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21화 (82/91)

21

내 개인 짐은 고용인들에 의해 별채로 순식간에 이동했다. 나까지.

나는 수혁이와 엄마가 갇혀 지내던 창살 없는 감옥에 들어왔다.

이튿날부터 1년 같은 하루가 무기력하게 흘러갔다.

그날 얼마동안 기절했었는지 모르기 때문에 별채에 들어온 지 일주일이 됐는지, 열흘이 됐는지, 시간 감각이 희미했다.

식사 때가 되면 음식을 갖다 주는 고용인 말고는 사람을 볼 수가 없었다. 그마저도 나와는 말도 안 하고 음식과 약만 놓고 갈 뿐이었다. 약은 발정기가 오지 않도록 해주는 억제제라고 했다.

아빠는 내가 오메가가 됐다는 걸 공식적으로 발표할 수 없었기 때문에 회사는 휴가 처리했다. 이건 내가 별채로 쫓겨나기 전 아빠한테 직접 들었다.

아빠는 내 문제에 대해서는 추후 결정을 내리겠다는 식이었는데, 오메가는 이 집에 아무 가치가 없었다.

집에서 쫓아낼 수도 있고, 혹시라도 모를 상황을 대비해서 영원히 가둬 둘 수도 있었다. 아니, 이왕이면 집에서 쫓아내 주는 것이 나한테는 좀 더 희망적이다.

집에서 나가면 수혁이라도 볼 수 있을 거니까. 여기에 계속 갇혀 있어야 한다면 그건 정말 최악이다.

회사에서 봤었던 게 마지막이 될지도 모른다고 생각하자 매몰차게 밀어냈던 게 후회됐다. 이런 식으로 들킬 줄 알았다면 수혁이한테 진작 말하는 거였는데, 좀 더 다정하게 해주지 못한 것이 아쉬워 눈물이 나올 것 같았다.

상황이 이렇게 돼 버리자 날이 갈수록 수혁이가 너무 보고 싶어졌다. 내가 갈팡질팡하며 욕심을 부렸기 때문에 얼굴도 보지 못 하게 됐다.

외부에 연락할지도 모른다는 이유로 핸드폰은 빼앗겼기 때문에 연락할 수단도 없었다.

진짜 외부로 연락할 방법이 없는 걸까 싶어 침대에 앉아 멍하니 창밖을 바라봤다. 어두운 밤하늘에는 스크래치가 난 것 같은 초승달이 걸려 있었다.

의욕이 없었기 때문에 별채에 온 뒤로는 침대에서도 잘 안 나갔다. 이곳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병이 걸릴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렸던 강수혁은 내가 오지 않으면 이곳에서 엄마랑 뭘 하면서 시간을 보냈을까.

수혁인 대부분 정원에서 날 기다렸다. 뭘 했냐고 물어보면 책을 읽거나 엄마와 요리를 했다고 했다.

직접 요리를 한다는 게 놀랍고 신기해서 그 말을 들은 다음부터 나는 둘이 요리하는 걸 종종 구경했다.

엄마는 그렇게 요리를 잘하는 사람이 아니었다. 요리 책을 보고 따라 만들었는데, 엄마는 처음 만들 때는 실패했고, 두 번째에 성공하곤 했다. 요리에 필요한 재료는 말하면 본관에서 갖다 준다고 했다.

본관에서 갖다 준다, 문득 떠오른 이 사실에 1층 현관, 신발장 위에 있는 유선 전화가 떠올랐다.

본관에 연락하기 위한 것으로 유선 전화였다. 인터폰이 아니라 유선 전화였기 때문에 외부와도 연락이 될 것이다.

침대에서 벌떡 일어나 1층으로 내려가다 넘어 질 뻔해서 난간을 꽉 붙잡았다.

후들후들 떨리는 다리에 단단히 힘을 줬다. 전화기를 앞에 두고 가볍게 숨을 골랐다. 불을 켜지 않아 어두운 데도 전화기에서 빛이 나는 것 같았다.

수화기를 귀에 대고 전화번호를 빠르게 눌렀다. 수혁이 번호는 당연히 외우고 있었기 때문에 망설일 이유가 없었다.

단조로운 연결음이 한 번씩 울릴 때마다 심장이 꽉 조였다.

급한 마음에 시간도 확인하지 않았기 때문에 지금이 몇 시인지 알 수 없었다. 수혁이가 별채 번호를 알고 있을지는 미지수였다.

엄마가 수혁이한테 이 전화로 연락했을 확률은 적었으니까. 그러면 모르는 번호라고 생각해서 받지 않을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받아, 제발.

눈을 꾹 감고 작게 중얼거리는데 달칵, 소리가 들렸다.

― 여보세요.

낮은 목소리가 들린 것만으로 안도가 밀려왔다.

내가 없으면 수혁이는 못 살 거라고 생각하던 시절이 있던 것 같은데, 지금은 수혁이가 없으면 내가 못 살 것 같다.

“…보고 싶어.”

뻔뻔한 말이 먼저 흘러나갔다. 그렇게 매정하게 뿌리쳤음에도 이 말이 제일 하고 싶었다.

― 형?

수혁이는 걱정이 가득한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나를 찾았던 것 같은 목소리에 감정이 복받쳤다.

“응.”

― 어디야?

“…예전에 네가 있던 별채.”

거짓말할 필요가 없다는 생각에 솔직하게 말하자 수혁이 입에서 무거운 한숨이 흘러나왔다.

― 설마, 갇힌 거야?

“어쩌다 보니―”

― 어쩌다 보니? 그게 무슨 말이야? 거기 왜 갇혀? 형, 혹시 오메가라도 된 거야?

“그럴 리가 없잖아! 갇힌 거 아냐.”

진실을 알면 수혁이한테도 내 가치가 없어질 것 같아서 나도 모르게 소리를 버럭 질렀다.

― …또 나한테 화내는 거야?

서운함이 묻은 목소리는 묘하게 날이 서 있었다.

“아냐, 그게 아니고―”

― 형은 꼭 그렇게 화내 놓고 아니라고 하더라, 보고 싶다고 전화하더니 화내고 이젠 또 아니라고 하고. 도대체 나더러 어떻게 하라는 거야?

수혁이가 내내 생각하고 있던 것처럼 막힘없이 말을 뱉어서 또 눈물이 쏟아졌다.

“그게, 아니라―”

― 갇힌 게 아니라고 했지? 내가 보고 싶으면 형이 와.

내가 갇힌 게 아니라고 했으면서도 수혁이가 이렇게 말하는 게 야속했다. 아무 말도 못 하고 전화를 끊었다.

참고 있던 눈물 때문에 눈앞이 뿌옇게 흐려졌다. 훌쩍훌쩍 울면서 침대 위로 기어 올라가 몸을 웅크렸다.

오메가가 된 것보다, 아빠가 날 여기로 쫓아낸 것보다 수혁이의 냉정한 목소리가 더 서러웠다.

그동안 눌러 놨던 것이 터진 것처럼 감정이 요동을 쳤다. 서럽고 서운하고 섭섭했다.

그렇게 얼마나 울었을까, 원래도 스트레스에 취약했던 몸이 뜨거워지고 있음을 느꼈다.

감기에 걸린 것처럼 머리에서 열이 나고 눈앞이 뿌옇게 흐렸다. 웅크리고 있던 몸을 펴보려고 다리를 움직였다.

“아, 흐….”

발등에 닿는 시트의 감촉이 너무 선뜩해서 괴로웠다. 고작 그것만으로 입고 있던 고무줄 바지를 밀어내며 성기가 팽팽하게 발기했다.

손바닥으로 이마를 문질러 보자 촉촉한 땀이 묻어났고 의식하기 시작하자 호흡이 거칠어졌다.

알파로 돌아갈 수 없다던 주치의 말이 떠오르면서 발정기란 단어가 머릿속을 꽉 메웠다.

어금니를 꽉 깨문 채 보는 사람도 없는데 머리를 흔들었다. 그 반동으로 엉덩이 사이에서 뭔가 흘러나오는 게 느껴졌다.

완전히 오메가가 됐다.

억지로 참아 보려고 베개를 꽉 붙잡았지만 오래가지 않아 성욕 말고는 아무것도 생각할 수가 없었다.

홀린 것처럼 바지 속에 손을 밀어 넣어 성기를 흔들어봤지만, 감질만 날뿐 욕구 해소에는 전혀 도움이 안 됐다.

바지와 팬티를 벗어던지고 몸을 일으켜 침대 헤드에 등을 기대앉은 다음 뭔가에 올라탄 것처럼 무릎을 벌리고 시트에 회음부를 문지르듯 움직였다.

혼자서는 물론이고 수혁이와 몸을 섞은 뒤로도 구멍 자위는 해 본 적이 없었다. 시트에 엉덩이를 좀 더 비비자 음낭과 구멍이 동시에 자극을 받았다. 허리를 앞뒤로 움직이며 성기를 흔들었다.

찌걱찌걱, 앞뒤에서 흘러나온 액이 사타구니를 흠뻑 적셨다.

“아, 으응….”

머릿속으로 수혁이가 빨아주던 것, 쑤셔 주던 것을 떠올리면서 손가락을 아래로 움직이는데 침실 문이 벌컥 열렸다.

이 밤중에 누가 온 건가 싶어 놀라 이불을 재빨리 위로 당기며 고개를 돌리자 문가에 아빠가 서 있었다.

“생각해 봤는데 말이지.”

아빠가 숨을 크게 들이쉬었다. 분명 내 페로몬이 가득할 공기다. 오메가 페로몬을 저렇게 대 놓고 맡으면 발정할 게 분명한데.

불안한 기운이 발끝에서 스멀스멀 피어올랐다.

강유혁도 생각해 봤다고 말하더니 갑자기 나를 덮치려고 했다. 경험상 좋지 않은 상황이라는 걸 바로 직감했다.

성기를 만져 대서 축축해진 손바닥을 이불에 닦고 아빠를 바라봤다.

“오메가 아들이라니.”

뭔가에 홀린 것 같은 얼굴로 아빠가 침대로 다가왔다.

“…아빠?”

조심스럽게 부른 순간 이불을 쥐고 있는 내 팔을 아빠가 확 잡아당겼다. 전부 닦이지 못한 음란한 액이 묻은 손바닥을 아빠가 혀를 내밀어 할짝댔다.

“하지, 마….”

팔을 뒤로 빼자 거기에 끌려 움직이는 것처럼 아빠가 내 위로 올라왔다.

“비켜! 뭐 하는 거야?! 아빠, 미쳤어?!”

페로몬 때문에 미친 게 분명하다는 생각에 버둥거리자 아빠가 내 양 손목을 꽉 움켜쥐고 머리 위로 올렸다.

압도적인 힘의 차이에 입이 떡 벌어졌다. 성욕이 인 알파의 힘은 평소보다 64배 정도 강해진다고 했다. 오메가가 돼 버린 나와는 비교도 안 되게 강한 힘이었다.

아빠가 이불을 치워 버리자 사타구니가 훤히 드러났다.

“혼자 하고 있었나 보네, 가엾게도― 발정기가 온 거지?”

아빠가 내게 몸을 겹치면서 하반신을 밀어붙였다. 딱딱하게 발기한 성기가 무섭게 느껴졌다.

일반적으로 가족 페로몬에는 욕정하지 않는다고 했는데, 이미 근친혼을 반복한 집안이기 때문인지 아빠는 아무렇지도 않게 발기했다.

내가 발정기가 온 걸 어떻게 알았을까, 냄새가 본관까지 뻗어 나갔을 리는 없는데. 설마―

아빠를 바라봤다.

“어떻게, 알았어?”

“아빠니까 알지.”

거짓말이다. 뭔가 했을 것이다. 내가 깨어나기 전에 맞았던 링겔 문제일 수도 있고 여기 와서 먹었던 식사 문제일 수도 있다.

뭐가 됐든 아빠는 오늘 내가 발정하도록 한 게 분명했다.

“아빠, 하지 마, 제발… 이런 거, 시, 싫어….”

“그러고 보면, 너만 아빠라고 부르지.”

아빠가 처음 보는 다정함을 드러냈다. 분명 한번쯤은 바랐던 눈길이었는데 지금은 몸에 달라붙는 것이 끔찍하게 느껴졌다.

그 시선에 숨어 있는 음탕한 기운을 모를 수 없었기 때문에 더 그랬다.

“강지혁, 아빠가 생각해 봤다고 했잖아.”

말투는 다정했지만 표정은 강압적이었다. 무슨 생각을 했다는 걸까.

“알파였는데 오메가로 발현이라니, 그럼 임신을 할 수 있을 거고.”

손이 아래로 내려와 허벅지를 더듬었다. 수혁이의 매끈한 손보다 마디가 굵고 두꺼운 손가락이 더듬을 때마다 뱀이 기어 다니는 것 같아 소름이 돋았다.

“내 유전자가 진해지면 우성이 나올지도 모르잖아.”

“싫어!”

가만히 있으면 숨통이 조일 것 같아 아빠의 가슴팍을 밀어내는데 아빠가 내 손목을 좀 더 세게 결박했다.

“강지혁, 착한 아들 노릇 해야지.”

입은 움직이지 않았지만 ‘늘 그랬던 것처럼.’ 이라고 말하는 것 같아 숨이 막혔다. 억지로 뭍에 올라온 고기처럼 입만 벙긋거렸다. 벌어지고 있는 상황이 너무 비현실적이라 현실감이 없었다.

혹시 내가 아직 꿈을 꾸고 있는 게 아닐까.

멍청한 생각이 착각이라는 걸 알려주듯 아빠의 손가락이 다리를 벌리고 들어와 엉덩이 사이를 더듬었다.

애액이 흘러나온 구멍이 촉촉하게 젖어서 빠끔빠끔 움직였다.

“진짜 젖었잖아?”

수치스러움에 온몸이 터져 버릴 것 같았다.

“강지혁.”

아빠의 손가락이 안쪽을 파고들었다. 이미 젖어 있었기 때문에 구멍은 쉽게 벌어졌고, 벌어진 구멍은 손가락을 빨아들이는 것 같았다.

“재밌네, 다리 더 벌려봐.”

귓가에 뜨거운 숨결이 닿았다.

“처음일 테니까 아빠가 귀여워해 줄게.”

“싫어, 아빠, 제발….”

지금이라면 아직 괜찮을 거라 생각해 고개를 저으며 거부하자 아빠가 짧게 소리 내어 웃었다.

“아빠, 아빠 하다가 여보, 여보 할 수도 있나?”

아빠가 피식 웃으면서 말 같지도 않은 소리를 지껄였다.

“하지 마, 진짜… 나, 아들이라고, 흑….”

지금 상황을 믿을 수가 없어서 애걸했지만 다리 사이를 파고든 손가락은 물러날 기미가 안 보였다.

“아들인데 오메가지. 원래 알파였고, 내 피를 이어받았으니 우성 알파를 낳을 가능성도 높고.”

“아냐, 아니라고!”

도대체 무슨 셈법인지 알 수가 없어 고개를 저었지만 오히려 손가락이 더 깊이 파고들었다.

붙잡힌 손목이 더 강하게 압박됐다.

“너 해 본 적 있구나.”

아무리 애액이 나왔다지만 손가락 하나가 수월하게 삽입되는 것을 눈치챈 아빠가 눈을 번득이며 나를 노려봤다.

해본 적 있고 그 상대가 수혁이라고는 말할 수가 없어 눈을 질끈 감았다.

아빠가 또 작게 웃었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내 상대를 추궁할 생각은 없어 보였다.

“그래서 변한 건가.”

작게 중얼거리더니 아빠가 손가락을 쑥 빼냈다. 강한 이물감이 사라진 것에 안도하는 것도 잠시, 부스럭거리는 소리와 함께 다리 사이에 뜨거운 것이 닿았다.

“악! 하지 마, 싫어!”

놀란 정신을 부여잡고 다리를 버둥거리자 아빠가 내 뺨을 철썩 소리가 나도록 때렸다. 강하게 후려쳐진 탓에 골이 징징 울렸다.

이런 식으로 맞은 건 처음이라 머리가 핑 돌고 눈물이 쏟아졌다.

아빠는 나를 훈육하기 위해 손찌검을 할 정도의 애정을 가진 사람이 아니었고, 나는 크게 문제를 일으키고 다니는 사람이 아니었기 때문에 맞을 일이 없었다.

처음 당해본 매질에 정신을 차릴 수가 없어 눈을 깜박이는데 아빠가 손바닥으로 뺨을 문질렀다.

“강지혁.”

달래주는 것 같은 손길인데도 심장이 발발 떨렸다.

무섭다, 벗어나고 싶다, 도망치고 싶다, 누가 좀 도와줘.

“네가 지금 할 수 있는 최선의 일이야. 오메가가 돼서 다른 알파랑 결혼해 봐야 우성 알파가 나올 확률이 몇이나 되겠어? 그럴 바엔 조금이라도 가능성이 높은 아빠 애를 배는 게 낫지.”

달래주는 것처럼 말하는 아빠의 목소리가 악마의 속삭임처럼 느껴졌다. 아들에게 자신의 아들을 낳으라는 미친 소리에 눈앞이 빙빙 돌았다.

아빠가 내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꾹 누르며 페로몬을 풀었다. 흥분을 유도하기 위해 뿜어낸 페로몬이 분명했지만 오히려 구역질이 올라왔다.

위액이 넘어 올 것처럼 헛구역질하자 아빠가 혀 차는 소리가 들렸다.

진짜 거지 같은 인생이다. 알파로 태어났지만 제대로 대우 한번 못 받다가 이젠 오메가가 돼서 아빠 애를 가져야 한다니.

“강지혁, 자꾸 그러면 입에 먼저 물릴 거야.”

입에 뭘 물린다는 건지 알아들어서 입을 딱 다물었다. 구역질이 올라오는 걸 억지로 삼키자 아빠가 내 다리를 넓게 벌렸다.

허벅지 안쪽을 주무르다 한껏 발기한 성기를 엉덩이 사이에 댔다.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아빠 몸통이 내 다리 사이에 들어와 있어서 그것도 쉽지 않았다.

한 대 맞은 것 때문에 폭력에 대한 두려움이 커졌고 머리를 휘젓는 페로몬 때문에 속도 안 좋았다.

“착하다.”

아빠가 끈적한 목소리로 말하며 성기를 엉덩이골에 비볐다. 애액으로 기둥을 적시듯 움직이는 걸 더는 볼 수가 없어 눈을 꾹 감았다.

제발, 진짜, 싫어, 살려줘, 수혁아―.

무능력하게 당하는 이 상황을 제일 보여주고 싶지 않은데도 나를 구해줬으면 하는 유일한 사람 이름을 속으로 불렀다.

똑똑.

나무문을 두드리는 소리에 놀라 눈을 번쩍 뜨자 수혁이가 미간을 찌푸린 채 짜증스러운 표정으로 아빠를 보고 있는 게 보였다.

조금 전까지 속으로 이름을 부르고 있었음에도 믿을 수가 없었다.

한 시간 전쯤 전화했을 때는 화가 난 것 같았는데, 지금 뭐가 어떻게 된 거지?

“뭐 하는 거야?”

수혁이가 험한 욕을 입에 담을 것 같은 얼굴로 성큼성큼 걸어왔다.

“번지수 잘못 찾은 거 아냐? 거기 내 구멍인데.”

아빠는 너무 놀라서 할 말을 잊은 것처럼 보였다.

“유령이라도 본 얼굴이네, 집에 올 수도 있지, 뭘 그런 얼굴이야?”

수혁이가 손가락으로 턱을 매만지더니 “아, 인사를 해야 하는 건가.”라고 중얼거렸다.

“안녕, 아빠. 오랜만.”

아빠라는 단어가 수혁이 입에서 나오는 게 어색했다. 나만 그런 것이 아닌지 아빠의 얼굴도 작게 일그러졌다.

“아슬아슬했네, 진짜.”

엉덩이 사이에 닿아 있는 성기를 보며 중얼거린 수혁이가 내 어깨를 붙잡아 당겨 일으키더니 아빠한테서 떨어트렸다.

“형은, 정말 경계심이 없어.”

수혁이가 내 얼굴을 살펴보다 부어오른 뺨을 손끝으로 건드렸다.

“맞은 거야?”

내가 너무 한심해서 아무 말도 할 수가 없었다. 울고 싶지 않았는데 눈물이 주룩 흘러나왔다.

오메가가 돼버려서 마음도 약해진 건가? 아니다, 나는 언제나 수혁이 앞에서는 약했다.

“이렇게 울 거면서.”

수혁이가 내 눈가를 손으로 문질렀다. 그 손길에 안도한 몸에서 서서히 긴장이 풀렸다.

“네가 여길 왜 온 거냐? 집에서 나갈 때 약속한 거 잊었어?”

이제야 정신을 차린 것인지 아빠가 수혁이 어깨를 붙잡아 돌려 자신을 보게 했다.

“두고 간 게 있어서 찾으러 왔을 뿐이야.”

수혁이가 고개를 돌려 날 바라봤다.

“…미친놈들, 강지혁한테 한 게 너냐?”

“그걸 아빠 입으로 들으니까 되게 웃기네, 조금 전까지 여기 넣으려고 했던 주제에.”

수혁이가 손가락으로 엉덩이 입구를 꾹 눌렀다 떼더니 손가락에 묻은 액을 봤다.

“진짜, 오메가가 된 모양이네.”

그토록 숨기고 싶었는데 완전히 들키고 말았다는 생각에 이불을 끌어 올려 다리 사이를 가렸다.

“근데 이거 아빠 것도 같이 묻어있는 건가.”

수혁이가 코끝에 손가락을 대고 냄새를 맡았다.

“짜증나네.”

“당장 꺼지지 못해?”

아빠가 페로몬을 풀어대면서 수혁이를 때리려고 손을 높게 올렸다. 허공을 가르고 떨어질 손바닥이 곧 철썩 소리를 낼 것이라 생각했는데 수혁이가 아빠의 팔을 잡았다.

아빠가 속이 울렁거릴 정도로 강하게 페로몬을 풀어냈는데 수혁이는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다.

공격이 막힌 것에 당황한 아빠를 수혁이가 걷어찼다. 쿵 소리가 나며 아빠의 몸이 침대 아래로 떨어졌다.

“지금 페로몬 푼 거 맞지?”

수혁이가 내게 물어서 고개를 끄덕였다.

“까불지 마, 아빠. 나한테 그딴 페로몬은 안 먹히니까.”

오메가가 우성 알파의 페로몬을 버틸 수 있을 리가 없는데 이상했다.

수혁이는 얼이 빠져 있는 아빠 앞으로 걸어가더니 쪼그리고 앉아 눈높이를 맞췄다. 아빠는 완전히 넋이 나간 것 같았다. 내 평생 아빠의 저런 얼굴은 처음 봤다.

“아들이 무슨 병이 있는지도 모르는 게 무슨 아빠야? 아, 엄마가 말해준 적 없나? 나 페로몬 불감증이라고.”

상상도 못 한 말에 내 눈이 커졌고, 아빠의 입이 벌어졌다.

페로몬 불감증이라는 건 처음 들어봤지만, 이름만 들어도 무슨 병인지 알 수 있었다. 쉽게 말해서 수혁이는 페로몬을 느끼지 못한다는 말이다.

그러고 보면 수혁이는 몸을 섞을 때도 나한테 냄새가 좋다거나, 냄새가 난다는 말을 한 적이 없었다.

“이런 사람이랑 내가 닮았다고? 진짜 짜증나는 얼굴―”

수혁이가 목에 매고 있던 넥타이를 풀어서 아빠의 손목에 넥타이를 칭칭 감았다.

“뭐 하는 짓이야?!”

아빠가 손을 움직여 거부했지만 페로몬이 통하지 않는 젊은 수혁이에게 힘으로 이길 수가 없었다.

수혁이는 아빠가 나한테 했던 것처럼 양 손목을 붙잡아 넥타이로 묶고 그 넥타이를 침대 아래 다리에 묶었다.

아빠는 침대 끝에 억지로 주저앉혀졌다. 말 안 듣는 애완견이 벌을 받는 것 같은 모습이었다.

“그래도― 낳아준 정이 있으니까 보여줄게. 방금까지 형 안에 넣고 싶어 했지? 여기저기 쑤시고 다녔던 걸 아들한테까지 넣으려고 하다니, 진짜 양심도 없어.”

수혁이가 버릇없이 아빠의 뺨을 툭툭 건드리더니 나를 돌아봤다.

“무, 무슨 소리야.”

불길한 기분이 들어 몸을 잔뜩 움츠렸다.

“화났으니까, 이 정도는 형이 참아야 해.”

“…뭐?”

수혁이는 단호한 손길로 이불을 빼앗더니 바닥에 던져 버렸다. 훤히 드러난 하반신이 부끄러워 손을 아래로 내리자 수혁이한테 발목을 붙잡혔다.

“오메가가 됐으면 나한테 먼저 왔어야지, 형.”

수혁이가 다리를 벌리고 관찰하는 것처럼 엉덩이 사이를 뚫어지게 바라봤다.

“내가 이렇게 만든 거잖아, 내가 만든 몸인데 어딜 돌아다닌 거야.”

“수혁아….”

“그러니까 형, 오늘은 다정하게 안 해줄 거야.”

물씬 풍겨온 페로몬에 입을 딱 다물었다.

내가 알파라는 생각에 빠져 있어서 내내 색안경을 끼고 있었다.

수혁이 페로몬은 단순한 오메가 페로몬이 아니다. 아빠 페로몬을 맡았을 때는 구역질이 올라왔는데 수혁이 페로몬에는 엉덩이가 발씬거렸다.

오메가가 발정하게 하는 페로몬, 알파 페로몬이었다.

“형한테만 알려주고 싶었는데.”

수혁이가 아빠를 흘긋 쳐다보더니 느긋하게 침대 위로 올라왔다.

“너, 이 냄새, 설마….”

아빠의 얼굴이 또 한 번 믿을 수 없다는 듯이 일그러졌다.

“거기서 구경이나 해, 알파 아들이 오메가 아들을 어떻게 안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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