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
형이 당황한 표정을 지었다가 예쁘게 웃어 보였다.
형의 감정이 손에 잡힐 듯이 훤히 느껴졌다. 형은 지금 행복하다.
드디어 손에 넣었다.
형과 나의 성.
영원히 이곳에서 그렇게 계속, 나만 생각해 줘.
Encore 금잔화
1
고작 2박 3일이다. 23일도 아니고, 냉정하게 생각했을 때 견디지 못할 정도로 긴 기간이 아니다.
오늘 아침 정민인 MT를 떠났다.
개강 후 처음으로 열리는 과내 첫 행사를 정민이가 빠지는 걸, 그것이 하물며 나 때문이기를 바라지 않았다.
나중에 정민이가 취직하고, 출장을 가는 일이 생기면 이보다 더 길게 떨어질 일도 생길 것이다. 그렇게 마음을 다잡고 안 가겠다는 정민일 반쯤 억지로 보냈다.
분명 괜찮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퇴근하고 텅 빈 집에 혼자 있으려니 마음이 썰렁했다. 기껏 저녁으로 만든 김치볶음밥도 별맛이 없었다.
멍한 정신에 기계적으로 숟가락질을 하는데 핸드폰이 울렸다. 이름만 봐도 얼굴에 웃음이 확 번졌다.
“여보세요?”
― 형!
오늘 아침에도 얼굴을 봤고 들었던 목소리다. 어젯밤에는 말할 것도 없고. 그런데 유난히 기쁘게 느껴졌다.
아마도 오늘과 내일은 혼자 자야 하는 걸 알기 때문이리라.
“응, 정민아. 저녁 먹었어?”
― 이제 먹으려고 준비 중이야. 형은?
“난 지금 먹고 있어.”
― 뭐 먹고 있어?
“김치볶음밥.”
― 아, 나도 그거 먹고 싶다.
“뭘 이걸 먹고 싶어 해, 넌 뭐 먹는데?
― 고기 구워 먹는다고 하는데―
― 야, 이정민! 뭐 해? 이거 좀 날라.
얘기를 좀 오래 하고 싶었는데 전화기 너머에서 정민일 부르는 소리가 들렸다.
― 형, 나 불러서 가봐야겠다. 나중에 또 전화할게.
“응….”
수화기 너머로도 활기가 느껴져서 보내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아쉬운 마음이 들었다. 끊어진 핸드폰을 물끄러미 바라보며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문질렀다.
짧은 통화였는데 목소리가 확 사라져서 그런지 외로움이 느껴졌다.
이러면 안 되는데.
멍청한 생각을 하면서 반도 안 먹은 김치볶음밥을 버리고 양치질만 겨우 한 다음에 침대로 기어 올라갔다.
침대가 너무 넓다. 내일도 이렇게 혼자 자야 한다 생각하니 우울감이 밀려오려고 해서 눈을 꾹 감았다.
2
“어디 아파?”
“네? 아뇨.”
사장님이 묻는 말에 고개를 흔들었지만 오히려 걱정 섞인 시선만 더 강해졌다.
“발정기 온 거 아니지?”
앉아 있는 손님을 의식한 듯 한껏 낮춘 목소리였다.
“아뇨, 아직 멀었어요.”
발정기는 보통 한 달에 한 번, 내 발정기가 끝난 건 아직 일주일도 안 됐다. 그걸 알기 때문에 정민이도 MT에 간 것이다.
“그럼 다행인데, 영 기운이 없어 보이네. 진짜 괜찮은 거지?”
“네,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요.”
신경 써주는 사장님을 향해 웃어 보이고는 때마침 들어온 손님을 향해 인사했다.
동생이 집에 없다는 이유로 남이 걱정할 정도로 우울해하는 스스로가 한심했다.
그래도 내일이면 집에 오니까.
술렁거리는 속을 다독이며 안 해도 될 가게 청소까지 해가면서 일에 집중했다.
3
“나 왔어.”
아무도 없다는 걸 뻔히 알면서도 습관처럼 인사를 뱉었다. 썰렁한 집을 휙 둘러보고 거실 불을 켰다.
청소해야 하는데 의욕이 안 생겨서 씻고 잠옷을 입을까 하다 정민이가 집에서 입는 면 티에 손을 뻗었다.
어젯밤에 잘 때 끌어안고 잤던 옷이다. 어차피 끌어안고 잘 거면 그냥 입을까.
말하지 않으면 아무도 모른다. 정민이 오기 전에 빨래를 돌리면 혹시 페로몬이 배어도 정민이는 알 수 없을 것이다.
합리적인 척 스스로와 타협하고 셔츠를 입고 있는데 거실 소파 테이블에 뒀던 핸드폰이 울렸다.
전화할 사람이 훤히 예상돼서 허겁지겁 나가 확인하자 역시 정민이었다.
“여보세요?”
― 형, 일 끝났지?
“응, 넌?”
― 난 저녁 먹고 술 먹기 시작해서 잠깐 나왔어. 저녁은?
“오늘 마감이어서 가게에서 먹었지.”
먹는 둥 마는 둥 했지만 쓸데없는 말을 해서 신경 쓰게 하고 싶지 않았다. 안 먹은 것도 아니니까.
― 피곤하겠다, 일찍 잘 거야?
고개를 들어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밤 열한 시, 오늘은 가게 마감을 했기 때문에 생각보다 훨씬 늦은 시간이었다.
“응, 이제 자야지.”
입고 있던 정민이 셔츠 끝자락을 만지작거리며 대답했다. 자고 일어나면 정민이가 올 거니까 차라리 빨리 자는 편이 나을 것 같다.
“근데 너도 술 마셨어?”
― 조금.
나직하게 대답하는 정민이 목소리가 평소보다 한 톤 낮게 느껴졌다.
“취했어?”
― 아니, 그냥 몇 잔 마신 게 다야.
“그럼 다행인데….”
밝게 대꾸하고 싶은데 목소리 끝이 늘어졌다. 내가 보냈는데도 어쩔 수 없이 신경 쓰였다. 그도 그럴 게 MT면 스무 살의 예쁜 여자들도 함께 있을 것 아닌가.
― 형…?
목소리에 묻어난 감정을 느낀 것처럼 정민이가 반응했다.
“응, 왜?”
― 어디 아파? 목소리에 기운이 없어.
“사장님이랑 똑같은 말을 하네, 기운이 없긴 뭐가 없어. 형은 괜찮아.
웃으면서 일부러 가벼운 목소리를 냈지만 돌아온 대답이 없었다.
“그만 들어가야 하는 거 아냐?”
너무 오래 붙잡고 있는 것 같아 은근슬쩍 말을 돌렸다.
― 괜찮아, 다들 술 마시느라 정신없으니까.
“넌 어딘데?”
― 숙소 뒤쪽 산책길. 그보다 사장님도 형한테 기운 없어 보인다고 했다는 거야?
“아, 응. 내가 오메간 거 아니까 혹시 발정기라도 온 게 아닌가 걱정됐나 봐, 근데 진짜 괜찮아.”
― 발정기 오메가같이 기운이 없어 보인다는 말이네?
정민이 목소리가 순식간에 날카로움을 띠었다.
“아니라니까, 발정기 끝난 지 얼마나 됐다고 벌써 발정기야. 진짜 아무렇지도 않아.”
― 형은 늘 괜찮고, 매일 아무렇지도 않잖아.
“…이번엔 진짠데.”
걱정시키고 싶지 않다는 마음을 담아 우물우물 말하자 정민이 나른하게 한숨을 쉬었다.
― 형.
“응.”
― 혹시, 내가 없어서 외로워?
꿀꺽.
깊숙하게 찔린 정곡에 아무 말도 못 하고 마른침을 삼켰다. 아니라고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서 들키고 싶지 않았던 속내는 이미 숨길 수가 없게 됐다.
― 그러니까 내가 MT 같은 건 안 와도 된다고 했잖아. 와봤자 술만 마시는데.
“그래도 기껏 대학까지 가서 아무것도 안 하는 건 아깝잖아.
― 형이 그런 표정으로 밖을 돌아다니는 것보다는 나아.
‘그런 표정’이라는 말에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거울을 매일 보는 게 아니다 보니 발정기 오메가 표정이 어떤지 나로서는 짐작도 안 됐다.
― 어쩌면 매일 붙어 있던 알파랑 떨어져서 불안해진 걸 수도 있어.
“아….”
생각지도 못한 원인이었다. 사실 따지고 보면 정민이가 고등학생일 때도 수학여행은 갔었다. 그때보다 지금 더 떨어져 있는 시간을 못 견디겠는 걸 보면 정민이 말이 완전히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동시에 이제는 정민이가 단순한 동생이 아니라 내가 의지하는 알파라는 사실에 몸 안쪽 어딘가가 저릿하게 울렸다.
언제까지나 내가 지키고 보살펴야 하는 어린 동생인 줄 알았는데, 상황이 역전됐다. 지금 말하는 것만 봐도 정민이는 나를 제가 지켜야 할 오메가로 여기고 있었다.
“그런 거라고 해도, 너무 걱정하지 마.”
― 어떻게 걱정이 안 돼.
“네 말대로 그, 네가 …알파여서, 내가 기운이 없는 거라면 더 정신 차려야 하는 거잖아.”
차마 ‘내 알파’라는 말은 할 수가 없어 목소리에 한껏 힘을 주고 대꾸했다.
― 나는 그대로 형이 나 없이 아무것도 못 하게 되도 상관없는데.
거짓이라고는 하나도 없을 진심에 심장이 바짝 조여들었다.
처음 발현한 순간부터 정민이는 지금까지 늘 이런 식이었다. 아주 오래전부터 나를 좋아했었다고, 형밖에 없다고, 내가 오메가가 아니고 정민이가 알파가 아니었어도 이렇게 됐을 거라는 식으로 말했다.
형이 없으면 절대 안 된다는 그 말은 어렸을 때와 다르게 성애까지 포함한 깊은 애정이었고 그 애정을 나는 거절할 수도, 거절하고 싶지도 않았다.
“그럼 내일 끝나자마자 빨리 오면 되잖아. 아, 혹시 뒤풀이 같은 것도 하고 그러나?”
― 안 해, 아니 해도 갈 생각 없어.
“그러다 너 왕따 되면 어떻게 해?
― 형이 있는데 내가 왜 왕따야?
너무나도 확고한 대답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터져 나왔다.
“그래, 알았어. 내일 보자.”
어제보다 오래 통화했고 진짜 내일이면 볼 수 있다는 생각에 기분이 한층 나아졌다.
― 기분 괜찮아 졌나 보네?
예리한 정민이가 단박에 알아차리고 물었다.
그렇게 티가 나나. 손가락으로 앞머리를 매만지며 눈알을 크게 굴렸다. 원래도 거짓말 같은 건 안 했지만 이젠 진짜 숨길 수 있는 게 없을 것 같다.
“원래도 기분은 안 나빴어, 기운이 없었던 거뿐이지.”
― 전화라서, 그렇게 솔직하게 말하는 거야?
숨겨봤자 소용없을 것 같아서 말한 건데.
아니다, 얼굴을 보면 역시 이런 말은 안 했을지도 모르겠다. 표정이나 행동, 거기에 페로몬까지 더해지면 굳이 말로 하지 않아도 다 알 수 있으니까.
“그럴지도 모르겠다.”
― 그렇구나, 그렇단 말이지.
혼자 납득한 것처럼 정민이 작게 중얼거렸다. 무슨 의미인가 싶어 물어보려는 순간 정민이 나를 불렀다.
― 형.
“응?”
― 지금 어디야? 침대?
“아니, 거실 소파.”
― 잔다면서 왜 침대가 아니고 소파야?
낮은 미성이 잔잔하게 추궁했다. 그런 걸 왜 물어보느냐고 해야 할 것 같은데 멍청하게 내 입은 순순히 대답하고 말았다.
“네가 전화했잖아. 핸드폰이 거실에 있었어.”
― 그래? 그럼 지금 뭐 입고 있어? 잠옷?
내 옷차림을 꿰뚫어 보는 것 같은 목소리에 손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아, 응….”
차마 정민이 셔츠를 입고 있다는 말은 하지 못하고 뭉뚱그려 대답했다. 잠옷은 잠옷이었다. 내 잠옷이 아닐 뿐.
― 대답이 왜 그래? 입고 있는 거 맞아?
“입고 있어! 위에만 이지만.”
더 추궁당하기 전에 솔직하게 대답하자 정민이 낮게 웃었다.
― 바지는 왜 안 입었어?
“전화 받으러 나오느라.”
― 그래 알았어. 팬티는 뭐 입고 있어?
이런 걸 왜 물어보지? 하는 생각을 하면서도 심장이 두근거렸다.
“남색에 흰색 줄무늬 있는 거.”
― 아, 전에 샀던 거?
내 속옷쯤은 이미 다 꿰고 있는 정민이 알았다는 듯 대답하면서 웃었다.
― 그럼 형, 셔츠 속에 손 넣어서 젖꼭지 만져봐.
“너, 무슨…!”
― 형이 솔직하게 말하는 거 듣고 싶어, 형, 할 때 별말 안 하잖아. 어디가 좋은지, 뭐가 좋은지도 내가 물어봐야 겨우 대답만 해주니까.
말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다.
정민이 시선을 받고 있으면 삼켜질 것 같아서, 몸이 만져지거나 내 안에 들어오면 그 움직임을 따라가기 바빠서, 뭔가 말을 할 수가 없었다.
― 내가 말하는 대로 만져보고 어떤지 말해주면 안 돼? 궁금한데.
정민이 어린 말투로 졸랐다. 저런 말투에 내가 약해진다는 것도, 거절하지 못한다는 것도 훤히 알고 일부러 꾸며낸 것이 분명한데, 안다고 해서 이길 수 있는 건 아니었다.
“말로 설명 잘 못 해, 그러니까, 기대는 하지 마….”
― 응, 괜찮아.
전화기 너머의 정민이 표정이 생생하게 그려졌다. 아마도 잘생긴 눈꼬리를 시원하게 접어가며 웃고 있을 것이다.
유두로 쭈뼛쭈뼛 손을 뻗어 통통하게 부풀어 오른 돌기를 매만졌다. 정민이 하도 물고 빨아서 원래 보다 커진 것이 손끝에 생생하게 닿았다.
정민이가 만져 줄 때는 몰랐던 사실이 선명하게 느껴졌다. 내가 스스로 만지는 건 또 느낌이 달라서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 어때?
“잘, 모르겠어. 네가 만져주는 거랑 달라.”
― 집게손가락으로 잡고 비틀었다가 엄지로 문질러봐.
“으응.”
― 끄트머리를 손톱으로 살살 긁으면서, 형 그렇게 만져주는 거 좋아하잖아.
정민이 말대로 손톱을 세워 꾹 눌렀다가 긁어내리자 등줄기가 흠칫거렸다. 어색한 손놀림인데 정민이 목소리가 귀 바로 옆에서 울리기 때문인지 몸이 점점 흥분했다.
“정민, 아….”
― 응, 형.
“하아, 이상해.”
― 왜? 어떤 데?
“딱딱해졌어.”
― 벌써? 형 혼자서도 잘하네, 역시 거기 좋아한다니까.
낮고 음란하게 부추기는 정민이 말에 홀린 듯 목과 어깨 사이에 전화를 끼우고 양쪽 유두를 손으로 매만졌다. 톡 튀어나온 유두를 문지르고 비트는 것뿐인데 손도 대지 않은 성기가 속옷을 밀어 올렸다.
성감이 가슴 쪽으로 몰리면서 몸이 뜨거워졌다. 꼬집었다가 손톱으로 긁어내리는 걸 반복하자 잇새로 자꾸만 신음이 터져 나오려 했다.
“정민아, 흣, 이제, 으응….”
― 그래, 형. 좆도 엄청 딱딱해졌지?
딱딱해지다 못해 벌써 말간 액이 고여서 팬티를 적시고 있었다.
― 팬티 벗어 봐.
거부할 생각도 못 하고 핸드폰을 손에 꼭 쥔 채 한 손을 이용해서 팬티를 아래로 잡아당겼다.
― 젖었어?
눈동자를 아래로 힐끔 내려 보자 쿠퍼액으로 젖은 성기가 음탕하게 번들거렸다.
“응.”
― 만져봐, 한 손은 젖꼭지, 한 손은 좆 만지는 거야.
“전화기는….”
그냥 내려놔도 될 것인데 정민이가 말해주지 않으면 아무것도 혼자 결정할 수 없는 사람처럼 멍청하게 질문했다.
― 스피커로 해서 옆에 내려둬.
시키는 대로 핸드폰을 소파 옆에 내려 두고 성기와 유두를 동시에 매만졌다.
“하, 하아, 읏….”
헐떡이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었지만, 양손을 다 쓰고 있었기에 소리를 막을 수가 없었다. 성기 기둥을 손으로 쥐고 흔들자 쿨쩍거리는 소리가 났다. 성기 끝에서 나온 액이 기둥을 타고 흘러내려 회음부에 고이고 있었다.
― 형, 너무 젖었다. 소리가 다 들려.
“아, 흐읏….”
스피커폰을 통해 나오는 목소리가 거실 전체를 꽉 채웠다. 앞에만 만져서는 만족할 수 없는 몸은 이제 엉덩이 안쪽이 욱신거렸다.
너무 쉽게 흥분하는 게 부끄러우면서도 멈출 수가 없었다. 그저 목소리가 더해진 것뿐인데 혼자 자위하는 것과는 비교도 안 됐다.
― 다리 벌려.
눈앞에서 보고 있는 것처럼 내리는 명령에 오싹한 쾌감이 등줄기를 훑어내렸다.
― 구멍 보여?
팬티에서 다리를 빼내고 M자로 벌려 아래를 내려다봤다.
“응….”
― 손가락으로 만져봐.
중지를 뻗어 입구를 문질렀다. 흘러나온 애액으로 젖은 입구가 미끄러웠다.
시키지도 않았는데 손가락을 조심스럽게 밀어 넣자 구멍이 자연스럽게 벌어졌다. 안쪽이 뜨거워서 숨을 꾹 참았다.
“하, 으응….”
― 중지랑 검지 넣어서 구멍 벌려봐, 나한테 보여준다고 생각하면서.
분명 보이지 않는다는 걸 알고 있는데도 죽을 만큼 창피해서 흥분됐다. 시키는 대로 손가락으로 벌리자 정민이 마른침을 삼키는 소리가 들렸다.
― 좁아서 큰일이네.
꼭 보고 있는 것처럼 말해서 발가락이 곱아들었다. 성기 끝에서 프리컴이 줄줄 흘러넘쳤다. 아랫배가 쑤셔서 금방이라도 쌀 것 같았다.
“정민, 아….”
안타까운 기분이 들어 엉덩이를 들썩거리자 소파에 피부가 마찰하는 소리가 들렸다.
― 형, 혼자 싸면 안 돼.
보이지도 않으면서 내 상황을 어떻게 아는 것인지, 잔인한 명령에 귀두가 또 한 번 부풀었다.
― 손가락, 앞뒤로 움직이면서 구멍 넓혀.
“싫어, 못 해….”
손가락으로 뒤를 쑤시는 일은 혼자서 해 본 적이 없어서 망설여졌다.
― 빨리, 그래야 내가 들어가지, 내가 해 주는 것처럼 하면 돼. 상처 나지 않게 조심조심.
정민이가 나긋나긋 달래면서 종용했다. 그 목소리에 홀린 것처럼 손가락 두 개를 앞뒤로 움직였지만 원하는 곳에 쉽게 닿지 않았다.
허리를 숙이면서 손가락을 더 깊숙하게 밀어 넣자 중지 끝에 전립선이 스치듯 닿았다.
― 어때?
“달라, 붙어서, 흣… 이상, 읏, 너무 젖어서… 질척질척하고, 안쪽이 좁아….”
― 응, 그 좁은 걸로 형이 매번 물고 안 놔 주니까, 내가 진짜 미치겠어.
“흐읏.”
― 형이 그렇게 꽉 물고 안 놔 줄 때마다 내가 무슨 생각하는지 알아?
“몰, 라.”
손가락으로 안쪽을 들쑤시며 간신히 대답했다. 정신이 몽롱해지면서 정민이 목소리에 취하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 형이 내 애를 갖고 싶어서 이렇게 안 놔주는 건가 싶어.
“하읏, 니야.”
필사적으로 부정했지만 열에 들뜬 목소리는 신음처럼 들릴 뿐이었다. 하지만 진짜 단 한번도 동생 애를 갖고 싶다는 생각은 한 적 없다.
형제사이에서 애가 생기면 진짜 그땐 어떻게 해야 되는 걸까. 답이 없는 상상에 꼬리뼈가 욱신거렸다.
― 정말 아니야? 매번 정액 뿌려 줄 때까지 좆을 놔주질 않으니까. 아니, 뿌려줘도 더 달라는 것처럼 달라붙으니까. 난 형이 임신하고 싶어서 그런가 했지.
적나라한 말에 성기가 불끈거리며 흔들렸다. 정민이가 안에 들어와서 휘저을 때 감각이 떠올라서 허벅지 근육이 팽팽하게 땅겼다.
세게 왕복운동을 하면서 전립선을 짓누르는 성기, 입구 근처를 지분거리면서 흔드는 허리, 끈적끈적하게 달라붙는 다디단 페로몬과 달착지근하게 나를 부르는 목소리까지.
정민이한테 익숙해진 몸은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애액을 왈칵왈칵 쏟아냈다. 발정기가 아닐 때도 이렇게 애액이 많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이 새삼 놀라웠다.
“하응, 정민아, 못, 참겠, 어….”
― 어떻게 해줄까?
“흣, 넣어줘… 네 게 좋아, 흣.”
지금 당장 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흥분한 몸이 정민이를 원했다.
― 넣는다.
말이란 신비한 힘이 있어서, 정민이가 그렇게 말한 순간 내 손가락이 꼭 정민이 중심이 된 것 같았다.
정민이의 굵은 성기 기둥과 길이, 온도 같은 것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하나 더 늘려서 세 개를 한 번에 움직였다.
“아, 하읏, 흐응….”
― 욕심 부리지 말고, 천천히 삼켜. 너무 조이면, 하아, 바로 쌀 것 같으니까.
정민이 목소리에 열기가 느껴졌다. 그제야 정민이도 나처럼 혼자 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아무도 없는 산책로, 나무에 기대서 전화기를 들고 혼자 수음하고 있을 정민이를 떠올리자 눈앞이 노래지면서 흥분이 넘실거렸다.
“정민, 하응, 너무, 커….”
부추길 요량으로 말을 뱉자 정민이 신음을 토해냈다. 참는 것처럼 억눌린 신음은 꼭 짐승이 가르릉 거리는 것 같았다.
― 형, 너무 뜨거워.
“아, 흐읏, 너무 좋아….”
― 혼자 하는 것보다?
“혼자, 싫어. 진짜가 좋으니까. 흣.”
반쯤 정신을 놓고 중얼거리자 정민이 짧게 혀를 찼다.
― 움직일 거야.
“응, 하읏, 하응.”
경고와 같은 말 뒤에 쏟아질 격한 움직임을 떠올리곤 손가락을 앞뒤로 거칠게 쑤셨다.
“싸, 쌀 거 같아, 하응.”
― 더 참아봐.
“싫어, 흣, 싸고 싶어, 정민아….”
조르는 목소리로 애타게 불렀다.
― 하아, 형, 사랑해.
진지한 속삭임에 심장이 꽉 조여들었다.
“으응, 나도… 보고 싶어, 빨리….”
정민이 내 안에 듬뿍 쏟아내는 상상을 하며 그대로 절정에 달했다.
정민이는 알파답게 정액의 양이 많았고 사정한 뒤에도 내 안에 마킹하는 것처럼 움직이곤 했다. 그 움직임을 떠올리며 손가락을 둥글게 굴려 봤지만 애액만 잔뜩 나온 구멍은 평소와 달랐다.
동생의 정액을 원하는 몸이 움찔움찔 떨렸다.
― 형.
“정민아.”
― 손가락 계속 움직이고 있지?
질척질척하게 젖은 소리가 스피커를 통해 흘러 들어갔다는 걸 깨달아서 얼굴이 달아올랐다.
“아, 아니….”
― 거짓말하지 말고.
“흣, 네가 매번 사정한 다음에도 쉽게 안 나가니까.”
― 형이 안 놔주는 거야. 지금도 손가락 조이지?
“으, 아니야, 네 거 아니면 안 조여….”
거짓말이었다. 정민이 목소리에 반응한 점막이 아쉬움을 가득 담아 손가락에 잔뜩 달라붙고 있었다.
― 그럼, 그만할까?
“…싫어.”
― 한 번 더 해?
대답 대신 고개를 끄덕였다.
― 어떻게 해줬으면 좋겠어? 하고 싶은 거 말해봐.
정민이가 안에 들어가 봐야 하는 게 아닐까 신경이 쓰이면서도 내 입에서는 음탕한 요구가 흘러나갔다.
퍽퍽 찔러줘, 안에 잔뜩 싸주고, 그대로 또 쑤셔 줬으면 좋겠어.
허벅지를 바들바들 떨면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말을 뱉어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피스톤 질 하듯 안쪽을 들쑤시고 유두를 비틀었다.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가 배꼽 아래를 툭툭 건드렸고, 정민이 낮은 숨소리에 흥분해서 또 사정했다.
한번 절정에 달했던 터라 두 번째 사정은 어이가 없을 정도로 쉬웠다. 그런데도 아쉬워서 이번엔 손가락으로 뒤를 쑤시면서 앞을 흔들었다.
정민이가 큰 손으로 감아쥐고 흔들어줄 때의 감각이 전신을 지배했다. 뒤를 찌르면서 성기를 흔들어줄 때 정민이 페로몬은 짙고 너무 사나워서 숨도 쉴 수 없었다.
손가락 세 개를 삼키고 있는 뒤에서 애액이 주룩 흘렀다.
“하, 아응, 정민아….”
또 사정할 것 같아서 눈을 꾹 감았다. 눈을 뜨면 정민이가 없다는 현실을 깨닫게 될 것이라 피하고 싶었다.
4
“형.”
탁하게 가라앉은 목소리가 고막을 파고들었다.
“아, 으음.”
“형, 내 옷 입고 있다는 얘기는 왜 안 했어?”
다리 안쪽이 간지러워 몸을 뒤척이는데 들린 목소리에 눈을 번쩍 뜨자 정민이 날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눈을 뜨고 있는데도 꿈을 꾸고 있는 것 같아 눈꺼풀을 연신 깜박거렸다.
그러니까, 어젯밤에 정민이랑 말로만 듣던 폰섹이라는 걸 했는데 생각보다 너무 좋아서 과하게 흥분했다.
마지막에는 핸드폰을 옆에 둔 채, 소파에 엎드려서 발정난 고양이처럼 몇 번이나 우는 소리를 내다가 지쳐서 그대로 곯아떨어졌다는 게 떠올랐다.
잠들기 전에 정민이가 내일 보자고 말하는 게 들려서 데리러 가야겠다고 다짐했는데.
어째서인지 정민이는 내 앞에 있었다. 벽에 걸린 시계를 힐끔 보자 이제 겨우 여덟 시였다.
“어, 언제 왔어?”
놀라서 살짝 뒤집어진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조금 전에.”
“이렇, 게 빨리?”
“형이 보고 싶다고 해서 집에 일 있다고 하고 왔어.”
“그래도 돼?”
“어차피, 오늘은 별 일정도 없으니까 상관없어. 그보다 왜 말 안 했냐니까?”
정민이 허벅지 안쪽을 큰 손으로 꽈악 주물렀다. 어젯밤에 그냥 잠 들어서 아무것도 입지 않은 채였기 때문에 정민이 손이 너무 뜨겁게 느껴졌다.
“나 말고 누가 왔으면 어쩌려고 이렇게 벗고 자?”
“오긴, 누가 와. 너 말고 집에 올 사람 없잖아.”
“그럼 내가 올 줄 알고 이러고 있었던 거야?”
“아니, 그게 아니고.”
“형, 변태네. 남의 옷 입고 어제 그렇게 박아 달라고 울었던 거야?”
정민이는 반박할 틈을 주지 않고 말을 이었다.
“나 없는 동안 매일 입었어?”
“아냐, 어제만…!”
진짜다. 그저께는 그냥 끌어안고 잤을 뿐, 입지는 않았다.
“어제만?”
숨기는 게 있다는 걸 알아차린 눈꼬리가 길게 올라갔다.
“그저께는 그냥 안고 잤을 뿐이야.”
오메가가 알파를 찾는 건 당연한 거니까 아무렇지 않은 척, 뻔뻔하게 굴려고 했지만 목덜미에 열이 몰리는 게 느껴졌다.
“형, 내가 그렇게 좋아?”
정민이 얼굴이 가까이 다가왔다. 이마가 닿고 코끝이 스치자 달달한 냄새가 풍겼다.
“대답 안 해 줄 거야?”
벌어진 다리 사이로 정민이 손가락이 들어와 어젯밤에 내가 손가락으로 희롱했던 입구에 닿았다.
“아, 그게, 흣….”
정민이 페로몬에 이미 젖어버린 구멍 사이로 손가락이 미끄러졌다.
“엄청 젖었네. 무슨 꿈이라도 꾼 거야?”
“네가 지금 만져서 그런, 거잖아.”
“겨우 잠깐 만진 건데 이렇게 젖어? 형 얼마나 나랑 하고 싶었던 거야.”
심술궂은 질문에 약이 올랐다. 나만 하고 싶었던 것처럼 말하는 게 억울했다. 정작 그렇게 말하는 자신도 페로몬을 이렇게 뿌리고 있으면서.
“너도 하고 싶어서 빨리 온 거 아냐?”
다리를 슬쩍 더 벌리자 정민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나는 진짜 평생 가도 형을 못 이길 거야.”
“네가, 동생이니까 당연한 거잖아.”
정민이 피식 웃더니 버클을 풀었다.
“그러게 말이야. 형처럼 다리 사이로 동생 받고 싶어 하는 사람을 어떻게 이기겠어.”
“그게 왜 그렇게, 읏….”
“응, 형, 바로 넣어 줄게. 원하는 대로.”
“아, 하읏…!”
뜨거운 귀두가 그대로 입구를 가르고 안쪽으로 침범했다. 흠뻑 젖은 점막이 반갑다는 듯이 정민이한테 그대로 달라붙었다.
너무 쉽게 성기가 단박에 밀고 들어와 엉덩이 사이에 음모가 문질러졌다. 꼭 이러려고 어젯밤에 내가 스스로 아래를 풀어 놓은 것 같았다.
아침 햇살이 들이치는 거실에서 음탕한 성기와 구멍이 접붙었다.
정민이가 허리를 깊게 내리면서 입술을 겹쳤다. 달콤하고 선정적으로 혀가 움직여서 몸이 서서히 열기를 띠었다.
벌어진 구멍 사이로 들어온 뜨거운 중심에 허리가 절로 떠올랐다. 망설임 없이 들어온 성기가 전립선을 문질러서 그대로 사정할 뻔했다.
몸에 힘을 꼭 준 채 정민이 팔을 꽉 붙잡았다.
“아, 안 돼… 바로 갈 것 같아.”
움직이지 말라는 의미였는데 정민이는 오히려 내 성기 뿌리를 꽉 쥐었다.
“읏, 거기, 놔 줘….”
팽팽하게 긴장된 허벅지가 파르르 떨렸다. 쌀 것 같은데 싸지 못하게 해서 눈앞이 핑핑 돌았다. 머릿속이 안개가 낀 것처럼 뿌옇게 흐려졌다. 차라리 거칠게 움직이기라도 했으면 뒤로 느낄 수 있을 것 같은데 정민이는 깊게 박아 넣은 채 움직이지 않고 있었다.
몸 안쪽에서 부풀어 오른 쾌감이 분출되고 싶어서 들끓었다. 쉽게 사정하고 싶지 않은데 싸고 싶어서 미칠 것 같았다. 무릎이 잘게 경련하며 목이 뒤로 넘어갔다.
“형, 어떻게 해 줄까?”
“아, 응… 움직, 여, 흣.”
“어제처럼 말해 봐.”
“뭐? 흣, 기억 안 나….”
얼굴을 본 채 할 수 있는 말이 아니었다. 수치심에 고개를 빠르게 흔들자 정민이가 입술을 포갠 채 아랫입술을 깨물었다.
“진짜 기억 안 나? 임신하고 싶다고, 정액 잔뜩 싸 달라고 했잖아.”
“그런 말, 한 적 없어…!”
“기억하네, 말해줘, 응? 형이 원하는 만큼 가질 수 있다고 내가 말했잖아.”
말을 할 때까지는 움직이지 않을 생각인 것 같아 입술을 꾹 깨물었다가 느릿하게 혀를 움직였다.
“네가 좋아… 네 걸로 안 쪽, 흣, 찔러, 줘….”
겨우겨우 말하자 정민이 배시시 웃었다.
“나도 형이 좋아.”
단출한 고백과 함께 안쪽을 가득 채우고 있던 것이 입구까지 주르륵 빠져나갔다가 단숨에 제일 깊은 곳까지 퍽 치고 들어왔다.
“하아, 너무 끈적하잖아. 형, 그렇게 좋아?”
정민이 여유 없는 목소리로 채근했지만 뜨겁게 달아오른 성기가 내 몸을 꿰뚫어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쾌감이 온몸을 지배하면서 질퍽거리는 외설적인 소리가 크게 울려 퍼졌다.
“으응, 좋아… 하응, 정민아….”
잔뜩 녹아내린 혀로 부르자 셔츠가 밀려 올라가며 가슴팍 돌기를 정민이 붙잡았다.
어제 내게 알려준 것처럼 정민이 오른쪽 유두를 꼬집었다가 살짝 긁어내리자 허리가 위로 튕겨 올랐다.
음란하게 움직이는 허리를 정민이 다른 손으로 꽉 붙잡았다. 약간은 강압적이고, 그러면서도 부드러운 움직임에 강한 탐욕이 일었다.
고작 이틀을 보지 못했을 뿐인데 굶주린 짐승처럼 정민이한테 달려드는 내 모습이 스스로도 기가 막혔다.
“으응, 더… 더, 해줘….”
음란한 요구를 하자 아래를 찔러 올리는 움직임이 더 거세졌다. 언제 고인지 모를 눈물이 눈꼬리를 타고 주르륵 흘러내리며 교성이 흘러나왔다.
단단한 성기 끝이 제일 느끼는 부분을 강하게 파고들어 전류가 머리부터 발끝까지 훑어 내렸다.
“형, 좋아?”
정민이 사납게 허리를 흔들며 짐승처럼 낮게 으르렁거렸다.
“응, 좋아… 흣, 정민, 거기… 하읏… 깊, 어….”
숨기지 못한 진심이 입에서 줄줄 흘러나왔다. 몸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 것을 꽉 조이고 정민이 허리를 다리로 감아 매달렸다.
속도가 점점 빨라지며 절정이 코앞에 다가왔다. 눈앞이 하얗게 빛나면서 언제 놓아줬는지도 모를 성기 끝에서 욕망이 분출했다.
동시에 안쪽에 정민이 쏟아졌다. 몸 안을 뜨겁게 채워주는 액이 느껴지면서 코끝이 찡해졌다.
몸을 축 늘어트리자 정민이 이마에 입술을 대더니 안쪽을 가볍게 휘저었다. 이제는 버릇이 된 후희에 몸이 또 파르르 떨렸다.
애액과 정액이 섞인 아래서 질척한 소리가 울렸다.
손을 들어 정민이 뺨을 만지고 머리를 쓸어 넘기자 격렬한 섹스의 흔적으로 땀에 젖은 이마가 드러났다.
“…어서 와.”
“응, 다녀왔어.”
무사히 귀가한 것에 대해 늦은 인사말을 건네자 정민이 눈꼬리를 휘며 웃었다.
애정이 듬뿍 담긴 웃음에 가슴 안쪽이 따끈하게 달아올랐다.
5
형이 내게 보여주는 애정의 증거들은 공기처럼 너무 당연한 것이 대부분이었다.
어렸을 때부터 같은 침대에서 잤고, 같이 밥을 먹었고 같은 공간에서 시간을 보냈다. 우리가 그런 사이, 그러니까 키스하고 섹스를 하는 사이가 됐어도 그건 변하지 않았다.
그러다 보니 조금 애정 표현이 과한 동생으로 여기는 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 때가 있었다.
나는 형이 나를 원한다는 걸 표현해 주길 바라는, 유치한 동생이니까.
원래는 가지 않으려고 했던 MT도 반쯤은 심술로 간 거였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도 가기 싫었는데, 훨씬 더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 MT를 꼭 가라고 하는 게 야속했다. 나는 단 하루도 떨어지기 싫은데 형은 아닌 것 같아서 짜증났다.
MT갔을 때, 연락을 더 자주 할 수 있었는데도 일부러 참았다. 형이 나한테 연락해 주길 기대했는데 형은 내가 먼저 전화할 때까지 한 번도 하지 않았다.
무슨 생각인지야 뻔했다. 분명 나를 방해하지 않으려고 한 거였겠지.
형이 나한테 연락하는 걸 내가 방해라고 생각할 리가 없잖아, 왜 그걸 모르는 걸까.
결국 참지 못하고 내가 먼저 전화하고 말았다. 사실 내 참을성은 형이 발현하기 전에 이미 다 써버린 게 분명하다.
더 많이 좋아하는 사람이 지는 거라고, 그렇게 생각하기로 했는데 두 번째 날 밤, 전화했을 때 내 예상은 완전히 빗나갔다.
형은 내가 곁에 없자 훨씬 침울해하고 기운이 없었다. 형이, 괜찮은 척하려고 무던히 노력하고 있다는 사실이 손에 잡힐 듯이 느껴져서 멍청한 생각들이 한 방에 날아갔다.
평소에는 하지 않던 음란한 말을 쏟아내는 형 때문에 좆이 터질 것 같았다. 형을 안고 난 뒤 혼자 한 적이 없었는데 형의 목소리와 숨소리가 너무 야해서 미치는 줄 알았다.
아침에 해가 뜨자마자 과대한테 말하고 MT 장소에서 탈출했다. 그리고 집에 왔을 때 보인 광경에 진짜 기절할 것 같았다.
내 셔츠를 입고 소파에 누워 있는 형, 전날 밤 자위의 흔적이 그대로 남아 있는 몸뚱이는 음란 그 자체였다.
지체할 수 없는 흥분을 느꼈고 그대로 형을 덮쳤다. 나를 향해 벌어지는 다리가 야했고, 좆을 조이는 점막이 천박했다.
“정민아.”
오자마자 했던 섹스를 떠올리며 식탁에 앉아 있는데, 싱크대 앞에 서 있던 형이 날 불렀다. 다정한 음색에 고개를 움직이자 형이 손짓했다.
“먹어봐.”
형이 간을 봐 보라는 듯 숟가락을 내밀어서 맑은 콩나물국을 한입 먹었다.
“어때?”
“맛있어.”
“안 싱거워? 술 마셨으니까 싱거운 게 나을 거 같긴 한데―”
왜 콩나물국인가 했더니 어제 내가 술 마셨다는 사실이 신경 쓰였던 모양이다.
“딱 좋은데?”
소금 소태였어도 맛있게 먹었을 거긴 하지만.
“그래? 그럼 소금 더 넣지 말아야겠다.”
“우리 신혼부부 같다.”
“…뭐?”
그렇게 음란하게 나를 조이고 불렀으면서 고작 이런 말 한마디에 당황한 형이 얼굴을 붉혔다. 아직도 이런 게 부끄러운 걸까.
“그렇잖아. 오자마자 섹스부터 하고 뒤늦게 밥 먹는 거 보면.”
“무슨, 그런 생각을 해.”
그만하라는 듯 형이 내 가슴팍을 손으로 밀어서 형 손을 잡았다.
“왜? 싫어? 난 또 하고 싶다.”
손끝을 입에 물며 말하자 형한테서 달콤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아니라고 하면서도 이렇게 반응을 보이니까 진짜 못 참겠다. 발정 난 짐승이 되고 싶지 않은데 형 앞에 서면 정말 어떻게 할 수가 없다.
“형.”
“왜 그래, 진짜….”
형이 손을 빼지 못하고 우물쭈물했다. 아마도 내 몸에서 피어오른 향을 감지한 것이리라.
오메가로서 자신의 몸을 완벽하게 자각하지 못한 형은 내가 페로몬을 조금만 흘려도 뒤를 적시곤 했다. 그게 끝내주게 야해서 일부러 밖에서도 살짝 흘린 적이 있다는 걸 형은 상상도 못할 것이다.
마트에서 장 보다가 뒤가 젖은 채 어쩔 줄 몰라하던 형은 그야 말로 환상적이었다.
장담하는데 나는 형이 계속 베타였어도 아니, 알파였어도 언젠가는 내 걸로 만들었을 것이다.
“오늘 쉬지?”
형이 내가 돌아오는 날 일을 할 리 없다는 걸 확신하고 묻자 형이 고개를 끄덕였다.
가스레인지를 끄자 형이 눈을 동그랗게 떴다.
“밥 먹고….”
“금방 끝낼게.”
“뭘 금방 끝내.”
“이틀이나 떨어져 있었잖아, 나는 형 말 듣고 MT도 갔다 왔는데.”
조르듯이 말하자 형이 입술을 깨물었다. 입고 있는 반바지 끝을 더듬다가 손을 밀어 넣자 바지가 말려 올라가며 허벅지가 훤히 드러났다.
“수민아, 안 돼?”
건방지게 속삭이자 형의 체온이 확 상승하면서 냄새가 진해졌다.
동생한테 이름 불리니 흥분하는 형이라니, 진짜 미치겠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내 형이 됐을까.
형은 우리가 형제라는 것이 신경 쓰이는 것 같지만 나는 우리가 형제였던 사실에 한 번도 절망한 적이 없다.
내가 찾을 필요 없이 형은 처음부터 내 옆에 붙어 있었으니까. 얼마나 최고야.
부모란 내게 불필요한 사람들이었지만 그래도 이건 감사해야 할지도 모르겠다. 이수민을 내 형으로 태어나게 해 준 것.
“이름 그렇게 부르지 마.”
“왜, 형도 나 맨날 정민이라고 부르잖아.”
“그건 내가, 형이니까 그런 거고.”
“알았어, 형.”
순순히 대답하자 형이 의심스러운 눈초리로 날 바라봤다. 형의 허리를 끌어안으며 엉덩이를 손으로 꽉 주물렀다.
“이름은 할 때만 부를게, 그러면 되지?”
“아니, 그게….”
“넣고 싶어.”
고개를 살짝 숙여 형 귓바퀴 속에 혀를 밀어 넣었다.
“수민아, 대답 안 해줄 거야? 동생이 말하잖아. 좆 넣고 싶다고.”
형이 고개를 들어 입만 벙긋거렸다. 그 표정이 거절이라고는 조금도 상상할 수 없는 얼굴이어서 또 한 번 애정이 샘솟았다.
형, 나는 형이 내 형이라서 너무 좋아.
Encore 백일홍
1
“어? 거기 지금 새벽 아냐?”
― 교수님들이랑 술 마시느라.
“많이 마셨어?”
― 많이는 아니고. 넌 어때? 나버리고 가니까 좋아?
약간의 심술과 많은 불만이 드러난 상준이 목소리에 웃음이 나왔다.
이럴 땐 진짜 동생 같단 말이지.
엄마들이랑 디저트 페어가 열리는 파리에 온지 일주일, 상준이 심술을 부릴 만도 했다.
원래 상준이도 같이 올 예정이었는데 걔네 과 교수님이 부산에서 세미나 일정이 잡혀서 상준이가 따라가야 했다.
학과장 교수님이 대학원생도 아닌 상준이를 콕 찍어서 부른 건 그만큼 마음에 들어 한다는 증거로 대놓고 하는 편애였다.
안 가는 방법도 있었지만 앞으로 학점을 비롯한 학교생활을 생각하면 따라가는 게 좋을 수밖에 없다. 방학도 아니고 학기 중이었으니까 고민할 필요도 없는 문제였다.
나는 정기 검진을 핑계로 자체 휴강을 내렸지만 상준이는 그렇게 할 수도 없었다. 그런데도 상준이는 출발 직전까지 머리를 굴렸고, 그러다 나한테 가지 말라는 말을 했다가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좋아하는 거 뻔히 알면서 가지 말라는 건 너무 했다. 같이 왔으면 더 좋았을 거라고 생각은 하지만 살다보면 어쩔 수 없는 일도 있는 거니까. 입학식 때 내가 오메가한테 발정했던 것처럼.
그래도 사흘째부터는 집에 가고 싶은 생각이 간절해졌다. 엄마들은 사업 때문에 바빠서 대부분 혼자 다녀야 했는데 상준이가 없으니까 생각보다 재미가 없었다.
하지만 이런 말은 입이 찢어져도 안 할 거다.
‘거봐, 그러니까 가지 말랬잖아. 나랑 다음에 같이 가자니까.’
의기양양한 얼굴로 쏟아낼 말들이 안 봐도 비디오였다.
― 왜 대답이 없어? 진짜 좋아?
“아니 뭐, 좋기도 하고, 안 좋기도 하고.”
― 뭐야, 그 애매한 대답은?
“어제 간 페어에서 먹은 디저트는 진짜 좋았는데.”
― 근데?
“오메가가 생각보다 많더라고.”
걱정할 걸 알지만 어떤 반응을 보일지 내심 궁금한 마음에 톡 쏘듯 말하자 짧은 침묵이 내려앉았다.
― 그래서?
“그래서라니?”
― 오메가 보니까 아래가 불끈 거리기라도 했어?
여전히, 오메가에게 발정했던 일을 마음에 두고 있는 티가 나는 뾰족한 말이고 동시에 나를 믿지 못하는 것 같아 속에서 짜증이 울컥 솟았다.
입학식 때 그 일은 사고였다. 몇 번이나 말하지만 내 의지라고는 조금도 반영되지 않은 사고. 그런데 번번이 오메가 얘기를 꺼낼 때마다 발정 난 짐승 취급해대니, 내가 먼저 말을 꺼낸 것인데도 기분이 나빴다.
“그렇다고 하면 어쩔래? 알판데, 당연 한 거잖아.”
화가 난 건 아니지만 매번 그 일을 걸고넘어지는 게 못마땅해 내가 듣기에도 지나치게 날카로운 목소리가 새어나갔다.
상준이 또 말 같지도 않은 괴상한 논리를 들이 밀 줄 알았는데 수화기 너머에서 전해진 분위기는 시무룩함이었다.
짧게 숨을 뱉었다가 들이마시는 그 찰나에 느껴진 김정을 놓칠 수 없었다.
쌍둥이, 라는 이름답게 우린 좀처럼 떨어져 지내는 일이 드물었다. 만난 이후 줄곧 떨어진 적이 없었기에 이런 식으로 얼굴을 보지 않고 있으니 위로하는 방법을 모르겠다.
― …만족하지 못 할 거야.
침묵을 가르고 돌아온 말은 거만한 내용이었다.
“뭐?”
― 잘 모르는 모양인데 너 엄청 까다로워.
“까다롭다니, 뭐가?”
― 넌 시작하기 전까지는 공주님처럼 에스코트 받고 싶어 하고, 전희는 여왕님처럼 받고 싶어 하잖아. 그런 주제에 삽입하고 난 뒤에는 창부처럼 대하는 걸 좋아하니까.
미친놈이 뭐라는 거야, 입을 벙긋거리는데 상준이 계속 말했다.
― 아니라고는 하지만, 솔직히 너 박을 때마다 야한 말하면 엄청 조이잖아. 그리고 끝난 다음엔 다시 주인님 대우를 해줘야하지.
“박상준!”
― 장담하는 데 너한테 그러는 건 세상에서 내가 제일 잘할 거야.
관자놀이가 욱신거려 손가락으로 꾹 눌렀다. 아니라고 말하고 싶은데 쉽게 말이 안 나왔다.
실제로 상준이는 단 거 먹이면서 내 기분을 맞춰주고, 침대까지 모시고 가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정중한 애무로 푹 절인 다음, 거칠게 삽입해서 제멋대로 흔들고 끝나면 욕실에서 씻겨서 데려다 놓는다.
하나하나 떠오른 사실들은 모두 상준이 말을 부정하기 어려웠다.
― 그리고 결정적으로, 너 박는 거보다 박히는 거 좋아하잖아. 네가 아무리 오메가한테 발정해도 너한테 박아줄 오메가는 없어.
“거기서 한 마디만 더 해.”
상준이 말을 멈췄다가 그래도 할 말을 해야겠다는 듯 입을 열었다.
― 빨리 와. 실컷 박아줄 테니까.
음탕한 속삭임에 옷 속에 있는 피부가 단박에 달아올랐다. 진짜 미치겠다니까.
“내가 하고 싶은 것처럼 말하지 마. 네가 하고 싶은 거잖아.”
― 맞아. 난 지금도 할 수만 있으면 네 엉덩이에 들어가고 싶어. 그러니까 거길 왜 간 거야?
원망 섞인 투정을 못 들은 척했다. 오기 전에 하루가 멀다 하고 일주일 내내 들었던 얘기를 또 듣고 싶지 않았다.
“내일이면 보잖아.”
― 내일이나 돼야 보는 거지, 두 시 도착이지?
“어, 넌?”
― 마지막 세미나가 한 시니까 끝나고 넘어가면 저녁 쯤 될 거 같아.
“그래, 내일 봐.”
― 응.
끝인사를 했는데도 상준이도 나도 쉽게 전화를 끊으려고 하지 않았다.
진짜 내일이면 보는데 왜 이렇게 아쉬운 지 알 수가 없다.
“끊는다.”
― 응.
계속 전화기를 들고 있어봐야 같은 말만 반복할 것 같아서 내가 먼저 전화를 끊으려는데 상준이 날 불렀다.
“왜?”
불러 놓고 아무 말도 안 하는 게 이상해서 내가 물었다.
― 형.
심장이 쿵 떨어졌다. 상준이가 형이라고 부를 때는 섹스어필의 목적을 띠고 있을 때가 많았기 때문에 척추가 꼿꼿이 서면서 절로 긴장 됐다.
― 사랑해.
가슴 한쪽이 부드럽게 경련했다. 전화기를 쥐고 있는 손에 힘을 준 채 고개를 끄덕였다.
“…알았어.”
민망함을 이기지 못하고 기어 들어가는 소리로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박상준은 오만하고 고집 세지만 필요할 때는 이런 식으로 애정을 아끼지 않고 표현했다. 거기에 당황해서 어쩔 줄 몰라 하는 건 나였다.
하다못해 ‘나도’라고 대답해 주면 좋았겠지만 민망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해서 늘 제대로 말을 못 했다.
이러다 나중에 상준이가 서운하다면서 화내면 그땐 어떻게 되는 거지?
아무래도 이번엔 만나면 꼭 말해야겠다. 얼굴을 보고 좋아한다는 말 정도는 해줘야 상준이도 안심하지 않을까.
핸드폰을 꽉 쥐고 있다가 침대에 드러누웠다. 엄마들이랑 만나서 저녁 먹고 딸기 디저트를 먹으러 갈 예정이었는데 어쩐지 의욕이 안 생겼다.
며칠 동안 디저트 페어에 따라 다니면서 정리해 놓은 노트를 힐끔 보자 한숨이 나왔다.
박상준만 보고 싶어 하는 것 같지만 실은 나도 중증이다.
한국에 가서 만들어 볼 것들은 다 상준이가 좋아하는 것들뿐이었다. 말로 못 하니까 행동으로 뭔가 더 보여 주고 싶어서 더 그런 건지도 모르겠다.
방금 막 전화를 끊었는데 또 목소리가 듣고 싶어졌다. 마지막 날이라서 그런지 오늘따라 유난히 보고 싶은 기분이 든다.
“에이씨, 괜히 통화했어.”
통화할 때는 몰랐는데 끊고 나니 떨어져 있다는 사실만 실감났다.
2
“상준이는?”
“한 시에 세미나 시작이랬으니까 지금 한창 하고 있겠지.”
작은 엄마가 묻는 말에 대답하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렸다.
“그럼 집으로 갈 거지?”
“응, 당연하지. 엄마들은?”
“우리도 집에 가야지, 피곤하다.”
조수석에 앉아 있던 큰엄마가 대답해서 고개를 끄덕였다.
집에 돌아왔을 때 당연히 상준인 없었다. 세미나 끝나고 밥 먹고 부산에서 출발하면 아마 오늘 밤이나 돼야 도착할 것이다.
상준이한테 줄 선물들을 따로 빼놓고 짐을 정리하는데 핸드폰이 울려서 확인하자 아니나 다를까 상준이었다.
시간을 보니 이제 출발한다는 연락일 것이 짐작 돼서 기쁜 마음으로 손가락을 움직였다.
“응.”
― 도착했어?
“지금 짐 정리 중이야, 넌 어디야?”
― 나 지금 부산역인데 망했어.
“왜? 교수님이 관광이라도 하쟤?”
망했다는 말에서 좋은 소식이 조금도 예상 되지 않았다.
― 파업이라 기차 언제 출발할지 모른대.
“뭐? 그건 또 무슨 말이야?”
― 철도 파업한다고 했었는데, 진짜 했네.
해외에 있는 동안 신경을 안 써서 전혀 몰랐다. 철도 파업이라니, 이게 무슨 말이야.
“그럼 열차가 하나도 안 다녀?”
― 그건 아닌데, 언제 출발할지 알 수가 없어.
“모든 열차가 다?”
― 어, 예매 해 놓은 기차는 전광판에 딜레이로만 나온다.
“교수님은 뭐래?”
― 하, 모르겠어. 그냥 하루 더 있다가 내일 비행기 타고 갈까 하는 식.
“교수님 강의 없대?”
― 내일 주말이잖아.
기운이 쭉 빠졌다. 철도 파업이라 열차가 없다는데 뭘 어떻게 하겠나.
― 일단 기다려보긴 할 거니까. 출발하면 다시 연락할게.
“그래, 알았어.”
기운 빠진 목소리를 들키지 않기 위해 재빨리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전화를 끊자 책상 위에 한가득 쌓아놓은 선물이 눈에 들어와 더 힘이 빠졌다.
“하준아, 밥 먹게 내려와.”
큰엄마가 부르는 소리에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상준이한테 연락 왔어? 금방 올 거 같으면 좀 기다렸다가 같이 먹고.”
“아니, 걔 오늘 못 올지도 몰라. 철도 파업이래.”
“아, 뉴스 보긴 했는데 진짜 하나도 안 다니는 건가.”
기차 탈 일이 없는 엄마들도 철도 파업에 대해 감을 못 잡았다.
“그건 아닌 거 같고 발차 자체가 늦나 봐. 일하는 사람들이 없으니까 열차 운전할 사람도 없나보지.”
전화를 끊고 확인한 기사 내용을 시무룩한 목소리로 말하자 엄마들이 고개를 끄덕였다.
“음식하기 싫어서 시켜 먹을 건데 뭐가 좋아?”
“아무거나 상관없어.”
“그럼 매운 거 먹자.”
배달시킨 닭볶음탕이 도착하고, 그걸 다 먹고 씻을 때까지 상준이한테서는 아무 연락이 없었다.
내가 먼저 연락할 수는 있지만 안 그래도 발을 동동 구르고 있을 녀석을 재촉하고 싶지 않아 꾹 참았다.
이른 저녁, 엄마들은 피곤하다는 이유로 침실로 들어가 버렸다.
혼자 거실에서 TV를 보면서 상준이 연락을 기다렸지만 두 시간이 넘도록 아무 연락도 없어서 2층으로 들어와 침대에 드러누웠다.
한국에 오면 바로 볼 수 있을 줄 알았고 얼굴 보면 좋아한다, 보고 싶었다, 이런 말을 해 줄 생각이었는데 예상과는 달라진 상황이 답답하고 짜증났다.
누구한테 화를 내거나 탓할 수도 없는 상황이라 더 그랬다.
3
잠결에 들린 부스럭거리는 소리, 이내 가까이 다가온 체온에 눈꺼풀을 힘겹게 밀어 올렸다.
침대에 누울 때까지만 해도 잠이 올 것 같지 않았는데 비행기를 오래 탄 탓인지 나도 모르게 잠들었던 모양이다.
어둠속에서 눈을 깜박이며 초점을 맞추는데 내 옆에 꼬물꼬물 기어들어오는 상준이가 보였다.
“박, 상준…?”
오늘 못 올 거라고 생각했기 때문에 눈으로 보고 있는데도 믿을 수가 없어 띄엄띄엄 이름을 불렀다.
“응, 나야.”
얼굴이 가까이 다가오더니 상준이 콧등을 비볐다. 상큼한 바디워시 향기에 몸이 사르륵 풀렸다.
“어떻게 왔어? 기차 안 움직인다며.”
“김해에서 비행기 타고, 김포에서 택시타고 왔어.”
“미쳤어.”
부산에서 김해에 가고, 거기 공항에서 비행기를 탄 다음에 김포에서 집까지 택시를 타고 왔다는 말이다.
비행기 표도 바로 구하지 못했을 걸 생각하면 고생도 그냥 고생이 아니었을 게 눈에 훤히 그려졌다.
“보고 싶은데 그럼 어떻게 해?”
상준이 허리를 감싸 안으며 귓가에 속삭였다. 간지러운 기분이 들어 목을 움츠리자 웃음이 흘러나왔다.
속에 쌓였던 짜증은 언제 그랬냐는 것처럼 이미 싹 풀리고 말았다.
“보고 싶었던 거야? 하고 싶었던 게 아니고?”
“둘 다.”
상준이 고개를 옆으로 기울이며 입술을 부딪쳤다. 쪽쪽거리며 장난스럽게 입술을 붙였다가 떼길 반복하더니 이내 입술을 가르고 혀를 밀어 넣었다.
입천장을 길게 훑어 주고 입 안 점막을 건드렸다가 뿌리까지 빨아들이며 상준이 내 위로 올라왔다. 일주일 만에 하는 키스에 정신이 날아갈 것 같아 상준이 목에 팔을 감았다.
하반신을 비비는 움직임이 노골적으로 변하면서 상준이 페로몬이 진하게 뿜어져 나왔다. 마주 닿은 신체가 달아올랐다.
“나 보고 싶었어?”
느릿하게 입술을 뗀 상준이 물어서 고개를 살짝 끄덕였다.
“나도 보고 싶었어.”
상준이 조금 전에도 했던 말을 또 속삭였다.
“알아, 말했잖아.”
“계속 말해줘야 알아 줄 거 같아서.”
상준이 귓불을 깨물고 목덜미에 입술을 문질렀다. 아래쪽으로 열기가 몰려서 몸을 배배꼬자 상준이 손이 셔츠 안으로 파고들었다.
샤워를 마치고 나온 피부의 서늘한 감촉에 깜짝 놀라 상준이 손을 꽉 붙잡았다.
“지금 하려고?”
“왜? 안 돼?”
“지금 어떻게 해.”
1층에 엄마들이 있는데 할 수 없다. 같이 잠을 잔 적은 있어도 섹스는 엄마들이 없을 때만 했다. 당연히 그래야 하는 거라고 생각했는데, 지금 상준인 멈출 생각이 없어보였다.
“조용히 하면 되잖아.”
“조용히는 무슨―”
“왜, 내가 만지면 소리 못 참겠어?”
어둠에 익숙해진 시야에 상준이 얼굴이 선명하게 들어왔다. 늘씬하게 빠진 콧대를 기준으로 흠잡을 데 없이 잘생긴 얼굴이 도발적인 시선을 보냈다.
“못 참긴 뭘 못 참아?”
“그럼 참아봐, 공주님.”
낯간지러운 말과 함께 상준이 가슴팍 돌기를 살짝 비틀었다.
“그런 말, 하지 마.”
눈꼬리를 치켜뜨며 말하자 상준이가 쿡쿡거렸다.
“아, 내가 잘못 말했네. 지금 타이밍은 여왕님이지?”
“박상―”
잔소리를 뱉으려고 입을 벌렸으나 상준이 입술에 막히는 바람에 말은 끝을 맺을 수 없었다.
상준인 옷을 벗기면서 머리부터 발끝까지 키스했다. 은유적인 표현이 아니라 진짜 발등에도 입술을 내리고 발가락을 혀로 핥았다.
그런 키스를 받고 있으려니 머릿속에서 어제 상준이가 했던 말이 절로 떠올랐다.
‘전희는 여왕님처럼 받고 싶어 하잖아.’
피부에 걸친 게 하나도 없는 나체 상태가 됐을 땐 상준이 입술이 내 몸에 안 닿은 부분이 없었다.
“흐읏.”
발가락에서 맴돌던 입술이 종아리를 타고 위로 올라왔다. 허벅지 안쪽에 입술을 묻고 길게 빨아들이자 안쪽 성기가 불끈거렸다.
입술 도장을 꾹꾹 찍고 혀로 길게 핥으면서 상준이 음낭을 입에 물었다. 성기는 건드리지 않고 일부러 음낭과 회음부만 핥아 대서 감질 맛이 났다.
어떻게 해야 할지 몰라 이불을 붙잡은 채 움찔거리자 상준이 입술에 힘을 주고 회음부를 세게 빨기 시작했다.
“으응.”
이를 꽉 깨물며 참아봤지만 완전히 막을 수는 없었다. 발딱 선 성기가 배꼽 아래를 자극하고 흘러나온 쿠퍼액이 배꼽 근처에 끈적하게 떨어졌다.
숨이 거칠어지면서 가슴팍을 들썩이자 상준이 혀가 더 아래로 움직였다. 엉덩이 사이 깊은 곳 은밀한 입구에 혀가 닿았다.
“하, 거기, 하지, 마….”
“조금만.”
하지 말라는 내 말을 모르는 척, 오히려 상준이 애원하듯이 말하더니 혀끝이 입구 주름을 세는 것처럼 움직였다.
할짝할짝거리는 소리가 점점 진해지면서 질척거리는 소리로 바뀌었다.
“앗응.”
입구를 핥던 혀가 안쪽을 파고들어 허리가 위로 떠올랐다. 더 핥아 달라는 것처럼 엉덩이를 씰룩 거리자 상준이 한참을 할짝거리다가 느릿하게 고개를 들었다.
“하아, 냄새 엄청 진해.”
아래 냄새를 말하는 것인지 아니면 내 페로몬을 말하는 것인지 모호해서 눈을 꾹 감았다.
쌕쌕거리며 거친 숨을 뱉는 상준이 서랍을 여는 소리가 들렸다. 눈을 감고 있는데도 어떤 움직임으로 뭘 꺼내는지 알 수 있었다.
다리가 좀 더 벌어지고 미지근한 액체가 엉덩이 사이로 뚝뚝뚝 떨어졌다.
둘이 이런 사이가 된 뒤 상준인 젤을 박스로 사서 내 방과 제 방에 나눠서 넣어 뒀다. 그때 콘돔은 왜 안 샀냐고 물었는데 돌아온 대답은 가관이었다.
‘그걸 왜 사?’
‘그럼 매번 없이 하게?’
‘피임은 임신 방지나 성병 예방이 목적이잖아.’
‘그래서?’
‘너는 나랑만 할 거고 나는 너랑만 할 거니까 성병은 안 생길 거고, 알파니까 임신 걱정도 없잖아.’
거지같은 소리를 진지하게 하는 통에 어이가 없었다.
‘안에 싸면 배 아파.’
‘내가 잘 빼줄게.’
‘미친….’
‘아무리 얇다고 해도 싫단 말이야. 그런 고무.’
헛소리 하지 말라고 하려는데 상준이 어깨를 늘어트리면서 애처로운 표정을 짓는 바람에 더는 말하지 못 했다.
역시 박상준 때문에 미치겠는 건 나라니까.
아무리 생각해 봐도 내가 맨날 지는 거 같다. 평소에는 동생이라는 느낌이 하나도 안 드는데 힘없는 척 조르면 그래도 내가 형인데, 하는 생각이 들고 마는 거다.
“무슨 생각해?”
상준이 중지를 꾸욱 눌러 밀어 넣으며 물었다.
“별로, 아무것도.”
“아무것도 아닌 게 아닌 거 같은데? 여유 있네? 그럼 그냥 바로 할까?”
눈을 가늘게 뜨고 노려보자 상준이 고개를 숙여 얼굴을 가까이 했다.
“입구는 좀 풀린 거 같은데, 안 돼?”
“네 크기를 생각해.”
“빨리, 형한테 넣고 싶어.”
달짝지근한 음성이 귓바퀴에 달라붙었다. 몹시 음란한 요구를 들은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성기가 부르르 떨렸다. 고민하는 척하다 슬쩍 다리를 벌렸다.
허락의 의미를 금방 눈치챈 상준이 밀어 넣었던 손가락을 쑥 빼내더니 바지춤을 내렸다.
한 번에 속옷까지 내리자 핏줄까지 도드라진 성기가 퉁 튀어나왔다. 그저 내 몸을 만지고 빨았을 뿐인데 잔뜩 부푼 성기가 흉흉했다.
“아, 아냐, 잠깐….”
역시 너무 크다는 생각에 몸을 뒤로 빼려 하자 상준이 골반을 꽉 붙잡았다.
“괜찮아, 몇 번이나 했잖아.”
피할 틈도 없이 입구에 뜨거운 열기가 닿았다. 다음 순간 구멍이 찢어질 것 같은 강렬한 통증과 함께 상준이 내 안을 파고들었다.
“하, 아으윽…!”
숨넘어가는 소리가 흘러나왔다. 숨을 헐떡거리는데 상준이 틈을 주지 않고 허리를 더 깊게 내렸다.
“하아, 형, 진짜 좋아….”
단박에 뿌리까지 박히자 성기 끝에서 정액이 흘러나왔다. 손도 대지 않은 성기가 흥분의 증거를 저 혼자 토해내면서 흔들렸다.
“하, 존나 야해.”
“아, 으응….”
상준이 제 모양을 새기려는 것처럼 느릿하게 구멍을 길들이듯 움직였다.
“이렇게, 하아, 좁은 거 보니까 아무하고도. 안 했나 보네. 역시 박아줄 오메가는 없었지?”
느긋한 움직임에 사정을 마친 내 성기가 꺼덕거리며 흔들렸다.
“하아, 진짜 꽉꽉 물어 당기네. 박히고 싶어서 어떻게 참았어?”
“흣, 아응….”
천박한 말이 귓가에 떨어지자 몸이 한층 더 달아올랐다. 방금 사정한 게 무색하게 빠르게 흥분하고 있었다.
‘삽입하고 난 뒤에는 창부처럼 대하는 걸 좋아하니까.’
상준이 했던 말이 또 떠올랐다. 그 말을 증명이라도 하는 것처럼 진짜 몸이 더 흥분하고 있었다.
정상이 아닌 것 같아 벗어나고 싶어서 발끝으로 이불을 밀어 내자 상준이 갑자기 허리를 세게 움직였다. 아무런 예고 없이 전립선을 짓누르는 잔인한 리듬이 몸을 점령했다.
“하, 하읏, 흐응… 좀, 천천, 흣, 나 방금… 하으읏.”
“형, 소리.”
“읏, 흐응. 으….”
“엄마들한테 보여주고 싶어?”
“아니, 하으, 아응.”
참고 싶은데 입술을 아무리 깨물어도 소리가 새어 나왔다. 움켜잡은 이불을 놓지도 못 하고 고개를 흔들었다.
“아들이 아들한테 따먹히는 거 보면, 기절할 걸? 아니면, 혹시 보여 주고 싶은 거야?”
생명줄이라도 되는 것처럼 쥐고 있던 이불을 놓고 상준이 손목을 붙잡아 입가로 당겼다.
“흐, 막, 하읏, 막아….”
부탁하듯이 조르자 상준이 눈이 욕망으로 번득였다.
상준이 손바닥으로 입을 틀어막은 채 아래를 치받았다. 강제로 범해지는 것 같아서 정액이 질금질금 흘렀다.
상준이 허벅지가 아래를 치대자 열락이 피어올랐다.
조용히 해야 하는데 침대가 흔들리는 소리는 내가 막을 수가 없었다. 이 소리가 아래층에 들리면 어떡하지, 하는 걱정 때문에 몸이 더 흥분했다.
정상이 아닌 것 같은데 이제 와서 참을 수도 없었다. 상준이 손가락을 이로 깨물면서 또 한 번 허리를 파르르 떨었다.
아, 그러고 보니 이번에 섹스할 때는 꼭 좋아한다고, 사랑한다고 말하려고 했는데 이번에도 망했다.
4
하준이 정액을 쏟아낼 때마다 좆을 뽑을 것처럼 점막이 조여댔다. 알파인 하준이 성욕은 쉽게 죽지 않았고, 그건 나 역시 마찬가지였다.
어쩌면 마음만 먹으면 진짜 하루 종일 쉬지 않고 섹스만 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하아, 박하준.”
거칠어진 숨소리로 하준일 부르자 까만색 눈동자가 힘겹게 움직여 나를 응시했다.
“너 씹, 알파면서 누가 이렇게 자지 좋아하래.”
“으, 우흣….”
부정하고 싶어 하는 것 같았지만 내 손에 입이 막힌 하준이 입에서는 제대로 된 소리가 안 나왔다.
숨이 막혀서 그런지 점막이 더 치밀하게 달라붙었고 눈물이 맺힌 눈동자가 촉촉하게 반짝였다. 그 촉촉한 눈동자에 서린 감정이 순수함 같이 맑은 감정이 아니라 색기여서 더 좋았다.
“하아, 형….”
작게 속삭이듯 부르자 하준이 허벅지가 잘게 경련했다. 몇 번을 불러줘도 형이라는 소리에 반응하는 박하준은 진짜 귀여웠다.
허리를 빠르게 움직이자 불알이 흔들리면서 하준이 엉덩이를 때리는 소리가 천박하게 느껴졌다. 내 아래서 다리를 벌리고 있는 게 다른 누구도 아닌 박하준이라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만족감과 정복감이 동시에 피어올랐다.
알파인데 동생한테 다리를 벌리고 질질 싸는, 박하준은 진짜 존재 자체만으로도 사람 미치게 한다.
“하아, 하아.”
숨을 쉴 때마다 하준이 페로몬이 내 모공 하나하나에 다 스며드는 것 같아 머리가 이상해질 것 같다. 이미 세 번이나 쌌는데도 부족했다.
이렇게 강제로 하는 것 같은 자세도 흥분 됐지만, 나한테 매달린 채 낮게 토해내는 하준이 신음이 듣고 싶어졌다.
엄마들이 없을 때 들려줬던 소리가 머릿속에 사이렌처럼 빙빙 돌았다.
내 손가락을 깨물던 하준이 혀끝으로 손바닥을 건드렸다. 슬쩍 치워 보자 하준이 양팔을 벌렸다. 몸을 숙이자 하준이 내 몸을 꽉 끌어안았다.
내 복부와 하준이 복부에 짓눌린 성기 끝에서 끈적한 액이 흘러나왔다. 젤과 정액, 쿠퍼액이 섞인 아래는 이미 진작부터 엉망이었다.
“하아, 키스, 할, 래….”
명령 아닌 명령이 귓가에 떨어졌다.
입술을 가까이 하자 하준이 촉촉 소리를 내며 내 얼굴 여기저기에 입을 맞췄다. 의도한 게 아니라 정신이 없어서 입술을 찾지 못하는 것 같았다.
“형.”
“아응.”
형이라는 소리를 뇌가 인식하기 전에 몸이 반응한 것처럼 점막이 수축했다.
“똑바로 해야지, 하고 싶다고 했잖아.”
부드럽게 턱을 쥐고 입을 맞춰주자 혀가 밀고 들어왔다. 벌어진 입술 틈으로 타액과 신음이 함께 넘어 오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넘어오는 모든 걸 다 먹어 버릴 기세로 키스에 응하자 하준이 몸에 바짝 힘이 들어갔다. 자연스럽게 아래가 조여 들어서 넣고 뺄 때마다 크게 부풀기 시작한 귀두가 입구에 턱턱 걸렸다.
러트도 아닌데 노팅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문득 이대로 임신시키면 하준이 쌍둥이를 가질 것 같다는 생각이 스치듯 떠올랐다.
그럼 그 쌍둥이도 우리처럼 지들끼리 서로 좋아 죽지 않을까? 쌍둥이는 특별한 거니까.
박하준과 내 애들이 우리처럼 사랑하는 걸 보는 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이런 생각을 하는 거 보면 역시, 나 정상은 아닌 건가. 아니지, 사실 이제 와서 정상 비정상을 논하기에는 너무 멀리 왔다.
“형, 차라리 임신할래?”
입술이 떨어진 틈에 속삭이자 하준이 몸을 파르르 떨면서 정액을 울컥울컥 쏟아냈다.
반응한 단어가 임신인지, 형인지 헷갈렸지만 끝내주게 야해서 더 참지 못하고 나 역시 하준이 안에 그대로 쏟아냈다.
그와 동시에 귀두가 팽팽하게 부푸는 게 느껴져 하준이 화내기 전에 다시 키스했다.
알파의 임신 확률이 어떻게 되더라, 한번 알아봐야겠네.
5
눈두덩을 간질이는 햇살에 느릿느릿 눈을 뜨자 팬티만 입은 상준이 책상 앞에 서 있는 게 보였다.
“언제 일어났어?”
“조금 전에.”
“깨우지.”
“어제 무리했잖아.”
“누구 때문인데?”
침대에 엎드려 있던 몸을 일으키려다 허리가 빠질 것 같아 베개를 끌어안은 채 다시 엎드렸다.
어제 막판에 갑작스런 노팅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내장을 밀어 올리는 것처럼 깊게 박힌 성기가 부풀어서 진짜 죽을 것 같았다.
“너 어제, 노팅 했지?”
근데 러트가 아닐 때도 노팅을 할 수 있는 건가. 설마, 진짜 임신하는 건 아니겠지?
“너무 좋아서 참을 수가 있어야지.”
내 궁금증이 제대로 형태를 갖추기 전에 상준이 장난스럽게 말하며 뺨에 가볍게 키스했다.
아침부터 보여주는 자연스러운 애정 표현이 민망해서 시선을 피했다가 아차 싶은 기분이 들었다.
지금 나도 좋아한다고 말할 걸 그랬나.
“왜 그런 표정이야?”
“뭐가.”
“나한테 말 못 하는 게 있어서 미안한 표정인데?”
능청스럽게 웃으면서 정곡을 푹 찌르는 상준일 보고 입을 반쯤 벌렸다.
쌍둥이라서 그런 걸까. 굳이 말하지 않아도 상준인 다 안다는 것처럼 굴었다.
“난 괜찮아. 너는 말로 안 하는 대신, 이런 식으로 행동으로 보여주잖아.”
상준이 책상 위에 있던 상자들을 가리켰다. 말한 적 없는데 다 제 선물이라는 걸 알고 하는 말이다.
“내 거 맞지?”
대답하기도 전에 상준이 책상 위에 있던 상자를 하나 열었다.
“버버리네.”
상준이 향수 병 뚜껑을 열어 코를 킁킁거리며 냄새를 맡았다.
“뿌리고 다닐까?”
“페로몬 흘리는 거 보다는 낫지.”
“흐응, 그거 내 페로몬 다른 사람이 맡는 거 싫다는 거야?”
말한 적도 없는 속내를 꼭 찝어내는 말에 입을 꽉 다물었다.
“이건 또 뭐야?”
상준이 다른 상자를 열자 여름에 입을 수 있는 얇은 반팔 니트가 나왔다. 다음 상자에는 카드지갑, 그 다음 상자에는 운동화, 또 다른 상자에는 모자가 줄줄이 쏟아졌다.
“디저트 페어 간 게 아니라 쇼핑센터 털고 왔어?”
“아니거든, 너 파리 못 간 거 아쉬워했으니까. 그냥. 사 온 거야.”
거짓말이다. 박상준한테 어울릴 것처럼 보이는 걸 눈에 띄는 대로 사다보니 저렇게 된 것이다.
“뭐가 제일 마음에 들어?”
상준이 물어서 눈알을 크게 굴렸다가 검은 색 캡 모자를 가리켰다. 겉은 흔한 검은색이지만 안감은 붉은색 플라워 프린팅이 된 모자였다.
“이거?”
대답 대신 손가락으로 내 방 행거 끝을 가리켰다. 거기에는 상준이에게 준 모자와 똑같은 겉은 검은색, 안쪽은 노란색 플라워 프린팅이 된 모자가 걸려 있었다.
상준이 피식 웃으면서 모자를 썼다.
“지금 완전 변태 같은 거 알지?”
팬티만 입고 모자를 쓴 모습을 지적하자 상준이 침대 위로 기어 올라왔다.
“네가 귀여운 짓을 하니까 내가 변태가 될 수밖에 없지.”
“뭐야, 또.”
“어렸을 때 옷 똑같이 입는 것도 별로 안 좋아했으면서. 이런 아이템이라니, 너무 귀엽잖아.”
“야.”
“내가 네 거라고, 밖에서 티내고 싶었어?”
“그렇게 말할 거면 쓰지 마.”
모자를 벗기려고 손을 뻗자 상준이 손목을 붙잡았다.
“싫어, 할 거야. 형이 준 거잖아.”
상준이 혀를 내밀어 입술을 날름 할짝여서 침대에 누우면서 목을 끌어안았다.
“애기 만들기 할까?”
상준이 엉덩이를 주무르며 말했다. 어젯밤에 한창 희롱 당했던 입구가 고작 말 한마디에 벌름거렸다.
“미쳤어? 어제부터 무슨, 소리야?”
“그냥 노력하면 형도 쌍둥이 가질 수 있을 거 같아서.”
“뭐?”
“우리 같은 쌍둥이, 나쁘지 않을 거 같은데.”
“나 알파거든?”
“그럼, 형은 오메가 쌍둥이로 낳아.”
6
새빨갛게 달아 오른 얼굴로 입을 벙긋거리는 하준일 꼭 끌어안았다.
머릿속으로 아마 오메가 쌍둥이에 대해 여러 생각을 할 게 분명하다. 그리고 아마 결론은 나와 같은 생각이겠지.
우리를 닮은 애들한테 같은 옷을 입히고, 같은 물건을 쥐어주는 그런 상상.
이런 모자 같은 게 아니라 그 애들이 곁에 있으면 누가 봐도 우릴 그렇고 그런 사이로 볼 거라는 아찔한 망상, 밖에서도 박상준이 박하준 거라는 걸 마음껏 드러낼 수 있을 거라는 음험한 생각.
엄마들한테 미안한 것과 별개로 제 것을 남 앞에 자랑하고 싶어 하는 심리는 누구나 다 조금은 있는 법이니까.
진짜 응큼하다니까.
티를 안 내는 것 같아도 이런 식으로 슬쩍 드러내는 박하준의 은근한 소유욕이 나를 얼마나 기쁘게 하는지 상상도 못 할 거다.
말로 하지 않아도 네가 나를 사랑하는 걸 안다.
우린 분명 엄마 배 속에서 각인했을 거야.
그러니까 쌍둥이로 태어난 거 아닐까.
Encore 메리골드
1
“남녀 상관없이 임신 가능한 형질이 오메가입니다. 그러니까 오메가와 성관계를 할 때 피임은 필수예요. 물론 꼭 오메가가 아니더라도 피임은 해야 합니다. 임신 때문이 아니더라도 성병 위험도 있잖아요? 세이프 섹스의 기본은 피임이에요.”
누구나 알고 있는 상식이라고 할 만한 것들을 말하는 강사를 보며 입천장을 꾹 눌렀다.
대학에서 학기 중 한 번 진행하는 성교육은 말 그대로 교육적인 내용뿐이라서 다들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는데 나 혼자만 점점 심각해지고 있었다.
“피임의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죠, 정관을 묶거나 난소에 루프를 삽입하는 방법도 있지만 이런 건 모두 시술이 필요한 거고, 가장 쉬우면서도 안전성이 높은 방법은 콘돔입니다.”
“질외사정도 있잖아요.”
강사의 말에 앞에 앉아 있던 남학생이 짓궂은 표정으로 농담을 건넸다.
“질외사정으로 피임이 100% 될 거라고 확신하나요? 그런 건 정자가 건강하지 않은 사람이나 확신할 방법인데, 학생은 정자가 건강하지 않은 모양이죠?”
베테랑 강사가 전혀 봐주지 않고 대꾸하는 바람에 질문을 던진 학생만 모양 빠지고 말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내 머릿속에는 임신이라는 단어만 둥둥 떠 다녔다.
임신이라는 건 성교했을 때 벌어지는, 어떤 의미에서는 성행위에 대한 당연한 결과였다. 원래 성교 자체가 번식을 위한 것 아닌가.
몰랐던 사실은 아니다. 부모님이 우리를 어떻게 낳았는지는 당연히 알고 있다. 하지만 그런데도 이제야 새삼스럽게 현실로 다가왔다.
의식하지 않았던 아니, 의식하지 않으려고 했던 사실이 눈앞에 들이 밀어진 것 같아 속이 답답해졌다.
괜히 아랫배가 신경 쓰이고 속이 더부룩한 느낌이 들어 책상에 엎드리자 옆에 앉아 있던 시준이 의아한 눈길을 보냈다.
“어디 아파?”
성교육을 들었다는 의미로 종이에 사인하고 강의실을 나서는데 시준이 물었다.
“아니.”
“근데 왜 그런 얼굴이야?”
“내가 뭐.”
“작은 형 돌아온 뒤로 맨날 나사 빠진 놈처럼 실실거리다가 오늘은 주인 잃은 똥개마냥 시무룩한데? 형들 어디 갔어?”
“뭘 시무룩해? 그런 거 아니야.”
걱정해서 하는 말이라는 걸 아는 데도 목소리가 뾰족하게 날이 섰다.
“아니면 말고, 뭐 마실래?”
시준이 자판기 앞에 서서 캔 커피를 누르며 물어서 고개를 저었다.
“…임신하면 남자도 배 나오겠지?”
툭 던지듯 말하자 막 뽑은 커피를 입에 물었던 시준의 입에서 풉 소리가 나며 작은 액체 방울이 튀었다.
“아씨, 더럽게.”
손에 튄 액체를 시준의 옷에 닦았다.
“너, 그게 무슨 말이야, 설마… 아니지?”
고개를 설레설레 저으면서도 시준은 내 배를 곁눈질로 바라봤다.
“친구야, 나는 원치 않는 임신으로 네가 괴로워지는 거 보고 싶지 않다. 피임은 꼭 해라. 아까 들었지? 콘돔 이즈 세이프 섹스.”
시준이 내 어깨를 두드리며 장난스럽게 말했지만 눈동자에 서린 감정은 진심이었다. 내 사정을 알고 있기에 걱정하는 게 분명했다.
입 밖으로 꺼낸 적 없지만 시준인 나와 형들 사이를 짐작하고 있다. 아니, 사실 아무리 시준이어도 내가 둘 모두하고 그런 걸 하는 줄은 모를 거다.
아마 시준이는 내 상대가 작은 형 한정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다. 작은형이 돌아온 다음에 상황이 그렇게 됐으니까 그렇게 생각할 만도 하지만 무슨 소리, 난 오늘 아침에도 큰형이랑 했다.
작은형이 아침을 차리는 동안 큰형이 잠 깨라면서 내 가랑이 사이로 크고 두꺼운 살덩이를 밀어 넣었다.
‘지훈아, 일어나.’
‘으응, 형….’
‘눈 떠서 누구 건지 확인해, 얼른.’
다정하게 재촉하는 목소리에 눈을 떠서 아래를 본 순간 시야를 꽉 채운 풍경에 숨이 멈췄다.
몇 번의 피스톤 질에 흘러내린 애액으로 안쪽이 미끌거렸고 결국 견디지 못하고 먼저 사정한 것은 나였다. 그리고 조금 뒤 질척질척해진 안쪽을 크게 휘젓다가 큰형도 내 안에 쌌다.
큰형의 섹스는 느긋하지만 집요해서 언제나 몸이 흐물흐물해지고 만다. 잠에서 깼는데도 물에 잠긴 것 같은, 나른한 여운을 즐겼다.
학교에 와야 해서 안에 싼 걸 빼기는 했지만 아침에 뺄 때 내 몸에서 흘러나온 건 큰형 것뿐만 아니라 작은형 것도 섞여 있었다.
그도 그럴 게 어젯밤에는 작은형이랑 했으니까.
회식 때문에 큰형이 늦게 왔고 둘이 침대에 누웠을 때 작은형이 뒤에서 엉덩이를 벌리고 들어왔다.
내 몸을 꽉 끌어안은 채 엉덩이 사이에 문지르는 것만으로도 단단하게 발기한 성기로 안쪽을 침범했다. 애액이 별로 나오지 않은 상태에서의 삽입이었기 때문에 작은형 모양이 더 선명하게 느껴졌다.
작은형이 예쁜 손으로 아랫배를 꽉 누르면서 압박하는 통에 몸에 힘이 들어갔다. 점막을 수축하며 꽉 조이자 작은형이 뒷목에 입술 도장을 꾹꾹 찍으며 웃었다.
‘지훈아, 형 자지 뽑힐 거 같아.’
‘하응, 흣, 형….’
‘그렇게 좋아?’
음란한 속삭임에 몸을 뒤틀다가 언제 사정했는지도 모르게 정액을 쏟아냈다.
작은형은 성급하고 거칠어서 언제나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면 사정하고 난 뒤, 아니면 작은형이 내 안에 쏟아낼 때였다.
“야.”
“어?”
“왜 멍 때리고 있냐? 아무튼 콘돔은 꼭 하라고.”
딴생각에 빠졌던 내 팔을 툭 치고 시준이 몸을 돌려 걸었다. 다음 강의를 들으러 나도 움직여야 하는데 발이 쉽게 떨어지지 않았다.
오늘 아침, 어젯밤. 그뿐이 아니다. 집 나갔던 작은형이 돌아온 지 한 달.
그사이 우리는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몸을 겹쳤고, 형들은 셀 수도 없을 정도로 많이 내 안에 쌌다.
임신하면 바로 아나? 스스로 알게 될 정도면 이미 늦은 다음인 거 아닐까.
하, 진짜. 어떻게 하지? 형들은 무슨 생각인 거야.
‘지훈아, 이왕 가질 거면 쌍둥이로 가져.’
언젠가 큰형이 했던 말이 스치듯 떠올랐다. 설마 진짜로 임신해도 괜찮다고 여기는 건가?
왠지 큰형이라면 진짜 그럴 것 같다.
‘뭐 어때, 형제끼리 섹스했으니까 형제 애를 가질 수도 있는 거지.’
태연한 얼굴로 여유작작한 미소를 띤 채 큰형이 할 법한 말이 떠올랐다.
‘너랑 나 닮아야 하는데. 큰형 닮은 애는 싫어.’
아마도 그 옆에서 작은형은 이런 말을 할 것 같다.
겉으로는 멀쩡하고 교양 있고, 상식 있는 잘생긴 알파처럼 보이지만 형들은 내 문제가 되면 사고방식이 전혀 다른 방향으로 튀었다.
시준이 말처럼 과보호라는 이름의 집착을 보였다. 그건 멀리 생각하지 않고, 장례식 때 왔던 친척들을 대하는 태도만 봐도 알 수 있었다.
사실 내가 형들을 좋아한다고 해도 형들이 먼저 손을 내밀지 않았다면 지금의 관계는 상상도 하지 못 했을 것이다.
그런데 형들은 셋이 있어야 하는 게 당연한 것처럼 너무도 자연스럽게 나를 범하고 취했다.
그러니까 분명 임신에 대해서도 별걱정 안 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그러니까 발정기인 나를 그렇게, 몇 번이나 안았겠지.
떠올리는 것만으로 얼굴에 열리 몰려 마른세수를 반복했다.
아무래도 이 문제는 내가 고민해야 할 것 같다.
형들 애를 가지면 진짜 어떻게 해? 그 애가 누구 애라고 말해? 분명 우월한 유전자를 타고나서 딱 봐도 형들 닮았을 애가 태어날 거 같은데, 그건 아니잖아.
발정기 오메가 임신 확률이 어떻게 되더라. 노팅은 안 했으니까 그나마 다행인가.
강의 듣는 내내 형들이 내 안에 싼 횟수를 세 봤지만 하룻밤에 몇 번이나 한 적도 있어서 결국 포기하고 말았다.
둘 다 알파였기 때문에 정액의 양도 많았고 시간이 없는 게 아니면 한 번 쌌다고 멈추는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거, 이제 와서 고민해봤자 별 소용없는 거 아닐까?
임신이 됐다면 진작 되고도 남았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 신발 속에 있는 발끝에 단단히 힘을 줬다.
2
강의가 끝나고 시준이와 학교 정문으로 향하는데 어쩐지 소란스러운 분위기가 느껴졌다.
“누구지? 연예인인가?”
“진짜 잘생겼다.”
“차 봤어? 저거 웬만한 집 한 채 값이야.”
“이 분위기 왠지 익숙한데 말이지.”
옆에서 들려온 말을 단박에 이해하지 못 하고 고개를 갸웃거리는데 시준이 팔을 쭉 뻗었다.
“역시, 그럴 줄 알았어. 야, 니네 형.”
여전히 임신 가능성에 대해 생각을 하다 고개를 들자 정문 입구 검은 차에 기대 있는 작은형이 보였다.
청바지에 베이지색 니트를 입고 선글라스를 끼고 있는 작은형은 자동차 광고 모델 같았다.
“빨리 데리고 가라, 학교 애들 다 쳐다보겠다.”
시준인 작은형에게 꾸벅 인사하고 내 등을 손바닥으로 밀었다. 가까이 가서 저까지 주목받고 싶지 않아 하는 행동이었다.
“왜, 집에 갈 거 아냐? 타고 가.”
“싫어, 중고등학교 때 내가 경험해서 알지, 저 차 한번 타면 다음날 질문 공세 장난 아니야.”
시준이 상상만으로 피곤하다는 듯 고개를 저어서 손을 흔들어주고 작은형에게 다가갔다.
“어쩐 일이야?”
“형 오늘 반차, 너 데리러 가자고 해서 왔지.”
“근데 어디 갔어?”
같이 온 것 같은 큰형이 안 보여서 주변을 둘러봤다.
“저기 오네.”
작은형이 턱짓으로 가리킨 곳을 보자 맞은편 카페에서 캐리어를 들고 나오는 형이 보였다. 검은색 슬랙스에 네이비색 셔츠를 입은 큰형은 멀리서 봐도 키가 크고 훤칠해서 꼭 커피 모델 같았다.
나를 발견한 큰형이 싱긋 웃으면서 길을 건너왔다.
“딱 맞췄네.”
“연락하고 오지.”
“왜? 약속 있었어?”
“아니, 그건 아닌데 있을 수도 있잖아.”
큰형이 캐리어에서 음료를 꺼내 나와 작은형에게 하나씩 건넸다. 작은형에게 건넨 건 아메리카노였고, 내 건 휘핑크림이 잔뜩 올라간 초콜릿 음료였다.
“약속 있었으면 바람맞는 거지 뭐.”
작은형이 빨대로 음료를 쪽 빨아 마시더니 대꾸했다.
“설마, 지훈이가 우릴 바람맞힐 리가 없잖아. 너도 아니고.”
큰형이 내 머리를 부드럽게 쓸어 넘기면서 말해서 고개를 끄덕이고 말았다. 분명 강제적이지 않은데 이상하게 큰형이 하는 말은 거스를 수가 없다.
그리고 뭐 사실, 약속이 있던 것도 아니다. 신경 쓰이는 문제가 있어서 병원에 들러 볼까 했던 것뿐이다.
“일단 타, 계속 여기 있을 거야?”
작은형이 팔을 당겨 나를 뒷좌석에 밀어 넣더니 내 옆에 올라탔다.
“갈 땐 네가 운전해.”
“이 차 보험 안 들어 있어서 못 해.”
작은형이 아쉽지만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하자 큰형이 피식 웃었다.
“가족 보험이라 네가 해도 상관없어.”
그 말에 작은형은 입 모양으로 작게 욕을 했다. 이런 걸 보면 큰형을 거스르지 못하는 건 비단 나뿐만이 아닌 것 같다.
“어디 가는 거야?”
“드라이브 갔다가 외식 가자.”
“그거 하려고 반차 쓴 건 아니지?”
“아니야, 오늘 검사받는 날이어서, 영훈이랑 움직인 김에 겸사겸사.”
검사라는 말에 형들이 알파로서 정기 검진을 다녀왔다는 걸 알 수 있었다.
“병원에서 뭐래?”
“평소랑 똑같았어.”
“아픈 데 없데?”
“아픈데? 당연히 없지, 형이나 나나 지나칠 정도로 건강해.”
아아, 그렇겠지. 건강할 거다. 나는 지금까지 형들이 그 흔한 감기 한 번 걸리는 걸 못 봤다. 그런 형들이니까 당연히 정자도 건강하겠지. 그럼 역시 임신 됐을까?
무의식적으로 아랫배를 손으로 집은 채 큰형이 사준 음료를 빨아 마셨다.
달콤한 초콜릿 음료인데 너무 달아서 오히려 쓰게 느껴졌다.
3
큰형이 예약했을 일식집 독방은 창문을 열면 바다 전경이 보이는 위치였다.
딱 보기에도 비싸 보였고, 그 비싼 음식점에서 나온 음식들은 더 비싸 보였다. 좋아하는 연어 사시미부터 초밥까지 한 상 가득이었지만 선뜻 손이 가지 않았다.
임신했을 때 날 음식은 먹으면 안 되는 거 아닌가.
그런 생각이 들어서 먹는 게 조금 꺼려졌다.
“입에 안 맞아?”
사시미 하나를 입에 넣고 꼭꼭 씹어 먹고 있는데 형이 물었다.
“아니, 맛있어.”
“근데 먹는 게 왜 그렇게 시원찮아?”
“그러니까 내가 고기 먹으러 가자고 했잖아.”
“그건 네가 좋아하는 거고, 지훈인 회 좋아해.”
“고기도 좋아하거든?”
형들이 실랑이하는 것에 웃음이 나왔다.
“다 좋아해, 알잖아.”
“그럼 좀 팍팍 먹어.”
작은형이 내 접시 위에 초밥을 놓아줘서 고개를 끄덕였다.
형들한테 말하는 게 좋을까? 임신하면 어떻게 하냐고. 아니, 그랬다가 진짜 낳으라고 하면 그땐 어떻게 하지?
머릿속이 빙글빙글 돌아서 그 뒤로도 먹는 속도를 내지 못했다.
마지막에 지리와 알밥이 나왔을 때는 가벼운 구역질까지 올라왔다. 토할 것 같아서 손바닥으로 입을 꾹 틀어막았다.
“지훈아?”
“김지훈.”
형들이 동시에 나를 불러서 바로 입에서 손을 뗐다.
“아냐, 갑자기 냄새가 확 풍겨서 좀 놀랐어.”
“속 안 좋아?”
“아냐, 진짜 괜찮아.”
놀란 형들을 진정시키고 숟가락을 들었지만 알밥만 겨우 몇 숟가락 먹었을 뿐, 지리는 손도 못 댔다.
지리도 알밥도 좋아하는 음식인데 왜 이래, 설마 이거 입덧인가?
드라마나 영화에서만 보던 장면들이 머릿속에서 재생됐다.
진짜 입덧이면 어쩌지? 입덧은 임신하고 한 달 넘은 뒤에 시작하는 거 아닌가?
형들이 내 기색을 살피는 게 느껴져서 아무렇지 않은 척하고 싶은데 그럴수록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오랜만에 같이 하는 외식인데 분위기를 내가 다 망치는 것 같아서 미안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큰형이 키를 넘겨서 작은형이 운전했다.
“지훈아, 너 진짜 어디 아파?”
“어, 아니, 왜?”
“아까부터 계속 배 만지고 있잖아.”
큰형이 배 위에 올려놓은 내 손위에 손을 올리며 넌지시 물었다.
“아냐, 아픈 데 없어.”
아직 어떻게 할지 결정하지 못 한 상황이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고개를 흔들었다. 너무 과한 반응을 보인 건가 싶어 형을 힐끔 보자 형이 내 머리를 쓰다듬었다.
“그래, 아픈 거 아니면 됐어.”
닿은 부위가 뜨겁게 느껴져 긴 숨을 뱉자 형이 내 머리를 감싸 어깨로 끌어당겼다.
“피곤하면 기대서 자.”
“응.”
작게 대답하고 눈을 감았다. 계속 고민해도 답이 없을 문제라는 걸 알아서 속만 답답했다.
4
“이리 와.”
씻고 나왔을 때 내 방에 형들이 있었다. 같이 자는 게 어느덧 일상이 됐는데 오늘은 내 방인 모양이다.
평소라면 아무 생각 없이 형들 사이를 파고들었을 테지만 오늘은 선뜻 움직이기가 어려웠다.
또 하는 건가? 근데 임신 중에는 성관계 안 하는 게 좋다고 했던 거 같은데. 자궁에 충격이 가면 태아한테 안 좋을 거니까.
우물쭈물하고 있는데 작은형이 팔을 쑥 뻗어서 날 잡아당겼다. 넓은 가슴팍에 풀썩 떨어지자 형이 내 등을 토닥였다.
“오늘 진짜 컨디션 별로인가 보네, 왜 그래?”
“아냐, 진짜.”
도리질 치자 큰형이 내 허리를 끌어당겨 가운데에 눕혔다. 똑바로 눕혀지자 시야에 잘생긴 형들 얼굴이 꽉 찼다.
형들을 닮았다면 분명 애도 잘생겼으리라. 은연중에 멍청한 생각이 떠올랐다.
작은형이 고개를 숙여 입술에 가볍게 키스했고 큰형이 앞머리를 손가락으로 넘겨줬다.
“저기.”
“응?”
“오늘도 할 거야?”
눈알을 빙빙 굴리면서 묻자 형들이 눈을 가늘게 뜨고 날 바라봤다.
“왜?”
“하고 싶어?”
동시에 날아오는 질문에 고개를 저었다.
“아니, 오늘은 그냥 잘래.”
“응, 그럴 생각이었어.”
“몸이 안 좋은데 할 리가 없잖아.”
다행이라는 말이 입 밖으로 튀어나올 뻔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자자.”
“잘 자.”
이불을 가슴팍까지 끌어 올려 덮어주고 큰형이 불을 껐다. 어두워진 방, 커다란 침대 위에 내 오른쪽에는 큰형이, 왼쪽에는 작은형이 누웠다.
익숙해진 냄새가 내 몸을 감싸는 게 느껴져 눈을 감았다.
내일은 병원에 가봐야지.
아침 일찍 눈을 뜨자 옆에 있는 형들 기척이 바로 느껴졌다.
형들보다 내가 먼저 일어나는 일은 거의 없었기 때문에 눈동자를 돌려 큰형 얼굴을 한 번 보고 다시 반대쪽으로 굴려 작은형 얼굴을 봤다.
어디 하나 빠질 곳 없는 얼굴들을 보다가 이불 속에서 배를 문질렀다. 편편하게만 느껴진 배는 달라진 게 없는데 어제부터 내 머릿속에는 온통 임신 생각뿐이다.
“안 아픈 거 맞아?”
귓가에 속삭이는 목소리를 따라 눈을 들자 작은형이 내 손등 위에 손을 겹쳤다.
“형 말처럼 어제부터 계속 배를 만지네.”
“병원 갈래?”
언제 일어났는지 큰형도 내 배를 만지며 말을 걸었다.
“아니, 진짜 아픈 데 없어. 화장실 가고 싶어서 그래.”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로 향했다. 형들의 시선이 등 뒤에 따라붙었지만 모르는 척했다.
내 몸에 대한 것이니까 상황을 알더라도 내가 먼저 알고 싶다. 형들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예상이 되면서도 예상이 안 돼서 더 그랬다.
아침으로 차려 준 오징어 국에 밥을 말아서 마시듯이 먹어 치우고 서둘러 집 밖으로 나왔다.
학교 끝나면 병원에 갈 생각이었다.
병원에 가서 상태 검사를 하고 싶었는데, 강의가 끝났을 땐 작은형이 날 데리러 왔다.
“맛있는 거 먹으러 갈까?”
“아니, 괜찮아. 좀 피곤한데.”
“그럼 병원 갈래?”
“아냐, 진짜.”
내가 신경 쓰여서 일부러 데리러 왔다는 걸 알았기 때문에 병원에 가지도 못하고 그대로 집으로 돌아왔다.
퇴근해서 돌아온 큰형이 내가 좋아하는 아이스크림을 잔뜩 사 와서 먹었지만 역시 무슨 맛인지 제대로 안 느껴졌다.
밤에는 같은 침대를 썼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았다. 내가 기운이 없어 보여서 그런지 형들도 먼저 손을 뻗지 않았다. 대신 꽉 안아줬다.
앞뒤로 따끈따끈한 체온이 좋아서 머릿속은 온통 고민 천지였는데도 잠만큼은 잘 잘 수 있었다.
다음 날도 그다음 날도 작은형은 날 데리러 왔고, 주말에도 내 옆에서 떨어지지 않았다.
결국 병원 갈 타이밍을 못 잡은 채 일주일이 훌쩍 흘러 버렸고, 그사이 나는 내 아랫배가 조금 튀어나온 것 같은 기분을 지울 수가 없었다.
5
“임신하면 발정기 안 오나?”
“풉!”
점심시간에 밥을 먹다 시준에게 말을 던지자 또 지난번 같은 반응이 돌아왔다.
“무슨, 지난번부터 왜 계속 임신 타령이야?”
“아니, 그냥 궁금해서.”
입맛이 없어서 고른 샐러드를 포크로 쿡쿡 찌르며 어영부영 대답하자 시준이 한숨을 내쉬었다.
“발정기야 당연히 안 오겠지, 임신 중에도 발정기 오면 너무하잖아. 약 먹어서 억제할 수도 없고, 섹스 할 수도 없는데.”
“역시 그렇겠지?”
이렇게 계속 형들이 날 데리러 오면 병원은 못 갈 거 같으니까 발정기 주기를 체크하는 걸로 확인해 보는 수밖에 없으려나.
“그렇게 걱정되면―”
시준이 말하기 싫은 것처럼 인상을 찡그렸다.
“약국에서 임테기라도 사보던가.”
“임테기?”
“임신테스트기 있잖아, 그거 사서 하면 거의 백 퍼센트라던데.”
시준이 말에 정신이 번쩍 들었다. 지금까지 전혀 생각해 보지 않았던 부분이었다.
그도 그럴 게 내가 쓸 날이 올 줄도 몰랐고, 그런 걸 써야 하는 여자 친구도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학교 약국에서도 팔까?”
“하아, 너 진짜 그게 필요해? 그래서 작은형이 그렇게 데리러 온 거야?”
역시 시준이는 큰형을 빼고 나랑 작은형이 무슨 사이라고 확신하는 게 분명했다.
“아니, 내가 아는 사람이 필요할 거 같아서….”
씨알도 안 먹힐 거짓말을 했다. 나는 알고 시준이는 모르는 사람이 우리 사이에 있을 턱이 없었다.
“밥 먹고 내가 사다 줄게.”
“어? 네가?”
“오메가가 그런 거 사 봐야 말만 많아져.”
내가 생각하지도 못 했던 부분까지 신경 써 주는 게 고마워서 고개를 가만히 끄덕였다.
“그런 눈으로 보지 마, 이게 다 어렸을 때부터 세뇌당해서 그런 거라니까.”
“뭐가?”
“니네 형들, 어렸을 때부터 너한테 문제 생기면 알아서 하라고 그랬다니까.”
“그런 말을 했어?”
“그래, 알파는 당연하고 이상한 놈들 안 꼬이게 알아서 하라 그랬다고. 그게 초등학생한테 할 말이냐?”
“싫었으면 안 했으면 되잖아.”
“어떻게 그러냐, 나도 그땐―. 아 됐고, 다 먹었으면 일어나. 다음 강의 가기 전에 약국 가게.”
퉁명스럽게 말하면서도 시준인 내 보폭을 맞춰 걸어줬다.
학교 화장실에서 검사하고 싶지는 않아서 서둘러 집에 왔을 때는 형들이 다 있었다.
작은형이야 어차피 집에서 일하니까 그렇다 치지만 큰형은 왜 이렇게 빨리 왔대.
어색한 티를 내지 않으려고 했지만 머릿속에는 온통 가방 속에 있는 임테기 생각뿐이었다.
아침 첫 소변으로 검사해야 결과가 정확하다는 말을 들었기 때문에 일찍 잠자리에 들었다가 새벽같이 눈을 떴다.
아직 잠들어 있는 형들 사이를 빠져나와 임테기를 들고 화장실로 향했다.
주말이라 형들이 언제 일어날지 모른다. 임테기 포장을 뜯는 손길에 초조함이 묻어나 스카치테이프가 안 벗겨졌다. 빨리하고 버려야 된다는 생각에 마음만 급해졌다.
포장을 뜯자 체온계보다 조금 길쭉한 플라스틱 모양의 기계가 손에 쥐여졌다.
볼펜 뚜껑을 열듯이 뚜껑을 위로 잡아당긴 다음 소변을 보고 임테기를 꽉 쥐었다. 불안과 함께 알 수 없는 기대감에 심장이 쿵쾅거렸다.
하아, 내가 이런 걸 쓰게 되는 날이 올 줄이야. 그것도 형들 애를 가졌을지도 모른다는 상황 때문이라니.
기도하듯이 임테기를 양손으로 꽉 붙잡았다.
제발 음성으로 나와라. 한 줄, 한 줄만 표시되어야 한다.
애만큼은 피하고 싶은데…. 아니, 그래도 하지만 만약에 진짜 만약에 생긴 거라면―.
“지훈아, 여기 있어?”
화장실 문이 벌컥 열려 손에 들고 있는 것을 놀라서 떨어트렸다.
급하게 몰래 빠져나오느라 화장실 문을 잠그지 않았다는 게 떠올라 얼굴에 핏기가 싹 가셨다.
문을 연 큰형과 뒤에 서 있는 작은형의 시선이 동시에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 기계로 향했다.
큰형이 욕실 안으로 들어와 바닥에 떨어진 플라스틱을 손에 들었다.
“…지훈아, 너 누구랑 했어?”
“그래서 요즘 우릴 피했던 거야?”
큰형이 임테기를 손에 들고 흔들었고, 작은형이 미간을 찌푸렸다.
“아니, 그게 아니고.”
하긴 누구랑 한단 말인가. 매일 같이 형들이 놔 주질 않았으면서.
아니면 진짜 임신 걱정은 나만 하는 건가? 아니면 형들이 피임약을 따로 먹고 있었나? 어떻게 생각하면 저런 질문이 나올 수 있는 것인지 쉽게 이해가 되지 않았다.
“아니면 우리?”
“아아, 그거네. 형이랑 내 애 가졌을까 봐 이걸 한 거야?”
연이어 날아온 질문에 어떻게 대답해야 할지 몰라 입을 벙긋거렸다. 이럴 때는 죽이 너무 잘 맞는 형들을 앞에 두고 있으려니 할 말이 없었다.
큰형이 임테기 결과 창을 힐끔 보더니 피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임테기는 3분 안에 결과가 나온다고 했으니 결과는 이미 나왔을 것이다.
결과가 궁금해서 임테기를 뚫어지게 보자 형이 쓰레기통에 임테기를 툭 던져 버렸다.
“이런 걸 살 정도로 신경이 쓰였어?”
“그거야….”
“걱정하지 마, 네가 우리 애를 낳을 리가 없잖아.”
확신을 가진 어조에 심장이 꾸욱 조여들며 답답함을 호소했다.
무슨 의미야? 내가 동생이니까? 섹스는 해도 그 이상의 미래는 보지 않는다는 건가?
“그래도, 생기면 난감하니까….”
“난감? 왜?”
작은형의 눈이 날카롭게 올라갔다.
“지훈아, 너 우리랑 좋아서 한 거 아니었어?”
이번엔 큰형이 나지막하게 다그쳤다.
“그건, 그렇지만 그래도….”
“하아, 그래서? 생겼으면 어떻게 할 생각이었는데?”
왜 형들이 화를 내는 것인지, 이렇게 순식간에 기분이 나빠진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지훈이 너무 하네.”
“그러게, 상의도 한마디 안 하고.”
“지울 생각이었어?”
“혹은, 도망가거나?”
번갈아 날아온 질문에 주먹을 꽉 쥐었다. 어떻게 대답해도 형들이 화를 낼 것 같아서 울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그런 거, 아니야…!”
잠깐이었지만 만약 검사 결과가 양성이었을 경우를 떠올렸을 때 든 생각은 ‘지울 수 없다’였다. 형들한테 말을 하고 안 하고를 떠나서 낳아야 한다는 생각이 강하게 들었었다.
“그럼, 이걸 왜 샀어?”
“매번 안에 했으니, 까….”
상의하지 않았던 게 잘못이었던 걸까.
형들 얼굴을 보는 것이 어려워 시선을 아래로 떨어트렸다. 검사하고 샤워할 생각이었기에 아무것도 입지 않은 하의가 허전하고 민망했고 부끄러워서 다리를 딱 붙였다.
“그래도 사기 전에 우리한테 먼저 물어봤어야 하는 거 같은데.”
“혹시, 임신하고 싶어서 산 건 아니야?”
“아냐, 그런 거. 그런 게 아니고….”
필사적으로 부정하다가 입을 다물었다. 부정하는 것도 웃기고 부정하지 않는 것도 웃기는 상황이었다.
6
지훈이가 금방이라도 울음을 터트릴 것 같아서 팔을 뻗어 끌어안았다.
“형….”
지훈이가 머뭇거리면서 내 허리를 꼭 끌어안았다.
지난 일주일 동안 걱정시킨 것에 대한 심술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러다 진짜 울면 그땐 어떻게 감당하려고.
형이 뒤에서 짧은 한숨을 내쉬는 소리가 들렸다. 분명 지훈이를 더 난감하게 몰아붙일 생각이었을 거다.
그렇게 몰아붙여서 결국에는 형들밖에 없다고, 형들이 좋다는 소리를 들을 생각이었겠지만 이미 행동으로 다 보여주는데 뭘 그렇게까지 해.
“둘 다 나와.”
형이 거실로 몸을 돌려서 지훈이 손을 잡고 형 뒤를 따라갔다.
1인용 소파에 형이 앉아서 3인용 소파에 나랑 지훈이가 나란히 앉았다.
“지훈아, 형은 서운해.”
큰형이 일부러 잔뜩 고민이 묻은 목소리를 연출했다. 형은 딱 저런 목소리로 지훈이한테 첫 발정기가 왔을 때 할아버지를 설득했다.
‘생명에 위협이 가는 게 아니면 지훈이가 알 필요는 없잖아요. 남하고 다른 거 알아봐야 좋을 게 뭐가 있겠어요. 자궁이 없다는 건 나중에 필요할 때 알면 될 거 같아요.’
지훈이가 그늘 없이 자라길 바랐던 할아버지는 형의 말에 설득 당해서 당신의 친구인 의사에게 부탁했다.
지훈이에게 지훈이 몸 상태에게 대해 말하지 말아 달라고.
처음엔 황당해하던 의사 선생님은 할아버지의 부탁에 결국 마지못해 수긍했다.
그 결과 지금까지 지훈인 제 몸 상태를 모른다.
그리고 몸에 큰일이 생긴 게 아니면 형은 끝까지 말 안 할 것이다.
“애가 생겼든 생기지 않았든 우리 문제잖아, 근데 그걸 왜 우리한테 말을 안 했어?”
“그래, 그건 나도 좀 서운해. 일주일 동안 그거 때문에 그렇게 고민한 거야?”
“어떻게 말을 해, 만약 진짜 생겼으면….”
“생겼으면?”
“낳으라고 할 것 같아서 문제야? 아니면 지우라고 할 것 같아서 문제야?”
내가 던진 질문을 형이 좀 더 구체적으로 풀어서 물었다.
고개를 숙이고 있던 지훈이 얼굴을 들자 눈동자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젠장, 내가 이럴 줄 알았다니까.
기어이 애를 울리고 말 것 같은 형을 한번 노려보는데 지훈이가 입술을 움직였다.
“어떻게 낳아, 어떻게 지워, 나도 모르겠어서 고민했단 말이야… 왜, 내가 잘못한 것처럼 화내는 건데, 나는 형들이… 곤란해 할지도 모르니까. 그래서 고민한 건데.”
서러운 감정이 충동적으로 올라오면서 지훈이 몸에서 페로몬이 번져 나왔다.
“그런 고민을 왜 혼자 하냐고. 우리가 설마 널 내버려 두겠어?”
독한 인간. 나는 지훈이 눈이 촉촉해진 것만 봐도 미치겠는데 형은 끝까지 몰아붙였다.
“네가 일주일 동안 그렇게 기운 없이 내내 딴생각만 하는 모습을 보이면, 우리 기분은 어땠겠어.”
“…….”
지훈이가 아무 말도 못 해서 내가 말하려고 하자 형이 손을 들어 조용히 하란 신호를 보냈다.
“형들은 그렇게 대책 없는 사람이 아니야.”
“…미안.”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지훈이 사과하자 형의 입꼬리가 살짝 올라갔다. 지훈이는 진짜 큰형에 대해 콩깍지가 단단히 쓰인 게 분명하다.
“이리 와.”
형이 양팔을 벌려 부르자 지훈이 소파에서 얌전히 일어나 형에게 다가갔다. 형이 허벅지를 손바닥으로 탁탁 두드리자 지훈이 그 위로 올라가 큰형 목을 꼭 끌어안았다.
“걱정되는 일이 있으면 앞으로는 말하는 거야.”
“응.”
지훈이가 순종적으로 대답했다.
이번에도 형은 또 저렇게 은연중에 지훈이한테 세뇌 아닌 세뇌를 하고 말았다.
아무리 봐도 무섭다. 그런데 그저 생각만 할 뿐 형이 하는 일을 막지 않는 나 역시 결국 같은 인간이다.
“근데….”
“근데?”
형이 지훈이 엉덩이를 감싸 쥔 채 주물럭거렸다.
“그래도 콘돔은, 끼는 게 낫지 않을까?”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오려고 해서 손바닥으로 이마를 꾹 짚었다.
“쉽게 임신이 되지는 않을 거니까, 괜찮을 거 같은데. 임신이 돼도 걱정하지 마. 낳아서 키울 거니까.”
아아, 알고는 있었지만 형은 진짜 제정신이 아니다.
혹시라도 지훈이가 밖에서 딴 놈이랑 붙어먹을 생각은 전혀 못 하도록 배리어를 치는 것이다.
그럴 리는 없겠지만 임신이 불가능하다는 걸 알면 다른 놈이랑 할 수도 있으니까.
아무리 제로에 가까운 가능성이라고 하더라도 형은 철저하게 틀어막고 싶은 것이다. 정말이지 소름 끼치는 알파 근성이 아닐 수 없다.
“그래도 네가 정 그렇게 하고 싶으면 이따 나가서 장볼 때 콘돔 좀 사올까?”
그럴 생각은 손톱만큼도 없으면서 형이 또 지훈이한테 거짓말을 했다.
진저리를 내며 고개를 흔드는 데 코끝에 묵직한 페로몬이 느껴졌다. 형이 일부러 페로몬을 풀고 있었고 아니나 다를까 지훈이가 그에 반응하듯이 엉덩이를 들썩거렸다.
“혀, 형….”
“응?”
“페로몬, 나오는데.”
“아, 계속 걱정하다가 긴장 풀려서 그런 가봐.”
뭐, 저런 거짓말쟁이가 다 있을까.
내 눈에는 훤히 보이는 거짓말인데 지훈이 눈에는 그렇지 않은 모양이다. 지훈이가 몸을 비비면서 작게 앓는 소리를 냈다.
“형, 으응….”
“왜?”
“하고, 싶어….”
“콘돔 없으면 불안해서 싫은 거 아니었어?”
“형이, 흣, 괜찮다며.”
일주일 동안 안 한 건 지훈이도 마찬가지다. 당연히 쌓였을 것이고 그 상황에서 알파 페로몬에 몸이 예민한 반응을 보이는 건 어쩔 수 없는 일이었다. 그 증거로 지훈이 몸에서 흘러나온 단내 때문에 내 바지 속도 마찬가지로 답답해지고 있었다.
지훈이가 엉덩이를 흔들자 언제부터 고였던 것인지 모를 액이 큰형의 바지 위로 뚝뚝 떨어졌다.
“이리 와, 형은 별로 안 하고 싶은가 봐.”
페로몬을 확 풀면서 큰형 위에 앉아 있는 지훈일 내 위로 잡아당겨 앉혔다.
“형은 변태니까 우리가 하는 거 보여주면 좋아할 거야.”
입고 있던 고무줄 바지와 속옷을 내려 성기를 끄집어낸 채 잔뜩 젖어서 벌름거리는 구멍에 갖다 댔다.
그저 갖다 댄 것뿐인데 지훈이 구멍이 살짝 벌어졌다가 오므라들면서 내 좆을 쭈우욱 빨아들였다. 일주일 만에 들어온 구멍 안쪽은 쫀득하고 끈적해서 머리가 어질거렸다.
지훈이 허벅지를 붙잡아 형한테 보여주는 것처럼 벌렸다.
“지훈아, 셔츠 위로 올려. 큰 형한테 젖꼭지도 보여줘.”
“아, 하응….”
페로몬에 취한 것처럼 지훈이 셔츠를 말아 올리더니 입에 물고 스스로 젖꼭지를 비틀었다. 솟아오른 돌기를 꼬집자 내벽이 꽈악 조여들었다.
허리를 툭툭 쳐올리자 탱탱하게 발기한 지훈이 성기가 말간 액을 질질 흘리면서 흔들렸다.
큰형이 우릴 가만히 보더니 갑자기 벌떡 일어났다.
지훈이 입에 물릴 생각인가 싶었는데 형은 거실 밖으로 나갔다가 핸드폰을 쥐고 돌아왔다. 뭐 하려는 건가 싶어 고개를 든 순간 핸드폰 카메라 렌즈가 나와 지훈일 향했다.
“뭐, 하는 거야?”
“밤에 방에서 할 때는 어두워서 잘 안 보이잖아. 거실은 밝으니까 좋네. 훤히 다 보이고.”
“그렇다고 그걸 왜 찍는데?”
“일하다 스트레스 받으면 보려고.”
형이라면 진짜 그렇게 하고도 남을 것 같아서 말문이 턱 막혔다.
“으, 하지, 마… 흣.”
지훈이 카메라에서 시선을 피하며 얼굴을 가렸다. 벌겋게 달아오른 얼굴을 숨기며 앙탈을 부리는 모습에 안쪽에 심어 놓았던 좆이 불끈거렸다.
여기서 움직이면 완전히 형이 원하는 대로 하는 건데 참기가 어려웠다. 발바닥에 힘을 주며 움직이지 않으려고 했지만, 지훈이는 찍지 말라고 하면서 자꾸 허리를 움직였다.
그럴 때마다 안쪽 점막이 부드럽게 움틀거려서 잔잔한 자극이 밀려왔다.
씨발, 진짜.
욕이 튀어나올 것 같아 어금니를 꽉 깨문 채 허리를 푹푹 쳐올리자 지훈이 애액이 철벅 철벅 소리를 내며 튀었다.
많은 양의 애액은 좆을 밀어 넣었다가 뺄 때마다 질질 쏟아져 음모를 적시면서 아래로 흘러내렸다.
“아, 흣, 형… 잠깐, 천천히, 하응….”
지훈이가 얼굴을 가렸다가 제 아래를 가렸다가 손을 이리저리 움직이다 내 팔을 꽉 붙잡았다.
큰형이 접합부를 확대해서 찍을 생각인 듯 가까이 다가와 카메라를 아래로 내렸다.
“아, 안 돼… 흣.”
지훈이가 허리를 숙이려 하자 큰형이 지훈이 뒷목을 잡고 입술에 진득한 키스를 날렸다. 혀가 흐물흐물거릴 때까지 잔뜩 키스하자 지훈이 몸에서 흘러나오는 페로몬이 더 진해졌다.
“괜찮아, 형만 볼 테니까.”
“아, 흐읏….”
다정하게 속삭이자 지훈이가 몸을 움찔움찔거렸다.
지훈이는 귀도 약하고 목덜미도 약하고 옆구리도 약하다. 만져줄 때마다 몸을 흠칫 떨면서 반응을 보였다.
형이 촬영하는 화면을 힐끔 보자 벌겋게 달아올라 벌어진 구멍 틈으로 검붉은 좆이 박혀 있는 게 적나라하게 보였다. 카메라 너머에 있는 사람이 모르는 타인이 아닌 나와 지훈이라는 사실에 알 수 없는 흥분이 밀려왔다.
변태끼도 유전력인가.
찍히는 것에 흥분하게 되는 걸 믿을 수 없어 하면서도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성기 끝이 부풀면서 사정하고 싶어져 지훈이를 꽉 끌어안은 순간 엉덩이 사이에 서늘한 온도가 닿았다.
놀라서 눈을 크게 뜨자 형이 눈을 번득이며 어둡게 웃었다. 아래를 내려다보자 내 다리 사이 아래로 형이 손가락을 뻗고 있었다.
“동생 걸로 젖은 엉덩이에 형이 박아주면 어떨까?”
나한테 한 질문인데 뭐에 흥분한 건지 지훈이 내벽이 움찔움찔 떨렸다.
“미친 소리 좀, 그만해.”
“왜? 의외로 너 소질 있을지도 모르지.”
“지훈이면 모를까 형한테 박히고 싶은 마음은 없네요.”
“서운하네.”
“웃기는 소리.”
형은 진심으로 아쉽다는 것처럼 회음부를 쓸어 올리면서 손가락을 뗐다. 중지 끝이 축축했다. 분명 지훈이 애액이 묻은 것일 텐데 꼭 내 몸에서 흘러나온 것 같아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형은 진짜, 위험하다니까.
“작은형이 싫다고 하니까 어쩔 수 없네. 지훈이가 빨아줄래?”
형이 지훈이 귓바퀴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묻자 지훈이 고개를 끄덕이며 입을 벌렸다.
형은 핸드폰을 소파 위로 대충 던지더니 지훈이 뒤통수를 큰 손으로 움켜쥐고 하의 속에서 끄집어낸 좆을 밀어 넣었다.
지훈이 입이 한계까지 벌어지면서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가 입안에 가득 찼다. 형의 성기가 지훈이 입안을 드나들 때마다 체취와 페로몬이 번져 나와 내 후각까지 자극했다. 코앞에서 벌어지는 상황에 머리가 핑핑 돌았다.
지훈이 손을 잡아당겨 스스로 성기를 쥐게 하자 분홍색 좆을 쥐고 흔들었다. 귀두를 문지르며 성기를 흔드는 지훈이 허리를 꽉 끌어안고 허리를 빠르게 쳐올렸다.
한계였다.
7
“우, 아응, 흣….”
지훈이 입에서 앓는 신음이 흘러나왔다.
뒤에 있던 영훈인 못 봤지만 나는 분명히 봤다. 내가 영훈이한테 넣겠다는 식으로 말했을 때 지훈이 눈빛은 탐욕스러웠다.
큰형도 작은형도 다 제 것이어야 한다는 욕망이 꿈틀거리는 표정은 그 어느 때보다 색스러웠다.
윗 입으로는 내 걸, 아래는 영훈이 걸 물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스스로 수음하는 지훈이는 음탕한 요부 같았다.
뒤통수를 내 쪽으로 강하게 잡아당기자 지훈이 콧등이 음모를 파헤쳤다. 저릿한 감각이 척추를 타고 올라왔다.
형제의 애를 밸 것을 두려워하면서도 애정 표현으로 섹스를 하고 싶어 한다.
음탕하면서도 본능적인 감정의 표현이라고 생각한다.
아무런 망설임 없이 동생의 입 안 가득 정액을 싸지르자 지훈이 목울대를 움직이며 정액을 삼켰다.
내 정액을 삼키는 것과 비슷하게 지훈이 사정했고 몸을 조이는 반동으로 영훈이가 허리를 부르르 떨었다.
형제들의 연쇄적인 사정 행위에 다시 한번 오르가즘이 치밀었다. 쉬이 가실 것 같지 않은 흥분을 느끼며 여전히 영훈이를 물고 있는 구멍을 향해 손가락을 뻗었다.
지훈이 넣어 달라는 것처럼 다리를 더 넓게 벌리며 영훈이한테 완전히 몸을 맡겼다.
평소에는 순진한데 이럴 때는 천박하고 음란했다.
“지훈아, 어떻게 해 줄까?”
“하아… 큰형, 자지, 흣, 넣어줘….”
입가가 가볍게 씰룩거렸다. 영훈이 정액이 묻은 구멍을 손가락으로 더듬다가 완벽하게 발기한 내 성기를 가까이 들이댔다.
가까이 다가가자 영훈이와 지훈이 페로몬이 섞인 냄새가 폐 속으로 밀려들어왔다. 머릿속이 몽롱해지면서 쾌락을 향해 애정 가득한 몸짓으로 움직였다.
“좋아해.”
지훈이 뺨에 키스하면서 영훈이 눈을 바라봤다. 영훈이가 몸을 움찔거리면서 지훈이 목덜미에 입술을 묻었다.
엉키는 몸이 사랑스러워서 오늘도 쉽게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예감이 들었다.
지훈이가 임신하지 못해도 수십, 수백 번은 더 안고 싶다.
지구상에서 오직 인간만이 번식이 아닌 목적으로 섹스한다.
정말 멋지지 않나.
Encore 베고니아
1
“이번 신약은 효과가 나타나는데 걸리는 시간이 이십 분 이내입니다. 예방 차원이 아니라 갑작스러운 상황에서 먹어도 충분히 효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기다란 회의 탁자 끝에선 형이 PPT 화면을 종료하고 가운데로 걸어 나왔다.
“이 부분을 중점으로 내세워 판매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질문 받겠습니다.”
흠잡을 때 없는 완벽한 발표였기 때문에 회의실에 있는 누구도 입을 열지 않았다. 그 모습을 가만히 보며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형은 외모만 보면 금욕적으로 보인다. 단정하게 생긴 얼굴도 그렇지만 목 아래까지 꽉 멘 넥타이와 주름 하나 없는 셔츠 같은 것들이 합쳐져서 그런 분위기를 만들었다. 특히 회사에서는 말할 것도 없이 더 그런 모습이었다.
어두운 방에서 동생을 덮치는 사람이라고는 상상도 할 수 없는 빈틈없는 모습. 아마 그런 모습은 아빠들도 모를 거다. 오직 나만 아는 모습일 게 분명하다.
방학 후 아빠들 회사에 학생 인턴으로 출근한 지 이제 일주일.
완성된 신약 개발 브리핑 회의에 들어왔지만, 나는 학생 인턴이기 때문에 회의 탁자가 아닌 벽에 붙여 놓은 의자에 다른 인턴들과 앉아 있었다.
그렇게 한 발짝 떨어진 곳에 있는 내가 보기에도 질문할 사람은 없어 보였다.
“없으면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형이 제일 상석에 앉아 있는 파파를 향해 말하고 자리에 앉았다.
“음, 그럼 마케팅에서는 광고 시안 갖고 오고, 영업은 전략 짜서 보고하도록 하세요. 언제까지 하면 될 거 같아?”
“신약 발표를 다음 달 중순으로 잡으려면 이번 달 말일까지는 준비가 끝나야 합니다.”
태블릿으로 일정을 확인한 아빠가 대답했다.
“그럼 부장님들 수고 좀 해요.”
그 말을 끝으로 회의가 끝났다.
다른 사람들이 모두 빠져나가는 걸 보고 회의실을 정리하기 위해 의자에서 일어났다.
이번 회의실 세팅 및 정리 담당은 나였기 혼자 남았는데, 내가 뭘 한 것도 아닌데 발표를 듣는 내내 긴장하고 있던 몸에 힘이 빠지면서 피가 도는 게 느껴졌다.
사용했던 노트북과 프로젝터를 정리하는데 회의실 문이 열렸다.
“신아.”
“어, 형?”
“오늘 저녁도 혼자 먹어야겠다.”
“바쁜 거, 끝난 거 아니었어?”
“일단락됐는데 마케팅팀에서 이것저것 직접 확인하고 싶다고 해서. 그거 끝나면 영업에도 설명해줘야 할 것 같고. 이래저래 한동안은 계속 바쁠 거 같네.”
순간적으로 실망감이 발끝에서부터 피어올랐다.
방학 시작하기 전부터 형은 이 신약 발표 때문에 바빴다. 얼굴 보는 건 고사하고 같은 침대에 누울 겨를도 없었다.
그렇게 열정적으로 나를 원하던 모습이라고는 찾아볼 수 없는 담백한 일상이었다.
분명 형도 나도 고백을 하고 같은 마음이 됐는데 어째서인지 우리 사이는 그전보다 뜨뜻미지근한 것 같다.
같이 금기를 깨고 배덕한 관계가 됐는데 왜 짝사랑하는 것 같은 기분일까.
“그런 거면 어쩔 수 없지, 알겠어.”
그렇다고 내가 먼저 뭘 하기에는 또 자존심이 허락하지 않아서 할 수 있는 말은 이것뿐이었다.
내 대답을 듣던 형이 가까이 다가와 손바닥으로 정수리를 문질렀다. 형이 자주 사용하는 코롱 냄새가 코끝을 휘감았다.
“일은 어때? 할 만해?”
“일이라고 할 만한 것도 안 하는데 뭐.”
학생 인턴으로 내가 배속 받은 부서는 영업부였다.
제약회사의 꽃이라고 불리는 영업에서 전반적으로 회사 돌아가는 상황을 보라는 게 아빠의 말이었다. 하지만 내가 직접 영업하기 위해 움직인 적은 없다.
솔직히 영업하고 계약 따야 하는 중요한 자리에 학생 인턴을 데리고 갈 이유가 없지 않나. 그러다 보니 내가 하는 일은 자질구레한 것들뿐이었다. 계약서를 비롯한 기획안 복사라든지, 팸플릿을 봉투에 넣는 일, 어떤 의사가 좋아하는 브랜드의 과자를 사 오는 일 같은 것들.
“계약서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도움 될 거야.”
“그렇겠지.”
아빠도 그 얘기를 하긴 했다. 영업부 직원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 보라면서.
뭐, 직접 일해보고 나니 인식이 달라지긴 했다. 제약 회사 영업은 의사들 접대하면서 비싼 술만 실컷 마시고, 골프나 치러 다니는 부서일 줄 알았는데 약에 관해 의사들에게 설명하기 위해 공부도 많이 했고, 새벽에 병원에서 연락이 오면 약을 갖고 가기도 했다.
병원은 사건사고가 많았고 위급한 환자를 살리기 위해서는 일단 약을 쓰고 보는 경우도 많았기 때문이었다.
그런 걸 보면 대단하다는 생각이 안 드는 건 아니지만, 어차피 그건 지금 내가 하는 일이 아니었다.
“김 부장님 진짜 대단한 사람이니까 잘 보고 배워.”
영업부 부장님을 말하는 거다. 과장일 때 신규 계약만 1년에 20건 이상을 따냈다는 레전드.
지금은 후배들한테 대부분 거래처를 물려줬지만 지금도 대형 거래처를 상대로는 직접 움직이는 사람이었다.
일주일 동안 지켜봤을 때 대단한 사람이라는 건 충분히 알 수 있었다.
“선우신 씨, 여기 있어?”
“네, 부장님.”
회의실 문이 열리고 양반은 못 되는 김 부장이 고개를 내밀었다.
“어? 둘이 얘기 중?”
“아뇨, 얘기 다 끝났어요. 동생 좀 잘 부탁드릴게요.”
나와 형이 형제라는 건 알만 한 사람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인데 일부러 동생이라고 부르는 것 같았다.
“부탁할 게 뭐 있어? 센스가 좋아. 알아서 잘하는 편이고. 지금 거래처 한번 데려가 보려고 하는데 어때?”
“정말요? 갈래요.”
“나중에 정식 입사할 때를 대비해서 미리미리 얼굴 알리는 것도 좋을 거니까.”
“그럼 준비하러 가겠습니다.”
처음 가는 거래처라는 생각에 신이 나서 그대로 회의실을 빠져나와 복도를 걷다가 프로젝터를 그대로 두고 왔다는 게 떠올라 다시 회의실로 몸을 돌렸다.
“벌써 데려가는 건 너무 빠른 거 아닌가요?”
문을 열려는 순간 형의 목소리가 바로 들렸다.
“우리랑 오래 거래했던 병원이라 어려운 상대도 아니니까. 대충 분위기만 봐 두라는 거지.”
“아직 어린데 괜히 데리고 갔다가―”
뒤에 이어질 말을 듣고 싶지 않아 회의실 문을 벌컥 열었다.
“괜히 데리고 갔다가 뭐? 개발팀에서 걱정할 문제가 아니잖아? 영업부에서 부장님이 괜찮다는데, 지금 그러는 거 월권 아냐?”
형이 난감한 표정으로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차 타고 가실 거면 운전은 제가 하겠습니다.”
프로젝터를 챙겨 들고 부장님한테 고개를 꾸벅 숙인 뒤 다시 회의실을 빠져나왔다.
도대체 무슨 생각을 하는 거야? 형은 내가 인턴 하는 동안 계속 사무실에 박혀서 잔심부름만 하길 바라는 건가?
아니, 뭐 그런 일들도 배우는 과정 중에 하나라고 생각하면 당연한 거긴 한데, 그렇다고 해도 막을 필요까지는 없잖아.
속에서 열이 올라와 잔뜩 씩씩거리며 사무실로 돌아왔다.
2
부장님이 데리고 간 병원은 우리 회사와 십 년 넘게 거래한 병원이었다. 당장 오늘 계약을 할 건 아니고 인사 차 들러서 신약이 나올 거라는 얘기를 흘리러 간 자리였다.
부장님과 대화를 주고받던 병원장이 약에 대해 간략한 설명을 듣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그 말이 사실이면 대단하네, 이십 분 이내 효과가 나오면 즉효 약 수준이잖아. 이번에 개발한 것도 오메가 연구원인가?”
오메가 연구원이 형을 지칭하는 말이라는 걸 바로 알 수 있었다.
“그렇죠.”
“오메가라 그런가― 어떤 약이 잘 팔릴지, 필요한지 제대로 아는 거 같단 말이야. 그렇게 우수한 오메가는 드물던데.”
“‥오메가가 아니라 선우 한 연구원입니다.”
말끝마다 오메가 타령을 해대는 원장을 향해 참지 못하고 무뚝뚝하게 말을 던졌다.
“오메가여서 그런 약을 만든 게 아니라 그냥 똑똑한 것뿐이에요.”
사실이다. 형이 연구원으로 성과를 내는 것과 오메가인 건 아무 상관도 없다. 제대로 알지도 못 하면서 오메가라고 형의 능력을 낮게 보는 말투가 귀에 거슬렸다.
“자넨 누구지?”
“선우 한 연구원 동생, 선우 신입니다. 앞으로 몇 년 후에는 선우 제약 대표가 될 거고요.”
원장이 날 가만히 응시했다. 백발이 성성한 남자의 시선에 주눅 들지 않으려고 허리를 편 순간 옆에 앉아 있던 부장님의 시선이 느껴졌고, 동시에 망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이거 병원장 심기를 거스른 건가? 계약 깨지면 어떻게 되는 거지? 형이 이 사실을 알면 뭐라고 하려나. 역시 거래처에 얼굴을 보이는 건 빨랐다고 생각하려나? 빌어먹을.
“아니, 그러니까―”
어색하게 수습하려는데 부장님이 내 어깨를 툭툭 건드리면서 웃었다.
뭐야, 왜 웃는 거지?
“선우는 앞날이 앞으로도 창창하겠어, 이런 동생에 그런 형이라니. 그렇게 우수한 형이니까, 알파라고 소문만 무성했던 동생은 어떨지 궁금했는데, 예상을 저버리지 않는군.”
이어서 병원장이 천연덕스럽게 말했다.
“원장님이 농담한 거야, 선우 신 씨가 어떤 반응 보일지 궁금했나 봐.”
이미 나에 대해 다 알고 있었다는 말에 입을 꾹 다물었다. 하긴 생각해 보면 우리 회사와 오래 거래했다면 아빠들도 알 것이고 그러면 우리를 모르는 게 이상했다.
이어진 대화는 화기애애한 분위기였지만 형 얘기에 어린애처럼 발끈한 것은 계속 신경 쓰였다.
“…부장님, 형한테 오늘 얘기는 하지 말아주세요.”
돌아오는 길에 부장님한테 부탁했다.
“왜? 알면 좋아할 거 같은데.”
형은 좋아할 수도 있지만 나는 쪽팔렸다.
그 쿨한 얼굴로 웃으면서 ‘형이 무시당하는 게 그렇게 싫었어?’ 라고 물으면 아마 꼼짝도 못 할 것이다.
“뭐, 싫다면 말 안 할게.”
내가 아무 대답도 하지 않자 무슨 생각을 한 것인지 부장님이 고개를 끄덕였다.
회의실에서 어색하게 싸웠지만 형은 평소와 똑같았다. 일이 바빠서 퇴근은 따로 했지만 출근은 같이했다. 출근길에 주고받는 대화도 일상 그 자체였다.
신약 발표가 코앞이라 바쁜 것을 알고 있었지만 벌써 한 달 넘게 이 상태가 되자 서운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답답하기도 한 여러 감정이 한층, 한층 내 안에 쌓이고 있었다.
아무리 온오프 전환이 칼이어도 이건 진짜 너무 한 거 아닌가?
꼭 일이 먼저고 나는 뒷전인 거 같잖아. 철없는 생각이라는 걸 알면서도 유치한 마음만 자꾸 커졌다.
[오늘 한잔?]
퇴근 시간에 맞춰 날아온 상혁의 문자에 [OK] 라고 답을 보냈다. 어차피 형은 오늘도 늦을 것이니까.
3
“서로 고백하면 사귀는 사이 아니냐?”
“당연하지, 뭐야 너 누구 생겼냐?”
술을 몇 잔 마셨을 때 말을 꺼내자 상혁이 바로 반응을 보였다.
“아니, 그런 건 아니고. 넌 여자 친구랑 어때?”
“한창 좋다가 걔 신문사로 실습 나가면서부터는 얼굴도 못 봐, 무슨 신문사가 그렇게 바쁘냐?”
“그럼 얼굴도 못 봐?”
“주말도 없이 맨날 불려 나가니까.”
“그러다 걔 또 바람피우는 거 아니냐?”
농담으로 건넨 말이었는데 상혁이 표정이 심각해졌다.
“솔직히 그런 생각 안 해 본 건 아닌데, 그렇게 의심하면 어떻게 계속 만나냐. 그냥 진짜 바쁜 거라고 생각하는 게 나도 속 편하지.”
“속 편하다?”
“그래, 근데 우리야 연애한 기간이 꽤 있으니까 그런 거고 초반이었으면 이렇겐 못 하지.”
“초반엔 뭐가 다른데?”
우리는 초반이라고 봐야 하는 건가.
알고 지낸 건 평생이나 다름없지만 그런 사이가 된 건 이제 한 달이 조금 넘었는데. 섹스도 그때 이후로 안 했고―.
섹스는 해 봤지만 연애라고 불릴만한 건 제대로 해 본 적이 없어서 지금 상태를 뭐라고 생각해야 할지 알 수 없었다.
형제끼리 섹스 파트너를 하는 것도 이상하잖아. 단순히 성욕 처리면 뭐 하러 그런 금기를 깨겠나. 그냥, 밖에서 구하면 되지. 형 스펙이면 오메가더라도 여자는 쉽게 구할 수 있지 않을까.
“불타오르지, 아무리 바빠도 십 분이라도 얼굴 보고 싶어서 안달 나고. 보면 만지고 싶고, 만지면 하고 싶고.”
역시 저게 당연한 건가.
상혁과 헤어지고 돌아왔을 때 집에는 형이 없었다. 오늘 마케팅부랑 회식이 있다고 했으니까 아마 더 늦게 올 것이 분명했다.
씻고 나왔을 때는 가벼운 미열이 느껴졌다. 러트 주기 앱을 확인해 보고 인상을 찡그렸다.
컨디션이 별로다 싶더니 러트가 성큼 가까이 다가와 있었다. 그렇다고 당장 오늘 시작할 기미는 아니었고 아직 삼일 정도 남았으니 급한 상황은 아니었다.
아니, 근데 형은 내 주기도 모르나. 계속 좋아했던 것처럼 말했으면 내 주기도 체크했던 거 아냐? 짜증나네.
멍청한 짓이라는 건 알지만 약을 먹는 것이 아까운 기분이 들어 그냥 침대에 누웠다. 급한 건 아니니까. 라고 스스로 핑계를 댔지만, 그것만이 전부가 아니라는 건 내가 제일 잘 알았다.
다음 날 아침엔 형이랑 같이 회사에 출근했는데 형은 아무런 낌새도 느끼지 못 하는 것 같았다.
아직 페로몬이 새어 나올 정도는 아니니 그럴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역시 서운했다.
“선우신 씨, 이번 신약 계약할 만한 병원 리스트 좀 짜봐.”
“네, 알겠습니다.”
“이왕이면 오메가 환자가 많은 곳을 상위에 넣어줘.”
“네.”
옆자리 대리님의 말에 병원 리스트를 꺼내 확인하기 시작했다.
새로 생긴 병원과 그전에 계약에 실패했던 병원을 정리하고 하는 김에 약국까지 리스트업하다 보니 어느새 퇴근 시간이 훌쩍 지난 다음이었다.
“어? 아직 있었어?”
외근 나갔다 돌아온 대리님이 놀란 얼굴을 했다.
“아까 낮에 말씀하신 리스트 만드느라요, 이제 다 했어요.”
“급한 거 아닌데, 내가 말을 잘못했나 보네.”
“아니에요, 그냥 시작하면 끝내고 싶어서 그래요.”
“아아, 알파들은 진짜 그러더라.”
대리님이 이해했다는 듯 중얼거렸다.
“그래도 진짜 급한 거 아니니까 퇴근해.”
“네, 그럼 들어가 볼게요.”
마침 다 끝난 상황이었기 때문에 컴퓨터를 끄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아, 가는 길에 연구동에 이것 좀 전해 줄래?”
“그냥 아무한테나 주면 돼요?”
“어, 요청받은 설문지라 갖다 주면 그쪽에서 알아서 할 거야.”
“알겠습니다.”
서류 봉투를 손에 들고 연구소가 있는 층으로 가는 길에 심장이 콩콩 뛰었다.
어쩌면 형이 있을지도 모른다. 출근할 때 보긴 했지만 회사에서 형을 보는 건 지난 회의 이후 오랜만이었다.
연구동 유리문을 밀고 고개를 내밀어 신약개발팀을 확인했지만 안쪽에는 아무도 없었다.
고개를 돌려가며 내부를 확인하는데 누군가 내 등을 툭 건드렸다.
“여기서 뭐 해?”
돌아보자 의사들이 입는 흰 가운을 입은 형이 서 있었다. 재킷이 아닌 가운 차림은 처음 보는 모습이라 또 색달랐다.
“이거, 이 대리님이 갖다 주라고 해서.”
“설문지인 모양이네. 이제 퇴근하는 거야? 너무 늦은 거 아냐?”
형은 내용물을 확인하지도 않고 연구실 입구 제일 가까이 있는 책상 위에 내려놓았다.
“형은 집에, 안 가?”
“아직 좀 더 있어야 하는데.”
“다른 사람들은?”
“저녁 먹으러 나갔어.”
“형은 안 먹어?”
“별로 생각 없어서… 아, 같이 먹을래?”
“아니, 밥 말고.”
소매를 잡아당기자 형이 고개를 살짝 기울였다. 손가락을 꼬물꼬물 움직여 손등을 건드리다 깍지를 끼자 형이 내 목덜미를 가볍게 주물렀다.
“밥 말고?”
이렇게까지 했는데 모르는 척하는 게 얄미웠다. 눈치 빠른 형이 내 행동의 의미를 모를 리가 없었다.
형 손을 덥석 움켜쥐고 연구동 복도 끝 화장실로 향했다. 제일 안쪽 칸에 형을 확 밀어 넣고 형의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진짜 몰라?”
“이렇게 화장실에 데려올 정도야?”
“나는 진짜, 형이 무슨 생각인지 모르겠어.”
답답함을 토로하자 형이 입꼬리를 살짝 끌어올렸다.
“난 네가 하자는 대로할 건데?”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형의 지적인 얼굴이 살짝 색기를 머금었다.
얼굴을 보고 있기 민망해서 형의 허리를 꼭 끌어안고 가슴팍에 얼굴을 기대자 형이 손바닥으로 목덜미를 자연스럽게 주물렀다.
체취와 함께 느껴지는 코롱 향이 마음에 들어 가슴팍에 뺨을 비비자 형이 척추를 더듬듯이 등을 쓸어내렸다.
“신아.”
“어.”
“너, 러트야?”
조심스럽게 물어오는 질문에 대답이 심장 언저리로 뚝 떨어졌다. 러트 기미가 있긴 했지만 그거 때문에 이러는 건 아닌데, 형이 오해할 것 같았다.
“러트여서, 이러는 거 아니야….”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로 말하자 형이 내 턱을 쥐고 입술을 겹쳤다.
4
손을 대지 않으면 신이 어떤 반응을 보일지 궁금했다.
이제 나와 섹스를 하게 되면 신이 아래라는 건 거의 기정사실이다. 그런 상황을 뻔히 알면서 신이 알파로서의 자존심을 버리고 다리를 벌릴지, 아니면 나를 좋아는 하지만 섹스는 참을지, 그런 별것 아니면서도 중요하게 여길 수밖에 없는 부분들이 궁금했다.
그리고 불이 붙은 호기심은 끝을 봐야 멈출 수 있어서 일부러 참았는데, 역시 참는 자에게 복이 온다고, 신이 나한테 안겨들었다.
지난 번 회의실에서 화내는 것만 봐도 여전히 알파 기질이 넘치는 신이 이렇게 스스로 나한테 왔다.
만져 달라는 귀여운 얼굴로.
말랑거리는 입술을 혀로 쓱쓱 핥다가 혀끝을 밀어 넣자 신이 작게 신음하면서 서툰 손놀림으로 내 바지 앞섶을 더듬었다.
이미 진작부터 반응을 보이던 다리 사이가 신의 손길로 좀 더 단단해지면서 크기를 키웠다.
아, 회사 화장실에서 이런 일을 하고 싶지는 않았는데.
“신아, 여기 회사야.”
“아무도 없잖아….”
신의 몸에서는 이제 페로몬이 줄줄 새어 나왔다. 아침부터 미세하게 나오는 거 같긴 했지만 괜찮을 것 같아서 그냥 뒀는데 이제는 위험할 것 같았다.
사실 지금도 약을 먹이려면 얼마든지 먹일 수 있다. 화장실만 나가면 연구실에 널려 있는 억제제 종류만 열 가지가 넘으니까.
이성은 그렇게 하는 게 맞다고 했지만 본능은 신이 어디까지 하는지 보고 싶었다.
신이 바지춤으로 손을 밀어 넣어 내 성기를 가볍게 쥐고 위로 당겼다. 이미 발기하기 시작한 것을 더 발기시키려는 움직임이 끈적했다.
“후으….”
한숨과 같은 신음을 뱉으면서 신의 엉덩이를 꽉 움켜쥐었다.
“젖지도 않으면서, 그거 세워서 뭐에 쓰려고?”
귀 윗부분을 살짝살짝 깨물면서 묻자 신이 품에서 빠져나가더니 내 몸을 뒤로 밀어 변기 위에 앉혔다.
자연스럽게 리드하는 폼을 보니 화장실에서 경험이 있는 것 같아 미간이 좁아졌다.
누구랑 해 봤을까. 은근히 발랑 까져서는. 역시 형으로서 동정도 떼 줄 걸 그랬나?
복잡한 기분이 들어 쉽게 움직이지 못하는 사이 신이 내 다리를 벌리더니 중지를 쭉 뻗어 엉덩이 사이를 문질렀다. 축축하게 젖은 액이 뚝뚝 떨어졌다.
매끈한 손끝이 입구를 지분거리자 앞쪽이 단단하게 일어서며 쿠퍼액도 주룩 흘렀다.
“형은 젖었잖아.”
“그래서, 나한테 넣으려고?”
슬쩍 도발하자 신이 입술을 꾹 깨물었다.
“넣는 건 상관없지만, 그게 진짜 네가 원하는 거야? 너 러트여서 이러는 것도 아니라며.”
러트 기운에 오메가한테 삽입하고 싶어 하는 걸 이해 못 하는 건 아니다. 하지만 신은 분명 제 입으로 말했다. 러트여서 이러는 게 아니라고.
발정기 때문이 아니라 단순히 나와 하고 싶은 거라면, 신이 원하는 건 삽입이 아니어야 했다.
“…형한테 했다가 임신이라도 하면 어떻게 해?”
신이 그럴듯한 핑계를 중얼거리더니 벨트를 풀었다. 절그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바지가 풀리고 바닥으로 떨어졌다.
내 엉덩이를 만지던 손가락으로 신이 스스로 엉덩이를 문질렀다. 어색한 손놀림으로 축축하게 젖은 손가락을 밀어 넣자 거친 숨이 흘러나왔다.
“흐읏, 아파….”
“더 발라서 풀어봐.”
스스로 해 보라는 의미로 다리를 넓게 벌려주자 제 구멍을 만지작거리던 신이 다시 내 엉덩이 사이로 손을 뻗었다.
엉덩이를 몇 번 문지르자 손가락뿐만 아니라 손바닥까지 애액으로 흥건하게 젖었다.
“하아, 형은 왜 애액도 이렇게 많아?”
“네가 없으니까.”
말 같지도 않은 소릴 들었다는 듯 신이 인상을 찌푸렸다가 다시 스스로 뒤를 풀었다. 뒤쪽에 손가락을 삽입하자 찌걱거리는 소리가 작게 울렸다.
신이 나를 받아들일 준비를 하는 걸 보고 있으려니 성감이 치솟았다. 눈앞에서 발기해서 꺼덕거리는 성기에 손을 뻗어 귀두를 문질러 주자 신의 허리가 둥글게 휘었다.
“빨아줄까?”
“흐, 으응….”
신이 고개를 끄덕여서 그대로 성기를 입에 물었다. 선액이 잔뜩 묻은 성기가 입안을 꽉 채웠다.
신은 허리를 내 입 쪽으로 내밀면서 스스로 넣고 있는 손가락을 앞뒤로 움직였다.
앞은 입에 넣고 흔들면서 뒤를 푸는 알파라니, 신은 지금 자기가 어떤 모습인지 알기는 할까.
성기를 입 안 깊숙이 빨아들이면서 압박하자 신의 무릎이 살짝 꺾였다.
“하, 아으….”
어쩔 줄 모르겠다는 탄성을 뱉는 신의 성기를 쪽쪽 소리를 내며 빨아대자 신이 내 어깨를 꽉 붙잡았다.
질금질금 흘러나오는 선액을 삼키면서 성기를 조이자 신이 숨을 꾹 참더니 내 얼굴을 밀었다.
순순히 뒤로 물러나자 신이 풀어진 눈빛으로 날 내려다봤다. 먹이를 보는 것 같은 눈빛에는 음욕이 가득했다.
신은 입맛을 다시는 것처럼 입술을 핥더니 엉덩이 사이에서 손가락을 빼내고 내 위로 올라왔다. 허벅지에 올라타 엉덩이 사이에 스스로 성기를 문지르며 신이 입술을 깨물었다.
“다 풀린 거야?”
“하으, 몰라, 넣을래….”
참을 수 없다는 듯 신이 중얼거렸다.
“형 좆이 그렇게 좋아?”
“으으응….”
“네가 넣어야 한다고 하더니, 이젠 넣어주길 바라는 거야?”
“하, 하으, 형 때문이잖아.”
신이 촉촉하게 젖은 눈으로 원망을 뱉더니 팔을 뒤로 뻗어 내 성기를 움켜쥐고 엉덩이 사이 구멍에 맞췄다.
제대로 풀어지지 않은 구멍이 억지로 벌어지며 귀두를 간신히 물었다. 요령 없이 뻑뻑하게 조이는 통에 뇌가 저릿했다. 신의 냄새가 더 짙어져서 아랫배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더 적시는 게 좋겠어.”
빼라는 의미로 알아들은 것인지 신이 고개를 마구 저었다.
“적셔 줄 테니까.”
신의 골반을 붙잡고 입구에 걸쳐진 귀두를 흔들었다. 세게 흔든 것이 아닌데도 신이 꽉꽉 조여대는 통에 정액이 금방 터져 나왔다.
지난 한 달 동안 참은 건 신만이 아니었기 때문에 사정까지 오래 걸릴 이유가 없었다.
내벽을 흠뻑 적실 정도로 정액을 쏟아내자 신이 몸을 바르르 흔들면서 저도 따라서 토정했다.
주르륵 흐르는 정액이 내 셔츠를 더럽혔지만 신에게는 이미 그런 건 아무 상관도 없어 보였다. 신이 아쉬운 것처럼 허리를 털며 성기 끝을 내 셔츠에 문질렀다.
“아, 하으….”
쏟아낸 정액의 도움으로 신의 허리가 아래로 미끄러지면서 엉덩이 사이로 내 성기가 쑤욱 빨려 들어간 그 순간, 밖에서 발소리가 들렸다.
“선 책임님 퇴근한 건가?”
“아닐걸? 오늘도 늦게까지 있으실 거 같던데.”
“마케팅이랑 영업으로 넘겼으니까 좀 여유 부려도 되지 않나.”
“성격 알잖아, 신약 출시할 때까지는 계속 신경 쓰실걸.”
“그래서 우리도 퇴근 못 하는 거 아냐.”
밖에서 들리는 말소리가 가까워질수록 긴장한 신이 아래를 꽉 조여대기 시작했다. 움직이고 싶은데 소리가 날까 봐 움직이지는 못 하고 그러면서도 착실히 느끼는 몸이 귀엽게 움찔거렸다.
셔츠 속으로 손을 밀어 넣고 견갑골을 건드렸다가 척추를 훑어 내리자 신이 부들부들 떨었다.
“형, 하지, 마….”
“아래만 안 움직이면 되잖아.”
작게 속삭이는 신에게 마찬가지로 작게 속닥거리자 신이 입술을 깨물었다.
내 손길에 맞춰서 허리가 곡선을 그리면서 움직였다.
“형, 흣….”
5
화장실이니깐 누군가 올 수도 있다는 건 당연히 예상했지만 막상 그런 상황이 벌어지자 미칠 것 같았다.
냄새로 혹시 알아차리는 게 아닐까 싶어 필사적으로 페로몬을 억눌렀지만 아래서 밀려오는 묵직함과 등을 더듬는 손길에 오싹오싹한 쾌감이 번져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밖에 있는 사람들이 빨리 나가기만을 기다리면서 눈알을 굴리는데 형이 나른한 한숨을 뱉었다.
“신아.”
“으응.”
“자꾸 그렇게 허리 흔들 거야?”
“…어?”
나도 모르사이에 형 위에서 허리를 슬슬 흔들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닫자 얼굴에 열이 몰렸다. 순식간에 목덜미까지 뜨거워져서 참지 못 하고 페로몬이 터져 나왔다.
완전히 시작된 러트가 아니었기 때문에 간신히 참을 수 있었는데 이제 더 참는 건 무리였다.
냄새가 화장실을 가득 채웠을 것이라는 생각이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이 정도 페로몬을 밖에 있는 사람들이 모를 리 없었다.
“으흣…!”
허겁지겁 페로몬을 갈무리하려고 하는데 형이 갑자기 허리를 위로 쳐올렸다.
“아, 안―”
입술을 움직이는 데 형이 입술로 내 입을 막았다. 내 모든 걸 빨아들이는 것 같은 키스에 몸을 부들부들 떨면서 또다시 정액을 쏟아내자 형이 입 안 점막을 샅샅이 훑었다.
“아, 하으, 형….”
“괜찮아, 진작 나갔어.”
언제 나갔는지도 모른 채 오로지 쾌감에 집중한 것이 부끄러웠다. 나른해진 몸을 형한테 푹 기대자 형이 목 언저리에 키스했다.
“그렇다고는 해도 냄새 너무 진하다.”
“흐응….”
“형 아직이니까, 좀 더 할 수 있지?”
말과 동시에 형이 허리를 빠르게 움직였다. 살기둥이 아래를 훑을 때마다 형의 정액과 애액이 섞인 아래서 쿨쩍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금욕적으로 생긴 형이 상스럽게 성기를 휘두를 때마다 좋아서 아래를 꽉꽉 조였다.
“신아, 그렇게 좋아?”
“아, 흐읏, 몰라, 아니, 야….”
“일부러 러트 터질 때 찾아오고.”
“하아, 아니라고 했잖아… 그래서, 온 거 아니야….”
“그럼 왜?”
“그냥, 흣, 이렇게 하면, 형이 더 좋아할 거 같아서, 하읏.”
형을 원한다는 신호를 보내면 형이 좋아할 것 같았다. 그래서 약을 안 먹었다. 형이 내 러트를 책임져 주길 바라서, 형이 그렇게 하길 원할 것 같아서.
“유혹이라면 다른 방법도 많이 있잖아, 형은 솔직하게 말해주는 게 더 좋은데.”
말이 끝나는 것과 동시에 형이 안쪽을 푹 찔렀다. 내 허리를 꽉 끌어안고 전립선을 터트릴 것처럼 세게 박아대는 움직임에 몸 전체에 찌릿찌릿 전류가 흘렀다.
사정한 것과 비슷한 감각이 내 전신을 휩쓸었다. 드라이 오르가즘이라는 걸 깨달았지만 머리가 멍해서 어떤 말도 입 밖에 나오지 않았다.
6
반쯤 넋이 나간 채 형 차를 타고 집에 돌아왔다. 돌아오는 동안 차가 살짝만 흔들려도 안쪽에 고여 있는 애들이 다리 사이를 타고 흘러내리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했다.
화장실에 팬티를 버리고 왔기 때문에 바지 안감이 엉덩이를 문지를 때마다 입술만 질겅질겅 씹었다.
“아래 찜찜하지? 먼저 씻어.”
현관문을 닫으면서 말하는 형의 허리를 꽉 끌어안았다.
“왜?”
“더, 할래….”
“더?”
“왜 모르는 척하는 거야?”
눈꼬리를 위로 홀리며 형을 흘겨봤다.
“형 냄새, 맡고 싶어….”
형 머리칼에 손을 밀어 넣고 깔끔하게 넘긴 머리를 헝클이며 졸랐다.
전에 맡았던 그 페로몬을 맡고 싶어서 안달이 났다. 그 냄새를 맡으면 러트가 시작될 거라는 걸 알지만 그래도 욕구를 참을 수가 없었다.
“왜?”
눈알을 빙빙 굴렸다. 형이 내가 원하는 걸 진짜 모를 리가 없는데 무슨 말을 원하는 걸까. 금방이라도 발정할 것 같은 머리를 굴려가며 화장실에서 형이 했던 말을 떠올렸다.
“…좋아하니까.”
“…….”
“좋아하니까 형이랑 하고 싶어… 우리 사귀는 사이 아니야? 원래 사귀면 처음엔 그냥 맨날 하고 싶고, 그런 거잖아.”
“그러니까, 신이 넌 형이랑 연애한다고 생각하는 거야?”
내 머리칼을 귀 뒤로 넘겨주며 물어서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이는데 형이 내 귓불을 깨물었다. 온몸을 옭아매는 강한 페로몬이 형한테서 흘러나왔다.
형이 내 손목을 잡아당기더니 처음엔 빈 방이었다가 이젠 침실로 사용하는 내 옆방 문을 열었다.
“옷 벗고 누워.”
외설적인 명령에 몸이 바짝 긴장했다. 기대감으로 심장이 요동을 쳤다.
급하게 바지를 벗어 내리자 탱탱하게 발기한 성기가 위로 솟아올랐다. 재킷을 벗어 던지고 셔츠만 입은 채 침대에 올라가 똑바로 누웠다가 급한 마음에 다리를 벌렸다.
알파로서의 자존심 따위는 형 앞에서는 아무 짝에 쓸모가 없었다.
다른 사람들 앞에서는 영락없는 알파처럼 보일지 모르지만 형 앞에서 나는 그냥 동생이었다. 형한테 욕정하고, 형한테 박히고 싶어서 안달 난 동생.
형이 벌어진 다리 사이로 올라오며 내 발등을 더듬었다. 아직 양말을 신고 있는 발을 건드린 형이 발목에서 양말을 벗겨 내렸다.
단순명료한 행동에 흥분이 턱밑까지 차올랐다.
7
다리를 벌리고 누워 있는 신이 엉덩이 구멍이 반질거렸다.
집에 오기 전 싸질렀던 정액과 애액이 잔뜩 묻은 음탕한 구멍은 오메가 구멍이나 다를 게 없어 보였다.
침대에 올라가서 스스로 다리를 벌린 신을 보자 절로 웃음이 나왔다. 내가 이렇게 음란한 요구를 할 줄 아는 몸으로 만들었다는 사실에 뿌듯함이 차올랐다.
신의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귀두 끝으로 음낭의 뒷부분을 꾹꾹 누르며 문질렀다. 정액이 꽉 차 있는 음낭이 탱탱했다.
장난치듯이 움직이자 신이 참지 못하고 스스로 내 성기를 붙잡아 제 입구로 당겼다. 그 손길에 쿠퍼액이 주르륵 흐르면서 신의 안으로 빨려 들어갔다.
“하, 아으응…!”
화장실에서 소리를 참았던 것까지 한 번에 터트리는 것처럼 신이 큰 소리를 내며 몸을 뒤틀었다. 뿌리까지 박아 넣자 신의 음낭이 내 사타구니에 짓눌렸다.
신의 다리를 벌리고 허벅지 사이에 허리를 끼운 채 들락거리자 아래쪽에서 상스러운 소리가 흘러넘쳤다. 알파의 것이라고는 생각할 수 없는 젖은 구멍이 요망하게 발름거렸다.
움찔, 움찔하고 간헐적으로 찌를 때마다 신의 내부가 뜨거워지고 페로몬이 강하게 흘러나왔다.
무의식적으로 풀어내는 페로몬은 나를 덮칠 듯이 다가왔다가 이내 내 페로몬에 먹혀 풀어지기를 반복했다.
다리를 활짝 벌리고 있는 신의 내부를 깊게 침범하면서 허리를 숙여 목덜미를 깨물었다.
내 것이라는 낙인을 찍듯이 이를 세워 세게 깨물자 그 고통 섞인 감각마저 쾌감으로 받아들인 신이 허리를 들썩였다.
“형, 혀엉….”
애처럼 조르는 목소리에 머리가 어질거렸다.
“하아.”
신이 다리를 내 허리에 감고 팔을 목에 감으며 온몸을 꽉 끌어안았다. 더 깊은 결합을 요구하는 음란한 몸짓이 사랑스러워서 견디기가 어려웠다.
시계 침이 거꾸로 돌아가지 않는 것처럼 이제 신은 내게 박을 생각을 못 하게 된 것처럼 보였다.
새삼 이십 년 넘게 봤던 동생이 또 귀엽게 느껴졌다.
원하는 모습으로 신을 소유했다는 감각에 만족스러운 정복감이 피어올랐다.
허리를 가볍게 흔들자 신이 눈을 깜박이며 내 귓불을 잘근잘근 깨물었다. 뜨거운 숨결 속에 섞인 말이 무엇인지 확실하게 들렸다.
“그래, 나도 사랑해.”
Encore 팬지
1
“형, 어디야?”
― 아, 안녕하세요? 강유혁 팀장님?
“누구야.”
예상했던 목소리가 아닌 것도 모자라 엉뚱한 사람을 찾아서 반응이 날카롭게 새어 나갔다.
― 아, 저 팀장님 부하직원 강소영이라고 하는데요.
“…네, 형은 어디 간 겁니까?”
― 잠깐 화장실 가셨는데, 전화가 계속 울려서요. 팀장님 오시면 전화 드리라고 할게요.
“아뇨, 됐습니다. 거기 위치가 어디죠?”
여자가 상냥하게 말해주는 위치를 머릿속에 기억하고 바로 일어났다.
오늘 형은 회식이 있다고 했다. 한 달 가까이 준비했던 프로젝트 결과가 기대 이상으로 잘 나왔다는 이유였다.
회식도 일의 일환이라고 생각하면 막을 수 없었고, 형은 팀장이니까 당연히 참석해야 한다는 것도 안다. 그래도 너무 늦지 말라고 했는데, 열한 시가 넘도록 전화도 없고 전화를 했더니 다른 사람이 받는 건 충분히 언짢았다.
여자가 말한 곳은 치킨집이었는데 시간으로 보나 가게 분위기로 보나 1차 장소가 아니라 2차 또는 3차 장소 같았다.
“팀장이라는 사람이 왜 끝까지 같이 있는 거야.”
혀를 차며 가게 안으로 들어가자 그다지 넓지 않은 가게 안쪽에 테이블 두 개가 붙어 있었고 시체처럼 늘어져 있는 사람이 세 명 앉아있다.
엎어진 사람 뒤통수를 쭉 훑어봤지만 형은 안 보였다.
“어? 수혁아. 차 보고 설마 했는데 어떻게 왔어?”
테이블 가까이 다가가는데 형이 조금 전 내가 들어왔던 문으로 걸어 들어왔다. 이렇게 시체 같은 사람들에 비하면 형은 매우 멀쩡해 보였다.
“형은 왜 거기서 들어와?”
“아, 너무 취한 사람 있어서 택시 태워 보내주느라.”
“강 대리, 이제 좀 일어나요. 집에 갑시다.”
형이 엎드려 있는 여자의 등을 손바닥으로 가볍게 두드리며 불렀다.
“아, 팀장님?”
엎어져 있던 여자가 일어나 눈을 깜박깜박거렸다.
“김 대리는 갔어, 요?”
술을 얼마나 마신 것인지 여자가 몸을 휘청거렸다. 금방이라도 형 앞으로 쏟아질 것 같아 여자의 어깨를 붙잡았다.
“어?”
여자가 고개를 돌려 나를 바라봐서 언짢았던 기색을 싹 지우고 싱긋 웃었다.
“누구? 아, 팀장님 동생…?”
“네, 안녕하세요.”
“근데, 팀장님 동생이 둘이었어요? 닮은 것 같기는 한데―”
여자가 주절주절 말을 이었다. 회사 사람들이 아는 동생은 내가 아닌 걸 알지만 기분이 살짝 상했다.
“형한테 동생은 저 하나 뿐인데.”
어차피 취해서 제대로 기억도 못할 거란 생각에 작게 말을 뱉었다.
“네?”
“수혁아.”
형과 여자가 동시에 당황한 반응을 보였다.
“아, 팀장님, 제가 전화 받았어요, 동생분이 계속 전화하시기에. 이렇게 오셨는데 한잔하세요.”
“강 대리, 많이 취한 거 같은―”
“저, 괜찮아요!”
여자가 내 손을 잡아당겨 옆에 앉으라고 했다.
“우리 팀장님한테 이렇게 잘생긴 동생이 있는 줄 몰랐어요, 친동생이시면 기획 팀장님도 형제, 맞죠? 형제가 셋인 줄은 몰랐는데.”
“기획 팀장이면―”
의자에 앉자 여자가 “강유혁 팀장님이요.”라고 말하더니 술잔에 술을 따라 내밀었다.
“근데 어떻게 삼형제가 다 이렇게 잘 생겼어요?”
삼형제라는 말에 속이 부글 끓어올랐지만 형의 입장을 생각해서 웃었다.
“강 대리, 많이 취했어. 가자.”
형이 말렸지만 많이 취한 여자는 움직일 기미를 안 보였다.
“형, 저분들 먼저 보내는 게 좋겠다.”
형이 테이블 끝에 앉아 있는 다른 두 직원을 보고 짧은 한숨을 뱉었다. 그리고는 어차피 보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린 것인지 형이 남자들에게 향했다.
“술 많이 마셨나 봐요.”
“아, 조금요, 조금. 오늘 워낙 기분이 좋아서요.”
많이 마셨을 거다. 그러지 않으면 팀장의 전화를 함부로 받을 리가 없다.
발신자명에 [동생]이라고 돼 있어서 받았다고 하더라도 상하 관계를 생각해 보면 일반적으로 할 만한 일이 아니었다.
“형이, 회사에서 기획팀장이랑 친한가요?”
남자 둘을 데리고 형이 나가는 걸 보고 여자에게 물었다. 내가 못 보는 곳에서 형이 강유혁이랑 있는 건 아닌 척해도 신경이 쓰였기 때문에 확인하고 싶었다.
“친하긴요, 둘이 데면데면해요. 일 때문에 말은 하는데 사담하는 경우는 거의 없고.”
“그렇군요.”
“동생한테 전화 왔길래 전 당연히 강유혁 팀장님인줄 알았는데―”
여자가 가십거리를 찾는 눈으로 날 바라봤다. 그도 그럴게 형의 동생이라는 건 그 큰 회사를 가진 집안의 아들이란 말이었으니 호기심이 일 법도 했다.
“안 드세요? 한잔 드시고 저도 한잔 주세요.”
여자가 술잔을 가리켰다.
“제가 한잔 드릴게요. 저는 차 가지고 와서 됐습니다.”
술을 따라 주려고 병을 잡는데 형의 기다란 손가락이 내 손목을 잡았다.
“술 더 주면 안 돼.”
손길은 억세지 않았는데 목소리는 단호했다.
“강소영 대리, 일어나요. 이제 회식은 끝났습니다.”
그리고 그 단호한 목소리의 말끝은 내 앞에 있는 여자에게 가서 날카로움을 드러냈다. 형이 회사에서 어떤 얼굴로 일하는지 상상이 절로 됐다.
하긴 형은 한평생 알파였으니까.
저렇게 칼 같아 보이고, 일도 잘하는 남자가 내 앞에서는 오메가가 돼서 뒤를 적신다는 것에 손끝에 짜릿함이 퍼졌다.
“아―”
호들갑을 떨던 여자가 그제야 정신을 차린 것처럼 어색하게 웃었다.
“많이 늦었네요, 가야겠어요.”
“택시 불렀습니다. 나가죠.”
“수혁아, 여기 카드로 계산 좀 해줘.”
형이 테이블 위에 카드를 올려놓고 여자를 부축해서 데리고 나갔다. 정확히는 부축이 아니라 끌고 나가는 것처럼 보였다.
시키는 대로 계산을 하고 나오자 형이 택시를 출발시키는 게 보였다.
“형.”
“응.”
형 옆에 나란히 서서 내 차가 있는 방향으로 걸었다.
“형, 술 잘 마시네.”
“보통이야, 팀원들이랑 똑같이 취하면 안 되니까.”
“그런 것보다는 팀원들끼리 마시게 해주는 게 더 좋은 거 아냐?”
“나도 그러려고 했는데 오늘은 다들 기분이 좋아서 같이 가자고 하기에.”
“이거, 카드.”
“어.”
형이 카드를 잡기 위해 손을 내민 순간 내가 팔을 위로 휙 들었다.
“뭐 하는 거야?”
형이 고개를 들고 내 얼굴을 봤다.
“이제야 얼굴을 보여주네.”
“…….”
아까부터 형은 앞만 보고 있었다. 일부러 얼굴을 안 보는 게 분명한 태도였기 때문에 화가 난 걸 모를 수가 없었다. 다만 왜 화가 난 건지 아직 모르겠다.
“왜 그래? 내가 갑자기 와서 그래?”
“그런 거 아냐.”
“그럼 내가 형 친동생이라고 말해서?”
“사실인데, 뭐 어때.”
형이 담담하게 대꾸하며 고개를 돌렸다. 서늘한 바람에 형의 앞머리가 부드럽게 흔들렸다.
“그럼 왜 내 얼굴도 안 보는 건데.”
“…기분이 안 좋아.”
“취했어?”
형의 뺨을 손으로 감싸 쥐고 시선을 맞췄다. 손안에 들어온 피부가 뜨끈뜨끈했다. 얼굴색은 하나도 변하지 않았는데 생각보다 취기가 많이 오른 모양이다.
“아냐.”
형이 내 손을 밀어냈다.
“근데 왜 그래?”
“…네가 다른 사람이랑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는 거, 처음 본 거 같아.”
형이 머릿속에서 말을 고르는 것처럼 느릿하지만 또박또박 말했다.
“신경 쓰여.”
“…어, 뭐?”
술을 한잔도 안 마셨는데 얼굴이 붉게 달아올랐다. 직접적인 단어를 쓴 건 아니지만 이건 내가 아까 그 여자랑 말하고 있어서 질투하고 있었다는 거 아닌가.
“너 왜 웃어?”
급하게 손바닥으로 입가를 가리자 형이 눈꼬리를 길게 잡아 뺐다.
“아니, 지금 형이 말하는 게 질―”
“질투 아냐.”
형은 자신이 그런 치졸하고 속 좁은 감정을 느낄 리 없다는 듯 말을 잘랐다.
“어, 그래, 아냐.”
“네가 다른 사람이랑도 평범하게 대화하고, 그러는 거 좋은 일인데, 또 막상 여자애랑 그러는 거 보니까.”
“그러니까, 형 그게 질―”
“아니라니까.”
“그래, 그럼 아니라고 하자.”
“너는, 나랑만 얘기하고 나만 봤으면 좋겠는데.”
“그건 완전히….”
독점욕이라고 말하려다 형이 별로 안 좋아할 것 같아서 입을 꾹 다물었다.
안 취했다고 했지만 형은 취한 게 분명하다. 이런 식으로 행동이 아니라 말로 감정을 표현하는 걸 보면. 이렇게 대놓고 말하는 건 처음 봐서 발밑이 둥실 떠올랐다.
“아무튼, 그래서 별로 기분이 안 좋아, 이런 거 네가 귀찮아할 거 같긴 한데―”
“안 귀찮아.”
“어?”
“좋아, 나는 좋아, 형. 형이 그런 거 생각하는 거 너무 좋아.”
형이 이해가 안 간다는 듯 눈을 깜박였다.
“말로 해주는 건 더 좋고, 진짜 귀여워, 형.”
그대로 머리를 숙여 형의 입술에 입술을 겹쳤다.
“길에서 이런 거, 하지, 마, 응….”
“괜찮아, 사람 없어.”
아랫입술을 쪼옥 빨아들이고 고개를 기울여 입술을 더 깊게 겹쳤다가 떨어트렸다. 촉촉하게 젖은 입술을 가르고 형 입술에 혀를 밀어 넣었다. 알코올 냄새가 내 입으로 훅 번졌다.
역시 취했구나.
술을 마셨다는 걸 느낄 수 있는 점막이 뜨거웠다. 혀를 부드럽게 얽으면서 혀끝을 살짝 깨물었다가 뿌리까지 깊게 빨아들이자 형이 고양이처럼 목을 가르릉거렸다.
“으으, 응….”
형이 키스에 집중하면서 다리에 힘이 풀리려고 해서 허리에 팔을 감자 하반신이 닿았다. 묵직하게 달아오른 사타구니가 뜨끈뜨끈했다.
“형.”
“하아.”
떨어진 입술에서 쏟아지는 숨이 뜨거웠다.
“들렀다 갈까?”
길 건너에 있는 호텔을 눈짓으로 가리키자 형이 고개를 저었다. 회사 근처라 싫어할 줄은 알았지만 그래도 아쉬웠다. 먹이를 눈앞에 놓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입맛을 다셨다.
어떻게 꼬시는 게 좋을까 고민하는데 형이 입술을 달싹거렸다.
“…집, 집에 가자, …우리 집이, 좋아.”
형의 달콤한 목소리에 뇌가 끈적하게 녹아내렸다.
2
집에 들어오기 무섭게 옷을 홀딱 벗고 침대에 옆으로 누워 형을 뒤에서 끌어안았다.
가벼운 애무와 진한 키스로 풀어진 형의 몸이 말랑말랑하게 느껴졌다. 애무가 진해질수록 달달한 꽃냄새가 형한테서 피어오르는 것 같았다.
가슴팍을 더듬어 톡 튀어나온 돌기를 손가락으로 비틀자 형이 허리를 가볍게 뒤틀었다.
“거기, 안 돼….”
“여기는 안 돼? 그럼 여기는?”
유두를 조물조물 주무르다 엉덩이 사이에 손가락을 밀어 넣자 축축하게 젖은 구멍이 가운뎃손가락 하나를 쑥 빨아들였다.
아무것도 사용하지 않았는데 질척하게 젖은 구멍이 쿨쩍쿨쩍 우는 소리를 냈다.
“흐….”
손가락 하나가 아쉬운 것처럼 구멍이 벌름거려서 검지도 밀어 넣고 마디를 구부리며 내벽을 긁자 형이 애처로울 정도로 몸을 떨었다.
“하, 으응.”
달콤한 콧소리를 내는 형의 목덜미 여기저기에 입술을 꾹꾹 눌렀다. 흥분한 형의 페로몬이 완전히 짙어졌다. 각인의 효과인지 나는 형의 페로몬을 아주 조금이지만 느낄 수 있게 됐다.
페로몬을 거의 못 느끼는 체질이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다. 지금도 이렇게 형이 흥분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 게 좋다. 하지만 가끔은 형이 뿌리는 냄새를 온전히 다 느끼고 싶을 때가 있다.
아마 형은 지금 내가 맡는 것보다 훨씬 진하고, 독한, 그런 향기를 뿜어내고 있을 것이다.
“좋아? 어떻게 해 줄까?”
“하으, 넣어, 줘….”
밀어 넣은 손가락을 빙글빙글 돌리자 형이 엉덩이를 뒤로 빼며 내 사타구니에 문질렀다. 팽팽하게 부풀어 오른 성기가 욱신욱신 떨렸다. 성기 끝에 정액이 몰리는 기분이 들었다.
“빨리.”
형이 팔을 뒤로 뻗어 내 성기를 가볍게 붙잡았다. 노골적인 유혹에 입이 바짝 말랐다.
“하아, 너도 커졌잖, 아….”
“당연하지, 난 기회만 있으면 넣고 싶으니까.”
“으응, 그러니까, 얼른….”
“하아, 재촉하지 마, 젖긴 했어도 더 풀어주는 게 좋으니까.”
“아냐, 괜찮으니까 그냥, 흣, 너도 좋았으면 좋겠어.”
뭐, 이런 귀여운 주정뱅이가 다 있을까. 형이 술에 취했다는 걸 아는데 이대로는 나도 형한테 취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혁, 아, 빨리….”
채근하는 목소리가 이성이라는 장벽을 허물어트렸다. 손가락을 쑥 빼내고 벌름거리는 구멍 사이에 성기를 문지르자 형이 등을 젖히면서 흠칫흠칫 떨었다.
형의 다리 한쪽을 위로 들어 올리자 형이 다리에 힘을 줬다. 옆으로 누운 채 한쪽 다리만 들린, 수캐가 오줌 싸는 것 같은 자세에 본능적인 수치심을 느끼는 것 같았다.
“형, 힘 빼야 넣지.”
달래듯 속삭이며 엉덩이 사이로 귀두를 밀어 넣었다. 딱딱하게 뭉친 귀두 끝이 입구를 벌리고 들어가자 점막이 기다렸다는 듯이 살기둥에 달라붙었다.
평소보다 내벽이 훨씬 뜨거웠다. 술주정을 하긴 했지만 많이 취하지는 않은 줄 알았는데 이렇게 뜨거운 걸 보니 내 생각보다 훨씬 많이 취한 모양이었다.
느릿하게 형의 몸을 가르며 성기를 끝까지 밀어 넣자 형이 고개를 돌려 내 입술을 찾았다. 고개를 숙여 입술을 내어 주자 형이 허겁지겁 달라붙었다.
“아, 흐으응…”
키스와 함께 형이 좋아하는 부분을 정확히 문지르자 품안에 있는 몸이 부르르 떨렸다.
“넣자마자 느낀 거야?”
설마 하는 기분으로 팔을 내려 형의 성기를 쥐어보자 정액이 흘러내려 성기 끝이 끈적끈적했다. 앞뒤로 잔뜩 흘린 형의 체액이 허벅지까지 적시고 있었다.
움찔움찔 떨고 있는 형의 상체를 꽉 끌어안고 허리를 흔들었다. 끝까지 박혔던 성기가 쑤욱쑤욱 소리를 내며 빠졌다가 들어가길 반복했다.
얽히듯이 달라붙는 살덩이가 탐욕스럽게 느껴졌다. 내가 움직일수록 불이 붙은 것처럼 형의 피부가 붉어졌다.
“아, 으응… 그만, 나, 방금… 느껴, 하읏.”
“형은, 하아, 아직도 그걸 몰라?”
“아응, 뭐, 흣.”
“형이 싼 다음에 하는 거 내가 좋아하는 거.”
목덜미를 깨무는 것처럼 앞니로 긁어 보자 여린 피부가 푸드득 튀어 올랐다.
“흣, 그걸 왜, 좋아, 하는 건, 하응.”
“왜긴, 형이 이렇게 말랑말랑하게 늘어진 게 귀엽잖아.”
“뭐가, 귀여워, 흣.”
“귀여워, 형, 진짜 좋아해.”
형의 목덜미와 어깨에 입술을 문지르며 움직였다.
격렬하게 찔러 대다가 전립선을 부드럽게 짓누르며 입구에 성기를 걸친 채 허리를 흔들었다.
오늘따라 형이 너무 귀여워서 허리를 한 번씩 움직일 때마다 이성이 뚝뚝 끊어졌다.
“하으, 수혁아.”
더 거칠게 움직이고 싶은 욕구를 누르지 못 하고 상체를 일으키며 형의 몸을 돌렸다. 다리를 활짝 벌리게 만들어 그 사이를 파고들었다. 다리를 위로 밀어 올려 형의 허리를 거의 반으로 접으면서 성기를 깊게 쑤셔 박았다.
“너무, 아응, 깊어, 흣.”
“깊은 거 좋아하잖아, 내가 좋아하는 거, 했으니까, 하아… 이젠 형이 좋아하는 거 해주는, 거야.”
형이 그렁그렁한 눈으로 날 바라봤다. 정복욕을 자극하는 표정에 아래가 더 단단하게 일어섰다.
질척거리는 안쪽을 달콤하게 짓이기듯 움직이자 눅진눅진한 점막이 정액을 쥐어 짜내려는 것처럼 달라붙었다.
미친 듯이 허리를 움직이자 형이 내 팔뚝을 붙잡았다. 손톱이 피부 안쪽으로 파고들었지만 자잘한 고통은 쾌감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었다.
“하아, 형….”
“으응, 수혁아.”
“형, 안에 싸달라고 말해봐.”
형이 눈을 동그랗게 뜬 채 나를 바라봤다. 술에 취했으니까 이 정도는 들어주지 않을까 싶어서 시킨 말이었다.
“무슨, 그런 말을―”
“듣고 싶어, 해줘, 응?”
허리를 멈춘 채 턱에 쪼는 듯한 키스를 하며 순진한 척 형을 바라봤다.
“아니면 안 움직일 거야.”
전혀 위협적이지 않은 협박인데도 형이 안절부절못하며 눈알을 굴리다가 입술을 움직였다. 거의 들리지 않는 소리에 귀를 가까이 대자 형이 내 귓바퀴를 혀로 핥았다.
“싸줘….”
“어디에?”
심술 맞게 물어보자 형이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문질렀다.
“여기, 가득, 네 거 싸줘.”
결심한 듯 말을 뱉은 형은 내 대답을 듣지 않으려는 듯 입술을 깊게 겹쳤다. 입술이 달라붙으며 아래도 꽉 조였다. 더 이상 참는 건 무리였다.
숨도 쉬지 못할 정도로 형을 끌어안은 채 그대로 사정했다. 머릿속에서 하얀 불꽃이 터졌다.
정액을 부르르 쏟아내자 형이 떨었다. 형한테 마킹하듯 구멍에 박힌 성기를 부드럽게 움직이자 형이 콧소리를 냈다.
“흐으, 너 진짜, 또 안에 쌌, 어….”
“형이 가득 싸 달라며.”
“네가, 흣, 시킨 거잖아.”
손가락으로 배꼽을 꾹 누르자 형이 허리를 가볍게 위로 튕겼다. 민감해진 몸은 어디를 만져도 솔직하게 반응했다.
“괜찮아, 형, 형은 알파잖아.”
귓불을 살짝 깨물며 속삭이자 형이 날 가볍게 흘겨봤다.
그냥 꼬드기는 말이라는 걸 형도 알지만, 제 입으로 오메가라는 말은 하기 싫어서 반박도 안 한다.
“임신 걱정이라면 할 필요 없다는 말이야.”
놀리는 게 아니라는 듯 진지하게 속삭이자 형이 짧게 한숨을 뱉었다. 소리 내 말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알고 있는 것 같은 사인이었다.
“…목말라.”
“물 갖다 줄게.”
형 안에서 느릿하게 빠져나오자 방금 싸지른 정액이 구멍 틈으로 늘어졌다. 발갛게 달아 오른 구멍이 움찔거리는 게 꼭 부족하다고 옹알이 하는 아이 입술 같았다.
“물 줘.”
내 시선을 느낀 것인지 형이 다리를 오므리며 이불을 끌어당겼다. 침대에서 일어나 형을 내려다봤다.
“형은 끝나면 꼭 그렇게 순진한 척하더라.”
“내가, 언제.”
“할 때는 엄청 쥐어짜내면서.”
“야.”
“형, 솔직하게 말해봐.”
허리를 숙여 형의 귓가에 입술을 바짝 갖다 댔다.
“회사에서도 가끔 생각하지?”
“아니거든!”
형이 내 어깨를 밀며 발끈했다.
“아쉽다. 난 일할 때도 생각하는데.”
“변태….”
“왜 형은 아닌 척해? 할 땐 나보다 형이 더 변태 같아, 증거 필요하면 다음엔 찍어 볼까?”
형이 날 가볍게 흘겨보더니 몸을 뒤로 돌렸다. 등에서 뿜어져 나오는 기운이 더 놀리면 진짜 삐칠 것 같았다. 물론 삐쳤냐고 물어보면 그땐 화를 낼 거고.
엉망으로 벗어 던진 옷들을 발로 밀어내며 거실로 나와 냉장고에서 생수를 꺼냈다. 시원한 물을 몇 모금 마시고 나자 웃음이 실실 나왔다.
질투에 독점욕이라니, 진짜 귀여워 미치겠네.
술 집 앞에서 했던 대화를 떠올리며 침대 가로 가까이 다가가자 고른 숨소리가 들렸다.
술기운에 섹스까지 해서 피곤이 한 번에 밀려온 것인지 형이 눈을 감고 있었다.
앞머리를 살짝 넘기고 예쁘장한 얼굴을 꼼꼼히 바라봤다.
형은 내 앞에서는 착하고 순수한 형이지만 강씨 집안에서 자란 만큼 멘탈이 강하고 눈치가 빠르다.
내게 꼬치꼬치 묻지 않았지만 임신이 쉽게 되지 않으리라는 걸 짐작은 하고 있을 것이다. 그 이유가 단순히 자신이 원래 알파였기 때문이 아니라는 것도.
가능성이 높든 낮든 우성 알파를 낳을 수 있는 게 우리다. 하지만 임신이 가능했다면 강원혁이 우리를 그렇게 쉽게 놓아줄 리가 없다는 걸 형도 짐작할 것이다.
그러니까 쉽게 말해서 알파에 대한 집착이 강한 강원혁이 우릴 그 집에서 나갈 수 있게 해 줬다는 건 우리 사이에 아이가 생길 가능성이 낮기 때문이라는 말이 된다.
실제로 강원혁이 우리를 쉽게 놓은 건 내가 무정자증이라고 말했기 때문이다. 가능성이 완전히 제로는 아니겠지만 실제로 우리 둘 사이에 애가 나올 확률은 낮았다.
“이리 와.”
형이 눈도 뜨지 않고 손바닥으로 제 옆자리를 두드렸다.
“목마르다며.”
“응.”
웅얼웅얼 말하는 형 대신 입술을 머금고 키스하며 넘겨줬다. 형이 목울대를 움직이며 꼴깍꼴깍 물을 삼키는 게 작은 동물 같아서 너무 귀엽게 느껴졌다.
침대에 눕자 형이 내 옆으로 도로록 굴러와 허리에 매달렸다.
어렸을 때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은 사랑스러움에 심장이 묵직하게 울렸다.
오늘은 정말이지 귀한 경험을 했다.
씻어야 한다는 걸 알지만 조금만 누워 있다가 하기로 마음먹고 형을 감싸 안았다.
품안에서 봄처럼 향긋한 냄새가 피어올랐다.
3
늦은 아침을 먹고 소파에 앉아 책을 보는데 달칵, 달칵, 마우스 클릭하는 소리와 타닥, 타닥 키보드 치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렸다.
급하게 마무리 지어야 할 일이 있다면서 수혁이가 컴퓨터 책상 앞에 앉은 지 한 시간, TV는 별로 보고 싶지 않아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지루함이 사그라지지 않았다.
제대로 읽지 않은 페이지를 뜨뜻미지근한 손길로 넘기고 수혁이 뒷모습을 바라봤다.
의자에 앉아 있는 뒷모습도 너무 잘생겼다.
어제 술주정 아닌 술주정을 한 기억을 똑똑히 갖고 있어서 수혁이를 방해하면 더 어리광을 부리게 될 것 같아 꾹 참았는데 이제 슬슬 한계였다.
바쁜 건 알지만.
나를 봐줘, 오늘은 원래 쉬는 날이잖아. 어제 강 대리한테 술 따라 주려고 해서 나 화나게 했으면서.
속으로 입술을 삐죽이다 테이블 위에 책을 엎어 두고 타박타박 걸어가자 수혁이가 날 바라봤다.
넓은 창문으로 들어온 햇빛이 수혁이가 고개를 들자 확연하게 드러난 얼굴 위로 부서졌다.
책상 앞으로 걸어가자 수혁이가 의자를 뒤로 밀어 공간을 만들어줬다. 자연스럽게 허벅지 위에 올라타 품에 안기자 단단한 팔이 허리를 안아왔다.
어깨에 머리를 기댔다가 목덜미에 입술을 꾹 눌렀다.
“이건 무슨 서비스야?”
수혁이가 화답하는 것처럼 내 목덜미에 입술을 문지르며 물었다.
“그냥, 너 바빠 보여서.”
“거의 다 끝났으니까 잠깐만 기다려.”
“이러고 있어?”
“이러고 있고 싶어서 온 거 아니었어?”
수혁이가 의자를 앞으로 당기자 내 등허리에 책상 끝이 닿았고 키보드를 치기 위해 뻗어 나온 양팔이 내 옆구리를 건드렸다.
의도한 건 아니었는데 몸 전체가 완전히 수혁이 공간에 갇혔다.
아까와 똑같이 수혁이는 일하는데 기분은 훨씬 좋았다.
“술 아직 덜 깼어?”
“아니.”
“근데 이렇게 애교를 부리는 거야?”
“…애교 부리는 거 아냐.”
“그럼?”
“심심해서 그래, 심심해서.”
“이렇게 있으면 안 심심해?”
말을 하면서도 손은 바쁘게 움직였다. 수혁이가 팔을 움직일 때마다 옆구리가 간질간질했다.
“하아.”
입에서 나른한 한숨이 흘러나왔다. 몸을 마주 대고 있는 것만으로 아래에 피가 몰리는 것 같았다.
“지금 키우지 마, 형. 아직 좀 더 남았으니까.”
“내가 키우는 거 아냐.”
“너무 좋다, 형 그냥 출근 안 하고 맨날 이렇게 있으면 안 돼?”
수혁이가 웃으면서 농담처럼 속삭였다.
여유를 부리는 게 얄미워 살짝 페로몬 풀었지만 수혁이는 여전히 덤덤했다.
수혁인 페로몬 불감증이라 어지간한 페로몬에는 반응하지 않았다. 각인 효과 때문에 어느 정도 느낀다고는 했지만, 섹스할 때 나도 모르게 줄줄 흘리는 게 아니면 냄새를 거의 못 맡았다.
그렇다고 그게 싫으냐 하면 그건 아니었다. 오직 내 페로몬만 겨우 맡을 수 있다고 생각하면 오히려 너무 좋았다.
문득 어느 정도로 풀어야 수혁이가 페로몬을 맡을 수 있는지 궁금해졌다.
섹스할 때는 수혁이 손길에 몸이 달아서 내가 의도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알 수가 없었다. 궁금증 해결을 위해 시험해본다는 기분으로 몸에서 페로몬을 계속 조금씩 흘리면서 수혁이 반응을 살폈다.
몇 번을 더 풀었을까 키보드를 두드리던 수혁이가 몸을 움찔거리더니 손을 멈췄다.
“형은 바보야.”
“뭐? 내가 왜.”
수혁이가 빠르게 마우스를 움직였다. 일할 때와는 다른 템포의 달깍 거리는 소리는 컴퓨터 종료를 위해 움직이는 것 같았다.
“페로몬 풀면 형이 더 흥분하면서.”
수혁이가 의자를 뒤로 쭉 밀더니 내 엉덩이를 감싸 들고 벌떡 일어났다.
“엇.”
허공에 몸이 붕 떠오른 불안감에 수혁이를 꽉 끌어안았다. 성인 남자인데 가볍게 들린 것이 민망했다.
“내려줘.”
“알았어.”
대답만 알았다고 할 뿐 수혁이는 별 힘든 기색도 없이 방까지 움직여 침대 위로 내 몸을 풀썩 떨어트리고 바지와 속옷을 한 번에 벗겨 내렸다.
“페로몬 풀면, 뒤도 이렇게 많이 젖으면서.”
수혁이 손가락으로 엉덩이 사이를 가볍게 문질렀다가 위로 들어 올렸다. 끈적한 액이 손가락 끝에서 길게 흘러내렸다.
“밖에서도 풀고 다니는 거 아니지?”
“아냐, 네가 얼마나 못 맡는지, 궁금, 해서….”
솔직하게 말하자 수혁이가 어금니를 깨물었다. 관능적인 표정에 허리 안쪽이 덜덜 떨렸다. 수혁이가 미간을 찌푸린 채 바지를 아래로 내리자 핏줄까지 달아오른 성기가 퉁 튀어나왔다. 완벽하게 흥분한 증거를 보자 몸에 가벼운 소름이 돋았다.
수혁이가 내 다리를 모아서 위로 들어 올려 한쪽 어깨에 걸쳤다. 얌전하게 모아진 다리와 함께 엉덩이가 위로 들어 올려졌고 드러난 입구에 두꺼운 살덩이가 닿았다.
“이렇게, 바로?”
“원했던 거 아냐?”
대답과 동시에 수혁이 성기가 안쪽을 파고들었다.
“아흣.”
수혁이는 내가 오메가가 돼서 절로 젖어도 늘 구멍을 손가락으로 풀어 줬기 때문에 지금 삽입은 충격적인 느낌을 갖고 왔다.
찌걱 소리를 내며 벌어지는 구멍과 함께 내 몸이 반으로 갈라지는 것 같았다. 시트를 움켜쥐고 숨을 헐떡이는데 수혁이는 내가 익숙해지길 기다리지도 않고 허리를 움직였다.
성기가 뿌리까지 박혔고 고환이 내 엉덩이를 쳤다. 철퍽철퍽, 아래쪽에서 상스럽게 울리는 소리에 아랫배가 지글지글 끓어올랐다.
“하, 깊어, 흣….”
“해달라고 한 거잖아, 형이.”
수혁이가 입술을 짓씹으며 허리를 거칠게 움직였다. 금방이라도 절정에 달할 것 같은 잘생긴 얼굴에 온몸이 열로 달아올랐다.
몸속을 거슬러 올라오는 것 같은 위화감이 쾌감을 생성해서 숨이 막혔다.
“어때? 좋아?”
“아, 으응….”
“동생 좆이 먹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었지, 아주?”
잔뜩 흥분한 목소리가 고막을 긁었다. 온몸의 근육이 수축하며 안쪽에 들어온 성기를 조여댔다. 이런 말을 들어서 흥분하는 취미는 없었는데 몸이 고장이라도 난 것 같았다.
“아냐, 그런, 거….”
“아니긴 뭐가 아냐.”
수혁이가 내 성기 끝을 손가락으로 툭 건드리자 정액이 주르르륵 쏟아졌다. 허무할 정도로 쉽게 달해 버린 절정에 민망함을 느낄 새도 없었다.
“아, 하읏.”
흠칫흠칫 몸을 떨며 절정에 달했음에도 수혁이는 움직임을 멈추지 않았다. 수혁이가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형이 나 흥분 시키려고 페로몬 뿜었다는 거, 엄청 흥분 돼.”
수혁이가 다시 허리를 크게 움직였다. 푸욱, 반쯤 빠져나갔던 성기가 푸욱 소리를 내며 박혔다. 잔뜩 쏟아낸 애액이 수혁이가 움직일 때마다 질금질금 흘러나왔다.
의도한 것인지 아닌지 수혁이 냄새가 진해졌다. 독한 냄새에 세포 하나하나가 곤두서며 반응했다.
“아, 으응, 그만….”
“나 아직 한 번도 안 했는데?”
“흣, 그럼 좀 쉬었다가….”
이기적인 말이라는 건 알지만 지금 계속 하면 내 몸이 이상해질 것 같았다.
“안 돼, 유혹했으면 책임을 져야지, 형이잖아.”
“흐윽…!”
입구까지 빠져 나갔던 성기가 망설임 없이 안쪽에 처박혔다. 꼬리뼈에 고인 흥분이 등줄기를 타고 올라와 정수리에서 터졌다.
눈앞이 반짝반짝하며 온몸이 허공에 떠오른 것 같았다.
“아, 아응, 그만, 너무, 흣….”
눈을 꾹 감고 수혁이한테 붙잡힌 다리를 버둥거리자 수혁이가 내 뺨을 손바닥으로 감쌌다.
“형, 나 봐야지. 얼른.”
채근하는 목소리에 가물가물 거리며 눈을 뜨자 수혁이가 입꼬리를 끌어 올려 웃더니 허리를 퍽퍽 소리가 나도록 흔들었다. 살갗에 소름이 돋았다.
“아흐읏…!”
허리를 뒤로 젖히자 수혁이가 그대로 사정했다. 몸이 파르르 떨리며 정액이 쏟아졌다.
군더더기라고는 하나도 없는 완벽한 절정이었다.
“임신, 시켜 보고 싶다는 생각은 없었는데.”
수혁이가 머리를 쓸어 올리자 격렬한 움직임으로 젖은 이마가 드러났다. 폭력적일 정도로 섹시하게 느껴져서 가슴이 답답했다.
“형이 하는 건 나쁘지 않을 거 같아.”
무슨 말을 한 건가 싶어 조금 전 한 말을 떠올리곤 정신없이 고개를 흔들었다.
“안 돼, 하응, 싫어.”
“싫어? 왜? 동생 애라서?”
심술이라도 부리는 것처럼 수혁이가 허리를 깊게 내리자 안쪽에 쏟아낸 정액이 내장을 적시는 것 같았다.
“아냐, 그런 거… 뺏겨, 애기 생기면 뺏겨.”
수혁이의 눈이 가느다래지면서 나를 빤히 내려다봤다.
그 순간 오히려 말을 뱉은 내가 놀라고 말았다. 임신이 싫은 게 아니라 뺏길 것이 걱정이라니, 이건 아이가 생기면 키우겠다는 말이나 다름없었다.
나도 몰랐던 진심을 들킨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수혁이가 입술을 깨물었다. 안쪽에 박혀 있던 수혁이의 성기가 불끈거렸다.
“내가, 지켜줘야겠네.”
“으응…”
“형도, 혹시 생길 애도―”
“어, 읏?”
커진 것에 놀란 얼굴을 하자 수혁이가 한쪽으로 모아 붙여 놓았던 내 다리를 양쪽으로 벌리며 허리를 숙였다.
콧등이 스치고 입술이 닿았다. 심장이 꽈악 조여들었다.
“오늘, 한번 해보자.”
수혁이가 달콤한 목소리로 속삭였다.
“……?”
“애기.”
“뭐?!”
“생길 때까지 노력해 보자.”
“안 돼, 못 해, 하읏…!”
“형은 멋있으니까, 할 수 있어.”
페로몬이 짙어지면서 내 몸을 짓눌렀다. 체온과 함께 다가오는 무게에 취한 것처럼 수혁이를 마주 안았다.
땀에 젖은 목덜미를 빨면서 수혁이 뒤통수에 손가락을 밀어 넣고 마구 헤집었다.
수혁이가 다시 허리를 흔들자 탄력 있는 매트리스가 불안정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느슨하게 풀어진 구멍 안을 드나들며 깊은 곳을 찔리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몸 속 깊은 곳에 불이 난 것처럼 뜨거워졌다. 단단한 끝으로 깊은 곳을 쑤셔질 때마다 허리가 부서질 것 같았다.
“아… 으읏… 흣….”
목소리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수혁이가 움직일 때마다 충격이 후두부를 관통했고, 숨을 들이쉴 때마다 나를 잡아먹을 것 같은 체향에 눈에서 눈물이 쏟아졌다.
과한 쾌감을 견딜 수가 없어 몸부림치자 수혁이가 내 골반을 움켜쥐고 힘껏 찔러대기 시작했다. 질척질척하게 젖은 내벽이 녹아내릴 것처럼 뜨거웠다.
어제 마셨던 술의 여파가 아직도 있는 걸까 싶으면서도 수혁이가 거칠게 원해주는 게 너무 좋았다.
입술을 짓씹으며 수혁이한테 매달렸다.
“멋있어, 형, 귀여워.”
귓가를 어지럽히는 말과 함께 몸이 수혁이 앞에서 떨어지는 꽃잎처럼 흔들리고 말았다.
4
섹스하다 기절했다. 처음 있는 일은 아니지만 오늘은 너무 격했다. 진짜 몸이 쪼개질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눈만 뜬 채 침대에서 천장을 보고 있는데 수혁이 시선이 느껴졌다.
고개를 돌리자 수혁이가 손바닥으로 배를 문질렀다.
“생겼을까?”
“하지 마….”
격렬했던 정사를 증명하듯 갈라진 목소리가 새어 나왔다. 손을 밀어 내며 몸을 옆으로 돌리려 했지만 수혁이가 막았다.
“생겼을지도.”
“아니거든? 발정기도 아닌데. 그렇게 쉽게 생기겠어?”
“그런가… 그럼 한 번 더 할까?”
말도 안 된다는 듯 대꾸하자 수혁이가 피식 웃으며, 절대 농담으로만은 들리지 않을 말을 뱉었다.
“봐주라, 진짜, 허리에 힘이 하나도 안 들어가. 임신이고 뭐고 내가 먼저 죽을 거 같아.”
수혁이가 이마에 입술을 문질렀다.
“형이 죽으면 안 되지.”
다감한 속삭임에 비싯비싯 웃음이 새어 나왔다.
알파가 아니면 수혁이가 나를 싫어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던 과거의 나에게 멍청하다고 말해주고 싶어졌다.
오메가여도 수혁이가 이렇게나 나를 좋아하는데, 뭐가 그렇게 걱정이었던 걸까.
진짜, 뭐라고 해야 될까 이 기분을―.
아랫배를 어루만지는 수혁이 손등에 손을 가만히 겹쳤다.
5
“근데, 진짜 애가 생겼으면 좋겠어?”
평화로운 표정으로 눈을 감고 있던 형이 갑자기 눈을 동그랗게 뜨고 물었다.
조금 전까지는 내 아래서 엉망으로 흐트러졌던 것과는 다르게 말간 눈동자에 아래가 또 동했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게 형은 여전히 달콤한 냄새를 풍기고 있어서, 할 수 있으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씹어 삼키고 싶었다.
“왜?”
“아니, 그냥 좀 진심 같아서, 나로는 부족해?”
형이 내 얼굴을 정면으로 마주했다. 흔들림 없는 시선 속, 언제나 진심만 드러내는 눈동자 속에 더 깊은 진실이 드러났다. 손으로 만지고 싶은 욕구를 억누르며 고개를 저었다.
“그럴 리가.”
형이 의심스럽다는 시선을 보내며 내 손등을 손톱으로 살짝 긁었다.
몸은 오메간데 여전히 성격은 알파다. 근본도 없는 독점욕, 생기지도 않은 애한테 부리는 질투. 그리고 자신이 그런 마음을 갖고 있는지도 잘 모르는 순수한 소유욕에 웃음이 나왔다.
“뭐야, 왜 웃어.”
“형이 그렇게 나만 생각하는 게 좋아서.”
“……?”
의아한 표정을 짓는 형을 꼭 끌어안고 귓가에 속삭였다.
“행복해.”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