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9화 (70/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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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근해야 해서 새벽에 가까운 아침에 눈을 떴을 땐 침대가 싸늘했다.

이틀 내내 나한테 달라붙어 있던 체온이 없는 것에 허전해서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벽에 걸린 시계를 보자 본관에 들러서 옷을 갈아입고 출근할 시간은 충분했다.

침대에서 내려오기 위해 움직이자 덮고 있던 이불이 아래로 흘러내리면서 몸이 드러났다. 수혁이가 다 닦아 놓은 것인지 몸은 깨끗했다.

허리를 가볍게 두드리며 방을 빙 둘러본 순간 나도 모르게 마른 침을 꿀꺽 삼켰다.

원래 물건이 많은 방이 아니었지만 평소보다 방이 더 휑했다. 직감적으로 수혁이가 이곳에 없다는 걸 알았다.

벽 한쪽에 있는 테이블 위에 옷과 메모가 눈에 들어왔다.

[내가 보고 싶어지면 와, 형]

메모를 못 본 척하며 옷을 입기 위해 거울 앞에 섰다가 비명을 지를 뻔해서 입을 꾹 다물었다.

다른 흔적은 남지 않았지만 유두에는 살색 테이프가 붙어있었다.

니플 패치라는 건 알았지만 내가 이걸 쓸 거라고는 생각해 본 적이 없었기에 부끄러움이 몸 전체에 감돌았다.

유두를 가리고 있는 패치를 손톱으로 확 잡아 뜯으려다 손바닥으로 꾹 눌렀다.

옷을 벗지 않으면 아무도 모를 일이니까, 아직 부풀었을 게 분명하니까 벌써 뜯을 필요는 없었다.

옷을 입고 수혁이가 남기고 간 메모를 접어서 바지에 쑤셔 박고 별채 밖으로 나왔다.

지난 이틀이 꿈이었던 것처럼 너무도 허무한 아침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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