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2화 (73/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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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술이 떨어졌을 땐 몸이 침대 위로 떨어진 다음이었다.

‘패치 계속 붙이고 다녔어?’

셔츠 단추를 풀자 드러난 가슴팍을 보며 수혁이가 웃었다.

‘네가 붙여 놓은, 거 아냐.’

‘그런 생각은 안 했는데, 설마 떨어져 있는 동안 형이 목욕도 안 했을 리 없잖아.’

제 발 저린 기분이 들어 입술을 깨물었다.

‘그때 빨아서 부푼 게 가라 앉지 않았을 리도 없고.’

‘아냐, 네가 너무 세게 빨아서―’

서둘러 변명하자 수혁이가 손톱을 세워 패치 끝을 붙잡더니 확 잡아 당겼다.

‘히윽…!’

홧홧한 자극이 퍼지면서 유두가 다 얼얼했다. 손바닥으로 패치를 뜯어낸 가슴을 가린 채 수혁이를 노려봤다.

‘거짓말 하니까 그렇지, 솔직히 말해줘, 형.’

‘뭘.’

‘혼자 젖꼭지 만졌어?’

들켰다. 아니, 들킨 게 아니라 알아주길 바란 건지도 모르겠다.

하루 지난 다음 패치를 뜯었을 때 수혁이가 물고 빨던 감촉은 사라지지 않았다. 나도 모르게 습관처럼 매일 밤 손가락으로 쪼물락 거렸더니, 셔츠만 스쳐도 느껴버릴 정도가 돼버렸다.

이러면 안 된다고 생각하면서도 근 한 달 내내 만져댄 결과였다.

‘얼마나 만지면 이렇게 부풀어? 여기도 좀 봉긋해진 거 같아.’

가슴팍에 있지도 않은 살을 잔뜩 끌어 모은 수혁이가 혀를 내밀어 유두를 츕츕 할짝였다.

내가 손으로 만지던 것보다 몇 배는 짜릿한 감각에 목이 뒤로 넘어갔다.

반대쪽에 붙어 있는 패치는 아프지 않도록 살살 뜯어낸 뒤 수혁이가 상처를 핥는 것처럼 혓바닥으로 핥았다.

야릇한 성감이 몸에 번지면서 꼬리뼈에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흥분이 고였다.

나도 수혁이도 맨 정신이다. 발정기 핑계를 댈 수도 없는데 몸을 겹치려고 했다.

미친 집안 핏줄을 이어 받은 우리도 결국에 정상은 아닌 걸까.

강한 쾌감을 느끼고 싶어진 몸이 안달이 났다.

달아오른 몸을 공물을 바치는 것처럼 내놓자, 수혁인 서두르는 기색도 없이 자신의 사냥감을 즐기는 육식동물처럼 느긋하게 내 안을 파고들었다.

이러려고 찾아온 건 아니었는데.

꼭 이게 목적이 된 것 같은 기분이 들었지만 내 몸을 만지는 수혁이 손길이 너무 다정하고, 또 애틋해서 완전히 녹아버리고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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