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금잔화
-만약 수민이가 임신을 한다면
“형, 피곤해?”
병원에서 돌아오는 길, 깜박 졸았던 수민은 잠을 떨치려는 듯 고개를 흔들었다.
“어, 아니. 괜찮아.”
“정말?”
정민이 수민의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며 걱정스러운 눈길을 보냈다.
“뭐 먹고 싶은 건 없어?”
“별로, 생각나는 게 없는데.”
“그럼 이따 퇴근하고 올 때 레몬 수플레 사 올까? 형 전에 그거 맛있다고 했잖아.”
“아니, 오늘은 별로 안 먹고 싶은데, 늦겠다. 빨리 들어가 봐. 병원 때문에 잠깐 나온 거라고 했잖아.”
정민이 가기 싫다는 듯 입술을 쭉 내밀자 수민이 손가락으로 입술을 꾹 눌렀다.
“장난 그만하고, 빨리 가봐.”
“이따 내가 와서 마감 칠 테니까 기다리고 있어, 형이 하지 말고.”
“알았어.”
그냥 두면 한참을 잔소리할 것 같아 수민은 안전띠를 풀고 조수석 문을 열었다. 훈훈한 공기가 감돌던 차 안에서 발을 내밀자 아직은 서늘한 봄바람이 몸을 스치고 지나갔다. 차에서 내려 손을 흔들어 주자 그제야 정민이 차에 시동을 걸고 움직였다. 어렸을 때 학교 보내는 것도 이것보다는 쉬웠을 거란 생각을 하며 수민은 고개를 설레설레 흔들었다.
“어서, 오셨어요?”
작은 유리문을 밀고 안으로 들어서자 아르바이트하는 김미희가 반사적으로 인사하다 수민을 알아본 바람에 이상한 인사말이 완성됐다.
“손님은 좀 있었어?”
“사장님 기분 좋으시라고 많았다고 하고 싶지만 두 잔이 전부네요.”
수민은 그럴 줄 알았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가게 내부를 둘러봤다. 정민이 회사에 입사하고 3년 전 차린 작은 카페는 그럭저럭 괜찮은 매상을 유지했는데 최근에는 손님이 없었다.
때아닌 전염병이 돌아서 요즘 같은 시기에 카페에 앉아 있는 사람도 드물었다. 그나마 오는 사람들도 대부분 테이크 아웃이어서 이번 달 내내 가게가 한산했다.
“오늘 약속 있다며, 들어가 봐.”
“사장님 혼자 괜찮으시겠어요?”
“괜찮아, 손님도 없을 거 같은데 뭐.”
“사장님은 괜찮은데 동생분은 안 괜찮을 거 같은데요.”
“진짜 괜찮아.”
“사장님 동생은 진짜 유별나요, 누가 보면 본인이 애 아빠인 줄 알 거야.”
아빠 맞는데.
수민은 차마 입 밖으로 내지 못할 말을 속으로만 중얼거렸다. 오메가와 알파가 존재하는 사회에서 남성 임신은 그렇다 치지만 그 애 아빠가 동생이라는 건 누가 들어도 기함할 일이었다.
“근데 사장님, 진짜 애 아빠한테 연락 안 하실 거예요?”
오픈 때부터 일한 김미희는 수민에게 연인이 없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다. 그래서 수민이 어쩌다 한번 잠자리를 가진 상대의 애를 밴 줄 알고 있다. 김미희 딴에는 걱정이랍시고 하는 말이겠지만 수민의 입장에서는 대답하기 어려운 난감한 질문일 뿐이었다.
“하, 진짜 사장님도 대단하다니까.”
“약속 있다며, 안 갈 거야?”
“아뇨, 가요.”
앞치마를 풀고 옷 갈아입으러 들어가는 그녀를 보고 수민은 작게 한숨을 쉬었다. 임신 10주 차, 아직은 배가 나오지 않았지만 오늘 받은 초음파 검사에서 아이는 건강하게 자라고 있었다. 조만간 성별도 알 수 있을 거라는 의사의 말에 수민은 기분이 이상했다. 처음 애가 생겼을 때도 믿을 수가 없었는데 정민은 마냥 좋아했다.
‘형, 이제 어디 절대 도망은 못 가겠네.’
그 말을 들었을 때 수민은 기가 막혔다. 도망을 가긴 어딜 간단 말인가. 정민과 그런 사이가 된 지도 7년, 정민이는 벌써 스물일곱이 됐고 수민의 예상대로 대기업에 취업했다. 그리고 그 기간 동안 수도 없이 몸을 겹쳤다.
임신 사실도 정민이가 먼저 눈치챘다. 주기적으로 오던 히트싸이클이 없는 것을 보고 정민이 혹시, 설마 하며 수민을 데리고 병원에 갔고 놀랍게도 결과는 임신이었다.
첫 진료에서 모체인 수민의 나이가 적지 않기 때문에 주의 사항만 한 시간이 넘도록 들었음에도 실감이 안 났다. 초음파 사진에 찍힌 작은 점은 하나의 생명이라기보다는 세포처럼 느껴졌다.
이후부터 정민의 행동은 정말 누가 뭐라 해도 팔불출 그 자체였다. 뭘 먹고 싶어 할지 몰라서 이것저것 사 왔다며 퇴근길에 음식을 나르는 건 기본이고, 카페 일도 오래 하지 말라며 아르바이트생을 하나 더 뽑자고 성화였다. 거기다 때가 되면 전화에 문자로 밥을 먹었는지 안 먹었는지까지 확인하고 잠을 잘 때도 넓게 자라며 수민이한테 침대를 내어 주고 저는 바닥에 매트를 깔고 잤다. 그런 태도가 기분이 나쁜 건 아니다. 정민이가 여전히 저를 소중하게 생각해 주는 건 당연히 기쁘다.
아이가 태어나면 이민 갈 계획도 세웠다. 두 사람이 형제인 걸 아는 사람이 없는 곳으로 이민 갈 예정이다. 다행히 정민이가 다니는 회사는 해외 여러 곳에 지사가 있었고 능력이 출중한데다 서류상 독신인 정민인 마음만 먹으면 해외 발령을 받을 수 있었다.
임신은 갑작스러웠지만 출산 준비는 오히려 수월했다. 그도 그럴 게 임신과 동시에 이민 얘기를 꺼낸 정민인 오래전부터 생각해 왔던 것 같았다. 그런 정민의 태도 때문에 처음엔 얼떨떨하던 수민도 아이에 대한 책임감이 생겼고, 태어날 아이가 기대됐다.
다만 정민이의 잠자리가 침대 위가 아닌 건 불만이었다. 정민이 의도는 충분히 안다. 당연히 넓은 침대를 쓰는 게 좋다. 정민이가 임산부들이 많이 쓰는 거라며 사다 준 바디 필로우의 감촉도 폭신폭신하고 부드럽다. 하지만 아무리 폭신폭신하고 말랑말랑해도 그것은 정민이가 아니었다. 같이 자면 못 참을 것 같다는 말도 십분 이해하고, 섹스하면 당연히 자궁에도 자극이 갈 거니까 조심해야 하는 건 알지만….
워낙 예상치 못한 임신이었기 때문에 갑자기 찾아온 섹스 리스를 몸이 감당하질 못했다. 수민은 혼자 자위하는 횟수가 늘었는데 그 사실을 정민이한테 내색할 수가 없었다. 자신 못지않게 정민이도 참고 있는 걸 알기 때문에 어쩔 수가 없었다. 그러다 보니 요즘에는 틈만 나면 야한 생각만 들었다.
이런 음란한 상상만 하는 게 태교에 더 안 좋은 거 아닐까?
수민은 카운터에 앉아 쇼케이스를 멍하니 보다가 손톱을 물어뜯었다. 산부인과 의사는 13주까지만 조심하면 된다고 했다. 임신했다고 해서 성욕이 완전히 사라지는 것은 아니고, 10개월 동안 섹스를 하면 안 된다는 것도 아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더 많이 흥분하는 사람도 있다고 했다.
의사는 남성의 성기가 태아에게 무리한 자극을 주지 않기 때문에 초기가 지나면 괜찮다고 했지만 지금 정민이 행동을 보면 10개월 내내 안 할 기세였다. 그만큼 불면 날아갈까, 떨어지면 깨질까 하는 태도로 수민이를 살피는 게 정민이었다. 자신의 일에 대해 유난스럽다는 건 알고 있었지만 정말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수민은 물어뜯던 손톱은 입에서 빼내고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동생이 가만히 있으면 형이 가르쳐 주는 수밖에 없다. 오늘은 꼭.
***
“형, 내가 마감 친다니까 왜 집에 와 있어? 형이 다 했지?”
현관문이 열리기 무섭게 정민의 불만이 와르르 쏟아졌다. 이어서 수민이 어디 있는지 찾는 것처럼 집 안을 돌아다니는 소리가 났다.
수민은 수건으로 천천히 몸을 닦고 집에서 자주 입는 헐렁한 셔츠에 팬티만 입고 욕실 문을 열었다.
“손님 없어서 할 것도 없었어.”
“그래도―”
불만을 쏟아내려던 정민이 말을 우뚝 멈추고 수민을 바라봤다. 막 씻고 나온 수민의 머리칼은 촉촉하게 젖어 있었고, 피부는 매끄러워 보였다. 거기다 바지를 입지 않아서 셔츠 아래로 일자로 쭉 뻗은 다리가 고스란히 드러나 있었다.
“형….”
정민은 말문이 막힌 것처럼 마른침을 삼켰다. 수민은 그런 정민의 반응을 모르는 척 고개를 힐끗 돌려 식탁을 바라봤다. 아니나 다를까 오늘도 뭔가 잔뜩 사 왔다. 전에 수민이 맛있다고 했던 빵집 포장지를 비롯해 딸기, 키위, 오렌지가 봉투 별로 담겨 있었다.
“저녁은?”
“어? 아직. 먹어야지, 형은?”
“나도 아직.”
수민은 정민의 앞을 타박타박 걸어서 지나가 주방으로 향했다.
“형, 바지, 입어.”
정민이 애가 타는 것처럼 띄엄띄엄 말을 뱉었다. 매번 야한 말을 아무렇지도 않게 하면서 고작 이런 것 하나에 저런 모습이라니. 수민은 새삼스럽게도 정민이 귀엽게 느껴졌다.
주방으로 가던 수민이 몸을 돌려 정민이한테 바짝 다가왔다. 막 씻고 나와서 향기로운 냄새를 풍기는 몸이 바투 다가오자 정민의 몸이 자연스럽게 긴장했다.
“입어?”
고개를 살짝 들어 눈동자를 크게 굴리자 정민이 손바닥으로 이마를 짚었다. 지금 수민의 행동이 유혹이라는 걸 모를 수가 없었고 정민은 수민의 유혹에 넘어가지 않을 이성 같은 건 애초에 갖고 있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려고 그래.”
제발 좀 봐 달라는 것처럼 작게 중얼거리는 정민을 보며 수민의 입가에 승리의 미소가 걸렸다. 이렇게 쉬운 것을.
“하자.”
“…….”
“걱정되면, 삽입은 안 하면 되잖아.”
정민이 이마에서 손을 떼고 수민을 바라봤다.
“산부인과 의사도 10개월 내내 섹스하지 말란 소리는 안 했어.”
“그럼, 어떻게 하고 싶은데?”
“어?”
수민이 입에서 얼빠진 소리가 흘러나갔다. 꼬드길 생각만 했지 어떻게 해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기 때문에 약간은 당황스러웠다.
“그냥, 하면 되지 않을까?”
“그냥? 삽입 빼고 내가 하고 싶은 거 다 해도 된다는 말이야?”
어느새 정욕을 숨기지 않은 얼굴로 정민이 수민을 빤히 바라봤다.
“어, 아마도…?”
수민이 붉은 혀를 낼름 내밀어 입술을 핥았다.
“…형을 한 번만 이겨보고 싶다, 진짜.”
정민은 평생에 없을 일이라는 듯 중얼거리면서 수민의 몸을 번쩍 안아 들었다. 양발이 허공에 떠오른 수민이 정민의 목을 꽉 끌어안았다.
넓은 보폭으로 걸음을 옮긴 정민은 수민을 침대 위에 떨어트리고는 상의를 빠르게 벗어 던졌다. 단단한 가슴팍을 드러낸 채 정민이 침대로 올라오며 저가 사 준 바디 필로우를 툭 밀어 침대 밖으로 떨어트렸다. 마치 원래 여기가 제 자리인 것처럼 주장하는 몸짓이었다.
정민은 수민의 팬티 고무줄 끝을 붙잡아 그대로 아래로 잡아당겨 버렸다. 발목을 스치고 팬티가 침대 밖으로 던져졌다. 정민은 수민의 다리를 넓게 벌렸고 아무 망설임 없이 사타구니에 얼굴을 밀어 넣었다. 씻고 나왔음에도 임신 후 애액이 많아진 것이 신경 쓰여 다리를 오므리려 하자 정민이 양손으로 막았다.
정민은 그리운 냄새라도 맡는 것처럼 사타구니에 코를 박고 냄새를 맡다가 혀를 내밀어 회음부를 길게 핥아 올렸다.
“아읏.”
일순간 비명 같은 신음이 수민의 목에서 터져 나왔다. 정민은 수민의 반응은 아랑곳하지 않고 혀를 더 길게 미끄러트렸다. 정민은 양손으로 수민의 엉덩이를 잡아 벌려 은밀한 부위를 노출시킨 다음 혀끝을 세워 주름을 세듯이 유린했다. 아래쪽에 화끈한 열기가 감돌면서 성기가 팽팽하게 솟아올랐다.
수민이 허리에 힘을 주자 정민은 빨아 먹기라도 할 것처럼 쪽쪽 거리면서 구멍을 빨아댔다. 야살스러운 소리가 울리면서 성기 끝에 고인 쿠퍼액이 주르륵 떨어졌다.
“아읏, 천천, 히, 흣….”
자신이 꼬신 것이라는 것도 잊고 수민은 몸을 비틀며 베개를 양손으로 붙잡았다. 온몸에 힘이 들어갔다. 몇 개월 만에 받는 직접적인 애무는 자극이 너무 강했다. 잔뜩 발기한 성기가 화를 내는 것처럼 꿀렁꿀렁 흔들렸다.
그대로 사정할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수민은 정민이 양 겨드랑에 팔을 밀어 넣고 위로 잡아당겼다. 위로 올라온 정민의 입가에 묻은 애액이 야릇하게 번들거렸다.
“배 눌리면 안 돼, 형.”
정민이 수민의 얼굴을 양옆을 손바닥으로 짚은 채 바라봤다.
“으, 으응….”
“형이 위로 올라와.”
수민은 정민이 시키는 대로 순순히 움직였다.
“다리를 이쪽으로.”
정민은 베개를 베고 수민의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았고 수민은 정민의 위에서 엎드렸다. 자연스럽게 만들어진 69자세에 수민이 입술을 깨물었다. 정민의 사타구니가 얼굴 근처에 놓이자 얼굴이 홧홧해졌다.
“형이 하고 싶은 대로 해.”
정민은 뭘 해도 좋다는 듯 말하더니 눈앞에 놓인 수민의 엉덩이 사이로 혀를 뻗었다. 타액과 애액으로 젖은 구멍이 벌름거리며 정민의 혀끝에서 녹아내렸다. 정민이 손가락을 가볍게 찔러 넣자 지퍼를 내리려던 수민의 허리가 그대로 가라앉았다.
“아읏.”
“이렇게 좁은데, 진짜 애가 나올 수 있는 거야?”
“모, 몰라.”
수민이 고개를 흔들자 정민이 손가락을 하나 더 밀어 넣었다.
“형이 모르면 누가 알아?”
정민이 웃으면서 심술을 부렸다. 수민은 아무 말도 떠오르지 않아 고개를 저었다. 정민의 손가락 두 개가 추삽질을 하듯이 움직이며 전립선을 톡톡 건드렸다. 가볍게 건드리는 움직임에 맞춰 애액이 흠뻑 흘러나왔다. 찌걱거리는 소리가 점점 요란해졌다.
정민은 수민을 절정에 달하게 할 생각인 듯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정민이 엉덩이를 주무르면서 손가락으로 빠르게 안쪽을 쑤셨다. 길고 곧은 손가락이 내벽을 벌리고 들어와 전립선을 건드릴 때마다 아찔함이 몰려왔다. 수민은 달아오른 몸을 더 억누르지 못하고 폭발시켰다.
“아, 하읏, 하지… 아으응.”
수민의 성기 끝에서 끈적한 흰색 점액질이 흘러나와 정민의 복부 위로 떨어졌다. 혼자 할 때와는 비교도 안 되게 쉽게 절정을 맞이하고 말았다.
“흣, 그만.”
사정했으니 그만하길 바랐는데 정민의 손가락 움직임은 멈추지 않았다. 수민은 몸을 바들바들 떨었다. 정민이 잔뜩 젖은 아래를 엉망으로 헤집어서 절정에 달했는데도 애액이 질질 흘러나왔다.
“괜찮아, 형, 더 싸봐.”
“으응, 안 돼….”
“왜, 안 돼? 난 형이 이렇게 질척하게 젖으면 내가 잘하는구나, 하는 생각이 들어. 그래서 좋아.”
정민이 수민의 엉덩이에 입술을 꾹 누르며 속삭였다.
“흣, 나도 할, 래… 해줄게.”
수민이 이미 빵빵하게 부풀어 있는 정민의 앞섶에 뺨을 비비며 말했다. 옷감 위로도 뜨끈뜨끈한 열기가 전해졌다.
“그럼, 해줘.”
정민은 수민의 안쪽에 한껏 밀어 넣었던 손가락을 느릿하게 빼냈다. 잔뜩 젖은 아래 구멍은 손가락이 빠져나가는 게 아쉽다는 듯 빠끔빠끔 움직였다.
수민은 해방된 아래에 안도하면서 몸을 빠르게 움직여 버클을 풀고 성기를 끄집어냈다. 속옷 속에 갇혀 있던 흉기가 모습을 드러내자 수민은 저도 모르게 침을 삼켰다. 혀를 내밀어 기둥을 핥아 주자 정민이 수민의 엉덩이를 꽉 주물렀다.
“형, 하아… 입덧 안 해? 괜찮아?”
여전히 걱정 가득한 목소리에 수민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입을 좀 더 크게 벌려 성기를 물었다. 입 안을 꽉 채우는 성기는 정민의 냄새를 가득 품고 있어서 물고 있는 것만으로 흥분할 것 같았다.
“하아, 형… 그만, 잠깐만.”
수민은 기다리라는 정민의 말을 못 들은 척하며 입술로 기둥을 빨며 움직였다. 너도 그만하라고 해도 계속하지 않았느냐는 작은 심술이었다.
“형, 진짜.”
정민이 안 되겠다는 듯 수민의 엉덩이를 찰싹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어린애들을 칭찬할 때 엉덩이를 두드리는 것보다 조금 더 센 정도였는데 맨살이 부딪히면서 만드는 소리는 충분히 민망했다. 수민이 깜짝 놀라서 입에 물고 있던 것을 빼내고 고개를 돌려 정민을 바라봤다.
“말 안 들을 거야?”
찰싹, 다시 내리쳐진 손길에 수민의 엉덩이가 움찔거리면서 애액을 질금 흘렸다. 맞았는데 야릇한 기분에 휩싸인 성기가 눈치도 없이 다시 덜렁거리며 빳빳해지고 있었다.
“형, 이런 것도 좋아하는구나.”
“아, 아냐.”
수민이 손바닥으로 성기를 세게 감싸 쥐자 정민이 미간을 찌푸렸다. 왜 못 하게 하느냐는 무언의 항의에 정민이 수민의 허리를 잡아당겼다.
“못 참겠어, 형 얼굴 보면서 할래.”
정민이 가볍게 조르면서 수민을 침대에 눕혔다.
“안 넣는 거 아니었, 어…?”
“아직 안 넣어, 기다릴 거야.”
정민이 고집스럽게 말하더니 수민의 양다리를 모아 오른쪽 어깨에 걸었다. 딱 붙은 허벅지 사이로 어린아이 팔뚝만 한 성기가 쑥 밀려들어 왔다. 타액으로 젖은 성기와 애액이 흘러내린 허벅지가 요란하게 마찰했다.
삽입한 게 아닌데 삽입한 것 같은 자세에 수민이 눈을 꾹 감았다. 정민이 수민의 셔츠를 목 아래까지 밀어 올려 만져주지도 않았는데 도톰하게 부풀어 오른 젖꼭지를 살짝 쥐고 비틀었다.
“형, 나 봐, 응?”
저를 봐 달라는 부름에 수민이 눈을 뜨자 정민이 허리를 털기 시작했다. 다리 사이를 드나드는 성기가 회음부를 지나 음낭을 건드렸다. 정민의 움직임에 맞춰 수민의 성기도 꺼덕이며 흔들렸다.
“으, 아응.”
수민은 다리 사이에 드나드는 정민을 놓치지 않으려는 것처럼 몸에 바짝 힘을 줬다. 다리 사이가 데인 것처럼 화끈거렸다. 안쪽을 쑤셔주는 것이 아닌데도 육욕으로 점철된 정민의 얼굴 때문에 심하게 흥분됐다.
“아, 하으읏…!”
긴 신음과 함께 수민이 애액과 정액을 동시에 터트렸다.
“하아, 형.”
이어서 나른한 탄식과 함께 정민의 성기에서도 백탁액이 터져 나왔다. 허벅지에 붙잡힌 성기 끝이 부르르 떨리면서 쏟아낸 정액이 수민의 매끈한 복부에 떨어졌다. 흥건하게 고인 두 사람분의 정액이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하아, 쌌는데, 또 싸고 싶어.”
정민이 수민이 다리를 꽉 끌어안고 종아리에 뺨을 비비며 말했다.
수민인 고개를 끄덕였지만 이미 몸에 힘이 안 들어갔다. 원래도 기본 체력 차이가 있었는데 임신 후 체력이 더 떨어져서 이 이상 하는 건 한계였다.
***
“일어났어?”
“오늘은 여기서 잤어?”
눈을 뜨자마자 보인 잘생긴 얼굴에 수민이 흡족하게 웃으며 물었다.
“응, 싫어?”
“아니, 따로 자는 게 더 싫어.”
수민이 고민할 가치도 없다는 듯 단숨에 말했다.
“진작 말하지.”
“네가 말할 틈이나 줬어? 혼자 신나서 이것저것 다 사와 놓고.”
“그랬네, 내가 잘못했네.”
정민이 샐샐 웃으면서 수민의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형은 딸이었으면 좋겠어? 아니면 아들이었으면 좋겠어?”
“음….”
수민은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문질렀다. 아직 성별도 알 수 없는 작은 생명체가 제 배 속에 있다는 게 실감이 안 났다.
“다 좋을 거 같은데, 넌?”
“나도, 근데 나 말고 형 닮았으면 좋겠어. 나 닮으면 별로 안 귀여울 거 같아.”
“왜? 난 너 닮으면 귀여울 거 같은데.”
수민이 눈을 깜박이며 정민이 뺨을 손바닥으로 슥슥 문질렀다.
“그래서 싫은 거야.”
“뭐?”
정민이 몸을 낮춰 수민의 품에 파고들었다.
“애는 내가 귀여워할 테니까, 형은 나만 귀여워해, 응? 알았지?”
수민은 정민의 억지 섞인 애교에 할 말을 잃고 말았다. 이걸 진짜 뭐라고 해야 할까. 어이가 없는데, 분명 말도 안 되는 일인데 귀엽게만 보이니 큰일이었다.
“그럼 네가 많이 귀여워해야 돼.”
“당연하지.”
“정민이 바쁘겠네, 형한테는 동생 노릇 하느라 바쁘고 애한테는 아빠 노릇 하느라 바쁘고.”
정민이 자신 앞에서는 아직도 철없는 애처럼 군다는 의미로 말하자 정민이 고개를 저었다.
“아니지, 형.”
“뭐가 아냐?”
“형한테는 남편 노릇 해야지.”
정민이 귓가에 나른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형이 원할 때 섹스도 맘껏 해주는, 그런 남편.”
수민은 아무 대꾸도 못 하고 얼굴만 발갛게 붉혔다.
그로부터 10개월 후, 캐나다 오타와로 향하는 비행기 안. 정민의 품에는 작은 공주님이 안겨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