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19화 (19/9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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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대에 누운 채로 벽에 걸린 달력을 바라봤다. 발정기가 시작된 지 오늘이 3일 째.

보통 알파의 러트가 2~3일이고 오메가의 히트는 일주일 정도라고 했다. 정민이도 나와 같은 날 밤에 시작했으니 러트는 슬슬 끝날 때가 됐다.

그럼 내 히트는?

처음 겪는 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지난 이틀에 비하면 머릿속이 맑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몸 안에서 지글지글 끓던 열은 가라앉았다.

내 허리를 감싸고 있는 정민의 팔을 손가락으로 더듬어 봤다. 닿기만 해도 데일 것처럼 뜨겁던 피부도 이제는 원래 체온에 가까워졌다.

짐승같이 들끓던 성욕이 거짓말 같다.

어제 소파에서 그렇게 양껏 한 뒤 둘이 낮잠을 잤다. 사냥을 마친 게으른 사자처럼.

소파에 누워 있는 정민이 위에서 그대로 잠들었다.

잠에 깨서는 말했던 것처럼 미역국을 끓여 먹었고 오랜만에 같이 씻자는 정민이 손에 끌려 욕조에 같이 들어갔다.

맨몸을 보여주는 것이 어색해 욕조에서 떨어져 앉자 정민이 나를 당겼다. 등 뒤에서 끌어안고 물을 끼얹으며 가벼운 장난을 쳤다.

허리 부근에 닿는 것이 점점 단단해지는 것을 알아차리기 전까지는 나름 평범한 목욕이었는데 결국에는 나도 발기해서 욕조에서 하고 말았다.

침실, 욕실, 작은 방, 주방, 거실.

이제 이 집에서 정민이와 몸을 섞지 않은 공간은 한 군데도 없다.

정말 이번 싸이클이 끝나고 나면 우린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 걸까.

입속에서 긴 한숨이 흘러나왔다.

어젯밤에 정민이는 이 침대에서 또 나를 안았다.

씻고 나와서 옷을 입으려고 하는 나를 말렸다. 밤에 또 열이 오를 거라면서, 그러면 해야 하니까 옷은 안 입어도 된다고 했다.

그 말에 홀린 것처럼 나체로 침대에 누웠고, 정민이 말처럼 한 시간도 채 지나지 않아서 우린 또 아래를 접붙였다.

몸이 정민이한테 자연스럽게 반응했다. 처음부터 우리가 줄곧 그랬던 것처럼. 뒤가 젖었고 정민이 중심이 내 안을 파고들었다.

이미 안을 꽉 채우고 있는데도 부족한 것처럼 계속 조여물고 당겨댔다. 만족할 줄 모르는 것처럼 내 안쪽이 음탕하게 움직이는 걸 나조차도 알 수 있었다.

그리고 오늘, 아마도 마지막 날이다. 아니, 사실은 이젠 몸을 섞지 않아도 될 것 같다.

정민이랑 병원에 가서 검사를 받고 약을 받아 오면 될 것 같은데, 이론으로 정리할 수 없는 것이 가슴에 있다.

집에서 나가면 우린 어떻게 되는 걸까.

손바닥으로 마른세수를 하며 긴 한숨을 뱉었다. 우리가 다시 전처럼 돌아갈 수 있을지에 대한 확신이 없다.

아무런 느낌 없이 또 한 침대에서 자고 밥을 먹고 소파에 나란히 앉아서 TV를 보던 그런 일상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형, 일어났어?”

등 뒤에서 정민이 뒤척이며 잠에서 덜 깬 목소리로 나를 불렀다. 바로 대답할 타이밍을 놓쳐 눈을 감고 그대로 자는 척했다.

내 어깨와 목덜미가 이어지는 부근에 정민이 콧등을 문지르며 내 얼굴을 만지작거렸다. 어지러울 정도로 달콤한 향기가 은은하게 퍼졌다.

허리에 감겨 있던 손이 점점 위로 올라와 가슴팍 살을 끌어 모아 가볍게 주물렀다. 손바닥이 유두를 자극해서 나도 모르게 어깨를 움츠리자 정민이 작게 웃었다.

“뭐야, 형, 왜 자는 척해.”

어떻게 알았지?

이대로 깼다는 티를 내는 것도 뭔가 억울한 기분이 들어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흐응, 계속 그렇게 있을 거란 말이지?”

장난기 가득한 목소리로 말을 던지더니 정민이 손으로 가슴팍을 주물주물했다. 마른 가슴을 만지는 건 딱히 별 느낌이 없을 것 같은데 뭐가 좋은지 정민이 중심이 단단해진 게 느껴졌다.

입에서 더운 숨이 나올 것 같아 숨을 꾹 참았다. 마주 닿은 피부가 달아올랐다.

정민이 엉덩이골에 단단해진 중심을 문질렀다. 노골적으로 성감을 자극하는 행동에 베갯잇 끄트머리를 손으로 꽉 쥐었다.

“형, 눈 안 뜨면 지금 넣는다?”

프리컴이 묻은 성기가 구멍 입구를 부드럽게 자극했지만 눈을 꾹 감고 버텼다.

“넣어 달라는 거야?”

정민이 상체를 반만 일으켜 내 얼굴을 보는 게 느껴졌다. 눈을 뜨지 않아도 정민이 시선이 내 얼굴 어디에 떨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촘촘한 시선이었다.

문득 정민이가 처음 내게 왔던 날이 떠올랐다. 작고 보송보송한 몸짓으로 내 손가락을 잡았던 그 날.

처음 본 순간 난 이미 정민의 포로였다.

어쩌면 무의식중에 내가 오메가가 되고 싶다고 생각해서 이런 일이 벌어진 게 아닐까.

사고의 결론이 나기 전에 정민이가 내 안쪽을 파고들었다. 뜨거운 살덩이가 안쪽을 벌리고 축축하게 젖은 구멍을 그대로 범했다.

아, 으. 입을 벌리면 소리가 새어 나올 것 같아 어금니를 꽉 깨물었다. 느릿하게 파고든 살덩이가 내가 갖고 있던 수컷을 파괴하기 시작했다.

길을 내듯 움직이는 기다란 성기가 내벽을 훑고 입구까지 빠져나갈 때마다 허벅지에 힘을 꽉 줬다.

몸에 힘을 주고 있으면 내 안에서 움직이는 게 훨씬 선명하게 느껴졌다. 안쪽에서 단단한 기둥이 불끈불끈하는 것에 맞춰 점막이 질척질척해졌다.

입구 근처까지 빠져나갔던 성기가 흠뻑 젖은 내벽에 푸우욱 꽂혔다. 제일 안쪽에 정민의 중심이 닿고 엉덩이에 음모가 비벼졌다.

달아오른 몸이 정민이 움직임 하나하나에 희열했다.

“하, 으응….”

더 참지 못하고 소리를 내자 정민이 내 손을 가슴팍으로 당겨 깍지를 꼈다. 내 손등이 정민이 손에 감싸였다.

“일어나 있었으면서.”

“하으, 네가 이러니까….”

“내가 이래서?”

정민이 허리를 은근슬쩍 돌리며 물었다. 고개를 정신없이 끄덕였다. 거짓말이지만 완전히 거짓말도 아니었다. 정민이 안쪽에 들어와서 정신이 번쩍 든 것은 맞으니까.

정민이가 내 몸을 꽉 붙잡고 허리를 흔들기 시작했다. 찌걱찌걱하는 소리가 아래서 음란하게 울릴 때마다 온몸이 찌릿찌릿했다.

“하아, 형… 아침이라 그런가 엄청, 조여.”

“으응, 흣, 아냐, 으응.”

내가 조이는 게 아니라 아침이라 네가 더 큰 것 같다는 건 생각으로 멈췄다.

동생의 성기 크기를 눈으로 보고 아는 게 아니라 구멍에 들어온 것으로 안다는 건 부끄러운 일이었다.

“형, 하아, 좋아….”

욕망에 젖은 끈적한 목소리에 심장이 쿵쿵 떨어졌다. 좋다는 게 단순히 몸을 섞는 이 행위를 말하는 것인지 혹은 다른 의미가 있는 것인지 헷갈렸다.

놀라운 건 다른 의미가 있기를 바라는 나였다.

동생과 몸을 섞은 것도 모자라 다른 감정까지 바라는 내가 한심해서 눈물이 핑 돌았다.

내가 열이 내려 괜찮아진 것처럼 정민이도 괜찮아졌을 지도 모른다. 그럼 이 행위에 다른 의미를 부여하는 건 정말 내 자만이고 욕심인 걸까.

“딴생각하지 마, 형.”

정민이 귓불을 깨물어 당겼다. 아릿한 통증과 함께 오싹오싹한 쾌감이 번졌다. 고개를 돌리자 입술이 닿을 것처럼 가까워졌다. 숨결이 가볍게 섞였다.

키스할 것 같아 눈을 감은 순간 정민이 얼굴이 멀어졌다.

키스를 피하는 행동에 심장에 한기가 들었다. 형과 섹스는 해도 키스는 할 수 없는 것인가 싶어 고여 있던 눈물이 주룩 떨어졌다. 멍청하게도 이제 명확하게 알았다.

나는 정민이를 가족애 이상으로 사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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