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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정기가 끝난 수혁인 메모에 주소만 덜렁 남겨 놓고 집에서 나갔다.
오메가 발정기는 평균 일주일로 알고 있었지만 수혁이는 급성이었기 때문에 성욕이 채워지자 몸이 가라앉은 것이라고, 그래서 내게는 더 볼 일이 없어진 것이라고 생각했다.
보고 싶어지면 오라니, 저는 나를 보고 싶어 하지 않을 것이라고 돌려 말한 것 같아 속이 상했다.
도와 달라고 해서 나는 크게 마음먹고 다리까지 벌렸는데, 너무 하잖아, 진짜.
네가 나를 보러 오지 않으면 나도 안 갈 거야.
내 마음 속에 유치한 오기가 싹텄다.
사실 이때까지만 해도 나는 전혀 몰랐다.
엄마가 돌아가신 다음 수혁이가 계속 집에서 나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는 걸, 엄마라는 매개체가 없기 때문에 아빠가 수혁이를 미련 없이 내보낼 수 있었다는 걸.
어디 가서 세연 강씨라는 말만 안 하고, 절대로 눈에 띠지 않겠다는 조건으로 수혁이는 집을 나갔다.
나만 모르고 있었다.
애써 아무렇지 않은 척했지만 사실은 배신, 당했다고 느꼈다. 어쩌면 버림받았다고 여겼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도 수혁이가 남겨 놓은 주소를 버릴 수 없었다.
그렇게 수혁이가 집에서 나간 지 한 달, 나는 아빠가 말했던 여자와 선을 봤다.
음식이 어떤 맛이었는지 어떤 대화를 했는지, 그런 건 아무것도 기억나지 않았다.
그냥 시간을 때우는 느낌으로 자리를 지켰고, 내 분위기를 여자도 느낀 것인지 식사만 하고 일어났다.
시종 어색했던 자리는 바로 끝이 났다.
생각보다 훨씬 빠르게 종료된 만남 후, 집에 가봐야 좋은 소리를 듣지 못 할 것이 훤히 예상됐기 때문에 우울해졌다. 맞선 결과를 들은 아빠가 실망스럽다는 시선으로 날 볼 것이 눈에 선했다.
미뤄봤자 좋을 게 없다는 걸 알면서도 피하고 싶었다.
데리러 왔던 운전기사를 돌려보내고 몇 번의 망설임과 고민 끝에 수혁이가 알려 준 주소지로 향했다.
내 발로 찾아가는 게 지는 느낌이 들었지만, 그래도 수혁이를 만나고 싶었다.
한심하다는 시선이 아니라 여전히 선망의 대상으로, 나를 대단하다는 듯이 봐줄 수혁이가 보고 싶었다.
‘형, 멋있어.’
나를 안으면서 수혁이가 했던 달콤한 말이 귓가에 맴돌았다.
그건 마약과도 같아서 고작 이틀 만에 그 열기 가득한 목소리에 중독된 게 분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