의와 H형의 검은 정장치마를 갖춰 입고 스타킹에 구두를 신은 누나가 날 보며 말한다.
"으..응!"
"이리와."
양 팔을 벌리며 말하는 누나의 모습에 나는 언제나 그랬듯 다가가 안겼다.
뭉클
..가슴 닿고 있는데.
"집에서 가만히 기다리고 있어야 해?"
"..응"
쬭 볼에 뽀뽀까지 하고나서야 누나는 날 풀어준다.
"다녀올게~"
철컥.
그렇게 누나가 나가고 나서야 나는 유일한 외출시간을 끝내고 내 방으로 돌아간다.
분명 집 안에 있는데 왜 외출이냐고?
"하아.."
내가 방 밖으로 나가는 걸 무척이나 혐오하는 은둔형 외톨이기 때문이다.
"..한심한 새끼."
부모님이 돌아가시고 2년이나 지나 성인이 되었음에도 난 여전했다.
아니. 오히려 더욱 더 심해졌다.
누나와 단둘이 살게된 만큼 나 역시 1인분 몫을 해내야만 하는데 몇 번을 시도 해봐도 실패하고 말았다.
거기에는 내 정신력의 약함과.
진성이는 걱정할 필요 없어. 누나가 다 해 줄 테니까?
내가 다시 도전하려고 할 때마다 들려오는 누나의 상냥하면서도 달콤한 한 마디.
"아니.. 이건 핑계거리도 안 되잖아."
누나가 나에게 잘 대해주는 건 그저 누나가 책임감 강하고 상냥한 사람이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걸 핑계거리로 삼는 건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너무나 염치 없는 짓이다.
어쨌든 누나는 모두 자신에게 맡기라고 했지만..
나도 한 명의 성인이다.
누나가 대학교도 포기하고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나 혼자 아무것도 안 할 수는 없는 노릇아니냐고..
[ 하압! 차아압! ]
[ 띠링! '악마의 광물 x 2 ' 획득! ]
"좋았어. 오늘 할당량 빠르게 채워지네!"
그렇게 시작하게 된 게 게임으로 돈을 버는 '쌀먹'이라는 행위였다.
집에만 있는 나로서도 할 수 있는 돈벌인지라 최소한의 책임감으로 하루도 빠짐 없이 했다.
"가보자고.."
삐익
"뭐야 이거 왜 꺼져?"
오늘도 어김없이 돈벌이를 하기 위해 게임 캐릭터를 돌리고 있었는데 갑자기 꺼지는 모니터.
달칵 달칵
"허어.."
몇 번이나 본체의 버튼을 다시 눌러봐도 모니터는 켜지지 않았다.
"뭐지.. 컴퓨터가 아예 고장났나? 아니면 정전?"
이것이 단순히 컴퓨터의 고장인지 아니면 집의 전기가 전부 나간 것인지 확인하기 위해 자리에서 일어나 전등스위치가 있는 방문 쪽으로 다가가려 했는데..
휘청..
...어?
일순간 시야가 뭉개지며.
털썩!
그대로 몸이 허물어진다.
...뭐야?
완전히 깜깜해진 눈 앞에서 격한 의문을 느끼고 있을 때.
당신은 기생체..기생자지가 되었습니다
생명력을 환산.. 남은 수명은 30일
암컷에게 기생하여 종을 퍼트리십시오
당신에게 주어진 능력은...
일순간 머릿속에서 울리는 것 같은 음성들과 함께 생전 본 적 없는 지식들이 들어온다.
내가 기생자지라는 생물이 되었으며 암컷의 음부를 통해 그 몸에 기생해야 한다는 것.
그리고 그것을 돕는 능력들에 대한 사용법까지.
...기생하지 않으면 죽는다고?
가장 어처구니 없는 건 이 황당한 기생법을 한 달 안에 실행하지 않으면 죽어버린다는 사실이었다.
...으으 이게 뭐야?!
스르륵 그렇게 모든 지식의 전달이 끝났을 때 나는 내 몸 전체를 덮고 있는 답답한 천 같은 걸 버둥거리며 빠져 나와 고개를 들고 바깥을 보았다.
어두운 방 안의 모습.
...어? 왜 이렇게 커?
분명 익숙한 방의 모습이었지만 거인 마을에라도 온 것처럼 컴퓨터며 책상이며 모든 것이 커보이는 모습에 당황하고 있을 때.
...?!
고개를 돌린 나는 세워져 있는 거울에 비친 모습을 보고 순간 굳어버렸다.
완전히 꺼져 버린 옷과 그 옆에 가만히 있는 살색의 물체...
긴 음경과 귀두 그리고 주름 진 두 개의 불알만 남아 있는 그 생물..아니 부위가.
...거..거짓말이지?
내가 머리를 흔드는 것에 맞춰 귀두 부분을 흔든다.
*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