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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 갖다 줄까?”
“으, 응.”
갈라진 목소리로 대답하자 수혁이가 냉장고로 걸어갔다. 몸을 대강 일으켜 수혁이가 건넨 생수를 마시다가 물끄러미 바라봤다.
작은 집은 시야를 크게 움직이지 않아도 수혁이의 모습이 다 보였다.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탄탄한 몸은 완벽한 남성의 것이었다. 꽉 조여든 상반신 근육을 보면서 입술을 깨물었다.
만약 수혁이가 알파였다면, 우린 어떻게 됐을까.
수혁이가 허리를 숙이는 바람에 엉덩이가 고스란히 드러났다. 근육이 솟아오른 탄력 있는 엉덩이는 내 엉덩이보다 훨씬 뽀송해보였다.
오메가는 흥분하면 애액을 쏟는 거 아니었나?
수혁이는 페로몬은 많이 흘리는 편인데, 애액은 별로 안 나오는 편인가? 왜 저렇게 깨끗해? 아니면, 설마….
“수혁아, 나랑 하는 거 좋아?”
“당연하지, 형은 싫어?”
새삼스럽게 그런 걸 왜 물어보냐는 눈빛에 눈알을 크게 굴렸다.
“너 잘 못 느끼는 건가 싶어서.”
“그게 무슨 소리야?”
“오메가는 그, 원래 애액이 나오지 않나?”
“아, 나는 원래 좀 안 나오는 편이야.”
수혁이는 대수롭지 않은 일이라는 것처럼 대꾸했지만 아무리 그래도 이상했다.
앞은 그렇게 매번 터질 것처럼 발기하는데 뒤에서는 왜 애액이 안 나와?
수혁이는 나한테 엉덩이 사이를 일부러 못 건드리게 하는 것처럼 펠라도 거의 안 시켰다.
단순히 오메가 콤플렉스 같은 거라고 생각했는데 그게 아니었나?
문득 떠오른 물음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형, 왜? 나랑 이러는 거 싫어?”
아니, 그건 아니다. 수혁이랑 섹스는 이제 내 라이프 사이클에 완전히 들어와 버렸으니까. 하지만 계속 이렇게 해도 되는 것인지는 늘 걱정이 됐다.
우리가 형제인 건 둘째친다. 어차피 미친 강씨 집안에서는 흔해 빠진 근친이다.
알파인 내가 아래 깔리는 게 걸린다. 수혁인 내가 안길 때도 멋있다고 했지만, 아무리 봐도 그건 아니잖아.
수혁이도 제대로 느끼고 있는 게 아니면, 역시 알파와 오메가 섹스는 정해진 대로 해야 하는 거 아닐까?
게다가 나는 아직 앞은 한 번도 안 써봤다. 오메가 동생한테 처녀 잃은 동정이라니, 따지고 보니 너무 비정상처럼 느껴졌다.
“아냐, 좋아, 좋은데. 내가 그… 해 보면 안 돼?”
하반신을 가리고 있는 이불을 꽉 잡고 수혁이를 올려다봤다.
“형이? 왜? 뒤로 잘 느끼잖아.”
“아니, 그렇긴 한데….”
수혁이는 전혀 이해할 수 없다는 얼굴로 침대 끝에 걸터앉았다.
“걱정하지 마, 형은 누가 봐도 엄청 알파다우니까. 아무한테 말 안 했고 안 할 거야.”
‘형이 오메가처럼 뒤로 느낀다는 건.’
수혁이가 생략한 뒷말이 절로 떠올라 입을 다물었다. 비밀로 하면 괜찮은 거, 맞나? 아니, 근데 수혁인 별로 못 느끼는 거 아닌가?
“너도 좋은 거, 진짜 맞아?”
“안 좋으면 이렇게 설 리가 없지.”
수혁이 다리를 살짝 벌려 반쯤 일어선 성기를 드러냈다. 조금 전에 했는데 언제 발기한 것인지 알 수 없었다.
말간 액이 묻어 반질거리는 귀두를 가만히 바라봤다. 늘 감탄할 정도로 놀라운 성욕이다.
눈알을 빙빙 굴리자 수혁이가 내 앞머리를 쓸어 넘겼다.
“그리고 형이 나한테 넣으면 앞으로 결혼할 사람한테 미안하지.”
“어?”
“동생한테 넣었던 자지로 임신시키려는 거잖아.”
“그런 말이, 어디 있어….”
“그리고 형, 나는 형이 알파인데 내 아래 깔리는 게 좋아.”
수혁이 내 몸을 덮치듯이 올라탔다. 나는 힘이 쭉 빠졌는데 수혁이가 자연스럽게 하반신을 비벼 대며 성기를 더 키웠다.
“오메가여도 내가 남자라는 걸 느낄 수 해주는 건 형뿐이야.”
심장이 쿵쿵 뛰었다. 내가 여전히 수혁이를 안심시켜 줄 수 있다는 사실에 작은 안도가 밀려왔다.
“한 번 더 할까?”
“힘들어.”
“그럼 형은 가만히 있어, 내가 알아서 할게.”
수혁이 제 몸 위로 날 잡아 당기더니 양손으로 엉덩이를 잡아 벌렸다.
“읏, 하지, 마.”
뭉툭한 살덩이가 푸욱 처박혔다. 이미 수혁이가 잔뜩 싸놓은 정액 때문에 성기가 너무 쉽게 밀려들어 왔다.
“하지 마?”
수혁이 허리를 툭툭 쳐올렸다.
“그럼 나보다 늦게 싸면, 형이 나한테 해도 좋아.”
엄청난 걸 양보하는 것처럼 수혁이가 으스댔다.
말투는 어린애 같은데 허리 아래는 변태 같았다.
“근데 나보다 먼저 싸면 내가 하고 싶은 만큼 할 거야.”
수혁이가 성기를 움직일 때마다 안쪽이 흠뻑 젖어서 미끌거리는 게 느껴졌다. 분명 저절로 젖는 기관이 아닌데 수혁이의 굵은 성기가 드나든 것에 위화감을 느끼기는커녕 너무 좋아서 녹아버릴 것 같았다.
대답하지 않았지만 나는 수혁이와의 내기에서 내가 질 거라는 걸 이미 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