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
“하아, 정민아….”
베란다 창문으로 들이치는 햇살에 정민이 상체에 묻은 땀이 반짝거렸다.
부끄러운 줄 모르고 다리를 활짝 벌린 채 정민일 받아들이고 있는 내 아래는 이미 땀과 체액으로 엉망이었다.
삽입이 이루어진 순간부터 앞뒤로 끊임없이 뭔가 흘렸다.
숨을 할딱거리면서 어깨를 꼭 쥐자 정민이 허리를 숙여 내 가슴팍을 빨았다. 한껏 희롱당한 유두 근처를 배회하는 혀 놀림에 등줄기가 옴폭 패도록 허리가 휘었다.
“아흣, 정민아, 하으….”
정민의 허리짓이 점점 거세졌다. 절정이 멀지 않았음을 알려오는 속도에 입안에 고인 침이 꼴딱꼴딱 넘어갔다.
어떻게 하면 좋을지 알 수 없는 쾌감이 전신을 훑었다. 격렬하게 움직이던 정민이 갑자기 움직임을 뚝 멈췄다.
“아흐, 왜, 흣, 하아….”
더 움직여 달라는 의미로 정민의 허리를 다리로 감아 당겼다. 눈앞에서 놓친 절정감이 아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발정 난 점막이 멋대로 정민의 성기를 꽈악꽈악 조여댔다.
“형, 하아, 나 콘돔 안 했어.”
이제까지 한 번도 안 했으면서 갑자기 무슨 말인가 싶어 눈알을 굴렸다.
“피임약, 그거 100% 아닌 거 알지?”
“…어?”
“러트 알파랑 히트 오메가랑 섹스하면.”
정민이 느릿하게 말하며 내 아랫배를 손바닥으로 쓰다듬더니 성기로 점막을 쿡쿡 쑤셨다.
머리칼이 주뼛거렸다. 흥분으로 소름이 돋았다가 가라앉기를 반복하며 등허리가 떨렸다.
“임신 확률이 90% 이상인 거 알아?”
“흣, 몰라, 그런 거….”
알아도 모르고 싶다. 임신이라니, 아니 말도 안 되는 얘기긴 하지만 그래도 지금 생각하고 싶지 않았다.
주방에서 할 때와 달리 기분이 안 좋아 보이긴 했는데, 왜 이런 심술인지 알 수 없었다.
“형이 애를 낳으면 난 아빠야? 삼촌이야?”
“…정민아, 그런 거, 물어보지, 마, 흣.”
오르가즘을 원하는 육체가 정신을 갉아먹었다.
“왜, 형은 뭐라고 불러야 할지 안 궁금해?”
안쪽을 꽉 채우고 있는 성기가 내벽을 훑으며 돌아갔다. 찌릿찌릿한 감각에 구멍이 움찔거렸다.
“우린 형제니까 삼촌이 맞는 건가?”
도리질치며 대답을 거부했다. 애가 생기는 것도 안 될 일이고, 그 애가 정민일 삼촌이라고 부르는 것도 이상했다.
“근데 형, 내 정액으로 만들어진 애니까 아빠여야 하는 거 아냐?”
“흐읏….”
입술을 꾹 다물고 눈물을 흘리자 정민이 멈췄던 허리를 움직였다. 딱히 대답을 바란 것은 아닌지 정민이 허리를 쿵쿵 찧어댔다.
“아, 흐앗, 하응.”
정민이 고환에 부딪히는 엉덩이가 얼얼했지만 그 아픔조차 달콤한 쾌감이었다.
목이 뒤로 넘어가며 끊임없는 비음이 흘러나왔다. 정민의 향이 짙어지면서 안쪽에 들어 있는 중심 끝이 부풀어 오르는 것이 느껴졌다.
“정민아, 흐읏… 안에 하지, 마, 안 돼….”
혼이 나갈 것 같은 쾌감 사이에서도 덜컥 겁이 나서 말렸다.
이제까지 몇 번이나 싸게 뒀으면서 이러는 건 웃겼지만 정민이 말처럼 히트 오메가와 러트 알파의 섹스는 임신 확률이 너무 높다.
작은 피임약으로 막기에는 알파의 정액이 너무 많았다. 어제부터 내 안에 쏟아낸 양을 생각하면 정민이 말처럼 임신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도 아니었다.
“갑자기 불안해?”
“흐, 으윽… 하지 마, 그런, 거….”
울먹거리는 눈으로 올려다보자 정민이 희미하게 웃었다. 심술을 부려서 기분이 풀린 것인지 아니면 내가 울어서 그런 것인지 정민이 기분이 다시 좋아졌다.
“아, 하아….”
정민이 눈을 꾹 감고 낮은 탄성을 뱉었다. 안쪽이 뜨끈하게 젖어 들었다. 기분이 풀렸으니 안에 안 쌀 줄 알았는데 정민이는 이제까지 중 가장 느긋하게 사정했다.
이미 몇 번이나 느꼈는데도 유난히 선명하게 느껴져 허벅지가 부들부들 떨렸다. 배꼽 아래서 흔들리던 성기가 울컥울컥 흰 정액을 토해냈다.
싸지 말라고 입으로 말했으면서 싸주자마자 가볍게 절정에 달한 내 몸이 진짜 미친 것 같았다.
“흐으, 안에, 또 싸면, 어떻게, 해….”
의미 없이 원망 섞인 말을 중얼거리자 정민이 성기를 움직여 내벽에 꼼꼼하게 정액을 발랐다.
“아, 흐으.”
코를 훌쩍거리고 있는데 정민이 손바닥으로 내 얼굴을 감쌌다.
“걱정 마, 형. 아까 그 약 효과 확실하다고 했어.”
순전히 놀린 것이었다는 얼굴에 안심이 밀려오는 것과 동시에 다른 의문이 피어올랐다.
그 피임약의 효과를 누가 알려줬을까, 약사? 아니면 다른 누구? 혹시 정민이는 다른 누군가랑 섹스하고 그때도 상대에게 그 약을 먹였을까?
아까 다른 사람이랑 안 했다는 것처럼 말하긴 했지만 그런 것치고는 묘하게 능숙했다.
아, 내 동생은 섹스도 잘하는 구나, 못하는 게 없다고 생각하긴 했는데 진짜 다 잘하네.
섹스를 너무 많이 한 탓인지 사고의 방향이 엉뚱한 곳으로 튀었다.
“그리고 난 형을 임신시키고 싶은 게 아니니까.”
담담하고 확실한 어조에 머리 위로 찬물이 한 바가지가 쏟아진 것처럼 몸에 한기가 들었다.
머릿속을 부유하던 생각들이 단박에 부서졌다.
당연하다. 동생이 형을 임신시키는 건 아무리 남성 임신이 흔한 사회여도 미친 짓이었다. 그런데 막상 그 말을 들으니 미친 듯이 서운했다.
이렇게 몸을 섞는 건 이번뿐이라고 정확하게 선을 긋는 것 같았다. 원래 그렇게 하기로 암묵적인 합의를 봤음에도 서운하고 섭섭했다.
정민이와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경계가 있다.
눈물이 쏟아질 것 같아 몸을 일으켜 정민을 끌어안았다.
이제는 내 품에 쏙 들어오는 체형이 아니라 품에 넘치는 정민일 최대한 꽉 끌어안았다.
몸이 연결되어 있고 빈틈없이 달라붙어 있는데도 멀게 느껴져 속이 상했다. 쾌감이 아닌 통증으로 심장이 욱신거렸다.