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8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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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
“그거, 필요 없지 않아?”
내내 별 말이 없던 정민이 현관문을 닫자마자 말했다. 마치 둘만 있기를 기다린 사람처럼 보였다.
뭐가 급한지 신발도 벗지 않은 채 우뚝 선 정민이에게 막혀 문에 등을 기댔다.
“뭐가?”
“이거.”
손에 들고 있던 주머니를 정민이 당겼다. 강제성은 전혀 없었지만 난 쥐고 있던 걸 순순히 넘겼다. 언제나 내가 가진 것을 주는 것이 아깝지 않았던 것처럼 당연하게.
정민인 주머니를 바닥에 툭 던지고는 대신 제 손을 쥐어줬다. 손안에 들어온 감촉은 키트가 들어있는 주머니 따위와는 비교도 안 되게 부드러웠다.
모르는 척, 정민의 손을 꽉 잡았다. 정민이가 모르는 척 발정기 핑계를 대며 내 다리를 벌렸던 것처럼.
“내가 있을 거니까, 괜찮잖아, 형은.”
응, 당연히 괜찮겠지. 네 옆에 다른 사람이 생겨서 멀어지는 것보다는 이게 백번 낫다.
속삭임에 긍정하며 고개를 끄덕이자 입술이 닿았다.
동생이 엇나가는 걸 붙잡지 않는다. 내가 같이 가면 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