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깜박.
정신을 차렸다는 걸 느끼고 눈꺼풀을 밀어 올리자 익숙한 천장이 제일 먼저 눈에 들어왔다.
눈알을 빙글빙글 돌리다 몸을 일으킨 순간 다리 사이가 축축하게 젖었다. 주르륵 떨어지는 액은 뭐라 말할 수도 없을 정도였다. 몸 안에 고여있던 게 떨어지는 느낌이어서 애액이 아니라는 걸 바로 알았다.
누군가 내 몸에 남긴 흔적이다.
시계를 보자 밤 열 시가 조금 넘었다. 내가 집에 온 게 일곱 시 반쯤이었으니까. 그러니까, 어떻게 됐더라―.
페로몬이 터져 버렸고 영훈이 형이랑 몸을 섞었다. 싫었냐고 묻는다면 당연히 아니다.
너무 좋아서, 내가 오랫동안 바랐던 일이 이루어졌다고 느꼈다. 작은형이 집에서 나간 뒤 계속 그리워했던 건 단순히 가족이어서가 아니라는 것도 이제 확실히 알겠다.
형이 내 안을 파고 들었을 때 나가지 않기를 바랐다. 심장이 벌렁거리고 아래가 두근거렸다.
손바닥으로 아랫배를 문질러 보자 달콤한 통증으로 안쪽이 욱신거렸다. 배꼽 근처까지 들어와 멋대로 헤집던 감각이 떠올랐다.
다시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얼굴이 화끈거렸다.
몇 번을 생각해 봐도 영훈이 형 이름을 부르면서 정신없이 매달린 건 형이 알파고 내가 오메가이기 때문에 벌어진 우연한 사고가 아니다. 형제의 페로몬에 발정한다는 건 일반적으로 있을 수 없는 일이니까.
이건 그냥 내가 작은형을, 김영훈을 좋아하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 분명하다. 그리고 아마 형도―.
형제지만 우린 같은 마음일 거란 생각에 괜히 또 몸이 달아올랐다.
그럼 이제부터 어떻게 되는 거지? 작은형이 집에서 나갈 일은 이제 없는 건가. 안 나간다고 했으니까.
“흠, 흠.”
작게 헛기침을 하는데 방문이 열렸다. 문을 열고 들어온 큰형의 얼굴을 보자 달아올랐던 피부가 빠르게 식었다.
한옥 특성상 우리 집은 각 방의 문을 잠그는 게 없었다. 그래서 원하면 어느 방이나 쉽게 문을 열 수 있다. 그게 불편하다고 느낀 적은 없었는데, 지금 처음으로 방문을 잠그지 못 하는 게 아쉬워졌다.
아직 큰형을 어떤 얼굴로 봐야 할지 알 수 없어서 난감했다. 작은형이 옆에 있었다면 좀 나을 것 같은데, 형은 어디 간 걸까.
아래로 내리깔았던 시선을 힐끔 움직여 형을 보자 몇 시간 전 일이 생생하게 떠올랐다.
현관에서 한창 정신없이 하고 있을 때 큰형이 들어왔고, 그 순간 너무 놀라서 안에 들어와 있는 작은형을 꽉꽉 조였다.
기이한 감각과 함께 작은형과 거의 동시에 절정에 달했고, 그대로 까무룩 기절했다.
그러니까, 큰형이 나와 작은형이 섹스하는 걸 봤다.
내가 작은형 걸 물고 좋아서 어쩔 줄 몰라 하다 질질 싸는 걸 봤다는 말이다.
민망함에 이불을 어깨까지 끌어당겼다. 여전히 벌거벗은 차림인 것도 부끄러운데 날 보는 큰형의 시선은 평소와 다를 게 없어서 더 민망했다.
“일어났네.”
“어, 응….”
덤덤한 말투에 혹시 꿈을 꾼 건가 싶은 기분이 들었지만 다리를 살짝 움직인 것만으로도 안쪽에서 액이 뚝뚝 떨어지는 걸 보면 꿈이 아니다.
기절하기 전에 봤던 건 분명 큰형이다. 미닫이문을 오른쪽으로 밀어젖히고 딱딱한 얼굴로 우리를 내려다봤다.
영훈이 형이 내 몸을 누르고 있었고 그 뒤로 보인 큰형의 얼굴은 분명 짜증을 가득 머금고 있었다.
어쩌면 혐오할지도 모른다. 형제끼리 그러는 게 정상은 아니니까.
큰형이 다시는 나 안 본다고 하면 어쩌지?
몸을 가리기 위해 이불을 끌어 올리자 발가락이 비죽 튀어나왔다. 맨살을 보여주는 것이 부끄러워 발을 이불속으로 감추려는데 큰형의 손이 훨씬 빨랐다.
목 아래까지 끌어 올려놓은 이불을 확 잡아당기더니 침대 밖으로 떨어트렸다.
벌거벗은 몸뚱이가 낱낱이 드러난 것에 부끄러움을 느끼고 양팔을 교차시켜 어떻게든 가려 보려고 하는데 형이 내 발목을 붙잡았다.
“어, 어…?”
커다란 손이 발목을 확 잡아당겨 그대로 매트리스 위로 미끄러지며 누운 자세를 취하고 말았다.
“형…?”
침대 끝에 앉은 형은 붙잡은 발목을 단단한 허벅지 위에 올려놓고 내 얼굴을 빤히 봤다.
“몸은?”
“괘, 괜찮은데….”
긴장된 목구멍이 평소처럼 말을 못 하고 떨었다.
“아픈 데는 없어?”
“어, 괜찮은 거 같아.”
“지훈아, 똑바로 말해, 속이 안 좋다던가, 머리가 아프다던가. 그런 거 전혀 없어?”
형의 긴 손가락이 종아리를 더듬듯이 올라와 허벅지를 건드렸다.
작은형이 멋대로 한 거라고 생각해서 화난 건가. 아니면 반대로 내가 작은형을 유혹했다고 생각하는 건가?
“…형, 화났어?”
대답을 기다리는 순간이 너무 길게 느껴졌다. 마른침을 꿀꺽 삼키자 큰형의 매끈한 손가락이 뱀처럼 움직여 허벅지 안쪽으로 파고들었다.
타인의 손길을 제대로 받은 적 없는 안쪽 피부가 움찔거리며 떨렸다.
“내가 왜? 너 형이 화날만한 짓 했어?”
“어? 아니, 그게 아니고―”
그게 화날만한 일은 맞는 것 같긴 한데 순순히 인정하기는 어려웠다. 어쩌면 형은 그냥 모른 척 넘어가 줄 생각인 게 아닐까.
“너 아까 잠깐 실신했어, 그대로 잠에 빠지긴 했지만. 아픈 데는 진짜 없어?”
“…응, 괜찮, 아.”
“괜찮다는 말이지.”
허벅지를 더듬던 손가락이 엉덩이 주변을 간질이더니 갑자기 안으로 침입했다.
“으힉, 형?”
“그러네, 확실히 손가락 하나는 그냥 먹을 정도로 괜찮은 것 같네.”
기다란 손가락이 구부러지면서 점막 안쪽을 살짝 긁었다. 그 움직임에 안쪽을 채우고 있던 액이 밖으로 흘러나왔다.
“좀 부은 거 같네.”
“으응… 형.”
“기다려, 제대로 안 빼면 아플 거니까.”
큰형은 같은 동작을 반복하며 안에 들어 있는 걸 빼냈다. 무미건조하게 움직이는 손가락과 반대로 잔뜩 젖은 내벽은 질척질척한 소리를 냈다.
“멍청이가, 얼마나 많이 싼 거야.”
작게 혀를 차는 소리에 허리를 일으켜 세우면서 다리를 오므리려 했지만 큰형이 다른 손으로 허벅지를 눌러서 내 움직임을 막았다.
입을 벌리면 이상한 소리를 낼 것 같아 턱에 바짝 힘을 줬다. 큰형이 손가락을 움직일 때마다 쿨쩍거리는 소리가 점점 커졌다.
작은형이 싼 정액이 내 안에서 빠져나간 만큼 애액이 새로 흘러나오는 바람에 다리 사이가 젖고 있었다. 몸에 열이 오르는 것처럼 아랫배 안쪽에 흥분이 고였다.
“형, 그만, 흣….”
“뭘 그만해?”
“안에, 손가락… 흣, 이제 다, 빠진 거 같으니까.”
큰형의 손목을 양손으로 붙잡고 움직임을 막아보려고 했지만 내 뜻과 다르게 오히려 손가락이 하나 더 밀고 들어왔다.
“이렇게 젖은 소리가 나는데 뭐가 다 빠졌다는 거야.”
“아, 아니, 그거….”
“아니면 뭔데 지훈아, 혹시 형이 손가락으로 쑤셔 주니까 흥분했어?”
제대로 말을 들은 게 맞나 싶어 눈을 동그랗게 뜨자 큰형과 눈이 마주쳤다.
평소에는 안경을 끼는 데 오늘은 아무것도 쓰고 있지 않아서, 방해되는 것 없이 드러난 동공 속에서 무언가 이글거렸다.
“형, 잠깐만… 흣, 왜 그래….”
“싫어? 영훈이한테는 여기다 싸게 해 주고? 형은 싫어?”
피스톤 질을 하는 것처럼 손가락이 앞뒤로 움직이며 구멍 사이를 들락거렸다. 허리가 파르르 떨리면서 입안에 침이 고였다. 딱딱해진 성기가 아랫배를 툭툭 건드렸다.
벌거벗고 있었기 때문에 발기한 성기는 숨기지도 못 했다. 발가락에 힘을 주자 큰형이 내 성기를 감싸 쥐었다.
“겨우 손가락으로 이렇게 세우면 어떻게 해.”
“아, 아응, 흣….”
손가락이 하나 더 파고들어 왔다. 들락거리는 손가락이 세 개였고, 움직이는 속도가 점점 빨라졌다.
아랫배를 콕콕 찌르면서 쑤시는 감각에 성기 끝으로 피가 몰렸다. 사정하고 싶은 욕구가 강해졌다. 눈앞이 하얗게 번졌다가 머리가 멍해졌다.
“흑, 싸겠, 어… 하응….”
큰형 손에 싸는 건 안 된다는 생각에 어떻게든 참아 보려 했지만 한계는 금방 몰려왔다.
뒤를 쑤시면서 앞을 흔들어주는 정교한 박자에 몸이 떨렸다. 자연스럽게 쾌락을 끌어내는 손길에 그대로 끌려갔다.
숨을 헐떡이자 후각을 마비시킬 것 같은 강렬한 페로몬 향이 밀려왔다.
내가 오메가 판정을 받은 이후 페로몬 관리에 신경을 썼기 때문에 큰형의 페로몬을 맡는 건 오랜만이었지만 알 수 있었다.
몇 시간 전 현관에서도 맡았던 위압적인 향은 금방 내 몸을 흐물흐물하게 했다.
“아, 하응… 형, 진짜, 흣, 싸… 나와….”
“싸.”
동굴에서 울리는 것 같은 낮은 목소리에 참지 못하고 몸을 파르르 떨자 큰형의 손안으로 정액이 주르륵 쏟아졌다. 사정과 동시에 엉덩이를 움찔거리면서 나도 모르게 허리를 가볍게 튕겼다.
“아흣, 아응….”
비음 섞인 신음이 부끄러움을 모르고 마구 터져 나왔다.
“흐읏, 형.”
“지훈아, 싸겠다는 게 정액 말한 게 아니었어? 애액을 이렇게 많이 싸는 게 어디 있어.”
큰형이 안쪽에 밀어 넣었던 손가락을 꺼내 내 앞에 펼쳐 보였다. 안쪽을 휘젓던 손가락은 물론 손바닥까지 흠뻑 젖어 있었다.
“많이 쌌는데도 부족해?”
“아니, 아니야.”
머리를 필사적으로 흔들었다. 부끄러워서 쥐구멍에라도 숨고 싶은 기분이 들었다.
“아니야? 여기는 움찔거리는 게 뭔가 부족해 보이는데.”
형이 엉덩이 사이 주름을 손가락으로 문질렀다. 눈을 꼭 감은 채 고개를 흔들었다.
버클이 풀리는 소리가 들려서 나도 모르게 눈을 번쩍 떴다. 어느새 내 다리 사이에 자리를 잡은 큰형이 바지춤에서 거대하게 발기한 성기를 꺼내 손으로 주무르고 있었다.
내 애액이 잔뜩 묻은 손이 닿은 성기가 젖어서 번들거렸다.
직감적으로 다음에 벌어질 일이 뭔지 알았지만 몸을 움직일 수가 없었다.
형의 뜨거운 성기가 구멍 끝에 닿았다. 살짝 닿았는데도 빨리 들어오라는 것처럼 구멍이 벌름거렸다.
“싫으면, 지금 말해.”
“흣….”
“작은형만 좋고 큰형은 싫다고 똑바로 말하면, 안 넣을게.”
두꺼운 성기가 엉덩이 사이를 스치듯 문질렀다. 미끄덩거리는 감촉에 머리칼이 쭈뼛거렸다. 입술을 꽉 깨물었다.
말도 안 된다. 큰형을 싫어할 리가 없잖아.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입을 벙긋거렸다.
좋아하는 사람하고만 하는 게 섹스라고 알고 있다. 불과 몇 분 전에 영훈이 형을 좋아한다고 깨달았는데, 지금은 큰형을 거부할 수가 없다.
내가 미친 건가? 작은형이랑 한번 하고 나니까 큰형이랑 하는 것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건가?
아니, 하지만 큰형인걸. 내가 어떻게 형을 싫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