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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혁이가 알려준 주소지는 저택과는 비교도 안 되는 작은 아파트였다. 현관이 길게 늘어서 있는 복도식 아파트 10층, 묵직한 철문 앞에서 서성거렸다.
이유가 어떻든 간에 나는 수혁이가 보고 싶었고, 수혁이는 나한테 보고 싶으면 오라고 했으니까 내가 잘못한 것은 하나도 없다.
이런 생각을 하며 왔는데 선뜻 벨을 누를 용기가 안 생겼다. 막상 얼굴을 마주치면 무슨 말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어서 고민이 됐다.
왜 나한테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그렇게 갑자기 집에서 나간 거냐고 따져야 할지, 그냥 원래 다 알고 있었던 것처럼 태연하게 굴면서 얼굴 보러 왔다고 해야 할지 망설여져서 쉽게 벨을 누르지 못 했다.
초인종에 손가락을 뻗었다가 내리기를 몇 번이나 반복하는데 아파트 엘리베이터가 멈추는 소리가 들렸다.
동네 사람들이 괜히 수상하게 여기면 안 된다 싶어 초인종을 꾹 눌렀다.
등 떠밀리듯 초인종을 누르고 문을 뚫어지게 노려봤다.
‘형…?’
문이 열리고 들렸어야 할 목소리가 내 오른쪽에서 들렸다. 고개를 천천히 돌려보자 수혁이가 복도 끝에 서 있었다.
수혁이는 꿈이라도 꾸는 것 같은 표정을 짓더니 뛰다시피 다가와 날 꽉 끌어안았다.
‘형, 안 올 줄 알았어.’
‘…내가 왜.’
‘그냥, 그날 내가 너무 심하게 한 것도 있으니까. 형이 나 안 보고 싶어 할 줄 알았어.’
무서웠다는 듯 작게 속삭이는 목소리에 심장이 쿵쿵 뛰었다.
수혁이가 날 보고 싶어 하지 않았던 게 아니라는 사실에 발밑에는 우월감이 감돌았다.
역시, 강수혁은 처음 날 만난 순간부터 지금까지 나 밖에 모르는 내 동생이었다.
‘…합의하에, 한 거잖아.’
용서해준다는 듯, 배포 넓은 사람인 척 대꾸하자 수혁이가 웃는 소리가 들렸다.
어깨를 들썩이던 수혁이가 나를 품에서 놓아주고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그럼, 나 보고 싶었어?’
기대에 가득 찬 시선에 나도 모르게 웃음이 나왔다. 혼자 고민했던 게 바보 같이 느껴졌다.
수혁이는 나한테 오라고 했고, 나는 만나고 싶었고, 그래서 내가 왔고 우리는 만났다.
심각할 건 아무것도 없었다.
‘…응.’
‘나도 형 보고 싶었어.’
‘수혁, 아….’
열기가 느껴지는 시선을 모른척하지 못 하고 목소리가 떨렸다.
‘키스해도 돼?’
‘어?’
‘반갑다는 의미의 키스.’
‘아니, 그런 키스가 어디―’
형제끼리 키스하며 인사하는 건 한국 사회에서는 없는 일이었다.
무슨 소리냐고 하려는데 수혁이가 양손으로 내 뺨을 감싸고 턱을 들어 올려 시선을 맞췄다. 이제 수혁인 나보다 한 뼘이나 더 컸다.
오메가인데 왜 이렇게 큰 걸까.
‘진하게 해도 돼? 혀도 넣고?’
난 된다고 대답하지도 않았는데 수혁이가 멋대로 진도를 나갔다.
‘안 돼?’
기대를 잔뜩 담은, 형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을 거라는 눈동자가 초롱초롱했다.
어린 날이 생각나는 눈빛에 머릿속으로는 안 된다는 걸 알면서도 내 입에서는 멍청한 소리가 새어 나갔다.
‘돼….’
입술이 닿았다. 더 깊게 닿고 싶어 발꿈치를 살짝 들어 올리자 수혁이가 목줄기를 쓸어내리며 혀를 섞었다.
띠리릭, 철컥.
아파트 현관 도어락이 풀리는 소리에 온몸에 긴장이 퍼졌다.
그저 문을 연 것뿐인데, 열면 안 되는 상자를 여는 것 같은 기분이 들어 키스에 더 집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