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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어, 응?’
물속에 가라 앉아 있었다가 억지로 끌어올려진 기분으로 퍼뜩 정신을 차렸다.
‘피곤해?’
‘아니, 왜?’
‘하기 싫어? 형 퍼즐 잘 맞추는데 계속 그거만 쥐고 있네, 그렇게 어려워? 어딘지 못 찾겠어?’
별채 거실에서 수혁이가 사뒀다는 2400 피스 짜리 퍼즐을 맞추고 있었는데, 체감상 거의 30분째 같은 조각만 만지작거리고 있었다.
‘아냐, 그런 거.’
집중하는 척하며 퍼즐 판을 내려다보자 수혁이가 고개를 삐딱하게 기울였다.
‘…강유혁 때문에 그래?’
강유혁이 집에 온 다음부터 돌아가는 집안 분위기를 예민하고 눈치 빠른 수혁이가 모를 리 없었다.
‘아냐, 그런 거.’
‘그럼 왜 그래?’
수혁이가 손에 쥐고 있던 퍼즐 조각을 내려놓게 하고는 내 얼굴을 빤히 바라봤다. 집요하게 달라붙는 시선과 붙잡은 손에서 압박감이 느껴졌다.
대답하지 않으면 놓아주지도 않을 것이고 쳐다보는 것도 멈추지 않을 것이 분명했다.
‘아빠가 선 보라고, 사진을 갑자기 보여줬는데 좀 당황스러워서 머리가 정리가 안 되네.’
‘…선?’
‘어, 언젠가 볼 줄은 알았지만 너무 빠른 거 같아서 좀 놀랐어.’
최대한 담담하게 별일 아닌 것처럼 말했지만 수혁이 표정은 나보다 훨씬 심각해졌다.
‘그냥 빠른 정도가 아니잖아.’
‘손자가 빨리 보고 싶은가 봐.’
일부러 우성 알파라는 단어를 빼고 아무렇지도 않게 말하려고 했는데 입술 끝이 일그러졌다.
‘그럼, 형 결혼한다는 거네?’
‘…아마도, 그렇게 되겠지. 사업에 연관 있는 여자라고 하더라.’
‘흐음.’
수혁인 뭔가 골똘히 생각하는 표정을 지었지만 더 길게 말하지는 않았다.
당장 내일 모레 선을 봐야 할지도 모른다.
그 사실 하나만으로 일이고 뭐고 아무것도 손에 잡히지 않아서 그 주 주말은 수혁이랑 별채에서 시간을 보내기로 마음먹었다.
토요일 오전, 늦은 점심을 먹고 별채에 들렀는데 문을 연 순간부터 달콤한 냄새가 코를 찔렀다.
수혁이한테서 늘 나는 냄새였는데 평소보다 훨씬 진했고 강했다.
별채 전체에 퍼져 있는 냄새가 수혁이 페로몬이고, 이렇게 진한 냄새를 풍긴다는 건 발정기가 왔다는 말이 된다.
열었던 문 안으로 들어가지 못하고 뒷걸음치다 불현 듯 걱정이 떠올랐다.
억제제를 먹었는데 이 정도 냄새를 풍기는 것도 문제였고, 억제제를 먹지 못 해서 이런 냄새를 풍긴다면 더 문제였다.
수혁이 페로몬은 불안정했기 때문에 발정기를 앓다가 죽을지도 모를 일이었다. 그렇게 생각하자 고민하고 있을 틈이 없었다.
문을 닫고 코를 막은 채 안으로 뛰어 들어갔다. 수혁이 방문을 열자 아니나 다를까 수혁이가 머리끝까지 이불을 뒤집어 쓴 채 침대 위에서 웅크리고 있었다.
‘수혁아.’
이불을 잡아당기자 식은땀을 흘려 벌게진 얼굴로 수혁이가 날 바라봤다. 초점이 안 맞는지 연신 깜박거리는 눈꺼풀 때문에 젖은 속눈썹이 흔들렸다.
‘하아, 형….’
‘너, 어떻게 된 거야? 약 안 먹었어?’
‘먹었는데, 하아… 진정이 안 돼.’
억제제 부작용인가?
간혹 그런 경우가 있다고 듣긴 했지만 나로서는 성인 오메가 몸이 어떤지 정확히 알 수가 없었다.
그보다는 금방이라도 이성을 마비시킬 것 같은 향에서 벗어나야 할 것 같았다.
‘조금, 기다려봐. 사람 데리고 올 테니까.’
‘싫어, 가지 마, 형….’
수혁이가 금방이라도 울 것 같은 얼굴로 내 팔을 강하게 붙잡았다. 붙잡힌 팔목에서부터 수혁이 냄새가 내 몸 전체를 휘감는 것 같아 무릎이 휘청거렸다.
‘안, 돼.’
손목을 빼내려고 했지만 어디서 이런 힘이 나오는 건지 꽉 잡힌 손목을 빼낼 수가 없었다.
‘형이, 도와줘… 응? 형….’
도와 달라고? 어떻게? 안아 달라는 건가?
생각이 결론에 닿기도 전에 바지 속이 부풀었다. 냄새에 반응하는 것처럼 대가리를 쳐드는 성기를 느끼자 눈앞이 핑핑 돌았다.
이건 아닌데.
이게 아니라고 생각하면서도 이미 페로몬에 반응을 보이기 시작한 몸뚱이를 내 의지대로 움직일 수가 없었다.
‘부탁이야, 다른 사람한테 말하지 마, 형….’
어린 시절 나 밖에 모르던 그 눈으로 수혁이가 작게 애원했다.
‘그래도 이 상태로 있으면 안 되는, 거잖아.’
도덕, 관념, 기준 그런 모든 걸 떠올렸다.
생각이라는 걸 하기 위해 머리를 필사적으로 굴리는데 수혁이가 고개를 가로저었다. 눈물방울이 떨어질 것 같았다.
‘싫어… 이 집에서 오메가가 발정하면, 그래서 누군가 데려오면… 그래서 그 사람이 이성을 잃으면, 안길지도 몰라, 그건, 싫어….’
발갛게 달아오른 콧등을 씰룩 거리며 수혁이가 띄엄띄엄 말을 뱉었다.
‘이 상태면 약도 금방 안 들거야, 형도 알잖아….’
아니, 난 모른다. 그런 발정기는 앓아본 적도 없고, 정자를 낭비하지 말라고 교육을 받은 탓에 자위도 최소한만 했다.
어느새 수혁이 눈에 눈물이 그렁그렁했다.
‘형은, 곧 결혼할 거고.’
‘…응?’
지금 상황에서 내 결혼 얘기가 왜 나오는 것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니, 사고가 페로몬에 반쯤 먹혀 생각을 하는 게 점점 어려워졌다. 이미 성기는 바지 속에서 아플 정도로 부풀어 있었다.
‘형은, 알파니까 내 마음 몰라.’
원망과 비슷하게 들리는 말에 입을 딱 다물었다.
‘…그럼, 형이 어떻게 해줄까?’
허공을 가르고 내게 날아온 시선이 반짝였다. 물기에 젖어서 그런 걸까 하는 생각도 잠시, 수혁이가 마른 입술을 혀로 할짝였다.
꼭 유혹이라도 하는 거처럼.
‘형, 나 싫어하지 않는다고 했잖아.’
‘응.’
그랬지, 이렇게 지금 같은 상황에서도 나만 찾는 너를 어떻게 싫어해.
새삼스러울 것도 없는 얘기다. 강유혁이 집에 들어온 이후 내 입지는 완전히 좁아졌다. 존재 가치가 사라질 것 같은 위태로운 상황에서 오로지 수혁이만 예전 그대로 날 대했다.
반짝이는 눈으로 날 봤고, 날 기다려 줬다.
‘그러니까, 형이 도와줘….’
어떻게 도와줘야 하는 건지 결론을 내리기도 전에 끌어당기는 힘에 몸이 쏠려 수혁이 몸 위로 떨어졌다.
자위를 하고 있던 것인지 수혁이는 하의를 벗고 있었고, 팽팽한 성기에서는 말간 액이 질질 흘러나와 복부가 끈적했다.
‘수혁, 아?’
경계심이 바짝 일어섰다. 안기는 게 싫다면서 도와 달라는 게 무슨 말인지 몸이 먼저 깨달았다.
‘형이 나한테 안겨주면 안 돼?’
‘뭐? 나는―’
‘아프지 않게 할게.’
말을 이을 틈을 주지 않고 수혁이가 내 뒷목을 주무르고 귓불을 깨물었다.
‘형은 알파니까 안 들킬 거야.’
달콤한 주문 같은 말에 정신이 몽롱해졌다.
페로몬이 한층 더 진해져서 팽팽하게 발기한 성기 끝에서 뭔가가 흘러나왔다. 바지 위로 얼룩이 졌다.
‘안 돼? 형, 도와줘….’
수혁이 또다시 어린 말투를 쓰며 졸랐다. 이 일을 해결해 줄 사람은 나밖에 없다는 것처럼 간절하고 애절했다.
사실 틀린 말은 아니다. 알파의 뒤에 넣으려는 사람은 없으니까 말하지 않으면 모를 것이다. 누가 내 후장을 검사하겠나. 그건 앞으로 결혼할 사람도 안 할 짓이 분명했다.
이 집안에서 근친이 처음인 것도 아니고, 남자와 남자, 알파와 오메가라는 건 좀 걸리지만 그건 정말 수혁이가 말했던 것처럼 말하지 않으면 들킬 일이 없는 일이었다.
머릿속으로 타협을 마치고 턱을 살짝 아래로 내렸다.
수혁이 눈을 반짝이며 웃더니 나를 밀어 자세를 반전시켰다.
발정기 오메가한테서 어떻게 이런 힘이 나오는 건가 싶었다.
‘고마워, 형. 난 진짜 형이 너무 좋아.’
속삭임과 함께 흘러나온 페로몬에 뇌가 흐물거리고, 혈관이 전부 다 터져 버릴 것처럼 날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