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8화 (38/91)

8

큰형의 얼굴을 빤히 봤다. 작은형이랑 하라는 건가? 아니면 작은형이랑‘도’하라는 걸까.

흥분으로 넘실거리는 머릿속을 비집고 혼란이 파고들었다.

“아, 어, 나는….”

커다란 손이 내 얼굴을 감싸 쥐고 시선을 마주쳤다. 여전히 욕정이 남아 있는 눈동자에는 다정함이 가득해서 오늘 내가 벌인 짓이 잘못된 짓이라는 느낌이 전혀 안 들었다.

오히려 원래부터 이렇게 되는 게 당연했었던 것 같다.

상식적으로 형제끼리는 그러면 안 되는 게 맞는 건데…. 큰형이 너무 아무렇지도 않아 보이니까 잘못된 게 아닌 것 같다니, 역시 뭔가 이상하다.

보통의 형이었다면 내 다리를 벌리지도 않았을 거고, 작은형 정액을 빼고 큰형 정액을 싸지도 않았을 것이다.

현관에서 둘 다 반쯤 죽도록 맞거나 집에서 쫓겨나거나 하지 않았을까.

고작 반나절 만에 벌어진 일을 한 문장으로 정리하자 심장이 갈비뼈에 격돌하는 것 같다.

“네가 싫다고 하면 안 할 거야.”

“응?”

흐트러진 머릿속이 정리되기도 전에 큰형이 입을 움직였다.

“영훈이한테도 말해서 앞으로는 절대 못 건드리게 할게, 약속해.”

조금 전까지 내 안에서 실컷 싼 사람이 하는 말이 맞는 건가 싶었다. 나도 모르게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문질렀다. 큰형이 잔뜩 싸 놓은 게 아래로 찔끔 흘러내렸다.

“…내가, 좋다고 하면?”

결정을 종용하는 시선에 머뭇거리다가 묻자 형의 입꼬리가 매끄럽게 올라갔다.

“그럼 앞으로도 계속해야지.”

형의 손이 뺨을 건드리고 턱선을 훑었다.

“네가 싫다고, 울어도 계속.”

턱선에 닿았던 손가락이 목덜미를 타고 내려와 목젖을 더듬었다. 큰형이 한마디씩 할 때마다 도덕심이 뿌리째 흔들렸다.

“이, 이상한 거잖아….”

“이상해? 뭐가?”

“둘도 아니고, 셋이 하는 건….”

은근슬쩍 말을 뱉자 큰형이 작게 웃었다.

“둘이 하는 건 안 이상하고, 셋이 하는 건 이상해?”

둘이 하는 것도 이상하긴 한데, 그래도 셋이 하는 것보다는 나은 거― 아니, 더 나을 것도 없나?

형제라는 시점에서 이미 아웃이다. 인생이 스포츠고 일반적인 통념처럼 퍼져 있는 윤리를 룰이라고 본다면 우린 경기장에서 퇴장감이다.

“지훈아, 너 영훈이 좋아하잖아.”

단순히 형으로서 좋아하느냐는 물음이 아니었다. 목덜미를 더듬던 손가락이 가슴팍을 쭉 훑어 내렸다.

“아니야?”

“…좋, 아해.”

거짓말이 통하지 않을 분위기였기 때문에 솔직하게 대답했다.

작은형이 곁에 없던 3년 동안 심장 한쪽이 뻥 뚫린 것 같았는데 그 이유를 이제 안다. 단순히 가족이어서 그리웠던 게 아니다.

큰형이 눈매를 시원스럽게 접더니 씩 웃었다. 묵직하게 느껴지는 단내가 확 풍겼다.

“나는?”

“읏…!”

큰형의 손가락이 배꼽 안으로 파고들었다. 갈작거리며 긁어내자 배꼽에 고인 정액이 흘러나와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싫어해?”

“아냐, 흣, 좋, 아해….”

“알아.”

큰형이 옆구리를 타고 흘러내린 정액을 손으로 모아 다시 배꼽 안으로 밀어 넣었다. 아무 의미 없는 행위가 미친 듯이 야해 보였다.

“네가 우리가 싫고, 다른 사람이 더 좋으니 그 사람이랑 떡 치겠다고 하면 어쩔 수 없지만 그런 거 아니잖아. 너 이미 영훈이랑 좋아서 했고, 나랑도 좋아서, 한 거지?”

형이 고개를 숙여 이마를 톡 부딪쳤다. 가볍게 닿은 이마가 화끈거렸다. 이마를 댄 채 느릿느릿 고개를 끄덕였다.

어렸을 때부터 나한테는 형들밖에 없었다. 다른 사람이라니, 별로 생각하고 싶지도 않고 생각해 본 적도 없다.

형들이 누군가 데리고 와서 새로운 가족의 일원으로 받아들이는 걸 잠깐 상상해봤지만 가벼운 구토감이 밀려왔다. 상상만으로도 이런데 실제로 그런 일이 벌어지면 정말 토하는 거 아닐까.

“…형들도, 내가 좋아?”

입술을 잠깐 깨물었다가 놓으며 묻자 큰형이 피식 웃었다.

“너무 당연한 소리를 하네.”

“영훈이 형, 내가 싫어서 집 나갔던 거 아냐?”

불안감에 나도 모르게 손끝을 꼼지락거렸다. 오늘 아침의 대화만 봐도 작은형이 나를 피한다는 건 확실했다.

현관에서 급하게 일을 치르긴 했지만 그건 내가 붙잡았으니까. 만약 내 마음과 다르게 페로몬 때문에 불가항력이었다고 하면 어쩌지?

작은형도 나랑 같은 마음일 거라고 생각했는데, 확실히 들은 말이 없으니 불안감이 쑥 밀려왔다.

“그런 멍청한 말이 어디 있어, 걔가 나가 있던 건―”

큰형이 말을 멈추더니 내 등을 끌어당겨 일으켜 세웠다.

“위로 올라와.”

허벅지를 두드리며 하는 말에 눈을 깜박였다.

“영훈이한테 가자, 가서 직접 물어봐, 이렇게 된 마당에 이제 숨길 것도 없지.”

“어, 응?”

큰형이 팔을 잡아당기자 강압적이지도 않았는데 내 몸이 쑥 끌려갔다. 큰형을 마주 본 채 허벅지 위로 올라가 앉았다.

형이 집에서 자주 입는 면 티에 내 성기가 살짝 스치자 아까 배꼽을 만질 때부터 반응을 보이던 성기가 바짝 기립했다.

“너 발정기잖아, 평소보다 빠르긴 하지만 열도 있고, 냄새도 진하고. 환경이 바뀌면서 좀 빨라진 거 같은데? 할아버지가 돌아가셔서 그런 거야?”

“으응.”

대충 대답하며 시선을 피했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셨다는 사실을 말로 뱉기 전까지 완전히 잊고 있었다는 것에 가벼운 죄책감이 일었다.

결국 이런 식이다. 산 자는 이기적이다. 죽은 자를 생각하며 애도하는 기간은 너무 짧다. 당장 눈앞에 현실이 들이닥치면 그걸 따라가며 살기 바쁘다.

“아니면, 영훈이 와서 발정한 거야?”

얼굴이 달아올랐다.

사전적 의미로 발정기는 동물의 암컷이 본능적으로 성욕을 일으키는 시기, 혹은 짐승이 교미가 가능한 시기를 일컫는 말이었다. 쉽게 말해 번식을 위해 성행위를 하는 시기라는 말이다. 그리고 발정기가 온 오메가는 짐승의 암컷처럼 페로몬을 뿜어 씨를 뿌려줄 알파를 유혹한다. 페로몬에 넘어온 알파는 당연히 흥분할 수밖에 없다.

나는 무의식적으로 오랜만에 본 작은형을 유혹한 걸까?

요즘 사회에서는 약이 많이 개발돼서 무분별하게 페로몬을 뿌리는 경우는 드물었고, 알파라고 하더라도 무조건 오메가의 페로몬에 휘둘리는 건 아니다.

우성 알파의 경우 일반적인 오메가 페로몬에는 쉽게 발정하지 않는다. 반대로 우성 오메가 역시 일반 알파의 페로몬에 눌리지 않는다.

우리 집은 모두 우성이라 누가 누구의 페로몬에 눌리거나 히트나 러트 같은 발정기가 유발될 일도 없다.

결정적으로 형제의 페로몬은 닮아있어서 서로를 발정시키는 경우는 없는 걸로 알고 있다.

이제까지 알파와 오메가에 대해 배운 것은 분명 이런 내용이었는데 지금 내 앞에 펼쳐진 현실은 완전히 달랐다.

“아직 부족하지?”

큰형이 이미 다 안다는 것처럼 말해서 뭐라 할 말이 없었다.

약 없이 맞이한 발정기는 첫 발정기 이후 몇 년 만에 겪는 일이다. 그나마도 첫 발정기 때는 병원에 가서 주사를 맞았기 때문에 금방 끝나 버렸는데, 지금은 아니었다.

발정기 때 섹스하는 건 처음이라 어느 정도 해야 하는 건지 알 수도 없었다. 확실한 건 지금도 큰형과 닿아 있는 피부가 뜨겁고 엉덩이 사이가 간질간질했다.

“가자, 너무 늦게 가면 영훈이 삐칠 거야.”

큰형이 내 팔을 목에 감게 하더니 침대 위에서 일어났다. 허공에 붕 떠올라 다리가 흔들렸다. 형 목을 꽉 끌어안으면서 매달리자 안에 들어 있던 것이 밖으로 뚝뚝 떨어졌다.

문으로 걸어갈 때마다 떨어지는 자국이 바닥에 그대로 남아서 부끄러웠다. 보고 싶지 않아 팔로 큰형 목을 꼭 끌어안고 어깨에 얼굴을 묻었다.

특별히 운동하는 것 같지도 않은데 다부진 몸이 날 안아 들고 방을 벗어났다.

큰형은 방 밖으로 나와 맞은편 대각선 방문을 발로 밀었다. 나무문이 드륵 소리를 내며 옆으로 열렸다.

고개를 뒤로 돌리자 불도 켜지 않은 채 어두운 방, 침대에 누워 있던 작은형이 나와 큰형, 그리고 내 엉덩이 부근을 뚫어지게 바라봤다.

형들은 옷을 입고 있는데 난 실오라기 하나 걸치지 않은 상태여서 순식간에 부끄러움이 밀려왔다.

작은형 방에 있는 커다란 창문으로 들어오는 달빛이 오늘따라 유난히 밝아서 내 몸이 고스란히 드러나는 게 부끄러웠다.

“뭐야?”

작은형이 크지 않은 목소리로 불만을 표현했다.

“왜 네가 화를 내?”

큰형이 지지 않고 대꾸 했다.

질책하는 시선이 싫어 큰형 목덜미에 이마를 비볐다. 작은형을 보고 있지 않은데도 내 몸에 닿는 시선이 너무 선명하게 느껴졌다.

“김지훈, 너 큰형이랑 했어?”

안 했다고 해도 안 믿을 거면서, 이 방에 있었으면 소리가 안 들렸을 리 없는데 왜 물어보는 걸까.

“너도 했으면서, 나랑 안 했을 거라고 생각하는 거야?”

입을 꾹 다물고 있자 큰형이 대답했다.

“콘돔도 안 쓰고 무식하게.”

“형도 쓴 거 같지는 않은데?”

작은형 시선이 다시 엉덩이에 닿았다. 엉덩이 사이가 자꾸 움찔움찔거렸다. 형이 발정난 내 엉덩이 구멍을 보고 있는 것 같아 기분이 이상해졌다.

“화났으니까.”

뜨거워지려던 몸이 살짝 굳었다.

큰형 화났어? 화 안 난 거 아니었나. 그래서 한 줄 알았는데.

갑자기 화났다는 말에 어떻게 반응을 보일지 몰라 고민하는데 큰형이 나를 침대 위에 내려놨다.

작은형 방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침대에 떨어지면서 엉덩이에 부드러운 이불이 닿았지만, 큰형한테서 떨어지기 싫어서 나를 내려놓는 팔을 붙잡았다.

“형, 화났어?”

“…처음인데 날 빼고 한 건, 화났지.”

처음이 아니었으면 둘이 해도 되는 건가? 아니, 그럼 형은 언젠가 셋이 할 생각이었다는 건가.

대답할 말이 떠오르지 않아 입을 벙긋거리자 큰형이 내 머리칼을 손바닥으로 쓸어 넘겼다.

머릿속이 이젠 엉망진창이다. 둘 다 화났으면 나더러 어쩌라는 거야.

“하고 싶다며.”

“응?”

“영훈이 화났잖아, 그러니까 빨아줘 봐, 그럼 기분 금방 풀 거야.”

큰형이 작은 목소리로 귀 바로 옆에 대고 속삭였지만, 방에 우리밖에 없었기 때문에 다 들렸다.

“애한테 뭘 시키는 거야?”

아니나 다를까 작은형이 큰형을 노려봤다.

“넌 애한테 뭘 했는데? 많이도 쌌던데? 빼도 빼도 계속 나오더라. 아마 지금도 지훈이 배 속에 있을 걸?”

피부가 달아올랐다. 거울로 확인하지 않아도 온몸이 붉어졌을 것이다.

내 배 속에서 큰형과 작은형 정액이 섞였다. 금기를 어기는 정도가 아니라 깨부순 것 같아 기묘한 흥분이 밀려왔다.

“…김지훈.”

작은형이 어금니를 꽉 깨문 채 잇새로 내 이름을 불렀다.

“지훈아, 너 지금 야한 생각했지?”

딱히 그런 것은 아닌데 아니라고 할 수도 없어 얼굴에 가볍게 열이 몰렸다. 큰형이 내 어깨 부근에 얼굴을 대고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

“냄새가 또 진해졌어.”

페로몬 때문에 흥분했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는 거다. 홧홧해지는 얼굴을 식히려고 손부채질을 하는데 큰형이 손을 붙잡았다.

형은 침대에 올라와 앉으면서 내 몸을 영훈이 형 쪽으로 밀었다.

“지훈아, 해봐.”

주어가 없었지만 뭘 시키는지 모르지 않아 눈알을 빙글 굴리다가 입술을 움직였다.

“해 본 적, 없는데….”

“당연하지, 네가 해 봤으면 우리 미쳐.”

큰형이 고개를 저으며 잘게 웃었다. 어슴푸레한 달빛에 부서지는 웃음이 조각 같은 얼굴에 걸려 엉덩이 아래가 꽉 조여들었다. 켜켜이 쌓이기 시작한 흥분이 점점 짙어졌다.

형이 하라고 했으니까 괜찮은 거 아닐까.

작은형 다리 사이로 엉금엉금 기어갔다.

“쳇.”

작은형이 작게 혀를 차더니 바지와 속옷을 내려 성기를 끄집어냈다. 완전히 발기하지 않았는데도 커 보이는 성기를 보자 목구멍이 답답해졌다.

“알려 줄 테니까, 이리 와.”

내 앞에 내밀어진 손을 붙잡자 뒤에서 큰형이 웃는 소리가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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